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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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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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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듸오 데이즈> - 개봉박두! 조선 최초 라디오 연속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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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1.29야심차게 기획된 라디오 연속극은 첫 방송부터 삐걱거린다. 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한 마리와 명월의 자존심 싸움이 화근이다. 마리는 자기가 맡은 연속극 속 인물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6개월 만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으로 바꿔버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드리브와 실수로 라디오 연속극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고, 단 한 번도 결말을 써본 적이 없는 노 작가는 어떻게 결말을 써야 할지 암담해 한다.
<라듸오 데이즈>와 가장 유사한 영화로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떠올릴 수 있다.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극중 성우들의 신경전과 막무가내 애드리브로 인해 정신없이 뒤바뀌는 극본이 웃음을 자아낸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보다 훨씬 옛날이 시간적 배경이지만,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에 구애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재를 패러디한다. 성우들의 애드리브로 뒤바뀐 극본을 수정하기 위해 로이드와 노 작가, 아이디어 뱅크인 사환 순덕(고아성)은 기억상실증과 이복남매 같은 한국식 드라마의 전형적인 장치들을 이용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패러디하는 TV시리즈 <하늘이시여>도 그 중 하나다.
청취자들이 방송국 앞에서 연속극의 결말을 놓고 시위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라듸오 데이즈>는 쪽대본에 의해 하루하루 촬영하고 연장방송을 일삼는 한국 TV방송국의 현재를 코믹하게 풍자한다. 연속극 내용마저 간섭하는 일제의 횡포와 일제에 대항하는 일군의 독립운동가가 시대적 배경을 환기시키기는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만드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단지 ‘조선 최초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드라마 제작이라는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한 영화’처럼 보인다. 류승범과 오정세, 이종혁의 호연도 허약한 영화적 갈등 구조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일본 만화 [체인지]를 각색한 <더 게임>은 죽음을 앞둔 재벌 노인이 내기를 걸어 젊은 남자의 몸을 강탈한다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뇌 이식 수술로 육체가 뒤바뀐 두 사람, <페이스오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육체를 바꾼 노인과 청년은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과 욕망을 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젊음을 탐하는 노인, 돈을 탐하는 청년. 승자는 일단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강노식이다. 권력과 젊음을 손에 쥔 강노식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몸부림치고, 재화를 탐하다 모든 것을 잃게 된 민희도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의 몸을 이끌고 육체를 되찾고자 강노식에게 버림받은 전처 혜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육체를 얻게 됐지만 더욱 외로운 처지에 놓인 강노식은 은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고, 도박꾼인 삼촌 민태석(손현주)을 겨우 믿게 만든 민희도는 혜린의 도움을 받아 강노식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계획을 꾸민다.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 <더 게임>은 젊은이의 신체를 강탈한 노인과 육체를 강탈당한 청년의 대결을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지만 두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갈등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을 대하는 두 인물들의 내면과 외적 상황들에 주목한다. 젊음을 얻은 노인은 쾌락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혹 떼려다 혹을 붙이게 된 청년은 삼촌에게 만화 같은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전자는 악마의 드라마이고, 후자는 <빅>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코믹 판타지다. 영화 속 변희봉의 행동거지와 말투를 재현하는 신하균과 어린이처럼 울상을 지으며 불쌍한 표정을 연신 반복하는 변희봉의 연기는 심각한 긴장과 만화적인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두 인물을 맞바꿔 연기하는 1인 2역의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 게임>은 무척 흥미롭다. <더 게임>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라기보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예기치 못한 충돌을 하는 상황극이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더 게임> - 스릴러와 드라마의 예기치 못한 충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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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9일본 만화 [체인지]를 각색한 <더 게임>은 죽음을 앞둔 재벌 노인이 내기를 걸어 젊은 남자의 몸을 강탈한다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뇌 이식 수술로 육체가 뒤바뀐 두 사람, <페이스오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육체를 바꾼 노인과 청년은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과 욕망을 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젊음을 탐하는 노인, 돈을 탐하는 청년. 승자는 일단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강노식이다. 권력과 젊음을 손에 쥔 강노식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몸부림치고, 재화를 탐하다 모든 것을 잃게 된 민희도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의 몸을 이끌고 육체를 되찾고자 강노식에게 버림받은 전처 혜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육체를 얻게 됐지만 더욱 외로운 처지에 놓인 강노식은 은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고, 도박꾼인 삼촌 민태석(손현주)을 겨우 믿게 만든 민희도는 혜린의 도움을 받아 강노식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계획을 꾸민다.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 <더 게임>은 젊은이의 신체를 강탈한 노인과 육체를 강탈당한 청년의 대결을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지만 두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갈등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을 대하는 두 인물들의 내면과 외적 상황들에 주목한다. 젊음을 얻은 노인은 쾌락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혹 떼려다 혹을 붙이게 된 청년은 삼촌에게 만화 같은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전자는 악마의 드라마이고, 후자는 <빅>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코믹 판타지다. 영화 속 변희봉의 행동거지와 말투를 재현하는 신하균과 어린이처럼 울상을 지으며 불쌍한 표정을 연신 반복하는 변희봉의 연기는 심각한 긴장과 만화적인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두 인물을 맞바꿔 연기하는 1인 2역의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 게임>은 무척 흥미롭다. <더 게임>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라기보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예기치 못한 충돌을 하는 상황극이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휴먼 드라마 <말아톤>과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풀어낸 <좋지아니한가>로 극단적인 장르 이동을 감행했던 정윤철 감독이 이 두 가지를 절충한 작품을 내놓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처럼 독특한 인물을 소재로 하지만 <좋지아니한가>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두 작품 사이를 오가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시킨다. 비일상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특징을 반복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은 <말아톤>과 유사하지만. 현실성에 토대를 둔 <말아톤>보다 ‘달의 뒷면’ 같은 특징에 집중하는 <좋지아니한가>에 가깝다.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짧은 시간 내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슈퍼맨의 이상한 행동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다가 그가 이상하게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하지만 <말아톤>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감독의 독창적인 시도도 찾기 힘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말아톤>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하지만 <말아톤>처럼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슈퍼맨의 삶을 현실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슈퍼맨의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거나 뜬금없이 역사적 상처를 개인화시켜 동기화시키는 것으로는 관객의 동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슈퍼맨의 선행과 엉뚱한 행동도 캐릭터의 특징으로 읽히기보다는 영화의 원론적인 교훈적 메시지로 읽힌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준다거나 횡단보도 위의 할머니를 돕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행동들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만들어내지도 스스로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열된 에피소드들이 축적돼 입체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결말부의 사건 역시 단지 나열된 에피소드 중 하나로만 보인다. 빈번한 등장으로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환상 장면은 사실적인 감정으로 팽창해야 할 클라이맥스마저 위조된 사건으로 느끼게 만든다.
작위적인 결말부의 화재 장면은 눈물을 뽑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은 삶의 입체감과 생기를 느낄 때 움직인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보다 이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거창한 우화로 둔갑한 공익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한 일을 하고 환경을 보호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가르침과 교훈이 넘쳐나지만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마음보다는 메시지, 감동보다는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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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휴먼 드라마 <말아톤>과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풀어낸 <좋지아니한가>로 극단적인 장르 이동을 감행했던 정윤철 감독이 이 두 가지를 절충한 작품을 내놓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처럼 독특한 인물을 소재로 하지만 <좋지아니한가>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두 작품 사이를 오가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시킨다. 비일상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특징을 반복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은 <말아톤>과 유사하지만. 현실성에 토대를 둔 <말아톤>보다 ‘달의 뒷면’ 같은 특징에 집중하는 <좋지아니한가>에 가깝다.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짧은 시간 내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슈퍼맨의 이상한 행동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다가 그가 이상하게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하지만 <말아톤>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감독의 독창적인 시도도 찾기 힘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말아톤>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하지만 <말아톤>처럼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슈퍼맨의 삶을 현실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슈퍼맨의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거나 뜬금없이 역사적 상처를 개인화시켜 동기화시키는 것으로는 관객의 동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슈퍼맨의 선행과 엉뚱한 행동도 캐릭터의 특징으로 읽히기보다는 영화의 원론적인 교훈적 메시지로 읽힌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준다거나 횡단보도 위의 할머니를 돕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행동들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만들어내지도 스스로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열된 에피소드들이 축적돼 입체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결말부의 사건 역시 단지 나열된 에피소드 중 하나로만 보인다. 빈번한 등장으로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환상 장면은 사실적인 감정으로 팽창해야 할 클라이맥스마저 위조된 사건으로 느끼게 만든다.
작위적인 결말부의 화재 장면은 눈물을 뽑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은 삶의 입체감과 생기를 느낄 때 움직인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보다 이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거창한 우화로 둔갑한 공익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한 일을 하고 환경을 보호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가르침과 교훈이 넘쳐나지만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일제 치하의 경성은 근대 한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흥미를 끈다. 긴 머리를 자르고 서양식 의복을 입기 시작한 시대, 서양의 음악과 음식이 들어온 시대, 다시 말해 문화의 급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던 시대가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적 특성을 활용해 <원스어폰어타임>은 1940년대의 경성을 할리우드식 코믹 어드벤처 범죄물의 배경으로 삼는다. 해방 직전, 일제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이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 고민거리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독립군’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사 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시공간적 배경에 부합하는 장르적 장치에 불과하다.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미네르-바의 두 독립군이 <덤 앤 더머>의 주인공들처럼 희화화되는 것도 역사적 의식을 최소화시키고 장르적 장치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 봉구와 춘자이지만, 봉구와 춘자의 비중은 요리사와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요리사와 사장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많다. 캐릭터가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도 주인공과 큰 차이가 없다. 봉구와 춘자의 캐릭터가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두 캐릭터보다 약하다는 건 <원스어폰어타임>의 커다란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끈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해도 <원스어폰어타임>은 오락영화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개, 재치 넘치는 유머와 코믹한 캐릭터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조화를 이룬다. 가끔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재미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배반하는 정도는 아니다. 정용기 감독의 이전 영화들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 2, 3편의 과장되고 작위적인 면도 많이 정제되고 순화됐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라 부르기도 힘들고 진지한 맛도 없지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원스어폰어타임>은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원스어폰어타임> - 웃어라, 가볍지만 유쾌한 팝콘영화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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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일제 치하의 경성은 근대 한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흥미를 끈다. 긴 머리를 자르고 서양식 의복을 입기 시작한 시대, 서양의 음악과 음식이 들어온 시대, 다시 말해 문화의 급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던 시대가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적 특성을 활용해 <원스어폰어타임>은 1940년대의 경성을 할리우드식 코믹 어드벤처 범죄물의 배경으로 삼는다. 해방 직전, 일제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이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 고민거리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독립군’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사 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시공간적 배경에 부합하는 장르적 장치에 불과하다.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미네르-바의 두 독립군이 <덤 앤 더머>의 주인공들처럼 희화화되는 것도 역사적 의식을 최소화시키고 장르적 장치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 봉구와 춘자이지만, 봉구와 춘자의 비중은 요리사와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요리사와 사장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많다. 캐릭터가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도 주인공과 큰 차이가 없다. 봉구와 춘자의 캐릭터가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두 캐릭터보다 약하다는 건 <원스어폰어타임>의 커다란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끈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해도 <원스어폰어타임>은 오락영화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개, 재치 넘치는 유머와 코믹한 캐릭터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조화를 이룬다. 가끔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재미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배반하는 정도는 아니다. 정용기 감독의 이전 영화들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 2, 3편의 과장되고 작위적인 면도 많이 정제되고 순화됐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라 부르기도 힘들고 진지한 맛도 없지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원스어폰어타임>은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