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자위를 훔쳐보다

정보공유/SEX 2006. 9. 29. 01:06
“나도 가끔, 아주 가끔씩이지만 해. 하지만 네 생각은 하지 않아. 미안해.”


이번이 네 번째다.“나 그딴 거 안 해. 미안, 먼저 끊을게.” 똑같은 질문을 받은 앞선 세 명의 여자들도 네 번째 여자처럼 황급하게 통화를 끝마쳤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그딴 거’라고 말한 건 마지막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것’은 마스터베이션이었다. 여자의 마스터베이션. ‘그딴 거라니. 그게 뭐 그렇게 지저분한 일이라고.’ 내 스스로가 변태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졸업하고 나서 6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하게 된 남자(인)친구의 첫 마디가 “너, 마스터베이션 하니?”였으니까.

거의 연락이 끊어졌던 대학교 여자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히 여자의 자위 생활을 캐묻고 다니게 된 것은, 새벽 3시에 케이블 채널에서 본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때문이었다. 두 주인공 김성수와 김서형은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눈만 마주치면 핥고 벗고 비비고 소리질렀다. 남자의 리드미컬한 손놀림, 이에 화답하듯 생생하게 꿈틀대는 여자의 근골, 그리고 육(肉)과 육이 부딪힐수록 고조되는 남녀의 섬세한 욕정 곡선까지. 난 섹스 장면 하나하나마다 나와 그녀의 경험을 대입시켜가며 <맛있는 섹스…>를 ‘맛있게’ 음미했다.

문제는 영화 종반부였다. 둘의 사랑은 일상의 사소한 오해들이 쌓이면서 균열이 간다. 여자는 갈등을 섹스로 해소하려 하지만, 남자는 이를 거절하고 잠든다. 쿨쿨, 잘도 잔다. 자기 등 뒤에서 여자가 숨소리 죽여가며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것도 모르고. 처연하고 섬뜩한 장면이었다. 문득 그 장면에 나의 그녀를 오버랩하자 아예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회사의 굵직한 프로젝트에 몸이 축났는지, 요 두어 달 동안은 그녀가 만족스러운 비명을 질렀던 적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더구나 며칠 전에는 하는 도중에 그녀 안에서 ‘내’가 작아지는 초유의 ‘사건’도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페니스는 남자의 힘의 원천이다. 머리 깎인 삼손이 평범한 남자로 전락하듯이, 대개의 남자들은 페니스의 각도가 꺾일 때 심각한 좌절감을 맛본다.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잠든 남자 옆에 나란히 누운 여자? 나? 그녀? 설마. 아니야, 아닐 거야. 그런데 정말이면? 깊은 잠에 빠진 그녀를 깨워 이렇게 묻고 싶었다. “너도 내 옆에서 자위했어? 그런 거야?” 하지만 묻지 못했다. 그날 밤에도, 그 다음날과 다음 다음날에도.

다섯 번째 여자의 전화번호를 누를 때는 잠시 망설였다. 내 첫사랑의 시작과 끝을 모두 지켜봤던, 과거의 그녀와 가장 절친했던 친구였으니까. 난 지난 네 명의 여자(동기)들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여자의 자위행위를 묻고 다니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맛있는 섹스…>를 보고 나서의 내 심정, 나와 그녀 사이에 있었던 섹스 트러블까지도. 그 애는 전화를 끊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자위행위를 해. 자주는 아니지만. 하지만 여자들에게서 직접 자위의 경험을 듣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자기 애인하고의 섹스라면 모를까, 자위행위를 한 얘기는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거의 꺼내지 않아. 나도 자위한다고 말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거든.”

‘그럼 넌 어떻게 해’라는 말이 목젖 앞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 애는 첫사랑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첫사랑과 관계된 모든 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게 좋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같은 여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어떤 여자와 통화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떤 때,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했던 거지 여자들이 자위행위를 하고 안 하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애와의 통화 후 여자 동기들에게 전화를 거는 건 그만뒀다.

뜻하지 않게 여자에게 자위를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여섯 살 터울의 사촌 여동생은 내 무릎 위에 걸터앉는 걸 좋아했다. 난 발목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그녀를 신나게 해줬고. 그런데 너무 ‘신났던’ 모양이다. 동생은 몸을 움찔대더니 “오줌 싼 거 같아”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당시 동생이 그걸 자위행위의 일종으로 인식했는지, 그래서 그 뒤로 자위행위를 했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몽정과 ‘빨간책’을 통해서 자의적으로 자위행위를 하게 되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놀이를 통해 자위의 행위를 자연스럽게 깨우치기 쉽다는 거다.

여느 여자들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뿐이지 사실 그녀도 자위행위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과장 조금 섞어 나와 함께 했던 그녀의 백만 번쯤의 섹스 중에는 내가 속삭이는 대로 쓰다듬고 꼼지락거리고 중지를 넣기까지 했던 ‘폰 마스터베이션’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엄밀하게 따지자면 내가 유도한 ‘폰 섹스’가 자위행위(자위란 결국 자신의 의지로 하는 행위이니까)라고까진 할 수 없더라도, 그녀의 자위는 명백하게 존재할 거라고 믿었다. 경험은 낯선 환경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첫사랑의 친구와 통화한 다음 날, 난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물었다. “너도, 자위행위 하니?” 뭘 그런 걸 다 물어보냐는 듯한 얼굴.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돌아오는 대답. “아니, 안 해. 난 내 손으로 거기 만지고 ‘손가락 넣고’ 그러는 거 별로야.” “단 한 번도? 이제껏 살면서 단 한 번도 안 했다고? 그럼 지난번에 전화로 나랑 했던 건 뭐야?” “그땐 그 나름대로 좋았어. 아니, 아주 좋았어. 하지만 그 뒤로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랬던 적은 없어. 오빠가 들어오는 경우말고, 내 손가락을 포함해서 다른 걸 내 안에 넣고 싶진 않거든.”

그녀에게 자위의 기준은 ‘거기에 자기 손가락을 넣는’ 것이었군. 나는 자위행위라는 게 굳이 손이나 어떤 다른 물건을 삽입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곁들였고, 클리토리스 주변을 자극하는 갖가지 방법(이를 테면 바이브레이터나 전기면도기, 심지어는 모서리가 뾰족한 책 같은 것들까지)이 있음을 일러줬다. “정말?” 반문하며 황망해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비로소 난 그녀가 인정하지 않아왔던 ‘자위의 추억’을 읽어냈다. 그녀는, 내 사촌동생이 그랬던 것처럼 친척오빠들과 놀다가 자연스럽게 자위의 패턴을 습득했다고 했다. 하지만 손으로 문지르거나 하진 않는다는 설명. 대신 소파 끝에 허리를 대고 무릎을 세워 누운 자세로 책 모서리로 치골 부근을 누르는 게 그녀의 마스터베이션 비법이었다. 장소나 도구의 종류가 말해주듯, 책을 읽다가 ‘하게’ 되는 게 대부분이라고도 했다.

“그럼, 오르가슴도 느껴?” 난 질문의 수위를 높여갔다. “응, 몸 속에서 폭죽 같은 게 터지는 기분이랄까? 오빠랑 할 때처럼 몸 전체가 폭발할 것 같다거나 그렇진 않아. 그냥 좋은 기분 정도.” “그럼, 자위할 때 무슨 상상을 해? 어떤 때 하고 싶어져? 난 너랑 한참 못하면 혼자서라도 해결하는데. 잔뜩 팽창한 네 가슴을 상상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마지막 단계인 ‘내 옆에서 한 적 있어?’까지 가려면 어서 중간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 했다. “내가 끓어오르는 육욕을 억누를 수 없어서 마스터베이션을 한다고 생각해? 여자는 흥분이 없어도, 남자를 상상하지 않아도 자위를 할 수 있어. 여자의 자위행위는 일상 속에 녹아 든 거라고. ‘일상’ 한다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흥분 없이도 할 수 있는 자위라니, 이 얼마나 간편한 ‘행위’인가. 하지만 여자가 아무리 일상적인 행위라고 설명해도, 남자는 여자의 자위행위를 자신의 실수로 받아들인다. 내 기술, 내 정력이 부족해서라고 말이다. 결국 난 반드시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내가 잘 때 내 옆에서 혼자 한 적은, 없는 거지?” 다소 원망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바보. 오빠 정말 바보야.”

그녀는 누누이 말했다. 충분한 페팅과 거짓 신음소리만으로도 만족할 줄 아는 게 여자라고, 섹스가 항상 오르가슴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남자들의 착각이라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 나와의 관계가 정말 소원해졌을 때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당장은 나에 대한 불만이나 육욕을 억제할 수 없어서 그녀 스스로 ‘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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