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나는 이야기

카테고리 없음 2007. 9. 2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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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본 남자 섹스의 정의가 사정이 아니라 삽입이라면 나는 한 번도 안 해본 남자가 맞다. 사귀던 여자친구와 모텔방을 잡고 밤새 뭔가를 해본 적은 있지만, 그건 섹스라기보다는 진한 페팅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순결하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상하게 그녀와는 삽입이 되지 않았다. 그때마다 피임기구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고, 그녀도 나도 처음이라 잘 되지도 않았고, 왠지 삽입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진한 애무와 키스, 오럴 섹스만으로도 절정에 닿는 건 충분했고 나는 더 이상 쾌감을 느끼는 게 두려울 정도로 만족했다. 머릿속에 페인트를 끼얹은 듯 모든 게 하얘지고 나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눈을 꼭 감았다. 그때까지 해왔던 마스터베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녀와는 곧 헤어졌다. 하지만 그녀 때문에 나는 완전히 변했다. 그 전까지 내게 섹스란 마스터베이션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사소한 판타지였다. 커피색 스타킹이나 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흰 허벅지, 티셔츠 속으로 보이는 젖가슴, 가느다란 발목, 작은 발가락,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나른한 목덜미, 쪼그려 앉을 때 보이는 팬티나 둔부의 굴곡, 가는 팔의 매끈한 감촉같이 전형적인 것들 말이다. 피곤한데도 잠은 오지 않거나 괜히 심심할 때면, 혹은 에로영화나 포르노를 보다가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아침도 좋았고 저녁도 좋았다.

하루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거기가 우릿하게 아프도록 잡고 흔들었다. 나중엔 거기가 아니라 팔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진 후로는 더 이상 그런 것들에 자극받을 수 없었다. 보다 상세하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것들이 필요했다. 그녀의 손이 내 것에 닿았을 때 느꼈던 부드러움, 입 안의 온기, 치아와 치아가 부딪힐 때 나던 소리, 딱딱한 실체감, 가슴을 어루만질 때 느꼈던 어떤 자족감, 그녀가 손가락으로 내 젖꼭지나 엉덩이 사이를 쓸어줄 때의 낯설고도 거부할 수 없는 느낌들. 그런 것들만이 나를 흥분시켰다. 아니 다른 것들로 흥분했을 때조차 절정의 순간엔 그것들이 생각났다. 섹스에 대한 상념이 확실히 시들해지고 계단 위로 올라가는 여자들의 치마를 더 이상 힐끔거리지 않게 된 것도 그때쯤부터였다. 섹스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변해버렸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난 섹스를 상상하려 했지만, 그녀와 헤어진 뒤에 난 섹스를 기억하려 했다. 망상은 끝났다. 영원한 얼룩 같은 게 생긴 기분이었다. 섹스가 일방적인 행위, ‘해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부터 섹스를 생각하기가 어려워졌다. 엘리베이터, 화장실, 공원의 벤치, 자동차, 극장이나 교실 같은 곳에서도 더 이상 자극적인 상상을 할 수 없었다. 타인들과 있을 때는 더 그랬다. 누군가 나를 만지고 있을 때도 육교를 오르는 것 같은 무심함만 있었다. 대신 외롭다고 느낄 때, 밤이라고 느낄 때만 나는 섹스를 생각한다. 비로소 점점 느슨해지는 기억을 더듬으며 바지춤에 손을 넣는다. 객원 에디터/ 이혁진

가끔 하는 남자 여름에 3킬로그램이 빠졌다. 가늘어진 건 얼굴과 팔뿐 배는 개구리처럼 부풀었고 엉덩이는 중력과 더 친해졌다. 피곤한데도 페니스는 스물 네 시간 가동 상태를 유지했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헤어졌던 여자와 보름 만에 다시 섹스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사이 가을이 되어 그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롯데리아에서 사온 햄버거에는 그릴에 구운 고기가 두 장이나 들어 있었다. 그녀의 등을 핥을 때 잘게 부서진 고기가 침과 함께 묻어 나왔다. 우리는 콘돔을 잘 끼지 않는다. 사정은 늘 배나 등에 했다. 처음엔 그게 참 어색했다. 정신없이 그녀 몸 어딘가에 싸질러 놓고 정신을 차리면 후회가 밀려왔다. 딱히 다른 방법도 없는데.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녀나 나나 수천 수만 마리 내 새끼들을 쓰다듬는 데 익숙해졌다. 여름에, 그녀 배 위로 쏟아진 액체들은 에어컨 바람에 금방 차가워졌다. 우리는 그 위로 몸을 비비곤 했다. 시원했다. 섹스가 끝나면 나는 프런트에서 전화가 올 때까지 잤다. 나는 섹스를 자주 하고 사정은 매일 한다. 사정만 할 때나 지금이나 섹스를 생각하는 횟수는 비슷하다.

눈앞에 여자가 보이면 무조건 야한 생각이 났으니까.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여자 한 명이 탄다. 핑크색 반바지에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다. 가슴의 둥근 선이 선명한 걸로 봐선 제법 큰 죖뽕’을 한 것 같다. 괜찮다. 엘리베이터에 달린 손잡이를 붙들고 그녀가 엉덩이를 뒤로 쭉 뺀다. 나는 지퍼를 열고…. 아마 내 시선은 엉덩이와, 그녀의 얼굴과, 초지일관 부동자세를 유지할 죖뽕브라’와, 5초 간격으로 모양새를 바꿀 층수 표시 램프를 오고 갈 것이다.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녀는 아무 일 없이 엘리베이터를 내린다. 사실 나는 보름도 넘게 그녀를 상상 중이다. 상상하면 실행하게 된다. 이루어진 꿈도 제법 있다. 그런데 막상 실행되면 상상할 때만큼 좋진 않다. 나 혼자만 섹스 중인 여자가 꽤 된다. 집 앞 복사집 알바생과 한 지는 한 달도 더 됐다. 파트너 리스트 제일 위칸에 있다. 이상하게 질리지도 않는다. 섹스를 이따금 하면, 매일 하고 싶어진다. 아니다, 하루 종일 섹스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사이에 일에 대한 생각,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생각들이 끼어든다. 이틀 연속 섹스 한 다음 날에도 여자를 만나면 또 하고 싶다. 이런 날 머릿속으론 섹스말고 다른 걸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나면 모든 게 도루묵이다.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후회하는 것이다. 얼굴은 나날이 홀쭉해져 가고 팔뚝의 근육들도 사라진다. 몸을 흔들 때마다 살들이 배와 엉덩이로 몰린다. 섹스를 못한 날은 자위를 한다. 오죽 하면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자위할 것이라고 다짐한 적도 있다. 물론 안 지켜진다. 게다가 수요일과 토요일은 절대 안 빼먹고 한다. “자기야 이제 자위하지 말고 나랑만 해.” 한 여자는 이렇게 얘기했고, 또 한 여자는 내가 “너랑 하는 거 떠올리면서 자위했어” 라고 말했을 때 절정에 올랐다. 샤워를 하다가 가끔씩 내 페니스를 손에 쥐고 혼잣말을 한다. “너도 참 변덕스럽다!” 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온다. 욕조 한쪽 모서리를 붙잡고 엉덩이를 길게 뺀다. 나는 샤워기의 온수를 틀고 물을 뿌리며 삽입한다. 그녀도 나만큼 힘들까? 그러나 그녀처럼 나도 주체할 수 없다. 에디터/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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