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 남자, 그 여자
만날 보던 친구의 얼굴에 관해선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으면 눈, 코, 입, 그리고 입과 턱의 중간 지점에서 턱 쪽에 좀더 가깝게 달려 있는 작은 점까지 정확히 기억을 하니까. 그런데, 언젠가 찍은 사진 속 그 친구 얼굴은 소개팅 나가 막 인사를 나눈 남자처럼 생경하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하는 순간 평범하기 짝이 없는 눈, 코, 입의 ‘오이 같은’ 조합이 ‘사과 처럼’ 느껴지기도, 특별한 감흥을 불러내기도 한다.
12명의 한국 사진가들이 지난 10년간 촬영한 사진에 등장한 얼굴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다. 새빨간 실크 원피스를 입은 김혜수의 사진을 보면, 섹시하기보다는 처연하고도 오싹한 기분이 든다. 이건 촬영 각도나 특별한 프린팅 기술 보다는, 사진가가 어떤 감정으로 그를 대하고 또 그 인물에게서 어떤 감정을 이끌어냈는가에 따른 결과다. 누군가는 부슬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눈빛을 숨긴 그녀를 바라보며 불현듯 보호 본능이 생길지도 모른다. 남자친구와의 약속에 늦을까 젖은 머리카락으로 뛰어나온 여자와, 배불리 국수전골을 먹고 느긋하게 여자친구를 기다렸던 남자는 똑같은 김혜수를 분명하게 다른 감정으로 마주한다. 총 2백 점의 인물 사진이 전시되는 <거울 신화 프로젝트>는 사진심리학자인 신수진 교수가 총감독했다. 신수진 교수는 ‘유명 사진가들의 인물 사진에서 우리 시대의 얼굴이 비추어진 거울을 찾고자’ 의도했다. 5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아트 선재센터에 가면 2백 개의 얼굴과 만날 수 있다. 누구한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는 직접 가봐야 안다.
에디터/ 박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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