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리스트 앞에서 꼿꼿하라

정보공유/GUY TECH 2007. 10. 21. 15:4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콤한 와인은 음식과 상극
여자친구가 좋아한다고 빌라 M이나 무스카토 다스티만 마시는 건 배려가 아니다. 달콤한 와인은 와인 고수들에게 와인 초보자로 무시당하기 딱 좋다. 단맛은 음식의 제 맛을 살려주지 못한다. 중국집에서 요리를 주문하면 탕수육을 제일 마지막에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굳이 먹고 싶다면 매운 음식에 곁들인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는 그만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선 어떤 품종의 와인을 주문하는지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기도 한다. 화이트 와인은 소비뇽 블랑, 소아베, 리슬링, 레드 와인은 피노누아, 템프라니요, 그라나슈, 네비올로는 ‘선수용’이다. 와인을 많이 마신 사람이 찾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인을 고른다면 소믈리에는 당신을 허술하게 보지 못할 것이다.

와인은 음식 값보다 싸게
와인 예산은 보통 음식 전체 값의 반 정도 생각하는 게 좋다. 만약 세트 메뉴의 가격이 1인당 5만원이라면 5만원대의 와인을 고르는 게 적당하다. 와인 바라면 5~8만원 정도의 와인을 주문하는 게 보통이지만. 가끔 와인 바에서 오퍼스 원이나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마시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가뜩이나 비싼 시중 가격의 150% 이상을 받으므로 말리고 싶다.

이 나라 와인은 이 품종
나라부터 골랐으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품종의 와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이태리의 산지오베제, 칠레의 카베르네 소비뇽,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호주의 시라즈나 샤르도네, 아르헨티나의 말벡, 스페인의 템프라니오가 그렇다.

사연 있는 라벨은 마시는 재미가 있다
소개팅처럼 분위기가 어색한 자리라면 소믈리에에게 라벨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든 와인을 소개받는다. 돈나푸가타는 이태리 시칠리의 대표 와이너리의 이름이자 ‘도망간 여자’라는 뜻이다. 19세기 부르봉 왕국 페르디난도 4세의 아내인 마리아 캐롤리나가 나폴리 왕국에서 도망쳐 몸을 숨긴 포도원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라벨의 그림에 말을 타고 도망가는 여자 그림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샴페인만 고집하지 않는다
샴페인은 탄산이 있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자주 마시기엔 가격이 좀 벅차다. 샴페인 특유의 청량함에 빠졌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보다 가벼운 가격의 스파클링 와인이 있으니까. 스파클링 와인은 나라별로 특성이 다른데 살짝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이탈리아의 스푸만테를, 드라이한 맛을 원한다면 호주나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이 좋다.

프랑스 와인보다는 신세계 와인을
프랑스 와인은 이름 값 때문인지 같은 질의 다른 나라 와인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마트에선 5만원 정도에 괜찮은 프랑스 와인을 구입할 수 있지만 레스토랑이나 바에선 8만원 이상은 들여야 한다. 예산이 5만~6만원 선이라면 미국이나 호주의 와인을 고르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뻣뻣한 와인이라면 미국 카베르네 소비뇽
위스키나 소주를 마시던 남자들은 혀 전체를 에워싸는 묵직한 타닌이 있는 레드 와인을 찾는다. 소믈리에들이 뻑뻑한 와인을 찾는 손님에게 권해주는 와인은 칠레나 미국의 레드 와인이다. 어떤 술이건 강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단맛과 떫은맛이 풍부한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부터 시도해보기를.

여린 와인이라면 뉴질랜드 피노누아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를 최고로 꼽는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이 한스럽다면 뉴질랜드의 피노누아를 추천한다. 브루고뉴 피노누아처럼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은 덜하지만 과일 향은 풍부해 와인 ‘초짜’도 마시기 수월하다.

안전지향형 선택은 이렇게
발음하기도 어려운 와인 이름밖에 없다면 카르멘이나 키안티 클라시코처럼 귀에 익숙한 와인부터 찾는다. 무턱대고 시켰다가 입에 맞지 않는 와인에 몇 만원을 내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으니까. 소믈리에에게 살짝 묻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무난한 선택에서 최고의 맛을 기대한다면 당신은 욕심쟁이.

같은 값이라면 오래된 빈티지
22005년 빈티지 와인과 2002년 빈티지 와인 값이 같다면 2002년 빈티지 와인을 고르는 게 좀 더 숙성된 맛을 즐길 수 있다. 단,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이 좀 더 낫다는 건 신세계 와인을 마실 때 해당되는 말이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 보르도의 2000년 빈티지는 1999년 빈티지보다 좋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좋은 빈티지의 프랑스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일단 소믈리에의 조언을 구한다.

모험가가 성공한다
안전 지향형이 싫다면 위험 추구형을 권한다. 진하고 무거운 칠레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즐겨 마셨다면 이번엔 발랄하고 가벼운 이태리의 바르베라나 미국의 피노누아처럼 아예 다른 성격의 레드 와인 품종을 시도해본다. 확률은 반반이지만 당신 입맛에 맞는 와인을 발견한다면 ‘나만의 와인 리스트’를 하나씩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리스트가 열 개쯤 됐을 때, 당신은 이미 와인 애호가인 것이다.
에디터/ 이정윤 도움말/ 김경희(포도플라자 와인바 '뱅가; 소믈리에)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