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주차 개봉영화

카테고리 없음 2007. 6. 21. 11:51

10.00/10
1명 참여
3.33/10
3명 참여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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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롤랑 조페
출연  : 엘리샤 커스버트, 다니엘 길리스
상영시간  : 94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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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06월 21일
8.04/10
27명 참여
5.50/10
2명 참여
두번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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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진아
출연  : 하정우, 베라 파미가, 데이비드 맥기니스, 알렉스 마넷
상영시간  : 101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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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9.23/10
35명 참여
5.00/10
1명 참여
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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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신태라
출연  : 황정민, 강신일, 유선, 김서형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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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7.51/10
405명 참여
7.33/10
3명 참여
뜨거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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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에드가 라이트
출연  : 사이몬 페그, 닉 프로스트
상영시간  : 120분
장르  : 코미디, 액션, 범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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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92/10
26명 참여
스파이더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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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로 추
출연  : 양청린, 이사벨라 롱
상영시간  : 98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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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00/10
13명 참여
7.00/10
1명 참여
초속 5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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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신카이 마코토
출연  : 미즈하시 켄지, 하나무라 사토미
상영시간  : 62분
장르  : 애니메이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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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0.00/10
0명 참여
8.00/10
1명 참여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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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전수일
출연  : 안길강, 김선재, 김귀선
상영시간  : 108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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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0.00/10
0명 참여
비밀 여행
감독  : 제제 타카히사
출연  : 혼다 카즈마, 미츠이시 켄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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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20 개봉작 리뷰] <4.4.4.>- 도망칠 곳이 없다

입력시간 : 2007-06-18 10:23



제니퍼 트리(엘리샤 쿠스버트)는 요즘 피곤하다. 거리의 모든 광고판을 자신의 얼굴로 뒤덮을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톱 모델이지만 바쁜 만큼 휴식도 절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니퍼에게 뜻하지 않은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문제는 어딘지도 모를 낯선 방에서 원하지도 않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제니퍼는 누군가에 의해 납치 당했다. 제니퍼의 ‘수감 생활’은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다. 제니퍼를 감금한 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그녀를 던져 겁을 주고, 귀청을 찢는 소음으로 협박하며, 얼굴에 염산을 들이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몸과 정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제니퍼. 그런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온다. 옆 방에 자신처럼 납치돼 감금된 남자, 개리(다니엘 길리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벽을 사이에 두고 점점 서로에게 의지해가기 시작한다.

<폰부스 Phone Booth>에서 공중전화 부스에 갇힌 남자와 저격수간의 팽팽한 대립을 그려낸 각본가 래리 코헨은 <4.4.4. Captivity>에서 고립과 감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포로’를 뜻하는 영화의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4.4.4.>는 감금된 자와 감금한 자의 대립과 심리 묘사에 영화 전체를 쏟아 붓고 있다. 제니퍼 트리를 감금한 자는 지독하다. 빛과 어둠을 이용해 제니퍼의 불안을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도 때도 없이 약물을 주사한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인간의 귀와 눈, 코 등을 믹서에 갈아 먹이고 제니퍼를 모래더미에 산 채로 묻는다. 그리고 성난 고양이처럼 반항을 일삼던 제니퍼는 폭력에 노출되면 될수록 점점 순종적으로 변해간다.

밀실에 갇힌 자가 반복적으로 폭력에 노출될 때의 심리 변화를 고스란히 새겨 넣고 있지만 <4.4.4.>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감금한 자와 감금된 자의 수직적 폭력관계는 그저 잔인하게 묘사될 뿐 공포영화로서의 세밀한 긴장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반전을 숨기고 있는 드라마 구조도 ‘반전’이라 부르기엔 민망할 만큼 허술하다. 반복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관객을 겁줄 수 있을지언정 <4.4.4.>에서 스릴러와 공포영화로서의 소름 돋는 치밀한 구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4.4.4.>는 모델 제니퍼 트리의 이미지를 반복적을 사용하며 미디어가 조작해내는 이미지에서 진실과 허구의 문제들을 가져오려 노력하지만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의 ‘언급’에만 머물 뿐이다.  

<4.4.4.>에서 숱한 폭력을 감당하며 공포에 질려야 했던 이는 국내에 드라마 시리즈 <24>로 얼굴을 알린 배우 엘리샤 쿠스버트. 그녀는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다. <킬링 필드 The Killing Fields> <미션 The Mission>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의 롤랑 조페 감독이 <바텔 Vatel>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영화 <4.4.4.>는 오는 7월 미국에서 공개될 미국판과 다른 감독판 버전으로 국내 개봉한다. 감독판은 미국판보다 한 두 가지의 반전 요소들을 더 싣고 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두번째 사랑> - 고루하지만 도발적인 멜로

입력시간 : 2007-06-18 09:57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와 정육점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지하(하정우)는 한국에 있는 여자 친구를 미국으로 데려오기를 희망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 신세. 이런 그의 앞에 백안의 미국인 여자 소피(베라 파미가)가 나타난다. 소피는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2세를 갖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번번히 임신에 실패한 상태. 그녀는 섹스와 임신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지하에게 건넨다. 모멸감과 수치심을 저 뒤로 한 채 돈이 필요한 지하는 소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두 남녀의 삶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돈이 필요한 남자와 아이가 필요한 여자. 상황이 180도 뒤바뀐 것을 제외하면 1970~80년대 심심찮게 한국 멜로 영화에서 많이 등장한 고루하고 진부한 설정이다. 하지만 <두번째 사랑>의 배경이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이라는 점에서 이 설정은 더 이상 진부하지 않다. 미국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 게다가 뉴욕은 자칭 ‘세계의 중심’으로 칭할만큼, 전 세계의 모든 인종의 전시장이다. 미국에서 아시아 남자와 미국인 여자의 사랑과 섹스, 그리고 결합은 여전히 그들에게는 터부의 영역이다. 2001년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극영화 데뷔작 <그 집 앞>(2003)에서 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끊임없이 건드린 김진아 감독은 <두번째 사랑>을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정부라는, 한국에서는 이미 실효가 다한 통속적인 소재에 과감한 표현과 문제 제기를 넣어 무척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영화로 완성해냈다.


<두번째 사랑 Never Forever>은 한국의 나우필름(<인어공주>)과 <세크리터리 Secretary> <퍼 Fur> 등을 제작했던 미국의 제작사 VOX3FILMS이 공동 제작한 본격적인 국내 최초의 한미합작 프로젝트다. 한미합작 프로젝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번째 사랑>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자금 등 각종 기자재를 지원받아, 미국 뉴욕에서 올 로케이션 되었다. 스탭과 캐스트 또한 다국적이다. <디파티드 Departed>로 익숙한 베라 파미가가 소피 역할로 출연하며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 The Piano>로 잘 알려진 마이클 나이먼이 음악을 맡았다. 또한 <용서받지 못한 자> <숨> 등으로 가파른 스타덤에 오른 하정우가 지하 역으로, 무난한 영어 연기를 선보인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검은집> - 사이코패스의 은밀한 초대

입력시간 : 2007-06-18 09:25



어린 시절 동생이 자살한 충격을 간직하고 사는 마음 여린 남자 전준오(황정민)는 은행을 그만두고 보험회사에 보험사정원으로 취직한다. 출근 첫 날,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고객의 전화에 개인 정보를 알려주거나 동점심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사규를 어기고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고 이름도 알려준다. 며칠 후 자신을 지정해 방문을 요청하는 한 보험가입자의 집을 찾아간 전준오는 일곱 살 아이가 목을 맨 현장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목 매단 아들의 시체 앞에서 전준오의 눈치를 살피는 아버지 박충배(강신일)의 태도. 전준오는 이 사건이 박충배가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른 타살이라고 확신하고 보험금 지급을 중지시킨다. 박충배의 보험 계약 내용을 조사한 전준오는 어린 아들뿐 아니라 아내 신이화(유선)에게도 3억 원이라는 거금의 보험금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검은집을 다시 찾아간다. 그런데 그녀가 사실은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검은집>은 1997년 일본 공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스릴러영화다. 2002년 2,000만 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 <브레인웨이브>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태라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검은집>은 한국영화에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정신 질환을 공포 스릴러의 소재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 전두엽의 이상으로 감정이나 죄의식을 느낄 수 없어 살인 같은 범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는 정신질환자를 일컫는 명칭이다. <검은집>은 이러한 사람들이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라도 이런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검은집>은 공포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보기만 해도 서늘한 공포 분위기가 느껴지는 검은집 세트와 인물의 뒤를 따라다니는 카메라, 살인 장면마다 넘쳐나는 붉은 피 등은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곱 살짜리 소년이 목을 매단 장면, 프레스 기계로 사람의 팔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라내는 장면, 지하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전준오와 사이코패스와의 대결 장면 등 매 장면은 무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클라이맥스인 전준오와 사이코패스의 대결 장면은 공포가 넘실댄다. 이처럼 <검은집>은 공포영화로서의 장점은 충분히 부각되지만 스릴러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영화의 초반부에 범인의 존재를 알리고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친절하게 설명해줌으로써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스릴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때문에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구성이 느슨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집>은 사이코패스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비교적 긴박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으로 다른 색깔이 공포를 선사한다.

<검은집>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데는 배우들의 열연이 한몫한다. <달콤한 인생> <너는 내운명> <사생결단> 등으로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 황정민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어리숙한 표정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마음 여린 전준오로 변신해 영화를 이끌어간다. 연극과 영화,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중견배우 강신일이 보험금에 집착해 기괴한 행동을 하는 신이화의 남편 박충배를 연기한다. <4인용 식탁>과 <가발> 등의 공포영화를 경험한 유선이 한국영화사에서 색다른 캐릭터로 기억될 사이코패스 신이화 역을 맡아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뜨거운 녀석들> - 천재 경찰, 시골마을로 전근 가다

입력시간 : 2007-06-18 11:01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은 경찰학교 수석 졸업에 검거율 4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경찰 중의 경찰이다. 하루 종일 범인 검거에 골몰하던 그에게 믿기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런던을 떠나 범죄율 0%인 시골 마을 샌포드로 전근을 가라는 것. 니콜라스의 뛰어난 성과에 위기감을 느낀 경찰 간부와 동료들이 벌인 일이었다. 샌포드에 새로 부임한 니콜라스는 순경인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와 파트너가 되지만 마을 축제의 안전관리, 집 나간 백조 수색 등의 자질구레한 업무만 그에게 주어져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의문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 무언가 수상함을 눈치챈 니콜라스는 파트너 대니와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만 니콜라스가 이 마을을 조사하면 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에 빠져 들어간다.

<뜨거운 녀석들 Hot Fuzz>은 영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불리는 에드가 라이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에드가 라이트는 조지 로메로의 좀비영화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를 통째로 패러디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로 장르를 비트는 재능과 특유의 유머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뜨거운 녀석들>을 통해 패러디의 강도를 한층 더 끌어 올린다. <뜨거운 녀석들>에는 액션, 범죄, 미스터리 등의 온갖 영화들이 줄줄이 인용된다. 시골 순경 대니가 가장 즐겨보는 영화는 <나쁜 녀석들 2 Bad Boys II>와 <폭풍 속으로 Point Break>이며 이 영화들은 영화 후반부에 교묘하게 다시 인용되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The Shining>,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Chinatown> 등의 영화 속 명대사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장면에 사용되거나,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마크 엘레스터의 <코만도 Commando>에 등장했던 의상이 장면장면에 그대로 차용되는 등 특유의 능청스러움도 일품이다.

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단순히 패러디에만 집중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샌포드 마을이 왜 범죄율 제로인지에 대한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영국 사회에 만연한 집단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주인공 니콜라스가 런던에서 시골 마을로 좌천된 것도,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간 것도 하나 같이 남들보다 유독 튀어 보인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이다. <뜨거운 녀석들>은 얼핏 평범한 패러디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영국의 보수성과 집단폭력에 경종을 울리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주연배우인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콤비 연기도 돋보이지만 <뜨거운 녀석들>에는 유명 감독과 배우가 카메오로 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니콜라스에게 칼침을 선사하는 산타 클로스는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킹 콩 King Kong>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며, 마스크를 뒤집어 쓴 감식반원은 <에비에이터 The Aviator> <바벨 Babel>의 케이트 블란쳇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스파이더 릴리> - 가슴 아픈 과거를 기억합니다

입력시간 : 2007-06-18 10:59



샤오리(양승림)는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 돈을 버는 10대 소녀로, 작은 방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놓고 매일 남성들을 유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리는 문신 가게를 지나치다 샤오리의 첫사랑이 한 것과 똑같은 황금색 꽃 문양의 문신을 보고, 가게 주인 다케코(양락시)가 자신의 첫사랑임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자신의 블로그가 적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건네지만 다케코는 샤오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다케코는 이 문신에 얽힌 슬픈 사연이 있다. 다케코는 어린 시절 여자 친구와 밤새 사랑을 속삭이다 아버지를 지진으로 떠나 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던 다케코는 결국 아버지의 팔에 있던 피안화 문신을 자신의 몸에 새기며 아픔을 평생 기억하려 한다.

<스파이더 릴리 Spider Lilies>는 가슴 아픈 상처를 간직한 두 여인의 사랑을 그린 퀴어영화다. 타투이스트인 다케코와 성인 사이트의 헤로인 샤오리는 피안화라는 문신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케코는 문신을 통해 과거를 잊으려 하고 샤오리는 문신으로 지난 날을 기억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다케코의 주위에는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는 남동생과 문신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려는 남자 손님뿐이다. 샤오리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 많은 돈을 샤오리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말을 더듬는 현직 경찰관이나 육체적 관계에 목을 매는 속물적인 남자들이 전부다. 영화는 성적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울분과 설움을 따라가고 있기보다는 이 둘의 사랑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점에 집중한다.

<스파이더 릴리>는 <코너스 Corners> <드랙퀸 가무단 Splendid Float>등의 영화로 대만의 가장 촉망 받는 퀴어영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주미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이사벨라 Isabella>로 유명한 양락시가 냉정한 타투이스트로 변신해 섬세한 감성연기를 톡톡히 소화하며, 특히 대만의 아이돌인 양승림이 발랄함과 우울함을 오가는 복합적인 캐릭터 샤오리를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스파이더 릴리>는 2007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우수한 퀴어영화에게 수여되는 테디베어상을 수상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초속5센티미터> - 사랑은 초속 5센티미터로 나아간다

입력시간 : 2007-06-18 11:08



초등학생 소년 타카키는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타카키는 자신과 취미가 비슷한 같은 반 친구 아카리를 좋아한다.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지는 벚꽃을 좋아하던 아카리. 타카키는 다음 해에도 함께 벚꽃을 보고 싶다는 아카리의 말에 설렌다.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도 아카리에 대한 타카키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아카리와 함께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자고 한 타카키는 아카리가 이사를 가야 해서 다른 중학교를 택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두 사람은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다. 2학년이 되면 가고시마로 전학을 가야 하는 타카키, 모처럼 용기를 내 아카리와 약속을 하고 아카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기차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때마침 내린 폭설은 타카키의 길을 막아서고 약속시간이 넘도록 기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타카키의 애간장을 태운다.

<초속5센티미터 Byousoku 5 Centimeter>는 세 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중편 애니메이션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벚꽃이야기’에서는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였던 타카키와 아카리가 중학교에 진학해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 ‘코스모나우트’에서는 ‘벚꽃이야기’의 주인공 소년이 고등학생 3학년이 된 때를 배경으로 그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소년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다. 마음 속의 허전함을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타카키는 3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게도 이별을 고한다. 길을 걷던 타카키는 기찻길 건널목에서 잠깐 아카리와 스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다시 헤어진다. 세 작품은 타카키라는 캐릭터를 공통분모로 지닌 채 연결돼 있지만, 연결고리가 뚜렷한 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각 에피소드 사이의 간극이 멀다.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약간의 내러티브를 제외하곤 뮤직비디오로만 채워져 있어 형식상으로도 앞선 두 에피소드와 차별된다.

연출을 맡은 신카이 마코토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Their Standing Points> <별의 목소리Voices of a Distant Star>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The Place Promised in Our Early Days> 등으로 일본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특히 초기 단편들은 1인 제작시스템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팀 제작방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일명 ‘신카이 월드’를 창조한 신카이 마코토는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이후 다시 단편의 세계로 돌아가 <초속5센티미터>를 만들었다. 마치 초기 시절의 신카이 마코토로 돌아간 듯한 <초속5센티미터>는 감독이 즐겨 사용했던 소재와 스타일을 압축해서 제시한다. 순수하고 착하고 내성적인 중학생 주인공들은 끝내 사랑에 실패한 채 홀로 속앓이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옛 시절을 그리워한다.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감수성 가득한 빛의 표현과 배경 묘사도 여전히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신카이 마코토의 팬이라면 다시 한 번 ‘신카이 월드’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길 위에서 기억 찾기

입력시간 : 2007-06-18 10:22



영화감독 김(안길강)은 전화벨이 울리는 게 무섭다. 영화는 생각만큼 풀리지 않고 그 사이 빚만 쌓여 여기저기 돈 갚으라는 전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북한에 있는 숙부를 찾았다는 전화가 온다. 숙부와 만날 길을 찾기 위해 김은 숙모가 있는 고향 속초로 향하고 속초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는 낯선 여인 영화(김선재)와 만난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지금도 속초와 태백, 사북 등지를 헤매고 다니는 영화. 숙부를 만나는 일이 점차 미뤄지자 김은 영화를 따라 그녀의 여행길에 동참한다. 그리고 김은 고향인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전작 <내 안에 부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를 통해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쳐 온 전수일 감독의 ‘시간과 기억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떠난 길에서 영화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신을 발견하고 실향민인 숙모의 과거, 숙부를 찾기 위해 떠난 김은 그 길에서 자신의 과거와 만난다. 그리고 김과 영화가 찾아나선 과거로의 여행길에서 그들은 생명을 잃고 스러져가는 탄광촌의 지금과 마주하게 된다. 김과 영화가 오랜 세월 잊고 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 위엔 그렇게 허물어져 가는 지금이 똑똑한 모습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속초와 태백, 사북을 오가는 김과 영화의 여행길을 묵묵히 쫓고 있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로드무비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차이가 있다면 길 위에서 방황의 명확한 답을 찾아 삶의 또 다른 곳으로 한 걸음 발을 떼놓는 여느 로드무비와 달리,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속 인물들은 여전히 방황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김과 영화는 여전히 아프게 과거와 지금을 고민한다. 과거와 현재는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긴 꼬리를 문 원처럼 반복되고 순환하는 것이란 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명확한 내러티브 구조가 없고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탓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의 이야기 줄기는 다소 지루하다. 또한 영화를 가득 채운 은유와 상징들은 영화에 새로운 의미망을 던지지 못하고 그저 상징에만 머문다. 김과 영화의 방황이 영화의 축을 이루지만 그들이 방황하는 까닭은 지극히 표피적으로 드러날 뿐이어서 관객과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마음이…>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안길강,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김선재의 연기는 두드러지지만 평면적인 캐릭터에 다소 빛을 잃었다. 또한 그들이 길에서 만나는 숱한 인물들의 문어체적인 연기도 영화의 질감을 거칠게 만들었다. 2005년 만들어져 뒤늦게 개봉한 탓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부산국제영화제와 페사로국제영화제, 브리스번국제영화제, 낭뜨영화제를 통해 이미 국내외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박아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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