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who would fly

정보공유/Information 2007. 2. 20. 08:34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새로운 건축 영역을 만든 남자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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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해안에서 200마일 정도 떨어진 테네리페 섬 산타크루즈 시로 가다 보면, 대서양 해안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조형물과 조우하게 된다. 이 조형물을 보고 있자면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단어의 조합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도대체 저건 뭘까?그 건물의 가장 수상한 부분은 바로 건물 위로 20층 높이에 올라 있는, 넓은 면이 한 점으로 좁아지는 낫 모양의 지붕이다. 곳곳에는 현무암 같은 화산암이 콘크리트 벽을 덮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트렌카디스라고 알려진 곱게 부서진 흰색 타일들이 반짝거리고 있다.

이 건물이 어떤 용도의 것인지를 눈치챌 수 있는 힌트나 표식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1천6백 석의 커다란 공연장을 발견할 수 있다. 벽돌엔 구멍이 나있고 천장을 향한다. 몽환적인 분위기다. 그 자리에 천사나 빛나는 우주의 신이 서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난 밤이 올 때까지 건물을 돌아다니며 지냈다. 밤이 되어서도 그 주위를 맴돌았다. 현관에 서보기도 하고 계단에 올라가보기도 했다. 성지순례자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테네리페에 있는 이 미스터리한 공연장을 디자인하고, 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자극을 준 사람을 찾고 싶었다. 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주위에서 겹겹의 보호막을 치고 있는 그의 홍보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내 계획은 홍보담당자와 칼라트라바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그의 아내 티나에 의해 검토되었고, 곧 ‘접근’이 허가되었다. 영화 배우들과의 인터뷰라면 모를까, 사실 건축가와 인터뷰할 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태어나 성인으로서의 시간 대부분을 취리히에서 보냈던 칼라트라바는 이미 일종의 셀러브리티 혹은 국보급 인물이 되어 미국이라는 성지에 들어서 있었다.

그에게 이런 지위를 수여한 것은 바로(접히는 날개로 유명한 밀워키 미술관을 지었다는 사실말고도) 뉴욕 항만청(PATH)이 9/11 이후 먼지 밑에 묻히게 된 PATH 역을 다시 짓는 데 그를 직접 선택했다는 데 있다. 이는 20억 달러짜리 거대한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매우 상징적이기도 하다. 무덤으로 변해버린 그곳을 다시 개발하는 것은 그라운드제로의 마스터플랜뿐만 아니라 수백만 미국인들의 정신세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한 건축가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등에 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04년 1월, 칼라트라바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선보이기에 앞서 기계화된 지붕의 지하 성당과 함께 유리와 강철의 비둘기가 어린이의 손에서 날개를 펴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지상 첨탑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라운드제로의 자리에 어떠한 건물이 들어설지에 대한 길고 지리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칼라트라바의 디자인은 명쾌함과 조화를 보여주었다. <뉴욕 타임스>는 그를 ‘마력’과 ‘영혼’의 남자라 칭하고 그의 건물을 ‘놀라운 성과’라고 평했다. 그 역을 본 블룸버그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와! 이게 제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단어입니다.” 프랑코의 억압 속에 자란 스페인 출신 건축가는 이제 자유에 대한 사랑을 선언하며, 미국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와 관련된 신화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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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칼라트라바는 좀 더 복잡했다. 그리고 천사보다는 인간에 가까웠다. 사실 난 약속 장소에 어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나타날지 몰랐다. 비전과 명상 그리고 스케치에 빠진 채 뉴욕의 PATH 역이 훗날 그의 최고 작품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일까? 아니면 2002년의 항만청 역사 재건 작업을 위해 30년간 취리히에서 누린 삶과 행복을 버리고 뉴욕으로 이주한 뒤 그라운드제로 복원 프로젝트의 엄청난 속도에 어리둥절해하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일까? 난 이내 이 건축가가 매력적이고 세상과 동떨어져 있으며 겸손하고 무뚝뚝한 데다 카리스마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건축가로서 무얼 할 수 있겠어요?” 칼라트라바가 자신의 파크 애비뉴 타운 하우스의 2층 사무실에 앉아 수사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55세의 칼라트라바는 두꺼운 눈썹에 표현이 풍부한 얼굴과 약간의 회색이 섞인 검정 곱슬 머리를 지녔다. 그는 잘 정리되고 완벽하게 디자인된 건축가의 초상이다. 완벽한 블루 수트와 레드와 브라운 체크의 셔츠까지 깔끔했다. 그가 말할 때마다 독특한 악센트의 영어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커다란 두뇌와 포부를 지닌 남자라는 것에 의심은 없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조각품을 만들고, 가구를 만들고, 성경 구절을 사용하기도 하고, 도자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엔지니어이자 건축가이다. 하지만 특별한 기쁨의 표현은 역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드러났다. 그에게는 보는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순진한 웃음이 있었다.

그를 만난 첫날, 만약 모든 게 가능하다면 무엇을 짓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태양을 따라 도는 집에 대해 언급했다가 잠시 동안 생각을 한 후 타운하우스 창문 너머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새들을 가리켰다. “저렇게 움직이는 건물이요.” 에너지, 운동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물을 창조해내는 것은 칼라트라바의 집착 중 하나이다. 밀워키 미술관(기계화된 날개)부터 스웨덴의 터닝 토르소(불가능해 보이는 90도 회전)와 PATH 역(기계화된 유리와 강철 지붕)까지. PATH 디자인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과 그를 갑작스럽게 종교적인 무언가로 이끈 것은 움직임의 복잡함에 대한 30년 명상의 결과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PATH는 칼라트라바식 혁신의 모든 특징을 담고 있다. 유기적인 커브와 기계화에 대한 시도, 인간과 동물의 몸에서 따온 형태를 스타일과 표현적인 방법으로 형상화하는 것 같은. 이는 직접적인 움직임 말고도 미화적이고 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을 키치하고 과장됐으며 피상적이라 해 왔다. 동료 건축가인 피터 아이젠맨은 지난 가을 컬럼비아 대학의 공공 포럼에서 칼라트라바의 작품을 ‘쉽고’ ‘감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왜 그라운드제로의 지하철 역이 새를 닮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이젠맨은 “그냥 바보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비평은 몇 가지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왜 지하철역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하얀색 날개 뼈대와 기계화된 지붕을 필요로 한 것일까? 그보다 더, 왜 미술관에 접히는 날개가 필요한 걸까? 오페라 하우스에 20층짜리 콘크리트 파도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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