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눈 어디 둬야 할지…"

정보공유/Information 2006. 8. 15. 11:55

[중앙일보 정강현] 한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는 송민섭(25)씨는 요즘 사무실에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하는 일이 잦아졌다. 동료 여직원들의 '시원한 옷차림' 때문이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민소매나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일하는 여직원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송씨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보면 신경이 쓰여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안모(27.여)씨는 지나친 '노출 패션' 때문에 말다툼까지 했다. 속옷도 입지 않은 채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온 남자 동료에게 "패션도 좋지만 사무실에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라"고 충고하다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안씨는 "남자든 여자든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노출 패션'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아슬아슬한 옷차림을 두고 '개성'이라는 주장과 '지나친 방종'이라는 지적이 부딪히고 있다.

◆ "노출 패션, 남녀 모두 꼴불견"=이 같은 노출 붐을 타고 손바닥만 한 미니스커트와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핫팬츠 등 민망한 옷차림의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정장 대신 자율복장을 권장하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본지는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에 의뢰해 직장인 3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9.6%가 '이성 직원의 옷차림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노출이 심한 이성의 옷차림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61.7%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경우는 33.3%가 남성의 노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한 중견 기업의 임원으로 있는 이모(48)씨는 "여직원들이 몸에 달라붙는 짧은 치마를 입었을 경우 속옷 라인이 뚜렷하게 보여 민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섬유 회사에 다니는 박모(29.여)씨도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출근하는 동료를 보면 사적인 장소와 직장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드레스 코드' 속속 도입=여름철 노출 패션이 유행하면서 직원들의 복장을 규제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여름철 복장 안내'라는 공지를 띄웠다. 회사 직원들에게 청바지.반바지.민소매.미니스커트 등을 입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의 옷이나 운동화도 금지했다. 상의를 밖으로 꺼내 입는 것도 안 된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자율복장 제도가 방만하게 운영될 것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노타이를 허용하고 편한 복장을 권장하되 민소매나 핫팬츠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지양하라'는 드레스 코드를 마련해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CJ그룹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반바지나 가슴 부위가 깊게 파인 라운드 티셔츠, 미니스커트를 입어선 안 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띄웠다.

한국여성민우회 박정옥 팀장은 "여자든 남자든 직장생활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일터에선 적합한 복장을 입는 매너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해외 기업들도 '복장 규제'=최근 미국 기업들도 '여름철 드레스 코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1990년대 초 직장 내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미니 스커트나 어깨가 노출된 탱크톱에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여성이 늘면서 규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직원 2000명 이상의 14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노출이 지나친 복장을 금지하는 규정을 갖춘 기업은 2004년 79%에서 올해에는 84%로 증가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있었다.

정강현 기자, 박대규.연규리 인턴기자 foneo@joongang.co.kr

◆ 드레스 코드(dress code)=장소와 상황에 따른 복장 관행을 말한다. 원래 파티 초청장 하단에 참석 복장에 대한 안내를 뜻했는데 '직장 내 복장 규정'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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