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버릇

정보공유/Motor 2006. 8. 28. 17:19

스토이스보다 찬란한 크롬 도금, 살림욕이라도 해야 할 법한 우드그레인, 좋지못한 한국
자동차만의 관념이자 습관이다. 생각해 보면 모두가 공범이다. 우리가 원해서 생긴 버릇들이니까.
다행히 지금은 환골탈태 중이다.

1. 너무 자연스러우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드그레인을 좋아한다. 이것이 고급 승용차의 상징이었다나??
그래서 한 때 800cc 경차에까지 고품격 호두나무가 등장했고, 우드그레인 키트를 구입해서 자신의 티뷰론에 자랑스럽게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드그레인은 중후함을 보태기 위한 것으로 가벼운 경차와 빠른 스포츠카에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다. 요즈음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 나무 장식 외에 금속이나 카본 장식을 구사하면서 다양한 실내를 연출하고 있다.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현대 테라칸을 비롯한 일부 둔감한 차량에만 무분별한 우드그레인이 남아 있다.

2. 속절없는 전투 범퍼 쌍용자동차 출고장 앞에는 이른바 '전투 범퍼'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란도나 무쏘를 출고하자마자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범퍼로 전투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서다. 당시는 출고장에서 나오는

새 차에도 약소한 전투 범퍼가 달려 있었지만 사람들을 경재적으로 난폭한 전투를 준비했다.
성난 코뿔소 인형까지 서너 마리 붙여 가면서, 당시는 범퍼 앞에 아무 것도 달리지 않은 말쑥한 코란도를 구입하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이 무시무시한 전투차들은 찌그러진 스테인리스 범퍼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아무런 보조 범퍼가 달리지 않은 미끈한 SUV를 만들고 있다.

3. 내겐 너무 작은 바퀴 길가에 서있는 자동차의 왜소한 타이어를 보면 괜히 불쌍해 보인다. 동전이라도 한 닢 던져주고 싶을 정도다. 불어나는 차체에 비해 작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 단가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그들을 감싸는 휠아치와의 부조화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BMW아우디를 보면 휠과 휠아치의 간격이 꼼꼼해서 멋있지만 한국의 자동차들은 겨울철에 체인을 껴야 한다는 이유를 비롯, 여러 가지 구차한 변명으로 인해 휠아치의 간격이 광활했다. 그러다가 현재다오차는 그래져XG를 개발하면서부터 과감하게 간격을 줄였다고 한다.
그랜저 정도의 고급차라면 육중한 쇠사슬 체인을 끼지 않기 때문이라나.

4. 한 맺힌 리무진 우리나라의 리무진은 너무 잘났다. 귀한 사장님을 모시고 다니는 자동차라는 것을 늘어난
B필러, 그러니까 앞문짝과 뒷문짝 사이를 넓게 늘려 사방팔방 과시한다. 누가 리무진 아니랄까봐.

널찍한 B필터러에는 자랑스러운 문장과 함께 '리무진' 이라는 금색 레터링까지 넣었다. 우리가 보고 자랐던
리무진은 대통령이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 태극기를 휘날리며 달렸던 캐딜락 스트레치드 리무진이 전부였다.
그러니 중앙을 늘리지 않으면 리무진 취급을 받지 못한다. 유럽의 사장님들은 뒤문짝을 조용히 늘린 롱휠베이스 버전을 타고 다닌다.
현대 다이너스티도 이런 리무진을 만든 일이 있지만 그리 많이 팔진 못했다.

5. 우리는 세단 민족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다.
세계가 함께 손잡고 만든 프라이드(구형)에 트렁크를 붙였고 많이 팔리기까지 했다. 후속 모델인 아벨라도 역시 해치백이었지만 이 역시 세단으로 개조한 전력을 갖고 있다. 신형 프라이드는 아에 세단이 대표선수로 나섰다. 꽁지 잘린 해치백은 좀처럼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세단보다 많이 팔린 해치백은 90년대 중.후반의 유로 액센트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자랑스러운 선수의 엉덩이는 세단처럼 조금 튀어나온 '테라스 해치백' 이었다.

6. 모터쇼를 위한 콘셉트 카 해외 모터쇼를 가면 올림픽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가슴이 뭉클해진다. 현대, 기아자동차의 멋진 콘셉트 카 덕분이다. 콘셉트 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최근 모터쇼에 미래에서 달려온 콘셉트가 카가 방글방글 들고 있는 현대, 기아자동차 부스는 많은 사람들의
눈이 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려한 모터쇼와 다른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우리는 모터쇼 무대
위에 만루홈런과 같은 끔을 올려 놓고는 실전에서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내야수를 살짝 넘기는 안타만 노리고
있다. 모터쇼에서 보여준 화려한 호언장담은 어리로 갔나?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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