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1. 28. 16:04
8.68/10
75명 참여
테이크 더 리드
감독  : 리즈 프리들랜더
출연  : 안토니오 반데라스, 롭 브라운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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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10
208명 참여
5.00/10
1명 참여
우리 동네
감독  : 정길영
출연  :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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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00/10
1명 참여
은하해방전선
감독  : 윤성호
출연  : 임지규
장르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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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65/10
20명 참여
히트맨
시사회·이벤트
감독  : 자비에르 젠스
출연  : 티모시 올리펀트, 더그레이 스콧
상영시간  : 92분
장르  : 액션,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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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87/10
231명 참여
5.00/10
1명 참여
어거스트 러쉬
감독  : 커스틴 쉐리단
출연  : 프레디 하이모어,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케리 러셀, 로빈 윌리엄스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드라마,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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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8.03/10
35명 참여
7.50/10
4명 참여
마이클 클레이튼
시사회·이벤트
감독  : 토니 길로이
출연  : 조지 클루니, 톰 윌킨슨
상영시간  : 119분
장르  :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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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7.15/10
39명 참여
4.00/10
2명 참여
열한번째 엄마
감독  : 김진성
출연  : 김혜수, 김영찬, 류승룡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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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8.53/10
15명 참여
5.67/10
3명 참여
안경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 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상영시간  : 106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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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10.00/10
1명 참여
스쿨 아웃
감독  : 마구엘 마르티
출연  : 조디 비치즈, 요하나 코보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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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10
5명 참여
차밍 스쿨 & 볼룸 댄스
감독  : 랜달 밀러
출연  : 로버트 칼라일, 마리사 토메이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뮤지컬,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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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10
41명 참여
메모리즈
감독  : 모리모토 코우지, 오카무라 텐사이, 오토모 가츠히로
출연  : 치바 시게루, 에가와 히사오, 후지이 카요코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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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30일
0.00/10
0명 참여
6.33/10
3명 참여
강을 건너는 사람들
감독  : 김덕철
출연  : 김경석, 송부자, 세키타 히로오, 다카키 쿠미코
상영시간  : 142분
장르  :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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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테이크 더 리드> - 언제나 마음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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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전직 프로 댄서 출신으로 고급 볼룸 댄스 학원을 운영 중인 피에르 둘레인(안토니오 반데라스). 어느날 밤 피에르는 교장 선생님 제임스(알프레 우다드)의 차를 부수는 흑인 고등학생 록(롭 브라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다음날 이 공립고등학교로 찾아간 피에르는 무작정 무급 댄스 교사 자리를 제임스에게 요청한다. 제임스는 반신반의하며 그에게 자리를 내주지만, 제임스를 포함한 모든 동료 교사들은 이 수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힙합과 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도 볼룸 댄스는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그러나 피에르는 열정과 진심을 담아 그들에게 볼룸 댄스를 가르치고, 이 진심은 점차 그들에게 전달되기에 이른다.

<테이크 더 리드 Take the Lead>는 <시스터 액트 Sister Act> <위험한 아이들 Dangerous Minds>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시드니 포이티에 주연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실존 인물인 피에르 둘레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미국 뉴욕 빈민가의 한 고등학교. 마약 거래와 총질이 난무하는 이곳에 피에르는 볼룸 댄스를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테이크 더 리드>의 시작은 앞에 이야기한 모든 영화들의 그것과 같다. 당연하다. 힙합과 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탱고, 차차차, 룸바 같은 볼룸 댄스가 마음에 들리 만무다. 그러나 점차 이들은 요상한 볼룸 댄스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결국 춤과 함께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에 이른다. 삶에서 낙오되는 것이 아닌, 삶의 주도권을 잡아 가는 것. 다름 아닌 <테이크 더 리드>의 주제다. <맘보 킹 The Mambo Kings> <에비타 Evita> 등에서 멋진 춤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테이크 더 리드>에서 녹슬지 않은 그의 춤실력을 발휘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리즈 프리드랜더가 연출한 <테이크 더 리드>는 그의 이런 이력을 반영하듯 빠르고 역동적인 편집과 촬영이 인상적인 댄스 장면은 돋보인다. 그러나 외형적인 완성도에 비해 내실은 살짝 처지는 편. 내러티브나 극 전개, 캐릭터 설정 등은 다소 구태의연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우리동네> -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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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서울 어느 변두리 동네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담당한 강력반 반장 재신(이선균)은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해 바짝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재신의 친구이자 인기 없는 추리 소설 작가 경주(오만석)는 새로 쓴 추리 소설을 출판사에 들고 갔다가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모욕만 당하고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은 경주의 자취방에 앉아 서로의 처지를 위로한다. 책 출판을 거절당해 기운 빠져 있는 경주에게 집주인 여자가 밀린 월세를 내지 않으면 방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하자 경주는 충동적으로 집주인 여자를 죽여 연쇄 살인범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한다. 한편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 효이(류덕환)는 신문기자로 위장해 경찰서로 찾아가 서류를 빼오는 등 수사를 교란시키고 경주에게 살인을 알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 겁을 준다.

<우리동네>는 한 동네에 두 명의 연쇄 살인범이 살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스릴러영화다. 그러나 <우리동네>는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해나가는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달리 범인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려준 후 왜 그가 연쇄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따져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영화는 충동적으로 집주인을 살해한 경주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연쇄 살인범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나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효이가 경주를 문자로 협박하고, 또 경주의 살인을 알고 있는 재신이 경주의 범죄 사실을 덮어주려 애쓰는 모습 등을 통해 범죄자와 형사의 심리를 설명하고, 범죄자들 사이, 그리고 범죄자와 형사 사이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긴장감을 살리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우리동네>는 느린 진행과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담긴 에피소드의 나열로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또 범죄자들의 빈약한 범죄 동기가 심리 스릴러로서의 깊이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느슨하고 설명적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를 볼 만하게 만드는 것 배우들의 연기. 최근 TV드라마 <하얀 거탑>과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이선균은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강력반 형사 재신을 인간적인 형사로 만들어낸다. TV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와 뮤지컬 <헤드윅>의 스타 오만석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기 없는 추리 소설 작가 경주 역을 맡아 죄책감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천하장사 마돈나> <아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류덕환이 잔인한 연쇄 살인범 효이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신예 정길영 감독이 맡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은하해방전선> - 수다와 산만, 소통의 정신없는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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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윤성호 감독은 1년 넘게 준비하던 상업영화를 투자 문제로 인해 포기해야 했다. 영화사 청년필름이 KT&G 상상마당으로부터 후원받은 1억 원의 제작비로 새롭게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윤성호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여자친구로부터 실연당한 것도 모자라 충무로 데뷔마저 불투명해진 독립영화 감독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고 이제 막 장편 데뷔에 나선 초보 감독 영재(임지규). 수다스럽고 산만하기 그지 없는 독립영화 감독 영재는 갑자기 여자친구 은하(서영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영재는 실어증에 걸린 남자가 쌍둥이 자매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장편영화로 충무로 데뷔를 준비 중이지만, 시나리오는 잘 써지지 않고 투자는 불투명하다. 영재의 임무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일본 스타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주인공처럼 영재 역시 거짓말처럼 실어증에 걸린다. 복화술에 재능이 있는 혁권(박혁권)은 영재의 단편에 출연한 데 이어 장편 주인공도 차지하고 싶다. 하지만 그를 캐스팅하면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기무라 레이 소속사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권은 실어증에 걸린 영재의 입을 빌려 복화술로 자신의 뜻을 전해 일을 꼬이게 만든다.

<은하해방전선>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연애에 관한 성장영화다. 우디 앨런의 영화처럼 말이 많지만, 그보다는 훨씬 산만하고 정신없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황당한 유머와 장난이 출몰한다. 젊은 독립영화 감독다운 발랄함과 쾌활함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영재의 대사처럼 영화는 산만하게 진행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두 가지 축은 흐트러짐이 없다. 데뷔 영화를 준비하는 초보 감독의 좌충우돌 소동과 서툰 연애 속에서 성장하는 젊은이의 시행착오가 진지한 듯 코믹하게 이어진다. 실어증에 걸린 영재 대신 혁권은 영재가 만든 단편의 주제가 ‘소통’으로 시작해서 ‘소통’으로 끝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은하해방전선>은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소통이란 단어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복화술로 말하는 혁권, 실어증에 걸려 목소리 대신 악기 소리를 내는 영재, 영재와 은하의 정신 없는 말싸움 등 감독은 ‘소통’으로 놀이를 한다. <은하해방전선>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소통을 유희의 수단으로 삼는 부분이다. 하지만 산만한 장난은 유희에서 끝날 뿐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영화 만들기와 연애라는 두 가지 축에서 벗어난 수다와 장난은 영화의 핵심으로 융합되지 못하고 산발적인 유희로 남는 데 그친다. 장난스럽고 산만한 것이 <은하해방전선>의 매력이자 핵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장점마저도 영화의 핵심이 꽉 채워져 있지 않는 듯한 공허함은 쉽게 지우지 못한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히트맨> - 살인 게임, 영화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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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머리를 깎고 바코드를 새겨 넣었다. 이름 대신 ‘No.47’(티모시 올리펀트)이란 번호를 부여 받고 자란 그의 직업은 전문 킬러. 전세계에 뻗어 있는 인터폴의 치밀한 추적망도 소용없는, 전설적인 킬러 No.47은 고객의 의뢰에 따라 러시아로 건너간다. 그의 이번 목표물은 러시아 대통령 벨리코프.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군중 속에 있는 벨리코프 대통령을 완벽하게 저격했지만 목격자가 생긴 것. 목격자 니카(올가 쿠릴렌코)를 추격하던 No.47은 자신이 죽인 벨리코프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과 함께 킬러로 자란 동료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No.47은 순식간에 동료들에게, 인터폴에게, 러시아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히트맨 Hitman>은 2000년 등장해 지금껏 전세계 1천 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 킬러 ‘에이전트 47’을 내세워 냉철한 캐릭터 묘사와 반사회적인 성향, 강도 높은 폭력 묘사로 인기를 끈 게임이 영화로 옮아와 폭력과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액션영화로 태어난 것이다. 실제 게임 매니아인 자비에르 젠스 감독은 살인이 가득한 게임의 폭력적인 성향과 러시아 정부와 미국 CIA, 인터폴을 아우르는 음모론을 적절히 섞어낸다. <히트맨>의 가장 큰 매력은 쉼 없이 몰아치는 액션연기. No.47은 총과 칼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동시에 맨손 무술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암살의 갖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극적 긴장감과 No.47의 강도 높은 액션 신들이 영화의 재미를 북돋운다. <히트맨>의 또 다른 재미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러시아의 낯선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영화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터키 이스탄불, 불가리아의 이국적인 풍경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신들이 영화 속에 가득하다.

영화 <히트맨>과 게임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단연 No.47에 대한 묘사.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으로 그려진 게임과 달리 영화 속 No.47은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벨리코프의 정부이자 사건의 목격자로 지목된 여인 니카에게 No.47은 종종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킬러에게 인간적 면모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캐릭터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한다. 하지만 <히트맨> 속 No.47의 감정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니카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급작스럽고 별 연관 고리가 없으며, 이는 No.47을 바라보는 니카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킬러와 목격자로 만나 사랑이 싹터가는 과정이 액션과 함께 영화의 가장 큰 축을 세우고 있지만 인물의 심리 묘사에 관객이 자연스레 감정 이입을 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킬러 No.47을 연기하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이는 <다이하드 4.0 Die Hard 4.0>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싸우는 테러리스트, 토마스 가브리엘을 연기한 배우 티모시 올리펀트. 액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티모시 올리펀트는 첫 주연작 <히트맨>에서 충분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는 니카를 연기한 신예 올가 쿠릴렌코도 마찬가지다.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Paris, Je T’Aime>에서 엘리야 우드에게 실연을 당하는 뱀파이어 여인을 연기한 올가 쿠릴렌코는 니카를 매력적인 여인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우리에게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 속 젠틀맨 ‘이안’으로 알려진 더그레이 스콧은 No.47을 쫓는 인터폴을 연기한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어거스트 러쉬> - 음악은 사랑을 싣고

11년 전 뉴욕, 기타리스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받는 첼리스트 라일라(케리 러셀)은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밤을 보낸다. 하지만 라일라 아버지의 반대로 이들은 헤어지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라일라는 아이를 출산하지만 라일라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사건 이후 루이스와 라일라는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고, 기타와 첼로를 손에서 놓는다. 그로부터 11년 후, 루이스와 라일라의 아이인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은 부모의 재능을 물려받아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로 성장한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에반은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무작정 뉴욕 행을 감행한다.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 모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음악 드라마. <나의 왼발 My Left Foot>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Father>의 짐 셰리단 감독의 딸인 키어스틴 셰리단이 연출을 맡은 <어거스트 러쉬>는 서로의 존재도 알지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이어진 세 명의 캐릭터, 루이스와 라일라, 에반의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 나간다. 영화의 제목인 '어거스트 러쉬' 는 극 중 맥스웰이 붙혀준 에반의 예명이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의 프레디 하이모어,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과 헨리 8세로 분한 드라마 [튜터스 The Tutors]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미션 임파서블 3 Mission Impossible 3>의 케리 러셀 등 세 명의 주요 캐스트의 연기는 수준급이다. 특히 음악 신동 에반 역할의 프레디 하이모어는 멜로디와 반주, 퍼쿠션까지 기타 한 대로 연주하는 핑거스타일 연주법을 극 중 완벽하게 재현한다. 또한 테렌스 하워드, 로빈 윌리암스 등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중견 배우들과 더불어 드라마 <왕과 나>의 구혜선이 3초 정도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는 것을 보는 것은 이채로운 경험이다.(<어거스트 러쉬>는 CJ엔터테인먼트(주)가 제작에 부분 투자했다)

배우들의 호연과는 달리 영화 자체는 밋밋하다. <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과 <후크 The Hook>의 닉 캐슬이 쓴 <어거스트 러쉬>의 시나리오는 우연과 비약으로 일관하는 안이한 시나리오다. 영화는 극 마지막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세 모자의 감격스러운 상봉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감히 말하건데, <어거스트 러쉬>는 2007년 개봉된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나이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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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마이클 클레이튼> - 인간적 영웅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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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은 뉴욕 최고의 법률회사에서 15년간 일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변호사는 아니다. 그는 회사가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명 ‘해결사’다. 동료들에게 때로 ‘기적을 만드는 사나이’라 불릴 만큼 문제 해결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마이클의 일상은 처치 곤란한 일 투성이. 알코올에 빠져 사는 동생과 함께 식당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몽땅 날려 일주일 안에 8만 불이란 어마어마한 빚을 갚아야 하는 데다 최근엔 동료 변호사 아서(톰 윌킨슨)가 변호 도중 옷을 홀딱 벗고 난동을 부려 그 뒤치다꺼리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아서의 난동엔 이유가 있었다. 다국적 거대 기업 ‘U/노스’를 변호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아서는 U/노스에 환경과 관련한 치명적 결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불의를 변호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아서. 그가 어느 날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자 마이클 클레이튼은 여기에 알 수 없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법률회사와 거대 기업의 연관고리를 들여다보고, 다국적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은 <본 The Bourne> 시리즈를 통해 ‘제이슨 본’을 만들어낸 각본가 토니 길로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그리고 <본> 시리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마이클 클레이튼>은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린 ‘인간’의 내면 풍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시리즈 가운데 두 편인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와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은 슈퍼히어로나 만화 속 영웅과 다르다. 그의 내면에는 선량한 본과 과거의 암살자 본이 공존한다”는 말로 제이슨 본의 매력을 설명했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마이클 클레이튼 역시 제이슨 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결사’ 마이클 클레이튼은 U/노스의 음모를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회사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할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의만 올곧게 외치는 영웅이 아닌, 생활에 찌든 마이클 클레이튼이 마지막 양심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은 그래서 여느 슈퍼히어로보다 더 큰 감흥을 전한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영웅은 물론 악인에게도 인간적인 품새를 새기는 걸 잊지 않는다. 그는 U/노스의 법무팀장으로 아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여인 카렌 크로더(틸다 스윈튼)를 악인으로 묘사하지만 그 뒤에 놓인 그녀의 인간적 고뇌 역시 놓치지 않는다. 성공한 여인으로서의 당당함보다 홀로 있을 때 불안에 떨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약한 모습을 묘사하는 데 영화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마이클 클레이튼>이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 앞에 선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가 풍성한 인간 내면을 담아낼 수 있었던 덴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몫이 가장 컸다. 조지 클루니는 삶의 피로를 가득 안고 사는 남자, 마이클 클레이튼의 미묘한 감정연기를 훌륭히 소화하고, 틸다 스윈튼 역시 “처음부터 카렌 크로더는 틸다 스윈튼”이라 생각했다는 토니 길로이 감독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킨다. 중견 배우 톰 윌킨슨, 처음 <마이클 클레이튼>의 시나리오를 보고 연출 욕심을 낸 시드니 폴락 역시 빛나는 조연으로서 영화를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탓에 영화의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은 덜한 편이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스릴러의 장르적 긴장감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영화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U/노스의 음모가 밝혀지고, 아서가 죽음을 맞는 것은 물론 마이클 클레이튼이 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 모두에 긴장과 박진감은 찾아볼 수 없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열한번째 엄마> - 불행한 사람들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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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걸핏하면 외박하고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주기적으로 엄마랍시고 새 여자를 데리고 오는 아빠(류승룡)와 함께 불행하게 사는 재수(김영찬). 어느날 아빠는 또 한 여자(김혜수)를 데리고 와서 엄마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녀는 재수의 열한 번째 엄마가 된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재수가 해놓은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 같은 존재.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어느날 긴 외박에서 돌아온 아빠가 재수를 사정없이 패는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그 후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달리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열한번 째 엄마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라 믿는 재수와 달리 몸이 아픈 여자는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열한번째 엄마>는 200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동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엄마를 열한 번이나 갈아치우는 불행한 삶을 사는 소년 재수와 사랑할 줄도 사랑받을 줄도 몰랐던 한 여자 사이에 생겨나는 교감을 잔잔하게 펼쳐놓으며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먹고 자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며 재수가 숨겨놓은 식권을 훔쳐내 순대와 떡볶이를 사다 먹는 철딱서니 없는 여자와 동사무소에서 주는 지원금을 모아 김밥을 사다먹을 만큼 억척스런 재수 사이에서 펼쳐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진행시킨다. <열한번째 엄마>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척박한 삶을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그려내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열한번째 엄마>는 꼼꼼한 디테일 묘사에 비해 이야기의 연결은 논리적이지 못한 편이다.

<서프라이즈>와 <거칠마루>를 연출한 김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열한번째 엄마>는 톱스타 김혜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혜수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한 여자 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걸핏하면 아들을 두들겨 패는 나쁜 아빠 역의 류승룡도 강렬한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옆집 백수 총각 백중을 연기한 황정민은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억척엄마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중견배우 김지영은 맛깔나는 연기로 영화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안경> - 사건보단 사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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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남쪽 바닷가에 자리한 조그마한 마을. 쪽빛 바다가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그곳에 어느 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인,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가 찾아온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온 타에코. 그녀는 그곳에서 유지(미츠이시 켄)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머문다. ‘사건, 사고’라는 단어는 생각할 수 없이 조용한 마을이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독특하다. 매년 봄마다 그곳을 찾아와 바닷가에서 빙수 장사를 하는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귀여운 사내애들을 유독 좋아하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 하루 종일 하릴없이 바닷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유지는 별 특징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과 견준다면 이들의 ‘슬로우 라이프’는 확실히 특이하다. 타에코는 이곳에서 그저 먹고, 자고, 길을 걷고, 간혹 뜨개질을 하며 이들과 하나가 되어간다.

<안경 Megane>은 지난 여름 국내에서 개봉해 관객의 사랑을 얻은 영화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을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 영화. 핀란드 극북의 풍광을 담아낸 <카모메 식당>과 달리 <안경>은 햇살 따스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안경>과 <카모메 식당>은 닮은 구석이 많다. <카모메 식당>이 핀란드로 여행 온 두 명의 일본 여성과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인이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안경> 역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이와 그곳을 찾아온 낯선 이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낯선 이들이 만난다고 해서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같이 모여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본다. 영화 속 타에코가 근처에 관광지나 볼거리가 없냐고 묻자 마을 사람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곳은 볼거리보단 "사색하기 좋은 곳"이란 대답을 하는 것처럼 영화는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사색하게 좋게’ 담아낸다. 사건보다 그저 풍경을 비추는 쪽을, 대사보다 침묵을 선택한 것이다.

별다른 사건도, 특별한 대사도 없지만 <안경>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이곳에 왔다는 타에코의 조용한 여행에 관객 역시 동참할 수 있는 까닭이다.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은 세상의 어지러운 흐름을 잊고 한적한 사색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덧붙여 밥과 빙수를 나눠 먹으며 바닷가에 모여 함께 체조를 하며 웃는 이들의 얼굴을 보다 보면 훈훈한 인간미마저 전해진다. 사건 대신 사색을 선택해 이야기를 꾸리는 <안경>을 풍요롭게 한 건 역시 배우들의 힘. <요시노 이발관 Yoshino’s Barber Shop> <카모메 식당>을 비롯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전작 네 편에 얼굴을 비친 모타이 마사코, <카모메 식당>의 식당 주인에서 민박집 손님이 된 고바야시 사토미의 안정적인 연기에 더해 미츠이시 켄,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등의 조연들이 연기가 반짝인다. 영화 내내 감상할 수 있는 한적한 시골 바다풍경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스쿨아웃> - 파리냐 베니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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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고등학교 3학년생 하이메(알베르토 아마릴라)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다. 고향인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전학을 와 언어 문제로 늘 조용하게 지내기 때문. 하이메는 투명인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교실을 묵묵히 지키지만, 같은 반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졸업여행지 선정에 여념이 없다. 졸업여행지 후보는 프랑스 유학생 이사벨(카타리나 발렌슈타인)이 추천한 파리와 사고뭉치 곤잘로(곤잘로 네토)가 언급한 스페인 휴양도시 베니돔. 여행지를 놓고 반 학생들이 둘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선포한다. 파리와 베니돔 사이에서 고민하던 하이메는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반 아이들에 의해 순식간에 졸업 여행의 핵심인물로 떠오른다.

<스쿨아웃 Fin de curso>은 졸업여행지 선정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포르투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섹스코미디다. 하지만 영화는 포르투갈 학생이 아닌 스페인 전학생 하이메를 중심으로, 파리와 베니돔으로 나뉜 학생들의 모습을 균형 있게 그려 나간다. 파리를 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클럽에서 술값으로 수십 유로를 써도 지장이 없는 중산층이며, 베니돔을 선호하는 이들은 학교 화단에 마리화나를 키워 돈을 벌 궁리를 하는 하층민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졸업 여행지가 둘로 나뉘었지만, 이들 모두 청소년 시절의 뜨거운 혈기와 성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파리를 지지하는 여학생 마르타(아이다 폴치)와 곤잘로의 일행인 노아(요하나 코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하이메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토사물을 내뱉고, 다람쥐가 정액을 핥는 등 강도 센 화장실 유머가 빈번히 등장하지만 <스쿨아웃>은 영화의 초반부 복선으로 깔아 두었던 각각의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코믹한 상황을 이어나간다. 특히 하이메가 장의사 아들이라는 점은 친구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이유도 되지만, 여행지 선정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부분으로 작용된다는 점은 인상깊다. 스페인의 젊은 감독 미구엘 마티는 화면 분할, 콜라주 기법 등을 사용해 사춘기를 통과하는 포르투갈 학생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놓는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차밍스쿨 & 볼룸댄스> - 리듬 속에 상처를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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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제빵사 프랭크(로버트 칼라일)는 운전 도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져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신을 스티브(존 굿맨)라고 소개한 그는 첫사랑 리사를 만나러 가던 도중 사고를 당했고, 40년 전의 약속이지만 꼭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프랭크는 죽어가는 스티브를 바라보며 리사를 대신 만나주겠다고 전하고 약속 장소를 건네 받는다. 스티브와 리사가 만나려 했던 곳은 그들이 유년 시절에 사랑을 키웠던 댄스학원 ‘마릴린 호치키스의 볼룸댄싱 앤 참스쿨’. 하지만 프랭크는 그곳에서 리사를 찾는데 실패하고, 원장 마리안(메리 스틴버겐)의 기세에 눌려 오히려 수강생이 되어버린다. 매주 목요일, 댄스교습을 받기로 한 프랭크는 미모의 여인 메레디스(마리사 토메이)를 만나면서 볼룸댄스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 Marilyn Hotchkiss Ballroom Dancing & Charm School>는 영화제목만 보면 댄스영화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프랭크가 자살한 아내를 잊어가는 과정을 그린 극복기에 가깝다. 영화의 주 무대인 댄스학원에는 현란한 춤사위가 펼쳐지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마다 만남을 갖는 댄스학원 수강생들은 느린 호흡의 왈츠와 차차차를 춰가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프랭크 역시 마찬가지다. 미망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죽은 아내들의 클럽’에서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던 프랭크는 댄스학원에 다니면서 옷장에 보관돼 있던 아내의 옷을 치우고, 유골을 강가에 버리기 시작한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선 일정한 규칙을 숙지해야 하고, 아내를 잊기 위해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볼룸댄스 수강생인 메레디스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는 유년기 스티브와 리사의 풋풋한 첫사랑이 중간중간에 삽입되며 활기를 되찾는다. 어머니의 손에 반강제적으로 끌려와 춤을 추게 된 스티브는 리사를 만나면서 조금씩 사랑에 눈을 떠간다. 리사에게 춤을 권하는 어린 스티브의 모습과 메레디스에게 춤을 권하는 프랭크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은 <차밍스쿨 & 볼룸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는 배우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급차에서 펼쳐지는 로버트 칼라일과 존 굿맨의 연기대결도 볼만하지만,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의 메리 스틴버겐 역시 어머니의 명성을 벗어 던지고 자신만의 볼룸댄스 학원을 만들어가는 원장 마리안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메모리즈> - 세 명의 감독, 세 나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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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메모리즈 Memories>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사전제작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만들어진 옴니버스영화다. 독일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 이론가인 하룬 파로키, <반다의 방 No Quarto Da Vanda>으로 2000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포르투갈 출신 감독 페드로 코스타, <살아있는 세계 Le Monde vivant> <사인 Les Signes>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유진 그린 등 세 명의 시네아스트가 모여 만든 이번 프로젝트는 ‘기억’이라는 공통된 소재만 유지한 채 서로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선, 하룬 파로키 감독의 <베스터보르크 수용소 Respite>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대인 수용소 베스터보르크의 모습을 담은 무성 영화다. 베스터보르크의 수감자인 브레스라우어가 촬영한 필름을 바탕으로 제작된 <베스터보르크 수용소>는 일반적인 유대인 소재의 영화와 다르게 행복한 수감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재소자들은 수용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뿐, 축구를 하고, 춤을 배우고, 신문을 읽고 있다. 하룬 파로키 감독은 이 영상들이 베스터보르크 사령관인 겜메커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임을 강조하고 수감자들의 얼굴 이면에 드려진 씁쓸한 미소를 포착해 나간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토끼 사냥꾼들 The Rabbit Hunters>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판자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외층을 주인공으로 한다. 직장을 잃은 후 아내에게 버림받은 이 사람들은 숲 속을 누비며 토끼든, 비둘기든 간에 가리지 않고 사냥하며 끼니를 해결한다. 파스텔톤의 리스본 시내와 무채색의 판자촌 사람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토끼 사냥꾼들>은 <뼈 Ossos> <행진하는 청춘 Juventude Em Marcha> 등 힘없고 쓸쓸한 사람들에 주목하는 페드로 코스타 감독 작품의 연장선을 이어간다.

유진 그린 감독은 이메일로 사랑을 싹 틔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편지 Correspondences>를 내놓았다. 열일곱 살의 청년 브리질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블랑쉬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브리질과 블랑쉬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해 차츰 알아가지만, 이들의 만남은 철저히 온라인에 한정돼 있다. 브리질은 첫 인상만으로 블랑쉬를 사랑하게 되며, 블랑쉬는 자신을 사랑했던 한 남자의 자살을 잊지 못하고 브리질을 밀어낸다. 나레이션으로 처리되는 두 남녀의 편지 내용이 영화의 주를 이루고 있어 자칫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지만, 기억이 사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따져본다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강을 건너는 사람들> - 한국과 일본, 희망의 미래를 실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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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여전히 숙제투성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해묵은 갈등은 진한 앙금이 되어 남아있고 화해와 증오는 정리되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역사의 무게를 딛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자고 이야기한다. 김덕철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를 그리기 위해 일본 가와사키에서 2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중 한국인 2명, 일본인 2명을 선택해 7년간 동행했다. 분단 후 남북정상회담이 처음 열린 2000년 6월부터 경의선 시운전이 행해졌던 2007년 5월 17일까지 촬영한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일본의 도쿄와 가와사키를 가로지르는 타마강에서 시작해 분단의 상징인 한국의 임진강으로 끝난다. 김덕철 감독은 일제강점기 국책 군수공장이 집결된 지역으로 많은 조선 젊은이들이 강제 동원됐던 가와사키를 영화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한국인과 일본인, 조선인과 세계 각지의 외국인이 공존하며 다른 지역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앞서 행동하고 생각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김덕철 감독이 네 명의 주인공을 선정했던 기준은 ‘한일 관계를 몸으로 겪은 사람, 두 나라 관계의 변화를 갈망하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일본군수공장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건 파업에 참여했던 김경석 옹은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유가족 회장 등을 지내며 한국과 일본간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일본인 고교생 다카키 쿠미코는 2000년 여름 자매도시 부천을 방문한 후 처음으로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를 알게 되고 이후 부천의 학생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우정을 쌓는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화해를 꿈꾸는 다카키 쿠미코의 의지는 반전운동으로 이어진다. 한때 재일한국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살까지 시도했던 송부자 씨는 일본에서 1인극을 계속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고려박물관 건립에 앞장서며 화해의 새 시대를 꿈꾼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존경하는 세키타 히로오 목사는 일본 내 재외국인들의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일한국인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바자회를 열거나 김경석 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 하나 하나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보다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노력한다. 2시간 2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에게 호소하는 가장 큰 힘은 변화의 사실성을 그대로 담아낸 7년의 시간이다.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야스쿠니 신사에 묻힌 한국인의 유해를 고국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김경석 옹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하고, 고려박물관 건립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송부자 씨는 마침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병렬 구성으로 네 명의 인물을 좇는 김덕철 감독은 내레이션이나 설명적인 자막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객관적인 위치에서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인물들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압축의 수위를 낮췄기 때문에 극적인 느낌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건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감독이 담고자 하는 진심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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