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마지막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2. 26. 08:26
칼라스 포에버
기본정보
감독 프란코 제피렐리
출연 화니 아르당, 제레미 아이언스
네티즌평점
5점

9.50 (참여:12명)

전문가평점
5점

6.33 (참여:3명)

기타정보
아메리칸 갱스터
기본정보
  • 범죄
  • 156분
  • 개봉 2007.12.27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덴젤 워싱톤, 러셀 크로우
네티즌평점
5점

8.53 (참여:159명)

전문가평점
5점

7.25 (참여:4명)

기타정보
가면
기본정보
감독 양윤호
출연 김강우, 김민선, 이수경
네티즌평점
5점

8.32 (참여:63명)

전문가평점
5점

3.00 (참여:1명)

기타정보
더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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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 포에버> - 천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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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리아 칼라스(파니 아르당).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결별 이후 그녀는 무대 위에서의 모든 영광을 뒤로 한 채 고독한 은둔자의 길을 택한다. 이런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칼라스의 오랜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 켈리(제레미 아이언스). 그는 칼라스의 예술성과 천재성을 다시 세상에 되돌리기 위해 오페라 영화 <카르멘>을 함께 만들자고 그녀에게 제안한다. 다시 노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칼라스는 단호히 이 제의를 거절하지만, 자신 안에서 노래에 대한 전율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것을 깨닫는다.

<칼라스 포에버 Callas Forever>의 주인공은 20세기 최고의 디바로 손꼽히는 마리아 칼라스다. 192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마리아 칼라스는 그리스에서의 음악 교육을 마친 후 1945년 미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하면서부터 '세기의 소프라노'라는 명성을 손에 얻은 전설과도 같은 인물. 하지만 칼라스의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삶과는 달리 그녀의 실제 삶은 불행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칼라스의 '세기의 연인'으로 일컬어지는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칼라스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를 음악 인생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은퇴와 재기의 반복, 오나시스의 배신 등을 경험하며 마리아 칼라스는 1977년 9월 16일 쓸쓸하게 삶을 마무리한다.

<칼라스 포에버>는 마리아 칼라스가 삶을 마감할 즈음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일련의 사건들을 가상으로 꾸민 픽션 영화. 하지만 영화의 감독이 프랑코 제피렐리라면 조금 말은 달라진다. 우리에게는 <끝없는 사랑 Endless Love> <햄릿 Hamlet>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코 제피렐리는 <이탈리아의 터키인 Il Turco in Italia> 등 마리아 칼라스가 출연한 오페라를 직접 연출한 것을 계기로 그녀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를 유지했던 사람이다. 그 결과 프랑코 제피렐리는 자신의 칼라스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느낌을 영화에 불어넣고 있으며, 칼라스의 사생활이 아닌 예술가 칼라스에 초점을 맞췄다.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오델로 Otello> <토스카니니 Il Giovane Toscanini> 등 오페라 영화에서 일갈한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의 <칼라스 포에버>는 마리아 칼라스의 주옥 같은 음성에 오페라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영상을 더한 음악 영화. 108분 남짓한 러닝 타임 내내 <카르멘>의 '하바네라', <나비부인 >의 '어떤 개인 날',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마리아 칼라스의 대표곡들이 들려진다. 하지만 <칼라스 포에버>는 극보다는 음악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 탓에, 극 전개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견 배우 화니 아르당이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았다.

<일루미나타> -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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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배경은 20세기 초. 투치오(존 터투로)는 자신이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를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무명의 극작가다. 그러나 극장주는 투치오의 작품을 좀처럼 무대에 올려주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상연 중이던 연극 <루스티카나>의 주인공이 공연 도중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자, 투치오가 무대에 뛰어올라 자신의 극 <일루미나타>의 상연을 예고한다. 이어 <일루미나타>가 무대에 올려지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영향력이 큰 평론가 베발라콰(크리스토퍼 월켄)는 가혹한 혹평을 던졌고, 극장주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선언한다. 극장의 주연 여배우이자 투치오의 아내인 레이첼(캐서린 보로위츠)도 작품의 빈 곳을 지적하며 투치오를 몰아세운다.

<일루미나타 Illuminata>는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예술가의 고뇌를 담은 영화다. 훌륭한 작품을 썼다고 해도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하면 무대에 올릴 수 없는 극작가의 고통을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꼭두각시 춤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이런 영화의 메시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 타자에 휘둘리며 괴로워하는 극작가의 모습은 실에 매달려 조종자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보여진다. 배우이자 감독인 존 터투로는 메시지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전달하려 애쓴다.

존 터투로는 20세기 초라는 시대적 배경을 앞세워, 당대에 나타난 다양한 연극 무대의 실험을 접목시켜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에서 상연된 연극 <루스티카나>와 <인형의 집>은 실제로 20세기 초에 공연된 연극들이다.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 섬의 어느 촌락을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연애 비극이며,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은 1897년 초연되어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이다. <루스티카나>와 <인형의 집> 같은 사실주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 투치오는 상징주의에 기초한 연극 <일루미나타>를 발표,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이 같은 대비를 통해 존 터투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의 고뇌를 담아낸다.

<일루미나타>의 또다른 볼거리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 영화는 배우들이 연극을 연습하는 모습, 분장하는 모습, 연극 공연 중의 배우들의 모습, 공연 중 무대 뒤의 풍경 등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작품이 쓰여져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는지가 한눈에 보여지는 것이다. 연극과 영화,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출은 시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전달해내는데 한몫을 해낸다. 심오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로 변주해내는 연출력을 인정받아 <일루미나타>는 1998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아메리칸 갱스터> - 이 남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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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1968년 뉴욕 암흑가의 두목 범피(클라렌스 윌리암스 3세)가 급사하자, 그의 오른팔이던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은 그의 자리를 대신해 할렘 가를 장악한다. 프랭크는 베트남 전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마약 밀수를 시작한다. 그가 마약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방법은 대담하게도 미국 군용기를 이용하는 것. 그 결과 그는 고순도의 마약 ‘블루 매직’을 싼 가격으로 판매, 무려 2억5천만 달러의 부와 명예를 쌓기에 이른다. 한편 뉴 저지의 형사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는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해 결성된 특별 수사반을 맡고, 베일에 쌓인 암흑가의 두목 프랭크의 존재에 더 다가서기에 이른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글래디에이터 The Gladiator>의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는 1970년대 뉴욕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실존인물 프랭크 루카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68년 뉴욕 할렘에서 루카스가 1인자로 성장하고, 다량의 마약을 미국으로 반입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결국 리치가 이끄는 마약 특별 수사반에 덜미가 잡혀 모든 것을 잃고 마는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훑는다. 영화의 제목인 ‘아메리칸 갱스터’는 직접적으로는 마약왕 프랭크 루카스를 일컫는 말이지만, 리들리 스콧은 그들의 마약 사업을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경찰들의 부패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프랭크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선사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아메리칸 갱스터>는 과거 뉴욕의 모습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뉴욕의 브롱스와 브룩클린, 할렘 등 무려 152곳의 야외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열의를 발휘했으며, 프랭크의 존재가 비로소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알리와 프레이저의 권투 경기를 완벽에 가깝게 재연해내는 완벽주의를 보여준다. 영화의 완벽한 외형에 비해 내러티브는 평이하다. <한니발 Hannibal>과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의 시나리오를 썼던 스티븐 자일리언이 맡은 <아메리칸 갱스터>의 시나리오는 그저 180도 다른 쪽에 위치한 두 남자의 삶을 일대기적으로 훑기만 할 뿐, 둘 사이의 화학반응을 끌어내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메리칸 갱스터>의 두 축은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다. <글래디에이터> <어느 멋진 순간 A Good Year> 등 리들리 스콧과는 여러 번 공연한 적이 있는 러셀 크로우에 비해,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는 <아메리칸 갱스터>가 첫 만남이다.(덴젤 워싱턴은 <크림슨 타이드 The Crimson Tide>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등 리들리 스콧의 동생인 토니 스콧 감독과 인연이 깊다) <덴젤 워싱턴의 킬링 머신 Virtuosity> 이후 12년만에 스크린에서 조우한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는 ‘물만난 고기’ 처럼 자신들의 카리스마를 캐릭터에 확실하게 녹여낸다.

<신과 나눈 이야기> - 감동 없는 명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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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닐 도날드 월쉬(헨리 제니). 하지만 한 순간의 사고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다.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진 닐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고, 실업 수당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실업 수당도 바닥이 나자 그는 밀린 월세를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다. 결국 길바닥에 나앉게 된 닐.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 하는 노숙 생활 중에 지역 라디오 디제이 자리를 간신히 잡지만 이도 오래 가지 못한다. 방송국이 파산해 다시 일자리를 잃은 닐은 어느 날 ‘사는 게 왜 이 모양이냐’며 신을 원망하는 낙서를 끼적이던 도중 잠이 든다. 그리고 닐은 꿈결에 ‘그 분’의 목소리를 듣는다. 신이 닐에게 말을 건 것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 Conversations with God>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교통사고로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닐 도날드 월쉬가 어느 날 잠결에 듣게 된 신의 목소리를 옮겨 쓴 책 [신과 나눈 이야기]는 기독교 출판계를 뜨겁게 달궜다. 1995년 소규모 출판사에서 나온 [신과 나눈 이야기]는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전 세계로 번역돼 큰 인기를 끌었다(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그 때부터 닐 도날드 월쉬의 삶도 달라졌다. 그는 세계 곳곳을 돌며 신(정확하게는 기독교의 신인 ‘하나님’)과 교감한 경험을, 인생의 진리를 알리는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 역시 닐의 강연으로 시작된다.

[신과 나눈 이야기]가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 인생의 묵직한 가르침을 주는 ‘교본’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가 관객의 큰 반향을 일으킬지는 의문이다. 닐의 강연 사이사이에 그의 과거사를 쟁여둔 영화는 닐이 단 한번의 사고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전혀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한다. 게다가 부러진 닐의 목이 왜 갑자기 멀쩡한 상태로 돌아오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노숙자로 전락한 닐의 힘든 삶이 어느 날 갑자기 책 한 권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닐의 ‘화려한 복귀전’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식품으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힘든 나날을 통해 몸으로 깨닫게 된 삶의 진리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잠자다가 듣게 된 신의 몇 마디 말로 인생의 진리를 가르치려 드는 영화의 안일한 주제 의식 역시 영화를 가볍게 만들었다. 제작자로서 오랜 동안 활동한 스티븐 사이몬의 연출 데뷔작인 <신과 나눈 이야기>는 숱한 잠언을 관객 귓가에 쏟아내지만 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진정한 울림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가면> - '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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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강력반 형사 조경윤(김강우)와 박은주(김민선)은 스포츠센터에서 잇달아 발생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은 죽은 두 사람과 내연의 관계에 있었던 정미숙(오지영). 하지만 두 형사는 정미숙의 살인 동기가 모호할 뿐 아니라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수사의 방향을 고쳐 잡는다. 경윤과 은주는 피해자가 10년 전 한 부대에서 같이 군 생활을 했다는 점과 이윤서라는 이등병이 이들에게 강간당한 후 자살 기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경윤은 이 사건이 이윤서의 복수극임을 직감하고 그를 찾아 나서지만, 이윤서의 유일한 혈육인 누나 이혜서(김성령) 조차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그러던 중 이윤서를 강간했던 또 다른 가해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조경윤은 이윤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단독 수사를 감행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가면>은 연쇄살인범의 몽타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종적을 찾을 수 없는 강력반 소속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범인의 모습을 일찌감치 공개해 놓고, 범인 이윤서의 애절한 사연을 묘사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이윤서는 곱상한 외모와 여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학창시절부터 온갖 놀림을 받아 온 인물. <가면>의 연출을 맡은 양윤호 감독은 군복무 당시 고참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이윤서의 이야기를 살인 사건의 동기로 삼고,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함께 풀어 놓는다. 하지만 <가면>은 이 과정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불쾌하게 그려 놓는 우를 범하고 만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적 소수자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며, 성적 충동에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경력한 형사들의 여정이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졌다는 점은 인상깊다. 영화의 초반부, 경찰서 내부를 스테디 캠으로 훑는 장면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아슬하게 질주하는 조경윤 형사의 모습,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디졸브를 통해 그리는 장면 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서 이야기의 얼개가 탄탄한 편이며, 조경윤 형사를 짝사랑하는 파트너 박은주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돼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자극적 묘사를 제외한다면 <가면>은 영화 러닝타임 내내 범인이 누군지를 골몰하게 만드는 형사물로서 손색이 없는 편이다. <경의선> <식객>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주연을 맡은 김강우가 연쇄살인사건 수사 도중 점점 혼란에 빠지는 형사 조경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헨젤과 그레텔> - 비틀린 동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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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어릴 적 떠나간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어느 외딴 산길에서 은수(천정명)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어리둥절해하는 은수 앞에 갑자기 등불을 든 한 소녀(심은경)가 나타나 자신의 집으로 은수를 데려간다. 동화책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그 집에는 부모와 세 아이, 만복(은원재), 영희(심은경), 정순(진지희)가 살고 있다. 장난감으로 가득 찬 그림 같은 집엔 그러나 이상하게 음침한 기운이 서려 있다. 전화는 불통이고 바깥과의 왕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식탁은 갓 구운 빵과 과자들로 풍성하기만 하다. 게다가 부모는 아이들을 두려워한다. 하룻밤만 묵어갈 생각이었던 은수는 아이들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나가보지만 번번이 길을 잃고 아이들의 집으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급기야 은수는 아이들에게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임필성 감독의 <헨젤과 그레텔>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모티브를 따온 공포 판타지영화다. 동화[헨젤과 그레텔]이 가난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이 과자로 만든 집으로 아이들을 꾀는 마녀를 처치하고 부모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라면,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버려진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집을 만들어 어른들을 유인해서 행복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실패하는 이야기다. “순수했던 아이들이 순수함을 훼손당했을 때 느끼는 분노를 잔혹한 상상의 형태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임필성 감독이 연출의도를 밝힌 만큼 영화는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이 사랑을 갈구하며 드러내는 다양한 분노의 형태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는 순진무구한 동화 속 아름다운 세계와 잔혹한 현실의 세계가 뒤섞인 세상의 어두운 아름다움을 포착해내는데 치중한다.

감독이 원했던 어두운 아름다움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의 미술을 담당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류성희의 손에서 탄생된다. 동화 속 나라에서나 찾을 수 있을 듯한 아름다운 집과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희한한 장난감들은 아이들이 꿈꾸는 낙원의 모습을 담았다. 한편, 목 잘린 인형들과 빨간 눈을 치켜 뜬 토끼 같은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장난감들은 이 아름다운 집에 깃든 악몽의 세계를 담아내는 장치들. <헨젤과 그레텔>이 그리고자 하는 아름다운 악몽의 세계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서 꼴을 갖추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어른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이 잘 대해줄 때는 천사처럼 굴다가도 어른들이 떠나려 하면 잔인하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묘사하는 지점. 은원재, 심영희, 진지희 세 아역배우들은 순수함과 잔인함의 이중성을 가진 악마 같은 천사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 영화의 분위기를 살린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순수한 청년 은수 역은 <태풍태양>과 <강적>의 천정명이 맡았다. 아이들을 두려워하는 부모 역을 맡은 장영남과 김경익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고, <세븐데이즈>로 주목받은 박희순도 아름다운 집과 값비싼 장난감들을 가로채려는 잔인한 변집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더 시크릿> - 당신은 내 아내입니까, 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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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벤자민(데이비드 듀코브니)은 사랑스런 아내 한나(릴리 테일러), 고등학생 딸 사만다(올리비아 설비)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벤자민 가족의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사춘기를 보내는 사만다가 한나와 말다툼이 잦다는 것. 한나와 사만다는 모녀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한나가 목숨을 잃고 만다. 혼수상태에서 가까스로 깨어난 사만다는 딸이 아닌 아내 행세를 하려고 들어 벤자민을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아내와의 추억을 모두 알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벤자민은 한나의 영혼이 사만다의 육신으로 들어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한나는 벤자민과 평범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잠자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점점 불만이 쌓인다. 또한 한나는 사만다의 학교에 대신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학창시절과 판이하게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는다.

<더 시크릿 The Secret>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영화 <비밀 Secret>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비밀>이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딸과의 가슴 아픈 부부생활을 그려냈다면, 리메이크작 <더 시크릿>은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아내가 딸의 불안한 사춘기 시절을 이해한다는 내용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사만다의 몸에 살게 된 한나는 다시 다니기 시작한 학교생활을 통해 조금씩 딸의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사만다가 일기장에 적어 놓은 수많은 사연을 읽고, 학교에서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잔소리만 늘어놓던 자신의 모습에 점점 죄책감을 느낀다. 한나가 자신의 몸 안에 주체할 수 없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딸의 세계를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더 시크릿>의 명장면 중 하나다. 영화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한 가족이 빙의라는 사건을 통해 각자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더 시크릿>의 또 다른 축인 벤자민과 한나와의 관계는 지나치게 코믹하게 그려져 아쉬움을 남긴다. 젊은 남학생을 만나는 한나를 바라보며 벤자민이 의처증에 시달리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지 못하고 일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근친상간이라는 정서를 은연 중에 감지할 수 있었던 원작에 비해 리메이크작은 벤자민과 한나가 일정 수위의 거리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오디션을 통해 <더 시크릿>의 주연으로 발탁된 신예 올리비아 설비는 예민한 사춘기 소녀 사만다와 순수한 성격의 소유자 한나를 자유롭게 오가는 호연을 펼친다. <더 시크릿>의 연출은 <인도차이나 Indochina> <여왕 마고 Queen Margot>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벵상 페레즈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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