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3. 28. 17:16
어느날 그 길에서
기본정보
감독 황윤
출연 최태영, 최천권, 최동기
네티즌평점
5점

9.00 (참여:13명)

전문가평점
5점

8.00 (참여:3명)

기타정보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 - 마술사와 사기꾼의 설익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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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3.26

탈출 전문 마술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해리 후디니(가이 피어스)는 영혼의 존재를 입증할 심령술 실험을 제안한다. 1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언을 맞히는 사람에게 1만 달러를 주겠다고 공언한 것. 에딘버러의 소극장에서 가짜 심령술 쇼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메리 맥가비(캐서린 제타 존스)와 딸 벤지(시얼샤 로넌)는 이 소식을 듣고 후디니에게 접근한다. 어머니와 닮은 외모를 지닌 메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디니는 메리와 함께 심령술 실험을 진행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한다. 메리는 후디니와 관련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고안해내지만 끝내 정보를 찾아내지 못한다. 후디니의 매니저 슈거맨(티모시 스폴)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마침내 예정된 심령술 실험이 시작되고 후디니 앞에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프레스티지> <일루셔니스트> 등 마술을 소재로 한 일련의 영화들처럼 마술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스릴, 로맨스를 엮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마술사와 심령술사의 대결이라는 태그라인은 마술사와 사기꾼의 로맨스로 바꾸는 게 옳다. 스릴보다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는 영화이기 때문에 스펙터클이나 사건보다는 캐릭터 묘사에 많은 공을 들인다. 실존인물인 후디니는 세계 최고의 탈출 마술가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내면은 연약하고 외로운 존재로 묘사된다. 심령술 실험은 후디니가 스스로 자신을 가두었던 벽을 깨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후디니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투영하고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메리를 바라보는 순간 이 영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 결말 부분에 제시되는 뜻밖의 사건은 이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구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나의 화려한 인생>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뒤 할리우드로 진출해 <작은 아씨들> <샤롯 그레이> 등을 연출한 호주 출신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의 작품이다.










 
<댄 인 러브> - 모범적인 가족 중심형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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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3.26

지역 신문에 가정 문제 상담 칼럼을 기고하는 댄 번스(스티브 카렐)는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세 딸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상담 전문가로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 댄이지만 정작 집에서는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성격 때문에 사사건건 딸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듣는다. 큰딸 제인이 운전을 할 수 없는 것도, 카라가 남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없는 것도 모두 댄의 잔소리 때문이다. 막내 릴리는 아빠가 자신을 ‘스스로 생각할 줄도 모르는 꼬맹이’로 생각하는 게 불만이다. 릴리의 말처럼 댄은 좋은 ‘아버지’일지는 몰라도 좋은 ‘아빠’는 아닌 셈이다. 연례행사로 열리는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댄은 세 딸을 태우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는 로드 아일랜드로 향한다. 본격적인 대가족 휴가 일정이 시작되는 첫날, 댄은 잠시 들른 서점에서 매력적인 중년 여인 마리(줄리엣 비노쉬)를 만난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기약도 없이 각자의 길을 떠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떨리는 감정을 되새길 틈도 없이 댄은 동생 미치(데인 쿡)의 여자친구라며 찾아온 마리를 보고 할 말을 잃는다.

<댄 인 러브>는 <길버트 그레이프> <어바웃 어 보이> 등의 시나리오를 쓴 피터 헤지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데뷔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영화다. 소싯적 배우이기도 했던 피터 헤지스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작소설을 쓴 것으로 유명하며 데뷔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은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댄 인 러브> 역시 피터 헤지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댄 인 러브>는 피터 헤지스가 쓴 시나리오 중 가장 진부한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동생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주인공이다. 독특한 점은 그 남자가 세 딸을 둔 홀아비라는 것이다. 가족 모임 휴가에서 여자를 다시 만난다는 설정도 이색적이다. 딸의 연애를 결사반대하던 아버지가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빠져 가슴앓이를 한다는 설정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댄과 마리의 모습은 상황의 아이러니 속에서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장르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대가족 모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은 <댄 인 러브>를 여타 로맨틱코미디와 구분하는 특징이다. 대가족의 활기와 여유, 사랑이 따뜻한 공기와 함께 댄과 마리를 감쌀 때 지나치게 안일한 해피엔딩마저도 수용 가능한 결말로 변화한다. <댄 인 러브>를 모범적인 가족 중심형 로맨틱코미디라고 설명한다 해도 그리 지나친 칭찬은 아닐 것이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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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3.26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왜 혹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답은 얻을 수 있다. 황윤 감독이 연출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와 <작별>은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라 믿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1인 제작 시스템으로 2000년부터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오고 있는 황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작별>(2001)과 네 번째 장편 <어느 날 그 길에서>(2006)가 같은 날 개봉된다. <작별>로 시작해 <침묵의 숲>(2004)과 <어느 날 그 길에서>로 이어지는 ‘야생동물 3부작’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작품이 함께 개봉되는 것이다. <작별>과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생태계 정복과 경제발전을 목표로 살고 있는 인류가 야생동물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반성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7회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아커런츠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별>은 동물원의 철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야생동물들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로드킬(roadkill) 현상을 카메라에 기록한 작품이다.

<작별>의 공간적 배경은 오락과 학습의 공간으로 친숙한 동물원이다. 주인공은 태어난 지 석 달 남짓 된 새끼 호랑이 크레인이다. 선천성 백내장에다 몸도 약한 크레인은 새끼를 돌보지 않는 어미 호랑이 선아 대신 사육사 손에서 자라는 중이다. 근친교배를 통해 태어난 크레인은 세상을 본 후 단 한 번도 ‘호랑이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목에 매달린 줄이 허용하는 공간 안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감독은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눈을 통해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동물의 권리를 박탈하는 동물원의 뒷모습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감옥과도 같은 협소한 공간에 갇힌 동물들과 철창 너머로 자유롭게 다니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장면은 ‘동물원’이라는 시스템의 잔인한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카메라에 담긴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의 보전보다는 대중을 위한 오락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의 수많은 동물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관찰하는 사이 카메라는 종종 동물원 바깥으로 향한다. 부상당한 야생동물들을 구조하러 다니는 수의사 김영준 씨를 통해 발견하는 사실은 동물원은 물론 동물원 밖의 동물들이 얼마나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투박한 디지털 카메라 촬영과 어수선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황윤 감독의 진심어린 관찰은 인간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들이 밀렵보다 야생동물에게 더 위협이 된다는 건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 위에서 엄청난 수의 야생동물이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음을 고발한다. 황윤 감독은 최태영, 최천권, 최동기 세 로드킬 연구원을 따라 지리산을 둘러싼 도로를 중심으로 현장 조사에 동참한다. 세 연구원들은 차를 갓길에 세운 후 목숨을 걸고 도로에 뛰어들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확인하고 기록한 후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이들의 조사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이 도로 곳곳에서 로드킬로 죽어가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 중에는 멸종 1급, 2급에 해당하는 동물들도 수두룩하다. 88고속도로 남원 지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치료를 받고 방사된 야생 삵 ‘팔팔이’도 그 중 하나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다시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죽은 팔팔이를 세 연구원이 묻어주는 장면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일 것이다. 팔팔이의 죽음은 인간의 무지 속에서 몰살 위협을 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대변한다. 연구원들의 구체적인 조사결과는 더욱 섬뜩하다. 연구팀이 30개월 동안 지리산 인근 120km에서 발견한 로드킬은 5,769건. 이틀간 전국 고속도로 3,000km를 완주하며 확인한 로드킬은 1,000여 건. 1년간 전국 10만km 도로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단순 계산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런 추세라면 야생동물이 멸종되는 일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세 연구원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황윤 감독은 <작별>에 이어 주관적 내레이션을 배제한 채 정적이고 조용한 톤으로 야생동물의 현실을 고발한다. 아마추어적인 기술적 완성도와 산만하며 불균질적인 편집 등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르포르타주 다큐멘터리로서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맡은 바 소임을 100% 충실히 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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