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2. 27. 13:44

바보

기본정보
감독 김정권
출연 차태현, 하지원
네티즌평점
5점

8.37 (참여:126명)

<동감>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김정권 감독이 6여 년 만에 <바보>로 돌아왔다. <바보>는 강풀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해 앞서 개봉한 <아파트>와는 시작부터 다른 길을 택했다. <아파트>가 강풀의 만화에서 일부 아이템만을 빌린 반면 <바보>는 만화를 스크린에 최대한 충실하게 옮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바보 승룡이 사는 풍납동의 예스러운 거리, 바보가 좋아하는 지호의 가로등이 놓인 2층집 등 만화의 공간적 배경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까지 만화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약 6개월간 연재된 만화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영화의 러닝타임을 고려해 주인공 승룡과 지호, 그리고 승룡의 여동생 이야기로 간결하게 압축되었다.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 바보 승룡은 토스트를 만들어 팔며 아무리 힘들고 외롭고 슬퍼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동생 지인이 아무리 바보 오빠를 모른 척하고 싫어해도 승룡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의 식사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토스트 가게로 향한다.

추레한 외모로 더듬더듬 말하고 신발도 제대로 갖춰 신지 못 하고 아이들에게 놀림받는 승룡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승룡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피아니스트 지호도, 술집 지배인 상수도, 승룡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고단한 삶의 시름을 잊는다.

사실 강풀의 만화를 즐겨 봤던 이들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도 <바보>의 이야기는 예측한 대로 잔잔하고 소박하게 흘러간다. 만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하거나 세련된 영화적 기교가 있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순수한 이야기와 흐뭇한 정서를 그대로 품은 <바보>는 잠시나마 모든 이들에게 착한 마술의 놀라운 환상을 경험하게 하는 영화다.

승룡이 좋아하는 지호와 함께 눈을 맞으며 환하게 웃을 때, 승룡이 아픈 동생을 업고 눈물을 훔치며 정신없이 달릴 때, 동생 지인이 승룡을 생각하며 억눌렀던 울음을 쏟아낼 때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 순수한 원작 만화의 탄탄한 힘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된 <바보>는 잊고 지내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메마른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착한 영화다.
안영윤 기자

 
사람이 계속 나가떨어지는데도, 총알은 스크린을 가로지르고, 서슬 퍼런 일본도는 비정하게 사람을 벤다. 둔탁한 각목은 무참히 사람의 입을 관통하고, 폭탄은 일말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은 채 그대로 폭발해 버린다. ‘액션’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되는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만났으니, 이 정도 액션은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이연걸과 제이슨 스타뎀, 두 사람의 충돌은 단연 강력한 파장을 일으키며 엄청난 잔향을 남긴다. 바로 쾌감이다. 전설적 킬러 로그에 의해 자신의 동료 셋을 잃은 크로포드는 그와의 대결을 고대한다. 하지만 정체를 숨긴 로그는 크로포드의 동료인 톰마저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에미넴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스크린으로 끌어들여 왔다.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는 화려한 영상과 박력 있는 편집, 속도로 밀어붙이는 과감한 이야기 전개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두 배우의 묵직한 동작으로 마치 스크린에 자국을 남기듯 하는 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두 사람이 대결하는 지점이 영화가 시작된 지 50분이 지나서고, 마지막 10여분을 남겨놓고 처음으로 격렬히 부닥치기는 하지만, 그 10분이 짧지는 않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잔뜩 긴장감을 형성해 놓은 채 한꺼번에 몰아서 폭발시키는 파괴력으로 스크린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지용진 기자
기본정보
감독 필립 G. 아트웰
출연 이연걸, 제이슨 스타뎀
네티즌평점
5점

7.27 (참여:390명)

전문가평점
5점

3.50 (참여:2명)

밤과 낮
기본정보
감독 홍상수
출연 김영호, 황수정, 박은혜
네티즌평점
5점

10.00 (참여:1명)

전문가평점
5점

7.50 (참여:2명)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매력 있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줘서 그렇다. 꾸미고 다듬느라 애쓴 흔적이 별로 없다. 전하는 방식도 세련된 것과는 거리를 둔다. 그래서 보석보다는 원석을 보는 느낌일 때가 많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기초로, 그 관계의 원시성을 드러내는 솜씨가 빼어나다. 거창하지 않은 스토리, 그러니까 별것도 아닌 데서 끄집어낸 에피소드의 전개가 무척 흥미롭다. 중추신경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편이다. 약간의 섹슈얼리티, 약간의 마초증후군, 약간의 변태적 코드, 약간의 코미디 감각, 그리고 약간의 지적 유희들….

홍상수 감독이 버무려내는 드라마는 이러한 요소들이 즉흥적으로 배치돼 있지만 그 짜임새가 탄탄하다.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인물을 보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다. 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밤과 낮> 역시, 감독의 전작들이 그래왔듯, 너무도 현실적인 설정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다고 여길 만큼의 스토리다. 구조는 빤하다. 한 남자가 우연한 상황에서 여자들을 만난다. 시답잖게 감정을 섞고 낯 뜨거울 만큼 본심을 드러낸다. 그 때문에 흥분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게 다다.

<생활의 발견> 때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때나 <극장전> 때나 <해변의 여인> 때도 근본적으로는 그랬다. ‘관계들’의 수축과 이완이 사실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캐릭터들이 놓인 처지와,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 높낮이를 잘도 그졌슈? 유머러스한 해프닝에도 깊이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특히 여자들끼리의 알력 관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때문에 유치하다 싶으면서도 그게 바로 현실적인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렇게 늘어놓은 홍상수 감독 작품의 특질들은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본질적으로는 똑같네’ 하게 만드는 작품 내력이 있어서다. 그 결정력은 남자 캐릭터들이 전담해 왔다. 김상경 김태우 유지태 김승우 그리고 이 작품의 김영호까지, 이 불완전한 결점투성이들은 선천적으로 이란성 쌍둥이들처럼 보인다. 여자 캐릭터들은 그 앞에서 죄다 적나라해진다. 문제는 그러한 ‘일관성’이 너무도 흥미롭다는 데 있다.
송지환 기자

람보 4: 라스트 블러드
기본정보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네티즌평점
5점

7.86 (참여:296명)

전문가평점
5점

4.67 (참여:3명)

2년 전, <록키 발보아>로 록키의 인생을 멋지게 정리한 실베스터 스탤론은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이하 <람보 4>)를 통해 그가 창조한 두 번째 캐릭터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이를 위해 새 시리즈에선 최초에 선보였던 람보의 정체성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람보의 캐릭터는 복잡 미묘하다. 전쟁의 상처를 깊이 가졌기에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피에 대한 욕망도 끓고 있다. 인간병기로 단련돼 전쟁영웅이 됐지만 사회는 그를 격리시키려고만 했다. 그래서 람보는 평범한 세상의 일원으로 어울려 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 채 전쟁터를 방황하고 있다.

스탤론은 람보를 구원하는 방법으로 또 한 번의 피바람을 선택했다. 그의 마지막 싸움은 전편의 어떤 장면보다도 치열하게 묘사된다. 피가 난자하는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처절하게 겪고 난 뒤에야 람보는 비로소 전쟁터를 벗어난다.

이렇듯 <람보 4>는 의미 찾기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이 한 편의 영화를 놓고 봤을 땐 부실한 내러티브와 단순하고 정형화된 캐릭터로 인해 혹평을 면하기 힘들다. 단지 쉼 없이 터지는 액션만을 두고 보기엔 지난 세월 동안 람보의 인생이 너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 <록키 발보아>와 같은 멋진 마무리가 아쉽다.
정지원 기자

터질거야
 
불같은 성격 때문에 아내와 이혼한 토니는 모처럼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해리 포터>가 매진되자 등 떠밀리듯 <살인자>라는 예술영화를 본 것이 화근.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그는 급기야 극장에 환불을 요구한다.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를 직설화법으로 풀어낸 영화 <터질거야>는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작품이다. 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재밌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투쟁도 불사하는 열혈 관객의 충돌이 웃음을 유발한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보여준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가 우회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노골적이다.


심지어 토니는 볼터에게 “내가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감독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단 며칠 만에 쓴 토니의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가 평단의 열광을 받는 대목에서는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가 극점에 달한다.

실제로 도그마 형식의 영화를 계획하다 무산된 경험이 있는 감독은 영화에 대한 반성을 캐릭터에 이입시키며 자신의 영화 세계를 조명한다. <터질거야>는 상황과 캐릭터만으로도 웃음을 촉발시킨다. 그러나 덴마크의 웃음에 대한 정서와 코드가 우리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는 미지수다.
지용진 기자
기본정보
감독 토마스 빌룸 옌센
출연 율리히 톰센, 니꼴라이 리 코스
네티즌평점
5점

8.08 (참여:26명)


밴티지 포인트
기본정보
감독 피트 트레비스
출연 데니스 퀘이드, 매튜 폭스, 포레스트 휘테커, 시고니 위버
네티즌평점
5점

8.31 (참여:42명)

전문가평점
5점

5.33 (참여:3명)

<밴티지 포인트> - 하나의 사건, 여덟 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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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2.25

각국 정상들이 정상회담을 위해 스페인 마요르 광장에 모인다. 회담 현장을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뉴스 프로듀서 렉스(시고니 위버)는 10여 만 관중을 화면에 담느라 분주하고, 경호원 반즈(데니스 퀘이드)와 테일러(매튜 폭스)는 미국 대통령 애쉬튼(윌리엄 허트)을 지키기 위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 애쉬튼이 단상에 올라가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두 발의 총성이 마요르 광장에 울려 퍼진다. 가슴에 총탄을 맞은 대통령은 쓰러지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진다. 경호원 반즈는 대통령을 병원으로 후송시킨 뒤 본격적인 저격자 색출에 나선다. 미국인 여행자 하워드(포레스트 휘테커)가 캠코더로 촬영한 화면을 돌려보며 저격 위치를 확인하던 반즈는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폭탄이 곧 터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밴티지 포인트>는 테러가 일어나는 20여 분의 시간을 8명의 사람들을 통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액션 스릴러다. 영화는 스페인 마요르 광장에서 일어났던 테러사건을 중심으로 8개의 이야기가 되풀이되는데 등장인물의 시점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사건의 비밀이 공개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룻동안 발생한 일을 24개의 에피소드로 나눈 미국 드라마 <24>의 영화판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인 <밴티지 포인트>는 경호원 반즈, 뉴스 프로듀서 렉스, 관광객 하워드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실시간에 가까운 영상에 담아내며 이야기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또한 광장의 한 켠에서 밀회를 즐기던 연인,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려 울상을 짓던 꼬마 아이 등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사건의 단서를 주는 식이라 똑같은 이야기가 8번 반복된다 하더라도 지루함이 덜하다.

<밴티지 포인트>는 직업과 국적 그리고 성별이 다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들의 시선은 모두 미국적이라는 데 아쉬움을 남긴다.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무고한 사람들을 거침없이 살해하는 사람들로 묘사되며,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원 반즈는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채 세계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으로만 그려진다. 또한 사건 현장을 모조리 캠코더에 담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여행자 하워드의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얼개를 짜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구석이 강하다. <밴티지 포인트>는 북아일랜드의 폭탄테러 사건을 다룬 <오마 Omagh>로 주목받은 신인 영국 감독 피트 트래버스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사랑보다 황금
기본정보
감독 앤디 테넌트
출연 케이트 허드슨, 매튜 맥커너히
네티즌평점
5점

8.07 (참여:29명)

시작은 거창하다. 오랜 스페인 왕조의 배가 사라졌다는 일화가 비교적 긴 자막으로 술술 올라간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는 <인디아나 존스>급은 안 되더라도 ‘나름 해양 어드벤처 무비’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 바다 아래서 한 남자가 접시 조각을 찾아내 기뻐하고 있을 때, 바다 위에선 불타오른 그의 배가 침몰하고 만다.

스쿠버다이버 겸 보물사냥꾼인 그 남자 핀은 그래도 만사 오케이다. 한편, 남편 핀의 4차원 모험 생활에 지쳐버린 테스는 역사학 교수가 되어 골방에서 연구나 하겠다고 결심한다. 모험과 안정의 기로에 놓인 핀과 테스의 연애담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점점 ‘로맨틱 코미디’의 골격이 만들어진다.

굳이 장르를 정리해 보자면, 로맨틱 어드벤처 코미디 드라마 정도? 모험광 핀의 캐릭터는 가장 빛나는 재미요소다.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그는 웃음이 터지는 몇 장면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핀 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거의 웃통을 벗고 등장해 여자관객들의 호감을 산다.

주인공들에 대한 ‘팬심’ 없이 장르적인 재미만 기대한다면, 산소마스크 없이 잠수하는 꼴이다. 어드벤처와 로맨틱 코미디를 섞으려는 야심은 신선했지만 각 장르의 공식만 베껴오다 보니, 몸매 좋은 어른들이 어린이용 보물찾기 영화를 찍은 듯한 결과에 다다랐다. 그러고 보면 ‘바보의 황금(Fool’s Gold)’이란 제목은 꽤 솔직하지 않은가.
홍수경 기자

쿵푸 덩크
 
이 작품을 볼 땐 어떤 의미도 떠올려선 안 된다. 다만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즐겨야 한다. <쿵푸덩크>는 그런 영화다. 단순한 내러티브 속에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해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CG가 동원된 화려한 덩크슛과 쿵푸 장면들이 관객의 눈을 현혹시킨다.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개연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은 두 페이지의 만화책을 넘기듯 쉽게 지나가버리고 캐릭터는 하나의 설정에 따라 일정한 컨셉트를 유지하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식의 구성은 주성치의 <쿵푸허슬>과 <소림축구>를 떠올리게끔 한다.

특히 쿵푸와 스포츠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또 주성치 영화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떨쳐버릴 순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성을 보인다. 잘 다듬어진 CG와 화려한 액션을 전방에 내세우고 있지만 지나치게 간소화된 내러티브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지 못하다. 반면 인기 만화 <슬램덩크>에서 빌려온 익숙한 설정과 속 시원히 내리꽂는 덩크슛을 보는 재미는 있다. 또 주걸륜의 액션, 노장배우 증지위의 오버연기 감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나쁘진 않다.
정지원 기자
기본정보
감독 주연평
출연 저우제룬, 진초하, 채탁연
네티즌평점
5점

7.91 (참여:137명)


여기는 1987년 차우셰스쿠 독재 정권 하의 루마니아다. 1960년대 이후로 쭉 낙태가 금지되어 있고, 해마다 학급에는 신입생의 수가 계속 늘어간다. 그리고 50만 명의 여성들이 불법 낙태 시술로 목숨을 잃는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하 <4개월…>)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가 태아를 배 밖으로 끄집어내기까지 주변의 추악함이 어떤 식으로 생겨나는지를 관찰한다. <4개월…>은 관객에게 아무런 안전장치도 주지 않고 현실의 추악함, 그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나락으로 관객을 안고 떨어진다.

하지만 충격적인 내용에 비해 영화 자체는 세지 않다. 집요하게 인물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지루한 것 같은 내러티브를 쫓지만 이상할 정도로 몰입된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 무책임한 가비타, 혈연 하나 없이도 그녀의 온갖 수발을 다 들며 자신까지 내놓는 오틸리아, 의사가 아니면서도 전 세계에 하나뿐인 명의인 양 군림하는 ‘낙태 업자 베베.’ 이 사람들이 왜 짐승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은 오로지 루마니아의 압제뿐이다.

이 불행한 짐승들의 각혈을 뭉쳐놓은 듯한, 자궁 밖으로 끌려나온 태아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어쩌면 이 모든 죄악에 대한 비난, 동시에 면죄부이다. 영화를 보고, 마지막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로 나와서야 이 끔찍한 ‘현실’이 그저 영화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안도했다.
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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