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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7. 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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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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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 쥐, 요리사 되다 |
등록일
2007.07.23
레미(패튼 오스왈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우연한 사고로 하수구에서 가족과 헤어진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주방에서 요리에 열중하던 레미는 청소부 링귀니(루 로마노)에게 발각되고, 해고 위기에 처한 링귀니는 레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의기투합을 제안한다.
<라따뚜이 Ratatouille>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Toy Story>(1995)부터 <카 Cars>(2006)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3D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제시해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007년 신작이다. 영화의 제목인 '라따뚜이'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잡탕 야채 스튜를 뜻하는 말로, 극 중에서는 '요리를 휘젓는 쥐'(rat-touille)로도 해석된다.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프로 요리사를 꿈꾸는 쥐 레미다. 더러움과 병균의 상징인 혐오동물의 대표 쥐가 감히 요리사가 되려하다니. 하지만 '모두가 요리할 수 있다'는 요리 책을 낸 요리사 구스토의 생각은 다르다. <라따뚜이>는 구스토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결국 요리사로 성공하는 쥐 레미의 좌충우돌기다.
마리 당 3만개가 넘는 쥐의 털, 실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하게 창조된 수중 장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갖가지 프랑스 요리 등 <라따뚜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기술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라따뚜이>의 캐릭터와 이야기. 하찮고 더러울 뿐인 생쥐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좌절과 한계 상황에 부딛힌 모든 낙오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준다. 주인공 레미의 목소리는 미국 HBO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인기를 끈 패튼 오스왈트가 맡았으며, 링귀니는 <카>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에서도 성우로 활약한 루 로마노가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한 명 더. 가혹하기 짝없는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의 중후한 목소리는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의 피터 오툴이다. 연출은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라따뚜이 Ratatouille>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Toy Story>(1995)부터 <카 Cars>(2006)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3D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제시해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007년 신작이다. 영화의 제목인 '라따뚜이'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잡탕 야채 스튜를 뜻하는 말로, 극 중에서는 '요리를 휘젓는 쥐'(rat-touille)로도 해석된다.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프로 요리사를 꿈꾸는 쥐 레미다. 더러움과 병균의 상징인 혐오동물의 대표 쥐가 감히 요리사가 되려하다니. 하지만 '모두가 요리할 수 있다'는 요리 책을 낸 요리사 구스토의 생각은 다르다. <라따뚜이>는 구스토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결국 요리사로 성공하는 쥐 레미의 좌충우돌기다.
마리 당 3만개가 넘는 쥐의 털, 실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하게 창조된 수중 장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갖가지 프랑스 요리 등 <라따뚜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기술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라따뚜이>의 캐릭터와 이야기. 하찮고 더러울 뿐인 생쥐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좌절과 한계 상황에 부딛힌 모든 낙오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준다. 주인공 레미의 목소리는 미국 HBO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인기를 끈 패튼 오스왈트가 맡았으며, 링귀니는 <카>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에서도 성우로 활약한 루 로마노가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한 명 더. 가혹하기 짝없는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의 중후한 목소리는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의 피터 오툴이다. 연출은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에반 올마이티> - 도시 한복판에 거대 방주를 띄운다 |
등록일
2007.07.23
뉴스 앵커 에반 백스터(스티브 카렐)가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미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된다. 아내 조앤(로렌 그레이엄)과 세 자녀와 함께 워싱턴 DC 인근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온 에반은 자신이 주창한 슬로건처럼 진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런데 정계 진출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주문하지도 않은 목재, 망치, 못이 배달되고 급기야 신(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곧 있을 홍수에 대비해 거대한 방주를 만들라는 명을 내린다. 에반은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무시하지만 온갖 동물들이 쌍을 지어 자신을 따라다니자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결국 에반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방주 제작에 돌입하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질한다.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의 속편 <에반 올마이티 Evan Almighty>는 노아의 방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성서의 이야기를 현대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재치 있는 요소들을 풀어 놓는다. 에반의 집으로 배달되는 방주의 자재들은 투박한 잣나무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다. 에반이 아침마다 자명종 시계소리에 깨는 시간은 새벽 6시 14분. 창세기 6장 14절에 언급되는 노아의 방주를 가리킨다. 신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실을 믿지 못하는 에반이 쌍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도 돋보이는 설정. <에반 올마이티>는 신을 만나 예기치 못한 고행을 겪는 에반의 이야기를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 삼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에반의 가족들과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거대한 방주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클라이맥스 부분도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 에반의 방주가 물살을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홍수의 원인이 결국 한 국회의원의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결말은 느닷없다. 에반이 그 동안 힘겹게 방주를 만들고 온갖 동물들을 태운 이유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끝나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에반 올마이티>는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 <브루스 올마이티>의 톰 쉐디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으로 유명한 스티브 카렐이 주인공 에반 역을 맡았다.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의 속편 <에반 올마이티 Evan Almighty>는 노아의 방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성서의 이야기를 현대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재치 있는 요소들을 풀어 놓는다. 에반의 집으로 배달되는 방주의 자재들은 투박한 잣나무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다. 에반이 아침마다 자명종 시계소리에 깨는 시간은 새벽 6시 14분. 창세기 6장 14절에 언급되는 노아의 방주를 가리킨다. 신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실을 믿지 못하는 에반이 쌍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도 돋보이는 설정. <에반 올마이티>는 신을 만나 예기치 못한 고행을 겪는 에반의 이야기를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 삼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에반의 가족들과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거대한 방주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클라이맥스 부분도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 에반의 방주가 물살을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홍수의 원인이 결국 한 국회의원의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결말은 느닷없다. 에반이 그 동안 힘겹게 방주를 만들고 온갖 동물들을 태운 이유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끝나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에반 올마이티>는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 <브루스 올마이티>의 톰 쉐디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으로 유명한 스티브 카렐이 주인공 에반 역을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화려한 휴가> - 그들을 잊지 마세요 |
등록일
2007.07.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이재수의 난>의 기획시대가 제작하고 <목포는 항구다>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이하 '5.18')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영화다. 그 동안 <모래시계> <꽃잎> <박하사탕> <부활의 노래> 등 5.18을 그린 TV 드라마와 영화는 꽤 제작되었지만, 5.18을 이처럼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다.
<화려한 휴가>는 5월 18일, 그러니까 전남대 교문 앞에서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충돌하는 시점 전후로 전체적인 줄기를 나눌 수 있다. <화려한 휴가>의 전반부는 중반 이후 벌어지는 그 엄청난 비극으로부터 180도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5.18이 발발하기 직전 광주의 모습은 마치 유토피아를 떠올릴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이기 짝없는 소도시의 전형이다.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주저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함께 모여 TV로 인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보고, 야유회에선 신부와 퇴역 군인, 그리고 택시 운전사가 함께 1인2각 경주를 벌인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의 한시간 남짓한 전반부를 가능한 포근하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는 앞으로 닥쳐올 비극과의 확연한 대비를 위한 장치다.
5월 18일 이후 <화려한 휴가>는 철저히 팩션 드라마의 길을 따른다. 실제로 2만장이 넘는 증언록과 실제 항쟁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과의 인터뷰 등 치밀한 고증을 거쳐, 영화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치열했던 광주의 열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김상경이 연기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나 박신애(이요원), 강진우(이준기), 박흥수(안성기) 등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을 재구성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모두 평면적인 느낌으로 일관된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5.18은 당시 40만 광주 인구의 80퍼센트를 뒤흔든, 엄청난 광풍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이요원이 분한 신애는 차를 타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라고 울부짖는다.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것이다. 폭동이 사태로, 사태가 항쟁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주민주화항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공유하는 전체의 역사가 아닌, 전라도 지역에 한정된 역사다. '왜 하필 지금 5.18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명쾌한 대답이다.
<화려한 휴가>는 5월 18일, 그러니까 전남대 교문 앞에서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충돌하는 시점 전후로 전체적인 줄기를 나눌 수 있다. <화려한 휴가>의 전반부는 중반 이후 벌어지는 그 엄청난 비극으로부터 180도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5.18이 발발하기 직전 광주의 모습은 마치 유토피아를 떠올릴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이기 짝없는 소도시의 전형이다.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주저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함께 모여 TV로 인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보고, 야유회에선 신부와 퇴역 군인, 그리고 택시 운전사가 함께 1인2각 경주를 벌인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의 한시간 남짓한 전반부를 가능한 포근하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는 앞으로 닥쳐올 비극과의 확연한 대비를 위한 장치다.
5월 18일 이후 <화려한 휴가>는 철저히 팩션 드라마의 길을 따른다. 실제로 2만장이 넘는 증언록과 실제 항쟁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과의 인터뷰 등 치밀한 고증을 거쳐, 영화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치열했던 광주의 열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김상경이 연기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나 박신애(이요원), 강진우(이준기), 박흥수(안성기) 등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을 재구성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모두 평면적인 느낌으로 일관된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5.18은 당시 40만 광주 인구의 80퍼센트를 뒤흔든, 엄청난 광풍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이요원이 분한 신애는 차를 타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라고 울부짖는다.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것이다. 폭동이 사태로, 사태가 항쟁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주민주화항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공유하는 전체의 역사가 아닌, 전라도 지역에 한정된 역사다. '왜 하필 지금 5.18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명쾌한 대답이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므이> - 이국적인 풍경 속에 스민 공포 |
등록일
2007.07.23
새로운 소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소설가 윤희(조안)에게 어느날 베트남에 살고 있는 친구 서연(차예련)이 소식을 전해온다. 베트남으로 떠난 후 처음으로 연락을 취해온 서연은 윤희의 관심을 한번에 잡아챌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주 받은 여인 므이의 초상화에 얽힌 전설. 소설 욕심에 윤희는 서연의 초대를 의심없이 받아들여 베트남으로 날아간다. 서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므이의 전설에 얽힌 자료를 찾아다니던 윤희는 초상화에 얽힌 비밀들이 밝혀질수록 주변에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므이>는 베트남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100년 전에 사망한 므이라는 한 여성의 초상화에 숨어 있는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공포를 덧입혀놓은 영화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촬영한 첫 작품이기도 한 <므이>는 므이의 비밀을 추적하는 윤희와 서연의 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두고, 므이의 비밀과 서연의 비밀을 슬쩍 엮어놓는다. 여기에 서연과 윤희의 복잡한 관계가 한 축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므이>는 기본적으로는 므이라는 인물의 초상화와 연관된 사건과 비밀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는 한편, 자극적인 장면과 뭔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등 기존 공포영화들에서 즐겨 사용해온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낯선 베트남이라는 공간도 공포 효과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아쉬운 점은 후시 녹음인 탓에 현장감이 약하다는 점. 그래서 공간이 주는 청각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결합한 <므이>의 연출은 공포영화 <령>으로 데뷔한 김태경 감독이 맡았다. 그리고 <여고괴담> 시리즈로 주목받은 조안과 차예련이 묘한 친구 사이인 윤희와 서연으로 분해 연기 대결을 펼쳤다. 베트남의 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조안과 차예련을 제외한 출연진들의 대부분은 베트남 배우들로 꾸려졌고, 베트남 고유의 풍경을 담아내는데도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므이>는 베트남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100년 전에 사망한 므이라는 한 여성의 초상화에 숨어 있는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공포를 덧입혀놓은 영화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촬영한 첫 작품이기도 한 <므이>는 므이의 비밀을 추적하는 윤희와 서연의 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두고, 므이의 비밀과 서연의 비밀을 슬쩍 엮어놓는다. 여기에 서연과 윤희의 복잡한 관계가 한 축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므이>는 기본적으로는 므이라는 인물의 초상화와 연관된 사건과 비밀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는 한편, 자극적인 장면과 뭔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등 기존 공포영화들에서 즐겨 사용해온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낯선 베트남이라는 공간도 공포 효과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아쉬운 점은 후시 녹음인 탓에 현장감이 약하다는 점. 그래서 공간이 주는 청각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결합한 <므이>의 연출은 공포영화 <령>으로 데뷔한 김태경 감독이 맡았다. 그리고 <여고괴담> 시리즈로 주목받은 조안과 차예련이 묘한 친구 사이인 윤희와 서연으로 분해 연기 대결을 펼쳤다. 베트남의 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조안과 차예련을 제외한 출연진들의 대부분은 베트남 배우들로 꾸려졌고, 베트남 고유의 풍경을 담아내는데도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 아이돌 영화란 이런 것 |
등록일
2007.07.23
고교 전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7:1로 맞붙어 열일곱 명을 모두 무릎 꿇게 했다는 ‘주먹짱’ 전설부터 학원이 웬 말이냐, 교과서만 파고 들어 수석합격 했다는 ‘공부짱’ 전설까지.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전설들은 바로 ‘킹카, 퀸카, 사대천왕’이라 수식되는 꽃미남, 미녀 전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주연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다루고 있는 고교 전설이 바로 이 부류다. 고교 대표 꽃미남만 겨냥한다는 테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아웅다웅 하는 고교생의 분투기를 그린다.
첫 사건은 2월 14일. 가람 고등학교의 꽃미남이 늦은 밤, 으슥한 골목에서 변을 당한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3월 14일엔 거창 고등학교의 몸짱, 얼굴짱이 똑같은 변을 당한다. 두 사건만이라면 우연이라고 넘겼을 터. 하지만 4월 14일 나담 고등학교 꽃미남마저 같은 사건을 겪자 파고들 건 교과서밖에 없던 고교생들은 이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늘파란고등학교 학생 기범(김기범)은 사건 추적 블로그를 만들어 인기 블로거가 되고, 언론이 테러를 당한 세 꽃미남들을 주목하자 이제 이 사건은 진정한 ‘사건’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한편 다음 테러대상으로 지목된 늘파란고등학교의 3대 꽃미남인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동아리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은 이상한 경쟁심에 휩싸인다. 다음 테러의 대상이 돼야 꽃미남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된 것. 자, 이제 테러를 당하기 위한 세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쉽게 젝스키스의 <세븐틴>이나 H.O.T.의 <평화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들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전의 아이돌 영화와 하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영화로서 별다른 매력을 갖지 못했던 과거 아이돌 영화와 달리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여러 면에서 매력 또한 지니고 있다. 입시 이외에 뚜렷한 목적이 없는 10대들이 자신들의 주변에서 이슈를 만들고 또 그 이슈를 키워가는 과정의 아이러니가 영화 안에 큰 틀로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유머가 흥겹다. 꽃미남 혹은 연예인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고교생들의 쳇바퀴 일상이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자신에 대해 비꼬아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절대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연상시키는 재치 넘치는 CG, 유머러스한 대사와 간간이 박혀 있는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웃음을 끌어낸다. 테러라는 하나의 사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에피소드로 처리되는 탓에 이야기 엮어나가는 게 허술하고, 내레이션의 무거운 톤과 활기찬 영상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 <여고괴담 2>의 조감독을 거친 이권 감독이 연출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이 각본을 맡았다.
첫 사건은 2월 14일. 가람 고등학교의 꽃미남이 늦은 밤, 으슥한 골목에서 변을 당한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3월 14일엔 거창 고등학교의 몸짱, 얼굴짱이 똑같은 변을 당한다. 두 사건만이라면 우연이라고 넘겼을 터. 하지만 4월 14일 나담 고등학교 꽃미남마저 같은 사건을 겪자 파고들 건 교과서밖에 없던 고교생들은 이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늘파란고등학교 학생 기범(김기범)은 사건 추적 블로그를 만들어 인기 블로거가 되고, 언론이 테러를 당한 세 꽃미남들을 주목하자 이제 이 사건은 진정한 ‘사건’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한편 다음 테러대상으로 지목된 늘파란고등학교의 3대 꽃미남인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동아리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은 이상한 경쟁심에 휩싸인다. 다음 테러의 대상이 돼야 꽃미남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된 것. 자, 이제 테러를 당하기 위한 세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쉽게 젝스키스의 <세븐틴>이나 H.O.T.의 <평화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들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전의 아이돌 영화와 하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영화로서 별다른 매력을 갖지 못했던 과거 아이돌 영화와 달리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여러 면에서 매력 또한 지니고 있다. 입시 이외에 뚜렷한 목적이 없는 10대들이 자신들의 주변에서 이슈를 만들고 또 그 이슈를 키워가는 과정의 아이러니가 영화 안에 큰 틀로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유머가 흥겹다. 꽃미남 혹은 연예인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고교생들의 쳇바퀴 일상이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자신에 대해 비꼬아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절대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연상시키는 재치 넘치는 CG, 유머러스한 대사와 간간이 박혀 있는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웃음을 끌어낸다. 테러라는 하나의 사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에피소드로 처리되는 탓에 이야기 엮어나가는 게 허술하고, 내레이션의 무거운 톤과 활기찬 영상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 <여고괴담 2>의 조감독을 거친 이권 감독이 연출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이 각본을 맡았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만덜레이> - 자유와 속박에 관하여 |
등록일
2007.07.23
도그빌을 떠난 그레이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갱스터인 그녀의 아버지(윌렘 대포). 그들은 여행 길에 미국 남부 알라바마 주에 위치한 목화 농장 만덜레이를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만덜레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노예제도가 세상에서 사라진 지 70여 년의 세월이 지난 그날까지, 만덜레이의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 노예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백인들에게 있다고 믿는 그레이스는 그곳에 머물며 이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돕기로 마음 먹는다. 그레이스는 그들과 함께 살며 생활하는 것은 물론, 토론과 다수결 투표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가르침을 가르친다. 흑인들에게 자유로운 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한 그레이스의 노력은 피나는 투쟁에 가깝다. 그러나 흑인들의 생활은 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속박과 억압을 벗어나는 것, 과연 그것이 자유의 진정한 모습일까?
<만덜레이 Manderlay>는 <도그빌 Dogville>과 <워싱턴 Washington>을 잇는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 두 번째 이야기다. <도그빌>이 대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 ‘도그빌’을 통해 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면 <만덜레이>는 노예제도와 자유에 관한 우화를 그리고 있다. 노예들이 해방이 된 후 이전보다 더 굶주리게 되자 옛 주인을 되찾아가 벌이는 일을 옮긴 프랑스 작가 장 폴랑의 ‘O의 이야기’ 서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덜레이>는 두 팔을 옥죄고 있던 사슬을 푸는 것, 그것으로 노예 해방이 끝난 것인지를 되묻는다. 백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흑인을 노예로 만든 것과 같이 노예 해방 역시 철저히 백인들의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뿐, 당사자인 흑인들의 상황과 입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이 라스 폰 트리에가 내놓는 비판. 자유와 속박은 권력을 쥔 백인이 흑인에게 내리는 용단이 아닌, 흑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분실 선으로 쓱쓱 구역을 분할해 만들어 놓은 세트 위에 연극 무대처럼 세워졌던 <도그빌>의 공간 구성은 <만덜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미국 3부작을 끝맺음 할 <워싱턴>도 이와 같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 때문에 <도그빌>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영상적 충격은 <만덜레이>에서는 덜한 편이다. 자유와 속박은 흑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영화의 입장은 선명하고 반복적으로 제시되지만 별다른 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이야기 줄기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의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신선한 연기와 <스파이더맨 Spider-Man>의 윌렘 대포, <컬러 퍼플 The Color People> <리썰 웨폰 Lethal Weapon>의 대니 글로버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 자연스럽다.
<만덜레이 Manderlay>는 <도그빌 Dogville>과 <워싱턴 Washington>을 잇는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 두 번째 이야기다. <도그빌>이 대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 ‘도그빌’을 통해 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면 <만덜레이>는 노예제도와 자유에 관한 우화를 그리고 있다. 노예들이 해방이 된 후 이전보다 더 굶주리게 되자 옛 주인을 되찾아가 벌이는 일을 옮긴 프랑스 작가 장 폴랑의 ‘O의 이야기’ 서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덜레이>는 두 팔을 옥죄고 있던 사슬을 푸는 것, 그것으로 노예 해방이 끝난 것인지를 되묻는다. 백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흑인을 노예로 만든 것과 같이 노예 해방 역시 철저히 백인들의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뿐, 당사자인 흑인들의 상황과 입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이 라스 폰 트리에가 내놓는 비판. 자유와 속박은 권력을 쥔 백인이 흑인에게 내리는 용단이 아닌, 흑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분실 선으로 쓱쓱 구역을 분할해 만들어 놓은 세트 위에 연극 무대처럼 세워졌던 <도그빌>의 공간 구성은 <만덜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미국 3부작을 끝맺음 할 <워싱턴>도 이와 같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 때문에 <도그빌>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영상적 충격은 <만덜레이>에서는 덜한 편이다. 자유와 속박은 흑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영화의 입장은 선명하고 반복적으로 제시되지만 별다른 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이야기 줄기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의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신선한 연기와 <스파이더맨 Spider-Man>의 윌렘 대포, <컬러 퍼플 The Color People> <리썰 웨폰 Lethal Weapon>의 대니 글로버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 자연스럽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인랜드 엠파이어> - 세 시간짜리 초현실주의 악몽 체험 |
등록일
2007.07.23
데이비드 린치에게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가 있다. 그의 영화세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를 보더라도 단박에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복제와 재생산, 모방과 인용이 범람하는 영화 시장 속에서 데이비드 린치의 낙인만은 여전히 고유한 것으로 남아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부터 계속 이어지는 데이비드 린치 영화세계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그렇듯 <인랜드 엠파이어>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4차원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악몽, 순환, 상징, 서로 다른 자아의 존재, 두 자아의 교차,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 등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다시 뒤섞인다. 부분적으로는 논리적인 연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일관성 있는 논리로 풀어내려 하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야기가 하나의 단락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이면 감독은 전혀 다른 세계로 건너뛰고 이전 세계와 조금씩 연결시키다 다시 처음 제시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덧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무엇이 현실이고 꿈이고 가상세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제가 알고 보면 내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자신의 삶을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두 문장이 아마도 <인랜드 엠파이어>를 관통하는 핵심일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TV를 보고 있는 여자가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두 남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시트콤 같은 사운드 효과 속에서 머리는 토끼이고 몸통은 사람인 세 캐릭터의 대화가 관객들을 어리둥절케 한다.(의인화된 토끼들의 방은 린치의 2002년작 중편 <래빗츠 Rabbits>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후부터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니키 그레이스(로라 던)의 저택에 이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폴란드 출신 노파가 방문한다. 공격적인 말투로 니키를 대하는 노파는 그녀가 곧 이야기 중인 새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것이며 그 영화는 사실 로맨스영화가 아닌 살인사건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은 내일이 어제일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순식간에 다음날로 이어지고 니키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남자 주연배우 데븐 버크(저스틴 서루)와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니키는 감독으로부터 ‘On High in Blue Tomorrows’라는 제목의 이 영화가 폴란드 집시 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며 이미 한 차례 만들어질 뻔한 영화 ‘47’의 리메이크라는 고백을 듣는다. 감독에 따르면 원래 제작되던 영화가 중단된 것은 두 주연배우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서 <인랜드 엠파이어>의 이야기는 점점 분열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영화에서 불륜에 빠지는 연기를 하던 니키와 데븐은 극 중 캐릭터인 수잔 블루와 빌리 사이드처럼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폴란드 노파의 말처럼 어느 순간 어제가 내일이 되고, 니키는 마치 과거 만들어질 뻔했던 영화 속 배우로 보이는 인물의 삶을 살게 된다.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 더 이상 영화 속 영화는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건너간 니키의 기이한 삶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보면 니키는 폴란드에 있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거리의 창녀로 전락해 할리우드의 거리를 배회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거리에서 쓰러져 죽어가던 니키는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를 마친 니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데이비드 린치가 필름을 버리고 저화질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풀어냈던 상징과 악몽, 순환의 4차원적 세계를 더욱 먼 지점까지 끌어간다. 논리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인랜드 엠파이어>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난수표 같은 수수께끼로 세 시간의 고문을 줄 테지만, 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하는 열혈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악몽의 쾌감을 선물할 것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두고 할리우드에 대한 린치식 독설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영화의 일부만 보는 것과 같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체험을 위한 영화다. 논리에 어깨들 기대는 순간 관객은 암흑의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그렇듯 <인랜드 엠파이어>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4차원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악몽, 순환, 상징, 서로 다른 자아의 존재, 두 자아의 교차,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 등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다시 뒤섞인다. 부분적으로는 논리적인 연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일관성 있는 논리로 풀어내려 하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야기가 하나의 단락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이면 감독은 전혀 다른 세계로 건너뛰고 이전 세계와 조금씩 연결시키다 다시 처음 제시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덧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무엇이 현실이고 꿈이고 가상세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제가 알고 보면 내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자신의 삶을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두 문장이 아마도 <인랜드 엠파이어>를 관통하는 핵심일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TV를 보고 있는 여자가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두 남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시트콤 같은 사운드 효과 속에서 머리는 토끼이고 몸통은 사람인 세 캐릭터의 대화가 관객들을 어리둥절케 한다.(의인화된 토끼들의 방은 린치의 2002년작 중편 <래빗츠 Rabbits>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후부터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니키 그레이스(로라 던)의 저택에 이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폴란드 출신 노파가 방문한다. 공격적인 말투로 니키를 대하는 노파는 그녀가 곧 이야기 중인 새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것이며 그 영화는 사실 로맨스영화가 아닌 살인사건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은 내일이 어제일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순식간에 다음날로 이어지고 니키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남자 주연배우 데븐 버크(저스틴 서루)와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니키는 감독으로부터 ‘On High in Blue Tomorrows’라는 제목의 이 영화가 폴란드 집시 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며 이미 한 차례 만들어질 뻔한 영화 ‘47’의 리메이크라는 고백을 듣는다. 감독에 따르면 원래 제작되던 영화가 중단된 것은 두 주연배우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서 <인랜드 엠파이어>의 이야기는 점점 분열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영화에서 불륜에 빠지는 연기를 하던 니키와 데븐은 극 중 캐릭터인 수잔 블루와 빌리 사이드처럼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폴란드 노파의 말처럼 어느 순간 어제가 내일이 되고, 니키는 마치 과거 만들어질 뻔했던 영화 속 배우로 보이는 인물의 삶을 살게 된다.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 더 이상 영화 속 영화는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건너간 니키의 기이한 삶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보면 니키는 폴란드에 있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거리의 창녀로 전락해 할리우드의 거리를 배회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거리에서 쓰러져 죽어가던 니키는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를 마친 니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데이비드 린치가 필름을 버리고 저화질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풀어냈던 상징과 악몽, 순환의 4차원적 세계를 더욱 먼 지점까지 끌어간다. 논리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인랜드 엠파이어>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난수표 같은 수수께끼로 세 시간의 고문을 줄 테지만, 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하는 열혈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악몽의 쾌감을 선물할 것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두고 할리우드에 대한 린치식 독설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영화의 일부만 보는 것과 같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체험을 위한 영화다. 논리에 어깨들 기대는 순간 관객은 암흑의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가족상속괴담> - 태아귀신에 얽힌 가문의 저주 |
등록일
2007.07.23
중국의 오래된 무속신앙 중에는 ‘태아귀신 모시기’라는 것이 있다. 가문의 번영을 위해 태아의 시체를 납골 단지에 담고 희생양으로 선택된 이의 피를 뽑아 먹이면 태아 귀신이 가문에 큰 복을 가져다 주는 동시에 때로는 가문을 위해 살생을 범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대만의 공포영화 <가족상속괴담 The Heirloom>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태아귀신에 관한 무속신앙을 소개하며 영화의 모티브를 소개한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감독의 배려이자 이야기의 허구성과 현실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책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양씨 가문의 오래된 대저택을 물려받은 제임스이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터라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호기심이 생긴 제임스는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먼지투성이인 저택에서 약혼녀인 무용가 요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인 이첸, 아쳉과 새 출발을 자축하는 파티를 연 제임스는 자정이 지나면서 기이한 이미지의 꿈을 꾼다. 저택과 관련한 기묘한 일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첸과 아쳉이 자정만 되면 기억을 잃고 저택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방 도시로 출장을 갔던 아쳉이 목이 졸린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저택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거실에서 밤을 지낸 경찰 또한 다음 날 자정에 자신도 모르게 저택에 되돌아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대만의 젊은 감독 레스티 첸이 스물넷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공포영화에 관한 역사가 거의 전무한 대만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대만 박스오피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가족상속괴담>에 기본 뼈대를 제공하는 것은 혈연의 존속과 가문의 위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적 가족관과 중국의 고유한 무속신앙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키고, 태아귀신 무속신앙을 이용해 다시 복수의 저주를 내린다. 피의 저주로 인해 희생된 원혼들은 다시 집안의 마지막 상속자에게 저주를 내리려 한다. 혈연관계에서 시작된 저주는 공간으로 이어져 가문의 상속자보다 저택에 머문 사람들이 먼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상속괴담>이 내세우는 태아귀신이라는 소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공포 괴담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오래된 대저택이 자아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무척 효과적인 반면 영화는 공포의 근원에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비밀을 꼭꼭 숨겨뒀다가 조금씩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링 Ring> 이후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에 정착되기 시작한 ‘죽음의 법칙’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저주에 얽힌 미스터리와 죽음의 법칙을 결합시킨 시나리오도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공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이야기 자체로 옮겨가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제자리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정작 분위기는 무섭지만 내용은 하나도 없는 초반부와 내용은 많지만 정작 공포심을 자극하는 내용물은 하나도 없는 후반부가 작품의 일관성마저 훼손시키고 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급속하게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의 공포영화들 속에서 <가족상속괴담>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양씨 가문의 오래된 대저택을 물려받은 제임스이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터라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호기심이 생긴 제임스는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먼지투성이인 저택에서 약혼녀인 무용가 요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인 이첸, 아쳉과 새 출발을 자축하는 파티를 연 제임스는 자정이 지나면서 기이한 이미지의 꿈을 꾼다. 저택과 관련한 기묘한 일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첸과 아쳉이 자정만 되면 기억을 잃고 저택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방 도시로 출장을 갔던 아쳉이 목이 졸린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저택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거실에서 밤을 지낸 경찰 또한 다음 날 자정에 자신도 모르게 저택에 되돌아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대만의 젊은 감독 레스티 첸이 스물넷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공포영화에 관한 역사가 거의 전무한 대만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대만 박스오피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가족상속괴담>에 기본 뼈대를 제공하는 것은 혈연의 존속과 가문의 위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적 가족관과 중국의 고유한 무속신앙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키고, 태아귀신 무속신앙을 이용해 다시 복수의 저주를 내린다. 피의 저주로 인해 희생된 원혼들은 다시 집안의 마지막 상속자에게 저주를 내리려 한다. 혈연관계에서 시작된 저주는 공간으로 이어져 가문의 상속자보다 저택에 머문 사람들이 먼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상속괴담>이 내세우는 태아귀신이라는 소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공포 괴담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오래된 대저택이 자아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무척 효과적인 반면 영화는 공포의 근원에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비밀을 꼭꼭 숨겨뒀다가 조금씩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링 Ring> 이후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에 정착되기 시작한 ‘죽음의 법칙’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저주에 얽힌 미스터리와 죽음의 법칙을 결합시킨 시나리오도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공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이야기 자체로 옮겨가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제자리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정작 분위기는 무섭지만 내용은 하나도 없는 초반부와 내용은 많지만 정작 공포심을 자극하는 내용물은 하나도 없는 후반부가 작품의 일관성마저 훼손시키고 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급속하게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의 공포영화들 속에서 <가족상속괴담>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폭력의 역사> -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
등록일
2007.07.23
미국의 한 시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톰(비고 모텐슨)은 아내(마리아 벨로)와 아들, 딸과 함께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식당에 2인조 강도가 들어와 종업원과 손님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톰은 몸을 던져 이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이 사건으로 톰은 언론에 대서특필돼 유명세를 치른다. 하지만 이 유명세로 필라델피아 갱단 두목인 포가티(에드 해리스)가 나타나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포가티는 톰을 조이라고 부르며 믿기지 않는 사실을 말해준다. 톰은 원래 갱단의 유명 킬러였지만 자신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망쳤다는 것. 톰은 이를 극구 부인하지만, 포가티는 톰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톰의 목을 죄기 시작한다.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는 미국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톰은 과거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악인이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톰은 우연한 계기로 폭력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폭력의 역사>는 악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폭력의 역사>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의 집요함 때문이 아니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중성에 있기 때문이다. 톰은 자신의 가게에서 2인조 강도를 처단한 것처럼 똑 같은 방식으로 악당을 물리치며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한다. 모든 것이 해결된 후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도감이 아니라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불안한 톰의 정체성 때문이다.
<폭력의 역사>는 DC 코믹스에서 출간한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출은 <비디오드롬 Videodrome>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크래쉬 Crash> 등을 만들며 육체의 변형,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끊임없이 다뤄왔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맡았다.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의 아라곤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톰과 조이를 넘나드는 호연을 펼치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휴먼 스테인 The Human Stain>의 에드 해리스가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리는 포가티 역을 맡아 섬뜩함을 불러 일으킨다.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는 미국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톰은 과거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악인이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톰은 우연한 계기로 폭력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폭력의 역사>는 악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폭력의 역사>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의 집요함 때문이 아니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중성에 있기 때문이다. 톰은 자신의 가게에서 2인조 강도를 처단한 것처럼 똑 같은 방식으로 악당을 물리치며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한다. 모든 것이 해결된 후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도감이 아니라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불안한 톰의 정체성 때문이다.
<폭력의 역사>는 DC 코믹스에서 출간한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출은 <비디오드롬 Videodrome>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크래쉬 Crash> 등을 만들며 육체의 변형,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끊임없이 다뤄왔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맡았다.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의 아라곤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톰과 조이를 넘나드는 호연을 펼치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휴먼 스테인 The Human Stain>의 에드 해리스가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리는 포가티 역을 맡아 섬뜩함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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