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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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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9일 |
등록일 2007.10.15
정완(이미연)과 희수(이태란)는 1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32세 동갑내기 친구다. 사진작가 정완은 연애에 대한 환상도 결혼 생각도 없지만, 편하게 만나고 '엔조이' 할 수 있는 남자 한 명 정도는 바라는 자유주의자. 정완과는 달리 희수는 일찍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한 경우다. 결혼 전에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연애 경력을 뽐낸 그녀지만, 이제는 남편의 탄탄한 경제력을 맘껏 누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싱글즈>에 이은 여자들의 결혼과 사랑, 일에 대한 2007년 한국 현재의 보고서다. 20대 중, 후반 미혼 여성에 초점을 맞춘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싱글즈>와는 달리 <어깨너머의 연인>은 32세의 판이한 성격과 가치관의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정완은 미혼으로 프리 섹스를 즐기지만 가치관은 다소 보수적이다.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유부남과 연하남과 달콤한 일탈을 즐기지만, 이들과 결혼으로 나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반면 그 누구보다도 자유스러워 보였던 희수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깊게 좌절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인 정완과 희수의 극렬한 대비를 통해 20대와 30대를 아우르는 여성의 공감대를 공략하려고 한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임수정, 이미숙 주연의 <...ing>로 호평을 받은 이언희 감독의 장편 극영화로,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극 전반에 잘 녹아있다. <중독> 이후 4년만에 영화 주연을 맡은 이미연과 1998년 <남자 이야기> 이후 무려 9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태란의 연기 호흡은 성공적이다. 실제 미혼이기도 한 두 여배우는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시나리오에 교묘히 담아 러닝타임 내내 격없는 수다를 나눈다. 또한 서울의 이곳저곳을 고속 촬영으로 담아낸 홍경표 촬영 감독의 카메라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숨쉬는 대도시로 보여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삐까'한 화면과 배우들의 성공적인 화학 반응에 비해 <연애의 목적>의 고윤희가 각색한 시나리오는 안이하다. 특히 극 말미 정완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부분이나, 외도한 남편에 대한 희수의 선택 등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강력계 형사였던 정도만(정재영)은 지나치게 고지식한 일처리 방식으로 삼포시의 교통 순경으로 좌천된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도 있듯, 교통 순경 정도만은 새로 부임하는 경찰서장(손병호)에게 교통 위반 딱지를 떼며 무모한 성실함을 과시한다. 은행 강도 다발지역인 삼포시에 부임한 신임 경찰서장은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삼포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 그런데 경찰서장의 가장 큰 실수는 은행 강도 역을 정도만에게 맡긴 것. 맡은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정도만이 모의 훈련에서조차 철저하게 은행 강도처럼 행동하는 바람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장진 감독이 쓰고 신인 라희찬 감독이 연출한 <바르게 살자>는 상황 코미디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고지식한 정도만이라는 캐릭터가 은행 강도 모의 훈련에서 강도를 맡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런 식의 코미디는 캐릭터가 선명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수록 긴장감이 쌓인다. <바르게 살자>는 이런 공식에 충실하다. 경찰 서장에게조차 위반 딱지를 서슴없이 떼는 정도만의 고지식함을 영화 첫머리에서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후, 경찰 서장이 정도만을 불러 강도 역을 맡기자 나오면서 "후회하실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전개방향을 슬쩍 흘려놓는다. 그리고 드디어 은행 강도를 연기하게 된 정도만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은행 강도 역을 진짜 은행 강도처럼 해낸다. 여기에 은행 강도 모의 훈련 상황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 되는 엉뚱한 사건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황당한 캐릭터와 황당한 상황의 만남이라는 엉뚱한 조합은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 캐릭터 덕분에 실감나게 전달된다. 고지식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도만과 경찰서장, 그리고 인질 역을 맡은 형사들과 시민들, 은행 직원 등 하나하나가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제몫을 다해낸다. 시나리오에 쓰여진 캐릭터를 생생한 인물로 육화한 것은 배우들의 공.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등 장진 감독이 연출했거나 장진 사단에서 만든 영화들에서 주인공을 맡아온 정재영이 <바르게 살자>의 주인공 정도만을 맡아 황당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낸다. 인질 역을 맡은 주진모, 조시내, 이철민, 이영은 등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정도만을 이용하려다 오히려 정도만에게 당하는 경찰서장 역은 손병호가 맡아 영화의 균형을 잡아준다. 한재권 음악 감독이 작곡한 경쾌한 선율의 음악은 이 영화를 놀이처럼 유쾌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조선시대 구중궁궐, 후궁 희빈(윤세아)을 보좌하던 궁녀 월령(서영희)이 서까래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월령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정렬(전혜진)은 죽은 월령이 지니고 있던 노리개를 훔친 후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며 조금씩 미쳐가고, 월령을 검험하던 천령(박진희)은 월령이 아기를 낳은 흔적을 토대로 이 사건이 자살로 위장된 타살임을 확신한다.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하는 감찰상궁의 위협 속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조사해 나가던 천령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월령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연애편지가 다시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월령과 함께 방을 쓰던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과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 가고 있는 정렬은 천령의 심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감찰상궁은 쥐부리글려의 희생양을 골라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것을 우려한 천령은 진범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을 연상시키는 궁중 미스터리 스릴러 <궁녀>는 지금껏 사극에서 조연이나 단역에 지나지 않았던 궁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궁중 내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 궁궐 내 여자들의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는 점에서 <궁녀>는 여타 사극과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스릴러 장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호러 영화의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한 점도 이색적이다. 남성 중심의 유교주의적 세계관을 담은 사극에서 벗어나 변변한 사료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궁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만으로도 <궁녀>의 시도는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궁녀>가 흥미로운 것은 단지 소재주의적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욕망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던 궁궐 내에서 다양한 계층의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모습은 왕권을 둘러싼 전쟁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궁녀>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서 무난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지만, 영화의 소재와 장르적 모험이 만들어내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쉼 없이 밀어붙이는 도입부에 비해 클라이맥스와 결말부의 힘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호러를 결합시킨 장르적 모험은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영화의 완결성에 힘을 불어넣는 지점에는 이르지 못한다. 월령을 죽인 범인을 찾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던 영화는 귀신의 등장으로 집중력을 잃고 길을 헤매기 시작한다. 관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동기 부여와 단서 제공에 신경 쓰지 못한 점도 장르적 완성도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르적 결점을 감안하더라도 <궁녀>는 주목할 만한 데뷔작임에 틀림 없다. 앞서 열거한 주제적 특성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의상, 미술, 소품 등 기술적 완성도도 칭찬할 만하다. 제 몫을 충분히 소화해 낸 주조연급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궁녀>를 보는 2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라쿤 시티를 휩쓸었던 치명적인 T-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된다. 엄브렐라 제약회사로부터 유출된 T-바이러스는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세균. T-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노리며 지구를 좀비의 세상으로 만든다. 클레어(알리 라터)와 카를로스(오데드 페르)가 이끄는 수호대는 30여명의 생존자들을 호위하며 좀비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찾아 나선다. 우연히 여전사 앨리스(밀라 조보비치)를 만나게 된 수호대는 그녀와 함께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땅 알레스카로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편, 엄브렐라 회사의 지하기지에서 은둔 중인 아이작 박사(이아인 글렌)는 T-바이러스 치료의 열쇠가 되는 앨리스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T-바이러스의 최초 실험 대상이었던 앨리스를 붙잡아 유전자 변형 체계를 알아내고, 좀비로 뒤 덮인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서다.
비디오 게임 <바이오해저드 Biohazard>를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시리즈가 드디어 3편을 맞았다. <레지던트 이블 3 Resident Evil: Extinction>의 무대가 되는 곳은 사람의 자취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국 네바다 주의 한 사막. 1편의 지하 연구소, 2편의 라쿤 시티와 비교해 본다면 스케일이 더욱 방대해진 셈이다. 전작 <레지던트 이블 2 Resident Evil: Apocalypse>는 원작 게임의 스토리를 대폭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레지던트 이블 3>는 기본적인 세계관과 등장인물만을 뼈대로 삼았을 뿐 내용 상으로 한 편의 외전에 가깝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까마귀 떼는 CG로 멋지게 구현되지만, 앨리스를 비롯한 수호대가 좀비를 처단하는 장면부터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특유의 음습함이 모두 사라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수호대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하며, 적들을 제압하며 일대 활극을 벌이는 장면은 액션영화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사막을 배경으로 한 탓인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헤로인인 앨리스는 3편에서 웨스턴 부츠를 신고 좀비들을 하나 둘씩 처단해 나간다. <레지던트 이블 3>는 분명 게임의 서사구조를 바탕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앨리스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허탈함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보스인 아이작 박사를 만나기 위해 앨리스는 수 많은 적들과 싸워나가는 데,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그 동안 앨리스를 따라오는 모든 적들이 종적을 감추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대결이 펼쳐지지 않지만 날카로운 굉음 소리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영화적 장치는 영화 내내 사용돼 식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레지던트 이블 3>는 <하이랜더 Highlander> 1, 2편의 러셀 멀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병으로 쓰러진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2021년의 우울한 뉴욕. 존(와킨 피닉스)과 엘레나(클레어 데인즈) 부부는 몇 년 째 별거중이다. 학자인 존은 폴란드에서, 세계적인 스케이팅 선수인 엘레나는 뉴욕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두 사람의 마음은 멀어지고, 결국 존과 엘레나는 이혼에 합의한다. 존은 이혼 서류에 서명을 받기 위해 엘레나가 있는 뉴욕으로 날아간다. 엘레나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존은 엘레나를 돕기 위해 뉴욕에 남는다. 매니저도, 친구도, 그리고 친오빠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된 엘레나를 구하기 위해 존은 목숨을 걸고 엘레나를 데리고 뉴욕을 떠나려 한다. 한편 존의 형 마르첼로(숀 펜)는 비행기 안에서 동생 존에게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편지를 쓴다.
<올 어바웃 러브 It's All About Love>는 데뷔작 <셀러브레이션 Celebration>(1998) 으로 전세계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그가 2003년에 만든 작품이다. <셀러브레이션>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주창한 '도그마 95'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가부장적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 '도그마 95'란 실제 세계를 그대로 담기 위해 현장 촬영, 동시녹음, 핸드헬드, 장르영화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10계명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선언. 도그마 그룹의 일원인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그러나 <올 어바웃 러브>를 <셀러브레이션>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한 점, 세트장을 충분히 활용한 점, 핸드헬드보다 정지된 카메라를 선호한 점 등은 도그마 선언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올 어바웃 러브 It's All About Love>는 중력 상실로 우간다의 주민들이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이상 저온 현상으로 7월의 뉴욕과 파리에 눈이 펑펑 내리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2021년이라는 가까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을 건 한 쌍의 남녀 이야기를 펼쳐놓는 SF 로맨스다. 토마스 빈터베그르 감독은 함께 일하는 동료부터 친구, 심지어는 친오빠마저 믿을 수 없게 된 삭막한 시대에도 사랑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주제를 존과 엘레나의 목숨을 건 도피 행각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원인 모를 심장병으로 길거리에서 쓰러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살풍경한 미래의 뉴욕 풍경을 통해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을 차갑게 비판한다. 그러나 영화의 메시지와 형식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삐그덕거린다.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남이 될 부부가 갑자기 뜨거운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이야기 구조는 엉성하고 생뚱맞아 보인다. 때문에 존의 형 마르첼로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사랑의 위대함'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존과 엘레나 부부의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못한 채 공염불처럼 허공에서 사라질 뿐이다. 또 도망가는 존과 엘레나와 그들을 뒤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느슨한 구조 탓에 긴장감을 놓치고 만다. 엉성하게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배우들의 열연이다. 와킨 피닉스와 클레어 데인즈는 황당하게 다시 사랑을 불태우는 젊은 부부를 완벽한 호흡으로 연기해 영화의 엉성한 부분을 채워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시로츠구는 오네아미스 왕국에 평범한 계층으로 태어난 청년으로 해군 파일럿에 지원하지만 성적 미달로 불합격하게 된다. 제트기 조종사의 꿈을 접은 시로츠구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왕립우주군에 들어간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집단인 왕립우주군은 인공위성도 날려보지 못한 채 사람들의 무시만 당한다. 술과 노름으로 시간을 보내며 무기력함에 빠진 동료 우주비행사들처럼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아가던 시로츠구는 리이크니와의 만남을 계기로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의 비행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되찾는다. 시로츠구의 열정은 왕립우주군 동료를 다시 끌어 모으고 제자리를 맴돌던 유인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시키지만, 국가 간의 음모로 인해 시로츠구와 동료들의 도전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때 국내에서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던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Wings Of Honneamise: Royal Space Force>(이하 ‘왕립우주군’)가 20년 만에 개봉된다. <왕립우주군>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Nadia: The Secret of Blue Water>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His and Her Circumstances> 등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가이낙스의 창립작으로 3년의 제작기간과 8억 엔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왕립우주군>에 작화 감독으로 참여했다. 20년 만에 국내에 개봉되는 버전은 HD기술로 복원된 필름으로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 아날로그 영상이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근래의 2D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20년 묵은 <왕립우주군>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철학적 주제 때문이다. 철학적 주제의 깊이가 심오해서라기보다 당시 젊은 애니메이션 예술가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흥미롭다. 진부한 청춘영화의 요소는 눈에 거슬리지만 요란한 SF 액션 장면 대신 작품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과학 문명과 국가, 권력, 종교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왕립우주군>을 여타 SF 애니메이션 작품과 구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했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멕시코 출신 축구선수 산티아고 뮤네즈(쿠노 베커)는 영국 뉴캐슬 구단의 스타 플레이어로 맹활약 중이다. 팀의 승리를 주도하며 뉴캐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그는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이적 제안을 받는다. 레알 마드리드는 산티아고가 축구선수가 되기 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팀. 비록 약혼녀인 로즈(안나 프리엘)과 장거리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되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입단 계약서에 서명한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앞길에는 수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걸출한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연인 로즈와의 관계도 소원해지지 시작한 것. 산티아고는 방탕한 생활을 하는 선배 개빈 해리스(알렉산드로 니볼라)와 어울리면서 점점 슬럼프에 빠진다.
전편인 <골! Goal!>이 가난한 축구선수 산티아고가 영국 축구 구단 뉴캐슬에 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골2: 꿈을 향해 뛰어라 Goal II: Living the Dream>(이하 ‘골2’)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게 된 산티아고가 돈과 명성 그리고 여자에 휘둘리면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라울 곤잘레스 등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탓에 파파라치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팀. 산티아고는 파파라치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이 촬영되며 생활의 제약을 받기 시작한다. 산티아고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몰며 화려한 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생활은 오히려 더욱 황폐해진다. 주위에는 명성과 돈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들로 넘쳐나고, 연인 로즈는 점점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산티아고에게 실망을 한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꿈꾸던 구단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뛰기 조차 쉽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가 끝날 무렵 산티아고를 교체 선수로 투입시키는 데, 짧은 시간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계속 후보 선수에 머물러야 한다. <골2>는 축구장 밖의 모습을 하나 둘씩 들춰내며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록 오랫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던 어머니를 스페인에서 만나게 되는 설정이나, 경기 중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산티아고의 활약상은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현란한 게임 장면에 치중한 그간의 축구영화를 상기해봤을 때 <골2>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할 수 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등록일 2007.10.15
뉴질랜드 사모아 마을의 4총사 알버트(오스카 카이틀리), 마이클(로비 마가시바), 세파(심팰 렐리시), 스탠리(이아헤토 아 히)는 서른을 넘은 나이에도 결혼식장에서 추태를 일삼는 탓에 동네 최고의 말썽꾸러기들로 낙인찍힌다. 이들의 행패를 보다 못한 마을 목사는 앞으로 있을 결혼식부터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 오지 않으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명령을 내린다. 문제는 마이클의 동생 시오네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 시오네의 결혼을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은 4총사는 결혼식 전까지 모두 애인을 만들기로 뜻을 모은다. 하지만 철부지 같은 이들의 성격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만나는 여자마다 온갖 추파를 던지고, 술만 마시면 외박을 일삼는 탓에 여자친구가 있던 세파마저 싱글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모안 웨딩 Sione's Wedding>은 남의 결혼식을 망쳐놓던 네 남자가 각자 자신의 짝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철없는 네 남자가 풀어가는 애달픈 구애작전은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유쾌하게 진행된다. 알버트가 회사의 동료인 타샤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여자친구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할 때나, 바람둥이인 마이클이 그동안 만나온 여자가 모두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그친다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은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케 한다. 또한 떠난 여자친구를 붙잡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세파의 모습이나, 채팅으로 오랜 만남을 가져온 라티파를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는 장면은 이들이 진심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소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사모안 웨딩>을 연출한 크리스 그래험은 뉴질랜드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오며 그의 재능을 인정 받은 신예 감독. 크리스 그래험 감독이 만드는 감각적인 영상에 경쾌한 힙합 음악이 깔릴 때는 자연스럽게 어깨가 들썩인다. 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체격, 이국적인 복장을 한 사모아인은 국내에 다소 낯선 사람들이지만, 영화는 결혼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손색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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