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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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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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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희망의 집을 건너 행복의 나라로 |
등록일
2007.10.01
영수(황정민)는 서울을 떠나려 한다. 방탕한 생활 끝에 간경변은 위험 수위까지 다다랐고 운영하던 클럽은 적자 상태가 심화됐으며 여자친구는 이별을 선언했다. 1년에 한 번 찾아갈까 말까 한 어머니에게는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영수는 짐을 싸서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따분한 요양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영수는 8년째 희망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은희(임수정)와 친해지면서 점점 적응하기 시작한다. 40%밖에 폐가 남아있지 않은 은희는 밝고 순수한 마음씨로 영수를 변화시키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영수의 마음을 움직인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함께 데이트도 하고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자는 은희의 제안대로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부부 같은 사람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영수는 은희의 정성 어린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처음엔 은희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영수는 지루한 시골 생활에 점점 질려가고 친구와 함께 찾아온 옛 여자친구 수연(공효진)을 만난 후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행복>은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지닌 멜로영화다. 낯선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 사람의 변심으로 관계가 흔들린다. 외형적으로 <행복>은 <봄날은 간다>의 남녀 캐릭터를 뒤바꾼 변주처럼 보인다.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은희는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와 비슷해 보이고, 사랑하던 사람을 잔인하게 떠나는 영수는 은수(이영애)의 방탕한 변형처럼 보인다. <행복>에 허진호 감독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품들이 등장하고 비슷한 장면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이 영화를 ‘반복’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퀀스의 배열과 신의 연결 방식, 대사의 톤, 극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행복>을 ‘자기반복’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와 <행복> 모두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인 데다 같은 감독의 필체가 담긴 작품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작품의 유사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행복>에서 허진호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직설적인 화법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던 여주인공은 ‘우리 같이 살래요?’라며 직접적으로 애정을 고백하고, 수줍어하던 남자 주인공은 주저 없이 ‘너 없으면 이제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인물들은 연인의 배신에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대담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봄날은 간다>가 20대 초반의 풋사랑에 가깝다면 <행복>은 닳고 닳은 30대 중반의 사랑에 가깝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잠시 정신을 차리지만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 멋대로 살다 뒤늦게 후회한다. 외형상 <행복>은 <봄날은 간다>와 가장 가까워 보이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외출>을 포함한 허진호 감독의 이전 세 작품의 세계관을 종합해 놓은 작품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행복>의 인물들은 사랑과 배신, 낭만과 현실, 삶과 죽음, 시간과 반복,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행복>은 헌신과 구원까지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대중적인 통속 신파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행복>이 여타 평범한 신파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지극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수와 은희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된다면 그것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여러 화제들의 미묘한 감수성에 동조할 의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빼어난 연기가 한몫 하고 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행복>은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지닌 멜로영화다. 낯선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 사람의 변심으로 관계가 흔들린다. 외형적으로 <행복>은 <봄날은 간다>의 남녀 캐릭터를 뒤바꾼 변주처럼 보인다.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은희는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와 비슷해 보이고, 사랑하던 사람을 잔인하게 떠나는 영수는 은수(이영애)의 방탕한 변형처럼 보인다. <행복>에 허진호 감독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품들이 등장하고 비슷한 장면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이 영화를 ‘반복’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퀀스의 배열과 신의 연결 방식, 대사의 톤, 극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행복>을 ‘자기반복’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와 <행복> 모두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인 데다 같은 감독의 필체가 담긴 작품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작품의 유사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행복>에서 허진호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직설적인 화법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던 여주인공은 ‘우리 같이 살래요?’라며 직접적으로 애정을 고백하고, 수줍어하던 남자 주인공은 주저 없이 ‘너 없으면 이제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인물들은 연인의 배신에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대담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봄날은 간다>가 20대 초반의 풋사랑에 가깝다면 <행복>은 닳고 닳은 30대 중반의 사랑에 가깝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잠시 정신을 차리지만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 멋대로 살다 뒤늦게 후회한다. 외형상 <행복>은 <봄날은 간다>와 가장 가까워 보이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외출>을 포함한 허진호 감독의 이전 세 작품의 세계관을 종합해 놓은 작품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행복>의 인물들은 사랑과 배신, 낭만과 현실, 삶과 죽음, 시간과 반복,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행복>은 헌신과 구원까지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대중적인 통속 신파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행복>이 여타 평범한 신파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지극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수와 은희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된다면 그것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여러 화제들의 미묘한 감수성에 동조할 의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빼어난 연기가 한몫 하고 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러시 아워 3> - 못 말리는 형사들의 귀환 |
등록일
2007.10.01
홍콩 경찰 ‘리’와 LA 경찰 ‘카터’가 또 한번 뭉쳤다. 전편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 <러시 아워 Rush Hour>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러시 아워 3>에는 리와 카터의 좌충우돌 범죄 소탕 작전이 여전하다. 여전한 것은 내용뿐이 아니다. 성룡과 크리스 터커 콤비가 여전하고 전편들에 이어 브렛 레트너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2편의 각본가 제프 나단슨이 이야기를 짰다. 당연하게도 전편들을 제작한 로저 번바움이 또 한번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살짝 달라졌다. 홍콩을 비롯해 LA, 라스베가스, 뉴욕 등 미국 대도시를 배경으로 해온 전작들과 달리 <러시 아워 3>는 프랑스 파리를 주무대로 한다.
형사 리(성룡)가 새로이 맡게 된 업무는 LA 세계 범죄 재판위원회에 참석한 ‘한’ 대사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대사가 전세계적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범죄조직 삼합회의 비밀을 밝히려는 찰나, 대사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대사를 수행 중이던 리와 저격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이 추격은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격수의 뒤에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리의 과거가 숨겨져 있고, 삼합회의 비밀이 포개져 있다. 저격수를 쫓아, 삼합회의 비밀을 쫓아가던 리는 결국 조직이 프랑스 파리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는 걸 알고 파리로 떠난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교통경찰로 강등돼 연일 교통정리에 바쁘던 LA 경찰 카터(크리스 터커)가 리의 추격에 따라 붙는다. 여전히 말 많고 여자 밝히기 좋아하는 카터. 그렇게 리와 카터의 요란한 범죄 소탕극이 다시 시작된다.
<러시 아워 3>는 시리즈 영화답게 전작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잇는다. 쉰 중반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맵시 좋은 성룡의 액션 연기와 크리스 터커의 속사포 코믹 대사가 어우러지며 ‘코믹 합’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여전하다. <러시 아워 3>의 주무대가 되는 곳은 프랑스 파리, 그 가운데서도 도시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펠탑. 도심을 재빠르게 질주하는 카 체이싱 신이 영화 전반부 액션의 핵을 이룬다면 에펠탑 984피트 높이의 철근을 밟고 선 고공 무술은 <러시 아워 3> 전체 액션을 아우르는 핵심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에펠탑에 매달려 아찔한 ‘곡예 액션’을 선보인 성룡은 대역도, 스턴트도, 별다른 보호 장비도 없이 이 모든 액션을 몸소 소화해낸다. 크리스 터커의 입담도 여전히 생생하다. 속사포처럼 거침없이 이어지는 크리스 터커의 말장난이 영화 전반에 고르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러시 아워 3>를 유쾌한 오락영화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그의 말장난은 썩 유쾌하게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종과 성차별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는 그의 유머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잰다면 심히 거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 아워 3>를 순수한 오락영화라 여긴다 해도 무사 안일하게 반복되는 소재와 헐거운 드라마 줄기는 충분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극적 짜임새가 치밀하지 못한 이들의 추격전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반전으로 마련된 삼합회의 배후 세력은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뻔하다. ‘합’이 착착 들어맞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성룡표 액션의 합도 이번엔 미지근한 수준. 액션의 규모와 스피드는 늘었지만 착착 감기는 액션의 묘미는 줄었다.
<러시 아워 3>의 뻔한 이야기 흐름에 그나마 재미있는 ‘양념’으로 등장하는 건 숱한 조연과 카메오들이다. 리의 고아원 친구이자 삼합회 멤버인 켄지를 <링 The Ring>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선샤인 Sunshine>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것은 물론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온 노장 배우 막스 폰 시도우와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 장징추, <뮌헨 Munich> <안소니 짐머 Anthony Zimmer>의 프랑스 배우 이반 아탈 등이 <러시 아워 3>에 함께 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프랑스의 변태 형사 ‘레비’ 역으로 깜짝 출연해 영화에 웃음을 보탠다.
형사 리(성룡)가 새로이 맡게 된 업무는 LA 세계 범죄 재판위원회에 참석한 ‘한’ 대사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대사가 전세계적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범죄조직 삼합회의 비밀을 밝히려는 찰나, 대사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대사를 수행 중이던 리와 저격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이 추격은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격수의 뒤에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리의 과거가 숨겨져 있고, 삼합회의 비밀이 포개져 있다. 저격수를 쫓아, 삼합회의 비밀을 쫓아가던 리는 결국 조직이 프랑스 파리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는 걸 알고 파리로 떠난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교통경찰로 강등돼 연일 교통정리에 바쁘던 LA 경찰 카터(크리스 터커)가 리의 추격에 따라 붙는다. 여전히 말 많고 여자 밝히기 좋아하는 카터. 그렇게 리와 카터의 요란한 범죄 소탕극이 다시 시작된다.
<러시 아워 3>는 시리즈 영화답게 전작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잇는다. 쉰 중반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맵시 좋은 성룡의 액션 연기와 크리스 터커의 속사포 코믹 대사가 어우러지며 ‘코믹 합’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여전하다. <러시 아워 3>의 주무대가 되는 곳은 프랑스 파리, 그 가운데서도 도시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펠탑. 도심을 재빠르게 질주하는 카 체이싱 신이 영화 전반부 액션의 핵을 이룬다면 에펠탑 984피트 높이의 철근을 밟고 선 고공 무술은 <러시 아워 3> 전체 액션을 아우르는 핵심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에펠탑에 매달려 아찔한 ‘곡예 액션’을 선보인 성룡은 대역도, 스턴트도, 별다른 보호 장비도 없이 이 모든 액션을 몸소 소화해낸다. 크리스 터커의 입담도 여전히 생생하다. 속사포처럼 거침없이 이어지는 크리스 터커의 말장난이 영화 전반에 고르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러시 아워 3>를 유쾌한 오락영화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그의 말장난은 썩 유쾌하게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종과 성차별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는 그의 유머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잰다면 심히 거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 아워 3>를 순수한 오락영화라 여긴다 해도 무사 안일하게 반복되는 소재와 헐거운 드라마 줄기는 충분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극적 짜임새가 치밀하지 못한 이들의 추격전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반전으로 마련된 삼합회의 배후 세력은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뻔하다. ‘합’이 착착 들어맞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성룡표 액션의 합도 이번엔 미지근한 수준. 액션의 규모와 스피드는 늘었지만 착착 감기는 액션의 묘미는 줄었다.
<러시 아워 3>의 뻔한 이야기 흐름에 그나마 재미있는 ‘양념’으로 등장하는 건 숱한 조연과 카메오들이다. 리의 고아원 친구이자 삼합회 멤버인 켄지를 <링 The Ring>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선샤인 Sunshine>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것은 물론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온 노장 배우 막스 폰 시도우와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 장징추, <뮌헨 Munich> <안소니 짐머 Anthony Zimmer>의 프랑스 배우 이반 아탈 등이 <러시 아워 3>에 함께 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프랑스의 변태 형사 ‘레비’ 역으로 깜짝 출연해 영화에 웃음을 보탠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페이지 터너> - 악보를 넘기는 자가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 |
등록일
2007.10.01
정육점의 딸로 태어난 멜라니(데보라 프랑소와)는 부모님에게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유명 음악학교의 입학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인 아리안(캐서린 프로트)이 자신의 팬을 시험장에 난입시키는 바람에 멜라니는 정신이 산만해져 연주를 망치게 된다. 10년 후,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한 멜라니는 복수를 결심하고 아리안에게 접근한다. 아리안의 아들인 트리스탄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 멜라니는 차분한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며 아리안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한다. 무대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리안은 멜라니에게 자신의 공연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 일을 부탁한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클래식 공연에 페이지 터너를 맡게 된 멜라니는 천천히 아리안의 악보를 넘기기 시작한다.
<페이지 터너 La Tourneuse de pages>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멜라니의 주도 면밀한 복수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프랑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연주자였던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섬뜩한 복수극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페이지 터너>에는 스릴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 한 방울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리안에게 너무나 소중한 피아니스트 일과 사랑스런 가족들을 빼앗아 가며 심리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멜라니의 복수는 단지 아리안의 공연을 망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붓했던 남편과의 관계를 뒤흔들고, 피아니스트로 장래가 촉망되던 아들의 미래를 망쳐놓는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영화의 후반부는 <페이지 터너>의 백미 중 하나다. 바흐, 슈베르트, 쇼팽, 쇼스타코비치 등의 클래식 음악과 동성애적 코드가 영화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돼 스산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페이지 터너>는 사실 결말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품이다.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은 아리안이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 멜라니가 아리안의 사소한 실수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 역시 눈에 거슬리지만 적어도 <페이지 터너>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복수를 펼치는 멜라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L' Enfant>로 데뷔한 데보라 프랑소와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리안 일가를 뒤흔드는 멜라니를 맡아 호연을 펼친다.
<페이지 터너 La Tourneuse de pages>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멜라니의 주도 면밀한 복수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프랑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연주자였던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섬뜩한 복수극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페이지 터너>에는 스릴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 한 방울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리안에게 너무나 소중한 피아니스트 일과 사랑스런 가족들을 빼앗아 가며 심리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멜라니의 복수는 단지 아리안의 공연을 망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붓했던 남편과의 관계를 뒤흔들고, 피아니스트로 장래가 촉망되던 아들의 미래를 망쳐놓는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영화의 후반부는 <페이지 터너>의 백미 중 하나다. 바흐, 슈베르트, 쇼팽, 쇼스타코비치 등의 클래식 음악과 동성애적 코드가 영화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돼 스산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페이지 터너>는 사실 결말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품이다.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은 아리안이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 멜라니가 아리안의 사소한 실수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 역시 눈에 거슬리지만 적어도 <페이지 터너>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복수를 펼치는 멜라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L' Enfant>로 데뷔한 데보라 프랑소와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리안 일가를 뒤흔드는 멜라니를 맡아 호연을 펼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아드레날린24> - 비운의 킬러,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
등록일
2007.10.01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뜬 프리랜서 킬러 체브(제이슨 스태덤)는 자신의 탁상 위에 정체불명의 DVD를 발견한다. DVD 속에는 숙적인 갱스터 베로나(호세 파블로 칸틸로)가 1시간 내에 죽게 되는 독약 ‘베이징 칵테일’을 체브의 가슴 속에 주사하고 있는 영상이 담겨있다. 체브는 그의 주치의인 마일즈(드와이트 요아캄)에게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시키면 독약이 퍼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이제 ‘베이징 칵테일’의 해독제도 찾아야 하고, 베로나의 다음 표적이 된 애인 이브(에이미 스마트)도 구출해야 하며, 모든 사건을 일으킨 베로나 일당에게 복수도 감행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멈춰가는 심장을 뛰게 하려면 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드레날린24 Crank>는 끝없이 움직이며 아드네날린을 분출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면 심장이 멈춘다는 이 설정은 <아드레날린24>를 빠른 템포의 액션 영화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체브는 자신을 흥분상태로 몰아가기 위해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거칠게 차를 몰며, 무고한 시민들을 건드리며 도발을 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체브는 우악스럽게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먹고, 관광객으로 빼곡한 LA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애인과 공개 섹스도 서슴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체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아드레날린24>의 묘미. 긴박한 체브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빠른 편집과 화면 분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에 부각되는 최근 액션 영화의 경향에 반해 <아드레날린24>에서는 살과 살이 부딪치는 아날로그 액션이 주를 이룬다는 것은 인상 깊다. 쿵쾅거리는 체브의 심장을 묘사하거나 고공낙하하는 체브와 베로나의 모습을 제외하곤 <아드레날린24>의 대부분은 날 것 위주의 영상이 펼쳐진다. 특히, 3000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헬기 액션 신은 제이슨 스태덤이 단 두 줄의 와이어에 의지한 채 촬영된 장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드레날린24>는 제이슨 스태덤이 영화에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로 데뷔한 영국 출신 배우 제이슨 스태덤은 <더 원 The One>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시리즈에 출연하며 드롭킥이 가능한 백인 액션영웅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아드레날린24>는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여성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한 마초적 시선은 눈에 거슬리지만, 시종일관 땀을 쥐게 하는 순수 액션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할 만하다.
<아드레날린24 Crank>는 끝없이 움직이며 아드네날린을 분출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면 심장이 멈춘다는 이 설정은 <아드레날린24>를 빠른 템포의 액션 영화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체브는 자신을 흥분상태로 몰아가기 위해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거칠게 차를 몰며, 무고한 시민들을 건드리며 도발을 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체브는 우악스럽게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먹고, 관광객으로 빼곡한 LA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애인과 공개 섹스도 서슴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체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아드레날린24>의 묘미. 긴박한 체브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빠른 편집과 화면 분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에 부각되는 최근 액션 영화의 경향에 반해 <아드레날린24>에서는 살과 살이 부딪치는 아날로그 액션이 주를 이룬다는 것은 인상 깊다. 쿵쾅거리는 체브의 심장을 묘사하거나 고공낙하하는 체브와 베로나의 모습을 제외하곤 <아드레날린24>의 대부분은 날 것 위주의 영상이 펼쳐진다. 특히, 3000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헬기 액션 신은 제이슨 스태덤이 단 두 줄의 와이어에 의지한 채 촬영된 장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드레날린24>는 제이슨 스태덤이 영화에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로 데뷔한 영국 출신 배우 제이슨 스태덤은 <더 원 The One>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시리즈에 출연하며 드롭킥이 가능한 백인 액션영웅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아드레날린24>는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여성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한 마초적 시선은 눈에 거슬리지만, 시종일관 땀을 쥐게 하는 순수 액션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할 만하다.
<내니 다이어리> -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 |
등록일
2007.10.01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애니(스칼렛 조핸슨)는 금융회사에 취직해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니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에 지원하지만 면접을 보러 갔다가 포기하고 나와버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공원에 앉아 있던 애니는 우연히 위험에 빠진 뉴욕 상류층의 자제 그레이어 X(니콜라스 리스아트)를 구해주고 내니(유모) 일을 제안받는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애니는 선뜻 내니 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골치덩어리 그레이어는 매번 애니를 골탕먹이고 미세스 X(로라 리니)는 까다로운 요구로 애니를 괴롭힌다. 그 와중에 그레이어의 집 윗층에 사는 하바드 하티(크리스 에반스)는 애니에게 첫눈에 반해 애니를 쫓아다닌다.
강남 엄마들만 자녀 교육에 극성은 아닌 모양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미국 상류층 엄마들도 자녀 교육이라면 손발 다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남 엄마가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좋은 학원을 찾아내 아이를 보낸다면 미국 엄마들은 아예 집에다 내니를 들여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뉴욕대 출신의 두 여성 작가 니콜라 크라우스, 에마 매크로플린이 대학 시절 내니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뉴저지 출신의 젊은 여성 애니가 뉴욕 상류층 자제의 내니로 일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을 풍자한다. 뉴욕 상류층을 대표하는 미세스 X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고 명품 의상으로 치장하고 다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고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해도 내색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불행한 여성. 미세스 X로부터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믿으며 미래를 꿈꾸며 사는 애니. 영화는 두 사람을 대비시켜 허영으로 똘똘 뭉친 상류층 사람들의 위선을 가볍고 코믹하게 까발린다. 촌스럽지만 순수한 젊은 여성이 부유하지만 공허한 삶을 사는 부자들의 세계를 경험한 후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간다는 계몽적인 주제는 거슬리지만, 내니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뉴욕 상류층을 풍자하는 방식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편이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 Ghost Worl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등의 영화에서 관능적인 모습과 순수한 모습 등 극과 극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선보인 스칼렛 조핸슨이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애니를 밝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기해낸다.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등에 출연한 로라 리니가 위선적인 삶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뉴욕 상류층 여성 미세스 X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강남 엄마들만 자녀 교육에 극성은 아닌 모양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미국 상류층 엄마들도 자녀 교육이라면 손발 다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남 엄마가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좋은 학원을 찾아내 아이를 보낸다면 미국 엄마들은 아예 집에다 내니를 들여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뉴욕대 출신의 두 여성 작가 니콜라 크라우스, 에마 매크로플린이 대학 시절 내니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뉴저지 출신의 젊은 여성 애니가 뉴욕 상류층 자제의 내니로 일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을 풍자한다. 뉴욕 상류층을 대표하는 미세스 X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고 명품 의상으로 치장하고 다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고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해도 내색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불행한 여성. 미세스 X로부터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믿으며 미래를 꿈꾸며 사는 애니. 영화는 두 사람을 대비시켜 허영으로 똘똘 뭉친 상류층 사람들의 위선을 가볍고 코믹하게 까발린다. 촌스럽지만 순수한 젊은 여성이 부유하지만 공허한 삶을 사는 부자들의 세계를 경험한 후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간다는 계몽적인 주제는 거슬리지만, 내니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뉴욕 상류층을 풍자하는 방식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편이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 Ghost Worl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등의 영화에서 관능적인 모습과 순수한 모습 등 극과 극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선보인 스칼렛 조핸슨이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애니를 밝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기해낸다.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등에 출연한 로라 리니가 위선적인 삶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뉴욕 상류층 여성 미세스 X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 입 닥치고 노래나 하라고? |
등록일
2007.10.01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조차 이라크 철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끝내 대량 살상무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을 위해 이미 수천 명의 미군과 수십 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늘날의 미국엔 이라크 철군을 외치는 여론이 무성하고, 조지 W. 부시는 지지율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이었던 2003년은 어땠을까. 그 시절 부시는 60% 이상의 ‘고공’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었고, 미국민의 대다수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다.
“부시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것이 부끄럽다”. 사건의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미국의 컨트리 3인조 뮤지션 ‘딕시 칙스’의 리드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2003년 3월 영국 런던의 한 콘서트 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데뷔해 역대 음반 판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음반 출시 때마다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컨트리 앨범상을 거머쥐곤 했던 인기 그룹 딕시 칙스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를 사랑하던 당시 미국민을 분노케 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딕시 칙스가 조지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란 것이 부끄럽단 소리를 영국에서 하다니! 화가 난 미국인들은 딕시 칙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딕시 칙스의 음반을 불 태웠고,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컨트리 음악 전문 라디오는 그들의 음악을 보이콧 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딕시 칙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암살 위협까지 받는다. 딕시 칙스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물론 이들은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들은 미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표지에 자신들을 향한 비난의 수식어를 온 몸에 새긴 채 전신 누드로 등장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반 부시, 반전’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셀수록 더욱 커져갔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Shut Up & Sing>은 그 기록이다. 2003년 발언으로 시작해 2006년 어려움을 무릅쓰고 재기하기까지, 그들의 고단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딕시 칙스의 고단하지만 한편 유쾌한, 이 같은 투쟁을 담아낸 이는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 미국 켄터키 주의 탄광 지역 할란 카운티의 노동 환경을 고발한 <할란 카운티 USA Harlan County U.S.A.>와 1980년대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노동 파업을 기록한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과 같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해온 바바라 코플과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의 ‘멋진 남자’ 그레고리 펙의 딸, 세실리아 펙이 인연을 맺은 건 그레고리 펙에 관한 다큐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regory Peck>였다.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를 공동 연출한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러나 바바라 코플의 이전 작 <와일드 맨 블루스 Wild Man Blues>부터 이어져 왔다. 우디 앨런과 그의 뉴올리언즈 재즈 밴드에 관한 영화 <와일드 맨 블루스>에 세실리아 펙이 후반 작업을 도우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의 ‘찰떡 궁합’은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을 풍성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이들이 담아낸 영상은 딕시 칙스의 ‘투쟁사’를 사실 그대로 풍부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공인으로서, 가수란 직업인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아내로서 살아가고 있는 딕시 칙스 개인의 인간적 고뇌들까지 한꺼번에 녹여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은 정치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리얼 다큐’지만 동시에 음악 영화기도 하다. <와일드 맨 블루스>로 음악 영화를 경험한 이 두 감독은 딕시 칙스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애절하게, 달콤하게 잡아내고 있다. 작년 10월, 부시의 암살을 다룬 페이크 다큐 <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과 엇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딕시 칙스는 2003년의 발언 파장으로 가수로서 오랜 기간 빛을 잃었지만 2006년 재기, 2007년 그래미어워드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부시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것이 부끄럽다”. 사건의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미국의 컨트리 3인조 뮤지션 ‘딕시 칙스’의 리드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2003년 3월 영국 런던의 한 콘서트 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데뷔해 역대 음반 판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음반 출시 때마다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컨트리 앨범상을 거머쥐곤 했던 인기 그룹 딕시 칙스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를 사랑하던 당시 미국민을 분노케 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딕시 칙스가 조지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란 것이 부끄럽단 소리를 영국에서 하다니! 화가 난 미국인들은 딕시 칙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딕시 칙스의 음반을 불 태웠고,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컨트리 음악 전문 라디오는 그들의 음악을 보이콧 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딕시 칙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암살 위협까지 받는다. 딕시 칙스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물론 이들은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들은 미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표지에 자신들을 향한 비난의 수식어를 온 몸에 새긴 채 전신 누드로 등장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반 부시, 반전’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셀수록 더욱 커져갔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Shut Up & Sing>은 그 기록이다. 2003년 발언으로 시작해 2006년 어려움을 무릅쓰고 재기하기까지, 그들의 고단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딕시 칙스의 고단하지만 한편 유쾌한, 이 같은 투쟁을 담아낸 이는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 미국 켄터키 주의 탄광 지역 할란 카운티의 노동 환경을 고발한 <할란 카운티 USA Harlan County U.S.A.>와 1980년대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노동 파업을 기록한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과 같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해온 바바라 코플과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의 ‘멋진 남자’ 그레고리 펙의 딸, 세실리아 펙이 인연을 맺은 건 그레고리 펙에 관한 다큐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regory Peck>였다.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를 공동 연출한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러나 바바라 코플의 이전 작 <와일드 맨 블루스 Wild Man Blues>부터 이어져 왔다. 우디 앨런과 그의 뉴올리언즈 재즈 밴드에 관한 영화 <와일드 맨 블루스>에 세실리아 펙이 후반 작업을 도우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의 ‘찰떡 궁합’은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을 풍성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이들이 담아낸 영상은 딕시 칙스의 ‘투쟁사’를 사실 그대로 풍부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공인으로서, 가수란 직업인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아내로서 살아가고 있는 딕시 칙스 개인의 인간적 고뇌들까지 한꺼번에 녹여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은 정치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리얼 다큐’지만 동시에 음악 영화기도 하다. <와일드 맨 블루스>로 음악 영화를 경험한 이 두 감독은 딕시 칙스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애절하게, 달콤하게 잡아내고 있다. 작년 10월, 부시의 암살을 다룬 페이크 다큐 <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과 엇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딕시 칙스는 2003년의 발언 파장으로 가수로서 오랜 기간 빛을 잃었지만 2006년 재기, 2007년 그래미어워드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스테이지 뷰티> -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
등록일
2007.10.01
17세기 문예 부흥기의 영국 런던,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었던 당시 네드 키니스톤(빌리 크루덥)은 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남자 배우였다.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인 마리아 휴즈(클레어 데인즈)는 키니스톤의 연기를 훔쳐보고 흉내내며 배우의 꿈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날 마리아는 허름한 뒷골목 술집 무대에서 <오델로>의 데스데모나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장안의 화제가 된다. 이 사실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왕은 연극 애호가인 애첩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자 배우의 무대 진출을 허용하고 남자 배우가 여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발표한다. 키니스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지지만, 마리아는 이 법 덕분에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인기를 얻을수록 마리아는 자신의 연기에 실망하고, 키니스톤의 추락을 가슴 아파한다.
<스테이지 뷰티 Stage Beauty>는 실존 인물 주인공에 픽션을 가미한 시대극이다. 17세기에 쓰여진 사무엘 핍스의 일기에서 발췌한 당대 최고의 여장 배우 키니스톤에 대한 짧은 묘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스테이지 뷰티>는 키니스톤의 몰락과 재기, 그리고 배우의 꿈을 꾸며 키니스톤을 흉내내다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전직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 마리아의 이야기를 축으로 당대 영국 공연 문화 전반을 훑어낸다. 그러나 <스테이지 뷰티>는 17세기 영국 무대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겨내기보다는 기록에 존재하는 극적인 사건들을 영화적으로 재가공하는데 치중한다. 17세기 중반까지 여성들이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사실과 찰스 2세가 이를 허용하고 남성이 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아의 존재나 키니스톤과 마리아의 관계는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각본을 쓴 제프리 히쳐는 당대의 짤막한 기록을 토대로 당대 배우들의 고민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낸다.
<스테이지 뷰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델로 Othello>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인 무대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키니스톤은 아름답고 순결한 데스데모나를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관객들은 그런 키니스톤의 연기를 숨죽인 채 바라본다. 무대 뒷편에서는 마리아가 키니스톤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장면을 비춘다. 공연은 환호 속에 막을 내리지만, 키니스톤의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마리아는 그런 키니스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스테이지 뷰티>가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은 배우의 실존적인 고민이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키니스톤의 모습은 배우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자 배역을 하는 남자로 키워진 키니스톤이 왕명 발표 이후 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혼란을 겪는 장면은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부각시킨다. 얼떨결에 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연기가 키니스톤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진정한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주인공인 영화답게 <스테이지 뷰티>는 배우들이 겪는 고민들을 시대극의 형식을 빌어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고증을 거쳐 재현한 17세기 영국의 무대 공연 장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열연. 영국 최초의 여배우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를 연기한 클레어 데인즈는 어설픈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17세기 영국 여장 남자 배우 키니스톤을 징그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빌리 크루덥의 연기는 놓치기 아까울 만큼 훌륭하다.
<스테이지 뷰티 Stage Beauty>는 실존 인물 주인공에 픽션을 가미한 시대극이다. 17세기에 쓰여진 사무엘 핍스의 일기에서 발췌한 당대 최고의 여장 배우 키니스톤에 대한 짧은 묘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스테이지 뷰티>는 키니스톤의 몰락과 재기, 그리고 배우의 꿈을 꾸며 키니스톤을 흉내내다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전직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 마리아의 이야기를 축으로 당대 영국 공연 문화 전반을 훑어낸다. 그러나 <스테이지 뷰티>는 17세기 영국 무대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겨내기보다는 기록에 존재하는 극적인 사건들을 영화적으로 재가공하는데 치중한다. 17세기 중반까지 여성들이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사실과 찰스 2세가 이를 허용하고 남성이 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아의 존재나 키니스톤과 마리아의 관계는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각본을 쓴 제프리 히쳐는 당대의 짤막한 기록을 토대로 당대 배우들의 고민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낸다.
<스테이지 뷰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델로 Othello>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인 무대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키니스톤은 아름답고 순결한 데스데모나를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관객들은 그런 키니스톤의 연기를 숨죽인 채 바라본다. 무대 뒷편에서는 마리아가 키니스톤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장면을 비춘다. 공연은 환호 속에 막을 내리지만, 키니스톤의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마리아는 그런 키니스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스테이지 뷰티>가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은 배우의 실존적인 고민이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키니스톤의 모습은 배우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자 배역을 하는 남자로 키워진 키니스톤이 왕명 발표 이후 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혼란을 겪는 장면은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부각시킨다. 얼떨결에 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연기가 키니스톤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진정한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주인공인 영화답게 <스테이지 뷰티>는 배우들이 겪는 고민들을 시대극의 형식을 빌어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고증을 거쳐 재현한 17세기 영국의 무대 공연 장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열연. 영국 최초의 여배우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를 연기한 클레어 데인즈는 어설픈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17세기 영국 여장 남자 배우 키니스톤을 징그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빌리 크루덥의 연기는 놓치기 아까울 만큼 훌륭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스위트 보이스> - 평범하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로맨틱코미디 |
등록일
2007.10.01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스티븐(애드리안 브로디)은 노처녀인 누나와 함께 부모와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복화술사를 꿈꾸던 스티븐은 직장에서 해고된 후 인형을 사서 꿈을 실행에 옮긴다. 웨딩플래너인 누나 하이디의 구박과 부모의 핀잔도 스티븐의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스티븐은 실업수당을 위해 별 생각 없이 찾아간 노동상담소에서 만난 카운셀러 로레나(베라 파미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사회성 부족한 그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용기란 눈꼽만큼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 번도 직장을 갖지 못한 동네 친구 페니(밀라 요보비치)의 엉뚱한 아이디어 때문에 스토커로 몰리기도 하지만 페니의 또 다른 도움으로 진심을 전하는 데 성공한다.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로레나는 스티븐의 순수한 마음에 호감을 느끼지만, 스티브의 가족과 연애 경험이 거의 전무한 스티븐에게 점차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스위트 보이스 Dummy>는 미국 내에서 1만 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캐스팅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의 밀라 요보비치, <디파티드 The Departed> <두번째 사랑>의 베라 파미가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세 명의 스타 배우가 이렇게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에 한데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스위트 보이스>가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에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스위트 보이스>는 <피아니스>와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베라 파미가의 출세작 <다운 투 더 본 Down to the Bone>이 제작되기 2~4년 전인 2000년 여름 촬영이 완료됐다. 미국에서 2003년 9월 개봉된 데 이어 한국 관객에게는 그보다 4년이 지난 2007년 10월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다.
<스위트 보이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하이디가 스티븐을 부르는 호칭처럼 근사하고 폼 나는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패배자’들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 해고된 남자 스티븐이나 미혼모인 로레나, 노처녀인 하이디, 무명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10년 넘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페니, 회계사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에다가 스토커인 하이디의 전 남자친구 마이클까지 <스위트 보이스>의 인물들은 모두 사회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주변인’들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스티븐이나 로레나의 로맨스를 따라가지만, 정작 영화의 핵심은 ‘진정한 자아 찾기’에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복화술사가 되기로 한 스티븐과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로레나,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하이디, 삼류 무명 밴드에서 노래하는 페니를 통해 감독은 아무리 초라한 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스위트 보이스> 역시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만은 폄하하기 힘들다.
<스위트 보이스 Dummy>는 미국 내에서 1만 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캐스팅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의 밀라 요보비치, <디파티드 The Departed> <두번째 사랑>의 베라 파미가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세 명의 스타 배우가 이렇게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에 한데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스위트 보이스>가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에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스위트 보이스>는 <피아니스>와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베라 파미가의 출세작 <다운 투 더 본 Down to the Bone>이 제작되기 2~4년 전인 2000년 여름 촬영이 완료됐다. 미국에서 2003년 9월 개봉된 데 이어 한국 관객에게는 그보다 4년이 지난 2007년 10월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다.
<스위트 보이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하이디가 스티븐을 부르는 호칭처럼 근사하고 폼 나는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패배자’들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 해고된 남자 스티븐이나 미혼모인 로레나, 노처녀인 하이디, 무명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10년 넘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페니, 회계사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에다가 스토커인 하이디의 전 남자친구 마이클까지 <스위트 보이스>의 인물들은 모두 사회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주변인’들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스티븐이나 로레나의 로맨스를 따라가지만, 정작 영화의 핵심은 ‘진정한 자아 찾기’에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복화술사가 되기로 한 스티븐과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로레나,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하이디, 삼류 무명 밴드에서 노래하는 페니를 통해 감독은 아무리 초라한 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스위트 보이스> 역시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만은 폄하하기 힘들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마이 걸, 마이 엔젤> - 수렁에서 건진 내 딸 |
등록일
2007.10.01
캐나다 퀘벡의 유력 정치인 저메인(미셸 코테)은 사랑스러운 아내 잔느(도미니크 레뒤크)와 딸 나탈리(카린 바네스)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아내와는 30년 째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가고 있으며, 딸 나탈리는 몬트리올의 대학에서 공부 중인 수재로, 저메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메인은 밤마다 포르노 사이트를 전전하는 포르노 중독자. 그는 우연히 접속한 한 포르노 사이트에서 딸 나탈리를 발견하고, 그녀가 몬트리올에서 일어난 인터넷 포르노 스타의 죽음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층의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이 포르노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가족의 갈등과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나탈리는 낮에는 대학생의 삶을, 밤에는 포르노 배우의 삶을 사는 두 얼굴의 여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탈리에게 이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따분한 삶과 화끈한 일탈을 위해 포르노 배우의 길을 택한 것. 아버지 저메인의 상황도 나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인 저메인은 밤마다 이곳저곳 포르노 사이트를 서핑하며 성적 욕구를 채우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인 부녀의 모습을 통해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 사회의 이중성과 허식을 슬쩍 까발린다.
촬영 감독 출신으로 몇 편의 TV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렉시스 듀랑 브로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에로틱 스틸러 장르의 영화 답게 그럴듯한 반전과 눈요기 거리를 갖추고 있다.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린 나탈리의 현재에서 시작된 영화는 편리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극 말미 반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전개가 뻔히 눈에 보이는 것은 <마이 걸, 마이 엔젤>의 피할 수 없는 약점이다. 캐나다 출신의 최고 아역 배우 출신 여배우 중 한 명인 카린 바네스가 나탈리 역을 맡았다.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층의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이 포르노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가족의 갈등과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나탈리는 낮에는 대학생의 삶을, 밤에는 포르노 배우의 삶을 사는 두 얼굴의 여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탈리에게 이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따분한 삶과 화끈한 일탈을 위해 포르노 배우의 길을 택한 것. 아버지 저메인의 상황도 나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인 저메인은 밤마다 이곳저곳 포르노 사이트를 서핑하며 성적 욕구를 채우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인 부녀의 모습을 통해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 사회의 이중성과 허식을 슬쩍 까발린다.
촬영 감독 출신으로 몇 편의 TV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렉시스 듀랑 브로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에로틱 스틸러 장르의 영화 답게 그럴듯한 반전과 눈요기 거리를 갖추고 있다.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린 나탈리의 현재에서 시작된 영화는 편리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극 말미 반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전개가 뻔히 눈에 보이는 것은 <마이 걸, 마이 엔젤>의 피할 수 없는 약점이다. 캐나다 출신의 최고 아역 배우 출신 여배우 중 한 명인 카린 바네스가 나탈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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