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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9.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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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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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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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죽음도 갈라 놓지 못한 사랑 |
등록일
2007.09.17
가난한 집안의 소년 채인호, 낯선 동네로 이사가던 날 차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 소녀 정미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전학 간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로 다시 만난 인호와 미주.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미주의 가족이 빚쟁이들에게 쫓겨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그로부터 7년 후 인호와 미주는 고등학생이 된다. 유도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 엄마에게 효도하겠다는 꿈을 가진 고등학생 인호(주진모)는 술에 절어 사는 엄마와 문제아 오빠를 둔 미주(박시연)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나눈 두 사람은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문제아 오빠 때문에 미주가 악랄한 건달 치권(김민준)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한다. 인호는 복수심에 불타 치권의 목에 칼을 꽂게 되고, 그 결과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 사이 미주는 사라져 버린다. 세월이 흘러 출소한 인호는 건설 재벌 유회장(주현)의 오른팔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유회장이 들른 술집에서 미주와 우연히 마주친다.
<사랑>은 곽경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사랑>이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는 남자와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친구> <똥개> <태풍> 등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는데 재능을 발휘해온 곽경택 감독의 작품답게 <사랑>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남녀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첫사랑의 여자를 유린한 건달에게 칼을 꽂는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치 않는 인호와 지긋지긋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집 여자가 된 미주의 처절한 사랑은 줄기차게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곽경택 감독은 배신을 일삼는 거친 건달들의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남자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낸다. 그러나 건달과 술집 여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설정과 예상된 결론을 향해 예측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상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상투성을 덮어줄 만큼 뛰어난 편이다.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사랑>에서는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순정파 건달 채인호를 연기한 주진모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채인호를 실감나게 스크린에 살려낸다. <구미호 가족>에 출연했던 박시연은 열일곱 나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도 거리를 두고 살아야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인 정미주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진모와 박시연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지만, <사랑>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배우는 바로 김민준이다. <예의없는 것들>과 TV 드라마 <다모> <프라하의 연인>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민준이 <사랑>에서는 악질 건달 치권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났다. 김민준은 올백으로 빗어넘긴 머리 스타일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악질 건달 치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원치 않게 사랑하는 남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재벌 유회장 역을 맡은 주현은 듬직한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사랑>은 곽경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사랑>이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는 남자와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친구> <똥개> <태풍> 등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는데 재능을 발휘해온 곽경택 감독의 작품답게 <사랑>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남녀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첫사랑의 여자를 유린한 건달에게 칼을 꽂는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치 않는 인호와 지긋지긋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집 여자가 된 미주의 처절한 사랑은 줄기차게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곽경택 감독은 배신을 일삼는 거친 건달들의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남자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낸다. 그러나 건달과 술집 여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설정과 예상된 결론을 향해 예측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상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상투성을 덮어줄 만큼 뛰어난 편이다.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사랑>에서는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순정파 건달 채인호를 연기한 주진모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채인호를 실감나게 스크린에 살려낸다. <구미호 가족>에 출연했던 박시연은 열일곱 나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도 거리를 두고 살아야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인 정미주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진모와 박시연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지만, <사랑>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배우는 바로 김민준이다. <예의없는 것들>과 TV 드라마 <다모> <프라하의 연인>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민준이 <사랑>에서는 악질 건달 치권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났다. 김민준은 올백으로 빗어넘긴 머리 스타일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악질 건달 치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원치 않게 사랑하는 남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재벌 유회장 역을 맡은 주현은 듬직한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인베이젼> - 이유도 없고 특징도 없는 리메이크 |
등록일
2007.09.17
우주선이 원인불명의 이유로 착륙 도중 폭발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신과 의사 캐롤 버넬(니콜 키드먼)을 찾아온 중년의 여자 환자 역시 이상한 일을 겪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환자의 남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는 말을 듣고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캐롤은 아들 올리버의 친구가 개에게 물린 후 이상하게 변했음을 발견하고 주위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올리버 친구의 사탕주머니 속에서 발견한 투명한 피부조직을 동료 의사이자 친구인 벤 드리스콜(다니엘 크레이그)과 스티븐 박사(제프리 라이트)를 찾아간 캐롤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인간이 잠자고 있는 사이 침투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외계 생명체에 의해 신체를 강탈당한 전 남편의 집에 간 아들 올리버를 찾기 위해 캐롤은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
잭 피니의 신문 연재 소설 [바디 스내처 The Body Snatchers]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이나 영화화됐다. 원작에 가장 가깝게 제작된 돈 시겔의 1956년작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에 이어 같은 제목으로 1978년 필립 카우프먼이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했으며, 아벨 페라라는 1993년 <바디 에이리언 Body Snatchers>를 내놓았다. 국내에는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로 유명한 올리버 허쉬비겔 감독은 잭 피니의 소설을 영화화한 네 감독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이다. 또한 <인베이젼 The Invasion>은 같은 원작을 가진 영화 중 유일하게 두 명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작품이기도 하다. 허쉬비겔 감독에 의해 완결된 2006년 버전은 워쇼스키 남매가 다시 각본을 쓰고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재촬영에 투입되는 진통을 겪으며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감독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스튜디오 때문이었다.
두 명의 감독이 전혀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한 탓인지 <인베이젼>은 영화의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인베이젼>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전 세 편의 영화에 비하면 완성도가 한참 떨어진다.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는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거나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하는 대신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만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된 돈 시겔의 <우주의 침입자>는 매카시즘을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은유적 화법으로 평론가들의 환호를 받았고, 필립 카우프먼의 영화는 비관적인 결말을 지닌 독창적인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필립 카우프먼의 작품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입시키는 비평가도 있었다. <바디 에이리언>은 걸프전의 후유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한편 에이즈의 공포를 은유적으로 그려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성본능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이는 <인베이젼>은 결국 액션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허쉬비겔의 감독판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잭 피니의 신문 연재 소설 [바디 스내처 The Body Snatchers]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이나 영화화됐다. 원작에 가장 가깝게 제작된 돈 시겔의 1956년작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에 이어 같은 제목으로 1978년 필립 카우프먼이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했으며, 아벨 페라라는 1993년 <바디 에이리언 Body Snatchers>를 내놓았다. 국내에는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로 유명한 올리버 허쉬비겔 감독은 잭 피니의 소설을 영화화한 네 감독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이다. 또한 <인베이젼 The Invasion>은 같은 원작을 가진 영화 중 유일하게 두 명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작품이기도 하다. 허쉬비겔 감독에 의해 완결된 2006년 버전은 워쇼스키 남매가 다시 각본을 쓰고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재촬영에 투입되는 진통을 겪으며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감독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스튜디오 때문이었다.
두 명의 감독이 전혀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한 탓인지 <인베이젼>은 영화의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인베이젼>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전 세 편의 영화에 비하면 완성도가 한참 떨어진다.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는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거나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하는 대신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만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된 돈 시겔의 <우주의 침입자>는 매카시즘을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은유적 화법으로 평론가들의 환호를 받았고, 필립 카우프먼의 영화는 비관적인 결말을 지닌 독창적인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필립 카우프먼의 작품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입시키는 비평가도 있었다. <바디 에이리언>은 걸프전의 후유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한편 에이즈의 공포를 은유적으로 그려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성본능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이는 <인베이젼>은 결국 액션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허쉬비겔의 감독판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상사부일체> - 횡설수설 우왕좌왕 조폭 코미디 |
등록일
2007.09.17
평론가와 관객의 반응이 극을 달리는 영화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조폭 코미디는 대체로 그렇다. <두사부일체> 시리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리즈의 두 번째 편 <투사부일체>는 두 집단의 차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 영화였다. <상사부일체>가 흥행에서 성공한다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상사부일체>는 <투사부일체>의 완성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졸작 중의 졸작이다.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이전 두 편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출연진이 전면 교체됐다. 정준호가 맡았던 계두식은 이성재가 연기하고, 조직 보스 김상중 대신 손창민이 출연한다. 정웅인 대신 김성민이 김상두 역을 맡았고, 박상면은 정운택이 연기했던 대가리 역으로 등장한다.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가 학교를 주무대로 했던 것과는 달리 <상사부일체>의 배경은 대기업 회사다. 윤리 과목 교생이었던 계두식이 대학 졸업장을 딴 시점에서 시작하는 <상사부일체>는 폭력조직의 글로벌 경영을 위해 두식이 대기업에 취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수 성적이 좋지 않아 기획실이 아닌 보험사로 배치된 두식은 박소장의 횡포 속에서 굳건히 신입 생활을 이어간다. 이유 없이 두식과 두식의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을 괴롭히던 박소장은 두식에게 보험영업 200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라고 엄포를 놓는다. 두식은 조직원을 동원해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리고, 결국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기획실에 입성한다. 하지만 만년대리 김대리(전창걸)와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에 대한 박소장의 횡포가 심해지자 두식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상사부일체>의 가장 큰 단점은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취약성도 아니고, 평론가의 외면을 받았던 코미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라는 사실도 아니다. “이야기의 탄탄함을 가장 먼저 신경썼다”는 심승보 감독의 말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이야기의 중심이 없는 영화다.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이 산만하게 코믹 시퀀스만을 남발하는 것은 조악한 일부 조폭 코미디의 특징이지만, <상사부일체>는 조금 더 멀리 나간다. 영화는 두식의 회사생활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두식과 수정의 로맨스에도 별 관심이 없다. 조직 보스가 대학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두와 대가리는 아예 이야기에서 거의 제외된다. 그렇다고 회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종국에는 영동파와 북어파의 대립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사부일체>는 죄민수로 유명한 조원석과 손명은, 정철규, 조지훈, 김현철 등 개그맨들을 카메오나 단역으로 출연시켜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개그콘서트>나 <개그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장기는 무의미하게 휘발되고 만다. 계두식이 영화 포스터에서 둘러쓰고 있는 태극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이전 두 편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출연진이 전면 교체됐다. 정준호가 맡았던 계두식은 이성재가 연기하고, 조직 보스 김상중 대신 손창민이 출연한다. 정웅인 대신 김성민이 김상두 역을 맡았고, 박상면은 정운택이 연기했던 대가리 역으로 등장한다.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가 학교를 주무대로 했던 것과는 달리 <상사부일체>의 배경은 대기업 회사다. 윤리 과목 교생이었던 계두식이 대학 졸업장을 딴 시점에서 시작하는 <상사부일체>는 폭력조직의 글로벌 경영을 위해 두식이 대기업에 취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수 성적이 좋지 않아 기획실이 아닌 보험사로 배치된 두식은 박소장의 횡포 속에서 굳건히 신입 생활을 이어간다. 이유 없이 두식과 두식의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을 괴롭히던 박소장은 두식에게 보험영업 200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라고 엄포를 놓는다. 두식은 조직원을 동원해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리고, 결국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기획실에 입성한다. 하지만 만년대리 김대리(전창걸)와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에 대한 박소장의 횡포가 심해지자 두식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상사부일체>의 가장 큰 단점은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취약성도 아니고, 평론가의 외면을 받았던 코미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라는 사실도 아니다. “이야기의 탄탄함을 가장 먼저 신경썼다”는 심승보 감독의 말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이야기의 중심이 없는 영화다.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이 산만하게 코믹 시퀀스만을 남발하는 것은 조악한 일부 조폭 코미디의 특징이지만, <상사부일체>는 조금 더 멀리 나간다. 영화는 두식의 회사생활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두식과 수정의 로맨스에도 별 관심이 없다. 조직 보스가 대학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두와 대가리는 아예 이야기에서 거의 제외된다. 그렇다고 회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종국에는 영동파와 북어파의 대립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사부일체>는 죄민수로 유명한 조원석과 손명은, 정철규, 조지훈, 김현철 등 개그맨들을 카메오나 단역으로 출연시켜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개그콘서트>나 <개그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장기는 무의미하게 휘발되고 만다. 계두식이 영화 포스터에서 둘러쓰고 있는 태극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원스> - 사랑의 노래를 들어라 |
등록일
2007.09.17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노래하는 그(글렌 한사드)는 사랑하던 연인을 막 영국 런던으로 떠나보낸 상태다. 비록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의 아픔을 노래에 담아 거리에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목소리를 귀기울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남자친구와 결별 후 어머니와 갓난 아이와 함께 체코를 떠난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다. 거리에서 조우한 이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그녀의 응원 덕에 그는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정한다.
<원스 Once>는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음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려주는 음악 로맨스다. 극 중 음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극 영화에서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진다면,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과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베이시스트 출신인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신예 감독.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등 두 뮤지션과 함께 러닝타임 85분 동안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인디 뮤지컬 영화를 완성해 냈다.
만약 당신이 미끈한 할리우드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아일랜드 산 뮤지컬 <원스>는 한없이 초라한 소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15만 달러의 '초' 저예산 제작비, 국내에는 지명도 제로인 출연진들 거기에 칙칙하기 짝없는 줄거리와 배경까지, <원스>의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흥행 경쟁력은 말 그대로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올 초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3월 2개 스크린에서 일반 상영을 시작한 <원스>는 현재까지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8백1십만 달러의 깜짝 흥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 이제는 우리 차례다.
<원스 Once>는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음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려주는 음악 로맨스다. 극 중 음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극 영화에서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진다면,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과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베이시스트 출신인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신예 감독.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등 두 뮤지션과 함께 러닝타임 85분 동안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인디 뮤지컬 영화를 완성해 냈다.
만약 당신이 미끈한 할리우드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아일랜드 산 뮤지컬 <원스>는 한없이 초라한 소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15만 달러의 '초' 저예산 제작비, 국내에는 지명도 제로인 출연진들 거기에 칙칙하기 짝없는 줄거리와 배경까지, <원스>의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흥행 경쟁력은 말 그대로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올 초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3월 2개 스크린에서 일반 상영을 시작한 <원스>는 현재까지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8백1십만 달러의 깜짝 흥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 이제는 우리 차례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무시시> - 기기묘묘 벌레 세상 |
등록일
2007.09.17
100년 전, 일본의 어느 산간마을. 폭설로 고립된 마을에 백발의 한 남자가 들어선다. 눈길 속에 하룻밤 묵어 갈 곳을 찾는 남자는 깅코(오다기리 죠)란 이름의 무시시.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의 생명체 ‘무시 蟲’를 다스리고 무시에 빙의돼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치료사인 무시시 깅코는 그곳에서 소리를 잡아먹는 무시 때문에 귀가 먹은 이들, 머리에 뿔이 난 꼬마를 치료한다. 무시를 잡아 끄는 체질을 갖고 있는 탓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정처 없이 길을 떠돌아야만 하는 깅코. 길고 긴 여행 도중, 그는 탄유(아오이 유우)가 자신을 찾는다는 전갈을 듣는다. 무시에 관해 기록함으로써 글씨 안에 무시들을 봉인하는 능력을 지닌 탄유를 찾아 떠날 채비를 하는 깅코에게 무지개를 잡으러 길에 오른 코로(오모리 나오)가 길동무가 되어 준다.
여류 만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충사]는 정령 같은, 유령 같은 때론 공기 중을 떠도는 세균이나 벌레 같은 신비한 생명체 무시와 이들을 다스리는 무시시의 모험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무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 [충사]의 기본 재미지만, ‘벌레’를 통해 집착이나 교만과 같이 인간 스스로 다스리기 힘든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충사]의 미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충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무시시>는 무시를 실사영화 위에 유려한 영상으로 옮겨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애니메이션 <아키라 Akira> <스팀보이 Steamboy>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일본 산야의 너른 품을 담은 실사 이미지 위에 VFX(Visual Effect: 영상특수효과)로 그려낸 무시의 기묘한 이미지들을 환상적으로 겹쳐 그리지만 각각의 무시가 갖는 의미도, 무시시 깅코가 길 위에서 찾는 궁극의 목표도 드러나지 않은 탓에 무시를 특이한 ‘벌레’ 이상의 의미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각 권마다 완결되는 만화 이야기와 달리 깅코를 중심 인물로, 그의 방랑 길을 주축으로 하는 로드무비를 따르는 <무시시>는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길 위에 흩뿌려두기만 했을 뿐 이야기를 제대로 갈무리하는 재능도 갖추지 못했다. 덕분에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 타임은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백발로 빛나는 오다기리 죠의 설익은 이미지와 아오이 유우의 우아한 자태, 산과 들은 물론 호수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무시시>의 매력이다. 자그마한 글씨가 개미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달팽이처럼 소용돌이 모양을 지닌 무시, 반딧불이처럼 숲 속에서 반짝이는 무시까지 다양한 무시의 모습을 곁들여 볼 수 있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 이렇듯 <무시시>는 무시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박물지’로서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세계를 소개하는 것에서 소임을 다한다. <무시시>는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여류 만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충사]는 정령 같은, 유령 같은 때론 공기 중을 떠도는 세균이나 벌레 같은 신비한 생명체 무시와 이들을 다스리는 무시시의 모험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무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 [충사]의 기본 재미지만, ‘벌레’를 통해 집착이나 교만과 같이 인간 스스로 다스리기 힘든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충사]의 미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충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무시시>는 무시를 실사영화 위에 유려한 영상으로 옮겨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애니메이션 <아키라 Akira> <스팀보이 Steamboy>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일본 산야의 너른 품을 담은 실사 이미지 위에 VFX(Visual Effect: 영상특수효과)로 그려낸 무시의 기묘한 이미지들을 환상적으로 겹쳐 그리지만 각각의 무시가 갖는 의미도, 무시시 깅코가 길 위에서 찾는 궁극의 목표도 드러나지 않은 탓에 무시를 특이한 ‘벌레’ 이상의 의미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각 권마다 완결되는 만화 이야기와 달리 깅코를 중심 인물로, 그의 방랑 길을 주축으로 하는 로드무비를 따르는 <무시시>는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길 위에 흩뿌려두기만 했을 뿐 이야기를 제대로 갈무리하는 재능도 갖추지 못했다. 덕분에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 타임은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백발로 빛나는 오다기리 죠의 설익은 이미지와 아오이 유우의 우아한 자태, 산과 들은 물론 호수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무시시>의 매력이다. 자그마한 글씨가 개미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달팽이처럼 소용돌이 모양을 지닌 무시, 반딧불이처럼 숲 속에서 반짝이는 무시까지 다양한 무시의 모습을 곁들여 볼 수 있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 이렇듯 <무시시>는 무시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박물지’로서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세계를 소개하는 것에서 소임을 다한다. <무시시>는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이지 섹스, 이지 러브> - 사랑을 찾아서 |
등록일
2007.09.17
제이미 해리스(마르그리트 모로)는 신제품에 상품명을 짓는 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일에 있어서는 똑부러지는 유능한 여성이지만, 성생활은 뒤죽박죽이다. 동료인 미스터 웡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남자들과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제이미는 우연히 TV 쇼 진행자인 (브라이언 F. 오번)과 만나 데이트를 하게 되면서 믹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믹 역시 제이미에게 끌리지만, 자유분방한 제이미의 생활 때문에 그녀와 거리를 두려 한다.
<이지 섹스, 이지 러브 Easy>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젊은 미혼 여성 제이미가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아무하고나 자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진짜 짝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제이미를 통해 진정한 연인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톡톡 튀는 대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제인 와인스타인 감독이 2003년에 연출한 <이지 섹스, 이지 러브>는 독립영화 특유의 패기와 발랄함으로 같은 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지 섹스, 이지 러브 Easy>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젊은 미혼 여성 제이미가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아무하고나 자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진짜 짝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제이미를 통해 진정한 연인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톡톡 튀는 대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제인 와인스타인 감독이 2003년에 연출한 <이지 섹스, 이지 러브>는 독립영화 특유의 패기와 발랄함으로 같은 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미남이시네요> - 시골 아저씨, 새로운 사랑을 만나다 |
등록일
2007.09.17
프랑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에메(미셸 블랑)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다. 농장일과 집안 살림에 치이던 그는 새로운 아내의 필요성을 느끼고 결혼상담소를 찾는다. 상담소장이 그에게 권한 것은 루마니아 여자와의 국제 결혼. 에메는 루마니아에서 엘레나(메디아 마리네스쿠)를 만나 호감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 프랑스로 돌아온다. 하지만 에메는 젊고 아름다운 엘레나와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엘레나는 프랑스에 하루라도 빨리 정착하고 싶지만 청혼은 하지 않고 농장일만 시키는 에메에게 불만이 쌓여간다.
농장일밖에 모르는 중년 남성과 생기발랄한 여인과의 로맨스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설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남이시네요 Je vous trouve tres beau>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중년 남성의 감정 변화를 꼼꼼히 그려내는 데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에메는 외식이란 절대 하지 않고 꽃을 사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엘레나와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고 꽃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던 에메의 러브 스토리는 시골에서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이웃들에게 루마니아로 아내를 찾으러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독일 소시지를 기념품으로 준비하는 장면, 엘레나가 나타날 때면 허겁지겁 클래식 라디오 채널로 주파수를 돌리는 장면 등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배우 출신인 여성 감독 이사벨 메르고는 <미남이시네요>를 사랑에 눈떠가는 에메의 이야기로만 채워놓지 않는다. 프랑스에 홀로 건너와 향수병을 겪게 되는 엘레나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다 원정결혼을 선택한 여인. 엘레나가 살고 있던 루마니아 빈민층의 모습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게임을 즐기는 프랑스인의 모습이 대비되며 루마나아의 빈곤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영화의 제목인 ‘미남이시네요’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루마니아 여성들이 프랑스 남성을 보고 처음으로 건네는 말. 자신이 잘생기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에메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해 하는 장면은 유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함께 한다. <위트니스 Les Temoins> <프로스페로의 서재 Prospero's Books>의 미셸 블랑이 에메를 연기하며, 이사벨 메르고 감독은 <미남이시네요>로 2007년 세자르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농장일밖에 모르는 중년 남성과 생기발랄한 여인과의 로맨스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설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남이시네요 Je vous trouve tres beau>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중년 남성의 감정 변화를 꼼꼼히 그려내는 데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에메는 외식이란 절대 하지 않고 꽃을 사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엘레나와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고 꽃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던 에메의 러브 스토리는 시골에서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이웃들에게 루마니아로 아내를 찾으러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독일 소시지를 기념품으로 준비하는 장면, 엘레나가 나타날 때면 허겁지겁 클래식 라디오 채널로 주파수를 돌리는 장면 등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배우 출신인 여성 감독 이사벨 메르고는 <미남이시네요>를 사랑에 눈떠가는 에메의 이야기로만 채워놓지 않는다. 프랑스에 홀로 건너와 향수병을 겪게 되는 엘레나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다 원정결혼을 선택한 여인. 엘레나가 살고 있던 루마니아 빈민층의 모습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게임을 즐기는 프랑스인의 모습이 대비되며 루마나아의 빈곤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영화의 제목인 ‘미남이시네요’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루마니아 여성들이 프랑스 남성을 보고 처음으로 건네는 말. 자신이 잘생기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에메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해 하는 장면은 유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함께 한다. <위트니스 Les Temoins> <프로스페로의 서재 Prospero's Books>의 미셸 블랑이 에메를 연기하며, 이사벨 메르고 감독은 <미남이시네요>로 2007년 세자르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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