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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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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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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날들> -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힘겨운 성장기 |
등록일
2007.09.03
10대 소녀 에이미(김지선)가 어머니(김복자)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영어학원을 다니며 미국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향수병이 커져만 간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한국계 소년인 트란(강태구)뿐, 에이미는 트란과 매일 어울리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학원수강료를 환불 받은 돈으로 트란에게 팔찌를 사주고, 간간히 집으로 불러 한국음식도 먹여보지만 트란은 계속 무신경하게 반응하고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느 날 어머니는 에이미에게 조심스럽게 재혼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방황의 날들>은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영어조차 버거운 소녀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미국 이민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계 청소년의 일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에이미가 주로 걷는 거리는 한인타운이며, 한국음식을 즐겨 찾고, 현지인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에이미는 분명 미국에서 생활 중이지만 하루 종일 영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카메라는 에이미의 이런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며, 십대 소녀의 방황과 우울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트란과 만나 대수롭지 않는 농담을 주고 받고,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들은 황량한 배경과 어울리며 쓸쓸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방황하는 에이미에게 어떠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다. 에이미의 우울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황의 날들>의 결말은 꽤 묵직한 아픔을 선사한다. <방황의 날들>의 주연배우인 김지선과 강태우는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들이다. 영화는 재미교포 출신인 김소영 감독이 미국 LA에서 겪은 10대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황의 날들>은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영어조차 버거운 소녀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미국 이민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계 청소년의 일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에이미가 주로 걷는 거리는 한인타운이며, 한국음식을 즐겨 찾고, 현지인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에이미는 분명 미국에서 생활 중이지만 하루 종일 영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카메라는 에이미의 이런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며, 십대 소녀의 방황과 우울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트란과 만나 대수롭지 않는 농담을 주고 받고,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들은 황량한 배경과 어울리며 쓸쓸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방황하는 에이미에게 어떠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다. 에이미의 우울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황의 날들>의 결말은 꽤 묵직한 아픔을 선사한다. <방황의 날들>의 주연배우인 김지선과 강태우는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들이다. 영화는 재미교포 출신인 김소영 감독이 미국 LA에서 겪은 10대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스트레인저 댄 픽션> - 소설, 인생을 해설하다 |
등록일
2007.09.03
국세청 직원 해롤드 크릭(윌 페렐)의 삶에서 우연이란 단어를 찾긴 쉽지 않다. 삶의 면면이 규칙으로 꽉 짜여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해롤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든다. 칫솔질도 정해둔 숫자만큼, 출근 길 버스에 오르기까지 걷는 걸음도 항상 똑같다. 어제와 전혀 다르지 않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고 있는 해롤드. 하지만 해롤드의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시작은 칫솔질을 열심히 하던 어느 아침부터. 그의 귓가에 낯선 여인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목소리는 흡사 영화의 내레이션 역을 맡은 것만 같다. 그녀는 해롤드의 행동 하나하나를 3인칭 시점으로 찬찬히 설명한다. 도무지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스트레인저 댄 픽션 Stranger than Fiction>은 이상한 영화다. 소설가 카렌(엠마 톰슨)이 쓰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해롤드가 버젓이 현실 속에 살아 돌아다니고 해롤드의 현실은 카렌의 펜 끝, 픽션에 매달려 있다. 카렌이 ‘해롤드는 죽는다’고 픽션 속에 쓴다면, 현실의 해롤드는 죽을 수밖에 없고, 카렌이 ‘해롤드가 사랑에 빠진다’고 하면 현실 속 해롤드는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할까? 그건 아니다. 어느 날, 해롤드는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있는 목소리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말을 하는 걸 듣게 된다. 가만히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대신 해롤드가 선택한 건 문학교수 줄스(더스틴 호프만)를 찾아가 픽션의 법칙들을 듣는 것. 픽션의 법칙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자신이 죽는 것으로 결정된 이 소설을 조금쯤 바꿔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운명 그대로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해롤드와 소설 속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까 고심하는 소설가 카렌의 이야기를 담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인생 자체는 비극이지만 그 시간을 희극으로 만드느냐, 비극으로 채색하느냐는 삶을 쥐고 있는 주인공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정하게 된 해롤드가 사랑에 충실하고, 평생 소원이었던 기타를 연주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카렌의 모습에서 종종 ‘신 神’과 같은 면모를, 해롤드에게서 피조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역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이와 같은 주제 의식을 더욱 부각시킨다.
삶과 죽음, 인생의 순환을 담고 있다해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아니다. <몬스터 볼 Monster’s Ball> <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의 마크 포스터 감독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을 톡톡 튀는 상상력의 공간으로 창조해낸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소설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 속 공간들은 영화에 판타지적 재미를 덧입힌다. 물론 영화를 풍성하게 한 가장 큰 주역은 배우들이다. ‘웃기는 배우’로만 알려진 윌 페렐이 엉뚱한 동시에 무게감 있는 해롤드 역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엠마 톰슨 역시 괴짜 소설가의 면모를 풍성히 표현해냈다. 심통 맞아 보이는 교수가 된 더스틴 호프만, 해롤드가 사랑에 빠지는 당찬 빵집 여인 안나가 된 메기 질렌할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 Stranger than Fiction>은 이상한 영화다. 소설가 카렌(엠마 톰슨)이 쓰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해롤드가 버젓이 현실 속에 살아 돌아다니고 해롤드의 현실은 카렌의 펜 끝, 픽션에 매달려 있다. 카렌이 ‘해롤드는 죽는다’고 픽션 속에 쓴다면, 현실의 해롤드는 죽을 수밖에 없고, 카렌이 ‘해롤드가 사랑에 빠진다’고 하면 현실 속 해롤드는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할까? 그건 아니다. 어느 날, 해롤드는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있는 목소리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말을 하는 걸 듣게 된다. 가만히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대신 해롤드가 선택한 건 문학교수 줄스(더스틴 호프만)를 찾아가 픽션의 법칙들을 듣는 것. 픽션의 법칙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자신이 죽는 것으로 결정된 이 소설을 조금쯤 바꿔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운명 그대로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해롤드와 소설 속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까 고심하는 소설가 카렌의 이야기를 담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인생 자체는 비극이지만 그 시간을 희극으로 만드느냐, 비극으로 채색하느냐는 삶을 쥐고 있는 주인공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정하게 된 해롤드가 사랑에 충실하고, 평생 소원이었던 기타를 연주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카렌의 모습에서 종종 ‘신 神’과 같은 면모를, 해롤드에게서 피조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역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이와 같은 주제 의식을 더욱 부각시킨다.
삶과 죽음, 인생의 순환을 담고 있다해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아니다. <몬스터 볼 Monster’s Ball> <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의 마크 포스터 감독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을 톡톡 튀는 상상력의 공간으로 창조해낸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소설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 속 공간들은 영화에 판타지적 재미를 덧입힌다. 물론 영화를 풍성하게 한 가장 큰 주역은 배우들이다. ‘웃기는 배우’로만 알려진 윌 페렐이 엉뚱한 동시에 무게감 있는 해롤드 역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엠마 톰슨 역시 괴짜 소설가의 면모를 풍성히 표현해냈다. 심통 맞아 보이는 교수가 된 더스틴 호프만, 해롤드가 사랑에 빠지는 당찬 빵집 여인 안나가 된 메기 질렌할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마이 파더> - 스크린으로 옮긴 감동 실화 |
등록일
2007.09.03
한국계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에 자원한다.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을 펼치고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끝에 아버지와 상봉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22년 만에 만난 아버지 황남철(김영철)은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사형수였다. 주말마다 아버지를 면회한 제임스 파커는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는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제임스 파커는 아버지를 위해 탄원서도 쓰고 사형 반대 운동에도 참여하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임스 파커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마이 파더>는 사형수 아버지와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신파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큰 작품이었다. 실존 인물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파더>는 극중 주인공 제임스 파커가 혈육을 만나기 위해 주한미군에 입대한 점, 결국 만난 아버지가 집행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라는 점 등 최루성 강한 소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마이 파더>는 우여곡절 끝에 만난 두 부자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파커와 황남철이 만나는 과정은 짧게 묘사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황남철을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생면부지의 두 부자가 만나 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제임스 파커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사실 위주의 진행으로 이끌어낸 감동이라 더욱 특별하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신부수업>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인권이 제임스 파커의 카투사 룸메이트인 신요섭을 맡아 감초 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내고, <공공의 적> <하면 된다>의 안석환이 황남철을 괴롭히는 건달 장민호로 출연해 애절함을 더한다. 주연배우인 김영철의 연기도 발군이지만, 제임스 파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제대로 연기하는 다니엘 헤니의 성장도 주목할 만 하다. <마이 파더>는 단편 <미라클 마일>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말아톤>의 윤진호 작가가 시나리오 각색을 담당했다.
<마이 파더>는 사형수 아버지와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신파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큰 작품이었다. 실존 인물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파더>는 극중 주인공 제임스 파커가 혈육을 만나기 위해 주한미군에 입대한 점, 결국 만난 아버지가 집행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라는 점 등 최루성 강한 소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마이 파더>는 우여곡절 끝에 만난 두 부자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파커와 황남철이 만나는 과정은 짧게 묘사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황남철을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생면부지의 두 부자가 만나 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제임스 파커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사실 위주의 진행으로 이끌어낸 감동이라 더욱 특별하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신부수업>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인권이 제임스 파커의 카투사 룸메이트인 신요섭을 맡아 감초 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내고, <공공의 적> <하면 된다>의 안석환이 황남철을 괴롭히는 건달 장민호로 출연해 애절함을 더한다. 주연배우인 김영철의 연기도 발군이지만, 제임스 파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제대로 연기하는 다니엘 헤니의 성장도 주목할 만 하다. <마이 파더>는 단편 <미라클 마일>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말아톤>의 윤진호 작가가 시나리오 각색을 담당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데쓰 프루프> - 쾌감 200% 오락영화 혹은 B급영화 콜라주 |
등록일
2007.09.03
<그라인드하우드 Grindhouse>는 두 편의 영화와 예고편을 모은 연속 상영 패키지이자 1970년대 미국 자동차극장에서 B급영화를 보던 추억을 되새기는 ‘체험, 영화관람의 현장’이다. <그라인드하우스>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좀비영화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그리고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을 포함한다. 그 중 한국에 개봉되는 것은 <플래닛 테러>와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을 제외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다. 따라서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의도한 70년대식 영화 관람의 체험은 불가능한 셈이다. 개봉 버전도 90분짜리 미국판이 아니라 113분짜리 인터내셔널 버전이다. <데쓰 프루프>만 보는 건 그라인드하우스 체험과 영화 관람 중 후자에 더 치중하는 행위인 셈이다.
<그라인드하우스>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데쓰 프루프> 자체가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를 보는 체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란 B급영화를 두 편 연속 상영하던 변두리 극장(주로 자동차극장)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극장에서 주로 상영하던 B급영화들을 지칭한다. <데쓰 프루프>는 슬래셔 무비로 시작해서 카체이스 액션영화로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슬래셔와 카체이스로만 채우는 건 아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무비 등을 은근히 암시하며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즉 선정영화의 단면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다.
영화는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을 중심으로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고 각 이야기는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섹스 앤 시티 Sex & the City>를 연상시키는 수다를 떠는 젊은 여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스턴트맨 마이크가 접근한 후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살인마 스턴트맨 마이크의 놀라운 차량 충돌 사건이고, 두 번째는 불쌍한 스턴트맨 마이크가 액션 걸들과 벌이는 신나는 카체이스다. <데쓰 프루프>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사건 중심의 영화다. 사건이라는 건 다시 말해 장르적 클라이맥스를 일컫는다. 슬래셔 무비의 클라이맥스,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수다가 이어지고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며 다양한 오마주와 패러디, 인용이 이어진다. <데쓰 프루프>는 무게 잡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신나게 웃고 떠들며 만들어서 신나게 웃고 떠들며 보는 200% 상업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는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가려 천대받던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인더스트리얼 오마주 기획이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 오리지널 <식스티 세컨즈 Gone in 60 Seconds>, <더티 매리와 크레이지 래리 Dirty Mary Crazy Larry> 등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영화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고 언급한다. 제목 ‘사망 방지’가 영화 속에서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가 모는 스턴트 촬영용 특수 자동차를 가리키듯 <데스 프루프>의 진정한 주인공은 자동차다. 자동차로 만드는 슬래셔 무비, 구식 자동차로 CG 없이 보여주는 카체이스 액션. 마이크의 자동차는 전반부에서 슬래셔 무비의 단골 소품인 칼이나 도끼, 낫의 대용품으로 쓰이고, 후반부에서는 B급 액션영화의 필수 품목 중 하나인 카체이스 액션 장면의 소품으로 쓰인다.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영화에서 여자 갱들이 휘두르던 칼로 쓰이기도 한다. <데스 프루프> 자체를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묶인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데스 프루프>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혁명적인 형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70년대 싸구려 공포영화나 흑인 주연의 액션영화, 일본과 홍콩의 액션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데스 프루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최소한 80퍼센트 이상 느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란티노는 인위적인 필름 스크래치와 프레임 유실을 의미하는 어색한 점프컷, 필름 분실, 60~70년대 흑인음악, B급영화 주제가, 구식 소품들과 슬래셔 무비,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관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의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데스 프루프>는 미국 영화산업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B무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사랑스런 순수 오락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데쓰 프루프> 자체가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를 보는 체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란 B급영화를 두 편 연속 상영하던 변두리 극장(주로 자동차극장)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극장에서 주로 상영하던 B급영화들을 지칭한다. <데쓰 프루프>는 슬래셔 무비로 시작해서 카체이스 액션영화로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슬래셔와 카체이스로만 채우는 건 아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무비 등을 은근히 암시하며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즉 선정영화의 단면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다.
영화는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을 중심으로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고 각 이야기는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섹스 앤 시티 Sex & the City>를 연상시키는 수다를 떠는 젊은 여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스턴트맨 마이크가 접근한 후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살인마 스턴트맨 마이크의 놀라운 차량 충돌 사건이고, 두 번째는 불쌍한 스턴트맨 마이크가 액션 걸들과 벌이는 신나는 카체이스다. <데쓰 프루프>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사건 중심의 영화다. 사건이라는 건 다시 말해 장르적 클라이맥스를 일컫는다. 슬래셔 무비의 클라이맥스,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수다가 이어지고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며 다양한 오마주와 패러디, 인용이 이어진다. <데쓰 프루프>는 무게 잡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신나게 웃고 떠들며 만들어서 신나게 웃고 떠들며 보는 200% 상업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는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가려 천대받던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인더스트리얼 오마주 기획이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 오리지널 <식스티 세컨즈 Gone in 60 Seconds>, <더티 매리와 크레이지 래리 Dirty Mary Crazy Larry> 등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영화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고 언급한다. 제목 ‘사망 방지’가 영화 속에서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가 모는 스턴트 촬영용 특수 자동차를 가리키듯 <데스 프루프>의 진정한 주인공은 자동차다. 자동차로 만드는 슬래셔 무비, 구식 자동차로 CG 없이 보여주는 카체이스 액션. 마이크의 자동차는 전반부에서 슬래셔 무비의 단골 소품인 칼이나 도끼, 낫의 대용품으로 쓰이고, 후반부에서는 B급 액션영화의 필수 품목 중 하나인 카체이스 액션 장면의 소품으로 쓰인다.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영화에서 여자 갱들이 휘두르던 칼로 쓰이기도 한다. <데스 프루프> 자체를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묶인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데스 프루프>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혁명적인 형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70년대 싸구려 공포영화나 흑인 주연의 액션영화, 일본과 홍콩의 액션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데스 프루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최소한 80퍼센트 이상 느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란티노는 인위적인 필름 스크래치와 프레임 유실을 의미하는 어색한 점프컷, 필름 분실, 60~70년대 흑인음악, B급영화 주제가, 구식 소품들과 슬래셔 무비,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관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의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데스 프루프>는 미국 영화산업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B무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사랑스런 순수 오락영화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척 앤 래리> - 배우들의 성공적인 화학반응은 바로 이런것! |
등록일
2007.09.03
뉴욕 브룩클린 소방서의 두 소방관 척 레빈(아담 샌들러)과 래리 발렌타인(케빈 제임스)은 죽 잘 맞는 죽마고우다. 하지만 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바른 생활 사나이인 래리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유일한 낙인 반면, 척은 여자들과의 화끈한 데이트가 인생의 전부인 남자다. 어느 날 화재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래리는 두 아이들을 위한 생명보험을 가입하려 하지만,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알고 좌절한다. 하지만 래리 곁에는 척이 있지 않은가. 래리는 척에게 '남남 커플'로 위장 결혼을 부탁하고, 이 때부터 이들의 힘겨운 게이 커플기는 시작이다.
'내가 너희들을 척과 래리로 선언하노라!'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에서 기막힌 상황에 처한 척과 래리의 신세를 잘 말해주는 영화의 원제다. <척 앤 래리>는 얼떨결에 게이 커플이 된 두 죽마고우 척과 래리의 좌충우돌기를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 식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두 주인공의 직업을 가장 남성적인 직업 중 하나인 소방관으로 설정한 것은, 지극히 역설적이면서 재미있는 발상이다. 브룩클린 소방서에서 두 최고 인기남으로 손꼽히던 이들은 커밍 아웃 이후 동료와 이웃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다. 성적 소수자, 외국인 등 아웃사이더에 대해 비웃음과 딴지 걸기로 일관했던 기존 슬랩스틱 화장실 코미디와는 달리 <척 앤 래리>는 일정 수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공정성이 돋보인다. 차별적 농담으로 일관하던 바람둥이(Womanizer) 척의 변화하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이다. <척 앤 래리>의 각본은 <사이드웨이 Sideways> <일렉션 Election>의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의 솜씨다.
누가 뭐라 해도 <척 앤 래리>의 일등공신은 아담 샌들러다. 아담 샌들러는 주연, 제작, 캐스팅 등 전천후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일당백을 해냈다. 그의 단짝인 래리 발렌타인 역할의 배우는 케빈 제임스로, 비록 아담 샌들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TV 스탠드업 코미디로 일갈한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다.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는 통통 튀는 파트너십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인 110분을 이럭저럭 잘 이끌어간다. 다소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두 명의 놀라운 화학반응으로 일정 부분 상쇄된다. <척 앤 래리>의 감독은 <빅 대디 Big Daddy> <해피 길모어 Happy Gilmore>의 데니스 듀건이 맡았다.
'내가 너희들을 척과 래리로 선언하노라!'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에서 기막힌 상황에 처한 척과 래리의 신세를 잘 말해주는 영화의 원제다. <척 앤 래리>는 얼떨결에 게이 커플이 된 두 죽마고우 척과 래리의 좌충우돌기를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 식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두 주인공의 직업을 가장 남성적인 직업 중 하나인 소방관으로 설정한 것은, 지극히 역설적이면서 재미있는 발상이다. 브룩클린 소방서에서 두 최고 인기남으로 손꼽히던 이들은 커밍 아웃 이후 동료와 이웃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다. 성적 소수자, 외국인 등 아웃사이더에 대해 비웃음과 딴지 걸기로 일관했던 기존 슬랩스틱 화장실 코미디와는 달리 <척 앤 래리>는 일정 수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공정성이 돋보인다. 차별적 농담으로 일관하던 바람둥이(Womanizer) 척의 변화하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이다. <척 앤 래리>의 각본은 <사이드웨이 Sideways> <일렉션 Election>의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의 솜씨다.
누가 뭐라 해도 <척 앤 래리>의 일등공신은 아담 샌들러다. 아담 샌들러는 주연, 제작, 캐스팅 등 전천후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일당백을 해냈다. 그의 단짝인 래리 발렌타인 역할의 배우는 케빈 제임스로, 비록 아담 샌들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TV 스탠드업 코미디로 일갈한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다.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는 통통 튀는 파트너십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인 110분을 이럭저럭 잘 이끌어간다. 다소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두 명의 놀라운 화학반응으로 일정 부분 상쇄된다. <척 앤 래리>의 감독은 <빅 대디 Big Daddy> <해피 길모어 Happy Gilmore>의 데니스 듀건이 맡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브라보 마이 라이프> - 직장인의 비애, 음악으로 날린다 |
등록일
2007.09.03
같은 직장에서 30년을 일한 조민혁(백윤식)은 정년퇴임을 이제 한 달 앞둔 상태다. 그 동안 상사들에게 매일 싫은 소리도 듣고, 동기와 후배들에게 밀려 만년부장에 머물렀지만 아직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이 있어 회한 보단 근심이 먼저 앞선다. 조민혁은 젊은 시절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느 날, 조민혁은 단짝 후배인 박 과장(박준규)이 남몰래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심한 자극을 받는다. 이 사실을 안 직장동료들은 조민혁에게 다시 드럼 스틱을 잡게 해주기 위해 퇴직 기념 콘서트를 마련해준다. 밤이면 회사 옥상 위에 올라 색소폰을 부는 김 부장(임병기), 베이스 기타에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경비 최석원(임하룡), 보컬과 기타 파트의 박 과장, 왕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드러머 조민혁은 ‘갑근세 밴드’를 조직,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실제 직장인 밴드인 ‘갑근세 밴드’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그렸던 이치가와 준 감독의 <회사 이야기>(1988)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갑근세 밴드를 주인공으로 직장인들의 비애와 자아 찾기를 자잘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철없는 부하직원 박 과장은 사실 아내와 자식을 해외로 보내고 쓸쓸함을 느끼는 기러기 아빠이며, 같이 골프를 치자며 허풍을 떠는 김 부장은 조민혁과 마찬가지로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악기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경비 최석원은 출퇴근길에 위치한 악기점을 지날 때마다 항상 가슴이 아프다. 이러는 와중 조민혁은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나, 오랜 꿈이었던 밴드 생활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연조차 쉽지 않은 갑근세 밴드의 모습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차분히 그려낸다.
간간히 등장하는 갑근세 밴드의 합주 장면이 이들의 고군분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특히 연주 장면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연주가 맞지 않고, 대역을 사용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펼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만년부장 조민혁을 맡은 백윤식의 연기는 단연 발군. 또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깃>의 이소연이 갑근세 밴드 공연을 추진하는 여사원 유리로 등장해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실제 직장인 밴드인 ‘갑근세 밴드’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그렸던 이치가와 준 감독의 <회사 이야기>(1988)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갑근세 밴드를 주인공으로 직장인들의 비애와 자아 찾기를 자잘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철없는 부하직원 박 과장은 사실 아내와 자식을 해외로 보내고 쓸쓸함을 느끼는 기러기 아빠이며, 같이 골프를 치자며 허풍을 떠는 김 부장은 조민혁과 마찬가지로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악기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경비 최석원은 출퇴근길에 위치한 악기점을 지날 때마다 항상 가슴이 아프다. 이러는 와중 조민혁은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나, 오랜 꿈이었던 밴드 생활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연조차 쉽지 않은 갑근세 밴드의 모습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차분히 그려낸다.
간간히 등장하는 갑근세 밴드의 합주 장면이 이들의 고군분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특히 연주 장면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연주가 맞지 않고, 대역을 사용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펼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만년부장 조민혁을 맡은 백윤식의 연기는 단연 발군. 또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깃>의 이소연이 갑근세 밴드 공연을 추진하는 여사원 유리로 등장해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사쿠란> - 내 꿈은 최고의 게이샤가 아니다 |
등록일
2007.09.03
여덟 살 소녀 키요하(츠치야 안나)가 요시와라 유곽에 팔려온다. 평생을 게이샤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키요하는 틈만 나면 유곽 탈출을 감행하고 버릇 없는 행동을 일삼는 탓에 요시와라 최고의 말썽꾸러기로 손꼽힌다. 어느 날 선배 게이샤 쇼히(칸노 미호)가 키요하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키요하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게이샤로 일약 성장하지만, 순수한 청년 소우지로(나리미야 히로키)를 만난 후부터 키요하의 마음에도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키요하는 소우지로에게 진심을 다하려 노력하지만, 동료 타카오(기무라 요시노)의 질투로 사랑을 만들어 가기가 쉽지 않다.
<사쿠란 Sakuran>은 말썽꾸러기 소녀 키요하를 중심으로 17세기 에도 시대 게이샤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키요하는 남자들의 말에 지고지순하는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적인 여성에 가깝다. 진취적이고 고집센 키요하의 성격은 부잣집 청년에게 시집가는 것을 꿈꾸는 동료 게이샤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쇼히를 비롯한 요시와라 유곽의 게이샤들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키요하는 화가 소우지로를 놓고 동료 타카오와 신경전을 펼친다. 지배인의 허락 없이는 유곽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들이기에 소우지로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애절하게 그려진다. <사쿠란>은 원색 위주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쿠란>의 연출은 사진작가 출신인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맡았는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던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녀의 장기가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쿠란>은 안노 모요코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불량공주 모모코 Kamikaze Girls> <녹차의 맛 The Taste of Tea>의 츠치야 안나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최고의 기생 ‘오이란’으로 성장하는 키요하로 출연한다.
<사쿠란 Sakuran>은 말썽꾸러기 소녀 키요하를 중심으로 17세기 에도 시대 게이샤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키요하는 남자들의 말에 지고지순하는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적인 여성에 가깝다. 진취적이고 고집센 키요하의 성격은 부잣집 청년에게 시집가는 것을 꿈꾸는 동료 게이샤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쇼히를 비롯한 요시와라 유곽의 게이샤들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키요하는 화가 소우지로를 놓고 동료 타카오와 신경전을 펼친다. 지배인의 허락 없이는 유곽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들이기에 소우지로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애절하게 그려진다. <사쿠란>은 원색 위주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쿠란>의 연출은 사진작가 출신인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맡았는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던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녀의 장기가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쿠란>은 안노 모요코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불량공주 모모코 Kamikaze Girls> <녹차의 맛 The Taste of Tea>의 츠치야 안나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최고의 기생 ‘오이란’으로 성장하는 키요하로 출연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푸치니 초급과정> - 애타게 내 짝을 찾아서 |
등록일
2007.09.03
나의 반쪽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가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푸치니 초급과정 Puccini for Beginners> 역시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혼란을 겪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작가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9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여자친구가 예전 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가버리자 괴로워한다. 친구를 따라 파티에 간 알레그라는 자신의 책을 읽은 대학의 철학 강사 필립(저스틴 커크)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통하는 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페라부터 좋아하는 책까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실수로(?) 잠자리를 하게 된다.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레그라를 좋아하는 필립. 필립 때문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 알레그라는 어느날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괴로워하는 유리 공예가 그레이스(그레첸 몰)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알레그라의 진정한 짝은 과연 누구일까?
미국 독립영화 <푸치니 초급과정>은 사랑에 대한 조금 다른 견해를 유쾌하게 펼쳐놓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영화에 담아낸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뉴욕을 배경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알레그라, 필립, 그레이스를 내세워 사랑과 성적 취향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결론을 가볍고 발랄하게 전달한다. 자칫 거북할 수도 있는 여자들끼리의 잠자리나 여자와 남자의 잠자리 풍경마저도 귀엽게 포장해내는 감독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알레그라와 필립, 그레이스가 쏟아내는 성과 사랑에 대한 대화도 맛깔스럽다. 다만 예상했던 결론을 향해 한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도발적인 담론을 담은 영화치고는 실망스러운 편. 그러나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을 만큼 독립영화로서의 만듦새는 인정받은 <푸치니 초급과정>은 성과 사랑에 대한 다른 생각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알레그라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리저나 필립 역의 저스틴 커크, 그레이스 역의 그레첸 몰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미국 독립영화 <푸치니 초급과정>은 사랑에 대한 조금 다른 견해를 유쾌하게 펼쳐놓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영화에 담아낸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뉴욕을 배경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알레그라, 필립, 그레이스를 내세워 사랑과 성적 취향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결론을 가볍고 발랄하게 전달한다. 자칫 거북할 수도 있는 여자들끼리의 잠자리나 여자와 남자의 잠자리 풍경마저도 귀엽게 포장해내는 감독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알레그라와 필립, 그레이스가 쏟아내는 성과 사랑에 대한 대화도 맛깔스럽다. 다만 예상했던 결론을 향해 한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도발적인 담론을 담은 영화치고는 실망스러운 편. 그러나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을 만큼 독립영화로서의 만듦새는 인정받은 <푸치니 초급과정>은 성과 사랑에 대한 다른 생각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알레그라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리저나 필립 역의 저스틴 커크, 그레이스 역의 그레첸 몰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레인 오버 미> -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등록일
2007.09.03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비행기가 미국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았다.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어느덧 6년. 세계무역센터 자리는 지금 새로운 건물을 올릴 요량으로 공사 중이지만,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오늘도 그곳 땅에선 간혹 파묻힌 시체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레인 오버 미 Reign over me>는 9.11 테러를 다시,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6년이란 세월과 함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9.11 테러가 과거의 사건이 아님을, 여전히 이 땅에 살아 숨쉬는 현재 진행형의 아픔이라는 것을 <레인 오버 미>는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앨런 존슨(돈 치들)은 남부러울 게 없다. 사랑스런 아내와 토끼 같은 딸들에 치과의사란 타이틀까지, 행복한 삶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앨런은 어쩐지 삶이 허전하다. 그래서 불쑥불쑥 약속도 없이 정신과 의사(리브 타일러)를 찾아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앨런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앨런의 대학 동창 찰리 파인먼(아담 샌들러)이다. 대학 시절, 룸 메이트였던 앨런과 찰리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다. 앨런이 치과의사가 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동안 찰리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을 모두 잃고 폐인이 됐다. 찰리의 가족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아간 비행기 안에 앉아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9.11 테러’라 부르는 이 사건으로 찰리의 삶 역시 산산조각 났다.
<레인 오버 미>는 9.11 테러로 모든 가족을 잃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찰리 파인먼과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성공한 남자 앨런 존슨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동시에 두 사람의 상처 극복기다. 앨런은 찰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찰리는 자신의 고민을 제 것처럼 여기는 앨런을 통해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 상처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앨런 역시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간다. <레인 오버 미>는 그렇게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로 남아있을 9.11 테러 피해자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등을 다독인다.
잔잔한 드라마 안에 두 친구의 우정을 찬찬히 새기며 관객에게 위안을 던져주는 덴 두 주연배우 아담 샌들러와 돈 치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시종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아담 샌들러가 웃음을 지우고 상처 입은 영혼의 변화무쌍한 내면 심리를 온전히 표현해내고, 돈 치들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 전반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레인 오버 미>의 드라마 줄기 역시 안정감 있는지는 의문이다. 앨런의 고민들은 표피적으로만 드러날 뿐이어서 공감을 불러내지 못하고, 두 사람이 만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지극히 단조로워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처에 오랜 세월 세상과 마음을 닫아뒀던 찰리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도 ‘눈물 겨운 우정’에 보내는 대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급작스러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앨런 존슨(돈 치들)은 남부러울 게 없다. 사랑스런 아내와 토끼 같은 딸들에 치과의사란 타이틀까지, 행복한 삶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앨런은 어쩐지 삶이 허전하다. 그래서 불쑥불쑥 약속도 없이 정신과 의사(리브 타일러)를 찾아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앨런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앨런의 대학 동창 찰리 파인먼(아담 샌들러)이다. 대학 시절, 룸 메이트였던 앨런과 찰리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다. 앨런이 치과의사가 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동안 찰리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을 모두 잃고 폐인이 됐다. 찰리의 가족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아간 비행기 안에 앉아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9.11 테러’라 부르는 이 사건으로 찰리의 삶 역시 산산조각 났다.
<레인 오버 미>는 9.11 테러로 모든 가족을 잃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찰리 파인먼과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성공한 남자 앨런 존슨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동시에 두 사람의 상처 극복기다. 앨런은 찰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찰리는 자신의 고민을 제 것처럼 여기는 앨런을 통해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 상처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앨런 역시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간다. <레인 오버 미>는 그렇게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로 남아있을 9.11 테러 피해자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등을 다독인다.
잔잔한 드라마 안에 두 친구의 우정을 찬찬히 새기며 관객에게 위안을 던져주는 덴 두 주연배우 아담 샌들러와 돈 치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시종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아담 샌들러가 웃음을 지우고 상처 입은 영혼의 변화무쌍한 내면 심리를 온전히 표현해내고, 돈 치들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 전반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레인 오버 미>의 드라마 줄기 역시 안정감 있는지는 의문이다. 앨런의 고민들은 표피적으로만 드러날 뿐이어서 공감을 불러내지 못하고, 두 사람이 만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지극히 단조로워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처에 오랜 세월 세상과 마음을 닫아뒀던 찰리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도 ‘눈물 겨운 우정’에 보내는 대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급작스러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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