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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차 1탄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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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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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 원작은 가고 제목만 남았다 |
등록일
2007.08.20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와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의 김원희가 만났다. <가문의 위기> 시리즈의 2, 3편에 등장했던 임형준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에 출연했던 권오중과 이한위는 우정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임영성 감독은 <무영검>의 조감독 출신이다. 나열된 영화들은 모두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가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누가 그녀와 잤을까?>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코미디영화라는 의미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관객의 예측에 정확히 부응하는 영화다. 영화의 첫 시퀀스만 봐도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물론 결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 서울에서 흥신소를 하는 전직 ‘선수’ 덕근(정준호)은 아버지가 진 1억 원의 빚 때문에 시달리는 중이다. 마침 25년 전에 잃어버린 딸을 찾겠다며 한 노파가 거액을 들고 덕근을 찾는다. 노파가 내민 사진 속 여자만 찾으면 덕근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속 여자를 찾아 바닷가 마을 물건리에 도착한 덕근은 의사를 가장한 채 15세에 딸 옥희(고은아)를 낳고 15년간 독수공방하고 있는 혜주(김원희)의 사랑방에 거처를 정한다. 정작 사진 속 여자가 혜주라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 덕근은 사진을 잃어버린 후 여자 찾기를 포기하고 작전을 수정해 혜주의 통장에 있는 1억 원을 빼돌리려 한다. 1차원적인 잔머리로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허점 많은 혜주에게도 전혀 안 통하는 일. 게다가 오랫동안 혜주를 짝사랑해온 마을 청년회장 성칠(임형준)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비밀번호 알아내기를 실패하자 다시 사기 결혼 작전에 돌입한 덕근은 모녀의 애정공세 속에서 조금씩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다. 죽은 옥희 아버지의 친구이자 큰외삼촌의 친구인 사랑방 손님은 점잖은 마을 학교 교사에서 돈만 밝히는 음흉한 ‘선수’로 변했고, 수줍은 어머니는 무식하고 엉뚱한 푼수로 탈바꿈했다. 유치원생인 옥희는 이팔청춘 중학생이 돼 한 남자를 놓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원작의 인물들만 따 와서 변형시켰을 뿐 원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패러디했다기보다는 단지 인물 구도만을 따왔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영화는 오로지 이미 정해진 결말만을 향해 달려간다. 과정은 너무나 분명하다. 혜주는 덕근이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라는 점에 혹해 결혼을 결심하고, 덕근은 오로지 돈을 빼내는 데에만 열중하지만 그렇다고 혜주와 옥희를 악랄하게 배신하지는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전후관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매순간의 행동에만 열중한다. 이야기의 웃음은 없고 행동의 웃음만 남는다는 의미다. 김원희, 정준호, 임형준, 이한위 등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예전의 캐릭터를 느슨하게 반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시나리오의 문제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연기력도 연출력이나 시나리오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관객의 예측에 정확히 부응하는 영화다. 영화의 첫 시퀀스만 봐도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물론 결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 서울에서 흥신소를 하는 전직 ‘선수’ 덕근(정준호)은 아버지가 진 1억 원의 빚 때문에 시달리는 중이다. 마침 25년 전에 잃어버린 딸을 찾겠다며 한 노파가 거액을 들고 덕근을 찾는다. 노파가 내민 사진 속 여자만 찾으면 덕근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속 여자를 찾아 바닷가 마을 물건리에 도착한 덕근은 의사를 가장한 채 15세에 딸 옥희(고은아)를 낳고 15년간 독수공방하고 있는 혜주(김원희)의 사랑방에 거처를 정한다. 정작 사진 속 여자가 혜주라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 덕근은 사진을 잃어버린 후 여자 찾기를 포기하고 작전을 수정해 혜주의 통장에 있는 1억 원을 빼돌리려 한다. 1차원적인 잔머리로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허점 많은 혜주에게도 전혀 안 통하는 일. 게다가 오랫동안 혜주를 짝사랑해온 마을 청년회장 성칠(임형준)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비밀번호 알아내기를 실패하자 다시 사기 결혼 작전에 돌입한 덕근은 모녀의 애정공세 속에서 조금씩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다. 죽은 옥희 아버지의 친구이자 큰외삼촌의 친구인 사랑방 손님은 점잖은 마을 학교 교사에서 돈만 밝히는 음흉한 ‘선수’로 변했고, 수줍은 어머니는 무식하고 엉뚱한 푼수로 탈바꿈했다. 유치원생인 옥희는 이팔청춘 중학생이 돼 한 남자를 놓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원작의 인물들만 따 와서 변형시켰을 뿐 원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패러디했다기보다는 단지 인물 구도만을 따왔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영화는 오로지 이미 정해진 결말만을 향해 달려간다. 과정은 너무나 분명하다. 혜주는 덕근이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라는 점에 혹해 결혼을 결심하고, 덕근은 오로지 돈을 빼내는 데에만 열중하지만 그렇다고 혜주와 옥희를 악랄하게 배신하지는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전후관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매순간의 행동에만 열중한다. 이야기의 웃음은 없고 행동의 웃음만 남는다는 의미다. 김원희, 정준호, 임형준, 이한위 등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예전의 캐릭터를 느슨하게 반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시나리오의 문제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연기력도 연출력이나 시나리오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펄스> - 다시 찾아온 저주 바이러스 |
등록일
2007.08.20
여대생 매티(크리스틴 벨)은 남자친구인 조쉬(조나단 터커)의 자살을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얼마 후 매티와 그의 친구들은 죽은 조쉬로부터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급기야 친구들이 조쉬처럼 하나 둘씩 자살하자, 매티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쉬의 집을 찾는다. 한편 집주인이 처분한 조쉬의 컴퓨터를 중고시장에서 사게 된 덱스터(이안 소머할더)는 컴퓨터 화면에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다. 덱스터는 이것이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는 저주 바이러스이며 컴퓨터, 휴대폰 등의 통신장비를 타고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덱스터는 매티를 만나 저주 바이러스를 막아보려 하지만 자신의 힘이 역부족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펄스 Pulse>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회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원래 <스크림 Scream>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의 웨스 크레이븐이 연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고, CF 감독 출신인 짐 손제로가 메가폰을 잡게 됐다. <펄스>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죽음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지옥으로 바뀌고 두 남녀는 이 바이러스를 피해 외딴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두 영화는 공포 연출방법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인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는 자살, 세상의 종말 등의 이야기에 다루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리메이크작 <펄스>는 유령의 갑작스런 출몰이라는 ‘깜짝 공포’에 방점을 찍는다. 또한 <회로>는 힘겹게 살아남은 두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 외로움 등을 다뤘지만 <펄스>는 인터넷, 휴대폰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펄스>는 공포 바이러스로부터 시종일관 쫓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에 담으며 의자를 들썩거릴 정도의 무서움을 주지만 영화가 끝나고 났을 때 원작만큼의 섬뜩한 여운은 남기지 못한다. 미국 ABC드라마 <로스트 Lost>에 출연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안 소머할더가 매티와 함께 통신장비를 차단하려 하는 덱스터 역을 맡았다.
<펄스 Pulse>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회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원래 <스크림 Scream>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의 웨스 크레이븐이 연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고, CF 감독 출신인 짐 손제로가 메가폰을 잡게 됐다. <펄스>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죽음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지옥으로 바뀌고 두 남녀는 이 바이러스를 피해 외딴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두 영화는 공포 연출방법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인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는 자살, 세상의 종말 등의 이야기에 다루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리메이크작 <펄스>는 유령의 갑작스런 출몰이라는 ‘깜짝 공포’에 방점을 찍는다. 또한 <회로>는 힘겹게 살아남은 두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 외로움 등을 다뤘지만 <펄스>는 인터넷, 휴대폰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펄스>는 공포 바이러스로부터 시종일관 쫓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에 담으며 의자를 들썩거릴 정도의 무서움을 주지만 영화가 끝나고 났을 때 원작만큼의 섬뜩한 여운은 남기지 못한다. 미국 ABC드라마 <로스트 Lost>에 출연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안 소머할더가 매티와 함께 통신장비를 차단하려 하는 덱스터 역을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심슨가족, 더 무비>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등록일
2007.08.20
호머 심슨 가족은 스프링필드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리사 심슨은 오염이 극에 달한 스프링필드 호수 보호 운동을 펼치지만, 호머와 그의 돼지 '스파이더 피그' 덕분에 리사의 노력은 100% 물거품이 된다. 미 정부는 스프링필드 전역을 커다란 돔으로 봉쇄하고, 분노한 스프링필드 시민들은 '공적' 호머 심슨 가족을 심판하려 한다. 어렵사리 스프링필드를 탈출하여 지상낙원 알래스카로 자리를 옮긴 호머 심슨 가족. 너무나 평안한 삶이지만,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양 불편하기만 하다.
182센티미터 키에 108킬로 몸무게. 더럽고 게으르며 책임감 따위는 애초에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가장 호머 심슨이 돌아왔다. 영웅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호머 심슨은 이들과는 180도 정반대에 위치한 안티 히어로, 아니 루저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주로 코믹스의 전지전능한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통해 대리만족했던 것처럼, 전세계의 범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덜' 떨어진 호머 심슨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무려 20년의 시간 동안 TV 시리즈 <심슨 가족>이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는 지난 1987년 시작되어 18시즌에 걸쳐 현재도 미국 폭스TV를 통해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The Simpsons>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애정의 조건 The Terms of Endearment>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의 제임스 L. 브룩스와 리차드 사카이 등 제작자 이외에도 만화가 맷 그로닝, <몬스터 주식회사 The Monster, Inc.>의 데이비드 실버맨 등 <심슨가족>의 오리지널 멤버가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캐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해리 쉬어러, 행크 아자리아 등 반가운 성우진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며, 톰 행크스, 알버트 브룩스, 조 만테냐, 그린 데이즈 등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은 극장판을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준다.
무려 16명의 일급 작가가 달라붙은 <심슨가족, 더 무비>의 각본은 기존 TV 시리즈의 장점 하에 영화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갖춘다. TV 시리즈 특유의 독설과 패러디는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아놀드 슈왈츠네거 미국 대통령은 무지하기 짝이 없고, 환경단체 EPA의 수장 러스 카킬은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다. 영화 중간 매주 수요일 폭스 TV에서 <심슨 가족>이 방영된다는 띠 광고가 나오며, TV 방영 시간을 고려해 살짝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또한 호머 심슨은 (20분 러닝타임의 TV시리즈보다는) 좀 더 더 큰 위기 상황에 처하고, 스프링필드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대장정을 벌인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풀어가는 미 정부의 방식은 음모이론의 그것이다.
맷 그로닝은 "도대체 TV 시리즈를 극장에 돈 내고 보러 오는 바보가 누구야?"라는 말을 호머 심슨의 입을 빌어 하지만, <심슨가족, 더 무비>는 그보다는 훨씬 영리하고 정교한 영화다. 정교한 3D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21세기에, 밋밋한 2D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다름 아닌 <심슨가족, 더 무비>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82센티미터 키에 108킬로 몸무게. 더럽고 게으르며 책임감 따위는 애초에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가장 호머 심슨이 돌아왔다. 영웅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호머 심슨은 이들과는 180도 정반대에 위치한 안티 히어로, 아니 루저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주로 코믹스의 전지전능한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통해 대리만족했던 것처럼, 전세계의 범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덜' 떨어진 호머 심슨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무려 20년의 시간 동안 TV 시리즈 <심슨 가족>이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는 지난 1987년 시작되어 18시즌에 걸쳐 현재도 미국 폭스TV를 통해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The Simpsons>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애정의 조건 The Terms of Endearment>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의 제임스 L. 브룩스와 리차드 사카이 등 제작자 이외에도 만화가 맷 그로닝, <몬스터 주식회사 The Monster, Inc.>의 데이비드 실버맨 등 <심슨가족>의 오리지널 멤버가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캐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해리 쉬어러, 행크 아자리아 등 반가운 성우진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며, 톰 행크스, 알버트 브룩스, 조 만테냐, 그린 데이즈 등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은 극장판을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준다.
무려 16명의 일급 작가가 달라붙은 <심슨가족, 더 무비>의 각본은 기존 TV 시리즈의 장점 하에 영화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갖춘다. TV 시리즈 특유의 독설과 패러디는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아놀드 슈왈츠네거 미국 대통령은 무지하기 짝이 없고, 환경단체 EPA의 수장 러스 카킬은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다. 영화 중간 매주 수요일 폭스 TV에서 <심슨 가족>이 방영된다는 띠 광고가 나오며, TV 방영 시간을 고려해 살짝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또한 호머 심슨은 (20분 러닝타임의 TV시리즈보다는) 좀 더 더 큰 위기 상황에 처하고, 스프링필드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대장정을 벌인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풀어가는 미 정부의 방식은 음모이론의 그것이다.
맷 그로닝은 "도대체 TV 시리즈를 극장에 돈 내고 보러 오는 바보가 누구야?"라는 말을 호머 심슨의 입을 빌어 하지만, <심슨가족, 더 무비>는 그보다는 훨씬 영리하고 정교한 영화다. 정교한 3D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21세기에, 밋밋한 2D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다름 아닌 <심슨가족, 더 무비>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두사람이다> - 내 안에 자라는 두 사람 |
등록일
2007.08.20
펜싱을 전공하는 여고생 가인(윤진서)은 행복하다. 펜싱 실력은 쑥쑥 늘고, 곁엔 자신만 바라보는 의대생 남자친구 현중(이기우)이 있다. 게다가 화목한 가족까지. 하지만 가인의 ‘그림 같이 행복한 나날’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고 만다. 첫째 고모의 결혼식 날이 바로 불행이 움트기 시작한 날. 첫째 고모는 결혼식장에서 정혼자에게 떠밀려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그 날 막내 고모(서유정)는 첫째 고모를 무참히 살해한다. 마침 막내 고모의 범행을 우연찮게 목격하게 된 가인. 그녀는 이후 끔찍한 경험을 연거푸 하게 된다. 같은 반 친구부터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가인을 둘러싼 사람들이 가인의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가인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섬뜩한 소문의 주인공인 석민(박기웅)이 다가온다. 그는 가인에게 '네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말라'는 의문을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두사람이다>는 2001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한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주변에 자신을 죽이려는 ‘두 사람’이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집안의 오랜 저주’를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인 원작과 영화는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기본 구성과 몇몇 사건 에피소드는 쏙 빼 닮은 듯 그대로 전개된다. 하지만 가인을 향한 계속되는 살인 시도가 집안의 저주와 원혼에 바탕을 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이중적인 면에 더 집중한다. 질투와 분노, 의심과 이기심, 자존심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이 상처 입을 때 원작 속 ‘구렁이 저주’보다 더 무서운 원한으로 자랄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영화 곳곳에 원한 관계로 이루어진 살인사건 뉴스들을 자잘하게 박아 넣은 것은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영화의 이러한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 심리의 저편에서 답을 찾는 영화는 가인과 현중, 석민을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옮겨내지 못한다. 가인에게 계속되는 ‘살인 협박’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내밀한 심리 묘사가 들어있지 않다. 덕분에 <두사람이다>의 공포는 가인을 죽이려는 ‘무차별적 공격’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이다>가 공포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각각의 공포 장면은 여느 공포영화에서 이미 오랫동안 봐온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 있지 않다. 때문에 피를 한 동이씩 쏟아내는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눈 뜨고 보기에 끔찍하긴 하지만 영화적인 공포감을 조성해내지는 못한다. 원작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사건들의 핵심 원인을 바꾼 탓에 영화 말미에 밝혀지는 사건의 ‘이유’로는 가인에게 집중되는 살해 위협은 물론, 오랜 기간 가인의 집안을 거쳐온 숱한 살인 사건들이 말끔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두사람이다>가 풀어야 할 숙제다.
<두사람이다>는 2001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한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주변에 자신을 죽이려는 ‘두 사람’이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집안의 오랜 저주’를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인 원작과 영화는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기본 구성과 몇몇 사건 에피소드는 쏙 빼 닮은 듯 그대로 전개된다. 하지만 가인을 향한 계속되는 살인 시도가 집안의 저주와 원혼에 바탕을 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이중적인 면에 더 집중한다. 질투와 분노, 의심과 이기심, 자존심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이 상처 입을 때 원작 속 ‘구렁이 저주’보다 더 무서운 원한으로 자랄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영화 곳곳에 원한 관계로 이루어진 살인사건 뉴스들을 자잘하게 박아 넣은 것은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영화의 이러한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 심리의 저편에서 답을 찾는 영화는 가인과 현중, 석민을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옮겨내지 못한다. 가인에게 계속되는 ‘살인 협박’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내밀한 심리 묘사가 들어있지 않다. 덕분에 <두사람이다>의 공포는 가인을 죽이려는 ‘무차별적 공격’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이다>가 공포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각각의 공포 장면은 여느 공포영화에서 이미 오랫동안 봐온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 있지 않다. 때문에 피를 한 동이씩 쏟아내는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눈 뜨고 보기에 끔찍하긴 하지만 영화적인 공포감을 조성해내지는 못한다. 원작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사건들의 핵심 원인을 바꾼 탓에 영화 말미에 밝혀지는 사건의 ‘이유’로는 가인에게 집중되는 살해 위협은 물론, 오랜 기간 가인의 집안을 거쳐온 숱한 살인 사건들이 말끔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두사람이다>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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