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9. 13:02
7.33/10
76명 참여
거친 녀석들
감독  : 월트 벡커
출연  : 팀 알렌,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암 H. 머시, 레이 리요타, 마리사 토메이
상영시간  : 99분
장르  : 모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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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4.00/10
3명 참여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감독  : 요시다 료쿄
출연  : 카와이 아오바, 아오이 소라, 엔도 마사시
상영시간  : 79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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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10.00/10
1명 참여
7.00/10
1명 참여
괜찮아,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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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민병훈
출연  : 무하마드 라히모프
상영시간  : 96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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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68/10
82명 참여
6.00/10
2명 참여
브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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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빌리 레이
출연  : 크리스 쿠퍼, 라이언 필립, 로라 린니
상영시간  : 106분
장르  :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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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14/10
7명 참여
오프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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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한승룡
출연  : 조한철, 백수장, 선우선
상영시간  : 8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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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14/10
71명 참여
사랑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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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콧 힉스
출연  : 캐서린 제타-존스, 아론 에크하트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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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8.47/10
421명 참여
5.00/10
1명 참여
라파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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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토니 빌
출연  : 제임스 프랭코
상영시간  : 121분
장르  : 액션, 드라마, 모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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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02/10
449명 참여
5.67/10
3명 참여
미스터 브룩스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브루스 A. 에반스
출연  : 케빈 코스트너, 윌리암 허트, 데미 무어
상영시간  : 120분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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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4.71/10
41명 참여
5.00/10
2명 참여
내 생애 최악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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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손현희
출연  : 염정아, 탁재훈, 윤지민, 신성록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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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8.71/10
28명 참여
영광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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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라시드 부샤렙
출연  : 자멜 드부즈, 사미 나세리, 로쉬디 젬
상영시간  : 122분
장르  : 전쟁,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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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85/10
990명 참여
6.00/10
3명 참여
디스터비아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D.J. 카루소
출연  : 샤이아 라보프, 사라 로머, 캐리 앤 모스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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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거친 녀석들> - 중년 아저씨들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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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 횡단에 나선다. 치과 의사인 더그(팀 앨런), 슈퍼모델인 아내를 둔 재력가 우디(존 트라볼타), 소설가를 꿈꾸는 바비(마틴 로렌스), 컴퓨터 중독자 더들리(윌리엄 H. 메이시)는 조금씩 쌓여가는 일상의 피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대폰도 버리고 헬멧도 하지 않은 채 도로를 질주하던 이들은 뉴 멕시코의 작은 선술집에서 폭주족 갱단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게 된다. 델 푸에고스의 리더인 잭(레이 리오타)이 더들리의 오토바이를 자신에게 바치라고 협박하자, 우디는 폭주족 갱단들의 오토바이를 모조리 망가트려 놓고 유유히 도망친다. 이에 격분한 폭주족 갱단들은 네 명의 중년 아저씨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감행한다.

<거친 녀석들 Wild Hogs>은 일상에 찌든 중년 남성들의 일탈을 그린 로드무비다. ‘와일드 혹스’라는 오토바이 동호회를 운영 중인 더그, 우디, 바비, 더들리는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돈에 쫓기고 아내에게 시달리는 피곤한 중년들이다.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떠난 이들의 여행에는 당연한 수순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게이 경찰관이 이들의 주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나 진짜 오토바이 폭주족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장면은 화려한 일탈을 꿈꾸던 이들의 모습과 상반돼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팀 앨런,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엄 H. 메이시는 표지판에 얼굴이 부딪치고 숫소에게 몸이 채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준다.

하지만 <거친 녀석들>은 에피소드 위주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탓에 영화의 전반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 각 에피소드는 단발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예상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다.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이들의 여행에서 중년 남성들의 자아 찾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거친 녀석들>은 좌충우돌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팝콘용 영화로 적당한 작품이다.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의 레이 리오타가 온 몸에 문신을 두른 폭주족의 리더 잭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이지 라이더 Easy Rider>의 피터 폰다가 전설의 바이커인 데이먼 블레이드로 깜짝 출연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 지루하고 딱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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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도서관에서 일하는 야시마 유코(가와이 아오바)는 독신자용 원룸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자 코시노 마모루(엔도 마사시)를 짝사랑한다. 코시노가 살고 있는 202호의 아랫집과 윗집, 옆집에 사는 사람들을 스토킹해 쫓아내 벽을 통해서라도 코시노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유코는 마침내 202호 바로 옆집으로 이사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동료직원에게도, 항상 자기 옆을 서성이는 남학생에게도 유코는 무관심하다. 지하철 광고판 붙이는 일을 하는 코시노는 하루 종일 거의 말도 하지 않으며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하철 매점에서 일하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코시노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코시노는 어느 날 이사를 갔던 옆집 여자와 잠자리를 갖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코는 홀로 괴로워 한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Love Twisted>는 <스토킹 그리고 섹스 Love Kill Kill>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화다. 단지 같은 수입사를 통해 개봉하는 별개의 두 영화일 뿐이다. 일본의 여류 감독 요시다 료코의 유일한 영화인 <스토킹 그리고 섹스 2>는 러닝타임이 78분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 중편 독립영화다. 제목처럼 스토킹도 등장하고 섹스도 나오지만 성적인 소재에 집착하는 영화는 아니다. 고시원 건물 같은 원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코와 코시노는 매일 반복적인 일에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울한 청춘들이다. 대화도 인간관계도 단절된 이들에게 남은 건 누군가를 스토킹하는 일이나 매일 맥주와 담배로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사람의 지루하고 딱한 일상뿐이다. 영화 역시 지루하고 딱할 뿐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괜찮아, 울지마> - 거짓과 두려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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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백수건달 무하마드는 모스크바에서 도박 빚을 떠안고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의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는 모스크바의 유명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라 속이지만, 정작 모스크바에서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이올린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힘들어 보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고향에 정착해 함께 살자고 하지만, 무하마드는 공연 투어 때문에 힘든 아들에게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지른다. 무하마드는 산에서 바위로 집을 짓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하자고 말해보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한심한 허풍쟁이 무하마드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무하마드를 흠모하던 응급차 운전수의 딸은 매일 창문 앞에 달걀을 하나씩 선물하고, 무하마드는 감사의 뜻으로 소녀에게 머리핀을 선물한다. 마을 유지가 준비 중인 결혼식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로 했다가 약속을 어긴 무하마드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 일단 할아버지의 작업장으로 피신한다. 다시 한 번 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 가자고 소리지르는 무하마드에게 할아버지는 수년 동안 숨겨왔던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러시아 출신의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로 만든 <벌이 날다>로 주목 받은 민병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괜찮아, 울지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 6년이 지난 영화다. 2006년 공개된 <포도나무를 베어라>와 함께 두려움에 관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타지크스탄에서 데뷔작을 만든 민병훈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돈과 권력을 지닌 검사에 대항하는 한 중년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벌이 날다>에 이어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 빚에 쪼들리다 고향으로 돌아와 허풍과 거짓말을 일삼는 한 남자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주로 무하마드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그의 허풍 속에 감춰진 내면을 묘사한다. 드라마의 기승전결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며, 캐릭터와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객들은 무하마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마을 사람들 역시 그냥 현재의 상황만 제시할 뿐 이들의 삶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괜찮아, 울지마>는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의 두려움에 대해 관찰한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의 비밀을 듣게 된 무하마드는 다시 짐을 싸서 고향을 떠난다. 이는 절망적인 도망일 수도 있고, 희망의 새 출발일 수도 있다. 영화는 단지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인간에게 ‘괜찮아, 울지마’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브리치> - 이 남자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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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FBI 훈련생 에릭 오닐(라이언 필립)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던 FBI 요원 로버트 핸슨(크리스 쿠퍼)의 비밀 문서 관리 본부로 발령받는다. 꿈에 그리던 FBI 요원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오닐은 핸슨이 지난 수십년 세월 동안 일급 정보들을 러시아에 팔아온 이중첩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닐은 핸슨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이곳으로 파견된 것이다.

<브리치>는 <하트의 전쟁 Hart's War>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빌리 레이의 두번째 장편 극영화다. 빌리 레이는 지난 2003년 헤이든 크리스텐센, 피터 사스가드 주연의 <섀터드 글래스 Shattered Glass>로 감독으로도 그 활동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섀터드 글래스>가 수십건의 허위 기사를 작성해 해고된 기자 스티븐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것처럼, <브리치> 역시 실존 인물인 로버트 핸슨의 실제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부정을 저지른 범죄자의 실화에 기초하고 있지만, 센세이션 면에서 로버트 핸슨은 스티븐 글래스보다는 몇 수 위다. 로버트 핸슨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러시아에 고급 정보를 팔아온 미 FBI의 이중첩자로, 지난 2001년 미 정부에 검거되며 FBI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브리치>는 로버트 핸슨과 에릭 오닐, 두 사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핸슨의 실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지만, 오닐은 핸슨에게 점차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닐은 핸슨에 대해 확신과 의심, 의심과 확신을 반복하며 그와 묘한 심리전을 계속한다. 영화가 온통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는 탓에, 관객의 뒷통수를 칠만한 그럴듯한 '한 방'이 없다는 사실은 <브리치>의 약점 중 하나다. <브리치>가 이미 관객들이 그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밋밋한 내러티브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는 믿음직하다. 특히 로버트 핸슨 역의 크리스 쿠퍼의 연기는 압권이다. 크리스 쿠퍼는 지난 2003년 <어댑테이션 Adaption.>으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손에 넣은 인물. <브리치>에서 그는 절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 페이스 로버트 핸슨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오프로드> - 벼랑에 선 루저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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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아버지가 아프다. 은행 직원이었지만 지점장의 압박으로 불법 자금 대출 사건에 휘말려 직장에서도 잘렸다. 지금은 택시를 몰고 있다. 하지만 하루 8만원, 회사에 갖다 내는 돈을 맞추기도 빠듯하다. 택시 운전사 상훈(조한철)의 삶이다. 여자가 아이를 가졌다. 재능이라곤 차를 수리하는 것뿐이지만 카센터에서 인생을 썩히고 싶지 않다. 인생은 ‘한 탕’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권총 한 자루를 얻게 됐다. ‘한 탕’을 위해 철구(백수장)는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지방 모텔에서 일한다. 숙박계를 관리하고 방을 정리하지만 주로 하는 일은 모텔 남자 손님을 상대로 몸을 파는 일이다. 도망가려고 했다면 이미 도망갔을 테다. 그랬던 지수(선우선)가 드디어 도망을 가기로 결심한다. 상훈과 철구, 그리고 지수. 세 사람은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난다. 단순한 길동무였다면 좋았을 테다. 그러나 이 만남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철구는 은행을 털다 총에 맞았고, 택시 기사 상훈은 철구에게 인질로 잡혔다. 그리고 지수는 철구의 돈을 가로채려 한다.

<오프로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도 빠듯한 택시기사 상훈과 별 계획도 없이 불쑥 은행을 턴 철구, 우연히 철구의 돈가방을 보게 된 지수가 길 위에서 만나 벌이는 악다구니가 생생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악다구니 안엔 인간 사이의 권력 관계,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 절망을 깨고 삶의 희망을 되찾으려는 ‘루저’들의 절규가 녹아 있다. 철구와 상훈, 지수 사이의 권력 관계는 총 한 자루에 따라 뒤바뀐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훈과 철구의 관계는 철구의 총을 상훈이 손에 넣는 순간 역전되고, 철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들른 모텔의 여직원, 지수가 돈과 총을 갖게 되자 이 모든 것이 다시 뒤집어진다. 총으로 대변되는 권력 관계에 따라 살고 죽는 것이 결정되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셋 사이에 그런 ‘피상적 관계’만 존재 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총을 겨눴지만 상훈은 총상을 입은 철구의 건강이 걱정되고, 그들의 돈을 훔쳤지만 지수가 모텔을 떠나 새 삶을 살길 바란다. 철구 역시 자신의 돈을 상훈에게 가져가라고 말할 만큼 그의 아버지와 은행 동료라는 여자친구가 걱정이다. 각자 살기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세 사람이 삶의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건 뜻밖에도 서로에 대한 짙은 연민이었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황이 자꾸만 꼬여만 가지만 <오프로드>가 그리 심각한 톤만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돈을 향한 탐욕스런 심리를 들쑤시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상황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 안엔 유머가 가득하다. 아이러니하게 꼬이는 상황이 역설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고, 상훈과 철구가 치고 받는 대사들이 익살스럽다. 영화의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든 건 이러한 유머와 함께 배우들의 호연이 큰 도움을 줬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온 조한철과 백수장은 인질과 인질범이란 상황이 역전될 때마다 그에 딱 들어맞는 심리를 그려내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영화 <봉자>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편집한 한승룡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 <오프로드>는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이미 관객과 만난 바 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사랑의 레시피> -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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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의 주방장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는 자신의 삶 또한 주방을 지휘하듯 진지하고 엄격하게 이끌어간다. 그러나 케이트의 이런 완벽주의는 부주방장 닉(애론 애커트)의 등장으로 흔들리게 된다. 일할 때 오페라를 즐겨 듣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닉은 주방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기 때문. 게다가 케이트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홉 살 조카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와 함께 살게 되는데, 조이는 도무지 케이트에게 마음을 열려 하지 않는다. 예약 없이 그녀에게 찾아온 두 사람 닉과 조이 때문에, 혼자만의 삶에 익숙한 케이트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랑의 레시피 No Reservations>는 미국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를 배경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주의로 무장한 주방장 케이트와 낭만적인 부주방장 닉,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엄마를 잃고 케이트와 함께 살게 된 조카 조이, 이렇게 세 사람이 이끌어 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랑의 레시피>의 원제는 'No Reservations'. '22 블리커'가 100% 예약을 원칙으로 하는 고상한 고급 식당이며, 케이트 역시 누구보다 원칙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살짝 뒤집은 작명법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하는 케이트는 TV 시리즈 <프렌즈 Friends>의 모니카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매사 원리원칙에 충실한 사람. 그 자신이 요리사지만 오후에는 절대 음식을 먹지 않으며, 연애도 우정도 모두 요리 뒷전이다. 짬짬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닉과 조이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재미를 깨닫게 된다.

<사랑의 레시피>는 <샤인 Shine> <하트 인 아틀란티스 Heart in Atlantis>의 스코트 힉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 애론 애커트, 아비게일 브레슬린 등 삼총사 이외에도 밥 바라반, 패트리샤 클라크슨 등 든든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단연 돋보인다. 특히 조이 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에 이어 한 번 더 조숙한 10대 여자 아이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필립 글래스 특유의 미니멀리즘 스코어와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건조한 카메라는 겨울 뉴욕 정경을 잡아내는데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는 약한 편이다. 케이트와 닉이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잘 드러나 있지 않으며, 영화의 결말 또한 모든 것을 '사랑'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다소 안이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라파예트> - 플라이, 보이, 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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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프랑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유럽 연합군은 독일을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 전장에 한 무리의 미국 젊은이가 도착한다. 미국이 정식 참전을 결정하기 전,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미국 젊은이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스스로 전투 비행단이 돼 전장의 하늘을 누빈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 ‘라파예트 Lafayette’. 영화 <라파예트 Flyboys>는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롤링스(제임스 프랑코)는 가업으로 이어오던 목장이 망하자 연합군에 가입해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프랑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 무리의 미국 병사들과 만난 롤링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이 되기로 결심한 그들은 프랑스 전투 지휘관의 지시 아래 기초부터 차근차근, 비행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햇병아리 비행사들은 어느덧 제대로 된 전투 비행사로 품을 갖추고, 롤링스는 드디어 독일군과의 공중 격전을 벌이게 된다. ‘초짜’라 하기엔 전투 비행에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롤링스. 그러나 그에게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전장에서 누군가를 무참히 죽이고, 동료의 죽음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단단하지가 못하다. 죽음의 땅, 전쟁터를 견디기엔 너무 감상적인 롤링스. 하지만 감상적인 마음은 연애엔 제격인 법이다. 롤링스는 아리따운 프랑스 여인 루시엔(제니퍼 덱커)을 보자마자 한 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라파예트>는 미국 최초의 전투 비행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영화는 ‘고증’에 철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롤링스를 비롯한 라파예트 전투단 몇몇 인물의 실화는 드라마적 요소를 덧입혔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 비행기 모습은 철저히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나무를 주 원료로 한두 명이 들어가면 꼭 들어맞는 아담한 사이즈의 전투 비행기. 총탄은 물론, 바람을 피할 제대로 된 방패막도 없는 이 단순하고 오랜 전투 비행기는 영화에 이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현대의 전투 비행기에 비한다면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외양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을 가르는 <라파예트>의 전투신 역시 ‘장난’처럼 그려진 건 아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공중 전투 신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상대의 후방 공격을 확인하기 위해선 고개를 돌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고, 비행기 앞면에 부착된 총포가 고장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인 ‘올드한’ 전투신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나 속도감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현대적인 전투신에는 없는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너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장난감 모빌 같은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영상미도 <라파예트>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전투 비행기가 낡고 오래됐다고 이야기 역시 그러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라파예트>의 드라마 줄기는 너무나 단조롭고 지루하다. 루시엔과 롤링스의 로맨스는 미지근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전장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롤링스의 고뇌도 치열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 구성은 없고 숱한 전투 에피소드만 시간 순서로 묶여 있을 뿐이다. 영화를 위해 비행사 자격증을 따낸 주연배우 제임스 프랑코를 비롯해 실제 조종사까지 동원해 그려낸 공중 비행 신들만이 매력적으로 빛날 뿐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미스터 브룩스> - 살인에 중독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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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미스터 브룩스(케빈 코스트너)는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자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하지만 그는 남몰래 사람들을 죽여가며 희열을 느끼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로 평생을 살아오기도 했다. 살인 현장마다 희생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남겨 썸프린트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그는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고 저지른 살인 사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파파라치인 스미스(데인 쿡)에게 범죄 현장을 찍히고 만 것. 스미스는 미스터 브룩스에게 접근해 사진을 경찰에게 넘기지 않는 대신 살인게임에 자신도 동참하게 해달라는 섬뜩한 제안을 한다. 한편, 썸프린트 킬러를 집요하게 추적 중인 강력계 여형사 앳우드(데미 무어)는 스미스를 조사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미스터 브룩스와 스미스가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밤거리를 누비는 동안, 앳우드는 이들의 뒤꽁무니를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한다.

<미스터 브룩스 Mr. Brooks>는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 변신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디가드 The Bodyguard> <로빈 후드 Robin Hood: Prince of Thieves>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등에 출연하며 선하고 낭만적인 영웅을 주로 맡아온 그가 살인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가족들에게 한없이 자상한 미스터 브룩스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동시에 소화하는 호연을 펼친다. 시시때때로 표정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대하고 가발과 수염 등으로 분장한 채 희생자를 찾아 나서는 장면은 섬뜩함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미스터 브룩스의 악마적 자아인 마샬(윌리엄 허트)이다. 마샬은 미스터 브룩스의 주위를 맴돌며 살인을 부추기고 그의 속내를 끊임없이 털어내고야 만다.

<미스터 브룩스>는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일찌감치 공개되고, 여형사 앳우드는 미스터 브룩스의 손아귀 속에서 항상 놀아난다. 영화는 악마적 자아 마샬, 파파라치인 스미스, 자신과 같이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딸 때문에 살인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 브룩스는 자신이 죽지 않은 한 마샬을 떨쳐 버릴 수 없고, 스미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딸이 자신을 죽이는 악몽에 시달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철저히 살인마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미스터 브룩스>는 완벽한 남자와 연쇄살인마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모습을 통해 서늘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여형사 앳우드의 목숨을 노리는 탈옥범 에피소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살인마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우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분명 <미스터 브룩스>의 강점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내 생애 최악의 남자> -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바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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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광고회사 PD 주연과 출판사 직원인 성태는 10년 지기 친구 사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에 골인하면서 둘만 싱글로 남게 되자 결혼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둘의 사이를 엮어주려는 친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우정을 주장하며 꿋꿋하게 버틴다.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 술김에 사고를 치고 만다. 실수라고 애써 무마해보려 애쓰지만, 다음 날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혼을 결심한다. 10년 우정을 결혼과 바꾼 두 사람은 행복한 앞날을 계획하며 즐거운 신혼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 출근한 회사에서 이상형을 만날 줄이야. 주연은 잘 생긴데다 다정하기까지 한 CF 감독 재훈에게 홀딱 반하고, 성태는 새로 부임한 섹시한 편집장 미연의 유혹에 빠져든다. 주연과 성태의 결혼 생활은 그때부터 위기에 봉착한다.

이상형을 찾아다니다 나이만 들어버린 두 남녀가 더 늦기 전에 편한 이성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소재다. 주연과 성태는 10년 친구답게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성격부터 친구 관계, 술버릇 등등. 그만큼 편한 사이도 드물 것이다. 그 때문에 연애가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괜찮은 연애 상대도, 괜찮은 결혼 상대도 줄어드는 게 인지상정. 그 현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결국 '사고'를 치고 수습 차원에서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이상형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야기는 이때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 30대 남녀의 이야기에 불륜 코드를 살짝 덧입혀 여느 로맨틱 코미디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는 결혼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뒤늦게 찾아온 이상형도 놓치고 싶지 않는 남녀의 심리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조와 느린 진행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로맨틱 코미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강박증의 산물인 듯한 억지스러운 결말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는 평범한데 비해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썩 훌륭한 편이다. <장화, 홍련> <여선생 VS 여제자> <범죄의 재구성> <오래된 정원>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의 인물들을 맛깔나게 연기해온 염정아는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고, 집안일에는 무신경하고, 충동구매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광고회사 PD 주연을 연기한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유명한 탁재훈이 염정아의 상대역인 출판사 직원 성태로 출연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선보여온 염정아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 섹시함과 귀여움, 코믹함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기로 인물에 입체감을 더한다. 자칫 개성없이 밋밋할 수 있는 주연은 염정아라는 배우 덕분에 꽤 매력있는 여자가 된다. 코믹한 이미지의 탁재훈도 첫 스크린 주연작인 이 영화에서 진지함과 코믹함의 완급을 잘 조절하며 주연급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과시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이 영화를 가장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영광의 날들> - 2차 세계대전,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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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알제리 청년 사이드(자멜 드부즈)는 유럽의 평화를 위해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다. 사이드는 같은 아랍인인 야시르(사미 나세리), 메사우드(로쉬디 젬), 압델카데르(사미 부아질라)와 함께 최전방에서 싸웠지만, 프랑스 군대는 이들을 유색인종이라 차별하며 먹을 것 조차 불평등하게 배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메사우드는 계속되는 편지 검열로 답장 한 번 받아 보지 못하고, 압델카데르는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진급에서 누락되는 수모를 겪는다. 프랑스 군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을 무렵, 이 네 명의 병사들은 독일군 점령하에 있는 알자스 지역에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영광의 날들 Days of Glory>은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진주만 Pearl Harbor>과 같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광의 날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아랍인들이며, 영화는 함께 전투를 치렀지만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던 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전장의 최전선에 배치돼 총알 세례를 누구보다 많이 받았고, 전투가 끝난 후에는 아랍인들이라 손가락질 당하며 온갖 불평등을 겪었다. 토마토 하나를 배식 받기 위해 핏발을 세워야 했으며, 승진은 쉽지 않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만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독일군은 누구를 골라 총을 쏘지 않는다”는 메사우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랍인들은 영화 속에서 빠른 속도로 죽어 나간다. 라시드 부샤렙 감독은 영화의 후반부 아랍계 참전용사들의 연금 문제를 언급하며 이들의 불평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유색 군인들의 애달픈 참전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주연배우인 자멜 드부즈, 사미 나세리, 로쉬디 젬, 사미 부아질라를 비롯 마르티네즈 상사 역의 버나드 브란칸은 2006년 칸국제영화제 남자연기상을 공둥 수상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디스터비아> - 네 이웃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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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낚시를 함께 다녀오던 중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케일(샤이아 라버프)은 1년이 지난 후에도 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제아로 남아 있다. 급기야 교사를 폭행한 죄로 90일간의 가택연금에 처한 케일은 문 밖 30미터로 출입이 제한되는 감시장치를 달고 답답한 나날을 보낸다. 엄마(캐리 앤 모스)로부터 비디오게임과 케이블TV마저 금지당하자 케일에게 남은 것은 컴퓨터와 캠코더 그리고 망원경뿐. 망원경과 캠코더를 이용해 이웃들을 엿보기 시작한 케일은 때마침 옆집에 이사온 미모의 애쉴리(사라 로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애쉴리와 조금씩 친해질 무렵 케일은 우연히 망원경을 들여다 보던 중 이웃집에 사는 중년의 독신남 터너(데이비드 모스)가 젊은 여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케일이 단짝 친구 로니(아론 유), 애쉴리와 함께 터너의 살인사건을 몰래 조사하는 동안, 케일이 자신을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터너는 점점 케일과 친구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디스터비아 Disturbia>와 가장 쉽게 비교될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일 것이다.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중년의 사진작가가 캠코더와 아이팟, 비디오게임기에 익숙한 10대 소년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집에 갇혀 사는 남자가 이웃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영화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공식적인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디스터비아>는 <이창>의 21세기식 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창>과 마찬가지로 <디스터비아>의 핵심은 관음증에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과 달리 <디스터비아>의 관음증은 주로 스릴러의 장치로만 활용될 뿐 욕망의 내면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며 느끼는 쾌감은 곧바로 죄의식으로 이어지지만 증거를 찾으려는 관찰자와 증인을 없애려는 범인의 숨바꼭질 사이로 숨어버린다. 케일에게는 확신만 있을 뿐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터너에게는 틴에이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침착함만 있을 뿐 완전범죄를 저지를 만한 치밀함이 없다. 당연히 초반에는 증거가 없는 케일이 불리하지만, 세 명을 상대로 잔머리를 굴리는 사악한 살인마 터너는 종국에 자승자박에 빠질 수밖에 없다.

TV용 영화 같은 소품 스릴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디스터비아>는 미국 내에서만 제작비의 네 배가 넘는 극장수입을 올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디스터비아>는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기 때문에 팝콘영화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이창>에 담긴 깊은 의미는 순수 오락영화의 스릴로 대체됐지만, 히치콕이 모범을 보였던 서스펜스 스릴러의 원형적 쾌락은 꽤 만족스럽게 재현됐다. 고전적 스릴러에 틴무비의 발랄함을 더한 <디스터비아>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존 휴즈가 스필버그 스타일로 조화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테이킹 라이브즈 Taking Lives>로 이름을 알린 D.J. 카루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샤이어 라버프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지휘하는 <이글 아이 Eagle Eye>에서 다시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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