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4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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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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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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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 3,000년 전의 전설 속 저주가 현실로 나타난다. 전설의 주인공은 형제들과 함께 세상의 모든 왕국을 정복하려던 전사들의 왕이다. 세계 정복을 위해 전쟁과 파괴를 멈추지 않던 왕은 3,000년마다 한 번씩 모든 별이 일직선상에 놓이면 미지의 시간으로 이동하는 문이 열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왕은 시간의 문을 통해 영생의 몸을 얻게 되지만 형제들은 모두 돌로 변하고 만다. 게다가 시간의 문을 통해 뛰쳐나온 13마리의 괴물은 3,0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살아서 사람들을 위협한다. 죽을 수도 없는 인간의 몸으로 생을 이어가고 있는 왕은 거대 기업 윈터스 그룹의 총수 맥스 윈터스로 살아가며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석상이 된 형제들을 하나둘씩 모은다. 닌자거북이 4형제의 임무는 거리 곳곳에 나타나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괴물들을 저지하는 것. 최고의 적수 슈레더가 죽고 난 후 수련을 위해 중앙 아메리카로 원정 훈련을 떠난 레오나르도는 닌자거북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에이프릴의 부탁으로 다시 형제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윈터스와 다시 깨어난 형제 전사들 사이의 갈등에 얽히게 된 닌자거북이 형제들은 전설의 저주를 풀기 위해 다시 힘을 모은다.
애니메이션 <닌자거북이 Teenage Mutant Ninja Turtles>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1987년 TV용으로 제작된 2D <닌자거북이>는 TV시리즈와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등을 거쳐 20년 만에 3D로 다시 태어났다. 뉴욕의 고층 빌딩들 사이로 자유롭게 점프하는 닌자거북이들의 활약상은 3D의 기술력과 함께 한층 입체적이고 스펙터클하게 묘사된다. 영화 초반부를 장식하는 3,000년 전 전사들의 전투 장면은 마치 고성능 PC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닌자거북이 형제에 대한 미국인의 애정은 <300>을 누르고 전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는 사실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이번 3D 극장판에는 <매트릭스 Matrix> 시리즈의 로렌스 피시번, <그루지 Grudge>의 사라 미셸 겔러, <판타스틱 4 Fantastic Four>의 크리스 에반스,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의 장쯔이 등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다. <닌자거북이 TMNT>는 케빈 먼로 감독의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며, 먼로 감독은 2008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독수리 오형제 Gatchaman>의 연출을 맡고 있다.
<닌자거북이 TMNT>는 전형적인 10대(흑은 그 미만) 취향 애니메이션이다. 친숙한 캐릭터와 3D 기술을 활용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익숙한 구도의 대결구도를 내세운다. 비밀리에 도시의 범죄를 소탕하는 와처맨으로 변신한 라파엘이나 컴퓨터 수리를 업으로 삼으며 문의전화에 시달리는 도나텔로 등 닌자거북이들의 변화상도 재미있고, 닌자거북이들의 적이었다가 해결사로 일하고 있는 닌자조직 ‘풋 클랜’의 두목 카라이의 변화상도 팬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러티브 짜임새는 평범하고 헐겁다. 닌자거북이와 악당 패거리들 사이의 긴장감도 이야기에 추진력을 불어넣을 정도가 안 되며, 레오나르도가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생긴 거북이 형제들간의 갈등도 그다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진부한 외형만 반복하는 셈이다. 2D 시절 작품들의 유머와 흥미로운 요소를 더 이상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4/26 개봉작 리뷰]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 아내의 정부와 떠나는 로드무비
바람난 아내 때문에 속을 태우는 한 남자가 있다. 소심하기 이를 때 없는 주인공 태한(박광정)은 아내에게 이렇다 할 분노를 터뜨리지도 못한채 끙끙 앓다가 화병이라도 생길 지경이다. 아내의 정부이자 택시기사인 중식(정보석)을 찾는데 성공한 태한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강원도 낙산까지 장거리 운행을 제안한다. 강원도로 향하는 태한의 여정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식은 세상에 사랑만 있을 뿐 불륜은 없다며 태한의 속을 박박 긁어 놓기도 하고, 산 중턱에서 차가 고장나 뜻하지 않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여행의 종착지는 태한의 집 근처로 중식은 이 사실도 모른 채 태한의 아내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동안 태한은 불륜 현장을 덮쳐 이 둘을 요절낼 순간을 기다려왔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아내의 정부와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상한 방식의 로드무비다. 영화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개성강한 두 인물의 신경전을 통해 치졸한 욕망과 힘 싸움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는데 방점을 찍는다. 주인공 태한과 아내의 정부 중식은 극명하게 대조되는 캐릭터다. 항상 자신감에 넘치는 중식은 다방 종업원, 태한의 아내 등 만나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지는 사람이며, 태한은 불륜현장을 목격하고도 고작 아내의 사진에 껌이나 붙이는 소심한 인물이다. 두 인물의 상이한 성격은 폭포수에서 함께 수영을 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중식은 개울을 휘저으며 수영을 즐기기 바쁘지만 깡마른 체구의 태한은 주눅이 들어 물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태한이 중식의 아내와 잠자리에 드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상황은 역전된다. 영화는 서로 다른 듯 보이던 두 인물이 서로 같은 감정과 욕망을 가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인물과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있어 풍성한 표현법이 돋보인다. 태한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극단적인 클로즈업도 마다하지 않고, 아지랑이 사이로 여인이 나타나거나 수십 개의 수박이 고속도로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 초현실적인 수법도 과감하게 사용된다. <넘버3>에서 얼치기 시인 랭보, <자귀모>에서 사람 잡는 귀신 등 개성강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박광정이 데뷔 15년 만에 주연을 맡았고, <오! 수정>, 드라마 <대조영> 등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보여온 정보석이 뻔뻔한 택시기사 중식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김태식 감독이 영화계 입문한지 19년 만에 내놓는 장편 데뷔작이며,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경쟁부문에 상영됐고 2007년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4/26 개봉작리뷰] <날아라 허동구> - 동구는 초등학교가 필요해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진규(정진영)에겐 11살 난 아들 동구(최우혁)가 있다. IQ 60인 동구는 발달장애 소년이지만 허진규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보인다. 변변한 친구가 없어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고, 반 평균을 깎아 내린다는 이유로 시험도 치를 수 없던 동구는 어느 날 주전자에 개구리를 넣었다는 오해를 산다. 이 사건을 빌미로 학교는 동구를 특수 학교로 전학시키려 하고, 집주인은 진규에게 이사를 가라고 통보한다. 때마침 진규는 선수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처한 야구부에 동구가 선수로 활동하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날아라 허동구>는 대만동화 [나는 백치다]를 영화화한 작품. 발달장애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동화 [나는 백치다]와 맥을 같이 하지만, 억척스런 엄마를 평범한 아빠로 바꾸고 초등학교 졸업을 놓고 벌어지는 허진규, 허동구 부자(父子)의 고군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동구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일뿐이지만 영화는 이런 발달장애 소년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리지 않는다. 동구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짝을 위해 운동장 두 바퀴를 도는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최대 난적은 새로 설치되어 자신의 일을 빼앗아 버린 정수기가 전부다. 허동구가 야구시합에서 유일하게 출루할 수 있는 방법은 번트뿐이다. 동구는 호쾌한 홈런을 날릴 수는 없지만, 한 루씩 한 루씩 천천히 베이스를 밟아가며 홈으로 돌아오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날아라 허동구>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가슴 먹먹한 부자간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내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한다. 아버지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동구를 위해 숫자를 세주곤 하지만 아버지의 친구 상철은 이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허진규는 20년 가까이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보다 이사를 하게 되면 집까지 찾아 오는 데 고생하게 될 동구를 더 걱정한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허진규를 맡은 정진영과 코믹한 역할을 맡고 있는 야구부 코치 권오중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날아라 허동구>는 아이큐 60의 소년 동구를 연기한 최우혁의 호연이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안녕, 형아> <파랑주의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 최우혁은 어수룩하지만 사랑스런 캐릭터 동구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날아라 허동구>는 <달마야 놀자> <북경반점>의 각본을 맡았던 박규태 감독의 데뷔작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4/26 개봉작 리뷰] <숨> - 김기덕의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
여기 죽음을 바라는 남자가 있다. 사형수 장진(장첸)은 어느 날,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감행한다. 죽음이 찾아와 자신을 옭아매기 전에 제 손으로 죽음에 다가가고 싶다. TV 뉴스를 통해 장진의 연이은 자살 시도를 접한 연(지아)은 불현듯 그를 만나기로 마음 먹는다. 사형 집행이 며칠 남지 않은 장진에게 사계절을, 1년이란 시간을 선물로 주고 싶기 때문이다. 교도소 면회실 한 구석에서 그렇게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교도소 회색 페인트 벽은 그들의 만남이 계속되는 사이 봄에서 여름으로, 또 가을에서 겨울로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그 사이, 딴 여자와 바람난 연의 남편(하정우)은 아내가 평소의 모습과 다르다는 걸 알아 차린다.
김기덕의 열네 번째 연출작 <숨>에는 지금까지의 김기덕 영화들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몇 주 뒤면 사형을 선고 받을 장진에게 사계절을 선물하는 연의 퍼포먼스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장진을 위해 사계절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연의 얼굴 위론 <빈집>의 ‘태석’이 겹쳐 보이고, 죽음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정작 죽음을 눈 앞에 뒀을 땐 살기 위해 맹렬히 발버둥치는 장진의 모습에선 자연스레 <악어>의 ‘용패’가 떠오른다. 이 뿐 아니다. <활>과 <시간>에서 고심한 ‘시간’과 ‘순환’에 관한 고민들이 <숨>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하지만 <숨>이 김기덕 전작들의 짜깁기란 것은 아니다. 짜깁기보단 오히려 유쾌한 변주곡에 더 가깝다. 장진에게 사계절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은 연은 면회실을 계절 빛으로 물든 종이로 도배하고 계절에 맞는 노래를 부른다. 퍼포먼스, 뮤지컬과 같은 연의 이런 행동들은 ‘날 것’에 가까울 만큼 단도직입적이던 김기덕의 ‘영화 어투’를 한결 부드럽게 감싼다. 연과 장진의 면회를 주관하고 관리하며 통제하는 보안과장의 존재는 둘의 관계에서 절대자의 시선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숨>을 ‘영화에 관한 영화’로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유머가 깊어지고 상상력이 빛나는 것도, 영화의 표현 방식이 한결 쉽고 편안해 진 것도 맞지만 <숨>이 그리는 세계가 마냥 폭신한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 몫이다. 대화의 기술은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숨>에는 김기덕의 어떤 전작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강한 죽음의 매혹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달리 장진은 겨울을 지나 다시 돌아오는 봄을 맞지 못하고, 연과 남편의 화해에도 불안한 기운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시간> 개봉과 맞물려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여러 발언은 진심과 오해, 왜곡 사이에서 숱한 논란을 낳았고 덕분에 <숨>은 개봉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탈’보다는 성과가 더 큰 듯하다. 김기덕 감독을 믿고 <쓰리타임즈 Three Times>의 배우 장첸을 비롯한 ‘김기덕의 배우’ 지아와 하정우가 기꺼이 함께 한 <숨>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스, 이탈리아, 멕시코 등에 선판매 됐다. 그 돈을 모아 10회차 촬영, 3억 7천여 원의 ‘싼’ 제작비로 완성된 <숨>은 오는 5월 열리는 6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4/26 개봉작 리뷰] <더블타겟> - 위험한 패트리어트 게임
실수로 동료를 잃은 후 은닉 생활을 하고 있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저격수 밥 리 스웨거(마크 월버그)는 정부 고위 관계자인 존슨 대령(대니 글로버)으로부터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음모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스웨거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로 미리 범행장소와 방법 등을 알아낸다. 그러나 대통령 암살 에정일, 오히려 스웨거가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트레이닝 데이 Training Day> <킹 아더 King Arthur>의 안톤 후쿠아 감독의 2007년작 <더블타겟 Shooter>은 흡사 <도망자 The Fugitive>의 리차드 킴블 박사처럼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린 주인공이 자신의 무죄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다. 하지만 <도망자>에 비해 <더블타겟>은 훨씬 스케일이 커졌다. 조국에 대한 애국심의 화신인 주인공 밥 리 스웨거가 조국의 대통령 암살범으로 몰리게 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 그러나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초반에 위기에 몰리기는 하지만 <더블타겟>의 밥 리 스웨거는 기막힌 사격술에 명석한 두뇌, 거기에 뇌쇄적인 근육질 몸매로 다져진 '선한 미국인'을 대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밥 리 스웨거 역할은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 <디파티드 The Departed>의 마크 월버그가 맡았다. 마크 월버그는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다진 미국 특전사로서의 외형적인 면모를 뽐낸다.
<더블타겟>은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스티븐 헌터의 베스트셀러 [포인트 오브 임팩트 Point of Impact]를 원작으로 한다. 미국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퓰리쳐상을 수상한 [포인트 오브 임팩트]는 이후 [블랙 라이트 Black Light] [타임 투 헌트 Time to Hunt] 등 계속된 시리즈 출간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원작의 촘촘한 플롯과 서스펜스 구조에 안톤 후쿠아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을 더해, 팝콘 무비로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액션 스릴러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삐까'한 스타일에 비해 <더블타겟>의 이야기는 1980년대 유행한 <람보 Rambo> 류의 친미 액션물의 그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선한 미국인의 손에 의해 악은 차례로 처단되고 제자리를 찾는다. 문제는, 그의 처단 방식이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애국심에서 기인한 사적 처단이라는 것이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반복되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공식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26개봉작 리뷰] <스토리 오브 오: 은밀한 쾌락> - 구태의연한 B급 에로영화
누드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오’는 남자친구 르네와 사귀고 있지만 늘 알 수 없는 결핍을 느끼고 있다. 성적 욕망을 담은 누드사진과 자신의 육체적 욕망 사이에 존재하는 빈 공간은 연인인 르네도 채워줄 수가 없다. 여자친구의 갈망을 해소시켜주고자 르네는 오를 특별한 곳으로 데려간다. 오는 르네와 함께 방문한 곳에서 특별하고 자극적인 성적 판타지를 경험하고 이를 책으로 써내려 간다. 르네는 오를 위해 한 단계 더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스티븐 박사를 소개한다.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스티븐 박사는 오에게 서로간의 성적 쾌락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계약을 제안하고, 오는 스티븐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성적 판타지를 현실로 경험하게 된다. 스티븐 박사와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오는 점점 변태적인 사도마조히즘으로 가득한 세계에 익숙해져 간다.
<스토리 오브 오: 은밀한 쾌락 Story of O: Untold Pleasures>은 프랑스의 여류 작가 안 데스클로의 소설 [스토리 오브 오 Story of O]의 영화 버전이다. 도미니크 오리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했던 데스클로가 폴린 레아주라는 필명으로 1954년에 발표한 [스토리 오브 오]는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발간 당시 엄청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금서 목록에 올랐던 것은 당연한 일. 양성애자였던 데스클로는 [스토리 오브 오]가 출간된 지 40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작가임을 밝히기도 했다. 에로티시즘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스토리 오브 오]는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엠마누엘 Emmanuelle>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쥐스트 자캥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다. <스토리 오브 오: 은밀한 쾌락>은 B급 영화들만 주로 찍어온 필 레어니스 감독의 2002년 작품이다. 소설 출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가학적 성행위와 구강 및 항문성교 묘사가 영화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합법적 ‘야동’인 셈이다. 원작소설의 상황들을 현재의 미국으로 옮겨와 상업적 에로티시즘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소설이 출간된 지 50년이 지나고 영화화가 반복되면서 소재 자체의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성적 묘사는 변함없이 자극적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포르노그라피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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