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5. 10. 13:59
10.00/10
1명 참여
바람난 여자
감독  : 로드리고 오르투자
출연  : 마리아 조세 프레토, 비비아나 로드리게즈, 다니엘 알카이노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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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36/10
11명 참여
4.50/10
2명 참여
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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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성강
출연  : 김윤태, 최보영, 김주령, 김의동
상영시간  : 95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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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29/10
56명 참여
3.00/10
1명 참여
못말리는 결혼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김성욱
출연  : 김수미, 임채무, 유진, 하석진
상영시간  : 115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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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6.72/10
392명 참여
5.00/10
2명 참여
용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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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엽위신
출연  : 견자단, 사정봉, 여문락
상영시간  : 89분
장르  :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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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6.75/10
4명 참여
5.00/10
1명 참여
9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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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산티아고 아미고레나
출연  : 줄리엣 비노쉬, 존 터투로
상영시간  : 11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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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85/10
103명 참여
6.00/10
4명 참여
내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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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츠츠미 유키히코
출연  : 와타나베 켄
상영시간  : 121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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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00/10
7명 참여
7.67/10
3명 참여
가까이서 본 기차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이리 멘젤
출연  : 바클라프 네카르, 지트카 벤도바, 요세프 소므르
상영시간  : 92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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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80/10
20명 참여
6.00/10
3명 참여
경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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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박흥식
출연  : 김강우, 손태영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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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14/10
7명 참여
6.00/10
3명 참여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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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동현
출연  : 김미야, 홍승일, 구성환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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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5/10 개봉작 리뷰] <바람난 여자> - 바람난 여자들의 침실 풍경

입력시간 : 2007-05-07 09:32



TV 쇼 프로그램 진행자 세실리아(마리아 조세 프리에토)는 남편 몰래 방송국 간부 알베르토(크리스티안 캄포스)와 바람을 피운다. 어느날 두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이 끝난 후 단골 모텔로 가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날 밤 모텔에서는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고, 하필이면 평소 세실리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방송국 기자 마리오(다니엘 알카이노)가 현장 취재를 나오는 바람에 세실리아의 외도가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한편, 칠레 여성의 62%가 외도를 한다는 놀라운 통계가 나오자 방송국에서는 이에 대한 특집 방송을 기획하고, 세실리아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칠레영화 <바람난 여자 Mujeres infieles>는 유부녀의 외도에 초점을 맞춘 에로영화다. 영화는 TV 방송국의 진행자인 유명 여성의 외도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벌이는, 혹은 상상하는 외도를 엮어놓는다. <바람난 여자>는 남편 앞에서는 조신하게 행동하다가도 정부 앞에서는 부끄럼 없이 옷을 벗어 던지고 덤벼드는 여자들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으로 에로영화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영화는 칠레 여성의 62%가 외도를 한다는 '미확인' 통계를 내세워 수많은 유부녀들의 외도가 사회적인 문제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벌거벗은 남녀가 한몸이 되어 침대 위를 뒹구는 모습일 뿐이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살결> - 두 여자의 살결을 느끼는 한 남자
입력시간 : 2007-05-07 10:03


사진작가 민우(김윤태)가 이름 모를 여인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여인의 몸에 손을 댄 민우는 한 생명이 피부 위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그 감촉을 잊지 못한다. 다음 날 민우는 학창시절 연인이었던 재희(김주령)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다. 잊혀졌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 재희는 민우에게 아홉 번의 섹스를 제안하고, 민우와 재희는 그 후로 서로의 육체를 정신 없이 탐닉하기 시작한다. 한편 새로 자취방을 구하게 된 민우는 그 방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방안에 들어왔던 것 같기도 하고, 재희와 그 방에서 육체적 관계를 갖는 동안엔 한 소녀의 환상도 경험하게 된다.

<살결>은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로 잘 알려진 이성강 감독의 실사 영화다. 이성강 감독은 그간 동화적인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사람이지만, 강도 높은 섹스신이 등장하는 <살결>을 통해 그간의 작품과 철저히 차별을 꾀한다. 우선 주인공 민우와 재희는 어두침침한 호텔과 자취방을 전전하며 몸을 뒤섞는 사이다. 불륜인 이들의 사랑은 강렬하고 몽환적이기보다는 한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소년과 소녀의 잔잔한 사랑을 담아낸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를 기억한다면 건조하고 단편적인 대화만을 주고 받는 민우와 재희의 관계가 몹시 씁쓸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는 사진작가 민우의 비루한 일상을 뒤쫓으며 정치, 사회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도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죽은 여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연인의 육체를 동시에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모호하게 그려지며, 이곳 저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산만하게 나열된다. 죽은 자의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의 자의식과 만난다는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영혼을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살결>은 한국에서 제작된 두 번째 장편 HD 디지털 영화로 <가족의 탄생> <천하장사 마돈나>의 조용구 촬영감독이 촬영을 담당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못 말리는 결혼> - 김수미의 카리스마에 기댄 코미디

입력시간 : 2007-05-07 09:39



닥종이 공예가 은호(유진)는 풍수 지리 전문가 지만(임채무)의 외동딸이다. 유방성형 전문 성형외과 의사 왕기백(하석진)은 서울 강남의 큰손 심말련(김수미) 여사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패러 글라이딩을 함께 한 인연으로 서로 알게 된 은호와 기백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만나는 사이 정이 든다. 결혼까지 결심한 두 사람과 달리 양가 부모는 이들의 결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심말련 여사는 은호가 마음에 안 들고, 지만도 기백이 성에 차지 않는다. 여기에 지만의 동생 지루(윤다훈)와 심말련 여사의 첫째딸 애숙(안연홍) 사이에 핑크빛 무드가 감돌면서 두 사람의 결혼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만이 소유한 땅이 심말련 여사의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되면서 두 사람의 결혼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못 말리는 결혼>은 서로 성장 환경이 다른 두 남녀가 양쪽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기본 설정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유사하다. 영화는 지만과 심말련 여사를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태규 가와 캐풀럿 가와 같은 대립 관계로 설정하고, 이들의 자식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풀어놓는다. 그러나 <못 말리는 결혼>이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점은 양가 부모가 서로 악연으로 엮였다는 점뿐이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은 완전히 딴판이다.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부터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설득력이 없고, 두 집안의 반대 양상도 일차원적인 수준에 머문다. 두 집안의 어른들이 화해를 결심하는 계기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촘촘한 이야기 구성을 포기한 대신 <못 말리는 결혼>이 선택한 것은 말초적인 웃음이다. <마파도> 시리즈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에서 인기를 끈 김수미의 거침없는 입담과 욕설은 <못 말리는 결혼>에서 더욱 강도가 세졌다. 심말련 여사의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가 미국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 덕분에 김수미는 영어 욕까지 해가며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복면달호>로 스크린을 경험한 중견 탤런트 임채무는 두 번째 영화 <못 말리는 결혼>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패러디해 웃음을 유도한다. 공주병 환자 애숙 역의 안연홍이나 40대의 백수 지루를 연기한 윤다훈이나 웃기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한 개성하는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찰나적인 웃음을 뽑아내기에 급급한 <못 말리는 결혼>에서 그나마 볼 만한 점을 찾아낸다면 김수미의 카리스마뿐이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용호문> - 만화적 상상력과 전통 무협이 만나다

입력시간 : 2007-05-07 10:07



용호문은 범죄가 들끓고 있는 혼란기에 정의를 수호하고자 설립된 무술수련 단체다. 전설의 무림고수 왕복호(원화)는 발차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왕소호(사정봉)를 가르치며 용호문을 지키며, 왕소호의 친형인 왕소룡(견자단)은 어린 시절 집을 나와 삼합회의 중간보스로 일한다. 왕소룡, 왕소호 형제는 범죄조직인 나찰문의 나찰영패를 둘러싼 싸움 도중 재회하고, 쌍절곤의 고수 석흑룡(여문락)은 우연히 이 싸움에 말려들며 용호문의 제자로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편, 나찰문의 보스인 화운사신은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는 용호문을 항상 눈엣가시로 생각한다. 용호문을 찾아간 화운사신은 왕복호를 처단하고 용호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제 왕소룡, 왕소호 형제와 석흑룡은 화운사신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1975년부터 30여년 동안 연재된 황옥랑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용호문 Dragon Tiger Gate>의 이야기 구조는 짧고 단순하다. <용호문>은 자신을 가르치던 사부가 악의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혹독한 수련을 거쳐 복수를 한다는 무협물의 전형을 그대로 따른다. 각 캐릭터들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명확하게 나눠지며, 주인공들은 사랑과 우정, 신의를 지키기 위해 악을 처단하는 여정을 떠난다. 십 수년간 범죄조직에 몸 담아온 왕소룡이 보스를 배신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주인공들에게서 고뇌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용호문>은 치밀한 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주먹과 주먹이 오가고 일대다의 활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수 액션영화다. 영화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왕소룡은 오로지 주먹만을 사용해 대결을 펼치고, 왕소호는 화려한 발차기 기술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쌍절곤의 대가 석흑룡이 신기에 가까운 무술을 선보일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영화의 초반부 식당 액션 장면은 육중한 타격감을 선사하는 리얼액션과 화려한 카메라 워크가 빛을 발한다. 이들의 개성 넘치는 장기는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보다 화려하고 과장되게 표현된다. 강룡십팔장, 전광독룡찬, 금종조라는 각자의 필살기를 연마한 이들이 펼치는 마지막 액션신은 만화적 상상력과 전통 무협이 결합된 명장면을 만들어 낸다. <용호문>은 <살파랑 S.P.L.>으로 유명한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 무술감독 겸 배우가 손을 잡고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9월의 어느 날> - 9.11테러의 배후를 파헤쳐라!

입력시간 : 2007-05-07 12:58



2001년 9월 1일, 프랑스 비밀요원 이렌느(줄리엣 비노쉬)는 상부로부터 과거 동료였던 엘리엇(닉 놀티)를 도우라는 지령을 받는다. 한때 프랑스 비밀요원이었던 엘리엇은 현재는 이중스파이로 변신해 철저히 종적을 감춘 상태다. 엘리엇은 이렌느에게 그의 친딸인 올란도(사라 포레스티에르)와 미국인 의붓아들인 데이빗(톰 라일리)을 데리고 나올 것을 요구한다. 엘리엇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 윌리암(존 터투로)의 방해로 파리에서의 1차 접촉이 무위로 돌아가고, 이렌느는 이들과 함께 제2의 접선 장소인 베니스로 향한다.

<9월의 어느 날 Quelques jours en septembre>은 2001년 9월 1일부터 11일까지 12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2001년 9월 11일은 미국 뉴욕에서 두 동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붕괴한 바로 그 날로, <9월의 어느 날>은 9.11 테러 뒤에 배후와 음모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가상 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300편이 넘는 시나리오와 여러 편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시나리오 작가 겸 소설가 산티아고 아미고레나다로, 이 영화는 그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9.11 테러를 큰 구조로 하는 <9월의 어느 날>에는 프랑스와 미국 등 국제 스파이의 개인사와 프랑스 비밀요원, 이들을 움직이는 배후 세력의 이해관계, 두 이복남매의 근친상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깔려있다. 작가 출신인 감독의 능력이 맘껏 발휘된 부분. 그러나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정작 영화의 출발점이었던 9.11 테러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는 단지 영화의 시간적 배경에 그쳐버리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는 없다. <9월의 어느 날>에는 아르헨티나 신인 감독의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빅 스타들이 대거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인 줄리엣 비노쉬가 냉철한 비밀요원 이렌느 역으로 출연, 기존 이미지와는 차별되는 강한 여성 상을 연기하며, 존 터투로와 닉 놀티는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내일의 기억> - 와타나베 켄의 눈물이 주룩주룩

입력시간 : 2007-05-07 13:40



사에키(와타나베 켄)는 업계 내에서 인정받는 광고회사 중역으로 회사 내에서도 유능한 상사로서 부하직원들의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외동딸의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프로젝트 ‘기가포스’ 광고에 매달리던 사에키는 자신의 기억력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다. 처음에는 차 열쇠를 깜박하거나 회의 시간을 잊어버리는 등 사소한 문제로 시작하지만, 점점 사람들의 얼굴을 못 알아본다거나 자주 가던 건물의 위치를 잊어버리는 등 심각한 수준으로 옮겨간다. 딸의 결혼식까지 회사에 몸담고 싶었던 사에키는 더 이상 기가포스 광고 프로젝트를 이끌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자료관리 부서로 옮겨 퇴직 준비를 서두른다. 딸을 시집보내고 회사도 그만둔 채 아내 에미코(히구치 카나코)와 단둘이 살아가던 사에키는 사라져 가는 기억들을 붙잡으려 애를 쓰면서도 병세가 점점 악화되자 아내를 떠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내일의 기억 Memories of Tomorrow>은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 등 주로 할리우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일본배우 와타나베 켄의 첫 번째 단독 주연작이다. 와타나베 켄은 17년 전 단독 주연으로 캐스팅된 적이 있지만 백혈병 판정으로 인해 이를 포기해야 했고, 이후 두 번의 죽을 위험을 넘기면서 기적적으로 연기생활을 재기할 수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 활짝 꽃을 피고 있는 와타나베 켄은 <게이샤의 추억> 촬영 도중 동명의 원작소설을 읽고 <내일의 기억> 영화화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고통스런 기억과 작품 속 주인공의 시련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와타나베 켄은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주연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나선 와타나베 켄은 감독을 선정하고 함께 시나리오 작업은 물론 광고대행사와 요양원 등을 취재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와타나베 켄은 체중을 8킬로그램까지 감량하면서 역할에 빠져들었다. 말하자면 <내일의 기억>은 와타나베 켄의 영화인 셈이다.

<내일의 기억>은 전형적인 최루성 가족 멜로드라마의 소재로 시작한다. 아직 중년의 나이인 남자 주인공은 건장한 체격과 달리 이른 알츠하이머 발병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맞이한다. 건망증 수준의 1단계를 지나 퇴직 직전의 2단계를 넘어서면 사에키는 홀로 지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는 3단계를 맞이한다. 종종 주인공들의 눈물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내일의 기억>은 의도적으로 눈물을 쏟아내려는 최루성 드라마가 아니다. 와타나베 켄과 감독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겪는 고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자연스러운 눈물을 유도한다. <내일의 기억>은 예술적 성취를 목표로 만든 영화도 아니고, 인생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작품도 아니며, 그렇다고 흥행만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도 아니다. 삶과 죽음, 기억, 타인에 대한 아주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종종 신파적이고 사실적이며 밋밋하고 지루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연출은 드라마 <트릭>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 영화 <연애사진 Collage of Our Life>, <사이렌 Siren> 등으로 유명한 츠츠미 유키히코가 맡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가까이서 본 기차> - 웃음과 풍자로 그린 체코 현대사

입력시간 : 2007-05-07 10:01



2차 세계대전으로 어수선한 체코의 한 시골 마을에 22살의 젊은 청년 밀로쉬(바츨라프 네카르시)가 철도원으로 부임한다. 밀로쉬는 역장인 막스(블라디미르 발렌타)와 선배인 후비치카(요세프 소므르)에게 역무원으로서 배워야 할 이모저모를 전수받고 있기는 하지만, 차장 마샤(이트카 벤도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애달픈 가슴앓이를 시작한다. 마샤에게 근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남들처럼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뽀뽀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열차가 출발하고, 모처럼 가진 둘만의 하룻밤엔 너무 긴장해서 사랑을 나누는데 실패한다. 그 와중에 후비치카는 시골역에 방문하는 수많은 여자들을 홀리며 밀로쉬의 마음을 긁어 놓는다. 한편 레지스탕스는 독일의 무기수송열차를 폭파하려는 작전에 돌입하고, 밀로시도 이를 돕기 위해 손을 걷어 붙인다.

<가까이서 본 기차 Closely Watched Trains>(1966)는 비행기가 폭격을 퍼붓고 건장한 청년들이 징병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던 체코의 현실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다루기보다는 시골역에 근무하는 체코 소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무용성을 우회적으로 풀어간다. 주인공 밀로쉬는 여자친구 마샤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아 늘 근심투성이다. 철도원 선배인 후비치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성적으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서 자살도 감행해 보지만 이 모든 것들이 뜻하는 바대로 되질 않는다. 역장인 막스는 자신의 직무보다 비둘기 키우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독일군 기차 테러를 위해 잠입한 레지스탕스는 시골역에서 질펀한 하루 밤을 보내고 사라진다. 전쟁의 한복판을 살아가는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지만 비극적인 시대를 통과하는 체코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눈물 대신 웃음으로 풀어가는 영화의 화법은 전쟁의 무의미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가까이서 본 기차>는 체코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이리 멘젤의 장편데뷔작이다. 이리 멘젤 감독은 <가까이서 본 기차> 이후 <줄 위의 종달새 Larks on a String>(1969)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I Served the King of England>(2006) 등을 발표하며 체코의 비극적 현대사를 웃음과 풍자로 그려낸 거장 감독이다. 그는 체코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본성과 사회체제의 부조리를 희비극으로 풀어냈으며,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정권이 된 체코에 끝까지 남아 작품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가까이서 본 기차>는 체코의 국민작가 보흐밀 흐라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미국 개봉 당시 현지 평론가들은 오손 웰즈의 <시민 케민 Citizen Kane>(1941)과 비교하며 20대 젊은 감독이 만든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68년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세계영화사에 체코영화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경의선> -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비극적 멜로드라마

입력시간 : 2007-05-07 15:56



각자의 상처를 안은 채 두 사람이 경의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남자의 이름은 만수(김강우).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평범한 근로자이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한나(손태영)라는 이름의 여자는 대학의 독문과 시간강사로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부르주아 계층의 지식인이다. 여자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남자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여자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일을 한다.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남자에게는 매일 플랫폼에서 간식과 잡지를 건네는 여자가 있다. 대화 한마디 나눈 적이 없지만 만수는 여자로 인해 활력을 얻는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도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다. 한나에게는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가 있다. 같은 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부남 대학 선배와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나는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뜻밖의 사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만수는 열차 운행 도중 투신자살 사건을 겪은 후 큰 충격에 빠지고, 여자는 생일을 맞아 선배와 여행을 떠나려다 선배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쓰라린 상처를 안은 채 두 사람이 경의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경의선>은 무척 직설적인 은유와 대조법을 사용하는 영화다. 남한의 서울에서 평양을 이어 신의주까지 이어진 경의선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해 통근열차로만 사용되는 철도다. 두 사람이 내린 임진강역은 경의선의 시종착역으로 남과 북의 연결이 끊긴 분단의 상징과도 같은 지점이다. 두 사람은 청춘의 정점에서 막다른 길에 처한다. 남과 북이 다르듯 두 사람이 처한 환경은 극과 극이다. 남자는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여자는 만나기 위해 짐을 꾸린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남자와 스스로를 잉여인간 같다고 느끼는 여자는 눈 내리는 밤 막차가 끊긴 임진강역에서 만나 속내를 꺼내놓는다. 이별의 끝에서 두 사람은 만나고, 절망의 끝에서 두 사람은 희망을 발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찾게 된다.


이것은 사랑에 관한 희극적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희망에 관한 비극적 멜로드라마다. <경의선>이 빛나는 순간은 바로 비극적 멜로드라마가 희망의 드라마로 전환하는 지점이다. 고백성사 같은 대화가 오갈 때 생면부지의 남녀는 서로에게 치유의 단서가 된다. 코미디영화 <역전의 명수>로 데뷔한 박흥식 감독은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가 무엇인지 <경의선>을 통해 확실히 밝힌다. 표피적인 웃음을 조작하는 영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감독은 딱딱하고 건조한 문어체 어투로 문학적인 내러티브를 차근차근 느릿느릿 풀어낸다. 숏의 지속시간이 길고 대상을 관찰하는 시선이 무심한 듯 집요한 것은 인물의 내면에 보다 가까이 가려는 감독의 의지 때문이다. 그 속에서 감독은 상처와 절망의 단어를 찾아내 치유와 희망의 언어로 환원시킨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상어> - 비루한 오늘을 넘어

입력시간 : 2007-05-07 10:33



한여름 뙤약볕이 뜨거운 대구의 한 공원. 마산에서 올라온 어수룩한 청년 영철(구성환)과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유수(홍승일)가 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울 외투를 껴입고 여름 마른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여자, 은숙(김미야)은 성폭행을 당한 이후 정신을 놓쳤다. 한편,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철의 친구 준구(홍기준)가 포커 판을 열고 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대구에 온 영철의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을 만큼 포커 ‘빨’이 좋은 날이다. 그렇게 한여름 한 나절이 흘러간다. 그 사이, 준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영철이 얼음으로 포장해온 어린 백상어는 여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간다.

<상어>는 준구와 영철, 유수와 은숙. 네 명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영화다. 인생의 특별한 사연 하나씩을 지닌 이들 네 사람을 이어주는 건 다름아닌 상어. 우연히 영철의 그물에 걸려들어 대구로 오게 된 백상어는 실성한 은숙에게 잃어버린 아이고, 유수에게 길을 방황하는 은숙을 꿰어 쉴 자리를 만들게 돕는 도구다. 또한 준구에게 보여주려고 얼음을 꽉꽉 채워 왔지만 대구의 여름 볕에 무방비 상태로 썩어가기 시작하는 상어의 여린 속살은 이들 네 사람의 비릿한 삶을 단면적으로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네 젊은이를 통해 생의 비루한 면들을 들춰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상어>가 비릿한 생의 진짜 얼굴을 그리는 데만 멈춰 서 있는 건 아니다. 바다의 기억을 몸 속 깊이 새기고 있는 어린 상어처럼 네 인물 모두 지금 현재의 아픔을 딛고 더 높은 생의 단계로 나아갈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

여름날 코를 쥐어 싸게 만드는 생선 비린내마냥 비릿하기만 한 생의 처절함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빛을 얻었다. 연극 판에서 오랜 세월 연기와 함께 한 여배우 김미야를 비롯해 네 인물 모두 꾸밈없는 ‘맨 얼굴’의 연기를 소화해낸다. 얼큰한 대구 사투리와 마산 사투리가 어울려 현실의 생생한 모습을 더하고, 도박판이나 술집, 작은 어촌 마을 풍경 등 영화 속 배경들은 현실의 진짜 풍경을 도려낸 듯 생생히 묘사됐다. 하지만 ‘상어’를 대표로 한 몇몇 상징과 비유에 영화가 너무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비유의 신선한 맛은 잃고 말았다. 김동현 감독이 연출한 <상어>는 31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돼 관객과 이미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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