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3월5주차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7.03.28 3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글
3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2007년 03월 29일 |
|
|
|
|
|
|
|
2007년 03월 30일 |
|
충청도 산골마을 시골 총각 조춘삼(차승원)은 얼마 전 마을 이장이 됐다. ‘젊은 피’를 부르짖는 마을 어르신의 뜻에 따라 이장 자리에 오른 며칠 후, 군수 선거에서 또 다른 ‘젊은 피’가 선거 유세를 벌인다. 학창 시절, 반장 자리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춘삼의 빛에 가려 만년 부반장에 머문 노대규(유해진)가 그 주인공. 얼마 후 둘은 최연소 마을 이장과 최연소 군수로 다시 만난다. 여러모로 자존심이 밟힌 춘삼, 신임 군수 대규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춘삼과 대규의 ‘귀여운’ 티격태격은 곧 젊은 군수를 누르려는 군의 유지 백사장(변희봉)의 음모가 끼어들면서 큰 싸움으로 변화해 간다.
<이장과 군수>는 <재밌는 영화>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까지, 코미디 영화만을 고집스레 찍어온 장규성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오랜 세월 ‘웃음’을 연구해온 감독답게 <이장과 군수>에도 웃음이 넉넉하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다 큰’ 어른 춘삼과 대규의 바닥을 바라보는 자존심 싸움은 유치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자잘하게 흩뿌려진 코믹 에피소드들도 웃음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장규성 감독의 전작 <재밌는 영화>를 패러디 한 장면들을 배치해 재치를 더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초반엔 웃음, 후반엔 감동’이란 공식을 착하게 따르는 <이장과 군수>는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으로 웃기다가 중반을 넘어서며 급작스레 ‘우정’의 이름으로 이 둘의 싸움에 마침표를 찍는다. 영화 중반, 춘삼과 대규의 싸움이 가장 큰 폭으로 대립하고 폭발하는 사건으로 끌고 온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둘러싼 아웅다웅도 영화의 가벼운 웃음 톤을 흐트러트린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군수 대규와 백사장의 사주를 받아 ‘별 뜻 없이’ 이에 반대 투쟁을 벌이는 춘삼의 대립은 얼핏 참여정부를 빗대어 풍자한 듯 보이지만 어설픈 수준에 머물고 곁가지로 끌고 들어온 공무원 비리 문제도 코미디 영화의 호흡을 무디게 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잦은 회상 장면도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장과 군수>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이장’과 ‘군수’다. 이젠 어떤 코믹연기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차승원의 농익은 코믹 연기, 온 몸 던진 슬랩스틱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장’ 차승원과 달리 차분한 톤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군수’ 유해진의 감정 연기는 <이장과 군수>의 가장 큰 매력으로 뽑을 수 있을 만큼 ‘백미’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뷰티풀 선데이> - 삐뚤어진 사랑에 용서를 구합니다
강력반 소속 강형사(박용우)가 타락한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손을 잡고 검은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강형사는 아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청 내사과는 강형사의 비리를 눈치채고, 병상에 있는 아내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내성적인 성격의 고시생 민우(남궁민)는 우연히 만난 수연(민지혜)에 반해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저 멀리서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던 민우는 술에 취한 어느 날 우발적으로 수연을 겁탈한다. 몇 년 후 수연과 다시 만난 민우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그녀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민우와 수연은 모든 것이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수연은 민우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뷰티풀 선데이>는 아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형사의 이야기와 삐뚤어진 욕망을 숨긴채 살아가는 민우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두 이야기는 서로 마주치지도 영향을 주지도 않은채 나란히 진행되다가, 두 사람이 한 장소에 만나면서 이들을 둘러싼 비밀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그러나 허술하게 연결된 이야기 구조와 느닷없이 등장하는 플래쉬 백 장면 탓에 반전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
<뷰티풀 선데이>의 또 하나의 문제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극도로 절제된 대사는 비열한 캐릭터인 민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고, 강형사를 괴롭히는 조직폭력배들은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으로 그려져 흡인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뷰티풀 선데이>는 성폭행, 죄의식, 속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통해 원죄와 구원을 표현하려 했던 감독의 야심이 엿보이는 영화지만, 매끄럽지 않은 연출과 자연스럽지 못한 캐릭터 설정으로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박용우의 눈부신 호연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인간미를 잃고 서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우리학교> - 남북의 구분이 없는 학교
일본 내에는 현재 80여 개의 조선학교가 있다고 한다. 명칭이 조선학교인 것은 해방 직후 조국으로 건너가지 못한 조선인 1세들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비를 들여 만든 학교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재일동포들은 식민지 이전의 ‘조선’으로 국적이 변경됐고, 많은 동포들이 한국 국적을 새로 취득한 반면 일부 동포들은 조선 국적을 고집한 채 무국적자로 남아 있다. 조선학교가 일본 내에서 정식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해방 후 한때는 540여 개에 달하던 조선학교는 일본 극우파 세력의 탄압 속에서 70퍼센트 가까이 자취를 감춰야 했다. 흔히 조선학교는 조총련계의 ‘북조선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인 특유의 한국어 억양과 북한식 한국어가 뒤섞인 말투도 그렇고 북한 관점의 역사 교육 등 여러모로 북한 친화적인 인상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해방 후 북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이 충돌하며 이데올로기 문제로 비약된 탓이다. 조선학교는 엄밀히 말해 북조선학교라기보다는 민족학교라고 지칭하는 게 옳다.
조선학교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함이다.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는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의 1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감독은 3년 5개월 동안 혹가이도 조선학교에 머물며 교원, 학생들과 함께 지낸 일상을 1년의 촬영 분량에 담아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아우르는 학교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소개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의 생활이 영화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는 학생들이 한국어로 수업을 받고 대화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낯선 풍경 속에 펼쳐진다. 일본 우익세력의 위협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꿋꿋이 학창 생활을 이어가는 학생들과 이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에게 감독은 보이지 않는 박수를 보낸다. 특히 감독이 동행할 수 없었던 북한 방문을 학생들이 직접 찍은 장면에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민족의식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인상적인 것은 조선학교의 독특한 교육 방식이다. 교사와 학생이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 자율적으로 학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조선학교 사람들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혹가이도조선학교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졸업식 때 흘리는 눈물 속에 아마도 그 답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블랙북> - 점잖고 진지해진 폴 버호벤의 귀향작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네덜란드. 전쟁 전 독일 베를린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유태인 라헬(카리스 판 하우텐)은 전쟁이 일어나자 고향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독일군 치하에 있는 네덜란드 또한 안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국경을 넘도록 도와주겠다는 한 남자의 말을 믿고 돈을 준비해 간 라헬은 한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과 재회하지만 배를 타고 가던 중 독일군에게 발각돼 가족을 모두 잃고 만다. 홀로 살아남은 라헬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되어 스파이 임무를 맡는다. 첫 번째 임무는 독일군 장교 문츠(세바스찬 코흐)를 유혹해 독일군 본부에 타이피스트로 취직하는 것이다. 체포된 동지들을 구출하기 위해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던 라헬은 조금씩 문츠를 사랑하게 되고, 라헬의 정체를 눈치 챈 문츠 또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장교들의 파티가 있던 밤, 레지스탕스의 핵심 대원들은 라헬이 빼낸 정보를 활용해 구출 작전을 시도하지만 누군가의 배신으로 인해 한스(톰 호프만)와 일부 대원을 제외한 전원이 몰살당하는 참사를 당한다. 반역자로 몰린 문츠와 함께 투옥된 라헬은 항변한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처형될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폴 버호벤 감독이 <포스맨 De Vierde Man> 이후 23년 만에 네덜란드어로 연출한 <블랙북 Zwartboek>은 무려 20여 년에 걸쳐 구상된 작품이다. 아이디어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블랙북>은 40년 동안 묵혀 있던 작품이라 말할 수도 있다. 감독이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린 네덜란드 대학생들의 생존기를 그린 1977년작 <서바이벌 런 Soldaat van Oranje>을 준비할 당시부터 기획한 <블랙북>은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연달아 만들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미뤄져 오랫동안 서랍 속에 묵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폴 버호벤은 살아남기 위해 상업적인 영화들을 계속 연출해야 했고, <할로우 맨 Hollw Man>을 찍고 난 2000년 후반에야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오래 전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1,700만 유로를 쏟아 부으며 역대 네덜란드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블랙북>은 촬영 도중 제작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는 등 영화 내용만큼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은 후에야 완성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된 <블랙북 Zwartboek>은 평범한 유태인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구성된 스토리이지만, 세부 내용들은 모두 허구다. 주인공인 라헬 역시 허구의 인물이다. <블랙북>이 여타 전쟁영화들과 다른 점은 역사와 운명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투쟁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주인공 라헬은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돌파한다. 레지스탕스로 독일군과 싸우기도 하고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로 몰리기도 하지만 결국 살아 자신만의 운명을 개척한다. 독일군과 레지스탕스의 대립이 영화의 주요 플롯이기는 하지만 <블랙북>의 인물들은 선악의 대립 대신 역사와 운명의 잔인한 굴레에 의해 움직인다. <블랙북>에는 여러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움직인다. 대체로 어드벤처의 성격을 띠지만 멜로드라마의 요소도 있고 전쟁의 비극성을 고발하는 무거운 메시지도 담겨 있다. 물론 전쟁영화에 필수적인 액션 장면도 있고 스릴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극적인 반전도 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감독의 연출력은 최근 그가 만든 할리우드 영화를 잊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극적인 재미와 진지한 메시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블랙북>은 근래 폴 버호벤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점잖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혼돈의 역사를 뚫고 살아 남은 강한 의지의 여성을 부족함 없이 소화해낸 카리스 판 하우텐의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블루프린트> - 인간 복제 시대에 탄생한 모녀의 사랑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이리스(프란카 포텐테)는 자신이 불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피아니스트로서 빛나는 자신의 삶이 덧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리스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만은 살리고 싶다는 욕망을 품기에 이른다. 결국 그녀는 유전 공학의 선두주자인 피셔(울리히 톰센) 박사를 찾아가 자신의 복제 인간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인류 최초의 복제 인간 시리(프란카 포텐테)는 그렇게 탄생된다. 시리는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이리스에게 완벽한 피아니스트로 키워진다. 하지만 자신의 과학적 성과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피셔 박사는 이리스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시리가 복제 인간임을 공개한다.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행복했던 시리와 이리스는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글루미 썬데이 Gloomy Sunday - Ein Lied von Liebe und Tod>로 유명한 롤프 슈벨의 두 번째 장편영화 <블루프린트 Blueprint>는 독일 작가 샤를로테 케르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 복제가 실현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인간 복제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블루프린트>는 프란카 포텐테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의 탁월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롤라 런 Run, Lola, Run>과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등에 출연했던 프란카 포텐테는 자신과 음악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어머니와 음악에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자신이 어머니의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는 딸,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한다. 프란카 포텐테가 <블루프린트>의 일등공신이라면 음악은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어머니와 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말라노체> - My Own Private Oregon
미국 포틀랜드 변두리의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년 월트(팀 스트리터)는 어느 날 조니(더그 쿠예트)라는 멕시코인 불법체류자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조니는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데다가 월트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월트는 조니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조니는 그에게 짖굳은 장난으로 일관한다. 결국 월트는 조니와의 뜨거운 하룻밤을 위해 조니의 친구인 로베르토(레이 몬지)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말라노체 Mala Noche>는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엘리펀트 Elephant>의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1987년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 독립영화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말라노체>는 미국에서 극장 상영도 되지 않았고, 비디오나 DVD로 출시되지 않아, 지금까지 오직 그 이름만이 영화팬들에게 알려졌을 뿐이다.(이전까지 거스 반 산트의 공식적인 장편 데뷔작은 맷 딜런, 켈리 린치 주연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The Drugstore Cowboy>였다) <말라노체>는 작년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35mm 필름으로 특별 상영 형식으로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주로 활동하는 시인 월트 커티스의 동명 소설 원작의 <말라노체>는 다름 아닌, 거스 반 산트의 1991년작 <아이다호 My Own Private Idaho>의 원형이 된 작품. '나쁜 밤'이라는 뜻의 영화 제목은 월트가 조니와 함께 보내는 하룻밤을 의미한다. 거친 흑백 화면 속에서 미국 서북부 황량한 포틀랜드 거리를 누비는 월트와 조니는 <아이다호>의 두 커플, 마이크(리버 피닉스)와 스콧(키애누 리브스)을 떠올리게 한다. <말라노체>가 대사와 드라마가 아닌, 침묵이 지배하는 몽환적인 영상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주류에 속하는 뉴라인시네마에서 제작된 <아이다호>와는 달리 저예산영화 <말라노체>가 당시로는 꽤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며 강도가 다소 센 퀴어시네마라는 점 정도가 <아이다호>와는 다른 점이다.
1만 달러가 넘지 않는 저예산의 제작비에, 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 배우들을 고용하여 제작된 탓에 <말라노체>의 외형적인 만듦새는 웰 메이드 영화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흑백과 컬러가 교차되는 화면들은 지나치게 거칠고,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는 간간히 어설프며, 사운드는 끽끽대기까지 한다. 하지만 거스 반 산트가 지난 2000년 <파인딩 포레스터 Finding Forrester>를 끝으로 주류의 드라마투르기 영화가 아닌, <제리 Gerry>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에서 파격적인 실험으로 나아간 것을 기억할 것. <말라노체>는 2000년 이후 거스 반 산트 영화의 정신을 담은, 그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정보공유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2주 개봉영화 (0) | 2007.04.11 |
---|---|
4월1주차 개봉영화 (0) | 2007.04.05 |
3월 22일 개봉영화 (2) | 2007.03.21 |
3월3주, 개봉영화 소개합니다 ^^* (0) | 2007.03.15 |
3월2주, 개봉영화 소개합니다~ (0) | 2007.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