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주, 개봉영화 리뷰

정보공유/영화 2007. 2. 27. 11:02

바야흐로 봄이 온것 같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차갑다기보단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나도 모르게 봄을 타나봐요..

봄기운 만큼이나 영화소식도 따뜻하네요^^

먼저 행복을 찾아서 기다리시는 분들 많이 있던데요,,

감동스토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대되구요,

저는 바람났는지,,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이 보고싶네요.


한니발 라이징의 공리도 살짝쿵 기대가 되긴합니다.

그리고, 요새 연기에 물이 올랐단소리를 찬사의 김혜수가 또 나오는 영화

좋지아니한가도 이번주 개봉이네요,

저번에 바람피기 좋은날을 봤는데, 전 조금 오바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이 나도 나중에 바람피면 김혜수처럼 당당할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닌데~ ㅋ


이번주는 3월1일 빨간날 덕분에 왠지 힘이납니다.

그래서 개봉영화리뷰도 하루일찍 작성해봅니다.


2007년 02월 28일

7.84/10
164명 참여
4.00/10
1명 참여
한니발 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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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피터 웨버
출연  : 가스파르 울리엘, 리스 이판, 공리, 헬레나 리아 타초브스카
상영시간  : 119분
장르  : 스릴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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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8.88/10
85명 참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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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크 로렌스
출연  : 드류 베리모어, 휴 그랜트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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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2007년 03월 01일
8.20/10
81명 참여
훌라 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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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상일
출연  : 마츠유키 야스코, 토요카와 에츠시, 아오이 유우, 야마자키 시즈요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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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8.97/10
645명 참여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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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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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7.72/10
92명 참여
6.33/10
6명 참여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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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정윤철
출연  : 천호진, 문희경, 김혜수, 유아인, 황보라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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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10.00/10
1명 참여
7.00/10
1명 참여
킹스 앤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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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아르노 데스플레샹
출연  : 엠마뉴엘 드보스, 매티유 아맬릭, 까뜨린느 드뇌브, 모리스 카렐, 나탈리 부테푸, 쟝폴 루시욜
상영시간  : 152분
장르  : 드라마,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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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73/10
11명 참여
동경심판
시사회·이벤트
감독  : 고군서
출연  : 리유송런, 주샤오티엔, 증지위
상영시간  : 111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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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3/1 개봉작 리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사랑은 노래를 타고
입력시간 : 2007-02-26 18:17


1980년대 최고 아이돌 그룹 ‘팝’의 핵심 멤버였던 알렉스(휴 그랜트)는 어느 날 케이블TV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는다. 왕년의 스타들이 출연해서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만 듣고 프로듀서를 만난 알렉스는 권투 경기를 통해 결정된 최종 승자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퇴물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알렉스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매니저로부터 희소식을 듣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보다 더 인기가 많은 여자 가수 코라 콜만이 알렉스의 팬이라면서 듀엣 제안을 해 온 것이다. 단 함께 부를 노래는 알렉스가 만들어야 하고 36시간 내에 완성돼야 한다. 작곡에는 자신있지만 가사를 직접 써 본 경험이 없는 알렉스는 작사가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집 화초를 돌봐주는 소피(드류 배리모어)의 숨은 작사 실력을 발견하고 공동작업을 제안한다. 작사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소피는 처음에는 알렉스의 제안을 거절하다가 결국 그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꾸고 공동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곡을 만드는 작업은 쉽게 끝나지 않고, 코라의 간섭으로 인해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이하 ‘작사 작곡’)은 낯선 남녀가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작사 작곡>을 보며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맛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매 순간 다음 장면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진부한 스토리가 100분 가량 이어진다.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면 <작사 작곡>은 킬링타임용으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오락 영화다. 먼저 로맨틱 코미디와 잘 어울리는 두 배우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낸다. <노팅힐 Notting Hill>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등으로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휴 그랜트와 <웨딩 싱어 The Wedding Singer>의 드류 배리모어가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한물간 팝 스타와 무명 작사가의 만남이라는 참신한 설정은 뻔한 이야기 전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미스 에이전트 Miss Congeniality>의 각본을 쓴 마크 로렌스 감독은 한때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제는 동창회 파티나 놀이공원에서 공연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해 재치 넘치는 상황과 대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만회한다.

<작사 작곡>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음악 비즈니스의 이면을 비추는 유쾌한 풍자다. 시대를 풍미하던 인기 가수의 초라한 현실을 비춘다거나 철없는 젊은 여자 스타 가수의 오만함을 비꼬는 부분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알렉스와 매니저의 관계는 <라디오 스타>의 두 주인공을 연상시킬 정도로 안쓰럽지만 동시에 정겹기도 하다. 가수 역할을 위해 노래와 피아노를 연습한 휴 그랜트의 가수 변신도 흥미롭다. 특히 80년대 초중반의 뮤직 비디오를 흉내낸 ‘팝’의 뮤직 비디오는 8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코믹한 패러디로 기능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비록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영화지만, <작사 작곡>은 장르 영화의 익숙한 즐거움을 소재의 참신함과 결합시키며 상업적 가치를 끌어 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HOT 로맨틱 코미디의 캐스팅에 있어서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로맨틱 코미디 마니아들을 끌어들일 이유는 충분하다.

COLD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진부한 이야기 전개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훌라걸스> - 폐광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소녀들의 훌라 댄스

입력시간 : 2007-02-26 18:21



1965년 일본 후쿠시마의 한 탄광촌. 사나에(도쿠나가 에리)와 기미코(아오이 유우)는 탄광에서 일하는 가족을 둔 평범한 여고생들이다. 폐광의 불길한 기운이 마을에 번지고 있을 무렵, 하와이안 댄서 모집 광고에 마음을 빼앗긴 사나에는 이것이 탄광촌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친구 기미코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폐광의 운명에 처한 마을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탄광회사가 리조트 단지인 하와이안 센터를 유치하고자 훌라 댄스 쇼를 고안한 것이다. 훌라 댄스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광고만을 보고 모여든 마을 여자들은 설명회장에서 훌라 댄스의 정체를 확인하곤 기겁을 하고 뛰쳐나간다. 마지막으로 남은 네 사람은 기미코와 사나에, 탄광회사에서 일하는 아줌마 하츠코 그리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온 덩치 큰 사유리뿐. 얼마 후 훌라 댄스를 가르칠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가 도쿄에서 내려오고, 본격적인 훌라 댄스 강습이 시작된다.

탄광촌의 소녀들이 훌라 댄스를 배운다는 내용의 <훌라걸스 Hula Girls>는 <스윙걸즈 Swing Girls>가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나 <풀 몬티 Full Monty>와 결합한 듯한 인상을 주는 영화다. ‘자아실현 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일본의 비슷한 영화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희극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웃음과 감동의 적절한 균형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훌라걸스>는 차별성을 갖는다. 폐광 운명에 처한 마을 사람들의 절박함으로 인해 주인공들이 배우는 훌라 댄스는 단순히 유희의 차원을 넘어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으로 변모한다. 어머니의 반대로 인해 댄스 교습소에서 살게 되는 기미코, 폐광으로 인해 실직한 아버지의 반대로 훌라 댄서의 꿈을 접어야 하는 사나에, 아버지의 사고로 인해 고통받게 되는 사유리 등은 모두 폐광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몸소 체험하는 인물들이다. 비록 사회적 이슈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훌라걸스>에는 삶의 터전을 지키고 이어가려는 폐광 주민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훌라걸스>는 후쿠시마의 유명 휴양지 ‘하와이안즈’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HOT 폐광 위기에 몰린 시골 마을의 소녀들이 훌라 댄스를 배운다는 참신한 설정이 호기심을 끈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이상일 감독의 연출력도 칭찬할 만하다.

COLD <빌리 엘리어트>에 비하면 너무 가볍고, <스윙걸즈>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 편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너무 평범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한니발 라이징> - 희대의 살인마, 베일을 벗다

입력시간 : 2007-02-26 14:42



희대의 살인마, 한니발 렉터가 돌아왔다. 자신의 환자 9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은 정신과 의사, 범죄학과 심리학에 정통해 FBI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갖고 놀던 ‘그’ 말이다. 1986년 <맨 헌터 Manhunter>로 모습을 알린 뒤,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과 <한니발 Hannibal>, <레드 드래곤 Red Dragon>을 거치며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한니발 렉터가 이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니발 라이징 Hannibal Rising>은 한니발 렉터를 유년기의 기억으로 돌려세운다. ‘괴물 같은 살인마’ 한니발 렉터가 태어나게 된 그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한니발 스토리’를 끝맺음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구소련의 리투아니아. 전쟁의 포화 속, 가족을 잃은 한니발(가스파르 울리엘)은 여동생 미샤와 함께 산 속 오두막에 숨어 있다. 그러나 둘 만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산 속을 헤매던 독일군이 오두막을 습격했기 때문. 그리고 그는 곧 여동생마저 잃게 된다. 전쟁의 상처를 껴안고 음울한 소년으로 자라난 한니발이 리투아니아를 벗어나 찾아간 곳은 프랑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으리라 기대한 삼촌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미망인 레이디 무라사키(공리)가 한니발을 맞이한다. 무라사키의 보살핌 아래 의학 공부를 시작한 한니발은 의학 공부와 더불어 서서히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을 향한 ‘핏빛 복수’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건의 배후에 서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온갖 사건들을 건너다보며 ‘심리전’을 치렀던 전작의 한니발과 달리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 렉터’를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운다. 한니발 렉터가 살인을 하게 된 까닭, 인육을 먹게 된 사연, 의학과 심리학에 정통하게 된 계기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뒤섞여 차근차근 밝혀진다. 덕분에 오랜 세월 한니발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당혹스러웠던 관객들은 <한니발 라이징>을 통해 묵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니발 라이징>의 최고 매력이 베일에 가려있던 한니발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동시에 <한니발 라이징>의 최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작들이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최고치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 한니발의 존재 자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니발의 사연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스릴러로서의 박동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한니발 라이징>은 다른 매력을 포함하고 있다. 한니발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영화의 초반부는 ‘한니발 시리즈’가 범죄 스릴러를 넘어 전쟁 영화로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레이디 무라사키를 내세워 동양의 액션과 복수관을 도입한 것도 새롭게 다가온다.

<양들의 침묵>에서 눈 한번 홉뜨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 한니발 렉터, 안소니 홉킨스에 도전장을 낸 이는 프랑스 출신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 안소니 홉킨스의 ‘내공 심리 연기’엔 한참 못 미치지만 한쪽으로 실쭉 올라가는 보조개와 날카로운 눈빛을 내세운 복수심에 찬 젊은 한니발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니발의 첫사랑이자 영화에 동양적 매력을 새기는 레이디 무라사키, 공리는 묘한 분위기를 영화에 입히지만 영화 속 캐릭터 자체의 설득력이 약해 제 빛을 다 내지는 못했다. 소설 [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 등을 통해 한니발 캐릭터를 탄생시킨 장본인, 토마스 해리스가 <한니발 라이징>의 각본을 맞아 허공에 떠있던 의문의 인물, 한니발에게 과거와 역사를 만들어줬다. 또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를 연출한 피터 웨버 감독이 마이클 만, 조나단 드미, 리들리 스콧, 브랫 래트너에 이어 ‘한니발 연대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HOT '돌아온 한니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랴.

COLD 어떤 것이든 베일에 싸여있을 때가 제맛인 법. 비밀을 알게 돼 속은 시원한데, 뒤따르는 허전함도 만만찮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행복을 찾아서> - 성공 신화와 감동 스토리 사이에서

입력시간 : 2007-02-26 13:38



의료기 세일즈맨인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의 삶은 팍팍하다. ‘골밀도 스캐너’를 들고 매일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지만 수입은 형편없다. 월세는커녕 세금도 제때 못 낼 지경. 거기에 아내(탠디 뉴튼)마저 집을 떠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팔리지도 않는 스캐너와 다섯 살 난 아들(제이든 스미스)이 전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밀린 집세를 해결하지 못한 크리스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결국 ‘길바닥’으로 나앉는다. 지하철 화장실과 노숙자 쉼터, 모텔을 전전하는 이들 부자의 고단한 삶이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크리스의 긍정적인 태도마저 주저앉은 건 아니다. 월 스트리트를 누비는 금융인이 되겠다고 다짐한 크리스는 무보수, 혹독한 교육 과정을 모두 견뎌내며 유명 증권회사 인턴십으로 일을 시작한다.
 
‘서류가방을 든 록키’라는 ‘뉴욕포스트’지의 표현은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를 가장 명쾌하게 압축한다. 경제 침체기에 놓여 있던 1980년대 미국, 절망을 희망의 원동력을 생각한 크리스 가드너의 삶은 가난한 뒷골목 건달이 복싱 세계챔피언 자리를 꿰차게 되는 <록키 Rocky> 시리즈의 ‘월 스트리트 버전’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졸 학력, 아들과 함께 길거리를 전전하던 노숙자가 월 스트리트에서 손 꼽히는 투자회사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의 대표가 된 사연은 그 자체로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 될 만하다. 여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가드너의 지치지 않는 긍정적 시선은 개인의 성공 신화에 사회적 의미와 교훈을 덧입히기에 충분하다. TV다큐를 통해 크리스 가드너의 극적인 삶을 접한 제작자 스티브 티시가 한눈에 이 실화를 ‘영화감’이라 여긴 건 어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크리스 가드너의 삶은 충분히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크리스 가드너의 곡절 많은 삶이 실화를 영화로 옮기게 만든 계기가 됐지만 정작 영화는 극적인 이야기 줄기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공 신화를 그리는 숱한 영화들이 성공을 이루게 된 과정의 치열함, 좌절과 극복, 주변의 방해요소를 헤쳐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면 <행복을 찾아서>는 그 안에 녹아 있는 ‘부자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바닥을 치고 올라 성공을 거머쥐게 되는 과정의 흥미진진함 대신 고통 어린 시절, 서로에게 기대 의지하는 부자의 사랑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덕분에 영화 내내 훈훈한 인정이 넘치지만 드라마는 찰기를 잃고 지루하게 흐를 뿐이다.

활기 없는 드라마에 빛을 입히는 건 영화 속 아버지와 아들이자 실제 부자관계인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 호흡. 스크린 밖, 아버지와 아들은 구태여 ‘연기’로 꾸밀 필요 없는 자연스런 ‘콤비’ 연기를 선사한다. 이들 ‘부자’의 힘은 가족 관객이 주축을 이루는 크리스마스 시즌, <행복을 찾아서>를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에 세우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행복을 찾아서>는 1억 달러 흥행 수익을 가뿐히 넘어서며 박스오피스에서도 성공을 거둬냈다. 80년대 미국 풍경을 곁가지로 감상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서>는 <리멤버 미 Ricordati Di Me> <라스트 키스 The Last Kiss>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레 무치노가 메가폰을 잡았다.

HOT '성공 신화'만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의 '아버지와 아들' 연기도 관객을 절로 미소짓게 하는 요소.

COLD 감동 코드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흥미진진, 성공 스토리가 너무 기죽었다. 재력가가 되는 것이 성공의 길인 듯 비쳐지는 것도 아쉬움 가운데 하나.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좋지아니한가> - 이상한 가족들의 엉뚱한 이야기

입력시간 : 2007-02-26 09:31



여기 이상한 가족이 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심창수(천호진)네 가족은 한집에 모여 살 뿐 서로에게 무관심하기 이를 데 없다. 무능한 영어 교사 심창수와 뚜껑이 떨어져 나간 전기밥솥을 남편의 낡은 허리띠로 묶어 사용할 만큼 억척스러운 아내 오희경(문희경), 전생에 자신이 왕이었다고 믿는 엉뚱한 아들 용태(유아인), 모든 게 궁금한 천진난만한 딸 용선(황보라), 그리고 무협작가를 꿈꾸는 백수 이모 미경(김혜수)까지 심씨네 가족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심창수가 원조교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들 가족 모두 곤란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심씨네 가족들은 자신들이 한 가족임을 깨닫게 된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좋지아니한가>는 서로에게 애정이라고는 없는 심씨네 가족을 무덤덤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이상한 가족영화’다. 정윤철 감독은 가족 간에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거나, 가족들은 서로의 허물도 감싸야한다거나 하는 등의 계몽적인 시선은 배제하고 담백하게 심씨네 가족의 제각각 사는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학생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영어 교사 심창수는 길거리에 쓰러진 여학생을 도와주려다 원조교제를 한 것으로 오해를 받고, 엄마 희경은 노래방 총각에게 마음을 빼앗겨 엉뚱한 짓을 벌인다. 고등학생인 용태는 원조교제를 하다 학교를 퇴학당한 하은(정유미)을 짝사랑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용선은 미스터리한 영화 특별수업 임시교사 경호(박해일)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 이름만 무협작가인 이모 미경은 부스스한 머리에 허름한 운동복 차림으로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는 백수다. 이처럼 영화는 심씨네 가족 각자의 생활들을 제각각 펼쳐놓는다. 아버지 심창수의 원조교제 사건은 이들 심씨네 가족들을 하나로 뭉칠 기회를 제공한다.

<좋지아니한가>는 제멋대로인 심씨네 가족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새삼 질문을 던진다. 심씨네 가족을 ‘가족’으로 묶어놓는 것은 가족 사이의 절대적인 애정도, 넘치는 관심도 아니라는 것. 영화에서 메타포로 등장하는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이면’처럼 가족 사이에도 ‘절대 알 수 없는 이면’이 있으며, 진정한 가족이란 서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정윤철 감독은 역설한다. 밥상머리에 앉은 심씨네 가족의 뒤통수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감독은 볼 수 없는 달의 이면을 알려고 애쓰기보다는 ‘달에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

<좋지아니한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매우 현실적인 모습들을 그려낸다. 소심하고 무뚝뚝한 아버지나 커피 한 잔 못 사 마시는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내세우는 어머니, 부스스한 머리에 트레이닝 복을 입고 집에서 뒹구는 백수 미경 등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처럼 일상 생활에 밀착한 에피소드들은 사람냄새 나는 웃음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천호진을 비롯, 뮤지컬 배우 출신 문희경, 유아인, 황보라 등 심씨네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의 고른 연기는 이 담백하고 엉뚱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타짜> <바람피기 좋은날> 등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혜수가 게으른 백수 역을 맛깔나게 연기하고, 박해일이 미스터리를 찾는 엉뚱한 영화 특별수업 임시교사 경호 역을 맡아 재미를 더한다. 크라잉넛이 부르는 유쾌한 주제가도 즐겁다.

HOT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만든 가족영화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타짜> <바람피기 좋은날>로 주가를 올린 김혜수가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도 관심을 끌 만한 요소.

COLD 자극적인 재미를 찾는 관객들은 이 담백한 영화가 지루할 수도 있다. 정윤철 감독의 전작 <말아톤> 같은 감동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심심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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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2일, 개봉영화 리뷰

정보공유/영화 2007. 2. 21. 08:43

안녕하세요?

설연휴 가족과 함께 잘 보내고 오셨나요?

저는 너무 잘 보냈는지 살이1키로 쪘더라구요 ^^;

영화도 보고, 엄마,아빠랑 술도 한잔하고, 대구 수목원에 봄소풍도 다녀왔답니다.

모처럼의 휴식 덕분에 몸도, 마음도 리프레시가 되었답니다.

오늘, 월요일 같은 수요일,

개봉 영화 리뷰 해야죠?

이번주는 또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나요?

저는 드림걸즈가 가장 기대가 됩니다.

마강호텔은 이제 그만 해도 되는 조폭시리즈라 기대가 안되는게 사실이고

바벨은 예고편을 몇번 봤지만, 조금 작품성이 있는 영화지만 브레드 피트가 주연이라는 사실~ㅋ

그리고, 공포를 즐기신다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추천드립니다...

^^*

그럼 수,목,금 3일은 가뿐하게 보내볼까요?

-Aurora-

2007년 02월 22일
6.00/10
28명 참여
마강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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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최성철
출연  : 김석훈, 김성은
상영시간  : 98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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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6.87/10
178명 참여
6.00/10
1명 참여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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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조나단 리브스만
출연  : 조다나 브류스터, 테일러 핸들리, 다이오라 베어드, 매튜 보머
상영시간  : 90분
장르  : 공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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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13/10
480명 참여
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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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랑쉐
상영시간  : 142분
장르  :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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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87/10
472명 참여
6.40/10
5명 참여
드림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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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빌 콘돈
출연  : 제이미 폭스, 비욘세 놀즈, 에디 머피, 제니퍼 허드슨, 애니카 노니 로즈
상영시간  : 129분
장르  : 드라마,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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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7.40/10
5명 참여
7.00/10
1명 참여
포도나무를 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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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민병훈
출연  : 서장원, 기주봉, 이민정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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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81/10
36명 참여
8.00/10
1명 참여
눈에게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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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네기시 키치타로
출연  : 이세야 유스케, 사토 코이치, 코이즈미 쿄코, 후키이시 카즈에
상영시간  : 11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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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02/10
1015명 참여
6.00/10
1명 참여
태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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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코이즈미 노리히코
출연  : 유이, 츠카모토 타카시
상영시간  : 118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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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2/22 개봉작 리뷰] <드림걸즈> - 화려한 비주얼과 강렬한 드라마의 조화
입력시간 : 2007-02-20 14:08


디트로이트의 한 신인가수 경연대회, 뒤늦게 참석한 여성 3인조 그룹 ‘드리메츠’는 청중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고 만다. 드리메츠의 멤버 디나(비욘세 놀즈), 에피(제니퍼 허드슨), 로렐(애니카 노니 로즈)은 낙담한 채 고개를 떨구지만 막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 뛰어든 자동차 세일즈맨 겸 매니저 커티스(제이미 폭스)의 눈에 들어 데뷔의 기회를 잡게 된다. 커티스는 드리메츠를 최고의 인기 가수 제임스 썬더 얼리(에디 머피)의 백보컬로 투입해 경험을 쌓게 하며 정식으로 데뷔시킬 기회를 노린다. 커티스의 목표는 흑인뿐 아니라 백인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드리메츠를 드림즈로 개명하고 리드 보컬 자리에 에피 대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디나를 세운다. 드림즈는 스타덤에 오르지만 팀 내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에피는 커티스의 처사에 분개해 녹음과 공연 일정에 불참하는 등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디나와 사랑에 빠진 커티스는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에피를 방출하는 대신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드림즈를 이어간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드림걸즈 Dreamgirls>는 단순히 무명가수의 성공기를 그린 시끌벅적 뮤지컬이 아니다. <드림걸즈>는 성공의 달콤한 매혹을 그리는 한편 그 이면에 숨겨진 냉정한 상업 논리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재능과 타협의 상관관계까지 면밀히 들여다 본다. 디나 존스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 않지만 뛰어난 외모를 가진 덕에 스타덤에 오르고, 에피 화이트는 뚱뚱하고 평범한 외모를 지닌 탓에 탁월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패배자가 된다. 뮤지컬 <드림걸즈>가 초연된 지 26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쇼 비즈니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그 속의 인물들이 현실과 이상 속에서 갈등하고 싸우는 드라마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드림걸즈>의 초반은 1960년대의 대중음악을 무대로 옮긴 화려한 쇼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극의 후반은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시각적인 자극과 극적 흥미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킨 원작의 장점을 그대로 옮겨온 덕분이다.


<드림걸즈>는 전설적인 흑인 여성그룹 수프림즈를 모델로 제작된 가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에 근거한 시나리오는 재능과 열정, 성공과 좌절의 복잡한 함수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성공의 중심에서 배척당한 재능 있는 그룹 내 멤버의 비극적인 최후를 멤버들 사이의 감동적인 화해로 바꿔 결말을 매끈하게 완결짓긴 했지만, 디나 존스의 성공과 에피 화이트의 실패는 <드림걸즈>에 극적 활력을 불어넣는 첫 번째 요소다. 비욘세의 존재가 밀릴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을 자랑하는 제니퍼 허드슨은 <드림걸즈>를 빛나게 하는 첫 번째 주인공이다. 원작의 작곡가였던 헨리 크리거의 역동적인 노래들과 아웃캐스트, 블랙 아이드 피스, 윌 스미스 등의 안무를 담당했던 파티마 로빈슨의 화려한 안무, <시카고 Chicago>의 시나리오를 쓰고 <갓 앤 몬스터 Gods and Monsters> <킨제이 보고서 Kinsey>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던 빌 콘돈의 안정된 연출력 역시 뮤지컬 <드림걸즈>가 훌륭한 영화로 다시 탄생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HOT 1960년대의 쇼 무대를 현대식으로 재현한 화려한 장면 연출과 제니퍼 허드슨의 뛰어난 연기는 단연 압권.

COLD 1960년대 스타일의 흑인 R&B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작품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질 듯.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2/22 개봉작 리뷰] <바벨> - 닫힌 세상, 소통은 가능할까?

입력시간 : 2007-02-20 12:06



모든 것은 총 한 자루로 시작됐다. 모로코 사막지대, 염소 떼를 돌보는 가족은 어느 날 총 한 자루를 손에 넣는다. 염소를 노리는 자칼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지만 두 아들에게 총은 그저 신기한 장난감일 뿐이다. 총으로 표적 맞추기 놀이를 하던 이들의 레이더 망에 걸려든 건 버스 한 대. 하지만 총알이 버스에 타고 있던 미국 관광객 수잔(케이트 블란쳇)의 어깨를 통과하는 순간, 놀이는 끝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잔은 남편 리차드(브래드 피트)와 모로코 여행 중이다. 이들이 낯선 땅에서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습격 당한 동안, 미국에 있는 이들의 멕시코 가정부 아멜리아(아드리아나 바라자)는 마음이 초조하다. 아들 결혼식을 위해 고향으로 가야 하지만 부모 없는 꼬마들을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 결국 그녀는 주인집 두 꼬마를 데리고 멕시코 국경을 넘는다. 한편 지구 반대편 일본엔 총의 원래 주인이었던 야스지로(야쿠쇼 코지)가 청각장애를 지닌 딸 치에코(키쿠치 린코)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한 발의 총성에서 시작하지만 <바벨 Babel>의 총알이 꿰뚫는 이야기는 방대하다. 모로코 사막에서 시작된 사건은 갈래를 펼쳐가며 각기 다른 네 가지 이야기로 확장된다. 전작 <아모레스 페로스 Amores Perros>와 <21그램 21 Grams>을 통해 일관된 이야기 줄기 대신 서로 다른 시점,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바벨>에서도 각각의 에피소드를 쪼개고, 포개며 이야기를 엮는 방법을 택했다. 공간은 더 확장됐다. 모로코와 미국, 멕시코와 일본을 <바벨> 아래 모두 모아 두었다. 그리고 청각장애자 치에코의 ‘수화’를 포함한 영화의 각기 다른 다섯 언어는 <바벨>이 그리는 소통과 단절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창세기 ‘바벨탑’ 이야기에서 그대로 따온 제목에서 쉽게 알 수 있듯 <바벨>은 ‘소통’의 문제에 집중한다. 이는 가족과 또래에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치에코가 타인과의 교감을 간절히 바라는 것과 같은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때론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가로놓인 국가 간, 인종 간의 문제로 거듭나기도 한다. 여기에 중동 지역과 미국의 관계가 섞여 들면 더욱 복잡해진다. 모로코에서 미국 관광객을 향해 당겨진 총알은 결코 ‘테러’의 범위 밖으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비롭게 빛나던 미지의 여행지는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잠재적 테러의 공간으로 뒤바뀐다. 9.11 테러 이후의 미국과 중동의 관계, 멕시코인을 대하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 도쿄의 휘황찬란한 마천루 아래 웅크린 개인의 모습까지 <바벨>은 '지금 이 시대'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의 파편들을 통해 <바벨>은 소외와 단절이 언어 이전에, 타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깃들어 있음을 에둘러 이야기한다.

여러 나라를 잇는 다국적 프로젝트인 만큼 <바벨>을 채우고 있는 배우들은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할리우드에서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부부 역으로 동참했다. 이냐리투 감독의 전작 <아모레스 페로스>에 함께 한 '이냐리투 사단'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아드리아나 바라자가 멕시코 대표로 나섰고,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와 끼 많은 신예 배우 키쿠치 린코가 함께 했다. 여기에 다코타 패닝의 여동생 엘르 패닝도 귀여운 미소를 보탰다. 제작진 또한 든든하다.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의 시나리오를 쓴 기예르모 아리아가가 각본을,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의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촬영을 맡았고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 구스타보 산타올랄라가 입힌 음악 선율도 아름답다. 유능한 제작진과 배우가 손을 맞잡은 덕에 '상복'도 많았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벨>은 2007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따낸 것은 물론, 오는 25일 열리는 제79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상태다.

HOT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입모아 "좋은 영화"라고 칭찬이다. '킬링 타임용' 영화에 질렸다면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편, 만나보는 것도 좋다.

COLD 아카데미시상식 결과에 따라 국내 흥행도 영향을 받을 듯. 최우수 작품상은 탐나지만 솔직히 영화제가 인정한 영화에 국내 관객은 인색하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2/22 개봉작 리뷰] <마강호텔> - 일자리 잃은 조폭들, 호텔리어 되다

입력시간 : 2007-02-20 11:46



조폭 중간 보스 대행(김석훈)은 조직 간의 인수합병으로 정리해고를 당한다. 졸지에 실직자가 된 대행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강호텔이 조직에 빚지고 있는 돈을 받아오는 것뿐. 대행은 부하 두 명과 함께 지방에 위치한 마강호텔로 내려간다. 대행 일당은 조폭 특유의 단순무식한 영업방해 작전으로 미수금을 받아내려 하지만, 마강호텔 여사장 민아(김성은)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일은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호텔 지배인 중건(우현)과 연변 출신 웨이트리스 정은(박희진)까지 가세해 대행의 일을 방해하면서 일은 점점 꼬여간다. 그러던 어느날 손님이라고는 통 들지 않던 마강호텔에 한 무리의 손님이 밀어닥치자 대행 일당은 엉겁결에 호텔리어로 변신, 손님을 접대하게 된다.

<마강호텔>은 <엽기적인 그녀>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조감독을 거친 최성철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 조폭영화의 틀을 깨고 조폭들도 샐러리맨들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정리해고 당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 색다른 코미디를 추구한다. <마강호텔>은 조직에서 떨려난 대행 일당의 처참한 상황과 이들이 미수금을 받으러 내려간 마강호텔에서 벌이는 좌충우돌을 묘사함으로써 의리가 아닌 생존을 위해 일하는 조폭들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 감독은 의리가 아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러니한 웃음을 이끌어내려 한다. 그러나 <마강호텔>의 장점은 거기까지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빈약한 캐릭터와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맨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한 편이다. 반듯하고 신사적인 이미지의 김석훈이 건달 대행 역을 맡아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촌스러운 꽃남방을 입은 망가진 모습으로 웃음을 이끌어내고, 탤런트 출신 김성은이 호텔 여사장 민아로 분해 조폭과 당당하게 맞서는 당찬 여성의 이미지에 코믹함을 덧입힌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안성댁' 박희진이 연변 출신의 웨이트리스 역을, 우현이 위기 때마다 가스통을 들고 나타나 위협하는 괴짜 지배인 중건 역을 맡아 감초연기를 선보인다. 그룹 솔리드 출신의 김조한이 음악감독으로 가세, 코미디에 걸맞는 신나고 유쾌한 음악을 더한다.

HOT 조폭들도 정리해고 당한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김석훈, 김성은, 박희진, 우현 등의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다.

COLD 기존 조폭코미디와 별반 차이없는 이야기 구조는 조폭코미디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주기에는 역부족.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2/22 개봉작 리뷰]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0> - 텍사스 살인마의 무한살육이 다시 시작된다

입력시간 : 2007-02-20 14:44



미국 텍사스 주의 한 마을, 한 아이가 흉측하게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이후 이 아이는 살인마 가족에 의해 발견돼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키워진다.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육하고 그 인육을 먹어 치우는 이 기괴한 가족에게 사람의 감정이란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베트남 참전을 앞둔 에릭(매튜 보머)과 딘(테일러 핸들리) 형제는 각자의 애인 크리시(조나단 브루스터)와 베일리(디오라 베어드)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텍사스를 지나던 이들에게 돈을 노리는 폭주족이 접근하고 결국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교통사고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람을 먹는 식인 가족과 전기톱으로 사람을 학살하는 살인마였다.
 
1973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전기톱을 든 살인마의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은 바로 다음 해 토브 후퍼 감독에 의해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단숨에 자리매김한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은 실제 사건 발생 30년 후인 2003년 마커스 니스펠 감독에 의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The Texas Chainsaw Massacre>으로 리메이크 돼 텍사스 살인마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0 The Texas Chainsaw Massacre: The Beginning>는 2003년 작품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토대로 한 프리퀄로, 텍사스 살인마의 출생배경과 성장과정 그리고 그가 처음 살인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0>은 잠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공포 영화의 규칙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텍사스 살인마와 그 가족들이 행하는 살육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지만, 에릭과 딘이 보내는 평온한 나날에서도 서서히 관객의 목을 죄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영화 내내 존재하는 공포 영화의 장치 탓에 텍사스 살인마의 출생과 성장 과정이 심도 있게 설명되지는 못한다. 감독 조나단 리브스만의 거침없는 폭력 연출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잔혹한 공포감을 끊임없이 재생산해 내는 데 그치고 만다.

HOT 원작과 리메이크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 부활한 작품이다. 텍사스 살인마 레더페이스의 이야기 만으로도 호러 영화 팬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COLD 산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고, 전기톱으로 사람을 두동강 내는 등 폭력의 수위가 상당하다. 강도 높은 폭력성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2/22 개봉작 리뷰] <태양의 노래> -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노래

입력시간 : 2007-02-20 14:41



태양을 볼 수 없는 소녀가 있다. 일본의 조그만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카오루(유이)는 햇빛에 노출되면 죽게 되는 색소성 건피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 그녀는 햇빛을 피해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같이 낮에 학교도 가지 못하는 카오루의 유일한 낙은 새벽녘 창문 너머로 짝사랑하는 코지(츠카모토 타카시)를 훔쳐보고, 해가 지면 기타를 들고 나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태양 아래에서 서핑을 즐기던 코지가 어느 날 밤 카오루의 노래를 듣고 반하면서 카오루와 코지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태양의 노래 Midnight Sun>는 색소성 건피증이라는 불치병을 앓는 소녀의 사랑이야기다.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열여섯 꿈많은 소녀 카오루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코지를 통해 삶의 기쁨을 알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오루는 창문을 통해 멀리서 서핑하는 코지를 바라보았을 뿐이지만 그의 인간됨과 매력에 푹 빠지고, 코지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카오루의 음악성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카오루에게 빠져든다. <태양의 노래>로 데뷔하는 신인감독 코이즈미 노리히로는 영화를 불치병에 걸린 소녀의 불행한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는다. 감독은 음악과 가족, 남자친구 코지와 함께 하는 행복한 순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짧은 생을 살다가는 카오루의 삶을 아름답고 희망적으로 그려낸다. <태양의 노래>는 유이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아름다운 노래가 감각적인 영상과 어우러져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을 준다.

카오루 역을 맡은 유이는 실제 일본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1987년생의 싱어송라이터다. <From Me To You>라는 정규앨범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대형 신인가수 유이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태양의 노래>의 매력. 유이는 영화의 주제가 'Good-bye days'의 작사, 작곡, 노래까지 맡아 화제가 됐을 뿐 아니라 제30회 일본아카데미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등 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인정받으며 주목받았다.


HOT 색소성 건피증이란 어두운 소재가 카오루와 코지의 사랑을 그리는데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된다. <태양의 노래>는 불치병을 다룬 이야기지만 신파로 흘러가지 않는 구성 탓에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COLD <태양의 노래>는 일본 음악계의 신예 유이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지만, 유이는 아직까지 한국 관객에게 생소한 가수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2/22 개봉작 리뷰] <포도나무를 베어라> - 사랑과 용서, 구원에 관한 멜로드라마

입력시간 : 2007-02-20 16:20



신학대학교 학생으로 성직자가 되기를 꿈꾸는 수현(서장원)은 여자친구 수아(이민정)와 헤어지고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하지만 수아로부터 배달돼 온 청첩장은 그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학교 동기인 강우가 신학교를 그만두자 수현의 마음은 다시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민에 휩싸인 수현에게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가 오고, 수현은 오랜만에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학교로 돌아가던 중 기차역에서 수아와 닮은 여자를 발견한 이후 수현의 고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신학교를 그만둘 작정으로 학장신부에게 마음을 털어놓은 수현은 수도원 피정을 권유 받고 외딴 시골에 위치한 수도원으로 향한다. 수도원에서 새로운 마음을 다잡으려 하는 수현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뒤흔드는 인물은 수아를 닮은 헬레나 수녀. 갑자기 앓아 눕게 된 헬레나 수녀는 수현에게 도움을 청하며 수현을 혼란에 빠뜨린다.

성경의 요한복음 15장 5절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성경에서 흔히 ‘포도나무’는 하느님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포도나무를 베어라’라는 제목이 하느님을 베어 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데뷔작 <벌이 날다>로 주목받은 후 두 번째 영화 <괜찮아 울지마>를 내놓고 5년 만에 새 영화를 완성한 민병훈 감독은 작품의 제목이 ‘하느님을 온전히 믿기 위해서는 마음 속의 두려움을 베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신학교를 그만두려는 수현이나 술을 끊지 못하는 문 신부(기주봉)는 두려움을 안고 살지만 그것을 베어내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신학생 수현이 겪는 세속적인 사랑과 종교적인 신념 사이의 고뇌는 결국 인간적인 고민과 영혼의 성장, 용서와 구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엄숙주의로 빠진 가톨릭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종교 사이의 장벽을 넘어선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예찬 또한 찾아볼 수 있다.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단순한 종교영화가 아니라 구원에 관한 진지한 멜로드라마인 셈이다.

HOT 감독은 현학적인 상징이나 기교를 배제한 채 철저하게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서사구조로 극을 진행시킨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서장원은 신학생의 미묘한 내적 갈등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며 영화적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COLD 상업영화의 자극적인 재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관객과 소통하기 힘든 난해한 화법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외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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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주, 개봉영화 리뷰

정보공유/영화 2007. 2. 15. 08:48

안녕하세요?

민족최대의 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설연휴가 짧긴하지만, 가족들과 오손도손 정을 나누는 시간되시구요^^*

설연휴를 앞둔 개봉작 한번 볼까요?

1번가의 기적, 시사회를 다녀온 네티즌들의 평가가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하지원,임창정의 만남으로 돈아깝단 생각은 전혀 안들겠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면달호가 망하면 이경규가 이민을 간다죠?

정말 이민을 가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

그리고 록키 발보아, 노장 실베스타스텔론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보여 줄 수 있는건 연민을 느끼게하는 감동이 아닐까 합니다.

잠깐 예고편을 봤었는데,, 흥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답니다.

저희집은 설명절에 할머니께서 저희 집으로 오신답니다.

오시면 꼭 극장구경을 시켜달라고 하시는데,

이번 설명절엔 할머니 손잡고 복면달호 보면 좋아하실것같아요^^

저희 할머니가 워낙 트로트를 좋아하셔서,,

그리고 또 시간이 된다면 1번가의 기적 볼려구 합니다.

설명절, 음식조심, 차조심 안전운행하시고,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Aurora-

2007년 02월 15일

8.79/10
409명 참여
5.50/10
2명 참여
1번가의 기적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윤제균
출연  : 임창정, 하지원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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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97/10
310명 참여
4.00/10
2명 참여
복면 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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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상찬, 김현수
출연  : 차태현, 임채무, 이소연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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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8.91/10
798명 참여
6.67/10
3명 참여
록키 발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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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 실베스터 스탤론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액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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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28/10
18명 참여
8.00/10
3명 참여
쓰리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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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허우 샤오시엔
출연  : 장첸, 메이 디, 팡 메이, 서기, Su-jen Liao
상영시간  : 129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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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2007년 02월 15일
7.02/10
372명 참여
6.75/10
4명 참여
아버지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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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라이언 필립, 제시 브래포드
상영시간  : 131분
장르  : 전쟁, 액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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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8.46/10
145명 참여
7.33/10
3명 참여
더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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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출연  : 헬렌 미렌, 마이클 쉰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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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42/10
12명 참여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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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가보 크수포
출연  : 조쉬 허처슨, 안나소피아 롭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모험, 가족,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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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38/10
8명 참여
리틀 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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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토드 필드
출연  : 케이트 윈슬렛, 패트릭 윌슨, 제니퍼 코넬리
상영시간  : 136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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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02월 16일
5.50/10
2명 참여
실종
감독  : 마렉 카니브스카
출연  : 샤론 스톤, 루퍼트 에버렛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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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10
2명 참여
천국의 나날들
감독  : 코냐 먼드루샤
출연  : 토마스 폴가, 오르소냐 토스, 카타 웨버
상영시간  : 99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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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15 개봉작 리뷰] <복면달호> - 쿵짝 쿵짝, 코미디 리듬에 멜로를 싣고
입력시간 : 2007-02-12 11:27


영화와 음악은 오랜 친구다. 쿠바음악이 영화와 만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이 탄생했고, 카메라가 훑어낸 블루스의 역사는 <더 블루스 The Blues>로 꾸려졌다. 모차르트의 삶을 담아낸 <아마데우스 Peter Shaffer’s Amadeus>의 클래식 선율부터 60년대를 풍미한 미국 흑인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의 일대기 <드림걸즈 Dreamgirls>의 R&B와 소울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담아온 음악의 폭은 넓고 넓다. 여기에 트로트가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록커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이 트로트를 열창하게 된 사연 <복면달호>는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음악 영화다.

지방 밤무대를 전전하고 있는 봉달호(차태현)는 록커가 꿈이다. 얼큰하게 술 취한 남녀가 얼싸안고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샤우팅 창법을 연마한다며 심심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봉달호. 손님들은 귀를 틀어막으며 한껏 짜증을 내지만 그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이도 있다. 음반 기획사 ‘큰소리 기획’ 장사장(임채무)의 ‘귀에 쏙 든’ 봉달호, 다음 날 전격 스카우트돼 서울로 올라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알고 보니 ‘큰소리 기획’은 트로트 전문 음반 기획사였다. 목소리에 ‘뽕(짝의) 필(feel)’이 가득하다며 트로트를 하라고 꼬셔대는 장사장과 한눈에 반한 같은 기획사 소속 트로트 여가수 차서연(이소연)을 꼬시고 싶은 봉달호의 마음이 만나 그를 이곳에 머물게 만든다. 간드러지게 꺾어대는 창법부터 2:8 가르마에 반짝이 의상까지 트로트의 모든 게 촌스럽게 느껴지는 봉달호. 하지만 개인 취향이 어떻건 간에 그는 곧 트로트계의 떠오르는 스타가 된다.

영화 전편에 ‘쿵짝 쿵짝’ 트로트 선율이 울리는 <복면달호>는 트로트 음악 영화인 동시에 맛깔난 코미디영화다. 거기에 향긋한 로맨스도 빼놓지 않았다. 작곡가 주영훈이 음악감독을 맡아 뽑아낸 트로트 음색은 발라드의 부드러운 리듬과 만나 독특한 ‘뽕짝’ 리듬을 영화에 입힌다. 또한 배우인 동시에 가수이기도 한 차태현은 트로트의 구성진 음들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복면달호>의 음악들을 빛낸다. 하지만 음악 영화로서 제대로 된 박자를 얻어낸 반면 이야기 흐름에선 고른 리듬을 타지 못했다. 코미디영화의 흥겨운 박자로 이어지던 영화는 중반에 접어들며 멜로드라마 색을 짙게 띠기 시작한다. 시종 가볍게 흐르던 영화의 흐름은 그 순간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대스타가 된 남자와 불우한 가정 환경에 놓인 여자라는 ‘식상한’ 관계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트로트 가수라는 게 부끄러워 우연히 뒤집어쓴 봉달호의 복면은 단순한 코미디의 장치를 넘어 ‘음악을 대하는 진정한 마음가짐’을 운운하게 하는 설교의 대상이 된다. ‘쿵짝 쿵짝’ 즐겁게 흐를 수 있던 코미디는 식상한 사랑 이야기와 ‘트로트든 록이든 마음에서 우러나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진정한 음악’이라는 교훈에 휘말려 제 빛을 잃고 말았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던 영화 <복수혈전> 이후 15년 만에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이경규는 일본 유학시절 판권을 구매해뒀던 <사란큐의 엔카의 꽃길>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트로트’로 옮긴 <복면달호>에서 제작자가 됐다. 이경규가 웃기지 않아도 웃음을 전하는 배우는 많다. <복면달호>로 영화 데뷔하는 임채무, <왕의 남자>의 ‘칠득이’ 정석용, <구타유발자들>의 느끼한 성악 교수 이병준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코믹 감초 연기를 선보이고 영화의 대부분을 끌고 가는 차태현은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HOT ‘쿵짝 쿵짝’ 트로트 선율만으로도 즐겁다. 설 연휴, 어르신들의 귀를 즐겁게 할 트로트에 젊은 층이 좋아할 발라드 선율을 섞었다. 음악이 땡기니 영화도 땡긴다.

COLD 영화의 주 관객층인 20, 30대에게 트로트는 먼 나라 얘기, 트로트를 좋아하는 40, 50대가 즐기기엔 영화가 너무 가볍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실종> -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입력시간 : 2007-02-12 17:31



화가 샐리(샤론 스톤)는 영국 정보국 출신으로 [런던 타임즈] 기자인 레오(루퍼트 에버렛)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료한 일상에 지쳐 있던 샐리에게 정열적인 레오는 불꽃 같은 사랑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결국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베이루트의 보금자리에서 한동안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레오가 아무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마 후 영국 대사관 직원이 샐리를 찾아와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다. 이중스파이였던 레오가 러시아로 망명했다는 것. 영국 대사관 직원의 말을 믿지 못하는 샐리는 실종된 레오를 찾기 위헤 베이루트를 출발, 런던과 뉴욕을 거쳐 모스크바에 이르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념과 사랑 중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했던 샐리와 레오의 가혹한 운명을 다룬 <실종 A Different Loyalty>(2004)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1960년대 냉전의 한복판에서 뜨겁게 사랑했으나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연인의 이야기다. 레오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마저 포기했던 남자고, 샐리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여자였다. 영화는 사라진 남편의 행방을 찾아 떠난 여자의 여정을 좇아가면서 이념이 파괴한 사랑의 아픔을 풀어놓는다. 그러나 남편 레오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영화 중반부에서 노출되어 버림으로써 이념과 사랑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한 연인의 고통을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살아나지 못한다. 종착역을 찾지 못한 샐리의 남편 찾기 여정처럼 영화는 어느 순간 길을 잃고 헤매고 만다. 이중스파이라는 소재는 두 사람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 이상으로 쓰이지 못한다.

그러나 <실종>은 제작비 3,000만 달러를 들인 영화답게 볼거리는 풍부하다. 베이루트, 런던, 뉴욕, 모스크바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광고와 TV 드라마 연출을 겸하는 영국 출신의 마렉 카니에브스카 감독은 1960년대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치중한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샤론 스톤이 연기하는 지고지순한 여인 샐리는 마치 맞지 않는 옷을 걸친 양 부자연스러워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HOT 이중스파이와 로맨스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진 영화를 거부하기란 힘든 일이다.

COLD 그 흔한 반전 하나 없이 100% 예측한대로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


김영서  기자 (nodata@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천국의 나날들> -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을까?

입력시간 : 2007-02-12 15:11



감옥에서 조기 출감한 피터(토마스 폴가)는 자신의 누나인 마리카(카타 웨버)의 집에 잠시 머물기로 결정한다. 마리카가 조그만 세탁소도 운영하고 있고 옛 친구인 소니도 한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피터는 누나의 세탁소에서 한 여인이 혼자서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녀의 이름은 마야(오르소냐 토스)이며 문란한 성생활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자였다. 의사도 간호사도 없이 죽을 힘을 다해 아이를 출산한 마야는 3,000유로를 받고 마리카에게 자신의 아이를 판다. 마야는 동네에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야누스의 정부이자 동시에 소니의 애인이기도 하다. 이런 마야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피터는 그녀에게 동정심과 사랑 그리고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헝가리의 도시 빈민가를 무대로 하는 <천국의 나날들 Szép napok>은 피터와 마야의 일상을 따라가며 도시 하층민의 절망을 화면에 담는다. 피터는 여권을 만드는 일 조차 쉽지 않은 범죄자이며, 마야는 수많은 남자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주는 이 하나 없는 신세다. 이곳에서는 가장이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남은 자는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돈을 주고 아이를 산다. <천국의 나날들>은 외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헝가리의 모습과 성장의 그늘에서 희생되어 가는 빈민층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도시 빈민가를 어슬렁거리는 젊은 청춘에게 드리운 깊은 절망의 그림자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천국의 나날들>은 헝가리 경제 성장 이면에 감추어진 어둠에 메스를 들이댄 비판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만은 힘이 넘친다. 코냐 먼드루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스탭 모두 20대가 주축이 되어서 만든 영화인탓에 <천국의 나날들>은 역동적인 화면 속에 이미지와 사운드로 등장인물들을 묘사하고 상황을 설명한다. 과격한 이미지와 사운드는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발전하는 도시의 그늘에서 꿈틀대는 젊은이들을 묘사하는 데는 적합해 보인다. 피터 역의 토마스 폴가와 마야 역의 오르소냐 토스는 절망에 빠져 있는 헝가리 청년들의 우울을 온몸으로 발산해내는 호연을 펼쳐 보인다. 코냐 먼드루샤 감독은 <데이 애프터 데이즈 Afta>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인 <천국의 나날들>로 2002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2003년 브뤼셀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HOT 유럽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헝가리 출신 감독 코냐 먼드루샤가 뚝심 있게 그려낸 헝가리 하층민의 삶에서 감독의 역량이 느껴진다.

COLD 극도로 절제된 대사와 상징적인 영상 표현, 동유럽 국가의 어두운 모습 등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영서  기자 (nodata@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아버지의 깃발> - 영웅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방법

입력시간 : 2007-02-12 13:58



이오지마 전투에서 위생병으로 복무했던 존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는 생의 마지막이 다가올 무렵 전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전우들의 환청을 듣는다. 브래들리는 2차 세계대전 이오지마 전투 당시 수라바치 산 정상에 깃발을 꽂아 전쟁영웅이 됐던 병사들 중 한 명이었지만, 정작 아들은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에 대해서 들은 바가 거의 없다. 아들은 병상에 누운 아버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전쟁 당시 지인들을 찾아 다니며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에 대해 듣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2월, 미국은 일본 본토로 진격하기 위한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이오지마 해변으로 병력을 집결시킨다. 일본의 전략 요충지인 오키나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이오지마를 먼저 점령해야 했기 때문이다. 16일 군함과 요격기로 폭격을 가하기 시작한 미군은 19일 상부의 명령에 따라 예정보다 빨리 상륙을 시도한다. 그 안에 브래들리가 있고 그와 함께 성조기를 꽂았던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와 레니 개그넌(제시 브래드포드)이 있다.

치열한 격전 속에 일본군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 미군은 수라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으며 승전을 예고한다. 하지만 브래들리와 헤이즈, 레니가 꽂은 성조기는 미군이 꽂은 첫 번째 성조기가 아니었다. 첫 번째 성조기를 가져 오라는 상관의 명령에 이오지마 전투를 지휘하는 존슨 대령이 교체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브래들리를 비롯한 병사들이 두 번째 성조기를 꽂는 모습을 찍은 사진병 로젠탈은 필름를 본국에 보내고, 정부와 언론은 이 사진을 여론을 움직이는 데 사용한다. 성조기를 꽂은 여섯 명의 병사 중 전사한 세 명을 제외한 브래들리와 헤이즈, 레니는 고향으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전쟁기금 마련 행사에 동원된다. 그러나 영웅이라는 칭호는 평범한 병사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싸웠고, 자신들을 위해 죽어갔던 전우들 대신 영웅이 될 순 없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은 제임스 브래들리와 론 파워스가 함께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오지마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두 편의 영화 중 미국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와 짝을 이루는 반쪽이다. 이오지마 전투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상반되는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전쟁에 내몰린 군인들이 최후를 맞게 되는 과정을 천천히 관찰한 후자와 달리 전자는 전후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귀국한 병사들이 겪게 되는 심적 고통을 세밀히 기술한다. 제임스 브래들리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기술한 원작을 따라 영화는 제임스가 아버지에 대해 취재하는 현재, 세 병사들이 전쟁기금 캠페인에 동원되는 과정을 그린 과거, 치열한 이오지마 전투를 그린 대과거를 오가며 거대한 퍼즐을 꿰어 맞춘다.

<아버지의 깃발>이 말하고자 하는 퍼즐은 결코 지적 호기심을 유도하는 질문이 아니다. 소위 전쟁영웅이라 불리던 ‘아버지들’을 이해하는 방식에 원작자 제임스 브래들리는 이의를 던진다. 그는 영웅이 ‘우리가 필요해서 만들어낸 그 무엇’이라고 말하며, 전쟁영웅들에 대해 진정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나지막이 웅변한다.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 전투의 병사들이 어떻게 영웅적으로 승리를 쟁취했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누군가는 용감하게 싸웠을 것이고, 누군가는 비겁하게 멈칫했을지 모른다. 누가 영웅이고 아닌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총을 들었고,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희생했다.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폴라 익스프레스 Polar Express> 등의 각본을 쓴 윌리엄 브로일스 주니어와 지난해 <크래쉬 Crash>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각본상을 거머쥐었던 폴 해기스는 최대한 원작의 정신에 충실한 시나리오를 완성해냈다. 원작의 주제의식을 특유의 진지하고 차분한 화법으로 풀어나간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원숙한 연출력은 곧바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 이어진다.

HOT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원숙한 연출력과 폴 해기스, 윌리엄 브로일스 주니어의 치밀한 각본이 만나 최상의 전쟁영화를 만들어낸다.

COLD 13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세 가지 시점을 오가며 진행되는 차분한 전개가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고경석  기자 (kave@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1번가의 기적> - 윤제균, 하지원, 임창정의 재결합

입력시간 : 2007-02-12 13:13



철거 전문 깡패 필제(임창정)의 새 근무지는 달동네 ‘1번가’. 한동안 이 마을에 머물며 협박과 회유, ‘부득이한 경우’ 주먹을 이용해 재개발 계약서에 주민들의 도장을 받는 게 필제가 할 일이다. 그렇게 필제의 1번가 생활이 시작된다. 양변기, 인터넷,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까지 ‘생활 필수품’은 하나도 없는 마을. 대신 엉뚱, 희한한 마을 사람들만 가득한 곳이다. 어른 하는 말마다 꼬박 말대답을 다는 일동, 이순 남매와 하늘을 날겠다며 매번 필제의 가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는 꼬마 덕구, 거기에 5전1무4패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여성 복서 명란(하지원)이 그들. 엉뚱하기로 치면 이들 못지않은 필제는 마을사람들과 티격태격 '계약서 씨름’을 하면서도 점점 이들과 가까워진다. 간혹 술잔을 기울이며 명란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일동, 이순 남매와는 또래처럼 즐겁게 지내는 필제, 그는 과연 1번가를 재개발업자들에게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여기에 1번가에 사는 선주(강예원)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태석(이훈)의 로맨스가 덧입혀진다.

영화 <색즉시공>으로 전국 400만이 넘는 관객을 쓸어모은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 콤비가 <1번가의 기적>에서 다시 만났다. 대학생들의 솔직 ‘끈적한’ 섹스 이야기를 코미디로 가볍게 버무렸던 이들 삼인방은 그러나 <1번가의 기적>에서 진지해졌다. 철거 예정지인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생활 중심으로 들어간 <1번가의 기적>은 필제의 좌충우돌에 코미디의 초점을 맞추지만 그와 더불어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도 잊지 않고 챙겨 넣었다. 웃음과 감동, 어떤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영화의 의지를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1번가의 기적>은 코미디영화로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빛나는 재능을 발휘한다. 필제와 마을 사람들의 전혀 다른 생활방식이 묘하게 부딪히면서 섞여 드는 과정이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고, 임창정과 하지원의 티격태격도 고른 호흡으로 영화에 잔잔한 웃음을 입힌다. 여기에 ‘만담’에 가까운 입담을 자랑하는 일동, 이순 남매의 재치가 더해져 ‘1번가’의 웃음을 책임진다.

문제는 코미디가 아니라 감동을 끌어내는 방식에 있다. 윤제균 감독은 <1번가의 기적>을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가난을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에서 진정성을 찾아 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가난의 비극을 표현해내는 도구로 이용하거나, 반신불수가 된 전 복싱챔피언 명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극한 상황, 철거를 앞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거칠게 담아낸 <1번가의 기적>은 오히려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기 위해 가난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전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기적’이란 이름 아래 이러한 비극적 상황 모두를 ‘판타지’로 얼버무려 해피엔딩에 가 닿는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값싼 안도감만 선사할 뿐이다.

그럼에도 <1번가의 기적>을 풍성하게 하는 건 배우들의 호흡. 임창정과 하지원은 찰떡 콤비 코미디 연기를 또 한번 과시하고 일동, 이순 남매의 ‘주거니 받거니’ 만담 개그도 폭소를 만들어낸다. 이훈과 강예원 커플은 왁자한 코미디 리듬 속에서 안정적인 호흡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명란의 복싱 코치를 연기한 주현의 진중한 무게감, 무술감독 겸 명란의 아버지를 연기한 정두홍의 복싱 연기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른 하지원의 ‘생짜’ 복싱 연기도 <1번가의 기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HOT 윤제균, 임창정, 하지원이 다시 만났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들이 한 줄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웃을 준비를 끝난 관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COLD 사회적 약자를 그릴 땐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법. 가난을 그리는 방식이 여느 상업영화와 하나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을 이용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니?


박아녜스  기자 (fatcat@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록키 발보아> - 영웅의 가장 아름다운 퇴장

입력시간 : 2007-02-12 09:03



권투를 뒤로 하고 이제는 승승장구하는 이태리 식당 주인으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어느날 한 스포츠 TV에서 록키와 현재 헤비급 챔피언인 메이슨 딕슨(안토니오 타버)과의 가상 경기를 중계하고, 이 가상 경기의 결과는 록키의 판정승으로 결판난다. 이에 딕슨의 프로모터와 언론은 록키에게 딕슨과의 실제 경기를 제안하고, 여전히 자신의 속에 야성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 록키는 고심 끝에 이를 수락한다.

1976년 한 이태리계 무명배우가 권투 소재의 자작 시나리오를 영화화할 제작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지독히 운이 좋았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두 걸출한 제작자 로버트 차토프와 어윈 윙클러가 이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운은 영화 개봉 후 기적이 되었다. 불과 1백만 달러가 조금 넘는 제작비가 들었을 뿐인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무려 1억2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대흥행을 기록했으며, 그 이듬해 열린 미국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등 알짜 3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화로 소프트 포르노물을 전전하던 무명배우는 가파른 스타덤에 오르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 무명배우의 이름은 실베스터 스탤론, 영화의 제목은 물론 이후 권투 영화의 고전이 된 <록키 Rocky>였다.


<록키 발보아>는 1976년작 <록키>의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환갑을 앞둔 퇴물 복서가 쌩쌩한 20대 챔피언과의 대전에 나서게 된다는 <록키 발보아>의 줄거리와 구조는 <록키>에서 초강력 챔피언인 아폴로 크리드에게 도전장을 내밀던 풋내기 복서 록키의 그것과 동일하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30년이라는 시간 차가 존재하지만 록키의 목표는 여전하다. 그 누구도 이뤄낼 수 없을, 희망과 용기 그리고 더 나아가 신화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극 중 록키 발보아에게서는 자연인 실베스터 스탤론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냉전 시대의 대표격인 두 히어로 캐릭터인 록키 발보아와 존 J. 람보로 좋았던 1980년대를 넘긴 실베스터 스탤론의 1990년 대 이후는 끝없는 추락의 시간들이었다. 1997년 제임스 맨골드의 <캅 랜드 Cop Land>로 잠시 재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겟 카터 Get Carter>의 참패 이후 실베스터 스탤론은 <디 톡스 D-Tox> <스파이 키드 3D Spy Kids 3-D: Game Over> 등 고만고만한 오락 영화에 출연하는 것으로 배우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신세다. 그런데 스탤론의 이런 불운한 개인사가 묘하게도 마지막 불가능에 도전하는 구닥다리 복서 록키에게 든든히 힘을 실어준다.

<록키 발보아>에는 특별한 영화적인 기교도, 그럴듯한 반전도, 보는 이의 눈을 빼놓는 배우들의 명연기도 없다. 하지만 아쉬울 것은 없다. 빌 콘티의 그 유명한 스코어 ‘Gonna Fly Now’와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박물관의 계단을 뛰어 오르는 록키 발보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록키 발보아>는 30년 동안의 시리즈를 종결짓는 완결편 역할은 톡톡히 해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는, 영웅의 멋진 퇴장이다.

HOT 그 유명한 '빰빠밤 빰빠밤 빰빰빰' 스코어와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박물관을 뛰어 오르는 록키의 모습을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COLD 사실 1편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영화 자체는 다소 구닥다리다. <록키>와 스탤론을 모르는 젊은 관객들은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더 퀸> - 전통과 개혁 사이의 충돌

입력시간 : 2007-02-12 12:49



1997년 8월 31일 영국의 다이아나 전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 엄청난 사건에 영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진다. 찰스 왕세자와의 이혼으로 왕실의 여인 자격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들의 다이아나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애도의 물결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전세계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영국 왕실은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버킹검 궁과 켄싱턴 궁에 추모 화환이 산처럼 쌓여가는 만큼 냉정한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도 커져갔다. 왕실 무용론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군주제 위기론이 제기될 정도로 왕실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진다. 이에 젊고 패기 넘치는 신임 총리 토니 블레어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High Fidelity>의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세기의 여인 다이아나의 죽음을 계기로 불거진 영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더 퀸 The Queen>은 다이아나의 죽음에 보수적이고 전통적으로 대처하는 영국 왕실과 진보를 내세우며 국민의 의견을 따라가는 젊은 총리 토니 블레어의 대립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다이아나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오랫동안 전통을 고수해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국민들을 다스리는데 익숙해져 있는 여왕은 국민들의 요구에 맞춰야하는 상황 앞에서 갈등을 겪는다.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다이아나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끌어들여 영국 여왕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파헤치는데 집중한다. 영화는 언제나 당당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섰던 여왕이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요구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묘사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라스트 킹 Last King of Scotland>의 작가 피터 모건과 함께 여러 경로를 통해 얻어낸 왕실과 여왕에 대한 꼼꼼한 정보를 활용,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는 영국 왕실의 생활 모습을 실감나게 스크린에 재현해낸다.


<더 퀸>은 실제 사건과 허구의 상상력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마치 다이아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토니 블레어 총리가 실제로 영화 속에서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여왕이 영화 속에서와 같은 갈등을 실제로도 겪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통과 권위를 대표하는 여왕의 딜레마가 생생하게 와 닿는다. 바뀐 세상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젊은 토니 블레어 총리와 전통을 고집하는 여왕과의 관계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로 비유하는 스티븐 프리어즈의 통찰도 놀랍다. 실존하는 여왕과 총리를 스크린에 옮기는 부담감을 뛰어난 작품성으로 털어낸 <더 퀸>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로 평가받는 영국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조지 왕의 광기 The Madness of King George> <고스포드 파크 Gosford Park> 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던 헬렌 미렌은 기품어린 표정과 말투, 위엄있는 행동으로 전통과 권위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되살려낸다. 헬렌 미렌은 <더 퀸>으로 지난 해 베니스국제영화제와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토니 블레어 역의 마이클 쉰도 헬렌 미렌에 눌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HOT 세기의 여인 다이아나의 죽음을 다룬다는 점과 흥미거리로만 다뤄졌던 영국 왕실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하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은 수작.

COLD 영국 왕실의 이야기가 한국 관객들에게 가쉽거리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  배우들의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헬렌 미렌이나 마이클 쉰 모두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배우라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ticket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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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주, 개봉영화 리뷰~

정보공유/영화 2007. 2. 7. 09:41

언제나 찾아오는 수요일 아침입니다.

새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자기 길을 가겠다고 퇴사하는 이들이 제 주위에 많이 있답니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내꿈은 머지 하는 생각이 자꾸 저를 괴롭히네요 ^^*

힘든마음 독서와 함께 다시 내애인이 되어버린 소주와 함께 달래고 있답니다. ㅎㅎ
행복한일과 즐거운일은 항상 한꺼번에 오는것처럼, 슬픈일과 힘든일도 한꺼번에 다가오는것 같아요,
아침부터 기운안나는 말로 시작해 버렸네요,

어제 밤 꿈엔 응아 하는 꿈을 꿨답니다.
그래서 꿈해몽 검색해보니, 응아를 손으로 만져야(으악?) 지 돈이 들어오는 꿈이라네요,

그래도 퇴근길, 로또 사는건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제가 다음주 수요일부터 영화리뷰를 안쓴다면 로또 1등 되었구나 생각해주세요 ~

히힛^^*

이번주 개봉영화중 맘에 드는 작품 있나요?
저는 바람 피기 좋은날이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살랑살랑 여왕의 계절 봄도 다가오니 그런것같아요,,
그리고 김혜수,이민기,이종혁,윤진서 4명 캐릭터가 정말 맘에 들어서
영화내용이 별로라도 함 봐주고싶은..ㅋ

수욜만 되면 왠지 주말 계획을 세워야만 할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번주는 미용실에가서 머리 스탈을 바꿔볼까, 아님, 멀리있는 친구얼굴보러 혼자 여행을 가볼까,
이런저런 생각들만 많답니다.

이렇게 생각만 많으면 꼭 집에서 구르기를 하게 되죠 ^^*

즐거운 주말계획 생각해보시구요, 오늘도 신나는 하루 보내세요 ~

Aurora.

2007년 02월 08일

6.46/10
104명 참여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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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박성균
출연  : 신현준, 최성국, 권오중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코미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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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46/10
125명 참여
바람 피기 좋은 날
예매하기   
감독  : 장문일
출연  : 김혜수, 윤진서, 이종혁, 이민기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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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8.29/10
70명 참여
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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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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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개리 위닉
출연  : 줄리아 로버츠, 다고타 패닝
상영시간  : 97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가족,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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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7.69/10
29명 참여
6.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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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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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야마다 요지
출연  : 사나다 히로유키, 미야자와 리에, 코바야시 넨지, 오스기 렌, 후키코시 미츠루, 후카우라 카나코, 칸베 히로시, 이토 미키, 에리나 하시구치, 쿠사무라 레이코
상영시간  : 128분
장르  : 액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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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7.54/10
13명 참여
5.00/10
1명 참여
파리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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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다니엘르 톰슨
출연  : 세실 드 프랑스, 발레리 레머시어
상영시간  : 105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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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8 개봉작 리뷰] <바람피기 좋은 날> - 바람 불어 좋은 날
입력시간 : 2007-02-05 09:47


날씨 좋은 늦여름, 데이트하기 좋은 화창한 날이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있는 두 유부녀의 삶은 대기를 가르는 바람처럼 산뜻하고 자유롭다. 서로 면식이 없는 두 유부녀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인터넷 채팅 아이디로만 등장한다. 대담하고 당당하며 발랄한 ‘이슬’(김혜수)은 대학교 2학년생인 ‘대학생’(이민기)과 처음 만나 직설적인 대화를 나눈 후 바로 모텔 침대로 뛰어든다. 10년 이상 차이 나는 남자를 리드하는 테크닉은 여유롭기만 하다. 내숭과 엉뚱함으로 똘똘 뭉친 ‘작은새’(윤진서)도 섹스만 밝히는 증권회사 샐러리맨 ‘여우두마리’(이종혁)와 바로 모텔로 직행한다. 하지만 작은새에게 섹스를 위한 섹스는 무의미하다. 그녀는 온갖 핑계를 대며 여우두마리의 저돌적인 공세를 뿌리친다. 같은 시간, 같은 모텔에서 ‘작업’ 중인 두 유부녀의 연애 방식은 전혀 다르다. 직설적이고 화끈한 이슬은 노련하게 대학생과의 잠자리를 끝마치고, 작은새는 수줍은 척 여우두마리의 손길을 거부한다.

<바람피기 좋은 날>은 순진하지만 밝히는 대학생에서 수줍은 젊은 유부녀, 프로급 바람둥이,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유부녀까지 네 명의 연애 선수들이 밀고 당기는 불륜 게임을 그린다. 게임 내용은 단순하다. 이슬과 대학생은 신나게 섹스를 즐기다 작은새의 남편인 경찰과 함께 들이닥친 이슬의 남편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이르고, 작은새와 여우두마리는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섹스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슬-대학생 커플은 심각하지 않고, 작은새-여우두마리는 코믹하기만 하다. 작은새가 섹스를 거부하는 방식이 특히 코믹하다. 처음엔 콘돔이 없다는 이유로, 다음에는 콘돔이 중국제라는 이유로, 다음에는 술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는 이야기가 없다는 이유로 여우두마리의 손길을 뿌리친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보려는 여우두마리의 어수룩한 저돌성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느 정도 관계가 친밀해지자 이번에는 작은새의 엉뚱한 공세가 여우두마리를 당황하게 한다. 숲 속에서 갑자기 피크닉 매트를 깔고 여우두마리를 눕히는가 하면, 여우두마리의 직장에 찾아가 건물 비상구에서 대담하게 애정을 표시한다. 이 정도 내용이면 상당한 수준의 노출과 성적 표현을 예상하겠지만, 실제로 자극적인 장면이라고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한때의 반짝 연애처럼 <바람피기 좋은 날>의 두 커플은 ‘바람 피우기 좋은 계절’에 잠깐 만나 사랑을 나눈다. ‘사랑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이슬의 대사처럼 두 유부녀의 사랑은 단지 정신적·육체적 쾌락을 잘못 인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착각 같은 사랑은 너무도 덧없어 보인다. 불륜을 들킨 후 다시 남편 곁으로 돌아간 이슬과 여전히 남편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는 작은새가 앞으로도 계속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리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두 유부녀의 삶은 자유롭고 경쾌하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결혼제도가 앗아갈 수 없는 자유와 열정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통풍 안 되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상큼한 여행처럼 그들은 ‘바람’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즐거운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엔딩 장면은 암시한다. 불륜의 밝고 역동적인 면을 발랄한 화면에 담은 장문일 감독은 이 지점에서 더 이상의 발언은 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잣대도, 심층적인 성찰도 이 영화엔 없다. 법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유부녀의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바람피기 좋은 날>은 결코 심각하거나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설교도 애써 피한다.

‘가슴 뛰는 사랑과 연애의 즐거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자유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 장문일 감독의 설명처럼 <바람피기 좋은 날>은 두 유부녀의 자유분방한 연애를 묘사한다. 연애의 설렘, 섹스의 즐거움,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 등이 모두 녹아 있다. 불륜의 긍정적인 면을 여성의 시각에서 무겁지 않게 포착했다는 것만으로 <바람피기 좋은 날>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소재와 전개는 전혀 새롭지 않지만, 시선만은 너그럽고 긍정적이다. 베드신이 러닝타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를 그리고 있지만, 묘사되는 내용 자체는 외설과 거의 관련이 없다. 음습하지 않고 발랄하며 경쾌하다. 다만 여기저기서 끼어드는 불필요한 장면들이 영화의 자연스런 흐름에 흠집을 낸다. 매번 같은 시간에 같은 모텔에서 두 커플이 만나게 되는 작위적인 설정이나 뜬금없이 끼어드는 판타지 장면, 불필요한 차량 폭발 장면 등이 그렇다. 특히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슬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노래 장면은 충분히 역설적이고 상징적이지만 별다른 맥락이 없어 영화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도시의 거리에 불어 닥치는 거센 가을 돌풍 장면도 은유의 유무와는 상관 없이 영화의 초점과 너무 멀어 오히려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바람’의 표피적인 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직접 묘사와 은유·상징의 균형이 깨져버린 탓이다.

HOT 불륜에 빠진 여자를 윤리주의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여성의 시선을 통해 사랑의 자유를 논한다는 점이 신선하다. 

COLD 불륜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은 산뜻하고 새롭지만, 묘사되는 내용들은 다분히 피상적이다.


고경석  기자 (kave@ticketlink.co.kr)


[2/8 개봉작 리뷰]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 한 지붕 세 관장!

입력시간 : 2007-02-05 11:56



조그만 시골마을에 세 명의 무술관장이 있다. 진정한 고수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라 믿고 있는 태견도장 김관장(신현준),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기억으로 무도인의 길을 걷게 된 검도도장 김관장(최성국), 뒤늦게 개업했지만 뛰어난 실력과 출중한 외모로 동네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버린 쿵후도장 김관장(권오중)이 그들. 세 명의 무술관장이 한 마을에 같이 살고 있는 탓에 마을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3인의 김관장들은 수련생 모집을 위해 음모술수를 쓰는 한편, 동네 최고의 미녀 박연실(오승현)의 눈에 들기 위해 모진 수련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 재개발에 관한 정보를 얻은 마을의 조직폭력배가 마을 건물들을 하나둘씩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에 서로 앙숙이던 세 김관장이 이들에 대항해 처음으로 손을 잡게 된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하 '김관장')은 택견, 검도, 쿵후 관장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다양한 볼 거리를 선사한다. 택견 김관장의 기예에 가까운 제기차기나 촛불 열다섯 개를 단번에 꺼버리는 검도 김관장의 빠른 검놀림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쿵후도장 김관장 역을 맡은 권오중의 사실감 있는 액션이 이 영화의 백미다. 실제로 쿵후 3단인 권오중은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5개월 동안 매일 8시간씩 강도높은 쿵후 수련을 한 결과 쿵후선수 못지 않은 실력을 선보인다. 택견 김관장의 아들 김도령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권오민의 깜찍한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더하며, 여기에 수많은 카메오들이 '깜짝' 등장해 예기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베사메무쵸>의 조감독 출신 박성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김관장>은 우리의 고유무술인 택견을 비롯, 쿵후와 검도 등 무술을 영화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발상이 눈에 띄는 코미디영화다. 그러나 번번히 시작도 못한 채 끝나버리는 무술 대결 장면 때문에 영화의 주요소재인 무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무술만이 문제는 아니다. 세 김관장의 충돌을 통해 갈등을 증폭시켜 나가던 이야기 구조는 후반부 이들 셋이 힘을 합해 조직폭력배와 맞서면서 중심을 잃어버린 채 휘청거린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순간적인 웃음을 유발할 뿐 이야기를 탄탄하게 쌓아가지 못한다. <김관장>은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 요소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마는 우를 범하고 만다.

HOT 검도와 쿵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무술인 택견을 한 화면에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않다.

COLD 순간적인 재치에 기댄 코미디인 탓에 이야기가 쌓이지 못한 채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부진해지는 단점을 보인다.


 

김영서  기자 (nodata@ticketlink.co.kr)

[2/8 개봉작 리뷰] <황혼의 사무라이> - 그 시절, 진짜 사무라이의 세계

입력시간 : 2007-02-05 12:06



영화 퀴즈 하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리즈가 제작된 극장용 장편 영화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21편까지 제작된 <007>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오답이다. 정답은 48편까지 제작된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영화 시리즈 <남자는 괴로워 Tora-san>다. 야마다 요지는 48편의 시리즈 중 3편과 4편을 제외한 46편을 연출해 일본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오시마 나기사나 시노다 마사히로 같은 동시대 감독들에 비해 소박하고 서민적인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국민감독’ 야마다 요지는 1969년부터 1995년까지 26년간 <남자는 괴로워>에 모든 열정을 담아냈다. 시리즈에 유난히 강한 야마다 요지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낚시바보일지 Free and Easy> 시리즈 17편의 모든 각본 작업에 참여했고, 1993년부터 2000년까지는 네 편의 <학교 A Class to Remember> 시리즈를 연출했다. 주로 서민적인 코미디나 가족 드라마에 재능을 보여온 야마다 요지가 2002년부터 갑자기 사무라이 영화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데뷔한 지 41년 만에 처음으로 시대극을 찍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식 시리즈는 아니지만 야마다 요지는 2006년까지 총 세 편의 사무라이 영화를 연출했다. 그 시작이 77번째 연출작 <황혼의 사무라이 The Twilight Samurai>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일본의 시대 소설가 후지사와 슈헤이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 준보]로부터 2002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선정된 <황혼의 사무라이>는 감독, 각본(야마다 요지, 아사마 요시타카), 남녀주연(사나다 히로유키, 미야자와 리에) 부문에서도 트로피를 휩쓸었다. 일본 아카데미상에서는 13개 부문을 독식할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았고,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한편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부문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렇게 요란한 평가는 오히려 영화 감상에 방해만 될 뿐이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비해 너무나 수수하고 소박하며 차분한 서민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영화지만 액션 장면이라고는 두 장면밖에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서정적이다. 여기서 사무라이는 영웅 같은 무사가 아니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서민일 뿐이다.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의 야마다 요지가 그리는 사무라이의 세계는 현란한 검술과 비장한 대결, 영웅과 악당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위치한다.

영화의 내용은 무척 단순하다. 마을의 식량창고를 담당하는 하위 무사 세이베이(사나다 히로유키)는 폐병에 걸린 아내를 잃은 후 노모와 병든 두 딸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만 지면 동료들과 술도 마시지 않고 바로 집에 간다 해서 별명도 ‘황혼의 세이베이’다. 어느 날 에도에서 돌아온 친구 이누마로부터 그의 여동생 토모코(미아쟈와 리에)가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세이베이는 토모코가 자신의 집에 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어릴 적부터 토모코를 흠모해 왔던 세이베이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다 전 남편 코다(오스기 렌)의 행패를 말리는 과정에서 그로부터 결투 신청을 받기에 이른다. 다음날, 목검을 들고 결투에 나선 세이베이는 어렵지 않게 코다를 제압한다. 한편 세이베이는 친구 이누마로부터 토모코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지만, 자신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결혼 제의를 거부한다. 코다를 목검으로 제압했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세이베이는 마을의 번주로부터 무사 요고(다나카 민)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살생을 원치 않는 세이베이는 번주의 뜻을 거부하지만 협박에 가까운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칼을 꺼내 든다. 결전의 날이 되자 세이베이는 급히 토모코를 불러 머리 손질을 부탁하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고백한다.

메이지 시대가 시작되기 직전, 막부 시대 말기의 사무라이는 초라하기만 하다. 무사로서의 위엄을 살릴 여유도 없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하루를 꼬박 바쳐야 한다. 봉급도 쥐꼬리만큼 적고 부업도 신통치 않다. 정치적인 분쟁에 소모품으로 이용되면 개미처럼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서양으로부터 총이 유입되어 검술의 가치도 예전 같지 않다. 세이베이는 황혼의 시기에 접어든 막부 시대에 살았던 한 명의 사무라이에 지나지 않는다. 세이베이가 죽여야 하는 요고 역시 마찬가지다. 요고가 세이베이에게 털어놓는 신세 한탄은 막부 시대 말기의 사무라이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한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특유의 온정 어린 시각으로 한 명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한 명의 사무라이를 조명한다. 야마다 요지는 느리고 침착한 시선으로 세이베이의 일상을 바라보다 아주 천천히 관객들을 결투 장면으로 초대한다. 전대미문의 차분하고 쓸쓸하며 고요한 대결 장면은 단연 <황혼의 사무라이>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특히 <메종 드 히미코 Maison de Himiko>에서 죽음을 앞둔 동성애자를 연기했던 무용가 다나카 민의 검술 장면은 압권이다. 하지만 영화는 대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황혼의 사무라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황혼의 두 사무라이’가 나누는 대화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옛날 옛적, 진짜 사무라이는 이렇게 살았다고.

HOT 일본의 국민감독 야마다 요지가 그리는 독특한 서민 사무라이 영화. 일본영화의 느리고 섬세한 특징을 좋아한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역작이다.

COLD 사무라이 활극을 기대한다면 절대 ‘비추’인 영화.


 

고경석  기자 (kave@ticketlink.co.kr)


2/8 개봉작 리뷰] <파리의 연인들> - 다 큰 어른들의 달콤한 성장통

입력시간 : 2007-02-05 10:18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거리. 명품 상점이 늘어선 몽테뉴 거리와 샹제리제 극장, 플라자-아테네 호텔을 잇는 이곳이 <파리의 연인들 Fauteuils d'orchestre>의 배경이다. 오는 2012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모조리 잡혀있는 피아니스트 장 프랑소와(알베르 뒤퐁텔)와 유명 TV 배우 카트린느(발레리 르메르시에), 미술품 수집가 자크(클로드 브라세르)가 이 거리에 머물고 있다. 각자의 예술분야에서 ‘한 명성’ 하는 이들은 그러나, 고민이 많다. 장 프랑소와는 시스템에 발 묶인 채 기계처럼 피아노를 두들겨대는 자신의 모습이 갑갑하고, 카트린느는 거장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만 캐스팅이 쉽지 않다. 미술품 수집가 자크는 부와 명예, 노년에 찾아온 사랑까지 모든 걸 얻었지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 고향을 떠나 파리로 올라온 제시카(세실 드 프랑스)의 이야기가 덧입혀진다.

극장 옆 카페 웨이트리스가 된 제시카. 제시카를 중심으로 그녀의 손님인 피아니스트와 배우, 미술 수집가의 이야기를 겹쳐두는 <파리의 연인들>은 사실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크의 아들 프레데릭(크리스토퍼 톰슨)과 제시카의 로맨스가 영화에 따뜻한 기운을 새기긴 하지만 사랑에 초점을 두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 <파리의 연인들>은 그보다 사회적 명성을 떠나 ‘진짜 자신의 꿈’을 이루길 원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아내와 아들 등의 주변인물들과 갈등을 반복하지만, 이를 딛고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다 큰 어른들의, ‘꿈’을 향한 뒤늦은 성장통인 셈이다.

<파리의 연인들>은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파리의 풍경들이 우선 매혹적이고, 카트린느가 연기하는 연극 한 토막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다. 또한 큐비즘 화가 브라크의 그림도 살짝 감상할 수 있다. <인터프리터 The Interpreter>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의 시드니 폴락 감독은 카트린느의 우상인 거장 감독으로 깜짝 출연한다. 피아니스트 장 프랑소와의 피아노 선율, 영화 내내 흐르는 샹송 음색을 감상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소피 마르소를 만인의 연인으로 만든 <라붐 La Boum> <유 콜 잇 러브 L'Etudiante>의 공동 작가 다니엘르 톰슨이 연출한 <파리의 연인들>은 지난해 초 프랑스에서 개봉해 2백만 관객을 모았다.

HOT 블록버스터와 코미디영화 천국인 극장가, 잔잔한 감동과 따스한 위안이 필요하다면 <파리의 연인들>이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COLD 원제인 ‘오케스트라 좌석’이 한국에 와 ‘파리의 연인들’로 바뀌었다. 제목만 보고 ‘연인들’이 감상하기 좋은 로맨스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박아녜스  기자 (fatcat@ticketlink.co.kr)


[2/8 개봉작 리뷰] <샬롯의 거미줄> - 우정에 관한 따뜻한 우화

입력시간 : 2007-02-05 10:04



어느 봄날에 태어난 아기 돼지 윌버(도미니크 스콧 케이)는 펀(다코타 패닝)의 도움으로 도살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펀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나 몸집이 점차 커지면서 윌버는 펀의 외삼촌네 헛간으로 보내진다. 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윌버는 헛간에 사는 동물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모두들 윌버를 멀리한다. 그때 헛간 천정에 붙어사는 거미 샬롯(줄리아 로버츠)이 윌버에게 친구가 되어주기로 약속한다. 친구를 얻게 돼 행복해하는 윌버에게 헛간 지하에 사는 심술궂은 쥐 템플턴(스티븐 부세미)이 청천벽력같은 말을 전해준다. 봄에 태어난 돼지는 크리스마스에 햄이 되어 식탁에 올라갈 운명이라는 것. 첫눈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던 윌버는 이 말을 듣고 절망에 빠진다. 그때 샬롯이 윌버를 위로하며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날 밤 샬롯은 윌버를 위해 '멋진 돼지'라는 단어를 거미줄에 새겨놓는다.

<샬롯의 거미줄 Charlotte's Web>은 <스튜어트 리틀 Stewart Little>의 원작자인 E.B. 화이트가 쓴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오랫동안 농장 생활을 하며 농장 생활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담아낸 화이트는 [샬롯의 거미줄]에서도 농장을 배경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친구, 돼지와 거미의 우정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예찬한다. 원작의 의도를 충실히 되살려낸 영화 <샬롯의 거미줄>은 <아이 앰 샘 I Am Sam>과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 등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던 다코타 패닝의 동물들과의 탁월한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 스티븐 부세미, 오프라 윈프리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어우려져 소박한 감동을 전달한다.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올챙이 Tadpole>로 2002년 미국 선댄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고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13 Going On 30>를 연출한 게리 위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정의 소중함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해낸다.


가슴 따뜻한 영화 <샬롯의 거미줄>에 대한 미국 언론과 비평계의 반응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따뜻함과 위트, 놀라움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에서부터 "진정성과 오락성이 함께 살아있는 영화" ".E.B. 화이트의 원작을 보다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 "감동을 강요하거나 설교하지 않는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영화" "배우들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와 동물들의 놀라운 연기, 컴퓨터 그래픽이 조화를 이룬 작품" 등 미 언론 매체의 평가는 칭찬 일색일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미 언론의 평가처럼 <샬롯의 거미줄>은 영화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 모두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편이다. 눈높이가 어린이에 맞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아동용으로 만들어진 탓에 단순하고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조가 어른들에게는 단조로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HOT 탄탄한 원작 동화가 바탕이라는 점, 연기 신동 다코타 패닝의 검증된 연기력, 줄리아 로버츠, 스티븐 부세미, 오프라 윈프리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점 등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상당하다.

COLD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단순한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는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ticket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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