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14. 14:20
8.10/10
115명 참여
4.33/10
3명 참여
만남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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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종진
출연  : 임창정, 박진희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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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63/10
448명 참여
8.33/10
3명 참여
조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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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제이크 질렌홀,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상영시간  : 156분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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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37/10
410명 참여
5.50/10
4명 참여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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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브 벤디랙
출연  : 로완 앳킨슨
상영시간  : 89분
장르  : 코미디, 가족,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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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46/10
52명 참여
썸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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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르코 크레즈페인트너
출연  : 로버트 스타드로버, 코스챠 울만, 알리샤 바흐레다 쿠루스, 유르겐 통켈
상영시간  : 97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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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33/10
78명 참여
5.00/10
3명 참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정윤수
출연  : 엄정화, 박용우, 이동건, 한채영
상영시간  : 116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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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9.09/10
33명 참여
스타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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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매튜 본
출연  : 찰리 콕스, 클레어 데인즈, 미셸 파이퍼, 로버트 드니로, 시에나 밀러, 제이슨 플레밍
상영시간  : 128분
장르  : 액션, 드라마, 모험, 판타지,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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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9.10/10
1885명 참여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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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신조 타케히코
출연  : 미야자키 아오이, 타마키 히로시
상영시간  : 116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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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81/10
27명 참여
안녕, 쿠로
감독  : 마츠오카 조지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 이토 아유미, 에모토 아키라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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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50/10
2명 참여
6.00/10
1명 참여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감독  : 아드리안 캐타노
출연  :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바블로 에차리, 나자레노 카세로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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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10/10
10명 참여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감독  : 아담 라베치, 사라 로버슨
출연  : 퀸 라티파
장르  :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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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만남의 광장> - 가짜 선생님,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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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섬마을 출신인 공영탄(임창정)이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번화한 서울 모습에 감탄하고 있던 그는 소매치기에게 가방을 뺏기고 오히려 경찰서에 잡혀오는 불운을 겪는다. 그는 ‘교육대’라는 말에 솔깃해 스스로 삼청교육대에 들어가고 모진 훈련을 받으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송 도중 우연히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 공영탄은 휴전선 근처의 한 마을까지 흘러 들어간다. 이장(임현식)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공영탄을 새로 부임할 예정인 선생님으로 착각한다. 공영탄은 아직 삼청교육대에서 졸업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그를 교단에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공영탄은 이장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가 은밀한 만남을 갖는 것을 목격하고 이들의 관계를 조금씩 추궁해나가기 시작한다.

<만남의 광장>은 휴전선으로 남과 북이 갈린 한 마을에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이 가짜 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영화는 영문도 모른 채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을을 무대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1980년대의 사회적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 주인공 공영탄은 선생님을 꿈꾸며 삼청’교육대’에 자진 입소한다. 강원도 산골 마을의 주민들은 이런 공영탄을 교육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으로 극진히 모시게 된다. 청솔리 마을의 특이점은 분단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기나긴 땅굴을 만들어 남몰래 내통한다는 것이다. 공영탄은 청솔리 마을에 머물면 머물수록 수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고, 영화는 이러한 비밀을 감추고자 고군분투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임창정을 비롯 임현식, 김수미 등의 코믹연기는 기존 출연작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식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강원도의 순박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강도 높은 욕설 및 성적 농담이 흥건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남의 광장>의 이런 빈틈을 매워 주는 것은 바로 진짜 선생님으로 출연하는 류승범의 카메오 연기. 류승범은 지뢰를 밟아 ‘죽도록 고생하는’ 진짜 선생님 장근을 맡아 감초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낸다. <만남의 광장>은 분단을 소재로 아기자기한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이산가족의 설움과 비애, 통일 문제에 대한 접근은 깊이 있게 이뤄지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만남의 광장>은 <위대한 유산> <조폭마누라>의 조감독 출신인 김종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조디악> - '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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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1969년 7월 4일 캘리포니아. 모두가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느라 정신이 없는 이때, 두 남녀가 으슥한 숲 속에서 차를 세워놓고 달콤한 불륜을 시작한다. 갑자기 자동차가 그들에게 다가와 범퍼 뒤에 댄다. 여자는 혹시라도 자신의 남편이 불륜 현장을 찾아온 것은 아닐까 긴장한다. 조용히 검은 그림자가 운전석 쪽으로 다가오고, 순식간에 권총을 이들에게 난사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을 공포에 밀어 넣는 연쇄살인범 ‘조디악’은 이렇게 탄생한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 룸 The Panic Room>이후 데이비드 핀쳐가 5년만에 연출한 <조디악 Zodiac>은 얼핏 그의 출세작인 <세븐 Se7en>을 떠올리게 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살인범 조디악은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신문사에 ‘별자리(zodiac)’ 암호로 쓰여진 편지를 보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조디악에 매혹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작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큰 사건은 귀신같이 냄새를 맡는 특종 전문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쥬니어), 샌프란시스코 강력계 형사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안소니 에드워즈). 이렇게 네 사람은 전혀 실체를 알 수 없는 ‘조디악’의 뒤를 쫓는다. 이는 <세븐>에서 일곱 가지 대죄를 운운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존 도와 그를 쫓는 밀즈와 서머셋 형사의 구도와 유사한 부분. 제임스 밴더빌트의 시나리오에 데이비드 핀쳐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랜 취재와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탓에, <조디악>은 범죄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종결의 순간을 철저히 고증에 기초하여 실제에 가깝게 묘사한다. 범죄가 시작되는 1969년부터 연쇄살인범의 실체에 접근하는 1991년까지 영화는 23년의 시간을 쉴새 없이 달린다. ‘며칠 후 샌프란시스코,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발레르소, 몇 년후 캐나다 온타리오’ 등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충실한 캡션은 극의 긴박감을 극대화시키는 데 일조하지만, 역설적으로 2시간 38분 내내 한 방향으로만 우직하게 나아가다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게 하기도 한다. 제임스 그레이스미스 역의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합격점을 받았다. ‘브로크백 보이’의 이미지를 뒤로 하고 제이크 질렌할은 조디악의 존재에 그의 인생의 수를 던지는 남자의 역할에 잘 어울린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 휴가 떠난 미스터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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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영국신사 미스터 빈이 휴가를 떠난다. 세계적인 영화 축제가 열리는 프랑스의 칸이 바로 미스터 빈의 휴가지다. 런던의 한 교회 행사에서 당첨된 칸 여행권과 캠코더를 가지고 미스터 빈은 기쁜 마음으로 파리행 유로스타에 몸을 싣는다. 런던에서 파리를 거쳐 칸까지 가는 동안 미스터 빈은 눈 앞에서 기차를 놓치고, 여권과 기차표를 분실하며, 유괴범으로 몰리고, 아름다운 신인 여배우의 차를 얻어타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다.

영국 BBC-TV의 시리즈물로 영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미스터 빈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옮겨낸 1997년작 <빈 Bean>은 당시 전세계적으로 2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관객들의 웃음을 훔쳐냈다. TV 시리즈와 영화 <빈>이 미스터 빈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특별한 사건을 일으키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다면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Mr. Bean's Holiday>는 미스터 빈이 여행 중에 벌이는 소동을 그려낸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내기 일쑤인 미스터 빈이 여행을 떠났으니 오죽하랴?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는데다 여권과 기차표를 잃어버리기까기 여행지에서 일어날 법한 모든 재앙이 미스터 빈에게 닥친다. 그러나 재앙만 있는 건 아니다. 비록 유괴범으로 몰리긴 하지만 유명 러시아 감독의 아들과 동행하고, 신인 여배우의 차를 얻어타는 등 여행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친구 사귐의 즐거움도 만끽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로 인기를 끈 로완 앳킨슨은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도 특유의 슬랩스틱을 마음껏 활용한다. 거의 대사가 없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는 로완 앳킨슨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완 앳킨슨의 몸언어에 절대적으로 기대 웃음을 이끌어낸다. 한여름에 초겨울용 정장을 걸친 채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고, 화장실에 갇혀서 발버둥치며, 거리에서 벌이는 즉흥 공연까지 로완 앳킨슨은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펼쳐보이며 관객들을 웃음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러나 이 웃음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는 양분되는 편. "영리한 컨셉과 창조적인 대본, 놀라운 즉흥 연기 등은 이 영화를 즐길 만한 코미디로 탈바꿈시킨다" "고전 무성영화의 매력을 살려낸 유쾌하고 즐거운 코미디"라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10년 전에나 먹힐 법한 익살과 농담으로 지루함을 선사할 뿐" "시종일관 산만하고 시시하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썸머 스톰> - 그 여름, 유쾌한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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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청춘과 여름은 닮은 꼴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와 그 아래 싱그럽게 빛나는 신록이 청춘의 열정과 빼 닮았다면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를 폭풍은 청춘의 불완전함과 엇비슷하다. 미래에 대한 꿈과 사랑으로 머릿속이 가득한 10대의 끝자락. 모두가 장래의 꿈과 이성친구에 관한 문제로 골몰할 이 때, 조금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다. 나는 과연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썸머 스톰 Sommersturm>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 소년의 성장기다.

토비(로버트 스타드로버)와 에힘(코스챠 울만)은 둘도 없는 단짝. 학교 내 같은 조정팀에서 노를 젓는 둘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로 단체 합숙훈련을 떠나게 된 두 사람. 그들은 그곳에서 여학생으로 구성된 또 다른 조정팀과 함께 하게 된다. 피 끓는 10대 소년, 소녀들이 함께 있으니 ‘애정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 결국 에힘과 여자 조정팀의 산드라가 눈이 맞고, 토비에겐 산드라의 친구 엔케가 접근해온다. 하지만 토비는 육감적인 몸매의 엔케에겐 도통 관심이 없다. 토비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에힘과 산드라의 애정 행각에만 쏠려 있다. 산드라와 함께 있는 에힘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이들은 훈련장에서 또 다른 조정팀과 만난다. ‘퀴어스트로크’란 이름을 내건 이 조정팀은 동성애자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에힘에 대한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운 토비는 이들과 만나 더욱 혼란을 느낀다.

<썸머 스톰>은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10대 청춘의 성장기를 무겁지 않은 발랄한 톤으로 그려낸다. 게이 조정팀 퀴어스트로크 멤버들의 모습에서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은 소년들의 좌충우돌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 하지만 단짝친구 에힘을 바라보는 토비의 혼란스런 감정은 그 나름대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벌이는 토비의 치열한 싸움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 공감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공감을 넘어 영화가 얼마나 진지하게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지는 의문. 간혹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포장되는 동성애자와 비동성애자의 좌충우돌이 성 정체성에 대한 소년의 치열한 고민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연출 경력을 쌓아온 신예 마르코 크레즈페인트너 감독이 잡아내는 감각적인 영상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배우, 로버트 스타드로버는 10대 청춘의 혼란을 완벽하게 묘사해낸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 그들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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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밝고 명랑한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와 다정다감한 호텔리어 민재(박용우)는 4년 간의 연애와 3년 간의 결혼 생활을 거치면서 편안해진 커플이고, 아내에게 냉담한 워커홀릭 영준(이동건)과 차분한 성격의 조명 디자이너 소여(한채영)는 형식적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젊은 커플이다. 패션 컨설팅 건으로 만나게 된 유나와 영준은 서로의 도발적인 면에 이끌리고, 일 때문에 홍콩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민재와 소여는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서로 엇갈린 사랑의 화살표를 갖게 된 두 커플은 위험한 관계를 이어간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 사랑')은 도발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지금 사랑>은 서로의 파트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두 커플의 연애담을 담백한 톤으로 풀어놓는다. 결혼한 이후에 운명의 상대를 만난 두 커플은 배우자 앞에서는 감추던 열정을 연애 상대에겐 솔직하게 내보이며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간다. 서로 속이고 서로 배신하며 새로운 사랑을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두 커플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는 한편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 사랑>은 네 명의 남녀 모두에게 사랑의 기쁨과 속이는 괴로움, 배신의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딜레마를 영화는 조심스럽게 풀어놓을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헤어지거나 그냥 살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일 뿐이다.

<지금 사랑>은 두 커플이 서로의 상대방에게 끌린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안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적인 상황과 감정을 드러내 폭발시키며 구질구질한 결론에 이르는 대신 감독은 안전하게 인간의 마음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을 로맨틱한 분위기와 속도감 있는 세련된 편집으로 포장해 예쁜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시킨다. <지금 사랑>의 두 커플은 엄정화와 박용우, 한채영과 이동건이 연기한다. 오랜 연애와 결혼 생활로 편안해진 관계를 유지하는 유나와 민재 커플은 30대 배우 엄정화와 박용우가 맡아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차가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젊은 부자 영준과 소여 커플은 이동건과 한채영이 맡아 30대 커플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예스터데이>를 만든 정윤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스타더스트> - 고전 판타지의 친숙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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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인간 마을에 사는 트리스탄(찰리 콕스)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연적 험프리를 물리치고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와 결혼하는 것. 힘들게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샴페인을 마련해 빅토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트리스탄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가져다 주겠다고 장담한다. 별을 가져다 주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빅토리아의 말을 듣고 인간에게 금지된 영역인 스톰홀드 왕국으로 향한 트리스탄은 스톰홀드와 인간 세계 사이의 담을 지키고 있는 노인에게 호되게 당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트리스탄의 어머니가 스톰홀드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머니가 남겨준 마법의 양초를 이용해 별이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트리스탄은 별똥별이 떨어진 곳에서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스톰홀드 왕국의 왕이 쏘아 올린 루비와 함께 떨어진 신비의 별이 바로 이베인이다. 트리스탄은 이베인을 데리고 인간 마을로 향하고, 루비를 찾는 자가 왕위를 잇는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두 명의 왕자가 루비 목걸이를 차고 있는 이베인을 추적한다. 한편 스톰홀드의 늙은 마녀 라미아(미셸 파이퍼)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이베인의 뒤를 쫓는다.

닐 게이먼이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스타더스트 Stardust>는 판타지 문학의 공식을 그대로 차용한 작품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대립을 이루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순수한 청년과 사악한 마녀, 권력에 눈이 먼 왕자가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순수 청년이 중대한 목적을 위해 길을 떠나고 그를 돕는 선한 조력자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청년을 방해하는 악한들이 교차로 나타난다. <스타더스트>는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나 <해리 포터 Harry Potter> 시리즈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는 <프린세스 브라이드 The Princess Bride>와 <라비린스 Labyrinth>에 가깝다. <스타더스트>는 어린이 관객은 물론 어른 관객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판타지 영화다. 고전적인 판타지 문학의 구조 속에서 친숙한 캐릭터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연령과 관계 없이 좋아할 만한 유머와 재미있는 마법, 순수한 로맨스가 적절한 배합으로 시선을 끌어 잡는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판타지 모험영화의 쾌감을 안겨 주고, 성인 관객에게는 어린 시절 봤던 고전 판타지 영화의 추억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스타더스트>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신인과 중견배우의 조화다. 주인공 트리스탄 역으로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찰리 콕스가 출연하고,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의 클레어 데인즈, <팩토리 걸 Factory Girl>의 시에나 밀러 등이 트리스탄의 여인들로 등장한다. 코믹한 캐릭터로 등장해 웃음을 불어넣는 마녀 라미아 역의 미셸 파이퍼와 캡틴 셰익스피어 역의 로버트 드 니로는 평소의 모습과 다른 연기로 눈길을 끈다. 피터 오툴과 루퍼트 에버렛 등의 단역 출연도 작품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하지만 가장 유쾌한 웃음을 제공하는 캐릭터들은 왕위 계승자가 결정돼야 저승으로 떠날 수 있는 죽은 왕자들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왕자들의 권력 다툼을 희화화하는 유령 캐릭터들의 존재는 자칫 무겁고 따분해질 수 있는 영화에 적당히 가볍고 유쾌한 공기를 채워 넣는다. 연출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 Snatch> 등을 제작하고 <레이어 케이크 Layer Cake>로 감독 데뷔한 매튜 본이 맡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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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신체의 컴플렉스 때문에 대학 입학식에 결석한 마코토(다마키 히로시)는 복잡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와 마주친다. 마코토와 동급생인 시즈루는 보통 학생들과는 달리 신체 발육이 지독히 느리다는 것이 컴플렉스다. 대학생활이 익숙치 않았던 둘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둘 모두의 취미인 사진 찍기를 함께 하며 4년의 대학 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시즈루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로부터 2년 후 미국 뉴욕에서 시즈루로부터 짧은 편지 한 통이 마코토에게 도착한다.

<분기점의 그녀> <레가타> 등 다수의 인기 TV 드라마를 연출한 신죠 타케히코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는 지난 2003년 히로스에 료코, 마츠다 류헤이 주연으로 제작된 <연애사진>의 리메이크다. 기본적으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줄거리는 원작과 동일하다. <연애사진>이 멜로보다는 코미디쪽에 가까운, 다분히 히로스에 료코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남자 주인공인 마코토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다는 정도가 다른 점이다. 영화는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컴플렉스를 안고 사는 마코토와 시즈루의 4년에 걸친 풋풋한 로맨스를 멜로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며 깔끔하게 묘사한다. 극 후반이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신파적이고 감상적으로 마무리되는 원작 탓이다.

영화를 그저그런 신파와 감상에서 구해내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놀라운 화학 반응이다. 야구치 시노부의 <워터보이스>로 주목받은 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TV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가파른 스타덤에 오른 다마키 히로시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마코토 역할로 출연한다. 또한 시즈루 역할의 배우는 <나나>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야자키 아오이다.








 
 
<안녕, 쿠로> - 눈물이 주룩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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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산골마을에 자리한 아키츠 고등학교. 이른 아침 등교길 주변을 낯선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인다. 길을 잃은 것인지 지친 기색이 뚜렷한 검은 강아지. 녀석에게 손을 내민 건 마침 등교 중이던 학생, 료스케(츠마부키 사토시)다. 료스케를 따라 자연스레 학교 정문을 넘어 들어간 검은 강아지는 뜻하지 않은 아이들의 환호를 받게 된다. 문화제 가장 행렬에 쓰일 강아지 모형이 망가져 이를 대체할 것이 필요했던 것. 검은 털에 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 탓에 ‘쿠로’(검다는 뜻의 일본어는 ‘쿠로이 くろい’다)라는 이름을 얻게 된 강아지는 그렇게 아키츠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을 시작해나간다. 쿠로와 함께 한 평화로운 학교 생활. 하지만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어느 날, 료스케와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코지(아라이 히로후미), 두 사람이 함께 ‘연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키코(이토 아유미) 사이에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안녕, 쿠로 Sayonara, Kuro>는 1961년 나가노현에 실존했던 강아지를 모델로 삼고 있는 감동 드라마. 밤에는 학교 수위와 학교 순찰을 돌고, 때로는 학교 직원회의에도 함께 하며 10여 년 세월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10여 년 동안 480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생활했던 쿠로가 1972년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을 찾은 이만해도 수천 명에 달했을 정도. 이후 쿠로는 만화와 짧은 다큐멘터리 등의 주인공으로 오랜 세월 일본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영화로 옮긴 이는 최근 오다기리 죠가 주연한 영화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Tokyo Tawa: Okan To Boku To, Tokidoki, Oton>를 연출한 마츠오카 죠지 감독. 마츠오카 죠지 감독의 편안한 드라마 위에 <워터 보이즈 Waterboys>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심성 고운 고교생 료스케로 분해 <안녕, 쿠로>의 따뜻한 감성에 온기를 더 한다.

전체 관람가인 등급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안녕, 쿠로>는 개와 인간의 진한 우정에 중점을 둔 착하고 따뜻한 영화. 10년 후 수의사가 돼 고향을 다시 찾은 료스케가 아픈 쿠로를 돌보는 장면에선 <안녕, 쿠로>의 착한 심성이 극에 달하고, 쿠로의 죽음으로 매듭지어지는 감동 스토리엔 애잔한 감성이 최고조에 오른다. 감동 드라마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탓에 관객과 따스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안녕, 쿠로>의 최대 매력. 하지만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탓에 갑갑하고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안녕, 쿠로>의 최대 약점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일본 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안녕, 쿠로>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 자유를 향한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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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13

1977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2부 리그의 축구팀 골키퍼인 클라우디오는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납치돼 교외의 오래된 저택에 감금되다. 쿠데타 정부의 하수인들인 남자들은 연락책이 누구인지, 인쇄기는 어디 있는지 물으며 클라우디오를 고문하지만, 정작 클라우디오는 도대체 왜 끌려와 고문을 당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팔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감금생활을 시작한 클라우디오는 옛 친구인 타노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인간적인 심문과 구타, 고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 이상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눈을 뜬 클라우디오와 기예르모, 가예고, 바스코는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1976년 쿠데타를 일으켜 군대를 장악한 아르헨티나 군대는 빠른 시일 내에 정권을 확립하기 위해 정치 탄압을 시작한다. 반대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세운 군 정부는 연루된 사람들은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 감금시키고 처형했다. 특수부대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피의자들을 고문해 얻은 거짓 자백을 이용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처형했다. 1973년부터 1983년까지 1만 명에서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다. ‘아틸라’라고 불리는 저택에 감금됐던 사람들 중 실제로 탈출에 성공한 건 클라우디오를 포함한 네 명의 남자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Cronica de Una Fuga>는 실제로 아틸라에 감금돼 끔찍한 고문을 당했던 클라우디오 템부리니와 기예르모 페르난데스가 공동으로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스라엘 아드리안 카에타노 감독은 인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영화로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작 <볼리비아 Bolivia>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주한 볼리비아 청년의 고된 삶을 그렸고, <붉은 곰 Un Oso Rojo>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카에타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군부 독재 시기의 불법 감금과 인권 유린을 고발한다. ‘탈출의 연대기’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TV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 Prison Break>나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처럼 탈옥을 소재로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다. 끔찍한 고문과 폭행이 날짜 단위로 이어지고 결말부에 네 남자가 탈출하는 과정이 제시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불법 감금의 연대기가 나열식으로 연결되고 일련의 준비 끝에 탈출이 이뤄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역사적 사건의 표면만 비출 뿐 그 속이나 이면을 탐구하려 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 재현,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의 장점은 거기까지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 북극 동물들의 힘겨운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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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북극곰 나누가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에 태어난다. 나누는 뒤늦게 태어난 동생 곰과 함께 장난을 치며 매일을 보내고 싶지만, 엄마 곰은 나누와 동생 곰에게 사냥하는 법을 먼저 가르치려 노력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이들의 사냥은 쉽지가 않다. 배고파진 동생은 결국 죽음을 맞고, 나누는 그 와중에서 홀로서기를 배워야 한다. 한편 바다코끼리 실라는 엄마와 이모의 보호아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바다코끼리 역시 따뜻해지는 날씨에 적들의 공격을 피할 곳이 사라진다. 바다코끼리 가족은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난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Arctic Tale>은 북극곰 나누와 바다코끼리 실라를 주인공으로 북극의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갓 태어난 아기 곰 나누와 바다 코끼리실라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8년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누와 실라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북극의 아름다운 절경을 비롯 북극여우, 일각 돌고래 등 신비하고 귀여운 북극 생물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의 공동연출 및 촬영을 맡은 아담 라베치와 사라 로버슨 부부는 북극에 무려 15년 동안 머물며 북극의 모습과 북극 동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나누와 실라가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누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얼음 속에 숨겨진 먹잇감을 사냥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실라는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육지를 찾아 기나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져서 사냥터가 점점 축소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영화는 후반부에 북극의 빙하가 서서히 녹고 있어, 2040년이 되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묵직한 경고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극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신비함과 생태계 파괴를 설명하는 교육용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원작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의 나레이션은 <시카고 Chicago>의 퀸 라피타가 맡았지만, 국내 개봉 버전에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이 나누가 되어 북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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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3. 18:27
8.45/10
2121명 참여
4.00/10
3명 참여
디 워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심형래
출연  : 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 로버트 포스터
상영시간  : 90분
장르  : 판타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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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63/10
167명 참여
7.50/10
2명 참여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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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정가형제, 정식, 정범식
출연  : 진구, 이동규, 김태우, 김보경
상영시간  : 98분
장르  : 공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4.79/10
397명 참여
힛쳐
예매하기   
감독  : 데이브 마이어스
출연  : 숀 빈
상영시간  : 83분
장르  : 공포, 액션, 범죄, 스릴러,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2007년 08월 02일
8.77/10
87명 참여
6.00/10
1명 참여
리버틴
예매하기   
감독  : 로렌스 던모어
출연  : 조니 뎁, 사만다 모튼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메이킹
8.94/10
82명 참여
8.00/10
1명 참여
영원한 여름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레스티 첸
출연  : 장예가, 장효전, 양기
상영시간  : 96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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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디 워> - 한국 SF 영화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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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30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서 의문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 단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 불명의 비늘뿐. CGNN-TV의 취재 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이 사건을 취재하다 어린 시절 의문의 인물인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은 동양 이무기의 전설을 떠올린다. 몸에 여의주를 지닌 새라(아만다 브룩스)와의 만남을 통해 이든은 이무기의 전설이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제작기간 6년, 총 제작비 300억 원, 100% 한국에서 창조한 컴퓨터 그래픽,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스티브 자블론스키 음악감독과 <다크니스 Darkness Falls>의 티모시 앨버슨 편집감독 등 할리우드 스태프 대거 참여. <드래곤 투카>와 <용가리> 등 한국 괴수 영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심형래의 권토중래작 <디 워 D-War>의 수식어는 한도 끝도 없을 만큼 거대하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용이 되기 위해 여의주를 손에 넣으려는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 ‘브라퀴’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대결이다. 90분 남짓한 러닝 타임 동안 <디 워>는 과거 한국과 현재 미국을 오가며 이무기 전설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이무기, 여의주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끌어오려는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이야기다. 소재만 한국적일 뿐이다. <디 워>가 이 한국적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철저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동일하다. 특히 전혀 과거 한국처럼 보이지 않는 과거 한국을 공격하는 이무기 일당의 시퀀스는 아무리 <디 워>가 판타지 장르의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게 무국적 향기가 강하다.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의 로버트 포스터, <그루지 The Grudge>의 제이슨 베어 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안이하며, 내러티브는 연결 고리 하나 없이 제각각 삐걱대기만 한다. 결국 <디 워>는 악한 이무기 ‘브라퀴’ 일당이 로스 엔젤레스에 등장해서 난장판을 벌이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는 말일까?

300억 제작비 중 대부분이 투입된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은 기대 이상이다. 익룡과 갑옷 군사들을 내세운 브라퀴 일당이 로스 엔젤레스 도심가를 박살내는 장면이나,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최후의 대결 장면은 보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심형래 감독의 노력이 빛을 발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에서 독창적인 것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디 워>가 벤치마킹한 것이 분명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 <스파이더 맨 Spider-Man>, <쥬라기 공원 The Jurassic Park> 등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그것을 모방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디 워>는 한국 SF 영화의 현재를 말해주는 거대한 실험극에 그치고 말았다.








 
<기담> - 혼돈의 시대, 경성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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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30

1942년 경성에 자리한 서양식 병원 ‘안생병원’. 병원장 딸과 정략결혼을 맺은 의대실습생 정남(진구)과 정신과 전문 의사 수인(이동규)이 있는 이곳에 동경에서 막 유학을 끝낸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 부부 의사가 부임한다. 그리고 이들에 이어 새롭게 병원 문을 두드리는 손길이 있었으니. 이는 온몸을 잔혹하게 난도질 당한 일본군 시체. 의문을 죽음을 당한 일본군을 시작으로 강물에 빠져 죽은 여고생,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 칼로 온몸을 난자 당한 소년병까지 사건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 주검은 안생병원 시체 안치실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기담>은 안생병원이란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병원장 딸과 정략결혼했지만 이름도 모르는 시체와 사랑에 빠져버린 정남,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고도 몸에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소녀 아사코를 돌보는 정신과 의사 수인, 끔찍하게 서로를 아끼는 부부의사 인영과 동원이 각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각각의 이야기는 안생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얽혀 들지만, 각기 또 다른 기승전결을 갖춘 독자적인 이야기 얼개를 갖추고 있다. ‘공포영화’로 분류,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기담>에서 전통적인 공포영화 기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건 정신과 의사 수인과 아사코가 주인공인 두 번째 이야기 정도. 나머지는 공포 자체보다 사랑의 애잔함과 쓸쓸함을 표현하기 위해 공포가 도구로 쓰인 정도다. 그러하기에 <기담>에서 공포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 간담 서늘하게 하기보다 은근하고 묵직하게 영화 전체를 감싸고 도는 공기로 작용한다.

<기담>을 낯설고 묘한 분위기로 만들어낸 것은 사실 영화의 ‘기묘한’ 이야기보다 40년대 경성이란 ‘기묘한’ 배경에 더 깊이 연관돼 있다. 서양 신문물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던 그 시대 경성. 일본 문화와 조선 문화, 그리고 막 들어온 서양 문물이 만나며 낯선 문명끼리 부딪히던 그 시대의 혼돈이 <기담> 안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양식 백화점이 들어서고, 전차와 자동차가 도심을 가로지르며 양복을 빼 입은 이들이 거리에 가득하지만 한편으론 정략결혼이란 오랜 관습이 여전했던 시대. 오랫동안 일본의 침략을 받아왔지만 이 역시 곧 저물고 말 혼란의 시대 말이다. 이렇듯 <기담>은 이성과 비이성, 자유와 구속이 혼재해 있던 경성 시대, 한 자락에 대한 서늘하고 기묘한 찬가에 다름 아니다.

40년대 경성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기담>의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1,300여 평에 자리잡은 세트 장엔 경성 거리와 병원 외곽은 물론, 안생병원 내부의 모습이 꼼꼼히 재현됐다. “그 무엇보다 고증이 가장 중요”했다는 정가형제 감독의 말처럼 <기담>의 주 배경인 안생병원을 비롯해 경성의 구석 구석의 풍경과 의상, 소품들이 치밀한 고증을 거쳐 스크린 위에 되살아났다. 완벽한 세트 디자인으로 우선 시선을 잡아 끈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기담>의 완벽 효과음들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경성의 혼란과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잡아낸 미장센의 완벽함과 더불어 김보경과 김태우, 진구와 이동규는 물론 <숨>의 지아, <구미호가족>의 아역 고주연 등 배우들의 호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기담>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힛쳐> - 낯선 자를 차에 태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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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30

캠퍼스 커플 그레이스(소피아 부시)와 짐(자크리 나이튼)은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동차를 끌고 여행을 떠난다. 폭우를 뚫고 외딴 도로를 달리던 어느 날 밤, 이들은 비에 흠뻑 젖은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근처 모텔까지 태워주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이름을 존 라이더(숀 빈)이라고 밝힌 그는 곧 그레이스와 짐을 흉기로 위협하고, 이들의 여행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뒤바뀐다. 그레이스와 짐은 가까스로 존 라이더를 달리는 차 밖으로 떨쳐내지만 얼마 후 그를 다시 만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힛쳐 The Hitcher>는 1986년 로버트 하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이 짐이라는 한 남자에서 그레이스, 짐 커플로 바뀌기는 했지만 낯선 남자를 차에 태워 위기의 순간에 놓인다는 원작의 기본 설정에는 변함이 없다. <힛쳐>가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입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치광이 살인마 존 라이더는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학살하고, 영화는 이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존 라이더가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토하고 사지가 절단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존 라이더의 살인행각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이유 없는 폭력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1986년 원작에서 존 라이더를 연기한 룻거 하우어는 살인마 특유의 음산한 기운을 한껏 내뿜으며 기이하고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 바 있다. 서늘하고 깊은 눈매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그는 얼핏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관객들의 목을 서서히 죄어 왔다. 하지만 리메이크작 <힛쳐>의 존 라이더는 기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의문의 살인마에 불과하다. 영화는 존 라이더라는 연쇄살인범을 그저 살육을 즐기는 평면적인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그만의 개성을 상당 부분 놓치고 만다. <힛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설립한 공포영화 제작사 플레티넘 듄스의 네 번째 작품으로, 연출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했던 데이브 마이어스 감독이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리버틴> - 천재 시인 존 윌모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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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30

왕정복고가 한창인 17세기의 영국. 로체스터 백작(조니 뎁)은 세상과 담을 쌓고 술과 여자에 집착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명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배리(사만다 모튼)를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최고의 여배우로 만들기 위한 연기수업을 실시한다. 결국 런던 최고의 여배우가 된 그녀는 로체스터 백작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다. 한편 영국 왕 찰스 2세(존 말코비치)는 로체스터 백작의 재능을 알고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연극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로체스터 백작은 찰스 2세를 노골적으로 풍자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왕으로부터 큰 노여움을 산다.

<리버틴 The Libertine>은 17세기 영국의 천재 시인이자 극작가인 존 윌모트 로체스터 백작를 그린 영화다. 로체스터 백작은 노골적인 성적묘사와 풍자로 당대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으며, 훗날 알프레드 테니슨, 볼테르, 괴테 등에 영향을 준 인물이다. 17세기 영국은 청교도들의 폭정이 끝나고 찰스 2세가 영국 왕으로 복귀하면서 정치, 경제, 예술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다. 특히 성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급격하게 확산됐는데, 왕과 귀족들은 자유롭게 여자를 사고 매독을 비롯한 성병이 사회 문제로 제기됐다. <리버틴>은 바로 이 지점을 출발로 삼는다. 연극의 화려한 막이 내리면 여배우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매춘을 벌여야 했고, 그 누구도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고 가슴 속 깊은 상처만 남겼다. 엘리자베스 배리는 그 동안의 모진 시련으로 인해 사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여인이다. 그녀의 마음을 열어준 이는 난봉꾼으로 불리는 로체스터 백작. 난잡하고 방탕한 생활로 악명이 높은 로체스터 백작은 오히려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준 유일한 남자였다.

영화는 로체스터 백작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뚝심과 평생 사랑을 믿고 살았던 그의 인간성을 상기해 보자는 것. 겉보기엔 술과 여자에 찌들어 인생을 탕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양심에 비춰 인간답게 살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이제 나를 좋아하게 됐나요?”라며 로체스터 백작의 독백으로 끝맺는 영화의 결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로체스터 백작을 맡은 조니 뎁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에서 예언자로 출연한 바 있는 사만다 모튼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영원한 여름> - 성장과 관계에 관한 퀴어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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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30

해안가의 작은 초등학교, 말썽꾸러기 위샤우헝(장효전)과 우등생 캉정싱(장예가)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본의 아니게 단짝친구가 된다. 담임선생님이 내성적인 캉정싱에게 활동적인 위샤우헝의 친구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위샤우헝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캉정싱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샤우헝과 단짝친구가 된다. 중고등학교까지 줄곧 친구 사이로 지내던 두 사람 사이에 후이지아(양기)가 끼어들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위샤우헝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캉정싱은 후이지아와 사귀면서 애써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할수록 캉정싱은 점점 후이지아와 멀어진다. 캉정싱의 비밀을 알아챈 후이지아 역시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음을 직감한다. 캉정싱과 멀어지는 사이 후이지아는 위샤우헝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캉정싱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며 괴로워하지만, 정작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못한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이 연출한 <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은 퀴어영화의 틀을 빌린 성장드라마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단짝친구였던 두 남자와 그 사이에 끼인 한 여자가 연쇄적인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영화의 시선은 여자보다는 두 남자의 동성애적 관계에 쏠려 있다. 캉정싱은 위샤우헝에게 자신과 후이지아 중 누구를 택할 것이냐고 묻고, 위샤우헝은 친구도 애인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캉정싱과 위샤우헝의 관계는 육체적 관계를 빼면 너무나 분명하게 동성애적이지만, 동성애자인 캉정싱과 달리 위샤우헝은 양성애자에 가깝다. 두 남자의 관계는 동성애자의 그것도 아니고, 이성애자의 그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 혹은 세 사람의 관계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원한 여름>은 세 사람의 관계가 향하는 지점에 관심을 갖기보다 이들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동성애는 단지 사랑의 한 방식일 뿐이다. 세 인물은 관계가 변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발견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캐릭터의 행동방식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내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젊은 감독의 설익은 감수성은 성장드라마 속의 미숙한 청춘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영원한 여름>이 매력적이라면 그것은 청춘의 미숙함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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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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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라따뚜이> - 쥐, 요리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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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레미(패튼 오스왈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우연한 사고로 하수구에서 가족과 헤어진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주방에서 요리에 열중하던 레미는 청소부 링귀니(루 로마노)에게 발각되고, 해고 위기에 처한 링귀니는 레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의기투합을 제안한다.

<라따뚜이 Ratatouille>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Toy Story>(1995)부터 <카 Cars>(2006)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3D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제시해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007년 신작이다. 영화의 제목인 '라따뚜이'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잡탕 야채 스튜를 뜻하는 말로, 극 중에서는 '요리를 휘젓는 쥐'(rat-touille)로도 해석된다.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프로 요리사를 꿈꾸는 쥐 레미다. 더러움과 병균의 상징인 혐오동물의 대표 쥐가 감히 요리사가 되려하다니. 하지만 '모두가 요리할 수 있다'는 요리 책을 낸 요리사 구스토의 생각은 다르다. <라따뚜이>는 구스토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결국 요리사로 성공하는 쥐 레미의 좌충우돌기다.

마리 당 3만개가 넘는 쥐의 털, 실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하게 창조된 수중 장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갖가지 프랑스 요리 등 <라따뚜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기술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라따뚜이>의 캐릭터와 이야기. 하찮고 더러울 뿐인 생쥐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좌절과 한계 상황에 부딛힌 모든 낙오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준다. 주인공 레미의 목소리는 미국 HBO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인기를 끈 패튼 오스왈트가 맡았으며, 링귀니는 <카>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에서도 성우로 활약한 루 로마노가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한 명 더. 가혹하기 짝없는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의 중후한 목소리는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의 피터 오툴이다. 연출은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에반 올마이티> - 도시 한복판에 거대 방주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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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뉴스 앵커 에반 백스터(스티브 카렐)가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미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된다. 아내 조앤(로렌 그레이엄)과 세 자녀와 함께 워싱턴 DC 인근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온 에반은 자신이 주창한 슬로건처럼 진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런데 정계 진출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주문하지도 않은 목재, 망치, 못이 배달되고 급기야 신(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곧 있을 홍수에 대비해 거대한 방주를 만들라는 명을 내린다. 에반은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무시하지만 온갖 동물들이 쌍을 지어 자신을 따라다니자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결국 에반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방주 제작에 돌입하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질한다.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의 속편 <에반 올마이티 Evan Almighty>는 노아의 방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성서의 이야기를 현대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재치 있는 요소들을 풀어 놓는다. 에반의 집으로 배달되는 방주의 자재들은 투박한 잣나무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다. 에반이 아침마다 자명종 시계소리에 깨는 시간은 새벽 6시 14분. 창세기 6장 14절에 언급되는 노아의 방주를 가리킨다. 신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실을 믿지 못하는 에반이 쌍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도 돋보이는 설정. <에반 올마이티>는 신을 만나 예기치 못한 고행을 겪는 에반의 이야기를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 삼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에반의 가족들과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거대한 방주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클라이맥스 부분도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 에반의 방주가 물살을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홍수의 원인이 결국 한 국회의원의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결말은 느닷없다. 에반이 그 동안 힘겹게 방주를 만들고 온갖 동물들을 태운 이유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끝나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에반 올마이티>는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 <브루스 올마이티>의 톰 쉐디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으로 유명한 스티브 카렐이 주인공 에반 역을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화려한 휴가> - 그들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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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이재수의 난>의 기획시대가 제작하고 <목포는 항구다>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이하 '5.18')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영화다. 그 동안 <모래시계> <꽃잎> <박하사탕> <부활의 노래> 등 5.18을 그린 TV 드라마와 영화는 꽤 제작되었지만, 5.18을 이처럼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다.

<화려한 휴가>는 5월 18일, 그러니까 전남대 교문 앞에서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충돌하는 시점 전후로 전체적인 줄기를 나눌 수 있다. <화려한 휴가>의 전반부는 중반 이후 벌어지는 그 엄청난 비극으로부터 180도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5.18이 발발하기 직전 광주의 모습은 마치 유토피아를 떠올릴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이기 짝없는 소도시의 전형이다.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주저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함께 모여 TV로 인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보고, 야유회에선 신부와 퇴역 군인, 그리고 택시 운전사가 함께 1인2각 경주를 벌인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의 한시간 남짓한 전반부를 가능한 포근하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는 앞으로 닥쳐올 비극과의 확연한 대비를 위한 장치다.

5월 18일 이후 <화려한 휴가>는 철저히 팩션 드라마의 길을 따른다. 실제로 2만장이 넘는 증언록과 실제 항쟁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과의 인터뷰 등 치밀한 고증을 거쳐, 영화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치열했던 광주의 열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김상경이 연기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나 박신애(이요원), 강진우(이준기), 박흥수(안성기) 등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을 재구성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모두 평면적인 느낌으로 일관된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5.18은 당시 40만 광주 인구의 80퍼센트를 뒤흔든, 엄청난 광풍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이요원이 분한 신애는 차를 타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라고 울부짖는다.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것이다. 폭동이 사태로, 사태가 항쟁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주민주화항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공유하는 전체의 역사가 아닌, 전라도 지역에 한정된 역사다. '왜 하필 지금 5.18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명쾌한 대답이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므이> - 이국적인 풍경 속에 스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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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새로운 소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소설가 윤희(조안)에게 어느날 베트남에 살고 있는 친구 서연(차예련)이 소식을 전해온다. 베트남으로 떠난 후 처음으로 연락을 취해온 서연은 윤희의 관심을 한번에 잡아챌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주 받은 여인 므이의 초상화에 얽힌 전설. 소설 욕심에 윤희는 서연의 초대를 의심없이 받아들여 베트남으로 날아간다. 서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므이의 전설에 얽힌 자료를 찾아다니던 윤희는 초상화에 얽힌 비밀들이 밝혀질수록 주변에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므이>는 베트남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100년 전에 사망한 므이라는 한 여성의 초상화에 숨어 있는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공포를 덧입혀놓은 영화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촬영한 첫 작품이기도 한 <므이>는 므이의 비밀을 추적하는 윤희와 서연의 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두고, 므이의 비밀과 서연의 비밀을 슬쩍 엮어놓는다. 여기에 서연과 윤희의 복잡한 관계가 한 축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므이>는 기본적으로는 므이라는 인물의 초상화와 연관된 사건과 비밀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는 한편, 자극적인 장면과 뭔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등 기존 공포영화들에서 즐겨 사용해온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낯선 베트남이라는 공간도 공포 효과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아쉬운 점은 후시 녹음인 탓에 현장감이 약하다는 점. 그래서 공간이 주는 청각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결합한 <므이>의 연출은 공포영화 <령>으로 데뷔한 김태경 감독이 맡았다. 그리고 <여고괴담> 시리즈로 주목받은 조안과 차예련이 묘한 친구 사이인 윤희와 서연으로 분해 연기 대결을 펼쳤다. 베트남의 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조안과 차예련을 제외한 출연진들의 대부분은 베트남 배우들로 꾸려졌고, 베트남 고유의 풍경을 담아내는데도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 아이돌 영화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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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고교 전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7:1로 맞붙어 열일곱 명을 모두 무릎 꿇게 했다는 ‘주먹짱’ 전설부터 학원이 웬 말이냐, 교과서만 파고 들어 수석합격 했다는 ‘공부짱’ 전설까지.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전설들은 바로 ‘킹카, 퀸카, 사대천왕’이라 수식되는 꽃미남, 미녀 전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주연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다루고 있는 고교 전설이 바로 이 부류다. 고교 대표 꽃미남만 겨냥한다는 테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아웅다웅 하는 고교생의 분투기를 그린다.

첫 사건은 2월 14일. 가람 고등학교의 꽃미남이 늦은 밤, 으슥한 골목에서 변을 당한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3월 14일엔 거창 고등학교의 몸짱, 얼굴짱이 똑같은 변을 당한다. 두 사건만이라면 우연이라고 넘겼을 터. 하지만 4월 14일 나담 고등학교 꽃미남마저 같은 사건을 겪자 파고들 건 교과서밖에 없던 고교생들은 이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늘파란고등학교 학생 기범(김기범)은 사건 추적 블로그를 만들어 인기 블로거가 되고, 언론이 테러를 당한 세 꽃미남들을 주목하자 이제 이 사건은 진정한 ‘사건’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한편 다음 테러대상으로 지목된 늘파란고등학교의 3대 꽃미남인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동아리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은 이상한 경쟁심에 휩싸인다. 다음 테러의 대상이 돼야 꽃미남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된 것. 자, 이제 테러를 당하기 위한 세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쉽게 젝스키스의 <세븐틴>이나 H.O.T.의 <평화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들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전의 아이돌 영화와 하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영화로서 별다른 매력을 갖지 못했던 과거 아이돌 영화와 달리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여러 면에서 매력 또한 지니고 있다. 입시 이외에 뚜렷한 목적이 없는 10대들이 자신들의 주변에서 이슈를 만들고 또 그 이슈를 키워가는 과정의 아이러니가 영화 안에 큰 틀로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유머가 흥겹다. 꽃미남 혹은 연예인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고교생들의 쳇바퀴 일상이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자신에 대해 비꼬아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절대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연상시키는 재치 넘치는 CG, 유머러스한 대사와 간간이 박혀 있는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웃음을 끌어낸다. 테러라는 하나의 사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에피소드로 처리되는 탓에 이야기 엮어나가는 게 허술하고, 내레이션의 무거운 톤과 활기찬 영상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 <여고괴담 2>의 조감독을 거친 이권 감독이 연출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이 각본을 맡았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만덜레이> - 자유와 속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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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도그빌을 떠난 그레이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갱스터인 그녀의 아버지(윌렘 대포). 그들은 여행 길에 미국 남부 알라바마 주에 위치한 목화 농장 만덜레이를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만덜레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노예제도가 세상에서 사라진 지 70여 년의 세월이 지난 그날까지, 만덜레이의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 노예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백인들에게 있다고 믿는 그레이스는 그곳에 머물며 이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돕기로 마음 먹는다. 그레이스는 그들과 함께 살며 생활하는 것은 물론, 토론과 다수결 투표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가르침을 가르친다. 흑인들에게 자유로운 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한 그레이스의 노력은 피나는 투쟁에 가깝다. 그러나 흑인들의 생활은 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속박과 억압을 벗어나는 것, 과연 그것이 자유의 진정한 모습일까?

<만덜레이 Manderlay>는 <도그빌 Dogville>과 <워싱턴 Washington>을 잇는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 두 번째 이야기다. <도그빌>이 대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 ‘도그빌’을 통해 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면 <만덜레이>는 노예제도와 자유에 관한 우화를 그리고 있다. 노예들이 해방이 된 후 이전보다 더 굶주리게 되자 옛 주인을 되찾아가 벌이는 일을 옮긴 프랑스 작가 장 폴랑의 ‘O의 이야기’ 서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덜레이>는 두 팔을 옥죄고 있던 사슬을 푸는 것, 그것으로 노예 해방이 끝난 것인지를 되묻는다. 백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흑인을 노예로 만든 것과 같이 노예 해방 역시 철저히 백인들의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뿐, 당사자인 흑인들의 상황과 입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이 라스 폰 트리에가 내놓는 비판. 자유와 속박은 권력을 쥔 백인이 흑인에게 내리는 용단이 아닌, 흑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분실 선으로 쓱쓱 구역을 분할해 만들어 놓은 세트 위에 연극 무대처럼 세워졌던 <도그빌>의 공간 구성은 <만덜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미국 3부작을 끝맺음 할 <워싱턴>도 이와 같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 때문에 <도그빌>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영상적 충격은 <만덜레이>에서는 덜한 편이다. 자유와 속박은 흑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영화의 입장은 선명하고 반복적으로 제시되지만 별다른 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이야기 줄기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의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신선한 연기와 <스파이더맨 Spider-Man>의 윌렘 대포, <컬러 퍼플 The Color People> <리썰 웨폰 Lethal Weapon>의 대니 글로버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 자연스럽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인랜드 엠파이어> - 세 시간짜리 초현실주의 악몽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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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데이비드 린치에게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가 있다. 그의 영화세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를 보더라도 단박에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복제와 재생산, 모방과 인용이 범람하는 영화 시장 속에서 데이비드 린치의 낙인만은 여전히 고유한 것으로 남아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부터 계속 이어지는 데이비드 린치 영화세계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그렇듯 <인랜드 엠파이어>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4차원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악몽, 순환, 상징, 서로 다른 자아의 존재, 두 자아의 교차,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 등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다시 뒤섞인다. 부분적으로는 논리적인 연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일관성 있는 논리로 풀어내려 하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야기가 하나의 단락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이면 감독은 전혀 다른 세계로 건너뛰고 이전 세계와 조금씩 연결시키다 다시 처음 제시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덧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무엇이 현실이고 꿈이고 가상세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제가 알고 보면 내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자신의 삶을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두 문장이 아마도 <인랜드 엠파이어>를 관통하는 핵심일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TV를 보고 있는 여자가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두 남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시트콤 같은 사운드 효과 속에서 머리는 토끼이고 몸통은 사람인 세 캐릭터의 대화가 관객들을 어리둥절케 한다.(의인화된 토끼들의 방은 린치의 2002년작 중편 <래빗츠 Rabbits>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후부터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니키 그레이스(로라 던)의 저택에 이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폴란드 출신 노파가 방문한다. 공격적인 말투로 니키를 대하는 노파는 그녀가 곧 이야기 중인 새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것이며 그 영화는 사실 로맨스영화가 아닌 살인사건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은 내일이 어제일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순식간에 다음날로 이어지고 니키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남자 주연배우 데븐 버크(저스틴 서루)와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니키는 감독으로부터 ‘On High in Blue Tomorrows’라는 제목의 이 영화가 폴란드 집시 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며 이미 한 차례 만들어질 뻔한 영화 ‘47’의 리메이크라는 고백을 듣는다. 감독에 따르면 원래 제작되던 영화가 중단된 것은 두 주연배우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서 <인랜드 엠파이어>의 이야기는 점점 분열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영화에서 불륜에 빠지는 연기를 하던 니키와 데븐은 극 중 캐릭터인 수잔 블루와 빌리 사이드처럼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폴란드 노파의 말처럼 어느 순간 어제가 내일이 되고, 니키는 마치 과거 만들어질 뻔했던 영화 속 배우로 보이는 인물의 삶을 살게 된다.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 더 이상 영화 속 영화는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건너간 니키의 기이한 삶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보면 니키는 폴란드에 있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거리의 창녀로 전락해 할리우드의 거리를 배회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거리에서 쓰러져 죽어가던 니키는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를 마친 니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데이비드 린치가 필름을 버리고 저화질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풀어냈던 상징과 악몽, 순환의 4차원적 세계를 더욱 먼 지점까지 끌어간다. 논리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인랜드 엠파이어>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난수표 같은 수수께끼로 세 시간의 고문을 줄 테지만, 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하는 열혈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악몽의 쾌감을 선물할 것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두고 할리우드에 대한 린치식 독설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영화의 일부만 보는 것과 같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체험을 위한 영화다. 논리에 어깨들 기대는 순간 관객은 암흑의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가족상속괴담> - 태아귀신에 얽힌 가문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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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중국의 오래된 무속신앙 중에는 ‘태아귀신 모시기’라는 것이 있다. 가문의 번영을 위해 태아의 시체를 납골 단지에 담고 희생양으로 선택된 이의 피를 뽑아 먹이면 태아 귀신이 가문에 큰 복을 가져다 주는 동시에 때로는 가문을 위해 살생을 범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대만의 공포영화 <가족상속괴담 The Heirloom>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태아귀신에 관한 무속신앙을 소개하며 영화의 모티브를 소개한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감독의 배려이자 이야기의 허구성과 현실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책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양씨 가문의 오래된 대저택을 물려받은 제임스이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터라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호기심이 생긴 제임스는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먼지투성이인 저택에서 약혼녀인 무용가 요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인 이첸, 아쳉과 새 출발을 자축하는 파티를 연 제임스는 자정이 지나면서 기이한 이미지의 꿈을 꾼다. 저택과 관련한 기묘한 일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첸과 아쳉이 자정만 되면 기억을 잃고 저택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방 도시로 출장을 갔던 아쳉이 목이 졸린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저택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거실에서 밤을 지낸 경찰 또한 다음 날 자정에 자신도 모르게 저택에 되돌아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대만의 젊은 감독 레스티 첸이 스물넷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공포영화에 관한 역사가 거의 전무한 대만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대만 박스오피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가족상속괴담>에 기본 뼈대를 제공하는 것은 혈연의 존속과 가문의 위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적 가족관과 중국의 고유한 무속신앙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키고, 태아귀신 무속신앙을 이용해 다시 복수의 저주를 내린다. 피의 저주로 인해 희생된 원혼들은 다시 집안의 마지막 상속자에게 저주를 내리려 한다. 혈연관계에서 시작된 저주는 공간으로 이어져 가문의 상속자보다 저택에 머문 사람들이 먼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상속괴담>이 내세우는 태아귀신이라는 소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공포 괴담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오래된 대저택이 자아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무척 효과적인 반면 영화는 공포의 근원에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비밀을 꼭꼭 숨겨뒀다가 조금씩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링 Ring> 이후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에 정착되기 시작한 ‘죽음의 법칙’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저주에 얽힌 미스터리와 죽음의 법칙을 결합시킨 시나리오도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공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이야기 자체로 옮겨가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제자리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정작 분위기는 무섭지만 내용은 하나도 없는 초반부와 내용은 많지만 정작 공포심을 자극하는 내용물은 하나도 없는 후반부가 작품의 일관성마저 훼손시키고 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급속하게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의 공포영화들 속에서 <가족상속괴담>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폭력의 역사> -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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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23

미국의 한 시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톰(비고 모텐슨)은 아내(마리아 벨로)와 아들, 딸과 함께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식당에 2인조 강도가 들어와 종업원과 손님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톰은 몸을 던져 이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이 사건으로 톰은 언론에 대서특필돼 유명세를 치른다. 하지만 이 유명세로 필라델피아 갱단 두목인 포가티(에드 해리스)가 나타나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포가티는 톰을 조이라고 부르며 믿기지 않는 사실을 말해준다. 톰은 원래 갱단의 유명 킬러였지만 자신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망쳤다는 것. 톰은 이를 극구 부인하지만, 포가티는 톰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톰의 목을 죄기 시작한다.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는 미국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톰은 과거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악인이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톰은 우연한 계기로 폭력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폭력의 역사>는 악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폭력의 역사>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의 집요함 때문이 아니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중성에 있기 때문이다. 톰은 자신의 가게에서 2인조 강도를 처단한 것처럼 똑 같은 방식으로 악당을 물리치며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한다. 모든 것이 해결된 후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도감이 아니라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불안한 톰의 정체성 때문이다.

<폭력의 역사>는 DC 코믹스에서 출간한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출은 <비디오드롬 Videodrome>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크래쉬 Crash> 등을 만들며 육체의 변형,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끊임없이 다뤄왔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맡았다.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의 아라곤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톰과 조이를 넘나드는 호연을 펼치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휴먼 스테인 The Human Stain>의 에드 해리스가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리는 포가티 역을 맡아 섬뜩함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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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7. 11. 08:56

8.04/10
124명 참여
6.00/10
3명 참여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예매하기   
감독  : 데이빗 예이츠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상영시간  : 137분
장르  : 판타지, 가족, 모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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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2007년 07월 12일

7.27/10
70명 참여
5.33/10
3명 참여
해부학교실
예매하기   
감독  : 손태웅
출연  : 한지민, 오태경, 온주완
상영시간  : 111분
장르  : 공포, 미스터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6.35/10
111명 참여
4.00/10
1명 참여
변신
예매하기   
감독  : 사노 토모키
출연  : 타마키 히로시, 아오이 유우
상영시간  : 108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6.50/10
8명 참여
레이디 채털리
예매하기   
감독  : 파스칼 페랑
출연  : 마린나 핸즈, 쟝-루이스 콜로흐
상영시간  : 134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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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질풍노도의 해리 포터
 
등록일
2007.07.09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5학년을 앞둔 방학은 여전히 따분하고 지겹기만 하다. 사촌 더들리(해리 멜링)와 그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던 도중 해리는 뭔가 사악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디멘터들의 공격을 막느라 마법을 쓴 해리는 학교 밖에서 마법을 썼다는 이유로 퇴학 통지를 받는다. 눈앞이 캄캄해진 해리를 어둠의 마법사 오러들이 불사조 기사단의 비밀 장소로 데려가고, 불사조 기사단을 만난 해리는 기사단의 일원인 시리우스를 만나 부모님의 과거 활약상을 듣고 힘을 얻는다. 덤블도어 교장(마이클 갬본)의 중재로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지만, 예언자일보는 볼드모트(레이프 파인즈)가 돌아왔다는 말이 거짓이라며 해리를 비난한다. 해리를 퇴학시키는 데 실패한 마법부 장관은 엄브릿지(이멜다 스톤튼)를 교수로 임명해 교장 덤블도어를 포함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탄압한다. 학교 내에서 엄브릿지의 권력은 점점 커지고 학생들에 대한 금지사항도 점점 늘어만 간다. 볼드모트와의 대결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 해리는 ‘덤블도어의 군대’를 만든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의 뜻에 따라 학교 내 비밀단체에서 마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볼드모트와의 대결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해리 포터는 5학년이 되면서 점점 성인의 세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볼드모트의 귀환과 케드릭의 죽음 이후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 해리는 꿈에서 시리우스가 공격 당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볼드모트와 자신의 알 수 없는 연결고리에 대해 괴로워한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이하 ‘불사조 기사단’)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고, 그 사이 해리는 어린 꼬마에서 성인을 앞둔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어릴 땐 마법의 세계가 모두 신기할 따름이지만, 어른이 되면 마법이 엄청난 책임감을 필요로 하고 때론 죽음의 위협까지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5학년이 된 해리 포터는 전형적인 청소년기의 불안을 끌어 안으며 조금씩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다.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소통하기 힘든 고독감, 타오르는 분노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이전의 네 편보다 더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법사로서, 평범한 한 명의 청소년으로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해리에게 초점이 맞춰진 탓에 헤르미온느와 론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액션 판타지 장르의 특성도 상당 부분 축소됐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열혈 팬들이 <불사조 기사단>을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는 반면, 일반 영화 관객들은 흥미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은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열혈 팬들은 그동안 나열됐던 플롯의 가지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보며, 귀염둥이 꼬마였던 해리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반면, 낭만적인 판타지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팬들은 드라마 중심의 영화를 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 단계에 위치한 작품이라는 점은 새롭게 투입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로 작용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시리즈에서 5편의 역할은 이전 플롯들 사이에 숨겨졌던 연결고리들을 조금씩 제시하고 안개 속에 가려 있던 이야기의 실타래들을 보다 분명하게 구체화시키는 데 있다. 시리즈의 중간 단계에서 주인공 해리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고 플롯들을 정리하느라 소설 시리즈 중 가장 두꺼운 5번째 작품을 압축시키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단일 작품으로서의 쾌감에 몰두하는 작업이 아니라 시리즈의 흐름을 조율하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한정된 시간에 압축하는 것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였을 것이다. 해리와 초쳉의 첫 키스가 별다른 화학작용 없이 끝나버린 것은 그런 이유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중반의 드라마가 어둡고 무겁게 펼쳐지긴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감독은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해리가 마법사들과 함께 템즈 강을 날아다니는 장면과 위즐리 형제가 엄브릿지 교수의 정신을 쏙 빼놓는 마법쇼 장면은 어린이 관객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볼드모트와 덤블도어 교수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화려한 특수효과와 함께 마치 <스타워즈 Star Wars>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쾌감을 안겨준다. 볼드모트와 덤블도어의 마법 대결 장면이 너무 짧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해리와 볼드모트와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확장시키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해리 포터의 어두운 내면과 마법 세계의 화려함을 형상화한 촬영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살인에 관한 짧은 영화 A Short Film About Killing>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블루 Trois Couleurs: Bleu>,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등의 영상을 담당한 슬라보미르 이드지아크가 맡았다.




 

 
<해부학교실> - 모든 죽음에 메스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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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09

여섯 명의 의대생들이 한 팀을 이뤘다. 슬픈 가족사를 지닌 선화(한지민), 건방지고 제멋대로인 중석(온주완), 차분한 성격의 기범(오태경), 학업에만 정진하는 모범생 은주(소이), 넉넉한 체구와는 달리 심약한 성격의 경민(문원주), 공부보다 연애에 더 관심 있는 지영(채윤서)이 해부학 실습 동안 같은 배를 타게 됐다.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해 메스를 든 첫 날,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카데바(해부용 시체)는 젊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다. 하지만 선화를 비롯한 여섯 명의 팀원들을 이 카데바를 접하면 접할수록 지독한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기 된다. 급기야 모범생 은주를 시작으로 팀원들이 한 명씩 살해되고, 해부학교실에는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목숨을 부지한 선화, 중석, 기범은 자신들의 카데바가 일련의 사건들과 관계가 있음을 깨닫고 조사에 착수한다.

<해부학교실>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해부학 실습실이 영화의 공포감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 공간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실습대, 스산한 소리를 내는 냉장고, 혈관처럼 뻗어있는 파이프라인으로 채워져 있어 섬뜩함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정체불명의 카데바를 접한 선화의 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갈 때도 해부학교실은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미로처럼 그려진다. 실제 <해부학교실>은 제작비의 30%가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이곳에 투자됐는데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린 섬세한 세트와 소품들이 무서움을 유발하게 하는 큰 장치로 활용된다.

<플란다스의 개>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이자 단편 <필통낙하시험>으로 주목 받은 손태웅 감독은 깜짝 놀라게 하는 도식적인 공포영화 장치가 아닌, 스산한 분위기와 상황으로 공포감을 서서히 주입시킨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두 번의 살인 사건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귀신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모골이 송연할 만큼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하지만 <해부학교실>의 문제는 후반부다. 카데바의 숨겨진 비밀, 선화의 애틋한 과거, 사건의 조사를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중석과 기범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영화는 공포영화로서의 긴장감이 흐트러진다. 이윽고 살인 사건의 전모가 결국 처절한 복수극으로 함축되고, 상투적인 결말로 한치의 벗어남 없이 흘러가면서 허탈함까지 불러 일으킨다. <해부학교실>의 전반부가 잔가지를 처낸 깔끔한 연출이었던 것에 반해, 후반부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벌여놓고 깔끔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있어 큰 아쉬움을 남긴다.








 

 
<변신> - 누군가 내 머리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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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09

일본의 한 병원, 5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쥰이치(타마키 히로시)가 드디어 눈을 떴다. 하지만 쥰이치는 여자 친구 메구미(아오이 유우)와의 추억만 기억날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쥰이치는 악몽으로 잠을 깨고 병실을 돌아다니다 저온 보관실에서 자신의 뇌를 발견하고 자신이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려 우뇌에 총을 맞고 뇌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기적처럼 살아난 쥰이치는 메구미와 함께 병원 문을 나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결국 쥰이치는 자신에게 뇌를 기증해 준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변신 Henshin>은 [비밀] [백야행]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변신>은 뇌의 일부분을 이식 받은 한 남자가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의 섬뜩한 연기도 수준급이지만 <하나와 앨리스 Hana and Alice> <훌라걸스 Hula Girls>로 유명한 아오이 유우도 쥰이치에게 몇 번의 상처를 입지만 계속 믿고 사랑하는 메구미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하지만 <변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자연스러운 대사와 빈약한 이야기 전개다. 기괴하게 변해가는 쥰이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이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도 포기하지 않아 갈팡질팡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레이디 채털리> - 살결, 자연 그리고 욕망과의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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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7.09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장편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1928년에 쓰여져 영국에서는 1960년까지 원본 그대로 출간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외설 논쟁에 휘말렸고, 각종 ‘부인’ 시리즈의 범람으로 아직까지도 외설 문학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는 원작의 에로티시즘만을 강조한 일부 영화들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작품이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1981년작 <차타레 부인의 사랑 Lady Chatterley’s Lover>이다. 파스칼 페랑 감독의 <레이디 채털리 Lady Chatterley>는 원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됐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소설을 영화화한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D.H. 로렌스가 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최종 출판본인 세 번째 버전이 아니라 두 번째 버전인 [존 토마스와 레이디 제인 John Thomas and Lady Jane]을 토대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버전과 최종 버전은 전체적으로 인물 구성과 주제 의식, 이야기 전개 방식이 비슷하지만, 캐릭터들의 비중과 인물들의 배경,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존 토마스와 레이디 제인]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에 집중하며 세부 장면 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소설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광산을 운영하는 클리포드 경과 결혼한 콘스탄스는 남편이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하반신이 마비된 채 돌아오자 요양차 랙비의 저택으로 거처를 옮긴다. 독선적인 남편과 적막한 시골 생활에 조금씩 지쳐 가던 콘스탄스는 남편의 심부름 때문에 사냥터지기 파킨을 찾은 후 조금씩 마음이 설레고 있음을 깨닫는다. 파킨과의 짧은 첫 만남 후 콘스탄스는 사냥터지기 오두막을 자주 찾으며 그와 조금씩 친분을 쌓는다. 여느 때처럼 오두막을 찾은 콘스탄스와 무뚝뚝하게 그녀를 지켜보던 파킨은 서로에게 향한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첫 잠자리를 함께한다. 하지만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인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두 사람은 난생 처음 겪는 정열적인 사랑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소통하기 시작한다.

1994년 <죽음과의 타협 Petits arrangements avec les morts>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파스칼 페랑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여타 에로틱 드라마와 다른 점은 <레이디 채털리>가 철저히 여성 캐릭터인 콘스탄스의 시선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콘스탄스를 파킨의 성적 욕망이 투영되는 대상물로 전락시키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콘스탄스는 남성적 시선으로 조종되는 수동적 캐릭터가 아니라 능동적 캐릭터로서 자신의 욕망과 열정을 분출하고 파킨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를 나눈다. 남성 중심적 에로틱 드라마에서 매번 반복되는 남녀관계는 자연스럽게 전복된다.

두 주인공의 관계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시점에서 나누는 섹스 장면은 전복된 남녀관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침대 앞에 선 파킨이 침대에 누운 콘스탄스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할 때 그녀는 스스럼 없이 옷을 벗지만, 콘스탄스가 파킨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할 때 그는 뒤돌아 옷을 벗는다. 이어 콘스탄스는 파킨에게 벗은 몸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계급의 정치학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콘스탄스는 파킨과의 관계에 있어서 계급과 신분의 우월성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콘스탄스는 그저 사랑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원작에 묘사된 성애 장면을 충실하게 재현한 파스칼 페랑은 남녀 주인공의 나체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성애 장면과 성기가 드러나는 누드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성적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과는 무관하다. 콘스탄스와 파킨이 서로의 벗은 몸에 꽃을 꽂아주는 장면이나 비 오는 들판을 나신으로 뛰는 장면은 사랑과 섹스를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는 원작의 관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땅을 밟고 서 있는 발의 접촉, 나무에 닿아있는, 살아있는 존재에 닿아있는 손가락의 접촉, 가슴과 손의 접촉, 한 존재의 전 육체와 다른 육체와의 접촉, 열정적인 사랑의 상호적인 침투, 바로 여기에 삶이 있습니다’라고 쓴 D.H. 로렌스의 저작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파스칼 페랑의 뛰어난 연출력에 올해 프랑스 세자르영화상 심사위원단은 작품상과 각본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의 트로피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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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7. 4. 13:33
7.08/10
944명 참여
7.50/10
4명 참여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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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닐 마샬
출연  : 슈어나 맥도널드, 나탈리 잭슨 멘도자, 알렉스 레이드, 사스키아 멀더, 노라-제인 눈, 미안나 버링, 올리버 밀번
상영시간  : 98분
장르  : 모험, 공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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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죽음을 부르는 미로
전세계가 놀란 $44,000,000의 충격!
<쏘우> 라이온스 게이트의 새로운 공포가 온다!
  친구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났던 사라는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남편과 딸을 모두 잃고 만다. 그리고 1년 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라를 위해 친구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이고, 6명의 친구들은 동굴 탐사를 떠난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됐다. 지도에도 없는 낯선 동굴로 들어가게 된 그들은 어둠 저편 괴생물체의 위협을 받게 되고, 사고로 들어왔던 입구마저 막혀 버린다. 완벽한 고립!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출구를 찾아 위험 속으로 계속 들어가는 것 뿐. 하지만 괴생물체의 공격은 계속되고, 1년 전 감춰져 있던 비밀까지 드러나며 그들은 서로조차 믿지 못하게 되는데..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앓는 여성 사라가 모험을 즐기는 친구 5명과 함께 미국 애팔래치아 산(Appalachian Mountains) 속 고지대 동굴을 탐험하다가 낙석 때문에 동굴 속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시각이 퇴보한 기이한 박쥐인간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국산 공포 모험...  
0.00/10
0명 참여
5.75/10
4명 참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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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슈테판 크로머
출연  : 마티나 게덱, 로버트 젤리거
상영시간  :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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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붉은 태양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슐라이강. 정치학 연구파트너이자 동거파트너인 미리암과 앙드레는 15세의 아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다.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유지하는 그들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겉보기엔 매우 이상적인 가족이다. 따라서 이들의 휴가에 아들의 여자친구가 함께 동행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관능적인 리비아와 이웃집 매력남 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면서 미리암은 보호자로서 그둘의 관계에 선을 그어야 할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빌을 추궁하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미리암은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오히려 상처 받고 위태로운 그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이제 미리암과 빌 사이에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된다.

 그러나, 빌이 사랑하는 사람은 미리암이 아닌 리비아.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과 꿈틀거리는 욕망에 사로잡힌 미리암의 삶은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쏟아지는 찬사! 전세계 비평가들을 사로잡다!
2006 칸 영화제‘캥젠느: 감독주간’초청
제59회 칸 영화제‘15인의 감독주간’초청작으로 선정된 'SUMMER 04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는 이어 9월에 열린 토론토 국제 영화제 세계 현대영화부문 북미지역 프리미...  
4.65/10
269명 참여
4.00/10
2명 참여
택시 4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제라르 크라브지크
출연  : 사미 나세리, 프레더릭 디팡달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코미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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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4배 강력한 진짜 택시가 온다!
4배의 스피드! 이번엔 볼 수 조차 없다!!
  작전개념 전무, 사고뭉치 경찰관 에밀리앙과 경찰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 초특급 총알택시 운전사 다니엘이 아빠가 되어 돌아왔다. 항상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에밀리앙은 어느 날 53건의 무장강도와 122건의 살인 및 살인미수를 저지른 특급 살인마 반덴보쉬를 관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늘 사고만 치는 에밀리앙은 이번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손수 살인마를 보내주는 대형사고를 치게 되고 형사 생활 최대의 위기에 처한다.

 탈출한 범인을 찾아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에밀리앙. 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경찰들도 인정한 세계 최고의 총알 택시운전사이면서 언제나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 다니엘을 찾아간다. 초고속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최신형 택시를 이용한 다니엘과 함께 에밀리앙의 최악질 살인마 체포를 위한 도심질주가 시작되는데…

 
전 세계 영화팬들이 선택한 바로 그 영화!! 택시시리즈!!

<택시> 시리즈, 그 서막을 열다!
1998년 <택시1>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볼거리로 많은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택시1>은 <레옹>, <제 5원소>의 세계적 거장 뤽 베송이 제작, 각본을 ...  
8.54/10
101명 참여
6.00/10
3명 참여
트리스탄 & 이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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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케빈 레이놀즈
출연  : 제임스 프랭코, 소피아 마일즈
상영시간  : 125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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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운명이 된 비극
  바다를 사이에 둔 아일랜드와 영국. 로마 멸망 후, 아일랜드는 번성하여 영국을 지배하고 영국은 여러 부족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또한 아일랜드의 왕에 의해 부족들간의 연합은 금지되어 있었다. 이러한 혼란기에 트리스탄은 어린 시절, 아일랜드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영국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 군주 마크에게서 키워진다. 트리스탄은 최고의 기사로 성장했지만 아일랜드와의 전투에서 독이 묻은 칼에 부상을 당하게 된다. 모두 그가 죽은 것으로 알고 그들의 장례절차에 따라 배에 띄워 보낸다.

 한편,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는 해안가에서 트리스탄을 실은 배를 발견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그를 치료하며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곧, 트리스탄이 아일랜드 군에 의해 발각될 위기에 놓이면서 둘은 헤어진다.

 시간이 흐른 후… 아일랜드 왕은 영국과의 평화를 위해 영국의 최고 군주에게 자신의 딸을 주기로 하고 시합을 개최한다. 트리스탄은 마크의 왕을 대신하여 이 시합에 나가게 되고 둘의 비극적인 사랑은 다시 시작되는데….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and Isolde)의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는 켈트인(人)의 옛 전설을 소재로 하여 12세기 중엽에 프랑스에서 이야기로 엮어졌는데, 그 사랑과 죽음의 강렬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0.00/10
0명 참여
6.50/10
6명 참여
익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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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두기봉
출연  : 장가휘, 장요양, 하초의, 임설, 오진우, 시안치 렌, 황추생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범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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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조직 보스 암살에 실패하고 잠적한 아화(장가휘)는 조용히 가정을 꾸리고 산다. 그에게 네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조직원 화(황추생)와 페이(임설)는 보스의 명으로 아화를 죽이러 왔고, 형사 타이(오진우)와 마오(장요량)는 그 일을 막으러 왔다. 어릴 때부터 친한 다섯 사람은 의리의 법칙에 따라 아화와 그의 가족을 도주시키기로 하지만, 일은 하나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네 친구는 아화를 잃은 채 마카오의 황량한 벌판을 헤매기에 이른다.


 <익사일>은 무엇보다도 두기봉이 생전에 할 수 있는 홍콩식 누아르의 스타일을 집대성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특히 좁고 복잡한 공간을 중심으로 10인 이상이 벌이는 주요 총격신들은 움직임의 구성, 카메라 워크, 편집, 하다못해 스모그의 흩날림까지도 아름다움을 향해 뜨겁게 불타오르는데, 단지 스타일이 비장한 것이 아니라 스타일의 비장함을 추구하는 태도 자체가 비장하다는 인상을 준다. 의리에 죽고 사는 남자 주인공들의 제스처도 유별나게 진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예감하고 그 길로 들어서는 이들의 마지막 모습 또한 엄청난 과잉의 멋에 취해 있다.


 이런 부담스러운 비장미는 감독이 홍콩 누아르의 남자주인공들에 대해 품고 있는 연민에서 비롯된 듯하다. 네 사람은 폭력과 배신, 의리 아니면 죽음 밖에 없는 세계로부터 추방되었을(exiled) 때 쓸모있는 존재의 규명을 하지 못한다. 뒷골목에서 죽어가던 친구 앞에서도 무력했건만, 도망치듯 그 세계를 벗어나도 살 길은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나약할 뿐인 이들은 결국 ‘귀향’해, 쓴 웃음을 지으며 최후를 맞는다. <익사일>은 홍콩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애도로도 비쳐지며 그것을 기념하기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비문이다. 반대로 당신이 이 장르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익사일>은 과도한 전형성을 덧입은 허약한 스토리텔링의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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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6. 28. 09:03
7.00/10
4명 참여
7.00/10
4명 참여
준벅
예매하기   
감독  : 필 모리슨
출연  : 에이미 아담스, 엠베스 데이비츠
상영시간  : 106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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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57/10
40명 참여
5.25/10
4명 참여
트랜스포머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마이클 베이
출연  :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조쉬 더하멜
상영시간  : 135분
장르  : SF, 액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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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38/10
232명 참여
4.00/10
2명 참여
씨 노 이블
감독  : 그레고리 다크
출연  : 글렌 제이콥스
상영시간  : 83분
장르  : 공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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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06월 29일
0.00/10
0명 참여
13 자메티
감독  : 겔라 바브루아니
출연  : 게오르기 바블루아니
상영시간  : 86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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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10
116명 참여
5.00/10
1명 참여
모짜르트와 고래
감독  : 페테르 내스
출연  : 조쉬 하트넷, 라다 미첼
상영시간  : 93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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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28 개봉작 리뷰] <준벅> - 낯선 가족을 만나다
입력시간 : 2007-06-25 11:19


시카고에서 조그만 화랑을 운영 중인 메들린(엠베스 데이비츠)이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웃사이더 화가 워크(프랭크 호이트 테일러)의 작품이 정말 대단하니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화랑에서 전시회를 유치해 보라는 것. 때마침 워크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는 남편 조지(알렉산드로 니볼라)의 고향이기도 해서 메들린과 조지 부부는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메들린의 이번 여행은 난생 처음으로 조지 가족과 대면하는 자리라 의미가 특별하다. 하지만 첫 눈에 반해 버린 워크의 작품들과 다르게 조지의 가족들은 첫 만남부터 메들린을 불편하게 만든다. 시아버지(스콧 윌슨)은 지나치게 말이 없고, 시어머니(셀리아 웨스턴)은 시종일관 담배만 피워댄다. 게다가 시동생 조니(벤 맥켄지)는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동서 얘슐리(에이미 아담스)는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아 메들린의 정신을 빼놓는다.

'6월의 벌레' '풍뎅이' 라는 영화의 원제(Junebug)는 한 차례 왔다가 떠나가는 메들린 부부를 빗댄 표현이다. 영화 제목처럼 <준벅 Junebug>은 생면부지의 남편 가족들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되는 메들린의 이야기다. 조지의 가족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 메들린은 조지의 가족이 한없이 낯설다. 조지의 가족들 또한 메들린을 가족으로 생각은 하지만 메들린과 함께 있는 것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색하다.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메들린은 워크와의 계약이 끝나면 떠나버릴 이름뿐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메들린의 심리를 드러낸다. 메들린이 워크와 계약을 맺기 위해 나선 길은 황량한 숲과 벌판에 둘러싸여 있고, 얘슐리의 출산으로 온 가족이 병원에 갔을 때도 메들린은 혼자 덩그러니 방안에 남겨지는 등 황량하고 쓸쓸한 메들린의 심리가 공간 덕분에 더욱 돋보인다.


이처럼 한 가족이지만 동시에 이방인과 다를 바 없는 메들린의 이야기를 섬세한 묘사로 풀어낸 <준벅>은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후보로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요 라 텡고, 소닉 유스 등 걸출한 미국 인디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필 모리슨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준벅>의 음악은 미국 인디록의 거장 요 라 텡고가 맡아 묘하게 쓸쓸하고 황량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조지가 부르는 찬송가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Softy and Tenderly'는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매력적인 약혼녀로 주목을 받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이미 아담스는 쾌활하고 천진난만한 애슐리 역을 딱딱하고 건조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에이미 아담스는 탁월한 연기로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8 개봉작 리뷰] <트랜스포머> - 변신 로봇들의 반란

입력시간 : 2007-06-25 11:25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역사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완구회사 타카라와 미국의 완구회사 하스브로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인기를 등에 업고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트랜스포머>는 1994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인 뒤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 애니메이션으로 꾸준히 다시 만들어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으로만 만들어져왔던 <트랜스포머>는 할리우드의 두 흥행 귀재 마이클 베이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서 실사 영화로 탈바꿈했다.

어느날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파워를 지닌 거대 외계 생명체 트랜스포머들이 지구로 들어온다. 궁극의 에너지원인 '큐브'를 차지하기 위해 우주를 떠돌며 전쟁을 벌여온 정의의 로봇 군단 오토봇과 악의 대변자 디셉티콘 군단이 지구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들 로봇들은 지구의 다양한 기계들로 변신해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큐브의 존재를 찾아다니던 중 샘(샤이어 라버프)이 큐브의 위치를 찾는데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 안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셉티콘 군단은 오토봇 군단보다 빨리 큐브를 찾아내기 위해 샘을 공격하고, 오토봇 군단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과 가디언 범블비는 디셉티콘 군단에 맞서 샘을 보호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샘은 어느날 자신의 자동차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 후부터 트랜스포머들의 전쟁에 휘말려든다. 여자친구 미카엘라(메간 폭스)도 얼떨결에 샘과 함께 지구를 구하는 임무에 뛰어들게 된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프라모델을 조립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감정까지 느끼는 인간 같은 로봇들의 활약담을 스크린에 옮겨낸 <트랜스포머 Transformers>는 이런 남자들의 로망을 대신 실현시켜준다. <트랜스포머>는 정의의 편에 선 변신 로봇 오토봇 군단과 악의 대변자 디셉티콘 군단이 궁극의 에너지원인 '큐브'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대결을 중심으로 인간 샘과 미카엘라의 이야기를 끼워넣는다. <더 록 The Rock> <아마겟돈 Armageddon> <진주만 Pearl Harbor> <아일랜드 Island>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 재능을 발휘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은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의 이야기를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놓는다. 자동차, 라디오, 휴대폰 등 온갖 기계들이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마지막 오토봇 군단과 디셉티콘 군단의 결전 장면은 영화의 압권.

그러나 <트랜스포머>는 변신 로봇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화려한 스펙터클로 포장하는데 그친다. 지구를 차지하려는 악의 군단 디셉티콘에 맞서는 정의로운 오토봇 군단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상투적이고 단순하며 이야기 전개는 엉성하다. 시종일관 정의를 주장하는 오토봇 군단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과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디셉티콘의 수장 메가트론, 인류 구원의 열쇠를 쥔 고등학생 샘과 섹시함으로 무장한 미카엘라 등 캐릭터도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이처럼 <트랜스포머>는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과 감동이 있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온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난 작품치고는 싱거운 편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변신 로봇들의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액션 신에서 시원한 쾌감은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6/28 개봉작 리뷰] <씨노이블> - 블랙웰 호텔에는 악마가 산다

입력시간 : 2007-06-25 11:20



윌리엄스 경관(스티븐 비들러)는 4년 전 전대미문의 살인마를 만난 적이 있다. 17명의 사람들이 두 눈이 뽑힌 채 잔인하게 살해당했고, 윌리엄스 경관은 살인마에게 맞서다 왼팔이 잘렸다. 윌리엄스 경관은 현직에서 벗어나 불량 청소년들을 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시키는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그의 임무는 화제로 폐허가 된 블랙웰 호텔을 그럴 듯한 노숙자 보호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것. 폭행, 절도, 무단침입 등 각양각색의 죄명을 가진 여덟 명의 불량 청소년들이 사회 봉사 명령을 받고 호텔에 끌려온다. 하지만 이 멤버들은 호텔 청소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호텔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몰래 숨어 담배라도 한 대 필 수 있을까 궁리하며 시간을 때운다. 밤이 되자 이들은 호텔 곳곳을 누비며 본격적인 일탈 행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호텔에 몰래 기거하고 있던 괴한이 이들을 하나 둘씩 잡아가고, 윌리엄스 경관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씨노이블 See No Evil>은 사회 봉사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찰과 불량 청소년들이 살인마가 살고 있는 호텔에 머물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영화다. 영화는 살인자와 맞서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치밀하게 그리고 있기보다 선혈이 뿌려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강도 높은 살육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인마는 미국 프로레슬링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악동 케인(본명은 글렌 제이콥스)이 맡았는데 2미터가 넘는 신장과 15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거구답게 사람들을 번쩍 들어올리고 한 손으로 내동댕이치는 괴력을 보여준다. 살인마가 쇠갈고리와 도끼로 사람들을 사냥하듯 처단하는 장면이나 목구멍에 휴대폰을 강제로 쑤셔 넣는 장면 등은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무서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씨노이블>은 박진감 넘치는 폭력 연출에 방점을 찍은 탓에 각 인물들의 상황설정과 묘사에는 성긴 부분이 많다.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나가고 살인마의 과거가 모호하게 넘어가는 등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 못해 대부분의 공포가 단발로 그쳐 버린다. <씨노이블>은 린킨 파크, 스눕 독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다크가 메가폰을 잡았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9 개봉작 리뷰] <13 자메티> -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입력시간 : 2007-06-25 11:07



그루지아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청년 세바스찬(게오르기 바블루아니)은 지붕 수리공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새로 수리를 맡게 된 집에서 일한 지 열흘쯤 됐을 무렵, 세바스찬은 집 주인 남자가 낯선 남자와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는 계획을 짜는 것을 엿듣게 된다. 하지만 약물에 중독된 집 주인은 얼마 가지 않아 욕조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세바스찬은 집 주인 앞으로 배달 된 편지 봉투에 든 기차표와 호텔 숙박증을 들고 막무가내로 길에 오른다.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 말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길, 세바스찬은 호텔로 걸려온 전화 속 지시에 따라 숲 속 저택을 찾아간다. 

<13 자메티 Tzameti>는 목숨을 건 내기, 러시안 룰렛 게임을 전면으로 가져온다. 세바스찬이 찾아간 곳은 러시안 룰렛 게임이 한창인 어느 별장. 열세 명의 선수가 중앙 무대에 올라 손에 권총을 쥐면 도박꾼들이 돈을 건다. 탄알 한 발이 지급되는 1라운드. 선수들은 원을 그려 다른 선수의 머리에 총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거기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탄알 두 발이 주어지는 2라운드로 올라간다.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탄알은 늘어나고, 러시안 룰렛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줄어든다. 영문도 모르고 그곳으로 간 세바스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13번 선수’로 무대에 올라 누군가에 의해 죽거나 혹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러시안 룰렛 장면으로 유명한 또 다른 영화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가 러시안 룰렛으로 베트남 전쟁의 잔혹함을 묘사한다면 <13 자메티>는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 풍경을 그려낸다. 권총을 쥔 열세 명의 선수들은 포커 판에서 사용되는 카드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이들에게서 생명과 인권 따위를 거론할 여지는 전혀 없다. 흑백으로 거칠게 담아낸 러시안 룰렛 도박장의 풍경은 자본 아래 한낱 도구로 전락한 인간 풍경을 쓸쓸히, 그리고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영화 <13 자메티>는 그루지아 출신 감독 젤라 바블루아니가 연출했다. 1979년 생, 신예 감독 젤라 바블루아니는 2005년 써놓은 시나리오가 제작 지원을 받지 못하자 러시안 룰렛 시퀀스를 자비로 촬영했다. 이 시퀀스를 본 영화사가 제작비를 지원해 완성할 수 있었던 <13 자메티>는 2005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감독에게 안겨줬다. 또한 젤라 바블루아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13 자메티>의 리메이크를 제안해와 할리우드판으로 또 한번 연출을 맡게 됐다.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의 게임을 벌여야 했던 13번 선수, 세바스찬은 감독의 동생 게오르기 바블루아니가 연기했다. ‘자메티 Tzameti’는 그루지아 어로 13을 뜻한다. 동양에서 숫자 4가 불길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서양에선 13이 불길한 숫자로 통한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28 개봉작 리뷰] <모짜르트와 고래> - 특별하지만 평범한 사랑이야기

입력시간 : 2007-06-25 11:45



수(數)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도널드 모튼(조시 하트넷)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택시를 운전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마저도 매번 숫자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고 만다. 숫자놀이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까닭이다. 지역 내 자폐증 모임을 이끌고 있는 도널드는 새로 가입한 이사벨 소렌슨(라다 미첼)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사벨은 도널드와 마찬가지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으며 미술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고래’ 도널드와 창조적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모짜르트’ 이사벨. 두 사람은 할로윈 파티에 모짜르트와 고래 복장을 하고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이사벨은 도널드에게 새로운 직장을 소개시켜 주고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 도널드와 동거를 시작한다. 결혼을 원하는 도널드와 친구로 남고 싶어하는 이사벨. 정상적인 사람들의 세계에 편입하려 하는 도널드의 욕심이 이사벨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충돌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엘링 Elling>으로 주목받은 노르웨이 출신 패테르 내스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모짜르트와 고래 Mozart and the Whale>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니고 있는 남녀의 독특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과 유사한 신경질환으로 사교력이 떨어지고 소리나 맛, 냄새, 시각에 예민하며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레인맨 Rain Man>의 시나리오를 쓴 로널드 베이스가 다시 한 번 유사한 소재로 각본을 쓴 <모짜르트와 고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남녀를 통해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억압을 피해 자신들만의 소통 방식을 찾아 모인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은 사회적 소통 장애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으면서도 원활한 소통 방식을 찾지 못한다. 상대방의 독특함을 잘 이해하는 도널드와 이사벨 역시 사랑에 빠져들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가 백지장 차이라면 보통 사람들과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의 차이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도널드와 이사벨이 나누는 사랑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성에 충실한 도널드와 감성에 충실한 이사벨의 갈등이 일반적인 남녀관계의 그것과 다를 이유는 없다. <모짜르트와 고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끌어들이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적인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평범한 장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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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개봉작 리뷰] <열세살, 수아> - 사춘기, 달곰쌉쌀한 성장통
입력시간 : 2007-06-11 10:38


열세 살, 수아(이세영)는 웃음이 없다. 몇 해 전 아빠는 세상을 떠났고 혼자 힘으로 밥집을 운영하는 억척 엄마(추상미)와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엄마와 친하게 지내는 동네 고물상 아저씨(최명수)의 친절은 아빠의 빈 자리를 위협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음 통하는 진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수아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수아의 얼굴에 미소를 일게 하는 유일한 대상은 가수 윤설영(김윤아). 수아는 자신의 진짜 엄마는 곁에서 매일을 함께 하는 억척 아줌마가 아니라 가수 윤설영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진짜 엄마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진짜 엄마 찾아 삼만리’, 수아는 그렇게 서울로 훌쩍 떠난다.

아버지를 잃은 사춘기 소녀의 쓰린 성장담을 담고 있는 <열세살, 수아>는 폴란드 우쯔 국립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한 김희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를 잃은 건 아니지만, 2003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아픔이 사춘기 시절의 혼란스런 성장기와 만나 영화의 전체 틀로 자리 잡았다. 김희정 감독은 사춘기 시절 유독 예민하게 골몰하게 되는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꿈과 이상에 관한 고민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시나리오로 생생히 옮겨냈다. 덕분에 <열세살, 수아>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겪게 되는 그러나 언어로, 또 이미지로 정확하게 포착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사춘기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보다 세밀하고 적확하게 묘사해낸다. 덕분에 내 진짜 부모는 다른 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 또래 친구에 대한 동경과 시기, 사춘기 소녀의 자존심이 미묘하게 감춰지고 드러나는 순간까지 <열세살, 수아>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 데이터베이스’를 모조리 불러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리 묘사에 탁월한 면을 보인다.

<열세살, 수아>를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낸 모든 여성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든 데엔 수아를 연기한 이세영의 몫이 가장 크다. 드라마 <대장금>의 ‘금영’을 비롯해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 <아홉살 인생>까지 주로 깍쟁이에 도도한 이미지를 선보여온 이세영은 <열세살, 수아>에서 어수룩하고 고민 많은 사춘기 여중생을 완벽에 가깝게 묘사한다. 어눌하고 힘 없는 말투, 자신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눈빛, 고개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한 소녀 수아는 이세영의 풍성한 감성 연기와 만나 어수룩해보이지만 마음 속에 ‘폭풍’을 지닌 사춘기 소녀로 태어났다. 물론 억척 엄마 영주를 연기한 추상미와 인심 좋은 고물상 아저씨 영표가 된 최명수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영화에 힘을 보탰다.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열세살, 수아>는 그러나 이야기에선 그다지 찰기가 엿보이지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수아의 모습을 뒤쫓는 것이 이야기의 전체 꼴을 이루다 보니 드라마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현실의 대칭점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은 현실 장면과 매끄럽게 맞물려 들지 않아 새로운 시도로서의 의미 이상을 드라마 안으로 끌어내지 못한다. 김희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열세살, 수아>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들의 장편 연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칸 레지당스 인 파리’에서 선정한 2005년 지원작이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스틸 라이프> - 물 속에 잠긴 산샤의 정지된 삶

입력시간 : 2007-06-11 13:14



고향에서 광부로 일하는 한산밍은 16년 전 자신을 떠난 아내와 딸을 찾아 아내의 고향 산샤를 찾는다. 아내가 써놓은 주소를 찾지만 이미 물에 잠긴 상태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처남은 지난 일을 뭐하러 다시 들추냐고 핀잔을 주며 산밍을 문전박대한다. 신도시 개발을 위해 매일 오래된 집들을 철거하는 산샤에서 산밍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택철거 현장에 뛰어드는 것뿐. 평일에는 철거 현장에서 일하고 휴일에는 아내를 찾아 헤매던 산밍은 마침내 아내를 찾지만, 아내는 오빠 빚 때문에 팔려온 처지라 산밍을 따라갈 수 없는 처지다. 산밍과 같은 곳에서 온 션홍은 2년째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아 산샤로 온다. 하지만 산밍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산샤에서도 산밍과 마주치는 일은 없다. 남편의 친구를 찾아가 남편에게 연락해 달라고 말한 션홍은 그가 젊은 여자와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션홍은 남편에게 새 남자가 생겼으니 이혼하자고 말한다. 션홍은 남자와 상하이로 떠날 계획이다.

<스틸 라이프 Still Life>에는 네 번의 자막이 나온다. 담배, 술, 차, 사탕. 자막은 명확히 챕터를 구분하는 단위는 아니다. 이 네 가지는 영화 속 소품이기도 하고 중국인의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품이기도 하다. 자막은 언급한 소품과 함께 움직이던 영상을 정지시키고 하나의 과정을 정물화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담배, 술, 차, 사탕과 관계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행하다. 그것은 산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산샤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산샤댐 공사는 마치 초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도시가 단 16년의 공사로 순식간에 물에 잠기게 된다. 산샤의 뿌연 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UFO와 갑자기 로켓처럼 발사되는 건물은 산샤의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언급이다. 공사기간만큼의 시간 동안 아내를 볼 수 없었던 광부 산밍은 고생 끝에 아내를 찾지만 결국 아내를 빼내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고향의 광산으로 향한다. 자신을 버린 남편을 찾으러 온 션홍은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한다. 실제로 그녀에게 새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같은 도시에서 온 산밍과 션홍은 비슷한 이유로 산샤에 산산이 부서진 현실을 목격하고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한다. 산밍은 어떻게든 다시 세우려 하고, 션홍은 다시 세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모든 걸 부순 후 다시 세우려 한다. 부서지는 산샤의 건물들 속에서, 부서지는 중국의 현실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는 점점 폐건물처럼 부서진다.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는 다큐멘터리 <동 Dong> 제작 과정에서 구상된 작품이다. 중국의 화가 리우샤오동이 산샤에 가서 11명의 노동자들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동>을 찍던 도중 지아장커는 다큐멘터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산샤와 주민들의 삶을 그리기 위해 극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산샤는 양쯔강 중상류의 세 협곡을 통칭하는 지명으로 중국 인핀폐 10위안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2000년 동안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였던 산샤는 세 개의 거대한 댐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물 속에 잠길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의 개발 정책에 따라 수많은 건물들이 철거됐고, 113만 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스틸 라이프>는 두 이방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산샤의 ‘정지된 삶’을 그린다. 마치 정물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의 도시는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 따라 사진 속에서나 남아 있게 될 정지된 그림이 된다. 산샤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 역시 물 속에 잠긴 채 정지된 시간 속에 갇히게 된다. <스틸 라이프>는 수천 년을 이어온 도시를 정지시킨 중국의 현재에 대한 영화이자, 수천 년간 존재해 온 산샤를 하나의 정지된 정물화 속에 담은 영화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오션스 13> - 대니 일당, 컴백!

입력시간 : 2007-06-11 11:43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일당들이 다시 뭉쳤다. 야비한 카지노 경영자 윌리 뱅크(알 파치노)가 오션 일당 중 한 명인 루벤(엘리엇 굴드)의 호텔과 카지노를 접수하고, 그 충격으로 루벤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 그 계기다. 친구를 위해 윌리에게 복수를 선언한 대니는 윌리 뱅크의 새로운 호텔과 카지노가 문을 여는 7월 4일, 그를 철저히 무너뜨릴 계획에 착수한다.

이제 세 번째다. <오션스 13 Ocean's Thirteen>은 2001년과 2004년에 걸쳐 제작된 <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과 <오션스 트웰브 Ocean's Twelve>에 이은 통산 3번째 오션스 시리즈다.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이 출연한 1960년 작 영화를 리메이크한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들의 명성과 기막힌 반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특유의 경쾌한 편집 등 각종 호재를 등에 업고 미국에서만 2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 흥행을 기록했다. 캐서린 제타 존스를 12번째 일당으로 편입시킨 두 번째 시리즈 <오션스 트웰브> 역시 1억2천만 달러의 기분 좋은 흥행 수입을 올렸다.

<오션스 트웰브> 이후 3년만에 개봉되는 시리즈의 완결편 <오션스 13>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에서 퇴장한 줄리아 로버츠와 캐서린 제타 존스를 빼면, 일당의 리더 대니 오션 역의 조지 클루니를 비롯, 든든한 참모 러스티 역의 브래드 피트, 천재 라이너스 역의 맷 데이먼 등 시리즈의 주요 캐스트들이 고스란히 그대로 등장한다. <오션스 13>에 새로 불려온 사람은 할리우드의 명배우 알 파치노. 그는 극 중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카지노 업자 윌리 뱅크 역할로 등장하여, 13 대 1이라는 이색적이지만 힘겨운 대결을 펼치며, 지난 1989년 해롤드 베커의 <사랑의 파도 Sea of Love>에서 알 파치노와 함께 공연했던 중견 배우 엘런 바킨이 윌리의 충복 애비게일로 등장한다.

1, 2편에 이어 <오션스 13> 역시 불가능에 도전하는 대니 일당의 좌충우돌 모험담이다. 숙적이었던 테리 베데딕트(앤디 가르시아)까지 동료로 합류시킨 대니 일당은 그들이 맡은 각자의 분야에서 윌리를 죄어 간다. 일면 1970~80년대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거친 화면과 흥겨운 올드 팝, 거기에 스티븐 소더버그 특유의 경쾌한 편집은 <오션스 13>에서도 여전하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이제 ‘척하면 척’인 배우들의 앙상블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영화의 이런 외적 완성도에 비해 내적 만듦새는 다소 헐겁다. 이야기 전개는 놀라울 정도로 1, 2편과 동일하며, 대니 일당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방식 또한 전작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2편에서 그 기미가 보였지만 다분히 ‘애드 리브’ 스러운 배우들의 농담들은 강도와 규모가 더 커지고 더 세졌다. 하지만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할리우드 특급 배우들을 다시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오션스 13>의 가장 거대한 장점이다. 다름 아닌 <오션스 13>의 가장 큰 존재 이유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황색눈물> - 청춘, 인생의 쓴맛을 배우다

입력시간 : 2007-06-11 10:39



도쿄올림픽을 한 해 앞둔, 눈부신 경제 성장기를 보내고 있던 1963년의 도쿄. 온 국민이 경제 성장을 향해 땀 흘리던 분주한 그 시절, 느긋하게 예술을 논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있었다. 돈 되는 만화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는 신조로 살고 있는 만화가 에이스케(니노미야 카즈나리)와 그의 방에 얹혀 살고 있는 세 청년이 그들. 위대한 소설가가 되고 싶지만 제대로 된 단편 하나 써보지 못한 류조(사쿠라이 쇼)와 빈센트 반 고흐를 꿈꾸며 유화 물감을 짜고 있는 케이(오노 사토시), 통기타를 퉁기는 가수 지망생 쇼이치(아이바 마사키)의 가장 큰 고민은 그러나 무엇을 쓰고, 그리고, 부르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 것인가다. 예술을 고민하기 전에 이들 싱싱한 청춘은 우선 배가 너무 고프다. 그렇다고 배불리 먹기 위해 일을 할 순 없다. 그건 어쩐지 예술을 모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전당포에 가진 걸 맡기고 밥을 직접 지어 먹으면서 생활비를 아끼던 중, 이들은 결심한다. 여름이 가기 전까지, 예술혼을 불살라보겠다고. 그 후 예술이 자신의 길이라 생각되면 앞만 보고 달릴 것이고, 재능이 없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현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청춘의 부푼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땅으로 곤두박질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아프다. 그러나 이누도 잇신 감독은 <황색눈물 Yellow Tears> 속 주인공들이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좌절로만 풀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성장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라도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꿈을 향해 내달릴 수 있는 게 청춘의 특권이라면, 세상과 호흡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재능과 위치를 찾아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이렇듯 <황색눈물>은 꿈을 위해 온 몸 던져 노력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청춘과 현실 속에서 제 몫을 발견한 이들의 내일, 모두를 보듬고 있는 청춘 성장드라마다. 문제는 남루한 현실을 담담하게, 때론 유머를 섞어 보여주는 이누도 잇신식 ‘대화법’이 예술을 향한 이들의 치열함을 상당 부분 희석 시켜버렸다는 점이다. 예술 운운하며 현실을 고민하는 이들의 갈망이 절실하지도, 심지어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는 탓에 이들이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각기 갈 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황색눈물> 속 예술과 미래를 고민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은 일본의 인기 그룹 ‘아라시’의 멤버들이 각기 역을 나눠 가졌다. 그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에 출연한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노력파 만화가 무라오카 에이스케를 연기하며 <황색눈물>의 전체 이야기를 끌어 가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최근 <허니와 클로버 Honey & Clover>로 국내 관객에게 배우로서 얼굴을 선보인 사쿠라이 쇼는 소설가를 꿈꾸는 류조 역을 무난히 소화했고, 아라시의 또 다른 멤버 마츠모토 준은 예술은 잘 몰라도 땀 흘려 성실히 일하는 걸 행복으로 여기는 동네 청년을 연기하며 간혹 이들 무리에 동참한다.

나가시마 신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황색눈물>의 또 다른 매력은 한창 경제 성장에 열을 올리던 60년대 일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 1960년대 거리 풍경을 재현한 세트는 물론이고 뉴스와 신문 사진 등으로 짜깁기 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1960년대 일본 풍경이 생경한 재미를 더한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순수하고 풋풋한 청춘의 한 때

입력시간 : 2007-06-11 10:36



고등학생 마코토는 어느날 자신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즉 타임 리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일 지각을 일삼고 사소한 실수를 거듭하던 마코토는 그 능력을 이용해 지각도 안 하고 실수도 대거 줄이게 돼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코토는 친한 친구인 고스케와 치아키와도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치아키로부터 사귀자는 말을 들은 마코토는 친구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 그 능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고백을 아예 없던 일로 바꿔버리려 한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갈수록 일은 점차 꼬여간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5년 출간된 후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재구성될 정도로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츠츠이 야스다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청춘의 설레임,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보편적인 사건들과 고민들을 서정적인 그림체와 정겨운 풍경, 따뜻한 대사로 풀어낸다. 쓰여진 지 40년이 넘은 소설이 원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청소년을 포함해, 그 시기를 거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내용과 서정적인 그림체로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극장판 <세일러문>(1995), 극장판 <은하철도 999>(1998) 등에서 수석 애니메이터로 활약하고 <원피스: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2005)을 만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성장영화로 탈바꿈시킨다. 7월을 배경으로 한 동경의 사실적이고 정겨운 풍경은 <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미술감독으로 활동한 야마모토 니조의 솜씨.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시체스, 카타르니아국제영화제 등 일본 자구과 해외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러브&트러블> - 현대 런더너들의 삶의 방식

입력시간 : 2007-06-11 11:36



런던 보그지의 패션 에디터 잭스(브리트니 머피)는 시나리오 작가인 게이 친구 피터(매튜 리스)와 한집에 살고 있고, 옛 남자친구 제임스(엘리어트 코완)와도 가끔 관계를 가지며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잭스는 패션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유명 포토그래퍼 샤샤의 조수인 파올로(산티아고 카브레라)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샤샤가 게이만을 조수로 고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파올로를 피터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게이인 줄 알았던 파올로가 피터보다 잭스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러브&트러블 Love&Other Disasters>은 런던을 배경으로 패션 에디터 잭스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러브&트러블>은 그러나 한 여자와 한 남자와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길을 간다. <러브&트러블>은 패션 에디터 잭스가 파올로의 사랑 이야기를 씨줄로 놓고,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게이 친구 피터, 엉터리 시를 쓰는 부자 친구 탈룰라(캐서린 테이트), 뉴욕과 런던을 넘나들며 잭스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전 남자친구 제임스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발랄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는 패션 에디터와 사진작가, 시나리오 작가, 시인, 화가, 미술품 경매사 등 문화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뒤섞어낸다. 문화 예술계에 일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런던 문화 예술계와 사교계의 풍경들도 양념으로 삽입해 흥미를 더한다.

런던의 문화를 선도하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답게 <러브&트러블>에는 런던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이 소개된다. <러브&트러블>은 영화 <노팅힐 Notting Hill>로 유명해진 포토벨로 마켓부터 캠든 마켓, 스피타필즈, 브릭레인 마켓 등 런더너(Londoner)들이 주말이면 자주 찾는 마켓을 비롯, 잭스가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다양한 레스토랑들, 소호의 갤러리, 미술품 경매장 등 런더너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장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의 열혈팬인 잭스가 재현해내는 1960년대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러브&트러블>의 매력은 현대 런더너들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러브&트러블>은 게이들의 삶과 사랑을 이성애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본다. 잭스와 친구들은 피터와 피터의 게이 친구들을 색안경 끼지 않고 보통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여느 게이 영화보다 한 걸음 앞선 진보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게이를 내세운 영화들이 게이와 이성애자들을 구분하는 데 반해 <러브&트러블>은 게이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8마일 8 Mile>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Just Married>의 브리트니 머피는 솔직하고 쿨한 패션 에디터 잭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영화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피터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속 영화 <러브&트러블>의 주인공으로 특별 출연한 귀네스 팰트로와 올란도 블룸의 깜짝 변신은 덤이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다마모에> - 도시코 여사의 화려한 외출

입력시간 : 2007-06-11 13:07



도시코(후부키 준) 여사는 슬프다. 평생을 함께 한 남편이 느닷없이 돌연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의 장례식이 있던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도시코 여사를 더 슬프게 한다.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남편이 몰래 만나온 숨겨진 애인이었던 것. 도시코 여사는 자그마치 10년 동안 자신을 속여온 남편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그녀의 자식들은 이런 상황도 몰라준채 유산에만 관심을 갖는다. 남편의 배신과 자식들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도시코 여사는 무작정 가출을 감행한다. 평생을 헌신적인 아내이자 인자한 어머니로 살아온 도시코 여사가 이제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 둘씩 실천에 옮긴다.

<다마모에 Tamamoe!>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지난 날을 다시 생각하게 된 주인공 도시코는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다마모에>는 변화하는 도시코 여사의 모습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 나간다. 난생 처음 가출을 감행해 캡슐 호텔이라는 싸구려 숙박업소에 머물며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하며 로맨스를 만들어 간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딸이나 재산 상속에만 관심이 있는 아들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 에로 영화관에 찾아가 영사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간곡히 요청도 한다. 일견 엉뚱해 보이는 일들이지만 영화는 도시코의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그녀의 일탈을 유쾌하게 따라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좌절과 환희가 교차하는 도시코를 세밀하게 연기해낸 후부키 준의 연기 또한 <다마모에>의 백미다.

<다마모에>는 [아웃] [잔학기]로 유명한 기리노 나쓰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다마모에>라는 제목은 원작이 유행시킨 신조어로 ‘육체는 점점 쇠약해져 가지만 영혼은 갈수록 더욱 불타 오른다’는 뜻. 연출을 맡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철권 Tekken> <케이티 KT> 등 선 굵은 남성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지만 2000년 작 <얼굴 Face> 이후 두 번째로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슬픔과 역경을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도시코의 주위엔 개성 있는 캐릭터가 줄줄이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캡슐 호텔에 기거하며 도시코의 푼돈을 가로채는 노인 뿐만 아니라, 매일 같이 아웅다웅하며 지내는 도시코의 친구들 역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스토킹 그리고 섹스> - 어중간하고 엉성한 에로틱 드라마

입력시간 : 2007-06-11 13:10



직업소개소에서 일하는 사토시는 오래된 에로영화 비디오를 수집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평소처럼 희귀 에로 비디오를 사러 가게에 들른 사토시는 자위기구를 둘러보던 고등학생 나오를 만난다. 직업소개소에 들른 사요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사토시는 그녀의 주소를 알아내 몰래 스토킹을 시작한다. 나오는 사토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스토킹 중이던 사토시를 스토킹하다가 결국 그의 집에 함께 들어간다. 사요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오라는 사토시의 부탁에 따라 사요리의 남동생 코우와 친해진 나오는 점점 사요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사요리가 좋아하는 가수와 화가를 알아낸 사토시는 우연을 가장해 사요리에게 접근한 후 점점 사요리와 친해진다. 버섯을 몰래 키우며 괴짜 뮤지션과 친하게 지내던 코우는 그를 따라 산 속으로 떠나고, 사요리는 나오의 고백으로 사토시가 스토커임을 알게 된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 Love Kill Kill>는 독특한 내러티브에 성애 장면을 넣어 만든 전형적인 일본 AV영화다. 디지털로 찍어 주로 비디오 시장을 공략하는 비디오 영화로 엉성한 연기와 엉성한 연출, 작위적인 섹스 장면이 뒤엉킨다. 구로사와 기요시, 수오 마사유키 등을 배출한 일본 AV영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지만, 완성도나 실험성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내러티브의 독창성도 실험성도 찾아보기 힘들고, 별다른 에로티시즘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물들은 산만하게 제시되고,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도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도식적으로 전개될 뿐이다. 일본에서 2004년 공개된 <스토킹 그리고 섹스>는 독특한 저예산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성인영화를 보는 쾌락도 없는 어중간하고 엉성한 에로틱 드라마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오! 마이 보스!> - 가짜 사장님이 나타났다

입력시간 : 2007-06-11 13:05



사장 라운(피터 갠츨러)은 창립 이래 10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일반 사원으로 지내왔다. 좋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직원들의 원망을 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원의 전원 해고를 조건으로 회사 매각을 기획 중인 라운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거래처 사장인 피누르(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가 직접 사장과 계약하기를 원하는 것. 결국 라운은 연극배우인 크리스토퍼(젠스 알비누스)를 기용해 가짜 사장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직원들은 10년 만에 나타난 사장이 생소하거니와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장의 행동이 수상하기만 하다. 가짜 사장인 크리스토퍼의 실수는 끊이지가 않고, 진짜 사장인 라운은 이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애간장이 탈 지경이다.

<오! 마이 보스! The Boss of It All>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 Breaking the Waves>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로 유명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첫 코미디 영화다. 라스 폰 트리에는 그의 오랜 프로듀서였던 비베크 윈델로프를 떠나 보내고 메타 루이스 폴대거를 영입하면서 그간의 작품 활동에 변화를 주고자 <오! 마이 보스!>를 기획했다. <오! 마이 보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라스 폰 트리에가 공동대표로 있는 젠트로파(Zentropa Entertainments)의 주변 동료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직원들의 뒷담화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사장부터 화가 나면 주먹부터 나가는 다혈질 직원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등장해 오피스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 마이 보스!>는 사장이 직원을 두려워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극배우는 사장의 역할을 대신하려 노력하지만 IT업계인 만큼 전문용어 따라잡기에도 버겁다는 점에서 자연스런 웃음을 이끌어 낸다.

<오! 마이 보스!>는 라스 폰 트리에의 유일한 장르 영화라는 점에서 외전과도 같이 보이지만 ‘오토마비젼(Automavision)’이라는 새로운 촬영기법을 도입해 실험정신을 놓지 않고 있다. ‘오토마비젼’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프레임을 선정,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오! 마이 보스!>의 매 장면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주관이 배제된 채 만들어 졌고, ‘오토마비젼’이라는 촬영기법이 촬영감독을 대신해 크레딧에 올라갔다. <오! 마이 보스!>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가 존경을 마다하지 않는 감비니는 사람이 아니라 라스 폰 트리에가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 우연히 본 트럭의 이름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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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개봉작 리뷰] <메신져: 죽은 자들의 경고> - 귀신 들린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력시간 : 2007-06-04 09:59



제스 가족은 대도시를 떠나 인적이 드문 시골의 한 농장으로 이사온다. 해바라기를 재배하며 새 삶을 시작하려 했던 이 가족에게 이사 첫 날부터 기이한 일들이 하나 둘씩 일어난다. 막내인 벤(에반 터너, 테오도르 터너)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집안을 서성이기 시작하고, 제스(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정체불명의 유령들이 자신의 집안에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어느 날 제스는 귀신의 존재를 직접 체험한 뒤 두려움에 떨지만, 부모는 유령이 나타났다는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귀신의 출현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제스는 이사온 집의 비밀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메신져: 죽은 자들의 경고 The Messengers>(이하 <메신져>)는 귀신 들린 집에 거주하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부모와 남매로 이뤄진 이 가족은 도시를 떠나 시골로 거처를 옮기지만 집안 곳곳에 서린 귀신과 만나며 공포에 떨게 된다. 귀신 들린 집으로 소재로 한 만큼 대부분의 사건과 사고들은 이사온 집 안에서 일어난다. 귀신에게 정신 없이 쫓기며 줄행랑을 치다가도 현관문을 넘어서면 안도감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는 실어증이 걸린 아이, 부모와 소통하지 못하는 10대 소녀, 실업자가 된 가장을 등장시키긴 하지만 이들의 문제를 치밀하게 따라가지는 못한다. 심지어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이 어떠한 이유로 이런 상황에 다다르게 됐는지 조차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각각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지 못한 점도 문제이긴 하지만, <메신져>의 가장 큰 허점 중 하나는 일가족을 괴롭히던 귀신들이 돌연 가족을 도와 원한을 푸는 이야기에 있다. 공포심을 유발시키며 그들 주위를 배회했던 귀신들이 사실은 그들의 조력자였다는 사실이 허탈함을 유발케 한다.

<메신져>는 <디 아이 The Eye> <방콕 데인저러스 Bangkok Dangerous>를 연출한 팽 브라더스가 메가폰을 잡은 만큼, 그들만의 오싹한 공포 연출이 돋보인다. 4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귀신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어린 아이 한 명뿐이라는 설정은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묵묵히 귀신이 나타나는 방향을 가리키는 데, 극중 인물도 관객들도 직접 실체를 볼 수는 없지만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충분하다. 아무 말 없이 천장을 응시하거나 혼자 웃음 짓는 아이 벤은 일란성 쌍둥이인 터너 형제가 섬뜩한 모습과 순진한 모습의 역할을 각각 맡아 연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메신져>는 <스파이더 맨 Spider-Man> 시리즈의 샘 레이미가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샘 레이미는 2002년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고스트 하우스 픽쳐스를 설립하고,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The Grudge>, 팽 브라더스의 <메신져>에 이어 <이블 데드 The Evil Dead>의 새로운 시리즈와 한국 만화 [프리스트]의 영화화를 제작자로서 준비 중에 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6 개봉작 리뷰] <황진이> - 황진이에 대한 다른 관점

입력시간 : 2007-06-04 10:05



16세기, 철저하게 계급사회였던 조선 시대. 개성 양반가의 아씨 황진이(송혜교)는 한양 양반집 자제와의 혼인을 앞두고 있다. 양반집에서 날아온 파혼 소식에 황진이는 자신이 사실은 노비의 딸로 태어난 천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황진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옆에서 지켜준 노비 놈이(유지태)에게 몸을 허락한 후, 기생이 되기 위해 청교방으로 들어간다. 이름을 명월로 바꾸고 기생이 된 황진이는 신임 사또 김희열(류승룡)의 총애 아래 양반들을 농락하며 이름을 한양까지 널리 알린다. 한편 황진이의 파혼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놈이는 화적떼의 두목이 되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손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북한작가 홍석중의 동명 소설 원작의 <황진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황진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홍석중의 원작소설을 화면에 충실하게 옮겨낸다. 영화는 둘다 천한 신분인 황진이와 놈이의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중심 축으로 황진이와 놈이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맞서는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황진이>가 주목하는 것은 노비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천민의 신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신분 중심의 사회에서 황진이가 자신의 의지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다. 기생이 되기 직전, 죽은 노비 엄마의 무덤 앞에서 "세상을 발 아래 두고 마음껏 비웃으며 살 테다"라고 단호하게 결심하는 황진이는 그 후 당대 신분질서의 최고 윗자리를 차지하던 양반들을 실컷 농락하며 거침없이 살아간다. <황진이>는 이처럼 세상의 편견과 질서에 맞서는 당당한 여인 황진이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첫사랑인 노비 놈이와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간직한 순수한 여인 황진이의 모습을 묘사하는데도 상당히 공을 기울인다.

<황진이>는 북한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외에도 눈여겨볼 점이 많다. 총 제작기간 4년에 총 제작비가 100억 원이 투입된 <황진이>에는 담양 소쇄원, 남원 광한루, 순천 선암사, 남산 한옥마을, 부안, 안동 등 전국을 돌며 촬영한 아름다운 절경이 담겨 있다. 여기에 한국영화 최초로 금강산의 비경까지 담았다. 연등 행사 장면과 청교방 장면 등 아름다운 세트와 검은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한복들이 눈을 유혹한다. <정사> <텔 미 썸딩>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 등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정구호가 디자인한 한복은 시대성에 갇히지 않는 모던한 한복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원일 음악감독이 국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자극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올인> <풀하우스> 등의 TV 드라마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스타 송혜교가 아픔을 간직한 건방진 기생 황진이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유지태는 화적떼의 두목이자 황진이를 평생동안 가슴에 품고 사는 놈이 역을 맡아 송혜교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황진이를 총애하는 사또 김희열은 <거룩한 계보> <천년학> 등을 거치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류승룡이 연기했다. 황진이 곁에서 도움을 주는 유모는 중견 배우 윤여정이 맡아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6 개봉작 리뷰] <슈렉 3> - 허약 왕자 아더를 찾아서

입력시간 : 2007-06-04 10:02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은 이제 피오나 공주(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겁나 먼 왕국’에서 안락한 궁중 생활을 누리고 있다. 시중이 떠받들며 보좌해 주지만 슈렉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왕궁에서 벗어나 늪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피오나의 아버지인 해롤드 왕(존 클리스)가 위독해져 슈렉이 왕위를 계승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해롤드 왕은 슈렉에게 왕위 계승 다음 서열인 아더 왕자를 찾아온다면 늪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성대한 장례식은 치뤄지고, 슈렉은 절친한 친구인 동키(에디 머피)와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피오나의 먼 친척인 아더 왕을 찾기 위한 길을 나선다. 한편, 프린스 차밍(루퍼트 에버렛)은 지난 날 슈렉 일당에게 호되게 당한 뒤 복수를 준비 중이다. 후크 선장과 동화 속 악당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프린스 챠밍은 ‘겁나 먼 왕국’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왕국을 점령한다.

<슈렉 3 Shrek the Third>는 책임감이 늘어난 녹색괴물 슈렉의 이야기다. 사랑스런 피오나 공주와 결혼에 성공했으며(<슈렉 Shrek>), 못생기고 뚱뚱한 괴물이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피오나 가족들로부터 신임도 얻었지만(<슈렉 2 Shrek 2>) 이제 슈렉은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이 되야 하며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슈렉> 시리즈 특유의 반골 정신은 <슈렉 3>에서도 이어진다. 세상만사 단순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 슈렉은 왕이 되기 보단 왕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여행길을 떠나고, 피오나 공주의 임신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악몽을 꾸게 된다. <슈렉> 시리즈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차별을 두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왕위 찬탈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거나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퍼붓는 주인공 대신 심드렁하고 무책임한 슈렉을 내세워 기존 애니메이션의 전통과 관습에 대해 전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렉> 시리즈의 장점인 동화 비틀기는 3편에서도 여전하다. 피오나 공주의 마실 친구들인 네 공주는 기존 동화 속 모습과 사뭇 다르게 등장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말 그대로 24시간 졸기 바쁘며,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이 자신을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오히려 하인으로 부린다. 계모와 의붓 언니들에게 시달리며 청소밖에 할 수 없었던 신데렐라는 청결에 대해 노이로제를 가지고 있는 결벽증 환자였으며, 라푼젤의 긴 머리는 사실 가발이었다. <슈렉 3>에선 동화만 차용하는 것이 아니다. 전설 속의 인물인 아더 왕은 연전연패를 기록하는 약골 왕자로 등장해 귀네비어의 사랑을 얻고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슈렉 3>에 사용된 동화 비틀기는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탓에 시리즈 특유의 통렬한 조롱과 풍자가 제대로 살려지지는 못하고 있다. 왕비 릴리안이 박치기를 통해 느닷없이 감옥을 탈출하게 되는 장면도 생경할 뿐만 아니라, 동키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마법으로 인해 몸이 뒤바뀌는 설정 또한 이야기 진행에 관계가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장 ‘슈렉’스럽지 않는 장면은 아더 왕이 일장 연설을 끝마친 뒤 악당을 감화시키며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 있다. <슈렉 3>는 지나친 설교조로 악당을 계몽하는 탓에 다양한 시점에서 비틀어 보기를 시도했던 시리즈 본연의 개성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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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5. 31. 14:22
0.00/10
0명 참여
6.00/10
1명 참여
천상고원
감독  : 김응수
출연  : 이재원, 김응수
상영시간  : 75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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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06/10
139명 참여
5.50/10
4명 참여
상성: 상처받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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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유위강, 맥조휘
출연  : 양조위, 금성무, 서기, 서정뢰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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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8.33/10
3명 참여
5.50/10
4명 참여
팩토리 걸
예매하기   
감독  : 조지 하이켄루퍼
출연  : 시에나 밀러, 가이 피어스
상영시간  : 8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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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27/10
151명 참여
3.00/10
1명 참여
데스 워터
예매하기   
감독  : 야마모토 키요시
출연  : 이가와 하루카, 와타베 아츠로
상영시간  : 101분
장르  : 공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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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31 개봉작 리뷰] <천상고원> - 히말라야로 떠난 남자
입력시간 : 2007-05-28 11:06


K(김응수)는 궁금하다. 그의 연인이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가장 잔인했던 나를 용서하지 않길 바래”라는 엽서 한 통을 남겨둔 채 갑자기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K는 3년 전 그녀와 함께 여행한 적 있는 히말라야 고원의 라다크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한 여정은 쉽지가 않다. K는 정체불명의 여행객 태훈(이재원)을 만나 히말라야를 넘는 도중 심한 고산병에 시달린다. 수십 번의 토악질과 죽을 만큼 힘든 두통을 겪으며 간신히 천상고원에 다다른다. 태훈 역시 말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K는 3년 전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 속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어떤 이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 그곳에 없고, 다른 이는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K는 그들에게 사진 한 장씩을 전해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사진을 모두 돌려주고 난 후 K는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네 명의 스탭으로 제작된 <천상고원>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혼합된 로드무비다. 김응수 감독, 배우 김재원, 촬영감독 박기웅, 그리고 동시녹음기사 김원이 <천상고원>을 만든 사람들이다. 특히 김응수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주인공 K역을 맡아 연기도 겸했다. 영화 속 K가 여행을 떠나는 라다크는 감독이 3년 전에 여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는 K가 사라진 애인을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이들의 만남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상고원>은 뜻하지 않게 히말라야 여행을 하게 된 주인공이 다시 대자연과 조우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것에 주목한다. K는 덜컹거리는 자동차에 몸을 실어 라다크로 향하지만 고산병에 시달리며 대자연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생각한다. 또한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난 현지 주민들과 만나고 광활하게 펼쳐진 길을 통과하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하지만 <천상고원>은 80분의 러닝타임 동안 대사가 거의 없이 진행돼 변화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잡기에는 버거운 편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낼 뿐 그가 무엇을 발견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해발 5,000미터의 히말라야 고원을 통과하지만 K가 간간히 구토 때문에 차를 멈춰 세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저 K의 단조로운 여정을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감독은 광활한 자연 속에 작기만 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것으로 만족할 따름이다. <천상고원>은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한 작품으로, 뒤늦게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31 개봉작 리뷰] <상성: 상처받은 도시> - 상처 받은 사람들의 도시, 홍콩

입력시간 : 2007-05-28 10:58



형사 선후배 사이인 유정희(양조위)와 아방(금성무)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편히 쉴 수가 없다. 출동명령을 받고 현장을 급습하던 중 유정희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분노하고, 아방은 귀가 후 자신의 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한다. 3년 후, 둘의 상황은 극명하게 변한다. 유정희는 경찰청의 엘리트 팀장으로, 가정에선 숙진(서정뢰)에게 헌신하는 다정한 남편으로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방은 애인의 자살로 충격을 받고 알코올 중독자가 돼 사립탐정 일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유정희의 장인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숙진은 사립탐정인 아방에게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한다. 의뢰를 받은 아방은 사건을 조사할수록 유정희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 Confession of Pain>는 <무간도 Infernal Affairs> 시리즈로 유명한 유위강, 맥조휘 콤비의 작품이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은 비극적인 운명에 놓인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무간도>와 같은 연장선에 있지만, 살인범을 뒤쫓는 추리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특이하다. 영화의 초반부에 범인을 미리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어떤 사연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가’를 다룬 추리물이다. 그 과정에서 유위강, 맥조휘는 홍콩 누아르를 부활시킨 감독답게 도시의 우울한 정서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카메라는 홍콩의 야경을 멀리서 담아내며 쓸쓸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후미진 뒷골목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포착해낸다. 또한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범인을 내세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유정희와 아방이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홍콩이란 도시에는 영웅도 악당도 아닌, 상처 받은 사람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범인의 사연을 풀어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아방이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느닷없이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장면이나 영화의 후반부, 범인이 자신의 사연을 한꺼번에 고백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부분에선 추리물의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린다. 금성무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서기는 이야기 전개에 하등 지장을 주지 않는 사족과도 같은 인물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양조위가 <무명경찰 Young Cops>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21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한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할리우드에 리메이크가 확정됐고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 <디파티드 The Departed>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모나한이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31 개봉작 리뷰] <팩토리 걸> - 앤디 워홀의 그녀

입력시간 : 2007-05-28 10:44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배우는 누굴까. 앤디 워홀의 대표작 몇 편쯤 아는 이라면 대부분 마릴린 먼로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릴린 먼로보다 더 가까운 이가 있다. 앤디 워홀의 작품 세계는 물론 개인적인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여인, 배우 에디 세즈윅이 바로 그다. 에디 세즈윅은 <가련한 부자 아가씨 Poor Little Rich Girl> <루페 Lupe> 등 1960년대 만들어진 앤디 워홀의 영화 대부분에 출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이자 깡마른 몸에 찰싹 달라붙는 블랙 타이즈, 스모키 화장을 즐겼던 1960년대 패션 아이콘이었다. <팩토리 걸 Factory Girl>은 그녀를 위한 찬가다. 앤디 워홀과 만나 서로 교감을 나누고 배우로서 반짝이던 한 때, 그리고 약에 빠져 스물 여덟의 나이로 생을 다할 때까지, 에디 세즈윅의 인생이 통째로 들어있다.

1965년. 하버드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은 더 큰 세상과 만나고 싶어 뉴욕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그 시절 앤디 워홀은 캠벨수프 깡통을 늘어놓은 파격적인 전시로 미술계와 문화계의 관심(관심이 방향이 호의적이든 호의적이지 않았든 간에)을 한 몸에 받던 팝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이 에디 세즈윅에게만 흥미로웠던 건 아니다. 앤디 워홀은 한 눈에 그녀의 매력을 간파했고, 그녀를 자신이 작품 활동을 하던 예술 공간 ‘팩토리’로 초대한다. 재력가의 딸이자 뉴욕 패션계를 쥐락펴락한 패션 아이콘 에디 세즈윅은 그렇게 앤디 워홀의 친구가 된다. 그리고 영화 작업을 통해 점차 그의 뮤즈가 되어 간다. 그러나 이들의 달콤한 한 때가 그리 오래 지속된 건 아니다. 앤디 워홀은 곧 다른 예술 ‘동지’들과 관계를 확장해갔고,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에디 세즈윅의 인생은 시들어가기 시작한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회상, 지옥의 묵시록 Heart of Darkness: A Filmmaker’s Apocalypse>과 몽키스, 콜드 플레이 등 유명 음악인들의 명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메이어 오브 선셋 스트립 Mayor of the Sunset Strip> 등을 작업한 조지 하이켄루퍼 감독은 <팩토리 걸>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색채를 잊지 않았다. <팩토리 걸>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재현. 앤디 워홀의 작품은 물론 60년대 문화계의 모습, 에디 세즈윅의 패션들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덕분에 은박지와 은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과 은색 풍선, ‘실버 팩토리’라 불리던 앤디 워홀의 작업 공간이 고스란히 영화 안으로 옮겨왔다. 여기에 1963년부터 66년까지, 앤디 워홀의 작품 가운데 열아홉 작품이 실물 그대로 영화 속 소품으로 사용됐다. 고독한 듯하면서 냉정함을 잃지 않는 앤디 워홀의 표정, 스모키 화장으로 대표되는 에디 세즈윅의 여러 패션 아이템들도 완벽한 의상, 메이크업으로 스크린 위에 재현된다.

하지만 영화는 앤디 워홀이 왜 에디 세즈윅을 철저히 이용하다 버렸는지, 매혹으로 빛나던 에디가 왜 그토록 쉽게 약물에 빠져들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이들 관계의 겉만 훑다 보니 에디 세즈윅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데 머물 뿐, 미술학도이기도 했던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삶의 고뇌는 어느 곳에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 시대, 미술계의 고정관념들을 뒤흔든 앤디 워홀의 예술 감각은 드러나지 않고 그를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찍고 그림을 그리는 제멋대로 예술가로 그린 것도 아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31 개봉작 리뷰] <데스워터> - 물도 함부로 마시지 마라

입력시간 : 2007-05-28 11:03



됴쿄 서쪽 지역에서 최근 몇 달 간 의문의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자살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신의 눈을 찔렀다는 점. 이 사건을 취재하던 신문기자 교코(이가와 하루카)는 이 끔찍한 사건이 모두 물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을 품고, 전 남편이자 수질 연구원인 유이치(와타베 아츠로)에게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는 교코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유이치는 동료 연구원이 눈을 찌르고 자살한 사건을 겪으면서 교코에게 협조하게 된다. 두 사람은 문제의 물이 '데스워터(죽음의 물)'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데스워터를 마신 사람은 환각을 보며 점점 미쳐가다가 결국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데스워터가 상수관을 통해 도쿄 서쪽 지역 전체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

동명의 일본 호러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 <데스워터 Death Water>는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물을 매개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데스노트>는 귀신이 갑자기 등장해 놀래키거나, 서늘한 음악이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거나 하는 등의 공포영화의 관습적인 장치를 별달리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문기자 교코의 취재 과정을 꼼꼼하게 추적해나가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를 강화함으로써 스멀스멀 스며드는 공포를 창출하고 공포의 강도를 조금씩조금씩 높여간다는 점에서 <데스워터>는 깜짝쇼에 치중한 여느 공포영화와는 다른 색깔의 공포를 선사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오염되었을 경우를 상정하고 그 파급효과를 그린다는 점에서 <데스워터>는 공포의 강도가 여느 공포영화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상적으로 매일매일 마시는 수돗물에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있다면, 이는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만큼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을 보면, 그렇게 거창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어진다. 신문기자 교코가 목숨을 걸고 알아낸 데스워터가 그저 민담 속에 나오는 저주받은 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일 뿐인 것이다. 이런 싱거운 설정만 제외한다면, <데스워터>는 즐길거리가 충분히 많은 공포영화다. 데스워터를 마시고 미쳐가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환각, 물에 대한 강박증을 드러내는 교코의 행동양식 등 디테일을 꼼꼼하게 살린 장면들은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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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5. 16. 16:21
5.88/10
196명 참여
5.00/10
6명 참여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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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소피아 코폴라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제이슨 슈왈츠먼, 립 톤
상영시간  : 12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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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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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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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노동석
출연  : 유아인, 김병석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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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56/10
597명 참여
5.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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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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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도이 노부히로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 나가사와 마사미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M/V
7.21/10
19명 참여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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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리 타마호리
출연  :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무어, 제시카 비엘
상영시간  : 95분
장르  : SF, 액션, 스릴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0.00/10
0명 참여
저 하늘에도 슬픔이
예매하기   
감독  : 한명구
출연  : 김유나
상영시간  : 89분
장르  : 가족,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10.00/10
1명 참여
와일드 이노선스
예매하기   
감독  : 필립 가렐
출연  : 메디 벨라 카셈, 줄리아 포레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8.50/10
2명 참여
7.50/10
2명 참여
줄 위의 종달새
감독  : 이리 멘젤
출연  : 테레자 바리오바, 에바 블라즈코바, 블라디미르 브로드스키, Vera Ferbasova
상영시간  :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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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17개봉작 리뷰] <마리 앙투아네트> - 24시간 파티 피플의 사생활
입력시간 : 2007-05-14 11:33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ette>는 특이한 시대극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당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대의 공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영화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의도적으로 시대의 풍경을 거세시키고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개인에 집중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어린 나이에 정략 결혼의 희생양이 되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24시간 파티 피플로 살며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를 외면했다는 비판과 아름답고 사실적이라는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논란의 영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키어스틴 던스트)는 프랑스와의 동맹 강화를 위해 후에 루이 16세가 되는 프랑스 황태자 루이 오귀스탱(제이슨 슈왈츠먼)과 정략 결혼해 베르사이유 궁전에 입성한다. 두 나라간의 동맹 강화를 위해 어머니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빠른 출산을 권하지만, 남편은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잠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다.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남편을 유혹하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설픈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 마리 앙투아네트도 다른 관심사를 찾기 시작한다. 오페라와 화려한 의상, 파티 등에서 즐거움을 찾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차 화려한 궁전 생활에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사치스런 생활에 점점 빠져든 마리 앙투아네트는 스웨덴의 젊은 백작 페르젠(제이미 도넌)과 불장난 같은 사랑을 하기도 하며 안정된 궁전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향락의 극치를 달리던 그 즈음 프랑스 국고는 바닥을 치고, 극심한 가난으로 민심은 흉흉해져 간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마리 앙투아네트: 여행]을 바탕으로 호화롭기 그지 없는 날들을 보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역사적으로 사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중 생활을 있는 그대로(아니 그보다 어쩌면 훨씬 더 화려하게) 재현해낸다. 영화는 열네 살에 정략 결혼으로 낯선 나라의 왕비가 된 어린 소녀가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즐기면서 사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는데 주력한다. 영화의 초반부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파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잠깐 보여주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오로지 향락을 즐기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소피아 코폴라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도 역사적 사실은 일부러 외면하며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다.

감독의 역사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릴 수 있지만, 볼거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실제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촬영하는 등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궁전 생활을 엿보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아름다운 궁전의 장식들과 의상, 메이크업, 파티 풍경 등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불의 전차 Chariots of Fire>와 <배리 린든 Barry Lyndon>에 이어 <마리 앙투아네트>로 세 번째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밀레나 카노네로의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미래 소년

입력시간 : 2007-05-14 02:00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내오고 있는 종대(유아인)와 기수(김병석)에게 현실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냉혹하다.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종대는 안마시술소에 취직하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대리운전을 하는 기수는 레드 제플린의 존 보냄처럼 몰디브에서 드럼을 치는 꿈을 꾼다. 어느날 종대는 폭행 사건에 휘말려 진짜 총을 갖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종대와 기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2004년 단 3천만 원의 돈으로 제작된 저예산독립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노동석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희망이라곤 눈을 뜨고 찾아볼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처한 커플 병석과 재경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현실을 이야기했던 노동석 감독의 관심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도 여전하다. 제목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내일은 없는 한심한 청춘 종대와 기수의 이야기다. 하지만 시종일관 절망 속에 머물러 있었던 <마이 제너레이션>에서와는 달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조금 다르다. 피할 곳이라곤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종대와 기수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비해 10배 늘어난 3억 원의 넉넉해진(?) 제작비 덕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촬영과 사운드 등 외형적으로 전작보다는 확실히 세련되고 안정적인 영화가 되었다. 특히 100%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석 감독의 공간 활용법이다. 기수의 지하 단칸방, 초라한 약국, 대리운전 사무실, 퇴락한 골목과 다리 밑 등 극 중 등장하는 모든 공간들은 단지 영화의 배경에 그치지 않고, 두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제 3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김병석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노동석 감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수 역할로 등장하며, 종대 역의 유아인(<반올림> <좋지 아니한가>)은 나이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2001년 <싸울아비> 이후 6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최재성이 종대의 선망의 대상인 김사장 역할로 출연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눈물이 주룩주룩> -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입력시간 : 2007-05-14 11:30



오키나와에 혼자 살고 있는 요타로(츠마부키 사토시)에게 새로운 룸 메이트가 생긴다. 새 얼굴의 주인공은 네 살 터울 여동생 카오루(나가사와 마사미). 오키나와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카오루와 오빠 요타로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세상 누구보다 사이 좋은 남매지만 사실 둘은 진짜 남매가 아니다. 재혼한 부모님 덕에 형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타로의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카오루의 아빠는 집을 나갔다. 부모가 떠나고 단 둘이 남은 남매는 형제로, 친구로 서로 의지하며 자란다.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오빠, 동생. 이들의 진한 우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춰뒀던 사랑의 색을 드러낸다. 정과 우애,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이 뒤섞인 기묘한 감정이다.

소설과 만화들을 원작으로 삼는 대부분의 일본영화와 달리 특이하게도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의 출발점은 한 곡의 노래. 일본의 유명가수 모리야마 요시코가 부른 동명의 노래는 오키나와에서 친구처럼 자란 죽은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애잔하게 묻어 있다. 개국 50주년을 맞은 TBS 방송국은 어느 세대나 즐길 수 있는 순애, 멜로 영화를 만들 결심을 하고 일본인의 애창곡 ‘눈물이 주룩주룩’를 영화로 옮기기로 마음 먹는다. 진한 우애는 물론 애틋한 사랑의 감정까지 끌어낼 수 있는 소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래가 시작점이지만 오키나와에서 자란 친구 같은 남매, 동생을 향한 오빠의 한없는 사랑이란 큰 줄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

<눈물이 주룩주룩>이 덧붙인 극적 장치들은 대부분 ‘신파 코드’와 그대로 연결된다. 세상이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가짜 남매 요타로와 카오루 사이에 요타로의 여자친구가 등장해 삼각 관계 구도가 전개되고, 요타로에 비해 학벌, 집안 모두 좋은 여자친구의 부모는 어김없이 이 둘 사이를 반대한다. 물론 헤어질 것을 담보로 한 ‘돈 봉투’가 오가고, 눈물 쥐어짜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진부하리만큼 전형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릴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요소, 죽음도 빼놓지 않고 준비해두고 있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제목 그대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해 손수건을 젖게 하려는 전형적인 신파 멜로드라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뺀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요타로와 카오루의 애틋한 감정을 잡아냈다. 하지만 우애와 사랑 사이를 묘하게 넘나드는 이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제대로 옮겨졌는지는 의문이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둘의 감정은 너무 건전하고, 우애라고 하기엔 요타로의 애정이 너무 맹목적이다. 스스로도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만큼 미묘하게 흔들리는 사랑의 파장이 <눈물이 주룩주룩>에는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눈물이 주룩주룩>이 전하는 사랑 얘기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건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의 츠마부키 사토시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 속 백혈병 소녀 나가사와 마사미는 애틋한 감정은 물론, 그 자제로 풋풋한 청춘의 아름다움을 화면 안에 새겨 넣는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 맑은 하늘이 선사하는 영상미 또한 <눈물이 주룩주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더불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노래 ‘눈물이 주룩주룩’도 감상할 수 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넥스트> - 2분 후를 보여드립니다

입력시간 : 2007-05-14 12:11



라스베가스의 마술사 크리스 존슨(니콜라스 케이지)는 2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이런 예지력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임을 깨달은 그는 마술사로 일할 때나 카지노에서 푼돈을 벌 때만 사용하며 능력을 아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카지노에 총기강도 사건을 예견하고 미리 막으려다 오히려 사건에 휘말리는 신세가 된다. 한편, FBI 요원 캘리 페리스(줄리안 무어)는 테러리스트들이 LA에 핵폭탄을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핵폭탄을 찾는데 크리스의 능력을 사용하려 한다.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크리스는 LA시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캘리의 부탁을 번번히 거절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운명의 여인 리즈(제시카 비엘)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돼 LA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FBI와 함께 핵폭탄 제거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넥스트 Next>는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의 원작자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골든 맨 The Golden Man]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초능력, 로봇, 외계인 등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미래 세계를 그려온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넥스트>는 2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는 주인공 크리스의 예지력을 매개로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교묘한 솜씨로 수십 명의 경호병을 따돌리거나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는 통나무와 바위를 요리조리 절묘하게 피해가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낸다. 또 크리스가 리즈에게 접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예지력을 발휘할 때나 TV 프로그램의 대사를 미리 읊어대는 장면은 웃음을 이끌어낸다.


2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설정,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서 예지능력이 커진다는 설정 등 흥미를 끄는 구석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넥스트>는 만듦새가 썩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2분 후의 미래를 예측해 교묘하게 난관을 피해가는 크리스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크리스가 운명의 여인 리즈를 만나 예지능력이 커진 후반부부터는 테러리스트와 크리스 사이의 대결로 이야기가 압축된다. 그러나 한결 강해진 예지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크리스의 활약상은 중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의 반격을 무력화시키며 영화의 긴장감마저 떨어뜨리고 만다. 미래를 예측하는 크리스가 수십 발의 총알도 너무나 간단하게(?) 피해버리기 때문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놓쳤지만, <넥스트>는 다른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랜드 캐년의 광활한 풍경과 LA 롱비치 항구에서 촬영된 액션 신은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내 앨리스 김이 영화 초반부 마술쇼 도중 무대로 불려 올라가는 여인으로 등장해 깜짝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저 하늘에도 슬픔이>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입력시간 : 2007-05-14 11:55



엄마(박순천), 아빠(윤철형), 윤숙(김유나) 순나(박소영), 윤식(박남), 옥이(김인정). 단란했던 여섯 식구의 행복한 시절은 아빠의 도박으로 한순간에 사라진다. 아빠와 매일 말다툼을 일삼던 엄마는 어느날 사남매를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다. 엄마의 가출 후 아빠와 사남매는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작은 옥탑방을 얻어 살게 되면서 겨우 안정을 찾지만,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사남매는 다시 불행 속으로 빠져든다. 끼니마저 굶을 지경에 처하자 윤숙은 구두를 닦고 신문과 껌을 팔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1964년 발간된 열세 살 소년 이윤복의 동명 수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은 1963년부터 1964년까지 저자가 쓴 일기를 학교 선생님들이 책으로 펴낸 것으로, 발간되자마자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탤런트 출신의 한명구 감독 역시 이에 감명받아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책이 발간된 다음해인 1965년에 김수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4명의 아역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신파 휴먼드라마로 관객들을 찾아간다.(이 리뷰는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것입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7개봉작 리뷰] <와일드 이노선스> - 사실과 허구, 허구에 관한 사실과 사실에 관한 허구

입력시간 : 2007-05-14 11:17



젊은 영화감독 프랑수아 모제는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여자에 관한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를 준비 중이다. 이미 몇 편의 영화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감독이지만, 제작비를 투자받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배우 지망생 루시와 사랑에 빠진 모제는 그녀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기용하려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지연되자 고민에 휩싸인다. 감독을 믿고 제작비를 대겠다는 한 제작자는 만날 때마다 시간을 끌거나 자취를 감추는 등 모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친구의 소개로 만난 노년의 재력가 샤스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마약을 운반해 달라고 요구한다. 고민 끝에 연극 순회공연을 떠나겠다는 루시를 잡기 위해 샤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모제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샤스는 더욱 위험한 일을 모제에게 강요하고, 마약중독자를 연기하던 루시는 배역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편 호기심으로 시작한 헤로인에 중독돼 간다.

<와일드 이노선스 Sauvage Innocence>는 <평범한 연인들 Les Amants Reguliers>로 2005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필립 갸렐의 2001년 작품이다. 누벨바그의 끝머리 혹은 포스트 누벨바그의 출발점에 데뷔하여 독창적인 영화 만들기에 몰두해온 감독의 사적 고백과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열여섯의 나이에 단편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 Les Enfants Desaccordes>로 데뷔해 앙팡 테리블로 불렸던 필립 갸렐은 상업영화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적 실험을 계속하며 프랑스 예술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1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와일드 이노선스>는 필립 갸렐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감독이 즐겨 만들었던 사적 영화의 표본과도 같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마약으로 연인을 잃은 프랑수아 모제는 필립 갸렐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로 필립 갸렐이 10년 가까이 동거했던 모델 겸 배우 겸 뮤지션 니코는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즈음 자전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영화 속에서 프랑수아 모제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는 필립 갸렐의 아버지인 연극 연출가 모리스 갸렐이다.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는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와일드 이노선스>라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프랑수아가 루시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구체적인 사건은 대부분 허구다. 이는 모제가 만들고 있는 <와일드 이노선스>에도 해당되고, 필립 갸렐이 만든 <와일드 이노선스>에도 해당된다. 그런 의미에서 <와일드 이노선스>는 변형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필립 갸렐의 실제 삶과 모제의 삶 그리고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와 영화 속 영화가 기묘하게 서로를 반영하며 서로를 변형시킨다. <와일드 이노선스>를 단순히 줄거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모제의 영화는 필립 가렐의 영화와 점점 분리되면서 합쳐지고, 모제의 영화 속 인물은 루시라는 배우와 모제의 기억 속 연인을 거쳐 필립 가렐의 기억 속 연인으로 합치된다. 모제의 영화는 사실 속 허구 속 허구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사실 속 허구 속 사실로 보이기도 한다. 필립 갸렐의 기억과 필립 갸렐이 영화를 만드는 행위, 모제의 기억과 모제가 영화를 만드는 행위 그리고 필립 갸렐의 영화와 모제의 영화가 복잡하게 뒤엉킨다. <와일드 이노선스>는 무척 분명하고 단순한 내리티브를 가진 영화로 보이지만 무척 복잡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와일드 이노선스>가 어려운 것은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와일드 이노선스>를 등장인물들 사이의 사건으로만 이해했다면 그건 작품의 극히 일부만 봤다는 의미와도 같다. <와일드 이노선스>의 진정한 핵심은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부터 시작된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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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개봉작 리뷰] <줄 위의 종달새> - 사랑이야기로 폭로하는 사회체제의 부조리

입력시간 : 2007-05-14 12:01



1950년대 공산정권 치하, 체코의 프라하, 요리사 파벨(바츨라프 네카르시)은 종교적 이유로 토요일 출근을 거부하다 폐철처리장으로 끌려간다. 파벨은 그곳에서 교수, 검사, 색소폰 연주자, 이발사 등 저마다 억울한 사연으로 강제노역을 하게 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폐철처리장 한편에는 체코를 탈출하려다 잡혀온 여성 죄수들이 일하고 있다. 폐철처리장의 경비원은 남, 녀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파벨은 아름다운 아가씨 이트카(이트카 젤레노호르스카)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철저한 감시 속에서 파벨과 이트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눈빛을 주고 받거나 스치듯 손을 만져보는 것뿐이다. 이트카의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폐철처리장의 동료들은 파벨과 이트카가 결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줄 위의 종달새 Larks on a String>는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화된 체코의 현실을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풀어낸다. 영화는 온갖 고철들이 쌓여있는 폐철처리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파벨과 이트카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파벨과 아르카 커플은 폐철을 옮기며 서로의 손을 어루만지고, 비 오는 날 함께 불을 쬐며 미소를 주고 받는 것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혼식장에 함께 들어가는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파벨은 결혼식장에서, 아르카는 감옥에서 따로따로 결혼식 행사를 가질 뿐이며, 첫날 밤조차 파벨의 작은 말실수로 치루지 못하는 아픔을 겪는다. 파벨은 말실수 때문에 다시 또다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고 만다. 영화는 비극적 상황 가운데서 희망의 싹을 보여주는 한편, 가장 행복해야할 순간에 비극을 드러내는 등의 장치를 통해 사회체제의 부조리와 폭력을 폭로한다.


<줄 위의 종달새>는 1968년 체코의 민주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기간에 제작된 영화다. 하지만 ‘프라하의 봄’이 소련의 침공으로 끝나버리자 <줄 위의 종달새>는 공산정권으로부터 상영금지 처분을 받고 20여 년이 지난 1989년에야 공개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리 멘젤 감독은 <줄 위의 종달새> 때문에 5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다시 메가폰을 잡게 된 후 체코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왔다. <줄 위의 종달새>는 1990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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