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1. 1. 17:59
7.82/10
85명 참여
킹덤
시사회·이벤트
감독  : 피터 버그
출연  : 제이미 폭스, 크리스 쿠퍼, 제니퍼 가너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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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0.00/10
0명 참여
첫눈
감독  : 한상희
출연  : 이준기, 미야자키 아오이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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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8.86/10
318명 참여
4.67/10
3명 참여
식객
감독  : 전윤수
출연  :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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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7.20/10
301명 참여
4.75/10
4명 참여
블랙 달리아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조쉬 하트넷, 스칼렛 요한슨, 아론 에크하트, 힐러리 스웽크
상영시간  : 120분
장르  :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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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8.19/10
177명 참여
6.00/10
1명 참여
히어로
감독  : 수주키 마사유키
출연  : 기무라 다쿠야, 마츠 타카코, 오오츠카 네네, 아베 히로시
상영시간  : 129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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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9.00/10
1명 참여
6.33/10
3명 참여
투야의 결혼
감독  : 왕취엔안
출연  : 위난
상영시간  : 96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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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88/10
25명 참여
다운 인 더 밸리
감독  : 데이빗 제이콥슨
출연  : 에드워드 노튼, 에반 레이첼 우드
상영시간  : 111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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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킹덤> - 테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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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외국인 주거 단지에 거대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절친한 동료를 잃은 FBI 요원 플러리(제이미 폭스)는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료 재닛 메이스(제니퍼 가너)와 그랜트 사익스(크리스 쿠퍼), 아담 레빗(제이슨 베이트먼)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다. 현지에 도착한 이들 FBI 요원들은 5일 안에 수사를 끝내고 떠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미국 대사관의 압박에 시달리며 이들의 경호를 맡은 알 가지 형사(아샤라프 바롬)와 함께 하나둘씩 단서를 찾아나간다. 그 와중에 요원 아담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남은 이들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테러범의 근거지로 쳐들어간다.

<킹덤 The Kindgom>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테러범과 미국 FBI 요원들의 팽팽한 대결을 그린 액션영화다. 그러나 <킹덤>은 스펙터클한 액션 신보다는 증거를 통해 테러범의 실체에 다가가는 정의로운 FBI 요원들의 치밀한 수사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양쪽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러범을 끝까지 쫓는 FBI 요원들의 활약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이들을 성가진 존재로 여겼다가 점차 이들의 정의감에 동화되어 수사에 협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가지 형사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영화의 내용은 더욱 풍성해진다. 정의감에 불타는 FBI 요원들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건 액션 신. 영화의 도입 부, 도시 일부를 날려버릴 듯 강력한 폭발 장면과 영화의 후반부, FBI 요원들과 테러범들 사이의 치열한 총격전은 액션영화다운 쾌감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킹덤>은 <히트 Heat> <콜래트럴 Collateral> <마이애미 바이스 Maimi Vice> 등 개성 있는 액션영화를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만 감독이 제작을 맡고 배우 겸 감독인 피터 버그가 연출을 맡았다.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마이클 만과 호흡을 맞췄던 제이미 폭스가 정의롭고 인정많은 FBI 요원 플러리를 연기했고, TV 시리즈 <앨리어스 Alias>로 액션 연기에 합격점을 받은 제니퍼 가너가 법의학 수사관 재닛 메이스로 제이미 폭스와 자연스러운 호흡을 선보인다. 그러나 <킹덤>에서 누구보다 눈여겨봐야할 배우는 알 가지 형사를 연기한 이스라엘 태생의 배우 아샤라프 바롬이다. 플러리 요원과 국적, 종교, 신념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알 가지 형사를 연기한 아샤라프 바롬은 제이미 폭스와 제니퍼 가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연기로 여운을 남긴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첫눈> - 한일 친선 문화교류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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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도예가인 아버지(조선묵)를 따라 일본 교토에 온 고등학생 김민(이준기)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들른 사찰에서 나나에(미야자키 아오이)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교환학교로 들어간 학교에서 나나에를 다시 만나게 된 민은 실수로 나나에의 미술품 가방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린 것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진다. 민이 아르바이트로 산 새 가방을 고맙게 받아들인 나나에는 한국어를 공부하며 조금씩 민과의 거리를 좁혀간다. 나나에가 도예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민은 아버지에게서 조금씩 배워 나가 나나에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직접 만든 돼지 도자기인형을 선물한다. 하지만 복잡한 집안 문제로 나나에는 교토를 떠나야 하는 상황. 나나에는 직접 만든 부적을 민에게 선물하고 며칠 후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나나에를 애타게 찾던 민은 결국 상심만 안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원빈, 후카다 교코 주연의 드라마 시리즈 <프렌즈>를 연상시키는 한일 합작영화 <첫눈>은 일본에 온 한국 남자 고등학생과 교토에 살고 있는 여자 고등학생의 사랑을 그린 청춘 멜로드라마다. 한국과 일본의 제작사가 공동 제작하고 양국의 스탭이 힘을 합쳤다는 제작 방식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은 문화 교류와 사랑의 교감을 다뤘다는 영화 내용까지 합작영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양국의 젊은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오래된 통속 청춘영화를 연상시킨다. 선량한 인물들과 현실적 갈등이라고는 먼지만큼도 없는 말끔한 연인 관계, 두 사람을 갈라 놓는 운명적 사건,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판명 나는 오해, 무조건적인 믿음과 기다림 등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순진무구한 태도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명백하게 구분시킨다.

두 사람이 교토의 강에서 보트를 함께 타면 연인이 헤어진다는 속설과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마찬가지로 연인이 헤어진다는 속설을 이야기할 때, 첫눈이 내리는 날 데이트를 하는 연인은 행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통속성은 절정으로 향한다. 결국 첫눈이 내리는 날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가가 이 영화의 관건이지만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다. 뮤직비디오 출신인 감독의 성향이 드러나듯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클로즈업과 아름다운 풍경 연출에 많은 신경을 쓴다. 단편적인 에피소드 위주의 스토리 전개 역시 드라마 방식의 뮤직비디오와 많이 닮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첫눈>은 뮤직비디오 같은 한일 친선 문화교류 멜로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식객> - 맛 대 맛, 최고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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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 맛을 자랑하는 운암정의 대를 잇는 자리. 음식에 마음을 담는 요리사 성찬(김강우)와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 봉주(임원희)가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요리 과제는 황복회. 두 요리사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성찬의 요리를 먹은 심사위원들이 복어 독에 중독되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운암정의 후계자는 봉주로 결정되고, 성찬은 낙향한다. 그로부터 5년 후 조선 최고의 요리사로 칭해지는 대령숙수의 칼이 발견되고, 그의 적통을 찾는 요리 대회가 열린다. 현존하는 최고의 요리사를 선정하는 이 대회에서 성찬과 봉주는 두 번째 대결을 벌인다.

<식객>은 2002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허영만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 연재만화는 단행본으로 발행되어 54만 부라는 판매부수를 올렸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에 올려져 회 당 조회 수 20만 건을 상회하는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식객>은 조선 말기부터 현재를 오가며 한국 최고의 맛의 제왕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진검 승부를 벌이는 성찬과 봉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식객>은 <베사메무쵸> <파랑주의보>의 전윤수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식객>은 방대한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113분 남짓한 러닝 타임안에 적당히 선별, 축약하여 극을 진행시킨다. 영화의 주요 줄기는 대령숙수의 칼을 차지하기 위한 요리 대회에서의 성찬과 봉주의 대결. 성찬과 봉주의 에피소드 외에 봉주의 할아버지 만식과 치매에 걸린 성찬의 할아버지 에피소드, 숯쟁이 에피소드 등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가 플래쉬백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많은 에피소드들이 양념처럼 끼어드는 탓에, 이야기의 극적인 긴장감은 그다지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큰 원작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선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다. 또한 극 전개를 선한 캐릭터(성찬)과 악한 캐릭터(봉주)의 단순한 대결 구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식객>의 큰 단점이다.

하지만 극 초반 요리 대회에서 보여지는 황복회, 육회, 구절판, 도미면, 화양적 등 화려하고 입맛 당기게 하는 한국 전통 음식들의 조리 과정은 <식객>이 큰 신경을 쓴 부분. 성찬과 봉주 역의 김강우와 임원희는 이 장면들을 위해 요리 전문 학원에서의 고된 연습을 통해 적어도 겉으로는 완벽한 요리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블랙 달리아> - 브라이언 드 팔마의 또 하나의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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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전직 권투선수 출신인 벅키(조쉬 하트넷)와 리(아론 에크하트)는 경찰청 권투시합을 계기로 수사대에 입성하고 단짝 콤비가 된다. 리의 아내 케이(스칼렛 조핸슨)와 함께 세 사람은 막역한 사이가 되는 동시에 미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벅키와 리는 LA를 공포에 빠트리고 있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고 갱단의 비리를 수사하던 도중 ‘블랙 달리아’ 사건에 긴급 투입된다. 엘리자베스 쇼트(미라 커쉬너)라는 무명 여배우가 입술이 귀까지 찢어지고 몸이 두 동강난 상태로 발견된 것. 리는 이상할 정도로 블랙 달리아 사건에 집착하고 상부의 지시를 어긴 채 독자적인 수사를 하던 도중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리의 뒤를 이어받아 엘리자베스의 과거를 조사하던 벅키는 엘리자베스와 외모가 닮은 매들린(힐러리 스웽크)을 수사하다 사랑에 빠지고 만다. 리가 죽은 후 미망인이 된 케이와 관계를 맺으며 복잡한 관계를 이어가던 벅키는 집요한 수사 끝에 매들린과 죽은 엘리자베스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아낸다.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제임스 엘로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블랙 달리아 The Black Dahlia>는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후 끊임없는 혹평에 시달렸다. 가장 큰 문제점은 복잡한 플롯이 엉성하게 이어져 작품의 초점이 흐릿하다는 점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나도록 블랙 달리아 사건은 등장하지 않고 감독은 두 주인공이 다른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블랙 달리아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복잡한 인물관계가 제시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정리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감독이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블랙 달리아 사건이 아니라 두 주인공의 관계와 이들이 수사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 줄곧 사건들을 나열하기만 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아마 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았음에 대해 불쾌해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해결 사건이었던 블랙 달리아 사건의 범인을 명백하게 재구성하면서 끝내기는 하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할리우드의 허상과 무명배우의 고달픈 인생을 조명하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엘리자베스에 관한 탐구는 오로지 흑백필름 자료로만 확인될 뿐이다. 중요한 네 명의 배우들이 모두 단조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그치는 것도 감독이 연출의 핵심을 놓쳤음을 증명하는 단서다. 특히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여배우인 힐러리 스웽크가 평면적이고 개성 없는 팜므 파탈을 연기한다는 것은 연출자의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엉성한 연출력은 1940년대 LA를 재현한 세트와 고전 누아르를 연상시키는 진중한 촬영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블랙 달리아>는 기복이 심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체 필모그래피를 볼 때 최악의 영화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실패작 목록을 거론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히어로> - 쿠리우 검사,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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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엉뚱하지만 그에게 맡겨진 사건은 귀신처럼 해결하는 검사 쿠리우(기무라 타쿠야)는 이혼소송으로 바쁜 동료 검사 시바야마(아베 히로시)의 단순 상해 치사 사건을 넘겨받는다. 이미 용의자는 자신의 모든 죄를 자백해 쉽게 해결이 날 것이라고 여겨지던 사건이다. 그러나 용의자는 법원에서 자신의 모든 자백을 번복하고, 상대 변호인으로 일본 최고의 거물급 변호사인 가모우(마츠모토 코시로)가 지명된다. 게다가 이 사건에 일본 검찰 특수부까지 개입되는 상황으로 치닫게된다. 쿠리우는 이 사건 배후에 거대 권력의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챈다.

<히어로 Hero>는 지난 2001년 일본 후지TV에서 11부작으로 방영된 동명의 TV 시리즈를 6년만에 스크린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34.4%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한 <히어로>는 권위와 엄숙의 상징인 일본 검찰청을 무대로, 검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태도를 가진 검사 쿠리우 코헤리의 좌충우돌기다. 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와 사법고시를 통해 검사가 된 쿠리우는 홈쇼핑에 중독된, 정장 대신 낡은 점퍼와 청바지 차림을 고집하는 캐릭터다. 처음 쿠리우가 검찰청으로 불려왔을 때, 다른 동료들은 쿠리우를 무시했지만, 그의 정의와 진실에 대한 눈물겨운 진심을 알아채고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다름 아닌, 학력과 인맥 등이 지배하는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다.

극장판 <히어로>는 2006년 방영된 <히어로> 드라마 특별판의 끝에서 시작된다. 쿠리우 검사가 야마구치 지방검찰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 드라마 특별판을 이어받은 극장판 <히어로>는 영화판 답게 더 커진 스케일을 뽐낸다. 쿠리우와 그의 사무관 아마미야(마츠 다카코)는 더 거대해지고 더 까다로워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 부산을 오가는 모험을 벌인다. 이미 드라마에서도 암시되었던 것처럼 쿠리우와 아마미야의 핑크빛 로맨스가 극장판에서는 점차 빛을 발해가는 것을 보는 것은 극장판 <히어로>의 최대 재미 중 하나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 외에도 마츠 다카코, 아베 히로시, 오츠카 네네 등 영화판 <히어로>에는 드라마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100% 그대로 합류했다. 이미 12부에 걸쳐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춰온 탓에, 이들의 파트너십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내러티브와 캐릭터, 연출 스타일 등 거의 모든 것이 드라마와 동일하다. 이는 극장판 <히어로>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최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신이 이미 드라마를 접한 상태라면 환호하고 즐거워하며 <히어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이 첫 경험이라면 극장판 <히어로>는 알쏭달쏭하고 고만고만한 일본 액션 코미디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투야의 결혼> - 생존은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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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지금은 중국 땅이 되어버린 내몽골. 그곳에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는 투야(위난)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물물을 파다 허리를 다쳐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남편 바터(바터)를 대신해 온갖 집안 일을 혼자 힘으로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 일로로 나아간다. 고된 노동으로 투야마저 허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몸이 재산인 유목 생활. 결국 투야는 바터와 합의해 이혼하고 새로운 남편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도시 여기저기서 청혼을 위해 남자들이 찾아오지만 투야는 쉽게 결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아픈 남편이 마음에 쓰이는 투야는 결국 바터를 부양하겠다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전 남편까지 부양하겠다고 나서는 남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투야의 결혼 Tuya’s Marriage>의 이야기는 단출하다. 전 남편까지 부양하겠다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투야의 혼담 이야기가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이룬다. 간혹 낯선 이들이 그녀와 혼담을 논하러 오고 가고 대다수의 나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투야는 묵묵히 노동할 뿐이다. 양을 치고, 물을 긷고, 음식을 만들고 또 먹으며 아이들을 키운다. 이 세계에서 결혼은 단 하나의 목표로만 움직인다. 그것은 바로 생존의 법칙. 투야를 비롯한 내몽골 유목민 대부분은 생존의 법칙을 따라 결혼하고 이혼하며 집안의 울타리를 세운다.

결혼이 생존의 법칙에 따른다면 누군가는 눈을 찡그리겠지만 적어도 <투야의 결혼>의 세계에서 이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고단한 삶을 사는 유목 여성을 통해 우리가 동물적 감각이라고 쉽게 치부해버렸던 ‘생존’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동시에 얼마나 ‘리얼’한 삶의 부분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데 있다. <투야의 결혼>에서 생존의 법칙에 따른 결혼은 문화적 가치 판단의 저편에 놓여 있으며, 영화는 인간의 삶을 동물과 같은 단계로 끌어내림으로써 오히려 인간이 가진 삶에의 본능을 숭고하게 만든다.

<투야의 결혼>을 투박한 삶의 복판으로 가져간 가장 큰 몫을 한 건 물론 내몽골의 척박한 풍광. 바싹 말라 모래 바람이 서걱이고 눈으로 꽁꽁 얼어붙은 내몽골의 황량한 풍광이 생존을 향한 인간의 투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월식 Lunar Eclipse> <에르메이의 이야기 The Story Of Ermei>에 이어 세 번째 연출작인 <투야의 결혼>까지, 왕 취엔안 감독의 작품 모두에 출연한 여주인공 위난은 생명력 넘치는 내몽골 여성의 올곧은 심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또한 남편 바터와 매사 문제 덩어리인 투야의 친구 썬거를 연기한 두 비전문 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도 영화를 풍성히 했다. 독일 출신 촬영감독 루츠 레터메이어가 핸드헬드와 클로즈업을 오가며 담아낸 투야와 내몽골의 풍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투야의 결혼>은 올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거친 자연을 살아가는 이들의 투쟁에 가까운 삶을 그리지만 유머가 넉넉하다는 것도 <투야의 결혼>의 장점 중 하나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다운 인 더 밸리> - 현재를 살아가는 카우보이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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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어린 남동생 로니(로리 컬킨)를 돌봐야하는 열여덟 살 소녀 토브(에반 레이첼 우드)는 자신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강압적인 아버지 웨이드(데이비드 모스)가 못마땅하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해변가로 놀러가던 길에 토브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주유소 직원 할랜(에드워드 노튼)에게 호감을 느낀다. 토브는 할랜에게 함께 바닷가로 갈 것을 제안하고 잠시 망설이던 할랜은 주유소를 그만두고 토브를 따라나선다. 토브와 자유로운 삶을 사는 할랜과 해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에게 더욱 빠져들고, 로니도 할랜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버지 웨이드는 토브가 제멋대로 사는 떠돌이 할랜과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다운 인 더 밸리 Down In the Valley>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할랜을 주인공으로 떠돌이로 자유롭게 살았던 서부 개척 시대 카우보이들의 삶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다. 서부 개척 시대의 중심이었던 서부 LA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의 카우보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려는 것. 할랜은 카우보이 의상을 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텔방에서 서부극의 대사를 끊임없이 외우면서 현대의 카우보이로 재탄생한다.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광활한 서부를 달리던 카우보이의 자유로운 정신은 직업도 팽개치고 세상을 떠도는 할랜의 삶의 태도와 닮아있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서부로 서부로 달려간 카우보이들의 정신을 할랜을 통해 현재에 매력적으로 되살려낸다. <파이트 클럽 Fight Club> <페인티드 베일 The Painted Veil>의 에드워드 노튼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현대의 카우보이 할랜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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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4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25. 14:39

2007년 10월 25일

8.23/10
70명 참여
6.00/10
3명 참여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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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명세
출연  :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미스터리,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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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9.29/10
41명 참여
5.50/10
2명 참여
포 미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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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크리스 크라우스
출연  : 모니카 블리브트리우, 한나 헤르츠스프룽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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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10
12명 참여
도쿄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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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츠오카 조지, 니시타니 히로시
출연  :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상영시간  : 1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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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10
60명 참여
4.00/10
2명 참여
펀치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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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강효진
출연  : 도지원, 손현주, 박상욱
상영시간  : 121분
장르  : 드라마, 코미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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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15/10
131명 참여
도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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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시오타 아키히코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코우
상영시간  : 137분
장르  : 액션, 모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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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3.67/10
3명 참여
5.33/10
3명 참여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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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양해훈
출연  : 임지규, 윤소시, 조성하, 표상우, 임지연
상영시간  : 88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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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70/10
10명 참여
뒤로 가는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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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로저 아바리
출연  : 제임스 반 데 빅, 샤닌 소사몬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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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25/10
8명 참여
파빌리온 살라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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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토미나가 마사노리
출연  : 오다기리 죠, 카시이 유우
상영시간  : 98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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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10
40명 참여
인 더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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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미키 사토시
출연  : 마츠오 스즈키, 오다기리 죠, 이치카와 미와코, 다나베 세이이치
상영시간  : 101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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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6일
10.00/10
1명 참여
욕망의 거미줄 - 시세이
감독  : 사토 히사야스
출연  : 요시이 레이, 유게 토모히사
상영시간  : 72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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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 M >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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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최연소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가 한민우(강동원)는 부유하고 매력적인 약혼녀(공효진)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만은 않다. 글은 잘 써지지 않고, 지독한 불면증으로 하루라도 프로작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기 때문. 더구나 언제부터인가 민우는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불편하기만 하다. 꿈을 꾸듯 어느 골목길에 위치한 술집 루팡 바에 간 민우는 그곳에서 미미(이연희)라는 이름의 의문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구구절절히 줄거리를 나열하기는 했지만, < M >(이하 '엠')은 사실 일반적인 내러티브로 진행되는 영화는 아니다. <첫사랑> <인정사정 볼것 없다> <형사:Duelist>의 이명세 감독의 신작 <엠>은 그의 그 동안의 영상미학의 실험이 최고치에 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엠>은 주인공 한민우가 과거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은 지극히 일반적일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철저히 알쏭달쏭 미스터리하게 풀어간다. 시간과 공간 따위는 애당초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엠>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오가며, 철저히 민우의 기억('M'emory)과 꿈(drea'M')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채워진 <형사:Duelist>와는 달리 <엠>은 어둠과 빛의 오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더 나아가 빛과 어둠은 <엠>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극 중 민우의 공간은 언제나 어둠과 그림자가 지배하는 곳. 이곳을 밖의 밝은 빛이 서서히 침잠함에 따라, 민우는 서서히 잃었던 과거 기억의 세계로 점차 다가간다.

<엠>은 마치 여러 편의 비디오아트를 보는 듯 갖가지 영상 실험으로 가득한 영화다. 다양한 빛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로같은 민우의 아파트, 민우의 과거로의 입구 역할을 하는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 칠흙같은 어둠의 공간인 루팡 바, 현실 속 공간이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보여지는 골목길 등 <엠>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들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엠>의 촬영은 <태극기 휘날리며> <어깨너머의 연인>의 홍경표 촬영 감독의 솜씨다)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형사:Duelist>에서 '슬픈 눈' 역할로 이명세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강동원은 최소화된 대사 대신 눈빛과 분위기만으로 아련한 기억의 여행을 떠나는 한민우 역할을 잘 소화해냈으며, 단지 피사체에 그치는 역할이지만 이연희와 공효진의 연기도 좋다. 물론 <엠>의 화려한 외피와 놀라운 미학적 실험에 비해 불친절하고 상징으로 일관한 시나리오는 눈에 밟히며, 극적인 모티프도 다분히 맥빠지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뭐 어쩔 것인가. 이명세 감독에게 '우리들'의 일반적인 내러티브를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포 미니츠> - 관객의 심장을 관통하는 마지막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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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교도소에서 수감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노년의 크뤼거(모니카 브리브트라우)는 새 제자를 받던 도중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한 소녀를 만난다. 살인죄로 복역 중인 제니(한나 헤르츠스프룽)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제멋대로인 데다 남자 교도관도 다루기 힘들 정도로 폭력적이지만, 피아노 연주 실력만큼은 크뤼거를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크뤼거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교도관 뮈츠를 때려눕힌 제니는 독방에 갇히게 되고, 피아노 콘테스트에 참가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크뤼거는 제니에게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다. 제니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뮈츠의 계략과 동료 수감자들의 방해로 제니의 피아노 레슨은 뜻대로 이뤄지지 못하지만, 마음을 닫아둔 채 어느 누구와도 소통을 거부하던 제니는 조금씩 크뤼거와 인간적인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제니는 뮈츠와 동료 여죄수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소동을 부려 크뤼거를 당혹하게 만든다. 결국 교도소 소장으로부터 콘테스트 참가 불가 통보를 받은 크뤼거는 교도소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독일영화 <포 미니츠 Vier Minuten>는 2004년 세상을 떠난 실존인물 거트루드 크뤼거의 삶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이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스승과 제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음악을 소재로 한 여타 휴먼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인위적인 감동이 목표가 아니라 캐릭터의 사실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포 미니츠>가 흥미로운 것은 두 명의 대비되는 인물이다. 원칙주의자에 클래식 음악만 고집하는 노년의 크뤼거 선생과 제멋대로인 제니는 피아노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물과 기름 같은 사이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크뤼거에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연인에 대한 죄책감이 떠나지 않고 있으며 제니에게는 아버지의 범죄에 대한 증오가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다. 비록 크뤼거와 제니가 피아노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은 다르지만 ‘취향’의 간극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로 메워진다. 영화의 마지막 ‘4분’은 그런 이유에서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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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마사야(오다기리 죠)와 그의 엄마(키키 키린)는 지금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병실 침대에 누운 쇠약한 엄마와 아들.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로, 라디오 진행자로 살아가고 있는 마사야는 아픈 엄마를 건너다보며 그녀와 자신의 지난날을 더듬는다. 집 밖만 나돌던 아버지를 떠나 어린 자신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가 홀로 생활을 꾸린 엄마. 고된 식당 일을 하면서도 한번도 얼굴 찡그린 적 없는 엄마. 미술을 전공한답시고 도쿄로 올라와 공부는 제쳐두고 연애에, 마작에 빠져 지낸 자신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내야 했던 엄마. 그런데도 아들에게 항상 미소 짓던 엄마. 항상 씩씩할 것 같던 엄마가 병으로 쓰러지자 마사야는 그녀의 한없는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Tokyo Tawa: Okan To Boku To, Tokidoki, Oton>는 마사야가 추억하는 엄마와의 추억담이자, 마사야 자신의 성장 일기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일본작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원작으로 한 작품. 2005년 출간돼 2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은 이후 인기를 등에 업고 TV 드라마와 연극으로 장르를 확대해갔다. 그리고 다시 영화로 영역을 넓혔다. 영화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마츠오카 조지 감독. <안녕, 쿠로 Sayonara, Kuro>를 통해 인간과 개의 우정을 잔잔한 감동극으로 만들어낸 그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를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아들과 엄마의 진한 우정으로 가득 채웠다. 원작의 인기에 감동 드라마의 ‘가슴 찡한’ 코드가 덧붙여져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또 한번 일본 열도를 뜨겁게 했다. 지난 4월 일본 개봉한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10주간의 장기 상영을 통해 18억 2천만 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 상반기 흥행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마사야를 화자로 내세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엄마와 자신의 살아온 나날을 기록하는 원작 구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영화는 마사야의 내레이션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짜맞춰간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가는 마사야의 성장과정을 묵묵히 따르며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사이사이 박아 둔 영화는 한 꼬마의 성장담으로도, 사랑 가득한 모자(母子)의 일기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특별한 구성 없이 현재와 과거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둘의 과거를 ‘읊는’ 영화적 구성은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을 더욱 길고 지루하게 만들고 말았다.

단순 구성된 영화의 따분함을 달래는 건 배우들의 호연. 어떤 상황에서든 미소를 잃지 않는 씩씩한 엄마를 연기한 키키 키린은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를 신선하게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1970년 모리사키 아즈마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 His Tender Love>로 데뷔한 이후 일본의 ‘국민 배우’로 불리며 오랜 세월 연기와 함께 해온 키키 키린은 ‘무한 긍정 에너지’로 넘쳐나는 마사야의 엄마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실제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오다기리 죠 역시 키키 키린과 함께 영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어머니를 향한 깊은 사랑의 감정을 애절하게 표현해낸다. 키키 키린의 실제 딸인 배우 우치다 야야코가 키키 키린의 청춘 시절을 연기해 현실성을 더욱 보탠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에는 마츠 다카코, 테라지마 스스무, 미야자키 아오이 등 숱한 인기 배우들이 조, 단역으로 함께 했다.













<펀치레이디> - 가정폭력에 힘찬 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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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결혼 13년 차 주부 하은(도지원)은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남편 주창(박상욱)의 가정 폭력 때문에 늘 괴롭다. 그녀는 남편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 됐지만, 중학생인 딸에게 아버지 없이 자란 슬픔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은의 옛 남자친구가 남편 주창과 이종격투기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비열한 반칙을 사용해 승리를 거머쥐는 남편을 본 하은은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한판 붙자’ 며 남편에게 공식 대결을 선포한다. 언론은 ‘사상 초유의 부부 이종격투기’라며 이를 대서특필하고, 하은은 코치 수현(손현주)을 만나 본격적인 훈련에 착수한다.

<펀치레이디>는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주부 하은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남편과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이종격투기. 평생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가정주부가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영화 속에서 다뤄진다. 우선 하은의 코치를 맞게 된 수현의 고군분투는 눈물겹다. 하은에게 제대로 된 격투기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온 몸이 성할 날이 없는 수현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남편 주창이 하은의 도장에 들려 비아냥거리는 장면이나, 하은이 가는 곳마다 남편에게 대적한다며 싸늘한 시선을 받는 장면은 무모할 것처럼 보이는 하은의 여정에 자연스런 응원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펀치레이디>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맞선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남편에게 러시안 훅과 하이킥을 날리는 장면은 단순한 쾌감만을 전달할 뿐 가정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또한, 영화 속에는 선과 악이 극명하게 나눠져 있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남편은 언제나 주먹만 들이댈 줄 알며, 딸 아이는 삐뚤어져 있고, 하은의 어머니는 하은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 이런 캐릭터들은 하은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영화의 현실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옛 남자친구가 등장해 하은의 억눌린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도 뜬금없는 장면 중 하나. <펀치레이디>는 온갖 구타에 시달리는 아내들을 위한 스크린 복수극이지만, 가정 폭력에 대한 깊이 없는 접근과 관습적인 설정으로 인해 그 통쾌함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도로로> -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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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던 전란 시대, 천하통일을 꿈꾸는 무장 다이고 카게미츠(나카이 키이치)는 요괴들과 무시무시한 약속을 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48마리 요괴에게 제물로 바치는 대신 천하를 얻을 힘을 구한다. 그 후 20여 년. 여전히 전쟁으로 흉흉한 마을에 양 팔에 손대신 장검을 박은 사내 하키마루(츠마부키 사토시)가 나타난다. 요괴에게 신체의 48군데를 뺏기고 겨우 머리와 몸통만 남아 생명을 유지했던 하키마루는 한 주술사의 도움을 얻어 가짜 내장과 팔, 다리를 이어 붙인 채 성인으로 자라났다. 온몸에 가짜 신체를 박아 넣어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하키마루는 자신의 몸뚱이를 가져간 요괴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그들을 하나하나 처치해야 자신의 신체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 숱한 요괴들과 맞서 싸우는 그는 여행길에서 남자 행세를 하고 다니는 여자 소매치기 도로로(시바사키 코우)와 만난다. 도로로는 하키마루의 팔에 박힌 고급 장검을 얻고 싶어 하키마루의 여행길에 동행한다.

<도로로 Dororo>는 ‘일본 만화의 아버지’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원작을 영화로 옮겨낸 작품. [철완 아톰] [밀림의 왕 레오] [블랙 잭] [메트로폴리스] 등 주옥 같은 만화를 그려낸 데츠카 오사무가 1967년부터 2년여 동안 작업한 [도로로]는 요괴와 인간의 사투를 통해 전란 시대의 계급 투쟁, 요괴와의 싸움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자아 성찰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만화의 진지한 무게를 떠나 요괴와 벌이는 기괴한 모험극으로서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던 [도로로]는 1969년 후지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화가 TV 애니메이션을 거친 지 얼마되지 않아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본의 관례와 달리, 다양한 요괴와의 결투를 실사로 모두 표현하기 힘들었던 탓에 [도로로]는 연재가 시작된 지 40년이 지나서야 영화로 옮겨졌다. 영화 <도로로>는 <해충 Harmful Insect> <카나리아 Kanaria> 등을 통해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전란 시대를 살아낸 다양한 인물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묘사한다.

누가 뭐래도 실사 영화로 옮겨온 <도로로>가 가장 신경을 쓴 건 요괴와의 결투. 총 15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도로로>는 황량한 전란 시대의 풍광을 담기 위해 2개월 간 뉴질랜드 각지를 돌아다니며 촬영에 임했고, <동방불패 Swordsman> <소림축구 Shaolin Soccer> <영웅 Hero> <연인 Lovers> 등 수많은 중국 액션영화의 무술감독을 맡아온 정소동이 무술 지도를 맡아 보이지 않는 요괴와의 싸움에 합을 짜맞추며 영화에 액션 리듬을 새겼다. 하지만 <도로로>가 액션과 영화 배경만큼 CG에서 ‘리얼’함을 추구하는지는 의문. 아기를 잡아먹는 애벌레 요괴나 독수리 모양의 요괴, 거대한 가재로 변신한 요괴 등 수많은 요괴들이 등장해 각각의 매력을 뿜어내지만 이는 할리우드 CGI에 눈이 익은 관객에겐 다소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리얼’함과는 거리가 멀게 묘사된다. 오히려 세련된 미장센을 일부러 피하는 느낌이 더 짙다. 투박한 CG로 마감된 요괴들과의 결투는 그래서 <도로로>를 더욱 만화적으로 만들고, 이들의 싸움을 더욱 유쾌하게 포장한다. 상상 초월의 다양한 요괴들을 감상하는 것과 함께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코우, 에이타, 츠치야 안나 등 젊은 배우들의 사극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도로로>가 가진 매력 가운데 하나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 폭력과 성장에 관한 짧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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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제휘(임지규)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인터넷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며 지낸다. 인터넷 채팅과 순간이동을 연습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취미.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제휘는 우연히 만나게 된 장희(윤소시)와 친구가 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제휘는 장희와 아파트 뒤편을 거닐다 정체불명의 시체를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표(표상우)와 우연히 길거리에서 다시 마주친다. 장희와 함께 동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던 제휘는 표와 그의 여자친구 로미(임지연)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에 찾아가 술자리를 함께한다. 하지만 다시 표에게서 심한 모욕과 멸시를 당한 제휘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병철(조성하)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단순히 위협 정도로 끝내려 했던 제휘의 생각과 달리 사건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2006 서울독립영화제와 2007 전주국제영화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처음 공개된 지 거의 1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된다. 여러 영화제를 거치며 조금씩 편집 과정을 거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개봉 필름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됐던 것과 동일하다. 편집이 일부 달라지기는 했지만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품고 있는 함의는 변함이 없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응시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의 한 단면이다. 무분별한 폭력, 왕따, 은둔형 외톨이, 인터넷 여론 폭력 등 21세기 청춘의 어두운 단면이 제휘와 표를 중심으로 하나씩 드러난다. 이들에게 폭력은 성장에 필수적인 하나의 관문이다. 두 사람은 폭력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그리는 오늘날의 청춘은 폭력의 자기장을 통과하며 성장한다. 누군가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

청춘은 성장을 위해 몸부림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종종 돌이킬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얼어붙은 저수지를 통과할 수 없었던 나약한 청춘이 결국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양해훈 감독은 사회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 살고 있는 외로운 청춘들을 건조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영화의 공기는 차가운 HD카메라의 화면만큼이나 냉랭하지만 성장의 한파를 지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봄날의 따뜻한 기운을 내비치기도 한다. 결국 감독이 비판하는 건 인물이 아니라 사회이며, 영화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외톨이들에게 나지막한 응원가를 보낸다.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전진하라고.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뒤로 가는 연인들> - 스타들의 데뷔 시절을 훔쳐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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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캠든 대학 기숙사. 유럽 여행을 떠난 첫사랑 빅터(킵 파듀)와의 로맨틱한 첫날밤을 기다리는 숫처녀 로렌(섀닌 소사몬)은 '세상의 종말 파티'에서 엉겁결에 뉴욕대 영화과 학생의 친구와 섹스를 해버리고 만다. 대학 내 약물 공급자인 숀(제임스 반 데어 빅)은 빅터를 사랑하는 로렌에게 반한다. 로렌도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한 숀은 매일 자신의 사물함에 들어있는 보라색의 러브레터가 로렌이 보낸 거라고 믿기에 이른다. 한편 동성애자 폴(이안 섬머헬드)은 숀도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며 숀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간다. 로렌의 룸메이트이자 코카인 중독자인 라라(제시카 비엘)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긴다.

<뒤로 가는 연인들 The Rules of Attraction>은 <아메리칸 사이코 American Psycho>의 원작자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청춘영화. 영화는 대학생들의 혼란스러운 사랑의 방정식을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역회전과 고속 촬영, 교차 편집 등의 카메라 장난을 이용해 재기발랄하게 묘사해낸다. 술과 마약, 섹스에 중독된 채 삶의 공허함과 어긋난 사랑으로 인한 절망감을 드러내는 희망없는 청춘들의 구질구질한 인생이 화려한 카메라 장난으로 가벼운 즐길거리로 탈바꿈한다.

<뒤로 가는 연인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 <저수지의 개들 eservoir Dogs>(1992)과 <펄프 픽션 Pulp Fiction>(1994)의 각본을 쓴 로저 애버리의 두 번째 연출 작품이다. 데뷔작 <킬링 조 Killing Joe>(1994)로 미국 영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로저 애버리가 오랫만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 <뒤로 가는 연인들>(2002)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가 쓴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평부터 "로저 애버리는 시시껄렁한 농담과 육체의 전시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 "캐릭터들의 마약과 술, 섹스에 취하는 이유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등 악평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서 <뒤로 가는 연인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 대열에 합류한 배우들의 초기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꽤 쏠쏠하다.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엘리자베스 타운 Elizabeth Town>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 등에 출연, 주연급으로 성장한 제시카 비엘, 영화 <펄스 Pulse>, TV 시리즈 <로스트 Lost> 등으로 주목받는 이안 섬머핼더, <도슨의 청춘일기 Dawson's Creek>로 스타덤에 오른 제임스 반 데어 빅 등의 순진하고 청순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 2> - 문신에 대한 기이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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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풍속화 연구원 아메미아(요츠이 레이)가 안마사 세이즈(유게 토모히사)에게 안마를 받던 도중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다. 가까스로 눈을 뜬 그녀는 스테인리스 철제와 형광등 불빛 만이 존재하는 방 안에 감금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감에 휩싸인다. 안마사 세이즈는 아메미아를 꼼짝 못하게 결박한 후 문신하기 좋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던 아메미아는 세이즈가 문신의 도안으로 삼은 풍속화를 본 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문신을 허락한다. 세이즈는 정성스레 문신작업을 마치고, 풍속화에 얽힌 비밀을 아메미아에게 들려준다.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 2 Si-Sei 2>(이하 ‘시세이 2’)는 일본 핑크영화의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제제 다카히사 감독이 만든 에로틱스릴러물이다. 인서트 컷으로 등장하는 일본 도쿄 시민들의 모습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영화의 출연진은 단 두 명.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여인 아메미아와 안마사 세이즈가 72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문신’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세이 2>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선문답에 가깝다는 데 있다. 문신에 관한 전설을 물어보면, 문신의 매력을 대답하는 식이라 어지간한 집중력을 가지지 않으면 이들의 대화를 놓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제제 다카히사 감독이 아메미아와 세이즈의 관계를 미묘하게 비틀어 놓기 시작하면서 <시세이 2>에는 자연스런 긴장감이 형성된다. 아메미아는 세이즈에게 납치된 사람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나가기 시작한 것. 세이즈의 과거에 대해 말하고, 문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아메미아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는 복선이 넌지시 깔아진다. <시세이 2>는 살색 영상이 가득한 핑크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공산이 큰 작품이지만, 문신을 소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다른 스릴러물과 차별점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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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17. 10:31

7.21/10
98명 참여
어깨너머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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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언희
출연  : 이미연, 이태란
상영시간  : 100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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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9.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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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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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라희찬
출연  : 정재영, 손병호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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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6.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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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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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미정
출연  : 박진희, 윤세아, 서영희, 임정은, 전혜진, 김성령
상영시간  : 112분
장르  :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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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10
617명 참여
레지던트 이블 3 - 인류의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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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러셀 멀케이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상영시간  : 94분
장르  : 액션, 공포, SF, 모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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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3.64/10
11명 참여
올 어바웃 러브
예매하기   
감독  : 토마스 빈터버그
출연  : 와킨 피닉스, 클레어 데인즈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SF, 스릴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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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0.00/10
0명 참여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예매하기   
감독  : 야마가 히로유키
출연  : 안자이 마사히로, 모리모토 레오, 시마다 빈, 소가베 카즈유키, 스즈오키 히로타카, 토타니 코지, 야스하라 요시토, 야요이 미츠키, 이즈카 쇼조, 오오츠카 치카오
상영시간  : 120분
장르  :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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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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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2: 꿈을 향해 뛰어라
감독  : 제우메 콜렛-세르라
출연  : 쿠노 벡커, 알렉산드로 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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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10월 19일
1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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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안 웨딩
감독  : 크리스 그레이엄
출연  : 오스카 카이틀리, 이아헤토 아 히
상영시간  : 97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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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어깨너머의 연인> - 섹스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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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정완(이미연)과 희수(이태란)는 1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32세 동갑내기 친구다. 사진작가 정완은 연애에 대한 환상도 결혼 생각도 없지만, 편하게 만나고 '엔조이' 할 수 있는 남자 한 명 정도는 바라는 자유주의자. 정완과는 달리 희수는 일찍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한 경우다. 결혼 전에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연애 경력을 뽐낸 그녀지만, 이제는 남편의 탄탄한 경제력을 맘껏 누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싱글즈>에 이은 여자들의 결혼과 사랑, 일에 대한 2007년 한국 현재의 보고서다. 20대 중, 후반 미혼 여성에 초점을 맞춘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싱글즈>와는 달리 <어깨너머의 연인>은 32세의 판이한 성격과 가치관의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정완은 미혼으로 프리 섹스를 즐기지만 가치관은 다소 보수적이다.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유부남과 연하남과 달콤한 일탈을 즐기지만, 이들과 결혼으로 나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반면 그 누구보다도 자유스러워 보였던 희수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깊게 좌절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인 정완과 희수의 극렬한 대비를 통해 20대와 30대를 아우르는 여성의 공감대를 공략하려고 한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임수정, 이미숙 주연의 <...ing>로 호평을 받은 이언희 감독의 장편 극영화로,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극 전반에 잘 녹아있다. <중독> 이후 4년만에 영화 주연을 맡은 이미연과 1998년 <남자 이야기> 이후 무려 9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태란의 연기 호흡은 성공적이다. 실제 미혼이기도 한 두 여배우는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시나리오에 교묘히 담아 러닝타임 내내 격없는 수다를 나눈다. 또한 서울의 이곳저곳을 고속 촬영으로 담아낸 홍경표 촬영 감독의 카메라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숨쉬는 대도시로 보여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삐까'한 화면과 배우들의 성공적인 화학 반응에 비해 <연애의 목적>의 고윤희가 각색한 시나리오는 안이하다. 특히 극 말미 정완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부분이나, 외도한 남편에 대한 희수의 선택 등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바르게 살자> - 바른 생활 순경, 강도로 돌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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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강력계 형사였던 정도만(정재영)은 지나치게 고지식한 일처리 방식으로 삼포시의 교통 순경으로 좌천된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도 있듯, 교통 순경 정도만은 새로 부임하는 경찰서장(손병호)에게 교통 위반 딱지를 떼며 무모한 성실함을 과시한다. 은행 강도 다발지역인 삼포시에 부임한 신임 경찰서장은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삼포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 그런데 경찰서장의 가장 큰 실수는 은행 강도 역을 정도만에게 맡긴 것. 맡은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정도만이 모의 훈련에서조차 철저하게 은행 강도처럼 행동하는 바람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장진 감독이 쓰고 신인 라희찬 감독이 연출한 <바르게 살자>는 상황 코미디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고지식한 정도만이라는 캐릭터가 은행 강도 모의 훈련에서 강도를 맡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런 식의 코미디는 캐릭터가 선명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수록 긴장감이 쌓인다. <바르게 살자>는 이런 공식에 충실하다. 경찰 서장에게조차 위반 딱지를 서슴없이 떼는 정도만의 고지식함을 영화 첫머리에서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후, 경찰 서장이 정도만을 불러 강도 역을 맡기자 나오면서 "후회하실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전개방향을 슬쩍 흘려놓는다. 그리고 드디어 은행 강도를 연기하게 된 정도만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은행 강도 역을 진짜 은행 강도처럼 해낸다. 여기에 은행 강도 모의 훈련 상황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 되는 엉뚱한 사건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황당한 캐릭터와 황당한 상황의 만남이라는 엉뚱한 조합은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 캐릭터 덕분에 실감나게 전달된다. 고지식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도만과 경찰서장, 그리고 인질 역을 맡은 형사들과 시민들, 은행 직원 등 하나하나가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제몫을 다해낸다. 시나리오에 쓰여진 캐릭터를 생생한 인물로 육화한 것은 배우들의 공.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등 장진 감독이 연출했거나 장진 사단에서 만든 영화들에서 주인공을 맡아온 정재영이 <바르게 살자>의 주인공 정도만을 맡아 황당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낸다. 인질 역을 맡은 주진모, 조시내, 이철민, 이영은 등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정도만을 이용하려다 오히려 정도만에게 당하는 경찰서장 역은 손병호가 맡아 영화의 균형을 잡아준다. 한재권 음악 감독이 작곡한 경쾌한 선율의 음악은 이 영화를 놀이처럼 유쾌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궁녀> - 궁궐 내의 여자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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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조선시대 구중궁궐, 후궁 희빈(윤세아)을 보좌하던 궁녀 월령(서영희)이 서까래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월령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정렬(전혜진)은 죽은 월령이 지니고 있던 노리개를 훔친 후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며 조금씩 미쳐가고, 월령을 검험하던 천령(박진희)은 월령이 아기를 낳은 흔적을 토대로 이 사건이 자살로 위장된 타살임을 확신한다.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하는 감찰상궁의 위협 속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조사해 나가던 천령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월령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연애편지가 다시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월령과 함께 방을 쓰던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과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 가고 있는 정렬은 천령의 심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감찰상궁은 쥐부리글려의 희생양을 골라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것을 우려한 천령은 진범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을 연상시키는 궁중 미스터리 스릴러 <궁녀>는 지금껏 사극에서 조연이나 단역에 지나지 않았던 궁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궁중 내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 궁궐 내 여자들의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는 점에서 <궁녀>는 여타 사극과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스릴러 장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호러 영화의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한 점도 이색적이다. 남성 중심의 유교주의적 세계관을 담은 사극에서 벗어나 변변한 사료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궁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만으로도 <궁녀>의 시도는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궁녀>가 흥미로운 것은 단지 소재주의적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욕망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던 궁궐 내에서 다양한 계층의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모습은 왕권을 둘러싼 전쟁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궁녀>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서 무난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지만, 영화의 소재와 장르적 모험이 만들어내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쉼 없이 밀어붙이는 도입부에 비해 클라이맥스와 결말부의 힘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호러를 결합시킨 장르적 모험은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영화의 완결성에 힘을 불어넣는 지점에는 이르지 못한다. 월령을 죽인 범인을 찾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던 영화는 귀신의 등장으로 집중력을 잃고 길을 헤매기 시작한다. 관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동기 부여와 단서 제공에 신경 쓰지 못한 점도 장르적 완성도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르적 결점을 감안하더라도 <궁녀>는 주목할 만한 데뷔작임에 틀림 없다. 앞서 열거한 주제적 특성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의상, 미술, 소품 등 기술적 완성도도 칭찬할 만하다. 제 몫을 충분히 소화해 낸 주조연급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궁녀>를 보는 2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레지던트 이블 3> - 좀비영화와 액션영화의 잡종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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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라쿤 시티를 휩쓸었던 치명적인 T-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된다. 엄브렐라 제약회사로부터 유출된 T-바이러스는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세균. T-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노리며 지구를 좀비의 세상으로 만든다. 클레어(알리 라터)와 카를로스(오데드 페르)가 이끄는 수호대는 30여명의 생존자들을 호위하며 좀비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찾아 나선다. 우연히 여전사 앨리스(밀라 조보비치)를 만나게 된 수호대는 그녀와 함께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땅 알레스카로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편, 엄브렐라 회사의 지하기지에서 은둔 중인 아이작 박사(이아인 글렌)는 T-바이러스 치료의 열쇠가 되는 앨리스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T-바이러스의 최초 실험 대상이었던 앨리스를 붙잡아 유전자 변형 체계를 알아내고, 좀비로 뒤 덮인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서다.

비디오 게임 <바이오해저드 Biohazard>를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시리즈가 드디어 3편을 맞았다. <레지던트 이블 3 Resident Evil: Extinction>의 무대가 되는 곳은 사람의 자취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국 네바다 주의 한 사막. 1편의 지하 연구소, 2편의 라쿤 시티와 비교해 본다면 스케일이 더욱 방대해진 셈이다. 전작 <레지던트 이블 2 Resident Evil: Apocalypse>는 원작 게임의 스토리를 대폭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레지던트 이블 3>는 기본적인 세계관과 등장인물만을 뼈대로 삼았을 뿐 내용 상으로 한 편의 외전에 가깝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까마귀 떼는 CG로 멋지게 구현되지만, 앨리스를 비롯한 수호대가 좀비를 처단하는 장면부터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특유의 음습함이 모두 사라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수호대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하며, 적들을 제압하며 일대 활극을 벌이는 장면은 액션영화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사막을 배경으로 한 탓인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헤로인인 앨리스는 3편에서 웨스턴 부츠를 신고 좀비들을 하나 둘씩 처단해 나간다. <레지던트 이블 3>는 분명 게임의 서사구조를 바탕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앨리스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허탈함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보스인 아이작 박사를 만나기 위해 앨리스는 수 많은 적들과 싸워나가는 데,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그 동안 앨리스를 따라오는 모든 적들이 종적을 감추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대결이 펼쳐지지 않지만 날카로운 굉음 소리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영화적 장치는 영화 내내 사용돼 식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레지던트 이블 3>는 <하이랜더 Highlander> 1, 2편의 러셀 멀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올 어바웃 러브> -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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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병으로 쓰러진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2021년의 우울한 뉴욕. 존(와킨 피닉스)과 엘레나(클레어 데인즈) 부부는 몇 년 째 별거중이다. 학자인 존은 폴란드에서, 세계적인 스케이팅 선수인 엘레나는 뉴욕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두 사람의 마음은 멀어지고, 결국 존과 엘레나는 이혼에 합의한다. 존은 이혼 서류에 서명을 받기 위해 엘레나가 있는 뉴욕으로 날아간다. 엘레나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존은 엘레나를 돕기 위해 뉴욕에 남는다. 매니저도, 친구도, 그리고 친오빠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된 엘레나를 구하기 위해 존은 목숨을 걸고 엘레나를 데리고 뉴욕을 떠나려 한다. 한편 존의 형 마르첼로(숀 펜)는 비행기 안에서 동생 존에게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편지를 쓴다.

<올 어바웃 러브 It's All About Love>는 데뷔작 <셀러브레이션 Celebration>(1998) 으로 전세계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그가 2003년에 만든 작품이다. <셀러브레이션>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주창한 '도그마 95'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가부장적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 '도그마 95'란 실제 세계를 그대로 담기 위해 현장 촬영, 동시녹음, 핸드헬드, 장르영화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10계명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선언. 도그마 그룹의 일원인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그러나 <올 어바웃 러브>를 <셀러브레이션>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한 점, 세트장을 충분히 활용한 점, 핸드헬드보다 정지된 카메라를 선호한 점 등은 도그마 선언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올 어바웃 러브 It's All About Love>는 중력 상실로 우간다의 주민들이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이상 저온 현상으로 7월의 뉴욕과 파리에 눈이 펑펑 내리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2021년이라는 가까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을 건 한 쌍의 남녀 이야기를 펼쳐놓는 SF 로맨스다. 토마스 빈터베그르 감독은 함께 일하는 동료부터 친구, 심지어는 친오빠마저 믿을 수 없게 된 삭막한 시대에도 사랑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주제를 존과 엘레나의 목숨을 건 도피 행각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원인 모를 심장병으로 길거리에서 쓰러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살풍경한 미래의 뉴욕 풍경을 통해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을 차갑게 비판한다.

그러나 영화의 메시지와 형식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삐그덕거린다.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남이 될 부부가 갑자기 뜨거운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이야기 구조는 엉성하고 생뚱맞아 보인다. 때문에 존의 형 마르첼로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사랑의 위대함'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존과 엘레나 부부의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못한 채 공염불처럼 허공에서 사라질 뿐이다. 또 도망가는 존과 엘레나와 그들을 뒤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느슨한 구조 탓에 긴장감을 놓치고 만다. 엉성하게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배우들의 열연이다. 와킨 피닉스와 클레어 데인즈는 황당하게 다시 사랑을 불태우는 젊은 부부를 완벽한 호흡으로 연기해 영화의 엉성한 부분을 채워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 20년 만에 다시 보는 가이낙스의 창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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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시로츠구는 오네아미스 왕국에 평범한 계층으로 태어난 청년으로 해군 파일럿에 지원하지만 성적 미달로 불합격하게 된다. 제트기 조종사의 꿈을 접은 시로츠구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왕립우주군에 들어간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집단인 왕립우주군은 인공위성도 날려보지 못한 채 사람들의 무시만 당한다. 술과 노름으로 시간을 보내며 무기력함에 빠진 동료 우주비행사들처럼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아가던 시로츠구는 리이크니와의 만남을 계기로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의 비행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되찾는다. 시로츠구의 열정은 왕립우주군 동료를 다시 끌어 모으고 제자리를 맴돌던 유인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시키지만, 국가 간의 음모로 인해 시로츠구와 동료들의 도전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때 국내에서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던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Wings Of Honneamise: Royal Space Force>(이하 ‘왕립우주군’)가 20년 만에 개봉된다. <왕립우주군>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Nadia: The Secret of Blue Water>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His and Her Circumstances> 등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가이낙스의 창립작으로 3년의 제작기간과 8억 엔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왕립우주군>에 작화 감독으로 참여했다. 20년 만에 국내에 개봉되는 버전은 HD기술로 복원된 필름으로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 아날로그 영상이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근래의 2D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20년 묵은 <왕립우주군>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철학적 주제 때문이다. 철학적 주제의 깊이가 심오해서라기보다 당시 젊은 애니메이션 예술가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흥미롭다. 진부한 청춘영화의 요소는 눈에 거슬리지만 요란한 SF 액션 장면 대신 작품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과학 문명과 국가, 권력, 종교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왕립우주군>을 여타 SF 애니메이션 작품과 구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했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골2: 꿈을 향해 뛰어라> -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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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멕시코 출신 축구선수 산티아고 뮤네즈(쿠노 베커)는 영국 뉴캐슬 구단의 스타 플레이어로 맹활약 중이다. 팀의 승리를 주도하며 뉴캐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그는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이적 제안을 받는다. 레알 마드리드는 산티아고가 축구선수가 되기 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팀. 비록 약혼녀인 로즈(안나 프리엘)과 장거리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되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입단 계약서에 서명한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앞길에는 수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걸출한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연인 로즈와의 관계도 소원해지지 시작한 것. 산티아고는 방탕한 생활을 하는 선배 개빈 해리스(알렉산드로 니볼라)와 어울리면서 점점 슬럼프에 빠진다.

전편인 <골! Goal!>이 가난한 축구선수 산티아고가 영국 축구 구단 뉴캐슬에 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골2: 꿈을 향해 뛰어라 Goal II: Living the Dream>(이하 ‘골2’)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게 된 산티아고가 돈과 명성 그리고 여자에 휘둘리면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라울 곤잘레스 등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탓에 파파라치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팀. 산티아고는 파파라치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이 촬영되며 생활의 제약을 받기 시작한다. 산티아고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몰며 화려한 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생활은 오히려 더욱 황폐해진다. 주위에는 명성과 돈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들로 넘쳐나고, 연인 로즈는 점점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산티아고에게 실망을 한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꿈꾸던 구단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뛰기 조차 쉽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가 끝날 무렵 산티아고를 교체 선수로 투입시키는 데, 짧은 시간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계속 후보 선수에 머물러야 한다. <골2>는 축구장 밖의 모습을 하나 둘씩 들춰내며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록 오랫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던 어머니를 스페인에서 만나게 되는 설정이나, 경기 중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산티아고의 활약상은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현란한 게임 장면에 치중한 그간의 축구영화를 상기해봤을 때 <골2>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할 수 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사모안 웨딩> - 철없는 네 남자의 애달픈 구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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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뉴질랜드 사모아 마을의 4총사 알버트(오스카 카이틀리), 마이클(로비 마가시바), 세파(심팰 렐리시), 스탠리(이아헤토 아 히)는 서른을 넘은 나이에도 결혼식장에서 추태를 일삼는 탓에 동네 최고의 말썽꾸러기들로 낙인찍힌다. 이들의 행패를 보다 못한 마을 목사는 앞으로 있을 결혼식부터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 오지 않으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명령을 내린다. 문제는 마이클의 동생 시오네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 시오네의 결혼을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은 4총사는 결혼식 전까지 모두 애인을 만들기로 뜻을 모은다. 하지만 철부지 같은 이들의 성격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만나는 여자마다 온갖 추파를 던지고, 술만 마시면 외박을 일삼는 탓에 여자친구가 있던 세파마저 싱글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모안 웨딩 Sione's Wedding>은 남의 결혼식을 망쳐놓던 네 남자가 각자 자신의 짝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철없는 네 남자가 풀어가는 애달픈 구애작전은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유쾌하게 진행된다. 알버트가 회사의 동료인 타샤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여자친구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할 때나, 바람둥이인 마이클이 그동안 만나온 여자가 모두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그친다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은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케 한다. 또한 떠난 여자친구를 붙잡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세파의 모습이나, 채팅으로 오랜 만남을 가져온 라티파를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는 장면은 이들이 진심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소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사모안 웨딩>을 연출한 크리스 그래험은 뉴질랜드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오며 그의 재능을 인정 받은 신예 감독. 크리스 그래험 감독이 만드는 감각적인 영상에 경쾌한 힙합 음악이 깔릴 때는 자연스럽게 어깨가 들썩인다. 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체격, 이국적인 복장을 한 사모아인은 국내에 다소 낯선 사람들이지만, 영화는 결혼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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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11. 19:28
6.33/10
39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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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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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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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이무생, 명승훈, 전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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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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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클라이브 오웬, 폴 지아마티, 모니카 벨루치
상영시간  : 86분
장르  : 액션, 모험, 코미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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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어사일럼> - 정신병 환자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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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정신과 의사인 맥스(휴 본네빌)을 남편으로 둔 스텔라(나타샤 리차드슨)는 아들과 함께 영국 북부의 한 정신병원 사택으로 이사를 온다.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병원에서 살게 된 스텔라는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때문에 허전함과 무료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수한 외모의 환자 에드가(마튼 크소카스)가 스텔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에드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 스텔라는 남편과 환자들을 따돌리며 아슬아슬한 밀애를 시작한다. 한편 에드가의 담당의 피터 박사(이안 맥켈렌)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에드가를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고, 스텔라와 에드가의 관계는 조금씩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어사일럼 Asylum>은 정신병 환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한 여인의 이야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영국 브로드무어 정신병원은 정신이상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교도소 대신 수감되는 곳. 중증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에드가는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잔혹하게 죽이고 정신병원으로 보내진 사람이다. <어사일럼>은 기본적으로 ‘불륜은 파멸을 부른다’는 흔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지만, 주인공 스텔라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정신병자라는 점에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스텔라가 남편과 환자들의 눈을 피해 병원 곳곳에서 에드가를 만나는 장면도 흥미롭지만, 에드가가 언젠가 전 아내처럼 스텔라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팽팽한 스릴감을 만들어 낸다.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된 스텔라의 모습이 차분한 병원 내의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 또한 인상깊다.

<어사일럼>을 연출한 데이비드 맥킨지 감독은 전작 <영 아담 Young Adam>으로 이미 파국으로 치닫는 불륜을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어사일럼>은 궁극적으로 불륜의 비참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결혼 후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 스텔라가 오히려 가족에게 버림받고 브로드무어 병원으로 안치될 때, 데이비드 맥킨지 감독은 은근슬쩍 정상인과 정신병자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엔드 크레딧에는 완치가 됐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환자를 잡아두었던 브로드무어 정신병원이 2003년에야 폐쇄됐다는 말을 전하며 끝을 맺는다. <어사일럼>의 주연배우인 나타샤 리차드슨과 마틴 크소카스의 호연은 눈부시다. <이브닝 Evening> <러브 인 맨하탄 Maid in Manhattan>의 나타샤 리차드슨은 금지된 욕망과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스텔라 역을, 뉴질랜드 출신인 마틴 크소카스는 난폭함과 순진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증 인격장애자 마튼 크소카스를 제대로 소화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카핑 베토벤> - 음악을 이미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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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18세기, 음악의 도시 비엔나. 베토벤(에드 해리스)은 ‘9번 교향곡’ 초연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언젠가부터 희미해진 청력은 이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새로운 음악 작업을 앞두고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게다가 타고나길 괴팍한 성품. 그런 그 앞에 어느 날 한 여인이 나타난다. 초연에 쓸 연주용 악보를 옮기기 위해 고용된 카피스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하지만 음대 우등생인 그녀에게 베토벤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여성이란 단 하나의 이유로 베토벤은 안나 홀츠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베토벤의 고정관념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는 곧 그녀가 자신의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음악인임을 깨닫는다.

베토벤의 음악을 악보에 옮겨 쓰며 그의 음악 동반자가 되어준 사람, 안나 홀츠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토탈 이클립스 Total Eclipse>에서 천재 시인 랭보와 그의 동료 베를렌느의 삶과 사랑을 옮긴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은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에서 베토벤과 그의 뮤즈 이야기를 담기 위해 안나 홀츠를 상상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중심은 아니다. 베토벤과 안나 홀츠는 음악적 감성을 공유하는 동반자일 뿐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음악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는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의 음악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던 상태에서 작업해 최고의 음악적 기량을 선보인 9번 교향곡과 동료 음악인은 물론 대중에게도 철저히 무시당했던 ‘대푸가’를 비교하며 영화는 음악을 통해 예술가의 환희와 고뇌를 함께 녹여내는 데 집중한다.

예술가로서 베토벤을 절정에 서게 한 9번 교향곡과 대중의 몰이해와 더불어 작가로서의 패배감에 빠져들게 한 대푸가를 비교하며 베토벤의 곡진한 삶을 담지만 그렇다고 <카핑 베토벤>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카핑 베토벤>은 그보다 영화의 음악적 감수성을 어떻게 영상으로 ‘카피’할 수 있을까에 더욱 관심을 둔다. 때문에 영화의 극적 구성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9번 교향곡 초연 장면은 600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연출했고, 베토벤을 연기한 에드 해리스는 리얼한 지휘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실제 오케스트라 지휘가 가능할 만큼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택에 9번 교향곡 초연 장면은 실제 공연장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음악적 리듬과 극적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영상으로 음악적 리듬을 표현하는 것은 이 장면만이 아니다. 베토벤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달려가는 안나 홀츠의 모습을 담은 영화 초반,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은 카메라를 흔들고 멈추는 것으로 영상에 리듬감을 불어넣으며 베토벤의 대푸가를 이미지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눈에 띄는 드라마의 대비가 없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는 영화의 둔한 드라마 구조는 이렇게 베토벤의 수많은 음악 선율을 덧입으며 적절한 생기를 얻었다.








<브레이브 원> - 친절한 에리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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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뉴욕의 인디 라디오 쇼의 진행자 에리카(조디 포스터)는 사랑하는 약혼자 데이빗(나빈 앤드류스)와의 결혼 준비로 더 이상은 행복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한 순간은 에리카와 데이빗이 센트럴 파크로 산책을 나간 6월의 어느날 밤 산산히 깨진다. 세 명의 괴한으로부터 이유없는 습격을 당해 데이빗은 사망하고, 에리카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에리카의 몸은 곧 회복되지만,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더 이상 그들을 참아낼 수 없었던 에리카는 직접 그들에게 복수를 꾀하기로 결심한다.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은 <크라잉 게임 Michael Collins > <마이클 콜린스 Michael Collins >의 아일랜드 출신 닐 조단 감독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인 조디 포스터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극 중 지옥과도 같은 사건을 경험한 주인공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용감한 자 The Brave One'으로 거듭나려 한다. 그 방법이란 것은 그 자신이 폭력의 피해자에서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것. 마치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식으로 <브레이브 원>은 에리카의 복수극 혹은 사형(私刑)의 과정을 따라간다. 스스로 선의 수호자가 되어 악을 처단하는 에리카의 모습에서 수많은 유족들과 경찰과 합세하여 유괴범 백선생을 처단하는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에리카 베인 역할의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여느 때처럼 훌륭하다. <패닉 룸 Panic Room>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인사이드 맨 The Inside Man>에 이어지는 조디 포스터의 강인한 여자 역할은 <브레이브 원>에 와서 빛을 최대치로 발한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뉴욕의 이곳저곳의 소리를 채집하는 에리카의 모습은 조디 포스터를 스타덤에 올린 <택시 드라이버 The Taxi Driver>의 어린 창녀 아이리스가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녀와 짝을 이뤄 법의 집행자 역할을 하는 머서 형사 역할의 배우는 테렌스 하워드로, 시종일관 '강'으로만 치닫는 극 전개를 다소 이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비커밍 제인> - 제인 오스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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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18세기 영국 잉글랜드 햄프셔 시골 마을. 가난한 목사 부부의 딸 제인(앤 해서웨이)은 글쓰기와 사교춤,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이십대의 발랄한 처녀. 연애와 결혼보다 글쓰기에 더 관심을 보여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만, 제인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런던에서 젊고 잘생긴 변호사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가 시골에 내려온다. 첫 만남에서 나쁜 인상을 남긴 두 사람은 그러나 산책길에서, 사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어느 순간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부모와 후원자인 삼촌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행각까지 벌이던 가난한 목사의 딸 제인과 가난한 변호사 톰의 열정적인 사랑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은 18세기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스크린에 옮겨낸다. 전기 작가 존 스펜스의 소설 [비커밍 제인 오스틴 Becoming Jane Austin]을 뿌리삼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를 상상력으로 채워낸다. 영화는 작가로 등단하기 전, 아직 철없는 이십대 처녀인 제인 오스틴이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인간으로서나 작가로서 성숙해나가는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펼쳐놓는다. 영화는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설득 Persuation] [엠마 Emma] [이성과 감성 Sense and Sensibility] 등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제인 오스틴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비커밍 제인>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지적인 제인 오스틴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들이 제인 오스틴 자신의 페르소나며, 무뚝뚝하고 오만하지만 진정성을 갖춘 이상적인 남자 주인공들은 제인 오스틴의 연인이었던 톰 리프로이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설명한다.

<비커밍 제인>은 물음표로 남아 있는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제인 오스틴의 삶 가운데 한 순간을 조명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의미를 떠나서 <비커밍 제인>은 개성 있는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아름답고 당찬 제인과 잘 생기고 똑똑한 톰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비극적인 사랑을 무겁지 않게 다루는 줄리안 재롤드의 연출 솜씨도 훌륭하다. 18세기 영국 시골 처녀 제인 오스틴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어톤먼트 Atonement> <라스트 킹 The Last King of Scotland>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영국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가 제인의 연인 톰 리프로이를 매력적으로 스크린에 되살려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용이 간다> - 미이케 다카시가 게임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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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뜨거운 한여름, '도지마의 용'이라 불리던 전설의 야쿠자 키류 카즈미(기타무라 카즈키)가 10년 만에 출소하자 도쿄의 환락가 카무로쵸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시끄러운 사건들이 동시 다발로 터진다. 은행으로 수송 중이던 100억 엔이 사라지고, 100억 엔이 빠져나간 은행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두 명의 강도가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다. 연인 유미(다카오카 사카)와 야쿠자 보스 카자마(시오미 산세이)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한국인 킬러 박철(공유)은 느닷없이 나타나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쉽게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유이(사에코)는 남자친구 사토루(시오야 슈운)를 꼬드겨 강도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어머니를 찾는 소녀 하루카가 나타나 키류의 여정에 동참한다. 키류가 출소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야구방망이를 들고 복수에 나선 다혈질 야쿠자 마지마(키시타니 고로)는 카무로쵸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 <용과 같이>를 영화로 옮긴 <용이 간다 Like a Dragon>는 야쿠자가 등장하는 성인용 게임을 한 편의 소동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야쿠자인 게임 주인공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적들을 제거하는 게임 내용과 달리 영화는 하나의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하룻밤 동안 '비열한 거리'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하지만 <용이 간다>는 게임을 영화로 옮긴 여타 할리우드 영화와는 크게 다르다.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생략이 많고 드라마적 공백이 많다. 다중 플롯을 채택하고 있는 영화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물들간의 연결고리가 훨씬 느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화법만은 여전하다. 잔인한 폭력과 유치한 유머의 기괴한 조합, 현실과 판타지의 무차별적인 공존, 과도한 개성의 캐릭터, 황당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게임과 영화의 함수관계를 고민하는 실험영화이기도 하지만, <용이 간다>는 만화와 게임, 영화를 뒤섞은 듯한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액션영화도 미이케 다카시가 손대면 뭔가 특별해진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그림자> - 둘이 모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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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1592년. 일본군에 의해 진주성이 함락되자 왜장 기무라(이무생)는 최경회 장군(명승훈)의 목을 베고 논개(전보영)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건 논개의 몸일 뿐. 논개는 바닷가 절벽에서 기무라를 껴안고 함께 바다로 뛰어내리려 한다. 하지만 동반자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기무라를 껴안고 있던 손목을 잘린 논개는 홀로 바닷물에 빠져 목숨을 다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날 이후 기무라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논개의 혼령과 마주한다. 2007년. 식물학을 전공하는 승현(명승훈), 영신(전보영) 커플은 원혼을 빨아 들인다는 전설의 패랭이꽃을 찾아 산을 오른다. 이들의 가이드가 되어준 이는 식물학에 관심이 많은 또 다른 사내 재진(이무생). 친절히 산길을 안내하던 재진은 그러나 영신과 단 둘이 있을 때마다 영신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림자>는 ‘나비’와 ‘패랭이꽃’란 두 에피소드를 묶어 만든 영화. ‘나비’는 왜장을 껴안고 함께 목숨을 끊은 논개가 만약 동반자살에 실패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패랭이꽃’은 산 속에 고립된 이들이 전설의 패랭이꽃을 두고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을 통해 인간 욕망의 뒤틀린 그림자를 드러낸다. 임진왜란 시절의 왜장과 논개, 최경회 장군이 현대로 환생해 삼각구도를 또 한번 이루지만 두 에피소드는 확연히 다른 질감을 선보인다. 우선 감독부터가 다르다. ‘나비’를 <사과>로 대한민국 영상대전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김민숙 감독이, ‘패랭이꽃’을 <편지> <산책> 등을 연출한 이정국 감독이 연출했다. 하지만 두 에피소드를 가장 확연히 구별 짓는 것은 서로 다른 장르적 성격이다. ‘나비’가 공포 스릴러로서 원혼이 돼 떠도는 논개와 기무라의 ‘무서운’ 관계에 초점을 둔다면 ‘패랭이꽃’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사건을 전개해간다.

두 에피소드가 ‘윤회’라는 이름 아래 맞물리지만 사실 둘 사이의 공통 분모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시대극과 현대극, 공포와 스릴러란 선명한 대립을 이루는 두 에피소드는 삼각관계에 놓인 인물 구성 이외엔 그 어떤 유사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그림자>는 두 에피소드를 그저 엮어두었다는 사실 이외의 그 어떤 영화적 새로움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게다가 ‘나비’는 숱한 ‘원한’ 공포영화들의 공포 묘사법을 그대로 답습해 지루하게 느껴지고, ‘패랭이꽃’은 스릴러영화의 반전 강박증에 발목 잡혀 전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은 반전을 내보인다. 시대극의 연기 흐름을 채 익히지 못한 배우들의 어눌한 연기력 또한 <그림자>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이미 만난 바 있는 <그림자>는 산학협력으로 만들어져 일반 극장에서 개봉하는 최초의 HD독립장편영화다.








 
<박치기! LOVE & PEACE> - 일본 사회의 편견에 박치기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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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박치기 하나로 일본 고등학생을 제압해 온 재일 한국인 리안성(이사카 순야)이 성인이 되었다.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아들 창수를 위해 도쿄로 이사한 안성은 아들을 치료할 의사를 찾아 헤맨다. 안성의 여동생 경자(나카무라 유리) 역시 교토의 한식당 종업원 일을 그만두고 도쿄로 상경한다.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인 경자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단역부터 기반을 쌓기 시작한다. 경자는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을 정도로 유명해지지만. 재일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 연예계의 실상과 마주하며 큰 실망감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안성과 경자는 병원으로부터 창수의 병은 불치병이며 스무 살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박치기! Pacchigi!>의 속편 <박치기! LOVE & PEACE Pacchigi! Love & Peace>는 교토에서 도쿄로 이사를 온 두 남매, 안성과 경자의 이야기다. 주연배우가 다카오카 소스케, 사와지리 에리카에서 이사카 순야, 나카무라 유리로 교체됐지만, 재일 한국인을 향한 차별과 냉대에 맞서는 두 남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한다. <박치기! LOVE & PEACE>는 영화의 후반부 경자가 재일 한국인임을 공식석상에서 밝히는 장면을 제외하면 실제 재일 교포가 겪었던 이야기를 모아 재구성한 것. 감독 이즈츠 카즈유키는 꼼꼼한 사전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일본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는 재일 한국인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불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창수를 위해 굿을 벌이거나, 가족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는 장면은 단순히 하나의 에피소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 전개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박치기! LOVE & PEACE>는 1970년대 도쿄를 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안성의 아버지인 진성의 에피소드가 영화의 중간중간에 삽입된다. 1940년대 징용을 피해 일본으로 밀입국하게 된 진성의 이야기는 재일 한국인의 고단한 삶과 그 뿌리를 알리는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전편 <박치기!>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일본인으로 채워졌지만, <박치기! LOVE & PEACE>는 송창의, 박영서 등의 한국배우가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경자 역의 나카무라 유리는 실제 재일 한국인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 거침없는 총격 신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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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당근을 사랑하는 친절한 스미스(클라이브 오언)는 어느날 한적한 뒷골목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 미모의 임산부가 총을 든 남자들에게 쫓기는 장면을 목격한다. 산모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스미스는 그녀를 도우러 갔다가 총격전에 휘말린다. 게다가 산모가 총격전 틈바구니에서 사내아이를 출산하고 총에 맞아 숨을 거두는 바람에 스미스는 엉겁결에 갓난아이를 떠맡게 된다. 그런데 이 아기를 노리는 사람들이 스미스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스미스는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한편, 옛 애인인 매춘부 퀸타나(모니카 벨루치)를 찾아가 아기를 맡긴다. 그러나 퀸타나까지 위험에 빠지면서 세 사람은 함께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끊임없이 추적하는 암살단에 단단히 화가난 스미스는 거침없는 반격을 시작한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em Up>은 제목 그대로 거침없는 총격전으로 이루어진 액션영화다. 얼떨결에 복잡한 사건에 휘말린 스미스와 스미스가 데리고 간 아기를 노리는 집단의 사정없는 총질이 영화의 대부분을 이룬다. 총격 신으로 시작해 총격신으로 끝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폐쇄된 공장에서부터 공원, 거리, 화장실, 호텔방, 비행기 안, 허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소에서 총격 신이 펼쳐진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80여 종의 다양한 무기와 25,000발의 총탄을 사용해 비현실적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을 만들어내며 쾌감을 이끌어낸다. 공장 안, 거리, 공원, 화장실, 허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액션은 빠른 카메라 워크와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액션 연출에 비해 플롯 구성은 약한 편이다. 우연히 총격전에 말려들어 암살단의 추적을 받게 된 스미스가 총을 든 남자들에게 쫓기는 산모와 아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액션 신 사이에 얽기설기 엮여 있을 뿐이다. 서로 소원해져 있던 스미스와 퀸타나가 우연히 떠맡게 된 갓난아이 덕분에 사랑을 재확인하게 되는 과정도 개연성을 찾기는 어렵다. 마치 게임을 하듯 스미스와 암살단이 서로 대치하며 펼치는 액션 장면이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의 처음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 신을 위해 캐릭터와 이야기를 짜맞춘 것처럼 이야기 구조는 엉성하고 인물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찾기는 어렵다.

<클로저 Closer><인사이드맨 Inside Man> 등에서 선보인 개성 있는 연기로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 클라이브 오언이 연기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 스미스 역을 맡아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의문을 남긴다. 섹시한 여배우로 유명한 모니카 벨루치가 스미스의 애인인 매춘부 퀸타나를 맡아 클라이브 오언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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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2. 09:50
8.05/10
103명 참여
행복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허진호
출연  : 황정민, 임수정, 공효진
상영시간  : 124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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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7.87/10
178명 참여
러시 아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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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브렛 레트너
출연  : 크리스 터커, 청룽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액션, 코미디,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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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16/10
83명 참여
페이지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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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드니 데르쿠르
출연  : 캐서린 프로트, 데보라 프랑소와
상영시간  : 84분
장르  : 스릴러,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7.58/10
746명 참여
아드레날린 24
예매하기   
감독  : 마크 네빌딘, 브라이언 테일러
출연  : 제이슨 스타뎀, 에이미 스마트
상영시간  : 86분
장르  : 액션,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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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9.24/10
75명 참여
내니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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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샤리 스프링어 버먼, 로버트 풀치니
출연  : 스칼렛 요한슨, 로라 린니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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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3.25/10
4명 참여
딕시칙스: 셧업 앤 싱
예매하기   
감독  : 바바라 코플, 세실리아 펙
출연  : 나탈리 메인즈, 에밀리 로비슨
상영시간  : 91분
장르  :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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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43/10
40명 참여
스테이지 뷰티
예매하기   
감독  : 리차드 이어
출연  : 빌리 크루덥, 클레어 데인즈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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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10월 04일
8.40/10
10명 참여
스위트 보이스
감독  : 그레그 프리티킨
출연  : 에드리언 브로디, 밀라 요보비치
상영시간  : 91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1.00/10
1명 참여
마이 걸, 마이 엔젤
감독  : 알렉시스 듀랜드-브라울트
출연  : 카린 바나스, 미쉘 코트
상영시간  : 85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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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행복> - 희망의 집을 건너 행복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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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영수(황정민)는 서울을 떠나려 한다. 방탕한 생활 끝에 간경변은 위험 수위까지 다다랐고 운영하던 클럽은 적자 상태가 심화됐으며 여자친구는 이별을 선언했다. 1년에 한 번 찾아갈까 말까 한 어머니에게는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영수는 짐을 싸서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따분한 요양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영수는 8년째 희망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은희(임수정)와 친해지면서 점점 적응하기 시작한다. 40%밖에 폐가 남아있지 않은 은희는 밝고 순수한 마음씨로 영수를 변화시키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영수의 마음을 움직인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함께 데이트도 하고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자는 은희의 제안대로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부부 같은 사람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영수는 은희의 정성 어린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처음엔 은희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영수는 지루한 시골 생활에 점점 질려가고 친구와 함께 찾아온 옛 여자친구 수연(공효진)을 만난 후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행복>은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지닌 멜로영화다. 낯선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 사람의 변심으로 관계가 흔들린다. 외형적으로 <행복>은 <봄날은 간다>의 남녀 캐릭터를 뒤바꾼 변주처럼 보인다.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은희는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와 비슷해 보이고, 사랑하던 사람을 잔인하게 떠나는 영수는 은수(이영애)의 방탕한 변형처럼 보인다. <행복>에 허진호 감독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품들이 등장하고 비슷한 장면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이 영화를 ‘반복’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퀀스의 배열과 신의 연결 방식, 대사의 톤, 극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행복>을 ‘자기반복’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와 <행복> 모두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인 데다 같은 감독의 필체가 담긴 작품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작품의 유사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행복>에서 허진호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직설적인 화법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던 여주인공은 ‘우리 같이 살래요?’라며 직접적으로 애정을 고백하고, 수줍어하던 남자 주인공은 주저 없이 ‘너 없으면 이제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인물들은 연인의 배신에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대담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봄날은 간다>가 20대 초반의 풋사랑에 가깝다면 <행복>은 닳고 닳은 30대 중반의 사랑에 가깝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잠시 정신을 차리지만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 멋대로 살다 뒤늦게 후회한다. 외형상 <행복>은 <봄날은 간다>와 가장 가까워 보이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외출>을 포함한 허진호 감독의 이전 세 작품의 세계관을 종합해 놓은 작품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행복>의 인물들은 사랑과 배신, 낭만과 현실, 삶과 죽음, 시간과 반복,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행복>은 헌신과 구원까지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대중적인 통속 신파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행복>이 여타 평범한 신파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지극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수와 은희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된다면 그것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여러 화제들의 미묘한 감수성에 동조할 의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빼어난 연기가 한몫 하고 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러시 아워 3> - 못 말리는 형사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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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홍콩 경찰 ‘리’와 LA 경찰 ‘카터’가 또 한번 뭉쳤다. 전편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 <러시 아워 Rush Hour>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러시 아워 3>에는 리와 카터의 좌충우돌 범죄 소탕 작전이 여전하다. 여전한 것은 내용뿐이 아니다. 성룡과 크리스 터커 콤비가 여전하고 전편들에 이어 브렛 레트너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2편의 각본가 제프 나단슨이 이야기를 짰다. 당연하게도 전편들을 제작한 로저 번바움이 또 한번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살짝 달라졌다. 홍콩을 비롯해 LA, 라스베가스, 뉴욕 등 미국 대도시를 배경으로 해온 전작들과 달리 <러시 아워 3>는 프랑스 파리를 주무대로 한다.

형사 리(성룡)가 새로이 맡게 된 업무는 LA 세계 범죄 재판위원회에 참석한 ‘한’ 대사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대사가 전세계적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범죄조직 삼합회의 비밀을 밝히려는 찰나, 대사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대사를 수행 중이던 리와 저격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이 추격은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격수의 뒤에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리의 과거가 숨겨져 있고, 삼합회의 비밀이 포개져 있다. 저격수를 쫓아, 삼합회의 비밀을 쫓아가던 리는 결국 조직이 프랑스 파리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는 걸 알고 파리로 떠난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교통경찰로 강등돼 연일 교통정리에 바쁘던 LA 경찰 카터(크리스 터커)가 리의 추격에 따라 붙는다. 여전히 말 많고 여자 밝히기 좋아하는 카터. 그렇게 리와 카터의 요란한 범죄 소탕극이 다시 시작된다.

<러시 아워 3>는 시리즈 영화답게 전작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잇는다. 쉰 중반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맵시 좋은 성룡의 액션 연기와 크리스 터커의 속사포 코믹 대사가 어우러지며 ‘코믹 합’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여전하다. <러시 아워 3>의 주무대가 되는 곳은 프랑스 파리, 그 가운데서도 도시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펠탑. 도심을 재빠르게 질주하는 카 체이싱 신이 영화 전반부 액션의 핵을 이룬다면 에펠탑 984피트 높이의 철근을 밟고 선 고공 무술은 <러시 아워 3> 전체 액션을 아우르는 핵심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에펠탑에 매달려 아찔한 ‘곡예 액션’을 선보인 성룡은 대역도, 스턴트도, 별다른 보호 장비도 없이 이 모든 액션을 몸소 소화해낸다. 크리스 터커의 입담도 여전히 생생하다. 속사포처럼 거침없이 이어지는 크리스 터커의 말장난이 영화 전반에 고르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러시 아워 3>를 유쾌한 오락영화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그의 말장난은 썩 유쾌하게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종과 성차별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는 그의 유머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잰다면 심히 거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 아워 3>를 순수한 오락영화라 여긴다 해도 무사 안일하게 반복되는 소재와 헐거운 드라마 줄기는 충분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극적 짜임새가 치밀하지 못한 이들의 추격전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반전으로 마련된 삼합회의 배후 세력은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뻔하다. ‘합’이 착착 들어맞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성룡표 액션의 합도 이번엔 미지근한 수준. 액션의 규모와 스피드는 늘었지만 착착 감기는 액션의 묘미는 줄었다.

<러시 아워 3>의 뻔한 이야기 흐름에 그나마 재미있는 ‘양념’으로 등장하는 건 숱한 조연과 카메오들이다. 리의 고아원 친구이자 삼합회 멤버인 켄지를 <링 The Ring>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선샤인 Sunshine>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것은 물론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온 노장 배우 막스 폰 시도우와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 장징추, <뮌헨 Munich> <안소니 짐머 Anthony Zimmer>의 프랑스 배우 이반 아탈 등이 <러시 아워 3>에 함께 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프랑스의 변태 형사 ‘레비’ 역으로 깜짝 출연해 영화에 웃음을 보탠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페이지 터너> - 악보를 넘기는 자가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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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정육점의 딸로 태어난 멜라니(데보라 프랑소와)는 부모님에게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유명 음악학교의 입학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인 아리안(캐서린 프로트)이 자신의 팬을 시험장에 난입시키는 바람에 멜라니는 정신이 산만해져 연주를 망치게 된다. 10년 후,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한 멜라니는 복수를 결심하고 아리안에게 접근한다. 아리안의 아들인 트리스탄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 멜라니는 차분한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며 아리안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한다. 무대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리안은 멜라니에게 자신의 공연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 일을 부탁한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클래식 공연에 페이지 터너를 맡게 된 멜라니는 천천히 아리안의 악보를 넘기기 시작한다.

<페이지 터너 La Tourneuse de pages>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멜라니의 주도 면밀한 복수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프랑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연주자였던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섬뜩한 복수극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페이지 터너>에는 스릴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 한 방울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리안에게 너무나 소중한 피아니스트 일과 사랑스런 가족들을 빼앗아 가며 심리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멜라니의 복수는 단지 아리안의 공연을 망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붓했던 남편과의 관계를 뒤흔들고, 피아니스트로 장래가 촉망되던 아들의 미래를 망쳐놓는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영화의 후반부는 <페이지 터너>의 백미 중 하나다. 바흐, 슈베르트, 쇼팽, 쇼스타코비치 등의 클래식 음악과 동성애적 코드가 영화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돼 스산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페이지 터너>는 사실 결말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품이다.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은 아리안이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 멜라니가 아리안의 사소한 실수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 역시 눈에 거슬리지만 적어도 <페이지 터너>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복수를 펼치는 멜라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L' Enfant>로 데뷔한 데보라 프랑소와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리안 일가를 뒤흔드는 멜라니를 맡아 호연을 펼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아드레날린24> - 비운의 킬러,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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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뜬 프리랜서 킬러 체브(제이슨 스태덤)는 자신의 탁상 위에 정체불명의 DVD를 발견한다. DVD 속에는 숙적인 갱스터 베로나(호세 파블로 칸틸로)가 1시간 내에 죽게 되는 독약 ‘베이징 칵테일’을 체브의 가슴 속에 주사하고 있는 영상이 담겨있다. 체브는 그의 주치의인 마일즈(드와이트 요아캄)에게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시키면 독약이 퍼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이제 ‘베이징 칵테일’의 해독제도 찾아야 하고, 베로나의 다음 표적이 된 애인 이브(에이미 스마트)도 구출해야 하며, 모든 사건을 일으킨 베로나 일당에게 복수도 감행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멈춰가는 심장을 뛰게 하려면 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드레날린24 Crank>는 끝없이 움직이며 아드네날린을 분출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면 심장이 멈춘다는 이 설정은 <아드레날린24>를 빠른 템포의 액션 영화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체브는 자신을 흥분상태로 몰아가기 위해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거칠게 차를 몰며, 무고한 시민들을 건드리며 도발을 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체브는 우악스럽게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먹고, 관광객으로 빼곡한 LA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애인과 공개 섹스도 서슴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체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아드레날린24>의 묘미. 긴박한 체브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빠른 편집과 화면 분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에 부각되는 최근 액션 영화의 경향에 반해 <아드레날린24>에서는 살과 살이 부딪치는 아날로그 액션이 주를 이룬다는 것은 인상 깊다. 쿵쾅거리는 체브의 심장을 묘사하거나 고공낙하하는 체브와 베로나의 모습을 제외하곤 <아드레날린24>의 대부분은 날 것 위주의 영상이 펼쳐진다. 특히, 3000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헬기 액션 신은 제이슨 스태덤이 단 두 줄의 와이어에 의지한 채 촬영된 장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드레날린24>는 제이슨 스태덤이 영화에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로 데뷔한 영국 출신 배우 제이슨 스태덤은 <더 원 The One>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시리즈에 출연하며 드롭킥이 가능한 백인 액션영웅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아드레날린24>는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여성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한 마초적 시선은 눈에 거슬리지만, 시종일관 땀을 쥐게 하는 순수 액션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할 만하다.








<내니 다이어리> -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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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애니(스칼렛 조핸슨)는 금융회사에 취직해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니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에 지원하지만 면접을 보러 갔다가 포기하고 나와버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공원에 앉아 있던 애니는 우연히 위험에 빠진 뉴욕 상류층의 자제 그레이어 X(니콜라스 리스아트)를 구해주고 내니(유모) 일을 제안받는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애니는 선뜻 내니 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골치덩어리 그레이어는 매번 애니를 골탕먹이고 미세스 X(로라 리니)는 까다로운 요구로 애니를 괴롭힌다. 그 와중에 그레이어의 집 윗층에 사는 하바드 하티(크리스 에반스)는 애니에게 첫눈에 반해 애니를 쫓아다닌다.

강남 엄마들만 자녀 교육에 극성은 아닌 모양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미국 상류층 엄마들도 자녀 교육이라면 손발 다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남 엄마가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좋은 학원을 찾아내 아이를 보낸다면 미국 엄마들은 아예 집에다 내니를 들여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뉴욕대 출신의 두 여성 작가 니콜라 크라우스, 에마 매크로플린이 대학 시절 내니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뉴저지 출신의 젊은 여성 애니가 뉴욕 상류층 자제의 내니로 일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을 풍자한다. 뉴욕 상류층을 대표하는 미세스 X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고 명품 의상으로 치장하고 다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고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해도 내색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불행한 여성. 미세스 X로부터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믿으며 미래를 꿈꾸며 사는 애니. 영화는 두 사람을 대비시켜 허영으로 똘똘 뭉친 상류층 사람들의 위선을 가볍고 코믹하게 까발린다. 촌스럽지만 순수한 젊은 여성이 부유하지만 공허한 삶을 사는 부자들의 세계를 경험한 후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간다는 계몽적인 주제는 거슬리지만, 내니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뉴욕 상류층을 풍자하는 방식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편이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 Ghost Worl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등의 영화에서 관능적인 모습과 순수한 모습 등 극과 극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선보인 스칼렛 조핸슨이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애니를 밝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기해낸다.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등에 출연한 로라 리니가 위선적인 삶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뉴욕 상류층 여성 미세스 X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 입 닥치고 노래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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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조차 이라크 철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끝내 대량 살상무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을 위해 이미 수천 명의 미군과 수십 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늘날의 미국엔 이라크 철군을 외치는 여론이 무성하고, 조지 W. 부시는 지지율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이었던 2003년은 어땠을까. 그 시절 부시는 60% 이상의 ‘고공’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었고, 미국민의 대다수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다.

“부시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것이 부끄럽다”. 사건의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미국의 컨트리 3인조 뮤지션 ‘딕시 칙스’의 리드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2003년 3월 영국 런던의 한 콘서트 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데뷔해 역대 음반 판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음반 출시 때마다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컨트리 앨범상을 거머쥐곤 했던 인기 그룹 딕시 칙스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를 사랑하던 당시 미국민을 분노케 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딕시 칙스가 조지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란 것이 부끄럽단 소리를 영국에서 하다니! 화가 난 미국인들은 딕시 칙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딕시 칙스의 음반을 불 태웠고,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컨트리 음악 전문 라디오는 그들의 음악을 보이콧 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딕시 칙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암살 위협까지 받는다. 딕시 칙스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물론 이들은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들은 미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표지에 자신들을 향한 비난의 수식어를 온 몸에 새긴 채 전신 누드로 등장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반 부시, 반전’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셀수록 더욱 커져갔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Shut Up & Sing>은 그 기록이다. 2003년 발언으로 시작해 2006년 어려움을 무릅쓰고 재기하기까지, 그들의 고단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딕시 칙스의 고단하지만 한편 유쾌한, 이 같은 투쟁을 담아낸 이는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 미국 켄터키 주의 탄광 지역 할란 카운티의 노동 환경을 고발한 <할란 카운티 USA Harlan County U.S.A.>와 1980년대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노동 파업을 기록한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과 같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해온 바바라 코플과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의 ‘멋진 남자’ 그레고리 펙의 딸, 세실리아 펙이 인연을 맺은 건 그레고리 펙에 관한 다큐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regory Peck>였다.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를 공동 연출한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러나 바바라 코플의 이전 작 <와일드 맨 블루스 Wild Man Blues>부터 이어져 왔다. 우디 앨런과 그의 뉴올리언즈 재즈 밴드에 관한 영화 <와일드 맨 블루스>에 세실리아 펙이 후반 작업을 도우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의 ‘찰떡 궁합’은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을 풍성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이들이 담아낸 영상은 딕시 칙스의 ‘투쟁사’를 사실 그대로 풍부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공인으로서, 가수란 직업인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아내로서 살아가고 있는 딕시 칙스 개인의 인간적 고뇌들까지 한꺼번에 녹여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은 정치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리얼 다큐’지만 동시에 음악 영화기도 하다. <와일드 맨 블루스>로 음악 영화를 경험한 이 두 감독은 딕시 칙스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애절하게, 달콤하게 잡아내고 있다. 작년 10월, 부시의 암살을 다룬 페이크 다큐 <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과 엇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딕시 칙스는 2003년의 발언 파장으로 가수로서 오랜 기간 빛을 잃었지만 2006년 재기, 2007년 그래미어워드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스테이지 뷰티> -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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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17세기 문예 부흥기의 영국 런던,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었던 당시 네드 키니스톤(빌리 크루덥)은 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남자 배우였다.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인 마리아 휴즈(클레어 데인즈)는 키니스톤의 연기를 훔쳐보고 흉내내며 배우의 꿈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날 마리아는 허름한 뒷골목 술집 무대에서 <오델로>의 데스데모나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장안의 화제가 된다. 이 사실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왕은 연극 애호가인 애첩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자 배우의 무대 진출을 허용하고 남자 배우가 여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발표한다. 키니스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지지만, 마리아는 이 법 덕분에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인기를 얻을수록 마리아는 자신의 연기에 실망하고, 키니스톤의 추락을 가슴 아파한다.

<스테이지 뷰티 Stage Beauty>는 실존 인물 주인공에 픽션을 가미한 시대극이다. 17세기에 쓰여진 사무엘 핍스의 일기에서 발췌한 당대 최고의 여장 배우 키니스톤에 대한 짧은 묘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스테이지 뷰티>는 키니스톤의 몰락과 재기, 그리고 배우의 꿈을 꾸며 키니스톤을 흉내내다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전직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 마리아의 이야기를 축으로 당대 영국 공연 문화 전반을 훑어낸다. 그러나 <스테이지 뷰티>는 17세기 영국 무대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겨내기보다는 기록에 존재하는 극적인 사건들을 영화적으로 재가공하는데 치중한다. 17세기 중반까지 여성들이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사실과 찰스 2세가 이를 허용하고 남성이 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아의 존재나 키니스톤과 마리아의 관계는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각본을 쓴 제프리 히쳐는 당대의 짤막한 기록을 토대로 당대 배우들의 고민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낸다.

<스테이지 뷰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델로 Othello>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인 무대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키니스톤은 아름답고 순결한 데스데모나를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관객들은 그런 키니스톤의 연기를 숨죽인 채 바라본다. 무대 뒷편에서는 마리아가 키니스톤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장면을 비춘다. 공연은 환호 속에 막을 내리지만, 키니스톤의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마리아는 그런 키니스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스테이지 뷰티>가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은 배우의 실존적인 고민이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키니스톤의 모습은 배우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자 배역을 하는 남자로 키워진 키니스톤이 왕명 발표 이후 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혼란을 겪는 장면은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부각시킨다. 얼떨결에 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연기가 키니스톤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진정한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주인공인 영화답게 <스테이지 뷰티>는 배우들이 겪는 고민들을 시대극의 형식을 빌어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고증을 거쳐 재현한 17세기 영국의 무대 공연 장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열연. 영국 최초의 여배우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를 연기한 클레어 데인즈는 어설픈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17세기 영국 여장 남자 배우 키니스톤을 징그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빌리 크루덥의 연기는 놓치기 아까울 만큼 훌륭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스위트 보이스> - 평범하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로맨틱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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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스티븐(애드리안 브로디)은 노처녀인 누나와 함께 부모와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복화술사를 꿈꾸던 스티븐은 직장에서 해고된 후 인형을 사서 꿈을 실행에 옮긴다. 웨딩플래너인 누나 하이디의 구박과 부모의 핀잔도 스티븐의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스티븐은 실업수당을 위해 별 생각 없이 찾아간 노동상담소에서 만난 카운셀러 로레나(베라 파미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사회성 부족한 그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용기란 눈꼽만큼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 번도 직장을 갖지 못한 동네 친구 페니(밀라 요보비치)의 엉뚱한 아이디어 때문에 스토커로 몰리기도 하지만 페니의 또 다른 도움으로 진심을 전하는 데 성공한다.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로레나는 스티븐의 순수한 마음에 호감을 느끼지만, 스티브의 가족과 연애 경험이 거의 전무한 스티븐에게 점차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스위트 보이스 Dummy>는 미국 내에서 1만 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캐스팅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의 밀라 요보비치, <디파티드 The Departed> <두번째 사랑>의 베라 파미가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세 명의 스타 배우가 이렇게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에 한데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스위트 보이스>가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에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스위트 보이스>는 <피아니스>와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베라 파미가의 출세작 <다운 투 더 본 Down to the Bone>이 제작되기 2~4년 전인 2000년 여름 촬영이 완료됐다. 미국에서 2003년 9월 개봉된 데 이어 한국 관객에게는 그보다 4년이 지난 2007년 10월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다.

<스위트 보이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하이디가 스티븐을 부르는 호칭처럼 근사하고 폼 나는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패배자’들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 해고된 남자 스티븐이나 미혼모인 로레나, 노처녀인 하이디, 무명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10년 넘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페니, 회계사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에다가 스토커인 하이디의 전 남자친구 마이클까지 <스위트 보이스>의 인물들은 모두 사회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주변인’들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스티븐이나 로레나의 로맨스를 따라가지만, 정작 영화의 핵심은 ‘진정한 자아 찾기’에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복화술사가 되기로 한 스티븐과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로레나,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하이디, 삼류 무명 밴드에서 노래하는 페니를 통해 감독은 아무리 초라한 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스위트 보이스> 역시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만은 폄하하기 힘들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마이 걸, 마이 엔젤> - 수렁에서 건진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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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1

캐나다 퀘벡의 유력 정치인 저메인(미셸 코테)은 사랑스러운 아내 잔느(도미니크 레뒤크)와 딸 나탈리(카린 바네스)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아내와는 30년 째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가고 있으며, 딸 나탈리는 몬트리올의 대학에서 공부 중인 수재로, 저메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메인은 밤마다 포르노 사이트를 전전하는 포르노 중독자. 그는 우연히 접속한 한 포르노 사이트에서 딸 나탈리를 발견하고, 그녀가 몬트리올에서 일어난 인터넷 포르노 스타의 죽음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층의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이 포르노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가족의 갈등과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나탈리는 낮에는 대학생의 삶을, 밤에는 포르노 배우의 삶을 사는 두 얼굴의 여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탈리에게 이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따분한 삶과 화끈한 일탈을 위해 포르노 배우의 길을 택한 것. 아버지 저메인의 상황도 나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인 저메인은 밤마다 이곳저곳 포르노 사이트를 서핑하며 성적 욕구를 채우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인 부녀의 모습을 통해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 사회의 이중성과 허식을 슬쩍 까발린다.

촬영 감독 출신으로 몇 편의 TV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렉시스 듀랑 브로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에로틱 스틸러 장르의 영화 답게 그럴듯한 반전과 눈요기 거리를 갖추고 있다.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린 나탈리의 현재에서 시작된 영화는 편리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극 말미 반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전개가 뻔히 눈에 보이는 것은 <마이 걸, 마이 엔젤>의 피할 수 없는 약점이다. 캐나다 출신의 최고 아역 배우 출신 여배우 중 한 명인 카린 바네스가 나탈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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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가난한 집안의 소년 채인호, 낯선 동네로 이사가던 날 차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 소녀 정미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전학 간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로 다시 만난 인호와 미주.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미주의 가족이 빚쟁이들에게 쫓겨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그로부터 7년 후 인호와 미주는 고등학생이 된다. 유도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 엄마에게 효도하겠다는 꿈을 가진 고등학생 인호(주진모)는 술에 절어 사는 엄마와 문제아 오빠를 둔 미주(박시연)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나눈 두 사람은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문제아 오빠 때문에 미주가 악랄한 건달 치권(김민준)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한다. 인호는 복수심에 불타 치권의 목에 칼을 꽂게 되고, 그 결과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 사이 미주는 사라져 버린다. 세월이 흘러 출소한 인호는 건설 재벌 유회장(주현)의 오른팔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유회장이 들른 술집에서 미주와 우연히 마주친다.

<사랑>은 곽경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사랑>이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는 남자와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친구> <똥개> <태풍> 등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는데 재능을 발휘해온 곽경택 감독의 작품답게 <사랑>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남녀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첫사랑의 여자를 유린한 건달에게 칼을 꽂는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치 않는 인호와 지긋지긋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집 여자가 된 미주의 처절한 사랑은 줄기차게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곽경택 감독은 배신을 일삼는 거친 건달들의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남자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낸다. 그러나 건달과 술집 여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설정과 예상된 결론을 향해 예측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상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상투성을 덮어줄 만큼 뛰어난 편이다.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사랑>에서는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순정파 건달 채인호를 연기한 주진모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채인호를 실감나게 스크린에 살려낸다. <구미호 가족>에 출연했던 박시연은 열일곱 나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도 거리를 두고 살아야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인 정미주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진모와 박시연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지만, <사랑>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배우는 바로 김민준이다. <예의없는 것들>과 TV 드라마 <다모> <프라하의 연인>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민준이 <사랑>에서는 악질 건달 치권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났다. 김민준은 올백으로 빗어넘긴 머리 스타일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악질 건달 치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원치 않게 사랑하는 남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재벌 유회장 역을 맡은 주현은 듬직한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인베이젼> - 이유도 없고 특징도 없는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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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17

우주선이 원인불명의 이유로 착륙 도중 폭발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신과 의사 캐롤 버넬(니콜 키드먼)을 찾아온 중년의 여자 환자 역시 이상한 일을 겪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환자의 남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는 말을 듣고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캐롤은 아들 올리버의 친구가 개에게 물린 후 이상하게 변했음을 발견하고 주위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올리버 친구의 사탕주머니 속에서 발견한 투명한 피부조직을 동료 의사이자 친구인 벤 드리스콜(다니엘 크레이그)과 스티븐 박사(제프리 라이트)를 찾아간 캐롤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인간이 잠자고 있는 사이 침투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외계 생명체에 의해 신체를 강탈당한 전 남편의 집에 간 아들 올리버를 찾기 위해 캐롤은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

잭 피니의 신문 연재 소설 [바디 스내처 The Body Snatchers]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이나 영화화됐다. 원작에 가장 가깝게 제작된 돈 시겔의 1956년작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에 이어 같은 제목으로 1978년 필립 카우프먼이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했으며, 아벨 페라라는 1993년 <바디 에이리언 Body Snatchers>를 내놓았다. 국내에는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로 유명한 올리버 허쉬비겔 감독은 잭 피니의 소설을 영화화한 네 감독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이다. 또한 <인베이젼 The Invasion>은 같은 원작을 가진 영화 중 유일하게 두 명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작품이기도 하다. 허쉬비겔 감독에 의해 완결된 2006년 버전은 워쇼스키 남매가 다시 각본을 쓰고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재촬영에 투입되는 진통을 겪으며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감독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스튜디오 때문이었다.

두 명의 감독이 전혀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한 탓인지 <인베이젼>은 영화의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인베이젼>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전 세 편의 영화에 비하면 완성도가 한참 떨어진다.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는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거나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하는 대신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만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된 돈 시겔의 <우주의 침입자>는 매카시즘을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은유적 화법으로 평론가들의 환호를 받았고, 필립 카우프먼의 영화는 비관적인 결말을 지닌 독창적인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필립 카우프먼의 작품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입시키는 비평가도 있었다. <바디 에이리언>은 걸프전의 후유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한편 에이즈의 공포를 은유적으로 그려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성본능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이는 <인베이젼>은 결국 액션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허쉬비겔의 감독판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상사부일체> - 횡설수설 우왕좌왕 조폭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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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17

평론가와 관객의 반응이 극을 달리는 영화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조폭 코미디는 대체로 그렇다. <두사부일체> 시리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리즈의 두 번째 편 <투사부일체>는 두 집단의 차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 영화였다. <상사부일체>가 흥행에서 성공한다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상사부일체>는 <투사부일체>의 완성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졸작 중의 졸작이다.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이전 두 편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출연진이 전면 교체됐다. 정준호가 맡았던 계두식은 이성재가 연기하고, 조직 보스 김상중 대신 손창민이 출연한다. 정웅인 대신 김성민이 김상두 역을 맡았고, 박상면은 정운택이 연기했던 대가리 역으로 등장한다.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가 학교를 주무대로 했던 것과는 달리 <상사부일체>의 배경은 대기업 회사다. 윤리 과목 교생이었던 계두식이 대학 졸업장을 딴 시점에서 시작하는 <상사부일체>는 폭력조직의 글로벌 경영을 위해 두식이 대기업에 취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수 성적이 좋지 않아 기획실이 아닌 보험사로 배치된 두식은 박소장의 횡포 속에서 굳건히 신입 생활을 이어간다. 이유 없이 두식과 두식의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을 괴롭히던 박소장은 두식에게 보험영업 200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라고 엄포를 놓는다. 두식은 조직원을 동원해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리고, 결국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기획실에 입성한다. 하지만 만년대리 김대리(전창걸)와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에 대한 박소장의 횡포가 심해지자 두식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상사부일체>의 가장 큰 단점은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취약성도 아니고, 평론가의 외면을 받았던 코미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라는 사실도 아니다. “이야기의 탄탄함을 가장 먼저 신경썼다”는 심승보 감독의 말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이야기의 중심이 없는 영화다.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이 산만하게 코믹 시퀀스만을 남발하는 것은 조악한 일부 조폭 코미디의 특징이지만, <상사부일체>는 조금 더 멀리 나간다. 영화는 두식의 회사생활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두식과 수정의 로맨스에도 별 관심이 없다. 조직 보스가 대학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두와 대가리는 아예 이야기에서 거의 제외된다. 그렇다고 회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종국에는 영동파와 북어파의 대립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사부일체>는 죄민수로 유명한 조원석과 손명은, 정철규, 조지훈, 김현철 등 개그맨들을 카메오나 단역으로 출연시켜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개그콘서트>나 <개그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장기는 무의미하게 휘발되고 만다. 계두식이 영화 포스터에서 둘러쓰고 있는 태극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원스> - 사랑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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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17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노래하는 그(글렌 한사드)는 사랑하던 연인을 막 영국 런던으로 떠나보낸 상태다. 비록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의 아픔을 노래에 담아 거리에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목소리를 귀기울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남자친구와 결별 후 어머니와 갓난 아이와 함께 체코를 떠난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다. 거리에서 조우한 이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그녀의 응원 덕에 그는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정한다.

<원스 Once>는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음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려주는 음악 로맨스다. 극 중 음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극 영화에서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진다면,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과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베이시스트 출신인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신예 감독.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등 두 뮤지션과 함께 러닝타임 85분 동안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인디 뮤지컬 영화를 완성해 냈다.

만약 당신이 미끈한 할리우드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아일랜드 산 뮤지컬 <원스>는 한없이 초라한 소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15만 달러의 '초' 저예산 제작비, 국내에는 지명도 제로인 출연진들 거기에 칙칙하기 짝없는 줄거리와 배경까지, <원스>의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흥행 경쟁력은 말 그대로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올 초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3월 2개 스크린에서 일반 상영을 시작한 <원스>는 현재까지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8백1십만 달러의 깜짝 흥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 이제는 우리 차례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무시시> - 기기묘묘 벌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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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17

100년 전, 일본의 어느 산간마을. 폭설로 고립된 마을에 백발의 한 남자가 들어선다. 눈길 속에 하룻밤 묵어 갈 곳을 찾는 남자는 깅코(오다기리 죠)란 이름의 무시시.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의 생명체 ‘무시 蟲’를 다스리고 무시에 빙의돼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치료사인 무시시 깅코는 그곳에서 소리를 잡아먹는 무시 때문에 귀가 먹은 이들, 머리에 뿔이 난 꼬마를 치료한다. 무시를 잡아 끄는 체질을 갖고 있는 탓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정처 없이 길을 떠돌아야만 하는 깅코. 길고 긴 여행 도중, 그는 탄유(아오이 유우)가 자신을 찾는다는 전갈을 듣는다. 무시에 관해 기록함으로써 글씨 안에 무시들을 봉인하는 능력을 지닌 탄유를 찾아 떠날 채비를 하는 깅코에게 무지개를 잡으러 길에 오른 코로(오모리 나오)가 길동무가 되어 준다.

여류 만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충사]는 정령 같은, 유령 같은 때론 공기 중을 떠도는 세균이나 벌레 같은 신비한 생명체 무시와 이들을 다스리는 무시시의 모험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무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 [충사]의 기본 재미지만, ‘벌레’를 통해 집착이나 교만과 같이 인간 스스로 다스리기 힘든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충사]의 미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충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무시시>는 무시를 실사영화 위에 유려한 영상으로 옮겨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애니메이션 <아키라 Akira> <스팀보이 Steamboy>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일본 산야의 너른 품을 담은 실사 이미지 위에 VFX(Visual Effect: 영상특수효과)로 그려낸 무시의 기묘한 이미지들을 환상적으로 겹쳐 그리지만 각각의 무시가 갖는 의미도, 무시시 깅코가 길 위에서 찾는 궁극의 목표도 드러나지 않은 탓에 무시를 특이한 ‘벌레’ 이상의 의미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각 권마다 완결되는 만화 이야기와 달리 깅코를 중심 인물로, 그의 방랑 길을 주축으로 하는 로드무비를 따르는 <무시시>는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길 위에 흩뿌려두기만 했을 뿐 이야기를 제대로 갈무리하는 재능도 갖추지 못했다. 덕분에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 타임은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백발로 빛나는 오다기리 죠의 설익은 이미지와 아오이 유우의 우아한 자태, 산과 들은 물론 호수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무시시>의 매력이다. 자그마한 글씨가 개미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달팽이처럼 소용돌이 모양을 지닌 무시, 반딧불이처럼 숲 속에서 반짝이는 무시까지 다양한 무시의 모습을 곁들여 볼 수 있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 이렇듯 <무시시>는 무시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박물지’로서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세계를 소개하는 것에서 소임을 다한다. <무시시>는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이지 섹스, 이지 러브> - 사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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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17

제이미 해리스(마르그리트 모로)는 신제품에 상품명을 짓는 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일에 있어서는 똑부러지는 유능한 여성이지만, 성생활은 뒤죽박죽이다. 동료인 미스터 웡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남자들과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제이미는 우연히 TV 쇼 진행자인 (브라이언 F. 오번)과 만나 데이트를 하게 되면서 믹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믹 역시 제이미에게 끌리지만, 자유분방한 제이미의 생활 때문에 그녀와 거리를 두려 한다.

<이지 섹스, 이지 러브 Easy>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젊은 미혼 여성 제이미가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아무하고나 자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진짜 짝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제이미를 통해 진정한 연인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톡톡 튀는 대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제인 와인스타인 감독이 2003년에 연출한 <이지 섹스, 이지 러브>는 독립영화 특유의 패기와 발랄함으로 같은 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미남이시네요> - 시골 아저씨, 새로운 사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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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17

프랑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에메(미셸 블랑)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다. 농장일과 집안 살림에 치이던 그는 새로운 아내의 필요성을 느끼고 결혼상담소를 찾는다. 상담소장이 그에게 권한 것은 루마니아 여자와의 국제 결혼. 에메는 루마니아에서 엘레나(메디아 마리네스쿠)를 만나 호감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 프랑스로 돌아온다. 하지만 에메는 젊고 아름다운 엘레나와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엘레나는 프랑스에 하루라도 빨리 정착하고 싶지만 청혼은 하지 않고 농장일만 시키는 에메에게 불만이 쌓여간다.

농장일밖에 모르는 중년 남성과 생기발랄한 여인과의 로맨스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설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남이시네요 Je vous trouve tres beau>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중년 남성의 감정 변화를 꼼꼼히 그려내는 데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에메는 외식이란 절대 하지 않고 꽃을 사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엘레나와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고 꽃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던 에메의 러브 스토리는 시골에서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이웃들에게 루마니아로 아내를 찾으러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독일 소시지를 기념품으로 준비하는 장면, 엘레나가 나타날 때면 허겁지겁 클래식 라디오 채널로 주파수를 돌리는 장면 등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배우 출신인 여성 감독 이사벨 메르고는 <미남이시네요>를 사랑에 눈떠가는 에메의 이야기로만 채워놓지 않는다. 프랑스에 홀로 건너와 향수병을 겪게 되는 엘레나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다 원정결혼을 선택한 여인. 엘레나가 살고 있던 루마니아 빈민층의 모습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게임을 즐기는 프랑스인의 모습이 대비되며 루마나아의 빈곤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영화의 제목인 ‘미남이시네요’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루마니아 여성들이 프랑스 남성을 보고 처음으로 건네는 말. 자신이 잘생기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에메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해 하는 장면은 유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함께 한다. <위트니스 Les Temoins> <프로스페로의 서재 Prospero's Books>의 미셸 블랑이 에메를 연기하며, 이사벨 메르고 감독은 <미남이시네요>로 2007년 세자르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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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03

10대 소녀 에이미(김지선)가 어머니(김복자)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영어학원을 다니며 미국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향수병이 커져만 간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한국계 소년인 트란(강태구)뿐, 에이미는 트란과 매일 어울리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학원수강료를 환불 받은 돈으로 트란에게 팔찌를 사주고, 간간히 집으로 불러 한국음식도 먹여보지만 트란은 계속 무신경하게 반응하고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느 날 어머니는 에이미에게 조심스럽게 재혼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방황의 날들>은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영어조차 버거운 소녀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미국 이민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계 청소년의 일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에이미가 주로 걷는 거리는 한인타운이며, 한국음식을 즐겨 찾고, 현지인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에이미는 분명 미국에서 생활 중이지만 하루 종일 영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카메라는 에이미의 이런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며, 십대 소녀의 방황과 우울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트란과 만나 대수롭지 않는 농담을 주고 받고,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들은 황량한 배경과 어울리며 쓸쓸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방황하는 에이미에게 어떠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다. 에이미의 우울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황의 날들>의 결말은 꽤 묵직한 아픔을 선사한다. <방황의 날들>의 주연배우인 김지선과 강태우는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들이다. 영화는 재미교포 출신인 김소영 감독이 미국 LA에서 겪은 10대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스트레인저 댄 픽션> - 소설, 인생을 해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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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국세청 직원 해롤드 크릭(윌 페렐)의 삶에서 우연이란 단어를 찾긴 쉽지 않다. 삶의 면면이 규칙으로 꽉 짜여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해롤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든다. 칫솔질도 정해둔 숫자만큼, 출근 길 버스에 오르기까지 걷는 걸음도 항상 똑같다. 어제와 전혀 다르지 않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고 있는 해롤드. 하지만 해롤드의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시작은 칫솔질을 열심히 하던 어느 아침부터. 그의 귓가에 낯선 여인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목소리는 흡사 영화의 내레이션 역을 맡은 것만 같다. 그녀는 해롤드의 행동 하나하나를 3인칭 시점으로 찬찬히 설명한다. 도무지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스트레인저 댄 픽션 Stranger than Fiction>은 이상한 영화다. 소설가 카렌(엠마 톰슨)이 쓰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해롤드가 버젓이 현실 속에 살아 돌아다니고 해롤드의 현실은 카렌의 펜 끝, 픽션에 매달려 있다. 카렌이 ‘해롤드는 죽는다’고 픽션 속에 쓴다면, 현실의 해롤드는 죽을 수밖에 없고, 카렌이 ‘해롤드가 사랑에 빠진다’고 하면 현실 속 해롤드는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할까? 그건 아니다. 어느 날, 해롤드는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있는 목소리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말을 하는 걸 듣게 된다. 가만히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대신 해롤드가 선택한 건 문학교수 줄스(더스틴 호프만)를 찾아가 픽션의 법칙들을 듣는 것. 픽션의 법칙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자신이 죽는 것으로 결정된 이 소설을 조금쯤 바꿔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운명 그대로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해롤드와 소설 속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까 고심하는 소설가 카렌의 이야기를 담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인생 자체는 비극이지만 그 시간을 희극으로 만드느냐, 비극으로 채색하느냐는 삶을 쥐고 있는 주인공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정하게 된 해롤드가 사랑에 충실하고, 평생 소원이었던 기타를 연주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카렌의 모습에서 종종 ‘신 神’과 같은 면모를, 해롤드에게서 피조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역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이와 같은 주제 의식을 더욱 부각시킨다.

삶과 죽음, 인생의 순환을 담고 있다해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아니다. <몬스터 볼 Monster’s Ball> <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의 마크 포스터 감독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을 톡톡 튀는 상상력의 공간으로 창조해낸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소설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 속 공간들은 영화에 판타지적 재미를 덧입힌다. 물론 영화를 풍성하게 한 가장 큰 주역은 배우들이다. ‘웃기는 배우’로만 알려진 윌 페렐이 엉뚱한 동시에 무게감 있는 해롤드 역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엠마 톰슨 역시 괴짜 소설가의 면모를 풍성히 표현해냈다. 심통 맞아 보이는 교수가 된 더스틴 호프만, 해롤드가 사랑에 빠지는 당찬 빵집 여인 안나가 된 메기 질렌할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마이 파더> - 스크린으로 옮긴 감동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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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한국계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에 자원한다.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을 펼치고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끝에 아버지와 상봉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22년 만에 만난 아버지 황남철(김영철)은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사형수였다. 주말마다 아버지를 면회한 제임스 파커는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는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제임스 파커는 아버지를 위해 탄원서도 쓰고 사형 반대 운동에도 참여하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임스 파커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마이 파더>는 사형수 아버지와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신파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큰 작품이었다. 실존 인물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파더>는 극중 주인공 제임스 파커가 혈육을 만나기 위해 주한미군에 입대한 점, 결국 만난 아버지가 집행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라는 점 등 최루성 강한 소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마이 파더>는 우여곡절 끝에 만난 두 부자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파커와 황남철이 만나는 과정은 짧게 묘사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황남철을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생면부지의 두 부자가 만나 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제임스 파커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사실 위주의 진행으로 이끌어낸 감동이라 더욱 특별하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신부수업>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인권이 제임스 파커의 카투사 룸메이트인 신요섭을 맡아 감초 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내고, <공공의 적> <하면 된다>의 안석환이 황남철을 괴롭히는 건달 장민호로 출연해 애절함을 더한다. 주연배우인 김영철의 연기도 발군이지만, 제임스 파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제대로 연기하는 다니엘 헤니의 성장도 주목할 만 하다. <마이 파더>는 단편 <미라클 마일>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말아톤>의 윤진호 작가가 시나리오 각색을 담당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데쓰 프루프> - 쾌감 200% 오락영화 혹은 B급영화 콜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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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그라인드하우드 Grindhouse>는 두 편의 영화와 예고편을 모은 연속 상영 패키지이자 1970년대 미국 자동차극장에서 B급영화를 보던 추억을 되새기는 ‘체험, 영화관람의 현장’이다. <그라인드하우스>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좀비영화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그리고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을 포함한다. 그 중 한국에 개봉되는 것은 <플래닛 테러>와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을 제외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다. 따라서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의도한 70년대식 영화 관람의 체험은 불가능한 셈이다. 개봉 버전도 90분짜리 미국판이 아니라 113분짜리 인터내셔널 버전이다. <데쓰 프루프>만 보는 건 그라인드하우스 체험과 영화 관람 중 후자에 더 치중하는 행위인 셈이다.

<그라인드하우스>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데쓰 프루프> 자체가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를 보는 체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란 B급영화를 두 편 연속 상영하던 변두리 극장(주로 자동차극장)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극장에서 주로 상영하던 B급영화들을 지칭한다. <데쓰 프루프>는 슬래셔 무비로 시작해서 카체이스 액션영화로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슬래셔와 카체이스로만 채우는 건 아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무비 등을 은근히 암시하며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즉 선정영화의 단면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다.

영화는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을 중심으로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고 각 이야기는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섹스 앤 시티 Sex & the City>를 연상시키는 수다를 떠는 젊은 여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스턴트맨 마이크가 접근한 후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살인마 스턴트맨 마이크의 놀라운 차량 충돌 사건이고, 두 번째는 불쌍한 스턴트맨 마이크가 액션 걸들과 벌이는 신나는 카체이스다. <데쓰 프루프>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사건 중심의 영화다. 사건이라는 건 다시 말해 장르적 클라이맥스를 일컫는다. 슬래셔 무비의 클라이맥스,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수다가 이어지고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며 다양한 오마주와 패러디, 인용이 이어진다. <데쓰 프루프>는 무게 잡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신나게 웃고 떠들며 만들어서 신나게 웃고 떠들며 보는 200% 상업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는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가려 천대받던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인더스트리얼 오마주 기획이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 오리지널 <식스티 세컨즈 Gone in 60 Seconds>, <더티 매리와 크레이지 래리 Dirty Mary Crazy Larry> 등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영화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고 언급한다. 제목 ‘사망 방지’가 영화 속에서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가 모는 스턴트 촬영용 특수 자동차를 가리키듯 <데스 프루프>의 진정한 주인공은 자동차다. 자동차로 만드는 슬래셔 무비, 구식 자동차로 CG 없이 보여주는 카체이스 액션. 마이크의 자동차는 전반부에서 슬래셔 무비의 단골 소품인 칼이나 도끼, 낫의 대용품으로 쓰이고, 후반부에서는 B급 액션영화의 필수 품목 중 하나인 카체이스 액션 장면의 소품으로 쓰인다.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영화에서 여자 갱들이 휘두르던 칼로 쓰이기도 한다. <데스 프루프> 자체를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묶인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데스 프루프>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혁명적인 형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70년대 싸구려 공포영화나 흑인 주연의 액션영화, 일본과 홍콩의 액션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데스 프루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최소한 80퍼센트 이상 느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란티노는 인위적인 필름 스크래치와 프레임 유실을 의미하는 어색한 점프컷, 필름 분실, 60~70년대 흑인음악, B급영화 주제가, 구식 소품들과 슬래셔 무비,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관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의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데스 프루프>는 미국 영화산업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B무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사랑스런 순수 오락영화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척 앤 래리> - 배우들의 성공적인 화학반응은 바로 이런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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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03

뉴욕 브룩클린 소방서의 두 소방관 척 레빈(아담 샌들러)과 래리 발렌타인(케빈 제임스)은 죽 잘 맞는 죽마고우다. 하지만 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바른 생활 사나이인 래리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유일한 낙인 반면, 척은 여자들과의 화끈한 데이트가 인생의 전부인 남자다. 어느 날 화재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래리는 두 아이들을 위한 생명보험을 가입하려 하지만,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알고 좌절한다. 하지만 래리 곁에는 척이 있지 않은가. 래리는 척에게 '남남 커플'로 위장 결혼을 부탁하고, 이 때부터 이들의 힘겨운 게이 커플기는 시작이다.

'내가 너희들을 척과 래리로 선언하노라!'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에서 기막힌 상황에 처한 척과 래리의 신세를 잘 말해주는 영화의 원제다. <척 앤 래리>는 얼떨결에 게이 커플이 된 두 죽마고우 척과 래리의 좌충우돌기를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 식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두 주인공의 직업을 가장 남성적인 직업 중 하나인 소방관으로 설정한 것은, 지극히 역설적이면서 재미있는 발상이다. 브룩클린 소방서에서 두 최고 인기남으로 손꼽히던 이들은 커밍 아웃 이후 동료와 이웃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다. 성적 소수자, 외국인 등 아웃사이더에 대해 비웃음과 딴지 걸기로 일관했던 기존 슬랩스틱 화장실 코미디와는 달리 <척 앤 래리>는 일정 수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공정성이 돋보인다. 차별적 농담으로 일관하던 바람둥이(Womanizer) 척의 변화하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이다. <척 앤 래리>의 각본은 <사이드웨이 Sideways> <일렉션 Election>의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의 솜씨다.

누가 뭐라 해도 <척 앤 래리>의 일등공신은 아담 샌들러다. 아담 샌들러는 주연, 제작, 캐스팅 등 전천후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일당백을 해냈다. 그의 단짝인 래리 발렌타인 역할의 배우는 케빈 제임스로, 비록 아담 샌들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TV 스탠드업 코미디로 일갈한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다.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는 통통 튀는 파트너십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인 110분을 이럭저럭 잘 이끌어간다. 다소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두 명의 놀라운 화학반응으로 일정 부분 상쇄된다. <척 앤 래리>의 감독은 <빅 대디 Big Daddy> <해피 길모어 Happy Gilmore>의 데니스 듀건이 맡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브라보 마이 라이프> - 직장인의 비애, 음악으로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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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03

같은 직장에서 30년을 일한 조민혁(백윤식)은 정년퇴임을 이제 한 달 앞둔 상태다. 그 동안 상사들에게 매일 싫은 소리도 듣고, 동기와 후배들에게 밀려 만년부장에 머물렀지만 아직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이 있어 회한 보단 근심이 먼저 앞선다. 조민혁은 젊은 시절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느 날, 조민혁은 단짝 후배인 박 과장(박준규)이 남몰래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심한 자극을 받는다. 이 사실을 안 직장동료들은 조민혁에게 다시 드럼 스틱을 잡게 해주기 위해 퇴직 기념 콘서트를 마련해준다. 밤이면 회사 옥상 위에 올라 색소폰을 부는 김 부장(임병기), 베이스 기타에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경비 최석원(임하룡), 보컬과 기타 파트의 박 과장, 왕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드러머 조민혁은 ‘갑근세 밴드’를 조직,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실제 직장인 밴드인 ‘갑근세 밴드’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그렸던 이치가와 준 감독의 <회사 이야기>(1988)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갑근세 밴드를 주인공으로 직장인들의 비애와 자아 찾기를 자잘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철없는 부하직원 박 과장은 사실 아내와 자식을 해외로 보내고 쓸쓸함을 느끼는 기러기 아빠이며, 같이 골프를 치자며 허풍을 떠는 김 부장은 조민혁과 마찬가지로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악기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경비 최석원은 출퇴근길에 위치한 악기점을 지날 때마다 항상 가슴이 아프다. 이러는 와중 조민혁은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나, 오랜 꿈이었던 밴드 생활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연조차 쉽지 않은 갑근세 밴드의 모습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차분히 그려낸다.

간간히 등장하는 갑근세 밴드의 합주 장면이 이들의 고군분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특히 연주 장면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연주가 맞지 않고, 대역을 사용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펼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만년부장 조민혁을 맡은 백윤식의 연기는 단연 발군. 또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깃>의 이소연이 갑근세 밴드 공연을 추진하는 여사원 유리로 등장해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사쿠란> - 내 꿈은 최고의 게이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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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03

여덟 살 소녀 키요하(츠치야 안나)가 요시와라 유곽에 팔려온다. 평생을 게이샤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키요하는 틈만 나면 유곽 탈출을 감행하고 버릇 없는 행동을 일삼는 탓에 요시와라 최고의 말썽꾸러기로 손꼽힌다. 어느 날 선배 게이샤 쇼히(칸노 미호)가 키요하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키요하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게이샤로 일약 성장하지만, 순수한 청년 소우지로(나리미야 히로키)를 만난 후부터 키요하의 마음에도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키요하는 소우지로에게 진심을 다하려 노력하지만, 동료 타카오(기무라 요시노)의 질투로 사랑을 만들어 가기가 쉽지 않다.

<사쿠란 Sakuran>은 말썽꾸러기 소녀 키요하를 중심으로 17세기 에도 시대 게이샤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키요하는 남자들의 말에 지고지순하는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적인 여성에 가깝다. 진취적이고 고집센 키요하의 성격은 부잣집 청년에게 시집가는 것을 꿈꾸는 동료 게이샤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쇼히를 비롯한 요시와라 유곽의 게이샤들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키요하는 화가 소우지로를 놓고 동료 타카오와 신경전을 펼친다. 지배인의 허락 없이는 유곽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들이기에 소우지로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애절하게 그려진다. <사쿠란>은 원색 위주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쿠란>의 연출은 사진작가 출신인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맡았는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던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녀의 장기가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쿠란>은 안노 모요코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불량공주 모모코 Kamikaze Girls> <녹차의 맛 The Taste of Tea>의 츠치야 안나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최고의 기생 ‘오이란’으로 성장하는 키요하로 출연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푸치니 초급과정> - 애타게 내 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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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9.03

나의 반쪽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가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푸치니 초급과정 Puccini for Beginners> 역시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혼란을 겪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작가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9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여자친구가 예전 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가버리자 괴로워한다. 친구를 따라 파티에 간 알레그라는 자신의 책을 읽은 대학의 철학 강사 필립(저스틴 커크)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통하는 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페라부터 좋아하는 책까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실수로(?) 잠자리를 하게 된다.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레그라를 좋아하는 필립. 필립 때문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 알레그라는 어느날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괴로워하는 유리 공예가 그레이스(그레첸 몰)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알레그라의 진정한 짝은 과연 누구일까?

미국 독립영화 <푸치니 초급과정>은 사랑에 대한 조금 다른 견해를 유쾌하게 펼쳐놓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영화에 담아낸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뉴욕을 배경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알레그라, 필립, 그레이스를 내세워 사랑과 성적 취향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결론을 가볍고 발랄하게 전달한다. 자칫 거북할 수도 있는 여자들끼리의 잠자리나 여자와 남자의 잠자리 풍경마저도 귀엽게 포장해내는 감독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알레그라와 필립, 그레이스가 쏟아내는 성과 사랑에 대한 대화도 맛깔스럽다. 다만 예상했던 결론을 향해 한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도발적인 담론을 담은 영화치고는 실망스러운 편. 그러나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을 만큼 독립영화로서의 만듦새는 인정받은 <푸치니 초급과정>은 성과 사랑에 대한 다른 생각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알레그라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리저나 필립 역의 저스틴 커크, 그레이스 역의 그레첸 몰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레인 오버 미> -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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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비행기가 미국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았다.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어느덧 6년. 세계무역센터 자리는 지금 새로운 건물을 올릴 요량으로 공사 중이지만,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오늘도 그곳 땅에선 간혹 파묻힌 시체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레인 오버 미 Reign over me>는 9.11 테러를 다시,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6년이란 세월과 함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9.11 테러가 과거의 사건이 아님을, 여전히 이 땅에 살아 숨쉬는 현재 진행형의 아픔이라는 것을 <레인 오버 미>는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앨런 존슨(돈 치들)은 남부러울 게 없다. 사랑스런 아내와 토끼 같은 딸들에 치과의사란 타이틀까지, 행복한 삶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앨런은 어쩐지 삶이 허전하다. 그래서 불쑥불쑥 약속도 없이 정신과 의사(리브 타일러)를 찾아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앨런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앨런의 대학 동창 찰리 파인먼(아담 샌들러)이다. 대학 시절, 룸 메이트였던 앨런과 찰리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다. 앨런이 치과의사가 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동안 찰리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을 모두 잃고 폐인이 됐다. 찰리의 가족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아간 비행기 안에 앉아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9.11 테러’라 부르는 이 사건으로 찰리의 삶 역시 산산조각 났다.

<레인 오버 미>는 9.11 테러로 모든 가족을 잃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찰리 파인먼과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성공한 남자 앨런 존슨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동시에 두 사람의 상처 극복기다. 앨런은 찰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찰리는 자신의 고민을 제 것처럼 여기는 앨런을 통해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 상처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앨런 역시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간다. <레인 오버 미>는 그렇게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로 남아있을 9.11 테러 피해자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등을 다독인다.

잔잔한 드라마 안에 두 친구의 우정을 찬찬히 새기며 관객에게 위안을 던져주는 덴 두 주연배우 아담 샌들러와 돈 치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시종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아담 샌들러가 웃음을 지우고 상처 입은 영혼의 변화무쌍한 내면 심리를 온전히 표현해내고, 돈 치들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 전반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레인 오버 미>의 드라마 줄기 역시 안정감 있는지는 의문이다. 앨런의 고민들은 표피적으로만 드러날 뿐이어서 공감을 불러내지 못하고, 두 사람이 만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지극히 단조로워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처에 오랜 세월 세상과 마음을 닫아뒀던 찰리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도 ‘눈물 겨운 우정’에 보내는 대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급작스러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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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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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거친 녀석들> - 중년 아저씨들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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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 횡단에 나선다. 치과 의사인 더그(팀 앨런), 슈퍼모델인 아내를 둔 재력가 우디(존 트라볼타), 소설가를 꿈꾸는 바비(마틴 로렌스), 컴퓨터 중독자 더들리(윌리엄 H. 메이시)는 조금씩 쌓여가는 일상의 피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대폰도 버리고 헬멧도 하지 않은 채 도로를 질주하던 이들은 뉴 멕시코의 작은 선술집에서 폭주족 갱단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게 된다. 델 푸에고스의 리더인 잭(레이 리오타)이 더들리의 오토바이를 자신에게 바치라고 협박하자, 우디는 폭주족 갱단들의 오토바이를 모조리 망가트려 놓고 유유히 도망친다. 이에 격분한 폭주족 갱단들은 네 명의 중년 아저씨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감행한다.

<거친 녀석들 Wild Hogs>은 일상에 찌든 중년 남성들의 일탈을 그린 로드무비다. ‘와일드 혹스’라는 오토바이 동호회를 운영 중인 더그, 우디, 바비, 더들리는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돈에 쫓기고 아내에게 시달리는 피곤한 중년들이다.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떠난 이들의 여행에는 당연한 수순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게이 경찰관이 이들의 주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나 진짜 오토바이 폭주족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장면은 화려한 일탈을 꿈꾸던 이들의 모습과 상반돼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팀 앨런,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엄 H. 메이시는 표지판에 얼굴이 부딪치고 숫소에게 몸이 채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준다.

하지만 <거친 녀석들>은 에피소드 위주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탓에 영화의 전반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 각 에피소드는 단발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예상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다.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이들의 여행에서 중년 남성들의 자아 찾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거친 녀석들>은 좌충우돌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팝콘용 영화로 적당한 작품이다.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의 레이 리오타가 온 몸에 문신을 두른 폭주족의 리더 잭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이지 라이더 Easy Rider>의 피터 폰다가 전설의 바이커인 데이먼 블레이드로 깜짝 출연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 지루하고 딱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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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도서관에서 일하는 야시마 유코(가와이 아오바)는 독신자용 원룸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자 코시노 마모루(엔도 마사시)를 짝사랑한다. 코시노가 살고 있는 202호의 아랫집과 윗집, 옆집에 사는 사람들을 스토킹해 쫓아내 벽을 통해서라도 코시노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유코는 마침내 202호 바로 옆집으로 이사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동료직원에게도, 항상 자기 옆을 서성이는 남학생에게도 유코는 무관심하다. 지하철 광고판 붙이는 일을 하는 코시노는 하루 종일 거의 말도 하지 않으며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하철 매점에서 일하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코시노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코시노는 어느 날 이사를 갔던 옆집 여자와 잠자리를 갖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코는 홀로 괴로워 한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Love Twisted>는 <스토킹 그리고 섹스 Love Kill Kill>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화다. 단지 같은 수입사를 통해 개봉하는 별개의 두 영화일 뿐이다. 일본의 여류 감독 요시다 료코의 유일한 영화인 <스토킹 그리고 섹스 2>는 러닝타임이 78분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 중편 독립영화다. 제목처럼 스토킹도 등장하고 섹스도 나오지만 성적인 소재에 집착하는 영화는 아니다. 고시원 건물 같은 원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코와 코시노는 매일 반복적인 일에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울한 청춘들이다. 대화도 인간관계도 단절된 이들에게 남은 건 누군가를 스토킹하는 일이나 매일 맥주와 담배로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사람의 지루하고 딱한 일상뿐이다. 영화 역시 지루하고 딱할 뿐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괜찮아, 울지마> - 거짓과 두려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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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백수건달 무하마드는 모스크바에서 도박 빚을 떠안고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의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는 모스크바의 유명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라 속이지만, 정작 모스크바에서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이올린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힘들어 보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고향에 정착해 함께 살자고 하지만, 무하마드는 공연 투어 때문에 힘든 아들에게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지른다. 무하마드는 산에서 바위로 집을 짓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하자고 말해보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한심한 허풍쟁이 무하마드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무하마드를 흠모하던 응급차 운전수의 딸은 매일 창문 앞에 달걀을 하나씩 선물하고, 무하마드는 감사의 뜻으로 소녀에게 머리핀을 선물한다. 마을 유지가 준비 중인 결혼식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로 했다가 약속을 어긴 무하마드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 일단 할아버지의 작업장으로 피신한다. 다시 한 번 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 가자고 소리지르는 무하마드에게 할아버지는 수년 동안 숨겨왔던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러시아 출신의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로 만든 <벌이 날다>로 주목 받은 민병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괜찮아, 울지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 6년이 지난 영화다. 2006년 공개된 <포도나무를 베어라>와 함께 두려움에 관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타지크스탄에서 데뷔작을 만든 민병훈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돈과 권력을 지닌 검사에 대항하는 한 중년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벌이 날다>에 이어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 빚에 쪼들리다 고향으로 돌아와 허풍과 거짓말을 일삼는 한 남자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주로 무하마드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그의 허풍 속에 감춰진 내면을 묘사한다. 드라마의 기승전결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며, 캐릭터와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객들은 무하마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마을 사람들 역시 그냥 현재의 상황만 제시할 뿐 이들의 삶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괜찮아, 울지마>는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의 두려움에 대해 관찰한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의 비밀을 듣게 된 무하마드는 다시 짐을 싸서 고향을 떠난다. 이는 절망적인 도망일 수도 있고, 희망의 새 출발일 수도 있다. 영화는 단지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인간에게 ‘괜찮아, 울지마’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브리치> - 이 남자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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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FBI 훈련생 에릭 오닐(라이언 필립)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던 FBI 요원 로버트 핸슨(크리스 쿠퍼)의 비밀 문서 관리 본부로 발령받는다. 꿈에 그리던 FBI 요원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오닐은 핸슨이 지난 수십년 세월 동안 일급 정보들을 러시아에 팔아온 이중첩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닐은 핸슨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이곳으로 파견된 것이다.

<브리치>는 <하트의 전쟁 Hart's War>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빌리 레이의 두번째 장편 극영화다. 빌리 레이는 지난 2003년 헤이든 크리스텐센, 피터 사스가드 주연의 <섀터드 글래스 Shattered Glass>로 감독으로도 그 활동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섀터드 글래스>가 수십건의 허위 기사를 작성해 해고된 기자 스티븐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것처럼, <브리치> 역시 실존 인물인 로버트 핸슨의 실제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부정을 저지른 범죄자의 실화에 기초하고 있지만, 센세이션 면에서 로버트 핸슨은 스티븐 글래스보다는 몇 수 위다. 로버트 핸슨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러시아에 고급 정보를 팔아온 미 FBI의 이중첩자로, 지난 2001년 미 정부에 검거되며 FBI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브리치>는 로버트 핸슨과 에릭 오닐, 두 사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핸슨의 실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지만, 오닐은 핸슨에게 점차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닐은 핸슨에 대해 확신과 의심, 의심과 확신을 반복하며 그와 묘한 심리전을 계속한다. 영화가 온통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는 탓에, 관객의 뒷통수를 칠만한 그럴듯한 '한 방'이 없다는 사실은 <브리치>의 약점 중 하나다. <브리치>가 이미 관객들이 그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밋밋한 내러티브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는 믿음직하다. 특히 로버트 핸슨 역의 크리스 쿠퍼의 연기는 압권이다. 크리스 쿠퍼는 지난 2003년 <어댑테이션 Adaption.>으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손에 넣은 인물. <브리치>에서 그는 절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 페이스 로버트 핸슨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오프로드> - 벼랑에 선 루저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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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아버지가 아프다. 은행 직원이었지만 지점장의 압박으로 불법 자금 대출 사건에 휘말려 직장에서도 잘렸다. 지금은 택시를 몰고 있다. 하지만 하루 8만원, 회사에 갖다 내는 돈을 맞추기도 빠듯하다. 택시 운전사 상훈(조한철)의 삶이다. 여자가 아이를 가졌다. 재능이라곤 차를 수리하는 것뿐이지만 카센터에서 인생을 썩히고 싶지 않다. 인생은 ‘한 탕’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권총 한 자루를 얻게 됐다. ‘한 탕’을 위해 철구(백수장)는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지방 모텔에서 일한다. 숙박계를 관리하고 방을 정리하지만 주로 하는 일은 모텔 남자 손님을 상대로 몸을 파는 일이다. 도망가려고 했다면 이미 도망갔을 테다. 그랬던 지수(선우선)가 드디어 도망을 가기로 결심한다. 상훈과 철구, 그리고 지수. 세 사람은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난다. 단순한 길동무였다면 좋았을 테다. 그러나 이 만남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철구는 은행을 털다 총에 맞았고, 택시 기사 상훈은 철구에게 인질로 잡혔다. 그리고 지수는 철구의 돈을 가로채려 한다.

<오프로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도 빠듯한 택시기사 상훈과 별 계획도 없이 불쑥 은행을 턴 철구, 우연히 철구의 돈가방을 보게 된 지수가 길 위에서 만나 벌이는 악다구니가 생생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악다구니 안엔 인간 사이의 권력 관계,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 절망을 깨고 삶의 희망을 되찾으려는 ‘루저’들의 절규가 녹아 있다. 철구와 상훈, 지수 사이의 권력 관계는 총 한 자루에 따라 뒤바뀐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훈과 철구의 관계는 철구의 총을 상훈이 손에 넣는 순간 역전되고, 철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들른 모텔의 여직원, 지수가 돈과 총을 갖게 되자 이 모든 것이 다시 뒤집어진다. 총으로 대변되는 권력 관계에 따라 살고 죽는 것이 결정되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셋 사이에 그런 ‘피상적 관계’만 존재 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총을 겨눴지만 상훈은 총상을 입은 철구의 건강이 걱정되고, 그들의 돈을 훔쳤지만 지수가 모텔을 떠나 새 삶을 살길 바란다. 철구 역시 자신의 돈을 상훈에게 가져가라고 말할 만큼 그의 아버지와 은행 동료라는 여자친구가 걱정이다. 각자 살기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세 사람이 삶의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건 뜻밖에도 서로에 대한 짙은 연민이었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황이 자꾸만 꼬여만 가지만 <오프로드>가 그리 심각한 톤만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돈을 향한 탐욕스런 심리를 들쑤시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상황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 안엔 유머가 가득하다. 아이러니하게 꼬이는 상황이 역설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고, 상훈과 철구가 치고 받는 대사들이 익살스럽다. 영화의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든 건 이러한 유머와 함께 배우들의 호연이 큰 도움을 줬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온 조한철과 백수장은 인질과 인질범이란 상황이 역전될 때마다 그에 딱 들어맞는 심리를 그려내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영화 <봉자>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편집한 한승룡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 <오프로드>는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이미 관객과 만난 바 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사랑의 레시피> -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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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의 주방장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는 자신의 삶 또한 주방을 지휘하듯 진지하고 엄격하게 이끌어간다. 그러나 케이트의 이런 완벽주의는 부주방장 닉(애론 애커트)의 등장으로 흔들리게 된다. 일할 때 오페라를 즐겨 듣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닉은 주방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기 때문. 게다가 케이트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홉 살 조카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와 함께 살게 되는데, 조이는 도무지 케이트에게 마음을 열려 하지 않는다. 예약 없이 그녀에게 찾아온 두 사람 닉과 조이 때문에, 혼자만의 삶에 익숙한 케이트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랑의 레시피 No Reservations>는 미국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를 배경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주의로 무장한 주방장 케이트와 낭만적인 부주방장 닉,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엄마를 잃고 케이트와 함께 살게 된 조카 조이, 이렇게 세 사람이 이끌어 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랑의 레시피>의 원제는 'No Reservations'. '22 블리커'가 100% 예약을 원칙으로 하는 고상한 고급 식당이며, 케이트 역시 누구보다 원칙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살짝 뒤집은 작명법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하는 케이트는 TV 시리즈 <프렌즈 Friends>의 모니카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매사 원리원칙에 충실한 사람. 그 자신이 요리사지만 오후에는 절대 음식을 먹지 않으며, 연애도 우정도 모두 요리 뒷전이다. 짬짬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닉과 조이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재미를 깨닫게 된다.

<사랑의 레시피>는 <샤인 Shine> <하트 인 아틀란티스 Heart in Atlantis>의 스코트 힉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 애론 애커트, 아비게일 브레슬린 등 삼총사 이외에도 밥 바라반, 패트리샤 클라크슨 등 든든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단연 돋보인다. 특히 조이 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에 이어 한 번 더 조숙한 10대 여자 아이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필립 글래스 특유의 미니멀리즘 스코어와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건조한 카메라는 겨울 뉴욕 정경을 잡아내는데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는 약한 편이다. 케이트와 닉이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잘 드러나 있지 않으며, 영화의 결말 또한 모든 것을 '사랑'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다소 안이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라파예트> - 플라이, 보이, 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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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프랑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유럽 연합군은 독일을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 전장에 한 무리의 미국 젊은이가 도착한다. 미국이 정식 참전을 결정하기 전,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미국 젊은이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스스로 전투 비행단이 돼 전장의 하늘을 누빈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 ‘라파예트 Lafayette’. 영화 <라파예트 Flyboys>는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롤링스(제임스 프랑코)는 가업으로 이어오던 목장이 망하자 연합군에 가입해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프랑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 무리의 미국 병사들과 만난 롤링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이 되기로 결심한 그들은 프랑스 전투 지휘관의 지시 아래 기초부터 차근차근, 비행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햇병아리 비행사들은 어느덧 제대로 된 전투 비행사로 품을 갖추고, 롤링스는 드디어 독일군과의 공중 격전을 벌이게 된다. ‘초짜’라 하기엔 전투 비행에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롤링스. 그러나 그에게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전장에서 누군가를 무참히 죽이고, 동료의 죽음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단단하지가 못하다. 죽음의 땅, 전쟁터를 견디기엔 너무 감상적인 롤링스. 하지만 감상적인 마음은 연애엔 제격인 법이다. 롤링스는 아리따운 프랑스 여인 루시엔(제니퍼 덱커)을 보자마자 한 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라파예트>는 미국 최초의 전투 비행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영화는 ‘고증’에 철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롤링스를 비롯한 라파예트 전투단 몇몇 인물의 실화는 드라마적 요소를 덧입혔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 비행기 모습은 철저히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나무를 주 원료로 한두 명이 들어가면 꼭 들어맞는 아담한 사이즈의 전투 비행기. 총탄은 물론, 바람을 피할 제대로 된 방패막도 없는 이 단순하고 오랜 전투 비행기는 영화에 이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현대의 전투 비행기에 비한다면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외양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을 가르는 <라파예트>의 전투신 역시 ‘장난’처럼 그려진 건 아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공중 전투 신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상대의 후방 공격을 확인하기 위해선 고개를 돌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고, 비행기 앞면에 부착된 총포가 고장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인 ‘올드한’ 전투신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나 속도감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현대적인 전투신에는 없는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너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장난감 모빌 같은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영상미도 <라파예트>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전투 비행기가 낡고 오래됐다고 이야기 역시 그러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라파예트>의 드라마 줄기는 너무나 단조롭고 지루하다. 루시엔과 롤링스의 로맨스는 미지근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전장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롤링스의 고뇌도 치열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 구성은 없고 숱한 전투 에피소드만 시간 순서로 묶여 있을 뿐이다. 영화를 위해 비행사 자격증을 따낸 주연배우 제임스 프랑코를 비롯해 실제 조종사까지 동원해 그려낸 공중 비행 신들만이 매력적으로 빛날 뿐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미스터 브룩스> - 살인에 중독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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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7

미스터 브룩스(케빈 코스트너)는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자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하지만 그는 남몰래 사람들을 죽여가며 희열을 느끼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로 평생을 살아오기도 했다. 살인 현장마다 희생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남겨 썸프린트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그는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고 저지른 살인 사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파파라치인 스미스(데인 쿡)에게 범죄 현장을 찍히고 만 것. 스미스는 미스터 브룩스에게 접근해 사진을 경찰에게 넘기지 않는 대신 살인게임에 자신도 동참하게 해달라는 섬뜩한 제안을 한다. 한편, 썸프린트 킬러를 집요하게 추적 중인 강력계 여형사 앳우드(데미 무어)는 스미스를 조사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미스터 브룩스와 스미스가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밤거리를 누비는 동안, 앳우드는 이들의 뒤꽁무니를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한다.

<미스터 브룩스 Mr. Brooks>는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 변신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디가드 The Bodyguard> <로빈 후드 Robin Hood: Prince of Thieves>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등에 출연하며 선하고 낭만적인 영웅을 주로 맡아온 그가 살인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가족들에게 한없이 자상한 미스터 브룩스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동시에 소화하는 호연을 펼친다. 시시때때로 표정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대하고 가발과 수염 등으로 분장한 채 희생자를 찾아 나서는 장면은 섬뜩함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미스터 브룩스의 악마적 자아인 마샬(윌리엄 허트)이다. 마샬은 미스터 브룩스의 주위를 맴돌며 살인을 부추기고 그의 속내를 끊임없이 털어내고야 만다.

<미스터 브룩스>는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일찌감치 공개되고, 여형사 앳우드는 미스터 브룩스의 손아귀 속에서 항상 놀아난다. 영화는 악마적 자아 마샬, 파파라치인 스미스, 자신과 같이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딸 때문에 살인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 브룩스는 자신이 죽지 않은 한 마샬을 떨쳐 버릴 수 없고, 스미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딸이 자신을 죽이는 악몽에 시달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철저히 살인마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미스터 브룩스>는 완벽한 남자와 연쇄살인마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모습을 통해 서늘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여형사 앳우드의 목숨을 노리는 탈옥범 에피소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살인마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우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분명 <미스터 브룩스>의 강점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내 생애 최악의 남자> -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바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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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광고회사 PD 주연과 출판사 직원인 성태는 10년 지기 친구 사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에 골인하면서 둘만 싱글로 남게 되자 결혼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둘의 사이를 엮어주려는 친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우정을 주장하며 꿋꿋하게 버틴다.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 술김에 사고를 치고 만다. 실수라고 애써 무마해보려 애쓰지만, 다음 날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혼을 결심한다. 10년 우정을 결혼과 바꾼 두 사람은 행복한 앞날을 계획하며 즐거운 신혼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 출근한 회사에서 이상형을 만날 줄이야. 주연은 잘 생긴데다 다정하기까지 한 CF 감독 재훈에게 홀딱 반하고, 성태는 새로 부임한 섹시한 편집장 미연의 유혹에 빠져든다. 주연과 성태의 결혼 생활은 그때부터 위기에 봉착한다.

이상형을 찾아다니다 나이만 들어버린 두 남녀가 더 늦기 전에 편한 이성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소재다. 주연과 성태는 10년 친구답게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성격부터 친구 관계, 술버릇 등등. 그만큼 편한 사이도 드물 것이다. 그 때문에 연애가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괜찮은 연애 상대도, 괜찮은 결혼 상대도 줄어드는 게 인지상정. 그 현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결국 '사고'를 치고 수습 차원에서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이상형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야기는 이때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 30대 남녀의 이야기에 불륜 코드를 살짝 덧입혀 여느 로맨틱 코미디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는 결혼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뒤늦게 찾아온 이상형도 놓치고 싶지 않는 남녀의 심리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조와 느린 진행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로맨틱 코미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강박증의 산물인 듯한 억지스러운 결말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는 평범한데 비해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썩 훌륭한 편이다. <장화, 홍련> <여선생 VS 여제자> <범죄의 재구성> <오래된 정원>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의 인물들을 맛깔나게 연기해온 염정아는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고, 집안일에는 무신경하고, 충동구매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광고회사 PD 주연을 연기한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유명한 탁재훈이 염정아의 상대역인 출판사 직원 성태로 출연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선보여온 염정아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 섹시함과 귀여움, 코믹함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기로 인물에 입체감을 더한다. 자칫 개성없이 밋밋할 수 있는 주연은 염정아라는 배우 덕분에 꽤 매력있는 여자가 된다. 코믹한 이미지의 탁재훈도 첫 스크린 주연작인 이 영화에서 진지함과 코믹함의 완급을 잘 조절하며 주연급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과시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이 영화를 가장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영광의 날들> - 2차 세계대전,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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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알제리 청년 사이드(자멜 드부즈)는 유럽의 평화를 위해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다. 사이드는 같은 아랍인인 야시르(사미 나세리), 메사우드(로쉬디 젬), 압델카데르(사미 부아질라)와 함께 최전방에서 싸웠지만, 프랑스 군대는 이들을 유색인종이라 차별하며 먹을 것 조차 불평등하게 배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메사우드는 계속되는 편지 검열로 답장 한 번 받아 보지 못하고, 압델카데르는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진급에서 누락되는 수모를 겪는다. 프랑스 군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을 무렵, 이 네 명의 병사들은 독일군 점령하에 있는 알자스 지역에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영광의 날들 Days of Glory>은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진주만 Pearl Harbor>과 같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광의 날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아랍인들이며, 영화는 함께 전투를 치렀지만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던 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전장의 최전선에 배치돼 총알 세례를 누구보다 많이 받았고, 전투가 끝난 후에는 아랍인들이라 손가락질 당하며 온갖 불평등을 겪었다. 토마토 하나를 배식 받기 위해 핏발을 세워야 했으며, 승진은 쉽지 않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만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독일군은 누구를 골라 총을 쏘지 않는다”는 메사우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랍인들은 영화 속에서 빠른 속도로 죽어 나간다. 라시드 부샤렙 감독은 영화의 후반부 아랍계 참전용사들의 연금 문제를 언급하며 이들의 불평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유색 군인들의 애달픈 참전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주연배우인 자멜 드부즈, 사미 나세리, 로쉬디 젬, 사미 부아질라를 비롯 마르티네즈 상사 역의 버나드 브란칸은 2006년 칸국제영화제 남자연기상을 공둥 수상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디스터비아> - 네 이웃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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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낚시를 함께 다녀오던 중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케일(샤이아 라버프)은 1년이 지난 후에도 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제아로 남아 있다. 급기야 교사를 폭행한 죄로 90일간의 가택연금에 처한 케일은 문 밖 30미터로 출입이 제한되는 감시장치를 달고 답답한 나날을 보낸다. 엄마(캐리 앤 모스)로부터 비디오게임과 케이블TV마저 금지당하자 케일에게 남은 것은 컴퓨터와 캠코더 그리고 망원경뿐. 망원경과 캠코더를 이용해 이웃들을 엿보기 시작한 케일은 때마침 옆집에 이사온 미모의 애쉴리(사라 로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애쉴리와 조금씩 친해질 무렵 케일은 우연히 망원경을 들여다 보던 중 이웃집에 사는 중년의 독신남 터너(데이비드 모스)가 젊은 여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케일이 단짝 친구 로니(아론 유), 애쉴리와 함께 터너의 살인사건을 몰래 조사하는 동안, 케일이 자신을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터너는 점점 케일과 친구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디스터비아 Disturbia>와 가장 쉽게 비교될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일 것이다.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중년의 사진작가가 캠코더와 아이팟, 비디오게임기에 익숙한 10대 소년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집에 갇혀 사는 남자가 이웃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영화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공식적인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디스터비아>는 <이창>의 21세기식 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창>과 마찬가지로 <디스터비아>의 핵심은 관음증에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과 달리 <디스터비아>의 관음증은 주로 스릴러의 장치로만 활용될 뿐 욕망의 내면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며 느끼는 쾌감은 곧바로 죄의식으로 이어지지만 증거를 찾으려는 관찰자와 증인을 없애려는 범인의 숨바꼭질 사이로 숨어버린다. 케일에게는 확신만 있을 뿐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터너에게는 틴에이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침착함만 있을 뿐 완전범죄를 저지를 만한 치밀함이 없다. 당연히 초반에는 증거가 없는 케일이 불리하지만, 세 명을 상대로 잔머리를 굴리는 사악한 살인마 터너는 종국에 자승자박에 빠질 수밖에 없다.

TV용 영화 같은 소품 스릴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디스터비아>는 미국 내에서만 제작비의 네 배가 넘는 극장수입을 올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디스터비아>는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기 때문에 팝콘영화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이창>에 담긴 깊은 의미는 순수 오락영화의 스릴로 대체됐지만, 히치콕이 모범을 보였던 서스펜스 스릴러의 원형적 쾌락은 꽤 만족스럽게 재현됐다. 고전적 스릴러에 틴무비의 발랄함을 더한 <디스터비아>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존 휴즈가 스필버그 스타일로 조화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테이킹 라이브즈 Taking Lives>로 이름을 알린 D.J. 카루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샤이어 라버프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지휘하는 <이글 아이 Eagle Eye>에서 다시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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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차 2탄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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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 - 리케의 저주> - 태국 공포영화의 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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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사령-리케의 저주 The Victim>은 영화 속 영화와 영화밖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포영화다. 영화 속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살인사건의 현장검증 재연 배우 팅(피차나트 사카콘)은 스타를 꿈꾸는 배우 지망생이다. 완벽한 재연으로 경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팅은 어느날 미스 유니버스 출신의 스타 배우 민(아피시리 니티폰)의 살인사건 재연을 맡는다. 완벽한 재연을 위해 살인사건 현장에서 연기 연습에 몰두하던 팅은 민의 혼령과 만나게 된다. 영화 밖 이야기는 영화에서 팅 역을 맡은 여배우 메이(피차나트 사카콘)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중심이다. 태국 전통 연극의 하나로,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일종의 사회 풍자극인 리케의 여배우인 메이에게 어느날 리케 장신구의 일종인 화관이 배달되어 온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이 화관에는 저주가 깃들어 있다.

<사령-리케의 저주>는 영화 속 주인공인 팅과 영화 밖 이야기의 주인공인 메이에게 닥치는 예사스럽지 않은 사건들에 공포를 덧입힌다. 주인공이 살인사건 재연 배우라는 설정부터 기괴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혼령과 귀신, 저주가 깃든 화관 등 초현실적인 공포 코드에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과 경찰들, 욕심에 눈 먼 인간의 음모 같은 현실적인 공포 코드를 섞어놓았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공포영화에 많이 쓰이는 서늘한 음악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피,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의 세트 등이 더해진다. 또한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스릴러적인 재미도 추구한다. <사령-리케의 저주>는 이처럼 공포를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요소 덕분에 공포영화로서의 요건은 왠만큼 갖췄다. 때문에 자극적인 공포는 어지간히 느껴진다. 그러나 <사령 - 리케의 저주> 이야기 구조는 허술한 편이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가 중심인 전반부와 영화 밖 이야기가 중심인 후반부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겉돈다. 팅과 메이에게 닥친 온갖 불길한 사건들이 무섭고 놀랍기는 하지만, 왜 그녀에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건들이 나열된 것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얼터드> - 외계 생물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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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0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숲 속, 세 남자가 총과 무기를 앞세워 숲 안쪽으로 걸음을 들여 놓는다. 야간 사냥을 나온 듯 보이는 이들이 겨냥하는 사냥감은 무엇일까? 곧 엄청난 힘으로 저항하는 포획물을 손에 넣은 세 남자. 그러나 당당했던 기운은 가시고 겁을 잔뜩 집어 먹은 모양새다. 포획물을 잡은 게 믿기지 않는 듯 당황한 이들은 차를 이들의 친구, 와이어트(아담 카우프만)의 집으로 몬다. 하지만 와이어트는 밤중에 닥친 이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잡아온 ‘짐승’은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짐승은 15년 전,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고 자신을 실험했던 이다. 놀라지 마시라. 그 포획물은 다름아닌 외계 생물체다.

어둠 깊은 숲 속에서 시작하는 <얼터드 Altered>의 첫 장면은 얼핏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숲 속 어린이 대량학살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 세 영화학도의 모습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 윗치>는 1999년 개봉과 함께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마치 기록영화를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려진 영상들이 압도적인 공포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얼터드>는 <블레어 윗치>를 공동 감독한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또 다른 스타일의 공포 스릴러. 15년 전 외계 생물체에게 납치됐던 이들이 15년 뒤, 반대로 그를 납치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납치당한 외계 생물체의 힘은 이들이 생각한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외계 생물체는 이들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공격해 오기 시작한다. 포획된 외계 생물체에 다시 포획되고만 네 젊은이. 이들의 사투 안으로 15년 전 일어난 일들과 그 시절 외계 생물체와 며칠을 함께 했던 와이어트의 비밀이 밝혀진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외계 생물체와 네 남자의 사투가 주는 긴장감이 <얼터드>의 기본 재미라면 기괴한 모양새를 한 외계 생물체, 그 자체의 매력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 기묘한 생김부터 그가 감추고 있는 초자연적 능력까지, 와이어트와의 싸움을 통해 하나 둘 베일을 벗는 외계 생물체의 신비가 영화의 재미를 돋운다. 하지만 <얼터드>가 스릴러로서 매우 튼튼한 심리 구조를 묶어두고 있는 건 아니다. 포획물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초반부의 긴장감은 곧 사그라지고 이후에 계속되는 이들의 싸움은 큰 긴장을 끌어오지 못한다.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내장을 꺼내고 배를 가르는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겐 끔찍한 영상미를 제공하지만 이런 종류에 익숙한 관객에겐 그 수준이 싱겁다. 이전 영화나 소설에선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외계 생물체를 기대했다면 이 역시 기대를 살짝 접는 게 좋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선의 외계 캐릭터, 이상의 기발한 외계 생물체는 아니니까 말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죽어도 해피엔딩> - 죽어도 웃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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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0

칸국제영화제 여자연기상 내정 소식을 들은 영화배우 예지원(예지원)은 다음날 출국해 칸에서 레드 카펫을 밟을 생각에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지원의 행복한 상상을 산산조각내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있었으니. 바람둥이 데니스(리차드 김), 무식한 조폭 최사장(조희봉), 속물지식인 유교수(정경호), 소심한 영화감독 박감독(박노식)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지원에게 프로포즈를 해댄다. 기막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 남자들은 얼떨결에 하나씩 죽어나간다. 도대체 지원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1998년작 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Serial Lover>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결혼할 남자를 결정하기 위해 애인들을 만찬에 초대한 여자가 우연한 사고로 남자들을 몰살한다는 내용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설정과 이야기로 파리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도 그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어,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단편 <기억, 발꿈치를 들다>로 주목받은 강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어도 해피엔딩>의 이야기 구조는 기본적으로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와 동일하다. 추리소설가였던 여자 주인공이 인기 여배우로 바뀌었다는 정도가 다를 뿐. 판이한 성격과 외모, 배경의 네 남자는 '수컷의 본능'에 따라 모두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기막힌 상황 속에서 차례로 죽어나간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이런 기막힌 상황에 처한 여자 주인공이 하룻밤 동안 벌이는 일촉즉발 탈출기다.

<죽어도 해피엔딩>의 최대 장점은 단연 출연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예지원은 실명 그대로 출연, 그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마음껏 스크린에 발산하며, 임원희, 정경호, 박노식, 조희봉, 장현성, 윤주상, 리차드 김, 우현 등 다른 출연배우들의 존재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죽어도 해피엔딩>에서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의 그림자가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원작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야기 전개 탓에,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소란하고 어지럽게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이야기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애프터 미드나잇> - 영화와 사랑에 대한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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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는 이탈리아의 토리노 영화 박물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청년이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마르티노는 박물관 지하에 보관된 오래된 영화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거의 24시간을 영화 박물관에서 보내는 마르티노가 유일하게 외부와 접촉하는 순간은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살 때뿐이다. 햄버거를 싫어하는 마르티노가 매일밤 햄버거를 사는 것은 햄버거 가게 점원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를 짝사랑하기 때문. 그런데 마르티노는 아만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붙여본 적이 없다. 한편 아만다는 차량 절도범인 엔젤(파비오 트로이아나)과 연인이다. 그러나 엔젤은 사랑의 확신을 주지 못한 채 아만다를 외롭게 만든다. 어느날 밤 아만다가 사고를 치고 가게를 도망쳐 영화 박물관으로 찾아가게 되면서 마르티노와 아만다, 엔젤의 복잡한 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탈리아 영화 <애프터 미드나잇 After Midnight>은 영화를 사랑하는 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영화와 사랑에 대한 사색을 풀어놓는 작품이다. <애프터 미드나잇>은 영화 박물관에서 일하는 열혈 영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밤마다 영화 박물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마르티노에게 영화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또 짝사랑하는 아만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지만,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수줍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때 영화는 고백의 도구가 된다. 영화와 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공존하는 모습을 <애프터 미드나잇>은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나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영화 속 영화들이다. 영화 박물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말해주듯 <애프터 미드나잇>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특히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같은 무성영화 시대 거장들의 영화와 누벨바그의 대표주자인 프랑수와 트뤼포의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드러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관객들에게는 무성영화와 누벨바그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와 소통하는 기쁨을 맛보고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애프터 미드나잇>을 보면 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약지의 표본> - 잊고 싶은 기억을 봉인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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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음료수 공장에서 일하던 이리스(올가 쿠릴렌코)는 사고로 약지 손가락의 끝부분을 잘린 후 공장을 그만둔다. 항구 도시로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난 그녀는 표본실 조수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표본실은 사람들이 잊고 싶은 물건들을 표본으로 만들어 영원히 봉인해주는 장소. 그저 사무 보조로 알고 온 이리스는 가슴 아픈 기억에 관련된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표본실 원장(마크 베르베)는 이리스에게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선물한다. 이리스는 구두를 신으면 신을수록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고, 점점 원장을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약지의 표본 L'Annualaire>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정체를 알 수 없는 표본실 원장에게 구두 한 켤레를 선물로 받고 그에게 빠져드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이리스가 일하게 되는 표본실에는 애처로운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가득하다. 가족들이 화재로 모두 사망한 자리에서 자라난 버섯,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악보, 유일한 친구였던 새의 뼈 등이 이리스에게 건네지며 묘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표본실 원장은 나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리스의 주위를 유령처럼 맴도는 표본실 원장은 이리스와 점점 깊은 사이로 발전하지만 그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원장이 이리스의 환심을 사는 결정적인 물건은 바로 빨간 구두 한 켤레. <약지의 표본>은 동화 [빨간 구두]처럼 한 물건에 매료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리스의 모습을 통해 사랑, 집착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뚜렷한 사건 없이 몽환적인 분위기와 음산한 캐릭터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탓에 변화하는 이리스의 심리를 따라가기는 다소 버겁다. 이리스가 빨간 구두를 벗고 자신의 약지를 봉인하기 위해 표본실로 들어가는 영화의 마지막은 급작스런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어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 <약지의 표본>은 패션 모델로 유명한 올가 쿠릴렌코의 영화 데뷔작이며, 매시브 어택, 트리키와 함께 1990년대 트립합 음악계를 이끌었던 포티스헤드의 핵심멤버 베스 기븐스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푸른 눈의 평양 시민> - 어느 월북 미군 병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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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한국전쟁이 휴지 상태에 접어든 지 9년이 지난 1962년, 남북간 긴장이 여전히 감돌고 있던 때 한 미국 병사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망명한다. 병사의 이름은 제임스 조셉 드레스녹. 양부모 아래서 자란 고아소년 드레스녹은 양부모의 학대를 벗어나기 위해 가출했고, 불우한 청소년기를 지나 어린 나이인 18세에 군에 입대했다. 드레스녹이 서독에서 근무하던 사이 아내는 새 남자를 만났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드레스녹은 남한으로 파병돼 비무장지대의 ‘찰리 중대 제8기병대’에 배속된다. 무단 이탈로 군사재판에 회부되기 직전 드레스녹은 죽음을 각오하고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한으로 건너간다. 월북한 미군 병사는 드레스녹이 두 번째였다. 드레스녹이 북으로 건너가기 세 달 전 래리 앨런 앱셔가 월북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드레스녹의 망명이 알려진 후 두 명의 미군 병사가 1963년 12월, 1965년 1월 비무장지대를 건넌다. 제리 웨인 패리시와 찰스 로버트 젠킨스는 이미 월북해 있던 두 병사와 합류해 북한 정부의 정치 선전에 동원된다.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북한 축구단에 대한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 The Game of Their Lives>과 북한의 매스게임에 참여한 두 소녀의 일상을 그린 <어떤 나라 A State of Mind>로 북한의 숨겨진 모습을 세상에 알린 다니엘 고든 감독이 북한에 관한 세 번째 다큐멘터리로 선택한 소재는 월북 미군병사 드레스녹이다. 이전 두 다큐멘터리가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다 특정 인물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작품이었듯 <푸른 눈의 평양 시민 Crossing the Line> 역시 북한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드레스녹이라는 특정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드레스녹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달되고, 여기에 드레스녹의 고향 친구, 부대 상사 등의 진술이 첨가된다. 감독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터뷰 내용과 보존문서, 필름 자료 들을 활용해 드레스녹과 세 미군 병사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이전 두 작품에 비해 도드라지지만, 다니엘 고든 감독은 변함 없이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한다.

다큐멘터리는 드레스녹의 인터뷰를 토대로 연대기를 따른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방황을 지나 드레스녹은 북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북한에서 만난 다른 세 미군 병사와 함께 드레스녹은 정치 선전에 가담하기도 하고, 영화배우가 되기도 하며, 한 명의 가장이 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5년 아내를 따라 일본행을 택한 젠킨스와 드레스녹의 대립구도다. 드레스녹은 북한에서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고, 젠킨스는 일본으로 떠난 후 북한에서의 삶이 지옥 같았다고 주장한다. 감독은 접근의 용이성 때문에 드레스녹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기는 하지만 누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월북 병사들의 아내들에 관한 소문도 단지 전하기만 할 뿐 사실 판단에 대한 의도는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에서 살았다면 영화배우가 될 수도 없었을 테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수도 없었을 것이며, 주말에 아이들과 볼링을 치며 여유롭게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드레스녹의 이야기 속에는 이데올로기의 대립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우선시된다. <푸른 눈의 평양 시민>이 질문하는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관타나모로 가는 길> -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실화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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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2001년 9월 영국 팁튼에 사는 네 명의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 아시프, 루엘, 샤피크, 모니르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파키스탄에 도착한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는커녕 도착한 후 얼마되지 않아 한 명은 실종되고 나머지 세 명은 미군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미군은 이들을 국제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단정하고 끊임없는 고문과 심문을 이어간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라치, 칸다하르, 카불, 쿤두즈, 쉐버간에 이어 관타나모로 끌려간 이들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며 2년여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를 만들지만 특별히 정치색을 띤 작품들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영국 감독이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아프가니스탄 난민 캠프를 탈출한 소년의 행로를 담은 로드무비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에 이어 다시 한번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에 눈을 돌려 <관타나모로 가는 길 The Road to Guantanamo>를 선보였다. 2003년 <인 디스 월드>로 200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마이클 윈터바텀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세 명의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들이 테러리스트로 오인받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후 혐의를 벗고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을 고발한 세미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세 청년의 여정을 배우들을 통해 재현해내는 동시에 실제 인물인 아시프, 루엘, 사피크의 인터뷰와 뉴스 화면을 중간중간 삽입하는 형식을 취한다. 영화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 풍경부터 미군들이 포로들에게 행하는 고문과 인권유린의 실태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웬만하면 이슬람인들을 9.11 테러와 연관시키는 미국의 편협한 태도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관타나모와 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마이클 윈터버텀의 의도대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과 관타나모 같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고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때만 해도 우리에게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은 남의 나라 일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 여가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제 우리 자신의 일이 되어 버렸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먼나라 일처럼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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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차 1탄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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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 원작은 가고 제목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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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0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와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의 김원희가 만났다. <가문의 위기> 시리즈의 2, 3편에 등장했던 임형준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에 출연했던 권오중과 이한위는 우정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임영성 감독은 <무영검>의 조감독 출신이다. 나열된 영화들은 모두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가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누가 그녀와 잤을까?>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코미디영화라는 의미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관객의 예측에 정확히 부응하는 영화다. 영화의 첫 시퀀스만 봐도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물론 결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 서울에서 흥신소를 하는 전직 ‘선수’ 덕근(정준호)은 아버지가 진 1억 원의 빚 때문에 시달리는 중이다. 마침 25년 전에 잃어버린 딸을 찾겠다며 한 노파가 거액을 들고 덕근을 찾는다. 노파가 내민 사진 속 여자만 찾으면 덕근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속 여자를 찾아 바닷가 마을 물건리에 도착한 덕근은 의사를 가장한 채 15세에 딸 옥희(고은아)를 낳고 15년간 독수공방하고 있는 혜주(김원희)의 사랑방에 거처를 정한다. 정작 사진 속 여자가 혜주라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 덕근은 사진을 잃어버린 후 여자 찾기를 포기하고 작전을 수정해 혜주의 통장에 있는 1억 원을 빼돌리려 한다. 1차원적인 잔머리로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허점 많은 혜주에게도 전혀 안 통하는 일. 게다가 오랫동안 혜주를 짝사랑해온 마을 청년회장 성칠(임형준)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비밀번호 알아내기를 실패하자 다시 사기 결혼 작전에 돌입한 덕근은 모녀의 애정공세 속에서 조금씩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다. 죽은 옥희 아버지의 친구이자 큰외삼촌의 친구인 사랑방 손님은 점잖은 마을 학교 교사에서 돈만 밝히는 음흉한 ‘선수’로 변했고, 수줍은 어머니는 무식하고 엉뚱한 푼수로 탈바꿈했다. 유치원생인 옥희는 이팔청춘 중학생이 돼 한 남자를 놓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원작의 인물들만 따 와서 변형시켰을 뿐 원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패러디했다기보다는 단지 인물 구도만을 따왔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영화는 오로지 이미 정해진 결말만을 향해 달려간다. 과정은 너무나 분명하다. 혜주는 덕근이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라는 점에 혹해 결혼을 결심하고, 덕근은 오로지 돈을 빼내는 데에만 열중하지만 그렇다고 혜주와 옥희를 악랄하게 배신하지는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전후관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매순간의 행동에만 열중한다. 이야기의 웃음은 없고 행동의 웃음만 남는다는 의미다. 김원희, 정준호, 임형준, 이한위 등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예전의 캐릭터를 느슨하게 반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시나리오의 문제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연기력도 연출력이나 시나리오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펄스> - 다시 찾아온 저주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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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0

여대생 매티(크리스틴 벨)은 남자친구인 조쉬(조나단 터커)의 자살을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얼마 후 매티와 그의 친구들은 죽은 조쉬로부터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급기야 친구들이 조쉬처럼 하나 둘씩 자살하자, 매티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쉬의 집을 찾는다. 한편 집주인이 처분한 조쉬의 컴퓨터를 중고시장에서 사게 된 덱스터(이안 소머할더)는 컴퓨터 화면에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다. 덱스터는 이것이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는 저주 바이러스이며 컴퓨터, 휴대폰 등의 통신장비를 타고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덱스터는 매티를 만나 저주 바이러스를 막아보려 하지만 자신의 힘이 역부족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펄스 Pulse>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회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원래 <스크림 Scream>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의 웨스 크레이븐이 연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고, CF 감독 출신인 짐 손제로가 메가폰을 잡게 됐다. <펄스>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죽음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지옥으로 바뀌고 두 남녀는 이 바이러스를 피해 외딴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두 영화는 공포 연출방법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인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는 자살, 세상의 종말 등의 이야기에 다루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리메이크작 <펄스>는 유령의 갑작스런 출몰이라는 ‘깜짝 공포’에 방점을 찍는다. 또한 <회로>는 힘겹게 살아남은 두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 외로움 등을 다뤘지만 <펄스>는 인터넷, 휴대폰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펄스>는 공포 바이러스로부터 시종일관 쫓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에 담으며 의자를 들썩거릴 정도의 무서움을 주지만 영화가 끝나고 났을 때 원작만큼의 섬뜩한 여운은 남기지 못한다. 미국 ABC드라마 <로스트 Lost>에 출연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안 소머할더가 매티와 함께 통신장비를 차단하려 하는 덱스터 역을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심슨가족, 더 무비>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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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0

호머 심슨 가족은 스프링필드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리사 심슨은 오염이 극에 달한 스프링필드 호수 보호 운동을 펼치지만, 호머와 그의 돼지 '스파이더 피그' 덕분에 리사의 노력은 100% 물거품이 된다. 미 정부는 스프링필드 전역을 커다란 돔으로 봉쇄하고, 분노한 스프링필드 시민들은 '공적' 호머 심슨 가족을 심판하려 한다. 어렵사리 스프링필드를 탈출하여 지상낙원 알래스카로 자리를 옮긴 호머 심슨 가족. 너무나 평안한 삶이지만,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양 불편하기만 하다.

182센티미터 키에 108킬로 몸무게. 더럽고 게으르며 책임감 따위는 애초에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가장 호머 심슨이 돌아왔다. 영웅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호머 심슨은 이들과는 180도 정반대에 위치한 안티 히어로, 아니 루저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주로 코믹스의 전지전능한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통해 대리만족했던 것처럼, 전세계의 범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덜' 떨어진 호머 심슨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무려 20년의 시간 동안 TV 시리즈 <심슨 가족>이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는 지난 1987년 시작되어 18시즌에 걸쳐 현재도 미국 폭스TV를 통해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The Simpsons>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애정의 조건 The Terms of Endearment>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의 제임스 L. 브룩스와 리차드 사카이 등 제작자 이외에도 만화가 맷 그로닝, <몬스터 주식회사 The Monster, Inc.>의 데이비드 실버맨 등 <심슨가족>의 오리지널 멤버가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캐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해리 쉬어러, 행크 아자리아 등 반가운 성우진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며, 톰 행크스, 알버트 브룩스, 조 만테냐, 그린 데이즈 등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은 극장판을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준다.

무려 16명의 일급 작가가 달라붙은 <심슨가족, 더 무비>의 각본은 기존 TV 시리즈의 장점 하에 영화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갖춘다. TV 시리즈 특유의 독설과 패러디는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아놀드 슈왈츠네거 미국 대통령은 무지하기 짝이 없고, 환경단체 EPA의 수장 러스 카킬은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다. 영화 중간 매주 수요일 폭스 TV에서 <심슨 가족>이 방영된다는 띠 광고가 나오며, TV 방영 시간을 고려해 살짝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또한 호머 심슨은 (20분 러닝타임의 TV시리즈보다는) 좀 더 더 큰 위기 상황에 처하고, 스프링필드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대장정을 벌인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풀어가는 미 정부의 방식은 음모이론의 그것이다.

맷 그로닝은 "도대체 TV 시리즈를 극장에 돈 내고 보러 오는 바보가 누구야?"라는 말을 호머 심슨의 입을 빌어 하지만, <심슨가족, 더 무비>는 그보다는 훨씬 영리하고 정교한 영화다. 정교한 3D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21세기에, 밋밋한 2D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다름 아닌 <심슨가족, 더 무비>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두사람이다> - 내 안에 자라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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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8.20

펜싱을 전공하는 여고생 가인(윤진서)은 행복하다. 펜싱 실력은 쑥쑥 늘고, 곁엔 자신만 바라보는 의대생 남자친구 현중(이기우)이 있다. 게다가 화목한 가족까지. 하지만 가인의 ‘그림 같이 행복한 나날’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고 만다. 첫째 고모의 결혼식 날이 바로 불행이 움트기 시작한 날. 첫째 고모는 결혼식장에서 정혼자에게 떠밀려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그 날 막내 고모(서유정)는 첫째 고모를 무참히 살해한다. 마침 막내 고모의 범행을 우연찮게 목격하게 된 가인. 그녀는 이후 끔찍한 경험을 연거푸 하게 된다. 같은 반 친구부터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가인을 둘러싼 사람들이 가인의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가인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섬뜩한 소문의 주인공인 석민(박기웅)이 다가온다. 그는 가인에게 '네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말라'는 의문을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두사람이다>는 2001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한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주변에 자신을 죽이려는 ‘두 사람’이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집안의 오랜 저주’를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인 원작과 영화는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기본 구성과 몇몇 사건 에피소드는 쏙 빼 닮은 듯 그대로 전개된다. 하지만 가인을 향한 계속되는 살인 시도가 집안의 저주와 원혼에 바탕을 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이중적인 면에 더 집중한다. 질투와 분노, 의심과 이기심, 자존심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이 상처 입을 때 원작 속 ‘구렁이 저주’보다 더 무서운 원한으로 자랄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영화 곳곳에 원한 관계로 이루어진 살인사건 뉴스들을 자잘하게 박아 넣은 것은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영화의 이러한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 심리의 저편에서 답을 찾는 영화는 가인과 현중, 석민을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옮겨내지 못한다. 가인에게 계속되는 ‘살인 협박’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내밀한 심리 묘사가 들어있지 않다. 덕분에 <두사람이다>의 공포는 가인을 죽이려는 ‘무차별적 공격’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이다>가 공포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각각의 공포 장면은 여느 공포영화에서 이미 오랫동안 봐온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 있지 않다. 때문에 피를 한 동이씩 쏟아내는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눈 뜨고 보기에 끔찍하긴 하지만 영화적인 공포감을 조성해내지는 못한다. 원작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사건들의 핵심 원인을 바꾼 탓에 영화 말미에 밝혀지는 사건의 ‘이유’로는 가인에게 집중되는 살해 위협은 물론, 오랜 기간 가인의 집안을 거쳐온 숱한 살인 사건들이 말끔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두사람이다>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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