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2. 5. 10:54
평점:5.1점
크레이지
감독 : 장 마크 발레
출연 : 미셸 꼬떼, 다니엘 프룰, 마크 앙드레 그롱당...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개봉일 : 2008년 02월 05일
평점:7.3점
6년째 연애중
감독 : 박현진
출연 : 신성록, 차현정, 옥지영...
장르 : 드라마, 로맨스
개봉일 : 2008년 02월 05일
평점:7.1점
마지막 선물
감독 : 김영준
출연 : 허준호, 조수민, 권오중...
장르 : 휴먼드라마
개봉일 : 2008년 02월 05일
평점:7.3점
찰리 윌슨의 전쟁
감독 : 마이크 니콜스
출연 :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개봉일 : 2008년 02월 06일
평점:6.3점
빨간 풍선
감독 : 허우 샤오시엔
출연 : 줄리엣 비노쉬, 시몽 이떼아뉘, 송 팡...
장르 : 드라마
개봉일 : 2008년 02월 06일
평점:0점
요코하마 메리
감독 : 나카무라 다카유키
출연 : 모리 히데오, 나가토 간지로, 시미즈 세츠코...
장르 : 드라마
개봉일 : 2008년 02월 07일
<마지막 선물…귀휴> - 마음을 울리는 진심어린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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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2.01

귀휴(歸休). 근무 중이거나 복역 중인 사람이 일정 기간 휴가를 얻는 일. 무기수 태주(신현준)가 세상과 오랜만에 만날 수 있게 된 계기다. 조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임무로 살인을 저지른 후 무기수가 된 태주는 고등학교 친구인 영우(허준호)의 딸에게 간을 이식한다는 조건으로 10일간의 귀휴를 받는다. 영우의 딸 세희(조수민)는 간에 구리가 축적되는 병인 희귀병인 윌슨병을 앓고 있다. 형사가 된 영우의 부탁으로 귀휴를 나온 태주는 자신을 감시하던 영우의 후배 형사 동현(권오중)이 방심하는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한다.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인 혜영(하지원)을 찾기 위해서다. 결국 태주는 영우와 동현에게 다시 잡혀 영우의 집에 감금되고 영우, 세희와 함께 원치 않는 수술을 준비한다.

<귀휴>에서 <마지막 선물>로 다시 <마지막 선물…귀휴>로 제목이 바뀐 이 영화는 부성애를 그린 신파극이다. <돈텔파파> <파송송 계란탁> <눈부신 날에> <날아라 허동구> <아들> <어린왕자> 등 최근 몇 년간 장르와 상관없이 한국영화가 관심을 가졌던 부자관계(혹은 유사 부자관계)가 <마지막 선물…귀휴>의 핵이다. 하지만 앞서 열거된 영화들과 <마지막 선물…귀휴>가 다른 점은 세 주인공의 관계 설정에 있다. 친구의 딸을 위해 간이식 수술에 임하는 무기수 이야기. 딸에게 아버지가 이식해줄 수 없는 간을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가 대신 이식해준다는 설정은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아니라 영화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런 필연의 결과다.

정서적으로 <마지막 선물…귀휴>는 <미워도 다시 한번>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등 전통적인 한국 신파영화의 맥을 잇는다. 한국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마지막 선물…귀휴>는 비밀스런 과거를 통해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시키게 한다. 바로 두 명의 아버지라는 설정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의 대립/공존은 <마지막 선물…귀휴>가 관객들에게 흥미와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죽어가는 딸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두 남자의 애절한 부성애와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질투 어린 사랑이 조합돼 고전적인 신파극을 만들어낸다. 희귀병, 간이식수술, 귀휴, 두 아버지 등 극단적인 설정들 탓에 이야기 사실적이거나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다. 슬픈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해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작위적 시도를 감행하지도 않는다.

영화적 완성도나 참신함을 떠나 <마지막 선물…귀휴>가 자극하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를 인식하기 전부터 내재돼 있는 가족에 대한 감정이다. <마지막 선물…귀휴>에는 영화를 구성하고 관객을 요리하는 손재주는 없지만 마음을 울리는 순박한 진심이 담겨 있다. 영화를 평가하는 머리가 아니라 영화를 소비하는 가슴으로 본다면, 눈물이 자연스레 흐르는 걸 감당할 도리는 없다.










 
 
<6년째 연애중> - 현실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담긴 베테랑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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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2.01

<6년째 연애중>의 시작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이다. 등장인물의 직업마저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출판기획자인 다진(김하늘)과 홈쇼핑 PD 재영(윤계상)은 6년째 연애 중이다. 동거는 아니지만 바로 옆집에 살면서 동거와 다름 없이 사는 그들은 막연하게 곧 결혼할 생각이다. 연애 초기의 설렘이나 긴장감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 몇 년은 함께 산 부부와 다를 바 없다. 이젠 기념일에 함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게 된 다진과 재영은 비슷한 시기에 한눈을 팔게 된다. 재영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지은(차현정)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진 또한 자신이 기획 중인 책 표지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 만나던 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조금씩 가까워진다.

<6년째 연애중>은 겉보기와 달리 트렌디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다. 낯선 만남-관계의 발전-오해나 실수로 인한 다툼-화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도 거리가 아주 멀다. 일단 두 인물이 6년째 연애 중이라는 건 일상적인 로맨스의 초기 요소인 판타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순진하고 희망적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던 로맨스 드라마는 재영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환상을 떠나 현실에 입각했을 때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 <6년째 연애중>은 다진과 재영을 통해 이야기한다.

연애와 감정에 대한 두 주인공의 일상적인 싸움과 고민은 오랜 기간의 연애를 경험한 관객에게 공감을 사기 충분할 만큼 현실적이다. 6년째 연애 중인 것 같은 두 배우들의 꾸밈 없는 연기도 한몫 한다. 여기엔 무리한 해피엔딩도 없고 어두운 비관적 시선도 없다. 어쩌면 지리멸렬하고 지지부진한 일상만 있는지도 모른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들보다 훨씬 사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사건과 고민의 범위가 좁고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다는 점은 <6년째 연애중>이 지닌 장점을 단점으로도 보이게 만든다. 6년의 사건과 감정, 고민, 희망을 압축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다.










<찰리 윌슨의 전쟁> - 괴짜 하원의원의 유쾌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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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2.01

미국 텍사스의 하원의원 찰리 윌슨(톰 행크스)은 술과 여자를 즐기는 한량이지만 똑부러진 일처리 능력으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미녀들과 파티가 한창이던 어느 날, 찰리 윌슨은 TV를 통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두려워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방관하고 있던 상태.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찰리 윌슨은 텍사스의 대표적인 로비스트이자 옛 연인인 조앤 헤링(줄리아 로버츠)의 도움을 받아 파키스탄의 지아 대통령을 만난다. 소련의 무차별 공격으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찰리 윌슨은 아프가니스탄 반군들을 돕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클로저>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찰리 윌슨의 전쟁>은 소련의 침공으로 신음을 앓던 아프가니스탄을 구제해 준 실존인물 찰리 윌슨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한창이던 1980년, 찰리 윌슨은 미국 국방분과위원회와 교섭을 벌이며 아프가니스탄의 무기지원을 비밀리에 추진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찰리 윌슨을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위대한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 속 찰리 윌슨은 지아 대통령과의 공식석상에서 술을 마시려다 빈축을 사기도 하고, 라스베가스에서 발생한 마약 스캔들에 연루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술과 여자를 밝히는 한량 하원의원이 아프가니스탄 무기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해학과 풍자는 단순히 찰리 윌슨의 인물 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기지원은 전폭적이지만 학교, 병원 등의 공공시설에는 돈을 쓰려하지 않는 정치인들, 그리스 출신인 탓에 외교문제를 다루는 임원직을 번번히 거절당하는 CIA요원 거스트 등의 인물들을 그려내는 장면은 꽤나 통렬하다. <찰리 윌슨의 전쟁>은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각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해프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영화는 찰리 윌슨의 지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반군이 훗날 9.11 테러를 일으킨 원흉이 됐다고 설명하지만 미국과 중동지역의 첨예한 관계를 묘사하지 않아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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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듸오 데이즈> - 개봉박두! 조선 최초 라디오 연속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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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1.29

1930년대 경성의 경성라디오방송국, 청취율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는 사장의 명령에 한량 PD 로이드(류승범)는 당대 최고의 신여성이자 재즈가수인 마리(김사랑)를 불러와 생방송 콘서트를 내보낸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라는 사장의 요구에 로이드는 라디오 연속극을 구상하고 자칭 ‘방송극을 위해 태어난 글쟁이’ 노봉알(김뢰하)을 끌어들인다. 로이드는 노봉알이 쓴 ‘사랑의 시나리오’ 대본을 토대로 아나운서 만철(오정세), 마리, 기생 명월(황보라)을 성우로 기용해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시작한다. 동지들과 독립운동을 펼치던 K(이종혁)는 라디오 전파를 이용한 거사를 꾸미기 위해 음향효과기사로 방송국에 위장 취업한다.

야심차게 기획된 라디오 연속극은 첫 방송부터 삐걱거린다. 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한 마리와 명월의 자존심 싸움이 화근이다. 마리는 자기가 맡은 연속극 속 인물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6개월 만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으로 바꿔버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드리브와 실수로 라디오 연속극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고, 단 한 번도 결말을 써본 적이 없는 노 작가는 어떻게 결말을 써야 할지 암담해 한다.

<라듸오 데이즈>와 가장 유사한 영화로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떠올릴 수 있다.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극중 성우들의 신경전과 막무가내 애드리브로 인해 정신없이 뒤바뀌는 극본이 웃음을 자아낸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보다 훨씬 옛날이 시간적 배경이지만,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에 구애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재를 패러디한다. 성우들의 애드리브로 뒤바뀐 극본을 수정하기 위해 로이드와 노 작가, 아이디어 뱅크인 사환 순덕(고아성)은 기억상실증과 이복남매 같은 한국식 드라마의 전형적인 장치들을 이용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패러디하는 TV시리즈 <하늘이시여>도 그 중 하나다.

청취자들이 방송국 앞에서 연속극의 결말을 놓고 시위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라듸오 데이즈>는 쪽대본에 의해 하루하루 촬영하고 연장방송을 일삼는 한국 TV방송국의 현재를 코믹하게 풍자한다. 연속극 내용마저 간섭하는 일제의 횡포와 일제에 대항하는 일군의 독립운동가가 시대적 배경을 환기시키기는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만드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단지 ‘조선 최초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드라마 제작이라는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한 영화’처럼 보인다. 류승범과 오정세, 이종혁의 호연도 허약한 영화적 갈등 구조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더 게임> - 스릴러와 드라마의 예기치 못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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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1.29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에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첫 질문은 남자냐는 거다. 덕분에 내기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왠지 의심스럽다. 잘못 걸려온 전화겠거니 하고 끊어버린 희도는 집으로 찾아온 한 중년여인 혜린(이혜영)에 이끌려 외딴 대저택에 발을 들여놓는다. 희도를 반갑게 맞이하는 노인 강노식(변희봉). 희도에게 알 수 없는 전화를 걸었던 장본인이다. 금융계의 전설적 대부인 노식은 희도에게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제안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남자가 받느냐 여자가 받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것. 노인은 내기에 30억 원을 내놓겠다고 말하고 희도에게는 육체를 내놓으라고 한다. 강노식의 제안을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간 희도는 사채업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친구 은아(이은성)를 보고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일본 만화 [체인지]를 각색한 <더 게임>은 죽음을 앞둔 재벌 노인이 내기를 걸어 젊은 남자의 몸을 강탈한다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뇌 이식 수술로 육체가 뒤바뀐 두 사람, <페이스오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육체를 바꾼 노인과 청년은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과 욕망을 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젊음을 탐하는 노인, 돈을 탐하는 청년. 승자는 일단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강노식이다. 권력과 젊음을 손에 쥔 강노식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몸부림치고, 재화를 탐하다 모든 것을 잃게 된 민희도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의 몸을 이끌고 육체를 되찾고자 강노식에게 버림받은 전처 혜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육체를 얻게 됐지만 더욱 외로운 처지에 놓인 강노식은 은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고, 도박꾼인 삼촌 민태석(손현주)을 겨우 믿게 만든 민희도는 혜린의 도움을 받아 강노식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계획을 꾸민다.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 <더 게임>은 젊은이의 신체를 강탈한 노인과 육체를 강탈당한 청년의 대결을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지만 두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갈등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을 대하는 두 인물들의 내면과 외적 상황들에 주목한다. 젊음을 얻은 노인은 쾌락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혹 떼려다 혹을 붙이게 된 청년은 삼촌에게 만화 같은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전자는 악마의 드라마이고, 후자는 <빅>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코믹 판타지다. 영화 속 변희봉의 행동거지와 말투를 재현하는 신하균과 어린이처럼 울상을 지으며 불쌍한 표정을 연신 반복하는 변희봉의 연기는 심각한 긴장과 만화적인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두 인물을 맞바꿔 연기하는 1인 2역의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 게임>은 무척 흥미롭다. <더 게임>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라기보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예기치 못한 충돌을 하는 상황극이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마음보다는 메시지, 감동보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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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1.28

외주제작사에서 3년째 휴먼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송수정 프로듀서(전지현)는 이제 막 사표를 낼 참이다. 밀린 월급을 기다리는 것도 신물이 나고, 눈물과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것도 지겹기 때문이다. 조작된 감동을 찍느니 아프리카 사자를 찍겠다며 월급 대신 회사 카메라를 들고 나온 수정은 지하철 역에서 카메라를 날치기 당한다. 힘겹게 도둑의 뒤를 쫓던 수정 앞에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카메라를 되찾아 준다. 자세히 보니 회사 사장이 알려준 별난 사나이다. 자칭 슈퍼맨(황정민)이라고 주장하는 이 남자는 악당이 머리 속에 넣은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현재 초능력을 쓸 수는 없는 상태라고 우긴다. 수정은 제정신이 아닌 듯하지만 사소한 선행에 앞장서는 슈퍼맨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휴먼 드라마 <말아톤>과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풀어낸 <좋지아니한가>로 극단적인 장르 이동을 감행했던 정윤철 감독이 이 두 가지를 절충한 작품을 내놓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처럼 독특한 인물을 소재로 하지만 <좋지아니한가>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두 작품 사이를 오가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시킨다. 비일상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특징을 반복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은 <말아톤>과 유사하지만. 현실성에 토대를 둔 <말아톤>보다 ‘달의 뒷면’ 같은 특징에 집중하는 <좋지아니한가>에 가깝다.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짧은 시간 내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슈퍼맨의 이상한 행동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다가 그가 이상하게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하지만 <말아톤>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감독의 독창적인 시도도 찾기 힘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말아톤>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하지만 <말아톤>처럼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슈퍼맨의 삶을 현실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슈퍼맨의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거나 뜬금없이 역사적 상처를 개인화시켜 동기화시키는 것으로는 관객의 동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슈퍼맨의 선행과 엉뚱한 행동도 캐릭터의 특징으로 읽히기보다는 영화의 원론적인 교훈적 메시지로 읽힌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준다거나 횡단보도 위의 할머니를 돕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행동들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만들어내지도 스스로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열된 에피소드들이 축적돼 입체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결말부의 사건 역시 단지 나열된 에피소드 중 하나로만 보인다. 빈번한 등장으로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환상 장면은 사실적인 감정으로 팽창해야 할 클라이맥스마저 위조된 사건으로 느끼게 만든다.

작위적인 결말부의 화재 장면은 눈물을 뽑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은 삶의 입체감과 생기를 느낄 때 움직인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보다 이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거창한 우화로 둔갑한 공익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한 일을 하고 환경을 보호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가르침과 교훈이 넘쳐나지만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원스어폰어타임> - 웃어라, 가볍지만 유쾌한 팝콘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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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8.01.28

1940년대 일제 치하의 경성.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부 제1권력자 총감(김응수)은 석굴암 본존불상의 미간백호상 이마에 박혀 있던 3천 캐럿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수년간 집요한 노력 끝에 동방의 빛을 찾아낸 총감은 일본의 패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동방의 빛을 신속하게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해 환송회를 개최한다. 동방의 빛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환송회에 모여든다. 경성 최고의 사기꾼인 봉구(박용우)와 경성 최고의 도둑 ‘해당화’로 활약하는 재즈 가수 춘자(이보영) 그리고 춘자가 무대에 서는 ‘미네르-바’에서 각각 사장(성동일)과 요리사(조희봉)로 위장해 일하고 있는 두 명의 독립군이 그들이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동방의 빛’ 환송회에 참석한 봉구와 춘자 그리고 두 명의 독립군은 각자 세운 계획대로 행동을 개시한다.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일제 치하의 경성은 근대 한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흥미를 끈다. 긴 머리를 자르고 서양식 의복을 입기 시작한 시대, 서양의 음악과 음식이 들어온 시대, 다시 말해 문화의 급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던 시대가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적 특성을 활용해 <원스어폰어타임>은 1940년대의 경성을 할리우드식 코믹 어드벤처 범죄물의 배경으로 삼는다. 해방 직전, 일제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이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 고민거리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독립군’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사 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시공간적 배경에 부합하는 장르적 장치에 불과하다.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미네르-바의 두 독립군이 <덤 앤 더머>의 주인공들처럼 희화화되는 것도 역사적 의식을 최소화시키고 장르적 장치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 봉구와 춘자이지만, 봉구와 춘자의 비중은 요리사와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요리사와 사장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많다. 캐릭터가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도 주인공과 큰 차이가 없다. 봉구와 춘자의 캐릭터가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두 캐릭터보다 약하다는 건 <원스어폰어타임>의 커다란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끈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해도 <원스어폰어타임>은 오락영화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개, 재치 넘치는 유머와 코믹한 캐릭터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조화를 이룬다. 가끔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재미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배반하는 정도는 아니다. 정용기 감독의 이전 영화들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 2, 3편의 과장되고 작위적인 면도 많이 정제되고 순화됐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라 부르기도 힘들고 진지한 맛도 없지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원스어폰어타임>은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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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마지막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2. 26. 08:26
칼라스 포에버
기본정보
감독 프란코 제피렐리
출연 화니 아르당, 제레미 아이언스
네티즌평점
5점

9.50 (참여:12명)

전문가평점
5점

6.33 (참여:3명)

기타정보
아메리칸 갱스터
기본정보
  • 범죄
  • 156분
  • 개봉 2007.12.27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덴젤 워싱톤, 러셀 크로우
네티즌평점
5점

8.53 (참여:159명)

전문가평점
5점

7.25 (참여:4명)

기타정보
가면
기본정보
감독 양윤호
출연 김강우, 김민선, 이수경
네티즌평점
5점

8.32 (참여:63명)

전문가평점
5점

3.00 (참여:1명)

기타정보
더 시크릿
기본정보

<칼라스 포에버> - 천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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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리아 칼라스(파니 아르당).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결별 이후 그녀는 무대 위에서의 모든 영광을 뒤로 한 채 고독한 은둔자의 길을 택한다. 이런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칼라스의 오랜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 켈리(제레미 아이언스). 그는 칼라스의 예술성과 천재성을 다시 세상에 되돌리기 위해 오페라 영화 <카르멘>을 함께 만들자고 그녀에게 제안한다. 다시 노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칼라스는 단호히 이 제의를 거절하지만, 자신 안에서 노래에 대한 전율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것을 깨닫는다.

<칼라스 포에버 Callas Forever>의 주인공은 20세기 최고의 디바로 손꼽히는 마리아 칼라스다. 192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마리아 칼라스는 그리스에서의 음악 교육을 마친 후 1945년 미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하면서부터 '세기의 소프라노'라는 명성을 손에 얻은 전설과도 같은 인물. 하지만 칼라스의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삶과는 달리 그녀의 실제 삶은 불행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칼라스의 '세기의 연인'으로 일컬어지는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칼라스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를 음악 인생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은퇴와 재기의 반복, 오나시스의 배신 등을 경험하며 마리아 칼라스는 1977년 9월 16일 쓸쓸하게 삶을 마무리한다.

<칼라스 포에버>는 마리아 칼라스가 삶을 마감할 즈음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일련의 사건들을 가상으로 꾸민 픽션 영화. 하지만 영화의 감독이 프랑코 제피렐리라면 조금 말은 달라진다. 우리에게는 <끝없는 사랑 Endless Love> <햄릿 Hamlet>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코 제피렐리는 <이탈리아의 터키인 Il Turco in Italia> 등 마리아 칼라스가 출연한 오페라를 직접 연출한 것을 계기로 그녀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를 유지했던 사람이다. 그 결과 프랑코 제피렐리는 자신의 칼라스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느낌을 영화에 불어넣고 있으며, 칼라스의 사생활이 아닌 예술가 칼라스에 초점을 맞췄다.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오델로 Otello> <토스카니니 Il Giovane Toscanini> 등 오페라 영화에서 일갈한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의 <칼라스 포에버>는 마리아 칼라스의 주옥 같은 음성에 오페라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영상을 더한 음악 영화. 108분 남짓한 러닝 타임 내내 <카르멘>의 '하바네라', <나비부인 >의 '어떤 개인 날',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마리아 칼라스의 대표곡들이 들려진다. 하지만 <칼라스 포에버>는 극보다는 음악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 탓에, 극 전개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견 배우 화니 아르당이 마리아 칼라스 역을 맡았다.

<일루미나타> -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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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배경은 20세기 초. 투치오(존 터투로)는 자신이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를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무명의 극작가다. 그러나 극장주는 투치오의 작품을 좀처럼 무대에 올려주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상연 중이던 연극 <루스티카나>의 주인공이 공연 도중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자, 투치오가 무대에 뛰어올라 자신의 극 <일루미나타>의 상연을 예고한다. 이어 <일루미나타>가 무대에 올려지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영향력이 큰 평론가 베발라콰(크리스토퍼 월켄)는 가혹한 혹평을 던졌고, 극장주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선언한다. 극장의 주연 여배우이자 투치오의 아내인 레이첼(캐서린 보로위츠)도 작품의 빈 곳을 지적하며 투치오를 몰아세운다.

<일루미나타 Illuminata>는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예술가의 고뇌를 담은 영화다. 훌륭한 작품을 썼다고 해도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하면 무대에 올릴 수 없는 극작가의 고통을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꼭두각시 춤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이런 영화의 메시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 타자에 휘둘리며 괴로워하는 극작가의 모습은 실에 매달려 조종자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보여진다. 배우이자 감독인 존 터투로는 메시지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전달하려 애쓴다.

존 터투로는 20세기 초라는 시대적 배경을 앞세워, 당대에 나타난 다양한 연극 무대의 실험을 접목시켜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에서 상연된 연극 <루스티카나>와 <인형의 집>은 실제로 20세기 초에 공연된 연극들이다.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 섬의 어느 촌락을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연애 비극이며,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은 1897년 초연되어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이다. <루스티카나>와 <인형의 집> 같은 사실주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 투치오는 상징주의에 기초한 연극 <일루미나타>를 발표,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이 같은 대비를 통해 존 터투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의 고뇌를 담아낸다.

<일루미나타>의 또다른 볼거리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 영화는 배우들이 연극을 연습하는 모습, 분장하는 모습, 연극 공연 중의 배우들의 모습, 공연 중 무대 뒤의 풍경 등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작품이 쓰여져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는지가 한눈에 보여지는 것이다. 연극과 영화, 뮤지컬과 오페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출은 시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전달해내는데 한몫을 해낸다. 심오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로 변주해내는 연출력을 인정받아 <일루미나타>는 1998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아메리칸 갱스터> - 이 남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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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1968년 뉴욕 암흑가의 두목 범피(클라렌스 윌리암스 3세)가 급사하자, 그의 오른팔이던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은 그의 자리를 대신해 할렘 가를 장악한다. 프랭크는 베트남 전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마약 밀수를 시작한다. 그가 마약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방법은 대담하게도 미국 군용기를 이용하는 것. 그 결과 그는 고순도의 마약 ‘블루 매직’을 싼 가격으로 판매, 무려 2억5천만 달러의 부와 명예를 쌓기에 이른다. 한편 뉴 저지의 형사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는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해 결성된 특별 수사반을 맡고, 베일에 쌓인 암흑가의 두목 프랭크의 존재에 더 다가서기에 이른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글래디에이터 The Gladiator>의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는 1970년대 뉴욕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실존인물 프랭크 루카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68년 뉴욕 할렘에서 루카스가 1인자로 성장하고, 다량의 마약을 미국으로 반입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결국 리치가 이끄는 마약 특별 수사반에 덜미가 잡혀 모든 것을 잃고 마는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훑는다. 영화의 제목인 ‘아메리칸 갱스터’는 직접적으로는 마약왕 프랭크 루카스를 일컫는 말이지만, 리들리 스콧은 그들의 마약 사업을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경찰들의 부패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프랭크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선사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아메리칸 갱스터>는 과거 뉴욕의 모습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뉴욕의 브롱스와 브룩클린, 할렘 등 무려 152곳의 야외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열의를 발휘했으며, 프랭크의 존재가 비로소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알리와 프레이저의 권투 경기를 완벽에 가깝게 재연해내는 완벽주의를 보여준다. 영화의 완벽한 외형에 비해 내러티브는 평이하다. <한니발 Hannibal>과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의 시나리오를 썼던 스티븐 자일리언이 맡은 <아메리칸 갱스터>의 시나리오는 그저 180도 다른 쪽에 위치한 두 남자의 삶을 일대기적으로 훑기만 할 뿐, 둘 사이의 화학반응을 끌어내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메리칸 갱스터>의 두 축은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다. <글래디에이터> <어느 멋진 순간 A Good Year> 등 리들리 스콧과는 여러 번 공연한 적이 있는 러셀 크로우에 비해,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는 <아메리칸 갱스터>가 첫 만남이다.(덴젤 워싱턴은 <크림슨 타이드 The Crimson Tide>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등 리들리 스콧의 동생인 토니 스콧 감독과 인연이 깊다) <덴젤 워싱턴의 킬링 머신 Virtuosity> 이후 12년만에 스크린에서 조우한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는 ‘물만난 고기’ 처럼 자신들의 카리스마를 캐릭터에 확실하게 녹여낸다.

<신과 나눈 이야기> - 감동 없는 명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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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닐 도날드 월쉬(헨리 제니). 하지만 한 순간의 사고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다.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진 닐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고, 실업 수당으로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실업 수당도 바닥이 나자 그는 밀린 월세를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다. 결국 길바닥에 나앉게 된 닐.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 하는 노숙 생활 중에 지역 라디오 디제이 자리를 간신히 잡지만 이도 오래 가지 못한다. 방송국이 파산해 다시 일자리를 잃은 닐은 어느 날 ‘사는 게 왜 이 모양이냐’며 신을 원망하는 낙서를 끼적이던 도중 잠이 든다. 그리고 닐은 꿈결에 ‘그 분’의 목소리를 듣는다. 신이 닐에게 말을 건 것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 Conversations with God>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교통사고로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닐 도날드 월쉬가 어느 날 잠결에 듣게 된 신의 목소리를 옮겨 쓴 책 [신과 나눈 이야기]는 기독교 출판계를 뜨겁게 달궜다. 1995년 소규모 출판사에서 나온 [신과 나눈 이야기]는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전 세계로 번역돼 큰 인기를 끌었다(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그 때부터 닐 도날드 월쉬의 삶도 달라졌다. 그는 세계 곳곳을 돌며 신(정확하게는 기독교의 신인 ‘하나님’)과 교감한 경험을, 인생의 진리를 알리는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 역시 닐의 강연으로 시작된다.

[신과 나눈 이야기]가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 인생의 묵직한 가르침을 주는 ‘교본’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가 관객의 큰 반향을 일으킬지는 의문이다. 닐의 강연 사이사이에 그의 과거사를 쟁여둔 영화는 닐이 단 한번의 사고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전혀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한다. 게다가 부러진 닐의 목이 왜 갑자기 멀쩡한 상태로 돌아오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노숙자로 전락한 닐의 힘든 삶이 어느 날 갑자기 책 한 권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닐의 ‘화려한 복귀전’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식품으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힘든 나날을 통해 몸으로 깨닫게 된 삶의 진리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잠자다가 듣게 된 신의 몇 마디 말로 인생의 진리를 가르치려 드는 영화의 안일한 주제 의식 역시 영화를 가볍게 만들었다. 제작자로서 오랜 동안 활동한 스티븐 사이몬의 연출 데뷔작인 <신과 나눈 이야기>는 숱한 잠언을 관객 귓가에 쏟아내지만 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진정한 울림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가면> - '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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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강력반 형사 조경윤(김강우)와 박은주(김민선)은 스포츠센터에서 잇달아 발생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은 죽은 두 사람과 내연의 관계에 있었던 정미숙(오지영). 하지만 두 형사는 정미숙의 살인 동기가 모호할 뿐 아니라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수사의 방향을 고쳐 잡는다. 경윤과 은주는 피해자가 10년 전 한 부대에서 같이 군 생활을 했다는 점과 이윤서라는 이등병이 이들에게 강간당한 후 자살 기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경윤은 이 사건이 이윤서의 복수극임을 직감하고 그를 찾아 나서지만, 이윤서의 유일한 혈육인 누나 이혜서(김성령) 조차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그러던 중 이윤서를 강간했던 또 다른 가해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조경윤은 이윤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단독 수사를 감행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가면>은 연쇄살인범의 몽타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종적을 찾을 수 없는 강력반 소속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범인의 모습을 일찌감치 공개해 놓고, 범인 이윤서의 애절한 사연을 묘사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이윤서는 곱상한 외모와 여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학창시절부터 온갖 놀림을 받아 온 인물. <가면>의 연출을 맡은 양윤호 감독은 군복무 당시 고참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이윤서의 이야기를 살인 사건의 동기로 삼고,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함께 풀어 놓는다. 하지만 <가면>은 이 과정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불쾌하게 그려 놓는 우를 범하고 만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적 소수자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며, 성적 충동에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경력한 형사들의 여정이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졌다는 점은 인상깊다. 영화의 초반부, 경찰서 내부를 스테디 캠으로 훑는 장면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아슬하게 질주하는 조경윤 형사의 모습,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디졸브를 통해 그리는 장면 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서 이야기의 얼개가 탄탄한 편이며, 조경윤 형사를 짝사랑하는 파트너 박은주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돼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자극적 묘사를 제외한다면 <가면>은 영화 러닝타임 내내 범인이 누군지를 골몰하게 만드는 형사물로서 손색이 없는 편이다. <경의선> <식객>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주연을 맡은 김강우가 연쇄살인사건 수사 도중 점점 혼란에 빠지는 형사 조경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헨젤과 그레텔> - 비틀린 동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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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어릴 적 떠나간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어느 외딴 산길에서 은수(천정명)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어리둥절해하는 은수 앞에 갑자기 등불을 든 한 소녀(심은경)가 나타나 자신의 집으로 은수를 데려간다. 동화책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그 집에는 부모와 세 아이, 만복(은원재), 영희(심은경), 정순(진지희)가 살고 있다. 장난감으로 가득 찬 그림 같은 집엔 그러나 이상하게 음침한 기운이 서려 있다. 전화는 불통이고 바깥과의 왕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식탁은 갓 구운 빵과 과자들로 풍성하기만 하다. 게다가 부모는 아이들을 두려워한다. 하룻밤만 묵어갈 생각이었던 은수는 아이들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나가보지만 번번이 길을 잃고 아이들의 집으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급기야 은수는 아이들에게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임필성 감독의 <헨젤과 그레텔>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모티브를 따온 공포 판타지영화다. 동화[헨젤과 그레텔]이 가난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이 과자로 만든 집으로 아이들을 꾀는 마녀를 처치하고 부모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라면,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버려진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집을 만들어 어른들을 유인해서 행복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실패하는 이야기다. “순수했던 아이들이 순수함을 훼손당했을 때 느끼는 분노를 잔혹한 상상의 형태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임필성 감독이 연출의도를 밝힌 만큼 영화는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이 사랑을 갈구하며 드러내는 다양한 분노의 형태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는 순진무구한 동화 속 아름다운 세계와 잔혹한 현실의 세계가 뒤섞인 세상의 어두운 아름다움을 포착해내는데 치중한다.

감독이 원했던 어두운 아름다움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의 미술을 담당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류성희의 손에서 탄생된다. 동화 속 나라에서나 찾을 수 있을 듯한 아름다운 집과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희한한 장난감들은 아이들이 꿈꾸는 낙원의 모습을 담았다. 한편, 목 잘린 인형들과 빨간 눈을 치켜 뜬 토끼 같은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장난감들은 이 아름다운 집에 깃든 악몽의 세계를 담아내는 장치들. <헨젤과 그레텔>이 그리고자 하는 아름다운 악몽의 세계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서 꼴을 갖추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어른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이 잘 대해줄 때는 천사처럼 굴다가도 어른들이 떠나려 하면 잔인하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묘사하는 지점. 은원재, 심영희, 진지희 세 아역배우들은 순수함과 잔인함의 이중성을 가진 악마 같은 천사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 영화의 분위기를 살린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순수한 청년 은수 역은 <태풍태양>과 <강적>의 천정명이 맡았다. 아이들을 두려워하는 부모 역을 맡은 장영남과 김경익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고, <세븐데이즈>로 주목받은 박희순도 아름다운 집과 값비싼 장난감들을 가로채려는 잔인한 변집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더 시크릿> - 당신은 내 아내입니까, 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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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24

벤자민(데이비드 듀코브니)은 사랑스런 아내 한나(릴리 테일러), 고등학생 딸 사만다(올리비아 설비)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벤자민 가족의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사춘기를 보내는 사만다가 한나와 말다툼이 잦다는 것. 한나와 사만다는 모녀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한나가 목숨을 잃고 만다. 혼수상태에서 가까스로 깨어난 사만다는 딸이 아닌 아내 행세를 하려고 들어 벤자민을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아내와의 추억을 모두 알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벤자민은 한나의 영혼이 사만다의 육신으로 들어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한나는 벤자민과 평범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만, 잠자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점점 불만이 쌓인다. 또한 한나는 사만다의 학교에 대신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학창시절과 판이하게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는다.

<더 시크릿 The Secret>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영화 <비밀 Secret>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비밀>이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딸과의 가슴 아픈 부부생활을 그려냈다면, 리메이크작 <더 시크릿>은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아내가 딸의 불안한 사춘기 시절을 이해한다는 내용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사만다의 몸에 살게 된 한나는 다시 다니기 시작한 학교생활을 통해 조금씩 딸의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사만다가 일기장에 적어 놓은 수많은 사연을 읽고, 학교에서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잔소리만 늘어놓던 자신의 모습에 점점 죄책감을 느낀다. 한나가 자신의 몸 안에 주체할 수 없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딸의 세계를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더 시크릿>의 명장면 중 하나다. 영화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한 가족이 빙의라는 사건을 통해 각자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더 시크릿>의 또 다른 축인 벤자민과 한나와의 관계는 지나치게 코믹하게 그려져 아쉬움을 남긴다. 젊은 남학생을 만나는 한나를 바라보며 벤자민이 의처증에 시달리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지 못하고 일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근친상간이라는 정서를 은연 중에 감지할 수 있었던 원작에 비해 리메이크작은 벤자민과 한나가 일정 수위의 거리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오디션을 통해 <더 시크릿>의 주연으로 발탁된 신예 올리비아 설비는 예민한 사춘기 소녀 사만다와 순수한 성격의 소유자 한나를 자유롭게 오가는 호연을 펼친다. <더 시크릿>의 연출은 <인도차이나 Indochina> <여왕 마고 Queen Margot>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벵상 페레즈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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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2. 20. 11:43
황금나침반
기본정보
감독 크리스 웨이츠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니콜 키드먼, 에바 그린
네티즌평점
5점

7.62 (참여:120명)

전문가평점
5점

6.50 (참여:2명)

기타정보

<황금나침반> - 압축과 생략의 균형에서 중심을 잃은 대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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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은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로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뉴라인 시네마가 내놓은 또 한 편의 판타지 삼부작이다.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이 팔린 필립 풀먼의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 [황금나침반] 삼부작 중 첫 번째 책을 영화로 옮겼다. <아메리칸 파이 American Pie> <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크리스 웨이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컴퓨터 그래픽에만 8,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전체 제작비에 2억 5,000만 달러를 쓸 정도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내에선 여타 판타지 블록버스터보다 나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황금나침반>은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과 다르듯 <황금나침반> 역시 <반지의 제왕>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의 반지처럼 황금나침반이 절대권력의 상징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황금나침반>의 중심은 황금나침반이 아니라 미지의 물질 ‘더스트’다.

지구와 다른 우주에 놓인 또 하나의 지구, 이곳 사람들은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어서 동물 모양으로 생긴 영혼의 존재인 데몬을 모두 하나씩 지니고 있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처럼 생긴 조던 대학에서 학자들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소녀 라라(다코타 블루 리처즈)는 조던 대학의 학장으로부터 마지막 남은 황금나침반을 받는다. 라라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황금나침반의 비밀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학자이자 탐험가인 아스리엘 경(다니엘 크레이그)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더스트를 노스폴에서 발견하고 이 사실을 학계에 보고하지만 권력이 흔들릴 것을 염려하는 종교집단 매지스테리움은 아스리엘 경의 연구를 막으려 한다. 조던 대학에서 만난 콜터 부인(니콜 키드먼)의 비행선을 타고 어둠의 세력 ‘고블러’에 납치된 친구들을 찾아 노스폴로 떠나던 라라는 황금나침반을 탐내는 콜터 부인의 음모를 피해 탈출을 시도한다. 라라는 아이들을 납치한 어둠의 세력 고블러의 과학자들이 아이들과 데몬을 분리시키는 위험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콜터 부인이 고블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집시족과 하늘을 나는 헥스족, 조종사 리 스코스비, 스발바드 왕국에서 쫓겨난 아머 베어족 이올게 버니슨 등과 함께 라라는 황금나침반을 지켜내고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오른다.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은 간단히 설명하기 힘든 내용을 지니고 있다. 일단 개념부터 생소하다. 평행이론을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우주,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데몬, 다른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더스트 등 낯선 개념들을 먼저 이해한 다음에는 갑옷을 입은 말하는 전투 곰 아머 베어, 매지스테리움, 인간과 데몬을 분리하는 인터시즌 실험, 마법의 능력을 지닌 헥스족 등 낯선 고유명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원작소설을 읽은 독자가 아니라면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황금나침반>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느라 정신 없이 자막을 읽어나갈 것이다. 삼부작 중 1편에 해당하는 <황금나침반>은 캐릭터 및 배경설명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방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2시간짜리 영화에 옮기기 힘들었는지 3부작 소설의 1권 중 마지막 세 챕터는 2편의 첫 부분으로 옮겨졌다. 스토리가 산만하고 전개가 너무 급작스런 느낌을 주는 것도 과도한 압축과 무관하지 않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보다 훨씬 무겁고 훨씬 복잡한 세계를 지닌 <황금나침반>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 2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일 것이다. 물리, 종교, 철학, 신학, 문학, 역사 등을 망라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원작의 세계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개념 설명과 캐릭터 및 배경 소개, 줄거리의 단순한 압축만으로 채워진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이다. 원작에 표현된 반기독교적 사상이 대부분 제거된 덕에 논란거리는 줄어들었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인해 판타지 영화로서의 화젯거리는 늘어났다. 압축과 생략의 균형에서 일부분 실패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지만, <황금나침반>에 대한 평가는 나머지 두 편이 완성된 후 이야기하는 것이 정당할 듯하다.








용의주도 미스 신
기본정보
감독 박용집
출연 한예슬
네티즌평점
5점

6.77 (참여:84명)

전문가평점
5점

2.00 (참여:1명)

기타정보

<용의주도 미스신> - 전혀 용의주도하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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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신미수(한예슬)는 바쁘다. 광고대행사 AE로도 할 일이 산더민데 간수해야 할 남자는 또 한둘이 아니다. 재벌 3세(권오중)와 고시생 윤철(김인권), ‘몸 좋은’ 연하남 현준(손호영)을 동시에 만나고 있는 미수. 이들 가운데 누구와 결혼을 해야 ‘밝은 미래’를 위한 정답이 될까 골머리를 썩고 있는 그녀 앞에 어느 날 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같은 아파트에 이사온 이웃집 남자 한동민(이종혁)은 그러나 미수의 연애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 둘은 원수에 더 가깝다. 이사 첫날 동민의 화분을 깬 것을 시작으로 미수와 동민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사이로 발전한다. 원수든 애인이든, 동시에 네 남자에게 둘러싸인 신미수. <용의주도 미스신>은 네 남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신미수의 좌충우돌 연애담이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멀리 <싱글즈>와 < Mr. 로빈 꼬시기>, 가까이로는 <어깨너머의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의 어수룩한 연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 Mr. 로빈 꼬시기>를 빼 닮았다면 남자든, 일이든 ‘내 손으로’ 찾아나서는 20대 후반의 당찬 여성은 <싱글즈>의 ‘그녀들’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다 남자를 진심 어린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 취향대로 고르는 ‘쇼핑 품목’처럼 여기는 건 <어깨너머의 연인>을 닮았다. 그런 면에서 <용의주도 미스신> 역시 20, 30대 커리어우먼의 연애와 결혼 방식을 트렌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 일을 바라보는 이 시대 커리어우먼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네 남자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머리를 굴리던 신미수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진심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 영화의 이야기 줄기는 트렌디는커녕 진부하기 그지없는 낡은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거기다 일도, 외모로도 그 누구에게 빠지지 않는 신미수가 왜 남자의 돈과 명성에 그토록 집착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여러 남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신미수가 별다른 계획도 없이 꿈을 좇아 훌쩍 비행기에 오르는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선 <용의주도 미스신>이 20, 30대 커리어우먼의 심리를 얼마나 표면적으로 담고 있는지 쉽게 드러난다. 꿈을 향한 구체적인 계획도, 자신의 삶에 대한 뚜렷한 주체성도 없이 무작정 가방을 꾸리는 신미수의 모습은 이 시대 트렌디드라마들이 ‘꿈’에 대해 표현하는 가장 트렌디한, 그와 동시에 가장 안일한 방식 중 하나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용의주도 미스신>의 낡은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은 신미수를 연기한 한예슬.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나상실’로 큰 인기를 모았던 한예슬은 스크린 데뷔작인 <용의주도 미스신>에서 도도하고 매력 넘치지만 어딘가 순진한 구석을 품고 있는 신미수를 능청스레 연기하며 영화에 웃음을 새긴다. 한예슬과 함께 호흡을 맞춘 권오중, 김인권, 이종혁 세 남자배우들 역시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표현해냈다. 그룹 ‘GOD’ 출신으로 <용의주도 미스신>을 통해 연기에 도전한 손호영은 그러나 랩퍼라는 캐릭터에 맞게 노래를 할 뿐 연기자로서의 큰 변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조감독을 맡았던 박용집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내사랑> - <러브 액츄얼리>보다는 <새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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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일생에 단 한 번 볼까 말까 한 개기일식이 펼쳐지던 어느 날, 네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사랑이라는 알맹이는 같지만, 사연은 제각각이다. 지하철로 인연을 맺은 세진(감우성)과 주원(최강희) 커플은 3년 전 지하철 2호선에서 처음 만나 지하철 2호선에서 데이트하다가 지하철 사고로 이별한다. 엉뚱하기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주원은 세진과 1년 동안 만나고도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며 마지막 테스트가 남았다고 말한다. 세진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주원은 세진의 생일파티에 잠깐 들렀다 떠나 버리고 세진은 서운한 마음에 모진 말을 내뱉고 화를 낸다.

대학생 커플 소현(이연희)과 지우(정일우)는 소주잔을 나누며 사랑을 키운 커플이다. 소현은 과 선배 지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짝사랑하고 있다. 사랑의 상처로 휴학했던 지우가 복학하자 소현은 용기를 내서 다가간다. 소주 한 잔이면 취해버리는 소현이 지우와 계속 만나기 위해 동원한 방법은 술 잘 마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 처음에는 귀여운 후배로 소현을 만나던 지우 또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수정(임정은)과 정석(류승룡)은 광고대행사에서 함께 일하는 선후배 사이다. 광고기획자인 수정은 홀아비 카피라이터 정석에게 푹 빠져 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정석은 수정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수정과 함께 개기일식 이벤트를 기획하던 정석은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기로 마음 먹는다. 진만(엄태웅)은 6년 만에 서울 땅을 밟는다. 헤어진 연인과의 약속 때문이다. 전 세계를 돌며 프리허그 운동을 하던 진만은 예전에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 번호의 새 주인이 된 수정에게 부탁해 개기일식이 있는 하루 동안만 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한다.

<내사랑>은 옴니버스식 다중 플롯 구조로 이뤄진 영화다. 서로 다른 이유로 만나고 있고, 서로 다른 이유로 헤어졌지만 네 커플(혹은 세 커플과 한 남자)은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거부할 수 없는 짝사랑의 순수함과 떠나간 연인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전화번호 때문에 진만과 수정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에피소드의 이야기가 중첩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네 가지 에피소드는 거의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진행된다. 다중 플롯 구조로 만들어진 대표적 작품들인 <내쉬빌 Nashville> <매그놀리아 Magnolia> <크래쉬 Crash> 등이 지니고 있는 상호간섭의 세계관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인 것이다.

<내사랑>이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의 영향을 받은 다중 에피소드 구성의 로맨스 영화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비슷한 컨셉으로 제작된 한국영화들과 비교하자면, <내사랑>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일주일>보다 <새드무비>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 에피소드들이 독립적이라는 점과 각 에피소드를 묘사하는 방식이 비슷해서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팬시상품처럼 예쁘게 포장돼 있고 로맨스의 공상적인 성격을 두드러지게 표현한다. 겨울이 시간적 배경은 아니지만, 포스터가 이야기하듯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영화다.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에너지가 <내사랑>의 단점을 감싸며 팬시상품 같은 감수성을 장점으로 뒤바꾸기 때문이다. <내사랑>은 <연애소설> <청춘영화>를 만든 이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기본정보
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다이앤 크루거, 존 보이트
네티즌평점
5점

10.00 (참여:2명)

전문가평점
5점

5.00 (참여:2명)

기타정보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 오락 영화의 최고봉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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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미국에 엄청난 규모의 국부를 안겨준 지난 2004년 이후,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는 미국 전역을 돌며 각종 강연과 인터뷰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벤은 아내인 애비게일(다이앤 크루거)과는 사사껀껀 말다툼으로 일관하다 현재 별거 중인 상태. 또한 벤의 절친한 동료인 라일리(저스틴 바사)는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자동차까지 압류된 상태다. 이런 벤에게 위기가 닥친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암살범인 존 윌커스 부스의 일기장에서 사라진 부분이 발견되고, 벤의 고조부가 엉겹결에 링컨 암살의 공모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순식간에 미국의 영웅 집안에서 매국노 집안으로 추락한 게이츠 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벤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실마리를 찾아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지를 누빈다.

벤 게이츠가 돌아왔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National Treasure: Book of Secrets >(이하 <내셔널 트레져 2>)은 지난 2004년 개봉되어 전세계에서 무려 3억5천만 달러가 넘는 초특급 흥행 수입을 기록한 <내셔널 트레져 National Treasure>의 3년만의 속편이다. 미국 동부 지역으로 한정되었던 1편에 비해 전세계로 그 무대를 확대하고 액션이 더 강해지는 등 스케일이 커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셔널 트레져 2>는 1편을 충실하게 재연한다. <내셔널 트레져>가 미국의 고도들인 필라델피아, 보스턴, 뉴욕 등을 무대로 미국 건국 신화에 대한 재기발랄한 비틀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면, <내셔널 트레져 2>가 건드리는 부분은 미국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라함 링컨 암살기다. 프랑스에 남아있는 자유의 여신상, 영국 버킹검 궁과 백악관에 있는 두 개의 탁자 그리고 미국 대통령만이 볼 수 있다는 비밀의 책에서의 힌트를 통해 벤은 또 다시 엄청난 규모의 국부에 도달하게 된다. 동시에 게이츠 집안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은 물론이다.

할리우드의 마이다스의 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담당한 <내셔널 트레져 2>는 전편의 캐스트들과 스태프들이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쿨 러닝 Cool Runnings> 이후 줄곧 디즈니에서 연출작을 내놓고 있는 존 터틀텁의 연출은 오락 영화로서는 그다지 흡잡을 것이 없게 <내셔널 트레져 2>를 뚝딱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직소 퍼즐을 푸는 것 같은 긴박감을 주었던 전작과는 달리 <내셔널 트레져 2>의 각본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내셔널 트레져 2>의 각본은 1편에 이어 테드 엘리어트와 테리 로시오 그리고 위벌리 남매가 담당했다) 1편이 차례 차례 수수께끼를 풀어야 최종 라운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구성의 영화였다면, 2편은 이보다는 벤의 화끈한 액션에 조금 더 의존한다. 또한 벤 게이츠과 확실히 대결 구도를 이뤄야 할 악당 미치 윌킨슨의 애매한 캐릭터 설정도 <내셔널 트레져 2>의 약점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케이지, 다이앤 크루거, 저스틴 바사 등 기존 삼총사의 파트너십은 '척하면 척' 일 정도로 훌륭하다. 1편에 비해 비중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다이앤 크루거의 애비게일과 저스틴 바사의 라일리는 벤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존 보이트과 하비 카이틀 외에 영화에 새로 합류한 중견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더 퀸 The Queen>으로 그 해 전세계의 모든 영화제와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꿰찬 헬렌 미렌의 벤의 어머니인 에밀리 애플턴 역할로 출연하며, 에드 해리스가 악역 미치 윌킨슨 역할로 분해 <더 록 The Rock> 이후 11년 만에 니콜라스 케이지와 조우한다.








 
같은 달을 보고 있다
기본정보
감독 후카사쿠 켄타
출연 쿠보즈카 요스케, 진관희, 쿠로키 메이사
네티즌평점
5점

7.58 (참여:5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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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을 보고 있다> - 한 여인을 같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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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외과 레지던트 테츠야(쿠보즈카 요스케)는 소꿉친구로 지내온 에미(쿠로키 메이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에미를 직접 고쳐주려고 의사가 된 테츠야는 늘 에미의 곁을 지키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테츠야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에미를 같이 좋아했던 돈(진관희)이 얼마 남지 않은 수감 생활을 끝마치지 못하고 탈옥했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듣는다. 돈의 탈옥은 에미가 보낸 한 통의 편지 때문에 발생한 것. 테츠야는 돈에게 여전히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에미를 보며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한편,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를 감행하던 돈은 힘겹게 에미의 집을 찾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돈은 테츠야의 방해로 에미의 얼굴조차 볼 수 없고, 테츠야는 에미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갈수록 불안함을 느낀다.

츠치다 세기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같은 달을 보고 있다 Under The Same Moon>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동갑내기 친구 테츠야와 돈의 이야기를 그린다. 테츠야와 돈은 어린 시절 자잘한 사건과 사고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지켜주던 절친한 친구 사이지만 심장병으로 시골에 요양을 온 에미를 만나면서부터 관계가 틀어진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달은 서로 다른 행동을 취하는 세 남녀의 모습 뒤에 빈번히 등장하며 이들의 엇갈린 사랑을 비교해 나간다. 뛰어난 그림 솜씨를 지닌 돈은 활활 타오르는 불을 화폭에 그려 넣으며 에미를 만나지 못하는 분노를 삭이고, 에미의 사랑을 의심하는 테츠야는 수술대 위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에 쉽게 칼을 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달을 보고 있다>는 부분적으로 보이는 무리한 설정들로 인해 정갈한 멜로 드라마로서의 매력을 상당수 잃어버렸다. 테츠야는 조직폭력배의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찾아내고, 돈은 가는 곳마다 지인을 만나 각종 역경을 헤쳐나가는 등 이야기 상의 허점이 영화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란도리 Laundry> <고 Go>의 쿠보즈카 요스케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테츠야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무간도 Infernal Affairs>의 소년 유견명으로 출연한 진관희가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이는 돈으로 출연한다. <같은 달은 보고 있다>의 연출은 <의리없는 전쟁 Battles without Honor and Humanity> <배틀 로얄 Battle Royale>로 유명한 후카사쿠 킨지의 아들인 후카사쿠 겐타가 맡았다.








앨빈과 슈퍼밴드
기본정보
감독 팀 힐
출연 제이슨 리, 로스 바그다사리언 주니어
네티즌평점
5점

8.80 (참여: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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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과 슈퍼밴드> - 다람쥐 밴드의 신나는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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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LA의 유명 음반사 로비. 도시 외곽 숲 속의 나무에서 살던 다람쥐 앨빈과 사이먼, 테오도르는 살던 나무가 잘려나가는 바람에 얼떨결에 음반사 로비에 놓인 트리 위에서 살게 된다. 어느날, 세 마리의 다람쥐는 음반사 사장에게 된통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작곡가 데이브의 가방으로 뛰어든다. 덕분에 데이브는 얼떨결에 세 마리의 다람쥐와 동거 생활을 하게 된다. 함께 살면서 세 마리 다람쥐의 음악적 재능을 알게 된 데이브는 이들을 ‘앨빈과 슈퍼밴드’라는 이름의 힙합 가수로 데뷔시키는데, 이들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런데 ‘앨빈과 슈퍼밴드’는 자신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은 데이브의 간섭을 귀찮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앨빈과 슈퍼밴드 Alvin and The Chipmunks>의 시작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로스 바그다서리언은 '앨빈과 칩멍크스 Alvin and The Chipmunks'라는 세 명의 다람쥐로 이루어진 밴드를 만들어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한다. '앨빈과 칩멍크스'는 쇼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발표한 노래는 그래미상까지 수상하며 빅 히트를 기록해 대중적인 팝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쇼 프로그램에서는 로스 바그다서리언이 데이브로 출연하고, '앨빈과 칩멍크스' 밴드의 세 다람쥐 앨빈과 사이먼, 테오도르는 인형으로 출연했다. 이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앨빈쇼> 시리즈가 1961년 가을 편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앨빈과 슈퍼밴드 Alvin and The Chipmunks>는 이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앨빈과 슈퍼밴드>는 귀여운 다람쥐 캐릭터와 통통 튀는 이야기 구조로 재미를 선사한다. 자신만만하고 겁 없는 리더 앨빈을 비롯, 머리 좋은 사이먼, 귀엽고 순수한 테오도르까지 눈길을 끄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기발한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앨빈과 슈퍼밴드의 연주와 노래는 잔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듯 더빙판에서는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희철, 신동이 가각 다람쥐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앨빈과 슈퍼밴드>는 겨울 방학 시즌 아이들을 위한 영화로는 훌륭한 선택이 될 듯하다.








메리 크리스마스
기본정보
감독 크리스티앙 카리옹
출연 다이앤 크루거, 벤노 퓨어만
네티즌평점
5점

9.28 (참여:269명)

기타정보

<메리 크리스마스> - 전장에 울려퍼지는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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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1차 세계 대전 중 독일과 프랑스, 영국 세 나라가 접전을 벌이는 한 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에서 1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영국군과 프랑스군, 독일군.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들은 잠시 서로를 향해 겨누던 총을 내려놓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한다.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 소속의 독일인 베테랑 테너 슈프링크(벤노 퓨어만)는 스코틀랜드의 팔머 신부 (게리 루리스)의 백파이프 반주에 맞춰 캐롤을 부른다.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위험한 전쟁터를 찾아온 소프라노 안나(다이안 크루거)도 연인과 호흡을 맞춰 캐롤을 불러 온기를 더한다. 음악에 취한 세 나라의 군인들은 임시 휴전을 맺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끽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보낸 세 국가의 군인들은 다음날부터 서로가 적군이라는 사실에 새삼 혼란을 느끼게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 Joyeux Noel>은 이브 뷔페토의 저서 [플랑드르와 아르투아의 전쟁 1914-1918]에 ‘1914년 믿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라는 소제목으로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간으로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재현해낸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은 군인들의 모습이 서정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한 편의 시처럼 표현된다.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이 몇 년 동안 철저한 준비 끝에 만든 <메리 크리스마스>는 2006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독일, 프랑스, 영국, 세 나라가 대치한 상황을 그린 영화답게 스탭도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2001년 <봄을 전하는 제비 Une Hirondelle A Fait Le Printemps, One Swallow Brought Spring>로 데뷔한 크리티앙 카리옹 감독은 프랑스 출신이며,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의 테너였던 슈프링크와 그의 연인 안나로 출연한 벤노 퓨어만과 다이안 크루거는 독일 출신. 프랑스군의 오드베르 중위 역은 프랑스의 기욤 카네가, 백파이프를 멋들어지게 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 팔머 신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게리 루리스가 맡아 영화의 컨셉을 충실히 살려낸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
기본정보
감독 에단 호크
출연 마크 웨버, 제시 해리스, 로라 린니
네티즌평점
5점

8.28 (참여:18명)

전문가평점
5점

6.00 (참여:1명)

기타정보

<이토록 뜨거운 순간> -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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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열네 살에 SF 판타지 <컴퓨터 우주탐험 Explorers>으로 데뷔해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얼라이브 Alive: The Miracle of the Andes>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와 같은 영화들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한 에단 호크는 그러나 배우 아닌 또 다른 꿈이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1996년 그는 꿈을 이루었다. 그가 태어난 뜨거운 도시 “‘텍사스’를 뜻하는 동시에 가장 뜨거운 감정 상태를 표현한” 제목의 책 [이토록 뜨거운 순간 The Hottest State]을 내놓은 것이다. 20대 에단 호크의 개인적 경험을 듬뿍 녹여 넣은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한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축으로 젊음의 열기와 혼란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마릴린 먼로, 제니스 조플린, 테네시 윌리엄스가 머물렀고 섹스 피스톨즈의 리더 시드 비셔스가 여자 친구인 낸시를 살해한 곳이기도 한 뉴욕의 전설적인 호텔, 첼시를 배경으로 한 디지털 영화 <첼시 호텔 Chelsea Walls>(2001)을 연출한 에단 호크는 다음 연출작으로 자신의 소설 데뷔작(이후 그는 또 다른 소설 [웬즈데이]를 내놓았다)을 선택했다.

텍사스 출신의 배우 지망생 윌리엄(마크 웨버)은 연기를 위해 삶의 터전을 뉴욕으로 옮긴다. 그리고 동네 바에서 가수 지망생 사라(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를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장난처럼 시작된 이들의 사랑은 윌리엄이 영화 촬영을 위해 떠난 멕시코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윌리엄과 그를 따라 멕시코로 향한 사라는 일주일 간 호텔 방에 틀어박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열기는 결국 식게 마련. 홀로 한 달간의 영화 촬영 일정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온 윌리엄은 사라의 눈빛이 예전 같지 않음을 감지한다. 홀로 있을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윌리엄을 밀어내는 사라와 그런 사라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 윌리엄. 뜨거운 순간은 잠시, 차디찬 냉기만이 남은 연인의 다툼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스무 살 청춘 남녀의 진한 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관계’에 대해 되묻는다.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사라 때문에 상처 입은 윌리엄은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아버지 빈스(에단 호크)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어머니 제시(로라 리니)도 만난다. 정서적 소통보다 육체적으로 더 끌렸던 예전 여자친구 사만다(미셸 윌리엄스)와도 다시 만날 시도를 한다. 여기에 늘상 삐걱거리기만 하는 사라와 그녀의 어머니가 또 다른 관계 축으로 등장한다. 열병 같은 사랑 이후 홀로 남겨진 윌리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 열정으로 꾸려지는 것이 아님을, 꽉 조여 서로를 안은 포옹만큼 적당한 거리를 둔 발걸음 사이에서도 생겨나는 것임을 조용히 깨닫는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스무 살 청년의 지독한 연애담, 이를 통한 지독한 성장통이다.

소설 속에서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났던 윌리엄과 사라는 영화로 옮겨와 멕시코로 여행지를 바꿨다. 에단 호크는 “파리의 로맨틱함도 좋지만, 이미지 안에서 ‘열기’가 느껴지게 하기 위해” 촬영지를 멕시코로 최종 선택했다. 그렇게 태어난 멕시코의 풍광은 원색 이미지와 더불어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더운 기운을 영화에 불어넣는다. 물론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멕시코의 풍광 이외에도 아름다운 영상들을 영화 곳곳에 쟁여두고 있다. 또한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작곡한 제시 해리스가 만들어낸 음악 선율들은 때론 감미롭고 때론 격정적으로 영화를 뒤흔든다. <첼시 호텔>에 출연한 바 있는 마크 웨버가 또 다시 에단 호크와 호흡을 맞춰 윌리엄을 연기했고, 조슈아 마스턴 감독의 <기품 있는 마리아 Maria Full of Grace>에 출연한 콜럼비아 출신 배우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가 사라를 연기했다. 에단 호크는 윌리엄의 아버지 빈스로 등장한다.








택시 블루스
기본정보
감독 최하동하
출연
네티즌평점
5점

8.00 (참여:3명)

기타정보
<택시 블루스> - 서울의 우울한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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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7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는 감독이 직접 택시 운전사로 일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며 사납금을 채워야 했던 최하동하 감독의 고군분투와 온갖 추태를 일삼는 승객들의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있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은 한 평 남짓한 택시 안. 술에 취한 승객들은 자신의 집이 어딘지 모른 채 중얼거리며,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최하동하 감독이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구타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괜한 시비를 거는 남자들이 있는가 하면, 성형수술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여자들도 있다. 최하동하 감독은 그저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서울의 거리를 달리고 또 달린다.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일주아트하우스작가지원 펀드로 만들어진 <택시 블루스>의 제작 방식은 약간 특이하다. <택시 블루스>는 카메라를 택시 안에 설치 한 뒤 승객의 동의를 구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됐지만, 승객이 촬영 허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엔 배우들을 통해 이를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건과 사고를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택시 블루스>는 기존 다큐멘터리 문법에 다소 어긋나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최하동하 감독이 선택한 이 방법은 택시를 타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최상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최하동하 감독이 택시 운전을 통해 경험한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처제와 가진 부정을 최하동하 감독에게 자랑 삼아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남편과 더 이상 못살겠다며 시어머니에게 울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택시 블루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만 고집했더라면 담아내지 못했을 장면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최하동하 감독은 <택시 블루스>를 촬영하기 위해 택시 운전사가 된 사람이 아니라, 택시 운전을 하다 영화를 기획하게 된 사람이다. <택시 블루스>에는 다양한 화각으로 찍은 승객들의 모습 이외에도 택시 기사로서의 울분과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반적인 택시 기사들은 하루 10만여 원의 사납금을 택시회사에게 건네주고 나면 생계조차 불가능한 실정. 최하동하 감독은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도 초과근무를 이어나가고, 일이 끝난 후에도 택시처럼 작은 방안에서 잠을 청하며 힘겨운 하루를 마감한다. 장거리 고객이 많은 장소를 다른 택시기사에게 말해주면 안 된다는 최하동하 감독의 고백, 악덕 사주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분신 자살을 감행하는 다른 택시 운전기사의 모습이 영화의 중간중간에 파고드는 것은 물론이다.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단관 개봉하는 <택시 블루스>는 올 겨울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슬픈 영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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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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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색즉시공 시즌2> - 더욱 노골적인 풍기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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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만년 고시생 은식(임창정)은 수영부 선수 경아(송지효)를 새로운 여자친구로 맞아들였다. 법전보다 성에 관심이 많은 은식은 경아에게 줄곧 잠자리를 요구하지만, 경아가 동의하지 않아 매일 가슴만 태우며 살아간다. 한편 은식의 친구 성국(최성국)은 차력동아리를 접고, ‘K-1 이종격투기’ 동아리를 창설한다. 은식의 불평불만을 들은 성국은 부원들과 함께 은식을 도우려 애쓰지만, 경아의 눈총만 살뿐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루라도 바람 잘날 없던 은식과 경아 커플 사이에 검사 출신의 기주(이상윤)가 나타나면서, 은식은 경아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받는다. 급기야 경아의 어머니(김청)가 은식을 찾아와 경아를 그만 만나달라고 부탁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학생 은식의 좌충우돌 성생활기 <색즉시공>이 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시즌 2’라는 꼬리표를 단 이번 영화는 전국 40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전작을 벤치마킹하듯 여배우들의 과감한 노출과 화장실 코미디로 전반을 구성하고 눈물 코드로 후반을 마무리하는 구성을 보인다. 전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노출의 강도는 세어지고, 지저분했던 화장실 코미디는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것. 또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썸>의 송지효가 임창정의 상대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색즉시공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섹스코미디를 표방하는 <색즉시공> 시리즈의 매력은 단순 명료하다.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노골적인 볼거리들로 관객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 <색즉시공 시즌2>는 수영장과 해수욕장을 무대로 빈번한 노출신을 등장시키고, 새로운 남녀의 출연으로 위기를 맞는 은식-경아 커플, 성국-유미(유채영) 커플의 한바탕 소동으로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나간다.

<색즉시공 시즌2>의 주연배우는 분명 임창정과 송지효지만, 조연으로 등장하는 최성국과 신이 그리고 유채영이 ‘오버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내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간다. 특히 난폭한 언어를 구사하는 수영부 감독 유미 역의 유채영은 <색즉시공 시즌2>의 웃음제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종격투기 동아리와 수영부가 함께 떠나는 합숙훈련 장면, 대학교과 술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들,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종격투기 장면은 은식과 경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별개로 진행돼 아쉬움을 남긴다. 여성의 시선을 철저히 배제한 채 남성 위주의 성적 판타지로 이야기를 직조하고, 트랜스젠더 등 성적소수자를 코미디의 소재로 가볍게 다뤘다는 것은 <색즉시공 시즌2>가 모든 이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섹스코미디로서의 한계를 보여준다.








<싸움> - 남녀상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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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불 같은 연애 후 결혼에 골인한 곤충학 교수 상민(설경구)과 유리공예가 진아(김태희). 하지만 이들의 호시절은 오래 가지 않는다. 남의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상민의 무신경한 태도는 진아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고, 결국 상민과 진아는 성격 차이로 이혼을 택한다. 홀로서기 후 각자의 길을 가던 상민은 문득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괘종시계의 금색 추를 진아가 가져가 버린 것인데. 감정의 앙금이 여전한 상태에서 이들은 재회하고, 결국 진아는 상민에게 폭발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시작. 번화한 쇼핑몰 광장에서 대치 중인 두 남녀를 호기심 어린 스테디 캠이 훑는다. <싸움>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두 남녀의 육박전을 기대하게 할 무렵, 남자는 여자에게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을 한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그 이후부터. 얼마 후 이혼을 택한 두 남녀의 관계를 살벌하기 짝이 없고, 결국 이들은 생사를 건 전쟁의 길로 접어든다. <찜> <하루> 그리고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TV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지승 감독이 연출한 <싸움>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Mr & Mrs. Smith>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터너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부부로 출연하는 <장미전쟁 The War of the Roses>을 떠올리게 한다. 위 두 영화처럼 한지승 감독은 <싸움>을 통해 남녀간의 싸움을 또 하나의 소통의 형태이자 사랑 표현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로맨틱 드라마에 일갈한 한지승 감독의 실력은 <싸움>에서도 여전하다. 설경구와 김태희라는 배우의 매력과 장점들에서 기초한, 실제 두 연인의 마음 속에 있을 법한 심리를 자유자재로 뽑아낸다. '하드보일드 액션코미디'라는 거창한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싸움>에서 두 남녀가 벌이는 싸움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 그러나 상대를 향한 반응이 이토록 과한 이유는 그만큼 상대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을 더 이상 화합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밀어 넣은 영화는 이후 둘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그러나 <싸움>은 지나치게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에만 의존한다. 줄기차게 싸워대며 등을 돌린 두 주인공이 극 말미 화해하게 되는 과정과 결말은 뜬금없이 보일 정도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PPL은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과도, 과다하다.

설경구와 김태희의 연기 호흡은 나쁘지 않다. 상민 역의 설경구는 로맨틱 드라마 <사랑을 놓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등과는 또 다른 생활인 연기를 편하게 보여준다. 영화 데뷔작 <중천>으로 몰매를 맞았던 김태희의 연기도 이번에는 그럭저럭 합격 점을 받을만하다. 문제는 둘 사이의 화학반응의 부재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듯한 능구렁이 상민과는 달리 김태희의 진아는 왠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사랑과 결혼, 헤어짐과 이혼 그리고 그 후 폭풍을 연기하기에 김태희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








<나는 전설이다> - 살아남은 자의 절대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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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2012년, 핵전쟁으로 전 세계가 폐허가 된 가운데 휘황찬란하던 뉴욕 거리도 다 타버린 건물들의 잔해만 남아 있다. 전 인류가 멸망한 듯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거리에 스테이션왜건을 타고 질주하는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다.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 과학자로 일했던 그는 자신이 지구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일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면서도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매일 라디오 방송을 송신한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나타난 흡혈귀들로 가득하다. 야행성인 흡혈귀들의 위협을 피해 낮에는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질주하고 밤에는 애타게 라디오 방송을 송신하는 네빌. 3년간 애타게 무선 라디오 방송을 송신한 결과, 네빌은 또 다른 생존자들과 만나게 되지만 미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네빌에게 남겨진 숙제는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어 인류의 미래를 이어가는 것. 지구와 인류를 위해 네빌은 인류 최후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묵시록적인 종말론을 다루고 있는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가 세 번째로 영화화됐다. SF 공포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The Night of the Living Dead>나 <28일 후 28 Days Later…> 등의 좀비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준 작품. 1964년 우발도 라고나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 최후의 생존자 The Last Man on Earth>과 보리스 사갈 감독이 연출한 1971년작 <오메가 맨 The Omega Man>에 이어 <콘스탄틴 Constantine>의 프랜시스 로렌스가 매드슨의 전설적인 공포소설을 다시 영화로 옮겼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원작소설이 지닌 암울하고 고독한 종말론의 기운과 홀로 남은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 세계를 SF 블록버스터의 외형과 공존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전의 두 편이 표현해내지 못한 폐허의 거리를 완벽하게 묘사한 <나는 전설이다>는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도시라 할 수 있는 뉴욕을 마치 19세기의 황량한 서부처럼 바꿔놓았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로 원작의 시각적 상상력을 화면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문제는 리처드 매드슨이 이전 작품들에 대해 지적했던 것처럼 주인공이 느끼는 절대 고독을 얼마나 무게감 있게 표현하느냐다. 정식 개봉 전 가진 시사 결과, 평론가들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내 관객들은 12월 12일부터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파리에서> -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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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여기 형제가 있다. 형 폴(로맹 뒤리스)은 한 여자와 진지하게 연애하는 타입이고 동생 조나단(루이 가렐)은 쉽게 여자들과 만나 부담없이 노는 바람둥이 스타일이다. 그런데 폴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골에서 함께 살던 안나(조아나 프레이스)와 크게 다툰 뒤 헤어져 아버지와 동생 조나단이 사는 파리로 돌아온다. 실연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우울증에 빠져 방구석에 박혀 있는 폴을 보다 못한 동생 조나단이 형을 데리고 파리 시내로 나간다.

<파리에서 Dan Paris>는 판이하게 다른 형제의 사랑 이야기를 경쾌한 톤으로 풀어놓는다. 한 여자와 진지하게 사랑하고 헤어진 후에는 그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형 폴과 여자들을 쉽게 만나 가볍게 즐기고 쉽게 헤어지는 동생 폴의 사랑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사에 너무 진지한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 조나단의 이야기와 언제나 장난스럽고 가볍기만 한 동생을 이해하기 어려운 형 폴 사이의 간격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차차 좁혀져간다. 이처럼 <파리에서>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발랄하게 풀어낸다.

삶의 태도가 완전히 다른 두 형제의 이야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빛난다.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바르셀로나 대학의 기숙사에서 문화 충돌을 겪는 내용의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The Spanish Apartment>와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De battre mon coeur s'est arr?t?>에서 열연한 로맹 뒤리스는 우울한 표정으로 실연의 아픔에 고통받는 폴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 The Dreamers>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루이 가렐이 쉽게 연애하고 쉽게 헤어지는 가벼운 남자 조나단을 맡아 로맹 뒤리스와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영화를 경쾌하게 이끌어나간다. <파리에서>는 <사랑의 노래 Les Chansons d’Amour>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한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영화로, 그 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소개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 버려진 아기의 부모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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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세 명의 노숙자가 크리스마스에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탕진한 긴(에모리 토루), 아름답지 못한 외모로 클럽에서 버림받은 하나(우메가키 요시아키), 십대 가출소녀 미유키(오카모토 아야)는 먹을 것을 찾아 사방을 헤집고 다니던 중 추위 속에 떨고 있는 갓난 아이를 발견한다. 이들은 갓난 아이에게 키요코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를 버린 이유를 듣기 위해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키요코와 함께 한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어렵게 찾은 키요코의 집은 이미 흔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폐허가 돼버렸고, 긴과 하나 그리고 미유키는 아이를 병원에서 훔친 유괴범으로 오해를 사게 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키요코의 부모 찾기를 멈추지 않은 노숙자 3인방은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기적을 만나게 된다.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파프리카 Paprika>의 곤 사토시 감독이 연출을 맡은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Tokyo Godfathers>(이하 ‘크리스마스’)은 버려진 아이의 부모를 찾아나선 세 노숙자의 여정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는 일본 도쿄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노숙자 3인방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가는 이들의 행보가 우연의 연속으로 진행돼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도박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을 떠난 긴은 우연히 사랑하는 자신의 딸인 키요코(<크리스마스>에는 총 3명의 키요코가 등장한다)를 만나고, 미유키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조직폭력 암살사건에 휘말려 인질로 끌려간다. 또한, 하나가 도로에서 잡는 택시운전사는 언제나 같은 사람인데,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설명되기 힘들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지만, 곤 사토시 감독은 크리스마스라는 들뜬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련의 사건들을 매끄럽게 봉합시키는 연출력을 과시한다. 긴과 하나 그리고 미유키가 가진 각각의 사연들이 ‘키요코 부모찾기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점도 <크리스마스>의 구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부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현실에 있을 법한 판타지로 풀어내 그 감동을 더한다. <크리스마스>는 TV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의 노부모토 케이코가 극본을 맡았으며, 빼곡한 간판이 들어찬 현대 도쿄의 모습은 TV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매드하우스’가 만들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우리 동네엔 괴짜 할머니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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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18세의 소녀 미츠코(호리키타 마키)에게 고난이 닥친다. 지병을 앓던 어머니가 숨을 거두고, 아버지 사토루(야쿠쇼 코지)가 아무런 말없이 사라져버린 것. 미츠코는 홀로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츠코는 아버지가 동네의 괴짜 여인 유리(스즈키 쿄카)와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유리는 온갖 악취를 풍기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기이한 행동을 일삼아 오랫동안 미츠코의 혐오 대상으로 손꼽혀온 사람. 하지만 사랑하는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유리가 살고 있는 저택을 찾아간 미츠코는 유리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알 수 없는 포근함을 느낀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Argentine Baba>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나선 미츠코가 괴짜 할머니 유리를 만나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여유를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 [아르헨티나 할머니 Argentine Baba]의 삽화를 그렸던 요시토모 나라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와 엔드 크레딧을 담당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원작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는데 주력한다. 유리가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빌딩’은 허허벌판에 위치해 신비스런 느낌을 자아내며, 파스텔 톤으로 촬영된 영화의 색감은 원작이 가진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는 주인공 미츠코가 치료원에서 일하며 짝사랑을 시작하는 등 소소한 설정의 차이만 있을 뿐, 상처를 치유해가는 미츠코의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원작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다 보니, 이야기가 기복 없이 전개돼 지루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 또한 과도하게 사용된 탱고 음악이나 예쁘장하게만 그려진 유리의 모습은 원작과 그 차이가 상당해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CF 감독 출신인 나가오 나오키 감독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와 소통을 유려한 화면 속에 그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원작의 담백한 태도까지는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배우로 손꼽히는 야쿠쇼 코지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두려움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끼는 사토루 역을 톡톡히 소화해내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Always - Sunset on Third Street>의 호리키타 마키가 아르헨티나 빌딩의 일원이 되어가는 미츠코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다즐링 주식회사> - 콩가루 형제의 자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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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아버지 장례식 이후 1년 동안 연락도 않던 삼형제가 난데없이 인도 열차(‘다즐링 주식회사’라 불린다)에 몸을 실었다. 맏형 프랜시스(오언 윌슨)의 제안으로 인도로 향한 피터(애드리안 브로디)와 잭(제이슨 슈왈츠먼). 오토바이 사고로 만신창이가 프랜시스와 임신한 아내와 이혼하고 싶은 피터, 별 죄책감 없이 매일 여자 친구의 음성사서함을 엿듣는 잭은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다. 이들 여행에 붙여진 이름은 일명 ‘참된 나를 찾기 위한 영적 순례’. 하지만 ‘영적 순례’에 동참하기엔 이들 형제는 철딱서니가 너무 없다.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밟고 왔다는 프랜시스는 여전히 제멋대로 동생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압하고 아버지 유품을 멋대로 쓰고 있는 피터는 소심증 안에 과격한 속내를 품고 있다. 거기다 잭은 열차 여승무원을 꼬시느라 여념이 없다. 열차 위에서 쉬지 않고 갖은 사고를 치던 삼형제. 결국 이들은 기차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문제 삼형제의 인도 여행기 <다즐링 주식회사 The Darjeeling Limited>는 이 지점에서 또 다른 여행을 마련해두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이 든 가방 11개를 이고 지고 걷던 이들은 우연히 인도 소년들의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그곳에서 한 소년의 죽음과 만난다. 소년의 장례식을 위해 한 마을에 머물게 된 삼형제는 이어 어머니가 머물고 있는 인도 오지의 수도원을 방문하면서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몸은 어른이나 정신은 철부지인 삼형제의 ‘정서적 성장담’,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지 못하던 형제의 ‘마음 허물기 과정’이다. 전작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으로 ‘콩가루 가족’에 관한 유쾌한 기록을 남긴 웨스 앤더슨 감독은 “기차 여행을 하는 삼형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다즐링 주식회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본가 로만 코폴라와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Rushmore>로 인연을 맺은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과 함께 인도 기차여행을 하며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직접 경험한 여행담이 묻어 있는 탓에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도 열차여행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와 흥미로운 사건이 가득하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빛나는 삼형제의 좌충우돌 또한 자잘한 웃음을 만들어내며 영화에 생기를 더한다. 하지만 다소 과장된 설정 역시 적지 않다. 삼형제가 철이 드는 계기가 되는 인도 소년의 죽음은 앞뒤 사건과 어떤 연관 고리도 찾을 수 없이 급작스럽고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가방을 비롯, 여러 영화적 상징들이 직설적으로 영화의 주제를 대변한다. 또한 기승전결의 또렷한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는 이야기 줄기는 자칫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항상 얼굴을 내미는 ‘웨스 앤더슨 사단’은 <다즐링 주식회사>에도 여전하다. 웨스 앤더슨과 대학 때부터 인연을 쌓아온 오언 윌슨과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이후 줄곧 친구로 지내온 제이슨 슈왈츠먼이 각각 맏형과 막내를 연기하고,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로얄 테넌바움>은 물론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에서도 웨스 앤더슨과 함께 한 빌 머레이가 깜짝 등장했다. <로얄 테넌바움>과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의 안젤리카 휴스턴 역시 삼형제의 엄마로 잠시 얼굴을 비춘다. 반면 웨스 앤더슨이 “오래 전부터 언젠가 꼭 한번 영화 작업을 함께 하고 싶었다”는 애드리언 브로디는 <다즐링 주식회사>로 처음 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또 <다즐링 주식회사>의 ‘영화 속 영화’ 혹은 ‘번외편’으로 볼 수 있는 단편 <호텔 슈발리에 Hotel Chevalier>에는 ‘잭’ 제이슨 슈왈츠먼과 나탈리 포트먼이 함께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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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2. 6. 10:29

7.09/10
33명 참여
스타트 포 텐
감독  : 톰 본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앨리스 이브, 레베카 홀
상영시간  :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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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10
299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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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
시사회·이벤트
감독  : 아담 쉥크만
출연  : 니키 브론스키, 존 트라볼타, 퀸 라티파,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켄, 아만다 바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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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 참여
6.00/10
1명 참여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감독  : 에릭 라티고
출연  : 알랭 샤바, 샬롯 갱스부르
상영시간  :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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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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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조미, 모토키 마사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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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2007년 12월 07일
0.00/10
0명 참여
더 펫
감독  : D. 스티븐스
출연  : 피에르 둘렛, 안드레아 에드먼슨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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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스타트 포 텐> - 지적이고 위트 넘치는 영국산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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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어릴 때부터 퀴즈쇼에 열광했던 브라이언 잭슨(제임스 맥아보이)은 브리스톨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쇼 유니버시티 챌린지(University Challenge) 준비를 위한 클럽에 가입한다. 브라이언은 그곳에서 앨리스(앨리스 이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브리스톨 대학 팀은 필기 시험과 인터뷰를 거치면서 최종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고, 브라이언은 앨리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대회를 준비한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교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행동주의자 레베카(레베카 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앨리스와는 다른 감정으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간다.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타트 포 텐 Starter For 10>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학문에 열중하고 사랑에 눈뜨는 대학생 시절을 낭만적으로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감독인 톰 보그한과 원작자인 데이비드 니콜스는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된 브리스톨 대학을 함께 다닌 대학 동기 사이. 자신들이 대학을 다닌 1980년대 영국 대학의 학구적인 분위기와 순수한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퀴즈쇼를 영화의 중심에 놓고 퀴즈쇼에 참가하려는 대학생들의 순수한 학문에의 열정과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실수, 대학생다운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In Between Days' 'Love Song' 등 더 큐어의 노래를 비롯한 1980년대 영국의 유명 팝송들은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내는데 단단히 한몫을 해낸다.

해외 언론들은 이 지적이고 세련된 영국산 로맨틱 코미디에 호평을 쏟아냈다. “<스타트 포 텐>은 훌륭한 시나리오와 세련된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삼박자가 어우러진 웰 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다”라는 [시카고 트리뷴]의 평부터 “1980년대를 향한 유쾌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지나간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는 낡은 선입견을 깰 만큼 발랄하고 지적이며 위트가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에 이르기까지 해외 언론들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이 주를 이뤘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고른 연기가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 The Wordrobe>과 <어톤먼트 Atonement> <라스트 킹 The Last King of Scotland>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등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영국 배우 제임스 맥아보이가 지적인 욕구를 가진 노동계급 출신 브라이언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영국의 유명 중견 배우 피터 홀의 딸이기도 한 레베카 홀이 행동주의자 레베카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역시 영화배우인 부모를 둔 앨리스 이브는 사회자가 되고 싶어 퀴즈쇼 참가를 원하는 금발의 앨리스로 분해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헤어스프레이> - 원작보다 귀엽고 깜찍하고 신나는 뮤지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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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1960년대의 미국 볼티모어. 고등학생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남들이 놀릴 정도로 뚱뚱한 체격을 지니고 있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헤어스프레이로 잔뜩 부풀린 최신 헤어스타일을 고집하고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10대 소녀이기도 하다. 트레이시의 유일한 취미는 볼티모어 WYZT방송국의 인기 댄스 쇼 ‘코니 콜린스 쇼’를 보며 열광하는 것.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해 최고의 댄싱 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트레이시의 꿈이다. 여느 때처럼 친구 페니(아만다 바인즈)와 함께 코니 콜린스 쇼를 보던 트레이시는 코니 콜린스 쇼에서 새 출연진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는다. 트레이시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아빠(크리스토퍼 워큰)와 엄마(존 트라볼타) 그리고 친구들이다.

1960년대는 아직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기. 코니 콜린스 쇼에서 흑인 출연자를 볼 수 있는 것도 한 달에 한 번뿐이다. 트레이시는 흑인 친구 시위드(일라이저 켈리)와 친해지면서 흑인들의 춤에 빠지기 시작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자 코니 콜린스 출연자 중 한 명인 링크(잭 에프런)와 쇼 진행자 코니 콜린스(제임스 마스덴)의 관심을 끈 트레이시는 시위드의 도움으로 당당히 코니 콜린스 쇼에 입성한다. 하지만 미스 볼티모어 출신으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벨마(미셸 파이퍼)와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 중인 딸 앰버(브리트니 스노우)는 트레이시를 쇼에서 쫓아내려 한다. 하지만 트레이시의 목표는 단순히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흑인 출연자는 한 달에 한 번만 출연하게 돼 있는 인종차별적 규정을 없애는 것이 트레이시와 친구들의 새로운 목표다. 벨마와 앰버는 트레이시가 미스 헤어스프레이 선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음모를 꾸미고, 트레이시와 가족, 친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헤어스프레이 Hairspray>는 존 워터스 감독의 1988년작 영화와 이를 토대로 제작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뮤지컬보다는 극영화에 가까웠던 원작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의 특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2007년작 <헤어스프레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극 중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뮤지컬에서 가져왔다. 노래와 춤에 큰 비중을 둔 탓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그랬던 것처럼 <헤어스프레이> 리메이크 버전에도 원작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 캐릭터와 장면들이 나오지 않는다. 뮤지컬 각본을 썼던 토마스 미핸과 마크 오도넬의 초안은 <미세스 다웃파이어 Mrs. Doubtfire>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의 레슬리 딕슨이 각색했고, 댄서 출신이자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웨딩 플래너 The Wedding Planner> <스텝 업 Step Up>의 아담 섕크먼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원작 영화와 뮤지컬의 장점을 영리하게 결합한 <헤어스프레이>는 원작의 명성을 결코 훼손시키지 않는 출중한 완성도를 선보인다. 원작 영화보다 훨씬 순진하고 발랄하며 뮤지컬적인 분위기로 제작된 <헤어스프레이>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트레이시가 발산하는 밝은 에너지다. 캐스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레이시 역의 니키 브론스키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노래와 춤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작품의 톤과 색채를 대변한다. 조연들의 캐스팅도 적확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남자배우가 연기하는 에드나 역의 존 트라볼타와 악역으로 분한 미셸 파이퍼는 영화의 양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처럼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아담 쉥크먼 감독의 연출력은 단연 발군이다. 적절한 과장의 한계 내에 위치한 캐릭터들과 선악의 분명한 대립, 비현실적인 극적 구성을 하나의 쇼로 변화시키는 춤과 노래,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복고풍 의상과 세트 등 아담 쉥크먼 감독은 <헤어스프레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완벽하게 조화시킨다. ‘바바리맨’으로 등장하는 존 워터스 감독이나 원작영화에서 니키 역을 맡았던 리키 레이크 등의 카메오 출연도 흥미롭다. 간단히 말해, <헤어스프레이>는 <물랑루즈 Moulin Rouge> <시카고 Chicago> <드림걸즈 Dreamgirls>와 함께 2000년 이후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데스 센텐스> -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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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보험회사의 중역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닉(케빈 베이컨)은 아들 브랜든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갱단을 만난다. 갱단은 아무런 이유 없이 브랜든을 살해하고, 닉은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아들을 떠나 보낸다. 얼마 후 경찰과 함께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물색하던 닉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범인에게 가벼운 형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닉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고 자신이 직접 범인을 응징하기로 마음 먹는다. 한편 갱단의 두목 빌리(가렛 헤드룬드)는 자신의 친동생인 조(매트 오레이리)가 닉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닉의 남은 가족들마저 위협하기 시작한다.

<쏘우 Saw>의 제임스 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범죄소설가 브라이언 가필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데스 센텐스 Death Sentence>는 갱단에게 몰살당한 가족을 위해 복수를 감행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중년 남성 닉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직접 처단하지만 닉이 살해한 인물은 갱단 보스 빌리의 친동생으로,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닉이 아들과 아내를 차례로 잃고, 빌리가 친동생과 조직원을 떠나 보내면서 이들의 활극은 점차 강도를 더해간다. 총기 사용법 조차 알지 못했던 닉이 일개 갱단과 홀로 맞선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가족을 잃은 분노와 복수에 초점을 맞춘 탓에 닉의 고군분투는 사뭇 비장하게 그려진다.

<데스 센텐스>는 복수를 소재로 액션과 드라마 사이를 아슬하게 오가는 작품이다. 주인공 닉이 갱단에게 쫓기며 5층짜리 주차 건물을 넘나드는 장면이나, 산탄총과 권총을 바꿔가며 갱단과 싸움을 벌이는 마지막 총격신은 액션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발산한다. 닉의 부성애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의 초반부, 화목했던 가정의 모습을 그리는데 상당부분 러닝 타임을 할애한 것도 드라마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임스 완 감독의 계산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복수를 복수로 맞서려는 닉을 말리지 않는 담당 경찰관, 닉의 눈물 어린 호소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둘째 아들, 자신의 아들을 죽여달라며 총기를 건네는 빌리의 아버지 등 현실적이지 못한 캐릭터가 즐비해 있어 날카롭게 세공된 복수극을 보는 느낌은 아니다. 배우들도 케빈 베이컨 만이 자신의 몫을 성실히 수행할 뿐, 조연 배우들은 상투적이고 과장된 연기가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 로맨스와 가족애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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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잘 나가는 향수 코디네이터 루이스(알랭 샤바)가 가진 딱 한가지 흠. 그것은 바로 그가 싱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의 어머니와 여섯 여자 형제의 생각일 뿐. 루이스는 싱글을 ‘축복’이라 여길 만큼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좋아하는 가족들은 루이스를 장가보내기로 결심한다. 맘에도 없는 선을 보느라 고생하던 루이스. 그는 결국 '가짜 애인'이라는 묘안을 생각해내기에 이른다. 그렇게 루이스의 절친한 친구 동생인 엠마(샬롯 갱스부르)가 루이스의 새 애인이 된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Prete-Moi Ta Main>은 루이스와 엠마의 가짜 연애, 가짜 결혼이 어떻게 ‘진짜’가 되어가는지, 그 좌충우돌을 유쾌한 필치로 담아낸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현실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로맨틱코미디의 소재로 가짜 연애만큼 흔한 것도 없을 터.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흔한 소재를 가져오는 대신 이를 흔하지 않게 요리하기 위해 최선을 기울인다. 루이스의 시끌벅적한 가족들이 이런 ‘대안’의 한 방편으로 채택된 인물들. 루이스의 인생을 제멋대로 관리하는 여섯 여자 형제와 어머니는 루이스와 엠마의 연애를 흥미진진하게 엮어가는 힘이 되는 존재들이 된다. 여느 로맨틱코미디들이 남녀 주인공의 변화무쌍한 감정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그렇게 주변 인물들과 남녀 주인공이 벌이는 좌충우돌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로맨틱코미디인 동시에 가족 드라마의 색깔을 함께 띠기도 한다.

가족애에 관한 영화의 관심은 루이스의 가족만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하는 엠마는 싱글이지만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하는 인물. 이를 통해 영화는 가족을 꾸리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한 루이스가 아이와 가족이라는 존재에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요란하지만 사랑스러운 루이스 가족과 가짜 연애에 푹 빠진 두 주인공의 좌충우돌이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여느 로맨틱코미디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교과서’ 같은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가짜 연애가 진심으로 변하는 순간의 ‘진심’이 관객을 진심으로 울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영화의 이러한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탓이다.

사랑과 가족애 모두를 지닌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박스오피스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해 11월 자국 프랑스에서 개봉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프랑스에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흥행 성적에는 배우들의 몫도 한 몫 차지했다. <21 그램 21 Grams> <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레밍 Lemming>의 샬롯 갱스부르와 <타인의 취향 Le Gout des Autres> <수면의 과학>에 출연한 배우이자 코미디 영화 <디디에 Didier>의 감독인 알랭 샤바 모두 프랑스가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알랭 샤바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상하이의 밤> - 상하이에선 사랑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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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상하이의 밤 The Longest Night in Shanghai>은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일본인 남자와 중국인 여자가 단 하룻밤 동안 벌이는 러브 스토리다. 일본인 남자 미즈시마는 유명인들과 화려한 삶을 살아가던 일본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로 상하이에 오게 된 그는 과격한 여자 중국인 택시 운전사 린시를 만나 얼렁뚱땅 하루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서로 말 한 마디도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아름다운 상하이의 야경과 함께 점차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일본, 중국 합작의 <상하이의 밤>은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을 연출한 중국의 장 이바이가 연출을 맡았다. 감독의 이력을 반영하듯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꽤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하며, 포강반점, 포동지구, 그랜드 하얏트 상하이, 코튼 클럽 등 상하이의 주요 관광 명소들이 아름답게 보여진다. 그러나 고속 촬영과 영화 내내 계속되는 사운드트랙이 극의 흐름을 끊을 정도로 남발되는 것은 옥에 티다. 중, 일 합작 영화 답게 남, 녀 주인공은 일본과 중국의 대표급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미즈시마 역은 <으랏차차 스모부 Sumo Do, Sumo Don't> <쌍생아 Gemini>의 모토키 마사히로가, 린시 역은 TV 드라마 <황제의 딸>과 <소림축구 Shaolin Soccer>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조미가 연기하며, <비밀의 화원 My Secret Cache> <워터보이즈 Waterboys>의 니시다 나오미와 다케나카 나오토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더 펫> - 애완인이 되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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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시장에서 꽃을 팔며 간간히 생계를 유지하던 젊은 여인 메리(안드레아 에드먼슨)는 우연히 백만장자 필립(피에르 둘렛)을 만나면서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몇 번의 데이트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 애완 동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집세를 낼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메리는 자신의 애완인이 되어 주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필립의 충격적인 제안을 받는다. 필립이 제안한 애완인이란 동물처럼 옷을 입지 않고, 걸어 다니는 대신 동물처럼 기어 다녀야 하며, 주인의 명령에 충직하게 따르는 것. 경제적인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인 메리. 메리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필립의 애완인으로 살아야 한다.

<더 펫 The Pet>은 사람을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다. 국내 케이블방송이 제작한 오락 프로그램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에서도 다루어진 소재지만, <더 펫>의 애완인 프로젝트는 한층 수위를 높였다. D. 스티븐슨 감독은 주인의 명령에 완벽하게 복종하는 진짜 애완동물 같은 애완인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영화 속 애완인은 주인의 명령이라면 알몸으로 눈밭을 뛰어다니는 일도 마다할 수 없고, 동물의 우리 같은 철창 속에 갇혀 자야 하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치고 더 이상 진보된 생각은 보여주지 않는다.

6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애완인이 된 메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처럼 변해가며 인간으로 되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설정은 자극을 넘어 억지스러운 수준이다. 필립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메리가 변화했다는 대사가 연이어 반복될 뿐 인간임을 포기하는 메리의 심리 상태는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메리의 나체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등 선정적인 화면 연출에 더 치중한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나라들을 나열하는 결말은 뜬금없이 느껴질 정도다. 애완인이라는 도발적인 소재에서 출발한 <더 펫>은 사도마조히즘적인 쾌감을 얻으려는 필립과 메리의 이야기를 넘어서 인신매매라는 소재까지 끌어들이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만다. <더 펫>은 무리한 주제의 확대와 어설픈 인물 묘사, 촘촘하지 못한 이야기 구성으로 소재가 갖고 있는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효과를 반감시키며 어정쩡한 영화에 머물고 마는 우를 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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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1. 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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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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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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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더 리드> - 언제나 마음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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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전직 프로 댄서 출신으로 고급 볼룸 댄스 학원을 운영 중인 피에르 둘레인(안토니오 반데라스). 어느날 밤 피에르는 교장 선생님 제임스(알프레 우다드)의 차를 부수는 흑인 고등학생 록(롭 브라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다음날 이 공립고등학교로 찾아간 피에르는 무작정 무급 댄스 교사 자리를 제임스에게 요청한다. 제임스는 반신반의하며 그에게 자리를 내주지만, 제임스를 포함한 모든 동료 교사들은 이 수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힙합과 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도 볼룸 댄스는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그러나 피에르는 열정과 진심을 담아 그들에게 볼룸 댄스를 가르치고, 이 진심은 점차 그들에게 전달되기에 이른다.

<테이크 더 리드 Take the Lead>는 <시스터 액트 Sister Act> <위험한 아이들 Dangerous Minds>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시드니 포이티에 주연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실존 인물인 피에르 둘레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미국 뉴욕 빈민가의 한 고등학교. 마약 거래와 총질이 난무하는 이곳에 피에르는 볼룸 댄스를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테이크 더 리드>의 시작은 앞에 이야기한 모든 영화들의 그것과 같다. 당연하다. 힙합과 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탱고, 차차차, 룸바 같은 볼룸 댄스가 마음에 들리 만무다. 그러나 점차 이들은 요상한 볼룸 댄스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결국 춤과 함께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에 이른다. 삶에서 낙오되는 것이 아닌, 삶의 주도권을 잡아 가는 것. 다름 아닌 <테이크 더 리드>의 주제다. <맘보 킹 The Mambo Kings> <에비타 Evita> 등에서 멋진 춤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테이크 더 리드>에서 녹슬지 않은 그의 춤실력을 발휘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리즈 프리드랜더가 연출한 <테이크 더 리드>는 그의 이런 이력을 반영하듯 빠르고 역동적인 편집과 촬영이 인상적인 댄스 장면은 돋보인다. 그러나 외형적인 완성도에 비해 내실은 살짝 처지는 편. 내러티브나 극 전개, 캐릭터 설정 등은 다소 구태의연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우리동네> -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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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서울 어느 변두리 동네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담당한 강력반 반장 재신(이선균)은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해 바짝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재신의 친구이자 인기 없는 추리 소설 작가 경주(오만석)는 새로 쓴 추리 소설을 출판사에 들고 갔다가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모욕만 당하고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은 경주의 자취방에 앉아 서로의 처지를 위로한다. 책 출판을 거절당해 기운 빠져 있는 경주에게 집주인 여자가 밀린 월세를 내지 않으면 방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하자 경주는 충동적으로 집주인 여자를 죽여 연쇄 살인범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한다. 한편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 효이(류덕환)는 신문기자로 위장해 경찰서로 찾아가 서류를 빼오는 등 수사를 교란시키고 경주에게 살인을 알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 겁을 준다.

<우리동네>는 한 동네에 두 명의 연쇄 살인범이 살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스릴러영화다. 그러나 <우리동네>는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해나가는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달리 범인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려준 후 왜 그가 연쇄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따져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영화는 충동적으로 집주인을 살해한 경주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연쇄 살인범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나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효이가 경주를 문자로 협박하고, 또 경주의 살인을 알고 있는 재신이 경주의 범죄 사실을 덮어주려 애쓰는 모습 등을 통해 범죄자와 형사의 심리를 설명하고, 범죄자들 사이, 그리고 범죄자와 형사 사이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긴장감을 살리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우리동네>는 느린 진행과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담긴 에피소드의 나열로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또 범죄자들의 빈약한 범죄 동기가 심리 스릴러로서의 깊이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느슨하고 설명적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를 볼 만하게 만드는 것 배우들의 연기. 최근 TV드라마 <하얀 거탑>과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이선균은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강력반 형사 재신을 인간적인 형사로 만들어낸다. TV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와 뮤지컬 <헤드윅>의 스타 오만석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기 없는 추리 소설 작가 경주 역을 맡아 죄책감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천하장사 마돈나> <아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류덕환이 잔인한 연쇄 살인범 효이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신예 정길영 감독이 맡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은하해방전선> - 수다와 산만, 소통의 정신없는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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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윤성호 감독은 1년 넘게 준비하던 상업영화를 투자 문제로 인해 포기해야 했다. 영화사 청년필름이 KT&G 상상마당으로부터 후원받은 1억 원의 제작비로 새롭게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윤성호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여자친구로부터 실연당한 것도 모자라 충무로 데뷔마저 불투명해진 독립영화 감독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고 이제 막 장편 데뷔에 나선 초보 감독 영재(임지규). 수다스럽고 산만하기 그지 없는 독립영화 감독 영재는 갑자기 여자친구 은하(서영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영재는 실어증에 걸린 남자가 쌍둥이 자매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장편영화로 충무로 데뷔를 준비 중이지만, 시나리오는 잘 써지지 않고 투자는 불투명하다. 영재의 임무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일본 스타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주인공처럼 영재 역시 거짓말처럼 실어증에 걸린다. 복화술에 재능이 있는 혁권(박혁권)은 영재의 단편에 출연한 데 이어 장편 주인공도 차지하고 싶다. 하지만 그를 캐스팅하면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기무라 레이 소속사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권은 실어증에 걸린 영재의 입을 빌려 복화술로 자신의 뜻을 전해 일을 꼬이게 만든다.

<은하해방전선>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연애에 관한 성장영화다. 우디 앨런의 영화처럼 말이 많지만, 그보다는 훨씬 산만하고 정신없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황당한 유머와 장난이 출몰한다. 젊은 독립영화 감독다운 발랄함과 쾌활함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영재의 대사처럼 영화는 산만하게 진행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두 가지 축은 흐트러짐이 없다. 데뷔 영화를 준비하는 초보 감독의 좌충우돌 소동과 서툰 연애 속에서 성장하는 젊은이의 시행착오가 진지한 듯 코믹하게 이어진다. 실어증에 걸린 영재 대신 혁권은 영재가 만든 단편의 주제가 ‘소통’으로 시작해서 ‘소통’으로 끝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은하해방전선>은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소통이란 단어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복화술로 말하는 혁권, 실어증에 걸려 목소리 대신 악기 소리를 내는 영재, 영재와 은하의 정신 없는 말싸움 등 감독은 ‘소통’으로 놀이를 한다. <은하해방전선>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소통을 유희의 수단으로 삼는 부분이다. 하지만 산만한 장난은 유희에서 끝날 뿐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영화 만들기와 연애라는 두 가지 축에서 벗어난 수다와 장난은 영화의 핵심으로 융합되지 못하고 산발적인 유희로 남는 데 그친다. 장난스럽고 산만한 것이 <은하해방전선>의 매력이자 핵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장점마저도 영화의 핵심이 꽉 채워져 있지 않는 듯한 공허함은 쉽게 지우지 못한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히트맨> - 살인 게임, 영화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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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머리를 깎고 바코드를 새겨 넣었다. 이름 대신 ‘No.47’(티모시 올리펀트)이란 번호를 부여 받고 자란 그의 직업은 전문 킬러. 전세계에 뻗어 있는 인터폴의 치밀한 추적망도 소용없는, 전설적인 킬러 No.47은 고객의 의뢰에 따라 러시아로 건너간다. 그의 이번 목표물은 러시아 대통령 벨리코프.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군중 속에 있는 벨리코프 대통령을 완벽하게 저격했지만 목격자가 생긴 것. 목격자 니카(올가 쿠릴렌코)를 추격하던 No.47은 자신이 죽인 벨리코프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과 함께 킬러로 자란 동료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No.47은 순식간에 동료들에게, 인터폴에게, 러시아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히트맨 Hitman>은 2000년 등장해 지금껏 전세계 1천 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 킬러 ‘에이전트 47’을 내세워 냉철한 캐릭터 묘사와 반사회적인 성향, 강도 높은 폭력 묘사로 인기를 끈 게임이 영화로 옮아와 폭력과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액션영화로 태어난 것이다. 실제 게임 매니아인 자비에르 젠스 감독은 살인이 가득한 게임의 폭력적인 성향과 러시아 정부와 미국 CIA, 인터폴을 아우르는 음모론을 적절히 섞어낸다. <히트맨>의 가장 큰 매력은 쉼 없이 몰아치는 액션연기. No.47은 총과 칼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동시에 맨손 무술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암살의 갖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극적 긴장감과 No.47의 강도 높은 액션 신들이 영화의 재미를 북돋운다. <히트맨>의 또 다른 재미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러시아의 낯선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영화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터키 이스탄불, 불가리아의 이국적인 풍경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신들이 영화 속에 가득하다.

영화 <히트맨>과 게임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단연 No.47에 대한 묘사.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으로 그려진 게임과 달리 영화 속 No.47은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벨리코프의 정부이자 사건의 목격자로 지목된 여인 니카에게 No.47은 종종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킬러에게 인간적 면모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캐릭터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한다. 하지만 <히트맨> 속 No.47의 감정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니카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급작스럽고 별 연관 고리가 없으며, 이는 No.47을 바라보는 니카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킬러와 목격자로 만나 사랑이 싹터가는 과정이 액션과 함께 영화의 가장 큰 축을 세우고 있지만 인물의 심리 묘사에 관객이 자연스레 감정 이입을 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킬러 No.47을 연기하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이는 <다이하드 4.0 Die Hard 4.0>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싸우는 테러리스트, 토마스 가브리엘을 연기한 배우 티모시 올리펀트. 액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티모시 올리펀트는 첫 주연작 <히트맨>에서 충분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는 니카를 연기한 신예 올가 쿠릴렌코도 마찬가지다.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Paris, Je T’Aime>에서 엘리야 우드에게 실연을 당하는 뱀파이어 여인을 연기한 올가 쿠릴렌코는 니카를 매력적인 여인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우리에게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 속 젠틀맨 ‘이안’으로 알려진 더그레이 스콧은 No.47을 쫓는 인터폴을 연기한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어거스트 러쉬> - 음악은 사랑을 싣고

11년 전 뉴욕, 기타리스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받는 첼리스트 라일라(케리 러셀)은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밤을 보낸다. 하지만 라일라 아버지의 반대로 이들은 헤어지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라일라는 아이를 출산하지만 라일라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사건 이후 루이스와 라일라는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고, 기타와 첼로를 손에서 놓는다. 그로부터 11년 후, 루이스와 라일라의 아이인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은 부모의 재능을 물려받아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로 성장한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에반은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무작정 뉴욕 행을 감행한다.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 모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음악 드라마. <나의 왼발 My Left Foot>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Father>의 짐 셰리단 감독의 딸인 키어스틴 셰리단이 연출을 맡은 <어거스트 러쉬>는 서로의 존재도 알지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이어진 세 명의 캐릭터, 루이스와 라일라, 에반의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 나간다. 영화의 제목인 '어거스트 러쉬' 는 극 중 맥스웰이 붙혀준 에반의 예명이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의 프레디 하이모어,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과 헨리 8세로 분한 드라마 [튜터스 The Tutors]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미션 임파서블 3 Mission Impossible 3>의 케리 러셀 등 세 명의 주요 캐스트의 연기는 수준급이다. 특히 음악 신동 에반 역할의 프레디 하이모어는 멜로디와 반주, 퍼쿠션까지 기타 한 대로 연주하는 핑거스타일 연주법을 극 중 완벽하게 재현한다. 또한 테렌스 하워드, 로빈 윌리암스 등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중견 배우들과 더불어 드라마 <왕과 나>의 구혜선이 3초 정도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는 것을 보는 것은 이채로운 경험이다.(<어거스트 러쉬>는 CJ엔터테인먼트(주)가 제작에 부분 투자했다)

배우들의 호연과는 달리 영화 자체는 밋밋하다. <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과 <후크 The Hook>의 닉 캐슬이 쓴 <어거스트 러쉬>의 시나리오는 우연과 비약으로 일관하는 안이한 시나리오다. 영화는 극 마지막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세 모자의 감격스러운 상봉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감히 말하건데, <어거스트 러쉬>는 2007년 개봉된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나이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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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마이클 클레이튼> - 인간적 영웅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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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은 뉴욕 최고의 법률회사에서 15년간 일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변호사는 아니다. 그는 회사가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명 ‘해결사’다. 동료들에게 때로 ‘기적을 만드는 사나이’라 불릴 만큼 문제 해결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마이클의 일상은 처치 곤란한 일 투성이. 알코올에 빠져 사는 동생과 함께 식당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몽땅 날려 일주일 안에 8만 불이란 어마어마한 빚을 갚아야 하는 데다 최근엔 동료 변호사 아서(톰 윌킨슨)가 변호 도중 옷을 홀딱 벗고 난동을 부려 그 뒤치다꺼리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아서의 난동엔 이유가 있었다. 다국적 거대 기업 ‘U/노스’를 변호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아서는 U/노스에 환경과 관련한 치명적 결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불의를 변호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아서. 그가 어느 날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자 마이클 클레이튼은 여기에 알 수 없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법률회사와 거대 기업의 연관고리를 들여다보고, 다국적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은 <본 The Bourne> 시리즈를 통해 ‘제이슨 본’을 만들어낸 각본가 토니 길로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그리고 <본> 시리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마이클 클레이튼>은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린 ‘인간’의 내면 풍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시리즈 가운데 두 편인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와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은 슈퍼히어로나 만화 속 영웅과 다르다. 그의 내면에는 선량한 본과 과거의 암살자 본이 공존한다”는 말로 제이슨 본의 매력을 설명했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마이클 클레이튼 역시 제이슨 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결사’ 마이클 클레이튼은 U/노스의 음모를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회사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할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의만 올곧게 외치는 영웅이 아닌, 생활에 찌든 마이클 클레이튼이 마지막 양심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은 그래서 여느 슈퍼히어로보다 더 큰 감흥을 전한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영웅은 물론 악인에게도 인간적인 품새를 새기는 걸 잊지 않는다. 그는 U/노스의 법무팀장으로 아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여인 카렌 크로더(틸다 스윈튼)를 악인으로 묘사하지만 그 뒤에 놓인 그녀의 인간적 고뇌 역시 놓치지 않는다. 성공한 여인으로서의 당당함보다 홀로 있을 때 불안에 떨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약한 모습을 묘사하는 데 영화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마이클 클레이튼>이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 앞에 선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가 풍성한 인간 내면을 담아낼 수 있었던 덴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몫이 가장 컸다. 조지 클루니는 삶의 피로를 가득 안고 사는 남자, 마이클 클레이튼의 미묘한 감정연기를 훌륭히 소화하고, 틸다 스윈튼 역시 “처음부터 카렌 크로더는 틸다 스윈튼”이라 생각했다는 토니 길로이 감독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킨다. 중견 배우 톰 윌킨슨, 처음 <마이클 클레이튼>의 시나리오를 보고 연출 욕심을 낸 시드니 폴락 역시 빛나는 조연으로서 영화를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탓에 영화의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은 덜한 편이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스릴러의 장르적 긴장감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영화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U/노스의 음모가 밝혀지고, 아서가 죽음을 맞는 것은 물론 마이클 클레이튼이 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 모두에 긴장과 박진감은 찾아볼 수 없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열한번째 엄마> - 불행한 사람들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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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걸핏하면 외박하고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주기적으로 엄마랍시고 새 여자를 데리고 오는 아빠(류승룡)와 함께 불행하게 사는 재수(김영찬). 어느날 아빠는 또 한 여자(김혜수)를 데리고 와서 엄마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녀는 재수의 열한 번째 엄마가 된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재수가 해놓은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 같은 존재.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어느날 긴 외박에서 돌아온 아빠가 재수를 사정없이 패는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그 후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달리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열한번 째 엄마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라 믿는 재수와 달리 몸이 아픈 여자는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열한번째 엄마>는 200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동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엄마를 열한 번이나 갈아치우는 불행한 삶을 사는 소년 재수와 사랑할 줄도 사랑받을 줄도 몰랐던 한 여자 사이에 생겨나는 교감을 잔잔하게 펼쳐놓으며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먹고 자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며 재수가 숨겨놓은 식권을 훔쳐내 순대와 떡볶이를 사다 먹는 철딱서니 없는 여자와 동사무소에서 주는 지원금을 모아 김밥을 사다먹을 만큼 억척스런 재수 사이에서 펼쳐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진행시킨다. <열한번째 엄마>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척박한 삶을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그려내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열한번째 엄마>는 꼼꼼한 디테일 묘사에 비해 이야기의 연결은 논리적이지 못한 편이다.

<서프라이즈>와 <거칠마루>를 연출한 김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열한번째 엄마>는 톱스타 김혜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혜수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한 여자 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걸핏하면 아들을 두들겨 패는 나쁜 아빠 역의 류승룡도 강렬한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옆집 백수 총각 백중을 연기한 황정민은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억척엄마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중견배우 김지영은 맛깔나는 연기로 영화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안경> - 사건보단 사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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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남쪽 바닷가에 자리한 조그마한 마을. 쪽빛 바다가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그곳에 어느 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인,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가 찾아온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온 타에코. 그녀는 그곳에서 유지(미츠이시 켄)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머문다. ‘사건, 사고’라는 단어는 생각할 수 없이 조용한 마을이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독특하다. 매년 봄마다 그곳을 찾아와 바닷가에서 빙수 장사를 하는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귀여운 사내애들을 유독 좋아하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 하루 종일 하릴없이 바닷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유지는 별 특징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과 견준다면 이들의 ‘슬로우 라이프’는 확실히 특이하다. 타에코는 이곳에서 그저 먹고, 자고, 길을 걷고, 간혹 뜨개질을 하며 이들과 하나가 되어간다.

<안경 Megane>은 지난 여름 국내에서 개봉해 관객의 사랑을 얻은 영화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을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 영화. 핀란드 극북의 풍광을 담아낸 <카모메 식당>과 달리 <안경>은 햇살 따스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안경>과 <카모메 식당>은 닮은 구석이 많다. <카모메 식당>이 핀란드로 여행 온 두 명의 일본 여성과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인이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안경> 역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이와 그곳을 찾아온 낯선 이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낯선 이들이 만난다고 해서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같이 모여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본다. 영화 속 타에코가 근처에 관광지나 볼거리가 없냐고 묻자 마을 사람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곳은 볼거리보단 "사색하기 좋은 곳"이란 대답을 하는 것처럼 영화는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사색하게 좋게’ 담아낸다. 사건보다 그저 풍경을 비추는 쪽을, 대사보다 침묵을 선택한 것이다.

별다른 사건도, 특별한 대사도 없지만 <안경>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이곳에 왔다는 타에코의 조용한 여행에 관객 역시 동참할 수 있는 까닭이다.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은 세상의 어지러운 흐름을 잊고 한적한 사색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덧붙여 밥과 빙수를 나눠 먹으며 바닷가에 모여 함께 체조를 하며 웃는 이들의 얼굴을 보다 보면 훈훈한 인간미마저 전해진다. 사건 대신 사색을 선택해 이야기를 꾸리는 <안경>을 풍요롭게 한 건 역시 배우들의 힘. <요시노 이발관 Yoshino’s Barber Shop> <카모메 식당>을 비롯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전작 네 편에 얼굴을 비친 모타이 마사코, <카모메 식당>의 식당 주인에서 민박집 손님이 된 고바야시 사토미의 안정적인 연기에 더해 미츠이시 켄,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등의 조연들이 연기가 반짝인다. 영화 내내 감상할 수 있는 한적한 시골 바다풍경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스쿨아웃> - 파리냐 베니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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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고등학교 3학년생 하이메(알베르토 아마릴라)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다. 고향인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전학을 와 언어 문제로 늘 조용하게 지내기 때문. 하이메는 투명인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교실을 묵묵히 지키지만, 같은 반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졸업여행지 선정에 여념이 없다. 졸업여행지 후보는 프랑스 유학생 이사벨(카타리나 발렌슈타인)이 추천한 파리와 사고뭉치 곤잘로(곤잘로 네토)가 언급한 스페인 휴양도시 베니돔. 여행지를 놓고 반 학생들이 둘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선포한다. 파리와 베니돔 사이에서 고민하던 하이메는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반 아이들에 의해 순식간에 졸업 여행의 핵심인물로 떠오른다.

<스쿨아웃 Fin de curso>은 졸업여행지 선정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포르투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섹스코미디다. 하지만 영화는 포르투갈 학생이 아닌 스페인 전학생 하이메를 중심으로, 파리와 베니돔으로 나뉜 학생들의 모습을 균형 있게 그려 나간다. 파리를 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클럽에서 술값으로 수십 유로를 써도 지장이 없는 중산층이며, 베니돔을 선호하는 이들은 학교 화단에 마리화나를 키워 돈을 벌 궁리를 하는 하층민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졸업 여행지가 둘로 나뉘었지만, 이들 모두 청소년 시절의 뜨거운 혈기와 성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파리를 지지하는 여학생 마르타(아이다 폴치)와 곤잘로의 일행인 노아(요하나 코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하이메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토사물을 내뱉고, 다람쥐가 정액을 핥는 등 강도 센 화장실 유머가 빈번히 등장하지만 <스쿨아웃>은 영화의 초반부 복선으로 깔아 두었던 각각의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코믹한 상황을 이어나간다. 특히 하이메가 장의사 아들이라는 점은 친구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이유도 되지만, 여행지 선정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부분으로 작용된다는 점은 인상깊다. 스페인의 젊은 감독 미구엘 마티는 화면 분할, 콜라주 기법 등을 사용해 사춘기를 통과하는 포르투갈 학생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놓는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차밍스쿨 & 볼룸댄스> - 리듬 속에 상처를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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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제빵사 프랭크(로버트 칼라일)는 운전 도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져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신을 스티브(존 굿맨)라고 소개한 그는 첫사랑 리사를 만나러 가던 도중 사고를 당했고, 40년 전의 약속이지만 꼭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프랭크는 죽어가는 스티브를 바라보며 리사를 대신 만나주겠다고 전하고 약속 장소를 건네 받는다. 스티브와 리사가 만나려 했던 곳은 그들이 유년 시절에 사랑을 키웠던 댄스학원 ‘마릴린 호치키스의 볼룸댄싱 앤 참스쿨’. 하지만 프랭크는 그곳에서 리사를 찾는데 실패하고, 원장 마리안(메리 스틴버겐)의 기세에 눌려 오히려 수강생이 되어버린다. 매주 목요일, 댄스교습을 받기로 한 프랭크는 미모의 여인 메레디스(마리사 토메이)를 만나면서 볼룸댄스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 Marilyn Hotchkiss Ballroom Dancing & Charm School>는 영화제목만 보면 댄스영화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프랭크가 자살한 아내를 잊어가는 과정을 그린 극복기에 가깝다. 영화의 주 무대인 댄스학원에는 현란한 춤사위가 펼쳐지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마다 만남을 갖는 댄스학원 수강생들은 느린 호흡의 왈츠와 차차차를 춰가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프랭크 역시 마찬가지다. 미망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죽은 아내들의 클럽’에서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던 프랭크는 댄스학원에 다니면서 옷장에 보관돼 있던 아내의 옷을 치우고, 유골을 강가에 버리기 시작한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선 일정한 규칙을 숙지해야 하고, 아내를 잊기 위해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볼룸댄스 수강생인 메레디스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는 유년기 스티브와 리사의 풋풋한 첫사랑이 중간중간에 삽입되며 활기를 되찾는다. 어머니의 손에 반강제적으로 끌려와 춤을 추게 된 스티브는 리사를 만나면서 조금씩 사랑에 눈을 떠간다. 리사에게 춤을 권하는 어린 스티브의 모습과 메레디스에게 춤을 권하는 프랭크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은 <차밍스쿨 & 볼룸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는 배우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급차에서 펼쳐지는 로버트 칼라일과 존 굿맨의 연기대결도 볼만하지만,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의 메리 스틴버겐 역시 어머니의 명성을 벗어 던지고 자신만의 볼룸댄스 학원을 만들어가는 원장 마리안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메모리즈> - 세 명의 감독, 세 나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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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메모리즈 Memories>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사전제작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만들어진 옴니버스영화다. 독일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 이론가인 하룬 파로키, <반다의 방 No Quarto Da Vanda>으로 2000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포르투갈 출신 감독 페드로 코스타, <살아있는 세계 Le Monde vivant> <사인 Les Signes>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유진 그린 등 세 명의 시네아스트가 모여 만든 이번 프로젝트는 ‘기억’이라는 공통된 소재만 유지한 채 서로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선, 하룬 파로키 감독의 <베스터보르크 수용소 Respite>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대인 수용소 베스터보르크의 모습을 담은 무성 영화다. 베스터보르크의 수감자인 브레스라우어가 촬영한 필름을 바탕으로 제작된 <베스터보르크 수용소>는 일반적인 유대인 소재의 영화와 다르게 행복한 수감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재소자들은 수용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뿐, 축구를 하고, 춤을 배우고, 신문을 읽고 있다. 하룬 파로키 감독은 이 영상들이 베스터보르크 사령관인 겜메커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임을 강조하고 수감자들의 얼굴 이면에 드려진 씁쓸한 미소를 포착해 나간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토끼 사냥꾼들 The Rabbit Hunters>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판자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외층을 주인공으로 한다. 직장을 잃은 후 아내에게 버림받은 이 사람들은 숲 속을 누비며 토끼든, 비둘기든 간에 가리지 않고 사냥하며 끼니를 해결한다. 파스텔톤의 리스본 시내와 무채색의 판자촌 사람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토끼 사냥꾼들>은 <뼈 Ossos> <행진하는 청춘 Juventude Em Marcha> 등 힘없고 쓸쓸한 사람들에 주목하는 페드로 코스타 감독 작품의 연장선을 이어간다.

유진 그린 감독은 이메일로 사랑을 싹 틔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편지 Correspondences>를 내놓았다. 열일곱 살의 청년 브리질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블랑쉬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브리질과 블랑쉬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해 차츰 알아가지만, 이들의 만남은 철저히 온라인에 한정돼 있다. 브리질은 첫 인상만으로 블랑쉬를 사랑하게 되며, 블랑쉬는 자신을 사랑했던 한 남자의 자살을 잊지 못하고 브리질을 밀어낸다. 나레이션으로 처리되는 두 남녀의 편지 내용이 영화의 주를 이루고 있어 자칫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지만, 기억이 사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따져본다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강을 건너는 사람들> - 한국과 일본, 희망의 미래를 실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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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여전히 숙제투성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해묵은 갈등은 진한 앙금이 되어 남아있고 화해와 증오는 정리되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역사의 무게를 딛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자고 이야기한다. 김덕철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를 그리기 위해 일본 가와사키에서 2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중 한국인 2명, 일본인 2명을 선택해 7년간 동행했다. 분단 후 남북정상회담이 처음 열린 2000년 6월부터 경의선 시운전이 행해졌던 2007년 5월 17일까지 촬영한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일본의 도쿄와 가와사키를 가로지르는 타마강에서 시작해 분단의 상징인 한국의 임진강으로 끝난다. 김덕철 감독은 일제강점기 국책 군수공장이 집결된 지역으로 많은 조선 젊은이들이 강제 동원됐던 가와사키를 영화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한국인과 일본인, 조선인과 세계 각지의 외국인이 공존하며 다른 지역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앞서 행동하고 생각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김덕철 감독이 네 명의 주인공을 선정했던 기준은 ‘한일 관계를 몸으로 겪은 사람, 두 나라 관계의 변화를 갈망하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일본군수공장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건 파업에 참여했던 김경석 옹은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유가족 회장 등을 지내며 한국과 일본간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일본인 고교생 다카키 쿠미코는 2000년 여름 자매도시 부천을 방문한 후 처음으로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를 알게 되고 이후 부천의 학생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우정을 쌓는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화해를 꿈꾸는 다카키 쿠미코의 의지는 반전운동으로 이어진다. 한때 재일한국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살까지 시도했던 송부자 씨는 일본에서 1인극을 계속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고려박물관 건립에 앞장서며 화해의 새 시대를 꿈꾼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존경하는 세키타 히로오 목사는 일본 내 재외국인들의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일한국인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바자회를 열거나 김경석 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 하나 하나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보다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노력한다. 2시간 2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에게 호소하는 가장 큰 힘은 변화의 사실성을 그대로 담아낸 7년의 시간이다.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야스쿠니 신사에 묻힌 한국인의 유해를 고국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김경석 옹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하고, 고려박물관 건립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송부자 씨는 마침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병렬 구성으로 네 명의 인물을 좇는 김덕철 감독은 내레이션이나 설명적인 자막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객관적인 위치에서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인물들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압축의 수위를 낮췄기 때문에 극적인 느낌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건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감독이 담고자 하는 진심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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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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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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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 - 모두, 은행 털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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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페인트공 배기로(이문식)는 딸 연희(김유정)의 수술비를 위해 마을금고를 털기로 결심한다. 과도 하나로 순식간에 마을금고를 장악한 그는 잠시 후 들이닥친 전문 은행강도 만수(박효준)와 우상(정경호)를 만나면서 오히려 인질이 돼버린다. 한편 각종 투기와 불법거래를 즐기는 비리 경찰 구 반장(백윤식)은 자신의 범죄행각이 적힌 서류를 마을금고에서 빼내기 위해 금고털이범 도라이바(김상호)를 투입시킨다. 하지만 도라이바는 증거서류를 빼오기는커녕 은행강도에게 붙잡히고, 구 반장은 무력 진압을 하려는 동료를 말리며 직접 마을금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같은 날 같은 은행을 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동극이다. 초보 은행강도, 전문 은행강도, 비리 경찰관이 만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을금고에서 만나게 된 세 일행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태도를 바꿔가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배기로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해 주겠다는 구 반장의 거래를 받아들이고, 경찰에 포위돼 마을금고를 탈출할 방법이 요원하던 만수는 배기로와 손을 잡고 탈출을 감행한다. 마을금고 밖에서 은행강도 사건을 지휘하는 경찰서장 역시 회유책과 무력 진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임을 무사히 끝내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딸을 향한 배기로의 부성애가 지나치게 강조돼 소동극으로서의 초점이 흐려진다.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배기로의 추억 역시 중간중간 삽입되지만, 좌충우돌한 은행강도 사건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한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어두워지며 신파로 흐르는 우를 범하고 만다. 이문식, 백윤식, 박효준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호흡은 매끄럽다. <전설의 고향> <라디오 스타>의 한여운은 은행강도에게 삿대질을 할 정도로 당찬 여성인 미쓰리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세븐데이즈> - 납치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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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99%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지연은 일 때문에 함께해주지 못해 딸 은영에게 늘 미안하다. 모처럼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 학교 운동회에 참석한 지연(김윤진)은 이어달리기를 하던 중 군중 속에서 은영을 잃어버리고 만다. 운동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에게 협박 전화가 오고 딸의 생사가 걸린 7일의 악몽이 시작된다. 납치범의 첫 번째 요구는 경찰을 따돌리라는 것. 지연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치밀하게 경찰을 따돌리고 독자적으로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납치범의 요구는 돈이 아닌 살인범 정철진을 감옥에서 빼내는 것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재판에서 지연은 정철진의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형사인 친구 성열(박희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적해 나가던 지연은 살인사건 배후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지연의 목숨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세븐데이즈>는 속도에 관한 한 올해 개봉된 어떤 한국영화에도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다. 지연이 딸을 잃게 되기까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는다. 관객은 지연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이 납치사건에 정신을 팔려야 한다. 은영이 납치된 후부터 딸을 구하기 위한 지연의 발걸음은 정신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몇 달은 해야 할 일을 일주일 만에 해야 하니 속도를 내지 않으면 딸은 포기해야 한다. 이야기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편집의 속도다. 시종일관 핸드헬드 카메라로 움직이는 화면은 일반 극영화보다 3~4배는 빠른 속도로 짧게 끊어져 이어 붙여지고 때로는 하나의 프레임 내에서 중첩돼 움직인다. 숨가쁘게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카메라 덕분에 이야기는 숨돌릴 틈도 없이 진행된다. 관객에게는 영화가 던져주는 정보를 이어 붙일 시간도 충분치 않을 정도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으니 스릴러 장르의 첫 번째 덕목인 긴장감은 시종일관 유지된다.

과도한 속도로 밀어붙이는 <세븐데이즈>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납치 스릴러의 한계를 법정드라마와 수사극을 접목시켜 극복한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딸을 납치당한 변호사와 비리 때문에 쫓기는 형사, 범죄여부가 불확실한 피의자 등 인물 구도도 스릴러영화의 요소로서 부족함이 없고 ‘싱글맘’이라는 주인공의 상황과 모성애를 사건과 연결시키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빠른 호흡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사건의 개연성과 논리를 잘 꿰어 맞춰 극 자체의 완성도를 높인 점을 칭찬할 만하다. 한국영화로서는 파격적인 편집 방식도 눈길을 끌고, 주요 출연진의 연기 또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다만 반전이 담긴 결말을 지나치게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요소로 기능한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븐데이즈>는 분명 올해 한국영화 중 두드러지는 스릴러 작품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스카우트> - '너' 를 잡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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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80년 5월 서울, 대학 시절 촉망받던 투수였던 호창(임창정)은 이제는 모교에서 야구부를 관리하는 말단 직원 자리에 만족하는 청춘이다. 동해로 휴가를 떠날 단꿈에 빠져있던 그에게 뜻밖의 임무가 주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입학이 90% 확정된 초특급 고교 투수 선동열을 무슨 일이 있어도 스카웃하라는 것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호창. 그러나 선동열 대신 호창은 7년 전에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과 만난다.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호창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 과 후배 세영은 7년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건달 곤태는 호창(박철민)을 위협한다.

<스카우트>는 1980년 선동열이 광주제일고 3학년이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 YMCA 야구단 >(이하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을 겸한 <스카우트>는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한국 두 사립 대학의 운동 선수 스카우트 경쟁과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이야기를 바탕으로 김현석 감독 특유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이야기한다. 1970년대 서울과 1980년 5월 광주를 오가며 영화는 감독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추억들을 마음껏 풀어놓는다. 광주항쟁이라는 무거운 시대적인 요소가 끼어들긴 했지만, 대학 MT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이소룡이 죽던 날 느닷없는 결별 선언을 당한 호창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의 조금 먼저 세대 버전이다.

영화는 호창이 광주항쟁이 막 일어나기 직전인 5월 18일까지 9박 10일 동안 광주에서 겪는 해프닝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99퍼센트는 허구입니다' 라는 위트 있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스카우트>는 극 중 대부분이 허구의 내용이다. 광주 YMCA에서 호창이 글러브를 쥐어준 초등학생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었다던지, 호창이 광주에서 동열의 부모와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철저히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선동열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코미디보다는 멜로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다. 광주가 점차 위기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호창의 상황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물론 그의 1차 목적은 선동열이었지만, 세영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 호창은 그 동안 철저히 놓고 있었던 과거 그녀와의 추억을 돌이킨다. 결국 지난 7년 동안 놓고 지냈던 세영의 결별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철저히 멜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임창정, 엄지원, 박철민, 백일섭 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김현석 감독이 각본을 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미녀스타와 사랑을 이루는 야구심판 범수로 등장한 바 있는 임창정은 <스카우트>에서 이제는 일갈한 생활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럴듯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세영 역의 엄지원은 그럭저럭 임창정과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감초 조연 곤태 역의 박철민은 극 중 대부분의 코미디를 담당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김현석 감독이 실제 느끼고 경험했던 <광식이 동생 광태>의 생생함과는 달리 <스카우트> 속 1970~80년대는 감독이 경험하지 않은 조금 더 과거의 시대다. 이런 탓에 <스카우트>는 대과거(1970~80년대)와 과거(1990년대)가 충돌하는 것 같은 불협화음을 낸다. 배경과 옷차림만 1980년일 뿐 극을 관통하는 정서는 1990년대라는 말이다. 분명 김현석 감독은 대단한 스토리텔러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장기는 (아직은) 감독이 실제 경험한 그의 동시대성 영화에서 찬란히 빛난다. 아쉽지만 <스카우트>는 <광식이 동생 광태>보다는 <야구단>쪽에 가깝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베오울프> - 영웅, 디지털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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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3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암흑의 시대, 덴마크 흐로스가 왕국은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의 살인행각으로 고통을 받는다. 흐로스가 왕(안서니 홉킨스)의 안위조차 위협받을 무렵, 전사 베오울프(레이 윈스톤)가 정예군대를 이끌고 왕국을 찾는다. 뛰어난 판단력과 막강한 힘을 가진 베오울프는 맨몸으로 그렌델을 죽이는데 성공, 흐로스가 왕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렌델의 어머니인 물의 마녀(안젤리나 졸리)는 아들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무참한 학살을 시작한다. 베오울프는 물의 마녀를 처단하기 위해 그녀의 은신처로 잠입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곧 사랑에 빠진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영국 영웅서사시가 디지털로 탈바꿈했다. <베오울프 Beowulf>는 게르만족의 영웅서사시인 ‘베오울프 Beowulf’를 스크린에 옮긴 퍼포먼스 캡쳐 영화다. 총 3,182행으로 이뤄진 원작은 괴물 그렌델과 그의 모친을 살해하는 1부와 보물을 지키던 용을 퇴치하는 2부로 이뤄진 베오울프의 무용담이다. 하지만 <펄프 픽션 Pulp Fiction>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로저 에버리와 소설 [스타더스트 Stardust]의 작가 닐 게이먼은 전설적인 영웅 베오울프의 활약상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이웃 나라에서 건너온 베오울프는 용맹함을 최고로 치는 전통적인 전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베오울프는 매일 연회를 열며 술에 취해있는 흐로스가 전사들을 대신해 그렌델을 처단하지만,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거짓말도 할 줄 알며, 여인의 유혹에 흔들리는 현대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인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원작의 이야기 구조는 시나리오 작가 로저 에버리와 닐 게이먼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됐다. 흐로스가 왕, 물의 마녀, 베오울프가 치정관계로 얽혀, 되풀이 되는 운명과 세속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베오울프>의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Who Framed Roger Rabbit>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에 집요한 관심을 보여온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배우들의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퍼포먼스 캡쳐 외에도 안구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EOG(Electrooculography) 기술을 도입, 더욱 진일보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물의 마녀가 수면 위를 유유히 거닐며 베오울프를 유혹하는 장면이나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용과 베오울프의 전투신은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된 <베오울프>의 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부분. 3D 아이맥스 버전 <베오울프>는 날카로운 화살촉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고대 영웅의 이야기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만나 일어나는 화학작용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아슬한 경계에 서있는 이 영화처럼 감성과 이성의 논리에서 갈팡질팡하는 베오울프의 모습을 디지털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실제 나이가 50세인 레이 윈스톤이 미끈한 몸매를 지닌 청년 베오울프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퍼포먼스 캡쳐 영화의 가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지점. 상업영화로서의 재미와 영화 테크놀로지의 미학적 성취를 고르게 이끌어낸 <베오울프>를 온전한 모습으로 접하기 위해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제작단계부터 의도했던 3D 아이맥스 버전 관람이 필요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검은 땅의 소녀와> - 2007년, 폐광촌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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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지난 11월 7일, 낙동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황지 연못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가 진폐환자 생존권 확보 총궐기대회’. 60~70대 노인들인 한국진폐피해자협회 회원과 1천명의 시민이 이곳에 모인 까닭이다. 진폐증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닌 까닭에 입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입원 요양 혜택을 받기 위해선 폐기종, 폐결핵 등 아홉 가지 질병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가져야 한다. 이 땅의 진폐증 환자는 대략 3만 명. 그 가운데 합병증으로 입원해 요양하고 있는 환자는 3천명 선이다. 이들이 월 150만원~200만원의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며 입원 요양 중인 반면 진폐증만 앓고 있는 나머지 대다수의 환자들은 보험도, 치료도, 생계비 지원도, 일터도 없이 막막히 생활하고 있다.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는 이 막막한 탄광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해곤(조영진)은 최근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더 이상 갱도에서 탄을 캘 수도, 그렇다고 입원해 산재보험을 받을 수도 없는 신세. 결국 광산 일자리에서 물러난 해곤은 퇴직금 명목으로 받아 든 돈으로 작은 트럭을 구입한다. 하지만 트럭을 몰며 생전 처음 시작한 생선 장사는 길게 가지 못한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열한 살 아들 동구(박현우)가 트럭으로 카지노 손님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사고 뒷수습으로 트럭마저 잃어버린 해곤은 점점 생활은 뒷전으로 하고 술만 들이켠다. 생활비는커녕 집조차 철거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 해곤의 씩씩한 막내딸 영림(유연미)은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는 아빠를 보는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빠와 함께 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

강원도 속초, 태백, 사북 일대를 배경으로 한 전작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을 작업하며 전수일 감독은 폐광이 늘어만 가는 탄광촌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접하게 됐다. 그리고 합병증을 발견하면 모두가 ‘축하’를 보낸다는 진폐증 환자들의 고통은 그렇게 전수일 감독의 시선을 통해 영화로 되살아났다. 전수일 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에 어떤 덧칠도 하지 않았다. 영화 속 광부들이 함께 불러 젖히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막장으로 넘어간다’는 노래 구절처럼 영화는 막장으로 가 닿은 폐광촌의 쓸쓸한 삶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덕분에 <검은 땅의 소녀와>는 비극의 색조가 짙다. 합병증으로 입원한 옆집 아저씨가 부러운 영림이 아빠가 ‘배앓이’를 했으면 해서 내린 어린 결정은 폐광촌의 희망 없는 현실을 관객 앞에 묵직하고 아프게 각인시키고, 폐광촌을 떠도는 광부의 초점 없는 시선은 그들의 삶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관객을 반성하게 한다. 그렇다고 <검은 땅의 소녀와>에 비극의 색채만 드리운 건 아니다. 버려진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끼 고양이처럼 그 땅에도 생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에둘러 말한다.

<검은 땅의 소녀와>를 빛내는 건 ‘리얼리티’다. 지하 800미터에 자리한 갱도를 뚫고 들어가 잡아낸 광부들의 채굴 현장, 낡아가는 폐광촌의 쓸쓸한 풍광, 카지노 사업이 불러온 강원도의 빈부 격차는 물론 어린 나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똑 부러진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두 아역의 호연이 영화를 ‘진짜’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유괴범을 연기했던 배우 조영진은 진폐증 환자로 광부의 아픈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과 리나 만자카프레상을 수상한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역시 수상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색화동> - 살 떨리고 땀 나는 에로영화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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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색화동. 색의 세계를 그린 움직이는 그림 혹은 섹스에 관한 영화. <색화동>은 에로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학과 졸업생 진규(조재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탈락하고 여자친구에게서는 이별 통보를 받은 암담한 청춘이다. 차디찬 옥탑방에서 라면과 소주를 벗삼아 비전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진규는 우연히 알게 된 온니포맨이라는 에로영화 전문 제작사에 조감독으로 취직한다. 출근하자마자 <올누드보이> 조감독으로 촬영 스케줄을 짜고 시나리오 리딩에 들어간 진규는 위험한 야외촬영과 거짓말 장소 섭외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일정에 쫓겨 얼렁뚱땅 촬영을 마치려 하는 황감독(김동수)의 연출 방식에 진규가 반기를 들자 진규와 촬영 스탭들은 갈등을 빚게 되고, 진규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인 충무로 영화사의 전화 연락은 진규를 고민하게 만든다.

원제 ‘태극기를 꽂으며’가 심의에 걸려 제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던 <깃발을 꽂으며>의 공자관 감독은 에로영화계에서 봉만대 감독만큼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만덕이의 보물상자> <이태원 버스> <하지마> 등을 내놓으며 에로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던 공자관 감독이 에로비디오의 ‘명가’ 클릭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독립영화 <색화동>을 만들었다. <색화동>은 에로영화가 아닌 에로영화에 관한 영화다. 에로영화 현장에 뛰어든 풋내기 조감독을 통해 에로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다. 촬영장을 섭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조감독 진규, 여배우를 탐하는 제작사 사장, 이야기 전개가 흐트러져도 시간이 부족하면 중요한 장면을 찍지 않고 넘어가는 황감독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회적 금기와 편견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제작진의 애환이 코믹하게 전개된다.

<색화동>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에 기반한 사실적인 캐릭터 구성과 이야기 전개다. 사회적인 이슈나 개인적인 내면, 추상적인 상징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색화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관객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자극적인 소재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초년생의 성장 이야기로 발전시킨 점 또한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에로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담은 다큐멘터리 장면은 인서트로서 효율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족에 머무른다. 저예산영화의 기술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지만, 독립영화 특유의 도전적인 실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살 만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 열병을 앓는 청춘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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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70년대 어느 여름. 미겔리토(알베르토 아마릴라)와 세 친구는 수영장에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부잣집 아들 파코(펠릭스 고메즈)와 반항적인 바비(라울 아레발로) 그리고 막내뻘인 모라탈라(마리오 카사스)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음란한 상상에 빠져들지만, 한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한 미겔리토는 이들과 달리 세상을 시적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항상 단테의 시 [신곡]을 들고 다니며 아마추어 시인 행세를 하는 미겔리토는 병원에서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옥을 경험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퇴원 후 수영장에서 루리(마리아 루이즈)를 만나게 되자 미겔리토는 그녀를 자신만의 베아트리체로 부르며 그녀와 함께 천국 같은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루리는 가난 때문에 술집에서 춤을 추며 살아가지만 미겔리토에게만은 순결한 베아트리체로 남아 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El Camino de los ingleses>는 스페인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999년 아내인 멜라니 그리피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 Crazy in Alabama >로 연출 데뷔한 후 7년 만의 일. 미국에서 영어로 제작된 데뷔작과 달리 두 번째 연출작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슬레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페인어로 제작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뿌리를 짐작케 한다. 이 영화는 <스파이키드 Spy Kids> 시리즈와 <슈렉 Shrek> 시리즈, 그리고 <레전드 오브 조로 Legend of Zoro> 등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출연작과는 달리 예술영화의 향취를 풍기는 작품이다.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라벨유럽영화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의 열병을 앓는 젊은 주인공 미겔리토의 이야기를 지옥과 천국, 연옥을 여행하는 시인 단테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 [신곡]을 인용해 시적으로 풀어냈다. 햇살이 뜨거운 스페인을 배경으로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청춘을 통과하는 젊은이들의 기쁨과 고통, 좌절, 아픔, 슬픔 등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낸다. 알베르토 아마릴라와 마리아 루이즈 같은 스페인의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욕망의 낮과 밤 Tie Me Up! Tie Me Down! > <하이힐 High Heels> <키카 Kika> 등에서 톡특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빅토리아 아브릴과 <하몽하몽 Jamon Jamon> 등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후안 디에고 등 스페인의 중견배우들도 출연해 젊은 배우들과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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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 - 모두, 은행 털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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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페인트공 배기로(이문식)는 딸 연희(김유정)의 수술비를 위해 마을금고를 털기로 결심한다. 과도 하나로 순식간에 마을금고를 장악한 그는 잠시 후 들이닥친 전문 은행강도 만수(박효준)와 우상(정경호)를 만나면서 오히려 인질이 돼버린다. 한편 각종 투기와 불법거래를 즐기는 비리 경찰 구 반장(백윤식)은 자신의 범죄행각이 적힌 서류를 마을금고에서 빼내기 위해 금고털이범 도라이바(김상호)를 투입시킨다. 하지만 도라이바는 증거서류를 빼오기는커녕 은행강도에게 붙잡히고, 구 반장은 무력 진압을 하려는 동료를 말리며 직접 마을금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같은 날 같은 은행을 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동극이다. 초보 은행강도, 전문 은행강도, 비리 경찰관이 만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을금고에서 만나게 된 세 일행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태도를 바꿔가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배기로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해 주겠다는 구 반장의 거래를 받아들이고, 경찰에 포위돼 마을금고를 탈출할 방법이 요원하던 만수는 배기로와 손을 잡고 탈출을 감행한다. 마을금고 밖에서 은행강도 사건을 지휘하는 경찰서장 역시 회유책과 무력 진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임을 무사히 끝내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딸을 향한 배기로의 부성애가 지나치게 강조돼 소동극으로서의 초점이 흐려진다.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배기로의 추억 역시 중간중간 삽입되지만, 좌충우돌한 은행강도 사건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한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어두워지며 신파로 흐르는 우를 범하고 만다. 이문식, 백윤식, 박효준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호흡은 매끄럽다. <전설의 고향> <라디오 스타>의 한여운은 은행강도에게 삿대질을 할 정도로 당찬 여성인 미쓰리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세븐데이즈> - 납치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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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99%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지연은 일 때문에 함께해주지 못해 딸 은영에게 늘 미안하다. 모처럼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 학교 운동회에 참석한 지연(김윤진)은 이어달리기를 하던 중 군중 속에서 은영을 잃어버리고 만다. 운동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에게 협박 전화가 오고 딸의 생사가 걸린 7일의 악몽이 시작된다. 납치범의 첫 번째 요구는 경찰을 따돌리라는 것. 지연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치밀하게 경찰을 따돌리고 독자적으로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납치범의 요구는 돈이 아닌 살인범 정철진을 감옥에서 빼내는 것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재판에서 지연은 정철진의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형사인 친구 성열(박희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적해 나가던 지연은 살인사건 배후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지연의 목숨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세븐데이즈>는 속도에 관한 한 올해 개봉된 어떤 한국영화에도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다. 지연이 딸을 잃게 되기까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는다. 관객은 지연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이 납치사건에 정신을 팔려야 한다. 은영이 납치된 후부터 딸을 구하기 위한 지연의 발걸음은 정신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몇 달은 해야 할 일을 일주일 만에 해야 하니 속도를 내지 않으면 딸은 포기해야 한다. 이야기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편집의 속도다. 시종일관 핸드헬드 카메라로 움직이는 화면은 일반 극영화보다 3~4배는 빠른 속도로 짧게 끊어져 이어 붙여지고 때로는 하나의 프레임 내에서 중첩돼 움직인다. 숨가쁘게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카메라 덕분에 이야기는 숨돌릴 틈도 없이 진행된다. 관객에게는 영화가 던져주는 정보를 이어 붙일 시간도 충분치 않을 정도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으니 스릴러 장르의 첫 번째 덕목인 긴장감은 시종일관 유지된다.

과도한 속도로 밀어붙이는 <세븐데이즈>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납치 스릴러의 한계를 법정드라마와 수사극을 접목시켜 극복한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딸을 납치당한 변호사와 비리 때문에 쫓기는 형사, 범죄여부가 불확실한 피의자 등 인물 구도도 스릴러영화의 요소로서 부족함이 없고 ‘싱글맘’이라는 주인공의 상황과 모성애를 사건과 연결시키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빠른 호흡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사건의 개연성과 논리를 잘 꿰어 맞춰 극 자체의 완성도를 높인 점을 칭찬할 만하다. 한국영화로서는 파격적인 편집 방식도 눈길을 끌고, 주요 출연진의 연기 또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다만 반전이 담긴 결말을 지나치게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요소로 기능한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븐데이즈>는 분명 올해 한국영화 중 두드러지는 스릴러 작품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스카우트> - '너' 를 잡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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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80년 5월 서울, 대학 시절 촉망받던 투수였던 호창(임창정)은 이제는 모교에서 야구부를 관리하는 말단 직원 자리에 만족하는 청춘이다. 동해로 휴가를 떠날 단꿈에 빠져있던 그에게 뜻밖의 임무가 주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입학이 90% 확정된 초특급 고교 투수 선동열을 무슨 일이 있어도 스카웃하라는 것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호창. 그러나 선동열 대신 호창은 7년 전에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과 만난다.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호창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 과 후배 세영은 7년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건달 곤태는 호창(박철민)을 위협한다.

<스카우트>는 1980년 선동열이 광주제일고 3학년이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 YMCA 야구단 >(이하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을 겸한 <스카우트>는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한국 두 사립 대학의 운동 선수 스카우트 경쟁과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이야기를 바탕으로 김현석 감독 특유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이야기한다. 1970년대 서울과 1980년 5월 광주를 오가며 영화는 감독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추억들을 마음껏 풀어놓는다. 광주항쟁이라는 무거운 시대적인 요소가 끼어들긴 했지만, 대학 MT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이소룡이 죽던 날 느닷없는 결별 선언을 당한 호창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의 조금 먼저 세대 버전이다.

영화는 호창이 광주항쟁이 막 일어나기 직전인 5월 18일까지 9박 10일 동안 광주에서 겪는 해프닝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99퍼센트는 허구입니다' 라는 위트 있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스카우트>는 극 중 대부분이 허구의 내용이다. 광주 YMCA에서 호창이 글러브를 쥐어준 초등학생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었다던지, 호창이 광주에서 동열의 부모와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철저히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선동열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코미디보다는 멜로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다. 광주가 점차 위기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호창의 상황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물론 그의 1차 목적은 선동열이었지만, 세영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 호창은 그 동안 철저히 놓고 있었던 과거 그녀와의 추억을 돌이킨다. 결국 지난 7년 동안 놓고 지냈던 세영의 결별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철저히 멜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임창정, 엄지원, 박철민, 백일섭 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김현석 감독이 각본을 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미녀스타와 사랑을 이루는 야구심판 범수로 등장한 바 있는 임창정은 <스카우트>에서 이제는 일갈한 생활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럴듯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세영 역의 엄지원은 그럭저럭 임창정과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감초 조연 곤태 역의 박철민은 극 중 대부분의 코미디를 담당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김현석 감독이 실제 느끼고 경험했던 <광식이 동생 광태>의 생생함과는 달리 <스카우트> 속 1970~80년대는 감독이 경험하지 않은 조금 더 과거의 시대다. 이런 탓에 <스카우트>는 대과거(1970~80년대)와 과거(1990년대)가 충돌하는 것 같은 불협화음을 낸다. 배경과 옷차림만 1980년일 뿐 극을 관통하는 정서는 1990년대라는 말이다. 분명 김현석 감독은 대단한 스토리텔러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장기는 (아직은) 감독이 실제 경험한 그의 동시대성 영화에서 찬란히 빛난다. 아쉽지만 <스카우트>는 <광식이 동생 광태>보다는 <야구단>쪽에 가깝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베오울프> - 영웅, 디지털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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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3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암흑의 시대, 덴마크 흐로스가 왕국은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의 살인행각으로 고통을 받는다. 흐로스가 왕(안서니 홉킨스)의 안위조차 위협받을 무렵, 전사 베오울프(레이 윈스톤)가 정예군대를 이끌고 왕국을 찾는다. 뛰어난 판단력과 막강한 힘을 가진 베오울프는 맨몸으로 그렌델을 죽이는데 성공, 흐로스가 왕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렌델의 어머니인 물의 마녀(안젤리나 졸리)는 아들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무참한 학살을 시작한다. 베오울프는 물의 마녀를 처단하기 위해 그녀의 은신처로 잠입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곧 사랑에 빠진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영국 영웅서사시가 디지털로 탈바꿈했다. <베오울프 Beowulf>는 게르만족의 영웅서사시인 ‘베오울프 Beowulf’를 스크린에 옮긴 퍼포먼스 캡쳐 영화다. 총 3,182행으로 이뤄진 원작은 괴물 그렌델과 그의 모친을 살해하는 1부와 보물을 지키던 용을 퇴치하는 2부로 이뤄진 베오울프의 무용담이다. 하지만 <펄프 픽션 Pulp Fiction>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로저 에버리와 소설 [스타더스트 Stardust]의 작가 닐 게이먼은 전설적인 영웅 베오울프의 활약상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이웃 나라에서 건너온 베오울프는 용맹함을 최고로 치는 전통적인 전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베오울프는 매일 연회를 열며 술에 취해있는 흐로스가 전사들을 대신해 그렌델을 처단하지만,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거짓말도 할 줄 알며, 여인의 유혹에 흔들리는 현대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인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원작의 이야기 구조는 시나리오 작가 로저 에버리와 닐 게이먼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됐다. 흐로스가 왕, 물의 마녀, 베오울프가 치정관계로 얽혀, 되풀이 되는 운명과 세속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베오울프>의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Who Framed Roger Rabbit>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에 집요한 관심을 보여온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배우들의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퍼포먼스 캡쳐 외에도 안구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EOG(Electrooculography) 기술을 도입, 더욱 진일보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물의 마녀가 수면 위를 유유히 거닐며 베오울프를 유혹하는 장면이나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용과 베오울프의 전투신은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된 <베오울프>의 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부분. 3D 아이맥스 버전 <베오울프>는 날카로운 화살촉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고대 영웅의 이야기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만나 일어나는 화학작용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아슬한 경계에 서있는 이 영화처럼 감성과 이성의 논리에서 갈팡질팡하는 베오울프의 모습을 디지털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실제 나이가 50세인 레이 윈스톤이 미끈한 몸매를 지닌 청년 베오울프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퍼포먼스 캡쳐 영화의 가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지점. 상업영화로서의 재미와 영화 테크놀로지의 미학적 성취를 고르게 이끌어낸 <베오울프>를 온전한 모습으로 접하기 위해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제작단계부터 의도했던 3D 아이맥스 버전 관람이 필요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검은 땅의 소녀와> - 2007년, 폐광촌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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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지난 11월 7일, 낙동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황지 연못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가 진폐환자 생존권 확보 총궐기대회’. 60~70대 노인들인 한국진폐피해자협회 회원과 1천명의 시민이 이곳에 모인 까닭이다. 진폐증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닌 까닭에 입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입원 요양 혜택을 받기 위해선 폐기종, 폐결핵 등 아홉 가지 질병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가져야 한다. 이 땅의 진폐증 환자는 대략 3만 명. 그 가운데 합병증으로 입원해 요양하고 있는 환자는 3천명 선이다. 이들이 월 150만원~200만원의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며 입원 요양 중인 반면 진폐증만 앓고 있는 나머지 대다수의 환자들은 보험도, 치료도, 생계비 지원도, 일터도 없이 막막히 생활하고 있다.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는 이 막막한 탄광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해곤(조영진)은 최근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더 이상 갱도에서 탄을 캘 수도, 그렇다고 입원해 산재보험을 받을 수도 없는 신세. 결국 광산 일자리에서 물러난 해곤은 퇴직금 명목으로 받아 든 돈으로 작은 트럭을 구입한다. 하지만 트럭을 몰며 생전 처음 시작한 생선 장사는 길게 가지 못한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열한 살 아들 동구(박현우)가 트럭으로 카지노 손님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사고 뒷수습으로 트럭마저 잃어버린 해곤은 점점 생활은 뒷전으로 하고 술만 들이켠다. 생활비는커녕 집조차 철거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 해곤의 씩씩한 막내딸 영림(유연미)은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는 아빠를 보는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빠와 함께 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

강원도 속초, 태백, 사북 일대를 배경으로 한 전작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을 작업하며 전수일 감독은 폐광이 늘어만 가는 탄광촌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접하게 됐다. 그리고 합병증을 발견하면 모두가 ‘축하’를 보낸다는 진폐증 환자들의 고통은 그렇게 전수일 감독의 시선을 통해 영화로 되살아났다. 전수일 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에 어떤 덧칠도 하지 않았다. 영화 속 광부들이 함께 불러 젖히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막장으로 넘어간다’는 노래 구절처럼 영화는 막장으로 가 닿은 폐광촌의 쓸쓸한 삶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덕분에 <검은 땅의 소녀와>는 비극의 색조가 짙다. 합병증으로 입원한 옆집 아저씨가 부러운 영림이 아빠가 ‘배앓이’를 했으면 해서 내린 어린 결정은 폐광촌의 희망 없는 현실을 관객 앞에 묵직하고 아프게 각인시키고, 폐광촌을 떠도는 광부의 초점 없는 시선은 그들의 삶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관객을 반성하게 한다. 그렇다고 <검은 땅의 소녀와>에 비극의 색채만 드리운 건 아니다. 버려진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끼 고양이처럼 그 땅에도 생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에둘러 말한다.

<검은 땅의 소녀와>를 빛내는 건 ‘리얼리티’다. 지하 800미터에 자리한 갱도를 뚫고 들어가 잡아낸 광부들의 채굴 현장, 낡아가는 폐광촌의 쓸쓸한 풍광, 카지노 사업이 불러온 강원도의 빈부 격차는 물론 어린 나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똑 부러진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두 아역의 호연이 영화를 ‘진짜’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유괴범을 연기했던 배우 조영진은 진폐증 환자로 광부의 아픈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과 리나 만자카프레상을 수상한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역시 수상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색화동> - 살 떨리고 땀 나는 에로영화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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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색화동. 색의 세계를 그린 움직이는 그림 혹은 섹스에 관한 영화. <색화동>은 에로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학과 졸업생 진규(조재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탈락하고 여자친구에게서는 이별 통보를 받은 암담한 청춘이다. 차디찬 옥탑방에서 라면과 소주를 벗삼아 비전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진규는 우연히 알게 된 온니포맨이라는 에로영화 전문 제작사에 조감독으로 취직한다. 출근하자마자 <올누드보이> 조감독으로 촬영 스케줄을 짜고 시나리오 리딩에 들어간 진규는 위험한 야외촬영과 거짓말 장소 섭외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일정에 쫓겨 얼렁뚱땅 촬영을 마치려 하는 황감독(김동수)의 연출 방식에 진규가 반기를 들자 진규와 촬영 스탭들은 갈등을 빚게 되고, 진규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인 충무로 영화사의 전화 연락은 진규를 고민하게 만든다.

원제 ‘태극기를 꽂으며’가 심의에 걸려 제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던 <깃발을 꽂으며>의 공자관 감독은 에로영화계에서 봉만대 감독만큼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만덕이의 보물상자> <이태원 버스> <하지마> 등을 내놓으며 에로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던 공자관 감독이 에로비디오의 ‘명가’ 클릭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독립영화 <색화동>을 만들었다. <색화동>은 에로영화가 아닌 에로영화에 관한 영화다. 에로영화 현장에 뛰어든 풋내기 조감독을 통해 에로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다. 촬영장을 섭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조감독 진규, 여배우를 탐하는 제작사 사장, 이야기 전개가 흐트러져도 시간이 부족하면 중요한 장면을 찍지 않고 넘어가는 황감독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회적 금기와 편견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제작진의 애환이 코믹하게 전개된다.

<색화동>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에 기반한 사실적인 캐릭터 구성과 이야기 전개다. 사회적인 이슈나 개인적인 내면, 추상적인 상징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색화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관객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자극적인 소재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초년생의 성장 이야기로 발전시킨 점 또한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에로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담은 다큐멘터리 장면은 인서트로서 효율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족에 머무른다. 저예산영화의 기술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지만, 독립영화 특유의 도전적인 실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살 만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 열병을 앓는 청춘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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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70년대 어느 여름. 미겔리토(알베르토 아마릴라)와 세 친구는 수영장에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부잣집 아들 파코(펠릭스 고메즈)와 반항적인 바비(라울 아레발로) 그리고 막내뻘인 모라탈라(마리오 카사스)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음란한 상상에 빠져들지만, 한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한 미겔리토는 이들과 달리 세상을 시적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항상 단테의 시 [신곡]을 들고 다니며 아마추어 시인 행세를 하는 미겔리토는 병원에서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옥을 경험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퇴원 후 수영장에서 루리(마리아 루이즈)를 만나게 되자 미겔리토는 그녀를 자신만의 베아트리체로 부르며 그녀와 함께 천국 같은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루리는 가난 때문에 술집에서 춤을 추며 살아가지만 미겔리토에게만은 순결한 베아트리체로 남아 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El Camino de los ingleses>는 스페인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999년 아내인 멜라니 그리피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 Crazy in Alabama >로 연출 데뷔한 후 7년 만의 일. 미국에서 영어로 제작된 데뷔작과 달리 두 번째 연출작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슬레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페인어로 제작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뿌리를 짐작케 한다. 이 영화는 <스파이키드 Spy Kids> 시리즈와 <슈렉 Shrek> 시리즈, 그리고 <레전드 오브 조로 Legend of Zoro> 등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출연작과는 달리 예술영화의 향취를 풍기는 작품이다.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라벨유럽영화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의 열병을 앓는 젊은 주인공 미겔리토의 이야기를 지옥과 천국, 연옥을 여행하는 시인 단테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 [신곡]을 인용해 시적으로 풀어냈다. 햇살이 뜨거운 스페인을 배경으로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청춘을 통과하는 젊은이들의 기쁨과 고통, 좌절, 아픔, 슬픔 등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낸다. 알베르토 아마릴라와 마리아 루이즈 같은 스페인의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욕망의 낮과 밤 Tie Me Up! Tie Me Down! > <하이힐 High Heels> <키카 Kika> 등에서 톡특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빅토리아 아브릴과 <하몽하몽 Jamon Jamon> 등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후안 디에고 등 스페인의 중견배우들도 출연해 젊은 배우들과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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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1. 7. 13:04
9.00/10
3명 참여
판타스틱 자살 소동
감독  : 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출연  : 한여름, 타블로, 박휘순, 김가연, 김남진, 정재진, 강인형, 이혜상
상영시간  : 92분
장르  : 판타지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7.53/10
30명 참여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감독  : 마에다 테츠
출연  : 마츠다 쇼타, 오오사와 타카오, 스즈키 쿄카, 사토 코이치
상영시간  : 92분
장르  : 코미디,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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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75/10
20명 참여
6.67/10
3명 참여
데드 걸
감독  : 카렌 몬크리프
출연  : 토니 콜렛, 브리터니 머피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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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8.83/10
41명 참여
5.00/10
1명 참여
벡실
감독  : 소리 후미히코
출연  : 쿠로키 메이사, 타니하라 쇼스케, 마츠유키 야스코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애니메이션,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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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72/10
190명 참여
7.50/10
2명 참여
세브란스
시사회·이벤트
감독  : 크리스토퍼 스미스
출연  : 대니 다이어, 로라 해리스
상영시간  : 95분
장르  : 스릴러, 코미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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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03/10
92명 참여
7.50/10
2명 참여
색, 계
시사회·이벤트
감독  : 이안
출연  :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리홍
상영시간  : 15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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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8.84/10
38명 참여
6.00/10
2명 참여
로스트 라이언즈
감독  : 로버트 레드포드
출연  : 톰 크루즈,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포드
상영시간  : 91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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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32/10
66명 참여
6.00/10
1명 참여
더 버터플라이
감독  : 마이크 바커
출연  : 피어스 브로스넌, 제라드 버틀러, 마리아 벨로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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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2007년 11월 09일
5.00/10
1명 참여
트러블 앤 섹스
감독  : 제프 프랭클린
출연  : 프렌치 스튜어트, 브리짓 윌슨, 타이라 뱅크스
상영시간  : 94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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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판타스틱 자살소동> - 판타스틱 자살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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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한번쯤 자살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자살’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암흑 속의 세 사람>이란 제목의 첫 번째 이야기는 늦잠을 자다 시험을 보지 못한 것에 낙담해 옥상에서 뛰어내릴 것을 결심한 한 소녀(한여름)의 ‘백일몽’. 분명 옥상에서 훌쩍 뛰어내렸건만 소녀는 멀쩡하다. 아니, 몸은 멀쩡하되 정신은 도대체가 멀쩡하지가 않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울부짓는 학생주임(박휘순)과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는 양호 선생님(김가연), 거기다 지구를 폭파하겠다고 나선 남학생(타블로)이 소녀를 괴롭힌다. 두 번째 이야기 <날아라 닭!>은 자살을 결심하고 총을 챙겨 외딴 바닷가로 떠난 경찰(김남진)의 일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곧바로 죽을 생각이었지만 남자는 그곳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접하고 자살을 잠시 미룬다. <해피버스데이>는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마지막 이야기. 생일 아침, 자신의 생일을 아무도 몰라줘 속이 상한 게이 할아버지(정재진)는 우연히 기찻길에 뛰어들려는 청년(강인형)을 만나 그를 돕는다.

‘자살’이란 소재를 축으로 30여 분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 인디스토리와 MBC드라마넷이 공동 제작한 작품. 꿈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암흑 속의 세사람>을 <핵분열가족>으로 올해 클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수영 감독, <날아라 닭!>을 <피터팬의 공식>을 연출한 조창호 감독, <해피버스데이>를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연출했다. ‘자살’이란 소재를 같이 했을 뿐 전혀 다른 색깔로 만들어진 세 이야기는 그러나 자살을 어둡고 내밀한 것에서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끌어낸다. 꿈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살을 ‘꿈’의 한 형태로 바꾼 <암흑 속의 세사람>이 로맨스와 SF, 전쟁 스릴러를 뒤섞으며 자살을 한바탕 소동극으로 그린다면 <날아라 닭!>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자살하지 못한 한 남자의 아이러니, <해피버스데이>는 노인의 자살 안에 유쾌한 극적 반전을 심어두었다. 세 이야기의 질감이 모두 달라 한 편의 옴니버스로서 매끈하게 이어지진 않지만 각 영화마다 뒤통수치는 반전의 재미와 독특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장르의 구애 없이 자유자재로 ‘자살의 풍경’을 그려내는 영화적 시도는 빛나지만 <판타스틱 자살소동>이 이로써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기존 관념과 얼마나 다른지는 생각해볼 문제. 자살을 삶의 ‘그림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영화의 시선은 새롭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식의 교훈은 여전하다. 가수 타블로의 영화 배우 선언, 김남진의 연기 변신, <웰컴 투 동막골>의 촌장을 연기했던 연극배우 정재진의 깜찍한 게이 할아버지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는 <판타스틱 자살소동>에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돼 관객들의 큰 사랑을 얻은 바 있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 만화적인 상상력이 영화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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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네 명의 달인이 있다. 귀신 같이 거짓말을 알아채는 인간 거짓말탐지기 나루세(오오사와 다카오), 0.1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잴 수 있는 유키코(스즈키 교카), 말도 안 되는 논리와 휘황찬란한 수식어구로 연설을 늘어놓는 쿄노(사토 코이치), 천부적인 소매치기 쿠온(마츠다 쇼타). 기묘한 재능을 지닌 네 남녀가 만나 낭만적인 은행강도를 벌인다. 은행을 털러 나선 일당은 예상치 못한 다른 강도의 출현으로 힘들게 훔친 돈을 모두 빼앗겨 버린다. 일당은 강탈당한 현금을 되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대담한 트릭을 이용해 계략을 꾸민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A Cheerful Gang Turns the Earth>는 네 명의 주연급 배우 캐스팅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나루세 역의 오오사와 다카오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케이티 KT> <눈에게 바라는 것 What the Snow Brings> 등으로 유명한 사토 코이치는 쿄노 역으로 출연한다. 스즈키 교카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Welcome Back, Mr. McDonald> <피와 뼈 Blood and Bones>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얼굴이 잘 알려져 있으며, 마츠다 료타는 <나나 Nana> <사랑의 문 Otakus in Love>로 잘 알려진 마츠다 류헤이의 동생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오션스 일레븐 Ocean’s 11> 시리즈처럼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러 명이 힘을 모아 완벽한 범죄를 꾸민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이지만 <오션스 일레븐>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독특한 재능을 지닌 4인조 갱단이 힘들게 훔친 돈을 다른 강도에게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린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라기보다는 만화 같은 영화에 더 가깝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는 다소 헐거운 편이지만, 매력적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과 만담처럼 이어지는 대사,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컴퓨터그래픽 등이 플롯의 지루함을 보완한다.










<데드걸> -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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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몸이 불편한 엄마를 모시고 사는 이든(토니 콜레트)은 우연히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괴팍한 성격의 엄마는 이든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15년 전 언니가 실종된 후로 언니 찾기에만 매달리는 엄마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레이(로즈 번)은 시체 보관소에 들어온 여자의 시체가 언니일 거라고 확신하지만, 언니가 아님을 알고 실망한다.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편을 둔 루스(메리 베스 허트)는 외로움과 소외감에 고통받는 여인. 매번 자신을 버려두고 외출하는 남편이 창고의 서랍장 속에 여성들의 피묻은 옷과 운전면허증을 숨겨놓은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래 전에 가출한 딸의 죽음을 확인한 멜로라(마샤 게이 하덴)는 딸과 함께 살던 친구 로제타(케리 워싱턴)로부터 가출한 후 딸의 생활과 딸의 가출 이유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매춘부 크리스티(브리트니 머피)는 딸의 생일에 맞춰 선물을 전해주러 밤중에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딸이 있는 곳으로 가던 중 오토바이가 고장나서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다.

<데드걸 The Dead Girl>은 죽은 여자(the Dead Girl)를 매개로 엮인 다섯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놓는 작품. 저마다 다른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낯선 사람(The Stranger), 자매(The Sister), 아내(The Wife), 어머니(The Mother), 죽은 여자(The Dead Girl) 등 다섯 개의 에피소드에 각각 담겨 있다. 영화는 자매, 아내, 어머니 등 여성의 입장에서만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의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배우이자 감독인 카렌 몬크리프는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연출로 여성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과 감정들을 설득력있게 묘사해낸다.

2006년 미국 개봉 당시 외신들은 "<데드걸>은 훌륭한 시나리오와 정교한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행복하게 만난 수작"이라는 평가부터 "<<데드 걸>은 장인의 솜씨로 빚어낸 뛰어난 스릴러" "관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 등의 호평을 쏟아내며 카렌 몬크리프의 연출력을 높이 샀다. <데드걸>은 연출력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빛난다. 토니 콜레트, 브리트니 머피, 마샤 게이 하든 등의 배우들은 각각 짧은 에피소드에 잠깐씩 출연할 뿐이지만 연기파 배우답게 제몫을 톡톡히 해내며 여운을 남긴다.








<벡실> - 당신이 상상한 미래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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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2007년, 세계 모두가 핵을 경계한다면 2077년엔 최첨단 과학기술이 경계 대상이 된다. 2067년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군사 과학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그 수준이 다른 나라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거대하다는 것. 이에 유엔이 일본의 첨단 기술을 규제하고 나서자 일본은 ‘쇄국’이란 강경수로 맞선다. 전세계 통신망, 위성 망을 피해 일본이 나라를 닫아버린 지 10년.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는 일본이 10년 만에 비밀 회의를 연다는 소식을 입수하고 일본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단단히 막힌 일본의 쇄국망을 뚫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요원이 침투 중 목숨을 잃은 와중 홀로 잠입에 성공한 여전사 벡실(구로키 메이사). 그녀는 그곳에서 마리아(마츠유키 야스코)라는 묘령의 여인과 만난다.

<벡실 Vexille>은 <애플시드 Appleseed>(2004)를 제작하며 미래 시대, 여전사의 모험을 그린 바 있는 소리 후미히코 감독이 또 한번 그려내는 미래 여전사의 모험극. 일본 최초 100% CG 애니메이션으로 3D 애니메이션 공간에 2D 인물들을 섞어두었던 <애플시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 전체를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으로 마감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Titanic>에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담당한 이래,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CG를 맡아온 소리 후미히코 감독은 <벡실>을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영상미로 그려낸다. 차가운 톤으로 잡아낸 미국 최첨단 미래 도시의 마천루와 시골 촌락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고 낡은 도쿄의 풍광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는 2077년의 미래 풍경이 눈을 잡아 끌고, 스워드 요원 벡실과 그녀를 돕는 마리아가 일본 정부군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탄생했다.

<벡실>의 가장 큰 매력은 3D로 잡아낸 매혹적인 영상미지만 영화를 이루는 아이디어 역시 흥미롭다. 미래 시대에 ‘쇄국’을 감행하고 고립하는 일본이라는 설정부터 시작해 인간이란 유기체의 피를 빨아먹고 크는 로봇, 60년대 촌락으로 그려지는 미래 도쿄의 풍광 등 <벡실>에는 우리가 흔히 ‘미래’라는 이름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이미지와 아이디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려한 영상에 비해 스토리 줄기는 헐거운 편. 일본을 쇄국으로 몰고 간 조직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까지, 반복되는 추격전은 박진감 넘치지만 스토리 상의 찰기는 옅다. 덕분에 벡실의 흥미진진한 추격전은 지루한 스토리와 만나 박진감을 상당 수 잃고 말았다.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벡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의 음악을 담당했던 폴 오켄폴드가 만들어낸 빠른 템포의 음악 선율들은 <벡실>의 액션, 추격 신들과 완벽한 호흡을 이룬다.








<세브란스> - 공포와 코미디의 절묘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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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다국적 무기회사 팰리세이드 디펜스의 직원들이 헝가리로 워크샵을 떠난다. 하지만 현지 운전기사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도망쳐 버리고, 초호화 별장으로 기대했던 숙소는 폐허와 다를 바 없는 산장이다. 부장 리차드(팀 맥이너니)는 팀원들을 단합해 보려 하지만, 불만이 머리 끝까지 오른 이들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날 아침 사라진 버스 운전기사를 찾아나선 해리스(토비 스티븐스)와 질(클로디 블레이크리)은 참혹하게 살해된 채 쓰러져 있는 운전기사를 발견한다. 또한, 팀워크를 위해 페인트볼 서바이벌 게임을 하던 고든(앤디 나이맨)은 누군가 설치해 둔 덫에 걸려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무기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류의 코믹 공포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호할 만한 작품이 찾아왔다. <크립 Creep>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브란스 Severance>는 워크샵 도중 정체불명의 괴한을 만나게 된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변종 호러영화다. ‘절단’이라는 영화제목에도 알 수 있듯 <세브란스>는 기본적으로 스플래터 무비의 외형을 띄고 있다. 희생자들은 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떨어져 나가며, 불에 그을린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이 공포를 직조하는 방법은 전통적인 호러영화와 다소 차이가 있다. 예컨대 괴한들에게 쫓기며 숲 속을 도망치는 장면에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괴한들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은 어이없게 날라가던 비행기를 맞추는 식이다. 공포와 코미디의 절묘한 만남은 살육이 일어나기 바로 전날, 무기회사 직원들이 나누는 음모론을 모티브 삼아 제대로 구현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치부됐던 무기회사 음모론은 영화 속에 세 차례에 걸쳐 변주되며 이들을 괴롭혀 나간다.

<세브란스>는 스산한 기운을 내뿜는 공포영화 본연의 장르적 쾌감뿐만 아니라, 반전(反戰)이라는 묵직한 주제의식 또한 놓치지 않는다. 불특정다수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반적인 호러영화의 살인마와 다르게, <세브란스>의 괴한들은 무기회사 팰리세이드 디펜스에 앙심을 품고 직원들을 처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 리차드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제조된 지뢰를 밟게 되거나, 고통 없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개발하고 싶었던 질이 괴한에게 납치돼 공포에 떠는 장면은 <세브란스>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시킨다. 느닷없이 조명이 꺼지고 날카로운 굉음이 울려 퍼지는 공포영화 클리셰를 철저히 배제한 <세브란스>는 공포영화 마니아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일반적인 관객에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플래터 무비로 손색이 없다.








<색, 계> - 인간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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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영국으로 간 아버지의 초청을 기다리는 왕치아즈(탕웨이)는 2차세계대전의 포화를 피해 전쟁의 소용돌이 바깥에 위치한 홍콩으로 이주한다. 홍콩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연극을 통해 항일 정신을 고취하는 대학 연극부에 가입하고, 훤칠한 외모의 광위민(왕리훙)에게 매료된다. 이곳에서 그녀는 친일파의 핵심인물인 정보부대장 이(양조위)의 암살계획에 동참하고, 그녀는 막부인으로 자신을 위장한 채 이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이가 갑작스럽게 상하이로 발령이 나 모든 계획은 무산되고, 이후 왕치아즈는 상하이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날 광위민이 왕치아즈에게 접근하여, 한 번 더 이의 암살 계획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

<색, 계 Lust, Caution>(이하 <색계>)는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이안이 지난 2000년작 <와호장룡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이후 7년 만에 중국 만다린어로 제작한 영화다. 관금붕의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 Red Rose White Rose>, 허안화의 <반생연 Eighteen Springs> 등으로 유명한 중국 상하이 출신의 여류 작가 에일린 창의 28페이지 짜리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색계>로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이후 불과 2년만에 황금사자상을 두 번째로 손에 넣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인 <색계>에서 '색(色)'은 인간의 욕망을 뜻하며, '계(戒)'는 인간의 신중함 혹은 조심스러움을 뜻하는 말. 겉으로 <색계>는 사랑과 섹스를 의미하지만, 이를 넘어 예술과 삶 등 인간의 모든 행동 양식에 적용될 수 있다. 왕치아즈와 이는 처음 그들에게 다가온 서로를 신중하게 경계하지만, 결국 경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안에서 언제든지 튀어나올 준비가 된 경계심으로 인해 두 명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안 감독은 <색계>의 두 주인공 왕치아즈와 이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과 사랑이 공존하는 인간을 이야기한다.

<색계>는 극 중 등장하는 이와 왕치아즈의 자극적인 정사 장면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인 NC-17 등급을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무려 30분이 삭제된 채 개봉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극 중 세번에 걸쳐 등장하는 이와 왕치아즈의 정사 장면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안과 로드리고 프리에토 촬영감독(<브로크백 마운틴 > <바벨 Babel>)의 카메라는 이를 '야'한 포르노그래피와는 180도 거리가 있게 담아냈다. 경계로 시작한 이와 왕치아즈의 관계가 점차 치명적인 사랑으로 발전되는 과정이 격정적이다 못해 서로 피를 토할 것 같은 치열함으로 다가온다. 홍콩의 대표적인 배우 양조위는 극 중 묘한 매력을 풍기는 악역 이로 등장, 그 특유의 몸과 눈 연기를 펼친다. 왕치아즈 역할의 배우는 놀랍게도 <색계>가 스크린 데뷔작인 중국의 탕웨이. 이번이 첫 스크린 연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탕웨이는 연기 대선배인 양조위와 팽팽한 연기 파트너십을 보여준다.








<로스트 라이언즈> - For the 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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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공화당의 젊은 상원의원 어빙(톰 크루즈)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유명 저널리스트 재닌(메릴 스트립)에게 접근, 자신에게 유리한 글을 쓰도록 하려고 한다. 전쟁 전문 저널리스트인 재닌은 어빙이 그녀에게 던져준 특종과 그 뒤에 감춰진 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또한 같은 시간 자신의 두 제자 어니스트(마이클 페냐)와 아리안(데릭 루크)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 말리 교수(로버트 레드포드)는 또 다른 제자 토드(앤드류 가필드)를 불러 현실 개혁을 위해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간, 지구 저 멀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빙의 전쟁 전략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상으로 가득한 두 병사 어니스트와 아리안은 작전 중 아프가니스탄 오지에 고립되고,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인다.

<로스트 라이언즈 Lions for Lambs>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통산 7편째 장편 극영화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미국 할리우드의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잘 알려진 인물. 그러나 연출 데뷔작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부터 가장 최근작 <베가 번스의 전설 The Legend of Bagger Vance>(2000)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강한 정치색을 띤 현재형의 영화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결국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으로 귀결된 아프가니스탄 내전 소재의 <로스트 라이언즈>는 다분히 선동적인 느낌까지 풍기는 정치 드라마다. 정치적 야심으로 똘똘 뭉친 공화당 상원의원, 특종을 원하는 유명 저널리스트,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대학 교수. 영화는 이렇게 세 명의 유력 인사(decision maker)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의 확실한 목소리를 낸다. 다름아닌 '테러와의 전쟁' 이라는 명분하에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불필요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1시간 동안 어빙과 재닌이 대화를 나누는 워싱턴 DC와 말리 교수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실, 그리고 긴박한 작전이 펼쳐지는 아프가니스탄 이렇게 세 곳을 오가며 '리얼 타임' 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영화의 원제인 '라이온즈 포 램스'는 1차세계대전 당시 무능력한 영국군 장교의 전략 실패로 인해 용맹한 영국 군인들이 희생되는 것을 통탄한 한 독일군 장교의 언급으로, 극 중 아프가니스탄 행을 자원한 두 대학생 어니스트와 아리안이 '라이온즈'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너무나 확연한 메시지를 지닌 제목처럼 <로스트 라이언즈>의 주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철저한 민주당 지지자의 시선에서 본, 현재 미국과 미국인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자기 반성' 의 영화다.








<더 버터플라이> - 산산조각난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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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시카고에서 광고회사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닐 랜달(제라드 버틀러)의 삶은 완벽에 가깝다. 매력적인 아내 애비(마리아 벨로), 예쁜 딸 소피(엠마 카완디)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한편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남자로 인정받고 있다. 랜달의 완벽한 삶은 딸 소피가 납치되면서 위협받기 시작한다. 납치사건의 주범은 반사회적 이상 성격을 지닌 남자 라이언(피어스 브로스넌)으로 그는 소피를 납치한 채 랜달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라이언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랜달의 삶을 파괴하는 것. 주도면밀한 성격의 라이언은 소피를 납치한 후 24시간 동안 랜달을 조종하며 마치 게임을 즐기듯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속수무책으로 라이언의 요구를 들어주던 랜달은 마지막으로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라는 마지막 요구에 직면한다.

미국에서는 ‘산산조각난(Shattered)’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더 버터플라이 Butterfly on a Wheel>의 원제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 ‘Epistle to Dr. Arbuthnot’ 중 ‘who breaks a butterfly upon a wheel’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구절은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결과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 것을 의미하며, ‘breaking on the wheel’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주는 고문을 가리킨다. 라이언이 랜달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을 설명하는 제목인 동시에 이유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제목인 것이다.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중산층 가장을 상대로 24시간의 무모한 게임을 시작한 반사회적 성격의 납치범. 납치를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로서는 평범한 설정이지만, 작품이 지니고 있는 긴장감과 박진감은 예사롭지 않다. 영리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연기 조화도 안정적이고, 결말 부분에 감춰 놓은 반전도 흥미롭다. 반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든 영화가 그렇듯 <더 버터플라이>를 재미있게 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스포일러다.










<트러블 앤 섹스> - 그와 그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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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친구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게 된 시트콤 작가 세스(프렌치 스튜어트)는 결혼식 리허설 도중 신부 들러리인 첼시아(브리짓 윌슨)을 만난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자 동거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동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댄다. 세스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방을 꾸미는 첼시아의 행동이 부담스럽고, 첼시아는 고양이 알레르기를 가진 세스 때문에 오래 전부터 키워온 고양이 그레이시와 생이별을 한다. 옥신각신하며 1년을 함께 살아온 이들은 결혼 문제를 논의하다 큰 싸움을 벌인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첼시아와 다르게, 세스는 결혼을 애당초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것. 이에 화가 난 첼시아는 ‘혼인빙자간음’으로 세스를 고소하고, 이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트러블 앤 섹스 Love Stinks>(1999)는 첫눈에 반해 동거를 시작했지만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면서 마음이 틀어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세스와 첼시아는 꼼꼼한 성격, 자상한 마음씨를 가졌다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상이한 결혼관, 자잘한 성격차이로 차츰 등을 돌리게 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인 제프 프랭클린 감독은 세스와 첼시아의 직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들의 불협화음을 묘사해 나간다. 시트콤 작가 세스가 집안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모두 각본으로 옮겨 무대에 재현되는 장면이나, 홈 데코레이터였던 첼시아가 세스의 집안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장면은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트러블 앤 섹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묘사돼 아쉬움을 남긴다. 결혼에 목을 맨 첼시아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세스의 집과 재산을 빼앗으려는 악녀의 전형을 보이고, 첼시아의 여자친구들은 남자를 그저 돈으로 보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가 대다수다. 8년 만에 지각 개봉하는 <트러블 앤 섹스>는 모델 계의 흑진주라 불리는 타이라 뱅크스가 첼시아의 친구인 홀리로 얼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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