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4. 18. 18:49
7.33/10
61명 참여
5.33/10
3명 참여
눈부신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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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박광수
출연  : 박신양, 서신애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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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6.90/10
48명 참여
7.00/10
4명 참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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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오카다 준이치, 미야자와 리에
상영시간  : 127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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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37/10
164명 참여
8.00/10
1명 참여
굿 셰퍼드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로버트 드니로
출연  : 맷 데이먼
상영시간  : 167분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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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53/10
15명 참여
6.00/10
1명 참여
로빈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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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J. 앤더슨
출연  : 안젤라 바셋, 폴 버처, 제시 플라워, 할랜드 윌리암스
상영시간  : 101분
장르  :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SF,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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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7.91/10
134명 참여
3.00/10
1명 참여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김호정, 지길웅
출연  : 이청아, 박기웅
상영시간  : 125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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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7.18/10
22명 참여
5.00/10
2명 참여
리핑 - 10개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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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홉킨스
출연  : 힐러리 스웽크
상영시간  : 99분
장르  : 공포, SF,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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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7.80/10
59명 참여
5.50/10
2명 참여
파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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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권용국
출연  : 양진우, 김정화, 오광록
상영시간  : 9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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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15/10
27명 참여
6.00/10
3명 참여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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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대니 보일
출연  : 로즈 번, 클리프 커티스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SF,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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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89/10
18명 참여
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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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소노 시온
출연  : 오다기리 죠, 제이 웨스트
상영시간  : 98분
장르  : 액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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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50/10
2명 참여
6.50/10
2명 참여
카뮈 따윈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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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야나기마치 미츠오
출연  : 가시와바라 슈지, 마에다 아이, 요시카와 히나노, 나카이즈미 히데오
상영시간  : 115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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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20/10
15명 참여
환상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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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에스미 마키코, 나이토 타카시, 아사노 타다노부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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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10
6명 참여
5.00/10
1명 참여
섹스 위드 러브
감독  : 보리스 퀘시아
출연  : 시그리드 알레그라시야, 엘바로 루돌프, 페트리샤 콘트라스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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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4/19 개봉작 리뷰] <눈부신 날에> - 눈부신 하늘 아래
입력시간 : 2007-04-16 09:10


컨테이너에서 사는 백수 건달 우종대(박신양)는 친구 동수(류승수)가 하는 야바위판에 바람잡이를 하던 중 고등학생들과 싸움이 붙어 철창신세를 지게 된다. 교도소행 직전의 종대를 찾아간 사회복지사 선영(예지원)은 합의를 대신 해주는 조건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보육원에서 지내다 입양되기 직전인 일곱 살배기 딸 준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것이다. 선영은 컨테이너로 돌아간 종대를 다시 찾아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줄 테니 준과 몇 달만 같이 지내달라고 부탁한다. 준을 딸로 받아들이지 않던 종대는 오로지 돈을 위해 준과 함께 지내기로 약속하고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한다. 준의 소원은 종대와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 하지만 당장 돈이 급한 종대에게 준과 지내는 일은 귀찮기만 하다. 불법 투견장을 운영하는 조직의 소싸움판 사기 도박에 가담한 종대는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위험한 처지에 몰린다. 여기에 동수의 배신은 종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고, 불치병을 앓던 준은 종대가 시키는 대로 컨테이터 위로 올라가 안테나를 잡고 있던 중 비바람을 맞고 쓰러진다.

관습적인 과장을 배제한 신파극 <눈부신 날에>는 뜻밖에도 <이재수의 난>을 연출한 박광수 감독의 신작이다.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베를린 리포트> <그 섬에 가고 싶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박광수 감독은 일관성 있게 다뤘던 사회적·역사적 이슈 대신 따뜻하고도 슬픈 가족 이야기를 <이재수의 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예전 영화들과 맥락을 함께 하지만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명백히 가족이다. 다만 일반 가족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혈연 중심의 일반적 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차원에서 사랑과 속죄, 구원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선영과 준의 관계가 그렇고 종대와 준의 관계가 그렇다. 인생 막장에 다다른 것과 다름없는 종대가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준의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이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전 세계를 구하는 것이라면 준은 종대에게 구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사회적 이슈를 다뤄 온 중견 감독에게 <눈부신 날에>는 다소 의외의 작품이다. 비록 근원적인 부분에서는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다 하지만, 형식상 고전 신파극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백수 건달이 자신의 딸이라고 찾아온 어린 소녀가 불치병으로 죽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은 가족이라는 한정된 인물군에 초점을 맞추고 죽음의 과정까지 안내하는 여타 신파 가족극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슬픔을 강요하기 위한 관습적 장치를 과하지 않게 사용했다는 점에서 구닥다리 신파극과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불치병에 걸린 준이 주인공 종대에 비해 비중이 적으며 간헐적인 관찰의 대상이라는 점도 일반적인 신파극과 다른 점이다. 관객은 준의 시선을 따라가기보다는 종대의 시선을 좇아가게 된다. 종대의 삼류인생을 비추는 동안 준은 내러티브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신파 드라마와 인간 드라마 사이에서 오가는 동안 영화는 별다른 사건도, 감정적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고 영화의 절반을 마친다. 종대와 준의 관계보다는 종대의 험난한 삶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둔 탓이다. 이것이 <눈부신 날에>의 장르를 가족 드라마라 말하기도 모호하고 인간 드라마로 포함시키기도 힘들게 만드는 이유다. 준과 종대가 처한 현실이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와 먼 것처럼 <눈부신 날에>의 사회적·종교적 메시지는 신파극의 최루성과 쉽사리 연결되지 못한다. <눈부신 날에>는 눈물도 감동도 강렬한 메시지도 전하지 않는 참 애매한 영화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4/19 개봉작 리뷰] <굿 셰퍼드> - 이 남자가 사는 법

입력시간 : 2007-04-16 11:29



1961년 4월 쿠바의 반 혁명군 침공 작전에 실패한 미국 정부는 CIA 내부 첩자로 인해 정보가 유출되었음을 알게 되고,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CIA는 내부 첩자를 비밀리에 조사하기 시작한다. 명문가 출신으로 예일대 재학 중 비밀 서클인 'Skull and Bones'에 가입한 후 첩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베테랑 요원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도 예외는 아니다. 에드워드는 CIA 초창기부터 첩보 업무를 담당해 온 베테랑 요원으로, 어느날 그에게 익명의 녹음 테이프와 흑백 사진이 도착한다. 첩자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이 증거물의 정체를 밝혀나가면서, 에드워드는 자신의 CIA 활동을 거슬러 올라간다.

<굿 셰퍼드 The Good Shepherd>는 지난 1993년 <브롱크스 이야기 A Bronx Tale>로 성공적으로 감독 자리에 올라선 로버트 드 니로가 13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 극영화. <브롱크스 이야기>가 1960년대 뉴욕 브롱크스 무대의 갱스터의 이야기였다면 <굿 셰퍼드>는 193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의 미국의 지나간 역사에 시선을 돌리는 작품이다. 맷 데이먼이 연기하는 에드워드 윌슨은 1954년부터 74년까지 CIA에서 근무한 실존인물 제임스 앤젤톤에 토대를 두고 창조된 캐릭터다. <굿 셰퍼드>는 3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에드워드의 인생 역정을 따라가며, CIA의 탄생과 몰락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첩보 세계의 추악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굿 셰퍼드>의 각본을 담당한 사람은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인사이더 The Insider> 등 미국 역사를 토대로 한 드라마에서 장기를 보인 에릭 로스. 철저한 시대 고증 작업을 거쳐 <굿 셰퍼드>는 당시 미국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미국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러닝타임 167분 내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역의 맷 데이먼의 연기는 기본 이상이다. 그는 어린 시절 경험한 아픈 기억으로 인해 나락으로 치닫는 한 남자의 30년 동안의 삶을 치밀하게 연기한다. 그 외에 안젤리나 졸리, 윌리암 허트, 존 터투로, 알렉 볼드윈, 마이클 갬본, 빌리 크루덥 등 더이상 화려할 수 없는 일급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또한 <굿 셰퍼드>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편집, 촬영, 의상, 미술 등 최고의 테크니션들로 가득한 영화지만, 감독 로버트 드 니로의 연출력은 다소 평범하다. 그는 당시 미국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첩보 세계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167분 만연체의 리듬을 타고 여러 차례 공명하는 데 그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4/19 개봉작 리뷰] <로빈슨 가족> - 픽사와 디즈니의 행복한 만남

입력시간 : 2007-04-16 09:13



열두 살 소년 루이스의 첫 번째 소원은 친어머니를 찾는 것이다. 입양을 신청한 부모들과 수십 차례 만나보기도 하지만, 취미로 만든 발명품을 자랑하다 번번이 사고만 쳐서 계속 고아원에 남아있는 처지가 된다. 같은 방 친구 굽의 밤잠을 방해하면서 완성한 루이스의 최근 발명품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메모리 스캐너. 어린이 발명대회에 참가한 루이스는 미래에서 왔다는 소년 윌버 로빈슨으로부터 악당 모자맨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는다. 모자맨이 꾸민 계략에 휘말려 메모리 스캐너를 빼앗긴 루이스는 발명품을 되찾기 위해 윌버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 세계로 떠난다. 윌버 로빈슨의 가족은 개성이 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독특하다. 개구리를 연습시켜 오케스트라를 만든 엄마, 옷을 뒤집어 입은 채 틀니를 찾아 집안을 헤매는 할아버지, 디스코 댄스에 심취한 할머니, 손가락 인형을 아내로 삼아 대화를 나누는 삼촌, 어릴 적부터 장난감을 좋아해 어른이 돼서도 기차를 집안에서 가지고 노는 고모, 프로펠러가 달린 헬멧을 쓰고 날아다니며 벽화를 그리는 사촌 등 대가족 로빈슨 패밀리는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어머니를 찾겠다는 일념 아래 메모리 스캐너를 훔쳐간 모자맨을 추적하던 윌버는 모자맨의 정체를 알아내고 깜짝 놀란다.

디즈니가 100퍼센트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첫 번째 3D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 Chicken Little>은 흥행에서는 꽤나 성공했지만 작품 자체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고전적 방식의 2D를 버린 디즈니는 자사의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의 장점과 제휴사 픽사의 장점을 결합하려 했으나 <치킨 리틀>은 적절한 모범으로 남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로빈슨 가족 Meet the Robinsons>은 디즈니의 두 번째 3D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픽사와 합병한 후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다. 디즈니 출신으로 픽사에 몸담으며 <토이 스토리 Toy Story> 시리즈와 <벅스 라이프 A Bug's Life> <카 Cars> 등을 감독하고 <몬스터 주식회사 Monsters. Inc.>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를 제작한 존 라세터가 디즈니로 옮겨 처음으로 제작을 맡았다. <로빈슨 가족>은 <치킨 리틀>에 비해 디즈니와 픽사의 조화가 잘 이뤄진 작품이다. 영화 끝머리에 나오는 월트 디즈니의 말인 '계속 전진하라(keep moving forward)'에서 알 수 있듯 디즈니의 변화를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로빈슨 가족>의 원작은 윌리엄 조이스의 삽화 동화 [윌버 로빈슨과의 하루 A Day with Wilbur Robinson]이지만, 주인공 소년이 윌버 로빈슨의 집에 놀러가서 독특한 개성의 가족들을 만난다는 것 외에는 많은 것이 다르다. 소년의 이름이 루이스이고 발명이 취미인 고아라는 점, 미래에서 온 윌버를 따라 자신의 발명품을 훔쳐간 모자맨을 추적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점 등이 새롭게 첨가됐다. 영화에서 로빈슨 가족의 역할은 동화의 그것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할 뿐 루이스가 엄마를 찾는 데 있어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캐릭터의 특성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지만, 로빈슨 가족은 결말에서 제시되는 가족주의의 행복한 외형으로만 기능한다. 이것은 어린이에 대한 애정과 가족주의의 실현이라는 디즈니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다행히 <로빈슨 가족>이 진부한 가치관과 이야기로 일관하는 작품이 되지 않은 것은 픽사에서 영향받은 듯한 현대적인 감각 때문이다. 다분히 평면적이고 단순한 디즈니의 캐릭터들과 달리 <로빈슨 가족>의 캐릭터들은 입체적이고 다양하며 개성이 넘친다. 기발한 상상력과 역동적인 어드벤처 역시 픽사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다. 비록 픽사의 성공작들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로빈슨 가족>은 픽사와 디즈니의 성공적인 합병을 알리는 작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4/19 개봉작 리뷰]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 - 기획영화의 모범답안 혹은 한계

입력시간 : 2007-04-16 11:30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홀홀단신 한국행을 감행한 재일교포 준코(이청아).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그녀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기만 하다. 정신이 반쯤은 나가 있는 듯한 게스트하우스의 학생들, 게다가 주인집 아들인 종만(박기웅)은 준코를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이다. 이를 견디다 못해 게스트 하우스를 나가려던 준코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으로부터 특별 한국어 과외를 주선받는데, 과외 선생은 다름 아닌 그의 아들인 종만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이하 '동갑내기 2')는 지난 2003년 개봉되어 전국 500만 관객을 동원한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4년만의 속편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당시 크게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멜로와 코미디, 개그를 버무린 기획 영화. 영화의 두 주연인 권상우와 김하늘 사이에서 일어난 화학반응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2003년 상반기의 최고 슬리퍼 히트작이다. <동갑내기 2>는 기본적으로 1편의 흥행 포인트를 충실하게 따른다. 초반부는 얼떨결에 스승과 제자의 위치에 처한 두 남녀의 좌충우돌기. 한국말이 서툰 재일교포 준코와 뚜렷한 삶의 목표도 가치관도 없는 '날라리' 대학생 종만이 서로 얽히고 설키게 되는 과정을 빠르고 경쾌한 호흡으로 풀어낸다. 물론 중반 이후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는 종만과 준코의 멜로 라인으로, 영화는 예정된 해피엔딩으로 급하게 나아간다.

등장 인물과 설정 등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갑내기 2>는 1편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영화다. 바로 이 점에서 <동갑내기 2>의 한계점이 발견된다. 철지난 개그 프로의 재방송을 보는 듯, 이미 한 번 재미를 본 기획 요소의 재탕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편이 만화적인 상상과 이모티콘의 적절한 사용, 두 주인공의 연기 호흡에 기초하여 성공적인 캐릭터 코미디로 나아갔다면, <동갑내기 2>는 철저히 말장난과 음담패설에만 기댄다. 작년 초 '맷돌춤' 광고로 스타덤에 오른 신예 박기웅과 <늑대의 유혹> 이청아의 연기 호흡은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원조 권상우와 김하늘의 그것에는 감히 미치지 못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4/19 개봉작 리뷰] <하나> - 복수보다는 피스~

입력시간 : 2007-04-16 09:12



태평천국 에도시대. 도쿠가와 쓰나요시가 쇼군으로 즉위한 후 나라는 태평성대를 이루지만 무사들은 칼을 쓰는 일이 없어지자 무력감에 빠진다. 동물을 우대하는 정책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개보다 천대받는 일까지 벌어진다. 에도시대가 시작된 지 85년이 지난 1688년부터 1704년까지 계속된 켄로쿠시대에 일본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1701년 3월 에도성에서 아코의 번주가 막부의 실세 키라에게 칼을 휘두르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결국 아코의 번주는 할복을 명령받았고 번에 속해 있던 47인의 사무라이들이 주군의 복수를 위해 이듬해 12월 새벽 키라를 습격한다. 47인의 무사는 결국 모두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아코사건이라고도 불려지는 이 추신구라사건은  일본사람들이 가장 즐겨 듣는 이야기 중 하나로 미조구치 겐지의 <겐로쿠 추신구라 The 47 Ronin>, <47인의 자객 47 Ronin> 등으로 영화화됐고, 얼마 전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TV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다.

<하나 Hana Yori Mo Naho>의 배경은 추신구라사건의 한복판인 1702년이다. 역사적 사건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하나>는 직접적으로 추신구라사건과 관련이 없는 작품이다. 가끔 사건의 내용이 언급되기도 하고 작품의 마지막에는 47인 중의 한 낭인(주군을 잃고 떠도는 사무라이)이 습격에 가담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의 중심 줄거리는 추신구라사건과 알레고리로 연결되는 한 사무라이 청년의 복수극이다. 사무라이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하나>에는 칼을 들고 격투하는 장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액션 활극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봤다가는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나>는 추신구라사건의 본질인 맹목적인 충성과 복수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을 떠난 소자(오카다 준이치)는 원수가 살고 있는 에도의 한 마을에 정착한다. 도대체 실전 경험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젊은 사무라이 소자는 마을에 자리를 잡은 후 복수보다는 어린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데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게다가 아들과 단둘이 사는 옆집 미망인 오사에(미야자와 리에)는 소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복수의 칼날을 무디게 만든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죽인 카나자와(아사노 타다노부)를 찾아낸 소자는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는 원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껄렁껄렁한 백수건달 소데키치(카세 료)에게 얻어터질 정도로 소자의 실력 또한 형편없다. 이쯤 되니 마을 사람들도 복수는 어림도 없다며 소자를 말린다. 마을 사람들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며 생각을 바꾼 소자는 복수 대신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맹목적인 사무라이 정신과 복수의 시대에 오히려 반대의 지점에 위치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하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9.11 사건과 그로 인해 변한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다. 일본인에게 가장 친숙한 이야기와 장르를 반대의 시각으로 전복시켜 화해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다. 추신구라사건의 핵심 키워드인 할복마저도 <하나>에서는 우스꽝스럽고 무의미한 의식으로 풍자된다. 이는 <원더풀 라이프 Wonderful Life> <디스턴스 Distance>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등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드러냈던 삶에 대한 따뜻한 시각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삶의 아이러니와 모순 속에서 끌어낸 유머를 곳곳에 배치해 코미디 영화 같은 외양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소자와 카나자와가 서로 고개를 숙이고 마주하는 장면과 47인의 낭인 중 한 명이었던 키치에몬(테라지마 스스무)이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아들과의 삶을 택하는 장면은 <하나>가 말하는 바를 핵심적으로 전달한다. 사무라이 영화라는 표피적인 특징과 요란한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소자를 포함한 빈민구역 소시민들의 평범한 삶을 관찰하며 느긋하게 러닝타임을 채운다. 떠들썩한 추신구라사건과 달리 마을사람들에게 생기는 일은 지극히 지엽적이고 개인적이다. 대의적 명분보다는 개인과 가족, 마을의 평안과 안녕이 우선이다. 감독은 그 속에서 평화의 가치를 찾고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다. 코미디라는 장르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밝고 따뜻한 시각을 말해주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지 영화 전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아니다. 사무라이 영화라는 장르의 관습적 쾌락을 배반한 채 공시적 가치를 통시적 가치로 재해석하는 감독의 철학을 읽을 때 <하나>를 보는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누군가는 "사무라이는 벚꽃처럼 미련 없이 최후를 맞이하는 존재"라고 말하겠지만,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인 마고의 입을 빌려 "내년에 다시 필 것을 알기에 지는 벚꽃이 아름다운 법"이라고 말한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4/19 개봉작 리뷰] <선샤인> - 태양을 쏴라

입력시간 : 2007-04-16 09:57

지구에 또 한번의 빙하기가 찾아온다. 때는 2057년, 태양이 열기를 잃고 식어가자 지구에도 한파가 몰아 닥친다. 태양을 다시 불 타오르게 하기 위해 8명의 대원이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표면에 핵 폭탄을 발사해 태양이 다시 끓어오르게 하려는 임무를 띤 ‘이카루스 2호’의 우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긴 비행 끝에 태양에 근접하게 된 순간, 이카루스 2호는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알 수 없는 신호와 만난다. 7년 전 이 길을 똑같이 지났을 조난된 우주선, 이카루스 1호가 보내는 조난 구호다. 1호 우주선이 갖고 있는 핵탄두까지 함께 태양에 던질 수 있다면 태양이 살아날 확률은 더욱 높아질 터. 핵물리학자 캐파(킬리언 머피)의 이러한 판단 아래 이카루스 2호는 1호가 있는 곳으로 궤도를 수정한다.

<28일 후… 28 Days Later…>의 멤버들이 <선샤인 Sunshine>에 또 다시 모였다. 대니 보일 감독과 배우 킬리언 머피는 물론, 각본가 알렉스 갈랜드와 제작자 앤드류 맥도널드까지 <28일 후…>의 핵심 멤버가 고스란히 넘어와 다시 한번 종말 직전의 인류를 그린다.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의 마지막 날들을 그린 <28일 후…>가 ‘인류 최후의 날’ 호러 좀비 버전이라면 <선샤인>은 SF 버전이라 할 만하다. 태양을 구해낼 목적으로 떠난 이카루스 2호는 이글거리는 태양은 물론 수성을 비롯한 숱한 우주 광경을 펼쳐 보인다. 실제 <선샤인> 제작팀이 가장 큰 공을 들인 건 우주선의 안팎을 포함한 우주 풍경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 태양의 실제 온도와 반사각도를 계산해 만든 미니어처와 CG로 태양 이미지를 그려내고, 우주선 내부의 생생한 그림을 얻어내기 위해 런던 동부에 대규모 세트를 세웠다. 우주선 내부 신들 모두 세트에서 직접 촬영한 반면, 외부 모습들은 미니어처를 만들어 CG로 합성하고 재조합 하며 영상에 공을 들였다.

이글거리는 태양 불꽃을 선보이는 <선샤인>은 분명 어떤 SF 영화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생생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하지만 식어가는 태양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 한 무리의 대원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영화는 끝까지 흥미롭게 끌어가지 못한다. 이카루스 1호의 조난 구호를 받고 궤도를 옮기기까지의 초반은 흥미진진하다. 대원 각각의 엇갈리는 의견에 따라 갈등이 이어지고, 또 갈등을 봉합해가는 과정이 긴장 어린 드라마를 이룬다. 우연한 화재 사고로 대량의 산소를 잃게 되자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들도 인물 관계에 긴장을 새긴다. 그러나 이카루스 2호가 조난됐던 이카루스 1호와 만난 이후, 드라마는 급반전한다. 우주선 안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갑작스레 신과 인간의 관계를 들먹이며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자 줄곧 긴장감을 유지해온 <선샤인>의 감정선은 이때부터 뒤죽박죽이 된다. 좀비 스릴러를 방불케하는 후반부의 ‘반전’ 덕택에 <선샤인>은 오히려 SF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잃었다. 

<선샤인>의 다국적 우주선 대원이 되기 위해 여러 나라의 배우들이 함께 했다. <28일 후…> 이후 다시 대니 보일과 만난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는 물론, <링 The Ring> 시리즈의 일본배우 사나다 히로유키와 <와호장룡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의 양자경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손을 맞잡았다. 우주선 대원이 되기 위해 무중력 비행, 비행 시뮬레이션 등의 '몸으로 쌓는' 우주 지식을 체득해야 했던 배우들은 천문학과 물리학 강의라는 '머리로 쌓는' 우주 지식까지 겸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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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4.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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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개봉작 리뷰] <극락도 살인사건> - 그 시절, 그 섬엔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시간 : 2007-04-06 21:37


주민이라곤 딱 열일곱 명인 작은 섬, 극락도. 적은 식구지만 보건소와 학교를 다 갖춘 마을다운 마을, 이웃 사이에 정이 가득한 인심 좋은 마을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마을 어른 김노인(김인문)의 칠순 잔칫날 밤까지의 얘기다. 밤 사이 벌어진 화투판에서 송전 기사 두 명이 주검이 돼 나타나자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물론 이게 끝이라면 그저 ‘사건’으로 남았을 테다. 문제는 다음부터. 강력한 용의자였던 덕수부터 한 사람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보건소장 제우성(박해일)을 필두로 초등학교 선생 장귀남(박솔미)과 마을 이장(최주봉)이 머리를 맞대어 보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 뿐이다. 극락도에서 열일곱 명의 자취가 모두 사라질 그날까지.

섬은 사면을 바다로 향한, 하늘을 머리에 둔 열린 공간이자 뭍으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닫힌 공간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의 인디언 섬이 미스터리 범죄가 일어나는 ‘밀실’ 역할을 톡톡히 하듯, <극락도 살인사건>의 배경인 극락도 역시 잇단 살인사건에서 주인공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계속되는 죽음의 손길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그래서 이제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사건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실제 범인은 뒷짐지고 구경만 해도 된다. 고립된 공간, 한정된 인물들 사이에서 의심이 불을 당기면 곧 목숨을 건 아귀다툼이 그 안에서 자라나기 때문이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연이은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란 기본 골격 위에 의심으로 커져간 마을 사람들의 아귀다툼을 그려 넣는다. 극락도에서 차례로 죽어간 사람 가운데 ‘명백한’ 살인에 의한 시체는 별로 없다. 의심이 낳은 싸움에 의한 총질과 칼질, 발길질이 서로를 죽음으로 몰아갈 뿐이다.

치밀한 미스터리 구도보다 죽음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인간의 뒤틀린 심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 <극락도 살인사건>은 그래서 미스터리 추리물의 매력에선 한 발 물러서 있다. 단서들을 조립해가며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 안에선 빈틈이 들쑥날쑥 드러나고, 마을에 전해지는 ‘열녀문’에 관한 소문이 소복 입은 귀신으로 직접 인용된 장면들은 ‘복선’으로 작용하기는커녕 이야기를 더욱 복잡하게만 한다. 더욱이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은 충분히 놀랍지만, 내레이션으로 친절히 밝히고 덧붙여 설명하는 사건의 뒷모습은 <극락도 살인사건>을 김빠진 싱거운 미스터리로 머물게 한다.

미스터리의 묘미는 약하지만 닫힌 공간 안에서 삶과 죽음을 놓고 벌이는 아귀다툼이 생생하게 드러날 수 있었던 건 모두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력 덕분이다. <살인의 추억>의 의뭉스런 사내 이후 또 다시 비밀이 가득한 보건소장을 연기한 박해일은 물론이고 성지루, 박원상, 최주봉, 안내상, 박솔미 등 열일곱 섬마을 주민 모두 제 몫의 빼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에 대립과 긴장의 팽팽한 기운을 새겼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김한민 감독이 80년대 후반, 고향 순천에서 흘려 들었다는 한 섬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장편 연출 데뷔한 김한민 감독이 이야기도 직접 썼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4/12 개봉작 리뷰] <할리우드랜드> - LA Confidential

입력시간 : 2007-04-09 21:33



1959년 6월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기 TV 시리즈 <슈퍼맨의 모험 Adventures of Superman>의 스타 배우 조지 리브스(벤 애플렉)가 할리우드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인기 스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의 약혼자 레오노어 레몬(로빈 튜니)와 미국 전역의 수백만 팬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지만, LA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서둘러 종결짓는다. 그러나 조지 리브스의 어머니 헬렌 베솔로(로이스 스미스)는 아들의 죽음을 타살로 확신하고, 사립 탐정 루이스 시모(애드리안 브로디)를 고용하여 조지의 죽음을 조사하도록 한다.

조지 리브스. 1914년 미국 출생으로, 1951년부터 1958년까지 총 104편의 에피소드에 걸쳐 방영된 TV 시리즈 <슈퍼맨의 모험>으로 전후 영웅을 갈망하던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초대 슈퍼맨으로 유명한 배우다. 조지 리브스는 <슈퍼맨의 모험>으로 전 미국의 슈퍼 히어로로 떠오르는데는 성공했지만, 그에게 드려진 슈퍼맨 코스튬은 정극 배우로 향하는 발목을 사사껀껀 잡는다. 어렵게 오디션을 통과하여 출연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 시사회에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 '총알보다 빠른 사나이'라며 킥킥대고, 결국 그의 출연 분량은 모두 잘려 나가기에 이른다.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식스 피트 언더 Six Feet Under> <소프라노스 The Sopranos> 등 일련의 HBO TV 시리즈로 유명한 앨런 쿨터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할리우드랜드 Hollywoodland>는 조지 리브스의 죽음에 초점을 맞춘다. 조지 리브스의 죽음을 조사하던 루이스 시모는 조지와 관련된 할리우드 쇼 비지니스의 추악한 현실에 직면한다. 애초 조지 리브스에 대해 관심조차 없던 루이스는 점차 그에게 일종의 동질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처럼 <할리우드랜드>는 루이스의 시점과 조지의 시점을 오가며, 추악한 진실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범죄 스릴러와 코미디 장르가 절묘하게 섞인 <소프라노스>처럼 <할리우드랜드>에서도 앨런 쿨터의 장기는 여전히 발휘된다.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는 조지 리브스의 죽음에 대해 섯부른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할리우드랜드>는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묘한 긴장감을 극에 부여한다. 애드리안 브로디, 벤 애플렉, 다이안 레인, 밥 호스킨스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중견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4/12 개봉작 리뷰] <고스트 라이더> - 영화로 부활한 안티히어로, 악마와 맞서다

입력시간 : 2007-04-06 21:39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자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 모터사이클 스턴트맨인 그는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피터 폰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았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자니 블레이즈의 곁을 끝없이 맴돌기 시작하고, 자니 블레이즈는 그 계약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임을 깨닫는다. 한편, 메피스토펠레스의 아들인 블랙하트(웨스 벤틀리)가 세 명의 타락천사를 데리고 세상에 나타난다. 그들의 목적은 메피스토펠레스를 죽이고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 메피스토펠리스는 자니 블레이즈에게 블랙하트 일당을 제거할 경우 영혼을 돌려주겠다고 속삭인다. 이제 자니 브레이즈는 밤마다 불멸의 영혼사냥꾼인 ‘고스트 라이더’로 변신해 타락천사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마블 코믹스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고스트 라이더 Ghost Rider>는 악의 무리에 맞선 안티히어로 자니 블레이즈의 이야기다. 자니 블레이즈라는 캐릭터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았다는 점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Faust]를 연상시키며, 선과 악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와 닮아있다. 하지만 <배트맨 Batman>이나 <스파이더 맨 Spider-Man>에서 보여주었던 고뇌하는 안티히어로의 모습은 <고스트 라이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고스트 라이더>는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악의 무리에 맞서는 자니 블레이즈의 여정 만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권을 뚫고 비행기를 막아내는 <수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나 흑백화면 안에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을 담아냈던 <씬 시티 Sin City>에 비해 <고스트 라이더>는 시각적 쾌감이 강한 영화가 아니다. 여섯 개의 블랙호크 헬기 위를 뛰어넘는 자니 블레이즈의 스턴트 쇼엔 박진감이 떨어지며 고스트 라이더의 얼굴은 표정 없이 화염으로 이글거릴 뿐이다.


하지만 <고스트 라이더>는 영화 면면에 녹아난 상징을 읽을 때 쏠쏠한 재미가 있다. 고스트 라이더라는 캐릭터는 미국문화를 상징하는 카우보이와 똑 같다. 올가미는 쇠사슬로, 말은 모터사이클로 바뀌었을 뿐 가죽 자켓을 입고 악당을 처치하기 위해 내달리는 모습은 카우보이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걸작 <이지 라이더 Easy Rider>(1969)에 출연한 피터 폰다가 메피스토펠레스를 맡은 것도 괜한 설정이 아니다. 악마와 계약을 맺기 전 즐거웠던 유년기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 자니 블레이즈는 사탕과 젤리를 입에 물고 산다. 속죄와 구원, 천사와 악마 등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고스트 라이더>에 카펜터즈(목수)의 음악이 쓰이는 것은 하나의 농담처럼 보인다. <데어데블 Daredevil>의 마크 스티브 존슨이 <고스트 라이더>의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았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4/12 개봉작 리뷰] <천년학> - 한 많은 이복 남매의 사랑 이야기

입력시간 : 2007-04-06 21:35



이복 남매 동호(조재현)와 송화(오정해)는 소리꾼 양아버지 유봉(임진택)을 따라 전국을 떠돌며 살아간다. 소리를 하는 송화와 북 장단을 맞춰주는 동호는 24시간 붙어있다 보니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혈기왕성한 동호는 아버지 유봉의 횡포와 이복 누나 송화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채 집을 나가버린다. 군대를 다녀오고 유랑극단의 멤버가 되어 또다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동호는 유랑극단의 여배우 단심(오승은)의 유혹에 빠져 동거를 하지만, 언젠가 송화를 만날 날만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양아버지는 죽고 송화는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호는 송화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중년의 동호가 어린 시절 양아버지와 누나 송화와 함께 가끔 머물렀던 선학동 주막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학동 주막은 송화에 대한 짝사랑으로 평생 주막을 지키며 살아가는 용택(류승룡)이 지키고 있다. 선학동 주막에서 재회한 두 남자는 서로 사랑했던 한 여자 송화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으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눈다. 영화는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들락날락하며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야했던 한 이복 남매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장대하게 펼쳐놓는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평생 그리워하면서도 함께 살지 못하는 이복 남매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이자 평생 이름 한번 빛내보지 못한 무명 소리꾼들의 이야기다. 송화와 동호는 성공하지 못한 소리꾼 아버지에 의해 소리꾼으로 키워지지만 이들 역시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이름을 얻지 못한 채 평생을 떠돌다 스러져간다. 송화는 잔칫집과 술집을 전전하며 소리로 연명하는 처지지만 목소리를 갈고 닦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복 누나 송화의 소리에 북 장단을 맞춰주겠다는 일념으로 연습에 매진하는 동호 역시 고작 유랑극단 무대거나 기생들의 술자리에서 실력발휘를 할 뿐이다.

임권택 감독은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와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100번째 영화라는 강박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작 중단과 주연 배우의 교체 등 진통을 겪은 흔적도 드러나지 않는다. 99편의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노감독의 여유는 롱샷으로 잡아낸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을 자연의 일부로 품어내는 화면에서 묻어난다. 양방언의 애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풍경이 펼쳐지는 선학동의 해질녘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백미. <서편제>에서 송화로 출연했던 오정해가 14년 만에 다시 송화로 출연해 농익은 소리를 들려주며 <서편제>의 맥을 이었고, 개성 강한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조재현이 가슴에 한을 품은 떠돌이 고수 동호 역을 맡아 오정해와 호흡을 맞췄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4/12 개봉작 리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사랑스런 대작 신파 코미디

입력시간 : 2007-04-06 21:40



못된 남자들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여자의 이야기는 그리 낯선 소재가 아니다. 한국 영화사에서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영화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단순히 소재만 본다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Memories of Matsuko>(이하 ‘마츠코’)은 일본판 ‘영자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마츠코(松子)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송자의 여인잔혹사’라 해도 무방하다. <마츠코>의 시작은 오슨 웰즈의 <시민 케인 Citizen Kane>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에이타)는 아버지(카가와 테루유키)로부터 오랫동안 행방불명이었던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말을 듣는다. 명함 한 장을 손에 꽉 쥔 채 강변의 잔디밭에서 53년의 삶을 마감한 마츠코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혐오스런 마츠코’라 불리며 생을 마감한 고모의 과거를 좇는 쇼와 파란만장한 마츠코의 일생이 교차되며 하나둘씩 비밀의 열쇠가 풀리기 시작한다. 그 시점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츠코의 인생을 급변하게 만든 첫 번째 계기는 학생의 절도사건을 무마하려다 절도범으로 몰리면서 교직을 떠나야 했던 일이다.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를 동경하는 무명의 작가 지망생 야메가와(쿠도 칸쿠로)와 동거를 시작한 마츠코는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연인에 대한 사랑으로 버텨 나간다. 야메가와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야메가와를 시기하던 친구 오카노와 불륜관계를 맺으나 아내에게 들킨 후 버림받기에 이른다. 매춘부가 된 마츠코는 업소의 최고 인기녀로 급부상하지만 동거하던 기둥서방 오노데라(다케다 신지)에게 배신당한 후 분노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른다. 수사망을 피해 도쿄로 피신한 마츠코의 새로운 연인은 이발사 시미즈.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동거 중 체포돼 교도소로 수감된 마츠코는 8년의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후 시미지를 다시 찾아가지만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그를 멀리서 보고 낙담한 채 길을 떠난다. 마츠코 앞에 우연히 나타난 제자 류(이세야 유스케)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고백하며 외로운 마츠코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츠코>는 비극이자 희극이 공존하는 묘한 작품이다. 로맨스와 뮤지컬이 판타지와 결합해 마치 CF 같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같은 화려한 영상을 펼쳐 보인다.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는 오랜 CF 경력 끝에 <불량공주 모모코 Kamikaze Girls>로 데뷔해 일본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인물이다. 마츠코의 비극적인 삶을 무겁게 그린 원작 소설을 판타지 같은 뮤지컬 로맨스로 변형시킨 나카시마 테츠야는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하고 자극적인 색감과 미술, 세트, 현란한 편집 기법 등을 한 여자의 일대기와 접목시켜 한 편의 장대한 콜라주를 완성해 낸다. 특히 꽃으로 수놓은 화려한 색감의 판타지적 미장센과 뮤직비디오 같은 뮤지컬 장면은 <마츠코>의 가장 뚜렷한 외적 특징이다. <마츠코>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을 동시에 견지하며 눈물샘과 웃음보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 때문이다. 감독의 꼼꼼하고 집요한 연출력도 대단하지만 키네마준보 베스트10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카타니 미키의 열연은 작품의 완성도를 배가시킨다. 일본 문화 애호가라면 나카타니 미키, 이세야 유스케, 다케다 신지 등 주요 출연진의 면면은 물론 시바사키 코우, 츠치야 안나, 작가 쿠도 칸쿠로, 가수 보니 핑크 등의 특별 출연도 반가울 듯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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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영화 2007. 4. 5. 18:07

2007년 04월 05일

8.52/10
65명 참여
6.75/10
4명 참여
플루토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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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닐 조단
출연  : 킬리언 머피, 리암 니슨
상영시간  : 128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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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75/10
189명 참여
6.75/10
4명 참여
우아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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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한재림
출연  : 송강호
상영시간  : 112분
장르  : 느와르,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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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6.05/10
231명 참여
마하 2.6 - 풀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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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라르 피레스
출연  : 브누와 마지멜, 클로비스 코르니악
상영시간  : 100분
장르  : 모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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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36/10
102명 참여
3.00/10
1명 참여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마이클 레만
출연  : 다이안 키튼, 맨디 무어
상영시간  : 98분
장르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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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4/5 개봉작 리뷰] <플루토에서 아침을> - 장인의 솜씨로 빚어낸 달콤새큼한 동화
입력시간 : 2007-04-02 09:40


<플루토에서 아침을 Breakfast on Pluto>은 아일랜드 영화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와 감독, 배우가 손을 잡고 만든 작품답게 <플루토에서 아침을>에는 아일랜드의 풍경과 아일랜드 특유의 문화가 오롯이 녹아 있다. 아일랜드가 낳은 유명 감독 닐 조단은 아일랜드 출신 시나리오 작가 겸 소설가인 패트릭 멕카베와 <푸줏간 소년 The Butcher Boy>(1997) 이후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고, 주인공 키튼 역에 킬리언 머피를 비롯, 연기력을 인정받는 아일랜드의 배우들이 가세했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 태어나자마자 성당 앞에 버려진 패트릭(킬리언 머피)은 엄격한 양어머니 밑에서 구박을 받으며 성장한다. 자라면서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게 된 패트릭은 자신의 이름을 성정체성이 불분명했던 성녀의 이름인 키튼으로 바꾸고 여장을 하고 다닌다. 자신을 버리고 간 친엄마를 '유령 숙녀'라고 부르며 그리워하던 키튼은 어느날 친엄마가 런던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런던으로 향한다. 아일랜드 시골뜨기 키튼에게 런던은 정글이었다. 카바레 가수, 놀이공원의 광대, 마술사 보조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여러 남자들과 사랑하고 이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지만 친엄마를 찾는 데는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친아버지인 시골 마을의 신부가 찾아와 키튼의 친엄마가 사실은 아일랜드 시골 마을에서 가정을 꾸린 채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1992년 작 <크라잉 게임 The Crying Game>에서 성정체성이 모호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도발적인 정치 문제를 풀어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닐 조단 감독이 오랜 만에 다시 여장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만들었다. <크라잉 게임> <마이클 콜린스 Michael Collins> 등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관심을 기울여 온 닐 조단 감독은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 다시 한번 아일랜드의 과거 한 시점을 스크린에 되살려낸다. 우리가 흔히 '변태'라고 부르는 복장도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플루토에서 아침을>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1970년대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과 문화적 배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닐 조단 감독은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의 테러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아일랜드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언제든지 테러 용의자로 몰릴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여장 남자, 피부색 등에 대한 사회, 문화적 편견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묘사하지 않는 대신,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야'를 외치는 키튼 캐릭터를 내세워 경쾌한 톤으로 풀어낸다. 닐 조단 감독은 이처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삶을 긍정하는 키튼의 모습을 통해 긍정이야말로 인생의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역설한다.

<28일 후... 28 Days>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선샤인 Sunshine> 등에서 열연한 킬리언 머피가 바보스러울 만치 긍정적인 인물 키튼을 마치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쉰들러 리스트 Shindler's List>로 유명해진 아일랜드 배우 리암 니슨이 키튼의 친아버지인 인자하고 따뜻한 버나드 신부로 분한다. 이외에도 스티븐 레이, 브렌단 글리슨, 루스 네가, 로렌스 킨런 등 아일랜드 출신의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조연으로 참여해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4/5개봉작 리뷰] <우아한 세계> - 우아하지 않은 가장의 우아한 꿈

입력시간 : 2007-04-02 14:50



강인구(송강호)라는 이름의 중년 남자가 있다. 아내(박지영)와 두 명의 자녀가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캐나다로 유학 간 아들의 학비를 걱정하고,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진 딸(김소은)의 학교 생활을 신경 써야 하며, 가족의 안락한 삶을 위해 좋은 집으로 이사 갈 궁리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 평균 가장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 낮에는 정글 같은 직장 내에서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밤이 되면 녹초가 되어 돌아온다. 대단한 성공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가족을 잘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일반적인 가장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직업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폭력배다. 아내와 딸이 혐오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당장 가족을 먹여 살리고 새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 강인구는 어쩔 수 없이 조직에 몸담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 한 건만 성공적으로 마치고 조직을 떠나려 하지만 조직 내의 라이벌(윤제문)은 그의 밥그릇마저 빼앗으려 한다. 칼에 찔리고 경찰서를 드나드는 남편이 지긋지긋해진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딸과 함께 친정으로 떠나버린다. 위기에 몰린 가장 강인구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아한 세계>의 강인구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적자생존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과 정신을 혹사시켜야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여러모로 부족한 남편이고 아버지일 뿐이다. 가족과 함께 우아한 삶을 살고 싶어도 팍팍한 현실은 그의 목을 졸라온다. 조직폭력배라는 직업은 단지 남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극단적인 은유일 뿐이다. 상징과 은유를 덜어 내면 강인구는 대한민국의 모든 가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것이 <우아한 세계>가 여타 조폭 영화들과 분명하게 대립되는 부분이다. <우아한 세계>를 조폭 영화의 진화 혹은 돌연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조직폭력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묘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한 한재림 감독은 강인구라는 인물을 통해 갱스터의 세계나 한국 중산층 가족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대신 그 속에 위치한 보편적인 의미의 한국 사회 가장을 응시한다. 지극히 1인층 시점을 유지하며 직장과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인물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낸다. <우아한 세계>가 누아르인 것은 ‘OO파’, ‘OO파’ 같은 폭력조직들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자체의 생존논리가 거대한 갱스터 조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상황과 경쾌한 음악을 대조적으로 배치시키는 연출 방식에서 드러나듯 한재림 감독은 관객의 과도한 감정이입을 배제하기 위해 관습적인 장치 사용을 애써 피한다. 아이러니와 위트, 비극성을 공존시키며 따뜻한 인간 드라마를 완성해낸다. 휴먼 드라마는 결코 아니지만 누아르라는 장르적 특성에 비해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따뜻하다. <우아한 세계>의 장점은 적당한 거리두기에 있다. 지나친 감정이입은 피하지만 연민의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된다. 커다란 집에 홀로 남은 강인구가 가족의 모습이 담긴 테이프를 보며 눈물 흘리다 그릇을 집어 던지는 장면은 주인공을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제작된 한국영화의 엔딩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인 명장면이라 불릴 만한 이 신은 영화 속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압축해 담아내며 작품의 궁극적 메시지를 함축해 묘사한다. 단 하나의 장면으로 연기상을 수여한다면 송강호의 엔딩 신 명연을 0순위 후보로 올려야 할 것이다. 후반부로 접어들며 집중력을 잃는 작품의 단점을 한재림의 연출력과 송강호의 연기력이 완벽하게 결합된 엔딩 장면으로 만회한다. 한국 조폭 영화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우아한 세계>는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작품들 중 하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4/5 개봉작 리뷰] <마하 2.6: 풀 스피드> - 실사촬영으로 담아낸 극한의 속도감

입력시간 : 2007-04-02 09:36



차세대 전투기 미라지 2000이 에어쇼 도중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프랑스 최고의 공군 마르첼리(브누아 마지멜)와 발로아(클로비스 코르니악)는 미라지 2000을 찾으라는 명령을 하달받고 수색작전에 돌입한다. 레이더 망을 피해 교묘하게 위장 비행하고 있던 미라지2000은 이들에게 발각되자 위협적인 태세를 취하고, 죽음의 위기에 놓인 발로아를 구하기 위해 마르첼리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미라지 2000을 격추시킨다. 부대로 복귀한 두 비행사는 상부의 명령에 불복한 죄로 공군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이들의 실력을 눈여겨 본 전투기 판매상은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전투기를 다시 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하 2.6: 풀 스피드 Les Chevaliers du ciel>는 최신예 전투기가 선사하는 극한의 속도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카레이서 출신이자 <택시 Taxi>의 연출을 맡았던 제라르 피레 감독은 <마하 2.6: 풀 스피드>에서 무대를 하늘로 옮기며 긴박감 넘치는 비행 대결을 스크린에 펼쳐 놓는다. 역동적인 비행 신을 연출하기 위해 피레 감독은 실제 비행기에 특수 카메라를 달아 전투기를 뒤쫓으며 영화를 촬영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지 않은 <마하 2.6: 풀 스피드>의 비행 장면은 전투기의 미세한 떨림까지 고스란히 잡아내 사실감을 높이고, 구름을 뚫고 360도 회전하는 미라지 2000의 모습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알프스 산맥에서 파리 시내까지 펼쳐지는 유려한 풍경 역시 <마하 2.6: 풀 스피드>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속도감 있는 영상에만 집중한 탓에 허술한 이야기 구조는 <마하 2.6: 풀 스피드>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테러리스트 파일럿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으며, 차세대 전투기 미라지 2000을 둘러싼 음모 역시 설명 없이 성급하게 마무리된다. 또한 중동 테러집단의 방해만 없었다면 미국과의 비행 시합에서 무난하게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정은 프랑스 전투기 미라지 2000에 대한 자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4/5 개봉작 리뷰]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 극성 엄마, 딸의 연애코치가 되다

입력시간 : 2007-04-02 09:22



밀리(맨디 무어)는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 하지만 결혼은커녕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도 한번 못해봤다. 어떻게 된 게 만나는 남자마다 게이 아니면 유부남, 그도 아니면 변태들이다. 하지만 밀리의 이 ‘저주 받은’ 연애사를 본인보다 더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다름아닌 밀리의 엄마 대프니 와일더(다이앤 키튼). 딸 셋을 혼자 힘으로 키워낸 억척엄마 대프니는 결혼해 잘 사는 두 딸과 달리 연애 젬병인 밀리가 걱정이 돼 밤잠을 설칠 지경이다. 자고로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동서양 구분이 없는 법. 결국 대프니는 스스로 밀리의 애인을 찾기로 결심한다. 인터넷 사이트에 ‘애인구함’ 광고를 내고, 직접 면접을 거쳐 대프니가 낙점한 ‘미래 사위’는 건축가 제이슨(톰 에버렛 스콧). 이렇게 속 사정 전혀 모르는 밀리는 자신에게 다가온 남자 제이슨과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밀리에게 또 다른 매력남 조니(가브리엘 매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밀리의 ‘양다리 연애’는 이렇게 시작된다.

원제 ‘Because I Said So(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서 알 수 있듯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는 딸의 연애를 ‘내 맘대로’ 주무르고 결정하고 싶어하는 극성 엄마의 일기를 담고 있다.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딸의 감정까지 조정하려 드는 엄마 대프니와 딸 밀리의 좌충우돌이 코믹한 톤으로 펼쳐진다. 문제는 티격태격 코믹한 전반부의 영화 흐름이 모녀간의 이해와 화해, 모녀애로 발전하는 후반까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믹한 상황 속에서 감동을 끌어내려는 ‘전형적인’ 드라마 공식이 투박하게 표현돼 결국 유쾌한 코미디도, 진한 모성애도 모두 빛 바랜 꼴이 되고 말았다.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현실 속 여자들이 한번쯤 고민해봤을 ‘조건 좋은 남자와 조건보다 마음이 끌리는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밀리의 양다리 연애다. 직업, 돈, 명예, 외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제이슨과 마음 맞는 건 많지만 여러 가지 ‘세부 조건’이 형편없는 조니 사이에서 갈등하는 밀리의 고민이 영화에 현실적인 색을 입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화가 새롭고 획기적인, ‘아찔한’ 결론을 찾았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란 ‘전형’에서 역시 영화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The Truth about Cats & Dogs>을 통해 연애의 세심한 심리를 꿰뚫었던 마이클 레만 감독이 잡아낸 여성들의 연애 심리는 여전하지만 이것이 전형적인 이야기 틀 안에서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영화에 기운을 불어넣는 건 억척 엄마 대프니를 연기한 다이앤 키튼. 다이앤 키튼은 ‘참견’이 짜증이 아닌 애교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엄마를 훌륭히 표현해낸다. 그녀와 호흡을 맞춰 밀리를 연기한 맨디 무어도 영화에 귀엽고 발랄한 미소를 더했다. 드라마 <섹스 앤 시티 Sex and the City>의 사라 제시카 파커의 의상을 담당한 샤이 컨리프가 만들어낸 패션 스타일들은 여성 관객들을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앞에 불러들이게 할 또 다른 요소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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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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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개봉작 리뷰] <이장과 군수> - 그들의 싸움은 장대했다
입력시간 : 2007-03-26 15:54


충청도 산골마을 시골 총각 조춘삼(차승원)은 얼마 전 마을 이장이 됐다. ‘젊은 피’를 부르짖는 마을 어르신의 뜻에 따라 이장 자리에 오른 며칠 후, 군수 선거에서 또 다른 ‘젊은 피’가 선거 유세를 벌인다. 학창 시절, 반장 자리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춘삼의 빛에 가려 만년 부반장에 머문 노대규(유해진)가 그 주인공. 얼마 후 둘은 최연소 마을 이장과 최연소 군수로 다시 만난다. 여러모로 자존심이 밟힌 춘삼, 신임 군수 대규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춘삼과 대규의 ‘귀여운’ 티격태격은 곧 젊은 군수를 누르려는 군의 유지 백사장(변희봉)의 음모가 끼어들면서 큰 싸움으로 변화해 간다.

<이장과 군수>는 <재밌는 영화>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까지, 코미디 영화만을 고집스레 찍어온 장규성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오랜 세월 ‘웃음’을 연구해온 감독답게 <이장과 군수>에도 웃음이 넉넉하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다 큰’ 어른 춘삼과 대규의 바닥을 바라보는 자존심 싸움은 유치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자잘하게 흩뿌려진 코믹 에피소드들도 웃음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장규성 감독의 전작 <재밌는 영화>를 패러디 한 장면들을 배치해 재치를 더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초반엔 웃음, 후반엔 감동’이란 공식을 착하게 따르는 <이장과 군수>는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으로 웃기다가 중반을 넘어서며 급작스레 ‘우정’의 이름으로 이 둘의 싸움에 마침표를 찍는다. 영화 중반, 춘삼과 대규의 싸움이 가장 큰 폭으로 대립하고 폭발하는 사건으로 끌고 온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둘러싼 아웅다웅도 영화의 가벼운 웃음 톤을 흐트러트린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군수 대규와 백사장의 사주를 받아 ‘별 뜻 없이’ 이에 반대 투쟁을 벌이는 춘삼의 대립은 얼핏 참여정부를 빗대어 풍자한 듯 보이지만 어설픈 수준에 머물고 곁가지로 끌고 들어온 공무원 비리 문제도 코미디 영화의 호흡을 무디게 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잦은 회상 장면도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장과 군수>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이장’과 ‘군수’다. 이젠 어떤 코믹연기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차승원의 농익은 코믹 연기, 온 몸 던진 슬랩스틱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장’ 차승원과 달리 차분한 톤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군수’ 유해진의 감정 연기는 <이장과 군수>의 가장 큰 매력으로 뽑을 수 있을 만큼 ‘백미’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뷰티풀 선데이> - 삐뚤어진 사랑에 용서를 구합니다

입력시간 : 2007-03-26 15:45



강력반 소속 강형사(박용우)가 타락한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손을 잡고 검은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강형사는 아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청 내사과는 강형사의 비리를 눈치채고, 병상에 있는 아내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내성적인 성격의 고시생 민우(남궁민)는 우연히 만난 수연(민지혜)에 반해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저 멀리서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던 민우는 술에 취한 어느 날 우발적으로 수연을 겁탈한다. 몇 년 후 수연과 다시 만난 민우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그녀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민우와 수연은 모든 것이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수연은 민우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뷰티풀 선데이>는 아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형사의 이야기와 삐뚤어진 욕망을 숨긴채 살아가는 민우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두 이야기는 서로 마주치지도 영향을 주지도 않은채 나란히 진행되다가, 두 사람이 한 장소에 만나면서 이들을 둘러싼 비밀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그러나 허술하게 연결된 이야기 구조와 느닷없이 등장하는 플래쉬 백 장면 탓에 반전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


 
<뷰티풀 선데이>의 또 하나의 문제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극도로 절제된 대사는 비열한 캐릭터인 민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고, 강형사를 괴롭히는 조직폭력배들은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으로 그려져 흡인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뷰티풀 선데이>는 성폭행, 죄의식, 속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통해 원죄와 구원을 표현하려 했던 감독의 야심이 엿보이는 영화지만, 매끄럽지 않은 연출과 자연스럽지 못한 캐릭터 설정으로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박용우의 눈부신 호연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인간미를 잃고 서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우리학교> - 남북의 구분이 없는 학교

입력시간 : 2007-03-26 15:59



일본 내에는 현재 80여 개의 조선학교가 있다고 한다. 명칭이 조선학교인 것은 해방 직후 조국으로 건너가지 못한 조선인 1세들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비를 들여 만든 학교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재일동포들은 식민지 이전의 ‘조선’으로 국적이 변경됐고, 많은 동포들이 한국 국적을 새로 취득한 반면 일부 동포들은 조선 국적을 고집한 채 무국적자로 남아 있다. 조선학교가 일본 내에서 정식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해방 후 한때는 540여 개에 달하던 조선학교는 일본 극우파 세력의 탄압 속에서 70퍼센트 가까이 자취를 감춰야 했다. 흔히 조선학교는 조총련계의 ‘북조선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인 특유의 한국어 억양과 북한식 한국어가 뒤섞인 말투도 그렇고 북한 관점의 역사 교육 등 여러모로 북한 친화적인 인상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해방 후 북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한국 정부의 무관심이 충돌하며 이데올로기 문제로 비약된 탓이다. 조선학교는 엄밀히 말해 북조선학교라기보다는 민족학교라고 지칭하는 게 옳다.

조선학교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함이다.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는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의 1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감독은 3년 5개월 동안 혹가이도 조선학교에 머물며 교원, 학생들과 함께 지낸 일상을 1년의 촬영 분량에 담아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아우르는 학교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소개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의 생활이 영화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는 학생들이 한국어로 수업을 받고 대화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낯선 풍경 속에 펼쳐진다. 일본 우익세력의 위협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꿋꿋이 학창 생활을 이어가는 학생들과 이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에게 감독은 보이지 않는 박수를 보낸다. 특히 감독이 동행할 수 없었던 북한 방문을 학생들이 직접 찍은 장면에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민족의식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인상적인 것은 조선학교의 독특한 교육 방식이다. 교사와 학생이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 자율적으로 학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조선학교 사람들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혹가이도조선학교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졸업식 때 흘리는 눈물 속에 아마도 그 답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블랙북> - 점잖고 진지해진 폴 버호벤의 귀향작

입력시간 : 2007-03-26 15:50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네덜란드. 전쟁 전 독일 베를린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유태인 라헬(카리스 판 하우텐)은 전쟁이 일어나자 고향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독일군 치하에 있는 네덜란드 또한 안전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국경을 넘도록 도와주겠다는 한 남자의 말을 믿고 돈을 준비해 간 라헬은 한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과 재회하지만 배를 타고 가던 중 독일군에게 발각돼 가족을 모두 잃고 만다. 홀로 살아남은 라헬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되어 스파이 임무를 맡는다. 첫 번째 임무는 독일군 장교 문츠(세바스찬 코흐)를 유혹해 독일군 본부에 타이피스트로 취직하는 것이다. 체포된 동지들을 구출하기 위해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던 라헬은 조금씩 문츠를 사랑하게 되고, 라헬의 정체를 눈치 챈 문츠 또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장교들의 파티가 있던 밤, 레지스탕스의 핵심 대원들은 라헬이 빼낸 정보를 활용해 구출 작전을 시도하지만 누군가의 배신으로 인해 한스(톰 호프만)와 일부 대원을 제외한 전원이 몰살당하는 참사를 당한다. 반역자로 몰린 문츠와 함께 투옥된 라헬은 항변한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처형될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폴 버호벤 감독이 <포스맨 De Vierde Man> 이후 23년 만에 네덜란드어로 연출한 <블랙북 Zwartboek>은 무려 20여 년에 걸쳐 구상된 작품이다. 아이디어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블랙북>은 40년 동안 묵혀 있던 작품이라 말할 수도 있다. 감독이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린 네덜란드 대학생들의 생존기를 그린 1977년작 <서바이벌 런 Soldaat van Oranje>을 준비할 당시부터 기획한 <블랙북>은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연달아 만들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미뤄져 오랫동안 서랍 속에 묵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할리우드로 진출한 폴 버호벤은 살아남기 위해 상업적인 영화들을 계속 연출해야 했고, <할로우 맨 Hollw Man>을 찍고 난 2000년 후반에야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오래 전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1,700만 유로를 쏟아 부으며 역대 네덜란드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블랙북>은 촬영 도중 제작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는 등 영화 내용만큼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은 후에야 완성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된 <블랙북 Zwartboek>은 평범한 유태인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구성된 스토리이지만, 세부 내용들은 모두 허구다. 주인공인 라헬 역시 허구의 인물이다. <블랙북>이 여타 전쟁영화들과 다른 점은 역사와 운명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투쟁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주인공 라헬은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돌파한다. 레지스탕스로 독일군과 싸우기도 하고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로 몰리기도 하지만 결국 살아 자신만의 운명을 개척한다. 독일군과 레지스탕스의 대립이 영화의 주요 플롯이기는 하지만 <블랙북>의 인물들은 선악의 대립 대신 역사와 운명의 잔인한 굴레에 의해 움직인다. <블랙북>에는 여러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움직인다. 대체로 어드벤처의 성격을 띠지만 멜로드라마의 요소도 있고 전쟁의 비극성을 고발하는 무거운 메시지도 담겨 있다. 물론 전쟁영화에 필수적인 액션 장면도 있고 스릴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극적인 반전도 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감독의 연출력은 최근 그가 만든 할리우드 영화를 잊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극적인 재미와 진지한 메시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블랙북>은 근래 폴 버호벤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점잖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혼돈의 역사를 뚫고 살아 남은 강한 의지의 여성을 부족함 없이 소화해낸 카리스 판 하우텐의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블루프린트> - 인간 복제 시대에 탄생한 모녀의 사랑

입력시간 : 2007-03-26 16:05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이리스(프란카 포텐테)는 자신이 불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피아니스트로서 빛나는 자신의 삶이 덧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리스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만은 살리고 싶다는 욕망을 품기에 이른다. 결국 그녀는 유전 공학의 선두주자인 피셔(울리히 톰센) 박사를 찾아가 자신의 복제 인간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인류 최초의 복제 인간 시리(프란카 포텐테)는 그렇게 탄생된다. 시리는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이리스에게 완벽한 피아니스트로 키워진다. 하지만 자신의 과학적 성과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피셔 박사는 이리스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시리가 복제 인간임을 공개한다.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행복했던 시리와 이리스는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글루미 썬데이 Gloomy Sunday - Ein Lied von Liebe und Tod>로 유명한 롤프 슈벨의 두 번째 장편영화 <블루프린트 Blueprint>는 독일 작가 샤를로테 케르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 복제가 실현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인간 복제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아일랜드 The Island> 등의 영화가 '복제인간도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면, <블루프린트>는 인간 복제를 소재로 복제된 딸과 엄마가 똑같은 외모를 갖게 됨으로써 생기는 갈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간 복제라는 어마어마한 소재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간 복제의 윤리적 문제나 복제 인간의 정체성 문제 같은 철학적인 담론은 고스란히 접어두고 복제된 딸과 엄마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묘사하는데 치중함으로써 모녀 갈등을 다룬 드라마로 이야기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만다.

<블루프린트>는 프란카 포텐테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의 탁월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롤라 런 Run, Lola, Run>과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등에 출연했던 프란카 포텐테는 자신과 음악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어머니와 음악에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자신이 어머니의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는 딸,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한다. 프란카 포텐테가 <블루프린트>의 일등공신이라면 음악은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어머니와 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29 개봉작 리뷰] <말라노체> - My Own Private Oregon

입력시간 : 2007-03-26 18:30



미국 포틀랜드 변두리의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년 월트(팀 스트리터)는 어느 날 조니(더그 쿠예트)라는 멕시코인 불법체류자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조니는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데다가 월트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월트는 조니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조니는 그에게 짖굳은 장난으로 일관한다. 결국 월트는 조니와의 뜨거운 하룻밤을 위해 조니의 친구인 로베르토(레이 몬지)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말라노체 Mala Noche>는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엘리펀트 Elephant>의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1987년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 독립영화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말라노체>는 미국에서 극장 상영도 되지 않았고, 비디오나 DVD로 출시되지 않아, 지금까지 오직 그 이름만이 영화팬들에게 알려졌을 뿐이다.(이전까지 거스 반 산트의 공식적인 장편 데뷔작은 맷 딜런, 켈리 린치 주연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The Drugstore Cowboy>였다) <말라노체>는 작년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35mm 필름으로 특별 상영 형식으로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주로 활동하는 시인 월트 커티스의 동명 소설 원작의 <말라노체>는 다름 아닌, 거스 반 산트의 1991년작 <아이다호 My Own Private Idaho>의 원형이 된 작품. '나쁜 밤'이라는 뜻의 영화 제목은 월트가 조니와 함께 보내는 하룻밤을 의미한다. 거친 흑백 화면 속에서 미국 서북부 황량한 포틀랜드 거리를 누비는 월트와 조니는 <아이다호>의 두 커플, 마이크(리버 피닉스)와 스콧(키애누 리브스)을 떠올리게 한다. <말라노체>가 대사와 드라마가 아닌, 침묵이 지배하는 몽환적인 영상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주류에 속하는 뉴라인시네마에서 제작된 <아이다호>와는 달리 저예산영화 <말라노체>가 당시로는 꽤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며 강도가 다소 센 퀴어시네마라는 점 정도가 <아이다호>와는 다른 점이다.

1만 달러가 넘지 않는 저예산의 제작비에, 경험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 배우들을 고용하여 제작된 탓에 <말라노체>의 외형적인 만듦새는 웰 메이드 영화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흑백과 컬러가 교차되는 화면들은 지나치게 거칠고,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는 간간히 어설프며, 사운드는 끽끽대기까지 한다. 하지만 거스 반 산트가 지난 2000년 <파인딩 포레스터 Finding Forrester>를 끝으로 주류의 드라마투르기 영화가 아닌, <제리 Gerry>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에서 파격적인 실험으로 나아간 것을 기억할 것. <말라노체>는 2000년 이후 거스 반 산트 영화의 정신을 담은,  그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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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3. 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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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개봉작 리뷰] <수> - 살과 뼈가 튀는 핏빛 향연
입력시간 : 2007-03-19 10:29


태수와 태진(지진희)은 일란성 쌍둥이로 쏙 닮은 외모만큼 사이 좋은 형제다. 하지만 형제의 우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어린 시절, 굶주림에 지친 태수가 마약 조직 보스 구양원(문성근)의 돈을 훔쳐 달아나자 태수 대신 태진이 구양원에게 붙잡혀 갔기 때문이다. 판박이로 빼 닮은 얼굴과 달리 둘의 인생은 그렇게 엇갈린다. 그 후 19년. 그 사이 태수는 ‘해결사 수’란 이름의 청부살인업자로 자랐고, 구양원의 그늘 아래 자란 태진은 환경을 거스르며 경찰이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찾아 헤매던 형제가 오랜 세월을 건너 드디어 얼굴을 마주한 날, 태진은 태수가 보는 앞에서 머리에 총을 얹어 맞고 죽는다. 누가 태진을 죽였나? 그 비밀을 캐기 위해 태수는 스스로 태진이 돼 태진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태수의 이 지난한 복수극 안으로 구양원과 그의 조직원 점박이(오만석), 태진의 애인 강미나(강성연)와 해결사 ‘수’를 쫓는 부패 경찰 남달구(이기영)가 걸어 들어온다.

국내 관객에게 <피와 뼈 Blood and Bones>로 알려진 재일 한국인 감독 최양일은 일본영화계에서 ‘하드보일드영화라면 역시 최양일이 적임자다’라는 말을 듣는 인물이다. 그리고 <수>는 그런 최양일 감독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다. 지하주차장을 지그재그로 오가는 자동차 폭주 신으로 시작해 칼과 일본 검, 쇠파이프와 총이 춤추는 가운데 수십 명이 죽어 나가는 액션 신으로 끝을 맺는 <수>는 영화 내내 ‘피범벅’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액션의 합’이란 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최양일 감독이 짜맞추는 액션은 ‘때린 데 또 때리고, 찌른 데 또 찌르는’ 피와 살, 그리고 뼈가 맞닿는 진짜 싸움이다. <수>를 가득 채운 이 ‘핏빛’ 액션은 영화의 장르를 결정짓는 요소인 동시에 영화의 주제를 이룬다. 태수는 자신의 잘못으로 조직 폭력배에게 끌려간 동생에 대한 ‘속죄 의식’을 칼에 찔리고 총을 얻어 맞는, 이 지루하고 힘든 싸움으로 대신한다. <수>는 동생을 죽인 이를 향한 잔인한 복수극인 동시에 살과 뼈를 깎으며 얻어낸 처절한 속죄 의식인 것이다. [키드갱]으로 유명한 만화가 신영우의 원작 만화 [더블 캐스팅]이 주인공을 영웅주의적으로 묘사했다면 최양일은 여기에서 영웅의 기개를 발라내고 나약한 인간을 가져다 놓았다.

눈알이 뽑히고 뇌수가 튀어나오는, 극단의 폭력 묘사가 <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허약한 드라마 줄기는 <수>의 가장 큰 단점이다. 동생에 대한 태수의 죄책감은 짐작하는 바지만 처절한 복수극을 끌고 갈 만큼의 충분한 정서적 공감은 끌어내지 못한다. 태진의 애인인 미나가 태수에 대해 보이는 ‘애증’의 감정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 태진의 죽음을 둘러싼 배후 인물들이 밝혀지는 과정의 단서들 역시 복선으로 쓰이기엔 어설픈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를 벗어 던진 지진희는 과감한 액션 연기가 돋보이지만 해결사 수에 강한 카리스마를 입히는 덴 부족함이 엿보인다. <왕의 남자>에서 요염한 장녹수를 연기한 강성연은 의지가 강한 여경찰 강미나가 돼 남자 못지않은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마약 조직 보스를 연기한 문성근의 비열함이 관객을 소름 돋게 만든다. 뮤지컬과 TV 드라마를 종횡무진 하고 있는 오만석도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원의 ‘강단’을 완벽히 연기한다.

HOT 하드보일드, 하드고어 액션영화로서의 매력이 가득하다. ‘핏빛’ 향연을 꿈꾸는 관객에게 이보다 더 좋은 영화는 없다.

COLD 눈알이 뽑히고, 목울대로 끊임없이 피가 솟구쳐 나오는. 베고 자르고 찌르고 쏘는, ‘날 것’의 액션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은 살짝 속이 울렁일 수도 있겠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22 개봉작 리뷰] <타인의 삶> - One & The Other

입력시간 : 2007-03-19 20:11



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인 1984년, 나라와 자신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원칙주의자 비밀경찰 비즐러(울리쉬 뮤흐)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인 크리스타(마르티나 게덱)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 대신 비즐러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에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이전의 삶과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은 동독 정부에 의한 국민의 인권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84년 겨울, 이야기가 시작된다. 더 이상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공산주의 체제가 망가질 즈음, 동독 정부는 이를 막아보고자 동독 국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끝없는 복종을 강요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전인 1984년을 배경으로 하는 <타인의 삶>은 우익으로 낙인찍힌 극작가 게오그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악랄한 비밀경찰 비즐러의 이야기다. 여기서 '타인의 삶'이라는 제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 최고의 도청 전문가로 손꼽히던 최고의 특수 경찰 비즐러는 국가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던 그런 원리원칙적인 사람이다. 지난 20년 동안 비즐러는 수백의, 아니 수천수만의 사람들을 감시하고 도청해 왔지만, 그에게 그들은 철저히 타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는 국가에 해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관찰하고 부기해 왔다. 하지만 게오르그의 경우는 다르다. 게오르그를 도청하면서 비즐러는 더 이상 관찰자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한다. 점차 게오르그의 일상과 대화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비즐러는 적극적으로 그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게오르그의 책상에 놓여진 '브레히트 선집' 을 훔쳐 읽으며, 게오르그가 연주하는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를 도청기를 통해 훔쳐 들으며 비즐러는 그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1973년생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장편 데뷔작 <타인의 삶>은 이처럼 우연히 엮인 관계로 인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풀어낸다. 러닝타임 137분을 계속 정공법으로 일관하는 탓에, 중반 이후 이야기의 종착점이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하다는 약점도 눈에 밟힌다. 그러나 세바스티안 코치와 마르티나 게덱 등 두 배우의 호연은 영화의 고루하고 따분함을 상쇄하고도 남으며, 특히 비즐러 역의 울리쉬 뮤흐의 연기는 실로 압권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는 <타인의 삶>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연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배우다.

HOT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비롯 <타인의 삶>은 유수의 해외영화제와 시상식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또한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단된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인들에게 극 중 이야기는 절대 남 이야기같지 않다.
 
COLD 언제나처럼 그렇듯 문제는 배급 규모. 또한 유럽 영화라면 보지도 않고 일찌감치 손사래를 치는 국내 관객들의 관람 성향도 흥행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3/22 개봉작 리뷰] <넘버 23> - 숫자 놀이와 허황된 반전의 결합

입력시간 : 2007-03-19 16:43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세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모두 23개의 알파벳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1941년 12월 11일, 미국은 독일에 전쟁을 선포했고, 히틀러는 1945년 4월에 자살했다. 12와 11을 더하면 23이 나오고, 1과 9, 4, 5, 4를 모두 더하면 23이 된다.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2001년 9월 11일의 숫자를 2+0+0+1+9+11로 계산하면 역시 23이 만들어진다. 살인마 찰스 맨슨은 11월 12일에 태어났고,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의 한니발이 나오는 데 모티브를 제공한 테드 번디는 1월 23일에 처형됐다. 고대 마야인들은 지구의 종말이 2012년 12월 23일에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23의 숫자 놀이는 영화 <넘버 23 The Number 23>의 제작진들로 이어진다. 조엘 슈마허와 짐 캐리의 알파벳 글자수를 더하면 23이 나오고, 버지니아 매드슨과 짐 캐리를 더해도 23이 된다. <넘버 23>은 조엘 슈마허의 23번째 작품이다.

이 정도면 <넘버 23>이 어떤 영화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 23에 관한 편집증적 집착이 <넘버 23>을 관통한다. 월터 스패로우(짐 캐리)는 동물관리센터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다. 생일인 2월 3일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한 후 월터는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한다. 생일선물로 아내(버지니아 매드슨)에게 받은 소설 [넘버 23]이 그 시작이다. 숫자 23의 저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소설 속 주인공인 핑거링(짐 캐리)과 자신의 삶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월터는 점점 편집증에 가까운 망상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둘러싼 숫자들이 온통 23으로 조합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급기야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도 살인을 저지르게 될 것이라 믿게 된 월터는 부인을 살해하는 꿈까지 꾸게 된다. 월터가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소설 [넘버 23]에 숨어 있는 비밀을 추적하는 것이다. 소설의 작가 톱시 크레츠를 추적하던 월터는 소설 속 살인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살인사건을 일으킨 범죄자가 작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넘버 23>은 음모 이론이나 숫자 놀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 만한 미끼를 던지며 시작한다. 불길한 역사 속에 담긴 숫자 23의 예들이 나열된다. 단순한 숫자 놀이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숫자로 23을 꿰어 맞추는 논리는 제법 흥미롭다. 숫자 23의 법칙에 흥미를 느낀다면 월터가 소설 [넘버 23]에 몰입해 가는 과정에 동화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뻔히 예견되는 결말의 반전이다. 영화의 소재와 달리 <넘버 23>은 결코 숫자 23과 연관된 수학적 추리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사건과 이를 비밀스런 반전으로 삼은 스릴러의 뻔한 트릭만 존재할 뿐이다. 짐 캐리와 버지니아 매드슨은 1인 2역을 하며 연기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반전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댄 영화의 허술함 탓에 빛을 발하지 못한다. 조엘 슈마허 감독은 몽환적인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현실과 소설 속 이야기를 연결시키지만 이 또한 허황된 스토리 때문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그나마 이 영화를 최대한 즐기고 싶다면 결말 부분 직전에 극장에서 나오는 게 좋을 것이다.

HOT 숫자 23의 법칙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처음으로 스릴러에 도전한 짐 캐리의 1인 2역 연기도 관심을 끌 만하다.

COLD 결말 부분의 허황된 반전이 극적 흥미를 잃게 한다.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도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22 개봉작 리뷰] <향수> - 향을 보여드립니다

입력시간 : 2007-03-19 16:04



서른 넷에 한 극단의 제의로 쓴 희곡 [콘트라베이스]로 주목 받기 시작한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는 1985년, ‘향기’에 미친 한 남자의 연쇄 살해극 [향수]를 출간한다. 뛰어난 후각의 소유자 ‘장 그르누이’가 향기를 찾아 연쇄 살인에 이르게 된 사연을 담은 이 책은 전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돼 1,500만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사랑을 받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시리즈의 제작자 번드 아이킨거는 책이 출간된 해, [향수]를 영화로 옮길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란 쉽지 않았다.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영화화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번드 아이킨거가 그를 설득해 판권을 구입하는 데 든 시간은 무려 15년. 이후 스탠리 큐브릭, 팀 버튼 등의 감독이 이 ‘향기 살인마’에 눈독을 들였지만 결국 연출은 <롤라 런 Lola Rennt>의 톰 튀크베어에게 맡겨졌다.

18세기 프랑스, 생선 비린내 가득한 시장통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맡은 냄새는 코를 찌르는 생선 냄새. 이렇게 태어난 사내아이는 세상 누구보다 예민한 후각을 갖고 있다. 청년으로 자라난 장 그르누이(벤 위쇼)는 어느 날, 과일 바구니를 든 한 여인에게서 지금껏 맡아보지 못한 향기를 맡는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매혹적인 향을 경험한 그르누이. 그는 그 향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니다 퇴물 향수 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와 만난다. 하지만 발디니의 향수 제조법도 그르누이의 욕망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그르누이가 간직하고 싶은 향은 장미나 라벤더가 아닌, 살아있는 육체가 뿜어내는 향이기 때문이다. 결국 향을 간직할 방법을 찾아 ‘향수의 낙원’이라 불리는 프랑스 남동부 그라스로 향한 그르누이. 그곳에서 그는 수많은 여자들을 향기를 얻기 위한 재료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세상 하나밖에 없는 그르누이의 ‘향수 컬렉션’이 쌓여가는 동안, 여인들은 차례 차례 주검으로 발견된다.

섬세하고 세밀한 언어로 향기를 기록한 소설 [향수]를 영화로 옮길 때 가장 큰 난관은 이야기의 소재인 향 그 자체였다. 시각 예술인 영화가 후각의 느낌을 담아내긴 쉽지 않은 법. 톰 튀크베어는 영화에 향을 새기기 위해 오히려 시각을 더 자극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역질 나는 시장통의 비린내를 표현하기 위해 생선 내장을 늘어놓는 건 물론 구더기가 들끓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향수 한 방울의 향기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 전체를 꽃밭으로 뒤덮는다. 향기를 찾아나선 그르누이의 발길을 따라 장미와 라벤더가 피고 지는 사이, 관객은 자연스레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수많은 향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영화 말미, 단두대에 올라선 그르누이가 여인들의 향으로 만든 향기를 퍼트리는 순간 <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의 탐미주의적 시선은 폭발한다. <향수>는 소설 속 문자가 만들어낸 '향기의 향연'을 옮겨내기 위해 향에 취한 750명 엑스트라를 '문자 그대로' 옷을 벗고 뒹굴게 한다. 이렇듯 <향수>는 문자로 그려진 모든 상상, 후각의 느낌까지 모조리 시각으로 빚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레이어 케이크 Layer Cake> 등에 출연한 신예배우 벤 위쇼가 장 그르누이의 절제된 감정 묘사를, 할리우드 중견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한물간 향수 제조사의 능청스런 표정 연기를 더해 <향수>를 시각적으로 더욱 즐겁게 만든다.

HOT 꼼꼼한 기록으로 재현해낸 18세기의 풍경, 꽃내 진한 향수 제조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하다.

COLD 향수도 너무 짙으면 쉽게 질리는 법. 차고 넘치게 보여주는 영상미가 오히려 관객의 ‘상상’의 범위를 제한한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22 개봉작 리뷰]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 - 달콤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입력시간 : 2007-03-19 14:09



정말 남자는 화성에서 오고 여자는 금성에서 온 걸까? 그렇게까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걸까?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 The Break-Up>(이하 '<브레이크 업>')는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시카고에서 버스 관광 가이드를 하는 게리(빈스 본)와 브룩(제니퍼 애니스톤)은 사귄 지 2년 된 커플. 게리가 야구장에서 만난 브룩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쳐 연인이 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모습은 사랑에 빠진 순간의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며 서로에 대한 오해를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게리와 브룩의 말다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브룩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른다. 서로 구할 집을 찾는 동안 어색한 동거생활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만 그마저도 서로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브레이크 업>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주로 그리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사랑이 시작된 후에 초첨을 맞춰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연애할 때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던 서로의 단점들이 함께 살면서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과 자신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진다. 이처럼 <브레이크 업>은 낭만적이고 달콤한 연애 시절 이야기 대신 함께 생활하게 된 연인이 상대방의 단점을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는 수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가 사랑이 끝나서라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라고 주장한다.

<브레이크 업>은 서로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다른 생각을 하는 남자와 여자의 갈등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게리와 브룩이 서로 오해하며 헤어지게 되는 과정은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브링 잇 온>의 페이튼 리드 감독은 실제 커플들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현실감 있는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스크린에 옮겨냈다. 코미디연기에 재능을 보여온 빈스 본과 '브래드 피트의 여자'로 더 유명세를 탔던 제니퍼 애니스톤의 실감나는 연기는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HOT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놓는다.

COLD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들은 시종일관 다툼으로 일관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3/22 개봉작 리뷰] <빼꼼의 머그잔 여행> - 온몸으로 웃기는 애니메이션

입력시간 : 2007-03-19 15:35



겁 많은 어린 아이 베베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거대한 머그잔을 불러오는 신비한 힘을 지닌 마법 펜던트를 선물로 받는다. 마법 펜던트에서 튀어나온 머그잔이 베베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북극. 베베는 그곳에서 말썽꾸러기 곰 빼꼼과 미녀 펭귄 도도, 신사 펭귄 꽁꽁을 만난다. 빼꼼과 꽁꽁은 도도를 놓고 사랑 싸움을 벌이는 라이벌이라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춥고 낯선 북극에 도착한 베베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마법 펜던트는 베베와 일당들을 계속 엉뚱한 곳으로 떨어뜨려 놓는다. 사막에서 만난 멋쟁이 도마뱀 후다닥이 이들의 세계여행에 합세하면서 베베의 여정은 끝이 없어 보인다.
 
EBS와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빼꼼>을 영화화한 <빼꼼의 머그잔 여행>은 3세에서 8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빼꼼의 머그잔 여행>의 모든 캐릭터들은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 그리고 단순한 효과음 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 베베는 표정 만으로도 절박함이 담겨있고, 미녀 펭귄 도도를 향한 빼꼼과 꽁꽁의 좌충우돌한 몸짓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3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빼꼼>을 대사가 전혀 없는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기엔 영화의 호흡이 다소 길어 보인다. 말 없는 머쓱한 상황을 보완하는 것은 <빼꼼의 머그잔 여행>의 완성도 높은 컴퓨터 그래픽. 빼꼼이 낙하산을 메고 하늘에서 활공하는 장면이나 마법 펜던트를 놓고 지하 동굴에서 벌어지는 승부는 긴장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 진 <빼꼼의 머그잔 여행>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일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HOT 대사 없이 진행되는 <빼꼼의 머그잔 여행>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온몸으로 보여주는 위트는 하나의 언어가 되어 신선한 웃음을 제공한다.

COLD 각 에피소드들은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슬랩스틱 류의 단발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빼꼼의 머그잔 여행>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22 개봉작 리뷰] <내 여자의 남자친구> - 연애의 달인과 내숭 100단이 만났다

입력시간 : 2007-03-19 17:05



방송국 PD인 석호(최원영)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연애의 달인이다. 석호의 이번 데이트 상대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여대생 채영(김푸른). 석호는 특유의 자상함과 아낌없는 금전봉사로 채영을 보살피지만, 그의 본심은 그저 채영과의 하룻밤이다. 석호는 이리저리 작업을 걸어본다. 스킨십도 강도를 올려보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모텔에 차를 세워보지만 채영에게 돌아오는 말은 “미쳤어?” 한마디. 살갑지 않은 채영의 반응에 석호의 불만이 나날이 쌓여만 간다. 한편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할 만큼 능력있는 사진작가 지연(고다미)은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선수(이정우)와 원나잇 스탠드를 나눌 만큼 대담한 연애를 지향한다. 하지만 지연은 예전부터 만나오던 석호에게 마음이 가는 것을 느끼고 이들의 관계는 조금씩 복잡해져 간다.

<내 여자의 남자친구>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이 얽혀있는 연애의 속사정을 하나씩 풀어가는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Pulp Fiction>과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의 이야기 구조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박성범 감독은 피와 대사의 향연 대신 섹스로 얽힌 이들의 연애담을 나열해 놓는다. 그러나 <내 여자의 남자친구>는 <펄프 픽션>과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같은 치밀한 구성의 영화가 아니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영화는 동일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서술되며 이들의 실체를 풀어갈 뿐이며, 남녀의 알콩달콩한 연애심리를 잡아냈던 영화 초반에 비해 영화의 후반은 질펀한 섹스 신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이야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두터워지지만 오히려 깊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얕아진다.

하지만 <내 여자의 남자친구>의 주연배우들은 개성강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다. 석호 역을 맡은 최원영의 능청스런 연기가 단연 압권이며, 청순가련과 내숭을 오가는 김푸른의 호연도 돋보인다. '현대생활백수'로 유명한 개그맨 고혜성이 연애와 담쌓고 지내는 어수룩한 영수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HOT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뤄진 <내 여자의 남자친구>는 다양한 연애의 유형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겨있는 작품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가는 이들의 연애담에 결말을 예측해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COLD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나선 작품이지만 원나잇 스탠드 같은 가벼운 사랑이야기를 다룬 만큼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감동은 적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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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주, 개봉영화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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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개봉작 리뷰] <페인티드 베일> - 불륜의 성장담
입력시간 : 2007-03-12 10:13


1925년 영국 런던의 한 사교 파티장. 도도한 아가씨 키티(나오미 왓츠)는 그곳에서 수줍음 많은 청년 월터(에드워드 노튼)와 만나 결혼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 그런 건 아니다. 키티를 향한 월터의 마음은 뜨겁지만 키티는 월터를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결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뿐이다. 하지만 키티에게도 사랑은 찾아온다. 문제는 그것이 남편이 아니라는 것. 세균학자인 월터와 함께 떠난 중국 상하이에서 그녀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난다. 총독부 관리 찰리(리브 슈라이버)를 사랑하게 된 키티는 남편 몰래 그와의 사랑을 키운다. 물론 이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월터는 키티에게 간통죄로 고소 당할 것인지, 콜레라가 한창인 중국 오지 ‘메이탄푸’로 자기와 함께 떠날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사회적 명성을 중요시하는 찰리에게 외면당한 키티는 결국 월터와 함께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메이탄푸로 길을 떠난다.

<페인티드 베일 The Painted Veil>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 불륜을 이야기의 축으로 한 소설 [인생의 베일]은 삼각구도의 사랑이란 소재부터 영화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인생의 베일]은 세 번에 걸쳐 영화로 옮겨졌다.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가 호흡을 맞춘 <페인티드 베일> 이전에 그레타 가르보가 키티로 분한 <페인티드 베일 The Painted Veil>(1934)과 <세븐스 씬 The Seventh Sin>(1957), 두 편이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

<페인티드 베일>은 원작의 이야기 줄기를 거의 그대로 옮긴다. 하지만 색채는 달라졌다. 불륜을 소재로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사랑의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치중한 소설과 달리 영화 <페인티드 베일>은 화해와 용서에 초점을 둔다. 아내의 외도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월터와 애초 월터에게 사랑의 감정 따윈 느끼지 못했던 키티는 죽음의 도시, 메이탄푸에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 <페인티드 베일>은 이렇듯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을 완성해가는 키티와 월터의 성장담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로 아쉬울 것 없는 틀을 갖췄지만 인간 욕망의 복잡다단함을 그린 원작의 맛이 바랜 것도 사실이다. 월터가 죽고 난 후 홍콩으로 돌아와 또 한번 찰리와 관계를 맺는 키티의 ‘욕망’으로서의 사랑, 키티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월터의 두려움, 자살일지도 모를 월터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 모두가 영화에선 지워지고 없다. 대신 뒤늦게 깨닫게 된 사랑의 애달픔만이 남았을 뿐이다.

<페인티드 베일>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두 주연배우의 호연. 에드워드 노튼은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의 아린 마음을 차가운 시선 안에 녹여내고, 나오미 왓츠는 뒤늦게 사랑을 깨닫게 되는 여인의 심리를 완숙하게 표현해낸다. 수묵 채색화를 보는 듯한 중국의 아름다운 산하, 올해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잔잔한 음악 선율도 <페인티드 베일>을 풍성하게 만든다.

HOT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로 손색이 없다. 화이트 데이에 개봉하니 '연인 관객'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COLD 서머셋 모옴의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사랑의 심리는 사라지고 잘 다듬어진 사랑만 남았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15 개봉작 리뷰] <300> - 헤모글로빈과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액션 스펙터클

입력시간 : 2007-03-12 10:26



BC 480년.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는 페르시아 제국의 사신으로부터 페르시아 왕에게 무릎을 꿇으면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자유와 명예를 위해 사는 스파르타인에게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 레오니다스는 사신의 목숨을 빼앗고 전쟁을 준비한다. 원로회의 반대로 대규모의 군대를 파병할 수 없게 된 레오니다스는 300명의 정예 용사들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으로 향한다. 하지만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은 아무리 천하무적의 스파르타 정예군이라 해도 무찌르기 힘든 중과부적이다. 테스피스 군의 지원 아래 테르모필레 협곡으로 향한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는 가족과 나라의 자유를 위해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300>은 BC 5세기에 페르시아 제국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리스 원정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테르모필레 전투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 연합군이 승리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프랭크 밀러에게 영감을 제공한 1962년작 <300 스파르탄 The 300 Spartans>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극화한 작품이기에 영화의 내용은 이미 알려진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두 시간에 달하는 영화치고는 내용도 단순하다. 300명의 스파르타 정예군과 100만 페르시아 대군의 전투. 스파르타의 용사들은 페르시아 대군의 파상 공세에 맞서 용맹하게 싸워 나가지만 결국 전원 전사하고 만다. 이미 노출된 내용에 단순한 이야기지만, <300>은 직설적이고 장식적인 방식으로 역사 속 전설을 풀어간다. 다소 과장 섞인 듯한 묘사와 표현은 <300>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오락용으로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300>은 근래 보기 드물게 남성 호르몬이 넘쳐나는 영화다. 추가 파병을 둘러싼 왕비와 의회의 갈등 같은 드라마적 요소도 있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전쟁 신으로 채워져 있다. 여성성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근육질 마초맨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우레 같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전사들의 강인함은 스파르타라는 도시를 대변하는 동시에 대단한 스펙터클로 기능한다. 여기에 회화와 만화의 중간쯤 되는 미장센은 정교한 그래픽 노블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준다. 이미지의 어두운 부분을 뭉개서 컬러의 컨트라스트를 바꾸는 크러쉬 기법은 구릿빛 영상에 신비감을 더한다.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단순한 내용이지만 역사적 박진감과 남성적 매력, 화려한 영상이 어우러져 <300>은 킬링타임용 영화로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HOT 단순 명쾌함이 강점인 영화. 화려한 비주얼과 남성적 매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COLD 비디오 게임처럼 단순한 이야기에 과장된 스타일이 반감을 살 수 있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15 개봉작 리뷰] <리틀 러너> - 기적을 향해 달리는 소년

입력시간 : 2007-03-12 10:18



여기 기적을 위해 달리는 소년이 있다. 랄프는 혼수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를 깨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리틀 러너 Saint Ralph>는 열네 살 소년 랄프(아담 버처)가 기적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랄프는 말썽꾸러기다. 카톨릭계 사립학교 학생인 랄프는 몰래 담배를 피우고, 수영장에서는 여자 탈의실을 훔쳐보고, 자위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엄격한 교칙을 위반하기 일쑤인 랄프는 고해성사로 용서를 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뻔뻔한 소년이다. 그러나 제멋대로인 랄프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아들이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병세가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엄마를 살릴 길은 기적밖에 없다는 말에 랄프는 상심에 빠진다. 랄프는 그러나 "보스톤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하면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코치의 말을 듣고 그때부터 마라톤에 매달린다. 주위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랄프의 정성에 감동한 전직 캐나다 최고 마라토너 허버트 신부(캠벨 스코트)가 랄프의 코치를 자처한다.

<리틀 러너>는 랄프가 보스톤 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꿈과 희망이 전이되는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는 학교에서는 왕따이자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랄프가 엄마를 깨어나게 하기 위해 막무가내식으로 마라톤에 매진하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랄프는 달리고 또 달린다. 사고뭉치였던 탓에 도와주는 사람보다는 비웃는 이들이 더 많은 상황이지만 랄프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친구 클레어(타마라 호프)와 엄마의 담당 간호사 앨리스(제니퍼 틸리)만이 랄프를 지원할 뿐이다. 카톨릭계 학교에서 니체를 강의하는 괴짜 신부 허버트가 뒤늦게 랄프의 개인 코치로 합류해 함께 기적을 만들어나간다.

아픈 엄마를 위해 마라톤에 도전하는 소년의 이야기 <리틀 러너>는 별반 새로울 게 없다. 휴먼가족드라마의 틀 위에 스포츠영화의 박진감을 살짝 덧입힌 영화는 예정된 해피 엔딩을 향해 순조롭게 달려간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틀 러너>는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리틀 러너>는 미워할 수 없는 악동 랄프처럼 군데군데 자리한 상투성의 함정을 잔잔한 감동으로 덮어버리는 마력을 지녔다. 500대 1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주인공 랄프 역을 따낸 캐나다 출신 아담 버처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빛나는 조연들의 활약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는데 단단히 한몫을 한다. 전직 마라토너로 랄프의 코치가 되어준 허버트 신부 역은 <사랑을 위하여 Dying Young>(1991)에서 줄리아 로버츠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캠벨 스코트가 맡아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해내며, 엄격한 교장선생인 피츠 신부는 캐나다의 베테랑 배우 고든 핀셋이 맡아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뻔하지만 감동적인 영화 <리틀 러너>의 각본과 연출은 주로 TV 드라마 연출에 매진해온 캐나다 출신 마이클 맥고완이 담당했다.

HOT 휴먼드라마의 감동과 스포츠영화의 박진감이 조화를 이룬다. 상투적인 소재를 매력적으로 연출한 마이클 맥고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COLD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이 잘 안 알려진 탓에 아예 관객들이 외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3/15 개봉작 리뷰] <쏜다> - 야단법석 난장판 일탈 드라마

입력시간 : 2007-03-12 10:38



오늘 하루는 박만수의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날이다. 도덕과 법규의 준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무원 박만수(감우성)는 정도만을 걷는 바른 생활 사나이. 도대체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박만수는 준법정신과 성실성 하나로 평생을 살아 왔지만 오늘 하루 그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건의 시작은 아침부터다. 출근 준비에 정신 없는 만수에게 아내(문정희)는 함께 사는 게 재미없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난생 처음 지각을 한 만수에게 직장 상사는 상부 지침이라며 정리해고를 통보한다. 내키지 않는 환송회 자리를 박차고 나온 만수는 경찰서 담벼락인 줄도 모르고 노상방뇨를 하다 강력계에서 좌천된 다혈질 경찰 마동철(강성진)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한편, 만수가 체포된 파출소에 병든 홀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벼운 죄를 짓고 교도소를 드나드는 양철곤(김수로)이 들어와 난동을 피우며 소란을 떤다. 아내의 이혼 이야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진 만수는 철곤의 부추김에 도망을 시도하다 다시 붙잡히게 되고, 철곤과 함께 경찰차에 실려 이송되던 중 차량사고가 나는 틈을 타 본격적인 탈주를 시작한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박정우 감독이 <바람의 전설> 이후 두 번째로 연출을 맡은 <쏜다>는 전형적인 박정우 스타일의 좌충우돌 야단법석 액션 영화다. <주유소 습격사건>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등 박정우 감독이 썼던 시나리오와 <쏜다>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광복절 특사>처럼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가 탈주를 시작하고 <주유소 습격사건>의 인물들처럼 일탈의 쾌감을 즐긴다. 만수와 철곤은 달리고 부딪치고 깨부수고 총을 쏘아댄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레이싱카와 도로 위를 질주하는 스포츠카 그리고 여기저기 충돌하는 자동차들. <난다> <간다>로 이어지는 도심난장 3부작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난장판의 연속이다. 왕복 16차선 도로를 막고 일렬로 정렬한 특수기동대 경찰병력과 그 위를 나는 헬리콥터는 대규모 군중 신으로 영화를 정리하는 박정우 감독의 특징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쏜다>의 외양은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와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와 비슷하다.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도 두 영화의 조합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모범생 공무원과 효자 범죄자가 만나 평소 자신들을 억눌러왔던 것들을 깨부순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법을 지키는 게 신념이었던 남자와 어기는 게 버릇이었던 남자, 두 사람 모두 가진 게 없는 소시민이고 당하고만 살아온 사회적 약자다. 이들의 일탈은 착하게 사는 것이 손해인 현실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다. <쏜다>를 코미디 영화로 분류하기보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액션 드라마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만수와 철곤의 일탈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평범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드라마로서의 일탈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만수와 철곤의 일탈에만 초점이 맞춰져 두 사람과 경찰 마동철 사이의 긴장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만수와 철곤의 계속되는 일탈을 정당화하는 동기가 지속적으로 부여되지 않아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행동은 점점 의미를 잃게 된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영화에서도 꼭 필요한 원리다. 

HOT 시끌벅적한 박정우식 소동극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 달리고 쏘고 깨부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COLD 박정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들처럼 웃기는 영화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는 영화. 사회적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이 영화의 핵심인 것에 반해 일탈의 방식이 너무 단조롭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15 개봉작 리뷰] <엘 토포> - 컬트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입력시간 : 2007-03-12 10:35



총잡이 엘 토포(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어린 아들과 함께 사막을 횡단하던 중 악당들에 의해 폐허가 된 마을을 발견한다. 엘 토포는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마을을 점령해 버린 악당들을 찾아내 복수를 펼친다. 치열한 싸움을 마친 엘 토포는 마라(마라 로렌지오)라는 한 여인을 만난다. 자신의 아들을 버리고 마라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게 된 엘 토포. 마라는 엘 토포에게 사막에 있는 네 명의 현자와의 대결에서 이기면 사막의 신이 될 것임을 알려준다. 마라의 꼬임에 넘어가 현자를 찾긴 했으나 이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길 수 없음을 판단한 엘 토포는 비열한 방법을 사용해 현자들을 처치해나간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엘 토포는 마야의 배신으로 인해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진다. 시간이 흘러 엘 토포가 동굴 속에서 깨어난다. 엘 토포는 장애인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엘 토포는 마을에 버림받고 동굴에 모여 사는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엘 토포 El Topo>(1970)는 종교, 정치, 문화적인 요소들이 한꺼번에 녹아 들어 있는 영화다. 각 요소들은 영화라는 용광로 속에서 꿈틀대며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는다. 우선 <엘 토포>는 총잡이가 바람이 폴폴 날리는 사막에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을 그린 전반부와 세상으로부터 소외 받은 자들과 함께 수행을 시작하는 후반부로 나눠진다. 엘 토포가 네 명의 현자들을 찾아가 결투를 벌이는 전반부는 서부극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고행길에 나선 엘 토포의 수행 여정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마지막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엘 토포의 여정은 고난과 위험으로 점철되어 있을 뿐이다. 엘 토포를 그리스도, 네 명의 현자들을 구약성서의 예언자들로 비유한다는 점에서 <엘 토포>는 성경의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엘 토포>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각본, 음악, 미술, 의상, 주연까지 맡는 등 놀라운 괴력을 발휘해 만든 영화로, 그를 세계적인 컬트영화 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서부극의 기묘한 변주이기도 하고 기독교 사상과 동양 철학을 뒤섞은 희한한 종교영화이기도 한 <엘 토포>는 신에 대한 흥미로운 재해석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70년 12월 미국 뉴욕의 심야상영관에서 처음 상영된 후 컬트영화 마니아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엘 토포>는 이후 심야영화의 신호탄이 되어 컬트영화 마니아들의 밤을 밝혀준 영화가 됐다. 그러나 표현 수위와 신성 모독 논란으로 국내에서는 개봉이 불가했던 작품. 이번 국내 개봉은 첫 개봉 후 37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엘 토포>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깨끗한 필름으로 상영된다.

HOT 컬트영화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지금까지 정식으로 개봉한 적이 한번도 없는 <엘 토포>를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필름으로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

COLD 영화가 묘사하는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고 성경에 대한 재해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15 개봉작 리뷰] <홀리 마운틴> - 충격적인 이미지의 향연

입력시간 : 2007-03-12 10:35



예수를 닮은 사나이(올라시오 살리나스)가 난쟁이의 손에 이끌려 세상을 배운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이란 군인이 도시를 점령하고 종교가 돈으로 거래되는 암흑과 같은 곳. 복잡한 세상을 정처 없이 헤매던 그는 신비한 지도자(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를 높은 탑에서 만난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지도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일곱 수행원들을 소개받는다. 이들은 태양계의 행성을 각각 대표하고 있으며 사업가, 예술가, 재정고문, 경찰서장, 건축가 등 합법적인 직업을 내세워 세상의 돈을 긁어 모으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속세의 영광 대신 불멸의 삶을 추구한다. 예수를 닮은 사내와 지도자, 그리고 일곱 명의 수행원들은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자를 찾아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성스러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홀리 마운틴 The Holy Mountain>(1973)은 충격적인 이미지로 가득찬 영화다. 신비한 지도자가 음산한 주술소리와 함께 나체의 두 여성의 머리카락을 죄다 밀어 대머리로 만드는 장면을 전주곡으로 끔찍한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자신의 눈알을 잡아빼는 남자, 가죽을 벗긴 동물들을 꼬챙이에 꿰서 행진하는 사람들, 예수의 성상을 빵처럼 씹어먹는 사람들 등 섬뜩한 이미지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러나 충격적인 이미지를 통해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도피하려 들지 말고 현실의 삶에 충실하라는 것. 성스러운 산에 오른 인물들이 보게 되는 것은 허상들로 가득한 현실의 모습이다. 불멸을 찾으러 가봤자 별 것 없다는 감독의 조롱섞인 메시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홀리 마운틴>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전작 <엘 토포 El Topo>를 보고 감동을 받은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전폭적인 투자로 만들어 졌다. 소수의 국제영화제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영화관에서 제한 상영된 후 한번도 전세계 배급망을 타 본적이 없는 <홀리 마운틴>은 컬트영화 마니아들의 사이에서 무단으로 불법 복제돼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불운을 겪었다. 판권 소유자였던 존 레논의 매니저 앨런 클라인과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불화로 개봉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분쟁이 뒤늦게 해결되면서 국내에 개봉되는 <홀리 마운틴>이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충격적인 것은 자극적인 영상에 자신의 철학을 진심으로 담아낸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뚝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HOT 조악한 화질의 불법복제 비디오를 돌려보며 <홀리 마운틴>에 열광했던 컬트영화 마니아라면 HD영화로 복원되고 무삭제로 찾아온 이 영화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COLD <홀리 마운틴>은 섬뜩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영화다. 잔인하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이 주는 충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15 개봉작 리뷰] <씨 인사이드> - 죽음을 꿈꿉니다

입력시간 : 2007-03-12 10:15



1998년 1월 13일 한 남자가 죽었다. 라몬 삼페드로, 그의 죽음이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는 전신마비자였기 때문이다. 스물 다섯에 사고로 침대에 누운 이후, 26년. 전신마비자로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외쳤던 그는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결국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끊었다. 카톨릭 신자가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카톨릭 국가 스페인에서 나라를 상대로, 당시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상대로, 유럽 인권재판소와 싸웠던 그는 그렇게 세상과 작별했다. 그리고 라몬 삼페드로가 생전에 쓴 책 [지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접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그의 삶을 영화로 옮기기로 마음 먹는다. <씨 인사이드 Mar Adentro>는 그렇게 태어났다.

라몬 삼페드로(하비에르 바르뎀)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맞는다. 26년 째 똑같다. 수영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그가 꿈꾸는 건 오로지 죽음. ‘삶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제 그 권리를 그만 놓고 싶다. 하지만 전신마비인 그가 죽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치 않다. 안락사를 원하지만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이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죽을 권리’를 내세우며 소송에 들어간다. 소송이 진행되고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짐에  따라 그의 침대 곁을 찾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소송을 진행할 변호사이자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훌리아(벨렌 루에다),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씩씩한 여인 로사(롤라 두에냐스)가 그를 찾아오고, 사랑스런 가족들이 그의 곁을 지킨다.

데뷔작 <떼시스 Tesis>와 <오픈 유어 아이즈 Abre Los Ojos>, <디 아더스 The Others> 등 교묘하게 이야기를 꼬고, 반전을 심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온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씨 인사이드>에서 이런 ‘기교’를 모두 버렸다. 침대 위에 묶인 라몬 삼페드로의 ‘상상’을 영화 사이 사이 끼워 넣고 있지만, 전반적으론 죽음에 당도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히 옮길 뿐이다. 소송이나 사건을 크게 부각시켜 사건을 만들지도 않는다. 대신 라몬 삼페드로의 지난 날을 조용히 돌아보고, 가족들의 따스한 배려를 담아내며, 그가 새로 얻게 된 사랑의 감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 받고 있음에도 ‘죽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관객이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렇다고 안락사를 무조건 옹호하는 건 아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그려 ‘죽음의 권리’가 당사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인지를 동시에 고민하게 만든다.

<하몽 하몽 Jamon Jamon> <라이브 플래쉬 Carne Tremula> <햇빛 찬란한 월요일 Los Lunes Al Sol>의 하비에르 바르뎀은 라몬 삼페드로의 아픔을 표정만으로 완벽히 묘사해낸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청산가리를 탄 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이의 얼굴에 생생한 표정을 입혀냈다.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자연기상을 안겨준 <씨 인사이드>는 같은 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제77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역시 거머쥐었다.

HOT 영화 속, 카톨릭 신부와 라몬 삼페드로의 '죽고 사는 권리'를 둘러싼 논쟁이 흥미롭다. 유머가 가득한 그 논쟁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COLD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한다면 <씨 인사이드>는 너무 싱거울지도 모른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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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주, 개봉영화 소개합니다~

정보공유/영화 2007. 3. 7. 09:21

안녕하세요?

즐거운 수요일 아침 맞이 하셨나요?

이번주는 어떤영화가 좋을까요?

지난주 드림걸즈를 봤었는데 워낙에 뮤지컬을 좋아하다보니

대부분 노래부르는 장면인 영화가 저는 무척 좋았답니다.

저는 그여자작사 그남자 작곡 이번주에 볼려구요^^

나비효과1편은 잼나게 봤었는데 2편은 역시나 작품평이 안좋더라구요.


이번주까지 춥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시구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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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 102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M/V
5.70/10
10명 참여
천년을 흐르는 사랑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 휴 잭맨, 레이첼 웨이즈
상영시간  : 96분
장르  : SF,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3/8 개봉작 리뷰] <일루셔니스트> - 로맨스와 스릴러가 마술과 만날 때
입력시간 : 2007-03-05 14:44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한 마술사의 환상적인 마술 공연이 시민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연일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마술사의 이름은 아이젠하임(에드워드 노튼). 현실과 환상의 벽을 허무는 그의 마술은 왕실에까지 퍼져 황태자 레오폴드까지 그의 마술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아이젠하임은 마술 공연 도중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한 여자 관객을 무대로 초대한다. 무대에 오른 관객인 레오폴드의 약혼녀 소피는 공교롭게도 아이젠하임의 어릴 적 연인이다. 한눈에 성인이 된 소피를 알아본 아이젠하임은 황태자 몰래 위험천만한 사랑을 시작하고, 이를 눈치 챈 레오폴드 황태자는 울 경감(폴 지아매티)에게 아이젠하임을 사기죄로 몰아 체포하도록 지시한다. 아이젠하임과 황태자 사이의 긴장이 극도로 팽팽해지던 어느 날, 소피가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젠하임은 황태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시민들을 동요시키기 위해 죽은 사람의 영혼을 무대 위로 부르는 마술을 펼쳐 보인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스티븐 밀하우저의 단편 [환상마술사 아이젠하임]을 스크린으로 옮긴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는 마술을 매개로 삼각관계를 다룬 스릴러영화다. 빈 화분에서 꽃이 피어 오르고 객석의 한 부인이 상자에 담은 손수건을 두 마리의 나비가 잡고 나는 등 신비로운 마술 공연이 관객의 눈을 우선 사로잡는다. 무대 위에 설치된 거울 속의 이미지가 실제 이미지와 다르게 움직이거나 죽은 자의 영혼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나는 마술도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아이젠하임이 보여주는 마술은 그와 소피 사이의 비밀스런 로맨스를 더욱 환상적으로 포장하는 장식들로 기능한다. 플롯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마술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트릭 효과만을 위한 반전은 아니기에 반전의 강도는 그리 크지 않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금세 알아챌 법한 수준이지만, 마술사의 사랑이라는 영화의 소재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를 해치는 정도는 아니다. 

두 시간짜리 마술 공연처럼 짜여진 이야기만큼이나 관객을 자극하는 것은 20세기 초의 비엔나를 재현한 고풍스러운 촬영과 환상적인 마술 공연을 더욱 신비스롭게 하는 음악이다. 마이크 리 감독과 콤비를 이뤄 <네이키드 Naked>, <비밀과 거짓말 Secrets & Lies>, <베라 드레이크 Vera Drake>를 촬영했던 딕 포프는 영화의 실제 로케이션 장소였던 체코의 프라하를 환상적인 동화 같은 이미지로 필름에 담아냈다. 세피아 톤의 오래된 사진 같은 이미지는 20세기 초의 고풍스러운 유럽 풍경을 회화처럼 그리며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미니멀리즘 현대음악가이자 마틴 스콜세지의 <쿤둔 Kundun>, 스티븐 달드리의 <디 아워스 The Hours> 등의 영화음악을 맡아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필립 글래스 역시 음악으로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한 단계 상승시킨다. <일루셔니스트>가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마술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위해 기능한다는 점이다. 알고 나면 재미없어지는 마술의 비밀처럼 영화의 반전도 풀리고 나면 허탈해지지만, 이렇게 매끈하게 꾸며진 마술 공연이라면 두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HOT 하나의 마술 공연 같은 반전 스토리와 그 속에 담긴 환상적인 마술 공연에 집중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COLD 단순히 반전의 효과만을 생각한다면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나 <유주얼 서스펙트 Usual Suspect> 같은 충격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8 개봉작 리뷰] <봄의 눈> - 일본판 로미오와 줄리엣

입력시간 : 2007-03-05 13:30



가네시로 가즈키의 [고], 카타야마 쿄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시바사키 토모카의 [오늘의 사건사고]를 영화로 옮긴 바 있는 ‘책 읽는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그가 이번엔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영상으로 담는다. 유키사다 이사오가 눈독 들인 스토리는 소설 [풍요의 바다] 가운데 1권인 [봄의 눈]. 메이지 유신 시절, 한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귀족 자제인 키요아키(츠마부키 사토시)와 사토코(다케우치 유코)는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친구. 하지만 남녀 사이에 우정을 지켜 나가기란 쉽지 않다. 우정이란 이름 아래 은근슬쩍 사랑이 싹트기 쉽기 때문이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덧 청년이 된 두 사람, 사토코는 키요아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키요아키는 사토코에게 친구 이상의 어떤 감정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사토코는 황족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사토코가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될 거란 걸 깨달은 키요아키는 뒤늦게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다.

엇갈린 사랑의 비극을 담아낸 <봄의 눈 Snowy Love Falln’ in Spring>은 멜로드라마의 ‘전형’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감정선을 가져간다. 사토코에 대한 감정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냥 차가운 키요아키는 너무 늦게 사랑에 눈뜬다.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간절해진 두 사람. 결혼을 앞두고 ‘불장난’에 가까운 사랑을 나누지만 황족과 얽혀있는 이들의 사랑을 서로의 집안이 가만 둘 리 없다. 엇갈린 감정, 집안의 반대, 거기에 불치병과 순애보가 겹쳐진 <봄의 눈>은 비극의 모든 요소를 끌어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비극의 요소를 갖췄다고 비극의 정서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이성적이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하던 키요아키가 순애보에 눈물 흘리기까지, 변화하는 감정의 결을 영화는 전혀 잡아내지 못한다. 때문에 사토코에 대한 키요아키의 사랑은 다른 남자에게 사토코를 주고 싶지 않다는 ‘뒤틀린 심리’ 이상의 진실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이들의 감정은 영화에 애잔함을 새기지 못한다.

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오랜만에 웃음을 지우고 키요아키의 복잡한 심리를 담담하게 연기했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의 다케우치 유코가 아픈 사랑의 감정을 새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도 두 배우와 함께 <봄의 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국내 관객과 만난 바 있는 <봄의 눈>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하이퍼텍 나다에서 단독 개봉한다.

HOT 츠마부키 사토시와 다케우치 유코, 두 배우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COLD 지난 달, 이미 DVD가 국내 출시됐다. 굳이 극장을 찾아갈 수고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8 개봉작 리뷰] <스모킹 에이스> - 분출하는 폭력의 미학

입력시간 : 2007-03-05 14:31



여기 세계 최고 킬러들의 표적이 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이스라엘(제레미 피븐). 라스베가스에서 카드 마술사로 일하고 있던 이 남자는 자신을 보살펴 준 마피아 조직을 배신하고 또 다른 범죄조직을 키운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마피아의 대부 스파라차(조셉 루스킨)는 이스라엘의 심장에 현상금 100만 달러를 내건다. 그의 심장을 먼저 가져온 자에게 현상금이 주어진다는 소문은 킬러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지고, 이스라엘의 주위에 전문 킬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편, 이 사실을 알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은 FBI에게 마피아의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한다. FBI는 이스라엘을 킬러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메스너(라이언 레이놀즈) 요원과 캐루터스(레이 리오타) 요원을 그가 은신하는 카지노 호텔로 파견한다.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는 거침없는 폭력 연출과 다양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다. 이스라엘의 목숨을 지키려는 FBI요원들에서 나치를 신봉하는 미치광이 삼형제, 여성 이인조 킬러, 위장술로 얼굴을 바꾸는 킬러 라즐로(토니 프래너건), FBI와 마피아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빼내달라는 의뢰를 받은 듀프리(벤 애플렉)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독특한 개성을 선보이며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칼, 권총, 전기톱 등 각양각색의 무기를 활용해 피의 향연을 펼쳐보인다. 여기에 더해 화려한 출연진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벤 애플렉의 심드렁한 표정연기는 단연 압권이며, FBI 부국장역을 맡은 앤디 가르시아, 마약에 찌들어 살며 죽음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이스라엘 역의 제레미 피븐, 여성 킬러 역을 맡은 R&B 가수 알리샤 키스의 호연은 영화에 매력을 더한다.

<스모킹 에이스>의 메가폰을 잡은 조 카나한은 디트로이트 마약수사대의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엮은 <나크 Narc>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신예감독이다. 폭력을 다루는 조 카나한의 유려한 솜씨는 <스모킹 에이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총이 몸에 맞는 순간부터 몸이 넘어가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잡아낸 사실감 넘치는 액션 연출은 <스모킹 에이스>의 백미. 폭력의 미학을 풀어놓는데 집중하는 <스모킹 에이스>는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액션을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다섯 팀이나 되는 킬러 집단의 에피소드를 한데 엮지 못한 채 나열하는 데 그침으로써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무의미한 총격신과 폭력 신에 치중하다보니 영화 후반 드러나는 반전도 설득력이 약하다. “다양한 사건과 많은 등장 인물이 얽히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모아지는 치밀한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조 카나한 감독의 야심은 아쉽게도 이야기의 완성도보다는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HOT 현상금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킬러가 무려 다섯 팀이다. 쉼 없이 터지는 리얼한 총격신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COLD <나크>의 치밀하고 정교한 반전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스모킹 에이스>의 성긴 결말에 실망할 여지가 크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3/8 개봉작 리뷰] <마미야 형제> - 형제는 유별났다

입력시간 : 2007-03-05 13:33



<냉정과 열정 사이 Between Calm and Passion> <도쿄타워 Tokyo Tower>의 원작자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 얘기가 또 한번 영화로 옮겨진다. 남녀간의 로맨스에 초점을 둔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사랑 얘기다.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 해본 형제의 어설픈 ‘데이트 프로젝트’가 <마미야 형제 The Mamiya Brothers>의 기본 이야기 줄기를 이루지만 사랑보다 형제의 우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마미야 형제’의 형, 아키노부(사사키 쿠라노스케)는 맥주개발 연구원. 동생 테츠노부(츠카지 무가)는 초등학교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있다. 각자의 회사 생활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90% 이상을 함께 하는 이들 형제의 취미는 그래서 거의 똑같다. 야구 기록을 꼼꼼히 기억하고, 밤새 영화를 보며, 기분이 울적할 땐 신칸센 열차를 바라보며 기분을 달랜다. 이들의 ‘완벽한’ 일상에 딱 하나 흠이 있다면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 그래서 형제가 머리를 맞댔다. 카레 파티에 여자를 초대하기로. 단골 비디오가게 점원인 나오미(사와지리 에리카)와 테츠노부의 학교 여교사 요리코(도키와 타카코)가 초대 목록 1순위다.

이제부터 마미야 형제의 화려한 ‘작업’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다면 잘못 짚었다. 여자에게 인기 없는 형제가 사랑을 얻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고군분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마미야 형제>는 그보다 형제의 일상에 더 관심이 많다. 매일 매일 건강을 체크하는 소심함과 다섯 살 이하 꼬마나 즐거워할 것 같은 ‘가위 바위 보’ 놀이에 까르르 웃어 젖히는 순수함, 잠들기 전 하루 일을 곱씹어 보는 ‘반성회’에서 하루의 기쁨을 찾는 귀여운 구석까지 형제의 일상이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사랑은 곁가지, 형제의 엉뚱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핵심인 셈이다. 물론 엉뚱하고 희한한 취향으로 무장된 형제의 일상은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일상도 계속 반복되면 지루한 법. 별다른 극적 사건 없이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반복해 보여주는 <마미야 형제>는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찰기도, 유머의 힘도 잃고 만다.

단조로운 이야기에 생기를 입히는 건 ‘형제’들의 힘. <하얀거탑> <이혼변호사> 등 주로 TV 드라마에 얼굴을 비쳐온 사사키 쿠라노스케와 개그 콤비 ‘드렁크 드래곤’ 멤버인 개그맨 출신 배우 츠카지 무가는 연애엔 젬병인 남자들의 주눅든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하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또한 형제의 ‘여자’가 된 <박치기! We Shall Overcome Someday>의 사와지리 에리카의 귀여운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 <실락원 Paradise Lost> <가족 게임 The Family Game>의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이 연출한 <마미야 형제>는 지난해 5월 일본 개봉 당시, 고작 11개 스크린에서 상영됐지만 5개월간 ‘롱런’하며 4억엔의 흥행수입을 얻어냈다.

HOT 인기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팬들이라면 엉뚱 형제의 '스크린 귀환'에 미소 지을 것이다.

COLD 연애엔 젬병인 ‘찌질이’ 형제.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이 ‘궁상’을 영화로까지 보고 싶을까?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8 개봉작 리뷰] <나비효과 2> - 전편만한 속편 없다

입력시간 : 2007-03-05 14:28



스물 다섯 살의 전도유망한 청년 닉(에릭 라이블리)은 잘 나가는 투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사랑스런 여자 친구 줄리(에리카 듀랜스)와도 행복한 날을 보낸다. 줄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과 바닷가로 떠난 여행에서 갑자기 돌아오기 전까지는. 여행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닉과 친구들은 닉의 직장상사로부터 온 전화 때문에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병원에서 깨어난 닉은 애인과 친구들이 모두 죽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여전히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닉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어느 날 닉은 중요한 프리젠테이션 도중 극심한 두통으로 인한 발작을 겪는다. 집에 돌아온 닉은 줄리의 생일 날 찍은 여행 사진을 보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정신이 든 닉은 여행지와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닉은 교통사고를 막아보려 애쓴다.

<나비효과 2 The Butterfly Effect 2>는 지난 2004년 개봉한 애쉬튼 커처 주연의 스릴러 <나비효과 The Butterfly Effect>의 속편이다. 개봉 당시 미국 평론가들로부터는 혹평을 받았지만 관객들로부터는 사랑을 듬뿍 받아 1,3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총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나비효과>의 흥행 성공이 속편 제작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 주인공이 과거 사건이 일어났던 시점으로 돌아가 당시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뜻밖의 결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 2>의 아이디어는 전편과 같다. 전편에서는 일기장이 과거로 가는 통로였다면 <나비효과 2>에서는 사진이 과거로 가는 통로가 된다. 그러나 <나비효과 2>는 아이디어 외에는 전편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 속편이다. 출연진과 감독이 바뀐 것은 물론 구성도 달라졌다. 전편이 에반(애쉬튼 커처)를 중심으로 친구들의 사연들이 교직되며 이야기를 촘촘하게 쌓아갔다면 <나비효과 2>는 주인공 닉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을 뿐이다. 친구들과 직장동료 등 닉의 주변 인물들은 존재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애인인 줄리마저 설정을 위한 장치로 활용될 뿐이다.

<나비효과 2>는 성공한 전편의 아이디어만을 믿고 안일하게 제작된 속편의 대표적인 예가 될 법한 영화다. 목적없이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와 엉성한 이야기 구조는 전편의 명성을 갉아먹는다. <나비효과 2>는 전편에서 보여줬던 카오스 이론에 대한 통찰이나 캐릭터 개개인에 대한 꼼꼼한 묘사 등이 제거된 채 전편의 아이디어에만 지나치게 기대 앙상한 구조만 남은 어설픈 속편이 되고 말았다. 미국 언론의 반응도 상당히 고약하다. "만들 필요조차 없었던 영화"라는 악평부터 "의미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속편"이라는 비난까지, 혹평도 이만하면 재난 수준이다.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평가에 딱 들어맞는 시시한 속편 <나비효과 2>의 연출은 <스콜피언 킹 The Scorpion King> <허니 Honey> <퍼펙트 맨 The Perfect Man> 등의 촬영감독 출신 존 R. 레오네티가 맡았고, 주인공 닉과 닉의 애인 줄리 역은 주로 TV에서 활약해온 에릭 라이블리와 에리카 듀랜스가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HOT 애쉬튼 커처가 주연한 <나비효과>의 속편이라는 점에 정보가 부족한 관객들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COLD 전작의 흥행을 등에 업은 어설픈 속편. 전편의 아이디어만 남아 있고 캐릭터도, 스토리도 미비한 앙상한 드라마다.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평가에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3/8 개봉작 리뷰] <천년을 흐르는 사랑> - 애타게 영원한 생을 찾아서

입력시간 : 2007-03-05 15:53



16세기 스페인, 기사 토마스(휴 잭맨)는 여왕 이자벨(레이첼 바이즈)의 명을 받아 생명의 나무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마야 정글에 숨겨진 이 전설의 나무에 다다르기 위한 토마스의 굳은 의지는 흉포한 원주민의 거센 공격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21세기 어느 연구실, 의사 톰(휴 잭맨)은 암에 걸린 아내 이지(레이첼 바이즈)를 살리고자 신약 개발에 몰두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지를 살려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구에 정진하고 있던 어느 날, 과테말라산 희귀종 나무에서 신약 개발의 희망을 발견한다. 26세기 우주 공간, 생명의 나무와 함께 영생의 비밀을 찾아 우주 여행을 하고 있는 톰(휴 잭맨)이 있다. 영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성운에 곧 도착할 예정인 톰은 어쩐지 불안하다. 16세기 스페인의 이자벨 여왕과 21세기 이지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년을 흐르는 사랑 The Fountain>은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다. 편집증과 중독 등 인간의 이상심리를 묘사한 <파이 Pi>와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에서 죽음과 삶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얼핏 보기에는 세 가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 가지의 다른 사랑의 모습을 그리는데 치중하는 듯 보이지만, <천년을 흐르는 사랑>에서 대런 아르노프스키가 강조하는 것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영원한 생에 대한 갈망이다.

<천년을 흐르는 사랑>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 탓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수월하지 않다. 게다가 생명의 나무만이 서로 다른 시대의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뿐이라 제각각인 세 가지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엮이지는 않는다. 느슨한 구성의 빈틈을 메우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휴 잭맨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영생을 안겨줄 생명의 나무를 찾아 16세기와 21세기, 26세기를 헤매는 톰의 복잡한 내면을 소화해낸다. 16세기, 스페인의 이자벨 여왕, 21세기와 26세기의 여인 이지를 연기한 레이첼 바이즈의 신비로운 매력은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생명의 나무를 찾아다니는 톰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HOT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연출 아래 휴 잭맨, 레이첼 바이즈가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 데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COLD 세 가지 시대의 세 가지 사랑 이야기가 복잡하지만 모호하게 얽혀 있는 느슨한 구성은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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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주, 개봉영화 리뷰

정보공유/영화 2007. 2. 27. 11:02

바야흐로 봄이 온것 같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차갑다기보단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나도 모르게 봄을 타나봐요..

봄기운 만큼이나 영화소식도 따뜻하네요^^

먼저 행복을 찾아서 기다리시는 분들 많이 있던데요,,

감동스토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기대되구요,

저는 바람났는지,,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이 보고싶네요.


한니발 라이징의 공리도 살짝쿵 기대가 되긴합니다.

그리고, 요새 연기에 물이 올랐단소리를 찬사의 김혜수가 또 나오는 영화

좋지아니한가도 이번주 개봉이네요,

저번에 바람피기 좋은날을 봤는데, 전 조금 오바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이 나도 나중에 바람피면 김혜수처럼 당당할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닌데~ ㅋ


이번주는 3월1일 빨간날 덕분에 왠지 힘이납니다.

그래서 개봉영화리뷰도 하루일찍 작성해봅니다.


2007년 02월 28일

7.84/10
164명 참여
4.00/10
1명 참여
한니발 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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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피터 웨버
출연  : 가스파르 울리엘, 리스 이판, 공리, 헬레나 리아 타초브스카
상영시간  :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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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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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크 로렌스
출연  : 드류 베리모어, 휴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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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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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마츠유키 야스코, 토요카와 에츠시, 아오이 유우, 야마자키 시즈요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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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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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정윤철
출연  : 천호진, 문희경, 김혜수, 유아인, 황보라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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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10.00/10
1명 참여
7.00/10
1명 참여
킹스 앤 퀸
예매하기   
감독  : 아르노 데스플레샹
출연  : 엠마뉴엘 드보스, 매티유 아맬릭, 까뜨린느 드뇌브, 모리스 카렐, 나탈리 부테푸, 쟝폴 루시욜
상영시간  : 152분
장르  : 드라마,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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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73/10
11명 참여
동경심판
시사회·이벤트
감독  : 고군서
출연  : 리유송런, 주샤오티엔, 증지위
상영시간  : 111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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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3/1 개봉작 리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사랑은 노래를 타고
입력시간 : 2007-02-26 18:17


1980년대 최고 아이돌 그룹 ‘팝’의 핵심 멤버였던 알렉스(휴 그랜트)는 어느 날 케이블TV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는다. 왕년의 스타들이 출연해서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만 듣고 프로듀서를 만난 알렉스는 권투 경기를 통해 결정된 최종 승자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퇴물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알렉스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매니저로부터 희소식을 듣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보다 더 인기가 많은 여자 가수 코라 콜만이 알렉스의 팬이라면서 듀엣 제안을 해 온 것이다. 단 함께 부를 노래는 알렉스가 만들어야 하고 36시간 내에 완성돼야 한다. 작곡에는 자신있지만 가사를 직접 써 본 경험이 없는 알렉스는 작사가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집 화초를 돌봐주는 소피(드류 배리모어)의 숨은 작사 실력을 발견하고 공동작업을 제안한다. 작사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소피는 처음에는 알렉스의 제안을 거절하다가 결국 그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꾸고 공동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곡을 만드는 작업은 쉽게 끝나지 않고, 코라의 간섭으로 인해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이하 ‘작사 작곡’)은 낯선 남녀가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작사 작곡>을 보며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맛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매 순간 다음 장면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진부한 스토리가 100분 가량 이어진다.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면 <작사 작곡>은 킬링타임용으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오락 영화다. 먼저 로맨틱 코미디와 잘 어울리는 두 배우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낸다. <노팅힐 Notting Hill>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등으로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휴 그랜트와 <웨딩 싱어 The Wedding Singer>의 드류 배리모어가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한물간 팝 스타와 무명 작사가의 만남이라는 참신한 설정은 뻔한 이야기 전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미스 에이전트 Miss Congeniality>의 각본을 쓴 마크 로렌스 감독은 한때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제는 동창회 파티나 놀이공원에서 공연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해 재치 넘치는 상황과 대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만회한다.

<작사 작곡>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음악 비즈니스의 이면을 비추는 유쾌한 풍자다. 시대를 풍미하던 인기 가수의 초라한 현실을 비춘다거나 철없는 젊은 여자 스타 가수의 오만함을 비꼬는 부분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알렉스와 매니저의 관계는 <라디오 스타>의 두 주인공을 연상시킬 정도로 안쓰럽지만 동시에 정겹기도 하다. 가수 역할을 위해 노래와 피아노를 연습한 휴 그랜트의 가수 변신도 흥미롭다. 특히 80년대 초중반의 뮤직 비디오를 흉내낸 ‘팝’의 뮤직 비디오는 8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코믹한 패러디로 기능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비록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영화지만, <작사 작곡>은 장르 영화의 익숙한 즐거움을 소재의 참신함과 결합시키며 상업적 가치를 끌어 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HOT 로맨틱 코미디의 캐스팅에 있어서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로맨틱 코미디 마니아들을 끌어들일 이유는 충분하다.

COLD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진부한 이야기 전개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훌라걸스> - 폐광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소녀들의 훌라 댄스

입력시간 : 2007-02-26 18:21



1965년 일본 후쿠시마의 한 탄광촌. 사나에(도쿠나가 에리)와 기미코(아오이 유우)는 탄광에서 일하는 가족을 둔 평범한 여고생들이다. 폐광의 불길한 기운이 마을에 번지고 있을 무렵, 하와이안 댄서 모집 광고에 마음을 빼앗긴 사나에는 이것이 탄광촌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친구 기미코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폐광의 운명에 처한 마을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탄광회사가 리조트 단지인 하와이안 센터를 유치하고자 훌라 댄스 쇼를 고안한 것이다. 훌라 댄스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광고만을 보고 모여든 마을 여자들은 설명회장에서 훌라 댄스의 정체를 확인하곤 기겁을 하고 뛰쳐나간다. 마지막으로 남은 네 사람은 기미코와 사나에, 탄광회사에서 일하는 아줌마 하츠코 그리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온 덩치 큰 사유리뿐. 얼마 후 훌라 댄스를 가르칠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가 도쿄에서 내려오고, 본격적인 훌라 댄스 강습이 시작된다.

탄광촌의 소녀들이 훌라 댄스를 배운다는 내용의 <훌라걸스 Hula Girls>는 <스윙걸즈 Swing Girls>가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나 <풀 몬티 Full Monty>와 결합한 듯한 인상을 주는 영화다. ‘자아실현 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일본의 비슷한 영화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희극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웃음과 감동의 적절한 균형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훌라걸스>는 차별성을 갖는다. 폐광 운명에 처한 마을 사람들의 절박함으로 인해 주인공들이 배우는 훌라 댄스는 단순히 유희의 차원을 넘어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으로 변모한다. 어머니의 반대로 인해 댄스 교습소에서 살게 되는 기미코, 폐광으로 인해 실직한 아버지의 반대로 훌라 댄서의 꿈을 접어야 하는 사나에, 아버지의 사고로 인해 고통받게 되는 사유리 등은 모두 폐광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몸소 체험하는 인물들이다. 비록 사회적 이슈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훌라걸스>에는 삶의 터전을 지키고 이어가려는 폐광 주민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훌라걸스>는 후쿠시마의 유명 휴양지 ‘하와이안즈’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HOT 폐광 위기에 몰린 시골 마을의 소녀들이 훌라 댄스를 배운다는 참신한 설정이 호기심을 끈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이상일 감독의 연출력도 칭찬할 만하다.

COLD <빌리 엘리어트>에 비하면 너무 가볍고, <스윙걸즈>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 편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너무 평범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한니발 라이징> - 희대의 살인마, 베일을 벗다

입력시간 : 2007-02-26 14:42



희대의 살인마, 한니발 렉터가 돌아왔다. 자신의 환자 9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은 정신과 의사, 범죄학과 심리학에 정통해 FBI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갖고 놀던 ‘그’ 말이다. 1986년 <맨 헌터 Manhunter>로 모습을 알린 뒤,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과 <한니발 Hannibal>, <레드 드래곤 Red Dragon>을 거치며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한니발 렉터가 이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니발 라이징 Hannibal Rising>은 한니발 렉터를 유년기의 기억으로 돌려세운다. ‘괴물 같은 살인마’ 한니발 렉터가 태어나게 된 그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한니발 스토리’를 끝맺음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구소련의 리투아니아. 전쟁의 포화 속, 가족을 잃은 한니발(가스파르 울리엘)은 여동생 미샤와 함께 산 속 오두막에 숨어 있다. 그러나 둘 만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산 속을 헤매던 독일군이 오두막을 습격했기 때문. 그리고 그는 곧 여동생마저 잃게 된다. 전쟁의 상처를 껴안고 음울한 소년으로 자라난 한니발이 리투아니아를 벗어나 찾아간 곳은 프랑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으리라 기대한 삼촌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미망인 레이디 무라사키(공리)가 한니발을 맞이한다. 무라사키의 보살핌 아래 의학 공부를 시작한 한니발은 의학 공부와 더불어 서서히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을 향한 ‘핏빛 복수’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건의 배후에 서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온갖 사건들을 건너다보며 ‘심리전’을 치렀던 전작의 한니발과 달리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 렉터’를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운다. 한니발 렉터가 살인을 하게 된 까닭, 인육을 먹게 된 사연, 의학과 심리학에 정통하게 된 계기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뒤섞여 차근차근 밝혀진다. 덕분에 오랜 세월 한니발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당혹스러웠던 관객들은 <한니발 라이징>을 통해 묵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니발 라이징>의 최고 매력이 베일에 가려있던 한니발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동시에 <한니발 라이징>의 최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작들이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최고치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 한니발의 존재 자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니발의 사연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스릴러로서의 박동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한니발 라이징>은 다른 매력을 포함하고 있다. 한니발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영화의 초반부는 ‘한니발 시리즈’가 범죄 스릴러를 넘어 전쟁 영화로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레이디 무라사키를 내세워 동양의 액션과 복수관을 도입한 것도 새롭게 다가온다.

<양들의 침묵>에서 눈 한번 홉뜨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 한니발 렉터, 안소니 홉킨스에 도전장을 낸 이는 프랑스 출신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 안소니 홉킨스의 ‘내공 심리 연기’엔 한참 못 미치지만 한쪽으로 실쭉 올라가는 보조개와 날카로운 눈빛을 내세운 복수심에 찬 젊은 한니발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니발의 첫사랑이자 영화에 동양적 매력을 새기는 레이디 무라사키, 공리는 묘한 분위기를 영화에 입히지만 영화 속 캐릭터 자체의 설득력이 약해 제 빛을 다 내지는 못했다. 소설 [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 등을 통해 한니발 캐릭터를 탄생시킨 장본인, 토마스 해리스가 <한니발 라이징>의 각본을 맞아 허공에 떠있던 의문의 인물, 한니발에게 과거와 역사를 만들어줬다. 또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를 연출한 피터 웨버 감독이 마이클 만, 조나단 드미, 리들리 스콧, 브랫 래트너에 이어 ‘한니발 연대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HOT '돌아온 한니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랴.

COLD 어떤 것이든 베일에 싸여있을 때가 제맛인 법. 비밀을 알게 돼 속은 시원한데, 뒤따르는 허전함도 만만찮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행복을 찾아서> - 성공 신화와 감동 스토리 사이에서

입력시간 : 2007-02-26 13:38



의료기 세일즈맨인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의 삶은 팍팍하다. ‘골밀도 스캐너’를 들고 매일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지만 수입은 형편없다. 월세는커녕 세금도 제때 못 낼 지경. 거기에 아내(탠디 뉴튼)마저 집을 떠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팔리지도 않는 스캐너와 다섯 살 난 아들(제이든 스미스)이 전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밀린 집세를 해결하지 못한 크리스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결국 ‘길바닥’으로 나앉는다. 지하철 화장실과 노숙자 쉼터, 모텔을 전전하는 이들 부자의 고단한 삶이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크리스의 긍정적인 태도마저 주저앉은 건 아니다. 월 스트리트를 누비는 금융인이 되겠다고 다짐한 크리스는 무보수, 혹독한 교육 과정을 모두 견뎌내며 유명 증권회사 인턴십으로 일을 시작한다.
 
‘서류가방을 든 록키’라는 ‘뉴욕포스트’지의 표현은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를 가장 명쾌하게 압축한다. 경제 침체기에 놓여 있던 1980년대 미국, 절망을 희망의 원동력을 생각한 크리스 가드너의 삶은 가난한 뒷골목 건달이 복싱 세계챔피언 자리를 꿰차게 되는 <록키 Rocky> 시리즈의 ‘월 스트리트 버전’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졸 학력, 아들과 함께 길거리를 전전하던 노숙자가 월 스트리트에서 손 꼽히는 투자회사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의 대표가 된 사연은 그 자체로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 될 만하다. 여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가드너의 지치지 않는 긍정적 시선은 개인의 성공 신화에 사회적 의미와 교훈을 덧입히기에 충분하다. TV다큐를 통해 크리스 가드너의 극적인 삶을 접한 제작자 스티브 티시가 한눈에 이 실화를 ‘영화감’이라 여긴 건 어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크리스 가드너의 삶은 충분히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크리스 가드너의 곡절 많은 삶이 실화를 영화로 옮기게 만든 계기가 됐지만 정작 영화는 극적인 이야기 줄기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공 신화를 그리는 숱한 영화들이 성공을 이루게 된 과정의 치열함, 좌절과 극복, 주변의 방해요소를 헤쳐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면 <행복을 찾아서>는 그 안에 녹아 있는 ‘부자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바닥을 치고 올라 성공을 거머쥐게 되는 과정의 흥미진진함 대신 고통 어린 시절, 서로에게 기대 의지하는 부자의 사랑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덕분에 영화 내내 훈훈한 인정이 넘치지만 드라마는 찰기를 잃고 지루하게 흐를 뿐이다.

활기 없는 드라마에 빛을 입히는 건 영화 속 아버지와 아들이자 실제 부자관계인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 호흡. 스크린 밖, 아버지와 아들은 구태여 ‘연기’로 꾸밀 필요 없는 자연스런 ‘콤비’ 연기를 선사한다. 이들 ‘부자’의 힘은 가족 관객이 주축을 이루는 크리스마스 시즌, <행복을 찾아서>를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에 세우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행복을 찾아서>는 1억 달러 흥행 수익을 가뿐히 넘어서며 박스오피스에서도 성공을 거둬냈다. 80년대 미국 풍경을 곁가지로 감상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서>는 <리멤버 미 Ricordati Di Me> <라스트 키스 The Last Kiss>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레 무치노가 메가폰을 잡았다.

HOT '성공 신화'만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의 '아버지와 아들' 연기도 관객을 절로 미소짓게 하는 요소.

COLD 감동 코드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흥미진진, 성공 스토리가 너무 기죽었다. 재력가가 되는 것이 성공의 길인 듯 비쳐지는 것도 아쉬움 가운데 하나.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3/1 개봉작 리뷰] <좋지아니한가> - 이상한 가족들의 엉뚱한 이야기

입력시간 : 2007-02-26 09:31



여기 이상한 가족이 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심창수(천호진)네 가족은 한집에 모여 살 뿐 서로에게 무관심하기 이를 데 없다. 무능한 영어 교사 심창수와 뚜껑이 떨어져 나간 전기밥솥을 남편의 낡은 허리띠로 묶어 사용할 만큼 억척스러운 아내 오희경(문희경), 전생에 자신이 왕이었다고 믿는 엉뚱한 아들 용태(유아인), 모든 게 궁금한 천진난만한 딸 용선(황보라), 그리고 무협작가를 꿈꾸는 백수 이모 미경(김혜수)까지 심씨네 가족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심창수가 원조교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들 가족 모두 곤란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심씨네 가족들은 자신들이 한 가족임을 깨닫게 된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좋지아니한가>는 서로에게 애정이라고는 없는 심씨네 가족을 무덤덤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이상한 가족영화’다. 정윤철 감독은 가족 간에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거나, 가족들은 서로의 허물도 감싸야한다거나 하는 등의 계몽적인 시선은 배제하고 담백하게 심씨네 가족의 제각각 사는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학생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영어 교사 심창수는 길거리에 쓰러진 여학생을 도와주려다 원조교제를 한 것으로 오해를 받고, 엄마 희경은 노래방 총각에게 마음을 빼앗겨 엉뚱한 짓을 벌인다. 고등학생인 용태는 원조교제를 하다 학교를 퇴학당한 하은(정유미)을 짝사랑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용선은 미스터리한 영화 특별수업 임시교사 경호(박해일)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 이름만 무협작가인 이모 미경은 부스스한 머리에 허름한 운동복 차림으로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는 백수다. 이처럼 영화는 심씨네 가족 각자의 생활들을 제각각 펼쳐놓는다. 아버지 심창수의 원조교제 사건은 이들 심씨네 가족들을 하나로 뭉칠 기회를 제공한다.

<좋지아니한가>는 제멋대로인 심씨네 가족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새삼 질문을 던진다. 심씨네 가족을 ‘가족’으로 묶어놓는 것은 가족 사이의 절대적인 애정도, 넘치는 관심도 아니라는 것. 영화에서 메타포로 등장하는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이면’처럼 가족 사이에도 ‘절대 알 수 없는 이면’이 있으며, 진정한 가족이란 서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정윤철 감독은 역설한다. 밥상머리에 앉은 심씨네 가족의 뒤통수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감독은 볼 수 없는 달의 이면을 알려고 애쓰기보다는 ‘달에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

<좋지아니한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매우 현실적인 모습들을 그려낸다. 소심하고 무뚝뚝한 아버지나 커피 한 잔 못 사 마시는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내세우는 어머니, 부스스한 머리에 트레이닝 복을 입고 집에서 뒹구는 백수 미경 등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이처럼 일상 생활에 밀착한 에피소드들은 사람냄새 나는 웃음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천호진을 비롯, 뮤지컬 배우 출신 문희경, 유아인, 황보라 등 심씨네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의 고른 연기는 이 담백하고 엉뚱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타짜> <바람피기 좋은날> 등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혜수가 게으른 백수 역을 맛깔나게 연기하고, 박해일이 미스터리를 찾는 엉뚱한 영화 특별수업 임시교사 경호 역을 맡아 재미를 더한다. 크라잉넛이 부르는 유쾌한 주제가도 즐겁다.

HOT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만든 가족영화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타짜> <바람피기 좋은날>로 주가를 올린 김혜수가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도 관심을 끌 만한 요소.

COLD 자극적인 재미를 찾는 관객들은 이 담백한 영화가 지루할 수도 있다. 정윤철 감독의 전작 <말아톤> 같은 감동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심심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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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주, 개봉영화 리뷰

정보공유/영화 2007. 2. 15. 08:48

안녕하세요?

민족최대의 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설연휴가 짧긴하지만, 가족들과 오손도손 정을 나누는 시간되시구요^^*

설연휴를 앞둔 개봉작 한번 볼까요?

1번가의 기적, 시사회를 다녀온 네티즌들의 평가가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하지원,임창정의 만남으로 돈아깝단 생각은 전혀 안들겠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면달호가 망하면 이경규가 이민을 간다죠?

정말 이민을 가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

그리고 록키 발보아, 노장 실베스타스텔론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보여 줄 수 있는건 연민을 느끼게하는 감동이 아닐까 합니다.

잠깐 예고편을 봤었는데,, 흥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답니다.

저희집은 설명절에 할머니께서 저희 집으로 오신답니다.

오시면 꼭 극장구경을 시켜달라고 하시는데,

이번 설명절엔 할머니 손잡고 복면달호 보면 좋아하실것같아요^^

저희 할머니가 워낙 트로트를 좋아하셔서,,

그리고 또 시간이 된다면 1번가의 기적 볼려구 합니다.

설명절, 음식조심, 차조심 안전운행하시고,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Aurora-

2007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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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 131분
장르  : 전쟁, 액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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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8.46/10
145명 참여
7.33/10
3명 참여
더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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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출연  : 헬렌 미렌, 마이클 쉰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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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42/10
12명 참여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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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가보 크수포
출연  : 조쉬 허처슨, 안나소피아 롭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모험, 가족,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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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38/10
8명 참여
리틀 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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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토드 필드
출연  : 케이트 윈슬렛, 패트릭 윌슨, 제니퍼 코넬리
상영시간  : 136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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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02월 16일
5.50/10
2명 참여
실종
감독  : 마렉 카니브스카
출연  : 샤론 스톤, 루퍼트 에버렛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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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10
2명 참여
천국의 나날들
감독  : 코냐 먼드루샤
출연  : 토마스 폴가, 오르소냐 토스, 카타 웨버
상영시간  : 99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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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15 개봉작 리뷰] <복면달호> - 쿵짝 쿵짝, 코미디 리듬에 멜로를 싣고
입력시간 : 2007-02-12 11:27


영화와 음악은 오랜 친구다. 쿠바음악이 영화와 만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이 탄생했고, 카메라가 훑어낸 블루스의 역사는 <더 블루스 The Blues>로 꾸려졌다. 모차르트의 삶을 담아낸 <아마데우스 Peter Shaffer’s Amadeus>의 클래식 선율부터 60년대를 풍미한 미국 흑인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의 일대기 <드림걸즈 Dreamgirls>의 R&B와 소울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담아온 음악의 폭은 넓고 넓다. 여기에 트로트가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록커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이 트로트를 열창하게 된 사연 <복면달호>는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운 음악 영화다.

지방 밤무대를 전전하고 있는 봉달호(차태현)는 록커가 꿈이다. 얼큰하게 술 취한 남녀가 얼싸안고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샤우팅 창법을 연마한다며 심심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봉달호. 손님들은 귀를 틀어막으며 한껏 짜증을 내지만 그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이도 있다. 음반 기획사 ‘큰소리 기획’ 장사장(임채무)의 ‘귀에 쏙 든’ 봉달호, 다음 날 전격 스카우트돼 서울로 올라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알고 보니 ‘큰소리 기획’은 트로트 전문 음반 기획사였다. 목소리에 ‘뽕(짝의) 필(feel)’이 가득하다며 트로트를 하라고 꼬셔대는 장사장과 한눈에 반한 같은 기획사 소속 트로트 여가수 차서연(이소연)을 꼬시고 싶은 봉달호의 마음이 만나 그를 이곳에 머물게 만든다. 간드러지게 꺾어대는 창법부터 2:8 가르마에 반짝이 의상까지 트로트의 모든 게 촌스럽게 느껴지는 봉달호. 하지만 개인 취향이 어떻건 간에 그는 곧 트로트계의 떠오르는 스타가 된다.

영화 전편에 ‘쿵짝 쿵짝’ 트로트 선율이 울리는 <복면달호>는 트로트 음악 영화인 동시에 맛깔난 코미디영화다. 거기에 향긋한 로맨스도 빼놓지 않았다. 작곡가 주영훈이 음악감독을 맡아 뽑아낸 트로트 음색은 발라드의 부드러운 리듬과 만나 독특한 ‘뽕짝’ 리듬을 영화에 입힌다. 또한 배우인 동시에 가수이기도 한 차태현은 트로트의 구성진 음들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복면달호>의 음악들을 빛낸다. 하지만 음악 영화로서 제대로 된 박자를 얻어낸 반면 이야기 흐름에선 고른 리듬을 타지 못했다. 코미디영화의 흥겨운 박자로 이어지던 영화는 중반에 접어들며 멜로드라마 색을 짙게 띠기 시작한다. 시종 가볍게 흐르던 영화의 흐름은 그 순간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대스타가 된 남자와 불우한 가정 환경에 놓인 여자라는 ‘식상한’ 관계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트로트 가수라는 게 부끄러워 우연히 뒤집어쓴 봉달호의 복면은 단순한 코미디의 장치를 넘어 ‘음악을 대하는 진정한 마음가짐’을 운운하게 하는 설교의 대상이 된다. ‘쿵짝 쿵짝’ 즐겁게 흐를 수 있던 코미디는 식상한 사랑 이야기와 ‘트로트든 록이든 마음에서 우러나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진정한 음악’이라는 교훈에 휘말려 제 빛을 잃고 말았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던 영화 <복수혈전> 이후 15년 만에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이경규는 일본 유학시절 판권을 구매해뒀던 <사란큐의 엔카의 꽃길>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트로트’로 옮긴 <복면달호>에서 제작자가 됐다. 이경규가 웃기지 않아도 웃음을 전하는 배우는 많다. <복면달호>로 영화 데뷔하는 임채무, <왕의 남자>의 ‘칠득이’ 정석용, <구타유발자들>의 느끼한 성악 교수 이병준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코믹 감초 연기를 선보이고 영화의 대부분을 끌고 가는 차태현은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HOT ‘쿵짝 쿵짝’ 트로트 선율만으로도 즐겁다. 설 연휴, 어르신들의 귀를 즐겁게 할 트로트에 젊은 층이 좋아할 발라드 선율을 섞었다. 음악이 땡기니 영화도 땡긴다.

COLD 영화의 주 관객층인 20, 30대에게 트로트는 먼 나라 얘기, 트로트를 좋아하는 40, 50대가 즐기기엔 영화가 너무 가볍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실종> -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입력시간 : 2007-02-12 17:31



화가 샐리(샤론 스톤)는 영국 정보국 출신으로 [런던 타임즈] 기자인 레오(루퍼트 에버렛)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료한 일상에 지쳐 있던 샐리에게 정열적인 레오는 불꽃 같은 사랑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결국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베이루트의 보금자리에서 한동안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레오가 아무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마 후 영국 대사관 직원이 샐리를 찾아와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다. 이중스파이였던 레오가 러시아로 망명했다는 것. 영국 대사관 직원의 말을 믿지 못하는 샐리는 실종된 레오를 찾기 위헤 베이루트를 출발, 런던과 뉴욕을 거쳐 모스크바에 이르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념과 사랑 중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했던 샐리와 레오의 가혹한 운명을 다룬 <실종 A Different Loyalty>(2004)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1960년대 냉전의 한복판에서 뜨겁게 사랑했으나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연인의 이야기다. 레오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마저 포기했던 남자고, 샐리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여자였다. 영화는 사라진 남편의 행방을 찾아 떠난 여자의 여정을 좇아가면서 이념이 파괴한 사랑의 아픔을 풀어놓는다. 그러나 남편 레오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영화 중반부에서 노출되어 버림으로써 이념과 사랑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한 연인의 고통을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살아나지 못한다. 종착역을 찾지 못한 샐리의 남편 찾기 여정처럼 영화는 어느 순간 길을 잃고 헤매고 만다. 이중스파이라는 소재는 두 사람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 이상으로 쓰이지 못한다.

그러나 <실종>은 제작비 3,000만 달러를 들인 영화답게 볼거리는 풍부하다. 베이루트, 런던, 뉴욕, 모스크바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광고와 TV 드라마 연출을 겸하는 영국 출신의 마렉 카니에브스카 감독은 1960년대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치중한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샤론 스톤이 연기하는 지고지순한 여인 샐리는 마치 맞지 않는 옷을 걸친 양 부자연스러워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HOT 이중스파이와 로맨스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진 영화를 거부하기란 힘든 일이다.

COLD 그 흔한 반전 하나 없이 100% 예측한대로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


김영서  기자 (nodata@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천국의 나날들> -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을까?

입력시간 : 2007-02-12 15:11



감옥에서 조기 출감한 피터(토마스 폴가)는 자신의 누나인 마리카(카타 웨버)의 집에 잠시 머물기로 결정한다. 마리카가 조그만 세탁소도 운영하고 있고 옛 친구인 소니도 한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피터는 누나의 세탁소에서 한 여인이 혼자서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녀의 이름은 마야(오르소냐 토스)이며 문란한 성생활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자였다. 의사도 간호사도 없이 죽을 힘을 다해 아이를 출산한 마야는 3,000유로를 받고 마리카에게 자신의 아이를 판다. 마야는 동네에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야누스의 정부이자 동시에 소니의 애인이기도 하다. 이런 마야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피터는 그녀에게 동정심과 사랑 그리고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헝가리의 도시 빈민가를 무대로 하는 <천국의 나날들 Szép napok>은 피터와 마야의 일상을 따라가며 도시 하층민의 절망을 화면에 담는다. 피터는 여권을 만드는 일 조차 쉽지 않은 범죄자이며, 마야는 수많은 남자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주는 이 하나 없는 신세다. 이곳에서는 가장이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남은 자는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돈을 주고 아이를 산다. <천국의 나날들>은 외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헝가리의 모습과 성장의 그늘에서 희생되어 가는 빈민층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도시 빈민가를 어슬렁거리는 젊은 청춘에게 드리운 깊은 절망의 그림자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천국의 나날들>은 헝가리 경제 성장 이면에 감추어진 어둠에 메스를 들이댄 비판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만은 힘이 넘친다. 코냐 먼드루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스탭 모두 20대가 주축이 되어서 만든 영화인탓에 <천국의 나날들>은 역동적인 화면 속에 이미지와 사운드로 등장인물들을 묘사하고 상황을 설명한다. 과격한 이미지와 사운드는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발전하는 도시의 그늘에서 꿈틀대는 젊은이들을 묘사하는 데는 적합해 보인다. 피터 역의 토마스 폴가와 마야 역의 오르소냐 토스는 절망에 빠져 있는 헝가리 청년들의 우울을 온몸으로 발산해내는 호연을 펼쳐 보인다. 코냐 먼드루샤 감독은 <데이 애프터 데이즈 Afta>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인 <천국의 나날들>로 2002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2003년 브뤼셀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HOT 유럽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헝가리 출신 감독 코냐 먼드루샤가 뚝심 있게 그려낸 헝가리 하층민의 삶에서 감독의 역량이 느껴진다.

COLD 극도로 절제된 대사와 상징적인 영상 표현, 동유럽 국가의 어두운 모습 등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영서  기자 (nodata@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아버지의 깃발> - 영웅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방법

입력시간 : 2007-02-12 13:58



이오지마 전투에서 위생병으로 복무했던 존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는 생의 마지막이 다가올 무렵 전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전우들의 환청을 듣는다. 브래들리는 2차 세계대전 이오지마 전투 당시 수라바치 산 정상에 깃발을 꽂아 전쟁영웅이 됐던 병사들 중 한 명이었지만, 정작 아들은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에 대해서 들은 바가 거의 없다. 아들은 병상에 누운 아버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전쟁 당시 지인들을 찾아 다니며 아버지의 군복무 시절에 대해 듣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2월, 미국은 일본 본토로 진격하기 위한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이오지마 해변으로 병력을 집결시킨다. 일본의 전략 요충지인 오키나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이오지마를 먼저 점령해야 했기 때문이다. 16일 군함과 요격기로 폭격을 가하기 시작한 미군은 19일 상부의 명령에 따라 예정보다 빨리 상륙을 시도한다. 그 안에 브래들리가 있고 그와 함께 성조기를 꽂았던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와 레니 개그넌(제시 브래드포드)이 있다.

치열한 격전 속에 일본군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 미군은 수라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으며 승전을 예고한다. 하지만 브래들리와 헤이즈, 레니가 꽂은 성조기는 미군이 꽂은 첫 번째 성조기가 아니었다. 첫 번째 성조기를 가져 오라는 상관의 명령에 이오지마 전투를 지휘하는 존슨 대령이 교체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브래들리를 비롯한 병사들이 두 번째 성조기를 꽂는 모습을 찍은 사진병 로젠탈은 필름를 본국에 보내고, 정부와 언론은 이 사진을 여론을 움직이는 데 사용한다. 성조기를 꽂은 여섯 명의 병사 중 전사한 세 명을 제외한 브래들리와 헤이즈, 레니는 고향으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전쟁기금 마련 행사에 동원된다. 그러나 영웅이라는 칭호는 평범한 병사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싸웠고, 자신들을 위해 죽어갔던 전우들 대신 영웅이 될 순 없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은 제임스 브래들리와 론 파워스가 함께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오지마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두 편의 영화 중 미국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와 짝을 이루는 반쪽이다. 이오지마 전투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상반되는 화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전쟁에 내몰린 군인들이 최후를 맞게 되는 과정을 천천히 관찰한 후자와 달리 전자는 전후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귀국한 병사들이 겪게 되는 심적 고통을 세밀히 기술한다. 제임스 브래들리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기술한 원작을 따라 영화는 제임스가 아버지에 대해 취재하는 현재, 세 병사들이 전쟁기금 캠페인에 동원되는 과정을 그린 과거, 치열한 이오지마 전투를 그린 대과거를 오가며 거대한 퍼즐을 꿰어 맞춘다.

<아버지의 깃발>이 말하고자 하는 퍼즐은 결코 지적 호기심을 유도하는 질문이 아니다. 소위 전쟁영웅이라 불리던 ‘아버지들’을 이해하는 방식에 원작자 제임스 브래들리는 이의를 던진다. 그는 영웅이 ‘우리가 필요해서 만들어낸 그 무엇’이라고 말하며, 전쟁영웅들에 대해 진정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나지막이 웅변한다.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 전투의 병사들이 어떻게 영웅적으로 승리를 쟁취했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누군가는 용감하게 싸웠을 것이고, 누군가는 비겁하게 멈칫했을지 모른다. 누가 영웅이고 아닌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총을 들었고,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희생했다.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폴라 익스프레스 Polar Express> 등의 각본을 쓴 윌리엄 브로일스 주니어와 지난해 <크래쉬 Crash>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각본상을 거머쥐었던 폴 해기스는 최대한 원작의 정신에 충실한 시나리오를 완성해냈다. 원작의 주제의식을 특유의 진지하고 차분한 화법으로 풀어나간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원숙한 연출력은 곧바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 이어진다.

HOT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원숙한 연출력과 폴 해기스, 윌리엄 브로일스 주니어의 치밀한 각본이 만나 최상의 전쟁영화를 만들어낸다.

COLD 13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세 가지 시점을 오가며 진행되는 차분한 전개가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고경석  기자 (kave@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1번가의 기적> - 윤제균, 하지원, 임창정의 재결합

입력시간 : 2007-02-12 13:13



철거 전문 깡패 필제(임창정)의 새 근무지는 달동네 ‘1번가’. 한동안 이 마을에 머물며 협박과 회유, ‘부득이한 경우’ 주먹을 이용해 재개발 계약서에 주민들의 도장을 받는 게 필제가 할 일이다. 그렇게 필제의 1번가 생활이 시작된다. 양변기, 인터넷,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까지 ‘생활 필수품’은 하나도 없는 마을. 대신 엉뚱, 희한한 마을 사람들만 가득한 곳이다. 어른 하는 말마다 꼬박 말대답을 다는 일동, 이순 남매와 하늘을 날겠다며 매번 필제의 가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는 꼬마 덕구, 거기에 5전1무4패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여성 복서 명란(하지원)이 그들. 엉뚱하기로 치면 이들 못지않은 필제는 마을사람들과 티격태격 '계약서 씨름’을 하면서도 점점 이들과 가까워진다. 간혹 술잔을 기울이며 명란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일동, 이순 남매와는 또래처럼 즐겁게 지내는 필제, 그는 과연 1번가를 재개발업자들에게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여기에 1번가에 사는 선주(강예원)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태석(이훈)의 로맨스가 덧입혀진다.

영화 <색즉시공>으로 전국 400만이 넘는 관객을 쓸어모은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 콤비가 <1번가의 기적>에서 다시 만났다. 대학생들의 솔직 ‘끈적한’ 섹스 이야기를 코미디로 가볍게 버무렸던 이들 삼인방은 그러나 <1번가의 기적>에서 진지해졌다. 철거 예정지인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생활 중심으로 들어간 <1번가의 기적>은 필제의 좌충우돌에 코미디의 초점을 맞추지만 그와 더불어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도 잊지 않고 챙겨 넣었다. 웃음과 감동, 어떤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영화의 의지를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1번가의 기적>은 코미디영화로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빛나는 재능을 발휘한다. 필제와 마을 사람들의 전혀 다른 생활방식이 묘하게 부딪히면서 섞여 드는 과정이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고, 임창정과 하지원의 티격태격도 고른 호흡으로 영화에 잔잔한 웃음을 입힌다. 여기에 ‘만담’에 가까운 입담을 자랑하는 일동, 이순 남매의 재치가 더해져 ‘1번가’의 웃음을 책임진다.

문제는 코미디가 아니라 감동을 끌어내는 방식에 있다. 윤제균 감독은 <1번가의 기적>을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가난을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에서 진정성을 찾아 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가난의 비극을 표현해내는 도구로 이용하거나, 반신불수가 된 전 복싱챔피언 명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극한 상황, 철거를 앞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거칠게 담아낸 <1번가의 기적>은 오히려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기 위해 가난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전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더욱이 ‘기적’이란 이름 아래 이러한 비극적 상황 모두를 ‘판타지’로 얼버무려 해피엔딩에 가 닿는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값싼 안도감만 선사할 뿐이다.

그럼에도 <1번가의 기적>을 풍성하게 하는 건 배우들의 호흡. 임창정과 하지원은 찰떡 콤비 코미디 연기를 또 한번 과시하고 일동, 이순 남매의 ‘주거니 받거니’ 만담 개그도 폭소를 만들어낸다. 이훈과 강예원 커플은 왁자한 코미디 리듬 속에서 안정적인 호흡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명란의 복싱 코치를 연기한 주현의 진중한 무게감, 무술감독 겸 명란의 아버지를 연기한 정두홍의 복싱 연기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른 하지원의 ‘생짜’ 복싱 연기도 <1번가의 기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HOT 윤제균, 임창정, 하지원이 다시 만났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들이 한 줄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웃을 준비를 끝난 관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COLD 사회적 약자를 그릴 땐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법. 가난을 그리는 방식이 여느 상업영화와 하나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을 이용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니?


박아녜스  기자 (fatcat@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록키 발보아> - 영웅의 가장 아름다운 퇴장

입력시간 : 2007-02-12 09:03



권투를 뒤로 하고 이제는 승승장구하는 이태리 식당 주인으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어느날 한 스포츠 TV에서 록키와 현재 헤비급 챔피언인 메이슨 딕슨(안토니오 타버)과의 가상 경기를 중계하고, 이 가상 경기의 결과는 록키의 판정승으로 결판난다. 이에 딕슨의 프로모터와 언론은 록키에게 딕슨과의 실제 경기를 제안하고, 여전히 자신의 속에 야성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 록키는 고심 끝에 이를 수락한다.

1976년 한 이태리계 무명배우가 권투 소재의 자작 시나리오를 영화화할 제작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지독히 운이 좋았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두 걸출한 제작자 로버트 차토프와 어윈 윙클러가 이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운은 영화 개봉 후 기적이 되었다. 불과 1백만 달러가 조금 넘는 제작비가 들었을 뿐인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무려 1억2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대흥행을 기록했으며, 그 이듬해 열린 미국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등 알짜 3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화로 소프트 포르노물을 전전하던 무명배우는 가파른 스타덤에 오르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 무명배우의 이름은 실베스터 스탤론, 영화의 제목은 물론 이후 권투 영화의 고전이 된 <록키 Rocky>였다.


<록키 발보아>는 1976년작 <록키>의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환갑을 앞둔 퇴물 복서가 쌩쌩한 20대 챔피언과의 대전에 나서게 된다는 <록키 발보아>의 줄거리와 구조는 <록키>에서 초강력 챔피언인 아폴로 크리드에게 도전장을 내밀던 풋내기 복서 록키의 그것과 동일하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30년이라는 시간 차가 존재하지만 록키의 목표는 여전하다. 그 누구도 이뤄낼 수 없을, 희망과 용기 그리고 더 나아가 신화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극 중 록키 발보아에게서는 자연인 실베스터 스탤론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냉전 시대의 대표격인 두 히어로 캐릭터인 록키 발보아와 존 J. 람보로 좋았던 1980년대를 넘긴 실베스터 스탤론의 1990년 대 이후는 끝없는 추락의 시간들이었다. 1997년 제임스 맨골드의 <캅 랜드 Cop Land>로 잠시 재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겟 카터 Get Carter>의 참패 이후 실베스터 스탤론은 <디 톡스 D-Tox> <스파이 키드 3D Spy Kids 3-D: Game Over> 등 고만고만한 오락 영화에 출연하는 것으로 배우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신세다. 그런데 스탤론의 이런 불운한 개인사가 묘하게도 마지막 불가능에 도전하는 구닥다리 복서 록키에게 든든히 힘을 실어준다.

<록키 발보아>에는 특별한 영화적인 기교도, 그럴듯한 반전도, 보는 이의 눈을 빼놓는 배우들의 명연기도 없다. 하지만 아쉬울 것은 없다. 빌 콘티의 그 유명한 스코어 ‘Gonna Fly Now’와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박물관의 계단을 뛰어 오르는 록키 발보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록키 발보아>는 30년 동안의 시리즈를 종결짓는 완결편 역할은 톡톡히 해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는, 영웅의 멋진 퇴장이다.

HOT 그 유명한 '빰빠밤 빰빠밤 빰빰빰' 스코어와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박물관을 뛰어 오르는 록키의 모습을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COLD 사실 1편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영화 자체는 다소 구닥다리다. <록키>와 스탤론을 모르는 젊은 관객들은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ticketlink.co.kr)
[2/15 개봉작 리뷰] <더 퀸> - 전통과 개혁 사이의 충돌

입력시간 : 2007-02-12 12:49



1997년 8월 31일 영국의 다이아나 전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 엄청난 사건에 영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진다. 찰스 왕세자와의 이혼으로 왕실의 여인 자격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들의 다이아나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애도의 물결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전세계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영국 왕실은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버킹검 궁과 켄싱턴 궁에 추모 화환이 산처럼 쌓여가는 만큼 냉정한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도 커져갔다. 왕실 무용론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군주제 위기론이 제기될 정도로 왕실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진다. 이에 젊고 패기 넘치는 신임 총리 토니 블레어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High Fidelity>의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세기의 여인 다이아나의 죽음을 계기로 불거진 영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더 퀸 The Queen>은 다이아나의 죽음에 보수적이고 전통적으로 대처하는 영국 왕실과 진보를 내세우며 국민의 의견을 따라가는 젊은 총리 토니 블레어의 대립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다이아나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오랫동안 전통을 고수해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국민들을 다스리는데 익숙해져 있는 여왕은 국민들의 요구에 맞춰야하는 상황 앞에서 갈등을 겪는다.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다이아나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끌어들여 영국 여왕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파헤치는데 집중한다. 영화는 언제나 당당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섰던 여왕이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요구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묘사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라스트 킹 Last King of Scotland>의 작가 피터 모건과 함께 여러 경로를 통해 얻어낸 왕실과 여왕에 대한 꼼꼼한 정보를 활용,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는 영국 왕실의 생활 모습을 실감나게 스크린에 재현해낸다.


<더 퀸>은 실제 사건과 허구의 상상력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마치 다이아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토니 블레어 총리가 실제로 영화 속에서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여왕이 영화 속에서와 같은 갈등을 실제로도 겪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통과 권위를 대표하는 여왕의 딜레마가 생생하게 와 닿는다. 바뀐 세상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젊은 토니 블레어 총리와 전통을 고집하는 여왕과의 관계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로 비유하는 스티븐 프리어즈의 통찰도 놀랍다. 실존하는 여왕과 총리를 스크린에 옮기는 부담감을 뛰어난 작품성으로 털어낸 <더 퀸>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로 평가받는 영국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조지 왕의 광기 The Madness of King George> <고스포드 파크 Gosford Park> 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던 헬렌 미렌은 기품어린 표정과 말투, 위엄있는 행동으로 전통과 권위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되살려낸다. 헬렌 미렌은 <더 퀸>으로 지난 해 베니스국제영화제와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토니 블레어 역의 마이클 쉰도 헬렌 미렌에 눌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HOT 세기의 여인 다이아나의 죽음을 다룬다는 점과 흥미거리로만 다뤄졌던 영국 왕실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하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은 수작.

COLD 영국 왕실의 이야기가 한국 관객들에게 가쉽거리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  배우들의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헬렌 미렌이나 마이클 쉰 모두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배우라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ticket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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