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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20 12월 3주차 개봉영화
글
3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3. 28. 17:16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 - 마술사와 사기꾼의 설익은 로맨스 |
등록일
2008.03.26
탈출 전문 마술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해리 후디니(가이 피어스)는 영혼의 존재를 입증할 심령술 실험을 제안한다. 1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언을 맞히는 사람에게 1만 달러를 주겠다고 공언한 것. 에딘버러의 소극장에서 가짜 심령술 쇼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메리 맥가비(캐서린 제타 존스)와 딸 벤지(시얼샤 로넌)는 이 소식을 듣고 후디니에게 접근한다. 어머니와 닮은 외모를 지닌 메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디니는 메리와 함께 심령술 실험을 진행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한다. 메리는 후디니와 관련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고안해내지만 끝내 정보를 찾아내지 못한다. 후디니의 매니저 슈거맨(티모시 스폴)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마침내 예정된 심령술 실험이 시작되고 후디니 앞에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프레스티지> <일루셔니스트> 등 마술을 소재로 한 일련의 영화들처럼 마술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스릴, 로맨스를 엮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마술사와 심령술사의 대결이라는 태그라인은 마술사와 사기꾼의 로맨스로 바꾸는 게 옳다. 스릴보다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는 영화이기 때문에 스펙터클이나 사건보다는 캐릭터 묘사에 많은 공을 들인다. 실존인물인 후디니는 세계 최고의 탈출 마술가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내면은 연약하고 외로운 존재로 묘사된다. 심령술 실험은 후디니가 스스로 자신을 가두었던 벽을 깨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후디니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투영하고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메리를 바라보는 순간 이 영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 결말 부분에 제시되는 뜻밖의 사건은 이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구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나의 화려한 인생>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뒤 할리우드로 진출해 <작은 아씨들> <샤롯 그레이> 등을 연출한 호주 출신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의 작품이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프레스티지> <일루셔니스트> 등 마술을 소재로 한 일련의 영화들처럼 마술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스릴, 로맨스를 엮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 마술사와 심령술사의 대결이라는 태그라인은 마술사와 사기꾼의 로맨스로 바꾸는 게 옳다. 스릴보다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는 영화이기 때문에 스펙터클이나 사건보다는 캐릭터 묘사에 많은 공을 들인다. 실존인물인 후디니는 세계 최고의 탈출 마술가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내면은 연약하고 외로운 존재로 묘사된다. 심령술 실험은 후디니가 스스로 자신을 가두었던 벽을 깨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후디니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투영하고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메리를 바라보는 순간 이 영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 결말 부분에 제시되는 뜻밖의 사건은 이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구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나의 화려한 인생>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뒤 할리우드로 진출해 <작은 아씨들> <샤롯 그레이> 등을 연출한 호주 출신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의 작품이다.
<댄 인 러브> - 모범적인 가족 중심형 로맨틱 코미디 |
등록일
2008.03.26
지역 신문에 가정 문제 상담 칼럼을 기고하는 댄 번스(스티브 카렐)는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세 딸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상담 전문가로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는 댄이지만 정작 집에서는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성격 때문에 사사건건 딸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듣는다. 큰딸 제인이 운전을 할 수 없는 것도, 카라가 남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없는 것도 모두 댄의 잔소리 때문이다. 막내 릴리는 아빠가 자신을 ‘스스로 생각할 줄도 모르는 꼬맹이’로 생각하는 게 불만이다. 릴리의 말처럼 댄은 좋은 ‘아버지’일지는 몰라도 좋은 ‘아빠’는 아닌 셈이다. 연례행사로 열리는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댄은 세 딸을 태우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는 로드 아일랜드로 향한다. 본격적인 대가족 휴가 일정이 시작되는 첫날, 댄은 잠시 들른 서점에서 매력적인 중년 여인 마리(줄리엣 비노쉬)를 만난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기약도 없이 각자의 길을 떠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떨리는 감정을 되새길 틈도 없이 댄은 동생 미치(데인 쿡)의 여자친구라며 찾아온 마리를 보고 할 말을 잃는다.
<댄 인 러브>는 <길버트 그레이프> <어바웃 어 보이> 등의 시나리오를 쓴 피터 헤지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데뷔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영화다. 소싯적 배우이기도 했던 피터 헤지스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작소설을 쓴 것으로 유명하며 데뷔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은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댄 인 러브> 역시 피터 헤지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댄 인 러브>는 피터 헤지스가 쓴 시나리오 중 가장 진부한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동생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주인공이다. 독특한 점은 그 남자가 세 딸을 둔 홀아비라는 것이다. 가족 모임 휴가에서 여자를 다시 만난다는 설정도 이색적이다. 딸의 연애를 결사반대하던 아버지가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빠져 가슴앓이를 한다는 설정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댄과 마리의 모습은 상황의 아이러니 속에서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장르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대가족 모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은 <댄 인 러브>를 여타 로맨틱코미디와 구분하는 특징이다. 대가족의 활기와 여유, 사랑이 따뜻한 공기와 함께 댄과 마리를 감쌀 때 지나치게 안일한 해피엔딩마저도 수용 가능한 결말로 변화한다. <댄 인 러브>를 모범적인 가족 중심형 로맨틱코미디라고 설명한다 해도 그리 지나친 칭찬은 아닐 것이다.
<댄 인 러브>는 <길버트 그레이프> <어바웃 어 보이> 등의 시나리오를 쓴 피터 헤지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데뷔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영화다. 소싯적 배우이기도 했던 피터 헤지스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작소설을 쓴 것으로 유명하며 데뷔작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은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댄 인 러브> 역시 피터 헤지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댄 인 러브>는 피터 헤지스가 쓴 시나리오 중 가장 진부한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동생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주인공이다. 독특한 점은 그 남자가 세 딸을 둔 홀아비라는 것이다. 가족 모임 휴가에서 여자를 다시 만난다는 설정도 이색적이다. 딸의 연애를 결사반대하던 아버지가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빠져 가슴앓이를 한다는 설정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댄과 마리의 모습은 상황의 아이러니 속에서 자연스런 웃음을 만들어낸다. 장르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대가족 모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은 <댄 인 러브>를 여타 로맨틱코미디와 구분하는 특징이다. 대가족의 활기와 여유, 사랑이 따뜻한 공기와 함께 댄과 마리를 감쌀 때 지나치게 안일한 해피엔딩마저도 수용 가능한 결말로 변화한다. <댄 인 러브>를 모범적인 가족 중심형 로맨틱코미디라고 설명한다 해도 그리 지나친 칭찬은 아닐 것이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 <작별> |
등록일
2008.03.26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왜 혹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답은 얻을 수 있다. 황윤 감독이 연출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와 <작별>은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라 믿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1인 제작 시스템으로 2000년부터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오고 있는 황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작별>(2001)과 네 번째 장편 <어느 날 그 길에서>(2006)가 같은 날 개봉된다. <작별>로 시작해 <침묵의 숲>(2004)과 <어느 날 그 길에서>로 이어지는 ‘야생동물 3부작’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작품이 함께 개봉되는 것이다. <작별>과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생태계 정복과 경제발전을 목표로 살고 있는 인류가 야생동물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반성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7회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아커런츠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별>은 동물원의 철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야생동물들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로드킬(roadkill) 현상을 카메라에 기록한 작품이다.
<작별>의 공간적 배경은 오락과 학습의 공간으로 친숙한 동물원이다. 주인공은 태어난 지 석 달 남짓 된 새끼 호랑이 크레인이다. 선천성 백내장에다 몸도 약한 크레인은 새끼를 돌보지 않는 어미 호랑이 선아 대신 사육사 손에서 자라는 중이다. 근친교배를 통해 태어난 크레인은 세상을 본 후 단 한 번도 ‘호랑이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목에 매달린 줄이 허용하는 공간 안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감독은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눈을 통해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동물의 권리를 박탈하는 동물원의 뒷모습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감옥과도 같은 협소한 공간에 갇힌 동물들과 철창 너머로 자유롭게 다니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장면은 ‘동물원’이라는 시스템의 잔인한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카메라에 담긴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의 보전보다는 대중을 위한 오락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의 수많은 동물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관찰하는 사이 카메라는 종종 동물원 바깥으로 향한다. 부상당한 야생동물들을 구조하러 다니는 수의사 김영준 씨를 통해 발견하는 사실은 동물원은 물론 동물원 밖의 동물들이 얼마나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투박한 디지털 카메라 촬영과 어수선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황윤 감독의 진심어린 관찰은 인간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들이 밀렵보다 야생동물에게 더 위협이 된다는 건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 위에서 엄청난 수의 야생동물이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음을 고발한다. 황윤 감독은 최태영, 최천권, 최동기 세 로드킬 연구원을 따라 지리산을 둘러싼 도로를 중심으로 현장 조사에 동참한다. 세 연구원들은 차를 갓길에 세운 후 목숨을 걸고 도로에 뛰어들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확인하고 기록한 후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이들의 조사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이 도로 곳곳에서 로드킬로 죽어가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 중에는 멸종 1급, 2급에 해당하는 동물들도 수두룩하다. 88고속도로 남원 지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치료를 받고 방사된 야생 삵 ‘팔팔이’도 그 중 하나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다시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죽은 팔팔이를 세 연구원이 묻어주는 장면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일 것이다. 팔팔이의 죽음은 인간의 무지 속에서 몰살 위협을 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대변한다. 연구원들의 구체적인 조사결과는 더욱 섬뜩하다. 연구팀이 30개월 동안 지리산 인근 120km에서 발견한 로드킬은 5,769건. 이틀간 전국 고속도로 3,000km를 완주하며 확인한 로드킬은 1,000여 건. 1년간 전국 10만km 도로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단순 계산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런 추세라면 야생동물이 멸종되는 일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세 연구원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황윤 감독은 <작별>에 이어 주관적 내레이션을 배제한 채 정적이고 조용한 톤으로 야생동물의 현실을 고발한다. 아마추어적인 기술적 완성도와 산만하며 불균질적인 편집 등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르포르타주 다큐멘터리로서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맡은 바 소임을 100% 충실히 완수한다.
<작별>의 공간적 배경은 오락과 학습의 공간으로 친숙한 동물원이다. 주인공은 태어난 지 석 달 남짓 된 새끼 호랑이 크레인이다. 선천성 백내장에다 몸도 약한 크레인은 새끼를 돌보지 않는 어미 호랑이 선아 대신 사육사 손에서 자라는 중이다. 근친교배를 통해 태어난 크레인은 세상을 본 후 단 한 번도 ‘호랑이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목에 매달린 줄이 허용하는 공간 안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감독은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눈을 통해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동물의 권리를 박탈하는 동물원의 뒷모습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감옥과도 같은 협소한 공간에 갇힌 동물들과 철창 너머로 자유롭게 다니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장면은 ‘동물원’이라는 시스템의 잔인한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카메라에 담긴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의 보전보다는 대중을 위한 오락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의 수많은 동물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관찰하는 사이 카메라는 종종 동물원 바깥으로 향한다. 부상당한 야생동물들을 구조하러 다니는 수의사 김영준 씨를 통해 발견하는 사실은 동물원은 물론 동물원 밖의 동물들이 얼마나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투박한 디지털 카메라 촬영과 어수선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황윤 감독의 진심어린 관찰은 인간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로에서 달리는 차량들이 밀렵보다 야생동물에게 더 위협이 된다는 건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 위에서 엄청난 수의 야생동물이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음을 고발한다. 황윤 감독은 최태영, 최천권, 최동기 세 로드킬 연구원을 따라 지리산을 둘러싼 도로를 중심으로 현장 조사에 동참한다. 세 연구원들은 차를 갓길에 세운 후 목숨을 걸고 도로에 뛰어들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확인하고 기록한 후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이들의 조사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이 도로 곳곳에서 로드킬로 죽어가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 중에는 멸종 1급, 2급에 해당하는 동물들도 수두룩하다. 88고속도로 남원 지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치료를 받고 방사된 야생 삵 ‘팔팔이’도 그 중 하나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다시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죽은 팔팔이를 세 연구원이 묻어주는 장면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일 것이다. 팔팔이의 죽음은 인간의 무지 속에서 몰살 위협을 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대변한다. 연구원들의 구체적인 조사결과는 더욱 섬뜩하다. 연구팀이 30개월 동안 지리산 인근 120km에서 발견한 로드킬은 5,769건. 이틀간 전국 고속도로 3,000km를 완주하며 확인한 로드킬은 1,000여 건. 1년간 전국 10만km 도로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단순 계산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런 추세라면 야생동물이 멸종되는 일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세 연구원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황윤 감독은 <작별>에 이어 주관적 내레이션을 배제한 채 정적이고 조용한 톤으로 야생동물의 현실을 고발한다. 아마추어적인 기술적 완성도와 산만하며 불균질적인 편집 등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르포르타주 다큐멘터리로서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맡은 바 소임을 100% 충실히 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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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3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3. 20. 09:32
천일의 스캔들
저스틴 채드윅 | |
나탈리 포트만, 스칼렛 요한슨, 에릭 바나 | |
7.82 (참여:22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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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 우정과 의리, 계략과 배신이 충돌하는 한국형 감성 누아르 |
등록일
2008.03.19야구방망이와 큰 가방을 든 네 남자가 사설 카지노를 급습한다. 우민(송승헌)과 철중(권상우), 도완(김인권) 그리고 보스 강섭(안내상)이다. 일당백의 현란한 몸놀림으로 카지노를 쑥대밭으로 만든 네 남자는 금고를 털어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행운은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한다. 철중의 배신 때문에 다른 조직에게 덜미가 잡히고 만 것이다. 보스 두만(민응식)과 영환(지성)에게 돈을 모두 빼앗긴 것도 모자라 우민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행을 강요받는다. 우민이 수감돼 있던 2년 동안 세 남자는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철중은 조직의 중간 보스 자리에 오르지만, 숨겨둔 돈가방을 들고 사라진 강섭은 빈털터리가 되고, 도완은 마약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약물중독자로 전락한다. 우민이 출소하면서 네 사람의 엇갈린 운명은 파국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철중은 자금 부족으로 중단된 건물 시공을 마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고, 우민은 골칫거리인 철중을 제거하려는 두만의 호출을 받는다. 약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완을 떠나 두만의 여자가 된 옛 연인 은영(박한별)과 함께 새 출발을 하려던 우민은 결국 철중과 숙명의 대결에 나선다.
<숙명>은 우정과 의리로 연결된 인물들이 결국 배신과 오해, 계략으로 인해 비극적인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갱스터 누아르다. 뒷골목의 지저분한 생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잘생기고 멋진 조직폭력배들이 피의 복수와 응징을 주고받는 이 영화에서, 한류스타 권상우와 송승헌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김인권은 주요 출연진 중에서 가장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다. 우정과 배신,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다는 점에서 <숙명>은 일견 <친구> <비열한 거리>와 비슷한 한국형 누아르로 분류될 수 있다. 우정의 단단한 믿음을 깨는 배신에서 출발해 복수와 음모, 또 다른 배신을 거쳐 비극적이고 아이러니한 결말로 향한다. 우민과 철중을 중심으로 도완, 두만, 영환, 강섭, 은영이 한발자국 떨어져 ‘비열한 고리’를 형성한다. 근거리, 원거리 상관 없이 이 인물들이 뒤엉킨다는 건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고 여러 사건이 연결되지만 이야기는 좀처럼 논리적으로 매끈하게 풀리지 않는다.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는 수고는 전혀 아끼지 않으면서도 인물들의 내밀한 욕망이나 사건들의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는 탓이다. 감정은 분명하나 속내는 잘 보이지 않고, 사건은 계속 터지지만 원인과 과정, 결과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대사의 절반이 욕이고 화풀이인 철중의 불 같은 다혈질 성격과 아픈 가족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민의 끓어오르는 복수심은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데 반해 이들이 궁극적으로 욕망하고 있는 지점은 너무 단순하게 제시되거나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캐릭터와 감정이 단순 반복되고 있는 동안 탐욕과 증오가 뒤엉킨 사건은 점점 규모를 키워간다. 캐릭터와 감정, 사건이 불균형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숙명>의 ‘숙명’은 현실이 아니라 드라마의 형태로 굳어진다. 돈 때문에 친구끼리 심장을 겨눠야 하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숙명’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돈과 살인으로 사건과 감정의 인과관계가 설명되는 순간 숙명은 삶의 일부분이 아니라 픽션의 소재로 그치고 만다.
<천일의 스캔들> - 왕의 여자,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
등록일
2008.03.19모든 것은 아버지 토머스 볼린의 탐욕에서 시작됐다. 토머스 볼린은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헨리8세에게 맏딸 앤(나탈리 포트먼)을 보내겠다고 결심한다. 법에 따라 죽은 형의 아내를 왕비로 맞이한 헨리8세(에릭 바나)가 아들을 갖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걸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아들만 낳으면 권력과 명예, 재물이 단숨에 굴러 떨어지니 신분상승은 떼 놓은 당상인 것이다. 모든 면에서 동생 메리(스칼렛 요한슨)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앤은 당차고 도전적인 성격으로 헨리8세의 눈길을 끌지만 정작 헨리는 메리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헨리8세의 명령에 따라 남편과 함께 궁에 들어간 메리는 헨리의 아이를 임신하게 돼 왕과 동침할 수 없게 된다. 메리와 헨리 사이가 멀어진 틈을 타 앤은 헨리를 유혹해 캐서린 왕비를 몰아내고 영국의 왕비 자리에 오른다.
필리파 그레고리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천일의 스캔들>은 영국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스캔들인 헨리8세와 앤 볼린의 이야기를 그린다. 역사가 주로 헨리8세와 앤 볼린의 이야기를 다룬 것과 달리 필리파 그레고리의 소설은 앤 볼린의 언니로 알려진 메리 볼린을 동생으로 설정해 언니와 동생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역사를 토대로 픽션을 만든 소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영화는 새로운 상상력을 가미해 더욱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뒤바꾼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칼렛 요한슨은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나려는 온화한 성격의 메리를 맡아 도전적이고 야심찬 앤 볼린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먼과 대립항을 이룬다. 역사 속의 정치적인 면은 도려내고 오로지 왕과 자매의 삼각 스캔들에 초점을 맞춘 <천일의 스캔들>은 다분히 비극으로 결론맺는 아침드라마 같은 인상을 준다. 단란했던 볼린 가족의 과거와 새로 가정을 꾸린 메리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한때를 대구 형식으로 영화의 앞뒤에 배치한 점은 권력에 대한 탐욕을 경계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역사를 토대로 한 픽션이라는 점에서 <천일의 스캔들>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역사 치정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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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주차 개봉영화 (0) | 2008.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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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3. 6. 09:46
과거는 낯선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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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 |
김응수, 전호식 | |
10.00 (참여:1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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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 할리우드로 건너간 왕가위의 새로운 도전 |
등록일
2008.03.04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방금 남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다. 그에게 새 여자가 생긴 것이다. 눈물보다는 분노가 앞선다. 엘리자베스는 남자친구에게 집 열쇠를 카페에 맡겨 놓을 테니 가져가라고 통보하고 카페를 나선다. 주인을 잃은 열쇠는 카페 주인 제레미(주드 로)의 유리 항아리에 들어가고 한때 연인 사이였던 두 사람 사이의 문은 굳게 닫힌다. 아픈 상처를 안고 엘리자베스는 매일 카페를 찾는다. 처음엔 블루베리 파이 때문이었지만 엘리자베스와 제레미는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며 친구가 된다. 고정된 위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제레미와 달리 엘리자베스는 누군가를 잊기 위해 거대한 홍콩처럼 보이는 뉴욕을 떠나 무작정 먼 곳으로 향한다. 첫 번째 정류장은 멤피스이고 두 번째는 라스베가스다. 식당, 술집, 카지노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엘리자베스는 자신보다 더 큰 갈망을 안고 사는 두 사람과 친하게 된다. 멤피스 술집에서 만난 중년의 경찰 아니(데이비드 스트라다인)는 헤어진 아내 수 린(레이철 바이스)를 잊지 못해 매일 술을 마시고, 네바다 주의 한 모텔 카지노에서 만난 도박꾼 레슬리(나탈리 포트만)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도박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가득한 두 사람을 통해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이 결국 제레미가 있는 뉴욕임을 깨닫는다.
왕가위 감독이 할리우드로 건너가 만든 첫 번째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의 이전 영화들을 할리우드식으로 변형시켜 놓은 작품처럼 보인다. 인물과 공간, 언어는 바뀌었지만 왕가위의 낙인은 작품 전체에 고스란히 박혀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들은 낯설지만 이들의 총합은 오히려 기시감이 들 정도로 친숙하다. 주드 로, 데이비드 스트라다인, 레이철 바이스 등을 보며 왕가위 영화 속의 금성무,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을 중첩시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종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이 거대한 홍콩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2046>이 왕가위의 이전 영화들을 콜라주해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이전 영화들의 미국적 재현이라 해도 무방하다. 홍콩과 시간의 상관관계는 미국과 공간의 그것으로 변화한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이 증발하고 반복적인 정서와 시각적 문체만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전통적인 로드무비와는 분명히 다르다. 엘리자베스는 뉴욕을 시작으로 홍콩 내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먼 지점으로 이동하지만, 홍콩 내를 움직이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제자리걸음을 한다. 여기서는 공간의 이동이 시간의 변화를 대신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같지 않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달리 공간의 차이는 교통수단을 통해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결국 한 공간, 한 순간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의 영화들이 대부분 대사보다 시각적 스타일이 부각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대사와 화면이 동시에 플롯을 구성하는 영화들과 달리 왕가위의 영화는 화면이 대사를 압도하며 또 하나의 대사를 만들어낸다. 왕가위의 영화에서 관객들이 대사보다 미장센에 더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가 청각적 요소를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시각적 스타일에 압도된 나머지 영화를 오독하는 첫 번째 출발점이 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가 영어로만 이뤄진 대사를 사용한 첫 번째 작품이다. 출연진 모두 영어권 국가의 배우들이며 촬영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이뤄졌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아닌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을 맡긴 했지만, 왕가위 특유의 감각적인 스타일은 변함없이 언어를 압도한다. 대사는 오히려 이전 영화들보다 설명적이고 평범하게 들린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단지 왕가위가 미국에서 영어 대사로 찍은 영화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미장센과 대사가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이전 영화들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장센이 들리지 않는 대사를 만들어 내고 대사가 보이지 않는 미장센을 보여줬던 왕가위의 이전 영화들에 비하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사실상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인 영화처럼 보인다. 영어권 문화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영어 대사를 썼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든 문제다.
왕가위 감독이 할리우드로 건너가 만든 첫 번째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의 이전 영화들을 할리우드식으로 변형시켜 놓은 작품처럼 보인다. 인물과 공간, 언어는 바뀌었지만 왕가위의 낙인은 작품 전체에 고스란히 박혀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들은 낯설지만 이들의 총합은 오히려 기시감이 들 정도로 친숙하다. 주드 로, 데이비드 스트라다인, 레이철 바이스 등을 보며 왕가위 영화 속의 금성무,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을 중첩시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종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이 거대한 홍콩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2046>이 왕가위의 이전 영화들을 콜라주해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이전 영화들의 미국적 재현이라 해도 무방하다. 홍콩과 시간의 상관관계는 미국과 공간의 그것으로 변화한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이 증발하고 반복적인 정서와 시각적 문체만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전통적인 로드무비와는 분명히 다르다. 엘리자베스는 뉴욕을 시작으로 홍콩 내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먼 지점으로 이동하지만, 홍콩 내를 움직이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제자리걸음을 한다. 여기서는 공간의 이동이 시간의 변화를 대신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같지 않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달리 공간의 차이는 교통수단을 통해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결국 한 공간, 한 순간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의 영화들이 대부분 대사보다 시각적 스타일이 부각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대사와 화면이 동시에 플롯을 구성하는 영화들과 달리 왕가위의 영화는 화면이 대사를 압도하며 또 하나의 대사를 만들어낸다. 왕가위의 영화에서 관객들이 대사보다 미장센에 더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가 청각적 요소를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시각적 스타일에 압도된 나머지 영화를 오독하는 첫 번째 출발점이 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가 영어로만 이뤄진 대사를 사용한 첫 번째 작품이다. 출연진 모두 영어권 국가의 배우들이며 촬영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이뤄졌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아닌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을 맡긴 했지만, 왕가위 특유의 감각적인 스타일은 변함없이 언어를 압도한다. 대사는 오히려 이전 영화들보다 설명적이고 평범하게 들린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단지 왕가위가 미국에서 영어 대사로 찍은 영화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미장센과 대사가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이전 영화들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장센이 들리지 않는 대사를 만들어 내고 대사가 보이지 않는 미장센을 보여줬던 왕가위의 이전 영화들에 비하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사실상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인 영화처럼 보인다. 영어권 문화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영어 대사를 썼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든 문제다.
등록일
2008.03.04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내사과에서 근무 중인 강영준(조한선)은 냉혈한인 데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수사방식으로 동료들 사이에서도 ‘경찰견’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동료 형사의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이던 영준은 경찰 내부가 마약 유통망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공조수사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다. 공교롭게도 부산경찰청에는 영준과 오래 전에 헤어진 아버지 강민호(안성기)가 풍속과 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비리와 외도를 일삼으며 가족과도 인연을 끊은 강민호는 8년 만에 다시 만난 아들을 반기지만, 영준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 대해 품어온 증오를 숨기지 못하고 종종 불편한 심기를 밖으로 표출한다. 목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꾸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범인을 잡고 경찰 내 비리를 근절하려는 영준과 아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려는 민호는 실타래처럼 얽힌 사건을 풀어가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김종현 감독이 연출한 <마이 뉴 파트너>는 전형적인 구식 형사 버디무비다. 전혀 스타일이 다른 두 형사가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서로의 장단점을 보안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설정은 <마이 뉴 파트너>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용서를 받아야 하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이 파트너로 맺어졌다는 것뿐이다. 형사 버디무비의 전형적인 관습을 별다른 변용 없이 끌어온 <마이 뉴 파트너>는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아들과 경험과 육감을 바탕으로 한 아버지를 대립시켜 수사를 진행시키고 여기에 배신을 토대로 한 반전을 결말에 배치함으로써 장르의 관습적인 외형을 재현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강조하느라 정작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이 주는 긴장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마이 뉴 파트너>의 가장 큰 실수다. 특별히 훌륭한 부분도 없고 특별히 흠잡을 만한 데도 없는 평범한 장르영화, <마이 뉴 파트너>는 참 애매한 영화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김종현 감독이 연출한 <마이 뉴 파트너>는 전형적인 구식 형사 버디무비다. 전혀 스타일이 다른 두 형사가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서로의 장단점을 보안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설정은 <마이 뉴 파트너>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용서를 받아야 하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이 파트너로 맺어졌다는 것뿐이다. 형사 버디무비의 전형적인 관습을 별다른 변용 없이 끌어온 <마이 뉴 파트너>는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아들과 경험과 육감을 바탕으로 한 아버지를 대립시켜 수사를 진행시키고 여기에 배신을 토대로 한 반전을 결말에 배치함으로써 장르의 관습적인 외형을 재현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강조하느라 정작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이 주는 긴장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마이 뉴 파트너>의 가장 큰 실수다. 특별히 훌륭한 부분도 없고 특별히 흠잡을 만한 데도 없는 평범한 장르영화, <마이 뉴 파트너>는 참 애매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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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2월 5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2. 27. 13:44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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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 |
차태현, 하지원 | |
8.37 (참여:126명) | |
<동감>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김정권 감독이 6여 년 만에 <바보>로 돌아왔다. <바보>는 강풀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해 앞서 개봉한 <아파트>와는 시작부터 다른 길을 택했다. <아파트>가 강풀의 만화에서 일부 아이템만을 빌린 반면 <바보>는 만화를 스크린에 최대한 충실하게 옮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바보 승룡이 사는 풍납동의 예스러운 거리, 바보가 좋아하는 지호의 가로등이 놓인 2층집 등 만화의 공간적 배경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까지 만화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약 6개월간 연재된 만화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영화의 러닝타임을 고려해 주인공 승룡과 지호, 그리고 승룡의 여동생 이야기로 간결하게 압축되었다.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 바보 승룡은 토스트를 만들어 팔며 아무리 힘들고 외롭고 슬퍼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동생 지인이 아무리 바보 오빠를 모른 척하고 싫어해도 승룡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의 식사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토스트 가게로 향한다. 추레한 외모로 더듬더듬 말하고 신발도 제대로 갖춰 신지 못 하고 아이들에게 놀림받는 승룡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승룡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피아니스트 지호도, 술집 지배인 상수도, 승룡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고단한 삶의 시름을 잊는다. 사실 강풀의 만화를 즐겨 봤던 이들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도 <바보>의 이야기는 예측한 대로 잔잔하고 소박하게 흘러간다. 만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하거나 세련된 영화적 기교가 있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순수한 이야기와 흐뭇한 정서를 그대로 품은 <바보>는 잠시나마 모든 이들에게 착한 마술의 놀라운 환상을 경험하게 하는 영화다. 승룡이 좋아하는 지호와 함께 눈을 맞으며 환하게 웃을 때, 승룡이 아픈 동생을 업고 눈물을 훔치며 정신없이 달릴 때, 동생 지인이 승룡을 생각하며 억눌렀던 울음을 쏟아낼 때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 순수한 원작 만화의 탄탄한 힘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된 <바보>는 잊고 지내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메마른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착한 영화다. 안영윤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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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사람이 계속 나가떨어지는데도, 총알은 스크린을 가로지르고, 서슬 퍼런 일본도는 비정하게 사람을 벤다. 둔탁한 각목은 무참히 사람의 입을 관통하고, 폭탄은 일말의 여지도 허용하지 않은 채 그대로 폭발해 버린다. ‘액션’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되는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만났으니, 이 정도 액션은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이연걸과 제이슨 스타뎀, 두 사람의 충돌은 단연 강력한 파장을 일으키며 엄청난 잔향을 남긴다. 바로 쾌감이다. 전설적 킬러 로그에 의해 자신의 동료 셋을 잃은 크로포드는 그와의 대결을 고대한다. 하지만 정체를 숨긴 로그는 크로포드의 동료인 톰마저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에미넴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스크린으로 끌어들여 왔다.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는 화려한 영상과 박력 있는 편집, 속도로 밀어붙이는 과감한 이야기 전개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두 배우의 묵직한 동작으로 마치 스크린에 자국을 남기듯 하는 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두 사람이 대결하는 지점이 영화가 시작된 지 50분이 지나서고, 마지막 10여분을 남겨놓고 처음으로 격렬히 부닥치기는 하지만, 그 10분이 짧지는 않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잔뜩 긴장감을 형성해 놓은 채 한꺼번에 몰아서 폭발시키는 파괴력으로 스크린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지용진 기자
이연걸과 제이슨 스타뎀, 두 사람의 충돌은 단연 강력한 파장을 일으키며 엄청난 잔향을 남긴다. 바로 쾌감이다. 전설적 킬러 로그에 의해 자신의 동료 셋을 잃은 크로포드는 그와의 대결을 고대한다. 하지만 정체를 숨긴 로그는 크로포드의 동료인 톰마저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에미넴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스크린으로 끌어들여 왔다.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는 화려한 영상과 박력 있는 편집, 속도로 밀어붙이는 과감한 이야기 전개로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두 배우의 묵직한 동작으로 마치 스크린에 자국을 남기듯 하는 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두 사람이 대결하는 지점이 영화가 시작된 지 50분이 지나서고, 마지막 10여분을 남겨놓고 처음으로 격렬히 부닥치기는 하지만, 그 10분이 짧지는 않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잔뜩 긴장감을 형성해 놓은 채 한꺼번에 몰아서 폭발시키는 파괴력으로 스크린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지용진 기자
밤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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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 |
김영호, 황수정, 박은혜 | |
10.00 (참여:1명) | |
7.50 (참여:2명) | |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매력 있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줘서 그렇다. 꾸미고 다듬느라 애쓴 흔적이 별로 없다. 전하는 방식도 세련된 것과는 거리를 둔다. 그래서 보석보다는 원석을 보는 느낌일 때가 많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기초로, 그 관계의 원시성을 드러내는 솜씨가 빼어나다. 거창하지 않은 스토리, 그러니까 별것도 아닌 데서 끄집어낸 에피소드의 전개가 무척 흥미롭다. 중추신경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편이다. 약간의 섹슈얼리티, 약간의 마초증후군, 약간의 변태적 코드, 약간의 코미디 감각, 그리고 약간의 지적 유희들…. 홍상수 감독이 버무려내는 드라마는 이러한 요소들이 즉흥적으로 배치돼 있지만 그 짜임새가 탄탄하다.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인물을 보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다. 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밤과 낮> 역시, 감독의 전작들이 그래왔듯, 너무도 현실적인 설정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다고 여길 만큼의 스토리다. 구조는 빤하다. 한 남자가 우연한 상황에서 여자들을 만난다. 시답잖게 감정을 섞고 낯 뜨거울 만큼 본심을 드러낸다. 그 때문에 흥분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게 다다. <생활의 발견> 때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때나 <극장전> 때나 <해변의 여인> 때도 근본적으로는 그랬다. ‘관계들’의 수축과 이완이 사실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캐릭터들이 놓인 처지와,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 높낮이를 잘도 그졌슈? 유머러스한 해프닝에도 깊이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특히 여자들끼리의 알력 관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때문에 유치하다 싶으면서도 그게 바로 현실적인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렇게 늘어놓은 홍상수 감독 작품의 특질들은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본질적으로는 똑같네’ 하게 만드는 작품 내력이 있어서다. 그 결정력은 남자 캐릭터들이 전담해 왔다. 김상경 김태우 유지태 김승우 그리고 이 작품의 김영호까지, 이 불완전한 결점투성이들은 선천적으로 이란성 쌍둥이들처럼 보인다. 여자 캐릭터들은 그 앞에서 죄다 적나라해진다. 문제는 그러한 ‘일관성’이 너무도 흥미롭다는 데 있다. 송지환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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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4: 라스트 블러드
실베스터 스탤론 | |
실베스터 스탤론 | |
7.86 (참여:296명) | |
4.67 (참여:3명) | |
2년 전, <록키 발보아>로 록키의 인생을 멋지게 정리한 실베스터 스탤론은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이하 <람보 4>)를 통해 그가 창조한 두 번째 캐릭터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이를 위해 새 시리즈에선 최초에 선보였던 람보의 정체성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람보의 캐릭터는 복잡 미묘하다. 전쟁의 상처를 깊이 가졌기에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피에 대한 욕망도 끓고 있다. 인간병기로 단련돼 전쟁영웅이 됐지만 사회는 그를 격리시키려고만 했다. 그래서 람보는 평범한 세상의 일원으로 어울려 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 채 전쟁터를 방황하고 있다. 스탤론은 람보를 구원하는 방법으로 또 한 번의 피바람을 선택했다. 그의 마지막 싸움은 전편의 어떤 장면보다도 치열하게 묘사된다. 피가 난자하는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처절하게 겪고 난 뒤에야 람보는 비로소 전쟁터를 벗어난다. 이렇듯 <람보 4>는 의미 찾기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이 한 편의 영화를 놓고 봤을 땐 부실한 내러티브와 단순하고 정형화된 캐릭터로 인해 혹평을 면하기 힘들다. 단지 쉼 없이 터지는 액션만을 두고 보기엔 지난 세월 동안 람보의 인생이 너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 <록키 발보아>와 같은 멋진 마무리가 아쉽다. 정지원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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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거야
불같은 성격 때문에 아내와 이혼한 토니는 모처럼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해리 포터>가 매진되자 등 떠밀리듯 <살인자>라는 예술영화를 본 것이 화근.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그는 급기야 극장에 환불을 요구한다.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를 직설화법으로 풀어낸 영화 <터질거야>는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작품이다. 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재밌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투쟁도 불사하는 열혈 관객의 충돌이 웃음을 유발한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보여준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가 우회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노골적이다.
심지어 토니는 볼터에게 “내가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감독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단 며칠 만에 쓴 토니의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가 평단의 열광을 받는 대목에서는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가 극점에 달한다.
실제로 도그마 형식의 영화를 계획하다 무산된 경험이 있는 감독은 영화에 대한 반성을 캐릭터에 이입시키며 자신의 영화 세계를 조명한다. <터질거야>는 상황과 캐릭터만으로도 웃음을 촉발시킨다. 그러나 덴마크의 웃음에 대한 정서와 코드가 우리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는 미지수다.
지용진 기자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를 직설화법으로 풀어낸 영화 <터질거야>는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작품이다. 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재밌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투쟁도 불사하는 열혈 관객의 충돌이 웃음을 유발한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보여준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가 우회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노골적이다.
심지어 토니는 볼터에게 “내가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감독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단 며칠 만에 쓴 토니의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가 평단의 열광을 받는 대목에서는 예술영화에 대한 풍자가 극점에 달한다.
실제로 도그마 형식의 영화를 계획하다 무산된 경험이 있는 감독은 영화에 대한 반성을 캐릭터에 이입시키며 자신의 영화 세계를 조명한다. <터질거야>는 상황과 캐릭터만으로도 웃음을 촉발시킨다. 그러나 덴마크의 웃음에 대한 정서와 코드가 우리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는 미지수다.
지용진 기자
밴티지 포인트
피트 트레비스 | |||
데니스 퀘이드, 매튜 폭스, 포레스트 휘테커, 시고니 위버 | |||
8.31 (참여:42명) | |||
5.33 (참여:3명) | |||
등록일 2008.02.25
각국 정상들이 정상회담을 위해 스페인 마요르 광장에 모인다. 회담 현장을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뉴스 프로듀서 렉스(시고니 위버)는 10여 만 관중을 화면에 담느라 분주하고, 경호원 반즈(데니스 퀘이드)와 테일러(매튜 폭스)는 미국 대통령 애쉬튼(윌리엄 허트)을 지키기 위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 애쉬튼이 단상에 올라가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두 발의 총성이 마요르 광장에 울려 퍼진다. 가슴에 총탄을 맞은 대통령은 쓰러지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진다. 경호원 반즈는 대통령을 병원으로 후송시킨 뒤 본격적인 저격자 색출에 나선다. 미국인 여행자 하워드(포레스트 휘테커)가 캠코더로 촬영한 화면을 돌려보며 저격 위치를 확인하던 반즈는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폭탄이 곧 터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밴티지 포인트>는 테러가 일어나는 20여 분의 시간을 8명의 사람들을 통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액션 스릴러다. 영화는 스페인 마요르 광장에서 일어났던 테러사건을 중심으로 8개의 이야기가 되풀이되는데 등장인물의 시점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사건의 비밀이 공개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룻동안 발생한 일을 24개의 에피소드로 나눈 미국 드라마 <24>의 영화판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인 <밴티지 포인트>는 경호원 반즈, 뉴스 프로듀서 렉스, 관광객 하워드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실시간에 가까운 영상에 담아내며 이야기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또한 광장의 한 켠에서 밀회를 즐기던 연인,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려 울상을 짓던 꼬마 아이 등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사건의 단서를 주는 식이라 똑같은 이야기가 8번 반복된다 하더라도 지루함이 덜하다. <밴티지 포인트>는 직업과 국적 그리고 성별이 다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들의 시선은 모두 미국적이라는 데 아쉬움을 남긴다.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무고한 사람들을 거침없이 살해하는 사람들로 묘사되며,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원 반즈는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채 세계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으로만 그려진다. 또한 사건 현장을 모조리 캠코더에 담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여행자 하워드의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얼개를 짜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구석이 강하다. <밴티지 포인트>는 북아일랜드의 폭탄테러 사건을 다룬 <오마 Omagh>로 주목받은 신인 영국 감독 피트 트래버스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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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황금
앤디 테넌트 | |
케이트 허드슨, 매튜 맥커너히 | |
8.07 (참여:29명) | |
시작은 거창하다. 오랜 스페인 왕조의 배가 사라졌다는 일화가 비교적 긴 자막으로 술술 올라간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는 <인디아나 존스>급은 안 되더라도 ‘나름 해양 어드벤처 무비’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 바다 아래서 한 남자가 접시 조각을 찾아내 기뻐하고 있을 때, 바다 위에선 불타오른 그의 배가 침몰하고 만다. 스쿠버다이버 겸 보물사냥꾼인 그 남자 핀은 그래도 만사 오케이다. 한편, 남편 핀의 4차원 모험 생활에 지쳐버린 테스는 역사학 교수가 되어 골방에서 연구나 하겠다고 결심한다. 모험과 안정의 기로에 놓인 핀과 테스의 연애담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점점 ‘로맨틱 코미디’의 골격이 만들어진다. 굳이 장르를 정리해 보자면, 로맨틱 어드벤처 코미디 드라마 정도? 모험광 핀의 캐릭터는 가장 빛나는 재미요소다.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그는 웃음이 터지는 몇 장면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핀 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거의 웃통을 벗고 등장해 여자관객들의 호감을 산다. 주인공들에 대한 ‘팬심’ 없이 장르적인 재미만 기대한다면, 산소마스크 없이 잠수하는 꼴이다. 어드벤처와 로맨틱 코미디를 섞으려는 야심은 신선했지만 각 장르의 공식만 베껴오다 보니, 몸매 좋은 어른들이 어린이용 보물찾기 영화를 찍은 듯한 결과에 다다랐다. 그러고 보면 ‘바보의 황금(Fool’s Gold)’이란 제목은 꽤 솔직하지 않은가. 홍수경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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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덩크
이 작품을 볼 땐 어떤 의미도 떠올려선 안 된다. 다만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즐겨야 한다. <쿵푸덩크>는 그런 영화다. 단순한 내러티브 속에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해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CG가 동원된 화려한 덩크슛과 쿵푸 장면들이 관객의 눈을 현혹시킨다.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개연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은 두 페이지의 만화책을 넘기듯 쉽게 지나가버리고 캐릭터는 하나의 설정에 따라 일정한 컨셉트를 유지하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식의 구성은 주성치의 <쿵푸허슬>과 <소림축구>를 떠올리게끔 한다.
특히 쿵푸와 스포츠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또 주성치 영화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떨쳐버릴 순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성을 보인다. 잘 다듬어진 CG와 화려한 액션을 전방에 내세우고 있지만 지나치게 간소화된 내러티브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지 못하다. 반면 인기 만화 <슬램덩크>에서 빌려온 익숙한 설정과 속 시원히 내리꽂는 덩크슛을 보는 재미는 있다. 또 주걸륜의 액션, 노장배우 증지위의 오버연기 감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나쁘진 않다.
정지원 기자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개연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은 두 페이지의 만화책을 넘기듯 쉽게 지나가버리고 캐릭터는 하나의 설정에 따라 일정한 컨셉트를 유지하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식의 구성은 주성치의 <쿵푸허슬>과 <소림축구>를 떠올리게끔 한다.
특히 쿵푸와 스포츠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또 주성치 영화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떨쳐버릴 순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성을 보인다. 잘 다듬어진 CG와 화려한 액션을 전방에 내세우고 있지만 지나치게 간소화된 내러티브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지 못하다. 반면 인기 만화 <슬램덩크>에서 빌려온 익숙한 설정과 속 시원히 내리꽂는 덩크슛을 보는 재미는 있다. 또 주걸륜의 액션, 노장배우 증지위의 오버연기 감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나쁘진 않다.
정지원 기자
4개월, 3주... 그리고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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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문쥬 | |
아나마리아 마린차, 로라 바실리우, 블라드 이바노브 | |
7.47 (참여:53명) | |
8.67 (참여:3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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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하 <4개월…>)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가 태아를 배 밖으로 끄집어내기까지 주변의 추악함이 어떤 식으로 생겨나는지를 관찰한다. <4개월…>은 관객에게 아무런 안전장치도 주지 않고 현실의 추악함, 그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나락으로 관객을 안고 떨어진다.
하지만 충격적인 내용에 비해 영화 자체는 세지 않다. 집요하게 인물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지루한 것 같은 내러티브를 쫓지만 이상할 정도로 몰입된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 무책임한 가비타, 혈연 하나 없이도 그녀의 온갖 수발을 다 들며 자신까지 내놓는 오틸리아, 의사가 아니면서도 전 세계에 하나뿐인 명의인 양 군림하는 ‘낙태 업자 베베.’ 이 사람들이 왜 짐승이 되었는가에 대한 답은 오로지 루마니아의 압제뿐이다.
이 불행한 짐승들의 각혈을 뭉쳐놓은 듯한, 자궁 밖으로 끌려나온 태아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어쩌면 이 모든 죄악에 대한 비난, 동시에 면죄부이다. 영화를 보고, 마지막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로 나와서야 이 끔찍한 ‘현실’이 그저 영화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안도했다.
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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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2월 4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2. 20. 08:31
일렉트로닉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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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현 | |
안천문, 왕서기, 맥가기, 장기동, 임아시, 임설, 원경단 | |
1.00 (참여:1명) | |
내부순환선
<어톤먼트> - 슬픈 사랑이야기 혹은 참회와 속죄에 관하여 |
등록일
2008.02.18
1935년 영국, 부유한 귀족 집안의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가정부의 아들 로비(제임스 매커보이)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지만 신분 차이로 인해 쉽게 마음을 내비치지 못한다. 세실리아의 동생인 브라이오니(서셔 로넌)는 작가를 꿈꾸는 13세 소녀로 로비를 짝사랑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내비치지 못하고 애써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던 두 사람은 불필요한 언쟁을 벌인다. 방으로 돌아와 세실리아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던 계속 고쳐 쓰던 로비는 원래 써 놓은 편지 대신 장난 삼아 쓴 음란한 내용의 편지를 실수로 브라이오니에게 전달하고 만다. 질투에 사로잡힌 브라이오니는 저택 부근에서 벌어진 강간 사건의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하고, 캠브리지 의대를 졸업하고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두고 있던 로비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로비는 교도소 대신 전쟁터를 택하고 세실리아는 로비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간호사로 일한다.
이언 매큐언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어톤먼트>는 ‘속죄’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속죄에 관한 진중한 이야기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사랑을 나누는 순간은 영화 속에서 단 한 번뿐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세실리아이지만, 영화의 실제 화자는 브라이오니이다. 어린 시절 거짓 증언으로 언니가 사랑했던 남자를 전쟁에 보냈던 여자가 뒤늦게 술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톤먼트>가 <타이타닉> 같은 영화와 구조적으로 다른 점은 극 도입부에 화자가 등장하지 않으며 재현되는 내용이 ‘진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픽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과 취재, 허구가 뒤섞인 영화 속 픽션이 바로 브라이오니가 속죄를 하는 방식이다. 세실리아와 로비의 낭만적인 러브스토리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 소녀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헤어지게 된 연인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고, 수십 년이 지나 성공한 작가가 된 소녀는 속죄의 의미로 마지막 소설을 내놓는다. (속임수로서의 반전이 아니라) 속죄의 방식으로서 반전이 주는 감정적 충격은 브라이오니가 느끼는 죄책감만큼이나 통렬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배경인 18세기 말, 19세기 초 영국을 완벽하게 재현한 조 라이트 감독은 다시 한 번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 담긴 20세기 초 영국과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프랑스를 스크린에 복기한다. 특히 ?케르크 철수작전 직전의 해변가를 5분여 동안 편집 없이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롱테이크 신은 전쟁의 참담한 현장과 로비의 비통한 심정을 연결시키며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촬영감독 시무스 맥가비는 <어톤먼트>로 생애 처음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다.
이언 매큐언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어톤먼트>는 ‘속죄’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속죄에 관한 진중한 이야기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사랑을 나누는 순간은 영화 속에서 단 한 번뿐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세실리아이지만, 영화의 실제 화자는 브라이오니이다. 어린 시절 거짓 증언으로 언니가 사랑했던 남자를 전쟁에 보냈던 여자가 뒤늦게 술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톤먼트>가 <타이타닉> 같은 영화와 구조적으로 다른 점은 극 도입부에 화자가 등장하지 않으며 재현되는 내용이 ‘진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픽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과 취재, 허구가 뒤섞인 영화 속 픽션이 바로 브라이오니가 속죄를 하는 방식이다. 세실리아와 로비의 낭만적인 러브스토리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 소녀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헤어지게 된 연인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고, 수십 년이 지나 성공한 작가가 된 소녀는 속죄의 의미로 마지막 소설을 내놓는다. (속임수로서의 반전이 아니라) 속죄의 방식으로서 반전이 주는 감정적 충격은 브라이오니가 느끼는 죄책감만큼이나 통렬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배경인 18세기 말, 19세기 초 영국을 완벽하게 재현한 조 라이트 감독은 다시 한 번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 담긴 20세기 초 영국과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프랑스를 스크린에 복기한다. 특히 ?케르크 철수작전 직전의 해변가를 5분여 동안 편집 없이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롱테이크 신은 전쟁의 참담한 현장과 로비의 비통한 심정을 연결시키며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촬영감독 시무스 맥가비는 <어톤먼트>로 생애 처음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엔 형제가 만든 또 한 편의 걸작 |
등록일
2008.02.18
멕시코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 텍사스, 사냥을 하던 모스(조시 브롤린)는 시체가 너부러진 참혹한 현장 근처에서 총상을 입고 죽은 남자와 24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돈가방을 들고 허름한 트레일러로 돌아온 모스는 물을 달라며 트럭에서 죽어가던 남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물통을 챙겨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물통을 전달할 틈도 없이 모스는 돈가방의 행방을 쫓는 자들의 추격을 받는다. 겨우 목숨을 건진 모스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친정으로 피신 보내고 자신도 돈가방을 들고 국경 근처로 길을 떠난다. 모스의 뒤를 쫓는 자는 살인 청부업자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라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죽여버리는 시거는 돈가방에 숨겨진 추적장치를 따라 집요한 추격을 이어간다. 한편 뒤늦게 사건을 파악한 관할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 역시 조심스럽게 이들을 추적해나간다.
코맥 매카시의 2005년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차가운 유머와 차분한 서스펜스가 기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단 한 조각의 음악적 효과도 없이 지극히 차갑고 건조하고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추격전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긴장감은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살벌하다.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악역 중 하나로 손?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다. 거구의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단발머리, 미소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령 같은 표정, 상대방의 기를 단번에 눌러버리는 굵고 낮은 목소리와 화술 등 코엔 형제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함께 창조한 안톤 시거는 단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핵이라 할 수 있다. 모스를 쫓는 시거는 존 코너를 쫓는 T-1000보다 살벌하고 잔인하다. 말라붙은 텍사스 사막과 피도 눈물도 없는 추격전을 지극히 건조하고 냉랭한 톤으로 필름에 담아낸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코엔 형제의 걸작에 명품의 품격을 불어넣는다.
긴장감으로 치면 여느 범죄 액션극 못지 않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단지 추격전만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가 아니다. 여기에는 탐욕과 폭력, 무법과 범죄의 쓸쓸한 순환고리가 얽혀 있다. 돈가방을 든 카우보이, 카우보이를 쫓는 살인청부업자, 살인청부업자와 돈가방을 쫓는 또 한 명의 살인청부업자, 아버지 시대의 속도로 사건을 추적하는 은퇴 직전의 보안관 등이 마치 무법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고전 서부극을 연상시킨다. 목숨을 걸고 마약거래에 뛰어드는 멕시코 갱단, 갱단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일을 해결하는 기업이 연관돼 있으니 현대판 서부극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무법천지를 따라가기에 은퇴 직전의 보안관은 버거울 뿐이다. 노 보안관은 매번 모든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현장에 도착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파에 앉아 현장을 둘러보는 것뿐이다. 노인의 나라는 이제 사라진 것이다.
코맥 매카시의 2005년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차가운 유머와 차분한 서스펜스가 기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단 한 조각의 음악적 효과도 없이 지극히 차갑고 건조하고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추격전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긴장감은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살벌하다.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악역 중 하나로 손?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다. 거구의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단발머리, 미소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령 같은 표정, 상대방의 기를 단번에 눌러버리는 굵고 낮은 목소리와 화술 등 코엔 형제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함께 창조한 안톤 시거는 단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핵이라 할 수 있다. 모스를 쫓는 시거는 존 코너를 쫓는 T-1000보다 살벌하고 잔인하다. 말라붙은 텍사스 사막과 피도 눈물도 없는 추격전을 지극히 건조하고 냉랭한 톤으로 필름에 담아낸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코엔 형제의 걸작에 명품의 품격을 불어넣는다.
긴장감으로 치면 여느 범죄 액션극 못지 않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단지 추격전만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가 아니다. 여기에는 탐욕과 폭력, 무법과 범죄의 쓸쓸한 순환고리가 얽혀 있다. 돈가방을 든 카우보이, 카우보이를 쫓는 살인청부업자, 살인청부업자와 돈가방을 쫓는 또 한 명의 살인청부업자, 아버지 시대의 속도로 사건을 추적하는 은퇴 직전의 보안관 등이 마치 무법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고전 서부극을 연상시킨다. 목숨을 걸고 마약거래에 뛰어드는 멕시코 갱단, 갱단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일을 해결하는 기업이 연관돼 있으니 현대판 서부극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무법천지를 따라가기에 은퇴 직전의 보안관은 버거울 뿐이다. 노 보안관은 매번 모든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현장에 도착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파에 앉아 현장을 둘러보는 것뿐이다. 노인의 나라는 이제 사라진 것이다.
<주노> - 104% 사랑스럽고 따뜻한 성장영화 |
등록일
2008.02.18
‘모든 것은 의자에서 시작됐다.’ 열여섯 살 소녀 주노(엘런 페이지)의 첫 대사다. 주노와 동급생 친구 블리커(마이클 세라)의 첫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주노는 방금 임신을 확인한 상태다. 오렌지주스를 페트병째로 들고 마시며 임신 테스트를 계속 반복해 보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다. 중절수술을 할까 생각도 해보지만 생명체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는 노릇. 단짝 친구 레아의 제안에 따라 주노는 벼룩신문 입양광고란에서 아이를 입양하기에 적당한 부부를 찾는다. 주노의 선택은 매력적인 외모와 근사한 집, 경제적인 여유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바네사(제니퍼 가너)와 마크(제이슨 베이트먼) 부부. 이들 부부에게 아기를 입양시키기로 약속한 주노는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의 메가톤급 흥행을 기록한 <주노>는 <고스트버스트즈> <트윈스> <유치원으로 간 사나이> <주니어> 등으로 유명한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의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크리스토퍼 버클리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풍자 코미디 <흡연, 감사합니다>로 재능을 인정받은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두 번째 영화의 파트너로 전직 스트리퍼 출신인 신예 작가 디아블로 코디를 택했다. 10대 임신이라는 다소 무겁고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인 디아블로 코디의 재능 덕분이다. 디아블로 코디의 코디의 재능은 <주노>의 현재 미국 10대 아이들의 대화법을 재치 있게 활용하는 한편 그들의 눈높이에서 성장의 단계를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데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10대 아이들의 속어와 은어, 언어유희는 번역 문제상 차치하더라도 주인공 캐릭터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충분히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살 만하다. <주노>의 이슈는 10대 임신과 관련한 문제에 있지 않다. 문제의 원인과 책임, 해결책을 논하는 영화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이슨 라이트먼과 디아블로 코디는 현재 10대 청소년들의 문화와 이들만의 성장통, 가족과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을 다 아는 듯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주노는 난생 처음 부부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블리커 또한 바보 같아 보이지만 결코 무책임하거나 비겁하지는 않다. 주노의 부모 역시 딸의 잘못을 탓하거나 블리커를 추궁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심각해 보이는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치고는 모두들 태연하다. 긍정의 힘인 것이다.
이 영화에 유일한 갈등이 있다면 그건 주노와 부모 사이도 아니고 주노와 블리커 사이도 아니며, 완벽한 부부처럼 보이는 바네사와 마크 사이에 있다. 부모의 이혼을 어린 나이에 경험한 주노는 바네사와 마크를 보며 가족, 부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임신을 계기로 블리커와의 관계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을에 시작해 겨울과 봄을 거쳐 여름에 끝나는 <주노>는 임신에서 출산 후까지 약 1년간의 시간을 통해 철부지 소녀가 세상과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10대 임신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이성과 감성의 현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도 <주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주노>의 성공은 온전히 제이슨 라이트먼과 디아블로 코디 그리고 사랑스러운 주노를 연기한 엘런 페이지의 몫이다.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의 메가톤급 흥행을 기록한 <주노>는 <고스트버스트즈> <트윈스> <유치원으로 간 사나이> <주니어> 등으로 유명한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의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크리스토퍼 버클리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풍자 코미디 <흡연, 감사합니다>로 재능을 인정받은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두 번째 영화의 파트너로 전직 스트리퍼 출신인 신예 작가 디아블로 코디를 택했다. 10대 임신이라는 다소 무겁고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인 디아블로 코디의 재능 덕분이다. 디아블로 코디의 코디의 재능은 <주노>의 현재 미국 10대 아이들의 대화법을 재치 있게 활용하는 한편 그들의 눈높이에서 성장의 단계를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데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10대 아이들의 속어와 은어, 언어유희는 번역 문제상 차치하더라도 주인공 캐릭터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충분히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살 만하다. <주노>의 이슈는 10대 임신과 관련한 문제에 있지 않다. 문제의 원인과 책임, 해결책을 논하는 영화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이슨 라이트먼과 디아블로 코디는 현재 10대 청소년들의 문화와 이들만의 성장통, 가족과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을 다 아는 듯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주노는 난생 처음 부부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블리커 또한 바보 같아 보이지만 결코 무책임하거나 비겁하지는 않다. 주노의 부모 역시 딸의 잘못을 탓하거나 블리커를 추궁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심각해 보이는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치고는 모두들 태연하다. 긍정의 힘인 것이다.
이 영화에 유일한 갈등이 있다면 그건 주노와 부모 사이도 아니고 주노와 블리커 사이도 아니며, 완벽한 부부처럼 보이는 바네사와 마크 사이에 있다. 부모의 이혼을 어린 나이에 경험한 주노는 바네사와 마크를 보며 가족, 부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임신을 계기로 블리커와의 관계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을에 시작해 겨울과 봄을 거쳐 여름에 끝나는 <주노>는 임신에서 출산 후까지 약 1년간의 시간을 통해 철부지 소녀가 세상과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10대 임신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이성과 감성의 현명한 눈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도 <주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주노>의 성공은 온전히 제이슨 라이트먼과 디아블로 코디 그리고 사랑스러운 주노를 연기한 엘런 페이지의 몫이다.
3 10 투 유마 |
등록일
2008.02.18
남북전쟁에서 다리를 다친 후 아내와 두 아들을 키우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목장주 댄 에반스(크리스천 베일)는 악랄한 지주 홀랜더에게 진 빚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홀랜더의 속셈은 에반스의 땅을 철도회사에 팔아 넘기는 것. 에반스의 목장으로 흐르는 수로를 막아버린 이유도 여기 있다. 한편 악명 높은 전설의 총잡이 벤 웨이드(러셀 크로) 일당은 댄 에반스의 소들을 이용해 철도회사 소유의 마차에서 거액의 돈을 탈취한다. 벤 웨이드 일당의 약탈 행위를 멀리서 지켜보던 에반스와 두 아들은 타고 있던 말을 빼앗기는 대신 소들을 돌려받는다. 비스비 마을에 도착한 벤 웨이드가 술집 여주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댄 에반스는 사건 현장에 들이닥친 보안관 일행에게 벤 웨이드 일당의 행방을 알리고 두목 벤 웨이드를 체포하는 데 일조한다. 번번이 벤 웨이드에게 거액의 돈을 탈취당했던 남태평양 철도회사는 벤 웨이드를 공개 처형하기 위해 교수대가 있는 유마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총잡이와 무법자들이 지배하는 서부세계에서 전설의 총잡이 벤 웨이드를 유마행 3시 10분 열차에 태우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벤 웨이드의 부하들이 집요한 추적을 따돌리고 사막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회사 사장인 버터필드(댈러스 로버츠)는 철도회사의 돈을 운반하다 벤 웨이드 일당에게 털린 현상금 사냥꾼 바이런 매컬로이(피터 폰다)와 바이런을 치료하던 수의사 포터 박사(앨런 터딕), 홀랜더의 부하인 터커(케빈 듀런드) 등과 함께 벤 웨이드를 컨텐션으로 호송한다. 벤 웨이드 호송작전을 완수하면 200달러를 주겠다는 말에 댄 에반스도 합류한다. 하지만 마차를 이끌고 사막을 돌아가기에 72시간은 빠듯하기만 하다. 지름길로 가기에는 잔인한 인디언들 때문에 위험하다. 벤 웨이드의 집요한 탈출시도와 부하들의 복수가 이어지면서 호송대원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고, 목숨을 건 작전 끝에 컨텐션에 도착한 버터필드와 댄 에반스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영화 <겟 쇼티> <조지 클루니의 표적> <재키 브라운>의 원작자로 유명한 소설가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소설 [Three-Ten to Yuma]가 델머 데이브스의 1957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아이덴티티> <앙코르> 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B급 고전 웨스턴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받되 관습적인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장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벤 웨이드를 기차역으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아니다. 원작보다 액션 시퀀스를 보강해 서부극의 전통을 부활시킨 맨골드 감독은 극 후반부로 갈수록 원작이 언급하는 도덕과 정치 이슈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3:10 투 유마>는 ‘나쁜 놈, 착한 놈 그리고 보안관’이라는 서부극의 전통적인 캐릭터 구성을 그대로 가져와 착한 영웅과 보안관이 악당을 응징하는 구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선악의 구분, 영웅의 구분은 모호하다. 댄 에반스는 뚜렷한 명분도 없이 단지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호송작전에 참여하고, 보안관은 철도회사에 벤 웨이드의 처분을 맡기고 사건에서 손을 뗀다. 반면 댄 에반스의 아내와 아들의 눈에 비친 벤 웨이드는 영웅적 매력과 카리스마를 소유한 인물이다. 호송작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영화는 댄 에반스와 벤 웨이드의 관계에 카메라를 밀착시킨다. 인질로 잡힌 부하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일 만큼 냉혈한인 악당 벤 웨이드는 아픈 가족사를 품고 사는 인물이고, 무능한 가장 댄 에반스는 두 아들과 아내에게 단 한 번도 명예로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호송작전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에게 명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것이다.
벤 웨이드는 목숨을 걸고 가족을 지키려 애쓰는 댄의 모습에 마음이 조금씩 움직인다. 벤 웨이드의 심경 변화는 암시적인 대사와 행동방식의 변화 그리고 스케치 등을 통해 묘사되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놓칠 경우 ‘아버지’ 댄을 지키려 하는 벤의 ‘변심’이 너무 갑작스럽거나 비논리적이라 여겨지기 쉽다. 벤 웨이드가 갑자기 착한 영웅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 위험한 건 그 때문이다. 벤의 대사처럼 그는 다시 탈출을 시도할 것이고 또 다른 부하들을 모아 무법자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3:10 투 유마>는 고전적 서부극에 현대적 가족영화가 더해져 심리극의 형태로 변환된 작품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등과 함께 <3:10 투 유마>는 화석화된 서부극을 21세기 스타일로 변형해 부활시키고 있다.
총잡이와 무법자들이 지배하는 서부세계에서 전설의 총잡이 벤 웨이드를 유마행 3시 10분 열차에 태우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벤 웨이드의 부하들이 집요한 추적을 따돌리고 사막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회사 사장인 버터필드(댈러스 로버츠)는 철도회사의 돈을 운반하다 벤 웨이드 일당에게 털린 현상금 사냥꾼 바이런 매컬로이(피터 폰다)와 바이런을 치료하던 수의사 포터 박사(앨런 터딕), 홀랜더의 부하인 터커(케빈 듀런드) 등과 함께 벤 웨이드를 컨텐션으로 호송한다. 벤 웨이드 호송작전을 완수하면 200달러를 주겠다는 말에 댄 에반스도 합류한다. 하지만 마차를 이끌고 사막을 돌아가기에 72시간은 빠듯하기만 하다. 지름길로 가기에는 잔인한 인디언들 때문에 위험하다. 벤 웨이드의 집요한 탈출시도와 부하들의 복수가 이어지면서 호송대원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고, 목숨을 건 작전 끝에 컨텐션에 도착한 버터필드와 댄 에반스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영화 <겟 쇼티> <조지 클루니의 표적> <재키 브라운>의 원작자로 유명한 소설가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소설 [Three-Ten to Yuma]가 델머 데이브스의 1957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아이덴티티> <앙코르> 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B급 고전 웨스턴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받되 관습적인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장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벤 웨이드를 기차역으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아니다. 원작보다 액션 시퀀스를 보강해 서부극의 전통을 부활시킨 맨골드 감독은 극 후반부로 갈수록 원작이 언급하는 도덕과 정치 이슈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3:10 투 유마>는 ‘나쁜 놈, 착한 놈 그리고 보안관’이라는 서부극의 전통적인 캐릭터 구성을 그대로 가져와 착한 영웅과 보안관이 악당을 응징하는 구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선악의 구분, 영웅의 구분은 모호하다. 댄 에반스는 뚜렷한 명분도 없이 단지 빚을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호송작전에 참여하고, 보안관은 철도회사에 벤 웨이드의 처분을 맡기고 사건에서 손을 뗀다. 반면 댄 에반스의 아내와 아들의 눈에 비친 벤 웨이드는 영웅적 매력과 카리스마를 소유한 인물이다. 호송작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영화는 댄 에반스와 벤 웨이드의 관계에 카메라를 밀착시킨다. 인질로 잡힌 부하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일 만큼 냉혈한인 악당 벤 웨이드는 아픈 가족사를 품고 사는 인물이고, 무능한 가장 댄 에반스는 두 아들과 아내에게 단 한 번도 명예로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호송작전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에게 명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것이다.
벤 웨이드는 목숨을 걸고 가족을 지키려 애쓰는 댄의 모습에 마음이 조금씩 움직인다. 벤 웨이드의 심경 변화는 암시적인 대사와 행동방식의 변화 그리고 스케치 등을 통해 묘사되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놓칠 경우 ‘아버지’ 댄을 지키려 하는 벤의 ‘변심’이 너무 갑작스럽거나 비논리적이라 여겨지기 쉽다. 벤 웨이드가 갑자기 착한 영웅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 위험한 건 그 때문이다. 벤의 대사처럼 그는 다시 탈출을 시도할 것이고 또 다른 부하들을 모아 무법자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3:10 투 유마>는 고전적 서부극에 현대적 가족영화가 더해져 심리극의 형태로 변환된 작품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등과 함께 <3:10 투 유마>는 화석화된 서부극을 21세기 스타일로 변형해 부활시키고 있다.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 - 명탐정 L의 또 다른 시작 |
등록일
2008.02.18
‘키라’라는 이름으로 이상세계를 건설하려는 라이토를 저지하기 위해 L(마츠야마 켄이치)는 살생부인 데스노트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놓고 죽을 날짜를 결정한다.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이하 <데스노트 L>)은 라이토와의 대전을 앞둔 L의 또 다른 이야기를 그린 <데스노트>의 스핀오프. 데스노트를 사용해 범죄자를 처단한 라이토와는 다르게 새로운 사신 쿠니코(쿠도 유키)는 바이러스를 사용해 현 인류를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인류를 형성하는 ‘전인류 말살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쿠니코는 악의 무리인 마토바 일행과 손을 잡고 연구실에 침입, 다량의 바이러스 샘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바이러스 치료제를 몰래 빼돌린 연구원의 딸 마키(후쿠다 마요코)는 L을 찾아가 사신 마토바의 음모를 알린다. 죽는 날이 이미 정해져 있는 L은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전인류 말살 프로젝트를 막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구부정한 허리, 짙은 다크서클이 트레이드마크인 명탐정 L이 다시 돌아왔다. <검은 물 밑에서> <링>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스노트 L>은 명탐정 L이 라이토와의 마지막 결전을 23일 여 앞두고 또 다른 사신인 쿠니코를 만나게 된다는 설정의 스릴러영화다. 총 12권의 원작만화를 <데스노트>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이라는 두 편의 영화로 꼼꼼하게 풀어낸 전작과 다르게 <데스노트 L>은 명탐정 L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뿐 원작의 자취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스핀오프란 꼬리표를 달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데스노트의 복잡한 룰을 사용한 교묘한 트릭,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구현된 사신 등 <데스노트>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설정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데스노트는 일찌감치 L의 손에 의해 불타 없어지며, L과 함께 <데스노트>의 한 축을 이뤘던 주인공 라이토는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이 고작이다.
<데스노트 L>은 주인공 L이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사신 쿠니코를 쫓는 과정보단, 연구원의 딸 마키를 만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에 더 무게중심이 실려있다. 하지만 L을 돕는 마키,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보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쿠니코 등 <데스노트 L>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선과 악의 진영에 나란히 배치될 뿐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살인을 자행하던 라이토만큼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진 못한다. 주인공 L 역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 초인에 가까워 극적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린다. <데스노트 L>은 시리즈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명탐정 L을 내세운 프랜차이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전개, 선과 악이 모호한 독특한 세계관을 기대하는 원작의 팬들에게는 아쉬운 후속편이 되고 말았다.
구부정한 허리, 짙은 다크서클이 트레이드마크인 명탐정 L이 다시 돌아왔다. <검은 물 밑에서> <링>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스노트 L>은 명탐정 L이 라이토와의 마지막 결전을 23일 여 앞두고 또 다른 사신인 쿠니코를 만나게 된다는 설정의 스릴러영화다. 총 12권의 원작만화를 <데스노트>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이라는 두 편의 영화로 꼼꼼하게 풀어낸 전작과 다르게 <데스노트 L>은 명탐정 L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뿐 원작의 자취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스핀오프란 꼬리표를 달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데스노트의 복잡한 룰을 사용한 교묘한 트릭,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구현된 사신 등 <데스노트>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설정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데스노트는 일찌감치 L의 손에 의해 불타 없어지며, L과 함께 <데스노트>의 한 축을 이뤘던 주인공 라이토는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이 고작이다.
<데스노트 L>은 주인공 L이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사신 쿠니코를 쫓는 과정보단, 연구원의 딸 마키를 만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에 더 무게중심이 실려있다. 하지만 L을 돕는 마키,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보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쿠니코 등 <데스노트 L>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선과 악의 진영에 나란히 배치될 뿐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살인을 자행하던 라이토만큼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진 못한다. 주인공 L 역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 초인에 가까워 극적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린다. <데스노트 L>은 시리즈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명탐정 L을 내세운 프랜차이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전개, 선과 악이 모호한 독특한 세계관을 기대하는 원작의 팬들에게는 아쉬운 후속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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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2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2. 14. 12:00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 |
벨렌 루에다, 페르난도 카요 | |
9.17 (참여:150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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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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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 | |||||||||
차수연, 이천희, 김민수 | |||||||||
8.00 (참여:4명) | |||||||||
등록일 2008.02.12
1960년대 초반, 영국 리버풀의 한 선착장에서 일하던 청년 주드(짐 스터지스)는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주드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아버지를 찾는 데 성공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다른 가족을 꾸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대학 숙소에서 홀로 머물며 하루를 보내던 주드는 우연히 사고뭉치 대학생 맥스(조 앤더슨)와 그의 여동생 루시(에반 레이첼 우드)를 만난다. 진보적인 성향의 맥스는 안정된 삶이 보장된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주드와 함께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맥스가 택시운전사로, 주드가 프리랜서 화가로 뉴욕에서 살아가는 동안 여동생 루시가 방학을 맞이해 이들의 집을 방문한다. 주드와 루시는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베트남전의 여파로 맥스가 전쟁에 징병되고 루시가 베트남 반전시위에 참가하면서 주드는 점점 소원한 느낌을 받는다.
<타이투스> <프리다>의 감독이자, 뮤지컬 <라이온킹>의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가 메가폰을 잡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All You Need is Love’ ‘Hey Jude’ ‘Come Together’ ‘A Day in the Life’ 등 비틀즈의 주옥 같은 명곡 33개로 이뤄진 음악영화다. 스튜디오에서 노래 부분을 따로 녹음하는 일반적인 뮤지컬영화와 달리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배우들이 촬영현장에서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것이 특징. 가난한 화가 주드가 루시를 만나 펼치는 사랑이야기와 베트남 반전시위가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이 비틀즈의 음악으로 한데 어울린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사랑과 평화, 반전을 테마로 한 비틀즈의 음악이 영화의 중심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줄리 테이머 감독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이미지도 영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신체검사를 받으러 간 맥스가 군인들과 함께 힘찬 군무를 선보이는 장면, 주드와 루시가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장면 등은 음악이 끝나도 쉽게 떨쳐내기 힘들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아바의 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맘마미아>, 퀸의 노래를 가져온 <위윌락유> 등 1990년대 이후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팝뮤지컬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음악의 보편적 감수성 확보라는 장점과 함께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 진행이라는 구조적인 약점을 동시에 타고난다.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 속에 기존 대중음악들을 재배열하다 보니 음악 자체가 각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종종 등장하는 뮤지션 세이디와 조조의 공연 장면은 영화의 큰 축과 별개로 진행되는 일련의 뮤직비디오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인상적인 카메오 출연이 숨겨진 백미로 작용한다. <프리마>로 줄리 테이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셀마 헤이엑은 ‘Happiness Is a Warm Gun’을 부르며 춤을 추는 간호사로 등장하고, 록 밴드 U2의 보노가 뉴욕의 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닥터 로버트로 깜짝 출연한다. 영화의 중반부, 서커스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부분은 <세븐> <스파이더맨 2> 등의 오프닝시퀀스 제작자로 유명한 카일 쿠퍼가 연출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등록일 2008.02.12
고아원 시절부터 단짝인 대한이(최성국)와 민국이(공형진)는 정신적 성장이 멈춘 발달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동네 길가에 횡단보도를 그려놓거나 버스정류장 표지판을 엉뚱한 곳에다 옮겨놓는 등 온갖 사고를 저지르고 다니지만 착한 성품으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누구보다 밝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민국이는 택시기사, 비행사, 권투선수 등 관심사가 시시때때로 변하며 동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기에 바쁜 반면, 대한이는 고아원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 지은(최정원)과 결혼하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다. 그러던 어느 날 미용실에서 일하던 지은이가 군인의 머리를 잘라주며 “최고의 신랑감은 군인”이라고 말하자 대한이는 이를 듣고 군대에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대한이는 학력미달로 입대가 불가한 상황.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대한이는 오로지 군입대를 위해 검정고시에 도전한다.
<대한이, 민국씨>는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대한이가 짝사랑하는 지은이의 환심을 사고자 군입대에 도전하는 해프닝을 다룬다. <색즉시공>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최성국과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의 공형진 등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두 배우가 캐스팅돼 일견 <덤 앤 더머>류의 코미디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대한이, 민국씨>는 오히려 세상의 모진 편견에도 불구하고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최성국과 공형진은 화장실 유머, 애드리브를 가급적 자제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한이, 민국씨>의 전체적 분위기를 차분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잔잔한 웃음을 끌어내는 부분은 대한이와 민국이를 둘러싼 동네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이다. 대한이와 민국이를 호락호락하게 보던 박 형사가 다혈질인 자신의 성격을 참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자학을 하는 장면이나 대한이, 민국이와 함께 검정고시에 도전했던 세차장 주인이 합격 여부를 묻는 주위사람들의 질문에 얼버무리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끌어내게 만든다. 하지만 두 명의 발달 장애인을 내세워 웃음과 감동을 노린 <대한이, 민국씨>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 식상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권투에 재능을 보이는 민국이의 이야기가 영화와 전반적으로 어울리지 못한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원제였던 <대한이, 민국씨>의 연출은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최진원 감독이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등록일 2008.02.11
그레이스가의 삼남매인 쌍둥이 형제 자레드와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 1인 2역), 말로리(사라 볼거)는 뉴욕을 떠나 이모할머니가 살았던 ‘아서 스파이더위크’의 숲 속 저택으로 이사한다.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저택으로 집을 옮긴 것이 영 못마땅한 자레드는 거실 벽장 안에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추적하다 우연히 비밀 공간에 이르는 통로를 발견한다. 80년 전 폐쇄된 아서 스파이더위크의 비밀 서재에 들어간 자레드는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가 써 있는 ‘스파이더위크의 비밀가이드’를 발견한다. ‘스파이더위크의 비밀가이드’는 그레이스가 삼남매의 증조할아버지 아서 스파이더위크가 저택 주변 숲에 살고 있는 모든 요정들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책. 아서 스파이더위크가 고안한 특수 안경을 통해 요정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자레드는 요정 보거트(목소리 마틴 쇼트), 호그스퀼(목소리 세스 로건) 그리고 사이먼과 누나 말로리의 도움을 받아 책을 손에 넣으려는 사악한 요정 멀그래스(닉 놀테)의 위협에 당당히 맞선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홀리 블랙과 토니 디터리치가 쓴 동명의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이 어린이용 소설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판타지 영화이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황금나침반> 시리즈처럼 거창하고 복잡한 대작은 아니다. 현실적인 배경 속에 평범한 사람들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완성된 요정 캐릭터들이 공존하는 정도다.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마치 어린이가 꾸는 백일몽처럼 몽상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연히 주인공도 어린이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 등 여느 성인배우 못지 않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프레디 하이모어가 1인 2역으로 출연해 악당 요정들을 상대로 용감무쌍한 모험을 펼친다. 비교적 단조롭고 평이한 줄거리로 인해 요란한 판타지를 기대하는 성인 관객에게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컴퓨터그래픽과 못생겼지만 귀여운 요정 캐릭터들, 소박하고 따뜻한 가족이야기 등 가족용 판타지 영화로서 매력적인 요소도 많다. 어린이 관객의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이다. 수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성인 관객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등록일 2008.02.11
대단한 신인감독의 데뷔작 한 편이 등장했다.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 <한> 등으로 주목받은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는 한국영화사상 가장 훌륭한 데뷔작 중 한 편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연쇄살인마와 이를 쫓는 추격자 이야기라는 스릴러 장르의 전형적인 틀을 한국의 사회상과 접목시킨 <추격자>는 매끈한 기술적 완성도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섬뜩할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 좀처럼 쉴 틈을 주지 않는 속도감 넘치는 사건 전개를 선보이며 개봉 전부터 2008년 한국영화 최고의 화제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영화는 출장안마를 하는 젊은 여자가 고객으로 보이는 청년을 태우고 간 후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자 전직 형사인 출장안마사 사장 엄중호(김윤석)은 여자들이 도망을 간 것으로 생각한다. 중호는 한 남자 손님의 전화를 받고 미진(서영희)을 보낸 후 그 전화번호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진을 불러낸 남자가 여자들을 팔아 넘겼을 것이라 추측한 중호는 미진에게 집주소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보내라고 말한다. 독감에 걸린 상태로 어린 딸아이를 단칸방에 두고 나온 미진은 영민(하정우)을 따라 정원이 딸린 저택에 들어가지만 통화불능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낙담한다. 유유자적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미진을 포박한 영민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들로 인해 집을 나선다. 미진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영민과 맞닥뜨린 중호는 영민의 옷깃에 묻은 피를 보고 영민이 범인임을 직감한다. 어두운 골목길을 누비는 추격 끝에 영민을 붙잡은 중호는 형사를 사칭했다는 죄로 함께 파출소로 연행된다. 영민은 진술서를 쓰는 도중 여자를 팔아 넘긴 것이 아니라 죽였다고 웃으며 고백하지만 정작 관할 경찰서에 도착해서는 진술을 번복한다. 영민이 범행을 저지른 곳과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로 다른 데다 뚜렷한 물증도 없으니 경찰로서도 무작정 영민을 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 미진을 찾고 영민의 죄를 입증하기 위한 중호의 분노 어린 추격전은 단 1분도 쉴 틈이 없이 전개된다. <추격자>는 전통적인 경찰 액션 스릴러의 흔한 플롯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자비하고 지능적인 살인마와 이를 쫓는 형사. 범인이 초반부터 분명하게 드러나 대립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공공의 적>이 떠오르고, 범인을 잡기 위해 미치도록 애쓰는 욕쟁이 형사를 생각하면 <살인의 추억>이 연상된다. 하지만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를 잡는 것은 형사가 아니라 포주, 공식명칭으로 하면 출장안마사 사장이다. 전직 형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형사라는 범주 내에 있지만, 사명감이나 의무감 혹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생각에서 범인을 잡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속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추격자>는 인간 쓰레기가 더 독한 인간 쓰레기를 잡는 스릴러 액션이다. 강렬한 캐릭터가 대립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단지 액션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크다. 살아 숨쉬는 듯 주어진 캐릭터를 100% 이상 소화해낸 김윤석과 하정우의 재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 또한 칭찬할 수밖에 없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분노를 가진 악마 같은 두 캐릭터가 두뇌와 육체를 동원해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일 때 관객들은 실시간의 체력 소모를 느끼며 그 속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뉴스에 보도되는 일련의 연쇄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방관 혹은 무관심 등의 구조적 문제가 영화의 플롯과 연결될 때 살 떨리는 현실감은 더욱 고조된다. 사회 치안보다 정치권과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며 성과에 연연하는 경찰의 현실은 풍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중호와 영민의 대립을 더욱 첨예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추격자>는 한국 스릴러 액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자격 조건을 일찌감치 충족시키며 관객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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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2월 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2. 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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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귀휴> - 마음을 울리는 진심어린 부성애 |
등록일
2008.02.01
귀휴(歸休). 근무 중이거나 복역 중인 사람이 일정 기간 휴가를 얻는 일. 무기수 태주(신현준)가 세상과 오랜만에 만날 수 있게 된 계기다. 조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임무로 살인을 저지른 후 무기수가 된 태주는 고등학교 친구인 영우(허준호)의 딸에게 간을 이식한다는 조건으로 10일간의 귀휴를 받는다. 영우의 딸 세희(조수민)는 간에 구리가 축적되는 병인 희귀병인 윌슨병을 앓고 있다. 형사가 된 영우의 부탁으로 귀휴를 나온 태주는 자신을 감시하던 영우의 후배 형사 동현(권오중)이 방심하는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한다.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인 혜영(하지원)을 찾기 위해서다. 결국 태주는 영우와 동현에게 다시 잡혀 영우의 집에 감금되고 영우, 세희와 함께 원치 않는 수술을 준비한다.
<귀휴>에서 <마지막 선물>로 다시 <마지막 선물…귀휴>로 제목이 바뀐 이 영화는 부성애를 그린 신파극이다. <돈텔파파> <파송송 계란탁> <눈부신 날에> <날아라 허동구> <아들> <어린왕자> 등 최근 몇 년간 장르와 상관없이 한국영화가 관심을 가졌던 부자관계(혹은 유사 부자관계)가 <마지막 선물…귀휴>의 핵이다. 하지만 앞서 열거된 영화들과 <마지막 선물…귀휴>가 다른 점은 세 주인공의 관계 설정에 있다. 친구의 딸을 위해 간이식 수술에 임하는 무기수 이야기. 딸에게 아버지가 이식해줄 수 없는 간을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가 대신 이식해준다는 설정은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아니라 영화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런 필연의 결과다.
정서적으로 <마지막 선물…귀휴>는 <미워도 다시 한번>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등 전통적인 한국 신파영화의 맥을 잇는다. 한국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마지막 선물…귀휴>는 비밀스런 과거를 통해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시키게 한다. 바로 두 명의 아버지라는 설정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의 대립/공존은 <마지막 선물…귀휴>가 관객들에게 흥미와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죽어가는 딸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두 남자의 애절한 부성애와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질투 어린 사랑이 조합돼 고전적인 신파극을 만들어낸다. 희귀병, 간이식수술, 귀휴, 두 아버지 등 극단적인 설정들 탓에 이야기 사실적이거나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다. 슬픈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해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작위적 시도를 감행하지도 않는다.
영화적 완성도나 참신함을 떠나 <마지막 선물…귀휴>가 자극하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를 인식하기 전부터 내재돼 있는 가족에 대한 감정이다. <마지막 선물…귀휴>에는 영화를 구성하고 관객을 요리하는 손재주는 없지만 마음을 울리는 순박한 진심이 담겨 있다. 영화를 평가하는 머리가 아니라 영화를 소비하는 가슴으로 본다면, 눈물이 자연스레 흐르는 걸 감당할 도리는 없다.
<귀휴>에서 <마지막 선물>로 다시 <마지막 선물…귀휴>로 제목이 바뀐 이 영화는 부성애를 그린 신파극이다. <돈텔파파> <파송송 계란탁> <눈부신 날에> <날아라 허동구> <아들> <어린왕자> 등 최근 몇 년간 장르와 상관없이 한국영화가 관심을 가졌던 부자관계(혹은 유사 부자관계)가 <마지막 선물…귀휴>의 핵이다. 하지만 앞서 열거된 영화들과 <마지막 선물…귀휴>가 다른 점은 세 주인공의 관계 설정에 있다. 친구의 딸을 위해 간이식 수술에 임하는 무기수 이야기. 딸에게 아버지가 이식해줄 수 없는 간을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가 대신 이식해준다는 설정은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아니라 영화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런 필연의 결과다.
정서적으로 <마지막 선물…귀휴>는 <미워도 다시 한번>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등 전통적인 한국 신파영화의 맥을 잇는다. 한국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마지막 선물…귀휴>는 비밀스런 과거를 통해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시키게 한다. 바로 두 명의 아버지라는 설정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의 대립/공존은 <마지막 선물…귀휴>가 관객들에게 흥미와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죽어가는 딸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두 남자의 애절한 부성애와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질투 어린 사랑이 조합돼 고전적인 신파극을 만들어낸다. 희귀병, 간이식수술, 귀휴, 두 아버지 등 극단적인 설정들 탓에 이야기 사실적이거나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다. 슬픈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해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작위적 시도를 감행하지도 않는다.
영화적 완성도나 참신함을 떠나 <마지막 선물…귀휴>가 자극하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를 인식하기 전부터 내재돼 있는 가족에 대한 감정이다. <마지막 선물…귀휴>에는 영화를 구성하고 관객을 요리하는 손재주는 없지만 마음을 울리는 순박한 진심이 담겨 있다. 영화를 평가하는 머리가 아니라 영화를 소비하는 가슴으로 본다면, 눈물이 자연스레 흐르는 걸 감당할 도리는 없다.
<6년째 연애중> - 현실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담긴 베테랑 연애담 |
등록일
2008.02.01
<6년째 연애중>의 시작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이다. 등장인물의 직업마저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출판기획자인 다진(김하늘)과 홈쇼핑 PD 재영(윤계상)은 6년째 연애 중이다. 동거는 아니지만 바로 옆집에 살면서 동거와 다름 없이 사는 그들은 막연하게 곧 결혼할 생각이다. 연애 초기의 설렘이나 긴장감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 몇 년은 함께 산 부부와 다를 바 없다. 이젠 기념일에 함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게 된 다진과 재영은 비슷한 시기에 한눈을 팔게 된다. 재영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지은(차현정)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진 또한 자신이 기획 중인 책 표지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 만나던 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조금씩 가까워진다.
<6년째 연애중>은 겉보기와 달리 트렌디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다. 낯선 만남-관계의 발전-오해나 실수로 인한 다툼-화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도 거리가 아주 멀다. 일단 두 인물이 6년째 연애 중이라는 건 일상적인 로맨스의 초기 요소인 판타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순진하고 희망적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던 로맨스 드라마는 재영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환상을 떠나 현실에 입각했을 때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 <6년째 연애중>은 다진과 재영을 통해 이야기한다.
연애와 감정에 대한 두 주인공의 일상적인 싸움과 고민은 오랜 기간의 연애를 경험한 관객에게 공감을 사기 충분할 만큼 현실적이다. 6년째 연애 중인 것 같은 두 배우들의 꾸밈 없는 연기도 한몫 한다. 여기엔 무리한 해피엔딩도 없고 어두운 비관적 시선도 없다. 어쩌면 지리멸렬하고 지지부진한 일상만 있는지도 모른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들보다 훨씬 사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사건과 고민의 범위가 좁고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다는 점은 <6년째 연애중>이 지닌 장점을 단점으로도 보이게 만든다. 6년의 사건과 감정, 고민, 희망을 압축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다.
<6년째 연애중>은 겉보기와 달리 트렌디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다. 낯선 만남-관계의 발전-오해나 실수로 인한 다툼-화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도 거리가 아주 멀다. 일단 두 인물이 6년째 연애 중이라는 건 일상적인 로맨스의 초기 요소인 판타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순진하고 희망적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던 로맨스 드라마는 재영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환상을 떠나 현실에 입각했을 때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 <6년째 연애중>은 다진과 재영을 통해 이야기한다.
연애와 감정에 대한 두 주인공의 일상적인 싸움과 고민은 오랜 기간의 연애를 경험한 관객에게 공감을 사기 충분할 만큼 현실적이다. 6년째 연애 중인 것 같은 두 배우들의 꾸밈 없는 연기도 한몫 한다. 여기엔 무리한 해피엔딩도 없고 어두운 비관적 시선도 없다. 어쩌면 지리멸렬하고 지지부진한 일상만 있는지도 모른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들보다 훨씬 사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사건과 고민의 범위가 좁고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다는 점은 <6년째 연애중>이 지닌 장점을 단점으로도 보이게 만든다. 6년의 사건과 감정, 고민, 희망을 압축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다.
<찰리 윌슨의 전쟁> - 괴짜 하원의원의 유쾌한 전쟁 |
등록일
2008.02.01
미국 텍사스의 하원의원 찰리 윌슨(톰 행크스)은 술과 여자를 즐기는 한량이지만 똑부러진 일처리 능력으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미녀들과 파티가 한창이던 어느 날, 찰리 윌슨은 TV를 통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두려워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방관하고 있던 상태.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찰리 윌슨은 텍사스의 대표적인 로비스트이자 옛 연인인 조앤 헤링(줄리아 로버츠)의 도움을 받아 파키스탄의 지아 대통령을 만난다. 소련의 무차별 공격으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찰리 윌슨은 아프가니스탄 반군들을 돕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클로저>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찰리 윌슨의 전쟁>은 소련의 침공으로 신음을 앓던 아프가니스탄을 구제해 준 실존인물 찰리 윌슨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한창이던 1980년, 찰리 윌슨은 미국 국방분과위원회와 교섭을 벌이며 아프가니스탄의 무기지원을 비밀리에 추진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찰리 윌슨을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위대한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 속 찰리 윌슨은 지아 대통령과의 공식석상에서 술을 마시려다 빈축을 사기도 하고, 라스베가스에서 발생한 마약 스캔들에 연루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술과 여자를 밝히는 한량 하원의원이 아프가니스탄 무기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해학과 풍자는 단순히 찰리 윌슨의 인물 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기지원은 전폭적이지만 학교, 병원 등의 공공시설에는 돈을 쓰려하지 않는 정치인들, 그리스 출신인 탓에 외교문제를 다루는 임원직을 번번히 거절당하는 CIA요원 거스트 등의 인물들을 그려내는 장면은 꽤나 통렬하다. <찰리 윌슨의 전쟁>은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각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해프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영화는 찰리 윌슨의 지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반군이 훗날 9.11 테러를 일으킨 원흉이 됐다고 설명하지만 미국과 중동지역의 첨예한 관계를 묘사하지 않아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클로저>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찰리 윌슨의 전쟁>은 소련의 침공으로 신음을 앓던 아프가니스탄을 구제해 준 실존인물 찰리 윌슨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한창이던 1980년, 찰리 윌슨은 미국 국방분과위원회와 교섭을 벌이며 아프가니스탄의 무기지원을 비밀리에 추진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찰리 윌슨을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위대한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 속 찰리 윌슨은 지아 대통령과의 공식석상에서 술을 마시려다 빈축을 사기도 하고, 라스베가스에서 발생한 마약 스캔들에 연루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술과 여자를 밝히는 한량 하원의원이 아프가니스탄 무기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해학과 풍자는 단순히 찰리 윌슨의 인물 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기지원은 전폭적이지만 학교, 병원 등의 공공시설에는 돈을 쓰려하지 않는 정치인들, 그리스 출신인 탓에 외교문제를 다루는 임원직을 번번히 거절당하는 CIA요원 거스트 등의 인물들을 그려내는 장면은 꽤나 통렬하다. <찰리 윌슨의 전쟁>은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각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해프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영화는 찰리 윌슨의 지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반군이 훗날 9.11 테러를 일으킨 원흉이 됐다고 설명하지만 미국과 중동지역의 첨예한 관계를 묘사하지 않아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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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1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8. 1.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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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듸오 데이즈> - 개봉박두! 조선 최초 라디오 연속극 |
등록일
2008.01.29
1930년대 경성의 경성라디오방송국, 청취율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는 사장의 명령에 한량 PD 로이드(류승범)는 당대 최고의 신여성이자 재즈가수인 마리(김사랑)를 불러와 생방송 콘서트를 내보낸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라는 사장의 요구에 로이드는 라디오 연속극을 구상하고 자칭 ‘방송극을 위해 태어난 글쟁이’ 노봉알(김뢰하)을 끌어들인다. 로이드는 노봉알이 쓴 ‘사랑의 시나리오’ 대본을 토대로 아나운서 만철(오정세), 마리, 기생 명월(황보라)을 성우로 기용해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시작한다. 동지들과 독립운동을 펼치던 K(이종혁)는 라디오 전파를 이용한 거사를 꾸미기 위해 음향효과기사로 방송국에 위장 취업한다.
야심차게 기획된 라디오 연속극은 첫 방송부터 삐걱거린다. 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한 마리와 명월의 자존심 싸움이 화근이다. 마리는 자기가 맡은 연속극 속 인물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6개월 만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으로 바꿔버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드리브와 실수로 라디오 연속극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고, 단 한 번도 결말을 써본 적이 없는 노 작가는 어떻게 결말을 써야 할지 암담해 한다.
<라듸오 데이즈>와 가장 유사한 영화로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떠올릴 수 있다.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극중 성우들의 신경전과 막무가내 애드리브로 인해 정신없이 뒤바뀌는 극본이 웃음을 자아낸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보다 훨씬 옛날이 시간적 배경이지만,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에 구애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재를 패러디한다. 성우들의 애드리브로 뒤바뀐 극본을 수정하기 위해 로이드와 노 작가, 아이디어 뱅크인 사환 순덕(고아성)은 기억상실증과 이복남매 같은 한국식 드라마의 전형적인 장치들을 이용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패러디하는 TV시리즈 <하늘이시여>도 그 중 하나다.
청취자들이 방송국 앞에서 연속극의 결말을 놓고 시위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라듸오 데이즈>는 쪽대본에 의해 하루하루 촬영하고 연장방송을 일삼는 한국 TV방송국의 현재를 코믹하게 풍자한다. 연속극 내용마저 간섭하는 일제의 횡포와 일제에 대항하는 일군의 독립운동가가 시대적 배경을 환기시키기는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만드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단지 ‘조선 최초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드라마 제작이라는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한 영화’처럼 보인다. 류승범과 오정세, 이종혁의 호연도 허약한 영화적 갈등 구조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다.
야심차게 기획된 라디오 연속극은 첫 방송부터 삐걱거린다. 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한 마리와 명월의 자존심 싸움이 화근이다. 마리는 자기가 맡은 연속극 속 인물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6개월 만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으로 바꿔버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드리브와 실수로 라디오 연속극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고, 단 한 번도 결말을 써본 적이 없는 노 작가는 어떻게 결말을 써야 할지 암담해 한다.
<라듸오 데이즈>와 가장 유사한 영화로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떠올릴 수 있다.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극중 성우들의 신경전과 막무가내 애드리브로 인해 정신없이 뒤바뀌는 극본이 웃음을 자아낸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보다 훨씬 옛날이 시간적 배경이지만,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에 구애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재를 패러디한다. 성우들의 애드리브로 뒤바뀐 극본을 수정하기 위해 로이드와 노 작가, 아이디어 뱅크인 사환 순덕(고아성)은 기억상실증과 이복남매 같은 한국식 드라마의 전형적인 장치들을 이용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패러디하는 TV시리즈 <하늘이시여>도 그 중 하나다.
청취자들이 방송국 앞에서 연속극의 결말을 놓고 시위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라듸오 데이즈>는 쪽대본에 의해 하루하루 촬영하고 연장방송을 일삼는 한국 TV방송국의 현재를 코믹하게 풍자한다. 연속극 내용마저 간섭하는 일제의 횡포와 일제에 대항하는 일군의 독립운동가가 시대적 배경을 환기시키기는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만드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단지 ‘조선 최초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드라마 제작이라는 단조로운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에피소드들은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한 영화’처럼 보인다. 류승범과 오정세, 이종혁의 호연도 허약한 영화적 갈등 구조를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더 게임> - 스릴러와 드라마의 예기치 못한 충돌 |
등록일
2008.01.29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에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첫 질문은 남자냐는 거다. 덕분에 내기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왠지 의심스럽다. 잘못 걸려온 전화겠거니 하고 끊어버린 희도는 집으로 찾아온 한 중년여인 혜린(이혜영)에 이끌려 외딴 대저택에 발을 들여놓는다. 희도를 반갑게 맞이하는 노인 강노식(변희봉). 희도에게 알 수 없는 전화를 걸었던 장본인이다. 금융계의 전설적 대부인 노식은 희도에게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제안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남자가 받느냐 여자가 받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것. 노인은 내기에 30억 원을 내놓겠다고 말하고 희도에게는 육체를 내놓으라고 한다. 강노식의 제안을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간 희도는 사채업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친구 은아(이은성)를 보고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일본 만화 [체인지]를 각색한 <더 게임>은 죽음을 앞둔 재벌 노인이 내기를 걸어 젊은 남자의 몸을 강탈한다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뇌 이식 수술로 육체가 뒤바뀐 두 사람, <페이스오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육체를 바꾼 노인과 청년은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과 욕망을 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젊음을 탐하는 노인, 돈을 탐하는 청년. 승자는 일단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강노식이다. 권력과 젊음을 손에 쥔 강노식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몸부림치고, 재화를 탐하다 모든 것을 잃게 된 민희도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의 몸을 이끌고 육체를 되찾고자 강노식에게 버림받은 전처 혜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육체를 얻게 됐지만 더욱 외로운 처지에 놓인 강노식은 은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고, 도박꾼인 삼촌 민태석(손현주)을 겨우 믿게 만든 민희도는 혜린의 도움을 받아 강노식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계획을 꾸민다.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 <더 게임>은 젊은이의 신체를 강탈한 노인과 육체를 강탈당한 청년의 대결을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지만 두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갈등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을 대하는 두 인물들의 내면과 외적 상황들에 주목한다. 젊음을 얻은 노인은 쾌락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혹 떼려다 혹을 붙이게 된 청년은 삼촌에게 만화 같은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전자는 악마의 드라마이고, 후자는 <빅>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코믹 판타지다. 영화 속 변희봉의 행동거지와 말투를 재현하는 신하균과 어린이처럼 울상을 지으며 불쌍한 표정을 연신 반복하는 변희봉의 연기는 심각한 긴장과 만화적인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두 인물을 맞바꿔 연기하는 1인 2역의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 게임>은 무척 흥미롭다. <더 게임>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라기보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예기치 못한 충돌을 하는 상황극이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일본 만화 [체인지]를 각색한 <더 게임>은 죽음을 앞둔 재벌 노인이 내기를 걸어 젊은 남자의 몸을 강탈한다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뇌 이식 수술로 육체가 뒤바뀐 두 사람, <페이스오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육체를 바꾼 노인과 청년은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과 욕망을 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젊음을 탐하는 노인, 돈을 탐하는 청년. 승자는 일단 돈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강노식이다. 권력과 젊음을 손에 쥔 강노식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몸부림치고, 재화를 탐하다 모든 것을 잃게 된 민희도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의 몸을 이끌고 육체를 되찾고자 강노식에게 버림받은 전처 혜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육체를 얻게 됐지만 더욱 외로운 처지에 놓인 강노식은 은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고, 도박꾼인 삼촌 민태석(손현주)을 겨우 믿게 만든 민희도는 혜린의 도움을 받아 강노식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계획을 꾸민다.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 <더 게임>은 젊은이의 신체를 강탈한 노인과 육체를 강탈당한 청년의 대결을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지만 두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갈등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을 대하는 두 인물들의 내면과 외적 상황들에 주목한다. 젊음을 얻은 노인은 쾌락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혹 떼려다 혹을 붙이게 된 청년은 삼촌에게 만화 같은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전자는 악마의 드라마이고, 후자는 <빅>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코믹 판타지다. 영화 속 변희봉의 행동거지와 말투를 재현하는 신하균과 어린이처럼 울상을 지으며 불쌍한 표정을 연신 반복하는 변희봉의 연기는 심각한 긴장과 만화적인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두 인물을 맞바꿔 연기하는 1인 2역의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 게임>은 무척 흥미롭다. <더 게임>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라기보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예기치 못한 충돌을 하는 상황극이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마음보다는 메시지, 감동보다는 교훈 |
등록일
2008.01.28
외주제작사에서 3년째 휴먼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송수정 프로듀서(전지현)는 이제 막 사표를 낼 참이다. 밀린 월급을 기다리는 것도 신물이 나고, 눈물과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것도 지겹기 때문이다. 조작된 감동을 찍느니 아프리카 사자를 찍겠다며 월급 대신 회사 카메라를 들고 나온 수정은 지하철 역에서 카메라를 날치기 당한다. 힘겹게 도둑의 뒤를 쫓던 수정 앞에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카메라를 되찾아 준다. 자세히 보니 회사 사장이 알려준 별난 사나이다. 자칭 슈퍼맨(황정민)이라고 주장하는 이 남자는 악당이 머리 속에 넣은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현재 초능력을 쓸 수는 없는 상태라고 우긴다. 수정은 제정신이 아닌 듯하지만 사소한 선행에 앞장서는 슈퍼맨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휴먼 드라마 <말아톤>과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풀어낸 <좋지아니한가>로 극단적인 장르 이동을 감행했던 정윤철 감독이 이 두 가지를 절충한 작품을 내놓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처럼 독특한 인물을 소재로 하지만 <좋지아니한가>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두 작품 사이를 오가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시킨다. 비일상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특징을 반복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은 <말아톤>과 유사하지만. 현실성에 토대를 둔 <말아톤>보다 ‘달의 뒷면’ 같은 특징에 집중하는 <좋지아니한가>에 가깝다.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짧은 시간 내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슈퍼맨의 이상한 행동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다가 그가 이상하게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하지만 <말아톤>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감독의 독창적인 시도도 찾기 힘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말아톤>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하지만 <말아톤>처럼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슈퍼맨의 삶을 현실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슈퍼맨의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거나 뜬금없이 역사적 상처를 개인화시켜 동기화시키는 것으로는 관객의 동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슈퍼맨의 선행과 엉뚱한 행동도 캐릭터의 특징으로 읽히기보다는 영화의 원론적인 교훈적 메시지로 읽힌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준다거나 횡단보도 위의 할머니를 돕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행동들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만들어내지도 스스로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열된 에피소드들이 축적돼 입체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결말부의 사건 역시 단지 나열된 에피소드 중 하나로만 보인다. 빈번한 등장으로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환상 장면은 사실적인 감정으로 팽창해야 할 클라이맥스마저 위조된 사건으로 느끼게 만든다.
작위적인 결말부의 화재 장면은 눈물을 뽑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은 삶의 입체감과 생기를 느낄 때 움직인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보다 이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거창한 우화로 둔갑한 공익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한 일을 하고 환경을 보호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가르침과 교훈이 넘쳐나지만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휴먼 드라마 <말아톤>과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풀어낸 <좋지아니한가>로 극단적인 장르 이동을 감행했던 정윤철 감독이 이 두 가지를 절충한 작품을 내놓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처럼 독특한 인물을 소재로 하지만 <좋지아니한가>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두 작품 사이를 오가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시킨다. 비일상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특징을 반복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은 <말아톤>과 유사하지만. 현실성에 토대를 둔 <말아톤>보다 ‘달의 뒷면’ 같은 특징에 집중하는 <좋지아니한가>에 가깝다. 친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짧은 시간 내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슈퍼맨의 이상한 행동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다가 그가 이상하게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하지만 <말아톤>의 감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감독의 독창적인 시도도 찾기 힘들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독립영화적 감수성을 <말아톤>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하지만 <말아톤>처럼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좋지아니한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슈퍼맨의 삶을 현실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슈퍼맨의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거나 뜬금없이 역사적 상처를 개인화시켜 동기화시키는 것으로는 관객의 동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슈퍼맨의 선행과 엉뚱한 행동도 캐릭터의 특징으로 읽히기보다는 영화의 원론적인 교훈적 메시지로 읽힌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준다거나 횡단보도 위의 할머니를 돕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는 행동들이 캐릭터의 입체감을 만들어내지도 스스로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열된 에피소드들이 축적돼 입체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결말부의 사건 역시 단지 나열된 에피소드 중 하나로만 보인다. 빈번한 등장으로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환상 장면은 사실적인 감정으로 팽창해야 할 클라이맥스마저 위조된 사건으로 느끼게 만든다.
작위적인 결말부의 화재 장면은 눈물을 뽑아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은 삶의 입체감과 생기를 느낄 때 움직인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보다 이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거창한 우화로 둔갑한 공익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한 일을 하고 환경을 보호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가르침과 교훈이 넘쳐나지만 감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원스어폰어타임> - 웃어라, 가볍지만 유쾌한 팝콘영화니까 |
등록일
2008.01.28
1940년대 일제 치하의 경성.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부 제1권력자 총감(김응수)은 석굴암 본존불상의 미간백호상 이마에 박혀 있던 3천 캐럿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수년간 집요한 노력 끝에 동방의 빛을 찾아낸 총감은 일본의 패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동방의 빛을 신속하게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해 환송회를 개최한다. 동방의 빛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환송회에 모여든다. 경성 최고의 사기꾼인 봉구(박용우)와 경성 최고의 도둑 ‘해당화’로 활약하는 재즈 가수 춘자(이보영) 그리고 춘자가 무대에 서는 ‘미네르-바’에서 각각 사장(성동일)과 요리사(조희봉)로 위장해 일하고 있는 두 명의 독립군이 그들이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동방의 빛’ 환송회에 참석한 봉구와 춘자 그리고 두 명의 독립군은 각자 세운 계획대로 행동을 개시한다.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일제 치하의 경성은 근대 한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흥미를 끈다. 긴 머리를 자르고 서양식 의복을 입기 시작한 시대, 서양의 음악과 음식이 들어온 시대, 다시 말해 문화의 급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던 시대가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적 특성을 활용해 <원스어폰어타임>은 1940년대의 경성을 할리우드식 코믹 어드벤처 범죄물의 배경으로 삼는다. 해방 직전, 일제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이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 고민거리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독립군’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사 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시공간적 배경에 부합하는 장르적 장치에 불과하다.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미네르-바의 두 독립군이 <덤 앤 더머>의 주인공들처럼 희화화되는 것도 역사적 의식을 최소화시키고 장르적 장치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 봉구와 춘자이지만, 봉구와 춘자의 비중은 요리사와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요리사와 사장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많다. 캐릭터가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도 주인공과 큰 차이가 없다. 봉구와 춘자의 캐릭터가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두 캐릭터보다 약하다는 건 <원스어폰어타임>의 커다란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끈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해도 <원스어폰어타임>은 오락영화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개, 재치 넘치는 유머와 코믹한 캐릭터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조화를 이룬다. 가끔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재미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배반하는 정도는 아니다. 정용기 감독의 이전 영화들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 2, 3편의 과장되고 작위적인 면도 많이 정제되고 순화됐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라 부르기도 힘들고 진지한 맛도 없지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원스어폰어타임>은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일제 치하의 경성은 근대 한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흥미를 끈다. 긴 머리를 자르고 서양식 의복을 입기 시작한 시대, 서양의 음악과 음식이 들어온 시대, 다시 말해 문화의 급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던 시대가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적 특성을 활용해 <원스어폰어타임>은 1940년대의 경성을 할리우드식 코믹 어드벤처 범죄물의 배경으로 삼는다. 해방 직전, 일제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이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 고민거리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독립군’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사 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시공간적 배경에 부합하는 장르적 장치에 불과하다.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미네르-바의 두 독립군이 <덤 앤 더머>의 주인공들처럼 희화화되는 것도 역사적 의식을 최소화시키고 장르적 장치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 봉구와 춘자이지만, 봉구와 춘자의 비중은 요리사와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요리사와 사장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많다. 캐릭터가 더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도 주인공과 큰 차이가 없다. 봉구와 춘자의 캐릭터가 코믹한 조연으로 배치된 두 캐릭터보다 약하다는 건 <원스어폰어타임>의 커다란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매끈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해도 <원스어폰어타임>은 오락영화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잊지 않는다. 작위적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 전개, 재치 넘치는 유머와 코믹한 캐릭터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조화를 이룬다. 가끔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재미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배반하는 정도는 아니다. 정용기 감독의 이전 영화들인 <가문의 영광> 시리즈 2, 3편의 과장되고 작위적인 면도 많이 정제되고 순화됐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라 부르기도 힘들고 진지한 맛도 없지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원스어폰어타임>은 크게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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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웨이츠 | |||
다니엘 크레이그, 니콜 키드먼, 에바 그린 | |||
7.62 (참여:120명) | |||
6.50 (참여:2명) | |||
등록일 2007.12.17
<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은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로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뉴라인 시네마가 내놓은 또 한 편의 판타지 삼부작이다.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이 팔린 필립 풀먼의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 [황금나침반] 삼부작 중 첫 번째 책을 영화로 옮겼다. <아메리칸 파이 American Pie> <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크리스 웨이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컴퓨터 그래픽에만 8,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전체 제작비에 2억 5,000만 달러를 쓸 정도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내에선 여타 판타지 블록버스터보다 나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황금나침반>은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과 다르듯 <황금나침반> 역시 <반지의 제왕>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의 반지처럼 황금나침반이 절대권력의 상징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황금나침반>의 중심은 황금나침반이 아니라 미지의 물질 ‘더스트’다.
지구와 다른 우주에 놓인 또 하나의 지구, 이곳 사람들은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있어서 동물 모양으로 생긴 영혼의 존재인 데몬을 모두 하나씩 지니고 있다.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처럼 생긴 조던 대학에서 학자들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소녀 라라(다코타 블루 리처즈)는 조던 대학의 학장으로부터 마지막 남은 황금나침반을 받는다. 라라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황금나침반의 비밀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학자이자 탐험가인 아스리엘 경(다니엘 크레이그)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더스트를 노스폴에서 발견하고 이 사실을 학계에 보고하지만 권력이 흔들릴 것을 염려하는 종교집단 매지스테리움은 아스리엘 경의 연구를 막으려 한다. 조던 대학에서 만난 콜터 부인(니콜 키드먼)의 비행선을 타고 어둠의 세력 ‘고블러’에 납치된 친구들을 찾아 노스폴로 떠나던 라라는 황금나침반을 탐내는 콜터 부인의 음모를 피해 탈출을 시도한다. 라라는 아이들을 납치한 어둠의 세력 고블러의 과학자들이 아이들과 데몬을 분리시키는 위험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콜터 부인이 고블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집시족과 하늘을 나는 헥스족, 조종사 리 스코스비, 스발바드 왕국에서 쫓겨난 아머 베어족 이올게 버니슨 등과 함께 라라는 황금나침반을 지켜내고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오른다.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은 간단히 설명하기 힘든 내용을 지니고 있다. 일단 개념부터 생소하다. 평행이론을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우주,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데몬, 다른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더스트 등 낯선 개념들을 먼저 이해한 다음에는 갑옷을 입은 말하는 전투 곰 아머 베어, 매지스테리움, 인간과 데몬을 분리하는 인터시즌 실험, 마법의 능력을 지닌 헥스족 등 낯선 고유명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원작소설을 읽은 독자가 아니라면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황금나침반>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느라 정신 없이 자막을 읽어나갈 것이다. 삼부작 중 1편에 해당하는 <황금나침반>은 캐릭터 및 배경설명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방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2시간짜리 영화에 옮기기 힘들었는지 3부작 소설의 1권 중 마지막 세 챕터는 2편의 첫 부분으로 옮겨졌다. 스토리가 산만하고 전개가 너무 급작스런 느낌을 주는 것도 과도한 압축과 무관하지 않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보다 훨씬 무겁고 훨씬 복잡한 세계를 지닌 <황금나침반>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 2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일 것이다. 물리, 종교, 철학, 신학, 문학, 역사 등을 망라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원작의 세계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개념 설명과 캐릭터 및 배경 소개, 줄거리의 단순한 압축만으로 채워진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이다. 원작에 표현된 반기독교적 사상이 대부분 제거된 덕에 논란거리는 줄어들었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인해 판타지 영화로서의 화젯거리는 늘어났다. 압축과 생략의 균형에서 일부분 실패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지만, <황금나침반>에 대한 평가는 나머지 두 편이 완성된 후 이야기하는 것이 정당할 듯하다. |
용의주도 미스 신
박용집 | |||
한예슬 | |||
6.77 (참여:84명) | |||
2.00 (참여:1명) | |||
등록일 2007.12.17
신미수(한예슬)는 바쁘다. 광고대행사 AE로도 할 일이 산더민데 간수해야 할 남자는 또 한둘이 아니다. 재벌 3세(권오중)와 고시생 윤철(김인권), ‘몸 좋은’ 연하남 현준(손호영)을 동시에 만나고 있는 미수. 이들 가운데 누구와 결혼을 해야 ‘밝은 미래’를 위한 정답이 될까 골머리를 썩고 있는 그녀 앞에 어느 날 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같은 아파트에 이사온 이웃집 남자 한동민(이종혁)은 그러나 미수의 연애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 둘은 원수에 더 가깝다. 이사 첫날 동민의 화분을 깬 것을 시작으로 미수와 동민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사이로 발전한다. 원수든 애인이든, 동시에 네 남자에게 둘러싸인 신미수. <용의주도 미스신>은 네 남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신미수의 좌충우돌 연애담이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멀리 <싱글즈>와 < Mr. 로빈 꼬시기>, 가까이로는 <어깨너머의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의 어수룩한 연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 Mr. 로빈 꼬시기>를 빼 닮았다면 남자든, 일이든 ‘내 손으로’ 찾아나서는 20대 후반의 당찬 여성은 <싱글즈>의 ‘그녀들’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다 남자를 진심 어린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 취향대로 고르는 ‘쇼핑 품목’처럼 여기는 건 <어깨너머의 연인>을 닮았다. 그런 면에서 <용의주도 미스신> 역시 20, 30대 커리어우먼의 연애와 결혼 방식을 트렌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 일을 바라보는 이 시대 커리어우먼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네 남자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머리를 굴리던 신미수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진심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 영화의 이야기 줄기는 트렌디는커녕 진부하기 그지없는 낡은 이야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거기다 일도, 외모로도 그 누구에게 빠지지 않는 신미수가 왜 남자의 돈과 명성에 그토록 집착하는지에 대해 영화는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여러 남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신미수가 별다른 계획도 없이 꿈을 좇아 훌쩍 비행기에 오르는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선 <용의주도 미스신>이 20, 30대 커리어우먼의 심리를 얼마나 표면적으로 담고 있는지 쉽게 드러난다. 꿈을 향한 구체적인 계획도, 자신의 삶에 대한 뚜렷한 주체성도 없이 무작정 가방을 꾸리는 신미수의 모습은 이 시대 트렌디드라마들이 ‘꿈’에 대해 표현하는 가장 트렌디한, 그와 동시에 가장 안일한 방식 중 하나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용의주도 미스신>의 낡은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은 신미수를 연기한 한예슬.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나상실’로 큰 인기를 모았던 한예슬은 스크린 데뷔작인 <용의주도 미스신>에서 도도하고 매력 넘치지만 어딘가 순진한 구석을 품고 있는 신미수를 능청스레 연기하며 영화에 웃음을 새긴다. 한예슬과 함께 호흡을 맞춘 권오중, 김인권, 이종혁 세 남자배우들 역시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표현해냈다. 그룹 ‘GOD’ 출신으로 <용의주도 미스신>을 통해 연기에 도전한 손호영은 그러나 랩퍼라는 캐릭터에 맞게 노래를 할 뿐 연기자로서의 큰 변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용의주도 미스신>은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조감독을 맡았던 박용집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
<내사랑> - <러브 액츄얼리>보다는 <새드무비> |
등록일
2007.12.17
일생에 단 한 번 볼까 말까 한 개기일식이 펼쳐지던 어느 날, 네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사랑이라는 알맹이는 같지만, 사연은 제각각이다. 지하철로 인연을 맺은 세진(감우성)과 주원(최강희) 커플은 3년 전 지하철 2호선에서 처음 만나 지하철 2호선에서 데이트하다가 지하철 사고로 이별한다. 엉뚱하기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주원은 세진과 1년 동안 만나고도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며 마지막 테스트가 남았다고 말한다. 세진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주원은 세진의 생일파티에 잠깐 들렀다 떠나 버리고 세진은 서운한 마음에 모진 말을 내뱉고 화를 낸다.
대학생 커플 소현(이연희)과 지우(정일우)는 소주잔을 나누며 사랑을 키운 커플이다. 소현은 과 선배 지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짝사랑하고 있다. 사랑의 상처로 휴학했던 지우가 복학하자 소현은 용기를 내서 다가간다. 소주 한 잔이면 취해버리는 소현이 지우와 계속 만나기 위해 동원한 방법은 술 잘 마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 처음에는 귀여운 후배로 소현을 만나던 지우 또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수정(임정은)과 정석(류승룡)은 광고대행사에서 함께 일하는 선후배 사이다. 광고기획자인 수정은 홀아비 카피라이터 정석에게 푹 빠져 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정석은 수정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수정과 함께 개기일식 이벤트를 기획하던 정석은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기로 마음 먹는다. 진만(엄태웅)은 6년 만에 서울 땅을 밟는다. 헤어진 연인과의 약속 때문이다. 전 세계를 돌며 프리허그 운동을 하던 진만은 예전에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 번호의 새 주인이 된 수정에게 부탁해 개기일식이 있는 하루 동안만 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한다.
<내사랑>은 옴니버스식 다중 플롯 구조로 이뤄진 영화다. 서로 다른 이유로 만나고 있고, 서로 다른 이유로 헤어졌지만 네 커플(혹은 세 커플과 한 남자)은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거부할 수 없는 짝사랑의 순수함과 떠나간 연인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전화번호 때문에 진만과 수정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에피소드의 이야기가 중첩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네 가지 에피소드는 거의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진행된다. 다중 플롯 구조로 만들어진 대표적 작품들인 <내쉬빌 Nashville> <매그놀리아 Magnolia> <크래쉬 Crash> 등이 지니고 있는 상호간섭의 세계관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인 것이다.
<내사랑>이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의 영향을 받은 다중 에피소드 구성의 로맨스 영화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비슷한 컨셉으로 제작된 한국영화들과 비교하자면, <내사랑>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일주일>보다 <새드무비>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 에피소드들이 독립적이라는 점과 각 에피소드를 묘사하는 방식이 비슷해서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팬시상품처럼 예쁘게 포장돼 있고 로맨스의 공상적인 성격을 두드러지게 표현한다. 겨울이 시간적 배경은 아니지만, 포스터가 이야기하듯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영화다.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에너지가 <내사랑>의 단점을 감싸며 팬시상품 같은 감수성을 장점으로 뒤바꾸기 때문이다. <내사랑>은 <연애소설> <청춘영화>를 만든 이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대학생 커플 소현(이연희)과 지우(정일우)는 소주잔을 나누며 사랑을 키운 커플이다. 소현은 과 선배 지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짝사랑하고 있다. 사랑의 상처로 휴학했던 지우가 복학하자 소현은 용기를 내서 다가간다. 소주 한 잔이면 취해버리는 소현이 지우와 계속 만나기 위해 동원한 방법은 술 잘 마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 처음에는 귀여운 후배로 소현을 만나던 지우 또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수정(임정은)과 정석(류승룡)은 광고대행사에서 함께 일하는 선후배 사이다. 광고기획자인 수정은 홀아비 카피라이터 정석에게 푹 빠져 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정석은 수정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수정과 함께 개기일식 이벤트를 기획하던 정석은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기로 마음 먹는다. 진만(엄태웅)은 6년 만에 서울 땅을 밟는다. 헤어진 연인과의 약속 때문이다. 전 세계를 돌며 프리허그 운동을 하던 진만은 예전에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 번호의 새 주인이 된 수정에게 부탁해 개기일식이 있는 하루 동안만 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한다.
<내사랑>은 옴니버스식 다중 플롯 구조로 이뤄진 영화다. 서로 다른 이유로 만나고 있고, 서로 다른 이유로 헤어졌지만 네 커플(혹은 세 커플과 한 남자)은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거부할 수 없는 짝사랑의 순수함과 떠나간 연인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전화번호 때문에 진만과 수정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에피소드의 이야기가 중첩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네 가지 에피소드는 거의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진행된다. 다중 플롯 구조로 만들어진 대표적 작품들인 <내쉬빌 Nashville> <매그놀리아 Magnolia> <크래쉬 Crash> 등이 지니고 있는 상호간섭의 세계관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인 것이다.
<내사랑>이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의 영향을 받은 다중 에피소드 구성의 로맨스 영화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비슷한 컨셉으로 제작된 한국영화들과 비교하자면, <내사랑>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일주일>보다 <새드무비>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 에피소드들이 독립적이라는 점과 각 에피소드를 묘사하는 방식이 비슷해서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팬시상품처럼 예쁘게 포장돼 있고 로맨스의 공상적인 성격을 두드러지게 표현한다. 겨울이 시간적 배경은 아니지만, 포스터가 이야기하듯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영화다.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에너지가 <내사랑>의 단점을 감싸며 팬시상품 같은 감수성을 장점으로 뒤바꾸기 때문이다. <내사랑>은 <연애소설> <청춘영화>를 만든 이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존 터틀타웁 | |||
니콜라스 케이지, 다이앤 크루거, 존 보이트 | |||
10.00 (참여:2명) | |||
5.00 (참여:2명) | |||
등록일 2007.12.17
미국에 엄청난 규모의 국부를 안겨준 지난 2004년 이후,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는 미국 전역을 돌며 각종 강연과 인터뷰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벤은 아내인 애비게일(다이앤 크루거)과는 사사껀껀 말다툼으로 일관하다 현재 별거 중인 상태. 또한 벤의 절친한 동료인 라일리(저스틴 바사)는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자동차까지 압류된 상태다. 이런 벤에게 위기가 닥친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암살범인 존 윌커스 부스의 일기장에서 사라진 부분이 발견되고, 벤의 고조부가 엉겹결에 링컨 암살의 공모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순식간에 미국의 영웅 집안에서 매국노 집안으로 추락한 게이츠 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벤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실마리를 찾아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지를 누빈다.
벤 게이츠가 돌아왔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National Treasure: Book of Secrets >(이하 <내셔널 트레져 2>)은 지난 2004년 개봉되어 전세계에서 무려 3억5천만 달러가 넘는 초특급 흥행 수입을 기록한 <내셔널 트레져 National Treasure>의 3년만의 속편이다. 미국 동부 지역으로 한정되었던 1편에 비해 전세계로 그 무대를 확대하고 액션이 더 강해지는 등 스케일이 커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셔널 트레져 2>는 1편을 충실하게 재연한다. <내셔널 트레져>가 미국의 고도들인 필라델피아, 보스턴, 뉴욕 등을 무대로 미국 건국 신화에 대한 재기발랄한 비틀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면, <내셔널 트레져 2>가 건드리는 부분은 미국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에이브라함 링컨 암살기다. 프랑스에 남아있는 자유의 여신상, 영국 버킹검 궁과 백악관에 있는 두 개의 탁자 그리고 미국 대통령만이 볼 수 있다는 비밀의 책에서의 힌트를 통해 벤은 또 다시 엄청난 규모의 국부에 도달하게 된다. 동시에 게이츠 집안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은 물론이다. 할리우드의 마이다스의 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담당한 <내셔널 트레져 2>는 전편의 캐스트들과 스태프들이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쿨 러닝 Cool Runnings> 이후 줄곧 디즈니에서 연출작을 내놓고 있는 존 터틀텁의 연출은 오락 영화로서는 그다지 흡잡을 것이 없게 <내셔널 트레져 2>를 뚝딱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직소 퍼즐을 푸는 것 같은 긴박감을 주었던 전작과는 달리 <내셔널 트레져 2>의 각본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내셔널 트레져 2>의 각본은 1편에 이어 테드 엘리어트와 테리 로시오 그리고 위벌리 남매가 담당했다) 1편이 차례 차례 수수께끼를 풀어야 최종 라운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구성의 영화였다면, 2편은 이보다는 벤의 화끈한 액션에 조금 더 의존한다. 또한 벤 게이츠과 확실히 대결 구도를 이뤄야 할 악당 미치 윌킨슨의 애매한 캐릭터 설정도 <내셔널 트레져 2>의 약점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케이지, 다이앤 크루거, 저스틴 바사 등 기존 삼총사의 파트너십은 '척하면 척' 일 정도로 훌륭하다. 1편에 비해 비중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다이앤 크루거의 애비게일과 저스틴 바사의 라일리는 벤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존 보이트과 하비 카이틀 외에 영화에 새로 합류한 중견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더 퀸 The Queen>으로 그 해 전세계의 모든 영화제와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꿰찬 헬렌 미렌의 벤의 어머니인 에밀리 애플턴 역할로 출연하며, 에드 해리스가 악역 미치 윌킨슨 역할로 분해 <더 록 The Rock> 이후 11년 만에 니콜라스 케이지와 조우한다. |
같은 달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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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사쿠 켄타 | |||
쿠보즈카 요스케, 진관희, 쿠로키 메이사 | |||
7.58 (참여:52명) | |||
등록일 2007.12.17
외과 레지던트 테츠야(쿠보즈카 요스케)는 소꿉친구로 지내온 에미(쿠로키 메이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에미를 직접 고쳐주려고 의사가 된 테츠야는 늘 에미의 곁을 지키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테츠야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에미를 같이 좋아했던 돈(진관희)이 얼마 남지 않은 수감 생활을 끝마치지 못하고 탈옥했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듣는다. 돈의 탈옥은 에미가 보낸 한 통의 편지 때문에 발생한 것. 테츠야는 돈에게 여전히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에미를 보며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한편,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를 감행하던 돈은 힘겹게 에미의 집을 찾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돈은 테츠야의 방해로 에미의 얼굴조차 볼 수 없고, 테츠야는 에미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갈수록 불안함을 느낀다.
츠치다 세기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같은 달을 보고 있다 Under The Same Moon>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동갑내기 친구 테츠야와 돈의 이야기를 그린다. 테츠야와 돈은 어린 시절 자잘한 사건과 사고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지켜주던 절친한 친구 사이지만 심장병으로 시골에 요양을 온 에미를 만나면서부터 관계가 틀어진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달은 서로 다른 행동을 취하는 세 남녀의 모습 뒤에 빈번히 등장하며 이들의 엇갈린 사랑을 비교해 나간다. 뛰어난 그림 솜씨를 지닌 돈은 활활 타오르는 불을 화폭에 그려 넣으며 에미를 만나지 못하는 분노를 삭이고, 에미의 사랑을 의심하는 테츠야는 수술대 위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에 쉽게 칼을 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달을 보고 있다>는 부분적으로 보이는 무리한 설정들로 인해 정갈한 멜로 드라마로서의 매력을 상당수 잃어버렸다. 테츠야는 조직폭력배의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찾아내고, 돈은 가는 곳마다 지인을 만나 각종 역경을 헤쳐나가는 등 이야기 상의 허점이 영화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란도리 Laundry> <고 Go>의 쿠보즈카 요스케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테츠야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무간도 Infernal Affairs>의 소년 유견명으로 출연한 진관희가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이는 돈으로 출연한다. <같은 달은 보고 있다>의 연출은 <의리없는 전쟁 Battles without Honor and Humanity> <배틀 로얄 Battle Royale>로 유명한 후카사쿠 킨지의 아들인 후카사쿠 겐타가 맡았다. |
앨빈과 슈퍼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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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힐 | |||
제이슨 리, 로스 바그다사리언 주니어 | |||
8.80 (참여:15명) | |||
등록일 2007.12.17
LA의 유명 음반사 로비. 도시 외곽 숲 속의 나무에서 살던 다람쥐 앨빈과 사이먼, 테오도르는 살던 나무가 잘려나가는 바람에 얼떨결에 음반사 로비에 놓인 트리 위에서 살게 된다. 어느날, 세 마리의 다람쥐는 음반사 사장에게 된통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작곡가 데이브의 가방으로 뛰어든다. 덕분에 데이브는 얼떨결에 세 마리의 다람쥐와 동거 생활을 하게 된다. 함께 살면서 세 마리 다람쥐의 음악적 재능을 알게 된 데이브는 이들을 ‘앨빈과 슈퍼밴드’라는 이름의 힙합 가수로 데뷔시키는데, 이들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런데 ‘앨빈과 슈퍼밴드’는 자신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은 데이브의 간섭을 귀찮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앨빈과 슈퍼밴드 Alvin and The Chipmunks>의 시작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로스 바그다서리언은 '앨빈과 칩멍크스 Alvin and The Chipmunks'라는 세 명의 다람쥐로 이루어진 밴드를 만들어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한다. '앨빈과 칩멍크스'는 쇼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발표한 노래는 그래미상까지 수상하며 빅 히트를 기록해 대중적인 팝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쇼 프로그램에서는 로스 바그다서리언이 데이브로 출연하고, '앨빈과 칩멍크스' 밴드의 세 다람쥐 앨빈과 사이먼, 테오도르는 인형으로 출연했다. 이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앨빈쇼> 시리즈가 1961년 가을 편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앨빈과 슈퍼밴드 Alvin and The Chipmunks>는 이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앨빈과 슈퍼밴드>는 귀여운 다람쥐 캐릭터와 통통 튀는 이야기 구조로 재미를 선사한다. 자신만만하고 겁 없는 리더 앨빈을 비롯, 머리 좋은 사이먼, 귀엽고 순수한 테오도르까지 눈길을 끄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기발한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앨빈과 슈퍼밴드의 연주와 노래는 잔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듯 더빙판에서는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희철, 신동이 가각 다람쥐 앨빈, 사이먼, 테오도르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앨빈과 슈퍼밴드>는 겨울 방학 시즌 아이들을 위한 영화로는 훌륭한 선택이 될 듯하다. |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티앙 카리옹 | |||
다이앤 크루거, 벤노 퓨어만 | |||
9.28 (참여:269명) | |||
등록일 2007.12.17
1차 세계 대전 중 독일과 프랑스, 영국 세 나라가 접전을 벌이는 한 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에서 1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영국군과 프랑스군, 독일군.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들은 잠시 서로를 향해 겨누던 총을 내려놓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한다.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 소속의 독일인 베테랑 테너 슈프링크(벤노 퓨어만)는 스코틀랜드의 팔머 신부 (게리 루리스)의 백파이프 반주에 맞춰 캐롤을 부른다.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위험한 전쟁터를 찾아온 소프라노 안나(다이안 크루거)도 연인과 호흡을 맞춰 캐롤을 불러 온기를 더한다. 음악에 취한 세 나라의 군인들은 임시 휴전을 맺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끽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보낸 세 국가의 군인들은 다음날부터 서로가 적군이라는 사실에 새삼 혼란을 느끼게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 Joyeux Noel>은 이브 뷔페토의 저서 [플랑드르와 아르투아의 전쟁 1914-1918]에 ‘1914년 믿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라는 소제목으로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간으로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재현해낸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은 군인들의 모습이 서정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한 편의 시처럼 표현된다. 크리스티앙 카리옹 감독이 몇 년 동안 철저한 준비 끝에 만든 <메리 크리스마스>는 2006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독일, 프랑스, 영국, 세 나라가 대치한 상황을 그린 영화답게 스탭도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2001년 <봄을 전하는 제비 Une Hirondelle A Fait Le Printemps, One Swallow Brought Spring>로 데뷔한 크리티앙 카리옹 감독은 프랑스 출신이며,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의 테너였던 슈프링크와 그의 연인 안나로 출연한 벤노 퓨어만과 다이안 크루거는 독일 출신. 프랑스군의 오드베르 중위 역은 프랑스의 기욤 카네가, 백파이프를 멋들어지게 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 팔머 신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게리 루리스가 맡아 영화의 컨셉을 충실히 살려낸다. |
이토록 뜨거운 순간
에단 호크 | |||
마크 웨버, 제시 해리스, 로라 린니 | |||
8.28 (참여:18명) | |||
6.00 (참여:1명) | |||
등록일 2007.12.17
열네 살에 SF 판타지 <컴퓨터 우주탐험 Explorers>으로 데뷔해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얼라이브 Alive: The Miracle of the Andes>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와 같은 영화들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한 에단 호크는 그러나 배우 아닌 또 다른 꿈이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1996년 그는 꿈을 이루었다. 그가 태어난 뜨거운 도시 “‘텍사스’를 뜻하는 동시에 가장 뜨거운 감정 상태를 표현한” 제목의 책 [이토록 뜨거운 순간 The Hottest State]을 내놓은 것이다. 20대 에단 호크의 개인적 경험을 듬뿍 녹여 넣은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한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축으로 젊음의 열기와 혼란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마릴린 먼로, 제니스 조플린, 테네시 윌리엄스가 머물렀고 섹스 피스톨즈의 리더 시드 비셔스가 여자 친구인 낸시를 살해한 곳이기도 한 뉴욕의 전설적인 호텔, 첼시를 배경으로 한 디지털 영화 <첼시 호텔 Chelsea Walls>(2001)을 연출한 에단 호크는 다음 연출작으로 자신의 소설 데뷔작(이후 그는 또 다른 소설 [웬즈데이]를 내놓았다)을 선택했다.
텍사스 출신의 배우 지망생 윌리엄(마크 웨버)은 연기를 위해 삶의 터전을 뉴욕으로 옮긴다. 그리고 동네 바에서 가수 지망생 사라(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를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장난처럼 시작된 이들의 사랑은 윌리엄이 영화 촬영을 위해 떠난 멕시코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윌리엄과 그를 따라 멕시코로 향한 사라는 일주일 간 호텔 방에 틀어박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열기는 결국 식게 마련. 홀로 한 달간의 영화 촬영 일정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온 윌리엄은 사라의 눈빛이 예전 같지 않음을 감지한다. 홀로 있을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윌리엄을 밀어내는 사라와 그런 사라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 윌리엄. 뜨거운 순간은 잠시, 차디찬 냉기만이 남은 연인의 다툼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스무 살 청춘 남녀의 진한 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관계’에 대해 되묻는다.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사라 때문에 상처 입은 윌리엄은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아버지 빈스(에단 호크)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어머니 제시(로라 리니)도 만난다. 정서적 소통보다 육체적으로 더 끌렸던 예전 여자친구 사만다(미셸 윌리엄스)와도 다시 만날 시도를 한다. 여기에 늘상 삐걱거리기만 하는 사라와 그녀의 어머니가 또 다른 관계 축으로 등장한다. 열병 같은 사랑 이후 홀로 남겨진 윌리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 열정으로 꾸려지는 것이 아님을, 꽉 조여 서로를 안은 포옹만큼 적당한 거리를 둔 발걸음 사이에서도 생겨나는 것임을 조용히 깨닫는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스무 살 청년의 지독한 연애담, 이를 통한 지독한 성장통이다. 소설 속에서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났던 윌리엄과 사라는 영화로 옮겨와 멕시코로 여행지를 바꿨다. 에단 호크는 “파리의 로맨틱함도 좋지만, 이미지 안에서 ‘열기’가 느껴지게 하기 위해” 촬영지를 멕시코로 최종 선택했다. 그렇게 태어난 멕시코의 풍광은 원색 이미지와 더불어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더운 기운을 영화에 불어넣는다. 물론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멕시코의 풍광 이외에도 아름다운 영상들을 영화 곳곳에 쟁여두고 있다. 또한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작곡한 제시 해리스가 만들어낸 음악 선율들은 때론 감미롭고 때론 격정적으로 영화를 뒤흔든다. <첼시 호텔>에 출연한 바 있는 마크 웨버가 또 다시 에단 호크와 호흡을 맞춰 윌리엄을 연기했고, 조슈아 마스턴 감독의 <기품 있는 마리아 Maria Full of Grace>에 출연한 콜럼비아 출신 배우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가 사라를 연기했다. 에단 호크는 윌리엄의 아버지 빈스로 등장한다. |
<택시 블루스> - 서울의 우울한 블루스 |
등록일
2007.12.17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는 감독이 직접 택시 운전사로 일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며 사납금을 채워야 했던 최하동하 감독의 고군분투와 온갖 추태를 일삼는 승객들의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있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은 한 평 남짓한 택시 안. 술에 취한 승객들은 자신의 집이 어딘지 모른 채 중얼거리며,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최하동하 감독이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구타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괜한 시비를 거는 남자들이 있는가 하면, 성형수술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여자들도 있다. 최하동하 감독은 그저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서울의 거리를 달리고 또 달린다.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일주아트하우스작가지원 펀드로 만들어진 <택시 블루스>의 제작 방식은 약간 특이하다. <택시 블루스>는 카메라를 택시 안에 설치 한 뒤 승객의 동의를 구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됐지만, 승객이 촬영 허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엔 배우들을 통해 이를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건과 사고를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택시 블루스>는 기존 다큐멘터리 문법에 다소 어긋나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최하동하 감독이 선택한 이 방법은 택시를 타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최상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최하동하 감독이 택시 운전을 통해 경험한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처제와 가진 부정을 최하동하 감독에게 자랑 삼아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남편과 더 이상 못살겠다며 시어머니에게 울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택시 블루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만 고집했더라면 담아내지 못했을 장면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최하동하 감독은 <택시 블루스>를 촬영하기 위해 택시 운전사가 된 사람이 아니라, 택시 운전을 하다 영화를 기획하게 된 사람이다. <택시 블루스>에는 다양한 화각으로 찍은 승객들의 모습 이외에도 택시 기사로서의 울분과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반적인 택시 기사들은 하루 10만여 원의 사납금을 택시회사에게 건네주고 나면 생계조차 불가능한 실정. 최하동하 감독은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도 초과근무를 이어나가고, 일이 끝난 후에도 택시처럼 작은 방안에서 잠을 청하며 힘겨운 하루를 마감한다. 장거리 고객이 많은 장소를 다른 택시기사에게 말해주면 안 된다는 최하동하 감독의 고백, 악덕 사주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분신 자살을 감행하는 다른 택시 운전기사의 모습이 영화의 중간중간에 파고드는 것은 물론이다.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단관 개봉하는 <택시 블루스>는 올 겨울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슬픈 영화 중 하나다.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일주아트하우스작가지원 펀드로 만들어진 <택시 블루스>의 제작 방식은 약간 특이하다. <택시 블루스>는 카메라를 택시 안에 설치 한 뒤 승객의 동의를 구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됐지만, 승객이 촬영 허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엔 배우들을 통해 이를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건과 사고를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택시 블루스>는 기존 다큐멘터리 문법에 다소 어긋나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최하동하 감독이 선택한 이 방법은 택시를 타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최상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최하동하 감독이 택시 운전을 통해 경험한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처제와 가진 부정을 최하동하 감독에게 자랑 삼아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남편과 더 이상 못살겠다며 시어머니에게 울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택시 블루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만 고집했더라면 담아내지 못했을 장면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최하동하 감독은 <택시 블루스>를 촬영하기 위해 택시 운전사가 된 사람이 아니라, 택시 운전을 하다 영화를 기획하게 된 사람이다. <택시 블루스>에는 다양한 화각으로 찍은 승객들의 모습 이외에도 택시 기사로서의 울분과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반적인 택시 기사들은 하루 10만여 원의 사납금을 택시회사에게 건네주고 나면 생계조차 불가능한 실정. 최하동하 감독은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도 초과근무를 이어나가고, 일이 끝난 후에도 택시처럼 작은 방안에서 잠을 청하며 힘겨운 하루를 마감한다. 장거리 고객이 많은 장소를 다른 택시기사에게 말해주면 안 된다는 최하동하 감독의 고백, 악덕 사주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분신 자살을 감행하는 다른 택시 운전기사의 모습이 영화의 중간중간에 파고드는 것은 물론이다.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단관 개봉하는 <택시 블루스>는 올 겨울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슬픈 영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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