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7. 4. 13:33
7.08/10
944명 참여
7.50/10
4명 참여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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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닐 마샬
출연  : 슈어나 맥도널드, 나탈리 잭슨 멘도자, 알렉스 레이드, 사스키아 멀더, 노라-제인 눈, 미안나 버링, 올리버 밀번
상영시간  : 98분
장르  : 모험, 공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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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죽음을 부르는 미로
전세계가 놀란 $44,000,000의 충격!
<쏘우> 라이온스 게이트의 새로운 공포가 온다!
  친구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났던 사라는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남편과 딸을 모두 잃고 만다. 그리고 1년 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라를 위해 친구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이고, 6명의 친구들은 동굴 탐사를 떠난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됐다. 지도에도 없는 낯선 동굴로 들어가게 된 그들은 어둠 저편 괴생물체의 위협을 받게 되고, 사고로 들어왔던 입구마저 막혀 버린다. 완벽한 고립!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출구를 찾아 위험 속으로 계속 들어가는 것 뿐. 하지만 괴생물체의 공격은 계속되고, 1년 전 감춰져 있던 비밀까지 드러나며 그들은 서로조차 믿지 못하게 되는데..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앓는 여성 사라가 모험을 즐기는 친구 5명과 함께 미국 애팔래치아 산(Appalachian Mountains) 속 고지대 동굴을 탐험하다가 낙석 때문에 동굴 속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시각이 퇴보한 기이한 박쥐인간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국산 공포 모험...  
0.00/10
0명 참여
5.75/10
4명 참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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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슈테판 크로머
출연  : 마티나 게덱, 로버트 젤리거
상영시간  :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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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붉은 태양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슐라이강. 정치학 연구파트너이자 동거파트너인 미리암과 앙드레는 15세의 아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다.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유지하는 그들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겉보기엔 매우 이상적인 가족이다. 따라서 이들의 휴가에 아들의 여자친구가 함께 동행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관능적인 리비아와 이웃집 매력남 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면서 미리암은 보호자로서 그둘의 관계에 선을 그어야 할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빌을 추궁하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미리암은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오히려 상처 받고 위태로운 그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이제 미리암과 빌 사이에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된다.

 그러나, 빌이 사랑하는 사람은 미리암이 아닌 리비아.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과 꿈틀거리는 욕망에 사로잡힌 미리암의 삶은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쏟아지는 찬사! 전세계 비평가들을 사로잡다!
2006 칸 영화제‘캥젠느: 감독주간’초청
제59회 칸 영화제‘15인의 감독주간’초청작으로 선정된 'SUMMER 04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는 이어 9월에 열린 토론토 국제 영화제 세계 현대영화부문 북미지역 프리미...  
4.65/10
269명 참여
4.00/10
2명 참여
택시 4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제라르 크라브지크
출연  : 사미 나세리, 프레더릭 디팡달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코미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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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4배 강력한 진짜 택시가 온다!
4배의 스피드! 이번엔 볼 수 조차 없다!!
  작전개념 전무, 사고뭉치 경찰관 에밀리앙과 경찰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 초특급 총알택시 운전사 다니엘이 아빠가 되어 돌아왔다. 항상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에밀리앙은 어느 날 53건의 무장강도와 122건의 살인 및 살인미수를 저지른 특급 살인마 반덴보쉬를 관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늘 사고만 치는 에밀리앙은 이번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손수 살인마를 보내주는 대형사고를 치게 되고 형사 생활 최대의 위기에 처한다.

 탈출한 범인을 찾아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에밀리앙. 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경찰들도 인정한 세계 최고의 총알 택시운전사이면서 언제나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 다니엘을 찾아간다. 초고속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최신형 택시를 이용한 다니엘과 함께 에밀리앙의 최악질 살인마 체포를 위한 도심질주가 시작되는데…

 
전 세계 영화팬들이 선택한 바로 그 영화!! 택시시리즈!!

<택시> 시리즈, 그 서막을 열다!
1998년 <택시1>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볼거리로 많은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택시1>은 <레옹>, <제 5원소>의 세계적 거장 뤽 베송이 제작, 각본을 ...  
8.54/10
101명 참여
6.00/10
3명 참여
트리스탄 & 이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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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케빈 레이놀즈
출연  : 제임스 프랭코, 소피아 마일즈
상영시간  : 125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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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운명이 된 비극
  바다를 사이에 둔 아일랜드와 영국. 로마 멸망 후, 아일랜드는 번성하여 영국을 지배하고 영국은 여러 부족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또한 아일랜드의 왕에 의해 부족들간의 연합은 금지되어 있었다. 이러한 혼란기에 트리스탄은 어린 시절, 아일랜드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영국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 군주 마크에게서 키워진다. 트리스탄은 최고의 기사로 성장했지만 아일랜드와의 전투에서 독이 묻은 칼에 부상을 당하게 된다. 모두 그가 죽은 것으로 알고 그들의 장례절차에 따라 배에 띄워 보낸다.

 한편,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는 해안가에서 트리스탄을 실은 배를 발견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그를 치료하며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곧, 트리스탄이 아일랜드 군에 의해 발각될 위기에 놓이면서 둘은 헤어진다.

 시간이 흐른 후… 아일랜드 왕은 영국과의 평화를 위해 영국의 최고 군주에게 자신의 딸을 주기로 하고 시합을 개최한다. 트리스탄은 마크의 왕을 대신하여 이 시합에 나가게 되고 둘의 비극적인 사랑은 다시 시작되는데….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and Isolde)의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는 켈트인(人)의 옛 전설을 소재로 하여 12세기 중엽에 프랑스에서 이야기로 엮어졌는데, 그 사랑과 죽음의 강렬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0.00/10
0명 참여
6.50/10
6명 참여
익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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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두기봉
출연  : 장가휘, 장요양, 하초의, 임설, 오진우, 시안치 렌, 황추생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범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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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조직 보스 암살에 실패하고 잠적한 아화(장가휘)는 조용히 가정을 꾸리고 산다. 그에게 네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조직원 화(황추생)와 페이(임설)는 보스의 명으로 아화를 죽이러 왔고, 형사 타이(오진우)와 마오(장요량)는 그 일을 막으러 왔다. 어릴 때부터 친한 다섯 사람은 의리의 법칙에 따라 아화와 그의 가족을 도주시키기로 하지만, 일은 하나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네 친구는 아화를 잃은 채 마카오의 황량한 벌판을 헤매기에 이른다.


 <익사일>은 무엇보다도 두기봉이 생전에 할 수 있는 홍콩식 누아르의 스타일을 집대성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특히 좁고 복잡한 공간을 중심으로 10인 이상이 벌이는 주요 총격신들은 움직임의 구성, 카메라 워크, 편집, 하다못해 스모그의 흩날림까지도 아름다움을 향해 뜨겁게 불타오르는데, 단지 스타일이 비장한 것이 아니라 스타일의 비장함을 추구하는 태도 자체가 비장하다는 인상을 준다. 의리에 죽고 사는 남자 주인공들의 제스처도 유별나게 진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예감하고 그 길로 들어서는 이들의 마지막 모습 또한 엄청난 과잉의 멋에 취해 있다.


 이런 부담스러운 비장미는 감독이 홍콩 누아르의 남자주인공들에 대해 품고 있는 연민에서 비롯된 듯하다. 네 사람은 폭력과 배신, 의리 아니면 죽음 밖에 없는 세계로부터 추방되었을(exiled) 때 쓸모있는 존재의 규명을 하지 못한다. 뒷골목에서 죽어가던 친구 앞에서도 무력했건만, 도망치듯 그 세계를 벗어나도 살 길은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나약할 뿐인 이들은 결국 ‘귀향’해, 쓴 웃음을 지으며 최후를 맞는다. <익사일>은 홍콩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애도로도 비쳐지며 그것을 기념하기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비문이다. 반대로 당신이 이 장르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익사일>은 과도한 전형성을 덧입은 허약한 스토리텔링의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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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6. 28. 09:03
7.00/10
4명 참여
7.00/10
4명 참여
준벅
예매하기   
감독  : 필 모리슨
출연  : 에이미 아담스, 엠베스 데이비츠
상영시간  : 106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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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57/10
40명 참여
5.25/10
4명 참여
트랜스포머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마이클 베이
출연  :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조쉬 더하멜
상영시간  : 135분
장르  : SF, 액션, 모험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메이킹
6.38/10
232명 참여
4.00/10
2명 참여
씨 노 이블
감독  : 그레고리 다크
출연  : 글렌 제이콥스
상영시간  : 83분
장르  : 공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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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2007년 06월 29일
0.00/10
0명 참여
13 자메티
감독  : 겔라 바브루아니
출연  : 게오르기 바블루아니
상영시간  : 86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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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10
116명 참여
5.00/10
1명 참여
모짜르트와 고래
감독  : 페테르 내스
출연  : 조쉬 하트넷, 라다 미첼
상영시간  : 93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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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28 개봉작 리뷰] <준벅> - 낯선 가족을 만나다
입력시간 : 2007-06-25 11:19


시카고에서 조그만 화랑을 운영 중인 메들린(엠베스 데이비츠)이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웃사이더 화가 워크(프랭크 호이트 테일러)의 작품이 정말 대단하니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화랑에서 전시회를 유치해 보라는 것. 때마침 워크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는 남편 조지(알렉산드로 니볼라)의 고향이기도 해서 메들린과 조지 부부는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메들린의 이번 여행은 난생 처음으로 조지 가족과 대면하는 자리라 의미가 특별하다. 하지만 첫 눈에 반해 버린 워크의 작품들과 다르게 조지의 가족들은 첫 만남부터 메들린을 불편하게 만든다. 시아버지(스콧 윌슨)은 지나치게 말이 없고, 시어머니(셀리아 웨스턴)은 시종일관 담배만 피워댄다. 게다가 시동생 조니(벤 맥켄지)는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동서 얘슐리(에이미 아담스)는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아 메들린의 정신을 빼놓는다.

'6월의 벌레' '풍뎅이' 라는 영화의 원제(Junebug)는 한 차례 왔다가 떠나가는 메들린 부부를 빗댄 표현이다. 영화 제목처럼 <준벅 Junebug>은 생면부지의 남편 가족들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되는 메들린의 이야기다. 조지의 가족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 메들린은 조지의 가족이 한없이 낯설다. 조지의 가족들 또한 메들린을 가족으로 생각은 하지만 메들린과 함께 있는 것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색하다.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메들린은 워크와의 계약이 끝나면 떠나버릴 이름뿐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메들린의 심리를 드러낸다. 메들린이 워크와 계약을 맺기 위해 나선 길은 황량한 숲과 벌판에 둘러싸여 있고, 얘슐리의 출산으로 온 가족이 병원에 갔을 때도 메들린은 혼자 덩그러니 방안에 남겨지는 등 황량하고 쓸쓸한 메들린의 심리가 공간 덕분에 더욱 돋보인다.


이처럼 한 가족이지만 동시에 이방인과 다를 바 없는 메들린의 이야기를 섬세한 묘사로 풀어낸 <준벅>은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후보로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요 라 텡고, 소닉 유스 등 걸출한 미국 인디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필 모리슨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준벅>의 음악은 미국 인디록의 거장 요 라 텡고가 맡아 묘하게 쓸쓸하고 황량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조지가 부르는 찬송가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Softy and Tenderly'는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매력적인 약혼녀로 주목을 받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이미 아담스는 쾌활하고 천진난만한 애슐리 역을 딱딱하고 건조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에이미 아담스는 탁월한 연기로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8 개봉작 리뷰] <트랜스포머> - 변신 로봇들의 반란

입력시간 : 2007-06-25 11:25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역사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완구회사 타카라와 미국의 완구회사 하스브로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인기를 등에 업고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트랜스포머>는 1994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인 뒤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TV 애니메이션으로 꾸준히 다시 만들어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으로만 만들어져왔던 <트랜스포머>는 할리우드의 두 흥행 귀재 마이클 베이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서 실사 영화로 탈바꿈했다.

어느날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과 파워를 지닌 거대 외계 생명체 트랜스포머들이 지구로 들어온다. 궁극의 에너지원인 '큐브'를 차지하기 위해 우주를 떠돌며 전쟁을 벌여온 정의의 로봇 군단 오토봇과 악의 대변자 디셉티콘 군단이 지구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들 로봇들은 지구의 다양한 기계들로 변신해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큐브의 존재를 찾아다니던 중 샘(샤이어 라버프)이 큐브의 위치를 찾는데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 안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셉티콘 군단은 오토봇 군단보다 빨리 큐브를 찾아내기 위해 샘을 공격하고, 오토봇 군단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과 가디언 범블비는 디셉티콘 군단에 맞서 샘을 보호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샘은 어느날 자신의 자동차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 후부터 트랜스포머들의 전쟁에 휘말려든다. 여자친구 미카엘라(메간 폭스)도 얼떨결에 샘과 함께 지구를 구하는 임무에 뛰어들게 된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프라모델을 조립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감정까지 느끼는 인간 같은 로봇들의 활약담을 스크린에 옮겨낸 <트랜스포머 Transformers>는 이런 남자들의 로망을 대신 실현시켜준다. <트랜스포머>는 정의의 편에 선 변신 로봇 오토봇 군단과 악의 대변자 디셉티콘 군단이 궁극의 에너지원인 '큐브'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대결을 중심으로 인간 샘과 미카엘라의 이야기를 끼워넣는다. <더 록 The Rock> <아마겟돈 Armageddon> <진주만 Pearl Harbor> <아일랜드 Island>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 재능을 발휘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은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의 이야기를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놓는다. 자동차, 라디오, 휴대폰 등 온갖 기계들이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마지막 오토봇 군단과 디셉티콘 군단의 결전 장면은 영화의 압권.

그러나 <트랜스포머>는 변신 로봇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화려한 스펙터클로 포장하는데 그친다. 지구를 차지하려는 악의 군단 디셉티콘에 맞서는 정의로운 오토봇 군단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상투적이고 단순하며 이야기 전개는 엉성하다. 시종일관 정의를 주장하는 오토봇 군단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과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디셉티콘의 수장 메가트론, 인류 구원의 열쇠를 쥔 고등학생 샘과 섹시함으로 무장한 미카엘라 등 캐릭터도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이처럼 <트랜스포머>는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과 감동이 있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온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난 작품치고는 싱거운 편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변신 로봇들의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액션 신에서 시원한 쾌감은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6/28 개봉작 리뷰] <씨노이블> - 블랙웰 호텔에는 악마가 산다

입력시간 : 2007-06-25 11:20



윌리엄스 경관(스티븐 비들러)는 4년 전 전대미문의 살인마를 만난 적이 있다. 17명의 사람들이 두 눈이 뽑힌 채 잔인하게 살해당했고, 윌리엄스 경관은 살인마에게 맞서다 왼팔이 잘렸다. 윌리엄스 경관은 현직에서 벗어나 불량 청소년들을 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시키는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그의 임무는 화제로 폐허가 된 블랙웰 호텔을 그럴 듯한 노숙자 보호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것. 폭행, 절도, 무단침입 등 각양각색의 죄명을 가진 여덟 명의 불량 청소년들이 사회 봉사 명령을 받고 호텔에 끌려온다. 하지만 이 멤버들은 호텔 청소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호텔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몰래 숨어 담배라도 한 대 필 수 있을까 궁리하며 시간을 때운다. 밤이 되자 이들은 호텔 곳곳을 누비며 본격적인 일탈 행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호텔에 몰래 기거하고 있던 괴한이 이들을 하나 둘씩 잡아가고, 윌리엄스 경관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씨노이블 See No Evil>은 사회 봉사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찰과 불량 청소년들이 살인마가 살고 있는 호텔에 머물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영화다. 영화는 살인자와 맞서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치밀하게 그리고 있기보다 선혈이 뿌려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강도 높은 살육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인마는 미국 프로레슬링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악동 케인(본명은 글렌 제이콥스)이 맡았는데 2미터가 넘는 신장과 15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거구답게 사람들을 번쩍 들어올리고 한 손으로 내동댕이치는 괴력을 보여준다. 살인마가 쇠갈고리와 도끼로 사람들을 사냥하듯 처단하는 장면이나 목구멍에 휴대폰을 강제로 쑤셔 넣는 장면 등은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무서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씨노이블>은 박진감 넘치는 폭력 연출에 방점을 찍은 탓에 각 인물들의 상황설정과 묘사에는 성긴 부분이 많다.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나가고 살인마의 과거가 모호하게 넘어가는 등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 못해 대부분의 공포가 단발로 그쳐 버린다. <씨노이블>은 린킨 파크, 스눕 독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다크가 메가폰을 잡았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9 개봉작 리뷰] <13 자메티> -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입력시간 : 2007-06-25 11:07



그루지아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청년 세바스찬(게오르기 바블루아니)은 지붕 수리공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새로 수리를 맡게 된 집에서 일한 지 열흘쯤 됐을 무렵, 세바스찬은 집 주인 남자가 낯선 남자와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는 계획을 짜는 것을 엿듣게 된다. 하지만 약물에 중독된 집 주인은 얼마 가지 않아 욕조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세바스찬은 집 주인 앞으로 배달 된 편지 봉투에 든 기차표와 호텔 숙박증을 들고 막무가내로 길에 오른다.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 말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길, 세바스찬은 호텔로 걸려온 전화 속 지시에 따라 숲 속 저택을 찾아간다. 

<13 자메티 Tzameti>는 목숨을 건 내기, 러시안 룰렛 게임을 전면으로 가져온다. 세바스찬이 찾아간 곳은 러시안 룰렛 게임이 한창인 어느 별장. 열세 명의 선수가 중앙 무대에 올라 손에 권총을 쥐면 도박꾼들이 돈을 건다. 탄알 한 발이 지급되는 1라운드. 선수들은 원을 그려 다른 선수의 머리에 총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거기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탄알 두 발이 주어지는 2라운드로 올라간다.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탄알은 늘어나고, 러시안 룰렛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줄어든다. 영문도 모르고 그곳으로 간 세바스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13번 선수’로 무대에 올라 누군가에 의해 죽거나 혹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러시안 룰렛 장면으로 유명한 또 다른 영화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가 러시안 룰렛으로 베트남 전쟁의 잔혹함을 묘사한다면 <13 자메티>는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 풍경을 그려낸다. 권총을 쥔 열세 명의 선수들은 포커 판에서 사용되는 카드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이들에게서 생명과 인권 따위를 거론할 여지는 전혀 없다. 흑백으로 거칠게 담아낸 러시안 룰렛 도박장의 풍경은 자본 아래 한낱 도구로 전락한 인간 풍경을 쓸쓸히, 그리고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영화 <13 자메티>는 그루지아 출신 감독 젤라 바블루아니가 연출했다. 1979년 생, 신예 감독 젤라 바블루아니는 2005년 써놓은 시나리오가 제작 지원을 받지 못하자 러시안 룰렛 시퀀스를 자비로 촬영했다. 이 시퀀스를 본 영화사가 제작비를 지원해 완성할 수 있었던 <13 자메티>는 2005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감독에게 안겨줬다. 또한 젤라 바블루아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13 자메티>의 리메이크를 제안해와 할리우드판으로 또 한번 연출을 맡게 됐다.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의 게임을 벌여야 했던 13번 선수, 세바스찬은 감독의 동생 게오르기 바블루아니가 연기했다. ‘자메티 Tzameti’는 그루지아 어로 13을 뜻한다. 동양에서 숫자 4가 불길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서양에선 13이 불길한 숫자로 통한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28 개봉작 리뷰] <모짜르트와 고래> - 특별하지만 평범한 사랑이야기

입력시간 : 2007-06-25 11:45



수(數)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도널드 모튼(조시 하트넷)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택시를 운전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마저도 매번 숫자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고 만다. 숫자놀이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까닭이다. 지역 내 자폐증 모임을 이끌고 있는 도널드는 새로 가입한 이사벨 소렌슨(라다 미첼)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사벨은 도널드와 마찬가지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으며 미술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고래’ 도널드와 창조적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모짜르트’ 이사벨. 두 사람은 할로윈 파티에 모짜르트와 고래 복장을 하고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이사벨은 도널드에게 새로운 직장을 소개시켜 주고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 도널드와 동거를 시작한다. 결혼을 원하는 도널드와 친구로 남고 싶어하는 이사벨. 정상적인 사람들의 세계에 편입하려 하는 도널드의 욕심이 이사벨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충돌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엘링 Elling>으로 주목받은 노르웨이 출신 패테르 내스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모짜르트와 고래 Mozart and the Whale>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니고 있는 남녀의 독특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과 유사한 신경질환으로 사교력이 떨어지고 소리나 맛, 냄새, 시각에 예민하며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레인맨 Rain Man>의 시나리오를 쓴 로널드 베이스가 다시 한 번 유사한 소재로 각본을 쓴 <모짜르트와 고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남녀를 통해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억압을 피해 자신들만의 소통 방식을 찾아 모인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은 사회적 소통 장애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으면서도 원활한 소통 방식을 찾지 못한다. 상대방의 독특함을 잘 이해하는 도널드와 이사벨 역시 사랑에 빠져들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가 백지장 차이라면 보통 사람들과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의 차이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도널드와 이사벨이 나누는 사랑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성에 충실한 도널드와 감성에 충실한 이사벨의 갈등이 일반적인 남녀관계의 그것과 다를 이유는 없다. <모짜르트와 고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끌어들이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적인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평범한 장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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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개봉작 리뷰] <4.4.4.>- 도망칠 곳이 없다

입력시간 : 2007-06-18 10:23



제니퍼 트리(엘리샤 쿠스버트)는 요즘 피곤하다. 거리의 모든 광고판을 자신의 얼굴로 뒤덮을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톱 모델이지만 바쁜 만큼 휴식도 절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니퍼에게 뜻하지 않은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문제는 어딘지도 모를 낯선 방에서 원하지도 않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제니퍼는 누군가에 의해 납치 당했다. 제니퍼의 ‘수감 생활’은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다. 제니퍼를 감금한 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그녀를 던져 겁을 주고, 귀청을 찢는 소음으로 협박하며, 얼굴에 염산을 들이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몸과 정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제니퍼. 그런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온다. 옆 방에 자신처럼 납치돼 감금된 남자, 개리(다니엘 길리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벽을 사이에 두고 점점 서로에게 의지해가기 시작한다.

<폰부스 Phone Booth>에서 공중전화 부스에 갇힌 남자와 저격수간의 팽팽한 대립을 그려낸 각본가 래리 코헨은 <4.4.4. Captivity>에서 고립과 감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포로’를 뜻하는 영화의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4.4.4.>는 감금된 자와 감금한 자의 대립과 심리 묘사에 영화 전체를 쏟아 붓고 있다. 제니퍼 트리를 감금한 자는 지독하다. 빛과 어둠을 이용해 제니퍼의 불안을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도 때도 없이 약물을 주사한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인간의 귀와 눈, 코 등을 믹서에 갈아 먹이고 제니퍼를 모래더미에 산 채로 묻는다. 그리고 성난 고양이처럼 반항을 일삼던 제니퍼는 폭력에 노출되면 될수록 점점 순종적으로 변해간다.

밀실에 갇힌 자가 반복적으로 폭력에 노출될 때의 심리 변화를 고스란히 새겨 넣고 있지만 <4.4.4.>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감금한 자와 감금된 자의 수직적 폭력관계는 그저 잔인하게 묘사될 뿐 공포영화로서의 세밀한 긴장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반전을 숨기고 있는 드라마 구조도 ‘반전’이라 부르기엔 민망할 만큼 허술하다. 반복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관객을 겁줄 수 있을지언정 <4.4.4.>에서 스릴러와 공포영화로서의 소름 돋는 치밀한 구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4.4.4.>는 모델 제니퍼 트리의 이미지를 반복적을 사용하며 미디어가 조작해내는 이미지에서 진실과 허구의 문제들을 가져오려 노력하지만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의 ‘언급’에만 머물 뿐이다.  

<4.4.4.>에서 숱한 폭력을 감당하며 공포에 질려야 했던 이는 국내에 드라마 시리즈 <24>로 얼굴을 알린 배우 엘리샤 쿠스버트. 그녀는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다. <킬링 필드 The Killing Fields> <미션 The Mission>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의 롤랑 조페 감독이 <바텔 Vatel>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영화 <4.4.4.>는 오는 7월 미국에서 공개될 미국판과 다른 감독판 버전으로 국내 개봉한다. 감독판은 미국판보다 한 두 가지의 반전 요소들을 더 싣고 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두번째 사랑> - 고루하지만 도발적인 멜로

입력시간 : 2007-06-18 09:57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와 정육점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지하(하정우)는 한국에 있는 여자 친구를 미국으로 데려오기를 희망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 신세. 이런 그의 앞에 백안의 미국인 여자 소피(베라 파미가)가 나타난다. 소피는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2세를 갖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번번히 임신에 실패한 상태. 그녀는 섹스와 임신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지하에게 건넨다. 모멸감과 수치심을 저 뒤로 한 채 돈이 필요한 지하는 소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두 남녀의 삶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돈이 필요한 남자와 아이가 필요한 여자. 상황이 180도 뒤바뀐 것을 제외하면 1970~80년대 심심찮게 한국 멜로 영화에서 많이 등장한 고루하고 진부한 설정이다. 하지만 <두번째 사랑>의 배경이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이라는 점에서 이 설정은 더 이상 진부하지 않다. 미국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 게다가 뉴욕은 자칭 ‘세계의 중심’으로 칭할만큼, 전 세계의 모든 인종의 전시장이다. 미국에서 아시아 남자와 미국인 여자의 사랑과 섹스, 그리고 결합은 여전히 그들에게는 터부의 영역이다. 2001년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극영화 데뷔작 <그 집 앞>(2003)에서 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끊임없이 건드린 김진아 감독은 <두번째 사랑>을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정부라는, 한국에서는 이미 실효가 다한 통속적인 소재에 과감한 표현과 문제 제기를 넣어 무척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영화로 완성해냈다.


<두번째 사랑 Never Forever>은 한국의 나우필름(<인어공주>)과 <세크리터리 Secretary> <퍼 Fur> 등을 제작했던 미국의 제작사 VOX3FILMS이 공동 제작한 본격적인 국내 최초의 한미합작 프로젝트다. 한미합작 프로젝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번째 사랑>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자금 등 각종 기자재를 지원받아, 미국 뉴욕에서 올 로케이션 되었다. 스탭과 캐스트 또한 다국적이다. <디파티드 Departed>로 익숙한 베라 파미가가 소피 역할로 출연하며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 The Piano>로 잘 알려진 마이클 나이먼이 음악을 맡았다. 또한 <용서받지 못한 자> <숨> 등으로 가파른 스타덤에 오른 하정우가 지하 역으로, 무난한 영어 연기를 선보인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검은집> - 사이코패스의 은밀한 초대

입력시간 : 2007-06-18 09:25



어린 시절 동생이 자살한 충격을 간직하고 사는 마음 여린 남자 전준오(황정민)는 은행을 그만두고 보험회사에 보험사정원으로 취직한다. 출근 첫 날,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고객의 전화에 개인 정보를 알려주거나 동점심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사규를 어기고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고 이름도 알려준다. 며칠 후 자신을 지정해 방문을 요청하는 한 보험가입자의 집을 찾아간 전준오는 일곱 살 아이가 목을 맨 현장을 목격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목 매단 아들의 시체 앞에서 전준오의 눈치를 살피는 아버지 박충배(강신일)의 태도. 전준오는 이 사건이 박충배가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른 타살이라고 확신하고 보험금 지급을 중지시킨다. 박충배의 보험 계약 내용을 조사한 전준오는 어린 아들뿐 아니라 아내 신이화(유선)에게도 3억 원이라는 거금의 보험금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검은집을 다시 찾아간다. 그런데 그녀가 사실은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검은집>은 1997년 일본 공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스릴러영화다. 2002년 2,000만 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 <브레인웨이브>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태라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검은집>은 한국영화에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정신 질환을 공포 스릴러의 소재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 전두엽의 이상으로 감정이나 죄의식을 느낄 수 없어 살인 같은 범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는 정신질환자를 일컫는 명칭이다. <검은집>은 이러한 사람들이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라도 이런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검은집>은 공포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보기만 해도 서늘한 공포 분위기가 느껴지는 검은집 세트와 인물의 뒤를 따라다니는 카메라, 살인 장면마다 넘쳐나는 붉은 피 등은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곱 살짜리 소년이 목을 매단 장면, 프레스 기계로 사람의 팔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라내는 장면, 지하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전준오와 사이코패스와의 대결 장면 등 매 장면은 무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클라이맥스인 전준오와 사이코패스의 대결 장면은 공포가 넘실댄다. 이처럼 <검은집>은 공포영화로서의 장점은 충분히 부각되지만 스릴러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영화의 초반부에 범인의 존재를 알리고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친절하게 설명해줌으로써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스릴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때문에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구성이 느슨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집>은 사이코패스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비교적 긴박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으로 다른 색깔이 공포를 선사한다.

<검은집>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데는 배우들의 열연이 한몫한다. <달콤한 인생> <너는 내운명> <사생결단> 등으로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 황정민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어리숙한 표정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마음 여린 전준오로 변신해 영화를 이끌어간다. 연극과 영화,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중견배우 강신일이 보험금에 집착해 기괴한 행동을 하는 신이화의 남편 박충배를 연기한다. <4인용 식탁>과 <가발> 등의 공포영화를 경험한 유선이 한국영화사에서 색다른 캐릭터로 기억될 사이코패스 신이화 역을 맡아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뜨거운 녀석들> - 천재 경찰, 시골마을로 전근 가다

입력시간 : 2007-06-18 11:01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은 경찰학교 수석 졸업에 검거율 4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경찰 중의 경찰이다. 하루 종일 범인 검거에 골몰하던 그에게 믿기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런던을 떠나 범죄율 0%인 시골 마을 샌포드로 전근을 가라는 것. 니콜라스의 뛰어난 성과에 위기감을 느낀 경찰 간부와 동료들이 벌인 일이었다. 샌포드에 새로 부임한 니콜라스는 순경인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와 파트너가 되지만 마을 축제의 안전관리, 집 나간 백조 수색 등의 자질구레한 업무만 그에게 주어져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의문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 무언가 수상함을 눈치챈 니콜라스는 파트너 대니와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만 니콜라스가 이 마을을 조사하면 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에 빠져 들어간다.

<뜨거운 녀석들 Hot Fuzz>은 영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불리는 에드가 라이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에드가 라이트는 조지 로메로의 좀비영화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를 통째로 패러디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로 장르를 비트는 재능과 특유의 유머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뜨거운 녀석들>을 통해 패러디의 강도를 한층 더 끌어 올린다. <뜨거운 녀석들>에는 액션, 범죄, 미스터리 등의 온갖 영화들이 줄줄이 인용된다. 시골 순경 대니가 가장 즐겨보는 영화는 <나쁜 녀석들 2 Bad Boys II>와 <폭풍 속으로 Point Break>이며 이 영화들은 영화 후반부에 교묘하게 다시 인용되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The Shining>,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Chinatown> 등의 영화 속 명대사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장면에 사용되거나,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마크 엘레스터의 <코만도 Commando>에 등장했던 의상이 장면장면에 그대로 차용되는 등 특유의 능청스러움도 일품이다.

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단순히 패러디에만 집중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샌포드 마을이 왜 범죄율 제로인지에 대한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영국 사회에 만연한 집단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주인공 니콜라스가 런던에서 시골 마을로 좌천된 것도,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간 것도 하나 같이 남들보다 유독 튀어 보인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이다. <뜨거운 녀석들>은 얼핏 평범한 패러디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영국의 보수성과 집단폭력에 경종을 울리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주연배우인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콤비 연기도 돋보이지만 <뜨거운 녀석들>에는 유명 감독과 배우가 카메오로 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니콜라스에게 칼침을 선사하는 산타 클로스는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킹 콩 King Kong>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며, 마스크를 뒤집어 쓴 감식반원은 <에비에이터 The Aviator> <바벨 Babel>의 케이트 블란쳇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스파이더 릴리> - 가슴 아픈 과거를 기억합니다

입력시간 : 2007-06-18 10:59



샤오리(양승림)는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 돈을 버는 10대 소녀로, 작은 방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놓고 매일 남성들을 유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리는 문신 가게를 지나치다 샤오리의 첫사랑이 한 것과 똑같은 황금색 꽃 문양의 문신을 보고, 가게 주인 다케코(양락시)가 자신의 첫사랑임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자신의 블로그가 적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건네지만 다케코는 샤오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다케코는 이 문신에 얽힌 슬픈 사연이 있다. 다케코는 어린 시절 여자 친구와 밤새 사랑을 속삭이다 아버지를 지진으로 떠나 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던 다케코는 결국 아버지의 팔에 있던 피안화 문신을 자신의 몸에 새기며 아픔을 평생 기억하려 한다.

<스파이더 릴리 Spider Lilies>는 가슴 아픈 상처를 간직한 두 여인의 사랑을 그린 퀴어영화다. 타투이스트인 다케코와 성인 사이트의 헤로인 샤오리는 피안화라는 문신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케코는 문신을 통해 과거를 잊으려 하고 샤오리는 문신으로 지난 날을 기억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다케코의 주위에는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는 남동생과 문신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려는 남자 손님뿐이다. 샤오리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화상 채팅으로 많은 돈을 샤오리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말을 더듬는 현직 경찰관이나 육체적 관계에 목을 매는 속물적인 남자들이 전부다. 영화는 성적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울분과 설움을 따라가고 있기보다는 이 둘의 사랑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점에 집중한다.

<스파이더 릴리>는 <코너스 Corners> <드랙퀸 가무단 Splendid Float>등의 영화로 대만의 가장 촉망 받는 퀴어영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주미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이사벨라 Isabella>로 유명한 양락시가 냉정한 타투이스트로 변신해 섬세한 감성연기를 톡톡히 소화하며, 특히 대만의 아이돌인 양승림이 발랄함과 우울함을 오가는 복합적인 캐릭터 샤오리를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스파이더 릴리>는 2007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우수한 퀴어영화에게 수여되는 테디베어상을 수상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초속5센티미터> - 사랑은 초속 5센티미터로 나아간다

입력시간 : 2007-06-18 11:08



초등학생 소년 타카키는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타카키는 자신과 취미가 비슷한 같은 반 친구 아카리를 좋아한다.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지는 벚꽃을 좋아하던 아카리. 타카키는 다음 해에도 함께 벚꽃을 보고 싶다는 아카리의 말에 설렌다.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도 아카리에 대한 타카키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아카리와 함께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자고 한 타카키는 아카리가 이사를 가야 해서 다른 중학교를 택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두 사람은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다. 2학년이 되면 가고시마로 전학을 가야 하는 타카키, 모처럼 용기를 내 아카리와 약속을 하고 아카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기차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때마침 내린 폭설은 타카키의 길을 막아서고 약속시간이 넘도록 기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타카키의 애간장을 태운다.

<초속5센티미터 Byousoku 5 Centimeter>는 세 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중편 애니메이션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벚꽃이야기’에서는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였던 타카키와 아카리가 중학교에 진학해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 ‘코스모나우트’에서는 ‘벚꽃이야기’의 주인공 소년이 고등학생 3학년이 된 때를 배경으로 그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소년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다. 마음 속의 허전함을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타카키는 3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게도 이별을 고한다. 길을 걷던 타카키는 기찻길 건널목에서 잠깐 아카리와 스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다시 헤어진다. 세 작품은 타카키라는 캐릭터를 공통분모로 지닌 채 연결돼 있지만, 연결고리가 뚜렷한 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각 에피소드 사이의 간극이 멀다.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약간의 내러티브를 제외하곤 뮤직비디오로만 채워져 있어 형식상으로도 앞선 두 에피소드와 차별된다.

연출을 맡은 신카이 마코토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Their Standing Points> <별의 목소리Voices of a Distant Star>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The Place Promised in Our Early Days> 등으로 일본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특히 초기 단편들은 1인 제작시스템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팀 제작방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일명 ‘신카이 월드’를 창조한 신카이 마코토는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이후 다시 단편의 세계로 돌아가 <초속5센티미터>를 만들었다. 마치 초기 시절의 신카이 마코토로 돌아간 듯한 <초속5센티미터>는 감독이 즐겨 사용했던 소재와 스타일을 압축해서 제시한다. 순수하고 착하고 내성적인 중학생 주인공들은 끝내 사랑에 실패한 채 홀로 속앓이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옛 시절을 그리워한다.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감수성 가득한 빛의 표현과 배경 묘사도 여전히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신카이 마코토의 팬이라면 다시 한 번 ‘신카이 월드’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6/21 개봉작 리뷰]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길 위에서 기억 찾기

입력시간 : 2007-06-18 10:22



영화감독 김(안길강)은 전화벨이 울리는 게 무섭다. 영화는 생각만큼 풀리지 않고 그 사이 빚만 쌓여 여기저기 돈 갚으라는 전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북한에 있는 숙부를 찾았다는 전화가 온다. 숙부와 만날 길을 찾기 위해 김은 숙모가 있는 고향 속초로 향하고 속초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는 낯선 여인 영화(김선재)와 만난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지금도 속초와 태백, 사북 등지를 헤매고 다니는 영화. 숙부를 만나는 일이 점차 미뤄지자 김은 영화를 따라 그녀의 여행길에 동참한다. 그리고 김은 고향인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전작 <내 안에 부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를 통해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쳐 온 전수일 감독의 ‘시간과 기억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떠난 길에서 영화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신을 발견하고 실향민인 숙모의 과거, 숙부를 찾기 위해 떠난 김은 그 길에서 자신의 과거와 만난다. 그리고 김과 영화가 찾아나선 과거로의 여행길에서 그들은 생명을 잃고 스러져가는 탄광촌의 지금과 마주하게 된다. 김과 영화가 오랜 세월 잊고 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 위엔 그렇게 허물어져 가는 지금이 똑똑한 모습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속초와 태백, 사북을 오가는 김과 영화의 여행길을 묵묵히 쫓고 있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로드무비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차이가 있다면 길 위에서 방황의 명확한 답을 찾아 삶의 또 다른 곳으로 한 걸음 발을 떼놓는 여느 로드무비와 달리,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속 인물들은 여전히 방황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김과 영화는 여전히 아프게 과거와 지금을 고민한다. 과거와 현재는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긴 꼬리를 문 원처럼 반복되고 순환하는 것이란 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명확한 내러티브 구조가 없고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탓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의 이야기 줄기는 다소 지루하다. 또한 영화를 가득 채운 은유와 상징들은 영화에 새로운 의미망을 던지지 못하고 그저 상징에만 머문다. 김과 영화의 방황이 영화의 축을 이루지만 그들이 방황하는 까닭은 지극히 표피적으로 드러날 뿐이어서 관객과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마음이…>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안길강,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김선재의 연기는 두드러지지만 평면적인 캐릭터에 다소 빛을 잃었다. 또한 그들이 길에서 만나는 숱한 인물들의 문어체적인 연기도 영화의 질감을 거칠게 만들었다. 2005년 만들어져 뒤늦게 개봉한 탓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부산국제영화제와 페사로국제영화제, 브리스번국제영화제, 낭뜨영화제를 통해 이미 국내외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박아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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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6. 15. 17:46
8.33/10
3명 참여
6.33/10
3명 참여
열세살, 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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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희정
출연  : 이세영, 추상미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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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10
17명 참여
9.40/10
5명 참여
스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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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지아 장 커
출연  : 한 산밍, 자오 타오
상영시간  : 11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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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10
59명 참여
6.33/10
3명 참여
오션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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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엘리어트 굴드, 알 파치노
상영시간  : 121분
장르  : 범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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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9.47/10
19명 참여
6.00/10
3명 참여
황색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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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누도 잇신
출연  : 사쿠라이 쇼, 아이바 마사키, 니노미야 카즈나리, 오노 사토시, 마츠모토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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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10
946명 참여
시간을 달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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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호소다 마모루
출연  : 나카 리이사, 이시다 타쿠야
상영시간  : 97분
장르  : 애니메이션, 가족, 드라마,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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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84/10
25명 참여
6.00/10
1명 참여
러브 & 트러블
예매하기   
감독  : 알렉 커시시언
출연  : 브리터니 머피, 산티아고 카브레라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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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10.00/10
1명 참여
7.00/10
1명 참여
다마모에
감독  : 사카모토 준지
출연  : 후부키 준, 미타 요시코
상영시간  : 125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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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10.00/10
3명 참여
스토킹 그리고 섹스
감독  : 니시무라 신야
출연  : 츠다 칸지, 아이바 루비, 마치다 시온
상영시간  : 91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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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50/10
2명 참여
4.50/10
2명 참여
오! 마이 보스!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젠스 알비누스, 쟝-마르 바, Casper Christensen
상영시간  : 99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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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6/14 개봉작 리뷰] <열세살, 수아> - 사춘기, 달곰쌉쌀한 성장통
입력시간 : 2007-06-11 10:38


열세 살, 수아(이세영)는 웃음이 없다. 몇 해 전 아빠는 세상을 떠났고 혼자 힘으로 밥집을 운영하는 억척 엄마(추상미)와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엄마와 친하게 지내는 동네 고물상 아저씨(최명수)의 친절은 아빠의 빈 자리를 위협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음 통하는 진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수아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수아의 얼굴에 미소를 일게 하는 유일한 대상은 가수 윤설영(김윤아). 수아는 자신의 진짜 엄마는 곁에서 매일을 함께 하는 억척 아줌마가 아니라 가수 윤설영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진짜 엄마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진짜 엄마 찾아 삼만리’, 수아는 그렇게 서울로 훌쩍 떠난다.

아버지를 잃은 사춘기 소녀의 쓰린 성장담을 담고 있는 <열세살, 수아>는 폴란드 우쯔 국립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한 김희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를 잃은 건 아니지만, 2003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아픔이 사춘기 시절의 혼란스런 성장기와 만나 영화의 전체 틀로 자리 잡았다. 김희정 감독은 사춘기 시절 유독 예민하게 골몰하게 되는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꿈과 이상에 관한 고민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시나리오로 생생히 옮겨냈다. 덕분에 <열세살, 수아>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겪게 되는 그러나 언어로, 또 이미지로 정확하게 포착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사춘기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보다 세밀하고 적확하게 묘사해낸다. 덕분에 내 진짜 부모는 다른 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 또래 친구에 대한 동경과 시기, 사춘기 소녀의 자존심이 미묘하게 감춰지고 드러나는 순간까지 <열세살, 수아>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 데이터베이스’를 모조리 불러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리 묘사에 탁월한 면을 보인다.

<열세살, 수아>를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낸 모든 여성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든 데엔 수아를 연기한 이세영의 몫이 가장 크다. 드라마 <대장금>의 ‘금영’을 비롯해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 <아홉살 인생>까지 주로 깍쟁이에 도도한 이미지를 선보여온 이세영은 <열세살, 수아>에서 어수룩하고 고민 많은 사춘기 여중생을 완벽에 가깝게 묘사한다. 어눌하고 힘 없는 말투, 자신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눈빛, 고개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한 소녀 수아는 이세영의 풍성한 감성 연기와 만나 어수룩해보이지만 마음 속에 ‘폭풍’을 지닌 사춘기 소녀로 태어났다. 물론 억척 엄마 영주를 연기한 추상미와 인심 좋은 고물상 아저씨 영표가 된 최명수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영화에 힘을 보탰다.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열세살, 수아>는 그러나 이야기에선 그다지 찰기가 엿보이지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수아의 모습을 뒤쫓는 것이 이야기의 전체 꼴을 이루다 보니 드라마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현실의 대칭점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은 현실 장면과 매끄럽게 맞물려 들지 않아 새로운 시도로서의 의미 이상을 드라마 안으로 끌어내지 못한다. 김희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열세살, 수아>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들의 장편 연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칸 레지당스 인 파리’에서 선정한 2005년 지원작이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스틸 라이프> - 물 속에 잠긴 산샤의 정지된 삶

입력시간 : 2007-06-11 13:14



고향에서 광부로 일하는 한산밍은 16년 전 자신을 떠난 아내와 딸을 찾아 아내의 고향 산샤를 찾는다. 아내가 써놓은 주소를 찾지만 이미 물에 잠긴 상태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처남은 지난 일을 뭐하러 다시 들추냐고 핀잔을 주며 산밍을 문전박대한다. 신도시 개발을 위해 매일 오래된 집들을 철거하는 산샤에서 산밍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택철거 현장에 뛰어드는 것뿐. 평일에는 철거 현장에서 일하고 휴일에는 아내를 찾아 헤매던 산밍은 마침내 아내를 찾지만, 아내는 오빠 빚 때문에 팔려온 처지라 산밍을 따라갈 수 없는 처지다. 산밍과 같은 곳에서 온 션홍은 2년째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아 산샤로 온다. 하지만 산밍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산샤에서도 산밍과 마주치는 일은 없다. 남편의 친구를 찾아가 남편에게 연락해 달라고 말한 션홍은 그가 젊은 여자와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션홍은 남편에게 새 남자가 생겼으니 이혼하자고 말한다. 션홍은 남자와 상하이로 떠날 계획이다.

<스틸 라이프 Still Life>에는 네 번의 자막이 나온다. 담배, 술, 차, 사탕. 자막은 명확히 챕터를 구분하는 단위는 아니다. 이 네 가지는 영화 속 소품이기도 하고 중국인의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물품이기도 하다. 자막은 언급한 소품과 함께 움직이던 영상을 정지시키고 하나의 과정을 정물화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담배, 술, 차, 사탕과 관계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행하다. 그것은 산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산샤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산샤댐 공사는 마치 초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도시가 단 16년의 공사로 순식간에 물에 잠기게 된다. 산샤의 뿌연 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UFO와 갑자기 로켓처럼 발사되는 건물은 산샤의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언급이다. 공사기간만큼의 시간 동안 아내를 볼 수 없었던 광부 산밍은 고생 끝에 아내를 찾지만 결국 아내를 빼내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고향의 광산으로 향한다. 자신을 버린 남편을 찾으러 온 션홍은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한다. 실제로 그녀에게 새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같은 도시에서 온 산밍과 션홍은 비슷한 이유로 산샤에 산산이 부서진 현실을 목격하고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한다. 산밍은 어떻게든 다시 세우려 하고, 션홍은 다시 세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모든 걸 부순 후 다시 세우려 한다. 부서지는 산샤의 건물들 속에서, 부서지는 중국의 현실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는 점점 폐건물처럼 부서진다.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는 다큐멘터리 <동 Dong> 제작 과정에서 구상된 작품이다. 중국의 화가 리우샤오동이 산샤에 가서 11명의 노동자들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동>을 찍던 도중 지아장커는 다큐멘터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산샤와 주민들의 삶을 그리기 위해 극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산샤는 양쯔강 중상류의 세 협곡을 통칭하는 지명으로 중국 인핀폐 10위안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2000년 동안 중국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였던 산샤는 세 개의 거대한 댐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물 속에 잠길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의 개발 정책에 따라 수많은 건물들이 철거됐고, 113만 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스틸 라이프>는 두 이방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산샤의 ‘정지된 삶’을 그린다. 마치 정물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의 도시는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 따라 사진 속에서나 남아 있게 될 정지된 그림이 된다. 산샤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 역시 물 속에 잠긴 채 정지된 시간 속에 갇히게 된다. <스틸 라이프>는 수천 년을 이어온 도시를 정지시킨 중국의 현재에 대한 영화이자, 수천 년간 존재해 온 산샤를 하나의 정지된 정물화 속에 담은 영화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오션스 13> - 대니 일당, 컴백!

입력시간 : 2007-06-11 11:43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일당들이 다시 뭉쳤다. 야비한 카지노 경영자 윌리 뱅크(알 파치노)가 오션 일당 중 한 명인 루벤(엘리엇 굴드)의 호텔과 카지노를 접수하고, 그 충격으로 루벤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 그 계기다. 친구를 위해 윌리에게 복수를 선언한 대니는 윌리 뱅크의 새로운 호텔과 카지노가 문을 여는 7월 4일, 그를 철저히 무너뜨릴 계획에 착수한다.

이제 세 번째다. <오션스 13 Ocean's Thirteen>은 2001년과 2004년에 걸쳐 제작된 <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과 <오션스 트웰브 Ocean's Twelve>에 이은 통산 3번째 오션스 시리즈다.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이 출연한 1960년 작 영화를 리메이크한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들의 명성과 기막힌 반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특유의 경쾌한 편집 등 각종 호재를 등에 업고 미국에서만 2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 흥행을 기록했다. 캐서린 제타 존스를 12번째 일당으로 편입시킨 두 번째 시리즈 <오션스 트웰브> 역시 1억2천만 달러의 기분 좋은 흥행 수입을 올렸다.

<오션스 트웰브> 이후 3년만에 개봉되는 시리즈의 완결편 <오션스 13>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에서 퇴장한 줄리아 로버츠와 캐서린 제타 존스를 빼면, 일당의 리더 대니 오션 역의 조지 클루니를 비롯, 든든한 참모 러스티 역의 브래드 피트, 천재 라이너스 역의 맷 데이먼 등 시리즈의 주요 캐스트들이 고스란히 그대로 등장한다. <오션스 13>에 새로 불려온 사람은 할리우드의 명배우 알 파치노. 그는 극 중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카지노 업자 윌리 뱅크 역할로 등장하여, 13 대 1이라는 이색적이지만 힘겨운 대결을 펼치며, 지난 1989년 해롤드 베커의 <사랑의 파도 Sea of Love>에서 알 파치노와 함께 공연했던 중견 배우 엘런 바킨이 윌리의 충복 애비게일로 등장한다.

1, 2편에 이어 <오션스 13> 역시 불가능에 도전하는 대니 일당의 좌충우돌 모험담이다. 숙적이었던 테리 베데딕트(앤디 가르시아)까지 동료로 합류시킨 대니 일당은 그들이 맡은 각자의 분야에서 윌리를 죄어 간다. 일면 1970~80년대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거친 화면과 흥겨운 올드 팝, 거기에 스티븐 소더버그 특유의 경쾌한 편집은 <오션스 13>에서도 여전하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이제 ‘척하면 척’인 배우들의 앙상블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영화의 이런 외적 완성도에 비해 내적 만듦새는 다소 헐겁다. 이야기 전개는 놀라울 정도로 1, 2편과 동일하며, 대니 일당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방식 또한 전작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2편에서 그 기미가 보였지만 다분히 ‘애드 리브’ 스러운 배우들의 농담들은 강도와 규모가 더 커지고 더 세졌다. 하지만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할리우드 특급 배우들을 다시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오션스 13>의 가장 거대한 장점이다. 다름 아닌 <오션스 13>의 가장 큰 존재 이유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황색눈물> - 청춘, 인생의 쓴맛을 배우다

입력시간 : 2007-06-11 10:39



도쿄올림픽을 한 해 앞둔, 눈부신 경제 성장기를 보내고 있던 1963년의 도쿄. 온 국민이 경제 성장을 향해 땀 흘리던 분주한 그 시절, 느긋하게 예술을 논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있었다. 돈 되는 만화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는 신조로 살고 있는 만화가 에이스케(니노미야 카즈나리)와 그의 방에 얹혀 살고 있는 세 청년이 그들. 위대한 소설가가 되고 싶지만 제대로 된 단편 하나 써보지 못한 류조(사쿠라이 쇼)와 빈센트 반 고흐를 꿈꾸며 유화 물감을 짜고 있는 케이(오노 사토시), 통기타를 퉁기는 가수 지망생 쇼이치(아이바 마사키)의 가장 큰 고민은 그러나 무엇을 쓰고, 그리고, 부르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 것인가다. 예술을 고민하기 전에 이들 싱싱한 청춘은 우선 배가 너무 고프다. 그렇다고 배불리 먹기 위해 일을 할 순 없다. 그건 어쩐지 예술을 모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전당포에 가진 걸 맡기고 밥을 직접 지어 먹으면서 생활비를 아끼던 중, 이들은 결심한다. 여름이 가기 전까지, 예술혼을 불살라보겠다고. 그 후 예술이 자신의 길이라 생각되면 앞만 보고 달릴 것이고, 재능이 없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현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청춘의 부푼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땅으로 곤두박질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아프다. 그러나 이누도 잇신 감독은 <황색눈물 Yellow Tears> 속 주인공들이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좌절로만 풀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성장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라도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꿈을 향해 내달릴 수 있는 게 청춘의 특권이라면, 세상과 호흡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재능과 위치를 찾아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이렇듯 <황색눈물>은 꿈을 위해 온 몸 던져 노력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청춘과 현실 속에서 제 몫을 발견한 이들의 내일, 모두를 보듬고 있는 청춘 성장드라마다. 문제는 남루한 현실을 담담하게, 때론 유머를 섞어 보여주는 이누도 잇신식 ‘대화법’이 예술을 향한 이들의 치열함을 상당 부분 희석 시켜버렸다는 점이다. 예술 운운하며 현실을 고민하는 이들의 갈망이 절실하지도, 심지어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는 탓에 이들이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각기 갈 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황색눈물> 속 예술과 미래를 고민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은 일본의 인기 그룹 ‘아라시’의 멤버들이 각기 역을 나눠 가졌다. 그 가운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에 출연한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노력파 만화가 무라오카 에이스케를 연기하며 <황색눈물>의 전체 이야기를 끌어 가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최근 <허니와 클로버 Honey & Clover>로 국내 관객에게 배우로서 얼굴을 선보인 사쿠라이 쇼는 소설가를 꿈꾸는 류조 역을 무난히 소화했고, 아라시의 또 다른 멤버 마츠모토 준은 예술은 잘 몰라도 땀 흘려 성실히 일하는 걸 행복으로 여기는 동네 청년을 연기하며 간혹 이들 무리에 동참한다.

나가시마 신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황색눈물>의 또 다른 매력은 한창 경제 성장에 열을 올리던 60년대 일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 1960년대 거리 풍경을 재현한 세트는 물론이고 뉴스와 신문 사진 등으로 짜깁기 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1960년대 일본 풍경이 생경한 재미를 더한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순수하고 풋풋한 청춘의 한 때

입력시간 : 2007-06-11 10:36



고등학생 마코토는 어느날 자신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즉 타임 리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일 지각을 일삼고 사소한 실수를 거듭하던 마코토는 그 능력을 이용해 지각도 안 하고 실수도 대거 줄이게 돼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코토는 친한 친구인 고스케와 치아키와도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치아키로부터 사귀자는 말을 들은 마코토는 친구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 그 능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고백을 아예 없던 일로 바꿔버리려 한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갈수록 일은 점차 꼬여간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965년 출간된 후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재구성될 정도로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츠츠이 야스다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청춘의 설레임,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보편적인 사건들과 고민들을 서정적인 그림체와 정겨운 풍경, 따뜻한 대사로 풀어낸다. 쓰여진 지 40년이 넘은 소설이 원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청소년을 포함해, 그 시기를 거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내용과 서정적인 그림체로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극장판 <세일러문>(1995), 극장판 <은하철도 999>(1998) 등에서 수석 애니메이터로 활약하고 <원피스: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2005)을 만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성장영화로 탈바꿈시킨다. 7월을 배경으로 한 동경의 사실적이고 정겨운 풍경은 <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미술감독으로 활동한 야마모토 니조의 솜씨.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시체스, 카타르니아국제영화제 등 일본 자구과 해외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러브&트러블> - 현대 런더너들의 삶의 방식

입력시간 : 2007-06-11 11:36



런던 보그지의 패션 에디터 잭스(브리트니 머피)는 시나리오 작가인 게이 친구 피터(매튜 리스)와 한집에 살고 있고, 옛 남자친구 제임스(엘리어트 코완)와도 가끔 관계를 가지며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잭스는 패션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유명 포토그래퍼 샤샤의 조수인 파올로(산티아고 카브레라)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샤샤가 게이만을 조수로 고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파올로를 피터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게이인 줄 알았던 파올로가 피터보다 잭스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러브&트러블 Love&Other Disasters>은 런던을 배경으로 패션 에디터 잭스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러브&트러블>은 그러나 한 여자와 한 남자와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길을 간다. <러브&트러블>은 패션 에디터 잭스가 파올로의 사랑 이야기를 씨줄로 놓고,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게이 친구 피터, 엉터리 시를 쓰는 부자 친구 탈룰라(캐서린 테이트), 뉴욕과 런던을 넘나들며 잭스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전 남자친구 제임스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발랄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는 패션 에디터와 사진작가, 시나리오 작가, 시인, 화가, 미술품 경매사 등 문화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뒤섞어낸다. 문화 예술계에 일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런던 문화 예술계와 사교계의 풍경들도 양념으로 삽입해 흥미를 더한다.

런던의 문화를 선도하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답게 <러브&트러블>에는 런던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이 소개된다. <러브&트러블>은 영화 <노팅힐 Notting Hill>로 유명해진 포토벨로 마켓부터 캠든 마켓, 스피타필즈, 브릭레인 마켓 등 런더너(Londoner)들이 주말이면 자주 찾는 마켓을 비롯, 잭스가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다양한 레스토랑들, 소호의 갤러리, 미술품 경매장 등 런더너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장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의 열혈팬인 잭스가 재현해내는 1960년대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러브&트러블>의 매력은 현대 런더너들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러브&트러블>은 게이들의 삶과 사랑을 이성애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본다. 잭스와 친구들은 피터와 피터의 게이 친구들을 색안경 끼지 않고 보통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여느 게이 영화보다 한 걸음 앞선 진보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게이를 내세운 영화들이 게이와 이성애자들을 구분하는 데 반해 <러브&트러블>은 게이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8마일 8 Mile>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Just Married>의 브리트니 머피는 솔직하고 쿨한 패션 에디터 잭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영화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피터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속 영화 <러브&트러블>의 주인공으로 특별 출연한 귀네스 팰트로와 올란도 블룸의 깜짝 변신은 덤이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다마모에> - 도시코 여사의 화려한 외출

입력시간 : 2007-06-11 13:07



도시코(후부키 준) 여사는 슬프다. 평생을 함께 한 남편이 느닷없이 돌연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의 장례식이 있던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도시코 여사를 더 슬프게 한다.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남편이 몰래 만나온 숨겨진 애인이었던 것. 도시코 여사는 자그마치 10년 동안 자신을 속여온 남편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그녀의 자식들은 이런 상황도 몰라준채 유산에만 관심을 갖는다. 남편의 배신과 자식들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도시코 여사는 무작정 가출을 감행한다. 평생을 헌신적인 아내이자 인자한 어머니로 살아온 도시코 여사가 이제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 둘씩 실천에 옮긴다.

<다마모에 Tamamoe!>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지난 날을 다시 생각하게 된 주인공 도시코는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제 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다마모에>는 변화하는 도시코 여사의 모습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 나간다. 난생 처음 가출을 감행해 캡슐 호텔이라는 싸구려 숙박업소에 머물며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하며 로맨스를 만들어 간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딸이나 재산 상속에만 관심이 있는 아들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 에로 영화관에 찾아가 영사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간곡히 요청도 한다. 일견 엉뚱해 보이는 일들이지만 영화는 도시코의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그녀의 일탈을 유쾌하게 따라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좌절과 환희가 교차하는 도시코를 세밀하게 연기해낸 후부키 준의 연기 또한 <다마모에>의 백미다.

<다마모에>는 [아웃] [잔학기]로 유명한 기리노 나쓰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다마모에>라는 제목은 원작이 유행시킨 신조어로 ‘육체는 점점 쇠약해져 가지만 영혼은 갈수록 더욱 불타 오른다’는 뜻. 연출을 맡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철권 Tekken> <케이티 KT> 등 선 굵은 남성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지만 2000년 작 <얼굴 Face> 이후 두 번째로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슬픔과 역경을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도시코의 주위엔 개성 있는 캐릭터가 줄줄이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캡슐 호텔에 기거하며 도시코의 푼돈을 가로채는 노인 뿐만 아니라, 매일 같이 아웅다웅하며 지내는 도시코의 친구들 역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스토킹 그리고 섹스> - 어중간하고 엉성한 에로틱 드라마

입력시간 : 2007-06-11 13:10



직업소개소에서 일하는 사토시는 오래된 에로영화 비디오를 수집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평소처럼 희귀 에로 비디오를 사러 가게에 들른 사토시는 자위기구를 둘러보던 고등학생 나오를 만난다. 직업소개소에 들른 사요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사토시는 그녀의 주소를 알아내 몰래 스토킹을 시작한다. 나오는 사토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스토킹 중이던 사토시를 스토킹하다가 결국 그의 집에 함께 들어간다. 사요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오라는 사토시의 부탁에 따라 사요리의 남동생 코우와 친해진 나오는 점점 사요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사요리가 좋아하는 가수와 화가를 알아낸 사토시는 우연을 가장해 사요리에게 접근한 후 점점 사요리와 친해진다. 버섯을 몰래 키우며 괴짜 뮤지션과 친하게 지내던 코우는 그를 따라 산 속으로 떠나고, 사요리는 나오의 고백으로 사토시가 스토커임을 알게 된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 Love Kill Kill>는 독특한 내러티브에 성애 장면을 넣어 만든 전형적인 일본 AV영화다. 디지털로 찍어 주로 비디오 시장을 공략하는 비디오 영화로 엉성한 연기와 엉성한 연출, 작위적인 섹스 장면이 뒤엉킨다. 구로사와 기요시, 수오 마사유키 등을 배출한 일본 AV영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지만, 완성도나 실험성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내러티브의 독창성도 실험성도 찾아보기 힘들고, 별다른 에로티시즘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물들은 산만하게 제시되고,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도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도식적으로 전개될 뿐이다. 일본에서 2004년 공개된 <스토킹 그리고 섹스>는 독특한 저예산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성인영화를 보는 쾌락도 없는 어중간하고 엉성한 에로틱 드라마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6/14 개봉작 리뷰] <오! 마이 보스!> - 가짜 사장님이 나타났다

입력시간 : 2007-06-11 13:05



사장 라운(피터 갠츨러)은 창립 이래 10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일반 사원으로 지내왔다. 좋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직원들의 원망을 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원의 전원 해고를 조건으로 회사 매각을 기획 중인 라운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거래처 사장인 피누르(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가 직접 사장과 계약하기를 원하는 것. 결국 라운은 연극배우인 크리스토퍼(젠스 알비누스)를 기용해 가짜 사장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직원들은 10년 만에 나타난 사장이 생소하거니와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장의 행동이 수상하기만 하다. 가짜 사장인 크리스토퍼의 실수는 끊이지가 않고, 진짜 사장인 라운은 이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애간장이 탈 지경이다.

<오! 마이 보스! The Boss of It All>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 Breaking the Waves>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로 유명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첫 코미디 영화다. 라스 폰 트리에는 그의 오랜 프로듀서였던 비베크 윈델로프를 떠나 보내고 메타 루이스 폴대거를 영입하면서 그간의 작품 활동에 변화를 주고자 <오! 마이 보스!>를 기획했다. <오! 마이 보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라스 폰 트리에가 공동대표로 있는 젠트로파(Zentropa Entertainments)의 주변 동료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직원들의 뒷담화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사장부터 화가 나면 주먹부터 나가는 다혈질 직원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등장해 오피스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 마이 보스!>는 사장이 직원을 두려워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극배우는 사장의 역할을 대신하려 노력하지만 IT업계인 만큼 전문용어 따라잡기에도 버겁다는 점에서 자연스런 웃음을 이끌어 낸다.

<오! 마이 보스!>는 라스 폰 트리에의 유일한 장르 영화라는 점에서 외전과도 같이 보이지만 ‘오토마비젼(Automavision)’이라는 새로운 촬영기법을 도입해 실험정신을 놓지 않고 있다. ‘오토마비젼’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프레임을 선정,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오! 마이 보스!>의 매 장면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주관이 배제된 채 만들어 졌고, ‘오토마비젼’이라는 촬영기법이 촬영감독을 대신해 크레딧에 올라갔다. <오! 마이 보스!>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가 존경을 마다하지 않는 감비니는 사람이 아니라 라스 폰 트리에가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 우연히 본 트럭의 이름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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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6. 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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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져 - 죽은 자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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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개봉작 리뷰] <메신져: 죽은 자들의 경고> - 귀신 들린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력시간 : 2007-06-04 09:59



제스 가족은 대도시를 떠나 인적이 드문 시골의 한 농장으로 이사온다. 해바라기를 재배하며 새 삶을 시작하려 했던 이 가족에게 이사 첫 날부터 기이한 일들이 하나 둘씩 일어난다. 막내인 벤(에반 터너, 테오도르 터너)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집안을 서성이기 시작하고, 제스(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정체불명의 유령들이 자신의 집안에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어느 날 제스는 귀신의 존재를 직접 체험한 뒤 두려움에 떨지만, 부모는 유령이 나타났다는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귀신의 출현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제스는 이사온 집의 비밀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메신져: 죽은 자들의 경고 The Messengers>(이하 <메신져>)는 귀신 들린 집에 거주하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부모와 남매로 이뤄진 이 가족은 도시를 떠나 시골로 거처를 옮기지만 집안 곳곳에 서린 귀신과 만나며 공포에 떨게 된다. 귀신 들린 집으로 소재로 한 만큼 대부분의 사건과 사고들은 이사온 집 안에서 일어난다. 귀신에게 정신 없이 쫓기며 줄행랑을 치다가도 현관문을 넘어서면 안도감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는 실어증이 걸린 아이, 부모와 소통하지 못하는 10대 소녀, 실업자가 된 가장을 등장시키긴 하지만 이들의 문제를 치밀하게 따라가지는 못한다. 심지어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이 어떠한 이유로 이런 상황에 다다르게 됐는지 조차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각각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지 못한 점도 문제이긴 하지만, <메신져>의 가장 큰 허점 중 하나는 일가족을 괴롭히던 귀신들이 돌연 가족을 도와 원한을 푸는 이야기에 있다. 공포심을 유발시키며 그들 주위를 배회했던 귀신들이 사실은 그들의 조력자였다는 사실이 허탈함을 유발케 한다.

<메신져>는 <디 아이 The Eye> <방콕 데인저러스 Bangkok Dangerous>를 연출한 팽 브라더스가 메가폰을 잡은 만큼, 그들만의 오싹한 공포 연출이 돋보인다. 4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귀신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어린 아이 한 명뿐이라는 설정은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묵묵히 귀신이 나타나는 방향을 가리키는 데, 극중 인물도 관객들도 직접 실체를 볼 수는 없지만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충분하다. 아무 말 없이 천장을 응시하거나 혼자 웃음 짓는 아이 벤은 일란성 쌍둥이인 터너 형제가 섬뜩한 모습과 순진한 모습의 역할을 각각 맡아 연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메신져>는 <스파이더 맨 Spider-Man> 시리즈의 샘 레이미가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샘 레이미는 2002년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고스트 하우스 픽쳐스를 설립하고,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The Grudge>, 팽 브라더스의 <메신져>에 이어 <이블 데드 The Evil Dead>의 새로운 시리즈와 한국 만화 [프리스트]의 영화화를 제작자로서 준비 중에 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6/6 개봉작 리뷰] <황진이> - 황진이에 대한 다른 관점

입력시간 : 2007-06-04 10:05



16세기, 철저하게 계급사회였던 조선 시대. 개성 양반가의 아씨 황진이(송혜교)는 한양 양반집 자제와의 혼인을 앞두고 있다. 양반집에서 날아온 파혼 소식에 황진이는 자신이 사실은 노비의 딸로 태어난 천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황진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옆에서 지켜준 노비 놈이(유지태)에게 몸을 허락한 후, 기생이 되기 위해 청교방으로 들어간다. 이름을 명월로 바꾸고 기생이 된 황진이는 신임 사또 김희열(류승룡)의 총애 아래 양반들을 농락하며 이름을 한양까지 널리 알린다. 한편 황진이의 파혼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놈이는 화적떼의 두목이 되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손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북한작가 홍석중의 동명 소설 원작의 <황진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황진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홍석중의 원작소설을 화면에 충실하게 옮겨낸다. 영화는 둘다 천한 신분인 황진이와 놈이의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중심 축으로 황진이와 놈이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맞서는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황진이>가 주목하는 것은 노비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천민의 신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신분 중심의 사회에서 황진이가 자신의 의지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다. 기생이 되기 직전, 죽은 노비 엄마의 무덤 앞에서 "세상을 발 아래 두고 마음껏 비웃으며 살 테다"라고 단호하게 결심하는 황진이는 그 후 당대 신분질서의 최고 윗자리를 차지하던 양반들을 실컷 농락하며 거침없이 살아간다. <황진이>는 이처럼 세상의 편견과 질서에 맞서는 당당한 여인 황진이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첫사랑인 노비 놈이와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간직한 순수한 여인 황진이의 모습을 묘사하는데도 상당히 공을 기울인다.

<황진이>는 북한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외에도 눈여겨볼 점이 많다. 총 제작기간 4년에 총 제작비가 100억 원이 투입된 <황진이>에는 담양 소쇄원, 남원 광한루, 순천 선암사, 남산 한옥마을, 부안, 안동 등 전국을 돌며 촬영한 아름다운 절경이 담겨 있다. 여기에 한국영화 최초로 금강산의 비경까지 담았다. 연등 행사 장면과 청교방 장면 등 아름다운 세트와 검은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한복들이 눈을 유혹한다. <정사> <텔 미 썸딩>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 등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정구호가 디자인한 한복은 시대성에 갇히지 않는 모던한 한복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원일 음악감독이 국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자극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올인> <풀하우스> 등의 TV 드라마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스타 송혜교가 아픔을 간직한 건방진 기생 황진이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유지태는 화적떼의 두목이자 황진이를 평생동안 가슴에 품고 사는 놈이 역을 맡아 송혜교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황진이를 총애하는 사또 김희열은 <거룩한 계보> <천년학> 등을 거치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류승룡이 연기했다. 황진이 곁에서 도움을 주는 유모는 중견 배우 윤여정이 맡아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6/6 개봉작 리뷰] <슈렉 3> - 허약 왕자 아더를 찾아서

입력시간 : 2007-06-04 10:02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은 이제 피오나 공주(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겁나 먼 왕국’에서 안락한 궁중 생활을 누리고 있다. 시중이 떠받들며 보좌해 주지만 슈렉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왕궁에서 벗어나 늪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피오나의 아버지인 해롤드 왕(존 클리스)가 위독해져 슈렉이 왕위를 계승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해롤드 왕은 슈렉에게 왕위 계승 다음 서열인 아더 왕자를 찾아온다면 늪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성대한 장례식은 치뤄지고, 슈렉은 절친한 친구인 동키(에디 머피)와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피오나의 먼 친척인 아더 왕을 찾기 위한 길을 나선다. 한편, 프린스 차밍(루퍼트 에버렛)은 지난 날 슈렉 일당에게 호되게 당한 뒤 복수를 준비 중이다. 후크 선장과 동화 속 악당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프린스 챠밍은 ‘겁나 먼 왕국’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왕국을 점령한다.

<슈렉 3 Shrek the Third>는 책임감이 늘어난 녹색괴물 슈렉의 이야기다. 사랑스런 피오나 공주와 결혼에 성공했으며(<슈렉 Shrek>), 못생기고 뚱뚱한 괴물이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피오나 가족들로부터 신임도 얻었지만(<슈렉 2 Shrek 2>) 이제 슈렉은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이 되야 하며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슈렉> 시리즈 특유의 반골 정신은 <슈렉 3>에서도 이어진다. 세상만사 단순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 슈렉은 왕이 되기 보단 왕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여행길을 떠나고, 피오나 공주의 임신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악몽을 꾸게 된다. <슈렉> 시리즈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차별을 두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왕위 찬탈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거나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퍼붓는 주인공 대신 심드렁하고 무책임한 슈렉을 내세워 기존 애니메이션의 전통과 관습에 대해 전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렉> 시리즈의 장점인 동화 비틀기는 3편에서도 여전하다. 피오나 공주의 마실 친구들인 네 공주는 기존 동화 속 모습과 사뭇 다르게 등장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말 그대로 24시간 졸기 바쁘며,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이 자신을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오히려 하인으로 부린다. 계모와 의붓 언니들에게 시달리며 청소밖에 할 수 없었던 신데렐라는 청결에 대해 노이로제를 가지고 있는 결벽증 환자였으며, 라푼젤의 긴 머리는 사실 가발이었다. <슈렉 3>에선 동화만 차용하는 것이 아니다. 전설 속의 인물인 아더 왕은 연전연패를 기록하는 약골 왕자로 등장해 귀네비어의 사랑을 얻고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슈렉 3>에 사용된 동화 비틀기는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탓에 시리즈 특유의 통렬한 조롱과 풍자가 제대로 살려지지는 못하고 있다. 왕비 릴리안이 박치기를 통해 느닷없이 감옥을 탈출하게 되는 장면도 생경할 뿐만 아니라, 동키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마법으로 인해 몸이 뒤바뀌는 설정 또한 이야기 진행에 관계가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장 ‘슈렉’스럽지 않는 장면은 아더 왕이 일장 연설을 끝마친 뒤 악당을 감화시키며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 있다. <슈렉 3>는 지나친 설교조로 악당을 계몽하는 탓에 다양한 시점에서 비틀어 보기를 시도했던 시리즈 본연의 개성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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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5. 31. 14:22
0.00/10
0명 참여
6.00/10
1명 참여
천상고원
감독  : 김응수
출연  : 이재원, 김응수
상영시간  : 75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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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06/10
139명 참여
5.50/10
4명 참여
상성: 상처받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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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유위강, 맥조휘
출연  : 양조위, 금성무, 서기, 서정뢰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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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8.33/10
3명 참여
5.50/10
4명 참여
팩토리 걸
예매하기   
감독  : 조지 하이켄루퍼
출연  : 시에나 밀러, 가이 피어스
상영시간  : 8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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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27/10
151명 참여
3.00/10
1명 참여
데스 워터
예매하기   
감독  : 야마모토 키요시
출연  : 이가와 하루카, 와타베 아츠로
상영시간  : 101분
장르  : 공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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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31 개봉작 리뷰] <천상고원> - 히말라야로 떠난 남자
입력시간 : 2007-05-28 11:06


K(김응수)는 궁금하다. 그의 연인이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가장 잔인했던 나를 용서하지 않길 바래”라는 엽서 한 통을 남겨둔 채 갑자기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K는 3년 전 그녀와 함께 여행한 적 있는 히말라야 고원의 라다크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한 여정은 쉽지가 않다. K는 정체불명의 여행객 태훈(이재원)을 만나 히말라야를 넘는 도중 심한 고산병에 시달린다. 수십 번의 토악질과 죽을 만큼 힘든 두통을 겪으며 간신히 천상고원에 다다른다. 태훈 역시 말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K는 3년 전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 속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어떤 이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 그곳에 없고, 다른 이는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K는 그들에게 사진 한 장씩을 전해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사진을 모두 돌려주고 난 후 K는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네 명의 스탭으로 제작된 <천상고원>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혼합된 로드무비다. 김응수 감독, 배우 김재원, 촬영감독 박기웅, 그리고 동시녹음기사 김원이 <천상고원>을 만든 사람들이다. 특히 김응수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주인공 K역을 맡아 연기도 겸했다. 영화 속 K가 여행을 떠나는 라다크는 감독이 3년 전에 여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는 K가 사라진 애인을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이들의 만남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상고원>은 뜻하지 않게 히말라야 여행을 하게 된 주인공이 다시 대자연과 조우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것에 주목한다. K는 덜컹거리는 자동차에 몸을 실어 라다크로 향하지만 고산병에 시달리며 대자연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생각한다. 또한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난 현지 주민들과 만나고 광활하게 펼쳐진 길을 통과하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하지만 <천상고원>은 80분의 러닝타임 동안 대사가 거의 없이 진행돼 변화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잡기에는 버거운 편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낼 뿐 그가 무엇을 발견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해발 5,000미터의 히말라야 고원을 통과하지만 K가 간간히 구토 때문에 차를 멈춰 세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저 K의 단조로운 여정을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감독은 광활한 자연 속에 작기만 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것으로 만족할 따름이다. <천상고원>은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한 작품으로, 뒤늦게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31 개봉작 리뷰] <상성: 상처받은 도시> - 상처 받은 사람들의 도시, 홍콩

입력시간 : 2007-05-28 10:58



형사 선후배 사이인 유정희(양조위)와 아방(금성무)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편히 쉴 수가 없다. 출동명령을 받고 현장을 급습하던 중 유정희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분노하고, 아방은 귀가 후 자신의 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한다. 3년 후, 둘의 상황은 극명하게 변한다. 유정희는 경찰청의 엘리트 팀장으로, 가정에선 숙진(서정뢰)에게 헌신하는 다정한 남편으로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방은 애인의 자살로 충격을 받고 알코올 중독자가 돼 사립탐정 일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유정희의 장인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숙진은 사립탐정인 아방에게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한다. 의뢰를 받은 아방은 사건을 조사할수록 유정희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 Confession of Pain>는 <무간도 Infernal Affairs> 시리즈로 유명한 유위강, 맥조휘 콤비의 작품이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은 비극적인 운명에 놓인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무간도>와 같은 연장선에 있지만, 살인범을 뒤쫓는 추리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특이하다. 영화의 초반부에 범인을 미리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어떤 사연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가’를 다룬 추리물이다. 그 과정에서 유위강, 맥조휘는 홍콩 누아르를 부활시킨 감독답게 도시의 우울한 정서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카메라는 홍콩의 야경을 멀리서 담아내며 쓸쓸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후미진 뒷골목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포착해낸다. 또한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범인을 내세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유정희와 아방이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홍콩이란 도시에는 영웅도 악당도 아닌, 상처 받은 사람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범인의 사연을 풀어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아방이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느닷없이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장면이나 영화의 후반부, 범인이 자신의 사연을 한꺼번에 고백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부분에선 추리물의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린다. 금성무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서기는 이야기 전개에 하등 지장을 주지 않는 사족과도 같은 인물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양조위가 <무명경찰 Young Cops>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21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한 <상성: 상처받은 도시>는 할리우드에 리메이크가 확정됐고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 <디파티드 The Departed>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모나한이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31 개봉작 리뷰] <팩토리 걸> - 앤디 워홀의 그녀

입력시간 : 2007-05-28 10:44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배우는 누굴까. 앤디 워홀의 대표작 몇 편쯤 아는 이라면 대부분 마릴린 먼로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릴린 먼로보다 더 가까운 이가 있다. 앤디 워홀의 작품 세계는 물론 개인적인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여인, 배우 에디 세즈윅이 바로 그다. 에디 세즈윅은 <가련한 부자 아가씨 Poor Little Rich Girl> <루페 Lupe> 등 1960년대 만들어진 앤디 워홀의 영화 대부분에 출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이자 깡마른 몸에 찰싹 달라붙는 블랙 타이즈, 스모키 화장을 즐겼던 1960년대 패션 아이콘이었다. <팩토리 걸 Factory Girl>은 그녀를 위한 찬가다. 앤디 워홀과 만나 서로 교감을 나누고 배우로서 반짝이던 한 때, 그리고 약에 빠져 스물 여덟의 나이로 생을 다할 때까지, 에디 세즈윅의 인생이 통째로 들어있다.

1965년. 하버드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은 더 큰 세상과 만나고 싶어 뉴욕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그 시절 앤디 워홀은 캠벨수프 깡통을 늘어놓은 파격적인 전시로 미술계와 문화계의 관심(관심이 방향이 호의적이든 호의적이지 않았든 간에)을 한 몸에 받던 팝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이 에디 세즈윅에게만 흥미로웠던 건 아니다. 앤디 워홀은 한 눈에 그녀의 매력을 간파했고, 그녀를 자신이 작품 활동을 하던 예술 공간 ‘팩토리’로 초대한다. 재력가의 딸이자 뉴욕 패션계를 쥐락펴락한 패션 아이콘 에디 세즈윅은 그렇게 앤디 워홀의 친구가 된다. 그리고 영화 작업을 통해 점차 그의 뮤즈가 되어 간다. 그러나 이들의 달콤한 한 때가 그리 오래 지속된 건 아니다. 앤디 워홀은 곧 다른 예술 ‘동지’들과 관계를 확장해갔고,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에디 세즈윅의 인생은 시들어가기 시작한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회상, 지옥의 묵시록 Heart of Darkness: A Filmmaker’s Apocalypse>과 몽키스, 콜드 플레이 등 유명 음악인들의 명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메이어 오브 선셋 스트립 Mayor of the Sunset Strip> 등을 작업한 조지 하이켄루퍼 감독은 <팩토리 걸>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색채를 잊지 않았다. <팩토리 걸>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재현. 앤디 워홀의 작품은 물론 60년대 문화계의 모습, 에디 세즈윅의 패션들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덕분에 은박지와 은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과 은색 풍선, ‘실버 팩토리’라 불리던 앤디 워홀의 작업 공간이 고스란히 영화 안으로 옮겨왔다. 여기에 1963년부터 66년까지, 앤디 워홀의 작품 가운데 열아홉 작품이 실물 그대로 영화 속 소품으로 사용됐다. 고독한 듯하면서 냉정함을 잃지 않는 앤디 워홀의 표정, 스모키 화장으로 대표되는 에디 세즈윅의 여러 패션 아이템들도 완벽한 의상, 메이크업으로 스크린 위에 재현된다.

하지만 영화는 앤디 워홀이 왜 에디 세즈윅을 철저히 이용하다 버렸는지, 매혹으로 빛나던 에디가 왜 그토록 쉽게 약물에 빠져들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이들 관계의 겉만 훑다 보니 에디 세즈윅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데 머물 뿐, 미술학도이기도 했던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삶의 고뇌는 어느 곳에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 시대, 미술계의 고정관념들을 뒤흔든 앤디 워홀의 예술 감각은 드러나지 않고 그를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찍고 그림을 그리는 제멋대로 예술가로 그린 것도 아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31 개봉작 리뷰] <데스워터> - 물도 함부로 마시지 마라

입력시간 : 2007-05-28 11:03



됴쿄 서쪽 지역에서 최근 몇 달 간 의문의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자살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신의 눈을 찔렀다는 점. 이 사건을 취재하던 신문기자 교코(이가와 하루카)는 이 끔찍한 사건이 모두 물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을 품고, 전 남편이자 수질 연구원인 유이치(와타베 아츠로)에게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는 교코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유이치는 동료 연구원이 눈을 찌르고 자살한 사건을 겪으면서 교코에게 협조하게 된다. 두 사람은 문제의 물이 '데스워터(죽음의 물)'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데스워터를 마신 사람은 환각을 보며 점점 미쳐가다가 결국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데스워터가 상수관을 통해 도쿄 서쪽 지역 전체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

동명의 일본 호러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 <데스워터 Death Water>는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물을 매개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데스노트>는 귀신이 갑자기 등장해 놀래키거나, 서늘한 음악이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거나 하는 등의 공포영화의 관습적인 장치를 별달리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문기자 교코의 취재 과정을 꼼꼼하게 추적해나가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를 강화함으로써 스멀스멀 스며드는 공포를 창출하고 공포의 강도를 조금씩조금씩 높여간다는 점에서 <데스워터>는 깜짝쇼에 치중한 여느 공포영화와는 다른 색깔의 공포를 선사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오염되었을 경우를 상정하고 그 파급효과를 그린다는 점에서 <데스워터>는 공포의 강도가 여느 공포영화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상적으로 매일매일 마시는 수돗물에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있다면, 이는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만큼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을 보면, 그렇게 거창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어진다. 신문기자 교코가 목숨을 걸고 알아낸 데스워터가 그저 민담 속에 나오는 저주받은 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일 뿐인 것이다. 이런 싱거운 설정만 제외한다면, <데스워터>는 즐길거리가 충분히 많은 공포영화다. 데스워터를 마시고 미쳐가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환각, 물에 대한 강박증을 드러내는 교코의 행동양식 등 디테일을 꼼꼼하게 살린 장면들은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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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5. 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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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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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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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도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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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위의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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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개봉작 리뷰] <마리 앙투아네트> - 24시간 파티 피플의 사생활
입력시간 : 2007-05-14 11:33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ette>는 특이한 시대극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당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대의 공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영화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의도적으로 시대의 풍경을 거세시키고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개인에 집중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어린 나이에 정략 결혼의 희생양이 되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24시간 파티 피플로 살며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를 외면했다는 비판과 아름답고 사실적이라는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논란의 영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키어스틴 던스트)는 프랑스와의 동맹 강화를 위해 후에 루이 16세가 되는 프랑스 황태자 루이 오귀스탱(제이슨 슈왈츠먼)과 정략 결혼해 베르사이유 궁전에 입성한다. 두 나라간의 동맹 강화를 위해 어머니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빠른 출산을 권하지만, 남편은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잠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다.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남편을 유혹하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설픈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 마리 앙투아네트도 다른 관심사를 찾기 시작한다. 오페라와 화려한 의상, 파티 등에서 즐거움을 찾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차 화려한 궁전 생활에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사치스런 생활에 점점 빠져든 마리 앙투아네트는 스웨덴의 젊은 백작 페르젠(제이미 도넌)과 불장난 같은 사랑을 하기도 하며 안정된 궁전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향락의 극치를 달리던 그 즈음 프랑스 국고는 바닥을 치고, 극심한 가난으로 민심은 흉흉해져 간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마리 앙투아네트: 여행]을 바탕으로 호화롭기 그지 없는 날들을 보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역사적으로 사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중 생활을 있는 그대로(아니 그보다 어쩌면 훨씬 더 화려하게) 재현해낸다. 영화는 열네 살에 정략 결혼으로 낯선 나라의 왕비가 된 어린 소녀가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즐기면서 사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는데 주력한다. 영화의 초반부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파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잠깐 보여주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오로지 향락을 즐기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소피아 코폴라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도 역사적 사실은 일부러 외면하며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다.

감독의 역사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릴 수 있지만, 볼거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실제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촬영하는 등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궁전 생활을 엿보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아름다운 궁전의 장식들과 의상, 메이크업, 파티 풍경 등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불의 전차 Chariots of Fire>와 <배리 린든 Barry Lyndon>에 이어 <마리 앙투아네트>로 세 번째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밀레나 카노네로의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미래 소년

입력시간 : 2007-05-14 02:00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내오고 있는 종대(유아인)와 기수(김병석)에게 현실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냉혹하다.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종대는 안마시술소에 취직하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대리운전을 하는 기수는 레드 제플린의 존 보냄처럼 몰디브에서 드럼을 치는 꿈을 꾼다. 어느날 종대는 폭행 사건에 휘말려 진짜 총을 갖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종대와 기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2004년 단 3천만 원의 돈으로 제작된 저예산독립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노동석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희망이라곤 눈을 뜨고 찾아볼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처한 커플 병석과 재경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현실을 이야기했던 노동석 감독의 관심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도 여전하다. 제목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내일은 없는 한심한 청춘 종대와 기수의 이야기다. 하지만 시종일관 절망 속에 머물러 있었던 <마이 제너레이션>에서와는 달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조금 다르다. 피할 곳이라곤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종대와 기수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비해 10배 늘어난 3억 원의 넉넉해진(?) 제작비 덕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촬영과 사운드 등 외형적으로 전작보다는 확실히 세련되고 안정적인 영화가 되었다. 특히 100%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동석 감독의 공간 활용법이다. 기수의 지하 단칸방, 초라한 약국, 대리운전 사무실, 퇴락한 골목과 다리 밑 등 극 중 등장하는 모든 공간들은 단지 영화의 배경에 그치지 않고, 두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제 3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김병석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노동석 감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수 역할로 등장하며, 종대 역의 유아인(<반올림> <좋지 아니한가>)은 나이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2001년 <싸울아비> 이후 6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최재성이 종대의 선망의 대상인 김사장 역할로 출연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눈물이 주룩주룩> -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입력시간 : 2007-05-14 11:30



오키나와에 혼자 살고 있는 요타로(츠마부키 사토시)에게 새로운 룸 메이트가 생긴다. 새 얼굴의 주인공은 네 살 터울 여동생 카오루(나가사와 마사미). 오키나와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카오루와 오빠 요타로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세상 누구보다 사이 좋은 남매지만 사실 둘은 진짜 남매가 아니다. 재혼한 부모님 덕에 형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타로의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카오루의 아빠는 집을 나갔다. 부모가 떠나고 단 둘이 남은 남매는 형제로, 친구로 서로 의지하며 자란다.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오빠, 동생. 이들의 진한 우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춰뒀던 사랑의 색을 드러낸다. 정과 우애,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이 뒤섞인 기묘한 감정이다.

소설과 만화들을 원작으로 삼는 대부분의 일본영화와 달리 특이하게도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의 출발점은 한 곡의 노래. 일본의 유명가수 모리야마 요시코가 부른 동명의 노래는 오키나와에서 친구처럼 자란 죽은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애잔하게 묻어 있다. 개국 50주년을 맞은 TBS 방송국은 어느 세대나 즐길 수 있는 순애, 멜로 영화를 만들 결심을 하고 일본인의 애창곡 ‘눈물이 주룩주룩’를 영화로 옮기기로 마음 먹는다. 진한 우애는 물론 애틋한 사랑의 감정까지 끌어낼 수 있는 소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래가 시작점이지만 오키나와에서 자란 친구 같은 남매, 동생을 향한 오빠의 한없는 사랑이란 큰 줄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

<눈물이 주룩주룩>이 덧붙인 극적 장치들은 대부분 ‘신파 코드’와 그대로 연결된다. 세상이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가짜 남매 요타로와 카오루 사이에 요타로의 여자친구가 등장해 삼각 관계 구도가 전개되고, 요타로에 비해 학벌, 집안 모두 좋은 여자친구의 부모는 어김없이 이 둘 사이를 반대한다. 물론 헤어질 것을 담보로 한 ‘돈 봉투’가 오가고, 눈물 쥐어짜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진부하리만큼 전형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릴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요소, 죽음도 빼놓지 않고 준비해두고 있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제목 그대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해 손수건을 젖게 하려는 전형적인 신파 멜로드라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뺀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요타로와 카오루의 애틋한 감정을 잡아냈다. 하지만 우애와 사랑 사이를 묘하게 넘나드는 이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제대로 옮겨졌는지는 의문이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둘의 감정은 너무 건전하고, 우애라고 하기엔 요타로의 애정이 너무 맹목적이다. 스스로도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만큼 미묘하게 흔들리는 사랑의 파장이 <눈물이 주룩주룩>에는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눈물이 주룩주룩>이 전하는 사랑 얘기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건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의 츠마부키 사토시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 속 백혈병 소녀 나가사와 마사미는 애틋한 감정은 물론, 그 자제로 풋풋한 청춘의 아름다움을 화면 안에 새겨 넣는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 맑은 하늘이 선사하는 영상미 또한 <눈물이 주룩주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더불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노래 ‘눈물이 주룩주룩’도 감상할 수 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넥스트> - 2분 후를 보여드립니다

입력시간 : 2007-05-14 12:11



라스베가스의 마술사 크리스 존슨(니콜라스 케이지)는 2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이런 예지력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임을 깨달은 그는 마술사로 일할 때나 카지노에서 푼돈을 벌 때만 사용하며 능력을 아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카지노에 총기강도 사건을 예견하고 미리 막으려다 오히려 사건에 휘말리는 신세가 된다. 한편, FBI 요원 캘리 페리스(줄리안 무어)는 테러리스트들이 LA에 핵폭탄을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핵폭탄을 찾는데 크리스의 능력을 사용하려 한다.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크리스는 LA시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캘리의 부탁을 번번히 거절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운명의 여인 리즈(제시카 비엘)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돼 LA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FBI와 함께 핵폭탄 제거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넥스트 Next>는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의 원작자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골든 맨 The Golden Man]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초능력, 로봇, 외계인 등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미래 세계를 그려온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넥스트>는 2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는 주인공 크리스의 예지력을 매개로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교묘한 솜씨로 수십 명의 경호병을 따돌리거나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는 통나무와 바위를 요리조리 절묘하게 피해가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낸다. 또 크리스가 리즈에게 접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예지력을 발휘할 때나 TV 프로그램의 대사를 미리 읊어대는 장면은 웃음을 이끌어낸다.


2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설정,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서 예지능력이 커진다는 설정 등 흥미를 끄는 구석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넥스트>는 만듦새가 썩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2분 후의 미래를 예측해 교묘하게 난관을 피해가는 크리스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크리스가 운명의 여인 리즈를 만나 예지능력이 커진 후반부부터는 테러리스트와 크리스 사이의 대결로 이야기가 압축된다. 그러나 한결 강해진 예지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크리스의 활약상은 중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의 반격을 무력화시키며 영화의 긴장감마저 떨어뜨리고 만다. 미래를 예측하는 크리스가 수십 발의 총알도 너무나 간단하게(?) 피해버리기 때문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놓쳤지만, <넥스트>는 다른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랜드 캐년의 광활한 풍경과 LA 롱비치 항구에서 촬영된 액션 신은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내 앨리스 김이 영화 초반부 마술쇼 도중 무대로 불려 올라가는 여인으로 등장해 깜짝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7 개봉작 리뷰] <저 하늘에도 슬픔이>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입력시간 : 2007-05-14 11:55



엄마(박순천), 아빠(윤철형), 윤숙(김유나) 순나(박소영), 윤식(박남), 옥이(김인정). 단란했던 여섯 식구의 행복한 시절은 아빠의 도박으로 한순간에 사라진다. 아빠와 매일 말다툼을 일삼던 엄마는 어느날 사남매를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다. 엄마의 가출 후 아빠와 사남매는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작은 옥탑방을 얻어 살게 되면서 겨우 안정을 찾지만,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사남매는 다시 불행 속으로 빠져든다. 끼니마저 굶을 지경에 처하자 윤숙은 구두를 닦고 신문과 껌을 팔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1964년 발간된 열세 살 소년 이윤복의 동명 수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은 1963년부터 1964년까지 저자가 쓴 일기를 학교 선생님들이 책으로 펴낸 것으로, 발간되자마자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탤런트 출신의 한명구 감독 역시 이에 감명받아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책이 발간된 다음해인 1965년에 김수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4명의 아역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신파 휴먼드라마로 관객들을 찾아간다.(이 리뷰는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것입니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7개봉작 리뷰] <와일드 이노선스> - 사실과 허구, 허구에 관한 사실과 사실에 관한 허구

입력시간 : 2007-05-14 11:17



젊은 영화감독 프랑수아 모제는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여자에 관한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를 준비 중이다. 이미 몇 편의 영화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감독이지만, 제작비를 투자받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배우 지망생 루시와 사랑에 빠진 모제는 그녀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기용하려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지연되자 고민에 휩싸인다. 감독을 믿고 제작비를 대겠다는 한 제작자는 만날 때마다 시간을 끌거나 자취를 감추는 등 모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친구의 소개로 만난 노년의 재력가 샤스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마약을 운반해 달라고 요구한다. 고민 끝에 연극 순회공연을 떠나겠다는 루시를 잡기 위해 샤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모제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샤스는 더욱 위험한 일을 모제에게 강요하고, 마약중독자를 연기하던 루시는 배역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편 호기심으로 시작한 헤로인에 중독돼 간다.

<와일드 이노선스 Sauvage Innocence>는 <평범한 연인들 Les Amants Reguliers>로 2005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필립 갸렐의 2001년 작품이다. 누벨바그의 끝머리 혹은 포스트 누벨바그의 출발점에 데뷔하여 독창적인 영화 만들기에 몰두해온 감독의 사적 고백과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열여섯의 나이에 단편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 Les Enfants Desaccordes>로 데뷔해 앙팡 테리블로 불렸던 필립 갸렐은 상업영화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적 실험을 계속하며 프랑스 예술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1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와일드 이노선스>는 필립 갸렐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감독이 즐겨 만들었던 사적 영화의 표본과도 같은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마약으로 연인을 잃은 프랑수아 모제는 필립 갸렐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로 필립 갸렐이 10년 가까이 동거했던 모델 겸 배우 겸 뮤지션 니코는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즈음 자전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영화 속에서 프랑수아 모제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는 필립 갸렐의 아버지인 연극 연출가 모리스 갸렐이다.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는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와일드 이노선스>라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프랑수아가 루시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구체적인 사건은 대부분 허구다. 이는 모제가 만들고 있는 <와일드 이노선스>에도 해당되고, 필립 갸렐이 만든 <와일드 이노선스>에도 해당된다. 그런 의미에서 <와일드 이노선스>는 변형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필립 갸렐의 실제 삶과 모제의 삶 그리고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와 영화 속 영화가 기묘하게 서로를 반영하며 서로를 변형시킨다. <와일드 이노선스>를 단순히 줄거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모제의 영화는 필립 가렐의 영화와 점점 분리되면서 합쳐지고, 모제의 영화 속 인물은 루시라는 배우와 모제의 기억 속 연인을 거쳐 필립 가렐의 기억 속 연인으로 합치된다. 모제의 영화는 사실 속 허구 속 허구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사실 속 허구 속 사실로 보이기도 한다. 필립 갸렐의 기억과 필립 갸렐이 영화를 만드는 행위, 모제의 기억과 모제가 영화를 만드는 행위 그리고 필립 갸렐의 영화와 모제의 영화가 복잡하게 뒤엉킨다. <와일드 이노선스>는 무척 분명하고 단순한 내리티브를 가진 영화로 보이지만 무척 복잡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와일드 이노선스>가 어려운 것은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와일드 이노선스>를 등장인물들 사이의 사건으로만 이해했다면 그건 작품의 극히 일부만 봤다는 의미와도 같다. <와일드 이노선스>의 진정한 핵심은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부터 시작된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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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개봉작 리뷰] <줄 위의 종달새> - 사랑이야기로 폭로하는 사회체제의 부조리

입력시간 : 2007-05-14 12:01



1950년대 공산정권 치하, 체코의 프라하, 요리사 파벨(바츨라프 네카르시)은 종교적 이유로 토요일 출근을 거부하다 폐철처리장으로 끌려간다. 파벨은 그곳에서 교수, 검사, 색소폰 연주자, 이발사 등 저마다 억울한 사연으로 강제노역을 하게 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폐철처리장 한편에는 체코를 탈출하려다 잡혀온 여성 죄수들이 일하고 있다. 폐철처리장의 경비원은 남, 녀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파벨은 아름다운 아가씨 이트카(이트카 젤레노호르스카)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철저한 감시 속에서 파벨과 이트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눈빛을 주고 받거나 스치듯 손을 만져보는 것뿐이다. 이트카의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폐철처리장의 동료들은 파벨과 이트카가 결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줄 위의 종달새 Larks on a String>는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화된 체코의 현실을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풀어낸다. 영화는 온갖 고철들이 쌓여있는 폐철처리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파벨과 이트카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파벨과 아르카 커플은 폐철을 옮기며 서로의 손을 어루만지고, 비 오는 날 함께 불을 쬐며 미소를 주고 받는 것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혼식장에 함께 들어가는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파벨은 결혼식장에서, 아르카는 감옥에서 따로따로 결혼식 행사를 가질 뿐이며, 첫날 밤조차 파벨의 작은 말실수로 치루지 못하는 아픔을 겪는다. 파벨은 말실수 때문에 다시 또다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고 만다. 영화는 비극적 상황 가운데서 희망의 싹을 보여주는 한편, 가장 행복해야할 순간에 비극을 드러내는 등의 장치를 통해 사회체제의 부조리와 폭력을 폭로한다.


<줄 위의 종달새>는 1968년 체코의 민주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기간에 제작된 영화다. 하지만 ‘프라하의 봄’이 소련의 침공으로 끝나버리자 <줄 위의 종달새>는 공산정권으로부터 상영금지 처분을 받고 20여 년이 지난 1989년에야 공개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리 멘젤 감독은 <줄 위의 종달새> 때문에 5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다시 메가폰을 잡게 된 후 체코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왔다. <줄 위의 종달새>는 1990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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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0
7명 참여
7.67/10
3명 참여
가까이서 본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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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리 멘젤
출연  : 바클라프 네카르, 지트카 벤도바, 요세프 소므르
상영시간  : 92분
장르  : 코미디, 드라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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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80/10
20명 참여
6.00/10
3명 참여
경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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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박흥식
출연  : 김강우, 손태영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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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14/10
7명 참여
6.00/10
3명 참여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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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동현
출연  : 김미야, 홍승일, 구성환
상영시간  : 107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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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개봉작 리뷰] <바람난 여자> - 바람난 여자들의 침실 풍경

입력시간 : 2007-05-07 09:32



TV 쇼 프로그램 진행자 세실리아(마리아 조세 프리에토)는 남편 몰래 방송국 간부 알베르토(크리스티안 캄포스)와 바람을 피운다. 어느날 두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이 끝난 후 단골 모텔로 가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날 밤 모텔에서는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고, 하필이면 평소 세실리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방송국 기자 마리오(다니엘 알카이노)가 현장 취재를 나오는 바람에 세실리아의 외도가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한편, 칠레 여성의 62%가 외도를 한다는 놀라운 통계가 나오자 방송국에서는 이에 대한 특집 방송을 기획하고, 세실리아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칠레영화 <바람난 여자 Mujeres infieles>는 유부녀의 외도에 초점을 맞춘 에로영화다. 영화는 TV 방송국의 진행자인 유명 여성의 외도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벌이는, 혹은 상상하는 외도를 엮어놓는다. <바람난 여자>는 남편 앞에서는 조신하게 행동하다가도 정부 앞에서는 부끄럼 없이 옷을 벗어 던지고 덤벼드는 여자들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으로 에로영화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영화는 칠레 여성의 62%가 외도를 한다는 '미확인' 통계를 내세워 수많은 유부녀들의 외도가 사회적인 문제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벌거벗은 남녀가 한몸이 되어 침대 위를 뒹구는 모습일 뿐이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살결> - 두 여자의 살결을 느끼는 한 남자
입력시간 : 2007-05-07 10:03


사진작가 민우(김윤태)가 이름 모를 여인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여인의 몸에 손을 댄 민우는 한 생명이 피부 위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그 감촉을 잊지 못한다. 다음 날 민우는 학창시절 연인이었던 재희(김주령)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다. 잊혀졌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 재희는 민우에게 아홉 번의 섹스를 제안하고, 민우와 재희는 그 후로 서로의 육체를 정신 없이 탐닉하기 시작한다. 한편 새로 자취방을 구하게 된 민우는 그 방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방안에 들어왔던 것 같기도 하고, 재희와 그 방에서 육체적 관계를 갖는 동안엔 한 소녀의 환상도 경험하게 된다.

<살결>은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로 잘 알려진 이성강 감독의 실사 영화다. 이성강 감독은 그간 동화적인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사람이지만, 강도 높은 섹스신이 등장하는 <살결>을 통해 그간의 작품과 철저히 차별을 꾀한다. 우선 주인공 민우와 재희는 어두침침한 호텔과 자취방을 전전하며 몸을 뒤섞는 사이다. 불륜인 이들의 사랑은 강렬하고 몽환적이기보다는 한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소년과 소녀의 잔잔한 사랑을 담아낸 <마리 이야기>와 <천년여우 여우비>를 기억한다면 건조하고 단편적인 대화만을 주고 받는 민우와 재희의 관계가 몹시 씁쓸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는 사진작가 민우의 비루한 일상을 뒤쫓으며 정치, 사회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도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죽은 여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연인의 육체를 동시에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모호하게 그려지며, 이곳 저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산만하게 나열된다. 죽은 자의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의 자의식과 만난다는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영혼을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살결>은 한국에서 제작된 두 번째 장편 HD 디지털 영화로 <가족의 탄생> <천하장사 마돈나>의 조용구 촬영감독이 촬영을 담당했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못 말리는 결혼> - 김수미의 카리스마에 기댄 코미디

입력시간 : 2007-05-07 09:39



닥종이 공예가 은호(유진)는 풍수 지리 전문가 지만(임채무)의 외동딸이다. 유방성형 전문 성형외과 의사 왕기백(하석진)은 서울 강남의 큰손 심말련(김수미) 여사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패러 글라이딩을 함께 한 인연으로 서로 알게 된 은호와 기백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만나는 사이 정이 든다. 결혼까지 결심한 두 사람과 달리 양가 부모는 이들의 결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심말련 여사는 은호가 마음에 안 들고, 지만도 기백이 성에 차지 않는다. 여기에 지만의 동생 지루(윤다훈)와 심말련 여사의 첫째딸 애숙(안연홍) 사이에 핑크빛 무드가 감돌면서 두 사람의 결혼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만이 소유한 땅이 심말련 여사의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되면서 두 사람의 결혼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못 말리는 결혼>은 서로 성장 환경이 다른 두 남녀가 양쪽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기본 설정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유사하다. 영화는 지만과 심말련 여사를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태규 가와 캐풀럿 가와 같은 대립 관계로 설정하고, 이들의 자식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풀어놓는다. 그러나 <못 말리는 결혼>이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점은 양가 부모가 서로 악연으로 엮였다는 점뿐이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은 완전히 딴판이다.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부터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설득력이 없고, 두 집안의 반대 양상도 일차원적인 수준에 머문다. 두 집안의 어른들이 화해를 결심하는 계기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촘촘한 이야기 구성을 포기한 대신 <못 말리는 결혼>이 선택한 것은 말초적인 웃음이다. <마파도> 시리즈와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에서 인기를 끈 김수미의 거침없는 입담과 욕설은 <못 말리는 결혼>에서 더욱 강도가 세졌다. 심말련 여사의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가 미국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 덕분에 김수미는 영어 욕까지 해가며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복면달호>로 스크린을 경험한 중견 탤런트 임채무는 두 번째 영화 <못 말리는 결혼>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패러디해 웃음을 유도한다. 공주병 환자 애숙 역의 안연홍이나 40대의 백수 지루를 연기한 윤다훈이나 웃기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한 개성하는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찰나적인 웃음을 뽑아내기에 급급한 <못 말리는 결혼>에서 그나마 볼 만한 점을 찾아낸다면 김수미의 카리스마뿐이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용호문> - 만화적 상상력과 전통 무협이 만나다

입력시간 : 2007-05-07 10:07



용호문은 범죄가 들끓고 있는 혼란기에 정의를 수호하고자 설립된 무술수련 단체다. 전설의 무림고수 왕복호(원화)는 발차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왕소호(사정봉)를 가르치며 용호문을 지키며, 왕소호의 친형인 왕소룡(견자단)은 어린 시절 집을 나와 삼합회의 중간보스로 일한다. 왕소룡, 왕소호 형제는 범죄조직인 나찰문의 나찰영패를 둘러싼 싸움 도중 재회하고, 쌍절곤의 고수 석흑룡(여문락)은 우연히 이 싸움에 말려들며 용호문의 제자로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편, 나찰문의 보스인 화운사신은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는 용호문을 항상 눈엣가시로 생각한다. 용호문을 찾아간 화운사신은 왕복호를 처단하고 용호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제 왕소룡, 왕소호 형제와 석흑룡은 화운사신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1975년부터 30여년 동안 연재된 황옥랑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용호문 Dragon Tiger Gate>의 이야기 구조는 짧고 단순하다. <용호문>은 자신을 가르치던 사부가 악의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혹독한 수련을 거쳐 복수를 한다는 무협물의 전형을 그대로 따른다. 각 캐릭터들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명확하게 나눠지며, 주인공들은 사랑과 우정, 신의를 지키기 위해 악을 처단하는 여정을 떠난다. 십 수년간 범죄조직에 몸 담아온 왕소룡이 보스를 배신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주인공들에게서 고뇌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용호문>은 치밀한 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주먹과 주먹이 오가고 일대다의 활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수 액션영화다. 영화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왕소룡은 오로지 주먹만을 사용해 대결을 펼치고, 왕소호는 화려한 발차기 기술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쌍절곤의 대가 석흑룡이 신기에 가까운 무술을 선보일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영화의 초반부 식당 액션 장면은 육중한 타격감을 선사하는 리얼액션과 화려한 카메라 워크가 빛을 발한다. 이들의 개성 넘치는 장기는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보다 화려하고 과장되게 표현된다. 강룡십팔장, 전광독룡찬, 금종조라는 각자의 필살기를 연마한 이들이 펼치는 마지막 액션신은 만화적 상상력과 전통 무협이 결합된 명장면을 만들어 낸다. <용호문>은 <살파랑 S.P.L.>으로 유명한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 무술감독 겸 배우가 손을 잡고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9월의 어느 날> - 9.11테러의 배후를 파헤쳐라!

입력시간 : 2007-05-07 12:58



2001년 9월 1일, 프랑스 비밀요원 이렌느(줄리엣 비노쉬)는 상부로부터 과거 동료였던 엘리엇(닉 놀티)를 도우라는 지령을 받는다. 한때 프랑스 비밀요원이었던 엘리엇은 현재는 이중스파이로 변신해 철저히 종적을 감춘 상태다. 엘리엇은 이렌느에게 그의 친딸인 올란도(사라 포레스티에르)와 미국인 의붓아들인 데이빗(톰 라일리)을 데리고 나올 것을 요구한다. 엘리엇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 윌리암(존 터투로)의 방해로 파리에서의 1차 접촉이 무위로 돌아가고, 이렌느는 이들과 함께 제2의 접선 장소인 베니스로 향한다.

<9월의 어느 날 Quelques jours en septembre>은 2001년 9월 1일부터 11일까지 12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2001년 9월 11일은 미국 뉴욕에서 두 동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붕괴한 바로 그 날로, <9월의 어느 날>은 9.11 테러 뒤에 배후와 음모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가상 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300편이 넘는 시나리오와 여러 편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시나리오 작가 겸 소설가 산티아고 아미고레나다로, 이 영화는 그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9.11 테러를 큰 구조로 하는 <9월의 어느 날>에는 프랑스와 미국 등 국제 스파이의 개인사와 프랑스 비밀요원, 이들을 움직이는 배후 세력의 이해관계, 두 이복남매의 근친상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깔려있다. 작가 출신인 감독의 능력이 맘껏 발휘된 부분. 그러나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정작 영화의 출발점이었던 9.11 테러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는 단지 영화의 시간적 배경에 그쳐버리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는 없다. <9월의 어느 날>에는 아르헨티나 신인 감독의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빅 스타들이 대거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인 줄리엣 비노쉬가 냉철한 비밀요원 이렌느 역으로 출연, 기존 이미지와는 차별되는 강한 여성 상을 연기하며, 존 터투로와 닉 놀티는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내일의 기억> - 와타나베 켄의 눈물이 주룩주룩

입력시간 : 2007-05-07 13:40



사에키(와타나베 켄)는 업계 내에서 인정받는 광고회사 중역으로 회사 내에서도 유능한 상사로서 부하직원들의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외동딸의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프로젝트 ‘기가포스’ 광고에 매달리던 사에키는 자신의 기억력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다. 처음에는 차 열쇠를 깜박하거나 회의 시간을 잊어버리는 등 사소한 문제로 시작하지만, 점점 사람들의 얼굴을 못 알아본다거나 자주 가던 건물의 위치를 잊어버리는 등 심각한 수준으로 옮겨간다. 딸의 결혼식까지 회사에 몸담고 싶었던 사에키는 더 이상 기가포스 광고 프로젝트를 이끌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자료관리 부서로 옮겨 퇴직 준비를 서두른다. 딸을 시집보내고 회사도 그만둔 채 아내 에미코(히구치 카나코)와 단둘이 살아가던 사에키는 사라져 가는 기억들을 붙잡으려 애를 쓰면서도 병세가 점점 악화되자 아내를 떠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내일의 기억 Memories of Tomorrow>은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 등 주로 할리우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일본배우 와타나베 켄의 첫 번째 단독 주연작이다. 와타나베 켄은 17년 전 단독 주연으로 캐스팅된 적이 있지만 백혈병 판정으로 인해 이를 포기해야 했고, 이후 두 번의 죽을 위험을 넘기면서 기적적으로 연기생활을 재기할 수 있었다. 중년의 나이에 활짝 꽃을 피고 있는 와타나베 켄은 <게이샤의 추억> 촬영 도중 동명의 원작소설을 읽고 <내일의 기억> 영화화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고통스런 기억과 작품 속 주인공의 시련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와타나베 켄은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주연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나선 와타나베 켄은 감독을 선정하고 함께 시나리오 작업은 물론 광고대행사와 요양원 등을 취재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와타나베 켄은 체중을 8킬로그램까지 감량하면서 역할에 빠져들었다. 말하자면 <내일의 기억>은 와타나베 켄의 영화인 셈이다.

<내일의 기억>은 전형적인 최루성 가족 멜로드라마의 소재로 시작한다. 아직 중년의 나이인 남자 주인공은 건장한 체격과 달리 이른 알츠하이머 발병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맞이한다. 건망증 수준의 1단계를 지나 퇴직 직전의 2단계를 넘어서면 사에키는 홀로 지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는 3단계를 맞이한다. 종종 주인공들의 눈물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내일의 기억>은 의도적으로 눈물을 쏟아내려는 최루성 드라마가 아니다. 와타나베 켄과 감독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겪는 고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자연스러운 눈물을 유도한다. <내일의 기억>은 예술적 성취를 목표로 만든 영화도 아니고, 인생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작품도 아니며, 그렇다고 흥행만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도 아니다. 삶과 죽음, 기억, 타인에 대한 아주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종종 신파적이고 사실적이며 밋밋하고 지루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연출은 드라마 <트릭>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 영화 <연애사진 Collage of Our Life>, <사이렌 Siren> 등으로 유명한 츠츠미 유키히코가 맡았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가까이서 본 기차> - 웃음과 풍자로 그린 체코 현대사

입력시간 : 2007-05-07 10:01



2차 세계대전으로 어수선한 체코의 한 시골 마을에 22살의 젊은 청년 밀로쉬(바츨라프 네카르시)가 철도원으로 부임한다. 밀로쉬는 역장인 막스(블라디미르 발렌타)와 선배인 후비치카(요세프 소므르)에게 역무원으로서 배워야 할 이모저모를 전수받고 있기는 하지만, 차장 마샤(이트카 벤도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애달픈 가슴앓이를 시작한다. 마샤에게 근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남들처럼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뽀뽀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열차가 출발하고, 모처럼 가진 둘만의 하룻밤엔 너무 긴장해서 사랑을 나누는데 실패한다. 그 와중에 후비치카는 시골역에 방문하는 수많은 여자들을 홀리며 밀로쉬의 마음을 긁어 놓는다. 한편 레지스탕스는 독일의 무기수송열차를 폭파하려는 작전에 돌입하고, 밀로시도 이를 돕기 위해 손을 걷어 붙인다.

<가까이서 본 기차 Closely Watched Trains>(1966)는 비행기가 폭격을 퍼붓고 건장한 청년들이 징병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던 체코의 현실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다루기보다는 시골역에 근무하는 체코 소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무용성을 우회적으로 풀어간다. 주인공 밀로쉬는 여자친구 마샤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아 늘 근심투성이다. 철도원 선배인 후비치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성적으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서 자살도 감행해 보지만 이 모든 것들이 뜻하는 바대로 되질 않는다. 역장인 막스는 자신의 직무보다 비둘기 키우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독일군 기차 테러를 위해 잠입한 레지스탕스는 시골역에서 질펀한 하루 밤을 보내고 사라진다. 전쟁의 한복판을 살아가는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지만 비극적인 시대를 통과하는 체코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눈물 대신 웃음으로 풀어가는 영화의 화법은 전쟁의 무의미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가까이서 본 기차>는 체코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이리 멘젤의 장편데뷔작이다. 이리 멘젤 감독은 <가까이서 본 기차> 이후 <줄 위의 종달새 Larks on a String>(1969)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I Served the King of England>(2006) 등을 발표하며 체코의 비극적 현대사를 웃음과 풍자로 그려낸 거장 감독이다. 그는 체코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본성과 사회체제의 부조리를 희비극으로 풀어냈으며,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정권이 된 체코에 끝까지 남아 작품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가까이서 본 기차>는 체코의 국민작가 보흐밀 흐라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미국 개봉 당시 현지 평론가들은 오손 웰즈의 <시민 케민 Citizen Kane>(1941)과 비교하며 20대 젊은 감독이 만든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68년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세계영화사에 체코영화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경의선> -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비극적 멜로드라마

입력시간 : 2007-05-07 15:56



각자의 상처를 안은 채 두 사람이 경의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남자의 이름은 만수(김강우).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평범한 근로자이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한나(손태영)라는 이름의 여자는 대학의 독문과 시간강사로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부르주아 계층의 지식인이다. 여자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남자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여자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일을 한다.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남자에게는 매일 플랫폼에서 간식과 잡지를 건네는 여자가 있다. 대화 한마디 나눈 적이 없지만 만수는 여자로 인해 활력을 얻는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도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다. 한나에게는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가 있다. 같은 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유부남 대학 선배와 위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나는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뜻밖의 사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만수는 열차 운행 도중 투신자살 사건을 겪은 후 큰 충격에 빠지고, 여자는 생일을 맞아 선배와 여행을 떠나려다 선배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쓰라린 상처를 안은 채 두 사람이 경의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경의선>은 무척 직설적인 은유와 대조법을 사용하는 영화다. 남한의 서울에서 평양을 이어 신의주까지 이어진 경의선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해 통근열차로만 사용되는 철도다. 두 사람이 내린 임진강역은 경의선의 시종착역으로 남과 북의 연결이 끊긴 분단의 상징과도 같은 지점이다. 두 사람은 청춘의 정점에서 막다른 길에 처한다. 남과 북이 다르듯 두 사람이 처한 환경은 극과 극이다. 남자는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여자는 만나기 위해 짐을 꾸린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남자와 스스로를 잉여인간 같다고 느끼는 여자는 눈 내리는 밤 막차가 끊긴 임진강역에서 만나 속내를 꺼내놓는다. 이별의 끝에서 두 사람은 만나고, 절망의 끝에서 두 사람은 희망을 발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찾게 된다.


이것은 사랑에 관한 희극적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희망에 관한 비극적 멜로드라마다. <경의선>이 빛나는 순간은 바로 비극적 멜로드라마가 희망의 드라마로 전환하는 지점이다. 고백성사 같은 대화가 오갈 때 생면부지의 남녀는 서로에게 치유의 단서가 된다. 코미디영화 <역전의 명수>로 데뷔한 박흥식 감독은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가 무엇인지 <경의선>을 통해 확실히 밝힌다. 표피적인 웃음을 조작하는 영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감독은 딱딱하고 건조한 문어체 어투로 문학적인 내러티브를 차근차근 느릿느릿 풀어낸다. 숏의 지속시간이 길고 대상을 관찰하는 시선이 무심한 듯 집요한 것은 인물의 내면에 보다 가까이 가려는 감독의 의지 때문이다. 그 속에서 감독은 상처와 절망의 단어를 찾아내 치유와 희망의 언어로 환원시킨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5/10 개봉작 리뷰] <상어> - 비루한 오늘을 넘어

입력시간 : 2007-05-07 10:33



한여름 뙤약볕이 뜨거운 대구의 한 공원. 마산에서 올라온 어수룩한 청년 영철(구성환)과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유수(홍승일)가 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울 외투를 껴입고 여름 마른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여자, 은숙(김미야)은 성폭행을 당한 이후 정신을 놓쳤다. 한편,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철의 친구 준구(홍기준)가 포커 판을 열고 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대구에 온 영철의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을 만큼 포커 ‘빨’이 좋은 날이다. 그렇게 한여름 한 나절이 흘러간다. 그 사이, 준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영철이 얼음으로 포장해온 어린 백상어는 여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간다.

<상어>는 준구와 영철, 유수와 은숙. 네 명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영화다. 인생의 특별한 사연 하나씩을 지닌 이들 네 사람을 이어주는 건 다름아닌 상어. 우연히 영철의 그물에 걸려들어 대구로 오게 된 백상어는 실성한 은숙에게 잃어버린 아이고, 유수에게 길을 방황하는 은숙을 꿰어 쉴 자리를 만들게 돕는 도구다. 또한 준구에게 보여주려고 얼음을 꽉꽉 채워 왔지만 대구의 여름 볕에 무방비 상태로 썩어가기 시작하는 상어의 여린 속살은 이들 네 사람의 비릿한 삶을 단면적으로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네 젊은이를 통해 생의 비루한 면들을 들춰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상어>가 비릿한 생의 진짜 얼굴을 그리는 데만 멈춰 서 있는 건 아니다. 바다의 기억을 몸 속 깊이 새기고 있는 어린 상어처럼 네 인물 모두 지금 현재의 아픔을 딛고 더 높은 생의 단계로 나아갈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

여름날 코를 쥐어 싸게 만드는 생선 비린내마냥 비릿하기만 한 생의 처절함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빛을 얻었다. 연극 판에서 오랜 세월 연기와 함께 한 여배우 김미야를 비롯해 네 인물 모두 꾸밈없는 ‘맨 얼굴’의 연기를 소화해낸다. 얼큰한 대구 사투리와 마산 사투리가 어울려 현실의 생생한 모습을 더하고, 도박판이나 술집, 작은 어촌 마을 풍경 등 영화 속 배경들은 현실의 진짜 풍경을 도려낸 듯 생생히 묘사됐다. 하지만 ‘상어’를 대표로 한 몇몇 상징과 비유에 영화가 너무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비유의 신선한 맛은 잃고 말았다. 김동현 감독이 연출한 <상어>는 31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돼 관객과 이미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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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개봉작 리뷰] <스파이더맨 3> - 거미인간의 화려한 귀환
입력시간 : 2007-04-30 09:48


스파이더맨이 다시 빌딩 숲 사이를 날아오른다. 1편의 어수룩한 고등학생, ‘알바’에 치여 살던 2편의 바쁜 대학생이 3편에 이르러 어느덧 어엿한 청년이 됐다. 인간으로, 또 슈퍼 히어로로서의 성장통을 딛고 자란 청년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기까지 힘겹고 질긴 고뇌를 해온 그가 또 다시 맞닥뜨리게 될 문제란 과연 무엇일까? <스파이더맨 3 Spider-Man 3>는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들고 나타났다. ‘인간’ 피터 파커를 겨냥한 갈등과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을 향한 악당들의 도전이 그것이다.

피터 파커(토비 매과이어)는 요즘 행복하다. 메리 제인(키어스틴 던스트)과는 ‘러브 러브’ 연애 모드고, 피자 배달로 용돈을 벌어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다. 원래 똑똑했으니 공부도 척척. 스파이더맨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시민의 영웅’이 된 탓에 인기는 할리우드 배우들 뺨칠 만큼이다. 게다가 결혼도 하고 싶다. 메리 제인과 결혼해 잉꼬 부부였던 삼촌과 숙모처럼 사랑하며 사는 게 꿈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삶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법. 문제는 1, 2편과 달리 이번엔 상대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거다.

각 시리즈마다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딱 한 명씩의 악당만 상대했던 스파이더맨에게 이번엔 세 악당이 한꺼번에 덤벼든다. 고블린의 아들이자 피터의 절친한 친구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이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뉴 고블린’이 된다. 1편에서 피터의 삼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플린트 마르코(토마스 헤이든 처치)는 온몸이 모래로 된 ‘샌드맨’으로 다시 태어나 단단한 주먹을 휘두른다. 피터 대신 신문사 사진기자 자리를 노리는 에디 브록(토퍼 그레이스) 역시 외계에서 온 유기체 심비오트에 감염돼 ‘베놈’이란 이름의 괴물로 탄생했다. 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피곤한데 문제가 또 있다. 스파이더맨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때문에 괴롭다. 심비오트에 브록보다 먼저 감염된 스파이더맨은 자신 안에 복수심에 활활 불타는 ‘블랙 스파이더맨’이 불쑥 불쑥 나타나 난감하다. 블랙 스파이더맨은 대의는 나 몰라라, 개인적인 분노와 복수에 휩싸여 마구잡이로 힘을 쓰고 다닌다.

악당을 세 배, 네 배로 추가한 만큼 <스파이더맨 3>의 액션 스펙터클은 전편들을 가볍게 누른다. 거미줄을 쭉쭉 뽑아 그네 타듯 돌아다니던 스파이더맨의 스피드는 훨씬 빠르고 강해졌다. 영화 초반, 빌딩과 빌딩 틈 사이를 비집고 싸우는 뉴 고블린과의 대결, 샌드맨과 베놈, 뉴 고블린과 스파이더맨이 다같이 한 자리에 모여 합을 맞추는 액션 신은 전편의 어떤 액션 신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박진감과 파워를 선사한다. 위기의 순간 모래로 부서져 내리는 샌드맨, 고블린보다 더 정교한 칼날을 장착한 뉴 고블린 등 캐릭터의 특징에 따른 액션 비주얼도 시선을 잡아 끈다. 3억 달러(한화 2850억 원)라는 막대한 제작비는 이들 캐릭터를 표현하고 아드레날린이 한껏 분비되는 액션의 박진감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항상 홀로 악당과 맞서던 전편과 달리 각기 두 명씩 ‘조’를 만들어 함께 싸우는 액션 신도 <스파이더맨 3>만의 재미다.

돈도 벌고 연애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정의마저 지켜야 하다니. <스파이더맨 2>는 이런 피터 파커의 고민을 다뤘다. 정의냐, 일상의 행복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스파이더맨은 그래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로 우리의 뇌리에 남아 있다. 액션과 함께 <스파이더맨 3>는 스파이더맨의 인간적 면모를 더욱 확장시킨다. 정의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사실은 질투와 복수에 눈이 먼 또 다른 자아가 스파이더맨 내부에 있다는 ‘블랙 스파이더맨’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힘을 지닌 자가 복수 등의 개인적 감정에 휩싸일 때 얼마나 큰 위험과 직면할 수 있는지를 <스파이더맨 3>는 몸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 고민들이 2편만큼 생생하게 표현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복수와 질투 등의 감정이 스파이더맨 마음에 자리잡은 ‘진짜’ 감정이라기보다 외계 생물체에게 숙주로 사용돼 오염된 ‘가짜’ 감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블랙 스파이더맨은 일반인과 똑같은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인 인물이 아니라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되는 껍질로 그려질 뿐이다. 때문에 두 가지 자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스파이더맨의 인간적 고뇌는 가슴을 울리지 않는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1 개봉작리뷰] <이대근, 이댁은> - 어느 늙은 아버지의 초상

입력시간 : 2007-04-30 09:47



초라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독거노인 한 명이 있다. 그의 이름은 이대근(이대근). 악극단 잡일을 하다 도장포를 운영하며 일생을 보낸 이대근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기일을 맞아 흥신소 구 실장(박원상)에게 자식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한다. 사업이 망한 후 실종된 막내아들을 찾아내고, 장남(이두일)과 막내딸(안선영) 부부를 불러 모으는 것이 구 실장의 임무. 옷을 차려 입고 아들이 보낸 렌터카에 몸을 실어 장남 내외가 준비한 제사 자리에 참석한 이대근은 가족의 아픈 기억을 다시 끄집어낸다. TV 재연 프로그램 전문 배우로 근근이 살아가며 건강 보조기구 영업을 겸하고 있는 큰아들과 아버지의 괄괄한 성격을 이어받은 막내딸은 3년 만에 아버지를 다시 만나 예전의 갈등을 반복한다. ‘우리가 힘들 때 아버지는 어디 계셨나요?’가 그들이 공통적으로 아버지 이대근에게 묻는 질문이다.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우며 호통치고 소리지르는 이대근과 막내아들만 감싸고 돈다며 아버지를 비난하는 장남, 종교적 신념 때문에 제사상에 절하지 않겠다는 막내딸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간다.

<이대근, 이댁은>은 한국 사회 어딘가에 있음직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젊은 시절 악극단에서 꿈을 키우다 결국은 도장을 새기며 일생을 보낸 아버지와 막내 동생의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게 된 장남과 막내 딸은 접점이 보이지 않는 말다툼을 반복한다. 아버지로서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자식들이 못마땅하고, 자식들은 막내아들만 감싸다가 가세를 기울게 한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한국사회 가족의 일면을 대변한다는 의미에서 배우 이대근은 은유의 방식으로 차용된다. 군사정권 시절 강한 남자의 아이콘이었던 이대근은 이제 호통치는 것밖에 모르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를 연기한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족과 대화하는 법을 몰랐던 아버지, 소통하기보다는 권위만 내세우고 목소리만 키우던 아버지, 자식들을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했던 아버지, 늙어서 혼자 남은 후에도 자식과 화해하지 못하고 자꾸 부딪히기만 하는 아버지. 이대근이 연기하는 아버지가 사실적인 것은 영화 속 이대근 가족이 초고속 성장을 이룬 개발도상국 사회가 남긴 쓸쓸한 뒷모습과 일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민복기 원작의 연극 <행복한 가족>을 영화로 옮긴 <이대근, 이댁은>은 제사가 치러지는 장소가 직접적으로 암시하듯 연극적인 성격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구 실장으로 출연한 박원상이 원작 연극의 연출을 맡았고 배우로도 무대에 올랐다. 연극 원작을 영화로 옮겨서인지 <이대근, 이댁은>의 연극적 특성은 매우 두드러진다. 제사를 위해 아들이 빌린 집에서 대다수의 장면이 연출된다는 점이 그렇다. 아버지와 자식들 사이의 갈등을 묘사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연극적인 부분이다. 이런 연극적인 설정은 <이대근, 이댁은>에서 영화적 장치로 기능한다. 눈치 빠른 관객이면 알겠지만, 제사 장면에는 반전이 숨어있다. 하지만 결코 반전을 위한 반전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제사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제의이듯 가족들의 모임도 하나의 제의로서 기능한다.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이 이대근 가족을 위한 씻김굿인 셈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5/1 개봉작리뷰] <아들> - 휴먼드라마와 장진식 코미디의 만남

입력시간 : 2007-04-30 09:30



최근 한국영화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가족과 우아하게 살고 싶어 손에 피묻히는 일도 마다않지만 정작 가족 사이에서는 소외되는 아버지를 그린 <우아한 세계>나 죽어가는 딸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에 초점을 맞춘 <눈부신 날에>, 발달장애 아들을 데리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날아라 허동구>, 젊은 날 호통치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아버지의 초라한 노년을 그린 <이대근, 이댁은> 등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운 가족영화들은 최근 한국영화의 한 경향을 형성하고 있다. 장진 감독의 <아들>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최근 개봉되는 일련의 아버지 영화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이다.

젊은 날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수로 15년째 복역중인 이강식(차승원)은 하루 동안의 휴가를 얻게 된다. 강식은 그 하루의 휴가를 세 살 때 이후로 만나지 못한 아들 준석(류덕환)과 만나는 데 쓰려고 한다. 강식은 휴가 일주일 전부터 교도관으로부터 신세대 대화법을 배우는 등 아들을 만날 준비를 한다. 한편 아들 준석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 만난다는 사실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드디어 그 날이 오고 강식과 준석은 학교 앞에서 재회한다. 첫 만남의 어색함은 저녁 식사 후 둘이 함께 산책을 나간 후 서서히 깨지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온 아버지와 아들처럼 친밀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그 하룻밤이 지나고 교도소로 복귀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 앉은 강식은 배웅을 나온 준석으로부터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된다.

<아들>은 장진 감독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화들과 비교하면 다소 뜻밖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진은 데뷔작 <기막한 사내들>부터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뒷통수를 치는 기발한 상상력과 엇박자의 코미디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감독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잊고 지냈던 정을 회복하는 내용의 휴먼드라마. 설정은 진부하기까지 하다. <아들>은 이처럼 소위 말하는 장진식 영화 스타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장진 특유의 감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휴먼드라마의 틀거리 안에 장진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엇박자의 코미디를 슬쩍슬쩍 심어놓았다. 그래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이 이어지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웃음이 피식피식 비어져나오는 신이 따라나온다.

이런 스타일의 혼합은 이 영화의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아들>을 휴먼드라마로만 본다면 감정을 극단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스타일이 불만일 수도 있고, 장진식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들은 진부한 설정과 마냥 착한 영화의 내용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박수칠 때 떠나라>로 장진 감독과 인연을 맺은 차승원은 15년 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부정을 폭발하는 아버지 이강식을 맡아 이름값이 아깝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고, <천하장사 마돈나>로 연기에 물이 오른 류덕환은 엄청난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춘기의 아들 준석을 매끄럽게 소화해낸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도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다. 치매 걸린 강식의 어머니를 연기한 김지영과 인정 많은 교도관을 맡은 이상훈도 맛깔스러운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최상희  기자 (immerblau@movielink.co.kr)


5/3 개봉작 리뷰] <쉬즈 더 맨> - 그녀의 완벽한 이중 생활

입력시간 : 2007-04-30 09:43



왈가닥 여고생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즈)는 축구를 사랑한다. 땅을 박차며 두 발 끝으로 공을 튀기는 것이 세상 무엇보다 행복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여자 축구부를 해체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남자 축구부는 괜찮지만 여자 축구부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학교 쪽 통보에 바이올라는 화가 잔뜩 올랐다. 그때 문뜩 바이올라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 자기와 쏙 빼닮은 쌍둥이 세바스찬의 학교로 잠입하는 것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지도 않고 음악 한답시고 영국에 가버린 세바스찬 대신 그곳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뛸 생각이다. 자신의 고등학교 축구 라이벌이니 곧 축구로 ‘맞짱’도 뜰 수 있을 터. 여자 축구부를 해체한 데 대한 복수를 확실히 할 수 있다. 문제는 쌍둥이 세바스찬이 남자라는 것. 꼼짝없이 바이올라는 남장을 해야 할 신세가 된다. 그렇게 바이올라의 ‘이중 생활’이 시작된다.

축구를 하고 싶어 남자가 된 여고생 이야기 <쉬즈 더 맨 She’s the Man>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 The Twelfth Night]가 원작이다. 쌍둥이 세바스찬으로 남장한 바이올라를 올리비아 백작부인이 사모하고 오시노 공작이 그런 올리비아 백작부인을 맘에 품는, 그러나 정작 바이올라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시노 공작이란 원작의 ‘복잡한’ 삼각 구도가 그대로 영화로 옮아왔다. 세바스찬의 기숙사로 성큼 걸어 들어간 바이올라의 룸 메이트는 같은 축구부의 듀크(채닝 테이텀). 듀크는 학교 킹카 올리비아(로라 램지)를 오랫동안 좋아했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눈에 든 건 여느 남자애와 달리 말이 잘 통하는 바이올라다. 그리고 바이올라는 어느덧 듀크에게 조금씩 룸 메이트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된다. 현대판 [십이야]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 없는 <쉬즈 더 맨>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관계망을 그대로 걷어 와 차용하는 건 좋지만 관계를 이루는 각 인물들의 심리 변화는 제대로 옮겨오지 못했다.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며 바이올라를 좋아하게 되는 올리비아의 감정은 그나마 이해되지만 듀크를 좋아하게 된 바이올라의 심경 변화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굳이 찾자면 한번의 장난 같은 키스 정도? 그도 아니면 듀크와 함께 살면서 그의 멋진 근육에 마음을 빼앗겼을 거라는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샤워실, 가발, 탐폰 등 남자 고등학교 축구부에 들어간 여학생이란 설정에만 기댄 성의 없는 에피소드들도 영화를 엉성하고 어지럽게 만들었다.

<쉬즈 더 맨>에 힘이 되어 준 건 남장 여고생이 돼야 했던 아만다 바인즈의 호연. 아만다 바인즈는 ‘북 치고 장구 치고’란 말이 무슨 뜻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듯 매 장면, 매 에피소드에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왈가닥 여고생 바이올라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멋있는 남자 듀크 역은 국내에 <스텝 업 Step Up>으로 얼굴을 알린 채닝 테이텀이 맡았다.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만을 엄선해 소개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무비 온 스타일’ 첫번째 프로그램인 <쉬즈 더 맨>은 무비 온 스타일이 진행되는 메가박스 극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3 개봉작 리뷰] <캐쉬백> - 결정적 순간을 잡아라

입력시간 : 2007-04-30 09:46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벤(숀 비거스태프)은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곧 사귀게 된 새 친구는 ‘불면증’. 벤은 잠을 이룰 수 없다. 하루 24시간 중에 단 1분도, 아니 단 1초도 말이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처음엔 잠을 잘 수 없어 괴로웠던 벤은 자신에게 ‘덤’으로 주어진 8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대형 슈퍼마켓 야간 근무. 남들이 잠으로 흘려보낼 8시간을 돈과 맞바꾸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야간 근무 일은 지루하기만 하다. 물론 이건 벤만의 얘기는 아니다. 샤론(에밀리아 폭스)을 비롯한 벤의 동료들은 무료함을 달랠 제 각각의 방법들을 연마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자신이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시간아 멈춰라’하면 시간이 곧 멈춘다. 정지된 시간 안을 홀로 걸을 수 있는 벤은 그곳에서 멈춰진 순간, 정지된 인물을 곰곰이 관찰하고 그들을 스케치한다. 어느 날 멈춰진 공간을 거닐던 벤의 눈에 동료인 샤론의 모습이 빨려 들어온다.

<캐쉬백 Cashback>은 18분짜리 동명 단편영화에서 시작됐다. 열한 살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해 90년대 후반, 영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패션 사진작가가 된 숀 앨리스가 ‘시간과 아름다움’에 대한 머리 속 그림을 옮긴 단편 <캐쉬백>은 2004년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단편에 살과 피를 보탰지만 장편 <캐쉬백>을 흐르는 기본 주제는 단편의 큰 맥인 ‘시간과 아름다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진작가로 살아온 숀 앨리스 감독은 영화에 ‘사진’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온다. 시간을 멈추고 순간을 한 장의 정지된 화면 안에 잡아 놓을 수 있는 벤의 능력은 그 자체로 사진이 갖는 능력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벤은 정지된 화면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벤은 멈춰진 순간 안으로 뛰어들어 대상들을 관찰하고, 때론 대상에 변화를 주어 다시 움직이게 될 앞으로의 공간을 조금씩 비틀어 놓는다.

멈춰진 시간 안에서 벤이 하는 일은 대부분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다. 쇼핑 카트를 밀고, 물건을 고르는 이들의 몸이 지닌 아름다움을 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스케치한다. <캐쉬백>은 사진과 그림, 영상 등 인생에서 숱하게 마주치고 또 흘려보내는 ‘결정적 순간들’을 간직하는 수많은 미적 체험을 온몸으로 재현해 보여주고 있다. 자유자재로 조합해낸 시간이 매력적이고 한 컷, 한 신 모두가 아름답지만 <캐쉬백>이 ‘시간과 미(美)’의 문제에 대해 영화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 이상을 넘어 관객들로부터 얼만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관해 ‘1초’의 시간이 갖는 의미를 나름대로 찾아내지만 시간과 아름다움에 관한 본질적인 고민들은 영화에 그리 깊게 드리워 있지 않다.

패션 사진작가란 이름에 걸맞게 <캐쉬백>은 황홀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여체들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벤의 눈동자와 함께 관객 역시 아름다움의 순간들을 체험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가볍게 부수는 영화적 상상력도 <캐쉬백>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 여기에 벤의 슈퍼마켓 동료로 나오는 네 명의 ‘어리버리’ 유머가 영화에 자잘한 코미디를 심어두었다. <해리포터 Harry Potter> 시리즈 1, 2편에서 퀴디치 주장 ‘올리버 우드’ 역을 연기한 숀 비거스태프가 상상력 가득한 청년 벤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 The Pianist>에 출연한 에밀리아 폭스가 벤의 또 다른 사랑 샤론을 연기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5/3 개봉작리뷰] <마이 베스트 프렌드> - 내 친구는 어디 있는가?

입력시간 : 2007-04-30 09:49



사람들은 농담 삼아 이런 말로 남을 놀리곤 한다. ‘그래서 네가 친구가 없는 거야’라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문득 휴대폰에 빼곡히 저장된 전화번호를 뒤적거리며 ‘누가 진정한 내 친구인가?’ 하고 묻는다. 중년의 골동품 딜러인 이혼남 프랑수아(다니엘 오테이유)도 그 중 한 명이다. 다이어리를 가득 채우는 일정표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프랑수아는 사람들과의 약속에 파묻혀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조문객이라곤 고작 10여 명에 불과한 한 고객의 장례식에 참석한 프랑수아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모임에 나갔다가 ‘너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동업자인 카트린(줄리 가예)은 10일 안에 진정한 친구를 데려오면 프랑수아가 최근 회사 경비로 경매에서 구입한 골동품 그리스 화병을 주겠다고 내기를 건다. 승리를 자신하던 프랑수아는 친구들의 목록을 뽑고 하나둘 찾아가지만 냉담한 반응에 당황해 한다. 의기소침해진 프랑수아를 자극한 건 다름아닌 택시기사 브뤼노(대니 분).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브뤼노에게 친구 사귀는 법을 배우던 프랑수아는 내기에서 이길 묘안을 떠올린다.

일생 동안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말한다. 대인관계가 복잡해지고 업무에 빼앗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현대인들에게 친구 문제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식 하객 대행이 뉴스에 보도될 정도니 프랑스 파리나 대한민국 서울이나 별 차이는 없는 셈이다. <마이 베스트 프렌드 Mon Meilleur Ami>는 친구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우화다. 프랑수에게는 진정한 친구도 없지만, 사실상 가족이라 할 만한 사람도 없다. 이혼 후 아내와는 왕래가 없는 상태이고, 유일한 자식인 딸과도 거의 대화가 없다. 프랑수아에게 친구 만들기 비법을 가르치는 택시기사 브뤼노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도 진정한 친구란 없다. 브뤼노에게 충고를 듣건 친구 만들기 비법 강연회에 찾아가건 ‘베스트 프렌드’를 만드는 데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프랑수아는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브뤼노를 이용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친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그리스 화병에 그려진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우정은 <마이 베스트 프렌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점이라 말할 수 있다.

<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Le Mari de la Coiffeuse> <걸 온 더 브릿지 La Fille sur le Pont> <친밀한 타인들 Confidences Trop Intimes>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중견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의 2006년 작품이다. 주로 연인들의 심리묘사에 관심을 기울이던 감독은 <마이 베스트 프렌드>에서 외로운 현대인의 초상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다. <마이 베스트 프렌드>가 코미디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왜곡된 친구의 의미를 꼬집기 때문이다. 프랑수아가 카트린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음을 보여주려고 꾸민 연극은 현대인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방식으로 친구를 사귀는지 말해준다. 하지만 친구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가는 다른 문제다. 과장 섞인 프랑수아와 장치로서 활용되는 브뤼노의 캐릭터는 복잡미묘한 친구 관계를 다루기엔 너무 도식적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선택된 퀴즈 쇼 장면은 극적 장치로서는 훌륭히 기능하지만, 프랑수아와 브뤼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란 브뤼노의 대사처럼 도저히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5/3 개봉작리뷰]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 강충남, 일본에 살다

입력시간 : 2007-04-30 10:03



택시기사 강충남(기시타니 고로)은 재일한국인이다. 술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남북통일 문제 같은 것은 그의 관심 밖이다. 동창이 운영하는 택시회사에 운전사로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강충남에게 어느 날 미모의 여인 코니(루비 모레노)가 나타난다. 필리핀계 불법이주민 코니는 강충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겐 한없이 사랑스런 여인일 뿐이다. 코니의 마음을 사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사용한 강충남은 결국 그녀와의 동거에 성공하게 된다. 충남과 코니가 연애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 동안 택시회사에는 커다란 위기가 닥친다. 재정적 위기에 몰린 택시회사 사장이 야쿠자의 돈을 빌려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려든 것. 필리핀으로 가서 함께 살자는 코니의 제안도,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고 싶은 의지도 충남에게는 이제 버거운 일로만 느껴진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All Under the Moon>는 재일한국인 강충남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택시기사 강충남의 이야기가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재일한국인의 애환과 설움에만 무게중심을 둔 작품은 아니다. 충남의 애인인 코니는 15살에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뒤 시부야 술집을 전전하며 호스티스 생활을 하는 여인이다. 택시회사 동료인 일본인 친구들은 늘 돈이 없어 강충남에게 구걸을 하고, 부인이 집을 떠나 독수공방하고 있는 하층민의 전형이다. 사기를 당해 야쿠자에게 택시회사를 저당 잡히는 사장 세이이치 역시 이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에 치이고 돈에 치이는 소시민들이며 한 푼이라도 주워 모으며 전전긍긍해 봤자 영원히 비주류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재일교포 출신인 양석일 작가의 소설 [택시 광조곡]을 원작으로 하고 재일한국인 최양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지만 재일한국인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일본 하층민 등 일본에 사는 아시아인들의 문제와 고민을 동시에 털어 놓고 있다.


<피와 뼈 Blood and Bones> <수>로 최양일 감독의 영화를 먼저 접한 관객이라면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다소 낯설수 있다. 최양일 감독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사방에 튀기는 하드보일드 영화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코믹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에도 재능을 보인 감독이기 때문이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재일한국인, 불법이민자의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놓는 소동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는 엉뚱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즐비해 있는데 그 중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시도 때도 없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위치를 물어보는 택시기사 안보다. “내가 지금 어디 있지요?”라고 물어보는 안보의 질문은 최양일 감독이 자신에게 묻는 씁쓸한 농담이기도 하다. 1993년 작인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우리나라에 14년 만에 지각 개봉되는 영화지만 최양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일본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1993년 베스트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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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4. 25. 15:13
7.52/10
44명 참여
닌자 거북이 TMNT
예매하기   
감독  : 케빈 먼로
출연  : 제임스 아놀드 테일러, 밋첼 휘트필드, 믹키 켈리, 놀란 노스
상영시간  : 86분
장르  :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코미디,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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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2007년 04월 26일
9.26/10
19명 참여
6.60/10
5명 참여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예매하기   
감독  : 김태식
출연  : 박광정, 정보석, 조은지
상영시간  : 90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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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34/10
119명 참여
6.00/10
3명 참여
날아라 허동구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박규태
출연  : 정진영, 최우혁, 권오중
상영시간  : 96분
장르  :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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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7.84/10
19명 참여
7.29/10
7명 참여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김기덕
출연  : 장첸, 박지아, 하정우
상영시간  : 8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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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85/10
33명 참여
6.00/10
3명 참여
더블 타겟
예매하기   
감독  : 안톤 후쿠아
출연  : 마크 웰버그, 대니 글로버
상영시간  : 125분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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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00/10
4명 참여
스토리 오브 오 - 은밀한 쾌락
감독  : 필 레어니스
출연  : 다니엘 시아디, 닐 딕슨, 맥스 패리쉬
상영시간  : 92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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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01일
5.50/10
2명 참여
스파이더맨 3
예매하기   시사회·이벤트
감독  : 샘 레이미
출연  :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상영시간  : 139분
장르  : SF, 액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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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4/25 개봉작 리뷰] <닌자거북이 TMNT> - 3D로 돌아온 닌자거북이 4형제
입력시간 : 2007-04-23 11:55


뉴욕 한복판에 3,000년 전의 전설 속 저주가 현실로 나타난다. 전설의 주인공은 형제들과 함께 세상의 모든 왕국을 정복하려던 전사들의 왕이다. 세계 정복을 위해 전쟁과 파괴를 멈추지 않던 왕은 3,000년마다 한 번씩 모든 별이 일직선상에 놓이면 미지의 시간으로 이동하는 문이 열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왕은 시간의 문을 통해 영생의 몸을 얻게 되지만 형제들은 모두 돌로 변하고 만다. 게다가 시간의 문을 통해 뛰쳐나온 13마리의 괴물은 3,0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살아서 사람들을 위협한다. 죽을 수도 없는 인간의 몸으로 생을 이어가고 있는 왕은 거대 기업 윈터스 그룹의 총수 맥스 윈터스로 살아가며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석상이 된 형제들을 하나둘씩 모은다. 닌자거북이 4형제의 임무는 거리 곳곳에 나타나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괴물들을 저지하는 것. 최고의 적수 슈레더가 죽고 난 후 수련을 위해 중앙 아메리카로 원정 훈련을 떠난 레오나르도는 닌자거북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에이프릴의 부탁으로 다시 형제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윈터스와 다시 깨어난 형제 전사들 사이의 갈등에 얽히게 된 닌자거북이 형제들은 전설의 저주를 풀기 위해 다시 힘을 모은다.

애니메이션 <닌자거북이 Teenage Mutant Ninja Turtles>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1987년 TV용으로 제작된 2D <닌자거북이>는 TV시리즈와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등을 거쳐 20년 만에 3D로 다시 태어났다. 뉴욕의 고층 빌딩들 사이로 자유롭게 점프하는 닌자거북이들의 활약상은 3D의 기술력과 함께 한층 입체적이고 스펙터클하게 묘사된다. 영화 초반부를 장식하는 3,000년 전 전사들의 전투 장면은 마치 고성능 PC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닌자거북이 형제에 대한 미국인의 애정은 <300>을 누르고 전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는 사실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이번 3D 극장판에는 <매트릭스 Matrix> 시리즈의 로렌스 피시번, <그루지 Grudge>의 사라 미셸 겔러, <판타스틱 4 Fantastic Four>의 크리스 에반스,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의 장쯔이 등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다. <닌자거북이 TMNT>는 케빈 먼로 감독의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며, 먼로 감독은 2008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독수리 오형제 Gatchaman>의 연출을 맡고 있다.

<닌자거북이 TMNT>는 전형적인 10대(흑은 그 미만) 취향 애니메이션이다. 친숙한 캐릭터와 3D 기술을 활용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익숙한 구도의 대결구도를 내세운다. 비밀리에 도시의 범죄를 소탕하는 와처맨으로 변신한 라파엘이나 컴퓨터 수리를 업으로 삼으며 문의전화에 시달리는 도나텔로 등 닌자거북이들의 변화상도 재미있고, 닌자거북이들의 적이었다가 해결사로 일하고 있는 닌자조직 ‘풋 클랜’의 두목 카라이의 변화상도 팬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러티브 짜임새는 평범하고 헐겁다. 닌자거북이와 악당 패거리들 사이의 긴장감도 이야기에 추진력을 불어넣을 정도가 안 되며, 레오나르도가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생긴 거북이 형제들간의 갈등도 그다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진부한 외형만 반복하는 셈이다. 2D 시절 작품들의 유머와 흥미로운 요소를 더 이상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4/26 개봉작 리뷰]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 아내의 정부와 떠나는 로드무비

입력시간 : 2007-04-23 09:52



바람난 아내 때문에 속을 태우는 한 남자가 있다. 소심하기 이를 때 없는 주인공 태한(박광정)은 아내에게 이렇다 할 분노를 터뜨리지도 못한채 끙끙 앓다가 화병이라도 생길 지경이다. 아내의 정부이자 택시기사인 중식(정보석)을 찾는데 성공한 태한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강원도 낙산까지 장거리 운행을 제안한다. 강원도로 향하는 태한의 여정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식은 세상에 사랑만 있을 뿐 불륜은 없다며 태한의 속을 박박 긁어 놓기도 하고, 산 중턱에서 차가 고장나 뜻하지 않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여행의 종착지는 태한의 집 근처로 중식은 이 사실도 모른 채 태한의 아내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동안 태한은 불륜 현장을 덮쳐 이 둘을 요절낼 순간을 기다려왔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아내의 정부와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상한 방식의 로드무비다. 영화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개성강한 두 인물의 신경전을 통해 치졸한 욕망과 힘 싸움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는데 방점을 찍는다. 주인공 태한과 아내의 정부 중식은 극명하게 대조되는 캐릭터다. 항상 자신감에 넘치는 중식은 다방 종업원, 태한의 아내 등 만나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지는 사람이며, 태한은 불륜현장을 목격하고도 고작 아내의 사진에 껌이나 붙이는 소심한 인물이다. 두 인물의 상이한 성격은 폭포수에서 함께 수영을 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중식은 개울을 휘저으며 수영을 즐기기 바쁘지만 깡마른 체구의 태한은 주눅이 들어 물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태한이 중식의 아내와 잠자리에 드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상황은 역전된다. 영화는 서로 다른 듯 보이던 두 인물이 서로 같은 감정과 욕망을 가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인물과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있어 풍성한 표현법이 돋보인다. 태한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극단적인 클로즈업도 마다하지 않고, 아지랑이 사이로 여인이 나타나거나 수십 개의 수박이 고속도로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 초현실적인 수법도 과감하게 사용된다. <넘버3>에서 얼치기 시인 랭보, <자귀모>에서 사람 잡는 귀신 등 개성강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박광정이 데뷔 15년 만에 주연을 맡았고, <오! 수정>, 드라마 <대조영> 등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보여온 정보석이 뻔뻔한 택시기사 중식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김태식 감독이 영화계 입문한지 19년 만에 내놓는 장편 데뷔작이며,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경쟁부문에 상영됐고 2007년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4/26 개봉작리뷰] <날아라 허동구> - 동구는 초등학교가 필요해

입력시간 : 2007-04-23 09:54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진규(정진영)에겐 11살 난 아들 동구(최우혁)가 있다. IQ 60인 동구는 발달장애 소년이지만 허진규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보인다. 변변한 친구가 없어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고, 반 평균을 깎아 내린다는 이유로 시험도 치를 수 없던 동구는 어느 날 주전자에 개구리를 넣었다는 오해를 산다. 이 사건을 빌미로 학교는 동구를 특수 학교로 전학시키려 하고, 집주인은 진규에게 이사를 가라고 통보한다. 때마침 진규는 선수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처한 야구부에 동구가 선수로 활동하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날아라 허동구>는 대만동화 [나는 백치다]를 영화화한 작품. 발달장애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동화 [나는 백치다]와 맥을 같이 하지만, 억척스런 엄마를 평범한 아빠로 바꾸고 초등학교 졸업을 놓고 벌어지는 허진규, 허동구 부자(父子)의 고군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동구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일뿐이지만 영화는 이런 발달장애 소년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리지 않는다. 동구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짝을 위해 운동장 두 바퀴를 도는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최대 난적은 새로 설치되어 자신의 일을 빼앗아 버린 정수기가 전부다. 허동구가 야구시합에서 유일하게 출루할 수 있는 방법은 번트뿐이다. 동구는 호쾌한 홈런을 날릴 수는 없지만, 한 루씩 한 루씩 천천히 베이스를 밟아가며 홈으로 돌아오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날아라 허동구>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가슴 먹먹한 부자간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내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한다. 아버지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동구를 위해 숫자를 세주곤 하지만 아버지의 친구 상철은 이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허진규는 20년 가까이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보다 이사를 하게 되면 집까지 찾아 오는 데 고생하게 될 동구를 더 걱정한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허진규를 맡은 정진영과 코믹한 역할을 맡고 있는 야구부 코치 권오중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날아라 허동구>는 아이큐 60의 소년 동구를 연기한 최우혁의 호연이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안녕, 형아> <파랑주의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 최우혁은 어수룩하지만 사랑스런 캐릭터 동구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날아라 허동구>는 <달마야 놀자> <북경반점>의 각본을 맡았던 박규태 감독의 데뷔작이다.


 

김영서  기자 (nodata@movielink.co.kr)

 

[4/26 개봉작 리뷰] <숨> - 김기덕의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

입력시간 : 2007-04-23 09:40



여기 죽음을 바라는 남자가 있다. 사형수 장진(장첸)은 어느 날,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감행한다. 죽음이 찾아와 자신을 옭아매기 전에 제 손으로 죽음에 다가가고 싶다. TV 뉴스를 통해 장진의 연이은 자살 시도를 접한 연(지아)은 불현듯 그를 만나기로 마음 먹는다. 사형 집행이 며칠 남지 않은 장진에게 사계절을, 1년이란 시간을 선물로 주고 싶기 때문이다. 교도소 면회실 한 구석에서 그렇게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교도소 회색 페인트 벽은 그들의 만남이 계속되는 사이 봄에서 여름으로, 또 가을에서 겨울로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그 사이, 딴 여자와 바람난 연의 남편(하정우)은 아내가 평소의 모습과 다르다는 걸 알아 차린다.

김기덕의 열네 번째 연출작 <숨>에는 지금까지의 김기덕 영화들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몇 주 뒤면 사형을 선고 받을 장진에게 사계절을 선물하는 연의 퍼포먼스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장진을 위해 사계절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연의 얼굴 위론 <빈집>의 ‘태석’이 겹쳐 보이고, 죽음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정작 죽음을 눈 앞에 뒀을 땐 살기 위해 맹렬히 발버둥치는 장진의 모습에선 자연스레 <악어>의 ‘용패’가 떠오른다. 이 뿐 아니다. <활>과 <시간>에서 고심한 ‘시간’과 ‘순환’에 관한 고민들이 <숨>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하지만 <숨>이 김기덕 전작들의 짜깁기란 것은 아니다. 짜깁기보단 오히려 유쾌한 변주곡에 더 가깝다. 장진에게 사계절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은 연은 면회실을 계절 빛으로 물든 종이로 도배하고 계절에 맞는 노래를 부른다. 퍼포먼스, 뮤지컬과 같은 연의 이런 행동들은 ‘날 것’에 가까울 만큼 단도직입적이던 김기덕의 ‘영화 어투’를 한결 부드럽게 감싼다. 연과 장진의 면회를 주관하고 관리하며 통제하는 보안과장의 존재는 둘의 관계에서 절대자의 시선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숨>을 ‘영화에 관한 영화’로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유머가 깊어지고 상상력이 빛나는 것도, 영화의 표현 방식이 한결 쉽고 편안해 진 것도 맞지만 <숨>이 그리는 세계가 마냥 폭신한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 몫이다. 대화의 기술은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숨>에는 김기덕의 어떤 전작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강한 죽음의 매혹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달리 장진은 겨울을 지나 다시 돌아오는 봄을 맞지 못하고, 연과 남편의 화해에도 불안한 기운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시간> 개봉과 맞물려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여러 발언은 진심과 오해, 왜곡 사이에서 숱한 논란을 낳았고 덕분에 <숨>은 개봉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탈’보다는 성과가 더 큰 듯하다. 김기덕 감독을 믿고 <쓰리타임즈 Three Times>의 배우 장첸을 비롯한 ‘김기덕의 배우’ 지아와 하정우가 기꺼이 함께 한 <숨>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스, 이탈리아, 멕시코 등에 선판매 됐다. 그 돈을 모아 10회차 촬영, 3억 7천여 원의 ‘싼’ 제작비로 완성된 <숨>은 오는 5월 열리는 6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


 

박아녜스  기자 (fatcat@movielink.co.kr)

 

[4/26 개봉작 리뷰] <더블타겟> - 위험한 패트리어트 게임

입력시간 : 2007-04-23 09:15



실수로 동료를 잃은 후 은닉 생활을 하고 있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저격수 밥 리 스웨거(마크 월버그)는 정부 고위 관계자인 존슨 대령(대니 글로버)으로부터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음모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스웨거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로 미리 범행장소와 방법 등을 알아낸다. 그러나 대통령 암살 에정일, 오히려 스웨거가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트레이닝 데이 Training Day> <킹 아더 King Arthur>의 안톤 후쿠아 감독의 2007년작 <더블타겟 Shooter>은 흡사 <도망자 The Fugitive>의 리차드 킴블 박사처럼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린 주인공이 자신의 무죄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다. 하지만 <도망자>에 비해 <더블타겟>은 훨씬 스케일이 커졌다. 조국에 대한 애국심의 화신인 주인공 밥 리 스웨거가 조국의 대통령 암살범으로 몰리게 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 그러나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초반에 위기에 몰리기는 하지만 <더블타겟>의 밥 리 스웨거는 기막힌 사격술에 명석한 두뇌, 거기에 뇌쇄적인 근육질 몸매로 다져진 '선한 미국인'을 대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밥 리 스웨거 역할은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 <디파티드 The Departed>의 마크 월버그가 맡았다. 마크 월버그는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다진 미국 특전사로서의 외형적인 면모를 뽐낸다.

<더블타겟>은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스티븐 헌터의 베스트셀러 [포인트 오브 임팩트 Point of Impact]를 원작으로 한다. 미국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퓰리쳐상을 수상한 [포인트 오브 임팩트]는 이후 [블랙 라이트 Black Light] [타임 투 헌트 Time to Hunt] 등 계속된 시리즈 출간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원작의 촘촘한 플롯과 서스펜스 구조에 안톤 후쿠아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을 더해, 팝콘 무비로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액션 스릴러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삐까'한 스타일에 비해 <더블타겟>의 이야기는 1980년대 유행한 <람보 Rambo> 류의 친미 액션물의 그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선한 미국인의 손에 의해 악은 차례로 처단되고 제자리를 찾는다. 문제는, 그의 처단 방식이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애국심에서 기인한 사적 처단이라는 것이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반복되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공식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movielink.co.kr)

 

/26개봉작 리뷰] <스토리 오브 오: 은밀한 쾌락> - 구태의연한 B급 에로영화

입력시간 : 2007-04-23 12:52



누드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오’는 남자친구 르네와 사귀고 있지만 늘 알 수 없는 결핍을 느끼고 있다. 성적 욕망을 담은 누드사진과 자신의 육체적 욕망 사이에 존재하는 빈 공간은 연인인 르네도 채워줄 수가 없다. 여자친구의 갈망을 해소시켜주고자 르네는 오를 특별한 곳으로 데려간다. 오는 르네와 함께 방문한 곳에서 특별하고 자극적인 성적 판타지를 경험하고 이를 책으로 써내려 간다. 르네는 오를 위해 한 단계 더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스티븐 박사를 소개한다.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스티븐 박사는 오에게 서로간의 성적 쾌락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계약을 제안하고, 오는 스티븐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성적 판타지를 현실로 경험하게 된다. 스티븐 박사와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오는 점점 변태적인 사도마조히즘으로 가득한 세계에 익숙해져 간다.

<스토리 오브 오: 은밀한 쾌락 Story of O: Untold Pleasures>은 프랑스의 여류 작가 안 데스클로의 소설 [스토리 오브 오 Story of O]의 영화 버전이다. 도미니크 오리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했던 데스클로가 폴린 레아주라는 필명으로 1954년에 발표한 [스토리 오브 오]는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발간 당시 엄청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금서 목록에 올랐던 것은 당연한 일. 양성애자였던 데스클로는 [스토리 오브 오]가 출간된 지 40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작가임을 밝히기도 했다. 에로티시즘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스토리 오브 오]는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엠마누엘 Emmanuelle>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쥐스트 자캥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다. <스토리 오브 오: 은밀한 쾌락>은 B급 영화들만 주로 찍어온 필 레어니스 감독의 2002년 작품이다. 소설 출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가학적 성행위와 구강 및 항문성교 묘사가 영화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합법적 ‘야동’인 셈이다. 원작소설의 상황들을 현재의 미국으로 옮겨와 상업적 에로티시즘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소설이 출간된 지 50년이 지나고 영화화가 반복되면서 소재 자체의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성적 묘사는 변함없이 자극적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포르노그라피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고경석  기자 (kave@movi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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