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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10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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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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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희망의 집을 건너 행복의 나라로 |
등록일
2007.10.01
영수(황정민)는 서울을 떠나려 한다. 방탕한 생활 끝에 간경변은 위험 수위까지 다다랐고 운영하던 클럽은 적자 상태가 심화됐으며 여자친구는 이별을 선언했다. 1년에 한 번 찾아갈까 말까 한 어머니에게는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영수는 짐을 싸서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따분한 요양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영수는 8년째 희망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은희(임수정)와 친해지면서 점점 적응하기 시작한다. 40%밖에 폐가 남아있지 않은 은희는 밝고 순수한 마음씨로 영수를 변화시키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영수의 마음을 움직인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함께 데이트도 하고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자는 은희의 제안대로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부부 같은 사람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영수는 은희의 정성 어린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처음엔 은희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영수는 지루한 시골 생활에 점점 질려가고 친구와 함께 찾아온 옛 여자친구 수연(공효진)을 만난 후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행복>은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지닌 멜로영화다. 낯선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 사람의 변심으로 관계가 흔들린다. 외형적으로 <행복>은 <봄날은 간다>의 남녀 캐릭터를 뒤바꾼 변주처럼 보인다.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은희는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와 비슷해 보이고, 사랑하던 사람을 잔인하게 떠나는 영수는 은수(이영애)의 방탕한 변형처럼 보인다. <행복>에 허진호 감독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품들이 등장하고 비슷한 장면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이 영화를 ‘반복’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퀀스의 배열과 신의 연결 방식, 대사의 톤, 극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행복>을 ‘자기반복’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와 <행복> 모두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인 데다 같은 감독의 필체가 담긴 작품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작품의 유사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행복>에서 허진호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직설적인 화법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던 여주인공은 ‘우리 같이 살래요?’라며 직접적으로 애정을 고백하고, 수줍어하던 남자 주인공은 주저 없이 ‘너 없으면 이제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인물들은 연인의 배신에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대담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봄날은 간다>가 20대 초반의 풋사랑에 가깝다면 <행복>은 닳고 닳은 30대 중반의 사랑에 가깝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잠시 정신을 차리지만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 멋대로 살다 뒤늦게 후회한다. 외형상 <행복>은 <봄날은 간다>와 가장 가까워 보이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외출>을 포함한 허진호 감독의 이전 세 작품의 세계관을 종합해 놓은 작품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행복>의 인물들은 사랑과 배신, 낭만과 현실, 삶과 죽음, 시간과 반복,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행복>은 헌신과 구원까지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대중적인 통속 신파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행복>이 여타 평범한 신파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지극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수와 은희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된다면 그것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여러 화제들의 미묘한 감수성에 동조할 의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빼어난 연기가 한몫 하고 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행복>은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지닌 멜로영화다. 낯선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 사람의 변심으로 관계가 흔들린다. 외형적으로 <행복>은 <봄날은 간다>의 남녀 캐릭터를 뒤바꾼 변주처럼 보인다.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은희는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와 비슷해 보이고, 사랑하던 사람을 잔인하게 떠나는 영수는 은수(이영애)의 방탕한 변형처럼 보인다. <행복>에 허진호 감독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품들이 등장하고 비슷한 장면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이 영화를 ‘반복’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퀀스의 배열과 신의 연결 방식, 대사의 톤, 극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행복>을 ‘자기반복’의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와 <행복> 모두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인 데다 같은 감독의 필체가 담긴 작품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작품의 유사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행복>에서 허진호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직설적인 화법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던 여주인공은 ‘우리 같이 살래요?’라며 직접적으로 애정을 고백하고, 수줍어하던 남자 주인공은 주저 없이 ‘너 없으면 이제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인물들은 연인의 배신에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대담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봄날은 간다>가 20대 초반의 풋사랑에 가깝다면 <행복>은 닳고 닳은 30대 중반의 사랑에 가깝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고 잠시 정신을 차리지만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 멋대로 살다 뒤늦게 후회한다. 외형상 <행복>은 <봄날은 간다>와 가장 가까워 보이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와 <외출>을 포함한 허진호 감독의 이전 세 작품의 세계관을 종합해 놓은 작품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행복>의 인물들은 사랑과 배신, 낭만과 현실, 삶과 죽음, 시간과 반복,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행복>은 헌신과 구원까지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지극히 대중적인 통속 신파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행복>이 여타 평범한 신파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지극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수와 은희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된다면 그것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여러 화제들의 미묘한 감수성에 동조할 의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빼어난 연기가 한몫 하고 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러시 아워 3> - 못 말리는 형사들의 귀환 |
등록일
2007.10.01
홍콩 경찰 ‘리’와 LA 경찰 ‘카터’가 또 한번 뭉쳤다. 전편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만들어진 <러시 아워 Rush Hour>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러시 아워 3>에는 리와 카터의 좌충우돌 범죄 소탕 작전이 여전하다. 여전한 것은 내용뿐이 아니다. 성룡과 크리스 터커 콤비가 여전하고 전편들에 이어 브렛 레트너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2편의 각본가 제프 나단슨이 이야기를 짰다. 당연하게도 전편들을 제작한 로저 번바움이 또 한번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살짝 달라졌다. 홍콩을 비롯해 LA, 라스베가스, 뉴욕 등 미국 대도시를 배경으로 해온 전작들과 달리 <러시 아워 3>는 프랑스 파리를 주무대로 한다.
형사 리(성룡)가 새로이 맡게 된 업무는 LA 세계 범죄 재판위원회에 참석한 ‘한’ 대사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대사가 전세계적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범죄조직 삼합회의 비밀을 밝히려는 찰나, 대사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대사를 수행 중이던 리와 저격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이 추격은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격수의 뒤에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리의 과거가 숨겨져 있고, 삼합회의 비밀이 포개져 있다. 저격수를 쫓아, 삼합회의 비밀을 쫓아가던 리는 결국 조직이 프랑스 파리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는 걸 알고 파리로 떠난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교통경찰로 강등돼 연일 교통정리에 바쁘던 LA 경찰 카터(크리스 터커)가 리의 추격에 따라 붙는다. 여전히 말 많고 여자 밝히기 좋아하는 카터. 그렇게 리와 카터의 요란한 범죄 소탕극이 다시 시작된다.
<러시 아워 3>는 시리즈 영화답게 전작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잇는다. 쉰 중반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맵시 좋은 성룡의 액션 연기와 크리스 터커의 속사포 코믹 대사가 어우러지며 ‘코믹 합’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여전하다. <러시 아워 3>의 주무대가 되는 곳은 프랑스 파리, 그 가운데서도 도시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펠탑. 도심을 재빠르게 질주하는 카 체이싱 신이 영화 전반부 액션의 핵을 이룬다면 에펠탑 984피트 높이의 철근을 밟고 선 고공 무술은 <러시 아워 3> 전체 액션을 아우르는 핵심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에펠탑에 매달려 아찔한 ‘곡예 액션’을 선보인 성룡은 대역도, 스턴트도, 별다른 보호 장비도 없이 이 모든 액션을 몸소 소화해낸다. 크리스 터커의 입담도 여전히 생생하다. 속사포처럼 거침없이 이어지는 크리스 터커의 말장난이 영화 전반에 고르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러시 아워 3>를 유쾌한 오락영화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그의 말장난은 썩 유쾌하게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종과 성차별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는 그의 유머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잰다면 심히 거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 아워 3>를 순수한 오락영화라 여긴다 해도 무사 안일하게 반복되는 소재와 헐거운 드라마 줄기는 충분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극적 짜임새가 치밀하지 못한 이들의 추격전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반전으로 마련된 삼합회의 배후 세력은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뻔하다. ‘합’이 착착 들어맞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성룡표 액션의 합도 이번엔 미지근한 수준. 액션의 규모와 스피드는 늘었지만 착착 감기는 액션의 묘미는 줄었다.
<러시 아워 3>의 뻔한 이야기 흐름에 그나마 재미있는 ‘양념’으로 등장하는 건 숱한 조연과 카메오들이다. 리의 고아원 친구이자 삼합회 멤버인 켄지를 <링 The Ring>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선샤인 Sunshine>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것은 물론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온 노장 배우 막스 폰 시도우와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 장징추, <뮌헨 Munich> <안소니 짐머 Anthony Zimmer>의 프랑스 배우 이반 아탈 등이 <러시 아워 3>에 함께 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프랑스의 변태 형사 ‘레비’ 역으로 깜짝 출연해 영화에 웃음을 보탠다.
형사 리(성룡)가 새로이 맡게 된 업무는 LA 세계 범죄 재판위원회에 참석한 ‘한’ 대사를 수행하는 것. 하지만 대사가 전세계적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범죄조직 삼합회의 비밀을 밝히려는 찰나, 대사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대사를 수행 중이던 리와 저격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이 추격은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격수의 뒤에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리의 과거가 숨겨져 있고, 삼합회의 비밀이 포개져 있다. 저격수를 쫓아, 삼합회의 비밀을 쫓아가던 리는 결국 조직이 프랑스 파리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는 걸 알고 파리로 떠난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교통경찰로 강등돼 연일 교통정리에 바쁘던 LA 경찰 카터(크리스 터커)가 리의 추격에 따라 붙는다. 여전히 말 많고 여자 밝히기 좋아하는 카터. 그렇게 리와 카터의 요란한 범죄 소탕극이 다시 시작된다.
<러시 아워 3>는 시리즈 영화답게 전작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잇는다. 쉰 중반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맵시 좋은 성룡의 액션 연기와 크리스 터커의 속사포 코믹 대사가 어우러지며 ‘코믹 합’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여전하다. <러시 아워 3>의 주무대가 되는 곳은 프랑스 파리, 그 가운데서도 도시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펠탑. 도심을 재빠르게 질주하는 카 체이싱 신이 영화 전반부 액션의 핵을 이룬다면 에펠탑 984피트 높이의 철근을 밟고 선 고공 무술은 <러시 아워 3> 전체 액션을 아우르는 핵심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에펠탑에 매달려 아찔한 ‘곡예 액션’을 선보인 성룡은 대역도, 스턴트도, 별다른 보호 장비도 없이 이 모든 액션을 몸소 소화해낸다. 크리스 터커의 입담도 여전히 생생하다. 속사포처럼 거침없이 이어지는 크리스 터커의 말장난이 영화 전반에 고르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러시 아워 3>를 유쾌한 오락영화 이상으로 생각한다면 그의 말장난은 썩 유쾌하게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종과 성차별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는 그의 유머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잰다면 심히 거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 아워 3>를 순수한 오락영화라 여긴다 해도 무사 안일하게 반복되는 소재와 헐거운 드라마 줄기는 충분히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극적 짜임새가 치밀하지 못한 이들의 추격전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반전으로 마련된 삼합회의 배후 세력은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뻔하다. ‘합’이 착착 들어맞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성룡표 액션의 합도 이번엔 미지근한 수준. 액션의 규모와 스피드는 늘었지만 착착 감기는 액션의 묘미는 줄었다.
<러시 아워 3>의 뻔한 이야기 흐름에 그나마 재미있는 ‘양념’으로 등장하는 건 숱한 조연과 카메오들이다. 리의 고아원 친구이자 삼합회 멤버인 켄지를 <링 The Ring> <라스트 사무라이 The Last Samurai> <선샤인 Sunshine>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것은 물론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에 출연해온 노장 배우 막스 폰 시도우와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배우 장징추, <뮌헨 Munich> <안소니 짐머 Anthony Zimmer>의 프랑스 배우 이반 아탈 등이 <러시 아워 3>에 함께 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프랑스의 변태 형사 ‘레비’ 역으로 깜짝 출연해 영화에 웃음을 보탠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페이지 터너> - 악보를 넘기는 자가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 |
등록일
2007.10.01
정육점의 딸로 태어난 멜라니(데보라 프랑소와)는 부모님에게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유명 음악학교의 입학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인 아리안(캐서린 프로트)이 자신의 팬을 시험장에 난입시키는 바람에 멜라니는 정신이 산만해져 연주를 망치게 된다. 10년 후,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한 멜라니는 복수를 결심하고 아리안에게 접근한다. 아리안의 아들인 트리스탄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 멜라니는 차분한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며 아리안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한다. 무대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리안은 멜라니에게 자신의 공연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 일을 부탁한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클래식 공연에 페이지 터너를 맡게 된 멜라니는 천천히 아리안의 악보를 넘기기 시작한다.
<페이지 터너 La Tourneuse de pages>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멜라니의 주도 면밀한 복수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프랑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연주자였던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섬뜩한 복수극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페이지 터너>에는 스릴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 한 방울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리안에게 너무나 소중한 피아니스트 일과 사랑스런 가족들을 빼앗아 가며 심리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멜라니의 복수는 단지 아리안의 공연을 망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붓했던 남편과의 관계를 뒤흔들고, 피아니스트로 장래가 촉망되던 아들의 미래를 망쳐놓는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영화의 후반부는 <페이지 터너>의 백미 중 하나다. 바흐, 슈베르트, 쇼팽, 쇼스타코비치 등의 클래식 음악과 동성애적 코드가 영화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돼 스산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페이지 터너>는 사실 결말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품이다.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은 아리안이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 멜라니가 아리안의 사소한 실수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 역시 눈에 거슬리지만 적어도 <페이지 터너>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복수를 펼치는 멜라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L' Enfant>로 데뷔한 데보라 프랑소와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리안 일가를 뒤흔드는 멜라니를 맡아 호연을 펼친다.
<페이지 터너 La Tourneuse de pages>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멜라니의 주도 면밀한 복수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프랑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연주자였던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섬뜩한 복수극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페이지 터너>에는 스릴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 한 방울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리안에게 너무나 소중한 피아니스트 일과 사랑스런 가족들을 빼앗아 가며 심리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멜라니의 복수는 단지 아리안의 공연을 망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붓했던 남편과의 관계를 뒤흔들고, 피아니스트로 장래가 촉망되던 아들의 미래를 망쳐놓는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영화의 후반부는 <페이지 터너>의 백미 중 하나다. 바흐, 슈베르트, 쇼팽, 쇼스타코비치 등의 클래식 음악과 동성애적 코드가 영화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돼 스산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페이지 터너>는 사실 결말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품이다.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은 아리안이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 멜라니가 아리안의 사소한 실수에 불만을 품고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 역시 눈에 거슬리지만 적어도 <페이지 터너>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복수를 펼치는 멜라니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L' Enfant>로 데뷔한 데보라 프랑소와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리안 일가를 뒤흔드는 멜라니를 맡아 호연을 펼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아드레날린24> - 비운의 킬러,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
등록일
2007.10.01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뜬 프리랜서 킬러 체브(제이슨 스태덤)는 자신의 탁상 위에 정체불명의 DVD를 발견한다. DVD 속에는 숙적인 갱스터 베로나(호세 파블로 칸틸로)가 1시간 내에 죽게 되는 독약 ‘베이징 칵테일’을 체브의 가슴 속에 주사하고 있는 영상이 담겨있다. 체브는 그의 주치의인 마일즈(드와이트 요아캄)에게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시키면 독약이 퍼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이제 ‘베이징 칵테일’의 해독제도 찾아야 하고, 베로나의 다음 표적이 된 애인 이브(에이미 스마트)도 구출해야 하며, 모든 사건을 일으킨 베로나 일당에게 복수도 감행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멈춰가는 심장을 뛰게 하려면 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드레날린24 Crank>는 끝없이 움직이며 아드네날린을 분출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면 심장이 멈춘다는 이 설정은 <아드레날린24>를 빠른 템포의 액션 영화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체브는 자신을 흥분상태로 몰아가기 위해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거칠게 차를 몰며, 무고한 시민들을 건드리며 도발을 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체브는 우악스럽게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먹고, 관광객으로 빼곡한 LA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애인과 공개 섹스도 서슴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체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아드레날린24>의 묘미. 긴박한 체브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빠른 편집과 화면 분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에 부각되는 최근 액션 영화의 경향에 반해 <아드레날린24>에서는 살과 살이 부딪치는 아날로그 액션이 주를 이룬다는 것은 인상 깊다. 쿵쾅거리는 체브의 심장을 묘사하거나 고공낙하하는 체브와 베로나의 모습을 제외하곤 <아드레날린24>의 대부분은 날 것 위주의 영상이 펼쳐진다. 특히, 3000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헬기 액션 신은 제이슨 스태덤이 단 두 줄의 와이어에 의지한 채 촬영된 장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드레날린24>는 제이슨 스태덤이 영화에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로 데뷔한 영국 출신 배우 제이슨 스태덤은 <더 원 The One>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시리즈에 출연하며 드롭킥이 가능한 백인 액션영웅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아드레날린24>는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여성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한 마초적 시선은 눈에 거슬리지만, 시종일관 땀을 쥐게 하는 순수 액션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할 만하다.
<아드레날린24 Crank>는 끝없이 움직이며 아드네날린을 분출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면 심장이 멈춘다는 이 설정은 <아드레날린24>를 빠른 템포의 액션 영화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체브는 자신을 흥분상태로 몰아가기 위해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거칠게 차를 몰며, 무고한 시민들을 건드리며 도발을 건다. 심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체브는 우악스럽게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먹고, 관광객으로 빼곡한 LA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애인과 공개 섹스도 서슴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체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아드레날린24>의 묘미. 긴박한 체브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빠른 편집과 화면 분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전면에 부각되는 최근 액션 영화의 경향에 반해 <아드레날린24>에서는 살과 살이 부딪치는 아날로그 액션이 주를 이룬다는 것은 인상 깊다. 쿵쾅거리는 체브의 심장을 묘사하거나 고공낙하하는 체브와 베로나의 모습을 제외하곤 <아드레날린24>의 대부분은 날 것 위주의 영상이 펼쳐진다. 특히, 3000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헬기 액션 신은 제이슨 스태덤이 단 두 줄의 와이어에 의지한 채 촬영된 장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드레날린24>는 제이슨 스태덤이 영화에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로 데뷔한 영국 출신 배우 제이슨 스태덤은 <더 원 The One>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시리즈에 출연하며 드롭킥이 가능한 백인 액션영웅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아드레날린24>는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여성의 입장을 철저히 배제한 마초적 시선은 눈에 거슬리지만, 시종일관 땀을 쥐게 하는 순수 액션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크게 어필할 만하다.
<내니 다이어리> -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 |
등록일
2007.10.01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애니(스칼렛 조핸슨)는 금융회사에 취직해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니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에 지원하지만 면접을 보러 갔다가 포기하고 나와버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공원에 앉아 있던 애니는 우연히 위험에 빠진 뉴욕 상류층의 자제 그레이어 X(니콜라스 리스아트)를 구해주고 내니(유모) 일을 제안받는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애니는 선뜻 내니 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골치덩어리 그레이어는 매번 애니를 골탕먹이고 미세스 X(로라 리니)는 까다로운 요구로 애니를 괴롭힌다. 그 와중에 그레이어의 집 윗층에 사는 하바드 하티(크리스 에반스)는 애니에게 첫눈에 반해 애니를 쫓아다닌다.
강남 엄마들만 자녀 교육에 극성은 아닌 모양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미국 상류층 엄마들도 자녀 교육이라면 손발 다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남 엄마가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좋은 학원을 찾아내 아이를 보낸다면 미국 엄마들은 아예 집에다 내니를 들여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뉴욕대 출신의 두 여성 작가 니콜라 크라우스, 에마 매크로플린이 대학 시절 내니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뉴저지 출신의 젊은 여성 애니가 뉴욕 상류층 자제의 내니로 일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을 풍자한다. 뉴욕 상류층을 대표하는 미세스 X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고 명품 의상으로 치장하고 다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고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해도 내색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불행한 여성. 미세스 X로부터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믿으며 미래를 꿈꾸며 사는 애니. 영화는 두 사람을 대비시켜 허영으로 똘똘 뭉친 상류층 사람들의 위선을 가볍고 코믹하게 까발린다. 촌스럽지만 순수한 젊은 여성이 부유하지만 공허한 삶을 사는 부자들의 세계를 경험한 후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간다는 계몽적인 주제는 거슬리지만, 내니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뉴욕 상류층을 풍자하는 방식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편이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 Ghost Worl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등의 영화에서 관능적인 모습과 순수한 모습 등 극과 극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선보인 스칼렛 조핸슨이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애니를 밝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기해낸다.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등에 출연한 로라 리니가 위선적인 삶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뉴욕 상류층 여성 미세스 X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강남 엄마들만 자녀 교육에 극성은 아닌 모양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미국 상류층 엄마들도 자녀 교육이라면 손발 다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남 엄마가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좋은 학원을 찾아내 아이를 보낸다면 미국 엄마들은 아예 집에다 내니를 들여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다를 뿐이다. <내니 다이어리 The Nanny Diaries>는 뉴욕대 출신의 두 여성 작가 니콜라 크라우스, 에마 매크로플린이 대학 시절 내니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뉴저지 출신의 젊은 여성 애니가 뉴욕 상류층 자제의 내니로 일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뉴욕 상류층이 사는 법을 풍자한다. 뉴욕 상류층을 대표하는 미세스 X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고 명품 의상으로 치장하고 다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고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해도 내색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불행한 여성. 미세스 X로부터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믿으며 미래를 꿈꾸며 사는 애니. 영화는 두 사람을 대비시켜 허영으로 똘똘 뭉친 상류층 사람들의 위선을 가볍고 코믹하게 까발린다. 촌스럽지만 순수한 젊은 여성이 부유하지만 공허한 삶을 사는 부자들의 세계를 경험한 후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간다는 계몽적인 주제는 거슬리지만, 내니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뉴욕 상류층을 풍자하는 방식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편이다.
<판타스틱 소녀 백서 Ghost World>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등의 영화에서 관능적인 모습과 순수한 모습 등 극과 극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선보인 스칼렛 조핸슨이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애니를 밝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기해낸다.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등에 출연한 로라 리니가 위선적인 삶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뉴욕 상류층 여성 미세스 X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 입 닥치고 노래나 하라고? |
등록일
2007.10.01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조차 이라크 철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끝내 대량 살상무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을 위해 이미 수천 명의 미군과 수십 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늘날의 미국엔 이라크 철군을 외치는 여론이 무성하고, 조지 W. 부시는 지지율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이었던 2003년은 어땠을까. 그 시절 부시는 60% 이상의 ‘고공’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었고, 미국민의 대다수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다.
“부시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것이 부끄럽다”. 사건의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미국의 컨트리 3인조 뮤지션 ‘딕시 칙스’의 리드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2003년 3월 영국 런던의 한 콘서트 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데뷔해 역대 음반 판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음반 출시 때마다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컨트리 앨범상을 거머쥐곤 했던 인기 그룹 딕시 칙스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를 사랑하던 당시 미국민을 분노케 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딕시 칙스가 조지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란 것이 부끄럽단 소리를 영국에서 하다니! 화가 난 미국인들은 딕시 칙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딕시 칙스의 음반을 불 태웠고,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컨트리 음악 전문 라디오는 그들의 음악을 보이콧 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딕시 칙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암살 위협까지 받는다. 딕시 칙스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물론 이들은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들은 미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표지에 자신들을 향한 비난의 수식어를 온 몸에 새긴 채 전신 누드로 등장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반 부시, 반전’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셀수록 더욱 커져갔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Shut Up & Sing>은 그 기록이다. 2003년 발언으로 시작해 2006년 어려움을 무릅쓰고 재기하기까지, 그들의 고단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딕시 칙스의 고단하지만 한편 유쾌한, 이 같은 투쟁을 담아낸 이는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 미국 켄터키 주의 탄광 지역 할란 카운티의 노동 환경을 고발한 <할란 카운티 USA Harlan County U.S.A.>와 1980년대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노동 파업을 기록한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과 같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해온 바바라 코플과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의 ‘멋진 남자’ 그레고리 펙의 딸, 세실리아 펙이 인연을 맺은 건 그레고리 펙에 관한 다큐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regory Peck>였다.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를 공동 연출한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러나 바바라 코플의 이전 작 <와일드 맨 블루스 Wild Man Blues>부터 이어져 왔다. 우디 앨런과 그의 뉴올리언즈 재즈 밴드에 관한 영화 <와일드 맨 블루스>에 세실리아 펙이 후반 작업을 도우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의 ‘찰떡 궁합’은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을 풍성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이들이 담아낸 영상은 딕시 칙스의 ‘투쟁사’를 사실 그대로 풍부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공인으로서, 가수란 직업인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아내로서 살아가고 있는 딕시 칙스 개인의 인간적 고뇌들까지 한꺼번에 녹여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은 정치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리얼 다큐’지만 동시에 음악 영화기도 하다. <와일드 맨 블루스>로 음악 영화를 경험한 이 두 감독은 딕시 칙스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애절하게, 달콤하게 잡아내고 있다. 작년 10월, 부시의 암살을 다룬 페이크 다큐 <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과 엇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딕시 칙스는 2003년의 발언 파장으로 가수로서 오랜 기간 빛을 잃었지만 2006년 재기, 2007년 그래미어워드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부시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것이 부끄럽다”. 사건의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미국의 컨트리 3인조 뮤지션 ‘딕시 칙스’의 리드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2003년 3월 영국 런던의 한 콘서트 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데뷔해 역대 음반 판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음반 출시 때마다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컨트리 앨범상을 거머쥐곤 했던 인기 그룹 딕시 칙스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를 사랑하던 당시 미국민을 분노케 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딕시 칙스가 조지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란 것이 부끄럽단 소리를 영국에서 하다니! 화가 난 미국인들은 딕시 칙스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딕시 칙스의 음반을 불 태웠고,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컨트리 음악 전문 라디오는 그들의 음악을 보이콧 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딕시 칙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보컬 나탈리 메인즈는 암살 위협까지 받는다. 딕시 칙스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물론 이들은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들은 미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표지에 자신들을 향한 비난의 수식어를 온 몸에 새긴 채 전신 누드로 등장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반 부시, 반전’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거셀수록 더욱 커져갔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Shut Up & Sing>은 그 기록이다. 2003년 발언으로 시작해 2006년 어려움을 무릅쓰고 재기하기까지, 그들의 고단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딕시 칙스의 고단하지만 한편 유쾌한, 이 같은 투쟁을 담아낸 이는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 미국 켄터키 주의 탄광 지역 할란 카운티의 노동 환경을 고발한 <할란 카운티 USA Harlan County U.S.A.>와 1980년대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노동 파업을 기록한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과 같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해온 바바라 코플과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의 ‘멋진 남자’ 그레고리 펙의 딸, 세실리아 펙이 인연을 맺은 건 그레고리 펙에 관한 다큐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regory Peck>였다.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를 공동 연출한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러나 바바라 코플의 이전 작 <와일드 맨 블루스 Wild Man Blues>부터 이어져 왔다. 우디 앨런과 그의 뉴올리언즈 재즈 밴드에 관한 영화 <와일드 맨 블루스>에 세실리아 펙이 후반 작업을 도우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바바라 코플과 세실리아 펙의 ‘찰떡 궁합’은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을 풍성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이들이 담아낸 영상은 딕시 칙스의 ‘투쟁사’를 사실 그대로 풍부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공인으로서, 가수란 직업인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아내로서 살아가고 있는 딕시 칙스 개인의 인간적 고뇌들까지 한꺼번에 녹여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은 정치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리얼 다큐’지만 동시에 음악 영화기도 하다. <와일드 맨 블루스>로 음악 영화를 경험한 이 두 감독은 딕시 칙스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애절하게, 달콤하게 잡아내고 있다. 작년 10월, 부시의 암살을 다룬 페이크 다큐 <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과 엇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딕시 칙스: 셧업 앤 싱>. 딕시 칙스는 2003년의 발언 파장으로 가수로서 오랜 기간 빛을 잃었지만 2006년 재기, 2007년 그래미어워드 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스테이지 뷰티> -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
등록일
2007.10.01
17세기 문예 부흥기의 영국 런던,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었던 당시 네드 키니스톤(빌리 크루덥)은 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남자 배우였다.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인 마리아 휴즈(클레어 데인즈)는 키니스톤의 연기를 훔쳐보고 흉내내며 배우의 꿈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날 마리아는 허름한 뒷골목 술집 무대에서 <오델로>의 데스데모나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장안의 화제가 된다. 이 사실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왕은 연극 애호가인 애첩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자 배우의 무대 진출을 허용하고 남자 배우가 여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발표한다. 키니스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지지만, 마리아는 이 법 덕분에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인기를 얻을수록 마리아는 자신의 연기에 실망하고, 키니스톤의 추락을 가슴 아파한다.
<스테이지 뷰티 Stage Beauty>는 실존 인물 주인공에 픽션을 가미한 시대극이다. 17세기에 쓰여진 사무엘 핍스의 일기에서 발췌한 당대 최고의 여장 배우 키니스톤에 대한 짧은 묘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스테이지 뷰티>는 키니스톤의 몰락과 재기, 그리고 배우의 꿈을 꾸며 키니스톤을 흉내내다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전직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 마리아의 이야기를 축으로 당대 영국 공연 문화 전반을 훑어낸다. 그러나 <스테이지 뷰티>는 17세기 영국 무대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겨내기보다는 기록에 존재하는 극적인 사건들을 영화적으로 재가공하는데 치중한다. 17세기 중반까지 여성들이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사실과 찰스 2세가 이를 허용하고 남성이 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아의 존재나 키니스톤과 마리아의 관계는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각본을 쓴 제프리 히쳐는 당대의 짤막한 기록을 토대로 당대 배우들의 고민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낸다.
<스테이지 뷰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델로 Othello>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인 무대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키니스톤은 아름답고 순결한 데스데모나를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관객들은 그런 키니스톤의 연기를 숨죽인 채 바라본다. 무대 뒷편에서는 마리아가 키니스톤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장면을 비춘다. 공연은 환호 속에 막을 내리지만, 키니스톤의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마리아는 그런 키니스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스테이지 뷰티>가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은 배우의 실존적인 고민이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키니스톤의 모습은 배우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자 배역을 하는 남자로 키워진 키니스톤이 왕명 발표 이후 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혼란을 겪는 장면은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부각시킨다. 얼떨결에 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연기가 키니스톤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진정한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주인공인 영화답게 <스테이지 뷰티>는 배우들이 겪는 고민들을 시대극의 형식을 빌어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고증을 거쳐 재현한 17세기 영국의 무대 공연 장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열연. 영국 최초의 여배우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를 연기한 클레어 데인즈는 어설픈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17세기 영국 여장 남자 배우 키니스톤을 징그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빌리 크루덥의 연기는 놓치기 아까울 만큼 훌륭하다.
<스테이지 뷰티 Stage Beauty>는 실존 인물 주인공에 픽션을 가미한 시대극이다. 17세기에 쓰여진 사무엘 핍스의 일기에서 발췌한 당대 최고의 여장 배우 키니스톤에 대한 짧은 묘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스테이지 뷰티>는 키니스톤의 몰락과 재기, 그리고 배우의 꿈을 꾸며 키니스톤을 흉내내다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전직 키니스톤의 의상 담당 마리아의 이야기를 축으로 당대 영국 공연 문화 전반을 훑어낸다. 그러나 <스테이지 뷰티>는 17세기 영국 무대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겨내기보다는 기록에 존재하는 극적인 사건들을 영화적으로 재가공하는데 치중한다. 17세기 중반까지 여성들이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사실과 찰스 2세가 이를 허용하고 남성이 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아의 존재나 키니스톤과 마리아의 관계는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각본을 쓴 제프리 히쳐는 당대의 짤막한 기록을 토대로 당대 배우들의 고민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낸다.
<스테이지 뷰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델로 Othello>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인 무대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키니스톤은 아름답고 순결한 데스데모나를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관객들은 그런 키니스톤의 연기를 숨죽인 채 바라본다. 무대 뒷편에서는 마리아가 키니스톤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장면을 비춘다. 공연은 환호 속에 막을 내리지만, 키니스톤의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마리아는 그런 키니스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스테이지 뷰티>가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은 배우의 실존적인 고민이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키니스톤의 모습은 배우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자 배역을 하는 남자로 키워진 키니스톤이 왕명 발표 이후 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혼란을 겪는 장면은 '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부각시킨다. 얼떨결에 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연기가 키니스톤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진정한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주인공인 영화답게 <스테이지 뷰티>는 배우들이 겪는 고민들을 시대극의 형식을 빌어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고증을 거쳐 재현한 17세기 영국의 무대 공연 장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열연. 영국 최초의 여배우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를 연기한 클레어 데인즈는 어설픈 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17세기 영국 여장 남자 배우 키니스톤을 징그러울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빌리 크루덥의 연기는 놓치기 아까울 만큼 훌륭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스위트 보이스> - 평범하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로맨틱코미디 |
등록일
2007.10.01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스티븐(애드리안 브로디)은 노처녀인 누나와 함께 부모와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복화술사를 꿈꾸던 스티븐은 직장에서 해고된 후 인형을 사서 꿈을 실행에 옮긴다. 웨딩플래너인 누나 하이디의 구박과 부모의 핀잔도 스티븐의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스티븐은 실업수당을 위해 별 생각 없이 찾아간 노동상담소에서 만난 카운셀러 로레나(베라 파미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사회성 부족한 그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용기란 눈꼽만큼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 번도 직장을 갖지 못한 동네 친구 페니(밀라 요보비치)의 엉뚱한 아이디어 때문에 스토커로 몰리기도 하지만 페니의 또 다른 도움으로 진심을 전하는 데 성공한다.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 로레나는 스티븐의 순수한 마음에 호감을 느끼지만, 스티브의 가족과 연애 경험이 거의 전무한 스티븐에게 점차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스위트 보이스 Dummy>는 미국 내에서 1만 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캐스팅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의 밀라 요보비치, <디파티드 The Departed> <두번째 사랑>의 베라 파미가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세 명의 스타 배우가 이렇게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에 한데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스위트 보이스>가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에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스위트 보이스>는 <피아니스>와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베라 파미가의 출세작 <다운 투 더 본 Down to the Bone>이 제작되기 2~4년 전인 2000년 여름 촬영이 완료됐다. 미국에서 2003년 9월 개봉된 데 이어 한국 관객에게는 그보다 4년이 지난 2007년 10월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다.
<스위트 보이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하이디가 스티븐을 부르는 호칭처럼 근사하고 폼 나는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패배자’들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 해고된 남자 스티븐이나 미혼모인 로레나, 노처녀인 하이디, 무명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10년 넘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페니, 회계사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에다가 스토커인 하이디의 전 남자친구 마이클까지 <스위트 보이스>의 인물들은 모두 사회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주변인’들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스티븐이나 로레나의 로맨스를 따라가지만, 정작 영화의 핵심은 ‘진정한 자아 찾기’에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복화술사가 되기로 한 스티븐과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로레나,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하이디, 삼류 무명 밴드에서 노래하는 페니를 통해 감독은 아무리 초라한 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스위트 보이스> 역시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만은 폄하하기 힘들다.
<스위트 보이스 Dummy>는 미국 내에서 1만 명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캐스팅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애드리안 브로디와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의 밀라 요보비치, <디파티드 The Departed> <두번째 사랑>의 베라 파미가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세 명의 스타 배우가 이렇게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에 한데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스위트 보이스>가 이들이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에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스위트 보이스>는 <피아니스>와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베라 파미가의 출세작 <다운 투 더 본 Down to the Bone>이 제작되기 2~4년 전인 2000년 여름 촬영이 완료됐다. 미국에서 2003년 9월 개봉된 데 이어 한국 관객에게는 그보다 4년이 지난 2007년 10월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다.
<스위트 보이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하이디가 스티븐을 부르는 호칭처럼 근사하고 폼 나는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패배자’들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 해고된 남자 스티븐이나 미혼모인 로레나, 노처녀인 하이디, 무명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10년 넘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페니, 회계사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중독자에다가 스토커인 하이디의 전 남자친구 마이클까지 <스위트 보이스>의 인물들은 모두 사회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주변인’들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스티븐이나 로레나의 로맨스를 따라가지만, 정작 영화의 핵심은 ‘진정한 자아 찾기’에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복화술사가 되기로 한 스티븐과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로레나,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하이디, 삼류 무명 밴드에서 노래하는 페니를 통해 감독은 아무리 초라한 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스위트 보이스> 역시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만은 폄하하기 힘들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마이 걸, 마이 엔젤> - 수렁에서 건진 내 딸 |
등록일
2007.10.01
캐나다 퀘벡의 유력 정치인 저메인(미셸 코테)은 사랑스러운 아내 잔느(도미니크 레뒤크)와 딸 나탈리(카린 바네스)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아내와는 30년 째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가고 있으며, 딸 나탈리는 몬트리올의 대학에서 공부 중인 수재로, 저메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메인은 밤마다 포르노 사이트를 전전하는 포르노 중독자. 그는 우연히 접속한 한 포르노 사이트에서 딸 나탈리를 발견하고, 그녀가 몬트리올에서 일어난 인터넷 포르노 스타의 죽음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층의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이 포르노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가족의 갈등과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나탈리는 낮에는 대학생의 삶을, 밤에는 포르노 배우의 삶을 사는 두 얼굴의 여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탈리에게 이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따분한 삶과 화끈한 일탈을 위해 포르노 배우의 길을 택한 것. 아버지 저메인의 상황도 나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인 저메인은 밤마다 이곳저곳 포르노 사이트를 서핑하며 성적 욕구를 채우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인 부녀의 모습을 통해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 사회의 이중성과 허식을 슬쩍 까발린다.
촬영 감독 출신으로 몇 편의 TV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렉시스 듀랑 브로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에로틱 스틸러 장르의 영화 답게 그럴듯한 반전과 눈요기 거리를 갖추고 있다.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린 나탈리의 현재에서 시작된 영화는 편리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극 말미 반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전개가 뻔히 눈에 보이는 것은 <마이 걸, 마이 엔젤>의 피할 수 없는 약점이다. 캐나다 출신의 최고 아역 배우 출신 여배우 중 한 명인 카린 바네스가 나탈리 역을 맡았다.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층의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이 포르노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일어나는 가족의 갈등과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나탈리는 낮에는 대학생의 삶을, 밤에는 포르노 배우의 삶을 사는 두 얼굴의 여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탈리에게 이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따분한 삶과 화끈한 일탈을 위해 포르노 배우의 길을 택한 것. 아버지 저메인의 상황도 나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인 저메인은 밤마다 이곳저곳 포르노 사이트를 서핑하며 성적 욕구를 채우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인 부녀의 모습을 통해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상류 사회의 이중성과 허식을 슬쩍 까발린다.
촬영 감독 출신으로 몇 편의 TV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렉시스 듀랑 브로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마이 걸, 마이 엔젤>은 에로틱 스틸러 장르의 영화 답게 그럴듯한 반전과 눈요기 거리를 갖추고 있다.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린 나탈리의 현재에서 시작된 영화는 편리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극 말미 반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전개가 뻔히 눈에 보이는 것은 <마이 걸, 마이 엔젤>의 피할 수 없는 약점이다. 캐나다 출신의 최고 아역 배우 출신 여배우 중 한 명인 카린 바네스가 나탈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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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9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9.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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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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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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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죽음도 갈라 놓지 못한 사랑 |
등록일
2007.09.17
가난한 집안의 소년 채인호, 낯선 동네로 이사가던 날 차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 소녀 정미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전학 간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로 다시 만난 인호와 미주.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미주의 가족이 빚쟁이들에게 쫓겨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그로부터 7년 후 인호와 미주는 고등학생이 된다. 유도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 엄마에게 효도하겠다는 꿈을 가진 고등학생 인호(주진모)는 술에 절어 사는 엄마와 문제아 오빠를 둔 미주(박시연)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평생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나눈 두 사람은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문제아 오빠 때문에 미주가 악랄한 건달 치권(김민준)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한다. 인호는 복수심에 불타 치권의 목에 칼을 꽂게 되고, 그 결과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 사이 미주는 사라져 버린다. 세월이 흘러 출소한 인호는 건설 재벌 유회장(주현)의 오른팔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유회장이 들른 술집에서 미주와 우연히 마주친다.
<사랑>은 곽경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사랑>이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는 남자와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친구> <똥개> <태풍> 등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는데 재능을 발휘해온 곽경택 감독의 작품답게 <사랑>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남녀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첫사랑의 여자를 유린한 건달에게 칼을 꽂는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치 않는 인호와 지긋지긋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집 여자가 된 미주의 처절한 사랑은 줄기차게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곽경택 감독은 배신을 일삼는 거친 건달들의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남자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낸다. 그러나 건달과 술집 여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설정과 예상된 결론을 향해 예측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상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상투성을 덮어줄 만큼 뛰어난 편이다.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사랑>에서는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순정파 건달 채인호를 연기한 주진모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채인호를 실감나게 스크린에 살려낸다. <구미호 가족>에 출연했던 박시연은 열일곱 나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도 거리를 두고 살아야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인 정미주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진모와 박시연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지만, <사랑>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배우는 바로 김민준이다. <예의없는 것들>과 TV 드라마 <다모> <프라하의 연인>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민준이 <사랑>에서는 악질 건달 치권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났다. 김민준은 올백으로 빗어넘긴 머리 스타일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악질 건달 치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원치 않게 사랑하는 남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재벌 유회장 역을 맡은 주현은 듬직한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사랑>은 곽경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사랑>이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는 남자와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친구> <똥개> <태풍> 등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는데 재능을 발휘해온 곽경택 감독의 작품답게 <사랑>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남녀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첫사랑의 여자를 유린한 건달에게 칼을 꽂는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치 않는 인호와 지긋지긋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집 여자가 된 미주의 처절한 사랑은 줄기차게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곽경택 감독은 배신을 일삼는 거친 건달들의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남자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낸다. 그러나 건달과 술집 여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는 뻔한 설정과 예상된 결론을 향해 예측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상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상투성을 덮어줄 만큼 뛰어난 편이다. 연기력 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사랑>에서는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는 순정파 건달 채인호를 연기한 주진모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채인호를 실감나게 스크린에 살려낸다. <구미호 가족>에 출연했던 박시연은 열일곱 나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사랑하는 남자와도 거리를 두고 살아야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인 정미주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주진모와 박시연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지만, <사랑>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배우는 바로 김민준이다. <예의없는 것들>과 TV 드라마 <다모> <프라하의 연인>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민준이 <사랑>에서는 악질 건달 치권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났다. 김민준은 올백으로 빗어넘긴 머리 스타일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악질 건달 치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원치 않게 사랑하는 남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재벌 유회장 역을 맡은 주현은 듬직한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인베이젼> - 이유도 없고 특징도 없는 리메이크 |
등록일
2007.09.17
우주선이 원인불명의 이유로 착륙 도중 폭발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정신과 의사 캐롤 버넬(니콜 키드먼)을 찾아온 중년의 여자 환자 역시 이상한 일을 겪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환자의 남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는 말을 듣고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캐롤은 아들 올리버의 친구가 개에게 물린 후 이상하게 변했음을 발견하고 주위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올리버 친구의 사탕주머니 속에서 발견한 투명한 피부조직을 동료 의사이자 친구인 벤 드리스콜(다니엘 크레이그)과 스티븐 박사(제프리 라이트)를 찾아간 캐롤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인간이 잠자고 있는 사이 침투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외계 생명체에 의해 신체를 강탈당한 전 남편의 집에 간 아들 올리버를 찾기 위해 캐롤은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
잭 피니의 신문 연재 소설 [바디 스내처 The Body Snatchers]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이나 영화화됐다. 원작에 가장 가깝게 제작된 돈 시겔의 1956년작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에 이어 같은 제목으로 1978년 필립 카우프먼이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했으며, 아벨 페라라는 1993년 <바디 에이리언 Body Snatchers>를 내놓았다. 국내에는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로 유명한 올리버 허쉬비겔 감독은 잭 피니의 소설을 영화화한 네 감독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이다. 또한 <인베이젼 The Invasion>은 같은 원작을 가진 영화 중 유일하게 두 명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작품이기도 하다. 허쉬비겔 감독에 의해 완결된 2006년 버전은 워쇼스키 남매가 다시 각본을 쓰고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재촬영에 투입되는 진통을 겪으며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감독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스튜디오 때문이었다.
두 명의 감독이 전혀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한 탓인지 <인베이젼>은 영화의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인베이젼>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전 세 편의 영화에 비하면 완성도가 한참 떨어진다.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는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거나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하는 대신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만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된 돈 시겔의 <우주의 침입자>는 매카시즘을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은유적 화법으로 평론가들의 환호를 받았고, 필립 카우프먼의 영화는 비관적인 결말을 지닌 독창적인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필립 카우프먼의 작품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입시키는 비평가도 있었다. <바디 에이리언>은 걸프전의 후유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한편 에이즈의 공포를 은유적으로 그려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성본능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이는 <인베이젼>은 결국 액션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허쉬비겔의 감독판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잭 피니의 신문 연재 소설 [바디 스내처 The Body Snatchers]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이나 영화화됐다. 원작에 가장 가깝게 제작된 돈 시겔의 1956년작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에 이어 같은 제목으로 1978년 필립 카우프먼이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했으며, 아벨 페라라는 1993년 <바디 에이리언 Body Snatchers>를 내놓았다. 국내에는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로 유명한 올리버 허쉬비겔 감독은 잭 피니의 소설을 영화화한 네 감독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이다. 또한 <인베이젼 The Invasion>은 같은 원작을 가진 영화 중 유일하게 두 명의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작품이기도 하다. 허쉬비겔 감독에 의해 완결된 2006년 버전은 워쇼스키 남매가 다시 각본을 쓰고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재촬영에 투입되는 진통을 겪으며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감독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스튜디오 때문이었다.
두 명의 감독이 전혀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한 탓인지 <인베이젼>은 영화의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인베이젼>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전 세 편의 영화에 비하면 완성도가 한참 떨어진다.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는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거나 독특한 재해석을 가미하는 대신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만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된 돈 시겔의 <우주의 침입자>는 매카시즘을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은유적 화법으로 평론가들의 환호를 받았고, 필립 카우프먼의 영화는 비관적인 결말을 지닌 독창적인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필립 카우프먼의 작품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입시키는 비평가도 있었다. <바디 에이리언>은 걸프전의 후유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한편 에이즈의 공포를 은유적으로 그려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성본능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듯 보이는 <인베이젼>은 결국 액션 스릴러의 장르적 관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허쉬비겔의 감독판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상사부일체> - 횡설수설 우왕좌왕 조폭 코미디 |
등록일
2007.09.17
평론가와 관객의 반응이 극을 달리는 영화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조폭 코미디는 대체로 그렇다. <두사부일체> 시리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리즈의 두 번째 편 <투사부일체>는 두 집단의 차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 영화였다. <상사부일체>가 흥행에서 성공한다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상사부일체>는 <투사부일체>의 완성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졸작 중의 졸작이다.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이전 두 편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출연진이 전면 교체됐다. 정준호가 맡았던 계두식은 이성재가 연기하고, 조직 보스 김상중 대신 손창민이 출연한다. 정웅인 대신 김성민이 김상두 역을 맡았고, 박상면은 정운택이 연기했던 대가리 역으로 등장한다.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가 학교를 주무대로 했던 것과는 달리 <상사부일체>의 배경은 대기업 회사다. 윤리 과목 교생이었던 계두식이 대학 졸업장을 딴 시점에서 시작하는 <상사부일체>는 폭력조직의 글로벌 경영을 위해 두식이 대기업에 취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수 성적이 좋지 않아 기획실이 아닌 보험사로 배치된 두식은 박소장의 횡포 속에서 굳건히 신입 생활을 이어간다. 이유 없이 두식과 두식의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을 괴롭히던 박소장은 두식에게 보험영업 200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라고 엄포를 놓는다. 두식은 조직원을 동원해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리고, 결국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기획실에 입성한다. 하지만 만년대리 김대리(전창걸)와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에 대한 박소장의 횡포가 심해지자 두식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상사부일체>의 가장 큰 단점은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취약성도 아니고, 평론가의 외면을 받았던 코미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라는 사실도 아니다. “이야기의 탄탄함을 가장 먼저 신경썼다”는 심승보 감독의 말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이야기의 중심이 없는 영화다.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이 산만하게 코믹 시퀀스만을 남발하는 것은 조악한 일부 조폭 코미디의 특징이지만, <상사부일체>는 조금 더 멀리 나간다. 영화는 두식의 회사생활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두식과 수정의 로맨스에도 별 관심이 없다. 조직 보스가 대학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두와 대가리는 아예 이야기에서 거의 제외된다. 그렇다고 회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종국에는 영동파와 북어파의 대립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사부일체>는 죄민수로 유명한 조원석과 손명은, 정철규, 조지훈, 김현철 등 개그맨들을 카메오나 단역으로 출연시켜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개그콘서트>나 <개그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장기는 무의미하게 휘발되고 만다. 계두식이 영화 포스터에서 둘러쓰고 있는 태극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이전 두 편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출연진이 전면 교체됐다. 정준호가 맡았던 계두식은 이성재가 연기하고, 조직 보스 김상중 대신 손창민이 출연한다. 정웅인 대신 김성민이 김상두 역을 맡았고, 박상면은 정운택이 연기했던 대가리 역으로 등장한다.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가 학교를 주무대로 했던 것과는 달리 <상사부일체>의 배경은 대기업 회사다. 윤리 과목 교생이었던 계두식이 대학 졸업장을 딴 시점에서 시작하는 <상사부일체>는 폭력조직의 글로벌 경영을 위해 두식이 대기업에 취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수 성적이 좋지 않아 기획실이 아닌 보험사로 배치된 두식은 박소장의 횡포 속에서 굳건히 신입 생활을 이어간다. 이유 없이 두식과 두식의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을 괴롭히던 박소장은 두식에게 보험영업 200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라고 엄포를 놓는다. 두식은 조직원을 동원해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리고, 결국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기획실에 입성한다. 하지만 만년대리 김대리(전창걸)와 입사동기 수정(서지혜)에 대한 박소장의 횡포가 심해지자 두식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상사부일체>의 가장 큰 단점은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취약성도 아니고, 평론가의 외면을 받았던 코미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라는 사실도 아니다. “이야기의 탄탄함을 가장 먼저 신경썼다”는 심승보 감독의 말과 달리 <상사부일체>는 이야기의 중심이 없는 영화다.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이 산만하게 코믹 시퀀스만을 남발하는 것은 조악한 일부 조폭 코미디의 특징이지만, <상사부일체>는 조금 더 멀리 나간다. 영화는 두식의 회사생활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두식과 수정의 로맨스에도 별 관심이 없다. 조직 보스가 대학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별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두와 대가리는 아예 이야기에서 거의 제외된다. 그렇다고 회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종국에는 영동파와 북어파의 대립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사부일체>는 죄민수로 유명한 조원석과 손명은, 정철규, 조지훈, 김현철 등 개그맨들을 카메오나 단역으로 출연시켜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개그콘서트>나 <개그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장기는 무의미하게 휘발되고 만다. 계두식이 영화 포스터에서 둘러쓰고 있는 태극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원스> - 사랑의 노래를 들어라 |
등록일
2007.09.17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노래하는 그(글렌 한사드)는 사랑하던 연인을 막 영국 런던으로 떠나보낸 상태다. 비록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의 아픔을 노래에 담아 거리에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목소리를 귀기울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남자친구와 결별 후 어머니와 갓난 아이와 함께 체코를 떠난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다. 거리에서 조우한 이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그녀의 응원 덕에 그는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정한다.
<원스 Once>는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음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려주는 음악 로맨스다. 극 중 음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극 영화에서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진다면,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과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베이시스트 출신인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신예 감독.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등 두 뮤지션과 함께 러닝타임 85분 동안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인디 뮤지컬 영화를 완성해 냈다.
만약 당신이 미끈한 할리우드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아일랜드 산 뮤지컬 <원스>는 한없이 초라한 소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15만 달러의 '초' 저예산 제작비, 국내에는 지명도 제로인 출연진들 거기에 칙칙하기 짝없는 줄거리와 배경까지, <원스>의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흥행 경쟁력은 말 그대로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올 초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3월 2개 스크린에서 일반 상영을 시작한 <원스>는 현재까지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8백1십만 달러의 깜짝 흥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 이제는 우리 차례다.
<원스 Once>는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음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들려주는 음악 로맨스다. 극 중 음악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극 영화에서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진다면,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과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베이시스트 출신인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신예 감독.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등 두 뮤지션과 함께 러닝타임 85분 동안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인디 뮤지컬 영화를 완성해 냈다.
만약 당신이 미끈한 할리우드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아일랜드 산 뮤지컬 <원스>는 한없이 초라한 소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15만 달러의 '초' 저예산 제작비, 국내에는 지명도 제로인 출연진들 거기에 칙칙하기 짝없는 줄거리와 배경까지, <원스>의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흥행 경쟁력은 말 그대로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올 초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3월 2개 스크린에서 일반 상영을 시작한 <원스>는 현재까지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8백1십만 달러의 깜짝 흥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 이제는 우리 차례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무시시> - 기기묘묘 벌레 세상 |
등록일
2007.09.17
100년 전, 일본의 어느 산간마을. 폭설로 고립된 마을에 백발의 한 남자가 들어선다. 눈길 속에 하룻밤 묵어 갈 곳을 찾는 남자는 깅코(오다기리 죠)란 이름의 무시시.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의 생명체 ‘무시 蟲’를 다스리고 무시에 빙의돼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치료사인 무시시 깅코는 그곳에서 소리를 잡아먹는 무시 때문에 귀가 먹은 이들, 머리에 뿔이 난 꼬마를 치료한다. 무시를 잡아 끄는 체질을 갖고 있는 탓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정처 없이 길을 떠돌아야만 하는 깅코. 길고 긴 여행 도중, 그는 탄유(아오이 유우)가 자신을 찾는다는 전갈을 듣는다. 무시에 관해 기록함으로써 글씨 안에 무시들을 봉인하는 능력을 지닌 탄유를 찾아 떠날 채비를 하는 깅코에게 무지개를 잡으러 길에 오른 코로(오모리 나오)가 길동무가 되어 준다.
여류 만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충사]는 정령 같은, 유령 같은 때론 공기 중을 떠도는 세균이나 벌레 같은 신비한 생명체 무시와 이들을 다스리는 무시시의 모험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무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 [충사]의 기본 재미지만, ‘벌레’를 통해 집착이나 교만과 같이 인간 스스로 다스리기 힘든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충사]의 미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충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무시시>는 무시를 실사영화 위에 유려한 영상으로 옮겨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애니메이션 <아키라 Akira> <스팀보이 Steamboy>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일본 산야의 너른 품을 담은 실사 이미지 위에 VFX(Visual Effect: 영상특수효과)로 그려낸 무시의 기묘한 이미지들을 환상적으로 겹쳐 그리지만 각각의 무시가 갖는 의미도, 무시시 깅코가 길 위에서 찾는 궁극의 목표도 드러나지 않은 탓에 무시를 특이한 ‘벌레’ 이상의 의미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각 권마다 완결되는 만화 이야기와 달리 깅코를 중심 인물로, 그의 방랑 길을 주축으로 하는 로드무비를 따르는 <무시시>는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길 위에 흩뿌려두기만 했을 뿐 이야기를 제대로 갈무리하는 재능도 갖추지 못했다. 덕분에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 타임은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백발로 빛나는 오다기리 죠의 설익은 이미지와 아오이 유우의 우아한 자태, 산과 들은 물론 호수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무시시>의 매력이다. 자그마한 글씨가 개미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달팽이처럼 소용돌이 모양을 지닌 무시, 반딧불이처럼 숲 속에서 반짝이는 무시까지 다양한 무시의 모습을 곁들여 볼 수 있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 이렇듯 <무시시>는 무시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박물지’로서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세계를 소개하는 것에서 소임을 다한다. <무시시>는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여류 만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충사]는 정령 같은, 유령 같은 때론 공기 중을 떠도는 세균이나 벌레 같은 신비한 생명체 무시와 이들을 다스리는 무시시의 모험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무시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 [충사]의 기본 재미지만, ‘벌레’를 통해 집착이나 교만과 같이 인간 스스로 다스리기 힘든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충사]의 미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충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무시시>는 무시를 실사영화 위에 유려한 영상으로 옮겨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애니메이션 <아키라 Akira> <스팀보이 Steamboy>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일본 산야의 너른 품을 담은 실사 이미지 위에 VFX(Visual Effect: 영상특수효과)로 그려낸 무시의 기묘한 이미지들을 환상적으로 겹쳐 그리지만 각각의 무시가 갖는 의미도, 무시시 깅코가 길 위에서 찾는 궁극의 목표도 드러나지 않은 탓에 무시를 특이한 ‘벌레’ 이상의 의미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각 권마다 완결되는 만화 이야기와 달리 깅코를 중심 인물로, 그의 방랑 길을 주축으로 하는 로드무비를 따르는 <무시시>는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길 위에 흩뿌려두기만 했을 뿐 이야기를 제대로 갈무리하는 재능도 갖추지 못했다. 덕분에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 타임은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백발로 빛나는 오다기리 죠의 설익은 이미지와 아오이 유우의 우아한 자태, 산과 들은 물론 호수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무시시>의 매력이다. 자그마한 글씨가 개미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이미지나 달팽이처럼 소용돌이 모양을 지닌 무시, 반딧불이처럼 숲 속에서 반짝이는 무시까지 다양한 무시의 모습을 곁들여 볼 수 있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 이렇듯 <무시시>는 무시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박물지’로서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세계를 소개하는 것에서 소임을 다한다. <무시시>는 제6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이지 섹스, 이지 러브> - 사랑을 찾아서 |
등록일
2007.09.17
제이미 해리스(마르그리트 모로)는 신제품에 상품명을 짓는 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일에 있어서는 똑부러지는 유능한 여성이지만, 성생활은 뒤죽박죽이다. 동료인 미스터 웡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남자들과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제이미는 우연히 TV 쇼 진행자인 (브라이언 F. 오번)과 만나 데이트를 하게 되면서 믹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믹 역시 제이미에게 끌리지만, 자유분방한 제이미의 생활 때문에 그녀와 거리를 두려 한다.
<이지 섹스, 이지 러브 Easy>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젊은 미혼 여성 제이미가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아무하고나 자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진짜 짝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제이미를 통해 진정한 연인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톡톡 튀는 대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제인 와인스타인 감독이 2003년에 연출한 <이지 섹스, 이지 러브>는 독립영화 특유의 패기와 발랄함으로 같은 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지 섹스, 이지 러브 Easy>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젊은 미혼 여성 제이미가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아무하고나 자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진짜 짝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제이미를 통해 진정한 연인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톡톡 튀는 대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제인 와인스타인 감독이 2003년에 연출한 <이지 섹스, 이지 러브>는 독립영화 특유의 패기와 발랄함으로 같은 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미남이시네요> - 시골 아저씨, 새로운 사랑을 만나다 |
등록일
2007.09.17
프랑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에메(미셸 블랑)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다. 농장일과 집안 살림에 치이던 그는 새로운 아내의 필요성을 느끼고 결혼상담소를 찾는다. 상담소장이 그에게 권한 것은 루마니아 여자와의 국제 결혼. 에메는 루마니아에서 엘레나(메디아 마리네스쿠)를 만나 호감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 프랑스로 돌아온다. 하지만 에메는 젊고 아름다운 엘레나와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엘레나는 프랑스에 하루라도 빨리 정착하고 싶지만 청혼은 하지 않고 농장일만 시키는 에메에게 불만이 쌓여간다.
농장일밖에 모르는 중년 남성과 생기발랄한 여인과의 로맨스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설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남이시네요 Je vous trouve tres beau>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중년 남성의 감정 변화를 꼼꼼히 그려내는 데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에메는 외식이란 절대 하지 않고 꽃을 사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엘레나와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고 꽃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던 에메의 러브 스토리는 시골에서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이웃들에게 루마니아로 아내를 찾으러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독일 소시지를 기념품으로 준비하는 장면, 엘레나가 나타날 때면 허겁지겁 클래식 라디오 채널로 주파수를 돌리는 장면 등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배우 출신인 여성 감독 이사벨 메르고는 <미남이시네요>를 사랑에 눈떠가는 에메의 이야기로만 채워놓지 않는다. 프랑스에 홀로 건너와 향수병을 겪게 되는 엘레나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다 원정결혼을 선택한 여인. 엘레나가 살고 있던 루마니아 빈민층의 모습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게임을 즐기는 프랑스인의 모습이 대비되며 루마나아의 빈곤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영화의 제목인 ‘미남이시네요’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루마니아 여성들이 프랑스 남성을 보고 처음으로 건네는 말. 자신이 잘생기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에메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해 하는 장면은 유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함께 한다. <위트니스 Les Temoins> <프로스페로의 서재 Prospero's Books>의 미셸 블랑이 에메를 연기하며, 이사벨 메르고 감독은 <미남이시네요>로 2007년 세자르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농장일밖에 모르는 중년 남성과 생기발랄한 여인과의 로맨스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설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남이시네요 Je vous trouve tres beau>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중년 남성의 감정 변화를 꼼꼼히 그려내는 데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 에메는 외식이란 절대 하지 않고 꽃을 사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엘레나와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고 꽃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던 에메의 러브 스토리는 시골에서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이웃들에게 루마니아로 아내를 찾으러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독일 소시지를 기념품으로 준비하는 장면, 엘레나가 나타날 때면 허겁지겁 클래식 라디오 채널로 주파수를 돌리는 장면 등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배우 출신인 여성 감독 이사벨 메르고는 <미남이시네요>를 사랑에 눈떠가는 에메의 이야기로만 채워놓지 않는다. 프랑스에 홀로 건너와 향수병을 겪게 되는 엘레나는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다 원정결혼을 선택한 여인. 엘레나가 살고 있던 루마니아 빈민층의 모습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게임을 즐기는 프랑스인의 모습이 대비되며 루마나아의 빈곤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영화의 제목인 ‘미남이시네요’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한 루마니아 여성들이 프랑스 남성을 보고 처음으로 건네는 말. 자신이 잘생기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에메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해 하는 장면은 유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함께 한다. <위트니스 Les Temoins> <프로스페로의 서재 Prospero's Books>의 미셸 블랑이 에메를 연기하며, 이사벨 메르고 감독은 <미남이시네요>로 2007년 세자르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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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9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9. 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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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날들> -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힘겨운 성장기 |
등록일
2007.09.03
10대 소녀 에이미(김지선)가 어머니(김복자)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영어학원을 다니며 미국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향수병이 커져만 간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한국계 소년인 트란(강태구)뿐, 에이미는 트란과 매일 어울리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학원수강료를 환불 받은 돈으로 트란에게 팔찌를 사주고, 간간히 집으로 불러 한국음식도 먹여보지만 트란은 계속 무신경하게 반응하고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느 날 어머니는 에이미에게 조심스럽게 재혼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방황의 날들>은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영어조차 버거운 소녀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미국 이민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계 청소년의 일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에이미가 주로 걷는 거리는 한인타운이며, 한국음식을 즐겨 찾고, 현지인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에이미는 분명 미국에서 생활 중이지만 하루 종일 영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카메라는 에이미의 이런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며, 십대 소녀의 방황과 우울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트란과 만나 대수롭지 않는 농담을 주고 받고,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들은 황량한 배경과 어울리며 쓸쓸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방황하는 에이미에게 어떠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다. 에이미의 우울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황의 날들>의 결말은 꽤 묵직한 아픔을 선사한다. <방황의 날들>의 주연배우인 김지선과 강태우는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들이다. 영화는 재미교포 출신인 김소영 감독이 미국 LA에서 겪은 10대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황의 날들>은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계 청소년 에이미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영어조차 버거운 소녀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미국 이민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계 청소년의 일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에이미가 주로 걷는 거리는 한인타운이며, 한국음식을 즐겨 찾고, 현지인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에이미는 분명 미국에서 생활 중이지만 하루 종일 영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카메라는 에이미의 이런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며, 십대 소녀의 방황과 우울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트란과 만나 대수롭지 않는 농담을 주고 받고,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들은 황량한 배경과 어울리며 쓸쓸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방황하는 에이미에게 어떠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다. 에이미의 우울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황의 날들>의 결말은 꽤 묵직한 아픔을 선사한다. <방황의 날들>의 주연배우인 김지선과 강태우는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배우들이다. 영화는 재미교포 출신인 김소영 감독이 미국 LA에서 겪은 10대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스트레인저 댄 픽션> - 소설, 인생을 해설하다 |
등록일
2007.09.03
국세청 직원 해롤드 크릭(윌 페렐)의 삶에서 우연이란 단어를 찾긴 쉽지 않다. 삶의 면면이 규칙으로 꽉 짜여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해롤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든다. 칫솔질도 정해둔 숫자만큼, 출근 길 버스에 오르기까지 걷는 걸음도 항상 똑같다. 어제와 전혀 다르지 않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고 있는 해롤드. 하지만 해롤드의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시작은 칫솔질을 열심히 하던 어느 아침부터. 그의 귓가에 낯선 여인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목소리는 흡사 영화의 내레이션 역을 맡은 것만 같다. 그녀는 해롤드의 행동 하나하나를 3인칭 시점으로 찬찬히 설명한다. 도무지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스트레인저 댄 픽션 Stranger than Fiction>은 이상한 영화다. 소설가 카렌(엠마 톰슨)이 쓰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해롤드가 버젓이 현실 속에 살아 돌아다니고 해롤드의 현실은 카렌의 펜 끝, 픽션에 매달려 있다. 카렌이 ‘해롤드는 죽는다’고 픽션 속에 쓴다면, 현실의 해롤드는 죽을 수밖에 없고, 카렌이 ‘해롤드가 사랑에 빠진다’고 하면 현실 속 해롤드는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할까? 그건 아니다. 어느 날, 해롤드는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있는 목소리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말을 하는 걸 듣게 된다. 가만히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대신 해롤드가 선택한 건 문학교수 줄스(더스틴 호프만)를 찾아가 픽션의 법칙들을 듣는 것. 픽션의 법칙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자신이 죽는 것으로 결정된 이 소설을 조금쯤 바꿔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운명 그대로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해롤드와 소설 속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까 고심하는 소설가 카렌의 이야기를 담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인생 자체는 비극이지만 그 시간을 희극으로 만드느냐, 비극으로 채색하느냐는 삶을 쥐고 있는 주인공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정하게 된 해롤드가 사랑에 충실하고, 평생 소원이었던 기타를 연주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카렌의 모습에서 종종 ‘신 神’과 같은 면모를, 해롤드에게서 피조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역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이와 같은 주제 의식을 더욱 부각시킨다.
삶과 죽음, 인생의 순환을 담고 있다해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아니다. <몬스터 볼 Monster’s Ball> <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의 마크 포스터 감독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을 톡톡 튀는 상상력의 공간으로 창조해낸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소설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 속 공간들은 영화에 판타지적 재미를 덧입힌다. 물론 영화를 풍성하게 한 가장 큰 주역은 배우들이다. ‘웃기는 배우’로만 알려진 윌 페렐이 엉뚱한 동시에 무게감 있는 해롤드 역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엠마 톰슨 역시 괴짜 소설가의 면모를 풍성히 표현해냈다. 심통 맞아 보이는 교수가 된 더스틴 호프만, 해롤드가 사랑에 빠지는 당찬 빵집 여인 안나가 된 메기 질렌할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 Stranger than Fiction>은 이상한 영화다. 소설가 카렌(엠마 톰슨)이 쓰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해롤드가 버젓이 현실 속에 살아 돌아다니고 해롤드의 현실은 카렌의 펜 끝, 픽션에 매달려 있다. 카렌이 ‘해롤드는 죽는다’고 픽션 속에 쓴다면, 현실의 해롤드는 죽을 수밖에 없고, 카렌이 ‘해롤드가 사랑에 빠진다’고 하면 현실 속 해롤드는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할까? 그건 아니다. 어느 날, 해롤드는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있는 목소리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말을 하는 걸 듣게 된다. 가만히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대신 해롤드가 선택한 건 문학교수 줄스(더스틴 호프만)를 찾아가 픽션의 법칙들을 듣는 것. 픽션의 법칙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자신이 죽는 것으로 결정된 이 소설을 조금쯤 바꿔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운명 그대로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해롤드와 소설 속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까 고심하는 소설가 카렌의 이야기를 담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인생 자체는 비극이지만 그 시간을 희극으로 만드느냐, 비극으로 채색하느냐는 삶을 쥐고 있는 주인공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죽음을 인정하게 된 해롤드가 사랑에 충실하고, 평생 소원이었던 기타를 연주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카렌의 모습에서 종종 ‘신 神’과 같은 면모를, 해롤드에게서 피조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역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이와 같은 주제 의식을 더욱 부각시킨다.
삶과 죽음, 인생의 순환을 담고 있다해서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아니다. <몬스터 볼 Monster’s Ball> <네버랜드를 찾아서 Finding Neverland>의 마크 포스터 감독은 <스트레인저 댄 픽션>을 톡톡 튀는 상상력의 공간으로 창조해낸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소설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 속 공간들은 영화에 판타지적 재미를 덧입힌다. 물론 영화를 풍성하게 한 가장 큰 주역은 배우들이다. ‘웃기는 배우’로만 알려진 윌 페렐이 엉뚱한 동시에 무게감 있는 해롤드 역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엠마 톰슨 역시 괴짜 소설가의 면모를 풍성히 표현해냈다. 심통 맞아 보이는 교수가 된 더스틴 호프만, 해롤드가 사랑에 빠지는 당찬 빵집 여인 안나가 된 메기 질렌할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마이 파더> - 스크린으로 옮긴 감동 실화 |
등록일
2007.09.03
한국계 입양아 제임스 파커(다니엘 헤니)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에 자원한다.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을 펼치고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끝에 아버지와 상봉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22년 만에 만난 아버지 황남철(김영철)은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사형수였다. 주말마다 아버지를 면회한 제임스 파커는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는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제임스 파커는 아버지를 위해 탄원서도 쓰고 사형 반대 운동에도 참여하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임스 파커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마이 파더>는 사형수 아버지와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신파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큰 작품이었다. 실존 인물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파더>는 극중 주인공 제임스 파커가 혈육을 만나기 위해 주한미군에 입대한 점, 결국 만난 아버지가 집행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라는 점 등 최루성 강한 소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마이 파더>는 우여곡절 끝에 만난 두 부자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파커와 황남철이 만나는 과정은 짧게 묘사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황남철을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생면부지의 두 부자가 만나 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제임스 파커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사실 위주의 진행으로 이끌어낸 감동이라 더욱 특별하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신부수업>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인권이 제임스 파커의 카투사 룸메이트인 신요섭을 맡아 감초 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내고, <공공의 적> <하면 된다>의 안석환이 황남철을 괴롭히는 건달 장민호로 출연해 애절함을 더한다. 주연배우인 김영철의 연기도 발군이지만, 제임스 파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제대로 연기하는 다니엘 헤니의 성장도 주목할 만 하다. <마이 파더>는 단편 <미라클 마일>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말아톤>의 윤진호 작가가 시나리오 각색을 담당했다.
<마이 파더>는 사형수 아버지와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신파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큰 작품이었다. 실존 인물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파더>는 극중 주인공 제임스 파커가 혈육을 만나기 위해 주한미군에 입대한 점, 결국 만난 아버지가 집행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라는 점 등 최루성 강한 소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마이 파더>는 우여곡절 끝에 만난 두 부자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파커와 황남철이 만나는 과정은 짧게 묘사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황남철을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생면부지의 두 부자가 만나 정을 쌓아가고 서로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제임스 파커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사실 위주의 진행으로 이끌어낸 감동이라 더욱 특별하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신부수업>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인권이 제임스 파커의 카투사 룸메이트인 신요섭을 맡아 감초 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내고, <공공의 적> <하면 된다>의 안석환이 황남철을 괴롭히는 건달 장민호로 출연해 애절함을 더한다. 주연배우인 김영철의 연기도 발군이지만, 제임스 파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제대로 연기하는 다니엘 헤니의 성장도 주목할 만 하다. <마이 파더>는 단편 <미라클 마일>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말아톤>의 윤진호 작가가 시나리오 각색을 담당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데쓰 프루프> - 쾌감 200% 오락영화 혹은 B급영화 콜라주 |
등록일
2007.09.03
<그라인드하우드 Grindhouse>는 두 편의 영화와 예고편을 모은 연속 상영 패키지이자 1970년대 미국 자동차극장에서 B급영화를 보던 추억을 되새기는 ‘체험, 영화관람의 현장’이다. <그라인드하우스>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좀비영화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그리고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을 포함한다. 그 중 한국에 개봉되는 것은 <플래닛 테러>와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을 제외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다. 따라서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의도한 70년대식 영화 관람의 체험은 불가능한 셈이다. 개봉 버전도 90분짜리 미국판이 아니라 113분짜리 인터내셔널 버전이다. <데쓰 프루프>만 보는 건 그라인드하우스 체험과 영화 관람 중 후자에 더 치중하는 행위인 셈이다.
<그라인드하우스>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데쓰 프루프> 자체가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를 보는 체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란 B급영화를 두 편 연속 상영하던 변두리 극장(주로 자동차극장)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극장에서 주로 상영하던 B급영화들을 지칭한다. <데쓰 프루프>는 슬래셔 무비로 시작해서 카체이스 액션영화로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슬래셔와 카체이스로만 채우는 건 아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무비 등을 은근히 암시하며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즉 선정영화의 단면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다.
영화는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을 중심으로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고 각 이야기는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섹스 앤 시티 Sex & the City>를 연상시키는 수다를 떠는 젊은 여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스턴트맨 마이크가 접근한 후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살인마 스턴트맨 마이크의 놀라운 차량 충돌 사건이고, 두 번째는 불쌍한 스턴트맨 마이크가 액션 걸들과 벌이는 신나는 카체이스다. <데쓰 프루프>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사건 중심의 영화다. 사건이라는 건 다시 말해 장르적 클라이맥스를 일컫는다. 슬래셔 무비의 클라이맥스,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수다가 이어지고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며 다양한 오마주와 패러디, 인용이 이어진다. <데쓰 프루프>는 무게 잡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신나게 웃고 떠들며 만들어서 신나게 웃고 떠들며 보는 200% 상업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는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가려 천대받던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인더스트리얼 오마주 기획이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 오리지널 <식스티 세컨즈 Gone in 60 Seconds>, <더티 매리와 크레이지 래리 Dirty Mary Crazy Larry> 등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영화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고 언급한다. 제목 ‘사망 방지’가 영화 속에서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가 모는 스턴트 촬영용 특수 자동차를 가리키듯 <데스 프루프>의 진정한 주인공은 자동차다. 자동차로 만드는 슬래셔 무비, 구식 자동차로 CG 없이 보여주는 카체이스 액션. 마이크의 자동차는 전반부에서 슬래셔 무비의 단골 소품인 칼이나 도끼, 낫의 대용품으로 쓰이고, 후반부에서는 B급 액션영화의 필수 품목 중 하나인 카체이스 액션 장면의 소품으로 쓰인다.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영화에서 여자 갱들이 휘두르던 칼로 쓰이기도 한다. <데스 프루프> 자체를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묶인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데스 프루프>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혁명적인 형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70년대 싸구려 공포영화나 흑인 주연의 액션영화, 일본과 홍콩의 액션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데스 프루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최소한 80퍼센트 이상 느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란티노는 인위적인 필름 스크래치와 프레임 유실을 의미하는 어색한 점프컷, 필름 분실, 60~70년대 흑인음악, B급영화 주제가, 구식 소품들과 슬래셔 무비,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관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의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데스 프루프>는 미국 영화산업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B무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사랑스런 순수 오락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를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데쓰 프루프> 자체가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를 보는 체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란 B급영화를 두 편 연속 상영하던 변두리 극장(주로 자동차극장)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러한 극장에서 주로 상영하던 B급영화들을 지칭한다. <데쓰 프루프>는 슬래셔 무비로 시작해서 카체이스 액션영화로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히 슬래셔와 카체이스로만 채우는 건 아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무비 등을 은근히 암시하며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즉 선정영화의 단면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다.
영화는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을 중심으로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뉘고 각 이야기는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섹스 앤 시티 Sex & the City>를 연상시키는 수다를 떠는 젊은 여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스턴트맨 마이크가 접근한 후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살인마 스턴트맨 마이크의 놀라운 차량 충돌 사건이고, 두 번째는 불쌍한 스턴트맨 마이크가 액션 걸들과 벌이는 신나는 카체이스다. <데쓰 프루프>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사건 중심의 영화다. 사건이라는 건 다시 말해 장르적 클라이맥스를 일컫는다. 슬래셔 무비의 클라이맥스,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수다가 이어지고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며 다양한 오마주와 패러디, 인용이 이어진다. <데쓰 프루프>는 무게 잡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신나게 웃고 떠들며 만들어서 신나게 웃고 떠들며 보는 200% 상업영화다.
<그라인드하우스>는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가려 천대받던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인더스트리얼 오마주 기획이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 오리지널 <식스티 세컨즈 Gone in 60 Seconds>, <더티 매리와 크레이지 래리 Dirty Mary Crazy Larry> 등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영화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인용하고 언급한다. 제목 ‘사망 방지’가 영화 속에서 주인공 스턴트맨 마이크가 모는 스턴트 촬영용 특수 자동차를 가리키듯 <데스 프루프>의 진정한 주인공은 자동차다. 자동차로 만드는 슬래셔 무비, 구식 자동차로 CG 없이 보여주는 카체이스 액션. 마이크의 자동차는 전반부에서 슬래셔 무비의 단골 소품인 칼이나 도끼, 낫의 대용품으로 쓰이고, 후반부에서는 B급 액션영화의 필수 품목 중 하나인 카체이스 액션 장면의 소품으로 쓰인다. 일본의 핑크 바이올런스 영화에서 여자 갱들이 휘두르던 칼로 쓰이기도 한다. <데스 프루프> 자체를 두 편의 영화가 하나로 묶인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데스 프루프>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혁명적인 형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70년대 싸구려 공포영화나 흑인 주연의 액션영화, 일본과 홍콩의 액션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데스 프루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최소한 80퍼센트 이상 느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타란티노는 인위적인 필름 스크래치와 프레임 유실을 의미하는 어색한 점프컷, 필름 분실, 60~70년대 흑인음악, B급영화 주제가, 구식 소품들과 슬래셔 무비, 카체이스 액션영화의 관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그라인드하우스 영화의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데스 프루프>는 미국 영화산업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B무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사랑스런 순수 오락영화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척 앤 래리> - 배우들의 성공적인 화학반응은 바로 이런것! |
등록일
2007.09.03
뉴욕 브룩클린 소방서의 두 소방관 척 레빈(아담 샌들러)과 래리 발렌타인(케빈 제임스)은 죽 잘 맞는 죽마고우다. 하지만 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바른 생활 사나이인 래리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유일한 낙인 반면, 척은 여자들과의 화끈한 데이트가 인생의 전부인 남자다. 어느 날 화재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래리는 두 아이들을 위한 생명보험을 가입하려 하지만,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알고 좌절한다. 하지만 래리 곁에는 척이 있지 않은가. 래리는 척에게 '남남 커플'로 위장 결혼을 부탁하고, 이 때부터 이들의 힘겨운 게이 커플기는 시작이다.
'내가 너희들을 척과 래리로 선언하노라!'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에서 기막힌 상황에 처한 척과 래리의 신세를 잘 말해주는 영화의 원제다. <척 앤 래리>는 얼떨결에 게이 커플이 된 두 죽마고우 척과 래리의 좌충우돌기를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 식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두 주인공의 직업을 가장 남성적인 직업 중 하나인 소방관으로 설정한 것은, 지극히 역설적이면서 재미있는 발상이다. 브룩클린 소방서에서 두 최고 인기남으로 손꼽히던 이들은 커밍 아웃 이후 동료와 이웃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다. 성적 소수자, 외국인 등 아웃사이더에 대해 비웃음과 딴지 걸기로 일관했던 기존 슬랩스틱 화장실 코미디와는 달리 <척 앤 래리>는 일정 수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공정성이 돋보인다. 차별적 농담으로 일관하던 바람둥이(Womanizer) 척의 변화하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이다. <척 앤 래리>의 각본은 <사이드웨이 Sideways> <일렉션 Election>의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의 솜씨다.
누가 뭐라 해도 <척 앤 래리>의 일등공신은 아담 샌들러다. 아담 샌들러는 주연, 제작, 캐스팅 등 전천후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일당백을 해냈다. 그의 단짝인 래리 발렌타인 역할의 배우는 케빈 제임스로, 비록 아담 샌들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TV 스탠드업 코미디로 일갈한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다.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는 통통 튀는 파트너십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인 110분을 이럭저럭 잘 이끌어간다. 다소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두 명의 놀라운 화학반응으로 일정 부분 상쇄된다. <척 앤 래리>의 감독은 <빅 대디 Big Daddy> <해피 길모어 Happy Gilmore>의 데니스 듀건이 맡았다.
'내가 너희들을 척과 래리로 선언하노라!'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에서 기막힌 상황에 처한 척과 래리의 신세를 잘 말해주는 영화의 원제다. <척 앤 래리>는 얼떨결에 게이 커플이 된 두 죽마고우 척과 래리의 좌충우돌기를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 식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두 주인공의 직업을 가장 남성적인 직업 중 하나인 소방관으로 설정한 것은, 지극히 역설적이면서 재미있는 발상이다. 브룩클린 소방서에서 두 최고 인기남으로 손꼽히던 이들은 커밍 아웃 이후 동료와 이웃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다. 성적 소수자, 외국인 등 아웃사이더에 대해 비웃음과 딴지 걸기로 일관했던 기존 슬랩스틱 화장실 코미디와는 달리 <척 앤 래리>는 일정 수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공정성이 돋보인다. 차별적 농담으로 일관하던 바람둥이(Womanizer) 척의 변화하는 과정은 특히 인상적이다. <척 앤 래리>의 각본은 <사이드웨이 Sideways> <일렉션 Election>의 알렉산더 페인과 짐 테일러의 솜씨다.
누가 뭐라 해도 <척 앤 래리>의 일등공신은 아담 샌들러다. 아담 샌들러는 주연, 제작, 캐스팅 등 전천후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일당백을 해냈다. 그의 단짝인 래리 발렌타인 역할의 배우는 케빈 제임스로, 비록 아담 샌들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TV 스탠드업 코미디로 일갈한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다.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는 통통 튀는 파트너십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인 110분을 이럭저럭 잘 이끌어간다. 다소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 눈에 밟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두 명의 놀라운 화학반응으로 일정 부분 상쇄된다. <척 앤 래리>의 감독은 <빅 대디 Big Daddy> <해피 길모어 Happy Gilmore>의 데니스 듀건이 맡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브라보 마이 라이프> - 직장인의 비애, 음악으로 날린다 |
등록일
2007.09.03
같은 직장에서 30년을 일한 조민혁(백윤식)은 정년퇴임을 이제 한 달 앞둔 상태다. 그 동안 상사들에게 매일 싫은 소리도 듣고, 동기와 후배들에게 밀려 만년부장에 머물렀지만 아직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이 있어 회한 보단 근심이 먼저 앞선다. 조민혁은 젊은 시절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느 날, 조민혁은 단짝 후배인 박 과장(박준규)이 남몰래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심한 자극을 받는다. 이 사실을 안 직장동료들은 조민혁에게 다시 드럼 스틱을 잡게 해주기 위해 퇴직 기념 콘서트를 마련해준다. 밤이면 회사 옥상 위에 올라 색소폰을 부는 김 부장(임병기), 베이스 기타에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경비 최석원(임하룡), 보컬과 기타 파트의 박 과장, 왕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드러머 조민혁은 ‘갑근세 밴드’를 조직,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실제 직장인 밴드인 ‘갑근세 밴드’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그렸던 이치가와 준 감독의 <회사 이야기>(1988)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갑근세 밴드를 주인공으로 직장인들의 비애와 자아 찾기를 자잘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철없는 부하직원 박 과장은 사실 아내와 자식을 해외로 보내고 쓸쓸함을 느끼는 기러기 아빠이며, 같이 골프를 치자며 허풍을 떠는 김 부장은 조민혁과 마찬가지로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악기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경비 최석원은 출퇴근길에 위치한 악기점을 지날 때마다 항상 가슴이 아프다. 이러는 와중 조민혁은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나, 오랜 꿈이었던 밴드 생활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연조차 쉽지 않은 갑근세 밴드의 모습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차분히 그려낸다.
간간히 등장하는 갑근세 밴드의 합주 장면이 이들의 고군분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특히 연주 장면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연주가 맞지 않고, 대역을 사용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펼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만년부장 조민혁을 맡은 백윤식의 연기는 단연 발군. 또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깃>의 이소연이 갑근세 밴드 공연을 추진하는 여사원 유리로 등장해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실제 직장인 밴드인 ‘갑근세 밴드’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그렸던 이치가와 준 감독의 <회사 이야기>(1988)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갑근세 밴드를 주인공으로 직장인들의 비애와 자아 찾기를 자잘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철없는 부하직원 박 과장은 사실 아내와 자식을 해외로 보내고 쓸쓸함을 느끼는 기러기 아빠이며, 같이 골프를 치자며 허풍을 떠는 김 부장은 조민혁과 마찬가지로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악기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경비 최석원은 출퇴근길에 위치한 악기점을 지날 때마다 항상 가슴이 아프다. 이러는 와중 조민혁은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나, 오랜 꿈이었던 밴드 생활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연조차 쉽지 않은 갑근세 밴드의 모습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차분히 그려낸다.
간간히 등장하는 갑근세 밴드의 합주 장면이 이들의 고군분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특히 연주 장면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연주가 맞지 않고, 대역을 사용한 부분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펼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만년부장 조민혁을 맡은 백윤식의 연기는 단연 발군. 또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깃>의 이소연이 갑근세 밴드 공연을 추진하는 여사원 유리로 등장해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사쿠란> - 내 꿈은 최고의 게이샤가 아니다 |
등록일
2007.09.03
여덟 살 소녀 키요하(츠치야 안나)가 요시와라 유곽에 팔려온다. 평생을 게이샤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키요하는 틈만 나면 유곽 탈출을 감행하고 버릇 없는 행동을 일삼는 탓에 요시와라 최고의 말썽꾸러기로 손꼽힌다. 어느 날 선배 게이샤 쇼히(칸노 미호)가 키요하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키요하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게이샤로 일약 성장하지만, 순수한 청년 소우지로(나리미야 히로키)를 만난 후부터 키요하의 마음에도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키요하는 소우지로에게 진심을 다하려 노력하지만, 동료 타카오(기무라 요시노)의 질투로 사랑을 만들어 가기가 쉽지 않다.
<사쿠란 Sakuran>은 말썽꾸러기 소녀 키요하를 중심으로 17세기 에도 시대 게이샤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키요하는 남자들의 말에 지고지순하는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적인 여성에 가깝다. 진취적이고 고집센 키요하의 성격은 부잣집 청년에게 시집가는 것을 꿈꾸는 동료 게이샤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쇼히를 비롯한 요시와라 유곽의 게이샤들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키요하는 화가 소우지로를 놓고 동료 타카오와 신경전을 펼친다. 지배인의 허락 없이는 유곽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들이기에 소우지로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애절하게 그려진다. <사쿠란>은 원색 위주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쿠란>의 연출은 사진작가 출신인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맡았는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던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녀의 장기가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쿠란>은 안노 모요코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불량공주 모모코 Kamikaze Girls> <녹차의 맛 The Taste of Tea>의 츠치야 안나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최고의 기생 ‘오이란’으로 성장하는 키요하로 출연한다.
<사쿠란 Sakuran>은 말썽꾸러기 소녀 키요하를 중심으로 17세기 에도 시대 게이샤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키요하는 남자들의 말에 지고지순하는 순종적인 여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현대적인 여성에 가깝다. 진취적이고 고집센 키요하의 성격은 부잣집 청년에게 시집가는 것을 꿈꾸는 동료 게이샤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쇼히를 비롯한 요시와라 유곽의 게이샤들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이었다. 키요하는 화가 소우지로를 놓고 동료 타카오와 신경전을 펼친다. 지배인의 허락 없이는 유곽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들이기에 소우지로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애절하게 그려진다. <사쿠란>은 원색 위주의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쿠란>의 연출은 사진작가 출신인 니나가와 미카 감독이 맡았는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던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녀의 장기가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쿠란>은 안노 모요코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불량공주 모모코 Kamikaze Girls> <녹차의 맛 The Taste of Tea>의 츠치야 안나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최고의 기생 ‘오이란’으로 성장하는 키요하로 출연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푸치니 초급과정> - 애타게 내 짝을 찾아서 |
등록일
2007.09.03
나의 반쪽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가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푸치니 초급과정 Puccini for Beginners> 역시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혼란을 겪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작가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9개월 동안 함께 살았던 여자친구가 예전 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가버리자 괴로워한다. 친구를 따라 파티에 간 알레그라는 자신의 책을 읽은 대학의 철학 강사 필립(저스틴 커크)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통하는 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페라부터 좋아하는 책까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실수로(?) 잠자리를 하게 된다.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레그라를 좋아하는 필립. 필립 때문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 알레그라는 어느날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괴로워하는 유리 공예가 그레이스(그레첸 몰)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알레그라의 진정한 짝은 과연 누구일까?
미국 독립영화 <푸치니 초급과정>은 사랑에 대한 조금 다른 견해를 유쾌하게 펼쳐놓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영화에 담아낸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뉴욕을 배경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알레그라, 필립, 그레이스를 내세워 사랑과 성적 취향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결론을 가볍고 발랄하게 전달한다. 자칫 거북할 수도 있는 여자들끼리의 잠자리나 여자와 남자의 잠자리 풍경마저도 귀엽게 포장해내는 감독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알레그라와 필립, 그레이스가 쏟아내는 성과 사랑에 대한 대화도 맛깔스럽다. 다만 예상했던 결론을 향해 한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도발적인 담론을 담은 영화치고는 실망스러운 편. 그러나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을 만큼 독립영화로서의 만듦새는 인정받은 <푸치니 초급과정>은 성과 사랑에 대한 다른 생각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알레그라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리저나 필립 역의 저스틴 커크, 그레이스 역의 그레첸 몰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미국 독립영화 <푸치니 초급과정>은 사랑에 대한 조금 다른 견해를 유쾌하게 펼쳐놓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영화에 담아낸다. 마리아 매겐티 감독은 뉴욕을 배경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알레그라, 필립, 그레이스를 내세워 사랑과 성적 취향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결론을 가볍고 발랄하게 전달한다. 자칫 거북할 수도 있는 여자들끼리의 잠자리나 여자와 남자의 잠자리 풍경마저도 귀엽게 포장해내는 감독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알레그라와 필립, 그레이스가 쏟아내는 성과 사랑에 대한 대화도 맛깔스럽다. 다만 예상했던 결론을 향해 한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도발적인 담론을 담은 영화치고는 실망스러운 편. 그러나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을 만큼 독립영화로서의 만듦새는 인정받은 <푸치니 초급과정>은 성과 사랑에 대한 다른 생각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이 될 듯하다. 알레그라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리저나 필립 역의 저스틴 커크, 그레이스 역의 그레첸 몰 등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레인 오버 미> -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등록일
2007.09.03
2001년 9월 11일. 두 대의 비행기가 미국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았다.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어느덧 6년. 세계무역센터 자리는 지금 새로운 건물을 올릴 요량으로 공사 중이지만,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오늘도 그곳 땅에선 간혹 파묻힌 시체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레인 오버 미 Reign over me>는 9.11 테러를 다시,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6년이란 세월과 함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9.11 테러가 과거의 사건이 아님을, 여전히 이 땅에 살아 숨쉬는 현재 진행형의 아픔이라는 것을 <레인 오버 미>는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앨런 존슨(돈 치들)은 남부러울 게 없다. 사랑스런 아내와 토끼 같은 딸들에 치과의사란 타이틀까지, 행복한 삶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앨런은 어쩐지 삶이 허전하다. 그래서 불쑥불쑥 약속도 없이 정신과 의사(리브 타일러)를 찾아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앨런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앨런의 대학 동창 찰리 파인먼(아담 샌들러)이다. 대학 시절, 룸 메이트였던 앨런과 찰리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다. 앨런이 치과의사가 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동안 찰리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을 모두 잃고 폐인이 됐다. 찰리의 가족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아간 비행기 안에 앉아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9.11 테러’라 부르는 이 사건으로 찰리의 삶 역시 산산조각 났다.
<레인 오버 미>는 9.11 테러로 모든 가족을 잃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찰리 파인먼과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성공한 남자 앨런 존슨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동시에 두 사람의 상처 극복기다. 앨런은 찰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찰리는 자신의 고민을 제 것처럼 여기는 앨런을 통해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 상처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앨런 역시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간다. <레인 오버 미>는 그렇게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로 남아있을 9.11 테러 피해자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등을 다독인다.
잔잔한 드라마 안에 두 친구의 우정을 찬찬히 새기며 관객에게 위안을 던져주는 덴 두 주연배우 아담 샌들러와 돈 치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시종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아담 샌들러가 웃음을 지우고 상처 입은 영혼의 변화무쌍한 내면 심리를 온전히 표현해내고, 돈 치들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 전반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레인 오버 미>의 드라마 줄기 역시 안정감 있는지는 의문이다. 앨런의 고민들은 표피적으로만 드러날 뿐이어서 공감을 불러내지 못하고, 두 사람이 만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지극히 단조로워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처에 오랜 세월 세상과 마음을 닫아뒀던 찰리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도 ‘눈물 겨운 우정’에 보내는 대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급작스러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앨런 존슨(돈 치들)은 남부러울 게 없다. 사랑스런 아내와 토끼 같은 딸들에 치과의사란 타이틀까지, 행복한 삶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하지만 앨런은 어쩐지 삶이 허전하다. 그래서 불쑥불쑥 약속도 없이 정신과 의사(리브 타일러)를 찾아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앨런 앞에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앨런의 대학 동창 찰리 파인먼(아담 샌들러)이다. 대학 시절, 룸 메이트였던 앨런과 찰리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다. 앨런이 치과의사가 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동안 찰리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을 모두 잃고 폐인이 됐다. 찰리의 가족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아간 비행기 안에 앉아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9.11 테러’라 부르는 이 사건으로 찰리의 삶 역시 산산조각 났다.
<레인 오버 미>는 9.11 테러로 모든 가족을 잃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찰리 파인먼과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성공한 남자 앨런 존슨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동시에 두 사람의 상처 극복기다. 앨런은 찰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찰리는 자신의 고민을 제 것처럼 여기는 앨런을 통해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 상처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앨런 역시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간다. <레인 오버 미>는 그렇게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로 남아있을 9.11 테러 피해자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등을 다독인다.
잔잔한 드라마 안에 두 친구의 우정을 찬찬히 새기며 관객에게 위안을 던져주는 덴 두 주연배우 아담 샌들러와 돈 치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시종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아담 샌들러가 웃음을 지우고 상처 입은 영혼의 변화무쌍한 내면 심리를 온전히 표현해내고, 돈 치들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 전반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레인 오버 미>의 드라마 줄기 역시 안정감 있는지는 의문이다. 앨런의 고민들은 표피적으로만 드러날 뿐이어서 공감을 불러내지 못하고, 두 사람이 만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지극히 단조로워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상처에 오랜 세월 세상과 마음을 닫아뒀던 찰리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도 ‘눈물 겨운 우정’에 보내는 대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급작스러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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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8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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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녀석들> - 중년 아저씨들의 유쾌한 반란 |
등록일
2007.08.27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 횡단에 나선다. 치과 의사인 더그(팀 앨런), 슈퍼모델인 아내를 둔 재력가 우디(존 트라볼타), 소설가를 꿈꾸는 바비(마틴 로렌스), 컴퓨터 중독자 더들리(윌리엄 H. 메이시)는 조금씩 쌓여가는 일상의 피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대폰도 버리고 헬멧도 하지 않은 채 도로를 질주하던 이들은 뉴 멕시코의 작은 선술집에서 폭주족 갱단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게 된다. 델 푸에고스의 리더인 잭(레이 리오타)이 더들리의 오토바이를 자신에게 바치라고 협박하자, 우디는 폭주족 갱단들의 오토바이를 모조리 망가트려 놓고 유유히 도망친다. 이에 격분한 폭주족 갱단들은 네 명의 중년 아저씨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감행한다.
<거친 녀석들 Wild Hogs>은 일상에 찌든 중년 남성들의 일탈을 그린 로드무비다. ‘와일드 혹스’라는 오토바이 동호회를 운영 중인 더그, 우디, 바비, 더들리는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돈에 쫓기고 아내에게 시달리는 피곤한 중년들이다.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떠난 이들의 여행에는 당연한 수순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게이 경찰관이 이들의 주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나 진짜 오토바이 폭주족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장면은 화려한 일탈을 꿈꾸던 이들의 모습과 상반돼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팀 앨런,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엄 H. 메이시는 표지판에 얼굴이 부딪치고 숫소에게 몸이 채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준다.
하지만 <거친 녀석들>은 에피소드 위주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탓에 영화의 전반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 각 에피소드는 단발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예상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다.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이들의 여행에서 중년 남성들의 자아 찾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거친 녀석들>은 좌충우돌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팝콘용 영화로 적당한 작품이다.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의 레이 리오타가 온 몸에 문신을 두른 폭주족의 리더 잭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이지 라이더 Easy Rider>의 피터 폰다가 전설의 바이커인 데이먼 블레이드로 깜짝 출연한다.
<거친 녀석들 Wild Hogs>은 일상에 찌든 중년 남성들의 일탈을 그린 로드무비다. ‘와일드 혹스’라는 오토바이 동호회를 운영 중인 더그, 우디, 바비, 더들리는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돈에 쫓기고 아내에게 시달리는 피곤한 중년들이다.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 떠난 이들의 여행에는 당연한 수순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게이 경찰관이 이들의 주위를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나 진짜 오토바이 폭주족인 델 푸에고스를 만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장면은 화려한 일탈을 꿈꾸던 이들의 모습과 상반돼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팀 앨런,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엄 H. 메이시는 표지판에 얼굴이 부딪치고 숫소에게 몸이 채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준다.
하지만 <거친 녀석들>은 에피소드 위주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탓에 영화의 전반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 각 에피소드는 단발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예상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다.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이들의 여행에서 중년 남성들의 자아 찾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거친 녀석들>은 좌충우돌한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팝콘용 영화로 적당한 작품이다.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의 레이 리오타가 온 몸에 문신을 두른 폭주족의 리더 잭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이지 라이더 Easy Rider>의 피터 폰다가 전설의 바이커인 데이먼 블레이드로 깜짝 출연한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 지루하고 딱한 청춘들 |
등록일
2007.08.27
도서관에서 일하는 야시마 유코(가와이 아오바)는 독신자용 원룸 아파트에 사는 젊은 남자 코시노 마모루(엔도 마사시)를 짝사랑한다. 코시노가 살고 있는 202호의 아랫집과 윗집, 옆집에 사는 사람들을 스토킹해 쫓아내 벽을 통해서라도 코시노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유코는 마침내 202호 바로 옆집으로 이사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동료직원에게도, 항상 자기 옆을 서성이는 남학생에게도 유코는 무관심하다. 지하철 광고판 붙이는 일을 하는 코시노는 하루 종일 거의 말도 하지 않으며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하철 매점에서 일하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코시노 또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코시노는 어느 날 이사를 갔던 옆집 여자와 잠자리를 갖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코는 홀로 괴로워 한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Love Twisted>는 <스토킹 그리고 섹스 Love Kill Kill>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화다. 단지 같은 수입사를 통해 개봉하는 별개의 두 영화일 뿐이다. 일본의 여류 감독 요시다 료코의 유일한 영화인 <스토킹 그리고 섹스 2>는 러닝타임이 78분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 중편 독립영화다. 제목처럼 스토킹도 등장하고 섹스도 나오지만 성적인 소재에 집착하는 영화는 아니다. 고시원 건물 같은 원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코와 코시노는 매일 반복적인 일에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울한 청춘들이다. 대화도 인간관계도 단절된 이들에게 남은 건 누군가를 스토킹하는 일이나 매일 맥주와 담배로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사람의 지루하고 딱한 일상뿐이다. 영화 역시 지루하고 딱할 뿐이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Love Twisted>는 <스토킹 그리고 섹스 Love Kill Kill>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화다. 단지 같은 수입사를 통해 개봉하는 별개의 두 영화일 뿐이다. 일본의 여류 감독 요시다 료코의 유일한 영화인 <스토킹 그리고 섹스 2>는 러닝타임이 78분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 중편 독립영화다. 제목처럼 스토킹도 등장하고 섹스도 나오지만 성적인 소재에 집착하는 영화는 아니다. 고시원 건물 같은 원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코와 코시노는 매일 반복적인 일에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울한 청춘들이다. 대화도 인간관계도 단절된 이들에게 남은 건 누군가를 스토킹하는 일이나 매일 맥주와 담배로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사람의 지루하고 딱한 일상뿐이다. 영화 역시 지루하고 딱할 뿐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괜찮아, 울지마> - 거짓과 두려움에 관하여 |
등록일
2007.08.27
백수건달 무하마드는 모스크바에서 도박 빚을 떠안고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의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는 모스크바의 유명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라 속이지만, 정작 모스크바에서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이올린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힘들어 보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고향에 정착해 함께 살자고 하지만, 무하마드는 공연 투어 때문에 힘든 아들에게 무슨 소리냐며 고함을 지른다. 무하마드는 산에서 바위로 집을 짓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하자고 말해보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한심한 허풍쟁이 무하마드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무하마드를 흠모하던 응급차 운전수의 딸은 매일 창문 앞에 달걀을 하나씩 선물하고, 무하마드는 감사의 뜻으로 소녀에게 머리핀을 선물한다. 마을 유지가 준비 중인 결혼식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로 했다가 약속을 어긴 무하마드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 일단 할아버지의 작업장으로 피신한다. 다시 한 번 집을 팔고 도시로 이사 가자고 소리지르는 무하마드에게 할아버지는 수년 동안 숨겨왔던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러시아 출신의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로 만든 <벌이 날다>로 주목 받은 민병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괜찮아, 울지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 6년이 지난 영화다. 2006년 공개된 <포도나무를 베어라>와 함께 두려움에 관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타지크스탄에서 데뷔작을 만든 민병훈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돈과 권력을 지닌 검사에 대항하는 한 중년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벌이 날다>에 이어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 빚에 쪼들리다 고향으로 돌아와 허풍과 거짓말을 일삼는 한 남자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주로 무하마드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그의 허풍 속에 감춰진 내면을 묘사한다. 드라마의 기승전결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며, 캐릭터와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객들은 무하마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마을 사람들 역시 그냥 현재의 상황만 제시할 뿐 이들의 삶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괜찮아, 울지마>는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의 두려움에 대해 관찰한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의 비밀을 듣게 된 무하마드는 다시 짐을 싸서 고향을 떠난다. 이는 절망적인 도망일 수도 있고, 희망의 새 출발일 수도 있다. 영화는 단지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인간에게 ‘괜찮아, 울지마’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러시아 출신의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로 만든 <벌이 날다>로 주목 받은 민병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괜찮아, 울지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 6년이 지난 영화다. 2006년 공개된 <포도나무를 베어라>와 함께 두려움에 관한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타지크스탄에서 데뷔작을 만든 민병훈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우즈베키스탄을 택했다. 돈과 권력을 지닌 검사에 대항하는 한 중년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벌이 날다>에 이어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 빚에 쪼들리다 고향으로 돌아와 허풍과 거짓말을 일삼는 한 남자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주로 무하마드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그의 허풍 속에 감춰진 내면을 묘사한다. 드라마의 기승전결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며, 캐릭터와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객들은 무하마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마을 사람들 역시 그냥 현재의 상황만 제시할 뿐 이들의 삶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괜찮아, 울지마>는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의 두려움에 대해 관찰한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의 비밀을 듣게 된 무하마드는 다시 짐을 싸서 고향을 떠난다. 이는 절망적인 도망일 수도 있고, 희망의 새 출발일 수도 있다. 영화는 단지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인간에게 ‘괜찮아, 울지마’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브리치> - 이 남자들이 사는 법 |
등록일
2007.08.27
FBI 훈련생 에릭 오닐(라이언 필립)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던 FBI 요원 로버트 핸슨(크리스 쿠퍼)의 비밀 문서 관리 본부로 발령받는다. 꿈에 그리던 FBI 요원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오닐은 핸슨이 지난 수십년 세월 동안 일급 정보들을 러시아에 팔아온 이중첩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닐은 핸슨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이곳으로 파견된 것이다.
<브리치>는 <하트의 전쟁 Hart's War>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빌리 레이의 두번째 장편 극영화다. 빌리 레이는 지난 2003년 헤이든 크리스텐센, 피터 사스가드 주연의 <섀터드 글래스 Shattered Glass>로 감독으로도 그 활동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섀터드 글래스>가 수십건의 허위 기사를 작성해 해고된 기자 스티븐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것처럼, <브리치> 역시 실존 인물인 로버트 핸슨의 실제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부정을 저지른 범죄자의 실화에 기초하고 있지만, 센세이션 면에서 로버트 핸슨은 스티븐 글래스보다는 몇 수 위다. 로버트 핸슨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러시아에 고급 정보를 팔아온 미 FBI의 이중첩자로, 지난 2001년 미 정부에 검거되며 FBI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브리치>는 로버트 핸슨과 에릭 오닐, 두 사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핸슨의 실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지만, 오닐은 핸슨에게 점차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닐은 핸슨에 대해 확신과 의심, 의심과 확신을 반복하며 그와 묘한 심리전을 계속한다. 영화가 온통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는 탓에, 관객의 뒷통수를 칠만한 그럴듯한 '한 방'이 없다는 사실은 <브리치>의 약점 중 하나다. <브리치>가 이미 관객들이 그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밋밋한 내러티브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는 믿음직하다. 특히 로버트 핸슨 역의 크리스 쿠퍼의 연기는 압권이다. 크리스 쿠퍼는 지난 2003년 <어댑테이션 Adaption.>으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손에 넣은 인물. <브리치>에서 그는 절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 페이스 로버트 핸슨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다.
<브리치>는 <하트의 전쟁 Hart's War>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등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빌리 레이의 두번째 장편 극영화다. 빌리 레이는 지난 2003년 헤이든 크리스텐센, 피터 사스가드 주연의 <섀터드 글래스 Shattered Glass>로 감독으로도 그 활동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섀터드 글래스>가 수십건의 허위 기사를 작성해 해고된 기자 스티븐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것처럼, <브리치> 역시 실존 인물인 로버트 핸슨의 실제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부정을 저지른 범죄자의 실화에 기초하고 있지만, 센세이션 면에서 로버트 핸슨은 스티븐 글래스보다는 몇 수 위다. 로버트 핸슨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러시아에 고급 정보를 팔아온 미 FBI의 이중첩자로, 지난 2001년 미 정부에 검거되며 FBI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브리치>는 로버트 핸슨과 에릭 오닐, 두 사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핸슨의 실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지만, 오닐은 핸슨에게 점차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닐은 핸슨에 대해 확신과 의심, 의심과 확신을 반복하며 그와 묘한 심리전을 계속한다. 영화가 온통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는 탓에, 관객의 뒷통수를 칠만한 그럴듯한 '한 방'이 없다는 사실은 <브리치>의 약점 중 하나다. <브리치>가 이미 관객들이 그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밋밋한 내러티브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는 믿음직하다. 특히 로버트 핸슨 역의 크리스 쿠퍼의 연기는 압권이다. 크리스 쿠퍼는 지난 2003년 <어댑테이션 Adaption.>으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손에 넣은 인물. <브리치>에서 그는 절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 페이스 로버트 핸슨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오프로드> - 벼랑에 선 루저들의 노래 |
등록일
2007.08.27
아버지가 아프다. 은행 직원이었지만 지점장의 압박으로 불법 자금 대출 사건에 휘말려 직장에서도 잘렸다. 지금은 택시를 몰고 있다. 하지만 하루 8만원, 회사에 갖다 내는 돈을 맞추기도 빠듯하다. 택시 운전사 상훈(조한철)의 삶이다. 여자가 아이를 가졌다. 재능이라곤 차를 수리하는 것뿐이지만 카센터에서 인생을 썩히고 싶지 않다. 인생은 ‘한 탕’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권총 한 자루를 얻게 됐다. ‘한 탕’을 위해 철구(백수장)는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지방 모텔에서 일한다. 숙박계를 관리하고 방을 정리하지만 주로 하는 일은 모텔 남자 손님을 상대로 몸을 파는 일이다. 도망가려고 했다면 이미 도망갔을 테다. 그랬던 지수(선우선)가 드디어 도망을 가기로 결심한다. 상훈과 철구, 그리고 지수. 세 사람은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난다. 단순한 길동무였다면 좋았을 테다. 그러나 이 만남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철구는 은행을 털다 총에 맞았고, 택시 기사 상훈은 철구에게 인질로 잡혔다. 그리고 지수는 철구의 돈을 가로채려 한다.
<오프로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도 빠듯한 택시기사 상훈과 별 계획도 없이 불쑥 은행을 턴 철구, 우연히 철구의 돈가방을 보게 된 지수가 길 위에서 만나 벌이는 악다구니가 생생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악다구니 안엔 인간 사이의 권력 관계,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 절망을 깨고 삶의 희망을 되찾으려는 ‘루저’들의 절규가 녹아 있다. 철구와 상훈, 지수 사이의 권력 관계는 총 한 자루에 따라 뒤바뀐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훈과 철구의 관계는 철구의 총을 상훈이 손에 넣는 순간 역전되고, 철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들른 모텔의 여직원, 지수가 돈과 총을 갖게 되자 이 모든 것이 다시 뒤집어진다. 총으로 대변되는 권력 관계에 따라 살고 죽는 것이 결정되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셋 사이에 그런 ‘피상적 관계’만 존재 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총을 겨눴지만 상훈은 총상을 입은 철구의 건강이 걱정되고, 그들의 돈을 훔쳤지만 지수가 모텔을 떠나 새 삶을 살길 바란다. 철구 역시 자신의 돈을 상훈에게 가져가라고 말할 만큼 그의 아버지와 은행 동료라는 여자친구가 걱정이다. 각자 살기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세 사람이 삶의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건 뜻밖에도 서로에 대한 짙은 연민이었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황이 자꾸만 꼬여만 가지만 <오프로드>가 그리 심각한 톤만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돈을 향한 탐욕스런 심리를 들쑤시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상황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 안엔 유머가 가득하다. 아이러니하게 꼬이는 상황이 역설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고, 상훈과 철구가 치고 받는 대사들이 익살스럽다. 영화의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든 건 이러한 유머와 함께 배우들의 호연이 큰 도움을 줬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온 조한철과 백수장은 인질과 인질범이란 상황이 역전될 때마다 그에 딱 들어맞는 심리를 그려내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영화 <봉자>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편집한 한승룡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 <오프로드>는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이미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오프로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도 빠듯한 택시기사 상훈과 별 계획도 없이 불쑥 은행을 턴 철구, 우연히 철구의 돈가방을 보게 된 지수가 길 위에서 만나 벌이는 악다구니가 생생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악다구니 안엔 인간 사이의 권력 관계,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 절망을 깨고 삶의 희망을 되찾으려는 ‘루저’들의 절규가 녹아 있다. 철구와 상훈, 지수 사이의 권력 관계는 총 한 자루에 따라 뒤바뀐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훈과 철구의 관계는 철구의 총을 상훈이 손에 넣는 순간 역전되고, 철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들른 모텔의 여직원, 지수가 돈과 총을 갖게 되자 이 모든 것이 다시 뒤집어진다. 총으로 대변되는 권력 관계에 따라 살고 죽는 것이 결정되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셋 사이에 그런 ‘피상적 관계’만 존재 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총을 겨눴지만 상훈은 총상을 입은 철구의 건강이 걱정되고, 그들의 돈을 훔쳤지만 지수가 모텔을 떠나 새 삶을 살길 바란다. 철구 역시 자신의 돈을 상훈에게 가져가라고 말할 만큼 그의 아버지와 은행 동료라는 여자친구가 걱정이다. 각자 살기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세 사람이 삶의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건 뜻밖에도 서로에 대한 짙은 연민이었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시작된 상황이 자꾸만 꼬여만 가지만 <오프로드>가 그리 심각한 톤만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돈을 향한 탐욕스런 심리를 들쑤시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상황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 안엔 유머가 가득하다. 아이러니하게 꼬이는 상황이 역설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고, 상훈과 철구가 치고 받는 대사들이 익살스럽다. 영화의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가볍고 부드럽게 만든 건 이러한 유머와 함께 배우들의 호연이 큰 도움을 줬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온 조한철과 백수장은 인질과 인질범이란 상황이 역전될 때마다 그에 딱 들어맞는 심리를 그려내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영화 <봉자>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편집한 한승룡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 <오프로드>는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이미 관객과 만난 바 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사랑의 레시피> - 사랑합시다 |
등록일
2007.08.27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의 주방장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는 자신의 삶 또한 주방을 지휘하듯 진지하고 엄격하게 이끌어간다. 그러나 케이트의 이런 완벽주의는 부주방장 닉(애론 애커트)의 등장으로 흔들리게 된다. 일할 때 오페라를 즐겨 듣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닉은 주방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기 때문. 게다가 케이트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홉 살 조카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와 함께 살게 되는데, 조이는 도무지 케이트에게 마음을 열려 하지 않는다. 예약 없이 그녀에게 찾아온 두 사람 닉과 조이 때문에, 혼자만의 삶에 익숙한 케이트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랑의 레시피 No Reservations>는 미국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를 배경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주의로 무장한 주방장 케이트와 낭만적인 부주방장 닉,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엄마를 잃고 케이트와 함께 살게 된 조카 조이, 이렇게 세 사람이 이끌어 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랑의 레시피>의 원제는 'No Reservations'. '22 블리커'가 100% 예약을 원칙으로 하는 고상한 고급 식당이며, 케이트 역시 누구보다 원칙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살짝 뒤집은 작명법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하는 케이트는 TV 시리즈 <프렌즈 Friends>의 모니카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매사 원리원칙에 충실한 사람. 그 자신이 요리사지만 오후에는 절대 음식을 먹지 않으며, 연애도 우정도 모두 요리 뒷전이다. 짬짬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닉과 조이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재미를 깨닫게 된다.
<사랑의 레시피>는 <샤인 Shine> <하트 인 아틀란티스 Heart in Atlantis>의 스코트 힉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 애론 애커트, 아비게일 브레슬린 등 삼총사 이외에도 밥 바라반, 패트리샤 클라크슨 등 든든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단연 돋보인다. 특히 조이 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에 이어 한 번 더 조숙한 10대 여자 아이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필립 글래스 특유의 미니멀리즘 스코어와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건조한 카메라는 겨울 뉴욕 정경을 잡아내는데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는 약한 편이다. 케이트와 닉이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잘 드러나 있지 않으며, 영화의 결말 또한 모든 것을 '사랑'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다소 안이하다.
<사랑의 레시피 No Reservations>는 미국 뉴욕의 고급 식당 '22 블리커'를 배경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벽주의로 무장한 주방장 케이트와 낭만적인 부주방장 닉,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엄마를 잃고 케이트와 함께 살게 된 조카 조이, 이렇게 세 사람이 이끌어 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랑의 레시피>의 원제는 'No Reservations'. '22 블리커'가 100% 예약을 원칙으로 하는 고상한 고급 식당이며, 케이트 역시 누구보다 원칙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살짝 뒤집은 작명법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하는 케이트는 TV 시리즈 <프렌즈 Friends>의 모니카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매사 원리원칙에 충실한 사람. 그 자신이 요리사지만 오후에는 절대 음식을 먹지 않으며, 연애도 우정도 모두 요리 뒷전이다. 짬짬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닉과 조이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재미를 깨닫게 된다.
<사랑의 레시피>는 <샤인 Shine> <하트 인 아틀란티스 Heart in Atlantis>의 스코트 힉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 애론 애커트, 아비게일 브레슬린 등 삼총사 이외에도 밥 바라반, 패트리샤 클라크슨 등 든든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단연 돋보인다. 특히 조이 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에 이어 한 번 더 조숙한 10대 여자 아이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필립 글래스 특유의 미니멀리즘 스코어와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건조한 카메라는 겨울 뉴욕 정경을 잡아내는데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는 약한 편이다. 케이트와 닉이 서로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잘 드러나 있지 않으며, 영화의 결말 또한 모든 것을 '사랑'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다소 안이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라파예트> - 플라이, 보이, 플라이 |
등록일
2007.08.27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프랑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구성된 유럽 연합군은 독일을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 전장에 한 무리의 미국 젊은이가 도착한다. 미국이 정식 참전을 결정하기 전,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미국 젊은이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스스로 전투 비행단이 돼 전장의 하늘을 누빈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 ‘라파예트 Lafayette’. 영화 <라파예트 Flyboys>는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롤링스(제임스 프랑코)는 가업으로 이어오던 목장이 망하자 연합군에 가입해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프랑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 무리의 미국 병사들과 만난 롤링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이 되기로 결심한 그들은 프랑스 전투 지휘관의 지시 아래 기초부터 차근차근, 비행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햇병아리 비행사들은 어느덧 제대로 된 전투 비행사로 품을 갖추고, 롤링스는 드디어 독일군과의 공중 격전을 벌이게 된다. ‘초짜’라 하기엔 전투 비행에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롤링스. 그러나 그에게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전장에서 누군가를 무참히 죽이고, 동료의 죽음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단단하지가 못하다. 죽음의 땅, 전쟁터를 견디기엔 너무 감상적인 롤링스. 하지만 감상적인 마음은 연애엔 제격인 법이다. 롤링스는 아리따운 프랑스 여인 루시엔(제니퍼 덱커)을 보자마자 한 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라파예트>는 미국 최초의 전투 비행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영화는 ‘고증’에 철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롤링스를 비롯한 라파예트 전투단 몇몇 인물의 실화는 드라마적 요소를 덧입혔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 비행기 모습은 철저히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나무를 주 원료로 한두 명이 들어가면 꼭 들어맞는 아담한 사이즈의 전투 비행기. 총탄은 물론, 바람을 피할 제대로 된 방패막도 없는 이 단순하고 오랜 전투 비행기는 영화에 이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현대의 전투 비행기에 비한다면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외양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을 가르는 <라파예트>의 전투신 역시 ‘장난’처럼 그려진 건 아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공중 전투 신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상대의 후방 공격을 확인하기 위해선 고개를 돌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고, 비행기 앞면에 부착된 총포가 고장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인 ‘올드한’ 전투신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나 속도감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현대적인 전투신에는 없는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너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장난감 모빌 같은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영상미도 <라파예트>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전투 비행기가 낡고 오래됐다고 이야기 역시 그러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라파예트>의 드라마 줄기는 너무나 단조롭고 지루하다. 루시엔과 롤링스의 로맨스는 미지근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전장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롤링스의 고뇌도 치열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 구성은 없고 숱한 전투 에피소드만 시간 순서로 묶여 있을 뿐이다. 영화를 위해 비행사 자격증을 따낸 주연배우 제임스 프랑코를 비롯해 실제 조종사까지 동원해 그려낸 공중 비행 신들만이 매력적으로 빛날 뿐이다.
롤링스(제임스 프랑코)는 가업으로 이어오던 목장이 망하자 연합군에 가입해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프랑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 무리의 미국 병사들과 만난 롤링스. 미국인 최초의 전투 비행단이 되기로 결심한 그들은 프랑스 전투 지휘관의 지시 아래 기초부터 차근차근, 비행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햇병아리 비행사들은 어느덧 제대로 된 전투 비행사로 품을 갖추고, 롤링스는 드디어 독일군과의 공중 격전을 벌이게 된다. ‘초짜’라 하기엔 전투 비행에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롤링스. 그러나 그에게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전장에서 누군가를 무참히 죽이고, 동료의 죽음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단단하지가 못하다. 죽음의 땅, 전쟁터를 견디기엔 너무 감상적인 롤링스. 하지만 감상적인 마음은 연애엔 제격인 법이다. 롤링스는 아리따운 프랑스 여인 루시엔(제니퍼 덱커)을 보자마자 한 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라파예트>는 미국 최초의 전투 비행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영화는 ‘고증’에 철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롤링스를 비롯한 라파예트 전투단 몇몇 인물의 실화는 드라마적 요소를 덧입혔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 비행기 모습은 철저히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나무를 주 원료로 한두 명이 들어가면 꼭 들어맞는 아담한 사이즈의 전투 비행기. 총탄은 물론, 바람을 피할 제대로 된 방패막도 없는 이 단순하고 오랜 전투 비행기는 영화에 이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현대의 전투 비행기에 비한다면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외양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을 가르는 <라파예트>의 전투신 역시 ‘장난’처럼 그려진 건 아니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공중 전투 신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상대의 후방 공격을 확인하기 위해선 고개를 돌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고, 비행기 앞면에 부착된 총포가 고장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인 ‘올드한’ 전투신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나 속도감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현대적인 전투신에는 없는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너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장난감 모빌 같은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영상미도 <라파예트>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전투 비행기가 낡고 오래됐다고 이야기 역시 그러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라파예트>의 드라마 줄기는 너무나 단조롭고 지루하다. 루시엔과 롤링스의 로맨스는 미지근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전장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롤링스의 고뇌도 치열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 구성은 없고 숱한 전투 에피소드만 시간 순서로 묶여 있을 뿐이다. 영화를 위해 비행사 자격증을 따낸 주연배우 제임스 프랑코를 비롯해 실제 조종사까지 동원해 그려낸 공중 비행 신들만이 매력적으로 빛날 뿐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미스터 브룩스> - 살인에 중독된 남자 |
등록일
2007.08.27
미스터 브룩스(케빈 코스트너)는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자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하지만 그는 남몰래 사람들을 죽여가며 희열을 느끼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로 평생을 살아오기도 했다. 살인 현장마다 희생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남겨 썸프린트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그는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고 저지른 살인 사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파파라치인 스미스(데인 쿡)에게 범죄 현장을 찍히고 만 것. 스미스는 미스터 브룩스에게 접근해 사진을 경찰에게 넘기지 않는 대신 살인게임에 자신도 동참하게 해달라는 섬뜩한 제안을 한다. 한편, 썸프린트 킬러를 집요하게 추적 중인 강력계 여형사 앳우드(데미 무어)는 스미스를 조사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미스터 브룩스와 스미스가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밤거리를 누비는 동안, 앳우드는 이들의 뒤꽁무니를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한다.
<미스터 브룩스 Mr. Brooks>는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 변신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디가드 The Bodyguard> <로빈 후드 Robin Hood: Prince of Thieves>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등에 출연하며 선하고 낭만적인 영웅을 주로 맡아온 그가 살인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가족들에게 한없이 자상한 미스터 브룩스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동시에 소화하는 호연을 펼친다. 시시때때로 표정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대하고 가발과 수염 등으로 분장한 채 희생자를 찾아 나서는 장면은 섬뜩함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미스터 브룩스의 악마적 자아인 마샬(윌리엄 허트)이다. 마샬은 미스터 브룩스의 주위를 맴돌며 살인을 부추기고 그의 속내를 끊임없이 털어내고야 만다.
<미스터 브룩스>는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일찌감치 공개되고, 여형사 앳우드는 미스터 브룩스의 손아귀 속에서 항상 놀아난다. 영화는 악마적 자아 마샬, 파파라치인 스미스, 자신과 같이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딸 때문에 살인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 브룩스는 자신이 죽지 않은 한 마샬을 떨쳐 버릴 수 없고, 스미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딸이 자신을 죽이는 악몽에 시달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철저히 살인마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미스터 브룩스>는 완벽한 남자와 연쇄살인마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모습을 통해 서늘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여형사 앳우드의 목숨을 노리는 탈옥범 에피소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살인마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우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분명 <미스터 브룩스>의 강점이다.
<미스터 브룩스 Mr. Brooks>는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 변신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디가드 The Bodyguard> <로빈 후드 Robin Hood: Prince of Thieves>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등에 출연하며 선하고 낭만적인 영웅을 주로 맡아온 그가 살인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가족들에게 한없이 자상한 미스터 브룩스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썸프린트 킬러를 동시에 소화하는 호연을 펼친다. 시시때때로 표정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대하고 가발과 수염 등으로 분장한 채 희생자를 찾아 나서는 장면은 섬뜩함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미스터 브룩스의 악마적 자아인 마샬(윌리엄 허트)이다. 마샬은 미스터 브룩스의 주위를 맴돌며 살인을 부추기고 그의 속내를 끊임없이 털어내고야 만다.
<미스터 브룩스>는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일찌감치 공개되고, 여형사 앳우드는 미스터 브룩스의 손아귀 속에서 항상 놀아난다. 영화는 악마적 자아 마샬, 파파라치인 스미스, 자신과 같이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딸 때문에 살인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 브룩스는 자신이 죽지 않은 한 마샬을 떨쳐 버릴 수 없고, 스미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딸이 자신을 죽이는 악몽에 시달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철저히 살인마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미스터 브룩스>는 완벽한 남자와 연쇄살인마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스터 브룩스의 모습을 통해 서늘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여형사 앳우드의 목숨을 노리는 탈옥범 에피소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살인마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우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분명 <미스터 브룩스>의 강점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내 생애 최악의 남자> -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바람기 |
등록일
2007.08.27
광고회사 PD 주연과 출판사 직원인 성태는 10년 지기 친구 사이.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에 골인하면서 둘만 싱글로 남게 되자 결혼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둘의 사이를 엮어주려는 친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우정을 주장하며 꿋꿋하게 버틴다.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 술김에 사고를 치고 만다. 실수라고 애써 무마해보려 애쓰지만, 다음 날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혼을 결심한다. 10년 우정을 결혼과 바꾼 두 사람은 행복한 앞날을 계획하며 즐거운 신혼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 출근한 회사에서 이상형을 만날 줄이야. 주연은 잘 생긴데다 다정하기까지 한 CF 감독 재훈에게 홀딱 반하고, 성태는 새로 부임한 섹시한 편집장 미연의 유혹에 빠져든다. 주연과 성태의 결혼 생활은 그때부터 위기에 봉착한다.
이상형을 찾아다니다 나이만 들어버린 두 남녀가 더 늦기 전에 편한 이성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소재다. 주연과 성태는 10년 친구답게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성격부터 친구 관계, 술버릇 등등. 그만큼 편한 사이도 드물 것이다. 그 때문에 연애가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괜찮은 연애 상대도, 괜찮은 결혼 상대도 줄어드는 게 인지상정. 그 현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결국 '사고'를 치고 수습 차원에서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이상형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야기는 이때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 30대 남녀의 이야기에 불륜 코드를 살짝 덧입혀 여느 로맨틱 코미디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는 결혼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뒤늦게 찾아온 이상형도 놓치고 싶지 않는 남녀의 심리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조와 느린 진행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로맨틱 코미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강박증의 산물인 듯한 억지스러운 결말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는 평범한데 비해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썩 훌륭한 편이다. <장화, 홍련> <여선생 VS 여제자> <범죄의 재구성> <오래된 정원>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의 인물들을 맛깔나게 연기해온 염정아는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고, 집안일에는 무신경하고, 충동구매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광고회사 PD 주연을 연기한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유명한 탁재훈이 염정아의 상대역인 출판사 직원 성태로 출연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선보여온 염정아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 섹시함과 귀여움, 코믹함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기로 인물에 입체감을 더한다. 자칫 개성없이 밋밋할 수 있는 주연은 염정아라는 배우 덕분에 꽤 매력있는 여자가 된다. 코믹한 이미지의 탁재훈도 첫 스크린 주연작인 이 영화에서 진지함과 코믹함의 완급을 잘 조절하며 주연급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과시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이 영화를 가장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이상형을 찾아다니다 나이만 들어버린 두 남녀가 더 늦기 전에 편한 이성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소재다. 주연과 성태는 10년 친구답게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성격부터 친구 관계, 술버릇 등등. 그만큼 편한 사이도 드물 것이다. 그 때문에 연애가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괜찮은 연애 상대도, 괜찮은 결혼 상대도 줄어드는 게 인지상정. 그 현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결국 '사고'를 치고 수습 차원에서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이상형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야기는 이때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 30대 남녀의 이야기에 불륜 코드를 살짝 덧입혀 여느 로맨틱 코미디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는 결혼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뒤늦게 찾아온 이상형도 놓치고 싶지 않는 남녀의 심리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측가능한 이야기 구조와 느린 진행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로맨틱 코미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강박증의 산물인 듯한 억지스러운 결말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는 평범한데 비해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썩 훌륭한 편이다. <장화, 홍련> <여선생 VS 여제자> <범죄의 재구성> <오래된 정원>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의 인물들을 맛깔나게 연기해온 염정아는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고, 집안일에는 무신경하고, 충동구매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광고회사 PD 주연을 연기한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유명한 탁재훈이 염정아의 상대역인 출판사 직원 성태로 출연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선보여온 염정아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 섹시함과 귀여움, 코믹함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기로 인물에 입체감을 더한다. 자칫 개성없이 밋밋할 수 있는 주연은 염정아라는 배우 덕분에 꽤 매력있는 여자가 된다. 코믹한 이미지의 탁재훈도 첫 스크린 주연작인 이 영화에서 진지함과 코믹함의 완급을 잘 조절하며 주연급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과시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이 영화를 가장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영광의 날들> - 2차 세계대전,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이들 |
등록일
2007.08.27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알제리 청년 사이드(자멜 드부즈)는 유럽의 평화를 위해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다. 사이드는 같은 아랍인인 야시르(사미 나세리), 메사우드(로쉬디 젬), 압델카데르(사미 부아질라)와 함께 최전방에서 싸웠지만, 프랑스 군대는 이들을 유색인종이라 차별하며 먹을 것 조차 불평등하게 배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메사우드는 계속되는 편지 검열로 답장 한 번 받아 보지 못하고, 압델카데르는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진급에서 누락되는 수모를 겪는다. 프랑스 군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을 무렵, 이 네 명의 병사들은 독일군 점령하에 있는 알자스 지역에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영광의 날들 Days of Glory>은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진주만 Pearl Harbor>과 같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광의 날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아랍인들이며, 영화는 함께 전투를 치렀지만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던 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전장의 최전선에 배치돼 총알 세례를 누구보다 많이 받았고, 전투가 끝난 후에는 아랍인들이라 손가락질 당하며 온갖 불평등을 겪었다. 토마토 하나를 배식 받기 위해 핏발을 세워야 했으며, 승진은 쉽지 않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만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독일군은 누구를 골라 총을 쏘지 않는다”는 메사우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랍인들은 영화 속에서 빠른 속도로 죽어 나간다. 라시드 부샤렙 감독은 영화의 후반부 아랍계 참전용사들의 연금 문제를 언급하며 이들의 불평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유색 군인들의 애달픈 참전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주연배우인 자멜 드부즈, 사미 나세리, 로쉬디 젬, 사미 부아질라를 비롯 마르티네즈 상사 역의 버나드 브란칸은 2006년 칸국제영화제 남자연기상을 공둥 수상했다.
<영광의 날들 Days of Glory>은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진주만 Pearl Harbor>과 같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광의 날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대에 자원한 아랍인들이며, 영화는 함께 전투를 치렀지만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던 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전장의 최전선에 배치돼 총알 세례를 누구보다 많이 받았고, 전투가 끝난 후에는 아랍인들이라 손가락질 당하며 온갖 불평등을 겪었다. 토마토 하나를 배식 받기 위해 핏발을 세워야 했으며, 승진은 쉽지 않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여야만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독일군은 누구를 골라 총을 쏘지 않는다”는 메사우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랍인들은 영화 속에서 빠른 속도로 죽어 나간다. 라시드 부샤렙 감독은 영화의 후반부 아랍계 참전용사들의 연금 문제를 언급하며 이들의 불평등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유색 군인들의 애달픈 참전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주연배우인 자멜 드부즈, 사미 나세리, 로쉬디 젬, 사미 부아질라를 비롯 마르티네즈 상사 역의 버나드 브란칸은 2006년 칸국제영화제 남자연기상을 공둥 수상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디스터비아> - 네 이웃을 조심하라 |
등록일
2007.08.27
낚시를 함께 다녀오던 중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케일(샤이아 라버프)은 1년이 지난 후에도 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제아로 남아 있다. 급기야 교사를 폭행한 죄로 90일간의 가택연금에 처한 케일은 문 밖 30미터로 출입이 제한되는 감시장치를 달고 답답한 나날을 보낸다. 엄마(캐리 앤 모스)로부터 비디오게임과 케이블TV마저 금지당하자 케일에게 남은 것은 컴퓨터와 캠코더 그리고 망원경뿐. 망원경과 캠코더를 이용해 이웃들을 엿보기 시작한 케일은 때마침 옆집에 이사온 미모의 애쉴리(사라 로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애쉴리와 조금씩 친해질 무렵 케일은 우연히 망원경을 들여다 보던 중 이웃집에 사는 중년의 독신남 터너(데이비드 모스)가 젊은 여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케일이 단짝 친구 로니(아론 유), 애쉴리와 함께 터너의 살인사건을 몰래 조사하는 동안, 케일이 자신을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터너는 점점 케일과 친구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디스터비아 Disturbia>와 가장 쉽게 비교될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일 것이다.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중년의 사진작가가 캠코더와 아이팟, 비디오게임기에 익숙한 10대 소년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집에 갇혀 사는 남자가 이웃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영화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공식적인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디스터비아>는 <이창>의 21세기식 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창>과 마찬가지로 <디스터비아>의 핵심은 관음증에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과 달리 <디스터비아>의 관음증은 주로 스릴러의 장치로만 활용될 뿐 욕망의 내면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며 느끼는 쾌감은 곧바로 죄의식으로 이어지지만 증거를 찾으려는 관찰자와 증인을 없애려는 범인의 숨바꼭질 사이로 숨어버린다. 케일에게는 확신만 있을 뿐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터너에게는 틴에이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침착함만 있을 뿐 완전범죄를 저지를 만한 치밀함이 없다. 당연히 초반에는 증거가 없는 케일이 불리하지만, 세 명을 상대로 잔머리를 굴리는 사악한 살인마 터너는 종국에 자승자박에 빠질 수밖에 없다.
TV용 영화 같은 소품 스릴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디스터비아>는 미국 내에서만 제작비의 네 배가 넘는 극장수입을 올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디스터비아>는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기 때문에 팝콘영화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이창>에 담긴 깊은 의미는 순수 오락영화의 스릴로 대체됐지만, 히치콕이 모범을 보였던 서스펜스 스릴러의 원형적 쾌락은 꽤 만족스럽게 재현됐다. 고전적 스릴러에 틴무비의 발랄함을 더한 <디스터비아>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존 휴즈가 스필버그 스타일로 조화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테이킹 라이브즈 Taking Lives>로 이름을 알린 D.J. 카루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샤이어 라버프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지휘하는 <이글 아이 Eagle Eye>에서 다시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날 예정이다.
<디스터비아 Disturbia>와 가장 쉽게 비교될 수 있는 작품은 아마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일 것이다.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중년의 사진작가가 캠코더와 아이팟, 비디오게임기에 익숙한 10대 소년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집에 갇혀 사는 남자가 이웃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영화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공식적인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디스터비아>는 <이창>의 21세기식 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창>과 마찬가지로 <디스터비아>의 핵심은 관음증에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과 달리 <디스터비아>의 관음증은 주로 스릴러의 장치로만 활용될 뿐 욕망의 내면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며 느끼는 쾌감은 곧바로 죄의식으로 이어지지만 증거를 찾으려는 관찰자와 증인을 없애려는 범인의 숨바꼭질 사이로 숨어버린다. 케일에게는 확신만 있을 뿐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터너에게는 틴에이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과 침착함만 있을 뿐 완전범죄를 저지를 만한 치밀함이 없다. 당연히 초반에는 증거가 없는 케일이 불리하지만, 세 명을 상대로 잔머리를 굴리는 사악한 살인마 터너는 종국에 자승자박에 빠질 수밖에 없다.
TV용 영화 같은 소품 스릴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디스터비아>는 미국 내에서만 제작비의 네 배가 넘는 극장수입을 올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디스터비아>는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하기 때문에 팝콘영화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이창>에 담긴 깊은 의미는 순수 오락영화의 스릴로 대체됐지만, 히치콕이 모범을 보였던 서스펜스 스릴러의 원형적 쾌락은 꽤 만족스럽게 재현됐다. 고전적 스릴러에 틴무비의 발랄함을 더한 <디스터비아>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존 휴즈가 스필버그 스타일로 조화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테이킹 라이브즈 Taking Lives>로 이름을 알린 D.J. 카루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샤이어 라버프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지휘하는 <이글 아이 Eagle Eye>에서 다시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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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8월 4주차 2탄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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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 - 리케의 저주> - 태국 공포영화의 한 풍경 |
등록일
2007.08.20
<사령-리케의 저주 The Victim>은 영화 속 영화와 영화밖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포영화다. 영화 속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살인사건의 현장검증 재연 배우 팅(피차나트 사카콘)은 스타를 꿈꾸는 배우 지망생이다. 완벽한 재연으로 경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팅은 어느날 미스 유니버스 출신의 스타 배우 민(아피시리 니티폰)의 살인사건 재연을 맡는다. 완벽한 재연을 위해 살인사건 현장에서 연기 연습에 몰두하던 팅은 민의 혼령과 만나게 된다. 영화 밖 이야기는 영화에서 팅 역을 맡은 여배우 메이(피차나트 사카콘)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중심이다. 태국 전통 연극의 하나로,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일종의 사회 풍자극인 리케의 여배우인 메이에게 어느날 리케 장신구의 일종인 화관이 배달되어 온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이 화관에는 저주가 깃들어 있다.
<사령-리케의 저주>는 영화 속 주인공인 팅과 영화 밖 이야기의 주인공인 메이에게 닥치는 예사스럽지 않은 사건들에 공포를 덧입힌다. 주인공이 살인사건 재연 배우라는 설정부터 기괴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혼령과 귀신, 저주가 깃든 화관 등 초현실적인 공포 코드에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과 경찰들, 욕심에 눈 먼 인간의 음모 같은 현실적인 공포 코드를 섞어놓았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공포영화에 많이 쓰이는 서늘한 음악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피,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의 세트 등이 더해진다. 또한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스릴러적인 재미도 추구한다. <사령-리케의 저주>는 이처럼 공포를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요소 덕분에 공포영화로서의 요건은 왠만큼 갖췄다. 때문에 자극적인 공포는 어지간히 느껴진다. 그러나 <사령 - 리케의 저주> 이야기 구조는 허술한 편이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가 중심인 전반부와 영화 밖 이야기가 중심인 후반부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겉돈다. 팅과 메이에게 닥친 온갖 불길한 사건들이 무섭고 놀랍기는 하지만, 왜 그녀에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건들이 나열된 것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사령-리케의 저주>는 영화 속 주인공인 팅과 영화 밖 이야기의 주인공인 메이에게 닥치는 예사스럽지 않은 사건들에 공포를 덧입힌다. 주인공이 살인사건 재연 배우라는 설정부터 기괴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혼령과 귀신, 저주가 깃든 화관 등 초현실적인 공포 코드에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과 경찰들, 욕심에 눈 먼 인간의 음모 같은 현실적인 공포 코드를 섞어놓았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공포영화에 많이 쓰이는 서늘한 음악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피,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의 세트 등이 더해진다. 또한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스릴러적인 재미도 추구한다. <사령-리케의 저주>는 이처럼 공포를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요소 덕분에 공포영화로서의 요건은 왠만큼 갖췄다. 때문에 자극적인 공포는 어지간히 느껴진다. 그러나 <사령 - 리케의 저주> 이야기 구조는 허술한 편이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가 중심인 전반부와 영화 밖 이야기가 중심인 후반부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겉돈다. 팅과 메이에게 닥친 온갖 불길한 사건들이 무섭고 놀랍기는 하지만, 왜 그녀에게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건들이 나열된 것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얼터드> - 외계 생물체를 잡아라 |
등록일
2007.08.20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숲 속, 세 남자가 총과 무기를 앞세워 숲 안쪽으로 걸음을 들여 놓는다. 야간 사냥을 나온 듯 보이는 이들이 겨냥하는 사냥감은 무엇일까? 곧 엄청난 힘으로 저항하는 포획물을 손에 넣은 세 남자. 그러나 당당했던 기운은 가시고 겁을 잔뜩 집어 먹은 모양새다. 포획물을 잡은 게 믿기지 않는 듯 당황한 이들은 차를 이들의 친구, 와이어트(아담 카우프만)의 집으로 몬다. 하지만 와이어트는 밤중에 닥친 이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잡아온 ‘짐승’은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짐승은 15년 전,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고 자신을 실험했던 이다. 놀라지 마시라. 그 포획물은 다름아닌 외계 생물체다.
어둠 깊은 숲 속에서 시작하는 <얼터드 Altered>의 첫 장면은 얼핏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숲 속 어린이 대량학살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 세 영화학도의 모습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 윗치>는 1999년 개봉과 함께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마치 기록영화를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려진 영상들이 압도적인 공포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얼터드>는 <블레어 윗치>를 공동 감독한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또 다른 스타일의 공포 스릴러. 15년 전 외계 생물체에게 납치됐던 이들이 15년 뒤, 반대로 그를 납치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납치당한 외계 생물체의 힘은 이들이 생각한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외계 생물체는 이들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공격해 오기 시작한다. 포획된 외계 생물체에 다시 포획되고만 네 젊은이. 이들의 사투 안으로 15년 전 일어난 일들과 그 시절 외계 생물체와 며칠을 함께 했던 와이어트의 비밀이 밝혀진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외계 생물체와 네 남자의 사투가 주는 긴장감이 <얼터드>의 기본 재미라면 기괴한 모양새를 한 외계 생물체, 그 자체의 매력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 기묘한 생김부터 그가 감추고 있는 초자연적 능력까지, 와이어트와의 싸움을 통해 하나 둘 베일을 벗는 외계 생물체의 신비가 영화의 재미를 돋운다. 하지만 <얼터드>가 스릴러로서 매우 튼튼한 심리 구조를 묶어두고 있는 건 아니다. 포획물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초반부의 긴장감은 곧 사그라지고 이후에 계속되는 이들의 싸움은 큰 긴장을 끌어오지 못한다.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내장을 꺼내고 배를 가르는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겐 끔찍한 영상미를 제공하지만 이런 종류에 익숙한 관객에겐 그 수준이 싱겁다. 이전 영화나 소설에선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외계 생물체를 기대했다면 이 역시 기대를 살짝 접는 게 좋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선의 외계 캐릭터, 이상의 기발한 외계 생물체는 아니니까 말이다.
어둠 깊은 숲 속에서 시작하는 <얼터드 Altered>의 첫 장면은 얼핏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숲 속 어린이 대량학살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 세 영화학도의 모습을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 윗치>는 1999년 개봉과 함께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마치 기록영화를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려진 영상들이 압도적인 공포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얼터드>는 <블레어 윗치>를 공동 감독한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또 다른 스타일의 공포 스릴러. 15년 전 외계 생물체에게 납치됐던 이들이 15년 뒤, 반대로 그를 납치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납치당한 외계 생물체의 힘은 이들이 생각한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외계 생물체는 이들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공격해 오기 시작한다. 포획된 외계 생물체에 다시 포획되고만 네 젊은이. 이들의 사투 안으로 15년 전 일어난 일들과 그 시절 외계 생물체와 며칠을 함께 했던 와이어트의 비밀이 밝혀진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외계 생물체와 네 남자의 사투가 주는 긴장감이 <얼터드>의 기본 재미라면 기괴한 모양새를 한 외계 생물체, 그 자체의 매력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 기묘한 생김부터 그가 감추고 있는 초자연적 능력까지, 와이어트와의 싸움을 통해 하나 둘 베일을 벗는 외계 생물체의 신비가 영화의 재미를 돋운다. 하지만 <얼터드>가 스릴러로서 매우 튼튼한 심리 구조를 묶어두고 있는 건 아니다. 포획물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초반부의 긴장감은 곧 사그라지고 이후에 계속되는 이들의 싸움은 큰 긴장을 끌어오지 못한다.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내장을 꺼내고 배를 가르는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겐 끔찍한 영상미를 제공하지만 이런 종류에 익숙한 관객에겐 그 수준이 싱겁다. 이전 영화나 소설에선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외계 생물체를 기대했다면 이 역시 기대를 살짝 접는 게 좋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선의 외계 캐릭터, 이상의 기발한 외계 생물체는 아니니까 말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죽어도 해피엔딩> - 죽어도 웃겨라 |
등록일
2007.08.20
칸국제영화제 여자연기상 내정 소식을 들은 영화배우 예지원(예지원)은 다음날 출국해 칸에서 레드 카펫을 밟을 생각에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지원의 행복한 상상을 산산조각내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있었으니. 바람둥이 데니스(리차드 김), 무식한 조폭 최사장(조희봉), 속물지식인 유교수(정경호), 소심한 영화감독 박감독(박노식)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지원에게 프로포즈를 해댄다. 기막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 남자들은 얼떨결에 하나씩 죽어나간다. 도대체 지원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1998년작 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Serial Lover>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결혼할 남자를 결정하기 위해 애인들을 만찬에 초대한 여자가 우연한 사고로 남자들을 몰살한다는 내용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설정과 이야기로 파리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도 그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어,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단편 <기억, 발꿈치를 들다>로 주목받은 강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어도 해피엔딩>의 이야기 구조는 기본적으로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와 동일하다. 추리소설가였던 여자 주인공이 인기 여배우로 바뀌었다는 정도가 다를 뿐. 판이한 성격과 외모, 배경의 네 남자는 '수컷의 본능'에 따라 모두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기막힌 상황 속에서 차례로 죽어나간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이런 기막힌 상황에 처한 여자 주인공이 하룻밤 동안 벌이는 일촉즉발 탈출기다.
<죽어도 해피엔딩>의 최대 장점은 단연 출연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예지원은 실명 그대로 출연, 그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마음껏 스크린에 발산하며, 임원희, 정경호, 박노식, 조희봉, 장현성, 윤주상, 리차드 김, 우현 등 다른 출연배우들의 존재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죽어도 해피엔딩>에서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의 그림자가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원작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야기 전개 탓에,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소란하고 어지럽게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이야기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1998년작 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Serial Lover>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결혼할 남자를 결정하기 위해 애인들을 만찬에 초대한 여자가 우연한 사고로 남자들을 몰살한다는 내용의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설정과 이야기로 파리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도 그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어,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단편 <기억, 발꿈치를 들다>로 주목받은 강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어도 해피엔딩>의 이야기 구조는 기본적으로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와 동일하다. 추리소설가였던 여자 주인공이 인기 여배우로 바뀌었다는 정도가 다를 뿐. 판이한 성격과 외모, 배경의 네 남자는 '수컷의 본능'에 따라 모두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기막힌 상황 속에서 차례로 죽어나간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이런 기막힌 상황에 처한 여자 주인공이 하룻밤 동안 벌이는 일촉즉발 탈출기다.
<죽어도 해피엔딩>의 최대 장점은 단연 출연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예지원은 실명 그대로 출연, 그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마음껏 스크린에 발산하며, 임원희, 정경호, 박노식, 조희봉, 장현성, 윤주상, 리차드 김, 우현 등 다른 출연배우들의 존재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죽어도 해피엔딩>에서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의 그림자가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원작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야기 전개 탓에,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소란하고 어지럽게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이야기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애프터 미드나잇> - 영화와 사랑에 대한 사색 |
등록일
2007.08.20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는 이탈리아의 토리노 영화 박물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청년이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마르티노는 박물관 지하에 보관된 오래된 영화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거의 24시간을 영화 박물관에서 보내는 마르티노가 유일하게 외부와 접촉하는 순간은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살 때뿐이다. 햄버거를 싫어하는 마르티노가 매일밤 햄버거를 사는 것은 햄버거 가게 점원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를 짝사랑하기 때문. 그런데 마르티노는 아만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붙여본 적이 없다. 한편 아만다는 차량 절도범인 엔젤(파비오 트로이아나)과 연인이다. 그러나 엔젤은 사랑의 확신을 주지 못한 채 아만다를 외롭게 만든다. 어느날 밤 아만다가 사고를 치고 가게를 도망쳐 영화 박물관으로 찾아가게 되면서 마르티노와 아만다, 엔젤의 복잡한 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탈리아 영화 <애프터 미드나잇 After Midnight>은 영화를 사랑하는 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영화와 사랑에 대한 사색을 풀어놓는 작품이다. <애프터 미드나잇>은 영화 박물관에서 일하는 열혈 영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밤마다 영화 박물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마르티노에게 영화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또 짝사랑하는 아만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지만,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수줍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때 영화는 고백의 도구가 된다. 영화와 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공존하는 모습을 <애프터 미드나잇>은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나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영화 속 영화들이다. 영화 박물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말해주듯 <애프터 미드나잇>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특히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같은 무성영화 시대 거장들의 영화와 누벨바그의 대표주자인 프랑수와 트뤼포의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드러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관객들에게는 무성영화와 누벨바그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와 소통하는 기쁨을 맛보고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애프터 미드나잇>을 보면 된다.
이탈리아 영화 <애프터 미드나잇 After Midnight>은 영화를 사랑하는 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영화와 사랑에 대한 사색을 풀어놓는 작품이다. <애프터 미드나잇>은 영화 박물관에서 일하는 열혈 영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밤마다 영화 박물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마르티노에게 영화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또 짝사랑하는 아만다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지만,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수줍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때 영화는 고백의 도구가 된다. 영화와 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공존하는 모습을 <애프터 미드나잇>은 매력적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나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영화 속 영화들이다. 영화 박물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말해주듯 <애프터 미드나잇>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특히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같은 무성영화 시대 거장들의 영화와 누벨바그의 대표주자인 프랑수와 트뤼포의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드러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관객들에게는 무성영화와 누벨바그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와 소통하는 기쁨을 맛보고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애프터 미드나잇>을 보면 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약지의 표본> - 잊고 싶은 기억을 봉인해드립니다 |
등록일
2007.08.20
음료수 공장에서 일하던 이리스(올가 쿠릴렌코)는 사고로 약지 손가락의 끝부분을 잘린 후 공장을 그만둔다. 항구 도시로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난 그녀는 표본실 조수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표본실은 사람들이 잊고 싶은 물건들을 표본으로 만들어 영원히 봉인해주는 장소. 그저 사무 보조로 알고 온 이리스는 가슴 아픈 기억에 관련된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표본실 원장(마크 베르베)는 이리스에게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선물한다. 이리스는 구두를 신으면 신을수록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고, 점점 원장을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약지의 표본 L'Annualaire>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정체를 알 수 없는 표본실 원장에게 구두 한 켤레를 선물로 받고 그에게 빠져드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이리스가 일하게 되는 표본실에는 애처로운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가득하다. 가족들이 화재로 모두 사망한 자리에서 자라난 버섯,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악보, 유일한 친구였던 새의 뼈 등이 이리스에게 건네지며 묘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표본실 원장은 나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리스의 주위를 유령처럼 맴도는 표본실 원장은 이리스와 점점 깊은 사이로 발전하지만 그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원장이 이리스의 환심을 사는 결정적인 물건은 바로 빨간 구두 한 켤레. <약지의 표본>은 동화 [빨간 구두]처럼 한 물건에 매료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리스의 모습을 통해 사랑, 집착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뚜렷한 사건 없이 몽환적인 분위기와 음산한 캐릭터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탓에 변화하는 이리스의 심리를 따라가기는 다소 버겁다. 이리스가 빨간 구두를 벗고 자신의 약지를 봉인하기 위해 표본실로 들어가는 영화의 마지막은 급작스런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어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 <약지의 표본>은 패션 모델로 유명한 올가 쿠릴렌코의 영화 데뷔작이며, 매시브 어택, 트리키와 함께 1990년대 트립합 음악계를 이끌었던 포티스헤드의 핵심멤버 베스 기븐스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약지의 표본 L'Annualaire>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정체를 알 수 없는 표본실 원장에게 구두 한 켤레를 선물로 받고 그에게 빠져드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이리스가 일하게 되는 표본실에는 애처로운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가득하다. 가족들이 화재로 모두 사망한 자리에서 자라난 버섯,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악보, 유일한 친구였던 새의 뼈 등이 이리스에게 건네지며 묘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표본실 원장은 나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리스의 주위를 유령처럼 맴도는 표본실 원장은 이리스와 점점 깊은 사이로 발전하지만 그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원장이 이리스의 환심을 사는 결정적인 물건은 바로 빨간 구두 한 켤레. <약지의 표본>은 동화 [빨간 구두]처럼 한 물건에 매료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리스의 모습을 통해 사랑, 집착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뚜렷한 사건 없이 몽환적인 분위기와 음산한 캐릭터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탓에 변화하는 이리스의 심리를 따라가기는 다소 버겁다. 이리스가 빨간 구두를 벗고 자신의 약지를 봉인하기 위해 표본실로 들어가는 영화의 마지막은 급작스런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어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 <약지의 표본>은 패션 모델로 유명한 올가 쿠릴렌코의 영화 데뷔작이며, 매시브 어택, 트리키와 함께 1990년대 트립합 음악계를 이끌었던 포티스헤드의 핵심멤버 베스 기븐스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푸른 눈의 평양 시민> - 어느 월북 미군 병사에 관하여 |
등록일
2007.08.20
한국전쟁이 휴지 상태에 접어든 지 9년이 지난 1962년, 남북간 긴장이 여전히 감돌고 있던 때 한 미국 병사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망명한다. 병사의 이름은 제임스 조셉 드레스녹. 양부모 아래서 자란 고아소년 드레스녹은 양부모의 학대를 벗어나기 위해 가출했고, 불우한 청소년기를 지나 어린 나이인 18세에 군에 입대했다. 드레스녹이 서독에서 근무하던 사이 아내는 새 남자를 만났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드레스녹은 남한으로 파병돼 비무장지대의 ‘찰리 중대 제8기병대’에 배속된다. 무단 이탈로 군사재판에 회부되기 직전 드레스녹은 죽음을 각오하고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한으로 건너간다. 월북한 미군 병사는 드레스녹이 두 번째였다. 드레스녹이 북으로 건너가기 세 달 전 래리 앨런 앱셔가 월북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드레스녹의 망명이 알려진 후 두 명의 미군 병사가 1963년 12월, 1965년 1월 비무장지대를 건넌다. 제리 웨인 패리시와 찰스 로버트 젠킨스는 이미 월북해 있던 두 병사와 합류해 북한 정부의 정치 선전에 동원된다.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북한 축구단에 대한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 The Game of Their Lives>과 북한의 매스게임에 참여한 두 소녀의 일상을 그린 <어떤 나라 A State of Mind>로 북한의 숨겨진 모습을 세상에 알린 다니엘 고든 감독이 북한에 관한 세 번째 다큐멘터리로 선택한 소재는 월북 미군병사 드레스녹이다. 이전 두 다큐멘터리가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다 특정 인물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작품이었듯 <푸른 눈의 평양 시민 Crossing the Line> 역시 북한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드레스녹이라는 특정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드레스녹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달되고, 여기에 드레스녹의 고향 친구, 부대 상사 등의 진술이 첨가된다. 감독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터뷰 내용과 보존문서, 필름 자료 들을 활용해 드레스녹과 세 미군 병사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이전 두 작품에 비해 도드라지지만, 다니엘 고든 감독은 변함 없이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한다.
다큐멘터리는 드레스녹의 인터뷰를 토대로 연대기를 따른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방황을 지나 드레스녹은 북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북한에서 만난 다른 세 미군 병사와 함께 드레스녹은 정치 선전에 가담하기도 하고, 영화배우가 되기도 하며, 한 명의 가장이 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5년 아내를 따라 일본행을 택한 젠킨스와 드레스녹의 대립구도다. 드레스녹은 북한에서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고, 젠킨스는 일본으로 떠난 후 북한에서의 삶이 지옥 같았다고 주장한다. 감독은 접근의 용이성 때문에 드레스녹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기는 하지만 누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월북 병사들의 아내들에 관한 소문도 단지 전하기만 할 뿐 사실 판단에 대한 의도는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에서 살았다면 영화배우가 될 수도 없었을 테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수도 없었을 것이며, 주말에 아이들과 볼링을 치며 여유롭게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드레스녹의 이야기 속에는 이데올로기의 대립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우선시된다. <푸른 눈의 평양 시민>이 질문하는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북한 축구단에 대한 다큐멘터리 <천리마 축구단 The Game of Their Lives>과 북한의 매스게임에 참여한 두 소녀의 일상을 그린 <어떤 나라 A State of Mind>로 북한의 숨겨진 모습을 세상에 알린 다니엘 고든 감독이 북한에 관한 세 번째 다큐멘터리로 선택한 소재는 월북 미군병사 드레스녹이다. 이전 두 다큐멘터리가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다 특정 인물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작품이었듯 <푸른 눈의 평양 시민 Crossing the Line> 역시 북한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드레스녹이라는 특정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드레스녹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달되고, 여기에 드레스녹의 고향 친구, 부대 상사 등의 진술이 첨가된다. 감독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터뷰 내용과 보존문서, 필름 자료 들을 활용해 드레스녹과 세 미군 병사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이전 두 작품에 비해 도드라지지만, 다니엘 고든 감독은 변함 없이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한다.
다큐멘터리는 드레스녹의 인터뷰를 토대로 연대기를 따른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방황을 지나 드레스녹은 북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북한에서 만난 다른 세 미군 병사와 함께 드레스녹은 정치 선전에 가담하기도 하고, 영화배우가 되기도 하며, 한 명의 가장이 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5년 아내를 따라 일본행을 택한 젠킨스와 드레스녹의 대립구도다. 드레스녹은 북한에서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고, 젠킨스는 일본으로 떠난 후 북한에서의 삶이 지옥 같았다고 주장한다. 감독은 접근의 용이성 때문에 드레스녹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기는 하지만 누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월북 병사들의 아내들에 관한 소문도 단지 전하기만 할 뿐 사실 판단에 대한 의도는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에서 살았다면 영화배우가 될 수도 없었을 테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수도 없었을 것이며, 주말에 아이들과 볼링을 치며 여유롭게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드레스녹의 이야기 속에는 이데올로기의 대립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우선시된다. <푸른 눈의 평양 시민>이 질문하는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관타나모로 가는 길> -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실화 다큐 |
등록일
2007.08.20
2001년 9월 영국 팁튼에 사는 네 명의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 아시프, 루엘, 샤피크, 모니르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파키스탄에 도착한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는커녕 도착한 후 얼마되지 않아 한 명은 실종되고 나머지 세 명은 미군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미군은 이들을 국제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단정하고 끊임없는 고문과 심문을 이어간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라치, 칸다하르, 카불, 쿤두즈, 쉐버간에 이어 관타나모로 끌려간 이들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며 2년여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를 만들지만 특별히 정치색을 띤 작품들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영국 감독이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아프가니스탄 난민 캠프를 탈출한 소년의 행로를 담은 로드무비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에 이어 다시 한번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에 눈을 돌려 <관타나모로 가는 길 The Road to Guantanamo>를 선보였다. 2003년 <인 디스 월드>로 200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마이클 윈터바텀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세 명의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들이 테러리스트로 오인받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후 혐의를 벗고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을 고발한 세미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세 청년의 여정을 배우들을 통해 재현해내는 동시에 실제 인물인 아시프, 루엘, 사피크의 인터뷰와 뉴스 화면을 중간중간 삽입하는 형식을 취한다. 영화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 풍경부터 미군들이 포로들에게 행하는 고문과 인권유린의 실태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웬만하면 이슬람인들을 9.11 테러와 연관시키는 미국의 편협한 태도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관타나모와 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마이클 윈터버텀의 의도대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과 관타나모 같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고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때만 해도 우리에게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은 남의 나라 일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 여가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제 우리 자신의 일이 되어 버렸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먼나라 일처럼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를 만들지만 특별히 정치색을 띤 작품들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영국 감독이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아프가니스탄 난민 캠프를 탈출한 소년의 행로를 담은 로드무비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에 이어 다시 한번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에 눈을 돌려 <관타나모로 가는 길 The Road to Guantanamo>를 선보였다. 2003년 <인 디스 월드>로 200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마이클 윈터바텀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세 명의 파키스탄계 영국인 청년들이 테러리스트로 오인받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후 혐의를 벗고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을 고발한 세미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세 청년의 여정을 배우들을 통해 재현해내는 동시에 실제 인물인 아시프, 루엘, 사피크의 인터뷰와 뉴스 화면을 중간중간 삽입하는 형식을 취한다. 영화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 풍경부터 미군들이 포로들에게 행하는 고문과 인권유린의 실태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웬만하면 이슬람인들을 9.11 테러와 연관시키는 미국의 편협한 태도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관타나모와 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마이클 윈터버텀의 의도대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과 관타나모 같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2006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고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때만 해도 우리에게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은 남의 나라 일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 여가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제 우리 자신의 일이 되어 버렸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먼나라 일처럼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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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8월 4주차 1탄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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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 원작은 가고 제목만 남았다 |
등록일
2007.08.20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와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의 김원희가 만났다. <가문의 위기> 시리즈의 2, 3편에 등장했던 임형준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에 출연했던 권오중과 이한위는 우정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임영성 감독은 <무영검>의 조감독 출신이다. 나열된 영화들은 모두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가 <가문의 영광> 시리즈나 <누가 그녀와 잤을까?>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코미디영화라는 의미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관객의 예측에 정확히 부응하는 영화다. 영화의 첫 시퀀스만 봐도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물론 결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 서울에서 흥신소를 하는 전직 ‘선수’ 덕근(정준호)은 아버지가 진 1억 원의 빚 때문에 시달리는 중이다. 마침 25년 전에 잃어버린 딸을 찾겠다며 한 노파가 거액을 들고 덕근을 찾는다. 노파가 내민 사진 속 여자만 찾으면 덕근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속 여자를 찾아 바닷가 마을 물건리에 도착한 덕근은 의사를 가장한 채 15세에 딸 옥희(고은아)를 낳고 15년간 독수공방하고 있는 혜주(김원희)의 사랑방에 거처를 정한다. 정작 사진 속 여자가 혜주라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 덕근은 사진을 잃어버린 후 여자 찾기를 포기하고 작전을 수정해 혜주의 통장에 있는 1억 원을 빼돌리려 한다. 1차원적인 잔머리로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허점 많은 혜주에게도 전혀 안 통하는 일. 게다가 오랫동안 혜주를 짝사랑해온 마을 청년회장 성칠(임형준)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비밀번호 알아내기를 실패하자 다시 사기 결혼 작전에 돌입한 덕근은 모녀의 애정공세 속에서 조금씩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다. 죽은 옥희 아버지의 친구이자 큰외삼촌의 친구인 사랑방 손님은 점잖은 마을 학교 교사에서 돈만 밝히는 음흉한 ‘선수’로 변했고, 수줍은 어머니는 무식하고 엉뚱한 푼수로 탈바꿈했다. 유치원생인 옥희는 이팔청춘 중학생이 돼 한 남자를 놓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원작의 인물들만 따 와서 변형시켰을 뿐 원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패러디했다기보다는 단지 인물 구도만을 따왔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영화는 오로지 이미 정해진 결말만을 향해 달려간다. 과정은 너무나 분명하다. 혜주는 덕근이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라는 점에 혹해 결혼을 결심하고, 덕근은 오로지 돈을 빼내는 데에만 열중하지만 그렇다고 혜주와 옥희를 악랄하게 배신하지는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전후관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매순간의 행동에만 열중한다. 이야기의 웃음은 없고 행동의 웃음만 남는다는 의미다. 김원희, 정준호, 임형준, 이한위 등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예전의 캐릭터를 느슨하게 반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시나리오의 문제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연기력도 연출력이나 시나리오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관객의 예측에 정확히 부응하는 영화다. 영화의 첫 시퀀스만 봐도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물론 결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 서울에서 흥신소를 하는 전직 ‘선수’ 덕근(정준호)은 아버지가 진 1억 원의 빚 때문에 시달리는 중이다. 마침 25년 전에 잃어버린 딸을 찾겠다며 한 노파가 거액을 들고 덕근을 찾는다. 노파가 내민 사진 속 여자만 찾으면 덕근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속 여자를 찾아 바닷가 마을 물건리에 도착한 덕근은 의사를 가장한 채 15세에 딸 옥희(고은아)를 낳고 15년간 독수공방하고 있는 혜주(김원희)의 사랑방에 거처를 정한다. 정작 사진 속 여자가 혜주라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 덕근은 사진을 잃어버린 후 여자 찾기를 포기하고 작전을 수정해 혜주의 통장에 있는 1억 원을 빼돌리려 한다. 1차원적인 잔머리로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허점 많은 혜주에게도 전혀 안 통하는 일. 게다가 오랫동안 혜주를 짝사랑해온 마을 청년회장 성칠(임형준)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비밀번호 알아내기를 실패하자 다시 사기 결혼 작전에 돌입한 덕근은 모녀의 애정공세 속에서 조금씩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한 코미디영화다. 죽은 옥희 아버지의 친구이자 큰외삼촌의 친구인 사랑방 손님은 점잖은 마을 학교 교사에서 돈만 밝히는 음흉한 ‘선수’로 변했고, 수줍은 어머니는 무식하고 엉뚱한 푼수로 탈바꿈했다. 유치원생인 옥희는 이팔청춘 중학생이 돼 한 남자를 놓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원작의 인물들만 따 와서 변형시켰을 뿐 원작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패러디했다기보다는 단지 인물 구도만을 따왔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영화는 오로지 이미 정해진 결말만을 향해 달려간다. 과정은 너무나 분명하다. 혜주는 덕근이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라는 점에 혹해 결혼을 결심하고, 덕근은 오로지 돈을 빼내는 데에만 열중하지만 그렇다고 혜주와 옥희를 악랄하게 배신하지는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전후관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매순간의 행동에만 열중한다. 이야기의 웃음은 없고 행동의 웃음만 남는다는 의미다. 김원희, 정준호, 임형준, 이한위 등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예전의 캐릭터를 느슨하게 반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시나리오의 문제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연기력도 연출력이나 시나리오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펄스> - 다시 찾아온 저주 바이러스 |
등록일
2007.08.20
여대생 매티(크리스틴 벨)은 남자친구인 조쉬(조나단 터커)의 자살을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얼마 후 매티와 그의 친구들은 죽은 조쉬로부터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급기야 친구들이 조쉬처럼 하나 둘씩 자살하자, 매티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쉬의 집을 찾는다. 한편 집주인이 처분한 조쉬의 컴퓨터를 중고시장에서 사게 된 덱스터(이안 소머할더)는 컴퓨터 화면에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다. 덱스터는 이것이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는 저주 바이러스이며 컴퓨터, 휴대폰 등의 통신장비를 타고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덱스터는 매티를 만나 저주 바이러스를 막아보려 하지만 자신의 힘이 역부족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펄스 Pulse>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회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원래 <스크림 Scream>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의 웨스 크레이븐이 연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고, CF 감독 출신인 짐 손제로가 메가폰을 잡게 됐다. <펄스>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죽음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지옥으로 바뀌고 두 남녀는 이 바이러스를 피해 외딴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두 영화는 공포 연출방법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인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는 자살, 세상의 종말 등의 이야기에 다루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리메이크작 <펄스>는 유령의 갑작스런 출몰이라는 ‘깜짝 공포’에 방점을 찍는다. 또한 <회로>는 힘겹게 살아남은 두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 외로움 등을 다뤘지만 <펄스>는 인터넷, 휴대폰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펄스>는 공포 바이러스로부터 시종일관 쫓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에 담으며 의자를 들썩거릴 정도의 무서움을 주지만 영화가 끝나고 났을 때 원작만큼의 섬뜩한 여운은 남기지 못한다. 미국 ABC드라마 <로스트 Lost>에 출연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안 소머할더가 매티와 함께 통신장비를 차단하려 하는 덱스터 역을 맡았다.
<펄스 Pulse>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회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원래 <스크림 Scream>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의 웨스 크레이븐이 연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고, CF 감독 출신인 짐 손제로가 메가폰을 잡게 됐다. <펄스>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죽음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지옥으로 바뀌고 두 남녀는 이 바이러스를 피해 외딴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두 영화는 공포 연출방법에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인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는 자살, 세상의 종말 등의 이야기에 다루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지만, 리메이크작 <펄스>는 유령의 갑작스런 출몰이라는 ‘깜짝 공포’에 방점을 찍는다. 또한 <회로>는 힘겹게 살아남은 두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 외로움 등을 다뤘지만 <펄스>는 인터넷, 휴대폰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펄스>는 공포 바이러스로부터 시종일관 쫓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에 담으며 의자를 들썩거릴 정도의 무서움을 주지만 영화가 끝나고 났을 때 원작만큼의 섬뜩한 여운은 남기지 못한다. 미국 ABC드라마 <로스트 Lost>에 출연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안 소머할더가 매티와 함께 통신장비를 차단하려 하는 덱스터 역을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심슨가족, 더 무비>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등록일
2007.08.20
호머 심슨 가족은 스프링필드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리사 심슨은 오염이 극에 달한 스프링필드 호수 보호 운동을 펼치지만, 호머와 그의 돼지 '스파이더 피그' 덕분에 리사의 노력은 100% 물거품이 된다. 미 정부는 스프링필드 전역을 커다란 돔으로 봉쇄하고, 분노한 스프링필드 시민들은 '공적' 호머 심슨 가족을 심판하려 한다. 어렵사리 스프링필드를 탈출하여 지상낙원 알래스카로 자리를 옮긴 호머 심슨 가족. 너무나 평안한 삶이지만,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양 불편하기만 하다.
182센티미터 키에 108킬로 몸무게. 더럽고 게으르며 책임감 따위는 애초에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가장 호머 심슨이 돌아왔다. 영웅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호머 심슨은 이들과는 180도 정반대에 위치한 안티 히어로, 아니 루저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주로 코믹스의 전지전능한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통해 대리만족했던 것처럼, 전세계의 범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덜' 떨어진 호머 심슨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무려 20년의 시간 동안 TV 시리즈 <심슨 가족>이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는 지난 1987년 시작되어 18시즌에 걸쳐 현재도 미국 폭스TV를 통해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The Simpsons>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애정의 조건 The Terms of Endearment>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의 제임스 L. 브룩스와 리차드 사카이 등 제작자 이외에도 만화가 맷 그로닝, <몬스터 주식회사 The Monster, Inc.>의 데이비드 실버맨 등 <심슨가족>의 오리지널 멤버가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캐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해리 쉬어러, 행크 아자리아 등 반가운 성우진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며, 톰 행크스, 알버트 브룩스, 조 만테냐, 그린 데이즈 등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은 극장판을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준다.
무려 16명의 일급 작가가 달라붙은 <심슨가족, 더 무비>의 각본은 기존 TV 시리즈의 장점 하에 영화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갖춘다. TV 시리즈 특유의 독설과 패러디는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아놀드 슈왈츠네거 미국 대통령은 무지하기 짝이 없고, 환경단체 EPA의 수장 러스 카킬은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다. 영화 중간 매주 수요일 폭스 TV에서 <심슨 가족>이 방영된다는 띠 광고가 나오며, TV 방영 시간을 고려해 살짝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또한 호머 심슨은 (20분 러닝타임의 TV시리즈보다는) 좀 더 더 큰 위기 상황에 처하고, 스프링필드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대장정을 벌인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풀어가는 미 정부의 방식은 음모이론의 그것이다.
맷 그로닝은 "도대체 TV 시리즈를 극장에 돈 내고 보러 오는 바보가 누구야?"라는 말을 호머 심슨의 입을 빌어 하지만, <심슨가족, 더 무비>는 그보다는 훨씬 영리하고 정교한 영화다. 정교한 3D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21세기에, 밋밋한 2D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다름 아닌 <심슨가족, 더 무비>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82센티미터 키에 108킬로 몸무게. 더럽고 게으르며 책임감 따위는 애초에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가장 호머 심슨이 돌아왔다. 영웅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호머 심슨은 이들과는 180도 정반대에 위치한 안티 히어로, 아니 루저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주로 코믹스의 전지전능한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통해 대리만족했던 것처럼, 전세계의 범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덜' 떨어진 호머 심슨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무려 20년의 시간 동안 TV 시리즈 <심슨 가족>이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는 지난 1987년 시작되어 18시즌에 걸쳐 현재도 미국 폭스TV를 통해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The Simpsons>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애정의 조건 The Terms of Endearment>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의 제임스 L. 브룩스와 리차드 사카이 등 제작자 이외에도 만화가 맷 그로닝, <몬스터 주식회사 The Monster, Inc.>의 데이비드 실버맨 등 <심슨가족>의 오리지널 멤버가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댄 카스텔라네타, 줄리 캐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해리 쉬어러, 행크 아자리아 등 반가운 성우진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며, 톰 행크스, 알버트 브룩스, 조 만테냐, 그린 데이즈 등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들은 극장판을 위해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준다.
무려 16명의 일급 작가가 달라붙은 <심슨가족, 더 무비>의 각본은 기존 TV 시리즈의 장점 하에 영화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갖춘다. TV 시리즈 특유의 독설과 패러디는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아놀드 슈왈츠네거 미국 대통령은 무지하기 짝이 없고, 환경단체 EPA의 수장 러스 카킬은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다. 영화 중간 매주 수요일 폭스 TV에서 <심슨 가족>이 방영된다는 띠 광고가 나오며, TV 방영 시간을 고려해 살짝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또한 호머 심슨은 (20분 러닝타임의 TV시리즈보다는) 좀 더 더 큰 위기 상황에 처하고, 스프링필드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대장정을 벌인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풀어가는 미 정부의 방식은 음모이론의 그것이다.
맷 그로닝은 "도대체 TV 시리즈를 극장에 돈 내고 보러 오는 바보가 누구야?"라는 말을 호머 심슨의 입을 빌어 하지만, <심슨가족, 더 무비>는 그보다는 훨씬 영리하고 정교한 영화다. 정교한 3D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21세기에, 밋밋한 2D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다름 아닌 <심슨가족, 더 무비>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두사람이다> - 내 안에 자라는 두 사람 |
등록일
2007.08.20
펜싱을 전공하는 여고생 가인(윤진서)은 행복하다. 펜싱 실력은 쑥쑥 늘고, 곁엔 자신만 바라보는 의대생 남자친구 현중(이기우)이 있다. 게다가 화목한 가족까지. 하지만 가인의 ‘그림 같이 행복한 나날’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고 만다. 첫째 고모의 결혼식 날이 바로 불행이 움트기 시작한 날. 첫째 고모는 결혼식장에서 정혼자에게 떠밀려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그 날 막내 고모(서유정)는 첫째 고모를 무참히 살해한다. 마침 막내 고모의 범행을 우연찮게 목격하게 된 가인. 그녀는 이후 끔찍한 경험을 연거푸 하게 된다. 같은 반 친구부터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가인을 둘러싼 사람들이 가인의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가인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섬뜩한 소문의 주인공인 석민(박기웅)이 다가온다. 그는 가인에게 '네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말라'는 의문을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두사람이다>는 2001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한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주변에 자신을 죽이려는 ‘두 사람’이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집안의 오랜 저주’를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인 원작과 영화는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기본 구성과 몇몇 사건 에피소드는 쏙 빼 닮은 듯 그대로 전개된다. 하지만 가인을 향한 계속되는 살인 시도가 집안의 저주와 원혼에 바탕을 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이중적인 면에 더 집중한다. 질투와 분노, 의심과 이기심, 자존심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이 상처 입을 때 원작 속 ‘구렁이 저주’보다 더 무서운 원한으로 자랄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영화 곳곳에 원한 관계로 이루어진 살인사건 뉴스들을 자잘하게 박아 넣은 것은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영화의 이러한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 심리의 저편에서 답을 찾는 영화는 가인과 현중, 석민을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옮겨내지 못한다. 가인에게 계속되는 ‘살인 협박’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내밀한 심리 묘사가 들어있지 않다. 덕분에 <두사람이다>의 공포는 가인을 죽이려는 ‘무차별적 공격’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이다>가 공포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각각의 공포 장면은 여느 공포영화에서 이미 오랫동안 봐온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 있지 않다. 때문에 피를 한 동이씩 쏟아내는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눈 뜨고 보기에 끔찍하긴 하지만 영화적인 공포감을 조성해내지는 못한다. 원작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사건들의 핵심 원인을 바꾼 탓에 영화 말미에 밝혀지는 사건의 ‘이유’로는 가인에게 집중되는 살해 위협은 물론, 오랜 기간 가인의 집안을 거쳐온 숱한 살인 사건들이 말끔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두사람이다>가 풀어야 할 숙제다.
<두사람이다>는 2001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한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주변에 자신을 죽이려는 ‘두 사람’이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집안의 오랜 저주’를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인 원작과 영화는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기본 구성과 몇몇 사건 에피소드는 쏙 빼 닮은 듯 그대로 전개된다. 하지만 가인을 향한 계속되는 살인 시도가 집안의 저주와 원혼에 바탕을 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이중적인 면에 더 집중한다. 질투와 분노, 의심과 이기심, 자존심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이 상처 입을 때 원작 속 ‘구렁이 저주’보다 더 무서운 원한으로 자랄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영화 곳곳에 원한 관계로 이루어진 살인사건 뉴스들을 자잘하게 박아 넣은 것은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영화의 이러한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 심리의 저편에서 답을 찾는 영화는 가인과 현중, 석민을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제대로 옮겨내지 못한다. 가인에게 계속되는 ‘살인 협박’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내밀한 심리 묘사가 들어있지 않다. 덕분에 <두사람이다>의 공포는 가인을 죽이려는 ‘무차별적 공격’에 놀라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이다>가 공포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각각의 공포 장면은 여느 공포영화에서 이미 오랫동안 봐온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 있지 않다. 때문에 피를 한 동이씩 쏟아내는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눈 뜨고 보기에 끔찍하긴 하지만 영화적인 공포감을 조성해내지는 못한다. 원작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사건들의 핵심 원인을 바꾼 탓에 영화 말미에 밝혀지는 사건의 ‘이유’로는 가인에게 집중되는 살해 위협은 물론, 오랜 기간 가인의 집안을 거쳐온 숱한 살인 사건들이 말끔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두사람이다>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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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8월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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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광장> - 가짜 선생님,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다 |
등록일
2007.08.13
섬마을 출신인 공영탄(임창정)이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번화한 서울 모습에 감탄하고 있던 그는 소매치기에게 가방을 뺏기고 오히려 경찰서에 잡혀오는 불운을 겪는다. 그는 ‘교육대’라는 말에 솔깃해 스스로 삼청교육대에 들어가고 모진 훈련을 받으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송 도중 우연히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 공영탄은 휴전선 근처의 한 마을까지 흘러 들어간다. 이장(임현식)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공영탄을 새로 부임할 예정인 선생님으로 착각한다. 공영탄은 아직 삼청교육대에서 졸업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그를 교단에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공영탄은 이장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가 은밀한 만남을 갖는 것을 목격하고 이들의 관계를 조금씩 추궁해나가기 시작한다.
<만남의 광장>은 휴전선으로 남과 북이 갈린 한 마을에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이 가짜 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영화는 영문도 모른 채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을을 무대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1980년대의 사회적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 주인공 공영탄은 선생님을 꿈꾸며 삼청’교육대’에 자진 입소한다. 강원도 산골 마을의 주민들은 이런 공영탄을 교육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으로 극진히 모시게 된다. 청솔리 마을의 특이점은 분단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기나긴 땅굴을 만들어 남몰래 내통한다는 것이다. 공영탄은 청솔리 마을에 머물면 머물수록 수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고, 영화는 이러한 비밀을 감추고자 고군분투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임창정을 비롯 임현식, 김수미 등의 코믹연기는 기존 출연작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식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강원도의 순박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강도 높은 욕설 및 성적 농담이 흥건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남의 광장>의 이런 빈틈을 매워 주는 것은 바로 진짜 선생님으로 출연하는 류승범의 카메오 연기. 류승범은 지뢰를 밟아 ‘죽도록 고생하는’ 진짜 선생님 장근을 맡아 감초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낸다. <만남의 광장>은 분단을 소재로 아기자기한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이산가족의 설움과 비애, 통일 문제에 대한 접근은 깊이 있게 이뤄지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만남의 광장>은 <위대한 유산> <조폭마누라>의 조감독 출신인 김종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만남의 광장>은 휴전선으로 남과 북이 갈린 한 마을에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이 가짜 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영화는 영문도 모른 채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을을 무대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1980년대의 사회적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 주인공 공영탄은 선생님을 꿈꾸며 삼청’교육대’에 자진 입소한다. 강원도 산골 마을의 주민들은 이런 공영탄을 교육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으로 극진히 모시게 된다. 청솔리 마을의 특이점은 분단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기나긴 땅굴을 만들어 남몰래 내통한다는 것이다. 공영탄은 청솔리 마을에 머물면 머물수록 수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고, 영화는 이러한 비밀을 감추고자 고군분투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임창정을 비롯 임현식, 김수미 등의 코믹연기는 기존 출연작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식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강원도의 순박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만 강도 높은 욕설 및 성적 농담이 흥건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남의 광장>의 이런 빈틈을 매워 주는 것은 바로 진짜 선생님으로 출연하는 류승범의 카메오 연기. 류승범은 지뢰를 밟아 ‘죽도록 고생하는’ 진짜 선생님 장근을 맡아 감초연기를 톡톡히 소화해낸다. <만남의 광장>은 분단을 소재로 아기자기한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이산가족의 설움과 비애, 통일 문제에 대한 접근은 깊이 있게 이뤄지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만남의 광장>은 <위대한 유산> <조폭마누라>의 조감독 출신인 김종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조디악> - '그'를 찾아서 |
등록일
2007.08.13
1969년 7월 4일 캘리포니아. 모두가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느라 정신이 없는 이때, 두 남녀가 으슥한 숲 속에서 차를 세워놓고 달콤한 불륜을 시작한다. 갑자기 자동차가 그들에게 다가와 범퍼 뒤에 댄다. 여자는 혹시라도 자신의 남편이 불륜 현장을 찾아온 것은 아닐까 긴장한다. 조용히 검은 그림자가 운전석 쪽으로 다가오고, 순식간에 권총을 이들에게 난사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을 공포에 밀어 넣는 연쇄살인범 ‘조디악’은 이렇게 탄생한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 룸 The Panic Room>이후 데이비드 핀쳐가 5년만에 연출한 <조디악 Zodiac>은 얼핏 그의 출세작인 <세븐 Se7en>을 떠올리게 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살인범 조디악은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신문사에 ‘별자리(zodiac)’ 암호로 쓰여진 편지를 보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조디악에 매혹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작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큰 사건은 귀신같이 냄새를 맡는 특종 전문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쥬니어), 샌프란시스코 강력계 형사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안소니 에드워즈). 이렇게 네 사람은 전혀 실체를 알 수 없는 ‘조디악’의 뒤를 쫓는다. 이는 <세븐>에서 일곱 가지 대죄를 운운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존 도와 그를 쫓는 밀즈와 서머셋 형사의 구도와 유사한 부분. 제임스 밴더빌트의 시나리오에 데이비드 핀쳐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랜 취재와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탓에, <조디악>은 범죄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종결의 순간을 철저히 고증에 기초하여 실제에 가깝게 묘사한다. 범죄가 시작되는 1969년부터 연쇄살인범의 실체에 접근하는 1991년까지 영화는 23년의 시간을 쉴새 없이 달린다. ‘며칠 후 샌프란시스코,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발레르소, 몇 년후 캐나다 온타리오’ 등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충실한 캡션은 극의 긴박감을 극대화시키는 데 일조하지만, 역설적으로 2시간 38분 내내 한 방향으로만 우직하게 나아가다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게 하기도 한다. 제임스 그레이스미스 역의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합격점을 받았다. ‘브로크백 보이’의 이미지를 뒤로 하고 제이크 질렌할은 조디악의 존재에 그의 인생의 수를 던지는 남자의 역할에 잘 어울린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 룸 The Panic Room>이후 데이비드 핀쳐가 5년만에 연출한 <조디악 Zodiac>은 얼핏 그의 출세작인 <세븐 Se7en>을 떠올리게 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살인범 조디악은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신문사에 ‘별자리(zodiac)’ 암호로 쓰여진 편지를 보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조디악에 매혹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작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큰 사건은 귀신같이 냄새를 맡는 특종 전문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쥬니어), 샌프란시스코 강력계 형사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와 윌리엄 암스트롱(안소니 에드워즈). 이렇게 네 사람은 전혀 실체를 알 수 없는 ‘조디악’의 뒤를 쫓는다. 이는 <세븐>에서 일곱 가지 대죄를 운운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존 도와 그를 쫓는 밀즈와 서머셋 형사의 구도와 유사한 부분. 제임스 밴더빌트의 시나리오에 데이비드 핀쳐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랜 취재와 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탓에, <조디악>은 범죄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종결의 순간을 철저히 고증에 기초하여 실제에 가깝게 묘사한다. 범죄가 시작되는 1969년부터 연쇄살인범의 실체에 접근하는 1991년까지 영화는 23년의 시간을 쉴새 없이 달린다. ‘며칠 후 샌프란시스코,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발레르소, 몇 년후 캐나다 온타리오’ 등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충실한 캡션은 극의 긴박감을 극대화시키는 데 일조하지만, 역설적으로 2시간 38분 내내 한 방향으로만 우직하게 나아가다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게 하기도 한다. 제임스 그레이스미스 역의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합격점을 받았다. ‘브로크백 보이’의 이미지를 뒤로 하고 제이크 질렌할은 조디악의 존재에 그의 인생의 수를 던지는 남자의 역할에 잘 어울린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 휴가 떠난 미스터 빈 |
등록일
2007.08.13
영국신사 미스터 빈이 휴가를 떠난다. 세계적인 영화 축제가 열리는 프랑스의 칸이 바로 미스터 빈의 휴가지다. 런던의 한 교회 행사에서 당첨된 칸 여행권과 캠코더를 가지고 미스터 빈은 기쁜 마음으로 파리행 유로스타에 몸을 싣는다. 런던에서 파리를 거쳐 칸까지 가는 동안 미스터 빈은 눈 앞에서 기차를 놓치고, 여권과 기차표를 분실하며, 유괴범으로 몰리고, 아름다운 신인 여배우의 차를 얻어타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다.
영국 BBC-TV의 시리즈물로 영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미스터 빈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옮겨낸 1997년작 <빈 Bean>은 당시 전세계적으로 2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관객들의 웃음을 훔쳐냈다. TV 시리즈와 영화 <빈>이 미스터 빈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특별한 사건을 일으키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다면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Mr. Bean's Holiday>는 미스터 빈이 여행 중에 벌이는 소동을 그려낸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내기 일쑤인 미스터 빈이 여행을 떠났으니 오죽하랴?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는데다 여권과 기차표를 잃어버리기까기 여행지에서 일어날 법한 모든 재앙이 미스터 빈에게 닥친다. 그러나 재앙만 있는 건 아니다. 비록 유괴범으로 몰리긴 하지만 유명 러시아 감독의 아들과 동행하고, 신인 여배우의 차를 얻어타는 등 여행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친구 사귐의 즐거움도 만끽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로 인기를 끈 로완 앳킨슨은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도 특유의 슬랩스틱을 마음껏 활용한다. 거의 대사가 없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는 로완 앳킨슨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완 앳킨슨의 몸언어에 절대적으로 기대 웃음을 이끌어낸다. 한여름에 초겨울용 정장을 걸친 채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고, 화장실에 갇혀서 발버둥치며, 거리에서 벌이는 즉흥 공연까지 로완 앳킨슨은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펼쳐보이며 관객들을 웃음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러나 이 웃음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는 양분되는 편. "영리한 컨셉과 창조적인 대본, 놀라운 즉흥 연기 등은 이 영화를 즐길 만한 코미디로 탈바꿈시킨다" "고전 무성영화의 매력을 살려낸 유쾌하고 즐거운 코미디"라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10년 전에나 먹힐 법한 익살과 농담으로 지루함을 선사할 뿐" "시종일관 산만하고 시시하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영국 BBC-TV의 시리즈물로 영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미스터 빈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옮겨낸 1997년작 <빈 Bean>은 당시 전세계적으로 2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관객들의 웃음을 훔쳐냈다. TV 시리즈와 영화 <빈>이 미스터 빈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특별한 사건을 일으키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다면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 Mr. Bean's Holiday>는 미스터 빈이 여행 중에 벌이는 소동을 그려낸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내기 일쑤인 미스터 빈이 여행을 떠났으니 오죽하랴?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는데다 여권과 기차표를 잃어버리기까기 여행지에서 일어날 법한 모든 재앙이 미스터 빈에게 닥친다. 그러나 재앙만 있는 건 아니다. 비록 유괴범으로 몰리긴 하지만 유명 러시아 감독의 아들과 동행하고, 신인 여배우의 차를 얻어타는 등 여행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친구 사귐의 즐거움도 만끽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로 인기를 끈 로완 앳킨슨은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도 특유의 슬랩스틱을 마음껏 활용한다. 거의 대사가 없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는 로완 앳킨슨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완 앳킨슨의 몸언어에 절대적으로 기대 웃음을 이끌어낸다. 한여름에 초겨울용 정장을 걸친 채 땡볕 아래 자전거를 타고, 화장실에 갇혀서 발버둥치며, 거리에서 벌이는 즉흥 공연까지 로완 앳킨슨은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펼쳐보이며 관객들을 웃음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러나 이 웃음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는 양분되는 편. "영리한 컨셉과 창조적인 대본, 놀라운 즉흥 연기 등은 이 영화를 즐길 만한 코미디로 탈바꿈시킨다" "고전 무성영화의 매력을 살려낸 유쾌하고 즐거운 코미디"라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10년 전에나 먹힐 법한 익살과 농담으로 지루함을 선사할 뿐" "시종일관 산만하고 시시하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썸머 스톰> - 그 여름, 유쾌한 성장기 |
등록일
2007.08.13
청춘과 여름은 닮은 꼴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와 그 아래 싱그럽게 빛나는 신록이 청춘의 열정과 빼 닮았다면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를 폭풍은 청춘의 불완전함과 엇비슷하다. 미래에 대한 꿈과 사랑으로 머릿속이 가득한 10대의 끝자락. 모두가 장래의 꿈과 이성친구에 관한 문제로 골몰할 이 때, 조금 다른 성격의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다. 나는 과연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썸머 스톰 Sommersturm>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 소년의 성장기다.
토비(로버트 스타드로버)와 에힘(코스챠 울만)은 둘도 없는 단짝. 학교 내 같은 조정팀에서 노를 젓는 둘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로 단체 합숙훈련을 떠나게 된 두 사람. 그들은 그곳에서 여학생으로 구성된 또 다른 조정팀과 함께 하게 된다. 피 끓는 10대 소년, 소녀들이 함께 있으니 ‘애정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 결국 에힘과 여자 조정팀의 산드라가 눈이 맞고, 토비에겐 산드라의 친구 엔케가 접근해온다. 하지만 토비는 육감적인 몸매의 엔케에겐 도통 관심이 없다. 토비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에힘과 산드라의 애정 행각에만 쏠려 있다. 산드라와 함께 있는 에힘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이들은 훈련장에서 또 다른 조정팀과 만난다. ‘퀴어스트로크’란 이름을 내건 이 조정팀은 동성애자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에힘에 대한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운 토비는 이들과 만나 더욱 혼란을 느낀다.
<썸머 스톰>은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10대 청춘의 성장기를 무겁지 않은 발랄한 톤으로 그려낸다. 게이 조정팀 퀴어스트로크 멤버들의 모습에서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은 소년들의 좌충우돌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 하지만 단짝친구 에힘을 바라보는 토비의 혼란스런 감정은 그 나름대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벌이는 토비의 치열한 싸움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 공감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공감을 넘어 영화가 얼마나 진지하게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지는 의문. 간혹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포장되는 동성애자와 비동성애자의 좌충우돌이 성 정체성에 대한 소년의 치열한 고민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연출 경력을 쌓아온 신예 마르코 크레즈페인트너 감독이 잡아내는 감각적인 영상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배우, 로버트 스타드로버는 10대 청춘의 혼란을 완벽하게 묘사해낸다.
토비(로버트 스타드로버)와 에힘(코스챠 울만)은 둘도 없는 단짝. 학교 내 같은 조정팀에서 노를 젓는 둘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로 단체 합숙훈련을 떠나게 된 두 사람. 그들은 그곳에서 여학생으로 구성된 또 다른 조정팀과 함께 하게 된다. 피 끓는 10대 소년, 소녀들이 함께 있으니 ‘애정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 결국 에힘과 여자 조정팀의 산드라가 눈이 맞고, 토비에겐 산드라의 친구 엔케가 접근해온다. 하지만 토비는 육감적인 몸매의 엔케에겐 도통 관심이 없다. 토비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에힘과 산드라의 애정 행각에만 쏠려 있다. 산드라와 함께 있는 에힘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이들은 훈련장에서 또 다른 조정팀과 만난다. ‘퀴어스트로크’란 이름을 내건 이 조정팀은 동성애자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에힘에 대한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운 토비는 이들과 만나 더욱 혼란을 느낀다.
<썸머 스톰>은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10대 청춘의 성장기를 무겁지 않은 발랄한 톤으로 그려낸다. 게이 조정팀 퀴어스트로크 멤버들의 모습에서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은 소년들의 좌충우돌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 하지만 단짝친구 에힘을 바라보는 토비의 혼란스런 감정은 그 나름대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벌이는 토비의 치열한 싸움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 공감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공감을 넘어 영화가 얼마나 진지하게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지는 의문. 간혹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포장되는 동성애자와 비동성애자의 좌충우돌이 성 정체성에 대한 소년의 치열한 고민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연출 경력을 쌓아온 신예 마르코 크레즈페인트너 감독이 잡아내는 감각적인 영상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배우, 로버트 스타드로버는 10대 청춘의 혼란을 완벽하게 묘사해낸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 그들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
등록일
2007.08.13
밝고 명랑한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와 다정다감한 호텔리어 민재(박용우)는 4년 간의 연애와 3년 간의 결혼 생활을 거치면서 편안해진 커플이고, 아내에게 냉담한 워커홀릭 영준(이동건)과 차분한 성격의 조명 디자이너 소여(한채영)는 형식적으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젊은 커플이다. 패션 컨설팅 건으로 만나게 된 유나와 영준은 서로의 도발적인 면에 이끌리고, 일 때문에 홍콩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민재와 소여는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서로 엇갈린 사랑의 화살표를 갖게 된 두 커플은 위험한 관계를 이어간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 사랑')은 도발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지금 사랑>은 서로의 파트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두 커플의 연애담을 담백한 톤으로 풀어놓는다. 결혼한 이후에 운명의 상대를 만난 두 커플은 배우자 앞에서는 감추던 열정을 연애 상대에겐 솔직하게 내보이며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간다. 서로 속이고 서로 배신하며 새로운 사랑을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두 커플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는 한편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 사랑>은 네 명의 남녀 모두에게 사랑의 기쁨과 속이는 괴로움, 배신의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딜레마를 영화는 조심스럽게 풀어놓을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헤어지거나 그냥 살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일 뿐이다.
<지금 사랑>은 두 커플이 서로의 상대방에게 끌린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안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적인 상황과 감정을 드러내 폭발시키며 구질구질한 결론에 이르는 대신 감독은 안전하게 인간의 마음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을 로맨틱한 분위기와 속도감 있는 세련된 편집으로 포장해 예쁜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시킨다. <지금 사랑>의 두 커플은 엄정화와 박용우, 한채영과 이동건이 연기한다. 오랜 연애와 결혼 생활로 편안해진 관계를 유지하는 유나와 민재 커플은 30대 배우 엄정화와 박용우가 맡아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차가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젊은 부자 영준과 소여 커플은 이동건과 한채영이 맡아 30대 커플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예스터데이>를 만든 정윤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 사랑')은 도발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지금 사랑>은 서로의 파트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두 커플의 연애담을 담백한 톤으로 풀어놓는다. 결혼한 이후에 운명의 상대를 만난 두 커플은 배우자 앞에서는 감추던 열정을 연애 상대에겐 솔직하게 내보이며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간다. 서로 속이고 서로 배신하며 새로운 사랑을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두 커플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는 한편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 사랑>은 네 명의 남녀 모두에게 사랑의 기쁨과 속이는 괴로움, 배신의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딜레마를 영화는 조심스럽게 풀어놓을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헤어지거나 그냥 살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일 뿐이다.
<지금 사랑>은 두 커플이 서로의 상대방에게 끌린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안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적인 상황과 감정을 드러내 폭발시키며 구질구질한 결론에 이르는 대신 감독은 안전하게 인간의 마음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을 로맨틱한 분위기와 속도감 있는 세련된 편집으로 포장해 예쁜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시킨다. <지금 사랑>의 두 커플은 엄정화와 박용우, 한채영과 이동건이 연기한다. 오랜 연애와 결혼 생활로 편안해진 관계를 유지하는 유나와 민재 커플은 30대 배우 엄정화와 박용우가 맡아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차가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젊은 부자 영준과 소여 커플은 이동건과 한채영이 맡아 30대 커플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예스터데이>를 만든 정윤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스타더스트> - 고전 판타지의 친숙한 매력 |
등록일
2007.08.13
인간 마을에 사는 트리스탄(찰리 콕스)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연적 험프리를 물리치고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와 결혼하는 것. 힘들게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샴페인을 마련해 빅토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트리스탄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가져다 주겠다고 장담한다. 별을 가져다 주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빅토리아의 말을 듣고 인간에게 금지된 영역인 스톰홀드 왕국으로 향한 트리스탄은 스톰홀드와 인간 세계 사이의 담을 지키고 있는 노인에게 호되게 당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트리스탄의 어머니가 스톰홀드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머니가 남겨준 마법의 양초를 이용해 별이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트리스탄은 별똥별이 떨어진 곳에서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스톰홀드 왕국의 왕이 쏘아 올린 루비와 함께 떨어진 신비의 별이 바로 이베인이다. 트리스탄은 이베인을 데리고 인간 마을로 향하고, 루비를 찾는 자가 왕위를 잇는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두 명의 왕자가 루비 목걸이를 차고 있는 이베인을 추적한다. 한편 스톰홀드의 늙은 마녀 라미아(미셸 파이퍼)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이베인의 뒤를 쫓는다.
닐 게이먼이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스타더스트 Stardust>는 판타지 문학의 공식을 그대로 차용한 작품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대립을 이루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순수한 청년과 사악한 마녀, 권력에 눈이 먼 왕자가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순수 청년이 중대한 목적을 위해 길을 떠나고 그를 돕는 선한 조력자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청년을 방해하는 악한들이 교차로 나타난다. <스타더스트>는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나 <해리 포터 Harry Potter> 시리즈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는 <프린세스 브라이드 The Princess Bride>와 <라비린스 Labyrinth>에 가깝다. <스타더스트>는 어린이 관객은 물론 어른 관객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판타지 영화다. 고전적인 판타지 문학의 구조 속에서 친숙한 캐릭터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연령과 관계 없이 좋아할 만한 유머와 재미있는 마법, 순수한 로맨스가 적절한 배합으로 시선을 끌어 잡는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판타지 모험영화의 쾌감을 안겨 주고, 성인 관객에게는 어린 시절 봤던 고전 판타지 영화의 추억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스타더스트>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신인과 중견배우의 조화다. 주인공 트리스탄 역으로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찰리 콕스가 출연하고,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의 클레어 데인즈, <팩토리 걸 Factory Girl>의 시에나 밀러 등이 트리스탄의 여인들로 등장한다. 코믹한 캐릭터로 등장해 웃음을 불어넣는 마녀 라미아 역의 미셸 파이퍼와 캡틴 셰익스피어 역의 로버트 드 니로는 평소의 모습과 다른 연기로 눈길을 끈다. 피터 오툴과 루퍼트 에버렛 등의 단역 출연도 작품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하지만 가장 유쾌한 웃음을 제공하는 캐릭터들은 왕위 계승자가 결정돼야 저승으로 떠날 수 있는 죽은 왕자들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왕자들의 권력 다툼을 희화화하는 유령 캐릭터들의 존재는 자칫 무겁고 따분해질 수 있는 영화에 적당히 가볍고 유쾌한 공기를 채워 넣는다. 연출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 Snatch> 등을 제작하고 <레이어 케이크 Layer Cake>로 감독 데뷔한 매튜 본이 맡았다.
닐 게이먼이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스타더스트 Stardust>는 판타지 문학의 공식을 그대로 차용한 작품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대립을 이루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순수한 청년과 사악한 마녀, 권력에 눈이 먼 왕자가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순수 청년이 중대한 목적을 위해 길을 떠나고 그를 돕는 선한 조력자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청년을 방해하는 악한들이 교차로 나타난다. <스타더스트>는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나 <해리 포터 Harry Potter> 시리즈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는 <프린세스 브라이드 The Princess Bride>와 <라비린스 Labyrinth>에 가깝다. <스타더스트>는 어린이 관객은 물론 어른 관객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판타지 영화다. 고전적인 판타지 문학의 구조 속에서 친숙한 캐릭터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연령과 관계 없이 좋아할 만한 유머와 재미있는 마법, 순수한 로맨스가 적절한 배합으로 시선을 끌어 잡는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판타지 모험영화의 쾌감을 안겨 주고, 성인 관객에게는 어린 시절 봤던 고전 판타지 영화의 추억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스타더스트>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신인과 중견배우의 조화다. 주인공 트리스탄 역으로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찰리 콕스가 출연하고,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의 클레어 데인즈, <팩토리 걸 Factory Girl>의 시에나 밀러 등이 트리스탄의 여인들로 등장한다. 코믹한 캐릭터로 등장해 웃음을 불어넣는 마녀 라미아 역의 미셸 파이퍼와 캡틴 셰익스피어 역의 로버트 드 니로는 평소의 모습과 다른 연기로 눈길을 끈다. 피터 오툴과 루퍼트 에버렛 등의 단역 출연도 작품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하지만 가장 유쾌한 웃음을 제공하는 캐릭터들은 왕위 계승자가 결정돼야 저승으로 떠날 수 있는 죽은 왕자들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왕자들의 권력 다툼을 희화화하는 유령 캐릭터들의 존재는 자칫 무겁고 따분해질 수 있는 영화에 적당히 가볍고 유쾌한 공기를 채워 넣는다. 연출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 Snatch> 등을 제작하고 <레이어 케이크 Layer Cake>로 감독 데뷔한 매튜 본이 맡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
등록일
2007.08.13
신체의 컴플렉스 때문에 대학 입학식에 결석한 마코토(다마키 히로시)는 복잡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와 마주친다. 마코토와 동급생인 시즈루는 보통 학생들과는 달리 신체 발육이 지독히 느리다는 것이 컴플렉스다. 대학생활이 익숙치 않았던 둘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둘 모두의 취미인 사진 찍기를 함께 하며 4년의 대학 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시즈루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로부터 2년 후 미국 뉴욕에서 시즈루로부터 짧은 편지 한 통이 마코토에게 도착한다.
<분기점의 그녀> <레가타> 등 다수의 인기 TV 드라마를 연출한 신죠 타케히코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는 지난 2003년 히로스에 료코, 마츠다 류헤이 주연으로 제작된 <연애사진>의 리메이크다. 기본적으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줄거리는 원작과 동일하다. <연애사진>이 멜로보다는 코미디쪽에 가까운, 다분히 히로스에 료코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남자 주인공인 마코토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다는 정도가 다른 점이다. 영화는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컴플렉스를 안고 사는 마코토와 시즈루의 4년에 걸친 풋풋한 로맨스를 멜로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며 깔끔하게 묘사한다. 극 후반이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신파적이고 감상적으로 마무리되는 원작 탓이다.
영화를 그저그런 신파와 감상에서 구해내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놀라운 화학 반응이다. 야구치 시노부의 <워터보이스>로 주목받은 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TV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가파른 스타덤에 오른 다마키 히로시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마코토 역할로 출연한다. 또한 시즈루 역할의 배우는 <나나>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야자키 아오이다.
<분기점의 그녀> <레가타> 등 다수의 인기 TV 드라마를 연출한 신죠 타케히코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는 지난 2003년 히로스에 료코, 마츠다 류헤이 주연으로 제작된 <연애사진>의 리메이크다. 기본적으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줄거리는 원작과 동일하다. <연애사진>이 멜로보다는 코미디쪽에 가까운, 다분히 히로스에 료코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남자 주인공인 마코토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다는 정도가 다른 점이다. 영화는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컴플렉스를 안고 사는 마코토와 시즈루의 4년에 걸친 풋풋한 로맨스를 멜로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며 깔끔하게 묘사한다. 극 후반이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신파적이고 감상적으로 마무리되는 원작 탓이다.
영화를 그저그런 신파와 감상에서 구해내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놀라운 화학 반응이다. 야구치 시노부의 <워터보이스>로 주목받은 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TV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가파른 스타덤에 오른 다마키 히로시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마코토 역할로 출연한다. 또한 시즈루 역할의 배우는 <나나>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야자키 아오이다.
<안녕, 쿠로> - 눈물이 주룩주룩 |
등록일
2007.08.13
산골마을에 자리한 아키츠 고등학교. 이른 아침 등교길 주변을 낯선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인다. 길을 잃은 것인지 지친 기색이 뚜렷한 검은 강아지. 녀석에게 손을 내민 건 마침 등교 중이던 학생, 료스케(츠마부키 사토시)다. 료스케를 따라 자연스레 학교 정문을 넘어 들어간 검은 강아지는 뜻하지 않은 아이들의 환호를 받게 된다. 문화제 가장 행렬에 쓰일 강아지 모형이 망가져 이를 대체할 것이 필요했던 것. 검은 털에 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 탓에 ‘쿠로’(검다는 뜻의 일본어는 ‘쿠로이 くろい’다)라는 이름을 얻게 된 강아지는 그렇게 아키츠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을 시작해나간다. 쿠로와 함께 한 평화로운 학교 생활. 하지만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어느 날, 료스케와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코지(아라이 히로후미), 두 사람이 함께 ‘연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키코(이토 아유미) 사이에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안녕, 쿠로 Sayonara, Kuro>는 1961년 나가노현에 실존했던 강아지를 모델로 삼고 있는 감동 드라마. 밤에는 학교 수위와 학교 순찰을 돌고, 때로는 학교 직원회의에도 함께 하며 10여 년 세월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10여 년 동안 480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생활했던 쿠로가 1972년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을 찾은 이만해도 수천 명에 달했을 정도. 이후 쿠로는 만화와 짧은 다큐멘터리 등의 주인공으로 오랜 세월 일본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영화로 옮긴 이는 최근 오다기리 죠가 주연한 영화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Tokyo Tawa: Okan To Boku To, Tokidoki, Oton>를 연출한 마츠오카 죠지 감독. 마츠오카 죠지 감독의 편안한 드라마 위에 <워터 보이즈 Waterboys>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심성 고운 고교생 료스케로 분해 <안녕, 쿠로>의 따뜻한 감성에 온기를 더 한다.
전체 관람가인 등급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안녕, 쿠로>는 개와 인간의 진한 우정에 중점을 둔 착하고 따뜻한 영화. 10년 후 수의사가 돼 고향을 다시 찾은 료스케가 아픈 쿠로를 돌보는 장면에선 <안녕, 쿠로>의 착한 심성이 극에 달하고, 쿠로의 죽음으로 매듭지어지는 감동 스토리엔 애잔한 감성이 최고조에 오른다. 감동 드라마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탓에 관객과 따스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안녕, 쿠로>의 최대 매력. 하지만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탓에 갑갑하고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안녕, 쿠로>의 최대 약점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일본 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안녕, 쿠로>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안녕, 쿠로 Sayonara, Kuro>는 1961년 나가노현에 실존했던 강아지를 모델로 삼고 있는 감동 드라마. 밤에는 학교 수위와 학교 순찰을 돌고, 때로는 학교 직원회의에도 함께 하며 10여 년 세월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10여 년 동안 480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생활했던 쿠로가 1972년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을 찾은 이만해도 수천 명에 달했을 정도. 이후 쿠로는 만화와 짧은 다큐멘터리 등의 주인공으로 오랜 세월 일본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영화로 옮긴 이는 최근 오다기리 죠가 주연한 영화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Tokyo Tawa: Okan To Boku To, Tokidoki, Oton>를 연출한 마츠오카 죠지 감독. 마츠오카 죠지 감독의 편안한 드라마 위에 <워터 보이즈 Waterboys>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심성 고운 고교생 료스케로 분해 <안녕, 쿠로>의 따뜻한 감성에 온기를 더 한다.
전체 관람가인 등급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안녕, 쿠로>는 개와 인간의 진한 우정에 중점을 둔 착하고 따뜻한 영화. 10년 후 수의사가 돼 고향을 다시 찾은 료스케가 아픈 쿠로를 돌보는 장면에선 <안녕, 쿠로>의 착한 심성이 극에 달하고, 쿠로의 죽음으로 매듭지어지는 감동 스토리엔 애잔한 감성이 최고조에 오른다. 감동 드라마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탓에 관객과 따스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안녕, 쿠로>의 최대 매력. 하지만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탓에 갑갑하고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안녕, 쿠로>의 최대 약점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일본 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안녕, 쿠로>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 자유를 향한 절규 |
등록일
2007.08.13
1977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2부 리그의 축구팀 골키퍼인 클라우디오는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납치돼 교외의 오래된 저택에 감금되다. 쿠데타 정부의 하수인들인 남자들은 연락책이 누구인지, 인쇄기는 어디 있는지 물으며 클라우디오를 고문하지만, 정작 클라우디오는 도대체 왜 끌려와 고문을 당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팔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감금생활을 시작한 클라우디오는 옛 친구인 타노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인간적인 심문과 구타, 고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 이상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눈을 뜬 클라우디오와 기예르모, 가예고, 바스코는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1976년 쿠데타를 일으켜 군대를 장악한 아르헨티나 군대는 빠른 시일 내에 정권을 확립하기 위해 정치 탄압을 시작한다. 반대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세운 군 정부는 연루된 사람들은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 감금시키고 처형했다. 특수부대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피의자들을 고문해 얻은 거짓 자백을 이용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처형했다. 1973년부터 1983년까지 1만 명에서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다. ‘아틸라’라고 불리는 저택에 감금됐던 사람들 중 실제로 탈출에 성공한 건 클라우디오를 포함한 네 명의 남자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Cronica de Una Fuga>는 실제로 아틸라에 감금돼 끔찍한 고문을 당했던 클라우디오 템부리니와 기예르모 페르난데스가 공동으로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스라엘 아드리안 카에타노 감독은 인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영화로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작 <볼리비아 Bolivia>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주한 볼리비아 청년의 고된 삶을 그렸고, <붉은 곰 Un Oso Rojo>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카에타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군부 독재 시기의 불법 감금과 인권 유린을 고발한다. ‘탈출의 연대기’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TV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 Prison Break>나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처럼 탈옥을 소재로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다. 끔찍한 고문과 폭행이 날짜 단위로 이어지고 결말부에 네 남자가 탈출하는 과정이 제시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불법 감금의 연대기가 나열식으로 연결되고 일련의 준비 끝에 탈출이 이뤄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역사적 사건의 표면만 비출 뿐 그 속이나 이면을 탐구하려 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 재현,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의 장점은 거기까지다.
1976년 쿠데타를 일으켜 군대를 장악한 아르헨티나 군대는 빠른 시일 내에 정권을 확립하기 위해 정치 탄압을 시작한다. 반대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세운 군 정부는 연루된 사람들은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 감금시키고 처형했다. 특수부대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피의자들을 고문해 얻은 거짓 자백을 이용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처형했다. 1973년부터 1983년까지 1만 명에서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다. ‘아틸라’라고 불리는 저택에 감금됐던 사람들 중 실제로 탈출에 성공한 건 클라우디오를 포함한 네 명의 남자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Cronica de Una Fuga>는 실제로 아틸라에 감금돼 끔찍한 고문을 당했던 클라우디오 템부리니와 기예르모 페르난데스가 공동으로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스라엘 아드리안 카에타노 감독은 인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영화로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작 <볼리비아 Bolivia>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주한 볼리비아 청년의 고된 삶을 그렸고, <붉은 곰 Un Oso Rojo>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다뤄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카에타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군부 독재 시기의 불법 감금과 인권 유린을 고발한다. ‘탈출의 연대기’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TV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 Prison Break>나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처럼 탈옥을 소재로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다. 끔찍한 고문과 폭행이 날짜 단위로 이어지고 결말부에 네 남자가 탈출하는 과정이 제시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불법 감금의 연대기가 나열식으로 연결되고 일련의 준비 끝에 탈출이 이뤄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역사적 사건의 표면만 비출 뿐 그 속이나 이면을 탐구하려 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의 단순 재현,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의 장점은 거기까지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 북극 동물들의 힘겨운 성장기 |
등록일
2007.08.13
북극곰 나누가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에 태어난다. 나누는 뒤늦게 태어난 동생 곰과 함께 장난을 치며 매일을 보내고 싶지만, 엄마 곰은 나누와 동생 곰에게 사냥하는 법을 먼저 가르치려 노력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이들의 사냥은 쉽지가 않다. 배고파진 동생은 결국 죽음을 맞고, 나누는 그 와중에서 홀로서기를 배워야 한다. 한편 바다코끼리 실라는 엄마와 이모의 보호아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바다코끼리 역시 따뜻해지는 날씨에 적들의 공격을 피할 곳이 사라진다. 바다코끼리 가족은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난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Arctic Tale>은 북극곰 나누와 바다코끼리 실라를 주인공으로 북극의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갓 태어난 아기 곰 나누와 바다 코끼리실라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8년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누와 실라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북극의 아름다운 절경을 비롯 북극여우, 일각 돌고래 등 신비하고 귀여운 북극 생물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의 공동연출 및 촬영을 맡은 아담 라베치와 사라 로버슨 부부는 북극에 무려 15년 동안 머물며 북극의 모습과 북극 동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나누와 실라가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누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얼음 속에 숨겨진 먹잇감을 사냥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실라는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육지를 찾아 기나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져서 사냥터가 점점 축소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영화는 후반부에 북극의 빙하가 서서히 녹고 있어, 2040년이 되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묵직한 경고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극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신비함과 생태계 파괴를 설명하는 교육용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원작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의 나레이션은 <시카고 Chicago>의 퀸 라피타가 맡았지만, 국내 개봉 버전에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이 나누가 되어 북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 Arctic Tale>은 북극곰 나누와 바다코끼리 실라를 주인공으로 북극의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갓 태어난 아기 곰 나누와 바다 코끼리실라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8년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누와 실라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북극의 아름다운 절경을 비롯 북극여우, 일각 돌고래 등 신비하고 귀여운 북극 생물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의 공동연출 및 촬영을 맡은 아담 라베치와 사라 로버슨 부부는 북극에 무려 15년 동안 머물며 북극의 모습과 북극 동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나누와 실라가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누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얼음 속에 숨겨진 먹잇감을 사냥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실라는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육지를 찾아 기나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지구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져서 사냥터가 점점 축소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영화는 후반부에 북극의 빙하가 서서히 녹고 있어, 2040년이 되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묵직한 경고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극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신비함과 생태계 파괴를 설명하는 교육용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원작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의 나레이션은 <시카고 Chicago>의 퀸 라피타가 맡았지만, 국내 개봉 버전에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이 나누가 되어 북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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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8월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8. 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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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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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 한국 SF 영화의 현재 |
등록일
2007.07.30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서 의문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 단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 불명의 비늘뿐. CGNN-TV의 취재 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이 사건을 취재하다 어린 시절 의문의 인물인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은 동양 이무기의 전설을 떠올린다. 몸에 여의주를 지닌 새라(아만다 브룩스)와의 만남을 통해 이든은 이무기의 전설이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제작기간 6년, 총 제작비 300억 원, 100% 한국에서 창조한 컴퓨터 그래픽,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스티브 자블론스키 음악감독과 <다크니스 Darkness Falls>의 티모시 앨버슨 편집감독 등 할리우드 스태프 대거 참여. <드래곤 투카>와 <용가리> 등 한국 괴수 영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심형래의 권토중래작 <디 워 D-War>의 수식어는 한도 끝도 없을 만큼 거대하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용이 되기 위해 여의주를 손에 넣으려는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 ‘브라퀴’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대결이다. 90분 남짓한 러닝 타임 동안 <디 워>는 과거 한국과 현재 미국을 오가며 이무기 전설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이무기, 여의주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끌어오려는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이야기다. 소재만 한국적일 뿐이다. <디 워>가 이 한국적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철저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동일하다. 특히 전혀 과거 한국처럼 보이지 않는 과거 한국을 공격하는 이무기 일당의 시퀀스는 아무리 <디 워>가 판타지 장르의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게 무국적 향기가 강하다.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의 로버트 포스터, <그루지 The Grudge>의 제이슨 베어 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안이하며, 내러티브는 연결 고리 하나 없이 제각각 삐걱대기만 한다. 결국 <디 워>는 악한 이무기 ‘브라퀴’ 일당이 로스 엔젤레스에 등장해서 난장판을 벌이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는 말일까?
300억 제작비 중 대부분이 투입된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은 기대 이상이다. 익룡과 갑옷 군사들을 내세운 브라퀴 일당이 로스 엔젤레스 도심가를 박살내는 장면이나,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최후의 대결 장면은 보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심형래 감독의 노력이 빛을 발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에서 독창적인 것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디 워>가 벤치마킹한 것이 분명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 <스파이더 맨 Spider-Man>, <쥬라기 공원 The Jurassic Park> 등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그것을 모방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디 워>는 한국 SF 영화의 현재를 말해주는 거대한 실험극에 그치고 말았다.
제작기간 6년, 총 제작비 300억 원, 100% 한국에서 창조한 컴퓨터 그래픽,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스티브 자블론스키 음악감독과 <다크니스 Darkness Falls>의 티모시 앨버슨 편집감독 등 할리우드 스태프 대거 참여. <드래곤 투카>와 <용가리> 등 한국 괴수 영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심형래의 권토중래작 <디 워 D-War>의 수식어는 한도 끝도 없을 만큼 거대하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용이 되기 위해 여의주를 손에 넣으려는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 ‘브라퀴’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대결이다. 90분 남짓한 러닝 타임 동안 <디 워>는 과거 한국과 현재 미국을 오가며 이무기 전설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이무기, 여의주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끌어오려는 시도는 좋았다. 문제는 이야기다. 소재만 한국적일 뿐이다. <디 워>가 이 한국적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철저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동일하다. 특히 전혀 과거 한국처럼 보이지 않는 과거 한국을 공격하는 이무기 일당의 시퀀스는 아무리 <디 워>가 판타지 장르의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게 무국적 향기가 강하다.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의 로버트 포스터, <그루지 The Grudge>의 제이슨 베어 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안이하며, 내러티브는 연결 고리 하나 없이 제각각 삐걱대기만 한다. 결국 <디 워>는 악한 이무기 ‘브라퀴’ 일당이 로스 엔젤레스에 등장해서 난장판을 벌이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는 말일까?
300억 제작비 중 대부분이 투입된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은 기대 이상이다. 익룡과 갑옷 군사들을 내세운 브라퀴 일당이 로스 엔젤레스 도심가를 박살내는 장면이나,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최후의 대결 장면은 보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심형래 감독의 노력이 빛을 발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에서 독창적인 것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디 워>가 벤치마킹한 것이 분명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 <스파이더 맨 Spider-Man>, <쥬라기 공원 The Jurassic Park> 등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그것을 모방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디 워>는 한국 SF 영화의 현재를 말해주는 거대한 실험극에 그치고 말았다.
<기담> - 혼돈의 시대, 경성을 말하다 |
등록일
2007.07.30
1942년 경성에 자리한 서양식 병원 ‘안생병원’. 병원장 딸과 정략결혼을 맺은 의대실습생 정남(진구)과 정신과 전문 의사 수인(이동규)이 있는 이곳에 동경에서 막 유학을 끝낸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 부부 의사가 부임한다. 그리고 이들에 이어 새롭게 병원 문을 두드리는 손길이 있었으니. 이는 온몸을 잔혹하게 난도질 당한 일본군 시체. 의문을 죽음을 당한 일본군을 시작으로 강물에 빠져 죽은 여고생,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소녀, 칼로 온몸을 난자 당한 소년병까지 사건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 주검은 안생병원 시체 안치실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기담>은 안생병원이란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병원장 딸과 정략결혼했지만 이름도 모르는 시체와 사랑에 빠져버린 정남,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고도 몸에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소녀 아사코를 돌보는 정신과 의사 수인, 끔찍하게 서로를 아끼는 부부의사 인영과 동원이 각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각각의 이야기는 안생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얽혀 들지만, 각기 또 다른 기승전결을 갖춘 독자적인 이야기 얼개를 갖추고 있다. ‘공포영화’로 분류,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기담>에서 전통적인 공포영화 기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건 정신과 의사 수인과 아사코가 주인공인 두 번째 이야기 정도. 나머지는 공포 자체보다 사랑의 애잔함과 쓸쓸함을 표현하기 위해 공포가 도구로 쓰인 정도다. 그러하기에 <기담>에서 공포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 간담 서늘하게 하기보다 은근하고 묵직하게 영화 전체를 감싸고 도는 공기로 작용한다.
<기담>을 낯설고 묘한 분위기로 만들어낸 것은 사실 영화의 ‘기묘한’ 이야기보다 40년대 경성이란 ‘기묘한’ 배경에 더 깊이 연관돼 있다. 서양 신문물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던 그 시대 경성. 일본 문화와 조선 문화, 그리고 막 들어온 서양 문물이 만나며 낯선 문명끼리 부딪히던 그 시대의 혼돈이 <기담> 안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양식 백화점이 들어서고, 전차와 자동차가 도심을 가로지르며 양복을 빼 입은 이들이 거리에 가득하지만 한편으론 정략결혼이란 오랜 관습이 여전했던 시대. 오랫동안 일본의 침략을 받아왔지만 이 역시 곧 저물고 말 혼란의 시대 말이다. 이렇듯 <기담>은 이성과 비이성, 자유와 구속이 혼재해 있던 경성 시대, 한 자락에 대한 서늘하고 기묘한 찬가에 다름 아니다.
40년대 경성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기담>의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1,300여 평에 자리잡은 세트 장엔 경성 거리와 병원 외곽은 물론, 안생병원 내부의 모습이 꼼꼼히 재현됐다. “그 무엇보다 고증이 가장 중요”했다는 정가형제 감독의 말처럼 <기담>의 주 배경인 안생병원을 비롯해 경성의 구석 구석의 풍경과 의상, 소품들이 치밀한 고증을 거쳐 스크린 위에 되살아났다. 완벽한 세트 디자인으로 우선 시선을 잡아 끈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기담>의 완벽 효과음들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경성의 혼란과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잡아낸 미장센의 완벽함과 더불어 김보경과 김태우, 진구와 이동규는 물론 <숨>의 지아, <구미호가족>의 아역 고주연 등 배우들의 호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기담>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기담>은 안생병원이란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병원장 딸과 정략결혼했지만 이름도 모르는 시체와 사랑에 빠져버린 정남,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고도 몸에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소녀 아사코를 돌보는 정신과 의사 수인, 끔찍하게 서로를 아끼는 부부의사 인영과 동원이 각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각각의 이야기는 안생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얽혀 들지만, 각기 또 다른 기승전결을 갖춘 독자적인 이야기 얼개를 갖추고 있다. ‘공포영화’로 분류,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기담>에서 전통적인 공포영화 기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건 정신과 의사 수인과 아사코가 주인공인 두 번째 이야기 정도. 나머지는 공포 자체보다 사랑의 애잔함과 쓸쓸함을 표현하기 위해 공포가 도구로 쓰인 정도다. 그러하기에 <기담>에서 공포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 간담 서늘하게 하기보다 은근하고 묵직하게 영화 전체를 감싸고 도는 공기로 작용한다.
<기담>을 낯설고 묘한 분위기로 만들어낸 것은 사실 영화의 ‘기묘한’ 이야기보다 40년대 경성이란 ‘기묘한’ 배경에 더 깊이 연관돼 있다. 서양 신문물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던 그 시대 경성. 일본 문화와 조선 문화, 그리고 막 들어온 서양 문물이 만나며 낯선 문명끼리 부딪히던 그 시대의 혼돈이 <기담> 안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양식 백화점이 들어서고, 전차와 자동차가 도심을 가로지르며 양복을 빼 입은 이들이 거리에 가득하지만 한편으론 정략결혼이란 오랜 관습이 여전했던 시대. 오랫동안 일본의 침략을 받아왔지만 이 역시 곧 저물고 말 혼란의 시대 말이다. 이렇듯 <기담>은 이성과 비이성, 자유와 구속이 혼재해 있던 경성 시대, 한 자락에 대한 서늘하고 기묘한 찬가에 다름 아니다.
40년대 경성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기담>의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1,300여 평에 자리잡은 세트 장엔 경성 거리와 병원 외곽은 물론, 안생병원 내부의 모습이 꼼꼼히 재현됐다. “그 무엇보다 고증이 가장 중요”했다는 정가형제 감독의 말처럼 <기담>의 주 배경인 안생병원을 비롯해 경성의 구석 구석의 풍경과 의상, 소품들이 치밀한 고증을 거쳐 스크린 위에 되살아났다. 완벽한 세트 디자인으로 우선 시선을 잡아 끈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기담>의 완벽 효과음들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경성의 혼란과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잡아낸 미장센의 완벽함과 더불어 김보경과 김태우, 진구와 이동규는 물론 <숨>의 지아, <구미호가족>의 아역 고주연 등 배우들의 호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기담>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힛쳐> - 낯선 자를 차에 태우지 마라 |
등록일
2007.07.30
캠퍼스 커플 그레이스(소피아 부시)와 짐(자크리 나이튼)은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동차를 끌고 여행을 떠난다. 폭우를 뚫고 외딴 도로를 달리던 어느 날 밤, 이들은 비에 흠뻑 젖은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근처 모텔까지 태워주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이름을 존 라이더(숀 빈)이라고 밝힌 그는 곧 그레이스와 짐을 흉기로 위협하고, 이들의 여행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뒤바뀐다. 그레이스와 짐은 가까스로 존 라이더를 달리는 차 밖으로 떨쳐내지만 얼마 후 그를 다시 만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힛쳐 The Hitcher>는 1986년 로버트 하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이 짐이라는 한 남자에서 그레이스, 짐 커플로 바뀌기는 했지만 낯선 남자를 차에 태워 위기의 순간에 놓인다는 원작의 기본 설정에는 변함이 없다. <힛쳐>가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입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치광이 살인마 존 라이더는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학살하고, 영화는 이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존 라이더가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토하고 사지가 절단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존 라이더의 살인행각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이유 없는 폭력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1986년 원작에서 존 라이더를 연기한 룻거 하우어는 살인마 특유의 음산한 기운을 한껏 내뿜으며 기이하고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 바 있다. 서늘하고 깊은 눈매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그는 얼핏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관객들의 목을 서서히 죄어 왔다. 하지만 리메이크작 <힛쳐>의 존 라이더는 기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의문의 살인마에 불과하다. 영화는 존 라이더라는 연쇄살인범을 그저 살육을 즐기는 평면적인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그만의 개성을 상당 부분 놓치고 만다. <힛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설립한 공포영화 제작사 플레티넘 듄스의 네 번째 작품으로, 연출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했던 데이브 마이어스 감독이 맡았다.
<힛쳐 The Hitcher>는 1986년 로버트 하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이 짐이라는 한 남자에서 그레이스, 짐 커플로 바뀌기는 했지만 낯선 남자를 차에 태워 위기의 순간에 놓인다는 원작의 기본 설정에는 변함이 없다. <힛쳐>가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입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치광이 살인마 존 라이더는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학살하고, 영화는 이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존 라이더가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토하고 사지가 절단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존 라이더의 살인행각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이유 없는 폭력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1986년 원작에서 존 라이더를 연기한 룻거 하우어는 살인마 특유의 음산한 기운을 한껏 내뿜으며 기이하고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 바 있다. 서늘하고 깊은 눈매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그는 얼핏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관객들의 목을 서서히 죄어 왔다. 하지만 리메이크작 <힛쳐>의 존 라이더는 기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의문의 살인마에 불과하다. 영화는 존 라이더라는 연쇄살인범을 그저 살육을 즐기는 평면적인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그만의 개성을 상당 부분 놓치고 만다. <힛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설립한 공포영화 제작사 플레티넘 듄스의 네 번째 작품으로, 연출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했던 데이브 마이어스 감독이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리버틴> - 천재 시인 존 윌모트의 부활 |
등록일
2007.07.30
왕정복고가 한창인 17세기의 영국. 로체스터 백작(조니 뎁)은 세상과 담을 쌓고 술과 여자에 집착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명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배리(사만다 모튼)를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최고의 여배우로 만들기 위한 연기수업을 실시한다. 결국 런던 최고의 여배우가 된 그녀는 로체스터 백작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다. 한편 영국 왕 찰스 2세(존 말코비치)는 로체스터 백작의 재능을 알고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연극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로체스터 백작은 찰스 2세를 노골적으로 풍자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왕으로부터 큰 노여움을 산다.
<리버틴 The Libertine>은 17세기 영국의 천재 시인이자 극작가인 존 윌모트 로체스터 백작를 그린 영화다. 로체스터 백작은 노골적인 성적묘사와 풍자로 당대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으며, 훗날 알프레드 테니슨, 볼테르, 괴테 등에 영향을 준 인물이다. 17세기 영국은 청교도들의 폭정이 끝나고 찰스 2세가 영국 왕으로 복귀하면서 정치, 경제, 예술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다. 특히 성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급격하게 확산됐는데, 왕과 귀족들은 자유롭게 여자를 사고 매독을 비롯한 성병이 사회 문제로 제기됐다. <리버틴>은 바로 이 지점을 출발로 삼는다. 연극의 화려한 막이 내리면 여배우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매춘을 벌여야 했고, 그 누구도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고 가슴 속 깊은 상처만 남겼다. 엘리자베스 배리는 그 동안의 모진 시련으로 인해 사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여인이다. 그녀의 마음을 열어준 이는 난봉꾼으로 불리는 로체스터 백작. 난잡하고 방탕한 생활로 악명이 높은 로체스터 백작은 오히려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준 유일한 남자였다.
영화는 로체스터 백작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뚝심과 평생 사랑을 믿고 살았던 그의 인간성을 상기해 보자는 것. 겉보기엔 술과 여자에 찌들어 인생을 탕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양심에 비춰 인간답게 살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이제 나를 좋아하게 됐나요?”라며 로체스터 백작의 독백으로 끝맺는 영화의 결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로체스터 백작을 맡은 조니 뎁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에서 예언자로 출연한 바 있는 사만다 모튼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리버틴 The Libertine>은 17세기 영국의 천재 시인이자 극작가인 존 윌모트 로체스터 백작를 그린 영화다. 로체스터 백작은 노골적인 성적묘사와 풍자로 당대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으며, 훗날 알프레드 테니슨, 볼테르, 괴테 등에 영향을 준 인물이다. 17세기 영국은 청교도들의 폭정이 끝나고 찰스 2세가 영국 왕으로 복귀하면서 정치, 경제, 예술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다. 특히 성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급격하게 확산됐는데, 왕과 귀족들은 자유롭게 여자를 사고 매독을 비롯한 성병이 사회 문제로 제기됐다. <리버틴>은 바로 이 지점을 출발로 삼는다. 연극의 화려한 막이 내리면 여배우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매춘을 벌여야 했고, 그 누구도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고 가슴 속 깊은 상처만 남겼다. 엘리자베스 배리는 그 동안의 모진 시련으로 인해 사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여인이다. 그녀의 마음을 열어준 이는 난봉꾼으로 불리는 로체스터 백작. 난잡하고 방탕한 생활로 악명이 높은 로체스터 백작은 오히려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준 유일한 남자였다.
영화는 로체스터 백작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뚝심과 평생 사랑을 믿고 살았던 그의 인간성을 상기해 보자는 것. 겉보기엔 술과 여자에 찌들어 인생을 탕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양심에 비춰 인간답게 살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이제 나를 좋아하게 됐나요?”라며 로체스터 백작의 독백으로 끝맺는 영화의 결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로체스터 백작을 맡은 조니 뎁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에서 예언자로 출연한 바 있는 사만다 모튼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영원한 여름> - 성장과 관계에 관한 퀴어영화 |
등록일
2007.07.30
해안가의 작은 초등학교, 말썽꾸러기 위샤우헝(장효전)과 우등생 캉정싱(장예가)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본의 아니게 단짝친구가 된다. 담임선생님이 내성적인 캉정싱에게 활동적인 위샤우헝의 친구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위샤우헝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캉정싱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샤우헝과 단짝친구가 된다. 중고등학교까지 줄곧 친구 사이로 지내던 두 사람 사이에 후이지아(양기)가 끼어들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위샤우헝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캉정싱은 후이지아와 사귀면서 애써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할수록 캉정싱은 점점 후이지아와 멀어진다. 캉정싱의 비밀을 알아챈 후이지아 역시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음을 직감한다. 캉정싱과 멀어지는 사이 후이지아는 위샤우헝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캉정싱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며 괴로워하지만, 정작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못한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이 연출한 <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은 퀴어영화의 틀을 빌린 성장드라마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단짝친구였던 두 남자와 그 사이에 끼인 한 여자가 연쇄적인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영화의 시선은 여자보다는 두 남자의 동성애적 관계에 쏠려 있다. 캉정싱은 위샤우헝에게 자신과 후이지아 중 누구를 택할 것이냐고 묻고, 위샤우헝은 친구도 애인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캉정싱과 위샤우헝의 관계는 육체적 관계를 빼면 너무나 분명하게 동성애적이지만, 동성애자인 캉정싱과 달리 위샤우헝은 양성애자에 가깝다. 두 남자의 관계는 동성애자의 그것도 아니고, 이성애자의 그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 혹은 세 사람의 관계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원한 여름>은 세 사람의 관계가 향하는 지점에 관심을 갖기보다 이들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동성애는 단지 사랑의 한 방식일 뿐이다. 세 인물은 관계가 변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발견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캐릭터의 행동방식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내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젊은 감독의 설익은 감수성은 성장드라마 속의 미숙한 청춘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영원한 여름>이 매력적이라면 그것은 청춘의 미숙함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이 연출한 <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은 퀴어영화의 틀을 빌린 성장드라마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단짝친구였던 두 남자와 그 사이에 끼인 한 여자가 연쇄적인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영화의 시선은 여자보다는 두 남자의 동성애적 관계에 쏠려 있다. 캉정싱은 위샤우헝에게 자신과 후이지아 중 누구를 택할 것이냐고 묻고, 위샤우헝은 친구도 애인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캉정싱과 위샤우헝의 관계는 육체적 관계를 빼면 너무나 분명하게 동성애적이지만, 동성애자인 캉정싱과 달리 위샤우헝은 양성애자에 가깝다. 두 남자의 관계는 동성애자의 그것도 아니고, 이성애자의 그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 혹은 세 사람의 관계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원한 여름>은 세 사람의 관계가 향하는 지점에 관심을 갖기보다 이들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동성애는 단지 사랑의 한 방식일 뿐이다. 세 인물은 관계가 변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발견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캐릭터의 행동방식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내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젊은 감독의 설익은 감수성은 성장드라마 속의 미숙한 청춘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영원한 여름>이 매력적이라면 그것은 청춘의 미숙함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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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주차 개봉영화 (0) | 2007.07.11 |
7월1주차 개봉영화 (0) | 2007.07.04 |
글
7월 4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7. 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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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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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 - 쥐, 요리사 되다 |
등록일
2007.07.23
레미(패튼 오스왈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우연한 사고로 하수구에서 가족과 헤어진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주방에서 요리에 열중하던 레미는 청소부 링귀니(루 로마노)에게 발각되고, 해고 위기에 처한 링귀니는 레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의기투합을 제안한다.
<라따뚜이 Ratatouille>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Toy Story>(1995)부터 <카 Cars>(2006)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3D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제시해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007년 신작이다. 영화의 제목인 '라따뚜이'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잡탕 야채 스튜를 뜻하는 말로, 극 중에서는 '요리를 휘젓는 쥐'(rat-touille)로도 해석된다.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프로 요리사를 꿈꾸는 쥐 레미다. 더러움과 병균의 상징인 혐오동물의 대표 쥐가 감히 요리사가 되려하다니. 하지만 '모두가 요리할 수 있다'는 요리 책을 낸 요리사 구스토의 생각은 다르다. <라따뚜이>는 구스토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결국 요리사로 성공하는 쥐 레미의 좌충우돌기다.
마리 당 3만개가 넘는 쥐의 털, 실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하게 창조된 수중 장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갖가지 프랑스 요리 등 <라따뚜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기술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라따뚜이>의 캐릭터와 이야기. 하찮고 더러울 뿐인 생쥐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좌절과 한계 상황에 부딛힌 모든 낙오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준다. 주인공 레미의 목소리는 미국 HBO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인기를 끈 패튼 오스왈트가 맡았으며, 링귀니는 <카>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에서도 성우로 활약한 루 로마노가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한 명 더. 가혹하기 짝없는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의 중후한 목소리는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의 피터 오툴이다. 연출은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라따뚜이 Ratatouille>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Toy Story>(1995)부터 <카 Cars>(2006)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3D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제시해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007년 신작이다. 영화의 제목인 '라따뚜이'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잡탕 야채 스튜를 뜻하는 말로, 극 중에서는 '요리를 휘젓는 쥐'(rat-touille)로도 해석된다. <라따뚜이>의 주인공은 프로 요리사를 꿈꾸는 쥐 레미다. 더러움과 병균의 상징인 혐오동물의 대표 쥐가 감히 요리사가 되려하다니. 하지만 '모두가 요리할 수 있다'는 요리 책을 낸 요리사 구스토의 생각은 다르다. <라따뚜이>는 구스토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결국 요리사로 성공하는 쥐 레미의 좌충우돌기다.
마리 당 3만개가 넘는 쥐의 털, 실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하게 창조된 수중 장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갖가지 프랑스 요리 등 <라따뚜이>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기술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라따뚜이>의 캐릭터와 이야기. 하찮고 더러울 뿐인 생쥐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좌절과 한계 상황에 부딛힌 모든 낙오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준다. 주인공 레미의 목소리는 미국 HBO의 스탠드업 코미디로 인기를 끈 패튼 오스왈트가 맡았으며, 링귀니는 <카>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에서도 성우로 활약한 루 로마노가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한 명 더. 가혹하기 짝없는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의 중후한 목소리는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의 피터 오툴이다. 연출은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가 맡았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에반 올마이티> - 도시 한복판에 거대 방주를 띄운다 |
등록일
2007.07.23
뉴스 앵커 에반 백스터(스티브 카렐)가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미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된다. 아내 조앤(로렌 그레이엄)과 세 자녀와 함께 워싱턴 DC 인근의 대저택으로 이사를 온 에반은 자신이 주창한 슬로건처럼 진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런데 정계 진출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주문하지도 않은 목재, 망치, 못이 배달되고 급기야 신(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곧 있을 홍수에 대비해 거대한 방주를 만들라는 명을 내린다. 에반은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무시하지만 온갖 동물들이 쌍을 지어 자신을 따라다니자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결국 에반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방주 제작에 돌입하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질한다.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의 속편 <에반 올마이티 Evan Almighty>는 노아의 방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성서의 이야기를 현대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재치 있는 요소들을 풀어 놓는다. 에반의 집으로 배달되는 방주의 자재들은 투박한 잣나무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다. 에반이 아침마다 자명종 시계소리에 깨는 시간은 새벽 6시 14분. 창세기 6장 14절에 언급되는 노아의 방주를 가리킨다. 신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실을 믿지 못하는 에반이 쌍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도 돋보이는 설정. <에반 올마이티>는 신을 만나 예기치 못한 고행을 겪는 에반의 이야기를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 삼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에반의 가족들과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거대한 방주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클라이맥스 부분도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 에반의 방주가 물살을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홍수의 원인이 결국 한 국회의원의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결말은 느닷없다. 에반이 그 동안 힘겹게 방주를 만들고 온갖 동물들을 태운 이유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끝나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에반 올마이티>는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 <브루스 올마이티>의 톰 쉐디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으로 유명한 스티브 카렐이 주인공 에반 역을 맡았다.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의 속편 <에반 올마이티 Evan Almighty>는 노아의 방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성서의 이야기를 현대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재치 있는 요소들을 풀어 놓는다. 에반의 집으로 배달되는 방주의 자재들은 투박한 잣나무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다. 에반이 아침마다 자명종 시계소리에 깨는 시간은 새벽 6시 14분. 창세기 6장 14절에 언급되는 노아의 방주를 가리킨다. 신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실을 믿지 못하는 에반이 쌍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도 돋보이는 설정. <에반 올마이티>는 신을 만나 예기치 못한 고행을 겪는 에반의 이야기를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 삼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에반의 가족들과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거대한 방주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클라이맥스 부분도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 에반의 방주가 물살을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홍수의 원인이 결국 한 국회의원의 사리사욕 때문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결말은 느닷없다. 에반이 그 동안 힘겹게 방주를 만들고 온갖 동물들을 태운 이유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끝나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에반 올마이티>는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 <브루스 올마이티>의 톰 쉐디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으로 유명한 스티브 카렐이 주인공 에반 역을 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화려한 휴가> - 그들을 잊지 마세요 |
등록일
2007.07.23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이재수의 난>의 기획시대가 제작하고 <목포는 항구다>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이하 '5.18')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영화다. 그 동안 <모래시계> <꽃잎> <박하사탕> <부활의 노래> 등 5.18을 그린 TV 드라마와 영화는 꽤 제작되었지만, 5.18을 이처럼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다.
<화려한 휴가>는 5월 18일, 그러니까 전남대 교문 앞에서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충돌하는 시점 전후로 전체적인 줄기를 나눌 수 있다. <화려한 휴가>의 전반부는 중반 이후 벌어지는 그 엄청난 비극으로부터 180도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5.18이 발발하기 직전 광주의 모습은 마치 유토피아를 떠올릴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이기 짝없는 소도시의 전형이다.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주저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함께 모여 TV로 인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보고, 야유회에선 신부와 퇴역 군인, 그리고 택시 운전사가 함께 1인2각 경주를 벌인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의 한시간 남짓한 전반부를 가능한 포근하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는 앞으로 닥쳐올 비극과의 확연한 대비를 위한 장치다.
5월 18일 이후 <화려한 휴가>는 철저히 팩션 드라마의 길을 따른다. 실제로 2만장이 넘는 증언록과 실제 항쟁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과의 인터뷰 등 치밀한 고증을 거쳐, 영화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치열했던 광주의 열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김상경이 연기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나 박신애(이요원), 강진우(이준기), 박흥수(안성기) 등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을 재구성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모두 평면적인 느낌으로 일관된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5.18은 당시 40만 광주 인구의 80퍼센트를 뒤흔든, 엄청난 광풍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이요원이 분한 신애는 차를 타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라고 울부짖는다.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것이다. 폭동이 사태로, 사태가 항쟁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주민주화항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공유하는 전체의 역사가 아닌, 전라도 지역에 한정된 역사다. '왜 하필 지금 5.18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명쾌한 대답이다.
<화려한 휴가>는 5월 18일, 그러니까 전남대 교문 앞에서 계엄군과 광주 시민이 충돌하는 시점 전후로 전체적인 줄기를 나눌 수 있다. <화려한 휴가>의 전반부는 중반 이후 벌어지는 그 엄청난 비극으로부터 180도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5.18이 발발하기 직전 광주의 모습은 마치 유토피아를 떠올릴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이기 짝없는 소도시의 전형이다.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주저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함께 모여 TV로 인기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보고, 야유회에선 신부와 퇴역 군인, 그리고 택시 운전사가 함께 1인2각 경주를 벌인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의 한시간 남짓한 전반부를 가능한 포근하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물론 이는 앞으로 닥쳐올 비극과의 확연한 대비를 위한 장치다.
5월 18일 이후 <화려한 휴가>는 철저히 팩션 드라마의 길을 따른다. 실제로 2만장이 넘는 증언록과 실제 항쟁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과의 인터뷰 등 치밀한 고증을 거쳐, 영화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치열했던 광주의 열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김상경이 연기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나 박신애(이요원), 강진우(이준기), 박흥수(안성기) 등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을 재구성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모두 평면적인 느낌으로 일관된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5.18은 당시 40만 광주 인구의 80퍼센트를 뒤흔든, 엄청난 광풍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이요원이 분한 신애는 차를 타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라고 울부짖는다.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것이다. 폭동이 사태로, 사태가 항쟁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주민주화항쟁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공유하는 전체의 역사가 아닌, 전라도 지역에 한정된 역사다. '왜 하필 지금 5.18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명쾌한 대답이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므이> - 이국적인 풍경 속에 스민 공포 |
등록일
2007.07.23
새로운 소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소설가 윤희(조안)에게 어느날 베트남에 살고 있는 친구 서연(차예련)이 소식을 전해온다. 베트남으로 떠난 후 처음으로 연락을 취해온 서연은 윤희의 관심을 한번에 잡아챌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주 받은 여인 므이의 초상화에 얽힌 전설. 소설 욕심에 윤희는 서연의 초대를 의심없이 받아들여 베트남으로 날아간다. 서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므이의 전설에 얽힌 자료를 찾아다니던 윤희는 초상화에 얽힌 비밀들이 밝혀질수록 주변에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므이>는 베트남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100년 전에 사망한 므이라는 한 여성의 초상화에 숨어 있는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공포를 덧입혀놓은 영화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촬영한 첫 작품이기도 한 <므이>는 므이의 비밀을 추적하는 윤희와 서연의 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두고, 므이의 비밀과 서연의 비밀을 슬쩍 엮어놓는다. 여기에 서연과 윤희의 복잡한 관계가 한 축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므이>는 기본적으로는 므이라는 인물의 초상화와 연관된 사건과 비밀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는 한편, 자극적인 장면과 뭔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등 기존 공포영화들에서 즐겨 사용해온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낯선 베트남이라는 공간도 공포 효과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아쉬운 점은 후시 녹음인 탓에 현장감이 약하다는 점. 그래서 공간이 주는 청각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결합한 <므이>의 연출은 공포영화 <령>으로 데뷔한 김태경 감독이 맡았다. 그리고 <여고괴담> 시리즈로 주목받은 조안과 차예련이 묘한 친구 사이인 윤희와 서연으로 분해 연기 대결을 펼쳤다. 베트남의 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조안과 차예련을 제외한 출연진들의 대부분은 베트남 배우들로 꾸려졌고, 베트남 고유의 풍경을 담아내는데도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므이>는 베트남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100년 전에 사망한 므이라는 한 여성의 초상화에 숨어 있는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공포를 덧입혀놓은 영화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촬영한 첫 작품이기도 한 <므이>는 므이의 비밀을 추적하는 윤희와 서연의 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두고, 므이의 비밀과 서연의 비밀을 슬쩍 엮어놓는다. 여기에 서연과 윤희의 복잡한 관계가 한 축을 형성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므이>는 기본적으로는 므이라는 인물의 초상화와 연관된 사건과 비밀들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는 한편, 자극적인 장면과 뭔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 등 기존 공포영화들에서 즐겨 사용해온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낯선 베트남이라는 공간도 공포 효과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아쉬운 점은 후시 녹음인 탓에 현장감이 약하다는 점. 그래서 공간이 주는 청각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결합한 <므이>의 연출은 공포영화 <령>으로 데뷔한 김태경 감독이 맡았다. 그리고 <여고괴담> 시리즈로 주목받은 조안과 차예련이 묘한 친구 사이인 윤희와 서연으로 분해 연기 대결을 펼쳤다. 베트남의 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조안과 차예련을 제외한 출연진들의 대부분은 베트남 배우들로 꾸려졌고, 베트남 고유의 풍경을 담아내는데도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 아이돌 영화란 이런 것 |
등록일
2007.07.23
고교 전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7:1로 맞붙어 열일곱 명을 모두 무릎 꿇게 했다는 ‘주먹짱’ 전설부터 학원이 웬 말이냐, 교과서만 파고 들어 수석합격 했다는 ‘공부짱’ 전설까지.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전설들은 바로 ‘킹카, 퀸카, 사대천왕’이라 수식되는 꽃미남, 미녀 전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주연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다루고 있는 고교 전설이 바로 이 부류다. 고교 대표 꽃미남만 겨냥한다는 테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아웅다웅 하는 고교생의 분투기를 그린다.
첫 사건은 2월 14일. 가람 고등학교의 꽃미남이 늦은 밤, 으슥한 골목에서 변을 당한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3월 14일엔 거창 고등학교의 몸짱, 얼굴짱이 똑같은 변을 당한다. 두 사건만이라면 우연이라고 넘겼을 터. 하지만 4월 14일 나담 고등학교 꽃미남마저 같은 사건을 겪자 파고들 건 교과서밖에 없던 고교생들은 이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늘파란고등학교 학생 기범(김기범)은 사건 추적 블로그를 만들어 인기 블로거가 되고, 언론이 테러를 당한 세 꽃미남들을 주목하자 이제 이 사건은 진정한 ‘사건’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한편 다음 테러대상으로 지목된 늘파란고등학교의 3대 꽃미남인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동아리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은 이상한 경쟁심에 휩싸인다. 다음 테러의 대상이 돼야 꽃미남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된 것. 자, 이제 테러를 당하기 위한 세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쉽게 젝스키스의 <세븐틴>이나 H.O.T.의 <평화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들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전의 아이돌 영화와 하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영화로서 별다른 매력을 갖지 못했던 과거 아이돌 영화와 달리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여러 면에서 매력 또한 지니고 있다. 입시 이외에 뚜렷한 목적이 없는 10대들이 자신들의 주변에서 이슈를 만들고 또 그 이슈를 키워가는 과정의 아이러니가 영화 안에 큰 틀로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유머가 흥겹다. 꽃미남 혹은 연예인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고교생들의 쳇바퀴 일상이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자신에 대해 비꼬아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절대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연상시키는 재치 넘치는 CG, 유머러스한 대사와 간간이 박혀 있는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웃음을 끌어낸다. 테러라는 하나의 사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에피소드로 처리되는 탓에 이야기 엮어나가는 게 허술하고, 내레이션의 무거운 톤과 활기찬 영상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 <여고괴담 2>의 조감독을 거친 이권 감독이 연출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이 각본을 맡았다.
첫 사건은 2월 14일. 가람 고등학교의 꽃미남이 늦은 밤, 으슥한 골목에서 변을 당한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3월 14일엔 거창 고등학교의 몸짱, 얼굴짱이 똑같은 변을 당한다. 두 사건만이라면 우연이라고 넘겼을 터. 하지만 4월 14일 나담 고등학교 꽃미남마저 같은 사건을 겪자 파고들 건 교과서밖에 없던 고교생들은 이 사건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늘파란고등학교 학생 기범(김기범)은 사건 추적 블로그를 만들어 인기 블로거가 되고, 언론이 테러를 당한 세 꽃미남들을 주목하자 이제 이 사건은 진정한 ‘사건’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한편 다음 테러대상으로 지목된 늘파란고등학교의 3대 꽃미남인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동아리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은 이상한 경쟁심에 휩싸인다. 다음 테러의 대상이 돼야 꽃미남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된 것. 자, 이제 테러를 당하기 위한 세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쉽게 젝스키스의 <세븐틴>이나 H.O.T.의 <평화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들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에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전의 아이돌 영화와 하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영화로서 별다른 매력을 갖지 못했던 과거 아이돌 영화와 달리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여러 면에서 매력 또한 지니고 있다. 입시 이외에 뚜렷한 목적이 없는 10대들이 자신들의 주변에서 이슈를 만들고 또 그 이슈를 키워가는 과정의 아이러니가 영화 안에 큰 틀로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유머가 흥겹다. 꽃미남 혹은 연예인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는 고교생들의 쳇바퀴 일상이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자신에 대해 비꼬아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 짐짓 심각한 톤인 건 절대 아니다.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연상시키는 재치 넘치는 CG, 유머러스한 대사와 간간이 박혀 있는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웃음을 끌어낸다. 테러라는 하나의 사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에피소드로 처리되는 탓에 이야기 엮어나가는 게 허술하고, 내레이션의 무거운 톤과 활기찬 영상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 <여고괴담 2>의 조감독을 거친 이권 감독이 연출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이 각본을 맡았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만덜레이> - 자유와 속박에 관하여 |
등록일
2007.07.23
도그빌을 떠난 그레이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갱스터인 그녀의 아버지(윌렘 대포). 그들은 여행 길에 미국 남부 알라바마 주에 위치한 목화 농장 만덜레이를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만덜레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노예제도가 세상에서 사라진 지 70여 년의 세월이 지난 그날까지, 만덜레이의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 노예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백인들에게 있다고 믿는 그레이스는 그곳에 머물며 이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돕기로 마음 먹는다. 그레이스는 그들과 함께 살며 생활하는 것은 물론, 토론과 다수결 투표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가르침을 가르친다. 흑인들에게 자유로운 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한 그레이스의 노력은 피나는 투쟁에 가깝다. 그러나 흑인들의 생활은 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속박과 억압을 벗어나는 것, 과연 그것이 자유의 진정한 모습일까?
<만덜레이 Manderlay>는 <도그빌 Dogville>과 <워싱턴 Washington>을 잇는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 두 번째 이야기다. <도그빌>이 대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 ‘도그빌’을 통해 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면 <만덜레이>는 노예제도와 자유에 관한 우화를 그리고 있다. 노예들이 해방이 된 후 이전보다 더 굶주리게 되자 옛 주인을 되찾아가 벌이는 일을 옮긴 프랑스 작가 장 폴랑의 ‘O의 이야기’ 서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덜레이>는 두 팔을 옥죄고 있던 사슬을 푸는 것, 그것으로 노예 해방이 끝난 것인지를 되묻는다. 백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흑인을 노예로 만든 것과 같이 노예 해방 역시 철저히 백인들의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뿐, 당사자인 흑인들의 상황과 입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이 라스 폰 트리에가 내놓는 비판. 자유와 속박은 권력을 쥔 백인이 흑인에게 내리는 용단이 아닌, 흑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분실 선으로 쓱쓱 구역을 분할해 만들어 놓은 세트 위에 연극 무대처럼 세워졌던 <도그빌>의 공간 구성은 <만덜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미국 3부작을 끝맺음 할 <워싱턴>도 이와 같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 때문에 <도그빌>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영상적 충격은 <만덜레이>에서는 덜한 편이다. 자유와 속박은 흑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영화의 입장은 선명하고 반복적으로 제시되지만 별다른 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이야기 줄기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의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신선한 연기와 <스파이더맨 Spider-Man>의 윌렘 대포, <컬러 퍼플 The Color People> <리썰 웨폰 Lethal Weapon>의 대니 글로버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 자연스럽다.
<만덜레이 Manderlay>는 <도그빌 Dogville>과 <워싱턴 Washington>을 잇는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 두 번째 이야기다. <도그빌>이 대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 ‘도그빌’을 통해 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면 <만덜레이>는 노예제도와 자유에 관한 우화를 그리고 있다. 노예들이 해방이 된 후 이전보다 더 굶주리게 되자 옛 주인을 되찾아가 벌이는 일을 옮긴 프랑스 작가 장 폴랑의 ‘O의 이야기’ 서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덜레이>는 두 팔을 옥죄고 있던 사슬을 푸는 것, 그것으로 노예 해방이 끝난 것인지를 되묻는다. 백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흑인을 노예로 만든 것과 같이 노예 해방 역시 철저히 백인들의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뿐, 당사자인 흑인들의 상황과 입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이 라스 폰 트리에가 내놓는 비판. 자유와 속박은 권력을 쥔 백인이 흑인에게 내리는 용단이 아닌, 흑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분실 선으로 쓱쓱 구역을 분할해 만들어 놓은 세트 위에 연극 무대처럼 세워졌던 <도그빌>의 공간 구성은 <만덜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미국 3부작을 끝맺음 할 <워싱턴>도 이와 같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갈 예정. 때문에 <도그빌>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영상적 충격은 <만덜레이>에서는 덜한 편이다. 자유와 속박은 흑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영화의 입장은 선명하고 반복적으로 제시되지만 별다른 극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이야기 줄기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의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신선한 연기와 <스파이더맨 Spider-Man>의 윌렘 대포, <컬러 퍼플 The Color People> <리썰 웨폰 Lethal Weapon>의 대니 글로버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 자연스럽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인랜드 엠파이어> - 세 시간짜리 초현실주의 악몽 체험 |
등록일
2007.07.23
데이비드 린치에게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가 있다. 그의 영화세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를 보더라도 단박에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복제와 재생산, 모방과 인용이 범람하는 영화 시장 속에서 데이비드 린치의 낙인만은 여전히 고유한 것으로 남아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부터 계속 이어지는 데이비드 린치 영화세계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그렇듯 <인랜드 엠파이어>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4차원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악몽, 순환, 상징, 서로 다른 자아의 존재, 두 자아의 교차,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 등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다시 뒤섞인다. 부분적으로는 논리적인 연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일관성 있는 논리로 풀어내려 하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야기가 하나의 단락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이면 감독은 전혀 다른 세계로 건너뛰고 이전 세계와 조금씩 연결시키다 다시 처음 제시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덧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무엇이 현실이고 꿈이고 가상세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제가 알고 보면 내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자신의 삶을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두 문장이 아마도 <인랜드 엠파이어>를 관통하는 핵심일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TV를 보고 있는 여자가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두 남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시트콤 같은 사운드 효과 속에서 머리는 토끼이고 몸통은 사람인 세 캐릭터의 대화가 관객들을 어리둥절케 한다.(의인화된 토끼들의 방은 린치의 2002년작 중편 <래빗츠 Rabbits>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후부터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니키 그레이스(로라 던)의 저택에 이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폴란드 출신 노파가 방문한다. 공격적인 말투로 니키를 대하는 노파는 그녀가 곧 이야기 중인 새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것이며 그 영화는 사실 로맨스영화가 아닌 살인사건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은 내일이 어제일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순식간에 다음날로 이어지고 니키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남자 주연배우 데븐 버크(저스틴 서루)와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니키는 감독으로부터 ‘On High in Blue Tomorrows’라는 제목의 이 영화가 폴란드 집시 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며 이미 한 차례 만들어질 뻔한 영화 ‘47’의 리메이크라는 고백을 듣는다. 감독에 따르면 원래 제작되던 영화가 중단된 것은 두 주연배우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서 <인랜드 엠파이어>의 이야기는 점점 분열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영화에서 불륜에 빠지는 연기를 하던 니키와 데븐은 극 중 캐릭터인 수잔 블루와 빌리 사이드처럼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폴란드 노파의 말처럼 어느 순간 어제가 내일이 되고, 니키는 마치 과거 만들어질 뻔했던 영화 속 배우로 보이는 인물의 삶을 살게 된다.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 더 이상 영화 속 영화는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건너간 니키의 기이한 삶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보면 니키는 폴란드에 있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거리의 창녀로 전락해 할리우드의 거리를 배회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거리에서 쓰러져 죽어가던 니키는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를 마친 니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데이비드 린치가 필름을 버리고 저화질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풀어냈던 상징과 악몽, 순환의 4차원적 세계를 더욱 먼 지점까지 끌어간다. 논리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인랜드 엠파이어>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난수표 같은 수수께끼로 세 시간의 고문을 줄 테지만, 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하는 열혈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악몽의 쾌감을 선물할 것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두고 할리우드에 대한 린치식 독설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영화의 일부만 보는 것과 같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체험을 위한 영화다. 논리에 어깨들 기대는 순간 관객은 암흑의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그렇듯 <인랜드 엠파이어>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4차원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악몽, 순환, 상징, 서로 다른 자아의 존재, 두 자아의 교차,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 등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다시 뒤섞인다. 부분적으로는 논리적인 연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일관성 있는 논리로 풀어내려 하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야기가 하나의 단락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이면 감독은 전혀 다른 세계로 건너뛰고 이전 세계와 조금씩 연결시키다 다시 처음 제시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덧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무엇이 현실이고 꿈이고 가상세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어제가 알고 보면 내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자신의 삶을 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 두 문장이 아마도 <인랜드 엠파이어>를 관통하는 핵심일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TV를 보고 있는 여자가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두 남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시트콤 같은 사운드 효과 속에서 머리는 토끼이고 몸통은 사람인 세 캐릭터의 대화가 관객들을 어리둥절케 한다.(의인화된 토끼들의 방은 린치의 2002년작 중편 <래빗츠 Rabbits>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후부터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니키 그레이스(로라 던)의 저택에 이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폴란드 출신 노파가 방문한다. 공격적인 말투로 니키를 대하는 노파는 그녀가 곧 이야기 중인 새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것이며 그 영화는 사실 로맨스영화가 아닌 살인사건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은 내일이 어제일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순식간에 다음날로 이어지고 니키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남자 주연배우 데븐 버크(저스틴 서루)와 감독(제레미 아이언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니키는 감독으로부터 ‘On High in Blue Tomorrows’라는 제목의 이 영화가 폴란드 집시 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며 이미 한 차례 만들어질 뻔한 영화 ‘47’의 리메이크라는 고백을 듣는다. 감독에 따르면 원래 제작되던 영화가 중단된 것은 두 주연배우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서 <인랜드 엠파이어>의 이야기는 점점 분열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영화에서 불륜에 빠지는 연기를 하던 니키와 데븐은 극 중 캐릭터인 수잔 블루와 빌리 사이드처럼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폴란드 노파의 말처럼 어느 순간 어제가 내일이 되고, 니키는 마치 과거 만들어질 뻔했던 영화 속 배우로 보이는 인물의 삶을 살게 된다.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 더 이상 영화 속 영화는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건너간 니키의 기이한 삶이 펼쳐진다. 어느 순간 보면 니키는 폴란드에 있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거리의 창녀로 전락해 할리우드의 거리를 배회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거리에서 쓰러져 죽어가던 니키는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를 마친 니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데이비드 린치가 필름을 버리고 저화질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인랜드 엠파이어>는 <로스트 하이웨이>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풀어냈던 상징과 악몽, 순환의 4차원적 세계를 더욱 먼 지점까지 끌어간다. 논리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인랜드 엠파이어>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난수표 같은 수수께끼로 세 시간의 고문을 줄 테지만, 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하는 열혈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악몽의 쾌감을 선물할 것이다. <인랜드 엠파이어>를 두고 할리우드에 대한 린치식 독설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영화의 일부만 보는 것과 같다. <인랜드 엠파이어>는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체험을 위한 영화다. 논리에 어깨들 기대는 순간 관객은 암흑의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가족상속괴담> - 태아귀신에 얽힌 가문의 저주 |
등록일
2007.07.23
중국의 오래된 무속신앙 중에는 ‘태아귀신 모시기’라는 것이 있다. 가문의 번영을 위해 태아의 시체를 납골 단지에 담고 희생양으로 선택된 이의 피를 뽑아 먹이면 태아 귀신이 가문에 큰 복을 가져다 주는 동시에 때로는 가문을 위해 살생을 범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대만의 공포영화 <가족상속괴담 The Heirloom>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태아귀신에 관한 무속신앙을 소개하며 영화의 모티브를 소개한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감독의 배려이자 이야기의 허구성과 현실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방책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양씨 가문의 오래된 대저택을 물려받은 제임스이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터라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호기심이 생긴 제임스는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먼지투성이인 저택에서 약혼녀인 무용가 요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인 이첸, 아쳉과 새 출발을 자축하는 파티를 연 제임스는 자정이 지나면서 기이한 이미지의 꿈을 꾼다. 저택과 관련한 기묘한 일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첸과 아쳉이 자정만 되면 기억을 잃고 저택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방 도시로 출장을 갔던 아쳉이 목이 졸린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저택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거실에서 밤을 지낸 경찰 또한 다음 날 자정에 자신도 모르게 저택에 되돌아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대만의 젊은 감독 레스티 첸이 스물넷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공포영화에 관한 역사가 거의 전무한 대만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대만 박스오피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가족상속괴담>에 기본 뼈대를 제공하는 것은 혈연의 존속과 가문의 위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적 가족관과 중국의 고유한 무속신앙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키고, 태아귀신 무속신앙을 이용해 다시 복수의 저주를 내린다. 피의 저주로 인해 희생된 원혼들은 다시 집안의 마지막 상속자에게 저주를 내리려 한다. 혈연관계에서 시작된 저주는 공간으로 이어져 가문의 상속자보다 저택에 머문 사람들이 먼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상속괴담>이 내세우는 태아귀신이라는 소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공포 괴담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오래된 대저택이 자아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무척 효과적인 반면 영화는 공포의 근원에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비밀을 꼭꼭 숨겨뒀다가 조금씩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링 Ring> 이후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에 정착되기 시작한 ‘죽음의 법칙’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저주에 얽힌 미스터리와 죽음의 법칙을 결합시킨 시나리오도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공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이야기 자체로 옮겨가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제자리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정작 분위기는 무섭지만 내용은 하나도 없는 초반부와 내용은 많지만 정작 공포심을 자극하는 내용물은 하나도 없는 후반부가 작품의 일관성마저 훼손시키고 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급속하게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의 공포영화들 속에서 <가족상속괴담>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양씨 가문의 오래된 대저택을 물려받은 제임스이다.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터라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호기심이 생긴 제임스는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먼지투성이인 저택에서 약혼녀인 무용가 요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인 이첸, 아쳉과 새 출발을 자축하는 파티를 연 제임스는 자정이 지나면서 기이한 이미지의 꿈을 꾼다. 저택과 관련한 기묘한 일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첸과 아쳉이 자정만 되면 기억을 잃고 저택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방 도시로 출장을 갔던 아쳉이 목이 졸린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저택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거실에서 밤을 지낸 경찰 또한 다음 날 자정에 자신도 모르게 저택에 되돌아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대만의 젊은 감독 레스티 첸이 스물넷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공포영화에 관한 역사가 거의 전무한 대만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대만 박스오피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가족상속괴담>에 기본 뼈대를 제공하는 것은 혈연의 존속과 가문의 위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적 가족관과 중국의 고유한 무속신앙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키고, 태아귀신 무속신앙을 이용해 다시 복수의 저주를 내린다. 피의 저주로 인해 희생된 원혼들은 다시 집안의 마지막 상속자에게 저주를 내리려 한다. 혈연관계에서 시작된 저주는 공간으로 이어져 가문의 상속자보다 저택에 머문 사람들이 먼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상속괴담>이 내세우는 태아귀신이라는 소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공포 괴담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오래된 대저택이 자아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무척 효과적인 반면 영화는 공포의 근원에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비밀을 꼭꼭 숨겨뒀다가 조금씩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링 Ring> 이후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에 정착되기 시작한 ‘죽음의 법칙’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저주에 얽힌 미스터리와 죽음의 법칙을 결합시킨 시나리오도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공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이야기 자체로 옮겨가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제자리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정작 분위기는 무섭지만 내용은 하나도 없는 초반부와 내용은 많지만 정작 공포심을 자극하는 내용물은 하나도 없는 후반부가 작품의 일관성마저 훼손시키고 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들어 급속하게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의 공포영화들 속에서 <가족상속괴담>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폭력의 역사> -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
등록일
2007.07.23
미국의 한 시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톰(비고 모텐슨)은 아내(마리아 벨로)와 아들, 딸과 함께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식당에 2인조 강도가 들어와 종업원과 손님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톰은 몸을 던져 이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이 사건으로 톰은 언론에 대서특필돼 유명세를 치른다. 하지만 이 유명세로 필라델피아 갱단 두목인 포가티(에드 해리스)가 나타나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포가티는 톰을 조이라고 부르며 믿기지 않는 사실을 말해준다. 톰은 원래 갱단의 유명 킬러였지만 자신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망쳤다는 것. 톰은 이를 극구 부인하지만, 포가티는 톰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톰의 목을 죄기 시작한다.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는 미국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톰은 과거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악인이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톰은 우연한 계기로 폭력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폭력의 역사>는 악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폭력의 역사>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의 집요함 때문이 아니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중성에 있기 때문이다. 톰은 자신의 가게에서 2인조 강도를 처단한 것처럼 똑 같은 방식으로 악당을 물리치며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한다. 모든 것이 해결된 후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도감이 아니라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불안한 톰의 정체성 때문이다.
<폭력의 역사>는 DC 코믹스에서 출간한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출은 <비디오드롬 Videodrome>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크래쉬 Crash> 등을 만들며 육체의 변형,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끊임없이 다뤄왔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맡았다.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의 아라곤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톰과 조이를 넘나드는 호연을 펼치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휴먼 스테인 The Human Stain>의 에드 해리스가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리는 포가티 역을 맡아 섬뜩함을 불러 일으킨다.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야기는 미국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톰은 과거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던 악인이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톰은 우연한 계기로 폭력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고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폭력의 역사>는 악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폭력의 역사>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의 집요함 때문이 아니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중성에 있기 때문이다. 톰은 자신의 가게에서 2인조 강도를 처단한 것처럼 똑 같은 방식으로 악당을 물리치며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한다. 모든 것이 해결된 후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안도감이 아니라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불안한 톰의 정체성 때문이다.
<폭력의 역사>는 DC 코믹스에서 출간한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출은 <비디오드롬 Videodrome>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크래쉬 Crash> 등을 만들며 육체의 변형,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끊임없이 다뤄왔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맡았다.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의 아라곤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이 톰과 조이를 넘나드는 호연을 펼치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휴먼 스테인 The Human Stain>의 에드 해리스가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리는 포가티 역을 맡아 섬뜩함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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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7. 11. 08:56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질풍노도의 해리 포터 |
등록일
2007.07.09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5학년을 앞둔 방학은 여전히 따분하고 지겹기만 하다. 사촌 더들리(해리 멜링)와 그 친구들의 괴롭힘을 받던 도중 해리는 뭔가 사악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디멘터들의 공격을 막느라 마법을 쓴 해리는 학교 밖에서 마법을 썼다는 이유로 퇴학 통지를 받는다. 눈앞이 캄캄해진 해리를 어둠의 마법사 오러들이 불사조 기사단의 비밀 장소로 데려가고, 불사조 기사단을 만난 해리는 기사단의 일원인 시리우스를 만나 부모님의 과거 활약상을 듣고 힘을 얻는다. 덤블도어 교장(마이클 갬본)의 중재로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지만, 예언자일보는 볼드모트(레이프 파인즈)가 돌아왔다는 말이 거짓이라며 해리를 비난한다. 해리를 퇴학시키는 데 실패한 마법부 장관은 엄브릿지(이멜다 스톤튼)를 교수로 임명해 교장 덤블도어를 포함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탄압한다. 학교 내에서 엄브릿지의 권력은 점점 커지고 학생들에 대한 금지사항도 점점 늘어만 간다. 볼드모트와의 대결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 해리는 ‘덤블도어의 군대’를 만든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의 뜻에 따라 학교 내 비밀단체에서 마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볼드모트와의 대결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해리 포터는 5학년이 되면서 점점 성인의 세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볼드모트의 귀환과 케드릭의 죽음 이후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 해리는 꿈에서 시리우스가 공격 당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볼드모트와 자신의 알 수 없는 연결고리에 대해 괴로워한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이하 ‘불사조 기사단’)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고, 그 사이 해리는 어린 꼬마에서 성인을 앞둔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어릴 땐 마법의 세계가 모두 신기할 따름이지만, 어른이 되면 마법이 엄청난 책임감을 필요로 하고 때론 죽음의 위협까지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5학년이 된 해리 포터는 전형적인 청소년기의 불안을 끌어 안으며 조금씩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다.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소통하기 힘든 고독감, 타오르는 분노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이전의 네 편보다 더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법사로서, 평범한 한 명의 청소년으로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해리에게 초점이 맞춰진 탓에 헤르미온느와 론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액션 판타지 장르의 특성도 상당 부분 축소됐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열혈 팬들이 <불사조 기사단>을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는 반면, 일반 영화 관객들은 흥미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은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열혈 팬들은 그동안 나열됐던 플롯의 가지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보며, 귀염둥이 꼬마였던 해리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반면, 낭만적인 판타지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팬들은 드라마 중심의 영화를 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 단계에 위치한 작품이라는 점은 새롭게 투입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로 작용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시리즈에서 5편의 역할은 이전 플롯들 사이에 숨겨졌던 연결고리들을 조금씩 제시하고 안개 속에 가려 있던 이야기의 실타래들을 보다 분명하게 구체화시키는 데 있다. 시리즈의 중간 단계에서 주인공 해리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고 플롯들을 정리하느라 소설 시리즈 중 가장 두꺼운 5번째 작품을 압축시키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단일 작품으로서의 쾌감에 몰두하는 작업이 아니라 시리즈의 흐름을 조율하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한정된 시간에 압축하는 것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였을 것이다. 해리와 초쳉의 첫 키스가 별다른 화학작용 없이 끝나버린 것은 그런 이유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중반의 드라마가 어둡고 무겁게 펼쳐지긴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감독은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해리가 마법사들과 함께 템즈 강을 날아다니는 장면과 위즐리 형제가 엄브릿지 교수의 정신을 쏙 빼놓는 마법쇼 장면은 어린이 관객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볼드모트와 덤블도어 교수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화려한 특수효과와 함께 마치 <스타워즈 Star Wars>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쾌감을 안겨준다. 볼드모트와 덤블도어의 마법 대결 장면이 너무 짧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해리와 볼드모트와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확장시키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해리 포터의 어두운 내면과 마법 세계의 화려함을 형상화한 촬영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살인에 관한 짧은 영화 A Short Film About Killing>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블루 Trois Couleurs: Bleu>,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등의 영상을 담당한 슬라보미르 이드지아크가 맡았다.
볼드모트와의 대결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해리 포터는 5학년이 되면서 점점 성인의 세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볼드모트의 귀환과 케드릭의 죽음 이후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 해리는 꿈에서 시리우스가 공격 당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볼드모트와 자신의 알 수 없는 연결고리에 대해 괴로워한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이하 ‘불사조 기사단’)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고, 그 사이 해리는 어린 꼬마에서 성인을 앞둔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어릴 땐 마법의 세계가 모두 신기할 따름이지만, 어른이 되면 마법이 엄청난 책임감을 필요로 하고 때론 죽음의 위협까지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5학년이 된 해리 포터는 전형적인 청소년기의 불안을 끌어 안으며 조금씩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다.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소통하기 힘든 고독감, 타오르는 분노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이전의 네 편보다 더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법사로서, 평범한 한 명의 청소년으로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해리에게 초점이 맞춰진 탓에 헤르미온느와 론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액션 판타지 장르의 특성도 상당 부분 축소됐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열혈 팬들이 <불사조 기사단>을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는 반면, 일반 영화 관객들은 흥미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은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열혈 팬들은 그동안 나열됐던 플롯의 가지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보며, 귀염둥이 꼬마였던 해리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반면, 낭만적인 판타지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팬들은 드라마 중심의 영화를 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이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 단계에 위치한 작품이라는 점은 새롭게 투입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로 작용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시리즈에서 5편의 역할은 이전 플롯들 사이에 숨겨졌던 연결고리들을 조금씩 제시하고 안개 속에 가려 있던 이야기의 실타래들을 보다 분명하게 구체화시키는 데 있다. 시리즈의 중간 단계에서 주인공 해리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고 플롯들을 정리하느라 소설 시리즈 중 가장 두꺼운 5번째 작품을 압축시키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단일 작품으로서의 쾌감에 몰두하는 작업이 아니라 시리즈의 흐름을 조율하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한정된 시간에 압축하는 것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였을 것이다. 해리와 초쳉의 첫 키스가 별다른 화학작용 없이 끝나버린 것은 그런 이유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중반의 드라마가 어둡고 무겁게 펼쳐지긴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감독은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해리가 마법사들과 함께 템즈 강을 날아다니는 장면과 위즐리 형제가 엄브릿지 교수의 정신을 쏙 빼놓는 마법쇼 장면은 어린이 관객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볼드모트와 덤블도어 교수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화려한 특수효과와 함께 마치 <스타워즈 Star Wars>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쾌감을 안겨준다. 볼드모트와 덤블도어의 마법 대결 장면이 너무 짧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해리와 볼드모트와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확장시키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해리 포터의 어두운 내면과 마법 세계의 화려함을 형상화한 촬영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살인에 관한 짧은 영화 A Short Film About Killing>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블루 Trois Couleurs: Bleu>,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등의 영상을 담당한 슬라보미르 이드지아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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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여섯 명의 의대생들이 한 팀을 이뤘다. 슬픈 가족사를 지닌 선화(한지민), 건방지고 제멋대로인 중석(온주완), 차분한 성격의 기범(오태경), 학업에만 정진하는 모범생 은주(소이), 넉넉한 체구와는 달리 심약한 성격의 경민(문원주), 공부보다 연애에 더 관심 있는 지영(채윤서)이 해부학 실습 동안 같은 배를 타게 됐다.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해 메스를 든 첫 날,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카데바(해부용 시체)는 젊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다. 하지만 선화를 비롯한 여섯 명의 팀원들을 이 카데바를 접하면 접할수록 지독한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기 된다. 급기야 모범생 은주를 시작으로 팀원들이 한 명씩 살해되고, 해부학교실에는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목숨을 부지한 선화, 중석, 기범은 자신들의 카데바가 일련의 사건들과 관계가 있음을 깨닫고 조사에 착수한다.
<해부학교실>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해부학 실습실이 영화의 공포감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 공간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실습대, 스산한 소리를 내는 냉장고, 혈관처럼 뻗어있는 파이프라인으로 채워져 있어 섬뜩함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정체불명의 카데바를 접한 선화의 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갈 때도 해부학교실은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미로처럼 그려진다. 실제 <해부학교실>은 제작비의 30%가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이곳에 투자됐는데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린 섬세한 세트와 소품들이 무서움을 유발하게 하는 큰 장치로 활용된다.
<플란다스의 개>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이자 단편 <필통낙하시험>으로 주목 받은 손태웅 감독은 깜짝 놀라게 하는 도식적인 공포영화 장치가 아닌, 스산한 분위기와 상황으로 공포감을 서서히 주입시킨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두 번의 살인 사건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귀신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모골이 송연할 만큼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하지만 <해부학교실>의 문제는 후반부다. 카데바의 숨겨진 비밀, 선화의 애틋한 과거, 사건의 조사를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중석과 기범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영화는 공포영화로서의 긴장감이 흐트러진다. 이윽고 살인 사건의 전모가 결국 처절한 복수극으로 함축되고, 상투적인 결말로 한치의 벗어남 없이 흘러가면서 허탈함까지 불러 일으킨다. <해부학교실>의 전반부가 잔가지를 처낸 깔끔한 연출이었던 것에 반해, 후반부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벌여놓고 깔끔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있어 큰 아쉬움을 남긴다.
<해부학교실>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해부학 실습실이 영화의 공포감을 부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 공간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실습대, 스산한 소리를 내는 냉장고, 혈관처럼 뻗어있는 파이프라인으로 채워져 있어 섬뜩함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정체불명의 카데바를 접한 선화의 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갈 때도 해부학교실은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미로처럼 그려진다. 실제 <해부학교실>은 제작비의 30%가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이곳에 투자됐는데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린 섬세한 세트와 소품들이 무서움을 유발하게 하는 큰 장치로 활용된다.
<플란다스의 개>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이자 단편 <필통낙하시험>으로 주목 받은 손태웅 감독은 깜짝 놀라게 하는 도식적인 공포영화 장치가 아닌, 스산한 분위기와 상황으로 공포감을 서서히 주입시킨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두 번의 살인 사건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귀신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모골이 송연할 만큼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해낸다. 하지만 <해부학교실>의 문제는 후반부다. 카데바의 숨겨진 비밀, 선화의 애틋한 과거, 사건의 조사를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중석과 기범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영화는 공포영화로서의 긴장감이 흐트러진다. 이윽고 살인 사건의 전모가 결국 처절한 복수극으로 함축되고, 상투적인 결말로 한치의 벗어남 없이 흘러가면서 허탈함까지 불러 일으킨다. <해부학교실>의 전반부가 잔가지를 처낸 깔끔한 연출이었던 것에 반해, 후반부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벌여놓고 깔끔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있어 큰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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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일본의 한 병원, 5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쥰이치(타마키 히로시)가 드디어 눈을 떴다. 하지만 쥰이치는 여자 친구 메구미(아오이 유우)와의 추억만 기억날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쥰이치는 악몽으로 잠을 깨고 병실을 돌아다니다 저온 보관실에서 자신의 뇌를 발견하고 자신이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려 우뇌에 총을 맞고 뇌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기적처럼 살아난 쥰이치는 메구미와 함께 병원 문을 나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결국 쥰이치는 자신에게 뇌를 기증해 준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변신 Henshin>은 [비밀] [백야행]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변신>은 뇌의 일부분을 이식 받은 한 남자가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의 섬뜩한 연기도 수준급이지만 <하나와 앨리스 Hana and Alice> <훌라걸스 Hula Girls>로 유명한 아오이 유우도 쥰이치에게 몇 번의 상처를 입지만 계속 믿고 사랑하는 메구미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하지만 <변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자연스러운 대사와 빈약한 이야기 전개다. 기괴하게 변해가는 쥰이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이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도 포기하지 않아 갈팡질팡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변신 Henshin>은 [비밀] [백야행]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변신>은 뇌의 일부분을 이식 받은 한 남자가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의 섬뜩한 연기도 수준급이지만 <하나와 앨리스 Hana and Alice> <훌라걸스 Hula Girls>로 유명한 아오이 유우도 쥰이치에게 몇 번의 상처를 입지만 계속 믿고 사랑하는 메구미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하지만 <변신>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자연스러운 대사와 빈약한 이야기 전개다. 기괴하게 변해가는 쥰이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이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도 포기하지 않아 갈팡질팡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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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9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장편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1928년에 쓰여져 영국에서는 1960년까지 원본 그대로 출간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외설 논쟁에 휘말렸고, 각종 ‘부인’ 시리즈의 범람으로 아직까지도 외설 문학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는 원작의 에로티시즘만을 강조한 일부 영화들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작품이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1981년작 <차타레 부인의 사랑 Lady Chatterley’s Lover>이다. 파스칼 페랑 감독의 <레이디 채털리 Lady Chatterley>는 원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에 충분할 만큼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됐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소설을 영화화한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D.H. 로렌스가 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최종 출판본인 세 번째 버전이 아니라 두 번째 버전인 [존 토마스와 레이디 제인 John Thomas and Lady Jane]을 토대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버전과 최종 버전은 전체적으로 인물 구성과 주제 의식, 이야기 전개 방식이 비슷하지만, 캐릭터들의 비중과 인물들의 배경,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존 토마스와 레이디 제인]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에 집중하며 세부 장면 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소설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광산을 운영하는 클리포드 경과 결혼한 콘스탄스는 남편이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하반신이 마비된 채 돌아오자 요양차 랙비의 저택으로 거처를 옮긴다. 독선적인 남편과 적막한 시골 생활에 조금씩 지쳐 가던 콘스탄스는 남편의 심부름 때문에 사냥터지기 파킨을 찾은 후 조금씩 마음이 설레고 있음을 깨닫는다. 파킨과의 짧은 첫 만남 후 콘스탄스는 사냥터지기 오두막을 자주 찾으며 그와 조금씩 친분을 쌓는다. 여느 때처럼 오두막을 찾은 콘스탄스와 무뚝뚝하게 그녀를 지켜보던 파킨은 서로에게 향한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첫 잠자리를 함께한다. 하지만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인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두 사람은 난생 처음 겪는 정열적인 사랑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소통하기 시작한다.
1994년 <죽음과의 타협 Petits arrangements avec les morts>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파스칼 페랑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여타 에로틱 드라마와 다른 점은 <레이디 채털리>가 철저히 여성 캐릭터인 콘스탄스의 시선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콘스탄스를 파킨의 성적 욕망이 투영되는 대상물로 전락시키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콘스탄스는 남성적 시선으로 조종되는 수동적 캐릭터가 아니라 능동적 캐릭터로서 자신의 욕망과 열정을 분출하고 파킨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를 나눈다. 남성 중심적 에로틱 드라마에서 매번 반복되는 남녀관계는 자연스럽게 전복된다.
두 주인공의 관계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시점에서 나누는 섹스 장면은 전복된 남녀관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침대 앞에 선 파킨이 침대에 누운 콘스탄스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할 때 그녀는 스스럼 없이 옷을 벗지만, 콘스탄스가 파킨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할 때 그는 뒤돌아 옷을 벗는다. 이어 콘스탄스는 파킨에게 벗은 몸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계급의 정치학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콘스탄스는 파킨과의 관계에 있어서 계급과 신분의 우월성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콘스탄스는 그저 사랑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원작에 묘사된 성애 장면을 충실하게 재현한 파스칼 페랑은 남녀 주인공의 나체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성애 장면과 성기가 드러나는 누드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성적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과는 무관하다. 콘스탄스와 파킨이 서로의 벗은 몸에 꽃을 꽂아주는 장면이나 비 오는 들판을 나신으로 뛰는 장면은 사랑과 섹스를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는 원작의 관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땅을 밟고 서 있는 발의 접촉, 나무에 닿아있는, 살아있는 존재에 닿아있는 손가락의 접촉, 가슴과 손의 접촉, 한 존재의 전 육체와 다른 육체와의 접촉, 열정적인 사랑의 상호적인 침투, 바로 여기에 삶이 있습니다’라고 쓴 D.H. 로렌스의 저작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파스칼 페랑의 뛰어난 연출력에 올해 프랑스 세자르영화상 심사위원단은 작품상과 각본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의 트로피를 수여했다.
영화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소설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광산을 운영하는 클리포드 경과 결혼한 콘스탄스는 남편이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하반신이 마비된 채 돌아오자 요양차 랙비의 저택으로 거처를 옮긴다. 독선적인 남편과 적막한 시골 생활에 조금씩 지쳐 가던 콘스탄스는 남편의 심부름 때문에 사냥터지기 파킨을 찾은 후 조금씩 마음이 설레고 있음을 깨닫는다. 파킨과의 짧은 첫 만남 후 콘스탄스는 사냥터지기 오두막을 자주 찾으며 그와 조금씩 친분을 쌓는다. 여느 때처럼 오두막을 찾은 콘스탄스와 무뚝뚝하게 그녀를 지켜보던 파킨은 서로에게 향한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첫 잠자리를 함께한다. 하지만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인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두 사람은 난생 처음 겪는 정열적인 사랑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소통하기 시작한다.
1994년 <죽음과의 타협 Petits arrangements avec les morts>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파스칼 페랑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여타 에로틱 드라마와 다른 점은 <레이디 채털리>가 철저히 여성 캐릭터인 콘스탄스의 시선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콘스탄스를 파킨의 성적 욕망이 투영되는 대상물로 전락시키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콘스탄스는 남성적 시선으로 조종되는 수동적 캐릭터가 아니라 능동적 캐릭터로서 자신의 욕망과 열정을 분출하고 파킨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를 나눈다. 남성 중심적 에로틱 드라마에서 매번 반복되는 남녀관계는 자연스럽게 전복된다.
두 주인공의 관계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시점에서 나누는 섹스 장면은 전복된 남녀관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침대 앞에 선 파킨이 침대에 누운 콘스탄스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할 때 그녀는 스스럼 없이 옷을 벗지만, 콘스탄스가 파킨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할 때 그는 뒤돌아 옷을 벗는다. 이어 콘스탄스는 파킨에게 벗은 몸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계급의 정치학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콘스탄스는 파킨과의 관계에 있어서 계급과 신분의 우월성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콘스탄스는 그저 사랑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원작에 묘사된 성애 장면을 충실하게 재현한 파스칼 페랑은 남녀 주인공의 나체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성애 장면과 성기가 드러나는 누드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성적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과는 무관하다. 콘스탄스와 파킨이 서로의 벗은 몸에 꽃을 꽂아주는 장면이나 비 오는 들판을 나신으로 뛰는 장면은 사랑과 섹스를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는 원작의 관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땅을 밟고 서 있는 발의 접촉, 나무에 닿아있는, 살아있는 존재에 닿아있는 손가락의 접촉, 가슴과 손의 접촉, 한 존재의 전 육체와 다른 육체와의 접촉, 열정적인 사랑의 상호적인 침투, 바로 여기에 삶이 있습니다’라고 쓴 D.H. 로렌스의 저작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파스칼 페랑의 뛰어난 연출력에 올해 프랑스 세자르영화상 심사위원단은 작품상과 각본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의 트로피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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