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2. 12. 08:55

7.12/10
103명 참여
4.67/10
3명 참여
색즉시공 시즌 2
시사회·이벤트
감독  : 윤태윤
출연  : 임창정, 송지효
상영시간  : 115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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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7.53/10
371명 참여
5.67/10
3명 참여
싸움
감독  : 한지승
출연  : 설경구, 김태희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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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8.16/10
73명 참여
나는 전설이다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 윌 스미스
상영시간  : 97분
장르  :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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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2007년 12월 13일

4.63/10
8명 참여
5.50/10
2명 참여
파리에서
감독  : 크리스토프 오노레
출연  : 로맹 뒤리스, 루이스 가렐
상영시간  : 92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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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98/10
181명 참여
7.33/10
3명 참여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감독  : 곤 사토시
출연  : 에모리 토루, 오카모토 아야, 우메가키 요시아키
상영시간  : 91분
장르  : 애니메이션, 드라마,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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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7.55/10
82명 참여
아르헨티나 할머니
감독  : 나가오 나오키
출연  : 야쿠쇼 코지, 스즈키 쿄카, 호리키타 마키
상영시간  : 111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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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4.00/10
3명 참여
6.67/10
3명 참여
다즐링 주식회사
감독  : 웨스 앤더슨
출연  : 오웬 윌슨, 에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왈츠먼, 아마라 카렌, 월레스 우로다스키
상영시간  : 104분
장르  : 모험,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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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색즉시공 시즌2> - 더욱 노골적인 풍기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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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만년 고시생 은식(임창정)은 수영부 선수 경아(송지효)를 새로운 여자친구로 맞아들였다. 법전보다 성에 관심이 많은 은식은 경아에게 줄곧 잠자리를 요구하지만, 경아가 동의하지 않아 매일 가슴만 태우며 살아간다. 한편 은식의 친구 성국(최성국)은 차력동아리를 접고, ‘K-1 이종격투기’ 동아리를 창설한다. 은식의 불평불만을 들은 성국은 부원들과 함께 은식을 도우려 애쓰지만, 경아의 눈총만 살뿐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루라도 바람 잘날 없던 은식과 경아 커플 사이에 검사 출신의 기주(이상윤)가 나타나면서, 은식은 경아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받는다. 급기야 경아의 어머니(김청)가 은식을 찾아와 경아를 그만 만나달라고 부탁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학생 은식의 좌충우돌 성생활기 <색즉시공>이 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시즌 2’라는 꼬리표를 단 이번 영화는 전국 40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전작을 벤치마킹하듯 여배우들의 과감한 노출과 화장실 코미디로 전반을 구성하고 눈물 코드로 후반을 마무리하는 구성을 보인다. 전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노출의 강도는 세어지고, 지저분했던 화장실 코미디는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것. 또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썸>의 송지효가 임창정의 상대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색즉시공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섹스코미디를 표방하는 <색즉시공> 시리즈의 매력은 단순 명료하다.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노골적인 볼거리들로 관객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 <색즉시공 시즌2>는 수영장과 해수욕장을 무대로 빈번한 노출신을 등장시키고, 새로운 남녀의 출연으로 위기를 맞는 은식-경아 커플, 성국-유미(유채영) 커플의 한바탕 소동으로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나간다.

<색즉시공 시즌2>의 주연배우는 분명 임창정과 송지효지만, 조연으로 등장하는 최성국과 신이 그리고 유채영이 ‘오버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내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간다. 특히 난폭한 언어를 구사하는 수영부 감독 유미 역의 유채영은 <색즉시공 시즌2>의 웃음제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종격투기 동아리와 수영부가 함께 떠나는 합숙훈련 장면, 대학교과 술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들,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종격투기 장면은 은식과 경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별개로 진행돼 아쉬움을 남긴다. 여성의 시선을 철저히 배제한 채 남성 위주의 성적 판타지로 이야기를 직조하고, 트랜스젠더 등 성적소수자를 코미디의 소재로 가볍게 다뤘다는 것은 <색즉시공 시즌2>가 모든 이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섹스코미디로서의 한계를 보여준다.








<싸움> - 남녀상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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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불 같은 연애 후 결혼에 골인한 곤충학 교수 상민(설경구)과 유리공예가 진아(김태희). 하지만 이들의 호시절은 오래 가지 않는다. 남의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상민의 무신경한 태도는 진아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고, 결국 상민과 진아는 성격 차이로 이혼을 택한다. 홀로서기 후 각자의 길을 가던 상민은 문득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괘종시계의 금색 추를 진아가 가져가 버린 것인데. 감정의 앙금이 여전한 상태에서 이들은 재회하고, 결국 진아는 상민에게 폭발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시작. 번화한 쇼핑몰 광장에서 대치 중인 두 남녀를 호기심 어린 스테디 캠이 훑는다. <싸움>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두 남녀의 육박전을 기대하게 할 무렵, 남자는 여자에게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을 한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그 이후부터. 얼마 후 이혼을 택한 두 남녀의 관계를 살벌하기 짝이 없고, 결국 이들은 생사를 건 전쟁의 길로 접어든다. <찜> <하루> 그리고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TV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지승 감독이 연출한 <싸움>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Mr & Mrs. Smith>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터너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부부로 출연하는 <장미전쟁 The War of the Roses>을 떠올리게 한다. 위 두 영화처럼 한지승 감독은 <싸움>을 통해 남녀간의 싸움을 또 하나의 소통의 형태이자 사랑 표현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로맨틱 드라마에 일갈한 한지승 감독의 실력은 <싸움>에서도 여전하다. 설경구와 김태희라는 배우의 매력과 장점들에서 기초한, 실제 두 연인의 마음 속에 있을 법한 심리를 자유자재로 뽑아낸다. '하드보일드 액션코미디'라는 거창한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싸움>에서 두 남녀가 벌이는 싸움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 그러나 상대를 향한 반응이 이토록 과한 이유는 그만큼 상대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을 더 이상 화합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밀어 넣은 영화는 이후 둘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그러나 <싸움>은 지나치게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에만 의존한다. 줄기차게 싸워대며 등을 돌린 두 주인공이 극 말미 화해하게 되는 과정과 결말은 뜬금없이 보일 정도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PPL은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과도, 과다하다.

설경구와 김태희의 연기 호흡은 나쁘지 않다. 상민 역의 설경구는 로맨틱 드라마 <사랑을 놓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등과는 또 다른 생활인 연기를 편하게 보여준다. 영화 데뷔작 <중천>으로 몰매를 맞았던 김태희의 연기도 이번에는 그럭저럭 합격 점을 받을만하다. 문제는 둘 사이의 화학반응의 부재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듯한 능구렁이 상민과는 달리 김태희의 진아는 왠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사랑과 결혼, 헤어짐과 이혼 그리고 그 후 폭풍을 연기하기에 김태희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다.








<나는 전설이다> - 살아남은 자의 절대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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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2012년, 핵전쟁으로 전 세계가 폐허가 된 가운데 휘황찬란하던 뉴욕 거리도 다 타버린 건물들의 잔해만 남아 있다. 전 인류가 멸망한 듯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거리에 스테이션왜건을 타고 질주하는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다.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 과학자로 일했던 그는 자신이 지구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일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면서도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매일 라디오 방송을 송신한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나타난 흡혈귀들로 가득하다. 야행성인 흡혈귀들의 위협을 피해 낮에는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질주하고 밤에는 애타게 라디오 방송을 송신하는 네빌. 3년간 애타게 무선 라디오 방송을 송신한 결과, 네빌은 또 다른 생존자들과 만나게 되지만 미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네빌에게 남겨진 숙제는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어 인류의 미래를 이어가는 것. 지구와 인류를 위해 네빌은 인류 최후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묵시록적인 종말론을 다루고 있는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가 세 번째로 영화화됐다. SF 공포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The Night of the Living Dead>나 <28일 후 28 Days Later…> 등의 좀비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준 작품. 1964년 우발도 라고나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 최후의 생존자 The Last Man on Earth>과 보리스 사갈 감독이 연출한 1971년작 <오메가 맨 The Omega Man>에 이어 <콘스탄틴 Constantine>의 프랜시스 로렌스가 매드슨의 전설적인 공포소설을 다시 영화로 옮겼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원작소설이 지닌 암울하고 고독한 종말론의 기운과 홀로 남은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 세계를 SF 블록버스터의 외형과 공존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전의 두 편이 표현해내지 못한 폐허의 거리를 완벽하게 묘사한 <나는 전설이다>는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도시라 할 수 있는 뉴욕을 마치 19세기의 황량한 서부처럼 바꿔놓았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로 원작의 시각적 상상력을 화면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문제는 리처드 매드슨이 이전 작품들에 대해 지적했던 것처럼 주인공이 느끼는 절대 고독을 얼마나 무게감 있게 표현하느냐다. 정식 개봉 전 가진 시사 결과, 평론가들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내 관객들은 12월 12일부터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파리에서> -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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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여기 형제가 있다. 형 폴(로맹 뒤리스)은 한 여자와 진지하게 연애하는 타입이고 동생 조나단(루이 가렐)은 쉽게 여자들과 만나 부담없이 노는 바람둥이 스타일이다. 그런데 폴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골에서 함께 살던 안나(조아나 프레이스)와 크게 다툰 뒤 헤어져 아버지와 동생 조나단이 사는 파리로 돌아온다. 실연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우울증에 빠져 방구석에 박혀 있는 폴을 보다 못한 동생 조나단이 형을 데리고 파리 시내로 나간다.

<파리에서 Dan Paris>는 판이하게 다른 형제의 사랑 이야기를 경쾌한 톤으로 풀어놓는다. 한 여자와 진지하게 사랑하고 헤어진 후에는 그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형 폴과 여자들을 쉽게 만나 가볍게 즐기고 쉽게 헤어지는 동생 폴의 사랑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사에 너무 진지한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 조나단의 이야기와 언제나 장난스럽고 가볍기만 한 동생을 이해하기 어려운 형 폴 사이의 간격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차차 좁혀져간다. 이처럼 <파리에서>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발랄하게 풀어낸다.

삶의 태도가 완전히 다른 두 형제의 이야기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빛난다.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바르셀로나 대학의 기숙사에서 문화 충돌을 겪는 내용의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The Spanish Apartment>와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De battre mon coeur s'est arr?t?>에서 열연한 로맹 뒤리스는 우울한 표정으로 실연의 아픔에 고통받는 폴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 The Dreamers>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루이 가렐이 쉽게 연애하고 쉽게 헤어지는 가벼운 남자 조나단을 맡아 로맹 뒤리스와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영화를 경쾌하게 이끌어나간다. <파리에서>는 <사랑의 노래 Les Chansons d’Amour>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한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영화로, 그 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소개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 버려진 아기의 부모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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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세 명의 노숙자가 크리스마스에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탕진한 긴(에모리 토루), 아름답지 못한 외모로 클럽에서 버림받은 하나(우메가키 요시아키), 십대 가출소녀 미유키(오카모토 아야)는 먹을 것을 찾아 사방을 헤집고 다니던 중 추위 속에 떨고 있는 갓난 아이를 발견한다. 이들은 갓난 아이에게 키요코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를 버린 이유를 듣기 위해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키요코와 함께 한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어렵게 찾은 키요코의 집은 이미 흔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폐허가 돼버렸고, 긴과 하나 그리고 미유키는 아이를 병원에서 훔친 유괴범으로 오해를 사게 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키요코의 부모 찾기를 멈추지 않은 노숙자 3인방은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기적을 만나게 된다.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파프리카 Paprika>의 곤 사토시 감독이 연출을 맡은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Tokyo Godfathers>(이하 ‘크리스마스’)은 버려진 아이의 부모를 찾아나선 세 노숙자의 여정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는 일본 도쿄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노숙자 3인방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가는 이들의 행보가 우연의 연속으로 진행돼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도박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을 떠난 긴은 우연히 사랑하는 자신의 딸인 키요코(<크리스마스>에는 총 3명의 키요코가 등장한다)를 만나고, 미유키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조직폭력 암살사건에 휘말려 인질로 끌려간다. 또한, 하나가 도로에서 잡는 택시운전사는 언제나 같은 사람인데,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설명되기 힘들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지만, 곤 사토시 감독은 크리스마스라는 들뜬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련의 사건들을 매끄럽게 봉합시키는 연출력을 과시한다. 긴과 하나 그리고 미유키가 가진 각각의 사연들이 ‘키요코 부모찾기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점도 <크리스마스>의 구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부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현실에 있을 법한 판타지로 풀어내 그 감동을 더한다. <크리스마스>는 TV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의 노부모토 케이코가 극본을 맡았으며, 빼곡한 간판이 들어찬 현대 도쿄의 모습은 TV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매드하우스’가 만들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우리 동네엔 괴짜 할머니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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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18세의 소녀 미츠코(호리키타 마키)에게 고난이 닥친다. 지병을 앓던 어머니가 숨을 거두고, 아버지 사토루(야쿠쇼 코지)가 아무런 말없이 사라져버린 것. 미츠코는 홀로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츠코는 아버지가 동네의 괴짜 여인 유리(스즈키 쿄카)와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유리는 온갖 악취를 풍기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기이한 행동을 일삼아 오랫동안 미츠코의 혐오 대상으로 손꼽혀온 사람. 하지만 사랑하는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유리가 살고 있는 저택을 찾아간 미츠코는 유리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알 수 없는 포근함을 느낀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Argentine Baba>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나선 미츠코가 괴짜 할머니 유리를 만나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여유를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 [아르헨티나 할머니 Argentine Baba]의 삽화를 그렸던 요시토모 나라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와 엔드 크레딧을 담당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원작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는데 주력한다. 유리가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빌딩’은 허허벌판에 위치해 신비스런 느낌을 자아내며, 파스텔 톤으로 촬영된 영화의 색감은 원작이 가진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는 주인공 미츠코가 치료원에서 일하며 짝사랑을 시작하는 등 소소한 설정의 차이만 있을 뿐, 상처를 치유해가는 미츠코의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원작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다 보니, 이야기가 기복 없이 전개돼 지루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 또한 과도하게 사용된 탱고 음악이나 예쁘장하게만 그려진 유리의 모습은 원작과 그 차이가 상당해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CF 감독 출신인 나가오 나오키 감독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와 소통을 유려한 화면 속에 그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원작의 담백한 태도까지는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배우로 손꼽히는 야쿠쇼 코지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두려움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끼는 사토루 역을 톡톡히 소화해내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Always - Sunset on Third Street>의 호리키타 마키가 아르헨티나 빌딩의 일원이 되어가는 미츠코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다즐링 주식회사> - 콩가루 형제의 자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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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10

아버지 장례식 이후 1년 동안 연락도 않던 삼형제가 난데없이 인도 열차(‘다즐링 주식회사’라 불린다)에 몸을 실었다. 맏형 프랜시스(오언 윌슨)의 제안으로 인도로 향한 피터(애드리안 브로디)와 잭(제이슨 슈왈츠먼). 오토바이 사고로 만신창이가 프랜시스와 임신한 아내와 이혼하고 싶은 피터, 별 죄책감 없이 매일 여자 친구의 음성사서함을 엿듣는 잭은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다. 이들 여행에 붙여진 이름은 일명 ‘참된 나를 찾기 위한 영적 순례’. 하지만 ‘영적 순례’에 동참하기엔 이들 형제는 철딱서니가 너무 없다.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밟고 왔다는 프랜시스는 여전히 제멋대로 동생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압하고 아버지 유품을 멋대로 쓰고 있는 피터는 소심증 안에 과격한 속내를 품고 있다. 거기다 잭은 열차 여승무원을 꼬시느라 여념이 없다. 열차 위에서 쉬지 않고 갖은 사고를 치던 삼형제. 결국 이들은 기차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문제 삼형제의 인도 여행기 <다즐링 주식회사 The Darjeeling Limited>는 이 지점에서 또 다른 여행을 마련해두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이 든 가방 11개를 이고 지고 걷던 이들은 우연히 인도 소년들의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그곳에서 한 소년의 죽음과 만난다. 소년의 장례식을 위해 한 마을에 머물게 된 삼형제는 이어 어머니가 머물고 있는 인도 오지의 수도원을 방문하면서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몸은 어른이나 정신은 철부지인 삼형제의 ‘정서적 성장담’,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지 못하던 형제의 ‘마음 허물기 과정’이다. 전작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으로 ‘콩가루 가족’에 관한 유쾌한 기록을 남긴 웨스 앤더슨 감독은 “기차 여행을 하는 삼형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다즐링 주식회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본가 로만 코폴라와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Rushmore>로 인연을 맺은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과 함께 인도 기차여행을 하며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직접 경험한 여행담이 묻어 있는 탓에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도 열차여행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와 흥미로운 사건이 가득하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빛나는 삼형제의 좌충우돌 또한 자잘한 웃음을 만들어내며 영화에 생기를 더한다. 하지만 다소 과장된 설정 역시 적지 않다. 삼형제가 철이 드는 계기가 되는 인도 소년의 죽음은 앞뒤 사건과 어떤 연관 고리도 찾을 수 없이 급작스럽고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가방을 비롯, 여러 영화적 상징들이 직설적으로 영화의 주제를 대변한다. 또한 기승전결의 또렷한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는 이야기 줄기는 자칫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항상 얼굴을 내미는 ‘웨스 앤더슨 사단’은 <다즐링 주식회사>에도 여전하다. 웨스 앤더슨과 대학 때부터 인연을 쌓아온 오언 윌슨과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이후 줄곧 친구로 지내온 제이슨 슈왈츠먼이 각각 맏형과 막내를 연기하고,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로얄 테넌바움>은 물론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에서도 웨스 앤더슨과 함께 한 빌 머레이가 깜짝 등장했다. <로얄 테넌바움>과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의 안젤리카 휴스턴 역시 삼형제의 엄마로 잠시 얼굴을 비춘다. 반면 웨스 앤더슨이 “오래 전부터 언젠가 꼭 한번 영화 작업을 함께 하고 싶었다”는 애드리언 브로디는 <다즐링 주식회사>로 처음 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또 <다즐링 주식회사>의 ‘영화 속 영화’ 혹은 ‘번외편’으로 볼 수 있는 단편 <호텔 슈발리에 Hotel Chevalier>에는 ‘잭’ 제이슨 슈왈츠먼과 나탈리 포트먼이 함께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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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2. 6. 10:29

7.09/10
33명 참여
스타트 포 텐
감독  : 톰 본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앨리스 이브, 레베카 홀
상영시간  : 96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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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79/10
299명 참여
6.50/10
4명 참여
헤어스프레이
시사회·이벤트
감독  : 아담 쉥크만
출연  : 니키 브론스키, 존 트라볼타, 퀸 라티파,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켄, 아만다 바인즈
상영시간  : 115분
장르  : 뮤지컬,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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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7.86/10
83명 참여
4.00/10
4명 참여
데스 센텐스
감독  : 제임스 왕
출연  : 케빈 베이컨, 거렛 헤드런드
상영시간  : 105분
장르  : 액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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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9.45/10
11명 참여
6.00/10
1명 참여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감독  : 에릭 라티고
출연  : 알랭 샤바, 샬롯 갱스부르
상영시간  : 90분
장르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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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12/10
26명 참여
상하이의 밤
감독  : 장 이바이
출연  : 조미, 모토키 마사히로
상영시간  : 110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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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2007년 12월 07일
0.00/10
0명 참여
더 펫
감독  : D. 스티븐스
출연  : 피에르 둘렛, 안드레아 에드먼슨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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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스타트 포 텐> - 지적이고 위트 넘치는 영국산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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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어릴 때부터 퀴즈쇼에 열광했던 브라이언 잭슨(제임스 맥아보이)은 브리스톨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쇼 유니버시티 챌린지(University Challenge) 준비를 위한 클럽에 가입한다. 브라이언은 그곳에서 앨리스(앨리스 이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브리스톨 대학 팀은 필기 시험과 인터뷰를 거치면서 최종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고, 브라이언은 앨리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대회를 준비한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교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행동주의자 레베카(레베카 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앨리스와는 다른 감정으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간다.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타트 포 텐 Starter For 10>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학문에 열중하고 사랑에 눈뜨는 대학생 시절을 낭만적으로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감독인 톰 보그한과 원작자인 데이비드 니콜스는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된 브리스톨 대학을 함께 다닌 대학 동기 사이. 자신들이 대학을 다닌 1980년대 영국 대학의 학구적인 분위기와 순수한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퀴즈쇼를 영화의 중심에 놓고 퀴즈쇼에 참가하려는 대학생들의 순수한 학문에의 열정과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실수, 대학생다운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In Between Days' 'Love Song' 등 더 큐어의 노래를 비롯한 1980년대 영국의 유명 팝송들은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내는데 단단히 한몫을 해낸다.

해외 언론들은 이 지적이고 세련된 영국산 로맨틱 코미디에 호평을 쏟아냈다. “<스타트 포 텐>은 훌륭한 시나리오와 세련된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삼박자가 어우러진 웰 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다”라는 [시카고 트리뷴]의 평부터 “1980년대를 향한 유쾌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지나간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는 낡은 선입견을 깰 만큼 발랄하고 지적이며 위트가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에 이르기까지 해외 언론들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이 주를 이뤘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고른 연기가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 The Wordrobe>과 <어톤먼트 Atonement> <라스트 킹 The Last King of Scotland>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등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영국 배우 제임스 맥아보이가 지적인 욕구를 가진 노동계급 출신 브라이언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영국의 유명 중견 배우 피터 홀의 딸이기도 한 레베카 홀이 행동주의자 레베카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역시 영화배우인 부모를 둔 앨리스 이브는 사회자가 되고 싶어 퀴즈쇼 참가를 원하는 금발의 앨리스로 분해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헤어스프레이> - 원작보다 귀엽고 깜찍하고 신나는 뮤지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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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1960년대의 미국 볼티모어. 고등학생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남들이 놀릴 정도로 뚱뚱한 체격을 지니고 있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헤어스프레이로 잔뜩 부풀린 최신 헤어스타일을 고집하고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10대 소녀이기도 하다. 트레이시의 유일한 취미는 볼티모어 WYZT방송국의 인기 댄스 쇼 ‘코니 콜린스 쇼’를 보며 열광하는 것.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해 최고의 댄싱 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트레이시의 꿈이다. 여느 때처럼 친구 페니(아만다 바인즈)와 함께 코니 콜린스 쇼를 보던 트레이시는 코니 콜린스 쇼에서 새 출연진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는다. 트레이시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아빠(크리스토퍼 워큰)와 엄마(존 트라볼타) 그리고 친구들이다.

1960년대는 아직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기. 코니 콜린스 쇼에서 흑인 출연자를 볼 수 있는 것도 한 달에 한 번뿐이다. 트레이시는 흑인 친구 시위드(일라이저 켈리)와 친해지면서 흑인들의 춤에 빠지기 시작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자 코니 콜린스 출연자 중 한 명인 링크(잭 에프런)와 쇼 진행자 코니 콜린스(제임스 마스덴)의 관심을 끈 트레이시는 시위드의 도움으로 당당히 코니 콜린스 쇼에 입성한다. 하지만 미스 볼티모어 출신으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벨마(미셸 파이퍼)와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 중인 딸 앰버(브리트니 스노우)는 트레이시를 쇼에서 쫓아내려 한다. 하지만 트레이시의 목표는 단순히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흑인 출연자는 한 달에 한 번만 출연하게 돼 있는 인종차별적 규정을 없애는 것이 트레이시와 친구들의 새로운 목표다. 벨마와 앰버는 트레이시가 미스 헤어스프레이 선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음모를 꾸미고, 트레이시와 가족, 친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헤어스프레이 Hairspray>는 존 워터스 감독의 1988년작 영화와 이를 토대로 제작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뮤지컬보다는 극영화에 가까웠던 원작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의 특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2007년작 <헤어스프레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극 중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뮤지컬에서 가져왔다. 노래와 춤에 큰 비중을 둔 탓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그랬던 것처럼 <헤어스프레이> 리메이크 버전에도 원작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 캐릭터와 장면들이 나오지 않는다. 뮤지컬 각본을 썼던 토마스 미핸과 마크 오도넬의 초안은 <미세스 다웃파이어 Mrs. Doubtfire>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의 레슬리 딕슨이 각색했고, 댄서 출신이자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웨딩 플래너 The Wedding Planner> <스텝 업 Step Up>의 아담 섕크먼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원작 영화와 뮤지컬의 장점을 영리하게 결합한 <헤어스프레이>는 원작의 명성을 결코 훼손시키지 않는 출중한 완성도를 선보인다. 원작 영화보다 훨씬 순진하고 발랄하며 뮤지컬적인 분위기로 제작된 <헤어스프레이>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트레이시가 발산하는 밝은 에너지다. 캐스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레이시 역의 니키 브론스키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노래와 춤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작품의 톤과 색채를 대변한다. 조연들의 캐스팅도 적확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남자배우가 연기하는 에드나 역의 존 트라볼타와 악역으로 분한 미셸 파이퍼는 영화의 양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처럼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아담 쉥크먼 감독의 연출력은 단연 발군이다. 적절한 과장의 한계 내에 위치한 캐릭터들과 선악의 분명한 대립, 비현실적인 극적 구성을 하나의 쇼로 변화시키는 춤과 노래,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복고풍 의상과 세트 등 아담 쉥크먼 감독은 <헤어스프레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완벽하게 조화시킨다. ‘바바리맨’으로 등장하는 존 워터스 감독이나 원작영화에서 니키 역을 맡았던 리키 레이크 등의 카메오 출연도 흥미롭다. 간단히 말해, <헤어스프레이>는 <물랑루즈 Moulin Rouge> <시카고 Chicago> <드림걸즈 Dreamgirls>와 함께 2000년 이후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데스 센텐스> -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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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보험회사의 중역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닉(케빈 베이컨)은 아들 브랜든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갱단을 만난다. 갱단은 아무런 이유 없이 브랜든을 살해하고, 닉은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아들을 떠나 보낸다. 얼마 후 경찰과 함께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물색하던 닉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범인에게 가벼운 형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닉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고 자신이 직접 범인을 응징하기로 마음 먹는다. 한편 갱단의 두목 빌리(가렛 헤드룬드)는 자신의 친동생인 조(매트 오레이리)가 닉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닉의 남은 가족들마저 위협하기 시작한다.

<쏘우 Saw>의 제임스 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범죄소설가 브라이언 가필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데스 센텐스 Death Sentence>는 갱단에게 몰살당한 가족을 위해 복수를 감행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중년 남성 닉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직접 처단하지만 닉이 살해한 인물은 갱단 보스 빌리의 친동생으로,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닉이 아들과 아내를 차례로 잃고, 빌리가 친동생과 조직원을 떠나 보내면서 이들의 활극은 점차 강도를 더해간다. 총기 사용법 조차 알지 못했던 닉이 일개 갱단과 홀로 맞선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가족을 잃은 분노와 복수에 초점을 맞춘 탓에 닉의 고군분투는 사뭇 비장하게 그려진다.

<데스 센텐스>는 복수를 소재로 액션과 드라마 사이를 아슬하게 오가는 작품이다. 주인공 닉이 갱단에게 쫓기며 5층짜리 주차 건물을 넘나드는 장면이나, 산탄총과 권총을 바꿔가며 갱단과 싸움을 벌이는 마지막 총격신은 액션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발산한다. 닉의 부성애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의 초반부, 화목했던 가정의 모습을 그리는데 상당부분 러닝 타임을 할애한 것도 드라마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임스 완 감독의 계산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복수를 복수로 맞서려는 닉을 말리지 않는 담당 경찰관, 닉의 눈물 어린 호소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둘째 아들, 자신의 아들을 죽여달라며 총기를 건네는 빌리의 아버지 등 현실적이지 못한 캐릭터가 즐비해 있어 날카롭게 세공된 복수극을 보는 느낌은 아니다. 배우들도 케빈 베이컨 만이 자신의 몫을 성실히 수행할 뿐, 조연 배우들은 상투적이고 과장된 연기가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 로맨스와 가족애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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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잘 나가는 향수 코디네이터 루이스(알랭 샤바)가 가진 딱 한가지 흠. 그것은 바로 그가 싱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의 어머니와 여섯 여자 형제의 생각일 뿐. 루이스는 싱글을 ‘축복’이라 여길 만큼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좋아하는 가족들은 루이스를 장가보내기로 결심한다. 맘에도 없는 선을 보느라 고생하던 루이스. 그는 결국 '가짜 애인'이라는 묘안을 생각해내기에 이른다. 그렇게 루이스의 절친한 친구 동생인 엠마(샬롯 갱스부르)가 루이스의 새 애인이 된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Prete-Moi Ta Main>은 루이스와 엠마의 가짜 연애, 가짜 결혼이 어떻게 ‘진짜’가 되어가는지, 그 좌충우돌을 유쾌한 필치로 담아낸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현실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로맨틱코미디의 소재로 가짜 연애만큼 흔한 것도 없을 터.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흔한 소재를 가져오는 대신 이를 흔하지 않게 요리하기 위해 최선을 기울인다. 루이스의 시끌벅적한 가족들이 이런 ‘대안’의 한 방편으로 채택된 인물들. 루이스의 인생을 제멋대로 관리하는 여섯 여자 형제와 어머니는 루이스와 엠마의 연애를 흥미진진하게 엮어가는 힘이 되는 존재들이 된다. 여느 로맨틱코미디들이 남녀 주인공의 변화무쌍한 감정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그렇게 주변 인물들과 남녀 주인공이 벌이는 좌충우돌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로맨틱코미디인 동시에 가족 드라마의 색깔을 함께 띠기도 한다.

가족애에 관한 영화의 관심은 루이스의 가족만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하는 엠마는 싱글이지만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하는 인물. 이를 통해 영화는 가족을 꾸리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한 루이스가 아이와 가족이라는 존재에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요란하지만 사랑스러운 루이스 가족과 가짜 연애에 푹 빠진 두 주인공의 좌충우돌이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여느 로맨틱코미디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교과서’ 같은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가짜 연애가 진심으로 변하는 순간의 ‘진심’이 관객을 진심으로 울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영화의 이러한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탓이다.

사랑과 가족애 모두를 지닌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박스오피스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해 11월 자국 프랑스에서 개봉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프랑스에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흥행 성적에는 배우들의 몫도 한 몫 차지했다. <21 그램 21 Grams> <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레밍 Lemming>의 샬롯 갱스부르와 <타인의 취향 Le Gout des Autres> <수면의 과학>에 출연한 배우이자 코미디 영화 <디디에 Didier>의 감독인 알랭 샤바 모두 프랑스가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알랭 샤바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상하이의 밤> - 상하이에선 사랑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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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상하이의 밤 The Longest Night in Shanghai>은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일본인 남자와 중국인 여자가 단 하룻밤 동안 벌이는 러브 스토리다. 일본인 남자 미즈시마는 유명인들과 화려한 삶을 살아가던 일본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로 상하이에 오게 된 그는 과격한 여자 중국인 택시 운전사 린시를 만나 얼렁뚱땅 하루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서로 말 한 마디도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아름다운 상하이의 야경과 함께 점차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일본, 중국 합작의 <상하이의 밤>은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을 연출한 중국의 장 이바이가 연출을 맡았다. 감독의 이력을 반영하듯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꽤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하며, 포강반점, 포동지구, 그랜드 하얏트 상하이, 코튼 클럽 등 상하이의 주요 관광 명소들이 아름답게 보여진다. 그러나 고속 촬영과 영화 내내 계속되는 사운드트랙이 극의 흐름을 끊을 정도로 남발되는 것은 옥에 티다. 중, 일 합작 영화 답게 남, 녀 주인공은 일본과 중국의 대표급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미즈시마 역은 <으랏차차 스모부 Sumo Do, Sumo Don't> <쌍생아 Gemini>의 모토키 마사히로가, 린시 역은 TV 드라마 <황제의 딸>과 <소림축구 Shaolin Soccer>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조미가 연기하며, <비밀의 화원 My Secret Cache> <워터보이즈 Waterboys>의 니시다 나오미와 다케나카 나오토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더 펫> - 애완인이 되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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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2.03

시장에서 꽃을 팔며 간간히 생계를 유지하던 젊은 여인 메리(안드레아 에드먼슨)는 우연히 백만장자 필립(피에르 둘렛)을 만나면서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몇 번의 데이트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 애완 동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집세를 낼 수 없을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메리는 자신의 애완인이 되어 주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필립의 충격적인 제안을 받는다. 필립이 제안한 애완인이란 동물처럼 옷을 입지 않고, 걸어 다니는 대신 동물처럼 기어 다녀야 하며, 주인의 명령에 충직하게 따르는 것. 경제적인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인 메리. 메리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필립의 애완인으로 살아야 한다.

<더 펫 The Pet>은 사람을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다. 국내 케이블방송이 제작한 오락 프로그램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에서도 다루어진 소재지만, <더 펫>의 애완인 프로젝트는 한층 수위를 높였다. D. 스티븐슨 감독은 주인의 명령에 완벽하게 복종하는 진짜 애완동물 같은 애완인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영화 속 애완인은 주인의 명령이라면 알몸으로 눈밭을 뛰어다니는 일도 마다할 수 없고, 동물의 우리 같은 철창 속에 갇혀 자야 하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치고 더 이상 진보된 생각은 보여주지 않는다.

6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애완인이 된 메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처럼 변해가며 인간으로 되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설정은 자극을 넘어 억지스러운 수준이다. 필립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메리가 변화했다는 대사가 연이어 반복될 뿐 인간임을 포기하는 메리의 심리 상태는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메리의 나체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등 선정적인 화면 연출에 더 치중한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나라들을 나열하는 결말은 뜬금없이 느껴질 정도다. 애완인이라는 도발적인 소재에서 출발한 <더 펫>은 사도마조히즘적인 쾌감을 얻으려는 필립과 메리의 이야기를 넘어서 인신매매라는 소재까지 끌어들이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만다. <더 펫>은 무리한 주제의 확대와 어설픈 인물 묘사, 촘촘하지 못한 이야기 구성으로 소재가 갖고 있는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효과를 반감시키며 어정쩡한 영화에 머물고 마는 우를 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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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주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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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 103분
장르  : 뮤지컬,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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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10
41명 참여
메모리즈
감독  : 모리모토 코우지, 오카무라 텐사이, 오토모 가츠히로
출연  : 치바 시게루, 에가와 히사오, 후지이 카요코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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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30일
0.00/10
0명 참여
6.33/10
3명 참여
강을 건너는 사람들
감독  : 김덕철
출연  : 김경석, 송부자, 세키타 히로오, 다카키 쿠미코
상영시간  : 142분
장르  :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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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테이크 더 리드> - 언제나 마음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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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전직 프로 댄서 출신으로 고급 볼룸 댄스 학원을 운영 중인 피에르 둘레인(안토니오 반데라스). 어느날 밤 피에르는 교장 선생님 제임스(알프레 우다드)의 차를 부수는 흑인 고등학생 록(롭 브라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다음날 이 공립고등학교로 찾아간 피에르는 무작정 무급 댄스 교사 자리를 제임스에게 요청한다. 제임스는 반신반의하며 그에게 자리를 내주지만, 제임스를 포함한 모든 동료 교사들은 이 수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힙합과 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도 볼룸 댄스는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그러나 피에르는 열정과 진심을 담아 그들에게 볼룸 댄스를 가르치고, 이 진심은 점차 그들에게 전달되기에 이른다.

<테이크 더 리드 Take the Lead>는 <시스터 액트 Sister Act> <위험한 아이들 Dangerous Minds>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시드니 포이티에 주연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실존 인물인 피에르 둘레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미국 뉴욕 빈민가의 한 고등학교. 마약 거래와 총질이 난무하는 이곳에 피에르는 볼룸 댄스를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테이크 더 리드>의 시작은 앞에 이야기한 모든 영화들의 그것과 같다. 당연하다. 힙합과 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탱고, 차차차, 룸바 같은 볼룸 댄스가 마음에 들리 만무다. 그러나 점차 이들은 요상한 볼룸 댄스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결국 춤과 함께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에 이른다. 삶에서 낙오되는 것이 아닌, 삶의 주도권을 잡아 가는 것. 다름 아닌 <테이크 더 리드>의 주제다. <맘보 킹 The Mambo Kings> <에비타 Evita> 등에서 멋진 춤실력을 보여준 바 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테이크 더 리드>에서 녹슬지 않은 그의 춤실력을 발휘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리즈 프리드랜더가 연출한 <테이크 더 리드>는 그의 이런 이력을 반영하듯 빠르고 역동적인 편집과 촬영이 인상적인 댄스 장면은 돋보인다. 그러나 외형적인 완성도에 비해 내실은 살짝 처지는 편. 내러티브나 극 전개, 캐릭터 설정 등은 다소 구태의연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우리동네> -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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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서울 어느 변두리 동네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담당한 강력반 반장 재신(이선균)은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해 바짝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재신의 친구이자 인기 없는 추리 소설 작가 경주(오만석)는 새로 쓴 추리 소설을 출판사에 들고 갔다가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모욕만 당하고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은 경주의 자취방에 앉아 서로의 처지를 위로한다. 책 출판을 거절당해 기운 빠져 있는 경주에게 집주인 여자가 밀린 월세를 내지 않으면 방을 빼버리겠다고 협박하자 경주는 충동적으로 집주인 여자를 죽여 연쇄 살인범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한다. 한편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 효이(류덕환)는 신문기자로 위장해 경찰서로 찾아가 서류를 빼오는 등 수사를 교란시키고 경주에게 살인을 알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 겁을 준다.

<우리동네>는 한 동네에 두 명의 연쇄 살인범이 살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스릴러영화다. 그러나 <우리동네>는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해나가는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달리 범인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려준 후 왜 그가 연쇄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따져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영화는 충동적으로 집주인을 살해한 경주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연쇄 살인범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나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효이가 경주를 문자로 협박하고, 또 경주의 살인을 알고 있는 재신이 경주의 범죄 사실을 덮어주려 애쓰는 모습 등을 통해 범죄자와 형사의 심리를 설명하고, 범죄자들 사이, 그리고 범죄자와 형사 사이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긴장감을 살리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우리동네>는 느린 진행과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 담긴 에피소드의 나열로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또 범죄자들의 빈약한 범죄 동기가 심리 스릴러로서의 깊이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느슨하고 설명적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를 볼 만하게 만드는 것 배우들의 연기. 최근 TV드라마 <하얀 거탑>과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이선균은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강력반 형사 재신을 인간적인 형사로 만들어낸다. TV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와 뮤지컬 <헤드윅>의 스타 오만석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기 없는 추리 소설 작가 경주 역을 맡아 죄책감과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낸다. <천하장사 마돈나> <아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류덕환이 잔인한 연쇄 살인범 효이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신예 정길영 감독이 맡았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은하해방전선> - 수다와 산만, 소통의 정신없는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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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윤성호 감독은 1년 넘게 준비하던 상업영화를 투자 문제로 인해 포기해야 했다. 영화사 청년필름이 KT&G 상상마당으로부터 후원받은 1억 원의 제작비로 새롭게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윤성호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여자친구로부터 실연당한 것도 모자라 충무로 데뷔마저 불투명해진 독립영화 감독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고 이제 막 장편 데뷔에 나선 초보 감독 영재(임지규). 수다스럽고 산만하기 그지 없는 독립영화 감독 영재는 갑자기 여자친구 은하(서영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영재는 실어증에 걸린 남자가 쌍둥이 자매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장편영화로 충무로 데뷔를 준비 중이지만, 시나리오는 잘 써지지 않고 투자는 불투명하다. 영재의 임무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일본 스타 기무라 레이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주인공처럼 영재 역시 거짓말처럼 실어증에 걸린다. 복화술에 재능이 있는 혁권(박혁권)은 영재의 단편에 출연한 데 이어 장편 주인공도 차지하고 싶다. 하지만 그를 캐스팅하면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기무라 레이 소속사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권은 실어증에 걸린 영재의 입을 빌려 복화술로 자신의 뜻을 전해 일을 꼬이게 만든다.

<은하해방전선>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연애에 관한 성장영화다. 우디 앨런의 영화처럼 말이 많지만, 그보다는 훨씬 산만하고 정신없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황당한 유머와 장난이 출몰한다. 젊은 독립영화 감독다운 발랄함과 쾌활함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영재의 대사처럼 영화는 산만하게 진행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두 가지 축은 흐트러짐이 없다. 데뷔 영화를 준비하는 초보 감독의 좌충우돌 소동과 서툰 연애 속에서 성장하는 젊은이의 시행착오가 진지한 듯 코믹하게 이어진다. 실어증에 걸린 영재 대신 혁권은 영재가 만든 단편의 주제가 ‘소통’으로 시작해서 ‘소통’으로 끝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은하해방전선>은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소통이란 단어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복화술로 말하는 혁권, 실어증에 걸려 목소리 대신 악기 소리를 내는 영재, 영재와 은하의 정신 없는 말싸움 등 감독은 ‘소통’으로 놀이를 한다. <은하해방전선>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소통을 유희의 수단으로 삼는 부분이다. 하지만 산만한 장난은 유희에서 끝날 뿐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영화 만들기와 연애라는 두 가지 축에서 벗어난 수다와 장난은 영화의 핵심으로 융합되지 못하고 산발적인 유희로 남는 데 그친다. 장난스럽고 산만한 것이 <은하해방전선>의 매력이자 핵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장점마저도 영화의 핵심이 꽉 채워져 있지 않는 듯한 공허함은 쉽게 지우지 못한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히트맨> - 살인 게임, 영화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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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머리를 깎고 바코드를 새겨 넣었다. 이름 대신 ‘No.47’(티모시 올리펀트)이란 번호를 부여 받고 자란 그의 직업은 전문 킬러. 전세계에 뻗어 있는 인터폴의 치밀한 추적망도 소용없는, 전설적인 킬러 No.47은 고객의 의뢰에 따라 러시아로 건너간다. 그의 이번 목표물은 러시아 대통령 벨리코프.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군중 속에 있는 벨리코프 대통령을 완벽하게 저격했지만 목격자가 생긴 것. 목격자 니카(올가 쿠릴렌코)를 추격하던 No.47은 자신이 죽인 벨리코프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과 함께 킬러로 자란 동료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No.47은 순식간에 동료들에게, 인터폴에게, 러시아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히트맨 Hitman>은 2000년 등장해 지금껏 전세계 1천 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 킬러 ‘에이전트 47’을 내세워 냉철한 캐릭터 묘사와 반사회적인 성향, 강도 높은 폭력 묘사로 인기를 끈 게임이 영화로 옮아와 폭력과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액션영화로 태어난 것이다. 실제 게임 매니아인 자비에르 젠스 감독은 살인이 가득한 게임의 폭력적인 성향과 러시아 정부와 미국 CIA, 인터폴을 아우르는 음모론을 적절히 섞어낸다. <히트맨>의 가장 큰 매력은 쉼 없이 몰아치는 액션연기. No.47은 총과 칼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동시에 맨손 무술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암살의 갖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극적 긴장감과 No.47의 강도 높은 액션 신들이 영화의 재미를 북돋운다. <히트맨>의 또 다른 재미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러시아의 낯선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영화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터키 이스탄불, 불가리아의 이국적인 풍경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신들이 영화 속에 가득하다.

영화 <히트맨>과 게임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단연 No.47에 대한 묘사.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으로 그려진 게임과 달리 영화 속 No.47은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벨리코프의 정부이자 사건의 목격자로 지목된 여인 니카에게 No.47은 종종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킬러에게 인간적 면모를 심어주는 것은 물론 캐릭터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한다. 하지만 <히트맨> 속 No.47의 감정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니카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급작스럽고 별 연관 고리가 없으며, 이는 No.47을 바라보는 니카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킬러와 목격자로 만나 사랑이 싹터가는 과정이 액션과 함께 영화의 가장 큰 축을 세우고 있지만 인물의 심리 묘사에 관객이 자연스레 감정 이입을 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킬러 No.47을 연기하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이는 <다이하드 4.0 Die Hard 4.0>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싸우는 테러리스트, 토마스 가브리엘을 연기한 배우 티모시 올리펀트. 액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티모시 올리펀트는 첫 주연작 <히트맨>에서 충분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는 니카를 연기한 신예 올가 쿠릴렌코도 마찬가지다.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Paris, Je T’Aime>에서 엘리야 우드에게 실연을 당하는 뱀파이어 여인을 연기한 올가 쿠릴렌코는 니카를 매력적인 여인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우리에게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 속 젠틀맨 ‘이안’으로 알려진 더그레이 스콧은 No.47을 쫓는 인터폴을 연기한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어거스트 러쉬> - 음악은 사랑을 싣고

11년 전 뉴욕, 기타리스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받는 첼리스트 라일라(케리 러셀)은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밤을 보낸다. 하지만 라일라 아버지의 반대로 이들은 헤어지고, 얼마 후 라일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라일라는 아이를 출산하지만 라일라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사건 이후 루이스와 라일라는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고, 기타와 첼로를 손에서 놓는다. 그로부터 11년 후, 루이스와 라일라의 아이인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은 부모의 재능을 물려받아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로 성장한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에반은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무작정 뉴욕 행을 감행한다.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 모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음악 드라마. <나의 왼발 My Left Foot>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Father>의 짐 셰리단 감독의 딸인 키어스틴 셰리단이 연출을 맡은 <어거스트 러쉬>는 서로의 존재도 알지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이어진 세 명의 캐릭터, 루이스와 라일라, 에반의 세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 나간다. 영화의 제목인 '어거스트 러쉬' 는 극 중 맥스웰이 붙혀준 에반의 예명이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의 프레디 하이모어,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과 헨리 8세로 분한 드라마 [튜터스 The Tutors]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미션 임파서블 3 Mission Impossible 3>의 케리 러셀 등 세 명의 주요 캐스트의 연기는 수준급이다. 특히 음악 신동 에반 역할의 프레디 하이모어는 멜로디와 반주, 퍼쿠션까지 기타 한 대로 연주하는 핑거스타일 연주법을 극 중 완벽하게 재현한다. 또한 테렌스 하워드, 로빈 윌리암스 등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중견 배우들과 더불어 드라마 <왕과 나>의 구혜선이 3초 정도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는 것을 보는 것은 이채로운 경험이다.(<어거스트 러쉬>는 CJ엔터테인먼트(주)가 제작에 부분 투자했다)

배우들의 호연과는 달리 영화 자체는 밋밋하다. <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과 <후크 The Hook>의 닉 캐슬이 쓴 <어거스트 러쉬>의 시나리오는 우연과 비약으로 일관하는 안이한 시나리오다. 영화는 극 마지막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세 모자의 감격스러운 상봉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감히 말하건데, <어거스트 러쉬>는 2007년 개봉된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나이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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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마이클 클레이튼> - 인간적 영웅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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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은 뉴욕 최고의 법률회사에서 15년간 일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변호사는 아니다. 그는 회사가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명 ‘해결사’다. 동료들에게 때로 ‘기적을 만드는 사나이’라 불릴 만큼 문제 해결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마이클의 일상은 처치 곤란한 일 투성이. 알코올에 빠져 사는 동생과 함께 식당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몽땅 날려 일주일 안에 8만 불이란 어마어마한 빚을 갚아야 하는 데다 최근엔 동료 변호사 아서(톰 윌킨슨)가 변호 도중 옷을 홀딱 벗고 난동을 부려 그 뒤치다꺼리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아서의 난동엔 이유가 있었다. 다국적 거대 기업 ‘U/노스’를 변호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아서는 U/노스에 환경과 관련한 치명적 결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불의를 변호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아서. 그가 어느 날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자 마이클 클레이튼은 여기에 알 수 없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법률회사와 거대 기업의 연관고리를 들여다보고, 다국적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은 <본 The Bourne> 시리즈를 통해 ‘제이슨 본’을 만들어낸 각본가 토니 길로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그리고 <본> 시리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마이클 클레이튼>은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린 ‘인간’의 내면 풍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시리즈 가운데 두 편인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와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은 슈퍼히어로나 만화 속 영웅과 다르다. 그의 내면에는 선량한 본과 과거의 암살자 본이 공존한다”는 말로 제이슨 본의 매력을 설명했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마이클 클레이튼 역시 제이슨 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결사’ 마이클 클레이튼은 U/노스의 음모를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회사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할 줄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의만 올곧게 외치는 영웅이 아닌, 생활에 찌든 마이클 클레이튼이 마지막 양심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은 그래서 여느 슈퍼히어로보다 더 큰 감흥을 전한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영웅은 물론 악인에게도 인간적인 품새를 새기는 걸 잊지 않는다. 그는 U/노스의 법무팀장으로 아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여인 카렌 크로더(틸다 스윈튼)를 악인으로 묘사하지만 그 뒤에 놓인 그녀의 인간적 고뇌 역시 놓치지 않는다. 성공한 여인으로서의 당당함보다 홀로 있을 때 불안에 떨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약한 모습을 묘사하는 데 영화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마이클 클레이튼>이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 앞에 선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가 풍성한 인간 내면을 담아낼 수 있었던 덴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몫이 가장 컸다. 조지 클루니는 삶의 피로를 가득 안고 사는 남자, 마이클 클레이튼의 미묘한 감정연기를 훌륭히 소화하고, 틸다 스윈튼 역시 “처음부터 카렌 크로더는 틸다 스윈튼”이라 생각했다는 토니 길로이 감독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킨다. 중견 배우 톰 윌킨슨, 처음 <마이클 클레이튼>의 시나리오를 보고 연출 욕심을 낸 시드니 폴락 역시 빛나는 조연으로서 영화를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탓에 영화의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은 덜한 편이다. 토니 길로이 감독은 스릴러의 장르적 긴장감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영화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U/노스의 음모가 밝혀지고, 아서가 죽음을 맞는 것은 물론 마이클 클레이튼이 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 모두에 긴장과 박진감은 찾아볼 수 없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열한번째 엄마> - 불행한 사람들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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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걸핏하면 외박하고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주기적으로 엄마랍시고 새 여자를 데리고 오는 아빠(류승룡)와 함께 불행하게 사는 재수(김영찬). 어느날 아빠는 또 한 여자(김혜수)를 데리고 와서 엄마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녀는 재수의 열한 번째 엄마가 된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재수가 해놓은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 같은 존재. 도저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어느날 긴 외박에서 돌아온 아빠가 재수를 사정없이 패는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그 후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달리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열한번 째 엄마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라 믿는 재수와 달리 몸이 아픈 여자는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열한번째 엄마>는 200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동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엄마를 열한 번이나 갈아치우는 불행한 삶을 사는 소년 재수와 사랑할 줄도 사랑받을 줄도 몰랐던 한 여자 사이에 생겨나는 교감을 잔잔하게 펼쳐놓으며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먹고 자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며 재수가 숨겨놓은 식권을 훔쳐내 순대와 떡볶이를 사다 먹는 철딱서니 없는 여자와 동사무소에서 주는 지원금을 모아 김밥을 사다먹을 만큼 억척스런 재수 사이에서 펼쳐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진행시킨다. <열한번째 엄마>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척박한 삶을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하게 그려내 감동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열한번째 엄마>는 꼼꼼한 디테일 묘사에 비해 이야기의 연결은 논리적이지 못한 편이다.

<서프라이즈>와 <거칠마루>를 연출한 김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열한번째 엄마>는 톱스타 김혜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혜수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한 여자 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걸핏하면 아들을 두들겨 패는 나쁜 아빠 역의 류승룡도 강렬한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옆집 백수 총각 백중을 연기한 황정민은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억척엄마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중견배우 김지영은 맛깔나는 연기로 영화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안경> - 사건보단 사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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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남쪽 바닷가에 자리한 조그마한 마을. 쪽빛 바다가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그곳에 어느 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인,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가 찾아온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온 타에코. 그녀는 그곳에서 유지(미츠이시 켄)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머문다. ‘사건, 사고’라는 단어는 생각할 수 없이 조용한 마을이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독특하다. 매년 봄마다 그곳을 찾아와 바닷가에서 빙수 장사를 하는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귀여운 사내애들을 유독 좋아하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 하루 종일 하릴없이 바닷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유지는 별 특징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과 견준다면 이들의 ‘슬로우 라이프’는 확실히 특이하다. 타에코는 이곳에서 그저 먹고, 자고, 길을 걷고, 간혹 뜨개질을 하며 이들과 하나가 되어간다.

<안경 Megane>은 지난 여름 국내에서 개봉해 관객의 사랑을 얻은 영화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을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 영화. 핀란드 극북의 풍광을 담아낸 <카모메 식당>과 달리 <안경>은 햇살 따스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안경>과 <카모메 식당>은 닮은 구석이 많다. <카모메 식당>이 핀란드로 여행 온 두 명의 일본 여성과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인이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안경> 역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이와 그곳을 찾아온 낯선 이의 만남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낯선 이들이 만난다고 해서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같이 모여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본다. 영화 속 타에코가 근처에 관광지나 볼거리가 없냐고 묻자 마을 사람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곳은 볼거리보단 "사색하기 좋은 곳"이란 대답을 하는 것처럼 영화는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사색하게 좋게’ 담아낸다. 사건보다 그저 풍경을 비추는 쪽을, 대사보다 침묵을 선택한 것이다.

별다른 사건도, 특별한 대사도 없지만 <안경>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이곳에 왔다는 타에코의 조용한 여행에 관객 역시 동참할 수 있는 까닭이다.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은 세상의 어지러운 흐름을 잊고 한적한 사색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덧붙여 밥과 빙수를 나눠 먹으며 바닷가에 모여 함께 체조를 하며 웃는 이들의 얼굴을 보다 보면 훈훈한 인간미마저 전해진다. 사건 대신 사색을 선택해 이야기를 꾸리는 <안경>을 풍요롭게 한 건 역시 배우들의 힘. <요시노 이발관 Yoshino’s Barber Shop> <카모메 식당>을 비롯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전작 네 편에 얼굴을 비친 모타이 마사코, <카모메 식당>의 식당 주인에서 민박집 손님이 된 고바야시 사토미의 안정적인 연기에 더해 미츠이시 켄,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등의 조연들이 연기가 반짝인다. 영화 내내 감상할 수 있는 한적한 시골 바다풍경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스쿨아웃> - 파리냐 베니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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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고등학교 3학년생 하이메(알베르토 아마릴라)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다. 고향인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전학을 와 언어 문제로 늘 조용하게 지내기 때문. 하이메는 투명인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교실을 묵묵히 지키지만, 같은 반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졸업여행지 선정에 여념이 없다. 졸업여행지 후보는 프랑스 유학생 이사벨(카타리나 발렌슈타인)이 추천한 파리와 사고뭉치 곤잘로(곤잘로 네토)가 언급한 스페인 휴양도시 베니돔. 여행지를 놓고 반 학생들이 둘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선포한다. 파리와 베니돔 사이에서 고민하던 하이메는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반 아이들에 의해 순식간에 졸업 여행의 핵심인물로 떠오른다.

<스쿨아웃 Fin de curso>은 졸업여행지 선정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포르투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섹스코미디다. 하지만 영화는 포르투갈 학생이 아닌 스페인 전학생 하이메를 중심으로, 파리와 베니돔으로 나뉜 학생들의 모습을 균형 있게 그려 나간다. 파리를 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클럽에서 술값으로 수십 유로를 써도 지장이 없는 중산층이며, 베니돔을 선호하는 이들은 학교 화단에 마리화나를 키워 돈을 벌 궁리를 하는 하층민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졸업 여행지가 둘로 나뉘었지만, 이들 모두 청소년 시절의 뜨거운 혈기와 성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파리를 지지하는 여학생 마르타(아이다 폴치)와 곤잘로의 일행인 노아(요하나 코보)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하이메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토사물을 내뱉고, 다람쥐가 정액을 핥는 등 강도 센 화장실 유머가 빈번히 등장하지만 <스쿨아웃>은 영화의 초반부 복선으로 깔아 두었던 각각의 설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코믹한 상황을 이어나간다. 특히 하이메가 장의사 아들이라는 점은 친구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이유도 되지만, 여행지 선정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부분으로 작용된다는 점은 인상깊다. 스페인의 젊은 감독 미구엘 마티는 화면 분할, 콜라주 기법 등을 사용해 사춘기를 통과하는 포르투갈 학생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놓는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차밍스쿨 & 볼룸댄스> - 리듬 속에 상처를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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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제빵사 프랭크(로버트 칼라일)는 운전 도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져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신을 스티브(존 굿맨)라고 소개한 그는 첫사랑 리사를 만나러 가던 도중 사고를 당했고, 40년 전의 약속이지만 꼭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프랭크는 죽어가는 스티브를 바라보며 리사를 대신 만나주겠다고 전하고 약속 장소를 건네 받는다. 스티브와 리사가 만나려 했던 곳은 그들이 유년 시절에 사랑을 키웠던 댄스학원 ‘마릴린 호치키스의 볼룸댄싱 앤 참스쿨’. 하지만 프랭크는 그곳에서 리사를 찾는데 실패하고, 원장 마리안(메리 스틴버겐)의 기세에 눌려 오히려 수강생이 되어버린다. 매주 목요일, 댄스교습을 받기로 한 프랭크는 미모의 여인 메레디스(마리사 토메이)를 만나면서 볼룸댄스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 Marilyn Hotchkiss Ballroom Dancing & Charm School>는 영화제목만 보면 댄스영화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프랭크가 자살한 아내를 잊어가는 과정을 그린 극복기에 가깝다. 영화의 주 무대인 댄스학원에는 현란한 춤사위가 펼쳐지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마다 만남을 갖는 댄스학원 수강생들은 느린 호흡의 왈츠와 차차차를 춰가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프랭크 역시 마찬가지다. 미망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죽은 아내들의 클럽’에서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던 프랭크는 댄스학원에 다니면서 옷장에 보관돼 있던 아내의 옷을 치우고, 유골을 강가에 버리기 시작한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선 일정한 규칙을 숙지해야 하고, 아내를 잊기 위해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볼룸댄스 수강생인 메레디스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는 유년기 스티브와 리사의 풋풋한 첫사랑이 중간중간에 삽입되며 활기를 되찾는다. 어머니의 손에 반강제적으로 끌려와 춤을 추게 된 스티브는 리사를 만나면서 조금씩 사랑에 눈을 떠간다. 리사에게 춤을 권하는 어린 스티브의 모습과 메레디스에게 춤을 권하는 프랭크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은 <차밍스쿨 & 볼룸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다. <차밍스쿨 & 볼룸댄스>는 배우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급차에서 펼쳐지는 로버트 칼라일과 존 굿맨의 연기대결도 볼만하지만,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의 메리 스틴버겐 역시 어머니의 명성을 벗어 던지고 자신만의 볼룸댄스 학원을 만들어가는 원장 마리안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메모리즈> - 세 명의 감독, 세 나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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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메모리즈 Memories>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사전제작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만들어진 옴니버스영화다. 독일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 이론가인 하룬 파로키, <반다의 방 No Quarto Da Vanda>으로 2000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포르투갈 출신 감독 페드로 코스타, <살아있는 세계 Le Monde vivant> <사인 Les Signes>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유진 그린 등 세 명의 시네아스트가 모여 만든 이번 프로젝트는 ‘기억’이라는 공통된 소재만 유지한 채 서로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선, 하룬 파로키 감독의 <베스터보르크 수용소 Respite>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대인 수용소 베스터보르크의 모습을 담은 무성 영화다. 베스터보르크의 수감자인 브레스라우어가 촬영한 필름을 바탕으로 제작된 <베스터보르크 수용소>는 일반적인 유대인 소재의 영화와 다르게 행복한 수감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재소자들은 수용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뿐, 축구를 하고, 춤을 배우고, 신문을 읽고 있다. 하룬 파로키 감독은 이 영상들이 베스터보르크 사령관인 겜메커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임을 강조하고 수감자들의 얼굴 이면에 드려진 씁쓸한 미소를 포착해 나간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토끼 사냥꾼들 The Rabbit Hunters>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판자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외층을 주인공으로 한다. 직장을 잃은 후 아내에게 버림받은 이 사람들은 숲 속을 누비며 토끼든, 비둘기든 간에 가리지 않고 사냥하며 끼니를 해결한다. 파스텔톤의 리스본 시내와 무채색의 판자촌 사람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토끼 사냥꾼들>은 <뼈 Ossos> <행진하는 청춘 Juventude Em Marcha> 등 힘없고 쓸쓸한 사람들에 주목하는 페드로 코스타 감독 작품의 연장선을 이어간다.

유진 그린 감독은 이메일로 사랑을 싹 틔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편지 Correspondences>를 내놓았다. 열일곱 살의 청년 브리질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블랑쉬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브리질과 블랑쉬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해 차츰 알아가지만, 이들의 만남은 철저히 온라인에 한정돼 있다. 브리질은 첫 인상만으로 블랑쉬를 사랑하게 되며, 블랑쉬는 자신을 사랑했던 한 남자의 자살을 잊지 못하고 브리질을 밀어낸다. 나레이션으로 처리되는 두 남녀의 편지 내용이 영화의 주를 이루고 있어 자칫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지만, 기억이 사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따져본다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강을 건너는 사람들> - 한국과 일본, 희망의 미래를 실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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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26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여전히 숙제투성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해묵은 갈등은 진한 앙금이 되어 남아있고 화해와 증오는 정리되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역사의 무게를 딛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자고 이야기한다. 김덕철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를 그리기 위해 일본 가와사키에서 2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중 한국인 2명, 일본인 2명을 선택해 7년간 동행했다. 분단 후 남북정상회담이 처음 열린 2000년 6월부터 경의선 시운전이 행해졌던 2007년 5월 17일까지 촬영한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일본의 도쿄와 가와사키를 가로지르는 타마강에서 시작해 분단의 상징인 한국의 임진강으로 끝난다. 김덕철 감독은 일제강점기 국책 군수공장이 집결된 지역으로 많은 조선 젊은이들이 강제 동원됐던 가와사키를 영화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한국인과 일본인, 조선인과 세계 각지의 외국인이 공존하며 다른 지역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앞서 행동하고 생각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김덕철 감독이 네 명의 주인공을 선정했던 기준은 ‘한일 관계를 몸으로 겪은 사람, 두 나라 관계의 변화를 갈망하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일본군수공장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건 파업에 참여했던 김경석 옹은 태평양전쟁 한국인 희생자 유가족 회장 등을 지내며 한국과 일본간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일본인 고교생 다카키 쿠미코는 2000년 여름 자매도시 부천을 방문한 후 처음으로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를 알게 되고 이후 부천의 학생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우정을 쌓는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화해를 꿈꾸는 다카키 쿠미코의 의지는 반전운동으로 이어진다. 한때 재일한국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살까지 시도했던 송부자 씨는 일본에서 1인극을 계속하며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고려박물관 건립에 앞장서며 화해의 새 시대를 꿈꾼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존경하는 세키타 히로오 목사는 일본 내 재외국인들의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일한국인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바자회를 열거나 김경석 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 하나 하나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보다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노력한다. 2시간 2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에게 호소하는 가장 큰 힘은 변화의 사실성을 그대로 담아낸 7년의 시간이다.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야스쿠니 신사에 묻힌 한국인의 유해를 고국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김경석 옹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하고, 고려박물관 건립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송부자 씨는 마침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병렬 구성으로 네 명의 인물을 좇는 김덕철 감독은 내레이션이나 설명적인 자막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객관적인 위치에서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인물들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압축의 수위를 낮췄기 때문에 극적인 느낌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건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감독이 담고자 하는 진심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하는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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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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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 - 모두, 은행 털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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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페인트공 배기로(이문식)는 딸 연희(김유정)의 수술비를 위해 마을금고를 털기로 결심한다. 과도 하나로 순식간에 마을금고를 장악한 그는 잠시 후 들이닥친 전문 은행강도 만수(박효준)와 우상(정경호)를 만나면서 오히려 인질이 돼버린다. 한편 각종 투기와 불법거래를 즐기는 비리 경찰 구 반장(백윤식)은 자신의 범죄행각이 적힌 서류를 마을금고에서 빼내기 위해 금고털이범 도라이바(김상호)를 투입시킨다. 하지만 도라이바는 증거서류를 빼오기는커녕 은행강도에게 붙잡히고, 구 반장은 무력 진압을 하려는 동료를 말리며 직접 마을금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같은 날 같은 은행을 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동극이다. 초보 은행강도, 전문 은행강도, 비리 경찰관이 만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을금고에서 만나게 된 세 일행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태도를 바꿔가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배기로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해 주겠다는 구 반장의 거래를 받아들이고, 경찰에 포위돼 마을금고를 탈출할 방법이 요원하던 만수는 배기로와 손을 잡고 탈출을 감행한다. 마을금고 밖에서 은행강도 사건을 지휘하는 경찰서장 역시 회유책과 무력 진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임을 무사히 끝내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딸을 향한 배기로의 부성애가 지나치게 강조돼 소동극으로서의 초점이 흐려진다.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배기로의 추억 역시 중간중간 삽입되지만, 좌충우돌한 은행강도 사건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한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어두워지며 신파로 흐르는 우를 범하고 만다. 이문식, 백윤식, 박효준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호흡은 매끄럽다. <전설의 고향> <라디오 스타>의 한여운은 은행강도에게 삿대질을 할 정도로 당찬 여성인 미쓰리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세븐데이즈> - 납치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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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99%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지연은 일 때문에 함께해주지 못해 딸 은영에게 늘 미안하다. 모처럼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 학교 운동회에 참석한 지연(김윤진)은 이어달리기를 하던 중 군중 속에서 은영을 잃어버리고 만다. 운동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에게 협박 전화가 오고 딸의 생사가 걸린 7일의 악몽이 시작된다. 납치범의 첫 번째 요구는 경찰을 따돌리라는 것. 지연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치밀하게 경찰을 따돌리고 독자적으로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납치범의 요구는 돈이 아닌 살인범 정철진을 감옥에서 빼내는 것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재판에서 지연은 정철진의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형사인 친구 성열(박희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적해 나가던 지연은 살인사건 배후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지연의 목숨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세븐데이즈>는 속도에 관한 한 올해 개봉된 어떤 한국영화에도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다. 지연이 딸을 잃게 되기까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는다. 관객은 지연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이 납치사건에 정신을 팔려야 한다. 은영이 납치된 후부터 딸을 구하기 위한 지연의 발걸음은 정신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몇 달은 해야 할 일을 일주일 만에 해야 하니 속도를 내지 않으면 딸은 포기해야 한다. 이야기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편집의 속도다. 시종일관 핸드헬드 카메라로 움직이는 화면은 일반 극영화보다 3~4배는 빠른 속도로 짧게 끊어져 이어 붙여지고 때로는 하나의 프레임 내에서 중첩돼 움직인다. 숨가쁘게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카메라 덕분에 이야기는 숨돌릴 틈도 없이 진행된다. 관객에게는 영화가 던져주는 정보를 이어 붙일 시간도 충분치 않을 정도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으니 스릴러 장르의 첫 번째 덕목인 긴장감은 시종일관 유지된다.

과도한 속도로 밀어붙이는 <세븐데이즈>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납치 스릴러의 한계를 법정드라마와 수사극을 접목시켜 극복한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딸을 납치당한 변호사와 비리 때문에 쫓기는 형사, 범죄여부가 불확실한 피의자 등 인물 구도도 스릴러영화의 요소로서 부족함이 없고 ‘싱글맘’이라는 주인공의 상황과 모성애를 사건과 연결시키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빠른 호흡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사건의 개연성과 논리를 잘 꿰어 맞춰 극 자체의 완성도를 높인 점을 칭찬할 만하다. 한국영화로서는 파격적인 편집 방식도 눈길을 끌고, 주요 출연진의 연기 또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다만 반전이 담긴 결말을 지나치게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요소로 기능한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븐데이즈>는 분명 올해 한국영화 중 두드러지는 스릴러 작품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스카우트> - '너' 를 잡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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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80년 5월 서울, 대학 시절 촉망받던 투수였던 호창(임창정)은 이제는 모교에서 야구부를 관리하는 말단 직원 자리에 만족하는 청춘이다. 동해로 휴가를 떠날 단꿈에 빠져있던 그에게 뜻밖의 임무가 주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입학이 90% 확정된 초특급 고교 투수 선동열을 무슨 일이 있어도 스카웃하라는 것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호창. 그러나 선동열 대신 호창은 7년 전에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과 만난다.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호창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 과 후배 세영은 7년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건달 곤태는 호창(박철민)을 위협한다.

<스카우트>는 1980년 선동열이 광주제일고 3학년이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 YMCA 야구단 >(이하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을 겸한 <스카우트>는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한국 두 사립 대학의 운동 선수 스카우트 경쟁과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이야기를 바탕으로 김현석 감독 특유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이야기한다. 1970년대 서울과 1980년 5월 광주를 오가며 영화는 감독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추억들을 마음껏 풀어놓는다. 광주항쟁이라는 무거운 시대적인 요소가 끼어들긴 했지만, 대학 MT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이소룡이 죽던 날 느닷없는 결별 선언을 당한 호창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의 조금 먼저 세대 버전이다.

영화는 호창이 광주항쟁이 막 일어나기 직전인 5월 18일까지 9박 10일 동안 광주에서 겪는 해프닝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99퍼센트는 허구입니다' 라는 위트 있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스카우트>는 극 중 대부분이 허구의 내용이다. 광주 YMCA에서 호창이 글러브를 쥐어준 초등학생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었다던지, 호창이 광주에서 동열의 부모와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철저히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선동열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코미디보다는 멜로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다. 광주가 점차 위기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호창의 상황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물론 그의 1차 목적은 선동열이었지만, 세영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 호창은 그 동안 철저히 놓고 있었던 과거 그녀와의 추억을 돌이킨다. 결국 지난 7년 동안 놓고 지냈던 세영의 결별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철저히 멜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임창정, 엄지원, 박철민, 백일섭 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김현석 감독이 각본을 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미녀스타와 사랑을 이루는 야구심판 범수로 등장한 바 있는 임창정은 <스카우트>에서 이제는 일갈한 생활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럴듯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세영 역의 엄지원은 그럭저럭 임창정과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감초 조연 곤태 역의 박철민은 극 중 대부분의 코미디를 담당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김현석 감독이 실제 느끼고 경험했던 <광식이 동생 광태>의 생생함과는 달리 <스카우트> 속 1970~80년대는 감독이 경험하지 않은 조금 더 과거의 시대다. 이런 탓에 <스카우트>는 대과거(1970~80년대)와 과거(1990년대)가 충돌하는 것 같은 불협화음을 낸다. 배경과 옷차림만 1980년일 뿐 극을 관통하는 정서는 1990년대라는 말이다. 분명 김현석 감독은 대단한 스토리텔러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장기는 (아직은) 감독이 실제 경험한 그의 동시대성 영화에서 찬란히 빛난다. 아쉽지만 <스카우트>는 <광식이 동생 광태>보다는 <야구단>쪽에 가깝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베오울프> - 영웅, 디지털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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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3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암흑의 시대, 덴마크 흐로스가 왕국은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의 살인행각으로 고통을 받는다. 흐로스가 왕(안서니 홉킨스)의 안위조차 위협받을 무렵, 전사 베오울프(레이 윈스톤)가 정예군대를 이끌고 왕국을 찾는다. 뛰어난 판단력과 막강한 힘을 가진 베오울프는 맨몸으로 그렌델을 죽이는데 성공, 흐로스가 왕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렌델의 어머니인 물의 마녀(안젤리나 졸리)는 아들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무참한 학살을 시작한다. 베오울프는 물의 마녀를 처단하기 위해 그녀의 은신처로 잠입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곧 사랑에 빠진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영국 영웅서사시가 디지털로 탈바꿈했다. <베오울프 Beowulf>는 게르만족의 영웅서사시인 ‘베오울프 Beowulf’를 스크린에 옮긴 퍼포먼스 캡쳐 영화다. 총 3,182행으로 이뤄진 원작은 괴물 그렌델과 그의 모친을 살해하는 1부와 보물을 지키던 용을 퇴치하는 2부로 이뤄진 베오울프의 무용담이다. 하지만 <펄프 픽션 Pulp Fiction>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로저 에버리와 소설 [스타더스트 Stardust]의 작가 닐 게이먼은 전설적인 영웅 베오울프의 활약상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이웃 나라에서 건너온 베오울프는 용맹함을 최고로 치는 전통적인 전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베오울프는 매일 연회를 열며 술에 취해있는 흐로스가 전사들을 대신해 그렌델을 처단하지만,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거짓말도 할 줄 알며, 여인의 유혹에 흔들리는 현대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인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원작의 이야기 구조는 시나리오 작가 로저 에버리와 닐 게이먼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됐다. 흐로스가 왕, 물의 마녀, 베오울프가 치정관계로 얽혀, 되풀이 되는 운명과 세속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베오울프>의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Who Framed Roger Rabbit>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에 집요한 관심을 보여온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배우들의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퍼포먼스 캡쳐 외에도 안구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EOG(Electrooculography) 기술을 도입, 더욱 진일보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물의 마녀가 수면 위를 유유히 거닐며 베오울프를 유혹하는 장면이나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용과 베오울프의 전투신은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된 <베오울프>의 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부분. 3D 아이맥스 버전 <베오울프>는 날카로운 화살촉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고대 영웅의 이야기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만나 일어나는 화학작용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아슬한 경계에 서있는 이 영화처럼 감성과 이성의 논리에서 갈팡질팡하는 베오울프의 모습을 디지털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실제 나이가 50세인 레이 윈스톤이 미끈한 몸매를 지닌 청년 베오울프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퍼포먼스 캡쳐 영화의 가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지점. 상업영화로서의 재미와 영화 테크놀로지의 미학적 성취를 고르게 이끌어낸 <베오울프>를 온전한 모습으로 접하기 위해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제작단계부터 의도했던 3D 아이맥스 버전 관람이 필요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검은 땅의 소녀와> - 2007년, 폐광촌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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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지난 11월 7일, 낙동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황지 연못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가 진폐환자 생존권 확보 총궐기대회’. 60~70대 노인들인 한국진폐피해자협회 회원과 1천명의 시민이 이곳에 모인 까닭이다. 진폐증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닌 까닭에 입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입원 요양 혜택을 받기 위해선 폐기종, 폐결핵 등 아홉 가지 질병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가져야 한다. 이 땅의 진폐증 환자는 대략 3만 명. 그 가운데 합병증으로 입원해 요양하고 있는 환자는 3천명 선이다. 이들이 월 150만원~200만원의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며 입원 요양 중인 반면 진폐증만 앓고 있는 나머지 대다수의 환자들은 보험도, 치료도, 생계비 지원도, 일터도 없이 막막히 생활하고 있다.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는 이 막막한 탄광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해곤(조영진)은 최근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더 이상 갱도에서 탄을 캘 수도, 그렇다고 입원해 산재보험을 받을 수도 없는 신세. 결국 광산 일자리에서 물러난 해곤은 퇴직금 명목으로 받아 든 돈으로 작은 트럭을 구입한다. 하지만 트럭을 몰며 생전 처음 시작한 생선 장사는 길게 가지 못한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열한 살 아들 동구(박현우)가 트럭으로 카지노 손님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사고 뒷수습으로 트럭마저 잃어버린 해곤은 점점 생활은 뒷전으로 하고 술만 들이켠다. 생활비는커녕 집조차 철거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 해곤의 씩씩한 막내딸 영림(유연미)은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는 아빠를 보는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빠와 함께 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

강원도 속초, 태백, 사북 일대를 배경으로 한 전작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을 작업하며 전수일 감독은 폐광이 늘어만 가는 탄광촌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접하게 됐다. 그리고 합병증을 발견하면 모두가 ‘축하’를 보낸다는 진폐증 환자들의 고통은 그렇게 전수일 감독의 시선을 통해 영화로 되살아났다. 전수일 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에 어떤 덧칠도 하지 않았다. 영화 속 광부들이 함께 불러 젖히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막장으로 넘어간다’는 노래 구절처럼 영화는 막장으로 가 닿은 폐광촌의 쓸쓸한 삶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덕분에 <검은 땅의 소녀와>는 비극의 색조가 짙다. 합병증으로 입원한 옆집 아저씨가 부러운 영림이 아빠가 ‘배앓이’를 했으면 해서 내린 어린 결정은 폐광촌의 희망 없는 현실을 관객 앞에 묵직하고 아프게 각인시키고, 폐광촌을 떠도는 광부의 초점 없는 시선은 그들의 삶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관객을 반성하게 한다. 그렇다고 <검은 땅의 소녀와>에 비극의 색채만 드리운 건 아니다. 버려진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끼 고양이처럼 그 땅에도 생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에둘러 말한다.

<검은 땅의 소녀와>를 빛내는 건 ‘리얼리티’다. 지하 800미터에 자리한 갱도를 뚫고 들어가 잡아낸 광부들의 채굴 현장, 낡아가는 폐광촌의 쓸쓸한 풍광, 카지노 사업이 불러온 강원도의 빈부 격차는 물론 어린 나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똑 부러진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두 아역의 호연이 영화를 ‘진짜’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유괴범을 연기했던 배우 조영진은 진폐증 환자로 광부의 아픈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과 리나 만자카프레상을 수상한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역시 수상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색화동> - 살 떨리고 땀 나는 에로영화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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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색화동. 색의 세계를 그린 움직이는 그림 혹은 섹스에 관한 영화. <색화동>은 에로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학과 졸업생 진규(조재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탈락하고 여자친구에게서는 이별 통보를 받은 암담한 청춘이다. 차디찬 옥탑방에서 라면과 소주를 벗삼아 비전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진규는 우연히 알게 된 온니포맨이라는 에로영화 전문 제작사에 조감독으로 취직한다. 출근하자마자 <올누드보이> 조감독으로 촬영 스케줄을 짜고 시나리오 리딩에 들어간 진규는 위험한 야외촬영과 거짓말 장소 섭외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일정에 쫓겨 얼렁뚱땅 촬영을 마치려 하는 황감독(김동수)의 연출 방식에 진규가 반기를 들자 진규와 촬영 스탭들은 갈등을 빚게 되고, 진규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인 충무로 영화사의 전화 연락은 진규를 고민하게 만든다.

원제 ‘태극기를 꽂으며’가 심의에 걸려 제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던 <깃발을 꽂으며>의 공자관 감독은 에로영화계에서 봉만대 감독만큼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만덕이의 보물상자> <이태원 버스> <하지마> 등을 내놓으며 에로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던 공자관 감독이 에로비디오의 ‘명가’ 클릭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독립영화 <색화동>을 만들었다. <색화동>은 에로영화가 아닌 에로영화에 관한 영화다. 에로영화 현장에 뛰어든 풋내기 조감독을 통해 에로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다. 촬영장을 섭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조감독 진규, 여배우를 탐하는 제작사 사장, 이야기 전개가 흐트러져도 시간이 부족하면 중요한 장면을 찍지 않고 넘어가는 황감독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회적 금기와 편견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제작진의 애환이 코믹하게 전개된다.

<색화동>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에 기반한 사실적인 캐릭터 구성과 이야기 전개다. 사회적인 이슈나 개인적인 내면, 추상적인 상징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색화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관객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자극적인 소재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초년생의 성장 이야기로 발전시킨 점 또한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에로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담은 다큐멘터리 장면은 인서트로서 효율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족에 머무른다. 저예산영화의 기술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지만, 독립영화 특유의 도전적인 실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살 만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 열병을 앓는 청춘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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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70년대 어느 여름. 미겔리토(알베르토 아마릴라)와 세 친구는 수영장에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부잣집 아들 파코(펠릭스 고메즈)와 반항적인 바비(라울 아레발로) 그리고 막내뻘인 모라탈라(마리오 카사스)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음란한 상상에 빠져들지만, 한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한 미겔리토는 이들과 달리 세상을 시적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항상 단테의 시 [신곡]을 들고 다니며 아마추어 시인 행세를 하는 미겔리토는 병원에서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옥을 경험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퇴원 후 수영장에서 루리(마리아 루이즈)를 만나게 되자 미겔리토는 그녀를 자신만의 베아트리체로 부르며 그녀와 함께 천국 같은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루리는 가난 때문에 술집에서 춤을 추며 살아가지만 미겔리토에게만은 순결한 베아트리체로 남아 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El Camino de los ingleses>는 스페인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999년 아내인 멜라니 그리피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 Crazy in Alabama >로 연출 데뷔한 후 7년 만의 일. 미국에서 영어로 제작된 데뷔작과 달리 두 번째 연출작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슬레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페인어로 제작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뿌리를 짐작케 한다. 이 영화는 <스파이키드 Spy Kids> 시리즈와 <슈렉 Shrek> 시리즈, 그리고 <레전드 오브 조로 Legend of Zoro> 등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출연작과는 달리 예술영화의 향취를 풍기는 작품이다.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라벨유럽영화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의 열병을 앓는 젊은 주인공 미겔리토의 이야기를 지옥과 천국, 연옥을 여행하는 시인 단테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 [신곡]을 인용해 시적으로 풀어냈다. 햇살이 뜨거운 스페인을 배경으로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청춘을 통과하는 젊은이들의 기쁨과 고통, 좌절, 아픔, 슬픔 등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낸다. 알베르토 아마릴라와 마리아 루이즈 같은 스페인의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욕망의 낮과 밤 Tie Me Up! Tie Me Down! > <하이힐 High Heels> <키카 Kika> 등에서 톡특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빅토리아 아브릴과 <하몽하몽 Jamon Jamon> 등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후안 디에고 등 스페인의 중견배우들도 출연해 젊은 배우들과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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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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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라조스 콜타이
출연  : 클레어 데인즈, 토니 콜렛,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패트릭 윌슨
상영시간  : 116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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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08/10
212명 참여
마녀 배달부 키키
시사회·이벤트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 타카야마 미나미, 사쿠마 레이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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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06/10
587명 참여
귀를 기울이면
감독  : 콘도 요시후미
출연  : 혼나 유코, 타카하시 카즈오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애니메이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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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25/10
8명 참여
파라노이드 파크
시사회·이벤트
감독  : 구스 반 산트
출연  : 게이브 네빈스, 다니엘 루
상영시간  : 84분
장르  :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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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10.00/10
3명 참여
골든 에이지
감독  : 세자르 카푸르
출연  : 케이트 블랑쉐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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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8.46/10
54명 참여
라 비 앙 로즈
시사회·이벤트
감독  : 올리비에 다한
출연  : 마리온 꼬띨라르
상영시간  : 128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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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8.35/10
69명 참여
애플시드
감독  : 아라마키 신지
출연  : 코바야시 아이, 코스기 주로타, 마츠오카 유키, 미와 아스미, 츠바사 아키모토
상영시간  : 103분
장르  : 애니메이션, SF,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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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3일
10.00/10
1명 참여
하드코어
감독  : 데니스 일리아디스
출연  : 카트리나 슬라블로, 다냐 스키아디
상영시간  : 96분
장르  : 범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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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16/10
411명 참여
더티 댄싱
시사회·이벤트
감독  : 에밀 아돌리노
출연  : 패트릭 스웨이즈, 제니퍼 그레이, 제리 오바치, 신시아 로즈
상영시간  : 95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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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 - 모두, 은행 털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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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페인트공 배기로(이문식)는 딸 연희(김유정)의 수술비를 위해 마을금고를 털기로 결심한다. 과도 하나로 순식간에 마을금고를 장악한 그는 잠시 후 들이닥친 전문 은행강도 만수(박효준)와 우상(정경호)를 만나면서 오히려 인질이 돼버린다. 한편 각종 투기와 불법거래를 즐기는 비리 경찰 구 반장(백윤식)은 자신의 범죄행각이 적힌 서류를 마을금고에서 빼내기 위해 금고털이범 도라이바(김상호)를 투입시킨다. 하지만 도라이바는 증거서류를 빼오기는커녕 은행강도에게 붙잡히고, 구 반장은 무력 진압을 하려는 동료를 말리며 직접 마을금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같은 날 같은 은행을 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동극이다. 초보 은행강도, 전문 은행강도, 비리 경찰관이 만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을금고에서 만나게 된 세 일행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태도를 바꿔가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배기로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해 주겠다는 구 반장의 거래를 받아들이고, 경찰에 포위돼 마을금고를 탈출할 방법이 요원하던 만수는 배기로와 손을 잡고 탈출을 감행한다. 마을금고 밖에서 은행강도 사건을 지휘하는 경찰서장 역시 회유책과 무력 진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임을 무사히 끝내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딸을 향한 배기로의 부성애가 지나치게 강조돼 소동극으로서의 초점이 흐려진다.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배기로의 추억 역시 중간중간 삽입되지만, 좌충우돌한 은행강도 사건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한다.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어두워지며 신파로 흐르는 우를 범하고 만다. 이문식, 백윤식, 박효준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호흡은 매끄럽다. <전설의 고향> <라디오 스타>의 한여운은 은행강도에게 삿대질을 할 정도로 당찬 여성인 미쓰리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세븐데이즈> - 납치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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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99%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지연은 일 때문에 함께해주지 못해 딸 은영에게 늘 미안하다. 모처럼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 학교 운동회에 참석한 지연(김윤진)은 이어달리기를 하던 중 군중 속에서 은영을 잃어버리고 만다. 운동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에게 협박 전화가 오고 딸의 생사가 걸린 7일의 악몽이 시작된다. 납치범의 첫 번째 요구는 경찰을 따돌리라는 것. 지연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치밀하게 경찰을 따돌리고 독자적으로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납치범의 요구는 돈이 아닌 살인범 정철진을 감옥에서 빼내는 것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재판에서 지연은 정철진의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형사인 친구 성열(박희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적해 나가던 지연은 살인사건 배후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지연의 목숨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세븐데이즈>는 속도에 관한 한 올해 개봉된 어떤 한국영화에도 뒤쳐지지 않는 작품이다. 지연이 딸을 잃게 되기까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는다. 관객은 지연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이 납치사건에 정신을 팔려야 한다. 은영이 납치된 후부터 딸을 구하기 위한 지연의 발걸음은 정신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몇 달은 해야 할 일을 일주일 만에 해야 하니 속도를 내지 않으면 딸은 포기해야 한다. 이야기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편집의 속도다. 시종일관 핸드헬드 카메라로 움직이는 화면은 일반 극영화보다 3~4배는 빠른 속도로 짧게 끊어져 이어 붙여지고 때로는 하나의 프레임 내에서 중첩돼 움직인다. 숨가쁘게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카메라 덕분에 이야기는 숨돌릴 틈도 없이 진행된다. 관객에게는 영화가 던져주는 정보를 이어 붙일 시간도 충분치 않을 정도다. 숨돌릴 틈을 주지 않으니 스릴러 장르의 첫 번째 덕목인 긴장감은 시종일관 유지된다.

과도한 속도로 밀어붙이는 <세븐데이즈>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납치 스릴러의 한계를 법정드라마와 수사극을 접목시켜 극복한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딸을 납치당한 변호사와 비리 때문에 쫓기는 형사, 범죄여부가 불확실한 피의자 등 인물 구도도 스릴러영화의 요소로서 부족함이 없고 ‘싱글맘’이라는 주인공의 상황과 모성애를 사건과 연결시키는 방식도 자연스럽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빠른 호흡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사건의 개연성과 논리를 잘 꿰어 맞춰 극 자체의 완성도를 높인 점을 칭찬할 만하다. 한국영화로서는 파격적인 편집 방식도 눈길을 끌고, 주요 출연진의 연기 또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다만 반전이 담긴 결말을 지나치게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요소로 기능한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븐데이즈>는 분명 올해 한국영화 중 두드러지는 스릴러 작품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스카우트> - '너' 를 잡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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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80년 5월 서울, 대학 시절 촉망받던 투수였던 호창(임창정)은 이제는 모교에서 야구부를 관리하는 말단 직원 자리에 만족하는 청춘이다. 동해로 휴가를 떠날 단꿈에 빠져있던 그에게 뜻밖의 임무가 주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입학이 90% 확정된 초특급 고교 투수 선동열을 무슨 일이 있어도 스카웃하라는 것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호창. 그러나 선동열 대신 호창은 7년 전에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과 만난다.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호창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 과 후배 세영은 7년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건달 곤태는 호창(박철민)을 위협한다.

<스카우트>는 1980년 선동열이 광주제일고 3학년이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 YMCA 야구단 >(이하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을 겸한 <스카우트>는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한국 두 사립 대학의 운동 선수 스카우트 경쟁과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이야기를 바탕으로 김현석 감독 특유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이야기한다. 1970년대 서울과 1980년 5월 광주를 오가며 영화는 감독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추억들을 마음껏 풀어놓는다. 광주항쟁이라는 무거운 시대적인 요소가 끼어들긴 했지만, 대학 MT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이소룡이 죽던 날 느닷없는 결별 선언을 당한 호창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의 조금 먼저 세대 버전이다.

영화는 호창이 광주항쟁이 막 일어나기 직전인 5월 18일까지 9박 10일 동안 광주에서 겪는 해프닝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99퍼센트는 허구입니다' 라는 위트 있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스카우트>는 극 중 대부분이 허구의 내용이다. 광주 YMCA에서 호창이 글러브를 쥐어준 초등학생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었다던지, 호창이 광주에서 동열의 부모와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철저히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선동열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코미디보다는 멜로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다. 광주가 점차 위기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호창의 상황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물론 그의 1차 목적은 선동열이었지만, 세영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 호창은 그 동안 철저히 놓고 있었던 과거 그녀와의 추억을 돌이킨다. 결국 지난 7년 동안 놓고 지냈던 세영의 결별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철저히 멜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임창정, 엄지원, 박철민, 백일섭 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김현석 감독이 각본을 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미녀스타와 사랑을 이루는 야구심판 범수로 등장한 바 있는 임창정은 <스카우트>에서 이제는 일갈한 생활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럴듯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세영 역의 엄지원은 그럭저럭 임창정과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감초 조연 곤태 역의 박철민은 극 중 대부분의 코미디를 담당한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김현석 감독이 실제 느끼고 경험했던 <광식이 동생 광태>의 생생함과는 달리 <스카우트> 속 1970~80년대는 감독이 경험하지 않은 조금 더 과거의 시대다. 이런 탓에 <스카우트>는 대과거(1970~80년대)와 과거(1990년대)가 충돌하는 것 같은 불협화음을 낸다. 배경과 옷차림만 1980년일 뿐 극을 관통하는 정서는 1990년대라는 말이다. 분명 김현석 감독은 대단한 스토리텔러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장기는 (아직은) 감독이 실제 경험한 그의 동시대성 영화에서 찬란히 빛난다. 아쉽지만 <스카우트>는 <광식이 동생 광태>보다는 <야구단>쪽에 가깝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베오울프> - 영웅, 디지털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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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3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암흑의 시대, 덴마크 흐로스가 왕국은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의 살인행각으로 고통을 받는다. 흐로스가 왕(안서니 홉킨스)의 안위조차 위협받을 무렵, 전사 베오울프(레이 윈스톤)가 정예군대를 이끌고 왕국을 찾는다. 뛰어난 판단력과 막강한 힘을 가진 베오울프는 맨몸으로 그렌델을 죽이는데 성공, 흐로스가 왕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렌델의 어머니인 물의 마녀(안젤리나 졸리)는 아들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무참한 학살을 시작한다. 베오울프는 물의 마녀를 처단하기 위해 그녀의 은신처로 잠입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곧 사랑에 빠진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영국 영웅서사시가 디지털로 탈바꿈했다. <베오울프 Beowulf>는 게르만족의 영웅서사시인 ‘베오울프 Beowulf’를 스크린에 옮긴 퍼포먼스 캡쳐 영화다. 총 3,182행으로 이뤄진 원작은 괴물 그렌델과 그의 모친을 살해하는 1부와 보물을 지키던 용을 퇴치하는 2부로 이뤄진 베오울프의 무용담이다. 하지만 <펄프 픽션 Pulp Fiction>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로저 에버리와 소설 [스타더스트 Stardust]의 작가 닐 게이먼은 전설적인 영웅 베오울프의 활약상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이웃 나라에서 건너온 베오울프는 용맹함을 최고로 치는 전통적인 전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베오울프는 매일 연회를 열며 술에 취해있는 흐로스가 전사들을 대신해 그렌델을 처단하지만,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거짓말도 할 줄 알며, 여인의 유혹에 흔들리는 현대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인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원작의 이야기 구조는 시나리오 작가 로저 에버리와 닐 게이먼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됐다. 흐로스가 왕, 물의 마녀, 베오울프가 치정관계로 얽혀, 되풀이 되는 운명과 세속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베오울프>의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Who Framed Roger Rabbit>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에 집요한 관심을 보여온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배우들의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퍼포먼스 캡쳐 외에도 안구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EOG(Electrooculography) 기술을 도입, 더욱 진일보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물의 마녀가 수면 위를 유유히 거닐며 베오울프를 유혹하는 장면이나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용과 베오울프의 전투신은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된 <베오울프>의 매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부분. 3D 아이맥스 버전 <베오울프>는 날카로운 화살촉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고대 영웅의 이야기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만나 일어나는 화학작용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아슬한 경계에 서있는 이 영화처럼 감성과 이성의 논리에서 갈팡질팡하는 베오울프의 모습을 디지털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실제 나이가 50세인 레이 윈스톤이 미끈한 몸매를 지닌 청년 베오울프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퍼포먼스 캡쳐 영화의 가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지점. 상업영화로서의 재미와 영화 테크놀로지의 미학적 성취를 고르게 이끌어낸 <베오울프>를 온전한 모습으로 접하기 위해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제작단계부터 의도했던 3D 아이맥스 버전 관람이 필요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검은 땅의 소녀와> - 2007년, 폐광촌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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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지난 11월 7일, 낙동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황지 연못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가 진폐환자 생존권 확보 총궐기대회’. 60~70대 노인들인 한국진폐피해자협회 회원과 1천명의 시민이 이곳에 모인 까닭이다. 진폐증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닌 까닭에 입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입원 요양 혜택을 받기 위해선 폐기종, 폐결핵 등 아홉 가지 질병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가져야 한다. 이 땅의 진폐증 환자는 대략 3만 명. 그 가운데 합병증으로 입원해 요양하고 있는 환자는 3천명 선이다. 이들이 월 150만원~200만원의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며 입원 요양 중인 반면 진폐증만 앓고 있는 나머지 대다수의 환자들은 보험도, 치료도, 생계비 지원도, 일터도 없이 막막히 생활하고 있다.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는 이 막막한 탄광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해곤(조영진)은 최근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더 이상 갱도에서 탄을 캘 수도, 그렇다고 입원해 산재보험을 받을 수도 없는 신세. 결국 광산 일자리에서 물러난 해곤은 퇴직금 명목으로 받아 든 돈으로 작은 트럭을 구입한다. 하지만 트럭을 몰며 생전 처음 시작한 생선 장사는 길게 가지 못한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열한 살 아들 동구(박현우)가 트럭으로 카지노 손님의 그랜저 승용차를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사고 뒷수습으로 트럭마저 잃어버린 해곤은 점점 생활은 뒷전으로 하고 술만 들이켠다. 생활비는커녕 집조차 철거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 해곤의 씩씩한 막내딸 영림(유연미)은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는 아빠를 보는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오빠와 함께 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

강원도 속초, 태백, 사북 일대를 배경으로 한 전작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을 작업하며 전수일 감독은 폐광이 늘어만 가는 탄광촌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접하게 됐다. 그리고 합병증을 발견하면 모두가 ‘축하’를 보낸다는 진폐증 환자들의 고통은 그렇게 전수일 감독의 시선을 통해 영화로 되살아났다. 전수일 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에 어떤 덧칠도 하지 않았다. 영화 속 광부들이 함께 불러 젖히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막장으로 넘어간다’는 노래 구절처럼 영화는 막장으로 가 닿은 폐광촌의 쓸쓸한 삶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덕분에 <검은 땅의 소녀와>는 비극의 색조가 짙다. 합병증으로 입원한 옆집 아저씨가 부러운 영림이 아빠가 ‘배앓이’를 했으면 해서 내린 어린 결정은 폐광촌의 희망 없는 현실을 관객 앞에 묵직하고 아프게 각인시키고, 폐광촌을 떠도는 광부의 초점 없는 시선은 그들의 삶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관객을 반성하게 한다. 그렇다고 <검은 땅의 소녀와>에 비극의 색채만 드리운 건 아니다. 버려진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새끼 고양이처럼 그 땅에도 생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에둘러 말한다.

<검은 땅의 소녀와>를 빛내는 건 ‘리얼리티’다. 지하 800미터에 자리한 갱도를 뚫고 들어가 잡아낸 광부들의 채굴 현장, 낡아가는 폐광촌의 쓸쓸한 풍광, 카지노 사업이 불러온 강원도의 빈부 격차는 물론 어린 나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똑 부러진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두 아역의 호연이 영화를 ‘진짜’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유괴범을 연기했던 배우 조영진은 진폐증 환자로 광부의 아픈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과 리나 만자카프레상을 수상한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역시 수상했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색화동> - 살 떨리고 땀 나는 에로영화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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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색화동. 색의 세계를 그린 움직이는 그림 혹은 섹스에 관한 영화. <색화동>은 에로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학과 졸업생 진규(조재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탈락하고 여자친구에게서는 이별 통보를 받은 암담한 청춘이다. 차디찬 옥탑방에서 라면과 소주를 벗삼아 비전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진규는 우연히 알게 된 온니포맨이라는 에로영화 전문 제작사에 조감독으로 취직한다. 출근하자마자 <올누드보이> 조감독으로 촬영 스케줄을 짜고 시나리오 리딩에 들어간 진규는 위험한 야외촬영과 거짓말 장소 섭외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일정에 쫓겨 얼렁뚱땅 촬영을 마치려 하는 황감독(김동수)의 연출 방식에 진규가 반기를 들자 진규와 촬영 스탭들은 갈등을 빚게 되고, 진규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인 충무로 영화사의 전화 연락은 진규를 고민하게 만든다.

원제 ‘태극기를 꽂으며’가 심의에 걸려 제목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던 <깃발을 꽂으며>의 공자관 감독은 에로영화계에서 봉만대 감독만큼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만덕이의 보물상자> <이태원 버스> <하지마> 등을 내놓으며 에로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던 공자관 감독이 에로비디오의 ‘명가’ 클릭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독립영화 <색화동>을 만들었다. <색화동>은 에로영화가 아닌 에로영화에 관한 영화다. 에로영화 현장에 뛰어든 풋내기 조감독을 통해 에로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다. 촬영장을 섭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조감독 진규, 여배우를 탐하는 제작사 사장, 이야기 전개가 흐트러져도 시간이 부족하면 중요한 장면을 찍지 않고 넘어가는 황감독 등을 통해 에로영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회적 금기와 편견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제작진의 애환이 코믹하게 전개된다.

<색화동>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에 기반한 사실적인 캐릭터 구성과 이야기 전개다. 사회적인 이슈나 개인적인 내면, 추상적인 상징 등으로 대표되는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색화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관객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자극적인 소재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초년생의 성장 이야기로 발전시킨 점 또한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에로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담은 다큐멘터리 장면은 인서트로서 효율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족에 머무른다. 저예산영화의 기술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지만, 독립영화 특유의 도전적인 실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살 만하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 열병을 앓는 청춘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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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12

1970년대 어느 여름. 미겔리토(알베르토 아마릴라)와 세 친구는 수영장에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훔쳐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부잣집 아들 파코(펠릭스 고메즈)와 반항적인 바비(라울 아레발로) 그리고 막내뻘인 모라탈라(마리오 카사스)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음란한 상상에 빠져들지만, 한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한 미겔리토는 이들과 달리 세상을 시적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항상 단테의 시 [신곡]을 들고 다니며 아마추어 시인 행세를 하는 미겔리토는 병원에서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옥을 경험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퇴원 후 수영장에서 루리(마리아 루이즈)를 만나게 되자 미겔리토는 그녀를 자신만의 베아트리체로 부르며 그녀와 함께 천국 같은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루리는 가난 때문에 술집에서 춤을 추며 살아가지만 미겔리토에게만은 순결한 베아트리체로 남아 있다.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El Camino de los ingleses>는 스페인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999년 아내인 멜라니 그리피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 Crazy in Alabama >로 연출 데뷔한 후 7년 만의 일. 미국에서 영어로 제작된 데뷔작과 달리 두 번째 연출작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슬레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페인어로 제작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뿌리를 짐작케 한다. 이 영화는 <스파이키드 Spy Kids> 시리즈와 <슈렉 Shrek> 시리즈, 그리고 <레전드 오브 조로 Legend of Zoro> 등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출연작과는 달리 예술영화의 향취를 풍기는 작품이다.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라벨유럽영화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는 청춘의 열병을 앓는 젊은 주인공 미겔리토의 이야기를 지옥과 천국, 연옥을 여행하는 시인 단테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 [신곡]을 인용해 시적으로 풀어냈다. 햇살이 뜨거운 스페인을 배경으로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청춘을 통과하는 젊은이들의 기쁨과 고통, 좌절, 아픔, 슬픔 등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낸다. 알베르토 아마릴라와 마리아 루이즈 같은 스페인의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욕망의 낮과 밤 Tie Me Up! Tie Me Down! > <하이힐 High Heels> <키카 Kika> 등에서 톡특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빅토리아 아브릴과 <하몽하몽 Jamon Jamon> 등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후안 디에고 등 스페인의 중견배우들도 출연해 젊은 배우들과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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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1. 7. 13:04
9.00/10
3명 참여
판타스틱 자살 소동
감독  : 박수영, 조창호, 김성호
출연  : 한여름, 타블로, 박휘순, 김가연, 김남진, 정재진, 강인형, 이혜상
상영시간  : 92분
장르  : 판타지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7.53/10
30명 참여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감독  : 마에다 테츠
출연  : 마츠다 쇼타, 오오사와 타카오, 스즈키 쿄카, 사토 코이치
상영시간  : 92분
장르  : 코미디, 범죄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7.75/10
20명 참여
6.67/10
3명 참여
데드 걸
감독  : 카렌 몬크리프
출연  : 토니 콜렛, 브리터니 머피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8.83/10
41명 참여
5.00/10
1명 참여
벡실
감독  : 소리 후미히코
출연  : 쿠로키 메이사, 타니하라 쇼스케, 마츠유키 야스코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애니메이션, SF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6.72/10
190명 참여
7.50/10
2명 참여
세브란스
시사회·이벤트
감독  : 크리스토퍼 스미스
출연  : 대니 다이어, 로라 해리스
상영시간  : 95분
장르  : 스릴러, 코미디, 공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9.03/10
92명 참여
7.50/10
2명 참여
색, 계
시사회·이벤트
감독  : 이안
출연  :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리홍
상영시간  : 157분
장르  :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8.84/10
38명 참여
6.00/10
2명 참여
로스트 라이언즈
감독  : 로버트 레드포드
출연  : 톰 크루즈,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포드
상영시간  : 91분
장르  :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메이킹
7.32/10
66명 참여
6.00/10
1명 참여
더 버터플라이
감독  : 마이크 바커
출연  : 피어스 브로스넌, 제라드 버틀러, 마리아 벨로
상영시간  : 94분
장르  : 범죄, 스릴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2007년 11월 09일
5.00/10
1명 참여
트러블 앤 섹스
감독  : 제프 프랭클린
출연  : 프렌치 스튜어트, 브리짓 윌슨, 타이라 뱅크스
상영시간  : 94분
장르  : 코미디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판타스틱 자살소동> - 판타스틱 자살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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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한번쯤 자살을 꿈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자살’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암흑 속의 세 사람>이란 제목의 첫 번째 이야기는 늦잠을 자다 시험을 보지 못한 것에 낙담해 옥상에서 뛰어내릴 것을 결심한 한 소녀(한여름)의 ‘백일몽’. 분명 옥상에서 훌쩍 뛰어내렸건만 소녀는 멀쩡하다. 아니, 몸은 멀쩡하되 정신은 도대체가 멀쩡하지가 않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울부짓는 학생주임(박휘순)과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는 양호 선생님(김가연), 거기다 지구를 폭파하겠다고 나선 남학생(타블로)이 소녀를 괴롭힌다. 두 번째 이야기 <날아라 닭!>은 자살을 결심하고 총을 챙겨 외딴 바닷가로 떠난 경찰(김남진)의 일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곧바로 죽을 생각이었지만 남자는 그곳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접하고 자살을 잠시 미룬다. <해피버스데이>는 <판타스틱 자살소동>의 마지막 이야기. 생일 아침, 자신의 생일을 아무도 몰라줘 속이 상한 게이 할아버지(정재진)는 우연히 기찻길에 뛰어들려는 청년(강인형)을 만나 그를 돕는다.

‘자살’이란 소재를 축으로 30여 분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판타스틱 자살소동>은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 인디스토리와 MBC드라마넷이 공동 제작한 작품. 꿈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암흑 속의 세사람>을 <핵분열가족>으로 올해 클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수영 감독, <날아라 닭!>을 <피터팬의 공식>을 연출한 조창호 감독, <해피버스데이>를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연출했다. ‘자살’이란 소재를 같이 했을 뿐 전혀 다른 색깔로 만들어진 세 이야기는 그러나 자살을 어둡고 내밀한 것에서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끌어낸다. 꿈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살을 ‘꿈’의 한 형태로 바꾼 <암흑 속의 세사람>이 로맨스와 SF, 전쟁 스릴러를 뒤섞으며 자살을 한바탕 소동극으로 그린다면 <날아라 닭!>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자살하지 못한 한 남자의 아이러니, <해피버스데이>는 노인의 자살 안에 유쾌한 극적 반전을 심어두었다. 세 이야기의 질감이 모두 달라 한 편의 옴니버스로서 매끈하게 이어지진 않지만 각 영화마다 뒤통수치는 반전의 재미와 독특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장르의 구애 없이 자유자재로 ‘자살의 풍경’을 그려내는 영화적 시도는 빛나지만 <판타스틱 자살소동>이 이로써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기존 관념과 얼마나 다른지는 생각해볼 문제. 자살을 삶의 ‘그림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영화의 시선은 새롭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식의 교훈은 여전하다. 가수 타블로의 영화 배우 선언, 김남진의 연기 변신, <웰컴 투 동막골>의 촌장을 연기했던 연극배우 정재진의 깜찍한 게이 할아버지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는 <판타스틱 자살소동>에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돼 관객들의 큰 사랑을 얻은 바 있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 만화적인 상상력이 영화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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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네 명의 달인이 있다. 귀신 같이 거짓말을 알아채는 인간 거짓말탐지기 나루세(오오사와 다카오), 0.1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잴 수 있는 유키코(스즈키 교카), 말도 안 되는 논리와 휘황찬란한 수식어구로 연설을 늘어놓는 쿄노(사토 코이치), 천부적인 소매치기 쿠온(마츠다 쇼타). 기묘한 재능을 지닌 네 남녀가 만나 낭만적인 은행강도를 벌인다. 은행을 털러 나선 일당은 예상치 못한 다른 강도의 출현으로 힘들게 훔친 돈을 모두 빼앗겨 버린다. 일당은 강탈당한 현금을 되찾기 위해 다시 한 번 대담한 트릭을 이용해 계략을 꾸민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A Cheerful Gang Turns the Earth>는 네 명의 주연급 배우 캐스팅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나루세 역의 오오사와 다카오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케이티 KT> <눈에게 바라는 것 What the Snow Brings> 등으로 유명한 사토 코이치는 쿄노 역으로 출연한다. 스즈키 교카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Welcome Back, Mr. McDonald> <피와 뼈 Blood and Bones>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얼굴이 잘 알려져 있으며, 마츠다 료타는 <나나 Nana> <사랑의 문 Otakus in Love>로 잘 알려진 마츠다 류헤이의 동생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오션스 일레븐 Ocean’s 11> 시리즈처럼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러 명이 힘을 모아 완벽한 범죄를 꾸민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이지만 <오션스 일레븐>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독특한 재능을 지닌 4인조 갱단이 힘들게 훔친 돈을 다른 강도에게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린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라기보다는 만화 같은 영화에 더 가깝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는 다소 헐거운 편이지만, 매력적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과 만담처럼 이어지는 대사,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컴퓨터그래픽 등이 플롯의 지루함을 보완한다.










<데드걸> -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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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몸이 불편한 엄마를 모시고 사는 이든(토니 콜레트)은 우연히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괴팍한 성격의 엄마는 이든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15년 전 언니가 실종된 후로 언니 찾기에만 매달리는 엄마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레이(로즈 번)은 시체 보관소에 들어온 여자의 시체가 언니일 거라고 확신하지만, 언니가 아님을 알고 실망한다.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편을 둔 루스(메리 베스 허트)는 외로움과 소외감에 고통받는 여인. 매번 자신을 버려두고 외출하는 남편이 창고의 서랍장 속에 여성들의 피묻은 옷과 운전면허증을 숨겨놓은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래 전에 가출한 딸의 죽음을 확인한 멜로라(마샤 게이 하덴)는 딸과 함께 살던 친구 로제타(케리 워싱턴)로부터 가출한 후 딸의 생활과 딸의 가출 이유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매춘부 크리스티(브리트니 머피)는 딸의 생일에 맞춰 선물을 전해주러 밤중에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딸이 있는 곳으로 가던 중 오토바이가 고장나서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다.

<데드걸 The Dead Girl>은 죽은 여자(the Dead Girl)를 매개로 엮인 다섯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놓는 작품. 저마다 다른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낯선 사람(The Stranger), 자매(The Sister), 아내(The Wife), 어머니(The Mother), 죽은 여자(The Dead Girl) 등 다섯 개의 에피소드에 각각 담겨 있다. 영화는 자매, 아내, 어머니 등 여성의 입장에서만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의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배우이자 감독인 카렌 몬크리프는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연출로 여성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과 감정들을 설득력있게 묘사해낸다.

2006년 미국 개봉 당시 외신들은 "<데드걸>은 훌륭한 시나리오와 정교한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행복하게 만난 수작"이라는 평가부터 "<<데드 걸>은 장인의 솜씨로 빚어낸 뛰어난 스릴러" "관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 등의 호평을 쏟아내며 카렌 몬크리프의 연출력을 높이 샀다. <데드걸>은 연출력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빛난다. 토니 콜레트, 브리트니 머피, 마샤 게이 하든 등의 배우들은 각각 짧은 에피소드에 잠깐씩 출연할 뿐이지만 연기파 배우답게 제몫을 톡톡히 해내며 여운을 남긴다.








<벡실> - 당신이 상상한 미래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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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2007년, 세계 모두가 핵을 경계한다면 2077년엔 최첨단 과학기술이 경계 대상이 된다. 2067년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군사 과학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그 수준이 다른 나라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거대하다는 것. 이에 유엔이 일본의 첨단 기술을 규제하고 나서자 일본은 ‘쇄국’이란 강경수로 맞선다. 전세계 통신망, 위성 망을 피해 일본이 나라를 닫아버린 지 10년.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는 일본이 10년 만에 비밀 회의를 연다는 소식을 입수하고 일본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단단히 막힌 일본의 쇄국망을 뚫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요원이 침투 중 목숨을 잃은 와중 홀로 잠입에 성공한 여전사 벡실(구로키 메이사). 그녀는 그곳에서 마리아(마츠유키 야스코)라는 묘령의 여인과 만난다.

<벡실 Vexille>은 <애플시드 Appleseed>(2004)를 제작하며 미래 시대, 여전사의 모험을 그린 바 있는 소리 후미히코 감독이 또 한번 그려내는 미래 여전사의 모험극. 일본 최초 100% CG 애니메이션으로 3D 애니메이션 공간에 2D 인물들을 섞어두었던 <애플시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 전체를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으로 마감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Titanic>에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담당한 이래,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CG를 맡아온 소리 후미히코 감독은 <벡실>을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영상미로 그려낸다. 차가운 톤으로 잡아낸 미국 최첨단 미래 도시의 마천루와 시골 촌락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고 낡은 도쿄의 풍광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는 2077년의 미래 풍경이 눈을 잡아 끌고, 스워드 요원 벡실과 그녀를 돕는 마리아가 일본 정부군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탄생했다.

<벡실>의 가장 큰 매력은 3D로 잡아낸 매혹적인 영상미지만 영화를 이루는 아이디어 역시 흥미롭다. 미래 시대에 ‘쇄국’을 감행하고 고립하는 일본이라는 설정부터 시작해 인간이란 유기체의 피를 빨아먹고 크는 로봇, 60년대 촌락으로 그려지는 미래 도쿄의 풍광 등 <벡실>에는 우리가 흔히 ‘미래’라는 이름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이미지와 아이디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려한 영상에 비해 스토리 줄기는 헐거운 편. 일본을 쇄국으로 몰고 간 조직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까지, 반복되는 추격전은 박진감 넘치지만 스토리 상의 찰기는 옅다. 덕분에 벡실의 흥미진진한 추격전은 지루한 스토리와 만나 박진감을 상당 수 잃고 말았다.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벡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의 음악을 담당했던 폴 오켄폴드가 만들어낸 빠른 템포의 음악 선율들은 <벡실>의 액션, 추격 신들과 완벽한 호흡을 이룬다.








<세브란스> - 공포와 코미디의 절묘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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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다국적 무기회사 팰리세이드 디펜스의 직원들이 헝가리로 워크샵을 떠난다. 하지만 현지 운전기사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도망쳐 버리고, 초호화 별장으로 기대했던 숙소는 폐허와 다를 바 없는 산장이다. 부장 리차드(팀 맥이너니)는 팀원들을 단합해 보려 하지만, 불만이 머리 끝까지 오른 이들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날 아침 사라진 버스 운전기사를 찾아나선 해리스(토비 스티븐스)와 질(클로디 블레이크리)은 참혹하게 살해된 채 쓰러져 있는 운전기사를 발견한다. 또한, 팀워크를 위해 페인트볼 서바이벌 게임을 하던 고든(앤디 나이맨)은 누군가 설치해 둔 덫에 걸려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무기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류의 코믹 공포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호할 만한 작품이 찾아왔다. <크립 Creep>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브란스 Severance>는 워크샵 도중 정체불명의 괴한을 만나게 된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변종 호러영화다. ‘절단’이라는 영화제목에도 알 수 있듯 <세브란스>는 기본적으로 스플래터 무비의 외형을 띄고 있다. 희생자들은 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떨어져 나가며, 불에 그을린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이 공포를 직조하는 방법은 전통적인 호러영화와 다소 차이가 있다. 예컨대 괴한들에게 쫓기며 숲 속을 도망치는 장면에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괴한들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은 어이없게 날라가던 비행기를 맞추는 식이다. 공포와 코미디의 절묘한 만남은 살육이 일어나기 바로 전날, 무기회사 직원들이 나누는 음모론을 모티브 삼아 제대로 구현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치부됐던 무기회사 음모론은 영화 속에 세 차례에 걸쳐 변주되며 이들을 괴롭혀 나간다.

<세브란스>는 스산한 기운을 내뿜는 공포영화 본연의 장르적 쾌감뿐만 아니라, 반전(反戰)이라는 묵직한 주제의식 또한 놓치지 않는다. 불특정다수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반적인 호러영화의 살인마와 다르게, <세브란스>의 괴한들은 무기회사 팰리세이드 디펜스에 앙심을 품고 직원들을 처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 리차드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제조된 지뢰를 밟게 되거나, 고통 없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개발하고 싶었던 질이 괴한에게 납치돼 공포에 떠는 장면은 <세브란스>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시킨다. 느닷없이 조명이 꺼지고 날카로운 굉음이 울려 퍼지는 공포영화 클리셰를 철저히 배제한 <세브란스>는 공포영화 마니아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일반적인 관객에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플래터 무비로 손색이 없다.








<색, 계> - 인간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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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영국으로 간 아버지의 초청을 기다리는 왕치아즈(탕웨이)는 2차세계대전의 포화를 피해 전쟁의 소용돌이 바깥에 위치한 홍콩으로 이주한다. 홍콩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연극을 통해 항일 정신을 고취하는 대학 연극부에 가입하고, 훤칠한 외모의 광위민(왕리훙)에게 매료된다. 이곳에서 그녀는 친일파의 핵심인물인 정보부대장 이(양조위)의 암살계획에 동참하고, 그녀는 막부인으로 자신을 위장한 채 이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이가 갑작스럽게 상하이로 발령이 나 모든 계획은 무산되고, 이후 왕치아즈는 상하이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날 광위민이 왕치아즈에게 접근하여, 한 번 더 이의 암살 계획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

<색, 계 Lust, Caution>(이하 <색계>)는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이안이 지난 2000년작 <와호장룡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이후 7년 만에 중국 만다린어로 제작한 영화다. 관금붕의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 Red Rose White Rose>, 허안화의 <반생연 Eighteen Springs> 등으로 유명한 중국 상하이 출신의 여류 작가 에일린 창의 28페이지 짜리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색계>로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이후 불과 2년만에 황금사자상을 두 번째로 손에 넣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인 <색계>에서 '색(色)'은 인간의 욕망을 뜻하며, '계(戒)'는 인간의 신중함 혹은 조심스러움을 뜻하는 말. 겉으로 <색계>는 사랑과 섹스를 의미하지만, 이를 넘어 예술과 삶 등 인간의 모든 행동 양식에 적용될 수 있다. 왕치아즈와 이는 처음 그들에게 다가온 서로를 신중하게 경계하지만, 결국 경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안에서 언제든지 튀어나올 준비가 된 경계심으로 인해 두 명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안 감독은 <색계>의 두 주인공 왕치아즈와 이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과 사랑이 공존하는 인간을 이야기한다.

<색계>는 극 중 등장하는 이와 왕치아즈의 자극적인 정사 장면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인 NC-17 등급을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무려 30분이 삭제된 채 개봉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극 중 세번에 걸쳐 등장하는 이와 왕치아즈의 정사 장면은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이안과 로드리고 프리에토 촬영감독(<브로크백 마운틴 > <바벨 Babel>)의 카메라는 이를 '야'한 포르노그래피와는 180도 거리가 있게 담아냈다. 경계로 시작한 이와 왕치아즈의 관계가 점차 치명적인 사랑으로 발전되는 과정이 격정적이다 못해 서로 피를 토할 것 같은 치열함으로 다가온다. 홍콩의 대표적인 배우 양조위는 극 중 묘한 매력을 풍기는 악역 이로 등장, 그 특유의 몸과 눈 연기를 펼친다. 왕치아즈 역할의 배우는 놀랍게도 <색계>가 스크린 데뷔작인 중국의 탕웨이. 이번이 첫 스크린 연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탕웨이는 연기 대선배인 양조위와 팽팽한 연기 파트너십을 보여준다.








<로스트 라이언즈> - For the 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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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공화당의 젊은 상원의원 어빙(톰 크루즈)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유명 저널리스트 재닌(메릴 스트립)에게 접근, 자신에게 유리한 글을 쓰도록 하려고 한다. 전쟁 전문 저널리스트인 재닌은 어빙이 그녀에게 던져준 특종과 그 뒤에 감춰진 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또한 같은 시간 자신의 두 제자 어니스트(마이클 페냐)와 아리안(데릭 루크)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 말리 교수(로버트 레드포드)는 또 다른 제자 토드(앤드류 가필드)를 불러 현실 개혁을 위해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간, 지구 저 멀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빙의 전쟁 전략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상으로 가득한 두 병사 어니스트와 아리안은 작전 중 아프가니스탄 오지에 고립되고,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인다.

<로스트 라이언즈 Lions for Lambs>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통산 7편째 장편 극영화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미국 할리우드의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잘 알려진 인물. 그러나 연출 데뷔작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부터 가장 최근작 <베가 번스의 전설 The Legend of Bagger Vance>(2000)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강한 정치색을 띤 현재형의 영화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결국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으로 귀결된 아프가니스탄 내전 소재의 <로스트 라이언즈>는 다분히 선동적인 느낌까지 풍기는 정치 드라마다. 정치적 야심으로 똘똘 뭉친 공화당 상원의원, 특종을 원하는 유명 저널리스트,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대학 교수. 영화는 이렇게 세 명의 유력 인사(decision maker)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의 확실한 목소리를 낸다. 다름아닌 '테러와의 전쟁' 이라는 명분하에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불필요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1시간 동안 어빙과 재닌이 대화를 나누는 워싱턴 DC와 말리 교수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실, 그리고 긴박한 작전이 펼쳐지는 아프가니스탄 이렇게 세 곳을 오가며 '리얼 타임' 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영화의 원제인 '라이온즈 포 램스'는 1차세계대전 당시 무능력한 영국군 장교의 전략 실패로 인해 용맹한 영국 군인들이 희생되는 것을 통탄한 한 독일군 장교의 언급으로, 극 중 아프가니스탄 행을 자원한 두 대학생 어니스트와 아리안이 '라이온즈'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너무나 확연한 메시지를 지닌 제목처럼 <로스트 라이언즈>의 주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철저한 민주당 지지자의 시선에서 본, 현재 미국과 미국인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자기 반성' 의 영화다.








<더 버터플라이> - 산산조각난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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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시카고에서 광고회사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닐 랜달(제라드 버틀러)의 삶은 완벽에 가깝다. 매력적인 아내 애비(마리아 벨로), 예쁜 딸 소피(엠마 카완디)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한편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남자로 인정받고 있다. 랜달의 완벽한 삶은 딸 소피가 납치되면서 위협받기 시작한다. 납치사건의 주범은 반사회적 이상 성격을 지닌 남자 라이언(피어스 브로스넌)으로 그는 소피를 납치한 채 랜달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라이언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랜달의 삶을 파괴하는 것. 주도면밀한 성격의 라이언은 소피를 납치한 후 24시간 동안 랜달을 조종하며 마치 게임을 즐기듯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속수무책으로 라이언의 요구를 들어주던 랜달은 마지막으로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라는 마지막 요구에 직면한다.

미국에서는 ‘산산조각난(Shattered)’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더 버터플라이 Butterfly on a Wheel>의 원제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 ‘Epistle to Dr. Arbuthnot’ 중 ‘who breaks a butterfly upon a wheel’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구절은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결과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 것을 의미하며, ‘breaking on the wheel’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주는 고문을 가리킨다. 라이언이 랜달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을 설명하는 제목인 동시에 이유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제목인 것이다.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중산층 가장을 상대로 24시간의 무모한 게임을 시작한 반사회적 성격의 납치범. 납치를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로서는 평범한 설정이지만, 작품이 지니고 있는 긴장감과 박진감은 예사롭지 않다. 영리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연기 조화도 안정적이고, 결말 부분에 감춰 놓은 반전도 흥미롭다. 반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든 영화가 그렇듯 <더 버터플라이>를 재미있게 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스포일러다.










<트러블 앤 섹스> - 그와 그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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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1.05

친구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게 된 시트콤 작가 세스(프렌치 스튜어트)는 결혼식 리허설 도중 신부 들러리인 첼시아(브리짓 윌슨)을 만난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자 동거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동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댄다. 세스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방을 꾸미는 첼시아의 행동이 부담스럽고, 첼시아는 고양이 알레르기를 가진 세스 때문에 오래 전부터 키워온 고양이 그레이시와 생이별을 한다. 옥신각신하며 1년을 함께 살아온 이들은 결혼 문제를 논의하다 큰 싸움을 벌인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첼시아와 다르게, 세스는 결혼을 애당초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것. 이에 화가 난 첼시아는 ‘혼인빙자간음’으로 세스를 고소하고, 이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트러블 앤 섹스 Love Stinks>(1999)는 첫눈에 반해 동거를 시작했지만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면서 마음이 틀어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세스와 첼시아는 꼼꼼한 성격, 자상한 마음씨를 가졌다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상이한 결혼관, 자잘한 성격차이로 차츰 등을 돌리게 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인 제프 프랭클린 감독은 세스와 첼시아의 직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들의 불협화음을 묘사해 나간다. 시트콤 작가 세스가 집안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모두 각본으로 옮겨 무대에 재현되는 장면이나, 홈 데코레이터였던 첼시아가 세스의 집안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장면은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시킨다. 하지만 <트러블 앤 섹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묘사돼 아쉬움을 남긴다. 결혼에 목을 맨 첼시아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세스의 집과 재산을 빼앗으려는 악녀의 전형을 보이고, 첼시아의 여자친구들은 남자를 그저 돈으로 보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가 대다수다. 8년 만에 지각 개봉하는 <트러블 앤 섹스>는 모델 계의 흑진주라 불리는 타이라 뱅크스가 첼시아의 친구인 홀리로 얼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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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1. 1. 17:59
7.82/10
85명 참여
킹덤
시사회·이벤트
감독  : 피터 버그
출연  : 제이미 폭스, 크리스 쿠퍼, 제니퍼 가너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메이킹
0.00/10
0명 참여
첫눈
감독  : 한상희
출연  : 이준기, 미야자키 아오이
상영시간  : 102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인터뷰 M/V 메이킹
8.86/10
318명 참여
4.67/10
3명 참여
식객
감독  : 전윤수
출연  :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
상영시간  : 113분
장르  :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M/V 메이킹
7.20/10
301명 참여
4.75/10
4명 참여
블랙 달리아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조쉬 하트넷, 스칼렛 요한슨, 아론 에크하트, 힐러리 스웽크
상영시간  : 120분
장르  :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M/V 메이킹
8.19/10
177명 참여
6.00/10
1명 참여
히어로
감독  : 수주키 마사유키
출연  : 기무라 다쿠야, 마츠 타카코, 오오츠카 네네, 아베 히로시
상영시간  : 129분
장르  : 드라마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메이킹
9.00/10
1명 참여
6.33/10
3명 참여
투야의 결혼
감독  : 왕취엔안
출연  : 위난
상영시간  : 96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네티즌 리뷰 평점·40자평 포토 보기
예고편
5.88/10
25명 참여
다운 인 더 밸리
감독  : 데이빗 제이콥슨
출연  : 에드워드 노튼, 에반 레이첼 우드
상영시간  : 111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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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킹덤> - 테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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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외국인 주거 단지에 거대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절친한 동료를 잃은 FBI 요원 플러리(제이미 폭스)는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료 재닛 메이스(제니퍼 가너)와 그랜트 사익스(크리스 쿠퍼), 아담 레빗(제이슨 베이트먼)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다. 현지에 도착한 이들 FBI 요원들은 5일 안에 수사를 끝내고 떠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미국 대사관의 압박에 시달리며 이들의 경호를 맡은 알 가지 형사(아샤라프 바롬)와 함께 하나둘씩 단서를 찾아나간다. 그 와중에 요원 아담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남은 이들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테러범의 근거지로 쳐들어간다.

<킹덤 The Kindgom>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배경으로 테러범과 미국 FBI 요원들의 팽팽한 대결을 그린 액션영화다. 그러나 <킹덤>은 스펙터클한 액션 신보다는 증거를 통해 테러범의 실체에 다가가는 정의로운 FBI 요원들의 치밀한 수사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양쪽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러범을 끝까지 쫓는 FBI 요원들의 활약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이들을 성가진 존재로 여겼다가 점차 이들의 정의감에 동화되어 수사에 협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가지 형사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영화의 내용은 더욱 풍성해진다. 정의감에 불타는 FBI 요원들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건 액션 신. 영화의 도입 부, 도시 일부를 날려버릴 듯 강력한 폭발 장면과 영화의 후반부, FBI 요원들과 테러범들 사이의 치열한 총격전은 액션영화다운 쾌감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킹덤>은 <히트 Heat> <콜래트럴 Collateral> <마이애미 바이스 Maimi Vice> 등 개성 있는 액션영화를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만 감독이 제작을 맡고 배우 겸 감독인 피터 버그가 연출을 맡았다.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마이클 만과 호흡을 맞췄던 제이미 폭스가 정의롭고 인정많은 FBI 요원 플러리를 연기했고, TV 시리즈 <앨리어스 Alias>로 액션 연기에 합격점을 받은 제니퍼 가너가 법의학 수사관 재닛 메이스로 제이미 폭스와 자연스러운 호흡을 선보인다. 그러나 <킹덤>에서 누구보다 눈여겨봐야할 배우는 알 가지 형사를 연기한 이스라엘 태생의 배우 아샤라프 바롬이다. 플러리 요원과 국적, 종교, 신념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는 알 가지 형사를 연기한 아샤라프 바롬은 제이미 폭스와 제니퍼 가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연기로 여운을 남긴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첫눈> - 한일 친선 문화교류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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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도예가인 아버지(조선묵)를 따라 일본 교토에 온 고등학생 김민(이준기)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들른 사찰에서 나나에(미야자키 아오이)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교환학교로 들어간 학교에서 나나에를 다시 만나게 된 민은 실수로 나나에의 미술품 가방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린 것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진다. 민이 아르바이트로 산 새 가방을 고맙게 받아들인 나나에는 한국어를 공부하며 조금씩 민과의 거리를 좁혀간다. 나나에가 도예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민은 아버지에게서 조금씩 배워 나가 나나에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직접 만든 돼지 도자기인형을 선물한다. 하지만 복잡한 집안 문제로 나나에는 교토를 떠나야 하는 상황. 나나에는 직접 만든 부적을 민에게 선물하고 며칠 후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나나에를 애타게 찾던 민은 결국 상심만 안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원빈, 후카다 교코 주연의 드라마 시리즈 <프렌즈>를 연상시키는 한일 합작영화 <첫눈>은 일본에 온 한국 남자 고등학생과 교토에 살고 있는 여자 고등학생의 사랑을 그린 청춘 멜로드라마다. 한국과 일본의 제작사가 공동 제작하고 양국의 스탭이 힘을 합쳤다는 제작 방식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은 문화 교류와 사랑의 교감을 다뤘다는 영화 내용까지 합작영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양국의 젊은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오래된 통속 청춘영화를 연상시킨다. 선량한 인물들과 현실적 갈등이라고는 먼지만큼도 없는 말끔한 연인 관계, 두 사람을 갈라 놓는 운명적 사건,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판명 나는 오해, 무조건적인 믿음과 기다림 등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순진무구한 태도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명백하게 구분시킨다.

두 사람이 교토의 강에서 보트를 함께 타면 연인이 헤어진다는 속설과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마찬가지로 연인이 헤어진다는 속설을 이야기할 때, 첫눈이 내리는 날 데이트를 하는 연인은 행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통속성은 절정으로 향한다. 결국 첫눈이 내리는 날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가가 이 영화의 관건이지만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다. 뮤직비디오 출신인 감독의 성향이 드러나듯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클로즈업과 아름다운 풍경 연출에 많은 신경을 쓴다. 단편적인 에피소드 위주의 스토리 전개 역시 드라마 방식의 뮤직비디오와 많이 닮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첫눈>은 뮤직비디오 같은 한일 친선 문화교류 멜로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식객> - 맛 대 맛, 최고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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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 맛을 자랑하는 운암정의 대를 잇는 자리. 음식에 마음을 담는 요리사 성찬(김강우)와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 봉주(임원희)가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요리 과제는 황복회. 두 요리사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성찬의 요리를 먹은 심사위원들이 복어 독에 중독되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운암정의 후계자는 봉주로 결정되고, 성찬은 낙향한다. 그로부터 5년 후 조선 최고의 요리사로 칭해지는 대령숙수의 칼이 발견되고, 그의 적통을 찾는 요리 대회가 열린다. 현존하는 최고의 요리사를 선정하는 이 대회에서 성찬과 봉주는 두 번째 대결을 벌인다.

<식객>은 2002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허영만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 연재만화는 단행본으로 발행되어 54만 부라는 판매부수를 올렸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에 올려져 회 당 조회 수 20만 건을 상회하는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식객>은 조선 말기부터 현재를 오가며 한국 최고의 맛의 제왕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진검 승부를 벌이는 성찬과 봉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식객>은 <베사메무쵸> <파랑주의보>의 전윤수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식객>은 방대한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113분 남짓한 러닝 타임안에 적당히 선별, 축약하여 극을 진행시킨다. 영화의 주요 줄기는 대령숙수의 칼을 차지하기 위한 요리 대회에서의 성찬과 봉주의 대결. 성찬과 봉주의 에피소드 외에 봉주의 할아버지 만식과 치매에 걸린 성찬의 할아버지 에피소드, 숯쟁이 에피소드 등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가 플래쉬백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많은 에피소드들이 양념처럼 끼어드는 탓에, 이야기의 극적인 긴장감은 그다지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큰 원작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선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다. 또한 극 전개를 선한 캐릭터(성찬)과 악한 캐릭터(봉주)의 단순한 대결 구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식객>의 큰 단점이다.

하지만 극 초반 요리 대회에서 보여지는 황복회, 육회, 구절판, 도미면, 화양적 등 화려하고 입맛 당기게 하는 한국 전통 음식들의 조리 과정은 <식객>이 큰 신경을 쓴 부분. 성찬과 봉주 역의 김강우와 임원희는 이 장면들을 위해 요리 전문 학원에서의 고된 연습을 통해 적어도 겉으로는 완벽한 요리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블랙 달리아> - 브라이언 드 팔마의 또 하나의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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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전직 권투선수 출신인 벅키(조쉬 하트넷)와 리(아론 에크하트)는 경찰청 권투시합을 계기로 수사대에 입성하고 단짝 콤비가 된다. 리의 아내 케이(스칼렛 조핸슨)와 함께 세 사람은 막역한 사이가 되는 동시에 미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벅키와 리는 LA를 공포에 빠트리고 있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고 갱단의 비리를 수사하던 도중 ‘블랙 달리아’ 사건에 긴급 투입된다. 엘리자베스 쇼트(미라 커쉬너)라는 무명 여배우가 입술이 귀까지 찢어지고 몸이 두 동강난 상태로 발견된 것. 리는 이상할 정도로 블랙 달리아 사건에 집착하고 상부의 지시를 어긴 채 독자적인 수사를 하던 도중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리의 뒤를 이어받아 엘리자베스의 과거를 조사하던 벅키는 엘리자베스와 외모가 닮은 매들린(힐러리 스웽크)을 수사하다 사랑에 빠지고 만다. 리가 죽은 후 미망인이 된 케이와 관계를 맺으며 복잡한 관계를 이어가던 벅키는 집요한 수사 끝에 매들린과 죽은 엘리자베스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아낸다.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제임스 엘로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블랙 달리아 The Black Dahlia>는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후 끊임없는 혹평에 시달렸다. 가장 큰 문제점은 복잡한 플롯이 엉성하게 이어져 작품의 초점이 흐릿하다는 점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나도록 블랙 달리아 사건은 등장하지 않고 감독은 두 주인공이 다른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블랙 달리아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복잡한 인물관계가 제시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정리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감독이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블랙 달리아 사건이 아니라 두 주인공의 관계와 이들이 수사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 줄곧 사건들을 나열하기만 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아마 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았음에 대해 불쾌해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해결 사건이었던 블랙 달리아 사건의 범인을 명백하게 재구성하면서 끝내기는 하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할리우드의 허상과 무명배우의 고달픈 인생을 조명하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엘리자베스에 관한 탐구는 오로지 흑백필름 자료로만 확인될 뿐이다. 중요한 네 명의 배우들이 모두 단조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그치는 것도 감독이 연출의 핵심을 놓쳤음을 증명하는 단서다. 특히 두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여배우인 힐러리 스웽크가 평면적이고 개성 없는 팜므 파탈을 연기한다는 것은 연출자의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엉성한 연출력은 1940년대 LA를 재현한 세트와 고전 누아르를 연상시키는 진중한 촬영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블랙 달리아>는 기복이 심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체 필모그래피를 볼 때 최악의 영화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실패작 목록을 거론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히어로> - 쿠리우 검사,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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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엉뚱하지만 그에게 맡겨진 사건은 귀신처럼 해결하는 검사 쿠리우(기무라 타쿠야)는 이혼소송으로 바쁜 동료 검사 시바야마(아베 히로시)의 단순 상해 치사 사건을 넘겨받는다. 이미 용의자는 자신의 모든 죄를 자백해 쉽게 해결이 날 것이라고 여겨지던 사건이다. 그러나 용의자는 법원에서 자신의 모든 자백을 번복하고, 상대 변호인으로 일본 최고의 거물급 변호사인 가모우(마츠모토 코시로)가 지명된다. 게다가 이 사건에 일본 검찰 특수부까지 개입되는 상황으로 치닫게된다. 쿠리우는 이 사건 배후에 거대 권력의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챈다.

<히어로 Hero>는 지난 2001년 일본 후지TV에서 11부작으로 방영된 동명의 TV 시리즈를 6년만에 스크린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34.4%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한 <히어로>는 권위와 엄숙의 상징인 일본 검찰청을 무대로, 검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태도를 가진 검사 쿠리우 코헤리의 좌충우돌기다. 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와 사법고시를 통해 검사가 된 쿠리우는 홈쇼핑에 중독된, 정장 대신 낡은 점퍼와 청바지 차림을 고집하는 캐릭터다. 처음 쿠리우가 검찰청으로 불려왔을 때, 다른 동료들은 쿠리우를 무시했지만, 그의 정의와 진실에 대한 눈물겨운 진심을 알아채고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다름 아닌, 학력과 인맥 등이 지배하는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다.

극장판 <히어로>는 2006년 방영된 <히어로> 드라마 특별판의 끝에서 시작된다. 쿠리우 검사가 야마구치 지방검찰청에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 드라마 특별판을 이어받은 극장판 <히어로>는 영화판 답게 더 커진 스케일을 뽐낸다. 쿠리우와 그의 사무관 아마미야(마츠 다카코)는 더 거대해지고 더 까다로워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 부산을 오가는 모험을 벌인다. 이미 드라마에서도 암시되었던 것처럼 쿠리우와 아마미야의 핑크빛 로맨스가 극장판에서는 점차 빛을 발해가는 것을 보는 것은 극장판 <히어로>의 최대 재미 중 하나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스타인 기무라 타쿠야 외에도 마츠 다카코, 아베 히로시, 오츠카 네네 등 영화판 <히어로>에는 드라마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100% 그대로 합류했다. 이미 12부에 걸쳐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춰온 탓에, 이들의 파트너십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내러티브와 캐릭터, 연출 스타일 등 거의 모든 것이 드라마와 동일하다. 이는 극장판 <히어로>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최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신이 이미 드라마를 접한 상태라면 환호하고 즐거워하며 <히어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이 첫 경험이라면 극장판 <히어로>는 알쏭달쏭하고 고만고만한 일본 액션 코미디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투야의 결혼> - 생존은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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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지금은 중국 땅이 되어버린 내몽골. 그곳에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는 투야(위난)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물물을 파다 허리를 다쳐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남편 바터(바터)를 대신해 온갖 집안 일을 혼자 힘으로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 일로로 나아간다. 고된 노동으로 투야마저 허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몸이 재산인 유목 생활. 결국 투야는 바터와 합의해 이혼하고 새로운 남편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도시 여기저기서 청혼을 위해 남자들이 찾아오지만 투야는 쉽게 결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아픈 남편이 마음에 쓰이는 투야는 결국 바터를 부양하겠다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전 남편까지 부양하겠다고 나서는 남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투야의 결혼 Tuya’s Marriage>의 이야기는 단출하다. 전 남편까지 부양하겠다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투야의 혼담 이야기가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이룬다. 간혹 낯선 이들이 그녀와 혼담을 논하러 오고 가고 대다수의 나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투야는 묵묵히 노동할 뿐이다. 양을 치고, 물을 긷고, 음식을 만들고 또 먹으며 아이들을 키운다. 이 세계에서 결혼은 단 하나의 목표로만 움직인다. 그것은 바로 생존의 법칙. 투야를 비롯한 내몽골 유목민 대부분은 생존의 법칙을 따라 결혼하고 이혼하며 집안의 울타리를 세운다.

결혼이 생존의 법칙에 따른다면 누군가는 눈을 찡그리겠지만 적어도 <투야의 결혼>의 세계에서 이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고단한 삶을 사는 유목 여성을 통해 우리가 동물적 감각이라고 쉽게 치부해버렸던 ‘생존’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동시에 얼마나 ‘리얼’한 삶의 부분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데 있다. <투야의 결혼>에서 생존의 법칙에 따른 결혼은 문화적 가치 판단의 저편에 놓여 있으며, 영화는 인간의 삶을 동물과 같은 단계로 끌어내림으로써 오히려 인간이 가진 삶에의 본능을 숭고하게 만든다.

<투야의 결혼>을 투박한 삶의 복판으로 가져간 가장 큰 몫을 한 건 물론 내몽골의 척박한 풍광. 바싹 말라 모래 바람이 서걱이고 눈으로 꽁꽁 얼어붙은 내몽골의 황량한 풍광이 생존을 향한 인간의 투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월식 Lunar Eclipse> <에르메이의 이야기 The Story Of Ermei>에 이어 세 번째 연출작인 <투야의 결혼>까지, 왕 취엔안 감독의 작품 모두에 출연한 여주인공 위난은 생명력 넘치는 내몽골 여성의 올곧은 심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또한 남편 바터와 매사 문제 덩어리인 투야의 친구 썬거를 연기한 두 비전문 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도 영화를 풍성히 했다. 독일 출신 촬영감독 루츠 레터메이어가 핸드헬드와 클로즈업을 오가며 담아낸 투야와 내몽골의 풍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투야의 결혼>은 올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거친 자연을 살아가는 이들의 투쟁에 가까운 삶을 그리지만 유머가 넉넉하다는 것도 <투야의 결혼>의 장점 중 하나다.








박아녜스 fatcat@movielink.co.kr
<다운 인 더 밸리> - 현재를 살아가는 카우보이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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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9

어린 남동생 로니(로리 컬킨)를 돌봐야하는 열여덟 살 소녀 토브(에반 레이첼 우드)는 자신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강압적인 아버지 웨이드(데이비드 모스)가 못마땅하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해변가로 놀러가던 길에 토브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주유소 직원 할랜(에드워드 노튼)에게 호감을 느낀다. 토브는 할랜에게 함께 바닷가로 갈 것을 제안하고 잠시 망설이던 할랜은 주유소를 그만두고 토브를 따라나선다. 토브와 자유로운 삶을 사는 할랜과 해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에게 더욱 빠져들고, 로니도 할랜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버지 웨이드는 토브가 제멋대로 사는 떠돌이 할랜과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다운 인 더 밸리 Down In the Valley>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할랜을 주인공으로 떠돌이로 자유롭게 살았던 서부 개척 시대 카우보이들의 삶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다. 서부 개척 시대의 중심이었던 서부 LA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의 카우보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려는 것. 할랜은 카우보이 의상을 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텔방에서 서부극의 대사를 끊임없이 외우면서 현대의 카우보이로 재탄생한다.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광활한 서부를 달리던 카우보이의 자유로운 정신은 직업도 팽개치고 세상을 떠도는 할랜의 삶의 태도와 닮아있다.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서부로 서부로 달려간 카우보이들의 정신을 할랜을 통해 현재에 매력적으로 되살려낸다. <파이트 클럽 Fight Club> <페인티드 베일 The Painted Veil>의 에드워드 노튼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현대의 카우보이 할랜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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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4주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25. 14:39

2007년 10월 25일

8.23/10
70명 참여
6.00/10
3명 참여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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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명세
출연  :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미스터리, 멜로/애정/로맨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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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M/V 메이킹
9.29/10
41명 참여
5.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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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미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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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크리스 크라우스
출연  : 모니카 블리브트리우, 한나 헤르츠스프룽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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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9.00/10
12명 참여
도쿄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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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츠오카 조지, 니시타니 히로시
출연  :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상영시간  : 1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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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인터뷰
7.10/10
60명 참여
4.00/10
2명 참여
펀치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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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강효진
출연  : 도지원, 손현주, 박상욱
상영시간  : 121분
장르  : 드라마, 코미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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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메이킹
6.15/10
131명 참여
도로로
예매하기   
감독  : 시오타 아키히코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코우
상영시간  : 137분
장르  : 액션, 모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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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3.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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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참여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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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양해훈
출연  : 임지규, 윤소시, 조성하, 표상우, 임지연
상영시간  : 88분
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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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8.70/10
10명 참여
뒤로 가는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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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로저 아바리
출연  : 제임스 반 데 빅, 샤닌 소사몬
상영시간  : 109분
장르  :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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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5.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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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살라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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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토미나가 마사노리
출연  : 오다기리 죠, 카시이 유우
상영시간  : 98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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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10
40명 참여
인 더 풀
예매하기   
감독  : 미키 사토시
출연  : 마츠오 스즈키, 오다기리 죠, 이치카와 미와코, 다나베 세이이치
상영시간  : 101분
장르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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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6일
10.00/10
1명 참여
욕망의 거미줄 - 시세이
감독  : 사토 히사야스
출연  : 요시이 레이, 유게 토모히사
상영시간  : 72분
장르  :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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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 M >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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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최연소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가 한민우(강동원)는 부유하고 매력적인 약혼녀(공효진)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만은 않다. 글은 잘 써지지 않고, 지독한 불면증으로 하루라도 프로작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기 때문. 더구나 언제부터인가 민우는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불편하기만 하다. 꿈을 꾸듯 어느 골목길에 위치한 술집 루팡 바에 간 민우는 그곳에서 미미(이연희)라는 이름의 의문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구구절절히 줄거리를 나열하기는 했지만, < M >(이하 '엠')은 사실 일반적인 내러티브로 진행되는 영화는 아니다. <첫사랑> <인정사정 볼것 없다> <형사:Duelist>의 이명세 감독의 신작 <엠>은 그의 그 동안의 영상미학의 실험이 최고치에 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엠>은 주인공 한민우가 과거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은 지극히 일반적일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철저히 알쏭달쏭 미스터리하게 풀어간다. 시간과 공간 따위는 애당초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엠>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오가며, 철저히 민우의 기억('M'emory)과 꿈(drea'M')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채워진 <형사:Duelist>와는 달리 <엠>은 어둠과 빛의 오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더 나아가 빛과 어둠은 <엠>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극 중 민우의 공간은 언제나 어둠과 그림자가 지배하는 곳. 이곳을 밖의 밝은 빛이 서서히 침잠함에 따라, 민우는 서서히 잃었던 과거 기억의 세계로 점차 다가간다.

<엠>은 마치 여러 편의 비디오아트를 보는 듯 갖가지 영상 실험으로 가득한 영화다. 다양한 빛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로같은 민우의 아파트, 민우의 과거로의 입구 역할을 하는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 칠흙같은 어둠의 공간인 루팡 바, 현실 속 공간이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보여지는 골목길 등 <엠>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들은 무척이나 매혹적이다.(<엠>의 촬영은 <태극기 휘날리며> <어깨너머의 연인>의 홍경표 촬영 감독의 솜씨다)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형사:Duelist>에서 '슬픈 눈' 역할로 이명세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강동원은 최소화된 대사 대신 눈빛과 분위기만으로 아련한 기억의 여행을 떠나는 한민우 역할을 잘 소화해냈으며, 단지 피사체에 그치는 역할이지만 이연희와 공효진의 연기도 좋다. 물론 <엠>의 화려한 외피와 놀라운 미학적 실험에 비해 불친절하고 상징으로 일관한 시나리오는 눈에 밟히며, 극적인 모티프도 다분히 맥빠지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뭐 어쩔 것인가. 이명세 감독에게 '우리들'의 일반적인 내러티브를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포 미니츠> - 관객의 심장을 관통하는 마지막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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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교도소에서 수감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노년의 크뤼거(모니카 브리브트라우)는 새 제자를 받던 도중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한 소녀를 만난다. 살인죄로 복역 중인 제니(한나 헤르츠스프룽)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제멋대로인 데다 남자 교도관도 다루기 힘들 정도로 폭력적이지만, 피아노 연주 실력만큼은 크뤼거를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크뤼거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교도관 뮈츠를 때려눕힌 제니는 독방에 갇히게 되고, 피아노 콘테스트에 참가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크뤼거는 제니에게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다. 제니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뮈츠의 계략과 동료 수감자들의 방해로 제니의 피아노 레슨은 뜻대로 이뤄지지 못하지만, 마음을 닫아둔 채 어느 누구와도 소통을 거부하던 제니는 조금씩 크뤼거와 인간적인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제니는 뮈츠와 동료 여죄수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소동을 부려 크뤼거를 당혹하게 만든다. 결국 교도소 소장으로부터 콘테스트 참가 불가 통보를 받은 크뤼거는 교도소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독일영화 <포 미니츠 Vier Minuten>는 2004년 세상을 떠난 실존인물 거트루드 크뤼거의 삶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이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스승과 제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음악을 소재로 한 여타 휴먼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인위적인 감동이 목표가 아니라 캐릭터의 사실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포 미니츠>가 흥미로운 것은 두 명의 대비되는 인물이다. 원칙주의자에 클래식 음악만 고집하는 노년의 크뤼거 선생과 제멋대로인 제니는 피아노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물과 기름 같은 사이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크뤼거에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연인에 대한 죄책감이 떠나지 않고 있으며 제니에게는 아버지의 범죄에 대한 증오가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다. 비록 크뤼거와 제니가 피아노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은 다르지만 ‘취향’의 간극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로 메워진다. 영화의 마지막 ‘4분’은 그런 이유에서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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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마사야(오다기리 죠)와 그의 엄마(키키 키린)는 지금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병실 침대에 누운 쇠약한 엄마와 아들.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로, 라디오 진행자로 살아가고 있는 마사야는 아픈 엄마를 건너다보며 그녀와 자신의 지난날을 더듬는다. 집 밖만 나돌던 아버지를 떠나 어린 자신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가 홀로 생활을 꾸린 엄마. 고된 식당 일을 하면서도 한번도 얼굴 찡그린 적 없는 엄마. 미술을 전공한답시고 도쿄로 올라와 공부는 제쳐두고 연애에, 마작에 빠져 지낸 자신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내야 했던 엄마. 그런데도 아들에게 항상 미소 짓던 엄마. 항상 씩씩할 것 같던 엄마가 병으로 쓰러지자 마사야는 그녀의 한없는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Tokyo Tawa: Okan To Boku To, Tokidoki, Oton>는 마사야가 추억하는 엄마와의 추억담이자, 마사야 자신의 성장 일기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일본작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원작으로 한 작품. 2005년 출간돼 2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은 이후 인기를 등에 업고 TV 드라마와 연극으로 장르를 확대해갔다. 그리고 다시 영화로 영역을 넓혔다. 영화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마츠오카 조지 감독. <안녕, 쿠로 Sayonara, Kuro>를 통해 인간과 개의 우정을 잔잔한 감동극으로 만들어낸 그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를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아들과 엄마의 진한 우정으로 가득 채웠다. 원작의 인기에 감동 드라마의 ‘가슴 찡한’ 코드가 덧붙여져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또 한번 일본 열도를 뜨겁게 했다. 지난 4월 일본 개봉한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10주간의 장기 상영을 통해 18억 2천만 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 상반기 흥행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마사야를 화자로 내세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엄마와 자신의 살아온 나날을 기록하는 원작 구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영화는 마사야의 내레이션을 따라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짜맞춰간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가는 마사야의 성장과정을 묵묵히 따르며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사이사이 박아 둔 영화는 한 꼬마의 성장담으로도, 사랑 가득한 모자(母子)의 일기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특별한 구성 없이 현재와 과거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둘의 과거를 ‘읊는’ 영화적 구성은 2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을 더욱 길고 지루하게 만들고 말았다.

단순 구성된 영화의 따분함을 달래는 건 배우들의 호연. 어떤 상황에서든 미소를 잃지 않는 씩씩한 엄마를 연기한 키키 키린은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를 신선하게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1970년 모리사키 아즈마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 His Tender Love>로 데뷔한 이후 일본의 ‘국민 배우’로 불리며 오랜 세월 연기와 함께 해온 키키 키린은 ‘무한 긍정 에너지’로 넘쳐나는 마사야의 엄마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실제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오다기리 죠 역시 키키 키린과 함께 영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어머니를 향한 깊은 사랑의 감정을 애절하게 표현해낸다. 키키 키린의 실제 딸인 배우 우치다 야야코가 키키 키린의 청춘 시절을 연기해 현실성을 더욱 보탠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에는 마츠 다카코, 테라지마 스스무, 미야자키 아오이 등 숱한 인기 배우들이 조, 단역으로 함께 했다.













<펀치레이디> - 가정폭력에 힘찬 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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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결혼 13년 차 주부 하은(도지원)은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남편 주창(박상욱)의 가정 폭력 때문에 늘 괴롭다. 그녀는 남편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 됐지만, 중학생인 딸에게 아버지 없이 자란 슬픔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은의 옛 남자친구가 남편 주창과 이종격투기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비열한 반칙을 사용해 승리를 거머쥐는 남편을 본 하은은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한판 붙자’ 며 남편에게 공식 대결을 선포한다. 언론은 ‘사상 초유의 부부 이종격투기’라며 이를 대서특필하고, 하은은 코치 수현(손현주)을 만나 본격적인 훈련에 착수한다.

<펀치레이디>는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주부 하은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남편과 맞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이종격투기. 평생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가정주부가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영화 속에서 다뤄진다. 우선 하은의 코치를 맞게 된 수현의 고군분투는 눈물겹다. 하은에게 제대로 된 격투기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온 몸이 성할 날이 없는 수현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남편 주창이 하은의 도장에 들려 비아냥거리는 장면이나, 하은이 가는 곳마다 남편에게 대적한다며 싸늘한 시선을 받는 장면은 무모할 것처럼 보이는 하은의 여정에 자연스런 응원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펀치레이디>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맞선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남편에게 러시안 훅과 하이킥을 날리는 장면은 단순한 쾌감만을 전달할 뿐 가정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또한, 영화 속에는 선과 악이 극명하게 나눠져 있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남편은 언제나 주먹만 들이댈 줄 알며, 딸 아이는 삐뚤어져 있고, 하은의 어머니는 하은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 이런 캐릭터들은 하은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영화의 현실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옛 남자친구가 등장해 하은의 억눌린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도 뜬금없는 장면 중 하나. <펀치레이디>는 온갖 구타에 시달리는 아내들을 위한 스크린 복수극이지만, 가정 폭력에 대한 깊이 없는 접근과 관습적인 설정으로 인해 그 통쾌함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도로로> -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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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던 전란 시대, 천하통일을 꿈꾸는 무장 다이고 카게미츠(나카이 키이치)는 요괴들과 무시무시한 약속을 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48마리 요괴에게 제물로 바치는 대신 천하를 얻을 힘을 구한다. 그 후 20여 년. 여전히 전쟁으로 흉흉한 마을에 양 팔에 손대신 장검을 박은 사내 하키마루(츠마부키 사토시)가 나타난다. 요괴에게 신체의 48군데를 뺏기고 겨우 머리와 몸통만 남아 생명을 유지했던 하키마루는 한 주술사의 도움을 얻어 가짜 내장과 팔, 다리를 이어 붙인 채 성인으로 자라났다. 온몸에 가짜 신체를 박아 넣어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하키마루는 자신의 몸뚱이를 가져간 요괴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그들을 하나하나 처치해야 자신의 신체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 숱한 요괴들과 맞서 싸우는 그는 여행길에서 남자 행세를 하고 다니는 여자 소매치기 도로로(시바사키 코우)와 만난다. 도로로는 하키마루의 팔에 박힌 고급 장검을 얻고 싶어 하키마루의 여행길에 동행한다.

<도로로 Dororo>는 ‘일본 만화의 아버지’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원작을 영화로 옮겨낸 작품. [철완 아톰] [밀림의 왕 레오] [블랙 잭] [메트로폴리스] 등 주옥 같은 만화를 그려낸 데츠카 오사무가 1967년부터 2년여 동안 작업한 [도로로]는 요괴와 인간의 사투를 통해 전란 시대의 계급 투쟁, 요괴와의 싸움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자아 성찰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만화의 진지한 무게를 떠나 요괴와 벌이는 기괴한 모험극으로서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던 [도로로]는 1969년 후지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화가 TV 애니메이션을 거친 지 얼마되지 않아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본의 관례와 달리, 다양한 요괴와의 결투를 실사로 모두 표현하기 힘들었던 탓에 [도로로]는 연재가 시작된 지 40년이 지나서야 영화로 옮겨졌다. 영화 <도로로>는 <해충 Harmful Insect> <카나리아 Kanaria> 등을 통해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전란 시대를 살아낸 다양한 인물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묘사한다.

누가 뭐래도 실사 영화로 옮겨온 <도로로>가 가장 신경을 쓴 건 요괴와의 결투. 총 15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도로로>는 황량한 전란 시대의 풍광을 담기 위해 2개월 간 뉴질랜드 각지를 돌아다니며 촬영에 임했고, <동방불패 Swordsman> <소림축구 Shaolin Soccer> <영웅 Hero> <연인 Lovers> 등 수많은 중국 액션영화의 무술감독을 맡아온 정소동이 무술 지도를 맡아 보이지 않는 요괴와의 싸움에 합을 짜맞추며 영화에 액션 리듬을 새겼다. 하지만 <도로로>가 액션과 영화 배경만큼 CG에서 ‘리얼’함을 추구하는지는 의문. 아기를 잡아먹는 애벌레 요괴나 독수리 모양의 요괴, 거대한 가재로 변신한 요괴 등 수많은 요괴들이 등장해 각각의 매력을 뿜어내지만 이는 할리우드 CGI에 눈이 익은 관객에겐 다소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리얼’함과는 거리가 멀게 묘사된다. 오히려 세련된 미장센을 일부러 피하는 느낌이 더 짙다. 투박한 CG로 마감된 요괴들과의 결투는 그래서 <도로로>를 더욱 만화적으로 만들고, 이들의 싸움을 더욱 유쾌하게 포장한다. 상상 초월의 다양한 요괴들을 감상하는 것과 함께 츠마부키 사토시, 시바사키 코우, 에이타, 츠치야 안나 등 젊은 배우들의 사극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도로로>가 가진 매력 가운데 하나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 폭력과 성장에 관한 짧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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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제휘(임지규)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인터넷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며 지낸다. 인터넷 채팅과 순간이동을 연습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취미.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제휘는 우연히 만나게 된 장희(윤소시)와 친구가 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제휘는 장희와 아파트 뒤편을 거닐다 정체불명의 시체를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표(표상우)와 우연히 길거리에서 다시 마주친다. 장희와 함께 동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던 제휘는 표와 그의 여자친구 로미(임지연)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에 찾아가 술자리를 함께한다. 하지만 다시 표에게서 심한 모욕과 멸시를 당한 제휘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병철(조성하)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단순히 위협 정도로 끝내려 했던 제휘의 생각과 달리 사건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2006 서울독립영화제와 2007 전주국제영화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처음 공개된 지 거의 1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된다. 여러 영화제를 거치며 조금씩 편집 과정을 거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개봉 필름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됐던 것과 동일하다. 편집이 일부 달라지기는 했지만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품고 있는 함의는 변함이 없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응시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의 한 단면이다. 무분별한 폭력, 왕따, 은둔형 외톨이, 인터넷 여론 폭력 등 21세기 청춘의 어두운 단면이 제휘와 표를 중심으로 하나씩 드러난다. 이들에게 폭력은 성장에 필수적인 하나의 관문이다. 두 사람은 폭력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그리는 오늘날의 청춘은 폭력의 자기장을 통과하며 성장한다. 누군가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

청춘은 성장을 위해 몸부림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종종 돌이킬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얼어붙은 저수지를 통과할 수 없었던 나약한 청춘이 결국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양해훈 감독은 사회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 살고 있는 외로운 청춘들을 건조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영화의 공기는 차가운 HD카메라의 화면만큼이나 냉랭하지만 성장의 한파를 지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봄날의 따뜻한 기운을 내비치기도 한다. 결국 감독이 비판하는 건 인물이 아니라 사회이며, 영화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외톨이들에게 나지막한 응원가를 보낸다.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전진하라고.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뒤로 가는 연인들> - 스타들의 데뷔 시절을 훔쳐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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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캠든 대학 기숙사. 유럽 여행을 떠난 첫사랑 빅터(킵 파듀)와의 로맨틱한 첫날밤을 기다리는 숫처녀 로렌(섀닌 소사몬)은 '세상의 종말 파티'에서 엉겁결에 뉴욕대 영화과 학생의 친구와 섹스를 해버리고 만다. 대학 내 약물 공급자인 숀(제임스 반 데어 빅)은 빅터를 사랑하는 로렌에게 반한다. 로렌도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한 숀은 매일 자신의 사물함에 들어있는 보라색의 러브레터가 로렌이 보낸 거라고 믿기에 이른다. 한편 동성애자 폴(이안 섬머헬드)은 숀도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며 숀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간다. 로렌의 룸메이트이자 코카인 중독자인 라라(제시카 비엘)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긴다.

<뒤로 가는 연인들 The Rules of Attraction>은 <아메리칸 사이코 American Psycho>의 원작자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청춘영화. 영화는 대학생들의 혼란스러운 사랑의 방정식을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역회전과 고속 촬영, 교차 편집 등의 카메라 장난을 이용해 재기발랄하게 묘사해낸다. 술과 마약, 섹스에 중독된 채 삶의 공허함과 어긋난 사랑으로 인한 절망감을 드러내는 희망없는 청춘들의 구질구질한 인생이 화려한 카메라 장난으로 가벼운 즐길거리로 탈바꿈한다.

<뒤로 가는 연인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 <저수지의 개들 eservoir Dogs>(1992)과 <펄프 픽션 Pulp Fiction>(1994)의 각본을 쓴 로저 애버리의 두 번째 연출 작품이다. 데뷔작 <킬링 조 Killing Joe>(1994)로 미국 영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로저 애버리가 오랫만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 <뒤로 가는 연인들>(2002)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가 쓴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평부터 "로저 애버리는 시시껄렁한 농담과 육체의 전시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 "캐릭터들의 마약과 술, 섹스에 취하는 이유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등 악평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서 <뒤로 가는 연인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 대열에 합류한 배우들의 초기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꽤 쏠쏠하다.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엘리자베스 타운 Elizabeth Town> <척 앤 래리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 등에 출연, 주연급으로 성장한 제시카 비엘, 영화 <펄스 Pulse>, TV 시리즈 <로스트 Lost> 등으로 주목받는 이안 섬머핼더, <도슨의 청춘일기 Dawson's Creek>로 스타덤에 오른 제임스 반 데어 빅 등의 순진하고 청순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 2> - 문신에 대한 기이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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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22

풍속화 연구원 아메미아(요츠이 레이)가 안마사 세이즈(유게 토모히사)에게 안마를 받던 도중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다. 가까스로 눈을 뜬 그녀는 스테인리스 철제와 형광등 불빛 만이 존재하는 방 안에 감금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감에 휩싸인다. 안마사 세이즈는 아메미아를 꼼짝 못하게 결박한 후 문신하기 좋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던 아메미아는 세이즈가 문신의 도안으로 삼은 풍속화를 본 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문신을 허락한다. 세이즈는 정성스레 문신작업을 마치고, 풍속화에 얽힌 비밀을 아메미아에게 들려준다.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 2 Si-Sei 2>(이하 ‘시세이 2’)는 일본 핑크영화의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제제 다카히사 감독이 만든 에로틱스릴러물이다. 인서트 컷으로 등장하는 일본 도쿄 시민들의 모습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영화의 출연진은 단 두 명.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여인 아메미아와 안마사 세이즈가 72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문신’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세이 2>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선문답에 가깝다는 데 있다. 문신에 관한 전설을 물어보면, 문신의 매력을 대답하는 식이라 어지간한 집중력을 가지지 않으면 이들의 대화를 놓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제제 다카히사 감독이 아메미아와 세이즈의 관계를 미묘하게 비틀어 놓기 시작하면서 <시세이 2>에는 자연스런 긴장감이 형성된다. 아메미아는 세이즈에게 납치된 사람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나가기 시작한 것. 세이즈의 과거에 대해 말하고, 문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아메미아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는 복선이 넌지시 깔아진다. <시세이 2>는 살색 영상이 가득한 핑크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공산이 큰 작품이지만, 문신을 소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다른 스릴러물과 차별점을 가지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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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17. 10:31

7.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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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어깨너머의 연인> - 섹스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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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5

정완(이미연)과 희수(이태란)는 1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32세 동갑내기 친구다. 사진작가 정완은 연애에 대한 환상도 결혼 생각도 없지만, 편하게 만나고 '엔조이' 할 수 있는 남자 한 명 정도는 바라는 자유주의자. 정완과는 달리 희수는 일찍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한 경우다. 결혼 전에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연애 경력을 뽐낸 그녀지만, 이제는 남편의 탄탄한 경제력을 맘껏 누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싱글즈>에 이은 여자들의 결혼과 사랑, 일에 대한 2007년 한국 현재의 보고서다. 20대 중, 후반 미혼 여성에 초점을 맞춘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싱글즈>와는 달리 <어깨너머의 연인>은 32세의 판이한 성격과 가치관의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정완은 미혼으로 프리 섹스를 즐기지만 가치관은 다소 보수적이다.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유부남과 연하남과 달콤한 일탈을 즐기지만, 이들과 결혼으로 나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반면 그 누구보다도 자유스러워 보였던 희수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깊게 좌절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인 정완과 희수의 극렬한 대비를 통해 20대와 30대를 아우르는 여성의 공감대를 공략하려고 한다.

<어깨너머의 연인>은 임수정, 이미숙 주연의 <...ing>로 호평을 받은 이언희 감독의 장편 극영화로,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극 전반에 잘 녹아있다. <중독> 이후 4년만에 영화 주연을 맡은 이미연과 1998년 <남자 이야기> 이후 무려 9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태란의 연기 호흡은 성공적이다. 실제 미혼이기도 한 두 여배우는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시나리오에 교묘히 담아 러닝타임 내내 격없는 수다를 나눈다. 또한 서울의 이곳저곳을 고속 촬영으로 담아낸 홍경표 촬영 감독의 카메라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숨쉬는 대도시로 보여지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삐까'한 화면과 배우들의 성공적인 화학 반응에 비해 <연애의 목적>의 고윤희가 각색한 시나리오는 안이하다. 특히 극 말미 정완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부분이나, 외도한 남편에 대한 희수의 선택 등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바르게 살자> - 바른 생활 순경, 강도로 돌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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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5

강력계 형사였던 정도만(정재영)은 지나치게 고지식한 일처리 방식으로 삼포시의 교통 순경으로 좌천된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도 있듯, 교통 순경 정도만은 새로 부임하는 경찰서장(손병호)에게 교통 위반 딱지를 떼며 무모한 성실함을 과시한다. 은행 강도 다발지역인 삼포시에 부임한 신임 경찰서장은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삼포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 그런데 경찰서장의 가장 큰 실수는 은행 강도 역을 정도만에게 맡긴 것. 맡은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정도만이 모의 훈련에서조차 철저하게 은행 강도처럼 행동하는 바람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장진 감독이 쓰고 신인 라희찬 감독이 연출한 <바르게 살자>는 상황 코미디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고지식한 정도만이라는 캐릭터가 은행 강도 모의 훈련에서 강도를 맡게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런 식의 코미디는 캐릭터가 선명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수록 긴장감이 쌓인다. <바르게 살자>는 이런 공식에 충실하다. 경찰 서장에게조차 위반 딱지를 서슴없이 떼는 정도만의 고지식함을 영화 첫머리에서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후, 경찰 서장이 정도만을 불러 강도 역을 맡기자 나오면서 "후회하실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전개방향을 슬쩍 흘려놓는다. 그리고 드디어 은행 강도를 연기하게 된 정도만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은행 강도 역을 진짜 은행 강도처럼 해낸다. 여기에 은행 강도 모의 훈련 상황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 되는 엉뚱한 사건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황당한 캐릭터와 황당한 상황의 만남이라는 엉뚱한 조합은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 캐릭터 덕분에 실감나게 전달된다. 고지식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도만과 경찰서장, 그리고 인질 역을 맡은 형사들과 시민들, 은행 직원 등 하나하나가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제몫을 다해낸다. 시나리오에 쓰여진 캐릭터를 생생한 인물로 육화한 것은 배우들의 공.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등 장진 감독이 연출했거나 장진 사단에서 만든 영화들에서 주인공을 맡아온 정재영이 <바르게 살자>의 주인공 정도만을 맡아 황당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낸다. 인질 역을 맡은 주진모, 조시내, 이철민, 이영은 등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정도만을 이용하려다 오히려 정도만에게 당하는 경찰서장 역은 손병호가 맡아 영화의 균형을 잡아준다. 한재권 음악 감독이 작곡한 경쾌한 선율의 음악은 이 영화를 놀이처럼 유쾌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궁녀> - 궁궐 내의 여자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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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조선시대 구중궁궐, 후궁 희빈(윤세아)을 보좌하던 궁녀 월령(서영희)이 서까래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월령의 시체를 처음 발견한 정렬(전혜진)은 죽은 월령이 지니고 있던 노리개를 훔친 후 알 수 없는 환영에 시달리며 조금씩 미쳐가고, 월령을 검험하던 천령(박진희)은 월령이 아기를 낳은 흔적을 토대로 이 사건이 자살로 위장된 타살임을 확신한다.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하는 감찰상궁의 위협 속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조사해 나가던 천령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월령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연애편지가 다시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월령과 함께 방을 쓰던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과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 가고 있는 정렬은 천령의 심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감찰상궁은 쥐부리글려의 희생양을 골라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것을 우려한 천령은 진범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을 연상시키는 궁중 미스터리 스릴러 <궁녀>는 지금껏 사극에서 조연이나 단역에 지나지 않았던 궁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궁중 내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 궁궐 내 여자들의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다는 점에서 <궁녀>는 여타 사극과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스릴러 장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호러 영화의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한 점도 이색적이다. 남성 중심의 유교주의적 세계관을 담은 사극에서 벗어나 변변한 사료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궁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만으로도 <궁녀>의 시도는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궁녀>가 흥미로운 것은 단지 소재주의적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욕망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던 궁궐 내에서 다양한 계층의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모습은 왕권을 둘러싼 전쟁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궁녀>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서 무난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지만, 영화의 소재와 장르적 모험이 만들어내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쉼 없이 밀어붙이는 도입부에 비해 클라이맥스와 결말부의 힘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호러를 결합시킨 장르적 모험은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영화의 완결성에 힘을 불어넣는 지점에는 이르지 못한다. 월령을 죽인 범인을 찾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던 영화는 귀신의 등장으로 집중력을 잃고 길을 헤매기 시작한다. 관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동기 부여와 단서 제공에 신경 쓰지 못한 점도 장르적 완성도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르적 결점을 감안하더라도 <궁녀>는 주목할 만한 데뷔작임에 틀림 없다. 앞서 열거한 주제적 특성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의상, 미술, 소품 등 기술적 완성도도 칭찬할 만하다. 제 몫을 충분히 소화해 낸 주조연급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궁녀>를 보는 2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레지던트 이블 3> - 좀비영화와 액션영화의 잡종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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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라쿤 시티를 휩쓸었던 치명적인 T-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된다. 엄브렐라 제약회사로부터 유출된 T-바이러스는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세균. T-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노리며 지구를 좀비의 세상으로 만든다. 클레어(알리 라터)와 카를로스(오데드 페르)가 이끄는 수호대는 30여명의 생존자들을 호위하며 좀비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찾아 나선다. 우연히 여전사 앨리스(밀라 조보비치)를 만나게 된 수호대는 그녀와 함께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땅 알레스카로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편, 엄브렐라 회사의 지하기지에서 은둔 중인 아이작 박사(이아인 글렌)는 T-바이러스 치료의 열쇠가 되는 앨리스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T-바이러스의 최초 실험 대상이었던 앨리스를 붙잡아 유전자 변형 체계를 알아내고, 좀비로 뒤 덮인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서다.

비디오 게임 <바이오해저드 Biohazard>를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시리즈가 드디어 3편을 맞았다. <레지던트 이블 3 Resident Evil: Extinction>의 무대가 되는 곳은 사람의 자취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국 네바다 주의 한 사막. 1편의 지하 연구소, 2편의 라쿤 시티와 비교해 본다면 스케일이 더욱 방대해진 셈이다. 전작 <레지던트 이블 2 Resident Evil: Apocalypse>는 원작 게임의 스토리를 대폭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레지던트 이블 3>는 기본적인 세계관과 등장인물만을 뼈대로 삼았을 뿐 내용 상으로 한 편의 외전에 가깝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까마귀 떼는 CG로 멋지게 구현되지만, 앨리스를 비롯한 수호대가 좀비를 처단하는 장면부터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특유의 음습함이 모두 사라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수호대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하며, 적들을 제압하며 일대 활극을 벌이는 장면은 액션영화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사막을 배경으로 한 탓인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헤로인인 앨리스는 3편에서 웨스턴 부츠를 신고 좀비들을 하나 둘씩 처단해 나간다. <레지던트 이블 3>는 분명 게임의 서사구조를 바탕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앨리스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적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허탈함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보스인 아이작 박사를 만나기 위해 앨리스는 수 많은 적들과 싸워나가는 데,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면 그 동안 앨리스를 따라오는 모든 적들이 종적을 감추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대결이 펼쳐지지 않지만 날카로운 굉음 소리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영화적 장치는 영화 내내 사용돼 식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레지던트 이블 3>는 <하이랜더 Highlander> 1, 2편의 러셀 멀케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올 어바웃 러브> -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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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병으로 쓰러진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2021년의 우울한 뉴욕. 존(와킨 피닉스)과 엘레나(클레어 데인즈) 부부는 몇 년 째 별거중이다. 학자인 존은 폴란드에서, 세계적인 스케이팅 선수인 엘레나는 뉴욕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두 사람의 마음은 멀어지고, 결국 존과 엘레나는 이혼에 합의한다. 존은 이혼 서류에 서명을 받기 위해 엘레나가 있는 뉴욕으로 날아간다. 엘레나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존은 엘레나를 돕기 위해 뉴욕에 남는다. 매니저도, 친구도, 그리고 친오빠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된 엘레나를 구하기 위해 존은 목숨을 걸고 엘레나를 데리고 뉴욕을 떠나려 한다. 한편 존의 형 마르첼로(숀 펜)는 비행기 안에서 동생 존에게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편지를 쓴다.

<올 어바웃 러브 It's All About Love>는 데뷔작 <셀러브레이션 Celebration>(1998) 으로 전세계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그가 2003년에 만든 작품이다. <셀러브레이션>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주창한 '도그마 95'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가부장적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 '도그마 95'란 실제 세계를 그대로 담기 위해 현장 촬영, 동시녹음, 핸드헬드, 장르영화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10계명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선언. 도그마 그룹의 일원인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그러나 <올 어바웃 러브>를 <셀러브레이션>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한 점, 세트장을 충분히 활용한 점, 핸드헬드보다 정지된 카메라를 선호한 점 등은 도그마 선언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올 어바웃 러브 It's All About Love>는 중력 상실로 우간다의 주민들이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이상 저온 현상으로 7월의 뉴욕과 파리에 눈이 펑펑 내리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2021년이라는 가까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을 건 한 쌍의 남녀 이야기를 펼쳐놓는 SF 로맨스다. 토마스 빈터베그르 감독은 함께 일하는 동료부터 친구, 심지어는 친오빠마저 믿을 수 없게 된 삭막한 시대에도 사랑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주제를 존과 엘레나의 목숨을 건 도피 행각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원인 모를 심장병으로 길거리에서 쓰러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살풍경한 미래의 뉴욕 풍경을 통해 메마른 현대인의 감성을 차갑게 비판한다.

그러나 영화의 메시지와 형식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삐그덕거린다.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남이 될 부부가 갑자기 뜨거운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이야기 구조는 엉성하고 생뚱맞아 보인다. 때문에 존의 형 마르첼로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사랑의 위대함'이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존과 엘레나 부부의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못한 채 공염불처럼 허공에서 사라질 뿐이다. 또 도망가는 존과 엘레나와 그들을 뒤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느슨한 구조 탓에 긴장감을 놓치고 만다. 엉성하게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배우들의 열연이다. 와킨 피닉스와 클레어 데인즈는 황당하게 다시 사랑을 불태우는 젊은 부부를 완벽한 호흡으로 연기해 영화의 엉성한 부분을 채워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 20년 만에 다시 보는 가이낙스의 창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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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시로츠구는 오네아미스 왕국에 평범한 계층으로 태어난 청년으로 해군 파일럿에 지원하지만 성적 미달로 불합격하게 된다. 제트기 조종사의 꿈을 접은 시로츠구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왕립우주군에 들어간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집단인 왕립우주군은 인공위성도 날려보지 못한 채 사람들의 무시만 당한다. 술과 노름으로 시간을 보내며 무기력함에 빠진 동료 우주비행사들처럼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아가던 시로츠구는 리이크니와의 만남을 계기로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의 비행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되찾는다. 시로츠구의 열정은 왕립우주군 동료를 다시 끌어 모으고 제자리를 맴돌던 유인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시키지만, 국가 간의 음모로 인해 시로츠구와 동료들의 도전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때 국내에서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던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Wings Of Honneamise: Royal Space Force>(이하 ‘왕립우주군’)가 20년 만에 개봉된다. <왕립우주군>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Nadia: The Secret of Blue Water>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His and Her Circumstances> 등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가이낙스의 창립작으로 3년의 제작기간과 8억 엔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왕립우주군>에 작화 감독으로 참여했다. 20년 만에 국내에 개봉되는 버전은 HD기술로 복원된 필름으로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 아날로그 영상이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근래의 2D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20년 묵은 <왕립우주군>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철학적 주제 때문이다. 철학적 주제의 깊이가 심오해서라기보다 당시 젊은 애니메이션 예술가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흥미롭다. 진부한 청춘영화의 요소는 눈에 거슬리지만 요란한 SF 액션 장면 대신 작품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과학 문명과 국가, 권력, 종교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왕립우주군>을 여타 SF 애니메이션 작품과 구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했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골2: 꿈을 향해 뛰어라> -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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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5

멕시코 출신 축구선수 산티아고 뮤네즈(쿠노 베커)는 영국 뉴캐슬 구단의 스타 플레이어로 맹활약 중이다. 팀의 승리를 주도하며 뉴캐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그는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이적 제안을 받는다. 레알 마드리드는 산티아고가 축구선수가 되기 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팀. 비록 약혼녀인 로즈(안나 프리엘)과 장거리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되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입단 계약서에 서명한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앞길에는 수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걸출한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연인 로즈와의 관계도 소원해지지 시작한 것. 산티아고는 방탕한 생활을 하는 선배 개빈 해리스(알렉산드로 니볼라)와 어울리면서 점점 슬럼프에 빠진다.

전편인 <골! Goal!>이 가난한 축구선수 산티아고가 영국 축구 구단 뉴캐슬에 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골2: 꿈을 향해 뛰어라 Goal II: Living the Dream>(이하 ‘골2’)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게 된 산티아고가 돈과 명성 그리고 여자에 휘둘리면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라울 곤잘레스 등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탓에 파파라치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팀. 산티아고는 파파라치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이 촬영되며 생활의 제약을 받기 시작한다. 산티아고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몰며 화려한 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생활은 오히려 더욱 황폐해진다. 주위에는 명성과 돈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들로 넘쳐나고, 연인 로즈는 점점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산티아고에게 실망을 한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꿈꾸던 구단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으로 뛰기 조차 쉽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가 끝날 무렵 산티아고를 교체 선수로 투입시키는 데, 짧은 시간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계속 후보 선수에 머물러야 한다. <골2>는 축구장 밖의 모습을 하나 둘씩 들춰내며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의 고민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록 오랫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던 어머니를 스페인에서 만나게 되는 설정이나, 경기 중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산티아고의 활약상은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현란한 게임 장면에 치중한 그간의 축구영화를 상기해봤을 때 <골2>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할 수 있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사모안 웨딩> - 철없는 네 남자의 애달픈 구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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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15

뉴질랜드 사모아 마을의 4총사 알버트(오스카 카이틀리), 마이클(로비 마가시바), 세파(심팰 렐리시), 스탠리(이아헤토 아 히)는 서른을 넘은 나이에도 결혼식장에서 추태를 일삼는 탓에 동네 최고의 말썽꾸러기들로 낙인찍힌다. 이들의 행패를 보다 못한 마을 목사는 앞으로 있을 결혼식부터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 오지 않으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명령을 내린다. 문제는 마이클의 동생 시오네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 시오네의 결혼을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은 4총사는 결혼식 전까지 모두 애인을 만들기로 뜻을 모은다. 하지만 철부지 같은 이들의 성격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만나는 여자마다 온갖 추파를 던지고, 술만 마시면 외박을 일삼는 탓에 여자친구가 있던 세파마저 싱글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모안 웨딩 Sione's Wedding>은 남의 결혼식을 망쳐놓던 네 남자가 각자 자신의 짝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철없는 네 남자가 풀어가는 애달픈 구애작전은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유쾌하게 진행된다. 알버트가 회사의 동료인 타샤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여자친구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할 때나, 바람둥이인 마이클이 그동안 만나온 여자가 모두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그친다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은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케 한다. 또한 떠난 여자친구를 붙잡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세파의 모습이나, 채팅으로 오랜 만남을 가져온 라티파를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는 장면은 이들이 진심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소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사모안 웨딩>을 연출한 크리스 그래험은 뉴질랜드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오며 그의 재능을 인정 받은 신예 감독. 크리스 그래험 감독이 만드는 감각적인 영상에 경쾌한 힙합 음악이 깔릴 때는 자연스럽게 어깨가 들썩인다. 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체격, 이국적인 복장을 한 사모아인은 국내에 다소 낯선 사람들이지만, 영화는 결혼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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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주차 개봉영화

정보공유/영화 2007. 10. 11. 19:28
6.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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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일럼> - 정신병 환자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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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정신과 의사인 맥스(휴 본네빌)을 남편으로 둔 스텔라(나타샤 리차드슨)는 아들과 함께 영국 북부의 한 정신병원 사택으로 이사를 온다.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병원에서 살게 된 스텔라는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때문에 허전함과 무료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수한 외모의 환자 에드가(마튼 크소카스)가 스텔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에드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 스텔라는 남편과 환자들을 따돌리며 아슬아슬한 밀애를 시작한다. 한편 에드가의 담당의 피터 박사(이안 맥켈렌)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에드가를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고, 스텔라와 에드가의 관계는 조금씩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어사일럼 Asylum>은 정신병 환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한 여인의 이야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영국 브로드무어 정신병원은 정신이상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교도소 대신 수감되는 곳. 중증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에드가는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잔혹하게 죽이고 정신병원으로 보내진 사람이다. <어사일럼>은 기본적으로 ‘불륜은 파멸을 부른다’는 흔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지만, 주인공 스텔라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이 정신병자라는 점에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스텔라가 남편과 환자들의 눈을 피해 병원 곳곳에서 에드가를 만나는 장면도 흥미롭지만, 에드가가 언젠가 전 아내처럼 스텔라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팽팽한 스릴감을 만들어 낸다.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된 스텔라의 모습이 차분한 병원 내의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 또한 인상깊다.

<어사일럼>을 연출한 데이비드 맥킨지 감독은 전작 <영 아담 Young Adam>으로 이미 파국으로 치닫는 불륜을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어사일럼>은 궁극적으로 불륜의 비참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결혼 후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 스텔라가 오히려 가족에게 버림받고 브로드무어 병원으로 안치될 때, 데이비드 맥킨지 감독은 은근슬쩍 정상인과 정신병자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엔드 크레딧에는 완치가 됐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환자를 잡아두었던 브로드무어 정신병원이 2003년에야 폐쇄됐다는 말을 전하며 끝을 맺는다. <어사일럼>의 주연배우인 나타샤 리차드슨과 마틴 크소카스의 호연은 눈부시다. <이브닝 Evening> <러브 인 맨하탄 Maid in Manhattan>의 나타샤 리차드슨은 금지된 욕망과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스텔라 역을, 뉴질랜드 출신인 마틴 크소카스는 난폭함과 순진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증 인격장애자 마튼 크소카스를 제대로 소화해낸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카핑 베토벤> - 음악을 이미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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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18세기, 음악의 도시 비엔나. 베토벤(에드 해리스)은 ‘9번 교향곡’ 초연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언젠가부터 희미해진 청력은 이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새로운 음악 작업을 앞두고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게다가 타고나길 괴팍한 성품. 그런 그 앞에 어느 날 한 여인이 나타난다. 초연에 쓸 연주용 악보를 옮기기 위해 고용된 카피스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하지만 음대 우등생인 그녀에게 베토벤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여성이란 단 하나의 이유로 베토벤은 안나 홀츠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베토벤의 고정관념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는 곧 그녀가 자신의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음악인임을 깨닫는다.

베토벤의 음악을 악보에 옮겨 쓰며 그의 음악 동반자가 되어준 사람, 안나 홀츠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토탈 이클립스 Total Eclipse>에서 천재 시인 랭보와 그의 동료 베를렌느의 삶과 사랑을 옮긴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은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에서 베토벤과 그의 뮤즈 이야기를 담기 위해 안나 홀츠를 상상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중심은 아니다. 베토벤과 안나 홀츠는 음악적 감성을 공유하는 동반자일 뿐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음악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는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의 음악 자체가 주인공이 된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던 상태에서 작업해 최고의 음악적 기량을 선보인 9번 교향곡과 동료 음악인은 물론 대중에게도 철저히 무시당했던 ‘대푸가’를 비교하며 영화는 음악을 통해 예술가의 환희와 고뇌를 함께 녹여내는 데 집중한다.

예술가로서 베토벤을 절정에 서게 한 9번 교향곡과 대중의 몰이해와 더불어 작가로서의 패배감에 빠져들게 한 대푸가를 비교하며 베토벤의 곡진한 삶을 담지만 그렇다고 <카핑 베토벤>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카핑 베토벤>은 그보다 영화의 음악적 감수성을 어떻게 영상으로 ‘카피’할 수 있을까에 더욱 관심을 둔다. 때문에 영화의 극적 구성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9번 교향곡 초연 장면은 600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연출했고, 베토벤을 연기한 에드 해리스는 리얼한 지휘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실제 오케스트라 지휘가 가능할 만큼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택에 9번 교향곡 초연 장면은 실제 공연장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음악적 리듬과 극적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영상으로 음악적 리듬을 표현하는 것은 이 장면만이 아니다. 베토벤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달려가는 안나 홀츠의 모습을 담은 영화 초반,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은 카메라를 흔들고 멈추는 것으로 영상에 리듬감을 불어넣으며 베토벤의 대푸가를 이미지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눈에 띄는 드라마의 대비가 없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는 영화의 둔한 드라마 구조는 이렇게 베토벤의 수많은 음악 선율을 덧입으며 적절한 생기를 얻었다.








<브레이브 원> - 친절한 에리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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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뉴욕의 인디 라디오 쇼의 진행자 에리카(조디 포스터)는 사랑하는 약혼자 데이빗(나빈 앤드류스)와의 결혼 준비로 더 이상은 행복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한 순간은 에리카와 데이빗이 센트럴 파크로 산책을 나간 6월의 어느날 밤 산산히 깨진다. 세 명의 괴한으로부터 이유없는 습격을 당해 데이빗은 사망하고, 에리카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에리카의 몸은 곧 회복되지만,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더 이상 그들을 참아낼 수 없었던 에리카는 직접 그들에게 복수를 꾀하기로 결심한다.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은 <크라잉 게임 Michael Collins > <마이클 콜린스 Michael Collins >의 아일랜드 출신 닐 조단 감독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배우인 조디 포스터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극 중 지옥과도 같은 사건을 경험한 주인공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용감한 자 The Brave One'으로 거듭나려 한다. 그 방법이란 것은 그 자신이 폭력의 피해자에서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것. 마치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식으로 <브레이브 원>은 에리카의 복수극 혹은 사형(私刑)의 과정을 따라간다. 스스로 선의 수호자가 되어 악을 처단하는 에리카의 모습에서 수많은 유족들과 경찰과 합세하여 유괴범 백선생을 처단하는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에리카 베인 역할의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여느 때처럼 훌륭하다. <패닉 룸 Panic Room>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인사이드 맨 The Inside Man>에 이어지는 조디 포스터의 강인한 여자 역할은 <브레이브 원>에 와서 빛을 최대치로 발한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뉴욕의 이곳저곳의 소리를 채집하는 에리카의 모습은 조디 포스터를 스타덤에 올린 <택시 드라이버 The Taxi Driver>의 어린 창녀 아이리스가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녀와 짝을 이뤄 법의 집행자 역할을 하는 머서 형사 역할의 배우는 테렌스 하워드로, 시종일관 '강'으로만 치닫는 극 전개를 다소 이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태상준 birdcage@movielink.co.kr
<비커밍 제인> - 제인 오스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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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8

18세기 영국 잉글랜드 햄프셔 시골 마을. 가난한 목사 부부의 딸 제인(앤 해서웨이)은 글쓰기와 사교춤,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이십대의 발랄한 처녀. 연애와 결혼보다 글쓰기에 더 관심을 보여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만, 제인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런던에서 젊고 잘생긴 변호사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가 시골에 내려온다. 첫 만남에서 나쁜 인상을 남긴 두 사람은 그러나 산책길에서, 사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어느 순간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부모와 후원자인 삼촌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행각까지 벌이던 가난한 목사의 딸 제인과 가난한 변호사 톰의 열정적인 사랑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은 18세기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스크린에 옮겨낸다. 전기 작가 존 스펜스의 소설 [비커밍 제인 오스틴 Becoming Jane Austin]을 뿌리삼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를 상상력으로 채워낸다. 영화는 작가로 등단하기 전, 아직 철없는 이십대 처녀인 제인 오스틴이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인간으로서나 작가로서 성숙해나가는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펼쳐놓는다. 영화는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설득 Persuation] [엠마 Emma] [이성과 감성 Sense and Sensibility] 등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제인 오스틴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비커밍 제인>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지적인 제인 오스틴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들이 제인 오스틴 자신의 페르소나며, 무뚝뚝하고 오만하지만 진정성을 갖춘 이상적인 남자 주인공들은 제인 오스틴의 연인이었던 톰 리프로이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설명한다.

<비커밍 제인>은 물음표로 남아 있는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제인 오스틴의 삶 가운데 한 순간을 조명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의미를 떠나서 <비커밍 제인>은 개성 있는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아름답고 당찬 제인과 잘 생기고 똑똑한 톰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비극적인 사랑을 무겁지 않게 다루는 줄리안 재롤드의 연출 솜씨도 훌륭하다. 18세기 영국 시골 처녀 제인 오스틴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어톤먼트 Atonement> <라스트 킹 The Last King of Scotland>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영국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가 제인의 연인 톰 리프로이를 매력적으로 스크린에 되살려낸다.








최상희 immerblau@movielink.co.kr
<용이 간다> - 미이케 다카시가 게임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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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8

뜨거운 한여름, '도지마의 용'이라 불리던 전설의 야쿠자 키류 카즈미(기타무라 카즈키)가 10년 만에 출소하자 도쿄의 환락가 카무로쵸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시끄러운 사건들이 동시 다발로 터진다. 은행으로 수송 중이던 100억 엔이 사라지고, 100억 엔이 빠져나간 은행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두 명의 강도가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다. 연인 유미(다카오카 사카)와 야쿠자 보스 카자마(시오미 산세이)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한국인 킬러 박철(공유)은 느닷없이 나타나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쉽게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유이(사에코)는 남자친구 사토루(시오야 슈운)를 꼬드겨 강도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어머니를 찾는 소녀 하루카가 나타나 키류의 여정에 동참한다. 키류가 출소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야구방망이를 들고 복수에 나선 다혈질 야쿠자 마지마(키시타니 고로)는 카무로쵸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 <용과 같이>를 영화로 옮긴 <용이 간다 Like a Dragon>는 야쿠자가 등장하는 성인용 게임을 한 편의 소동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야쿠자인 게임 주인공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적들을 제거하는 게임 내용과 달리 영화는 하나의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하룻밤 동안 '비열한 거리'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하지만 <용이 간다>는 게임을 영화로 옮긴 여타 할리우드 영화와는 크게 다르다.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생략이 많고 드라마적 공백이 많다. 다중 플롯을 채택하고 있는 영화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물들간의 연결고리가 훨씬 느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화법만은 여전하다. 잔인한 폭력과 유치한 유머의 기괴한 조합, 현실과 판타지의 무차별적인 공존, 과도한 개성의 캐릭터, 황당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게임과 영화의 함수관계를 고민하는 실험영화이기도 하지만, <용이 간다>는 만화와 게임, 영화를 뒤섞은 듯한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액션영화도 미이케 다카시가 손대면 뭔가 특별해진다.










고경석 kave@movielink.co.kr
<그림자> - 둘이 모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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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8

1592년. 일본군에 의해 진주성이 함락되자 왜장 기무라(이무생)는 최경회 장군(명승훈)의 목을 베고 논개(전보영)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건 논개의 몸일 뿐. 논개는 바닷가 절벽에서 기무라를 껴안고 함께 바다로 뛰어내리려 한다. 하지만 동반자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기무라를 껴안고 있던 손목을 잘린 논개는 홀로 바닷물에 빠져 목숨을 다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날 이후 기무라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논개의 혼령과 마주한다. 2007년. 식물학을 전공하는 승현(명승훈), 영신(전보영) 커플은 원혼을 빨아 들인다는 전설의 패랭이꽃을 찾아 산을 오른다. 이들의 가이드가 되어준 이는 식물학에 관심이 많은 또 다른 사내 재진(이무생). 친절히 산길을 안내하던 재진은 그러나 영신과 단 둘이 있을 때마다 영신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림자>는 ‘나비’와 ‘패랭이꽃’란 두 에피소드를 묶어 만든 영화. ‘나비’는 왜장을 껴안고 함께 목숨을 끊은 논개가 만약 동반자살에 실패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패랭이꽃’은 산 속에 고립된 이들이 전설의 패랭이꽃을 두고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을 통해 인간 욕망의 뒤틀린 그림자를 드러낸다. 임진왜란 시절의 왜장과 논개, 최경회 장군이 현대로 환생해 삼각구도를 또 한번 이루지만 두 에피소드는 확연히 다른 질감을 선보인다. 우선 감독부터가 다르다. ‘나비’를 <사과>로 대한민국 영상대전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김민숙 감독이, ‘패랭이꽃’을 <편지> <산책> 등을 연출한 이정국 감독이 연출했다. 하지만 두 에피소드를 가장 확연히 구별 짓는 것은 서로 다른 장르적 성격이다. ‘나비’가 공포 스릴러로서 원혼이 돼 떠도는 논개와 기무라의 ‘무서운’ 관계에 초점을 둔다면 ‘패랭이꽃’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사건을 전개해간다.

두 에피소드가 ‘윤회’라는 이름 아래 맞물리지만 사실 둘 사이의 공통 분모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시대극과 현대극, 공포와 스릴러란 선명한 대립을 이루는 두 에피소드는 삼각관계에 놓인 인물 구성 이외엔 그 어떤 유사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그림자>는 두 에피소드를 그저 엮어두었다는 사실 이외의 그 어떤 영화적 새로움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게다가 ‘나비’는 숱한 ‘원한’ 공포영화들의 공포 묘사법을 그대로 답습해 지루하게 느껴지고, ‘패랭이꽃’은 스릴러영화의 반전 강박증에 발목 잡혀 전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은 반전을 내보인다. 시대극의 연기 흐름을 채 익히지 못한 배우들의 어눌한 연기력 또한 <그림자>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이미 만난 바 있는 <그림자>는 산학협력으로 만들어져 일반 극장에서 개봉하는 최초의 HD독립장편영화다.








 
<박치기! LOVE & PEACE> - 일본 사회의 편견에 박치기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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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8

박치기 하나로 일본 고등학생을 제압해 온 재일 한국인 리안성(이사카 순야)이 성인이 되었다.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아들 창수를 위해 도쿄로 이사한 안성은 아들을 치료할 의사를 찾아 헤맨다. 안성의 여동생 경자(나카무라 유리) 역시 교토의 한식당 종업원 일을 그만두고 도쿄로 상경한다.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인 경자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단역부터 기반을 쌓기 시작한다. 경자는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을 정도로 유명해지지만. 재일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 연예계의 실상과 마주하며 큰 실망감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안성과 경자는 병원으로부터 창수의 병은 불치병이며 스무 살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박치기! Pacchigi!>의 속편 <박치기! LOVE & PEACE Pacchigi! Love & Peace>는 교토에서 도쿄로 이사를 온 두 남매, 안성과 경자의 이야기다. 주연배우가 다카오카 소스케, 사와지리 에리카에서 이사카 순야, 나카무라 유리로 교체됐지만, 재일 한국인을 향한 차별과 냉대에 맞서는 두 남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한다. <박치기! LOVE & PEACE>는 영화의 후반부 경자가 재일 한국인임을 공식석상에서 밝히는 장면을 제외하면 실제 재일 교포가 겪었던 이야기를 모아 재구성한 것. 감독 이즈츠 카즈유키는 꼼꼼한 사전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일본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는 재일 한국인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불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창수를 위해 굿을 벌이거나, 가족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는 장면은 단순히 하나의 에피소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 전개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박치기! LOVE & PEACE>는 1970년대 도쿄를 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안성의 아버지인 진성의 에피소드가 영화의 중간중간에 삽입된다. 1940년대 징용을 피해 일본으로 밀입국하게 된 진성의 이야기는 재일 한국인의 고단한 삶과 그 뿌리를 알리는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전편 <박치기!>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일본인으로 채워졌지만, <박치기! LOVE & PEACE>는 송창의, 박영서 등의 한국배우가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경자 역의 나카무라 유리는 실제 재일 한국인이다.








김영서 nodata@movielink.co.kr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 거침없는 총격 신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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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10.08

당근을 사랑하는 친절한 스미스(클라이브 오언)는 어느날 한적한 뒷골목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 미모의 임산부가 총을 든 남자들에게 쫓기는 장면을 목격한다. 산모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스미스는 그녀를 도우러 갔다가 총격전에 휘말린다. 게다가 산모가 총격전 틈바구니에서 사내아이를 출산하고 총에 맞아 숨을 거두는 바람에 스미스는 엉겁결에 갓난아이를 떠맡게 된다. 그런데 이 아기를 노리는 사람들이 스미스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스미스는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한편, 옛 애인인 매춘부 퀸타나(모니카 벨루치)를 찾아가 아기를 맡긴다. 그러나 퀸타나까지 위험에 빠지면서 세 사람은 함께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끊임없이 추적하는 암살단에 단단히 화가난 스미스는 거침없는 반격을 시작한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em Up>은 제목 그대로 거침없는 총격전으로 이루어진 액션영화다. 얼떨결에 복잡한 사건에 휘말린 스미스와 스미스가 데리고 간 아기를 노리는 집단의 사정없는 총질이 영화의 대부분을 이룬다. 총격 신으로 시작해 총격신으로 끝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폐쇄된 공장에서부터 공원, 거리, 화장실, 호텔방, 비행기 안, 허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소에서 총격 신이 펼쳐진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80여 종의 다양한 무기와 25,000발의 총탄을 사용해 비현실적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을 만들어내며 쾌감을 이끌어낸다. 공장 안, 거리, 공원, 화장실, 허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액션은 빠른 카메라 워크와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액션 연출에 비해 플롯 구성은 약한 편이다. 우연히 총격전에 말려들어 암살단의 추적을 받게 된 스미스가 총을 든 남자들에게 쫓기는 산모와 아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액션 신 사이에 얽기설기 엮여 있을 뿐이다. 서로 소원해져 있던 스미스와 퀸타나가 우연히 떠맡게 된 갓난아이 덕분에 사랑을 재확인하게 되는 과정도 개연성을 찾기는 어렵다. 마치 게임을 하듯 스미스와 암살단이 서로 대치하며 펼치는 액션 장면이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의 처음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 신을 위해 캐릭터와 이야기를 짜맞춘 것처럼 이야기 구조는 엉성하고 인물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찾기는 어렵다.

<클로저 Closer><인사이드맨 Inside Man> 등에서 선보인 개성 있는 연기로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 클라이브 오언이 연기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 스미스 역을 맡아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의문을 남긴다. 섹시한 여배우로 유명한 모니카 벨루치가 스미스의 애인인 매춘부 퀸타나를 맡아 클라이브 오언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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